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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합당 비난’의 맹점

    공동여당의 합당문제를 연내에 결론짓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발언이후 여권의 합당행보가 빨라지고 있다.이른바 ‘합당대세론’이 여권 안에서 급격히 확산돼 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두 여당의 합당이 ‘기회주의적 야합(野合)’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자민련의 ‘신보수주의’가 신당의 이념적 정체성과 궤를 같이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합당논의가 ‘밀실’에서 추진되고 있다고지적한다.‘권력 나눠먹기’라는 극단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현재의 합당논의가 ‘위로부터’ 이뤄지고 있으며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는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그러나 이를 근거로 ‘야합’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일부의 문제일 뿐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후 공동여당은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인권법·국가보안법 등 각종 개혁법안들은 두 여당간 ‘불협화음’으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개혁의 속도가 떨어지기도 했고,결과적으로 국민만피해를 입는 꼴이 됐다.이에 따라 공동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의 대안으로 합당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정치는 오랜 기간 지역감정의 굴레 속에 ‘대결정치’를지속해왔다.50년만에 수평적 정권교체가 된 마당에도 지역구도는 사라지지않고 있다.새천년을 앞두고 지역구도의 청산은 여야를 떠나 국가적 과제로부각되고 있다.지역당 구조의 틀을 깨는 게 정치개혁이고,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도 ‘공동여당 합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여권의 신당행보도 지역구도를 깸으로써 여야 모두 전국정당화로 가자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당위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념적 정체성이 다른 이질적인 정당이 합해질 수 있느냐’는 지적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여겨진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세계는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새천년의 길목에서 우리도 국가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하는 전략적 선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바로 이 시기에 여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보수와혁신을 아우르는 ‘제3의 길’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유민 정치팀 차장 rm0609@]
  • DJT회동 비난 배경

    한나라당은 7일 ‘DJT 연쇄회동’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했다.DJT회동 결과를 총선승리를 위한 ‘밀실야합’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움직임에 대해 ‘지분챙기기용 몽니부리기’라고평가절하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국정의 총체적 위기상황인데도 연쇄회동에서 3자의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다”면서 “국민의 정부는 이들 3자를 위한 정부임을 확인시켰다”고 밝혔다.하총장은 이어 “DJ는 총선 승리에만 집착하고,JP는 총선후 정치적 영향력 유지에,TJ는 영남의 기득권 유지에 연연하고 있다”고 발언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3자 연쇄회동에 비난일색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여권 합당에 대한 우려때문이다.‘1여1야’구도속에 선거를 치를 경우 현재의 ‘2여1야’구도보다 훨씬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DJT의 밀실야합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배신”이라고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이 공식성명까지 낸 것도 합당성사를 우려하는 ‘초조함’이 깔려 있다. 나아가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 JP에 대한 DJ의 ‘신당 총재직 및 공천권 보장 제의설’에 주목한다”고 ‘이면합의설’까지 제기했다.정진섭(鄭鎭燮)부대변인은 중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에 대해“눈치없이 계속 몽니를 부릴 경우 달갑잖은 대상으로 찍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새삼스럽게 ‘언론문건 국정조사’문제를 거론하고 나왔다.파묻혀가는 사안을 끄집어 낼 만큼 DJT 연쇄회동후 총선 위기감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광숙기자 bori@
  • KBO이사회, 이강철 삼성행-김동수 ‘LG와 협상’

    이강철이 예정대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고 김동수는 LG와 협상테이블에앉는다. 다년-에이전트-옵션계약은 계속 금지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강철의 삼성 이적을 승인하고 에이전트를 내세워 소속 구단과 연봉 교섭을 해온김동수를 징계하는 대신 직접교섭을 1차례 이상 갖도록 합의했다. 사전접촉설이 제기돼 계약무효 소송에 휘말릴 뻔 했던 이강철은 해태 정기주 사장이 이를 철회해 예정대로 ‘삼성맨’이 됐다. 또 김동수는 시한으로정해진 4일 낮 12시까지 LG와 재계약 협상을 거친 뒤 다른 팀으로 옮겨 갈수 있다. 다만 자유계약선수를 데려가는 구단은 지금까지 내년 연봉의 200%를 원소속구단에 보상하도록 했으나 현재 연봉에 50%를 더한 금액의 200%를 주도록 규약을 고쳤다. 이사회는 이미 규약과 어긋난 계약을 맺은 송진우(한화)와 이강철에 대해서는 구단과 협의해 내용을 바꾸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자유계약선수(FA)제도의 시행을 둘러싸고 벌어진 구단간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소집됐으나 규약을 고쳐 선수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구단들의 이기주의를 재확인한 밀실타협에 그쳤다는 비난을피할 수 없게 됐다. 선수들은 기량평가에 따라 자유로이 계약조건을 선택할 여지가 줄어든 반면구단측은 선수를 담보로 거액의 돈거래를 하는 ‘횡포’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金成勳 농림 WTO협상 전략

