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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때 펜션 하루 50만원…황금연휴 아닌 방콕연휴”

    “추석 때 펜션 하루 50만원…황금연휴 아닌 방콕연휴”

    “제주 숙박료·항공료 평소의 2배네요 바가지 분통… 가진 자들만 여행 가죠” 국내 관광지 폭리에 “그 돈이면 해외로” “정부 숙박 업소 규제해야 내수 활성화” 최장 10일간의 황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반 시민들의 표정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예약을 일찌감치 서두른 이들에게는 숨막히는 일상 속 ‘오아시스’로 다가오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뒤늦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겐 ‘고역’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추석 연휴가 때아닌 ‘극성수기’로 떠오르면서 물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포자’(여행 포기자)도 속출하고 있다.중소기업 신입사원인 유모(30)씨는 3박 4일간 부산으로 떠나보겠다는 생각으로 숙박을 알아보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운대 근처 한 고급 펜션의 하루 숙박료가 50만원이었던 것이다. 다른 3성급 호텔의 1박 숙박료도 40만원대가 예사였다. 유씨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100만원이 넘는 3박 숙박료를 지출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여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29)씨는 해외여행 비용이 비쌀까 봐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렸는데 오히려 국내 숙박비가 더 비싸다는 것을 알고선 여행을 떠날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제주의 숙박료와 항공료만 해도 평소의 2배에 달했다. 김씨는 “모처럼 긴 연휴지만 이렇게 바가지를 쓰면서까지 떠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여행이 가진자의 전유물이 돼 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에 다니는 하모(35)씨는 이번 추석 연휴 중 자신이 쉬는 날이 늦게 정해지는 바람에 분통을 터트렸다. 뒤늦게 국내 여행지를 물색했지만 항공권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고, 호텔 역시 대부분 만원이었다. 반면 대기업에 다니는 홍모(35)씨는 사정이 달랐다. 3박 4일간 제주로 떠날 계획을 세운 홍씨는 1박에 50만원이 넘는 5성급 호텔을 서슴없이 예약했다. 홍씨는 “모처럼 긴 연휴인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항공편이 있는지 숙소가 남았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 임원인 김모(62)씨는 평소보다 3배 비싼 극성수기 가격으로 3박 4일짜리 일본 오사카 패키지 여행을 예약했다. 직장인 최모(58)씨도 “국내 관광지의 폭리가 심하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해외여행이 낫겠다 싶어 괌행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정부는 국내 숙박 업소들이 협정 가격 이상으로 높은 요금을 받는 것에 대해 규제에 나서야 한다”면서 “그래야 해외여행객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게 돼 내수시장 활성화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편이 동이 나자 뱃길로라도 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선박안전기술공단 제주지부 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11일간 제주로 가는 8개 항로에 15만명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9만명과 비교해 66.7% 증가한 수치다. 가까운 일본으로 가는 국제여객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주요 6개 선사 여객선의 예약률은 현재 95%를 기록하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여행상품 가격을 최대치까지 높여 놓은 여행사들은 벌써 추석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연휴 기간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지 못한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 “이번 황금 연휴를 피하면 30~60% 할인된 가격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며 홍보전에 나섰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1시간 40분 술값 1700만원… 외국인 손님은 ‘봉’이었다

    1시간 40분 술값 1700만원… 외국인 손님은 ‘봉’이었다

    이태원 외국인 주점서 남성 피해의식박약 상태서 고액결제 수법 관광객 대상 유사수법 수사 확대만취한 외국인에게 술값으로 1700여만원의 바가지를 씌운 술집 주인과 종업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외국인 전용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42)씨 등 업주 3명과 종업원 5명을 준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7월 1일 새벽 만취한 미국인 L씨를 상대로 신용카드 결제를 유도해 6차례에 걸쳐 1704만 8400원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L씨가 일행 없이 혼자 온 손님이라는 점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종업원을 동원해 L씨에게 집중적으로 술을 먹였다. L씨는 술값으로 3회에 걸쳐 48만 8400원을 결제했다. L씨도 이때까지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종업원들이 술을 계속 권유하면서 L씨는 인사불성 상태가 됐다. 이때부터 이씨는 L씨의 신용카드를 사실상 빼돌려 결제를 시작했다. 1656만원이 3회에 나뉘어 결제됐다. L씨가 정신을 잃기 전 먹은 술값이 48만 8400원이라면, 약 34배에 이르는 바가지를 쓴 셈이다. L씨가 술집에 머무른 시간은 1시간 40분에 불과했다. 업무차 한국을 찾은 L씨는 남는 시간에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그러나 범행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두 달 뒤 카드 결제 대금을 확인하고서야 당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L씨는 한국 경찰 측에 이메일을 보내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에 해당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중이던 경찰이 L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화상통화로 미국에 있는 L씨를 조사했다. L씨는 “피해 당일 48만 8400원을 결제한 사실까지만 기억한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L씨는 첫 결제 이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이씨는 “L씨가 가게 문을 닫고 2차를 가자며 1만 달러(약 1134만원)를 결제했고, 그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함께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영어에 능숙해 만취한 L씨에게 거액을 결제하도록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독일인 N씨도 지난 1월 7일 이태원의 다른 주점에서 1시간 동안 5회에 걸쳐 790만원을 결제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N씨의 모발에서 졸피뎀 등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을 토대로 주점에서 피해자들의 술에 약물을 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日 올 외국인 2000만명 시대...한국인 41.7% 증가

