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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서 어린 시절 보낸 70대 일본인 아메미야 마제석검 등 한국 유물 328점 기증

    충남 공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70대 일본인이 광복 직후 가져갔던 한국 유물 300여점을 고향에 돌려줬다. 일본 요코하마시에 살고 있는 아메미야 히로스케(雨宮宏輔·76)는 25일 충남도청을 방문, 이완구 지사에게 68종 328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아메미야는 일제강점기에 공주에서 살았거나 학연이 있는 일본인들의 모임인 ‘공주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기증한 유물은 청동기시대 마제석검과 조선 분청사기 접시, 백자사발, 벼루, 옻칠바가지 등 94점과 엽서 234점 등 총 328점이다. 유물에 음각으로 새와 꽃문양을 새긴 비색의 청자 대접, 안팎에 점열무늬를 정교하게 새긴 인화문의 분청사기 등이 있다. 엽서에는 1910년 가설된 금강 섭다리와 일제강점기 경복궁 등의 사진이 담겼다. 아메미야는 공주에서 태어나 심상소학교(봉황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공주중학교 1학년 때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하자 아버지를 따라 귀국했다. 유물은 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때 공주에서 사업을 하면서 취미로 골동품을 수집했던 것들이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문화마당]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문화마당]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얼마 전에 타계한 솔제니친의 이름 앞에는 늘 ‘반체제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30여 년 전 내가 솔제니친을 처음 접했을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체제’라는 단어였다.‘저항’이라든가 ‘반체제’ 같은 말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던 시절이었다. 그가 세상을 하직하자 러시아 안팎에서 씌어진 수많은 추모 기사들 역시 그의 문학보다는 반체제적 업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수용소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지식인이었고, 억압에 저항한 러시아의 양심이었으며, 조국에서 추방당한 자유의 투사였다. 그러나 이 업적은 그에게 훈장인 동시에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 되었다. 그도 독자도 끝까지 ‘반체제’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비판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구소련의 억압적인 체제를 비판했고, 서구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을 비판했고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비판했다. 일각에서 그를 한물간 ‘욕쟁이 할아버지’처럼 생각한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솔제니친의 비판정신은 러시아 문학의 전통에 미루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작가는 언제나 그냥 작가가 아니라 민족과 시대를 선도하는 지도자이자 교사이자 예언자였다. 고골은 중년에 도덕가로 거듭났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살아생전에 이미 예언자로 불렸으며 톨스토이 역시 위대한 교사로 추앙받았다. 러시아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 시대를 풍미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상과 도덕은 언제나 예술의 일부였다. 그러나 19세기 대문호들이 오늘날까지 읽히고 기억되는 것은 그들의 도덕적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문학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골의 설교는 놀림감이 되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국수주의적인 정치논평은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톨스토이의 교훈서 또한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의 문학은 지금도 읽힌다. 그러면 솔제니친은 어떤가. 그는 자기가 철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며 다만 작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쩌다가 정치에 말려들긴 했지만 정치를 혐오한다는 말도 했다. 그렇다. 솔제니친은 작가였다. 그의 사상과 도덕은 그러므로 그의 문학과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예우다. 만년의 그는 종종 구설수에 올랐다. 러시아로 귀환한 후 그에게 맡겨진 TV 토크쇼가 너무나 지리멸렬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고 한다. 그가 KGB 출신의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한테서 국가 공로상을 받은 것은 변절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이런 이야기들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수용소의 참상을 한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묘사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절제된 문체와 심리적 깊이 덕분에 소위 ‘수용소 문학’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는다.‘수용소 군도’의 그 방대한 리얼리티에 담긴 진솔하고도 정확한 역사의 증언은 문학작품의 경계를 확장시켰다.‘제 1권’의 문학성과 휴머니즘 역시 감동적이다. 반면 그가 미국 버몬트의 시골에 칩거하며 쓴 여러 권짜리 ‘붉은 수레바퀴’는 너무 지루하고 산만해서 도저히 읽을 수 없다. 앞으로도 누가 그 작품을 읽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은 얼마일까. 그는 19세기 대문호들처럼 기억될 것인가. 기억된다면 그의 어떤 소설 때문일까. 판타지 소설과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그의 길고 긴 소설을 얼마나 읽을까. 수천 쪽의 행간에서 무슨 의미를 찾아낼까. 저자의 고뇌와 휴머니즘은 어떻게 해석될까.21세기의 눈으로 저항시인의 죽음을 바라보자니 착잡한 심정이 된다. 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 태안해수욕장 피서객 86%↓

    태안해수욕장 피서객 86%↓

    충남 태안 피서객이 기름 오염의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86.4%나 급감했다. 가족 피서객이 급감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고유가와 불경기도 한 몫했다. 반면 직접적인 기름 피해를 입지 않았던 보령 대천해수욕장은 10% 정도 감소에 그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 태안군은 지난달 1일부터 사실상 폐장된 지난 17일까지 군내 32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82만 5982명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38만 5890명의 1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근 만리포는 215만 3770명에서 40만 8530명으로 81% 줄고 안면도 꽃지도 256만 5090명에서 49만 5150명으로 똑같이 감소했다. 학암포는 92%나 급감했다. 주민이 개장을 포기한 구름포는 10만 5000명에서 495명으로 99% 이상 줄었고 지난해 7만 7000여명이 찾았던 의항은 올해 2000명에 그쳤다. ●작년 1388만명에서 올 182만명으로 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박근수 교수는 “기름에 오염됐다는 인식이 지워지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다.”고 말했다. 백사장에 고둥이 살아 돌아오고 갈매기도 날아 왔지만 일부 피서객은 백사장에서 옅은 기름 냄새가 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태안군 문태준 관광기획계장도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꺼림칙해 해선지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줄었다. 앞으로 1∼2년 더 이 영향에서 벗어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직접적인 기름오염 피해가 없었던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은 같은 기간 888만 7000명이 찾아 지난해 1029만 6000명에 비해 13.6% 줄어드는데 그쳤다. 서천군 춘장대도 235만 3270명에서 203만 5000명으로 13.5% 줄었다. 기름피해가 크고 제거작업도 잘 안 됐다고 알려진 보령시 섬들은 피서객이 크게 줄어 지난해 8710명이 찾았던 호도가 올해는 3465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문 계장은 “오랜 폭염 등 피서여건이 좋았지만 고유가와 불경기도 피서객 급감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태안군 홈페이지 민박요금 성토 주민의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도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태안군 홈페이지는 성토의 글로 얼룩졌고 이를 보고 다른 데로 바꾼 이들이 잇따랐다. 네티즌 ‘김성욱’씨는 “아직도 기름때가 있다고 해 부산에서 갔는데 민박집이 해운대보다 2∼3배 비쌌다.”고 말했다. 하루 숙박비로 16만∼20만원을 불렀다고 했다.‘최호’씨는 “기름유출 때 주말을 헌납하고 자원봉사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라며 “필요할 때는 손길을 내밀더니 내가 필요할 땐 바가지로 답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글이 쏟아지자 태안에 안 가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문 계장은 “배신감이 컸을 것”이라면서 “가격 자율화 때문에 근거가 없어 단속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리포 이장 이희열(58)씨는 “자정운동도 벌였지만 방이 없다 보니까 흥정을 하면서 올린 것 같다.”면서 “조만간 마을회의를 열고 이미지 쇄신을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환경관광에 중점둬야 활로 충남발전연구원 이인배 박사는 “911 테러 현장처럼 경각심을 심어 주는 ‘다크 투어리즘’과 함께 재앙 후 되살아난 천리포수목원, 신두리사구 등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관광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면서 “내년에 열리는 안면도 꽃박람회도 태안 이미지를 바꾸는 데 한몫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Local] 강릉 숙박 협정요금제 정착

    강원 강릉에서 시행 중인 ‘숙박 협정요금제’가 ‘관광 강릉’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12일 강릉시에 따르면 이 제도는 지난해 경포와 정동진의 126개 숙박업소에서 처음 운영됐고, 올해 시의 모텔급 이상 306개 숙박업소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관광객은 숙박업소 입구에 표시된 협정요금제 가격을 확인하고 방을 얻을 수 있다. 관광객은 업소측의 바가지 요금도 없고 시비도 생기지 않아 좋다. 시는 올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일반호텔, 모텔 등 304개 업소를 대상으로 위생 서비스를 평가해 10%인 30개 업소를 최우수 업소로 지정하고 30%인 91개 업소를 우수 업소로 지정했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현장 행정] 관악구 물놀이·자연체험장