    “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지만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때와 달리 외롭지는 않습니다.정부와 시민단체가 같이 연대하고 있고 농산물 수입국들도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2∼94년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 쌀 지키기 범 국민 연대’ 상임집행위원장으로 UR와 정부에 대항해 싸우다 농정책임자로 변신한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은 요즘 뉴라운드 출범을 맞아 감회가 깊다. 김장관은 “과거 김영삼 정권때는 밀실에서 협상을 진행했으며 비 전문가들이 맡아 착오가 많았다”고 회고했다.“이제는 정부내 세계무역기구(WTO) 전문가가 100명이 넘는다”며 “특히 정부와 시민단체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장관은 지난 17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총회에서 일본과 협력,농산물 수입 5개국 농림부 장관회의를 처음으로 갖고 18일에는 무어 WTO사무총장에게“UR이행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무어 총장으로부터 평가약속을 받았다.유럽 방문을 끝낸 뒤 김장관은 바로 자료를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배포했다. 김장관은“과거 UR는 개방하느냐,않느냐의 싸움인 반면 이번 뉴라운드 협상은 농산물 보조금과 관세를 대폭 줄이느냐 아니면 점진적으로 줄이느냐 등개방속도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 전 정권 고위 관리들이 품목별 딜이 뉴라운드에서 중요한 것처럼 주장하는 데 대해 “과거처럼 쌀을 지키기 위해 쇠고기 시장을 개방했던품목별 딜은 뉴라운드에서는 없다”고 차이점을 지적했다. 시민 운동가의 입장에서 농정을 다루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장관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수세(水稅)폐지와 농협·축협과 인삼협동조합 통합 등 농정 개혁은 시민운동의 지지로 가능하게 된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장관은 앞으로 뉴라운드 협상에서 “농산물 수입국들이 과거와 달리 미국 등 수출국에 의해 각개 격파를 당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와 농민이 분열되지않고 공동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일기자 bruce@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 (45)노동시인 박노해

    1991년 8월19일 오후 3시,“박노해,그를 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 시키기위해 사형을 구형합니다”라는 검사의 구형 앞에서 방청석은 흐느낌이 번졌다.그러나 시인은 당당하게,그러나 서정성 넘치는 최후 진술을 해냈는데,이진술은 트로츠키를 연상할 만큼 감동적이다. “사형!사형입니까?이것이 노동자에 대한 당신들의 대답입니까?서러운 기름밥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인간다운 삶을 갈구해 온 한 노동자를 기어코사형 시켜야 되겠단 말입니까?결국 이 나라의 노동자에게는 두 개의 죽음 중 한가지를 선택할 자유밖에 없단 말입니까?임금 노예냐,사형이냐?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산업재해와 직업병으로 죽어가거나 아니면 당신들 손에 죽임을당하는 겁니까?지금까지 당신들은 이 나라 천만 노동자에게 폭력과 구속으로 대답해 왔습니다.박정희 정권은 나에게 폭행과 해고를 밥먹듯 자행했고,전두환 정권은 나를 수배자로 내몰았고,노태우 정권은 안기부 지하 밀실에서무려 24일간,576시간에 걸쳐 밤낮으로 고문하여 이 법정에 세우기까지,오로지 정치 보복과 정치 살인만을 준비해온 것입니다.우리가 그렇게 두렵습니까?노동자가,박노해가 그렇게 두렵습니까?당신들은 지금 이성을 잃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다 죽어 간다는 사회주의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나는 사형을 결정한 당신들을 진심으로 동정합니다.가련한 것은 사형을 받은 내가 아니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당신들입니다.얼마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부실하고 부도덕한 정권이기에 한 노동자의 진실한 주장 앞에서 이토록 두려움에 떨어야 한단 말입니까.…우리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반드시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그러나 나에게 무죄를선고하는 것은 기적일 겁니다.참 어려울 것입니다.무죄라고 판정하기가 두렵거든 적어도 앞으로 10년 뒤에,2000년 1월1일,‘그때 우리 판결은 부끄럽지않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살아 있으라,살아 있으라’)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법정은 박수가 터졌는데,시인은 “무기 징역형을 축하 받아야 하는 슬픈 나라,슬픈 시대”라며,“그래도 산다는건 소중한 것이다”고 고해한다.그리곤 “1992년 4월,봄비가 차갑게 내리던 날”그는경주 교도소로 이감되어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그의 최후진술이 예견했던 10년보다 3년이나 빠른 역사의 일대 변혁이었다. 변한 건 역사만이 아니라 시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이글거리던 반역의 눈빛,성난 호랑이처럼 포효하던 혁명가의 얼굴은 어디로 갔느냐?마치 세속을떠난 수도자처럼 평온해 보인다”(‘오늘은 다르게’)는 그의 외모만 변한게 아니라 내면까지도 변했다.“당신은 아직도 사회주의자인가?”란 물음 앞에 그는 “예!” “아니오!”라고 답하는 이유를 세가지로 축약해 풀이해 준다.박시인에 따르면 사회주의에는 세가지 차원이 있다.첫째는 ‘체제로서의사회주의’인데,“나는 이러한 체제로서의 사회주의는 반대한다”고 단언한다.둘째는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가 있는데,“그 방법론은 생산 수단의국유화와 계획 경제,프롤레타리아 독재,집단주의,민중항쟁노선으로 귀결됨으로써 위함한 독소를 내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마지막 셋째 ‘가치로서의사회주의’는 “인류의 소중한 가치로 계승해야 할 요소”로 긍정한다면서,위의 두가지는 부정하고 마지막 한가지만 긍정하기에 그 대답은 ‘예’와 ‘아니오’의 갈림길이라고 밝혔다(‘흑과 백 사이에서’). 어떤 연유건 박노해의 역정은 노동시인에서 혁명가를 거쳐 이제 3단계인 지식인 시인이 된 셈이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주)대우 숨겨진 빚 추가로 발견