     일본의 가파른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의 뒤에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올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 수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2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일본 관광청을 인용해 21일 전했다. 이 기간 국적별로는 중국이 488만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은 8.9% 였다. 올해 들어 466만명이 일본을 찾아 방문객 2위를 기록한 한국 관광객은 41.7%나 늘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대해 관광 전문가들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으로 갈 한국 관광객들의 상당수가 일본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고, 엔화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으며, 저비용 항공사(LCC)의 항공편이 크게 늘어난 것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거리의 근접성과 저렴한 항공료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크게 늘리는 요인이 됐다. LCC로 큐슈 지역 왕복 항공권이 10만원대 또는 7만~8만원대까지 있어 한국 국내 여행객들까지 일본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도 등 한국에서 여행하는 것보다 일본 여행이 더 싸고 만족도도 높았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 여행은 중국 등에 비해 안전하고 ‘바가지’가 적은 데다, 공공 인프라가 잘돼 있다는 방문객들의 반응이 많아 한 번 이상 찾는 개인 여행객 또는 가족 여행객들이 늘고 있는 것도 증가세의 이유다.  특히 아베 신조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흡수를 위해 도심 면세점을 개설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에 대한 소비세 8%의 환불제를 확대해 쇼핑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관광객 증가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일본 관광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의한 악영향도 우려했지만, 아직 뚜렷한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바가지 미용실’ 영업정지

    정부는 ‘미용실 바가지’를 근절하고자 파마와 염색 등 3가지 이상의 이·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손님에게 최종 비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해당 업소를 영업정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15일 개정·공포하고 오는 11월 16일부터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의 한 미용업소에서 장애인에게 50만원의 서비스료를 청구하면서 미용업소 바가지요금에 대한 공분이 일자 근절 방안을 고민해왔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미용업소를 운영한 안모(여·50)씨는 피해자들이 요금을 물어보면 “비싸지 않다”고 둘러댄 뒤 미용을 마치고 나면 20만~50만원을 청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미용실 주인이 염색, 파마, 커트 등 3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개별 서비스의 최종 지급 가격과 전체 서비스의 총액 내용을 적어 이용자에게 미리 보여줘야 한다. 명세서를 미리 제공하지 않으면 1차 위반에 경고, 2차 영업정지 5일, 3차 영업정지 10일, 4차 이상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다만 서비스 항목이 2가지 이하일 때는 명세서 제공이 의무는 아니다. 이를테면, 이용업소에서 남성이 커트와 염색을 할 경우 의무 제공대상이 아니지만, 미용실에서 염색과 퍼머, 커트를 할 경우 의무적으로 최종 지급 가격을 명세서로 미리 제공해야 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미용실 ‘바가지요금’ 근절되나…11월부터 요금 미리 고지

    미용실 ‘바가지요금’ 근절되나…11월부터 요금 미리 고지

    11월부터 손님에게 최종 지급요금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미용실은 최대 한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15일 개정·공포하고 11월 16일부터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용·미용 업자가 염색, 파마, 커트 등 3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개별서비스의 최종지불가격과 전체 서비스의 총액내용을 적어 이용자에게 미리 보여줘야 한다. 명세서를 미리 제공하지 않으면 1차 위반에 경고, 2차 영업정지 5일, 3차 영업정지 10일, 4차 이상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다만 서비스 항목이 2가지 이하일 때는 내역서 제공이 의무는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 청주의 한 미용업소에서 장애인에게 50만원의 서비스료를 청구하면서 미용업소 바가지요금에 대한 공분이 일자 근절 방안을 고민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디즈니, 허리케인 이재민에게 ‘바가지 요금’ 논란

    디즈니, 허리케인 이재민에게 ‘바가지 요금’ 논란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는 유원지 월트 디즈니 월드가 뭇매를 맞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더스트리트 닷컴은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브룩 출신의 한 여성이 올린 사진을 인용해, 디즈니의 복합단지내 리조트(Art of Animation resort)가 허리케인 어마로 갇힌 사람들에게 비싼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제니퍼 브룬스는 “작은 물병 하나가 2달러(약 2260원), 과일주스 하나가 2.69달러(약 3039원), 햄버거는 무려 15달러(약 1만 6900원)에 달한다. 완전히 끔찍하다!”며 월트 디즈니 월드의 ‘바가지 요금’을 비난했다. 그녀는 “현재 외부에서는 다른 이재민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하고 실천하고 있는데, 디즈니는 어마로 인해 피신온 사람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있다. 치졸하다”면서 “지금은 기업이 이윤을 더 중시할 게 아니라 연민과 선의의 자세를 보여야할 때다”라고도 덧붙였다. 디즈니 테마파크는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어마 상륙 예보에 따라 9일 문을 닫았고, 복합단지 내 호텔로 대피한 손님들을 받으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반면 일부 방문객들은 “폭풍이 들이닥친 중에 겪은 직원들의 서비스에 만족한다. 감동 받았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원지 원트 디즈니 월드의 대변인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허리케인으로 들이닥친 사람들을 보살피던 열성적인 직원 한 명이 촉박한 시간내에 가격 책정 문서를 만들다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이번 잘못은 단발적이다. 실제로 우리는 할인된 가격에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사설] 졸속 수능개편 유예… 절대평가 집착 말고 재논의를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어제 최종 결정했다. 수능 절대평가가 핵심인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반대 여론에 백기를 든 셈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유예 배경을 밝혔다. 수능 4개 과목 또는 전 과목 절대평가를 상정했던 이번 개편안은 일단 ‘없던 일’이 됐다. 졸속 개편을 강행하지 않은 것은 어쨌거나 다행이다. 정부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내년 8월 수능 개편안을 다시 내놓기로 했다. 현재 중 2학년생부터 적용될 내년 개편안에는 고교 학점제, 성취평가제 등 고교 교육 정상화 방안도 함께 묶어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로써 중 3교실은 당장 직격탄은 피했다. 갑작스런 절대평가의 확대로 가뜩이나 복잡해진 대학 입시가 얼마나 더 혼란스러울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했을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1, 2점에 매달리는 무한경쟁 방식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런 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선의의 목표에 과정의 불합리와 불평등이 심화될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수능 절대평가로 변별력을 잃으면 교과 내신성적 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해진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반영 비율 역시 비례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비교과 활동으로 개인 스펙을 쌓아 ‘장식’한 학생부가 입시의 관건이 된다면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이 곧 학생의 능력이 된다. 확대일로인 학종 전형이 가뜩이나 금수저 전형으로 지탄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모른 척하며 이상만 좇는 공약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여론의 저항은 갈수록 커졌을 것이다. 정부는 1년 시간을 벌었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입시안을 또 들고나왔다가는 중 2 교실로 폭탄 돌리기만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미 학교 현장의 혼돈은 심각하다. 중 3은 고교 교과 과정과 수능 과목이 엇갈려 학습 부담이 더 늘었고, 중 2는 하루아침에 어떻게 개편될지 모르는 오리무중 입시의 날벼락을 맞았다. 내지르기 정책에 왜 어린 학생들이 혼란을 바가지로 뒤집어써야 하는지 딱할 뿐이다. 이왕에 다시 시작하는 논의에서는 절대평가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개편 논란에서는 불공정 학종 전형을 축소하고 차라리 정시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참았던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교육 현장의 실제 온도가 어떤지는 교육부가 더 잘 알게 됐을 것이다.
  • “‘82년생 김지영’이 제기한 문제, 정치가 바꿔야”