    [현장 행정] 관악구 물놀이·자연체험장

    오후 1시. 살인적인 폭염에 땀은 속수무책으로 흘러내렸다. 바람 한 점 없는 시청앞 가로변의 대기 온도는 한껏 달궈진 아스팔트 복사열로 체온보다 높은 섭씨 37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하철 시청역을 떠난 지 1시간 만에 도착한 관악산 계곡. 전혀 다른 별세계가 펼쳐졌다. 이곳이 과연 서울인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서울대 정문옆 ‘관문’을 지나 우거진 나무 터널을 느긋하게 걸어가기를 20여분. 물 소리와 요란한 매미울음에 섞여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계곡 전체에 가득했다. ●탁족하던 개울물이 자연형 수영장으로 관악산이 피서지와 자연학습장을 겸한 여름철 가족휴양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관악구가 계곡 초입에서 상류 쪽으로 1㎞에 이르는 구간에 3곳의 보(洑)를 설치해 지역민의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수량이 적어 기껏 탁족(濯足)이나 즐기던 공간이 어른 허리까지 물이 차는 ‘자연형 수영장’으로 거듭난 덕분이다. 8일 오후 아내·아들과 함께 계곡을 찾은 이창진(36·신림4동)씨는 “인파와 바가지 요금에 시달릴 걱정도 없고 집에서도 가까워 최고의 여름 휴가지”라면서 “골치아픈 피서 고민을 관악산이 해결해 줬다.”고 말했다. 딸과 사위, 세 손자와 함께 나온 정하순(63·신림3동)씨는 “좋은 위치를 잡으려면 서둘러야 한다.”면서 “이른 아침을 먹고 9시쯤 계곡에 나오면 나무 그늘 아래 널찍한 자리를 골라잡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관악구에 따르면 물놀이장 개장 뒤 이곳을 찾는 피서객은 하루 평균 2000여명에 달한다. ●물놀이 뒤엔 농촌체험 ‘꿩먹고 알먹기’ 같은 시각 계곡 동측 개활지에 1000㎡ 규모로 마련된 농촌체험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우리 동·식물 배우기’가 한창이다. 이곳에는 토란·꽈리·오이·고구마·고추 등 32가지 농작물이 심어져 있다. 생태해설사 박관영(76)씨를 따라 가지밭을 둘러보던 아이들은 돌연 무당벌레를 발견하곤 환호성을 지른다. “선생님, 무당벌레는 해충이 아니라 이로운 곤충이죠?” 양상훈(12)군이 제법 똘똘한 질문을 던져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혀 뜻밖의 답변이다. “가지밭에 사는 무당벌레는 진딧물뿐만 아니라 잎까지 갉아 먹기 때문에 해충이야. 무당벌레가 이로운 벌레라는 것도 편견인 거지.” 구청 소식지를 보고 학습장을 찾았다는 박미자(37·봉천11동)씨는 “아들과 물놀이를 마치고 가는 길에 들렀다.”면서 “자연 속에서 휴식과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도시 서민들의 피서지로는 그만”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 나절 물놀이에 새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의 맑은 미소 사이로 관악산의 여름도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 대박

    전남 완도가 3년 전 드라마 ‘해신’의 촬영지 열풍에 이어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두 번째 대박을 터뜨렸다. 요즘 완도읍에서는 숙박업소(1107개)는 물론 신지도 민박집까지 동났고 식당과 횟집, 상가, 주유소 등이 표정 관리에 들어갈 정도다. 7일 완도군 등에 따르면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에는 지난 2∼3일 주말에만 20여만명 등 이날까지 94만여명의 피서객이 다녀갔다. 이번 주말까지 100만명, 이달 말까지 목표치인 130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완도군이 추정했다. 지난해 피서철 관광객은 90여만명이었다.2005년 말 완도읍과 신지도가 다리로 이어져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다. 지난주 말에 강진과 해남에서 완도로 들어오는 왕복 2차선 도로는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어 2∼3시간 정체되기도 했다. 해수욕장 주변 1·2·3 주차장 2500면이 차량으로 다 찼고 인근 도로와 농로까지 차량이 몰리는 등 보기 드문 모습이 연출됐다. 완도읍 수협회센터는 하루 판매로 1000만원을 넘는 등 신기록 행진을 이었다. 새천년횟집 주인 박수영(49)씨는 “한창 때는 자리가 없어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밀려 들었다.”고 말했다. 명사십리 13개 상가 번영회장인 백영팔(63)씨는 “숫자는 늘었지만 가족 단위 알뜰 피서객이 많아져 현장에서 팔리는 물건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완도군은 이번 피서철에 앞서 관광지에서 바가지 요금 근절을 범군민운동으로 펴 호응을 얻었다. 또 8∼10일 전복 특산지인 완도 보길도에서 생산자들이 전복을 관광객들에게 싸게 파는 특판행사를 한다. 김종식 군수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이 청정해역과 넓은 백사장, 안전성 등이 입증되고 완도가 건강의 섬으로 알려지면서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고 평가했다.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해운대 해수욕장 24시

    해운대 해수욕장 24시

    국내 최대의 피서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하얀 모래와 파도가 함께하는 이곳은 이맘때면 피서객이 쉼없이 몰려드는 곳이다. 절정의 피서철인 8월 한달의 해운대해수욕장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까. 땡볕의 인파 열기와 모래알의 뜨거움, 그리고 해질 녘이면 와닿는 낙조 등…. 해운대해수욕장의 낮과 밤의 풍경은 또 다른 얼굴을 내민다. 한여름 해운대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바다의 낭만이다. 한철 대박을 꿈꾸는 상인들, 젊음을 뽐내려는 남녀들, 때를 놓칠 리 없다. 난장 같지만 매력이 있는 피서지다. 도심의 폭염을 뒤로 하고 ‘100만명의 방문객이 찾았다’는 8월초 해운대를 찾아 그 속살을 들춰봤다. ●새벽4시 미화원 49명이 백사장 청소 해운대의 하루는 동이 트기 직전인 새벽 4시 시작된다. 환경미화원이 먼저 기지개를 켠다. 모두 49명이다. 밤새 백사장에 묻혀 반쯤 얼굴을 내민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플라스틱 맥주병이 수거의 대상이다. 하루를 즐긴 해운대 바닷가의 뒤태는 이처럼 모든 것이 어지러이 나뒹군다. 비치클리너 차량도 백사장을 고르고 쓰레기를 치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루 수거량은 1t 차량 8대분인이다. 시민 의식이 실종된 현장이기도 하다. 이 작업이 끝날 때쯤이면 ‘원반의 불기둥’이 저만치 바다밑을 박차고 솟구친다. 아직 백사장 곳곳엔 밤새 질펀한 술판을 벌인 피서객과 청소년들이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100만 인파가 운집한 지난 2일 해운대해수욕장의 아침은 이같이 시작됐다. 동녘이 훤해진 아침 6시. 백사장은 이미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댄다. 조깅파와 산책인 등으로 활기를 서서히 찾아간다. 인근 호텔·모텔에서, 찜질방 등에서 나온 피서객들이다. 이곳에는 11개 호텔과 100여개의 모텔 등 숙박시설이 있다. 해운대 근처 숙박시설은 요즘 부르는 게 값이다. 일종의 바가지다. 한 특급호텔의 경우 주중엔 바닷가쪽 2인 객실은 33만 8000원, 안쪽은 27만 8300원이다. 금요일 4만원, 토요일은 5만원 추가된다. 모텔의 작은방은 8만∼10만원이다. 값싼 찜질방에서 자는 이들도 많다. 이 시간대면 식당도 분주해진다. 해운대 시장통에서 20여년 식당을 했다는 50대 여주인은 “주말에는 아침 식사 손님이 낮 손님보다 많을 때가 가끔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낮12시부터 차량 몰려 시골장터 방불 오전 8시쯤이면 해운대는 휴식을 취한다. 잠깐이다. 낮 손님을 받을 채비를 해야 한다. 어느새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해변을 가득 덮는다. 일대 장관이다. 해가 머리 위에 다다른 낮 12시쯤 백사장은 더 바빠졌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피서 차량으로 도로는 마비돼 주차장으로 변한다.‘혼돈’이다.‘시골장터’ 분위기다. 하지만 질서는 그런대로 지켜진다. 햇살에 달궈진 백사장에는 모래만큼이나 물놀이 인파로 빼곡히 들어찬다. 이날 해운대 백사장을 찾은 인파는 100여만명으로 잡혔다. 파라솔은 하루평균 5000∼6000여개가 세워진다. 지난 2일 기네스북 등록 때는 7397개가 설치됐다. 파라솔 1개 대여료는 5000원이다.2일 해운대에서는 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백사장에 7397개의 파라솔이 설치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해운대구청은 대여용으로 1만2000개를 만들었다. 한개당 3만원의 돈이 들어갔다. 이때쯤 샤워장도 바빠진다. 샤워장은 사람이 몰리는 낮 시간대엔 5분 이상 못 쓴다. 사용료는 1000원이다. 간이샤워장은 1분 500원이다. 물품보관소는 3000원을 받는다. 모유수유실도 있다. 피서객들의 얼굴은 짠 물을 뒤집어써도 함박웃음이다. 물살을 가르는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는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모래찜질하는 아저씨·아줌마, 비키니 차림의 여성, 곁눈질하는 청년,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 즐기는 타입은 다양하다. 외국인의 모습도 눈에 많이 들어온다. 상인들은 이마의 땀을 닦아도 즐겁다. 파라솔 대여 상인은 “경기침체 영향인지 예년보다 장사가 잘 안됐는데 오늘(2일)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아 매출이 크게 올랐다.”며 기뻐했다. 집에서 먹을거리를 챙겨온 피서객도 눈에 띈다. 김영한(52·부산 사하구 신평동)씨는 “집에서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 돗자리 등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새벽에도 러시아워처럼 곳곳이 북적 어둠이 찾아들면 해수욕장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한다. 휴식기를 취한 해수욕장은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피서객들은 한낮의 열기에 복수라도 하듯 밤을 한껏 즐긴다. 백사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한다. 가족, 친구, 연인, 대학 동아리 등 다양하다. 음식, 맥주, 음료수 등을 마시며 밤을 즐기려는 무리들이다.2일 밤은 전날 밤 ‘바다축제’ 개막 행사 덕분에 평소보다 배가 많은 20여만명의 인파가 찾았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회사원 김모(25)씨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왔는데 아직 건수(?)를 못 올렸다.”며 연방 지나가는 여성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인근 호텔과 술집의 가라오케 등에는 바깥 못지않은 질펀한 놀이가 이어진다. 날이 바뀐 3일 새벽 1시의 밤 분위기도 전날 밤과 비슷하다. 글로리콘도와 부산바다경찰서가 있는 호안도로변 건널목에는 오가는 사람으로 러시아워를 방불케 한다. 초저녁 같은 들뜬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10대들의 소란스러움으로 여름 밤바다의 정취를 느끼기 힘들 정도다. 습기를 머금은 무더위, 술, 젊음이 어우러지다 보니 갖가지 충돌도 발생한다. 해운대바다 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연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여름 해운대의 백사장은 이처럼 낭만과 젊음, 열망과 환희뿐 아니라 무질서와 추태도 따뜻하게 감싸고 어루만졌다. 흠을 감춰주고 새로운 것을 잉태하게 했다. 숱한 피서 인파를 받고 보내는 해운대해수욕장은 추억이 아쉽지 않을 만큼의 큰 가슴을 지닌 채 여름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산 글 김정한 · 사진 왕상관기자 jhkim@seoul.co.kr
  • 제주 해수욕장 피서객 30%↑