    ㈜대우에 대한 회계법인의 정밀실사 과정에서 숨겨진 부채가 드러나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가 당초 18조7,000억원에서 최대 20조원대로 불어나게 됐다.또 회계법인이 ㈜대우의 분식결산 및 자금유용 의혹(대한매일 11월4일 및 9일자 1면 보도)을 공식 제기함에 따라 관련 임직원과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등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 고위 관계자는 28일 “146개 해외 현지법인을 포함한 ㈜대우의 자산·부채 정밀실사에서 자본잠식 규모가 중간실사 때보다 더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음달 중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추가 부채에대한 출자전환을 다시 의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지난 25일 확정한 ㈜대우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방안은 삼일회계법인의 중간보고서(10월25일 제출)를 토대로 마련된 것이다.이에 따라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과 워크아웃의 타당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중간보고서와 지난 25일 채권단협의회에서 “㈜대우와 관계사간 장부상의 채권·채무액이 일치하지 않고 수백억∼수천억원씩 차이가 나 양측에 확인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대우의 자금유용 등 의혹을제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회계법인의 정밀실사 자료가 아직 나오지 않은데다 해외채권단 문제가 걸려 있는 등 당장에는 ㈜대우의 부실책임을 규명할 작업에 들어갈 수는 없다”면서도 “대우측과 기업개선약정(MOU)을 체결한 뒤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
  • 대우 워크아웃 ‘변수’많다

    대우 계열사들이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본궤도에 진입했다.각론 분야에서 조정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대세(大勢)는 ‘대우 살리기’로 정해졌다.그러나 아직은 ‘미완(未完)의 워크아웃’이다.해외채권단 문제 등 변수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회생작업 시작] 대우 계열사들은 앞으로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으로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갖추게 된다.채권단과 해당 기업간 ‘기업개선약정(MOU)’이 체결됨과 동시에 워크아웃 협약은 본격 발효한다.워크아웃 계획 확정일로부터 10일 안에 맺는 게 원칙이나 강제사항은 아니어서 다소 유동적이다.경영진 교체작업도 곧 단행되며 기존 경영진과 대주주들은 보유 주식에 대한 처분위임권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이르면 다음달 초순쯤 이런모든 절차가 끝나 대우 계열사 회생작업이 본격화한다. [변수는 남아 있다] 워크아웃 방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완전히 확정된 것은아니다.우선 올 연말까지로 예정된 회계법인의 정밀실사 결과가 관건이다.계열사별 재무상태가 중간실사 결과보다 한층 나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워크아웃 작업 대상에서 중도 탈락할 수도 있다.자산매각 등 계열사의 자구계획이일정대로 진척되지 않을 경우도 마찬가지다.실제 사례도 있다.통일 계열 4개사의 경우 자구계획 규모를 당초 제시치보다 계속 줄이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채권단이 ‘사후 부적격심사’를 발동,워크아웃을 중단했었다.국내채권단간 이견이 다시 불거져 워크아웃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보증사채 이자지급을 둘러싼 투신사와 서울보증보험간 갈등,신규자금 지원분에 대한 투신권의 손실분담 거부 가능성 등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해외채권단이다.다음주 중 막판협상이 예정돼 있다.정부는 일단 워크아웃 동참을 유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채권단이 보유한 채권 중 일부를 탕감한 뒤 나머지는 국내 금융기관등이 되사주는 방안을 마련해뒀다.이 경우 손실율 책정 범위가 최대 현안이될 전망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44)노동시인 박노해