    “‘82년생 김지영’이 제기한 문제, 정치가 바꿔야”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좋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쓴 책도 아닌데 대통령께 책을 선물하며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세요’라고 썼던 것도 그래서죠. 책이 문제 제기를 한다면 바꾸는 건 정치입니다. 정치인들은 법이나 정치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뽑힌 사람들이니까요.”(노회찬 의원)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 단순한 베스트셀러가 아닌 ‘시대의 현상’이 된 데는 정치권에서 주목해 입소문이 퍼진 것이 큰 화력이 됐다. 특히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공(?)이 컸다. 그는 지난 2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해 읽어야 할 세 권의 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은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을 선물했다. 출간 직후에 주로 주목받는 여느 책과 달리 지난해 10월 출간 이후 순위를 역주행하며 30일 현재까지 27만부가 팔린 밑거름이 됐다.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한민국에서 사는 평범한 여성들이 겪은 미세하지만 끔찍한 차별과 억압, 모욕을 치밀하게 서술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더 인간다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책을 추천한 노 원내대표와 조 작가가 지난 29일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2017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에서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모두가 다 아는 현실이었지만 그게 총체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하니 책을 읽고 충격적이었다”는 노 원내대표의 말에 조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책 속 상황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고 현실이라면 너무나 끔찍한 설정이죠. 책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기 위해선 세상의 절반이 이런 현실에 속해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에서 남자라는 게 여전히 최고의 스펙으로 여겨지는 관습, 제도, 문화가 있죠. 그걸 깨기 위해선 더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봤으면 해요.”(조남주) 노 원내대표는 시대의 문제의식과 책의 메시지가 잘 맞아떨어진 게 독자들의 호응이 컸던 이유라고 짚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결국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인데요, 차이를 가장 억압적으로 야만적으로 다루는 것이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책 안에는 말도 안 되는 차별의 예들이 굉장히 많죠. 그것에 둔감해지는 완강한 질서가 우리 사회에 많고요. 이를 해소하려는 문제의식들이 어느 때보다 싹트는 시점이라 이 소설 한 권이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 책을 30만명 가까이 읽었다는 게 우리 사회의 성과가 아닐까요. 마중물 한 바가지가 땅속 지하수가 나오도록 돕듯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사회를 바꾸는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씨줄날줄] 비단 수의, 삼베 수의/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비단 수의, 삼베 수의/최광숙 논설위원

    2011년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씨가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은 시어머니의 장례식이 계기가 됐다. 당시 종교가 없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장의사를 불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흥정을 해야 했다고 한다. 효도를 핑계 삼아 관, 수의 등에 바가지를 노골적으로 씌운 후 노잣돈까지 찔러 넣게 하고 챙기는 행태에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단다. 그는 “내가 시어머님께 해드린 것 같은 대접을 받고 싶지 않아서 가톨릭 신자가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문단의 원로 작가 한말숙씨는 2003년 한 문인 잡지에 가상 유언장을 써 화제가 됐다. 그는 유언장에서 ‘수의는 엄마가 준비해 둔 것으로 입혀라. 만일 준비를 못 했으면 연옥색 나이트가운(100% 면), 흰 레이스가 달린 캡, 손과 발도 같은 레이스를 써라’라고 적었다. 우리는 삼베로 된 수의를 최고로 친다. 그러나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그렇다 보니 상주가 되면 삼베 수의와 가격 부담이 덜한 무명 수의 등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원래 삼베는 죄인이 입는 옷의 옷감이라고 한다. 신라 마의태자가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가누지 못하고 당시 서민들이 즐겨 입는 삼베옷을 입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이후 죄인이나 부모 잃은 죄인의 심정으로 상주들이 삼베 옷을 입게 됐다. 반면에 수의는 비단과 명주 등으로 짓는 것을 효로 여겼다. 가난한 이들이 삼베 수의를 쓰긴 했어도 “오죽하면 삼베를 쓰겠나”라고 할 정도 삼베 수의를 멀리했다. 고인은 귀한 비단 옷을 입고, 상주는 거친 삼베옷을 입는 전통 장례 문화가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삼베 수의는 조선총독부가 ‘의례준칙’에 담아 공포하면서 확산됐다. 그는 삼베 수의로 조선인들의 정신을 격하시키고 비단 등의 잉여 물자를 수탈하려고 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즉 삼베 수의는 일제의 잔재라는 것이다. 최근 최고급 수의 재료인 안동포가 올해 음력 윤 5월(6월 24~7월 22일) 덕분에 최근까지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3억 5000여만원어치나 팔렸다고 한다.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부모가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들은 땅속에 묻히는 것을 ‘땅으로 시집가는 날’이라며 혼례 때 입은 원삼을 보관했다가 수의로 입기도 했다. ‘생전에 입던 옷 가운데 가장 좋은 옷’이나 ‘가장 좋아하는 옷’을 마지막 가는 길에 입으면 좋지 않을까. 삼베 수의가 일제의 잔재라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 트럼프 때늦은 비난… “인종주의는 惡”