    제주시 해수욕장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는 지난 6월28일 개장 이후 4일까지 제주시 지역 6개 지정 해수욕장 이용객 수가 47만 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만 6000명보다 10만 1000명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해수욕장별로는 함덕해수욕장이 13만 5590명, 이호해수욕장 13만 3900명, 협재·금능해수욕장은 9만 6590명, 삼양해수욕장 6만 2820명, 곽지해수욕장 2만 6390명, 김녕해수욕장 2만 1750명 순으로 집계됐다. 시는 올해 비가 내리지 않는 무더위가 지속된 데다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해수욕장 파라솔 임대료 등을 대폭 인하하고 해수욕장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해 관광객들이 많은 찾은 것으로 분석했다. 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70여만명이 제주시 지역 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 서비스 등 관광 제주의 이미지를 흐릴 수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계속 행정지도를 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누구 삼촌?

    누구 삼촌?

    한국어와 일본어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문화가 다른 만큼 차이도 많다. 그중에 내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호칭이다. 우선 친척에 대한 일본의 호칭은 이렇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저씨와 아줌마(삼촌, 고모, 고모부, 이모 등등 다 포함). 아저씨, 아줌마의 아들, 딸은 이름 부르면 땡! 그런데 한국은 혈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호칭도 아주 복잡하다.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 할머니, 외할머니, 삼촌, 조카, 형부, 처제, 사돈… 끝이 없다. 그래도 한국에 살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는 호칭이 있다. 내가 부산에서 한글어학당 다니던 꼬꼬마 시절에 한국 친구의 단골 술집에 따라가게 되었다. 어두운 시장 골목 구석에서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동동주와 파전을 파는 작은 포장마차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는 크게 소리쳤다. “이모오오오! 여~ 파전 대자. 동동주도 대자.” (응? 이모? 아~ 친척집이었구나. 친척집이 단골이라니!) 동동주가 나오자마자 우리는 무안주로 ‘원샷’을 남발했고 어느새 바가지로 동동주 항아리 긁는 소리만 들려올 때쯤! “삼초오오온! 동동주 대자 하나 더 주세요.” (오~ 삼촌! 친척집이 확실하네. 서비스 좀 나올라나.) 좋은 분위기로 술을 마시고, 술자리가 끝날 때쯤 그 친구가 삼촌에게 말했다. “사장님, 여 계산요!” “네, 잠시만요. 얼마입니다.” (응? 사장님? 뭐야, 내가 취해서 잘못 들었나?) 삼촌(?)이 얼마라고 말하자마자 다른 친구도 합세해서 서로 돈을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포장마차 안이 한바탕 시끄러워졌다. “삼촌, 내 돈 받아요.” “아이다. 삼촌 여기요, 여기!” (헐, 동동주집 주인은 도대체 누구네 삼촌인 거니?)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호칭 문화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제는 아줌마보다는 이모, 아저씨보다는 삼촌, 손님보다는 언니, 이름보다는 언니, 오빠라는 호칭에 더 정이 가기 시작했다. 존댓말보다 반말이 더 높게 느껴지는 이상한 한국말. 교과서로만 배워서는 절대 알 수 없다. 계속 한국에 살면서 배웠으면 좋겠다. 2008년 8월
  • [깔깔깔]

    ●싸구려 옷과 바가지 남자가 집에서 마누라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경찰이 들이닥쳐 남자를 체포했다. 도둑질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성의류 전문매장에서 25벌이나 훔쳤는데 모두 싸구려 옷뿐이었다. 검사가 신문을 했다. “도둑질을 인정하나?” “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당신은 어째서 한벌에 5000원밖에 안 하는 싸구려 옷만 훔쳤나? 바로 옆에는 수십만원짜리 명품의류가 즐비하게 많았는데?” “제발 검사님, 이제 그만해 주십시오. 싸구려 옷만 가져왔다고 마누라 바가지에 미칠 지경인데 검사님까지 또 건드리십니까?”●첫수술 환자:“저는 너무 긴장되는데요. 수술이라고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의사:“당신 기분을 잘 알 수가 있어요. 나도 이번이 처음 해보는 수술이거든요.”
  • 제주, 관광지 등급 매긴다

    관광비용 인하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제주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의 관광지를 관광호텔처럼 등급을 매겨 차별 및 경쟁 체제로 관리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지난 1월 제정된 ‘우수관광사업체 지정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직영 38개, 사설 70개 등 모두 108개 관광지에 대해 등급제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관광지 등급은 관광자원의 매력에 따른 가격의 적정성, 정보제공 및 접근성, 시설이용 편의성과 쾌적성, 종업원 친절도 등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1차 설문조사를 포함한 현장평가와 2차 민간인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등급은 평가 결과에 따라 ▲특1등급 90∼100점 ▲특2등급 80∼89점 ▲특3등급 70∼79점으로 매겨진다. 특2등급 이상 관광지는 우수관광지 지정서가 교부되고, 특3등급 이상에는 돌하르방 모형의 평가등급 인증마크가 표시된다. 이에 따라 평가등급이 너무 낮게 나오면 등급 표시를 포기하는 관광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도는 9월까지 108개 관광지의 등급 산정을 마칠 예정이다. 평가는 호텔등급심사 경험이 있는 제주도관광협회가 위탁을 받아 진행한다. 관광지의 등급은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관광책자와 팸플릿, 안내지도 등에 표기된다. 등급에서 제외된 관광지나 평가를 거부하는 업체는 안내지도 등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앞서 제주도는 피서철에 해수욕장 바가지 요금을 근절시키기 못한 책임을 물어 김모 해양수산국장을 전격 직위해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김 국장은 10개 해수욕장의 상인들과 협의해 피서용품 임대료를 내리는 과정에서 중문, 함덕, 곽지 등 3개 해수욕장의 파라솔 임대료를 2만원에서 1만원으로 내리지 못하자 추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무원 직위해제는 관광요금 인하와 고질적인 바가지 요금 추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면서 “관광지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일요영화]청춘만화

    ●청춘만화(KBS1 명화극장 밤 12시 50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5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권상우, 김하늘이 3년 만에 다시 뭉쳐 만든 로맨틱 코미디.13년 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사랑과 우정 사이’의 평행선을 달려온 두 남녀의 티격태격 사랑얘기를 담고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야수’ 등 거친 남성 액션 영화로 이미지를 각인시킨 ‘몸짱스타’ 권상우가 바가지 머리를 한 순박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지환(권상우)은 청룽을 너무나 좋아해 그의 무술을 따라하는 것은 물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청룽과 비슷한 스타일을 고집한다. 세계적인 액션배우를 꿈꾸는 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둘도 없는 친구 달래(김하늘)가 있다. 배우 지망생인 달래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귀엽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의 치부를 공격하며 티격태격 싸우는 달래와 지환. 하지만 미운정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이들은 때론 앙숙처럼 다투지만 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서로를 위하는 우정으로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던 철부지 두 친구의 우정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대학에 입학해 달래에게는 만능스포츠맨 남자친구가 생겼고, 지환에게는 8등신 여자친구가 생긴 것. 하지만 13년 동안이나 친구로 지낸 그들은 사랑으로 변해가는 감정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연애소설’‘하늘정원’ 등의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낸 이한 감독은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사랑과 우정’이라는 주제를 놓고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버무린다. 자극적인 요즘 영화에 비해 단조롭고 평이한 이야기 구조 탓에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극복하게 하는 것은 주연배우들의 연기다. 달래가 샤워하는 지환의 알몸을 목격하는 장면이나 둘이 노래방에서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을 코믹하게 열창하는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빠지지 않는 상투적인 장면. 그러나 두배우를 통해 다시 보는 맛이 쏠쏠하다. 특히 요즘 SBS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아줌마들의 로망인 구세주 역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상우가 지환의 대학동기이자 달래의 남자친구 영훈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2006년 개봉 당시 200만 관객을 동원한 ‘중박’영화로서 배우들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108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베이징 올림픽] 태극마크 뒷바라지 여념없는 조연들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베이징 올림픽] 태극마크 뒷바라지 여념없는 조연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태릉선수촌 관계자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베이징에선 재중국 대한체육회 회원들이 대회 기간 응원단의 숙식과 이동 편의를 돕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고 선수들이 행여 금지약물 검사에 걸릴까봐 교육에 노심초사하는 이들도 있다. 또 공식 응원단복을 만들어 현지에 배송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만나봤다. 27일 개촌식을 갖는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근처의 ‘프라임 호텔’에는 ‘코리아 하우스’가 들어선다.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한편, 한국 응원단 및 대회 지원을 위한 ‘키스테이션’ 역할을 떠맡게 된다. 이런 준비가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2월12일 문을 연 대한체육회 베이징올림픽 연락사무소 직원들의 노력 덕분. 이 사무소 소장인 이병권(61) 재중국 대한체육회 회장의 영향력과 80만명이 넘는 회원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었다. 2005년 4월 대한체육회의 15번째 해외지부로 탄생한 이 회는 베이징 등 8곳에 지회를 두고 10개 경기단체가 가맹, 창설 4년 만에 튼튼한 뿌리를 내렸다. 대한체육회는 이 회와 긴밀한 연락 및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락사무소를 만들어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성공적인 선수단 적응 훈련과 현지 응원 체계 등을 마련해 왔다. 2006년 2월부터 이 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중국 체육계나 대회 조직위원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온 정홍용(39) 대외연락관으로부터 준비 상황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메일로 나눈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이 일을 맡게 됐나. -10년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06년 귀국을 준비할 즈음, 함께 근무하고 있는 임병익 연락관의 제의를 받고 올림픽에 대한 비전을 키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자고 결심했다. ▶얼마 전 서울을 다녀갔는데. -한 방송사의 제작단에 초청돼 현지의 올림픽 준비 상황을 설명했고 박태환(수영), 장미란(역도), 남현희(펜싱) 등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에게 선수촌과 종목별 경기장, 올림픽 시설을 설명하고 돌아왔다. ▶연락사무소의 임무를 요약하면. -대회 조직위원회(BOCOG)와의 연락 업무,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한국 선수단 방문시 정보 및 편의 제공, 현지 적응 및 마무리 훈련 안내, 체계화된 응원단 지원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재중국 체육회의 영향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많은 회원들의 노력이 우선이겠지만 이 회장이 중국 체육국장,IOC위원,BOCOG 위원장 등 ‘빅3’의 서울 방문 때 자신의 승용차를 동원해 공항 영접을 하는 등 마음을 움직인 결과다. 쓰촨성 지진 참사 때는 800만원을 모금해 국가체육총국에 전달했는데 놀라워하며 고마움을 표시하던 관계자들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현지에선 대회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평가하나. -20일부터 베이징의 모든 차량이 홀짝운행제를 시행하는 등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힘이 동원되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처음엔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명분과 경제적 이익을 겨냥하는 실리를 둘 다 좇았지만 최근에는 사고없는 안전한 대회로 초점이 옮겨졌다. 따라서 지나친 통제와 보안 강화로 상당한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무더운 날씨와 대기오염 문제도 해결이 난망하다. ▶아쉬운 점이나 해결이 안 되는 문제는 없나. -숙박난이나 바가지 요금을 피할 겸 해서 경기장 주변에서 야영하면서 응원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테러 위험 등 여러 이유로 불가능해졌다.10만장 정도로 예상했던 입장권 확보도 쉽지 않다. 노력하고 있지만 얼마나 성과를 올릴지 모르겠다. ▶2년 동안 힘들었겠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 낮에는 연락 업무를 하고 밤에는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힘들었다.‘대표 심부름꾼’이란 생각으로 버텼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여성&남성] 고유가시대 짠돌이·짠순이로 사는법