    켄터키주 남부군 장군 동상 철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공개 비판했다. 지난 12일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시위를 제대로 비난하지 않은 것을 놓고 악화된 여론을 감안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름휴가를 일시 중단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종주의는 악이며 미국인으로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폭력을 야기하는 이들은 혐오스러운 범죄자”라고 밝혔다. 이어 “인종차별은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만 해도 제약회사인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대통령 직속 자문단에서 탈퇴하자 트위터에 “바가지 약값을 낮출 시간이 더 많아졌겠다”며 비아냥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는 샬러츠빌 폭력 사태의 책임이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있다고 지목하지 않은 채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을 규탄한다”고 책임을 ‘여러 편’에 돌렸다. 네오나치즘 신봉 사이트 ‘데일리 스토머’ 창설자인 앤드루 앵글린은 이에 대해 “대통령은 양쪽에서 모두 증오가 있다고 했고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악관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을 묵인했다가 파문이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자 뒤늦게 이를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을 주저한 이유는 자신의 지지 기반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이고 자신도 인종주의자의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백인우월주의를 전파하는 대표적 극우 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 운영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 기반을 흔들 수 있으니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넌의 해임을 건의해 배넌이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늦은 성명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CEO와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는 프레이저에 이어 대통령 직속 자문단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뉴욕시의 자택 ‘트럼프 타워’를 방문하자 수백명의 시민이 “인종주의자 트럼프 물러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의 인종주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군이던 존 헌트 모건 동상 등 남부연합 기념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노예제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식돼 왔다. 샬러츠빌 폭력 시위도 남부군의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하자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반발해 벌어졌듯이 다른 유혈사태가 이어질 우려가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11억 뒷돈 받고 술자리 욕설… 갑질 의사 100명

    술값 대납·골프장 부킹도 요구… 업체는 제품값 바가지 씌워 충당 의료보조기 판매업체에게 환자들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상상을 초월하는 향응과 접대, 금품을 상습적으로 받고 욕설과 폭언 등 온갖 갑질을 해온 정형외과 의사 10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있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0일 의료보조기 판매업체 H사 대표 문모(42) 씨를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문씨에게서 리베이트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부산·경남지역 15개 병원 정형외과 의사 2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72명을 기관통보했다. 적발된 의사 수가 너무 많아 1000만원 미만 리베이트 수수자 72명은 사법처리 없이 기관통보 조치를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문씨는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산의 대학병원 3곳을 포함해 부산 경남 37곳 병원 정형외과 의사 100명에게 의료보조기가 필요한 환자 수천명을 소개받고 리베이트 명목 등으로 총 11억3700여만원을 준 혐의다. 이 의사들은 의족, 척추보조기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 H사 직원을 병원으로 불러 보조기를 팔 수 있게 해주고 판매금액의 20∼30%를 월별 또는 분기별로 받아 챙겼다. 업체에서는 봉투에 현금과 함께 판매한 제품 및 개수 등 리스트를 동봉해 의사들이 리베이트 액수를 확인하도록 했다. H사는 시중보다 20∼30% 비싸게 제품 가격을 책정, 환자들에게 판매하며 폭리를 취했다. 리베이트를 맞추기 위해 28만원짜리 척추보조기를 40만원에 파는 등 환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 부산 A병원 의사 남모(50) 씨는 5년여간 9500여만원을 챙겼고 공소시효(2011년 2월) 이전에도 뒷돈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H사는 또 지난해 10월 경남에 개원한 40대 의사에게 환자를 소개해달라며 5000만원을 줬고 환자를 많이 소개해주는 의사들에게는 한우세트 등을 명절 선물로 줬다. 의사들은 리베이트 외에 H사에 학회비와 간식비 지원, 술값·밥값 대납, 골프장 부킹 등을 요구했고 모 대학병원 의사 2명은 성접대까지 받았다. 일부 의사는 술자리에서 나이 많은 업체 직원에게 반말하거나 욕설하는 등 하인 다루 듯이 했다. 이들 의사들은 경찰이 수사를 벌이자 ‘X레이 콘퍼런스 회의’를 개최하는 것처럼 꾸며 증거인멸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H사 대표에게 관련 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리베이트 금액이 큰 의사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서동철 칼럼] 문화재청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