    [여성&남성] 고유가시대 짠돌이·짠순이로 사는법

    ‘월급만 빼고 안 오른 것이 없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치솟는 기름값에 승용차를 세워둔 지 이미 오래고, 가족과 외식 한 번 하려고 해도 몇번을 고민하다 포기하기 일쑤다.“오늘은 내가 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회사 동료들도 말수가 부쩍 줄었다. 최대 소비층인 젊은 남녀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은 소비품목과 행태가 다른 만큼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도 남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녀의 ‘지출줄이기’ 노력이 어떻게 다른지 짠돌이·짠순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형우 김정은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돈 아끼려면 술값 먼저 줄여야-男 대부분의 남성들은 술값만 줄이면 돈 나갈 데가 확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모(31)씨는 그동안 회사 근처 바(bar)를 자주 찾았다. 김씨는 회사업무가 바쁘기 때문에 술을 자주 마실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저 업무 끝나고 가끔 회사직원들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어쩌다 한 번 술자리를 갖는 게 전부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김씨는 업무가 늦게 끝나도 부담없이 한 잔 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됐다. 그래서 회사 앞에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바에 자주 가게 됐다. 예전에는 바에 가면 항상 양주를 마셨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독하게 한두잔 먹고 빨리 술기운이 돌아야 금방 자리를 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회사가 어려워지다보니, 그마저도 못하게 됐다. 점점 발길이 뜸해지고 술생각이 나면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들이켜는 일이 더 많아졌다. “소주를 마시면 아무래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도 요즘 같이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뛰는 세상에 예전처럼 비싼 양주를 마시지는 못 하겠어요.” 회사원 유모(39)씨는 호인이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다. 특히 술자리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얘기 나누는 걸 즐겼다. 주 4일 정도는 술을 마셨다. 월급의 반 정도를 술값으로 썼다. 늘 술값을 계산했기 때문에 동료나 선후배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구박받기 일쑤였다. 부인은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느냐. 술 좀 작작 마셔라.”고 바가지를 긁곤 했다. 그래도 유씨는 술과 사람에 취해 살았다. 그런 유씨가 최근 변했다. 술자리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정생활이 휘청거리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유씨는 동창, 선후배 등과의 모임을 대폭 줄였다. 절친한 친구가 불러도 사양했다. 업무상 피할 수 없는 자리만 참석했다. 그것도 1차에서만 잠깐 얼굴을 내민 뒤 계산하기 전에 슬그머니 빠져 나왔다. “친구나 선배들에게서 ‘호인이 좀생이가 됐느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가계가 휘청하는데, 호인인들 어쩌겠습니까. 아내와 자식을 생각해서 최대한 아껴야죠.” ●알뜰생활 위해 취미도 과감히 포기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좋아하는 취미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와인수집이 취미인 회사원 임모(34)씨는 최근 자신이 가지고 있는 20만원대 보르도 와인을 인터넷을 통해 팔았다. 취미생활로 인한 지출이 가계부에서 너무 많은 비용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여보자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직장경력 5년차로 미혼인 임씨는 최근 동료에 비해 모은 돈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알았다. 동료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와인을 사들이는 데 있었다. 월급이 200만원대인데 한 달이면 와인에 들어가는 돈이 거의 70만원 정도나 됐다. 또한 동료는 임씨의 취미가 ‘와인 수집’이 아니라 ‘와인 마시기’이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깨우쳐주었다. 임씨는 “와인도 좋지만 사람들과 즐기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솔직히 와인과 함께 하는 맛에 결혼도 서두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와인을 끊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임씨는 가장 큰 구입처인 마트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근처 슈퍼에서 소규모로 장을 본다. 또한 퇴근길에 와인셀러를 들르지 않기 위해 다른 길로 다닌다.“최근 몇주 동안 한 병의 와인도 안 샀습니다. 지금은 집에 모아 놓은 것을 마시기는 하는데 솔직히 좀 불안합니다. 요즘에는 와인보다 DVD에 재미를 붙이고 있죠.” 신혼의 재미에 흠뻑 빠진 회사원 김모(32)씨는 주말 부인과의 즐거운 외식을 포기했다. 맞벌이 부부인 그들은 평일에 마주앉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씨는 이른 아침에 출근해 밤늦게 들어오고, 간호사인 부인은 주·야간 근무가 매주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가운데 함께 쉬는 날 점심을 근사하게 먹고 데이트를 즐겨왔다. 하지만 내집마련이라는 ‘지상과제’를 풀어야 하는 김씨 부부는 고심 끝에 주말 외식을 포기했다. 함께 시장을 보고 같이 요리 해서 주말외식을 대신하기로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알뜰한 방식으로 ‘데이트 코스’를 바꿔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부부가 같이 시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사고, 다정하게 요리 하고, 주위 사람 눈치보지 않고 서로 음식을 떠먹여 주다보니 외식할 때보다 오히려 더 정이 드는 것 같았다. “외식할 땐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생각에 조금 무리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더 알뜰하게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커피값과 옷값이 가장 무서워-女 여성들은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항목으로 커피값과 옷값을 꼽았다. 인터넷포털에 근무하는 이모(30·여)씨는 얼마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친구들과 한참 수다를 떨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웠다. 게다가 이번 모임은 거의 석달 만에 보는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한달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만나곤 했는데, 요즘은 다들 사는 게 팍팍해서인지 예전처럼 자주 만나기 힘들다. 친구들은 요즘 물건 사기가 겁난다고 했다. 한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나는 요즘 분식집 가면 떡라면 시킬거 그냥 라면 시키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씨도 요즘 식당에 가면 메뉴판에서 일단 가격부터 보는 습관이 들었다. 이왕이면 싼 걸로 고르게 된다는 것이다.“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그날도 결국 한 곳에서 커피까지 해결했죠. 예전에는 커피전문점에 가서 30분 정도 더 얘기하다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직장인 김모(25·여)씨는 커피값과 옷값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두 품목이 씀씀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머니로부터 뼈아픈 충고를 들어야 했다. 과다지출을 일삼는 딸의 행태가 못마땅하셨는지 호되게 야단을 친 것이다. 결국 지난달부터 그녀는 식사 후 즐겨 찾던 커피를 끊고 월급날에 맞춰 감행했던 옷구입도 중단했다. 그랬더니 지난달에는 수중에 60만원이 여윳돈으로 남았다. 또 식사 후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를 끊자 한달 사이 체중이 3㎏이나 빠져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두 달전만 해도 월급타면 남는 돈이 없을 정도였어요. 백화점을 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옷들이 얼마나 많았다고요. 하지만 앞으로도 커피는 완전 끊을 생각이고, 옷은 정말 필요한 것만 사려고 해요.” ●교통비 절감으로 고유가 파고 넘는다 교통비 줄이기에 주력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원 윤모(33·여)씨는 최근 택시비를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윤씨는 신대방동 집까지 1만 2000원씩 주고 택시를 타곤 했다. 최근 물가가 너무 치솟자 경제적으로 살기 위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윤씨는 택시비가 한 달이면 20만∼30만원이나 든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윤씨가 택한 ‘택시비 줄이기 작전’은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출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늦잠을 자지 않도록 알람시계를 하나 더 구입했다. 또한 밤에 술을 마시는 횟수를 줄였다. 할증으로 나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꼭 택시를 타야 할 때는 동료나 선배와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최소한 택시비의 절반은 아낄 수 있다. 학원강사 정모(29·여)씨는 승용차 이용을 사실상 포기했다. 기름값을 줄이기 위해 웃돈을 주고 휘발유차가 아닌 경유차를 선택했지만, 최근 경유값 폭등으로 기름을 넣을 때마다 쓰린 속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강의를 하다보니 승용차와 같은 이동수단이 필요했던 그는 마침내 스쿠터를 구입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7만∼8만원이나 들었는데 스쿠터는 1만원밖에 들지 않는다. 또 1ℓ만 넣어도 25㎞는 거뜬히 갈 수 있었다. ●나만의 고물가 극복 노하우! 디자인업계에 종사하는 이모(34·여)씨는 ‘신상품’에만 눈길을 주다가 고물가를 극복하기 위해 ‘리뉴얼’의 기지를 발휘하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계절별로 새 옷을 장만했다. 일의 특성상 패션에 있어 남다른 감각을 과시하고 싶었다. 결혼 전에는 ‘쇼핑광’이었다.‘나’만을 위해 살면 됐기 때문에 철마다 새로 선보인 옷들은 거금을 들여서라도 꼭 구입했다. 이씨는 남편에게 “계절당 한 벌 정도의 옷은 사겠다.”고 했고, 남편도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 3년 동안 지켜져 오던 이 같은 불문율도 올해 들어 깨지고 말았다.‘고물가’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음식비, 교육비, 교통비 등을 생각하면 수십만원에 달하는 옷을 선뜻 구입할 수 없었다. 아이가 생긴 뒤에는 여러 벌의 비싼 옷을 산다는 것이 언감생심이었다. 고심 끝에 이씨는 리뉴얼로 눈을 돌렸다. 옛것을 감쪽같이 새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씨는 동대문 쇼핑몰을 돌며 저렴하고 디자인이 뛰어난 액세서리를 샀다. 그것을 기존 옷에 붙여 새로운 옷처럼 바꾸었다. 직장에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언제 또 새 옷을 샀느냐, 역시 감각이 뛰어나다.”는 등 듣기 좋은 말을 했다.“적은 비용으로 ‘신감각 귀재’라는 예전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어요. 리뉴얼은 고물가 시대를 헤쳐 나가는 가정주부의 지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서민 등골 빠지는 ‘新 3고시대’] “콩나물 1000원어치로 한끼 못먹어”

    [서민 등골 빠지는 ‘新 3고시대’] “콩나물 1000원어치로 한끼 못먹어”

    “아유∼ 정말 비싸서 못 사겠네.” 1일 오후 4시 주부 이영선(53)씨의 장보기에 따라나선 지 벌써 30분째. 농산물 가격이 가장 싸다는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골목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무를 찾고 있지만 그의 맘에 드는 싸고 질좋은 ‘녀석’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배추값 올라 김치 안 담근지 한참 그의 다리통보다 큰 무가 2000원 푯말 뒤에서 손짓한다. 저렴한 녀석들도 그 뒤에 1000원 푯말 뒤에 줄 서 있다. 이씨는 그네들을 힐끗 보고는 감자부터 사야겠다고 발길을 돌린다.“어휴∼ 작년에 2개에 500원짜리들이 무슨… 국물 우리는 무는 좀 못생긴 거 사도 되는데 안 보이네.” 이씨는 감자가게에서 강원도와 충남에서 올라온 감자 값을 물어봤다.20㎏에 1만 7000원. 비싸다는 이씨의 말에 주인아주머니는 “그럼 말도 붙이지 마요. 2월에 6만원 하던 게 엄청 떨어진 것도 모르나.”면서 쏘아붙였다. 이씨는 발걸음을 옮겨 감자가게를 열 곳 이상 돌아다니며 값을 물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결국 한 가게에서 1000원을 깎아 1만 6000원에 감자 한 박스를 샀다. “우리 아저씨 일감이 없어서 열흘째 놀아요. 기초보호대상자라고 국가에서 주는 돈 20여만원을 쌀로 대신 받고,4년 전에 암을 앓고 나서 먹는 약값·검진비 70만∼80만원 들이고 나면 한 달에 시장 볼 수 있는 돈은 10만원도 안돼요.“ 따라다니기에 지친 기자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과일 가게는눈길도 주지 않는다.1년 전부터 단 한 번도 과일을 사 먹은 적이 없단다. 콩나물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기 옛말이지 콩나물 1000원어치 사도 한 끼도 못먹어요. 싼 걸로 말하면 요즘 식탁에는 얼갈이가 최고 효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옷은 구청 벼룩시장서 해결” 한 단에 1000원짜리 얼갈이 배추를 집으면서 이거면 일주일 동안 된장국·겉절이로 최고란다. 김치는 배추값 올라 안 담근지 3개월째다. 이씨는 호박 3개에 1000원이라는 말에 잠시 발길을 멈춘다. 좀 생각에 잠기더니 “하나에 300원도 넘네. 청양고추는 얼마요.”라고 묻는다.2근쯤 돼보이는 바가지 하나에 2000원어치를 주인과 실랑이 끝에 샀다. 이씨가 적어온 쪽지에는 이제 무·두부·고사리가 남았다. 판 두부 한 모에 1300원. 두부 사는 것을 포기했다. 마른 고사리 1개에 2000원. 이제는 이씨도 지쳤는지 고사리는 다 똑같다면서 샀다. 기자가 “무는 안 사세요?”하고 묻자 이씨는 “힘들어서 도저히 못찾겠어요. 그냥 얼갈이 된장국이나 해먹지 뭐….”라면서 짐을 들었다. 그래도 아쉬운 듯 출구로 나가는 동안에 이집 저집 무 가격을 물어 본다. “토요일에 서초구청 벼룩시장에 가면 옷도 500원·1000원이면 사요. 과일이야 비싸 안 먹는다고 해도 두부·콩나물 값은 그러면 안 되지. 프로판 가스 가격이 작년에 3만 3000원이었는데 7월이면 4만원이 된다고 하대요. 라면도 한 달에 40개는 먹는데 한 개에 100원이나 올랐어요. 돈 걱정 없이 며칠이라도 살아보는 게 소원이에요.”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20&30] 잊지못할, 잊고싶은 나만의 여름 바캉스 추억

    [20&30] 잊지못할, 잊고싶은 나만의 여름 바캉스 추억

    해마다 여름이면 우리는 늘 아름다운 추억과 편안한 휴식을 꿈꾸며 바닷가로, 산으로, 또 해외로 떠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돌아올 땐 좋은 추억뿐 아니라 나쁜 기억도 함께 가져온다. 무더운 여름, 지친 일상의 끝에 우리를 기다리는 여름휴가. 고유가·고물가 시대라 주말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마음을 꾹 눌러 담기만 했던 직장인에게 기억에 남는 휴가는 어떤 모양일까?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여름 바닷가의 추억과 아련한 기억으로 휴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또 잊고 싶은 속쓰린 휴가 이야기도 들어보자. ●누나같은 그녀들과 바닷가 로맨스 대학생 류모(27)씨는 7년 전 바닷가에서의 ‘첫 키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류씨는 2001년 여름 고등학교 친구 4명과 함께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찾았다. 떠나기 전날 친구들과 현장에서 즉석 미팅을 통해 여대생들을 사귄 뒤 멋진 추억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문제는 류씨를 비롯해 친구들이 말주변이 없다는 것. 여자 앞에만 서면 입이 얼어붙었다. 민박집 방바닥을 긁으며 이틀을 허망하게 보냈다. 귀경하기 전날도 해가 떨어지자 마찬가지 상황이 이어지는 듯했다. 류씨 일행은 해수욕장 인근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친구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미팅을 주선해 오겠다.”며 박차고 나갔다. 1시간쯤 지나자 그 친구가 여대생 다섯 명을 데리고 왔다. 친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함께 온 여대생 중 한 명이 “얼굴 붉히며 쑥스럽게 말하는 게 귀여워서 왔다.”고 했다. 여대생들은 류씨 일행보다 세 살 많았다. 나이를 떠나 한데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류씨는 한 여대생과 가슴 떨리는 느낌을 주고받았다. 둘은 조용히 자리를 떠 바닷가를 거닐었다. 평온한 바다를 보며 서로 짧은 입맞춤을 가졌다.“그때 처음으로 키스를 했어요.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물론 지금 여자친구에겐 비밀이지만요.” 회사원 윤모(31·여)씨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 전 함께했던 알뜰 휴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윤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남편은 대학을 졸업했으나 모두 백수였던 3년 전 7월. 둘은 가장 저렴한 휴가를 계획했다. 지친 마음을 다잡기 위해 10일간 국내 배낭여행을 떠났다. 따로 자취를 하던 둘은 각자의 집에서 보내온 쌀과 반찬들을 담고 배낭을 짊어졌다. 시내버스·시외버스·도보로 서울에서 분당으로, 용인으로 또 충남 천안으로 그리고 공주를 지나 대전까지 갔다. 열흘을 민박집 각방에서(?) 묵으면서 못 볼 것까지 다 보게 됐다. 또 남편이 나뭇가지를 주워 마련한 조촐한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둘은 미래까지 약속했다. 아침식사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산 빵이었고, 점심은 김밥, 그리고 저녁은 라면 한 개에 김치와 밥뿐이었지만 종일 걷다가 먹는 밥은 행복 그 자체였다.2년 전 결혼한 윤씨는 지난해에 다시 한 번 알뜰여행을 계획했지만 신랑의 반대로 다행히(?) 포기했다.“아마 앞으로도 그 힘든 여행을 다시는 못할 거예요. 우리에겐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지요. 돈 없이도 행복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와요.” ●생일보다 기뻤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직장인 이모(27·여)씨는 초등학생 시절 가족들과 함께했던 피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20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어릴적 아버지 휴가날짜만 기다렸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1년에 한 번 가족들과 해수욕장을 찾았던 아버지 휴가일. 매년 아버지 휴가일이 올 때마다 어머니는 이씨에게 예쁜 반팔티와 치마, 그리고 수영복, 튜브 등을 사주셨다. 어린 마음에 해수욕장을 가는 것도 기쁜데 옷까지 덤으로 선물받으니 이씨에겐 아버지 휴가일이 생일보다 더 기뻤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상하게도 여름 휴가는 초등학생 시절의 그것에 비해 훨씬 재미가 덜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선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휴가는 그저 회사를 안 간다는 사실에 기쁠 뿐이다.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렸던 순간은 그에게 있어선 순수했던 초등학교 시절뿐이다. 이씨는 “작은 계곡에서 삼겹살만 구워 먹어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면서 “어린 마음에 놀러간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던 것”이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금융회사를 다니는 김모(35)씨는 입사 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해외에서 휴가를 보냈던 2003년 여름휴가를 최고의 휴가로 꼽았다. 입사 후 2년간 저축해 만든 여윳돈으로 부모님과 함께 필리핀 세부를 다녀왔던 것. 부모님은 물론 김씨에게도 해외여행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파란 빛깔의 바다도 훌륭했고, 각종 해산물을 부모님께 원없이 사드렸던 당시를 생각하면서 김씨는 “올해도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비행기를 처음 탄다며 좋아하시던 부모님을 보며 ‘앞으로도 자주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김씨. 결혼한 뒤로는 아직 부모님과의 해외여행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올해 휴가 땐 꼭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해외로 휴가를 다녀오려고요.5년이나 지났는데 그 사이에 부모님 모시고 어딜 다녀온 적이 없네요.” ●여행에서 배운점, 느낀점 회사원 최모(28·여)씨는 재작년 여름, 우리나라 유일의 내국인 합법 카지노인 ‘강원랜드’에 놀러갔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원랜드에 도착해서 매장에 들어가니, 난생 처음 보는 기계들과 딜러들이 마냥 신기해보였다. 그 중 어려보이는 대학생 3명이 눈에 띄었다. 그들도 처음 온 듯한 분위기였는데,10만원짜리 수표 10장을 꺼내 딜러에게 코인교환을 요청하는 게 아닌가.‘보기보다 통이 큰 녀석들이군.’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카드게임하는 걸 지켜봤다. 그런데 코인을 넣은 지 10여분만에 100만원어치가 금세 날아가 버렸다. 그들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최씨는 돈을 왕창 투자해보려는 마음이 한순간 사라졌다. 결국 1만원으로 이것 저것 해보니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돈이 사라졌다. 호텔로비에는 눈빛이 흐려진 사람들이 자리잡고 누워 있었다.“처음엔 모든 게 마냥 신기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런데 돈을 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건 구경만으로도 알 수 있겠더군요.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보면서 휴가치곤 정말 좋은 공부를 하고 온 것 같아요.” 회사원 신모(27·여)씨는 친구와 함께 다녀온 지난해 홍콩 여행을 잊을 수 없다. 외동딸인데다, 엄숙한 집안 분위기 탓에 이제까지 홀로 여행은커녕 외박조차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수학여행 정도가 전부였다. 지난해 여름,“이런 식이면 도저히 내 청춘이 불쌍해 견딜 수 없다.”고 다짐한 신씨는 과감하게 부모님께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선포했다. 부모님이 난리가 난 건 불을 보듯 뻔한 일.“명품 가방을 사줄테니, 올해도 우리랑 여행을 가자.”고 회유하기도 했고,“너 혼자 여행갈 거라면 앞으로 나가서 살아라.”는 엄포도 날아들었다. 하지만 신씨는 꿋꿋하게 밀어붙여 결국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으로 타협을 봤다.“자유, 그거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어떤 기분인지 모르죠. 홍콩이래봤자 서울과 크게 다른 건 없었지만, 아무에게 연락도 오지 않고 그저 여기저기 다닐 수 있었던 게 너무 행복했어요.” ●“국내외서 바가지 쓴 휴가 즐거울리 없죠” 초등학교 교사 김모(27·여)씨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모두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김씨는 대부분의 방학이 좋은 기억들이지만, 지난해의 무박2일 테마여행은 정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5만원이면 교통비와 식비까지 포함해 저렴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여행사 직원의 말에 혹한 김씨는, 속는 셈치고 짧게 경남의 소매물도에 다녀오기로 했다. 버스는 당일 오후 10시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한다고 했다. 김씨는 기분좋게 버스에 올라 밤길을 달리면서 아침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새벽에 잠깐 잠이 들었다가 버스가 서는 것 같아 깨어나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그런데 가이드는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근처 찜질방이라도 다녀오시라.”는 게 아닌가. 찜질방에 가는 돈은 여행비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한여름에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는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할 수는 없었다. 모기 때문에 창문을 열기도 어려웠다. 결국 버스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다들 찜질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저렴하다고 좋아했더니 결국 숙박비를 낸 셈이 돼 버렸죠. 무조건 싸다고 좋아할 건 아니더라고요.” 직장인 김모(34)씨는 2년 전 여름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솟구친다. 김씨는 여자친구와 휴가 날짜를 맞춰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사귄 이후 처음으로 함께 떠난 여행이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김씨는 여자친구와 낮에는 바나나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밤에는 팔짱을 끼고 모래사장을 거니는 등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눈 깜짝할 새 2박3일이 지났다. 상경하는 날 아침부터 비가 흩뿌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돌변했다. 서둘러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시간당 80㎜가 넘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서울로 향하는 도로가 통제됐다. 몇 시간이 지나도 버스는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해가 질 무렵 버스는 강릉으로 되돌아왔다. 강릉에서 김씨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가지’였다. 전날에 비해 모든 것이 두세 배로 껑충 올랐다. 폭우로 귀경하지 못한 사람들이 일제히 강릉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숙박료와 음식값을 지불했다.“여자친구와 하루 더 있어서 좋긴 했지만, 그날 해수욕장 인근 숙소와 가게들의 악덕 상술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요.” 회사원 신모(29)씨는 “내가 다녀온 동남아 여행은 정말 끔찍했다.”고 회고했다.5년 전 39만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만 보고 떠난 태국여행은 그에게 동남아를 다시는 못 갈 곳으로 만들었다. 가이드는 비행기에서 내린 방콕공항에서부터 “내가 인생의 밑바닥을 거쳤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만큼 자신의 말을 잘 따라달라는 취지였지만 기분이 나빴다. 또 하다 못해 물조차도 가이드가 정해준 장소에서만 살 수 있었다. 그외 3박4일 동안 하루 4∼5 군데씩 기념품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았다. 항의하는 신씨에게 가이드는 “그렇게 싼 가격에 왔으면 이만한 것은 예상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면박을 줬다. 관광지라고 가는 곳도 파인애플 농장 등 별로 흥미가 안 가는 곳이었다. 마지막 날 공항가는 버스 안에서도 가이드는 버스기사를 위해 기념품을 사달라고 종용했다. 안 사면 공항에 안 가겠다는 농담 섞인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선택관광이라는 것도 죄다 게이쇼 같은 것들이었죠. 조용한 해변을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어요. 그 이후로 동남아 여행은 한 번도 안 갔어요. 남들은 이제 안 그렇다는데 한 번의 경험이 무섭더군요.” 황비웅 김정은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62세 할머니의 바람을 잡아주오”