    [서동철 칼럼] 문화재청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

    고백하건대, 필자의 어린 시절 앨범에는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싼 장면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있다. 네댓 살 무렵이다. 동구릉을 이루는 무덤 가운데 하나였던 듯한데, 봉분 앞 석마(石馬)에 올라앉은 모습을 찍은 것이다. 50년도 더 된 1960년대 중반이다. 변명이지만 그 시절엔 그랬다. 왕릉에 소풍을 가면 당연히 무덤에 올라가는 것으로 알았고, 문·무인석(文·武人石)은 어른들의, 석마를 비롯한 석호(石虎)와 석양(石羊)은 아이들의 기념 촬영 파트너였다. 이제는 빛바랜 이 사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은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경주 첨성대에 올라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그동안 세월이 반세기가 흘렀고,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는데 아직도 저러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는 문화유산 보호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그렇게 소리 높여 외쳐도 듣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듣지 못한다는 것을 이 사건은 증명했으니 얼마나 허탈할까 싶기도 했다. 첨성대 사건 이후 언론과 관련 시민단체는 문화재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인력 배치와 CCTV 설치에는 당연히 비용이 필요하다. 그 필요성은 언론이나 관련 시민단체보다 문화재청이 더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계획하는 문화재 보호 예산안은 해마다 국회에 넘겨지기도 전 기획재정부에서 잘려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문화재청보다 문화유산을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멀찌감치 밀쳐 두고 있는 정부의 인식 자체를 비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첨성대처럼 야외에 노출된 문화유산이라면 관리인을 두어 24시간 감시하고, CCTV도 사각지대 없이 설치하는 게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익근무요원이야말로 이런 데 배치해야 그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국방부는 문화재청에 말도 못 꺼내게 한다. 첨성대 사건은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대법원은 당시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가 불을 지른 사람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이 내년이면 다시 세상에 나온다는 뜻이다. 죗값을 치르고 있는 사람에게 못할 말일 수도 있겠지만, 숭례문을 비롯한 목조 문화유산은 다시 불안해질지도 모른다. 그는 2006년 창경궁에 불을 지른 죄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동안 더 큰 일을 저질렀다. 숭례문은 복원됐고, 경비도 강화됐다. 하지만 우리 속담처럼 열 사람이 한 사람의 도둑을 막지 못하는 법이다. 그렇다고 문화유산마다 국제공항 수준으로 보안검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재보호법 처벌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방화범도 교도소에서 삶을 마감해야 하는 처벌 기준이 있었다면 애초에 마음을 달리 먹었을지도 모른다. 첨성대 사건도 강력한 처벌 법규가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지만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중요한 수단의 하나라는 것도 분명하다. 공소시효 없는 강력한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됐을 때 필자도 ‘왕릉 석마에 올라탄 죄’의 값을 치를 용의가 있다. 문화유산 보호는 정부 전체가 문화재청의 조력자가 되어도 될까 말까 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은 청 단위 작은 조직에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기는커녕 온갖 궂은일만 떠넘겨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실상이다. 숭례문이나 첨성대처럼 눈에 보이는 문화재 파괴와 훼손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역사적 가치가 너무나도 뚜렷한 땅속 유적이 보존 비용이 없어 사라지는 사례는 오늘도 줄을 잇는다. 엊그제 문화재청장이 새로 임명됐다. 새 청장이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부도 문화유산 보호 정책에 대한 대접을 지금까지와는 달리해야 한다. 그렇게 문화유산 보호의 틀을 비로소 정립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기 바란다.
  • 여전히 열악한 사육 환경…케어가 공개한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근황

    여전히 열악한 사육 환경…케어가 공개한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근황

    비좁은 사육장과 열악한 환경으로 일종의 정신질환까지 보였던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통키는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동물권 단체 케어는 27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의 근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에버랜드는 2015년 통키의 열악한 사육 환경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당시 에버랜드는 사육장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행동풍부화 훈련을 실시하는 등 시설의 일부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통키의 사육 환경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 통키는 폭염 속에서도 우리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 통키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곳 역시 보이지 않았다. 바가지에 물 조금이 전부였다. 케어 측은 “통키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30~34도 더위 속에서 물 한 방울 없이 철저히 숨겨져 있었다”고 지적하며, 28일 한강 여의나루 시민공원 선착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내용을 폭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영상=케어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사설]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민자고속도로 고리 이자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비싼 이유가 드러났다. 대주주들의 ‘셀프 고리(高利) 장사’가 주범 중 하나라고 한다. 민간 사업자들이 고속도로 건설 사업비를 다름 아닌 자신으로부터 빌리고, 최고 48%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리 이자를 받는 잇속을 챙겨 왔다. 그동안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도 여태껏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제 그 원인을 찾았으니 운전자들을 봉으로 아는 민자고속도로사업 전반에 대해 손을 봐야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는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재정고속도로보다 평균 2배 비싸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정부가 운영하는 남부 구간보다 민자로 운영하는 북부 구간이 2.6배나 비싸다. 아무리 비싸도 이용자들은 먼 길을 돌아가지 않는 한 울며 겨자 먹기로 식으로 비싼 요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출자자는 국민연금공단(86%) 등이다. 놀라운 것은 연금공단이 건설비 1조 2000여억원을 자신으로부터 연 7.2~48%로 나눠 빌리고, 받아 챙긴 이자만 8168억원이다. 연금공단이 대주주이자 채권자인 셀프 차입 구조를 띠는 희한한 재무구조이다 보니 가능한 일이다. 연 48%라면 악덕 고리대금업자도 울고 갈 수준의 높은 이자다. 연금공단은 대구부산고속도로 등도 지분을 갖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1조 9600억원의 이자수익을 챙겼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돈놀이도 있나 싶을 정도다. 그 이자는 결국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통행료 바가지를 씌워서 갚은 것이니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환위기 직후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민자도로의 사업자들에게 과도하게 이익을 안겨 주는 구조를 만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더이상 이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운영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기재부는 지체 말고 민자사업 자금 조달 방식을 손질하라. 그러지 않으면 통행료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그제 포천 시민들이 구리~포천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를 주장하며 10만명 서명 운동에 돌입했겠는가. 통행료를 낮추기 위해 우선 대출금리가 싼 시중은행으로 갈아타라. 사업계약 기간을 연장하거나 사업자 변경을 통한 통행료 인하 추진도 필요하다.
  • 어린이집 방학 맞춰, 동료 휴가 피해… 맞벌이 엄마 아빠 ‘7말8초 눈치작전’