    “62세 할머니의 바람을 잡아주오”

    환갑 진갑 다 지난 할머니가 바람나자 40년을 함께 산 할아버지는 타이르고 애원하고 갖은 수단을 다 썼단다. 하지만 「소귀에 경읽기」더라는 것 - 참다못해 경찰에 고소장을 들고 왔는데…. 궁합도 잘맞던 원앙부부 슬하엔 아들넷이 주루룩 최덕겸(崔德兼)노인(가명·70·서울 영등포구 상도동)이 김덕남(金德男)노파(가명·62)와 『여보』사이가 된것은 만 39년전. 그러니까 최노인이 31세, 김노파가 23세때. 이보다 먼저 최노인은 18세때 자기보다 5세 아래인 정(鄭)모여인과 정식 결혼, 딸을 하나 얻었으나 아들을 낳지 못해 별거생활을 하고 있었던것. 김노파 역시 결혼은 일찍했으나 남편이 돈벌러간다고 일본으로 건너간뒤 소식이 끊어져 죽은것으로 단정해버리고 마땅한 자리가 나면 개가를 할 속셈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당시 최노인의 따분한 처지를 잘알고 있던 이웃집 노파가 어느날 최씨집에 들러 김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자 즉석에서 중매를 서줄것을 부탁받게 됐던 것. 며칠이 지나자 최씨와 김여인이 한자리에 앉게 되었고 한평생을 함께 할 약속이 쉽게 이뤄졌다. 그래서 김여인은 최씨집 안방에 들어앉게 되었다. 『그 사람이 젊을때부터 색을 좋아하기는 했읍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지 얼굴에 홍조까지 띠며 옛날얘기를 했다. 둘사이엔 용케 궁합이 맞았던지 바라던대로 사내아이만 넷을 얻었다. 지금은 다 자라 올해 32세된 큰아들은 서울에 살고 있고, 막내아들은 군에 복무중. 최노인은 원래 서울 토박이였으나 일제때 전남 장흥으로 피난갔다가 거기서 기반을 잡아 살게되었다. 영감님 중풍들자 찬바람 세든 40대 장년과 드디어 거기서 열심히 일한 보람으로 양복점과 양화점을 직접 경영하게 되었고, 새살림을 차린뒤에도 사업은 날로 번창해 생활은 넉넉했다고 한다. 또 나이도 비교적 젊은때라 그런대로 잠자리의 만족을 줄수 있었다는 것. 68년봄. 나이를 먹고보니 아들도 자라 가정도 가져야할 처지에 놓였고 자신도 고향으로 돌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로 가산을 정리해 서울 정릉으로 이사를 했다.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던 최노인에게 비극의 서장이 올려진것은 서울로 이사한 이듬해 여름. 어느날 비탈길을 걸어가다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뒤 다친 상처가 점점 악화되어 결국 중풍이 되었고,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못하는 불구가 되면서 부터. 그날로부터 몸이 말을 듣지않게 되었다. 찰떡같은 부부사이가 차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내는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부부간의 잠자리가 이루어 지지않게되니 있을법도 한 일이라고 이해를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날이 갈수록 바가지의 도는 더해 가기만했다. 생각다 못한 최노인은 『피차 늙은 몸이니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니겠소』하며 타이르고 분위기를 바꿔볼 생각으로 지난해 봄 공기도 맑고 조용한 상도동으로 이사를 했다는 것. 그러나 이것이 파탄의 결정적인 화근이 될줄이야. 집도 넓고 너무 적적한것 같아 아랫방에다 세를 주었다. 고물상을 한다는 김(金)모씨(42)가 들었다. 김씨는 15년전 결혼했다가 5년전 아내를 병으로 잃고 13세된 딸 하나와 사는 홀아비였다. 김씨가 최노인집에 들어온 뒤인 지난해 가을이었다. 하루는 최노인이 바람쐬러 밖에 나갔다가 밤11시쯤 들어왔더니 아내가 김씨방에서 황급히 옷자락을 여미며 나오더라는 것. 얼핏 보기에도 이상한 예감이 들었지만 『아들같은 사람에게 설마 그럴리가…』하는 생각으로 덮어두었다. 그런일이 있은 뒤 김노파는 거의 매일 저녁 김씨방으로 들어갔다. 어떤날은 아예 김씨방에서 자고 새벽에 돌아오기도했다. 어느날 아침 최노인은 피로한 안색을 한채 아침에야 방으로 돌아온 김노파에게 『어디에서 무엇하고 이제 돌아오는거냐?』고 다그쳐 물었다. 그러나 너무나 엉뚱한 대답-. “나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 찾아가는게 뭐가 나빠요” 『당신은 병든 몸이지만 김씨는 정력이 넘치는 사람이오. 나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 찾아가는 것이 잘못이오?』 최노인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최노인은 할 말조차 잃었다. 완전히 미쳐버렸구나 하는 생각이든 최노인은 그날부터 온갖 방법을 다 써가며 설득을 시키고 다시 마음을 돌릴것을 하소연했다는 것. 그러나 최씨의 간곡한 하소연도 쓸데 없는 말이었다. 김노파의 아랫방 출입은 날이갈수록 뜨거워져 가기만했다. 최노인은 마누라에게 만류를 해도 듣지 않자 비장한 각오를하고 타협점을 찾기로했다. 『초저녁엔 가지말고 새벽에 가서 일만 치르고 오던지 해달라』고 - 제의를 했다는 것. 김노파는 새벽에만 가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얼마가지않아 다시 초저녁부터 가고있다는 것이었다. 『막내며느리가 한집에 살았지요. 남편이 제대할때까지 우리들 뒷바라지 해주기로하고. 그렇지만 눈치를 챈 며느리마저 동네가 부끄럽다고 친정엘 가버렸읍니다』라며 최노인은 한숨을 짓는다. 『지금 생각하니 본처가 좋았읍니다. 말없고 얌전하고. 단지 그게 사내를 낳지못한것이 흠이었단 말입니다. 만약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처량하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아마 내가 벌을 받은 모양이지요』본처가 그리운 모양이다. <유창하(柳昌夏)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9월 19일호 제4권 37호 통권 제 154호]
  • 지자체, 참을 수 없는 피서 유혹