    “부서 내 2명 동시에 못 가 비슷한 처지 동료끼리 눈치” 중소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이모(34)씨는 여름휴가 문제를 놓고 최근 직장 동료와 실랑이를 벌였다. 이씨는 팀장에게 “이번 달 31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쓰겠다”고 보고했다. 여행과 관련한 예약도 모두 마쳤다. 그런데 동료 직원이 뒤늦게 같은 기간에 휴가를 가겠다고 나섰다. 팀원 두 명이 동시에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한 명은 반드시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씨가 네 살배기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의 방학 기간이어서 휴가를 옮길 수 없다고 했더니 동료 직원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이씨는 “결국 늦게 말한 동료가 휴가를 늦추기로 해 정리가 됐지만 휴가 때마다 ‘쟁탈전’을 벌이는 게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빠’(엄마·아빠의 줄임말)들에게 ‘여름휴가’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 주고 있다. 성수기인 ‘7월 말 8월 초’에 맞춰 어린이집이 방학에 돌입하는 데다 피서지마다 바가지요금이 극성이다. 또 극심한 정체에 휴가가 악몽이 되기도 한다. 또 가족과 함께 해외로 한번 떠나려니 비용이 만만찮고 아이를 부모에게 맡기고 떠나자니 ‘못난 자식’ 같아 망설여진다. 직장 내 돌발상황도 변수다. 직장 상사와 휴가가 겹쳐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하거나 업무 때문에 휴가를 미뤄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41) 차장은 “어린이집 방학에 맞춰 가족 여행을 해외로 다녀오려고 6개월 전부터 계획했는데 ‘당분간 비상 대기하라’는 공지가 내려와 급히 취소했다”고 털어놨다.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는 한판 ‘육아 전쟁’이 벌어진다. 다섯 살 쌍둥이 딸의 아빠 강모(33)씨는 “은행에 다니는 아내가 지난해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올해는 연차를 하나도 못 받았다”면서 “이번 어린이집 방학 때는 혼자서 아이 둘을 돌봐야 할 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현행법상 어린이집은 천재지변, 감염병 발생 등 특수 상황이 아니면 휴원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방학이 허용되지 않지만 학부모 동의가 있으면 최소 인력으로 운영할 수는 있다. 어린이집도 방학 기간 당번 교사가 나오기 때문에 아이를 보내도 된다고 공지는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어린이집 교사들도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기간에 아이를 차마 보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김모(35)씨는 “어린이집에서 방학 한 달 전에 보내는 동의서는 사실상 아이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모는 어린이집 방학 때 아이를 도우미에게 맡기고 휴가를 아예 9월이나 10월에 가기도 한다. 도우미 비용을 내더라도 비성수기를 노리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이들은 ‘프캉스’(프리와 바캉스의 합성어)족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올해 추석 전후로 최장 10일간의 ‘황금연휴’가 형성돼 ‘사면초가’에 빠진 엄빠들도 생겼다. 7~8월 극성수기 뒤에 또 다른 극성수기가 나타난 것이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10월 초 항공권은 올해 초에 동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소비자 물 먹인’ 물 건너온 생수… 수입가보다 22.5배

    ‘소비자 물 먹인’ 물 건너온 생수… 수입가보다 22.5배

    맥주 6.5배·마요네즈는 4배 비싸져 국내산 대비 수입산 가격 3배 높아생수 등 주요 수입가공식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세관을 통과한 수입가격보다 최대 6배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주요 소비생활 수입가공식품 6개 품목군(18개 품목)의 판매가격을 조사해 14일 발표했다. 수입산의 ‘통관 후 수입가격’ 대비 ‘판매가격’은 최대 6.6배 차이가 났다. 예컨대 수입 생수는 통관 후 수입가격이 100㎖에 86원이었지만 국내 판매가는 563원이나 됐다. 원산지별로 보면 국내 판매가격이 통관 후 수입가격보다 22.5배나 비싼 수입 생수도 있었다. 아무리 관세나 수입인지 등 부대 비용이 붙는다고 해도 ‘바가지’란 비난이 나올 만하다. 맥주도 6.5배 차이가 났으며 소스(마요네즈) 4.0배, 소스(케첩) 3.2배, 주스 2.0배 순서였다. 소비자원은 같은 종류의 국내산 식품과도 비교조사했다. 그 결과 수입산 식품이 동종(同種) 국내산보다 1.2~3.0배 비쌌다. 국내산 대비 수입산 가격이 가장 비싼 품목군도 역시 생수로 약 3.0배 높았다. 특히 일반 수입 생수는 국내산보다 7.5배나 비쌌다. 수입 탄산수는 2.8배였다. 수입 아이스크림(바)도 6.0배 비쌌다. 국내산보다 저렴한 수입산 식품도 있긴 했다. 초코칩 쿠키는 수입산이 국내산의 0.7배, 파스타소스(크림)는 0.9배로 더 쌌다. 가격 비교조사는 국내 백화점 3곳, 대형마트 6곳(온·오프라인 각 3곳)에서 올 3월부터 5월까지 총 4회 이뤄졌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차유람, 아빠 이지성 닮은 딸과 모녀샷 ‘깜찍 바가지머리’

    차유람, 아빠 이지성 닮은 딸과 모녀샷 ‘깜찍 바가지머리’

    차유람이 공개한 딸 한나양의 사진이 재조명됐다. 차유람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먹을 때 너무 예뻐 #사랑해사랑해사랑해”라는 글과 함께 딸 한나양과 함께 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컵에 든 음료수를 마시는 한나 양의 모습과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 차유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두 사람의 닮은 외모가 미소를 자아낸다. 한편, 차유람과 이지성 부부는 최근 방송된 ‘휴먼 다큐-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불타는 청춘’ 임성은, 방부제 미모+솔직 매력 “갔다 왔다”

    ‘불타는 청춘’ 임성은, 방부제 미모+솔직 매력 “갔다 왔다”

    영턱스클럽 임성은이 ‘불타는 청춘’에 첫 등장했다. 4일 방송된 SBS ‘불타는 청춘’에서 임성은은 변하지 않은 동안 미모와 함께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그는 “나 너무 주책바가지로 나오는 거 아닌가?”라고 걱정하면서도 구본승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캉스라고 행복해했다. 김국진은 “영턱스클럽하기 전에 투투했잖아”라고 말했고 임성은은 ‘바람난 여자’ 춤을 즉석에서 춰 보이며 여전한 실력을 자랑했다. 김국진은 “황혜영과 신경전이 대단했다”고 말했고 임성은은 “다 기억하신다”고 놀라워했다. 박재홍, 최성국 등은 당시 나이트, 길보드 차트 등을 언급하며 임성은을 반겼다. 특히 임성은은 류태준의 결혼 질문에 쿨하게 “갔다 왔다. 작년에 이혼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근황에 대해서는 “보라카이에서 사업 중이며 직원만 80명”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성은은 1990년대 그룹 영턱스클럽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6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뒤 6살 연하의 남편 송 씨를 만나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신혼집을 차렸다. 이후 보라카이에서 대형 스파 시설은 운영하며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캠핑장 갖춘 도심 주변 피서지 ‘눈길’