    지자체, 참을 수 없는 피서 유혹

    ‘푸른 바다가 부른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전국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다음달 일제히 개장한다. 전남 지역은 이달 초 개장했고 기름 피해를 입었던 충남 태안의 만리포해수욕장은 27일 문을 열었다. 금연해수욕장, 철조망 철거, 해변에서 베이징 올림픽 응원하기, 해수욕품 파격 할인 등 전국의 해수욕장은 저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자치단체들도 지구 온난화 등에 따라 올해는 바다를 찾는 피서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피서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 수영시간 30분 연장 부산지역 해운대·광안리·송도·다대포 등 4개 해수욕장은 다음달 1일, 송정·일광·임랑 등 3개 해수욕장이 새달 4일 개장한다. 부산시는 해수욕장의 입수 제한시간을 종전 오후 6시까지에서 오후 6시30분까지로 연장했다. 특히 해운대·광안리·송정·송도해수욕장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샤워시설, 탈의장 이동식 화장실 등을 대폭 늘렸다. 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에 수유실 겸 메이킹 룸과 인터넷 쉼터를 운영하고 광안리 해수욕장은 일광욕을 하는 ‘비치베드 존’을 조성하고 매주 토·일요일에는 해변도로를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 노천카페를 연다. 다음달 4일 개장하는 강원 동해안의 해수욕장은 군 철조망 철거 등 피서객을 맞이 준비를 마쳤다.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 등으로 올 여름 동해안 100개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지난해 2850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사상 최대인 3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50억원을 들여 6개 시·군의 11.6㎞에 달하는 군(軍)경계 철책을 철거해 피서객들이 바다에서 동해안 비경을 손쉽게 감상하도록 했다. ●속초 백사장에 전광판… 올림픽 응원 경포에서는 다음달 26일부터 15일 간 경포바다축제가 열리고 속초해수욕장에서는 백사장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시원한 바다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제주지역 해수욕장은 지난해보다 3일 빠른 28일 일제히 개장한다. 중문, 함덕 등 제주도 15개 해수욕장은 최근 수질검사에서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는 여름철 제주를 찾는 피서객들의 불만이 높았던 해수욕장 바가지 요금 추방을 위해 해수욕장 위탁운영자들과 협의, 피서용품 임대 가격을 최소 33%에서 100%까지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표선해수욕장은 파라솔 임대료를 종전 2만원에서 5000원으로 내리고 1인당 5000원을 받던 야영장 이용료도 폐지했다. 함덕해수욕장도 파라솔 임대료를 하루 3만원에서 2만원으로 내렸고 이호해수욕장은 올해 처음으로 금연해수욕장으로 운영된다. ●충남, 기름 피해 극복 행사 줄이어 충남 서해안 해수욕장들은 27일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을 시작으로 28일 대천해수욕장, 다음달 5일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무창포해수욕장이 문을 연다. 올 여름에 충남 해수욕장에서는 지난해 12월7일 발생한 기름사고 피해를 극복하려는 행사가 줄을 잇는다. 만리포·대천·춘장대 등 3개 해수욕장에서는 각각 개장일에 ‘자원봉사 감사 대축제’가 열린다. 다음달 12∼20일 대천해수욕장에서는 보령머드축제가 26일 몽산포해수욕장의 모래조각 경연대회,26∼27일 춘장대의 청소년가요제 등 해수욕장 이벤트도 풍성하다. 충남도는 기름피해가 회복추세에 있고 올해는 새로운 이벤트가 많아 예년에 비해 피서객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 고향 바다서 휴가보내기 운동 경북 동해안지역 해수욕장도 다음 달 10일 고래불·대진 등 영덕지역 7개 해수욕장 개장을 시작으로 15일까지 포항·경주·울진 등 4개 시·군 21개 지정 해수욕장이 개장된다. 포항시는 해수욕장 개장 기간동안 불빛축제와 칠포 재즈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전남지역 61개 해수욕장 중 규모가 큰 완도 명사십리·진도 가계해수욕장이 지난 2일 개장한 것을 비롯, 48개 해수욕장은 이미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영광 송이도, 해남 사구미, 함평 안악 해수욕장 등 나머지 13곳은 다음달 5일 개장할 예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향바다에서 휴가 보내기운동을 벌이는 등 자치단체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앞세워 피서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태안 자원봉사 수상작 선정

    행정안전부는 17일 태안 기름유출과 관련한 자원봉사 작품 공모 결과, 체험수기 부문에서 조호진씨의 ‘방글라데시 청년들의 태안 봉사활동’,UCC 부문에서 박병근씨의 ‘방재복을 입은 사람들’, 사진 부문에서 이미지씨의 ‘바가지 섬’을 각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4월10일부터 한달간 공모를 실시한 결과 체험수기 165편, 사진 139점,UCC 14점 등 모두 300여 작품이 응모했다.”면서 “이 가운데 체험수기 9편,UCC 3편, 사진 9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제주, 송객수수료 낮춰 관광비용↓

    제주도가 제주관광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송객수수료 인하 등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제주도와 제주관광협회는 최근 ‘제주관광산업 진흥 보고회’를 갖고 제주관광 비용 거품 빼기의 하나로 송객수수료 인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송객수수료는 사설 관광지나 식당, 특산품 판매장 등이 관광객들의 입장료나 식비, 상품 구입액의 일부를 여행사와 안내사, 운전기사 등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지불,‘바가지 제주관광’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와 관광협회는 7월까지 여행업, 관광가이드, 관광버스 운전기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송객수수료 등 관광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호객행위와 바가지 시비 등이 잦은 성읍민속마을의 상품판매방식과 송객수수료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는 조만간 관광협회·여행업·관광가이드, 전세버스업·관광지·기념품판매업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송객수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는 일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광 종사자들의 공감대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부터 전국 평균 요금보다 비싼 954개 관광업소를 대상으로 가격 인하 운동을 추진한 결과 지난 5월말 현재 73.8%인 704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숙박업소가 특급관광호텔 17곳, 휴양펜션 36곳, 농어촌민박 171곳 등 모두 252개 업체(68.4%)가 요금을 내렸고, 레저·스포츠 체험장 중에는 골프장 12곳, 승마장 20개소, 잠수함·유람선 8곳 등 50개 업체(67.6%)가 동참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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