    캠핑장 갖춘 도심 주변 피서지 ‘눈길’

    기다리던 휴가의 계절이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산으로 바다로 떠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지만 교통체증에 피서 인파, 바가지 상혼이 벌써 걱정된다. 그러나 도심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걱정을 날릴 피서지가 곳곳에 있다. 경기 남부의 경우 안양 병목안공원, 의왕 바라산자연휴양림, 군포 초막골생태공원의 캠핑장이 대표적이다.2일 안양시에 따르면 수리산(해발 489m) 자락 병목안캠핑장은 시민공원이 인접해 공원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호리병 모양을 닮은 시민공원은 채석장 절개면에 조성됐다. 인공폭포, 사계절정원 등을 갖춘 안양의 숨겨진 명소다. 높이 65m, 폭이 95m에 이르는 인공폭포는 절벽을 따라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캠핑뿐만 아니라 공원의 사계절정원과 수리산 자연 학습장에 만발한 각종 식물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수암천을 사이에 두고 3곳 캠핑장에 데크 50동을 갖췄다. 취사장, 샤워실, 화장실 등 모든 편의시설을 갖춰 어린 자녀를 동반한 캠핑족에게 편리하다. 매달 5일부터 3일간 다음달 예약을 받는다. 요금은 데크 1곳당 1만 5000~2만원 정도다. 바라산(428m) 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주변에 자연경관이 빼어난 청계산과 백운호수 등이 있다. 도심에서 가까운 가볼 만한 자연휴양림 5곳 중 하나로 경기도가 선정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50개 데크가 있는 캠핑장은 4.2㎞의 산책로, 등산로가 연결돼 있다. 도심 속 생태문화공간인 초막골생태공원 캠핑장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맹꽁이습지원, 옹기원 등 생태환경, 역사유적과 마주한다. 52면의 데크가 있다. 침실과 거실, 부엌 등 모든 시설을 갖춰 호화롭게 캠핑할 수 있는 글램핑 16곳이 인기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세계에서 군함이 가장 비싼 나라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세계에서 군함이 가장 비싼 나라

    최근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Adelaide)에 있는 호주 국영 방산업체 ‘호주잠수함공사(ASC·Australian Submarine Corporation)’ 조선소에서 호주 해군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호바트(HMAS Hobart)함의 인수식이 거행됐다. 6300톤급의 ‘미니 이지스함’인 이 구축함은 비록 미국 등 강대국의 이지스 구축함보다 덩치는 작지만, 나름대로 호주 해군이 10여 년간 야심차게 추진해 온 차세대 방공 구축함 사업의 결실이었고, 호주 해군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군함이었다. 그러나 이 구축함의 인수 소식을 접한 호주 국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크기는 ‘미니’, 가격은 ‘더블’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자국 안보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미치는 나라가 거의 없는 나라다. 한동안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인도네시아와는 관계가 점차 개선되고 있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뉴질랜드와는 대단히 밀접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듯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없는 호주가 이지스함을 포함한 고가의 무기체계들을 사들이며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이다. 호주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자국 안보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공군력 현대화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호바트급 이지스 구축함 획득 사업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 구형함 위주로 구성된 호주해군 함대는 중국의 신형 미사일이나 항공기 공격에 취약했고,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함대를 지키기 위한 전투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호주는 지난 2005년 공개 입찰을 시작했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두 곳이었다. 하나는 미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을 약간 변경한 디자인을 제시한 미국의 깁스 앤 콕스(Gibbs & Cox)였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 해군의 F100급 디자인을 제시한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였다. 미국의 제안은 알레이버크급의 설계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만재배수량 8100톤짜리 대형 구축함이었고, 스페인의 제안은 이보다 훨씬 작은 6000톤급 호위함에 이지스 레이더와 전투체계를 얹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미니 이지스함’ 개념이었다. 전체적인 성능을 놓고 보자면 미국 업체가 제시한 설계안이 압도적으로 우수했다. 대형 선체에 64기에 달하는 미사일 수직발사관, 대구경 함포, 2개의 근접방어기관포(CIWS) 등 호주 해군이 주력 전투함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는 성능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1척에 1조 원에 가까운 가격이었다. 스페인이 제시한 설계안은 6000톤이 조금 넘는 선체에 이지스 레이더와 전투체계를 탑재하되, 미사일 발사관과 유도장치, 무장 등이 일부 축소된 디자인이었다. 종합적인 전투 능력에서는 미국이 제시한 설계안보다 떨어졌지만, 1척에 6000억 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호주 해군이 마련한 예산 수준을 맞출 수 있었다. 호주 국방부는 수년 간의 검토 끝에 스페인 설계안을 채택하고, 2010년부터 F100급 구축함을 바탕으로 개발한 호바트급 구축함 건조 작업에 착수했다. 이 구축함의 건조는 호주 국내에 있는 조선소들이 맡았다. 멜버른(Melbourne)에 있는 영국계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 조선소를 비롯해 애들레이드(Adelaide)의 호주 국영 방산업체 ASC, 뉴캐슬의 민간업체 포르각스(Forgacs) 조선소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 거대한 선체를 모듈로 나눠 각각의 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애들레이드에서 최종 조립해 배를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착공식에 참석한 그레그 컴벳(Greg Combet) 당시 호주 국방·물자 및 과학부장관은 “호바트급 이지스함 건조 사업으로 3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으며, 200여 명의 견습생들이 첨단 함정 건조 경력을 쌓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기대가 국민적 분노로 바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각 조선소에서 제작된 블록을 최종 조립을 위해 ASC 조선소로 옮겼으나, 막상 조립을 하려고 하니 각 블록들의 규격이 맞지 않아서 조립 자체가 불가능한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미 만들어진 각 블록은 전부 해체되고 처음부터 다시 블록을 제작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비용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 황당한 사건의 조사를 맡은 호주국가감사국(ANAO·Australian National Audit Office)은 사건의 원인을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스페인 측이 제공한 설계도면 자체에 오류와 결함이 많았고, 지금까지 이러한 첨단 함정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호주 국내 조선소들은 자신들에게 제공된 설계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도면대로 블록을 제작했던 것도 문제의 원인이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각각의 블록은 완전히 서로 다른 규격으로 제작됐다. 호바트급 구축함 건조 사업은 각 지역 조선소에 일감을 나눠주기 위해 블록 조립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어떤 조선소는 길이 단위로 인치법을, 어떤 조선소는 미터법을 사용했고, 서로 사용한 길이 규격이 다르다보니 각 블록의 크기와 접합부가 전혀 맞지 않았다. 선체 블록을 도크에서 대강 맞춰 보니 배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용골 부분이 불쑥 튀어나오는 등 도저히 조립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기획·설계 단계의 문제에 더해 호주 조선소의 저조한 생산성도 비용 상승에 한몫했다. 이 구축함 건조 사업의 주계약자였던 호주잠수함공사(ASC)는 국영기업이었지만 강성노조가 장악해 모든 군함의 도입 가격을 기획단계의 몇 배로 올리고 납기일도 몇 년씩 늦추기로 악명이 높았던 조선소였다. 지난 2014년 데이비드 존스턴 국방장관이 의회에서 “나는 그들이 카누를 만든다고 해도 못 믿겠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당초 1척에 6000억 원 수준으로 계획되었던 호바트급 구축함의 가격은 2조 원을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호주국가감사국이 추산한 호바트급 구축함 3척의 도입 비용은 약 87억 호주달러, 약 7조 5000억 원에 달한다. 1척당 2조 5000억 원으로 당초 계획의 4배 이상으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호주 여론은 들끓었다. 1척에 2조 5000억 원이라면 미 해군의 1만 4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줌왈트(USS Zumwalt)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의 1만 톤급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1척에 약 1조원이고,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1만 톤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27DDG가 1척에 2조 2000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함정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호주의 6000톤짜리 미니 이지스함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고비용 저효율 ‘마이너스의 손’ 사실 호바트급 구축함의 ‘재앙’은 사업 전부터 예견되어 왔었다. 이런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자국 국방장관이 공개석상에서 ASC의 비효율적인 건조 능력에 대해 비난할 만큼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 해군 주력 잠수함인 콜린스급(Collins class)이다. 호주는 잠수함 전력 강화를 위해 1987년 스웨덴 코쿰스(Kockums)에서 기술 지원을 받아 3000톤급 잠수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호주 해군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1척에 8억 달러라는, 당시 원자력 잠수함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가격으로 건조된 이 잠수함은 건조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호주 국영 방산업체인 ASC는 건조 단계에서부터 기술자문인 코쿰스의 조언과 경고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기술 부족에도 불구하고 설계와 국산화 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부르는 등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서 쏟아냈다. 결국 분노한 코쿰스는 사업에서 손을 놔버렸고 ASC가 주도해 완성시킨 잠수함의 완성도는 문자 그대로 재앙 수준이었다. 규격에 안 맞는 프로펠러를 달았다가 떼어내고 다시 다는가 하면, 동력계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이 계속 일어났고, 잠수 중 선체로 물이 새어 들어왔다. 잠수 상태에서 잠망경을 올리면 항해가 거의 불가능해질 정도로 난류(Turbulent flow)도 발생했다. 이러한 난류는 수중에서 잠수함의 선체를 요동치게 만들뿐만 아니라 소음도 크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잠수함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었다. 결국 해외 방산업체들의 도움을 얻어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6척의 잠수함은 개량에 들어간 비용까지 합쳐 1척 평균 800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납품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 미달인 이 잠수함에 분노한 호주해군은 도입 10년도 채 되지 않아 대체 잠수함 도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은 몇 배나 바가지를 쓰면서 결함투성이의 군함을 만드는 호주의 ‘마이너스의 손’ 흑역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주해군 최대의 군함인 캔버라급(Canberra class) 헬기상륙함은 동형인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 1세(Juan Carlos I)의 2배 가격으로 건조되었음에도 시운전 단계부터 선체 균열과 누수, 엔진 출력을 높이면 발생하는 추진축의 과도한 진동 문제 등 국가감사국이 밝혀낸 결함만 1만 4000여 가지에 달했다. 현용 호주해군 주력 전투함인 안작(ANZAC)급 호위함의 경우 독일의 메코 200(MEKO 200)형 호위함의 설계를 들여와 자국에서 건조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상당수의 무장과 센서를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 동일 함정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의 1.5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 이 같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기술력과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국산화가 요구된 점, 강성노조가 장악한 국영 조선소들의 느슨하고도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납기일이 늦춰지고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노조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풍토는 890억 호주달러(약 7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해군력 증강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호주 국방부에게 상당한 고민거리였다. 이 때문에 데이비드 존스턴 국방장관은 “나는 ASC가 잠수함이 아니라 카누를 만든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독설을 날리는 한편, “국내 조선업계의 비효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규 군함 도입은 해외 직구매로 할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지만, 이 같은 발언이 노조의 미움을 사면서 존스턴 장관은 결국 장관 자리에서 쫓겨났다. 존스턴 장관이 경질된 후 호주 국방부는 12척의 잠수함 구입에 43조원을, 9척의 호위함과 20여 척의 초계함을 획득하는데 33조원의 비용을 투입할 것이며, 신규 획득되는 군함들은 모두 호주 국내에서 건조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업 기획 단계에서 공개된 사업비용조차 해외 국가들이 도입하는 유사 규모 군함들보다 몇 배나 비싼 수준으로 책정되었다는 지적이 빗발치는 가운데 호주 군사전문가들과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이번 해군력 증강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혈세를 낭비할지 수군대고 있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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