    ‘노동해방문학’지를 통해 꾸준히 시사시와 시평을 발표했던 박노해 시인은 그 복간호(이 잡지는 1989년 12월호까지 나온 뒤 휴간,1990년 6월 복간호를 내면서 종막을 고했다)에서 시인의 얼굴이 아닌 혁명가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획좌담,박노해 선배와 9박10일간의 비밀 좌담-남한 선진 노동자와의 대화’란 제목이 붙은 이 글의 ‘전문은 200∼300매의 단행본 2권 분량에 가까운 방대한 원고였으나 본지의 지면 관계상 토론의 전반부 중에서 일부만을요약,발췌’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박노해 시인이 사회를 맡은 이 좌담 참석자는 실록 ‘마침내 전선에 서다’의 필자 김미영을 비롯한 정준하(마창지역 해고 노동자),이장태(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최성호(마창지역 해고 노동자) 등이며,몇몇 옵저버들이 함께했다.이 좌담은 1989년 결성된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세칭 사노맹 사건)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혁명에의 투지를담아낸 실로 장쾌한 대서사시에 가까운 담론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참석자들은 서로가 자기소개를 하는데,박시인은 “1978년부터 본격적인 노동운동을 시작하여 그 후로 직업적 노동운동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1985년도에 해고되고 공식 수배되어 졸지에 우리나라 최장기 수배자로서 전위정당결성 투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논의는 선진 노동자는 누구인가란 문제부터 그 조직적 발전 전망,노조 활동,전국 노동운동의 분석,사회주의의 위기와 동요,수정,배신에 대한 가차없는 투쟁,노동자 계급 주도의 민중통일전선 등 노동자 주체적 전위 혁명조직의 전모를 담아내고 있다.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내면서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이 시집을 발표하면 내 앞에는 수배와 구속,어쩌면 의문사나 사형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각오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나는 ‘얼굴 없는 시인’으로 쫓기기 시작했다.…그런 처지에서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죽음을 예감할수록 나 닮은 아이를 남겨두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더욱더 강렬히 솟구쳤다.아내도 아이를 원하기는 했지만 봉재 공장 미싱사로잔업 철야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 긴장된 현장활동을 해나가자니 도저히 임신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마침내 나는 동원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하고 말았다.그건 나를 온전히 세상에 바치겠다는 결단이기도 했다.1980년대를 현장에서 열정으로 살아낸 친구들 중에 그렇게 정관 수술을 한 사람이 많았다”고 그는 고백한다.(‘나 닮은 아이 하나기르지 못하고’)사노맹 사건이 터지면서 박 시인은 ‘얼굴 없는 시인’에서 ‘지명 수배 당하는 혁명가’로 그 실체를 드러냈고,1991년 피체되었다.누구나 당하는 고문 말고 이 교육부의 ‘가방 끈’이 짧은 혁명가는 “지하 밀실의 고문장에서좌우의 이념보다 더 무서운 또 하나의 숨은 흑백 논리 앞에 직면”하게 된다.“‘노동의 새벽’은 누가 써준 거냐?대학도 못 나온 사람이 어떻게 그런시를 쓰고 어려운 이론 글들을 쓸 수 있느냐?”는 추궁 앞에서 시인은 다시노동자 해방의 정당성을 깨닫지 않을 수 있었을까. 여순 사건에 연루되었던 아버지가 소리꾼으로 떠돌다 암으로 타계한 건 시인이 여섯 살 때였다.‘빨갱이 자식’의 업보로 신부와 수녀와 노동자 시인이된 이들 남매를 키웠던 어머니는 “내가 죽어서 네가 산다면 열 번이라도 죽으련만…”이라며 “기도밖에 더 할 게 없구나”고 탄식했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25회 영화제 오늘 개막

    독립단편영화는 ‘충무로 영화’권에 진입하기 위한 습작이나 과정의 산물이 아니다.그것은 문자 그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지키며 발전해나가야 할 한국영화의 한 대안이다.독특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무장된 독립단편영화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축제가 마련된다.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후원하는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올해로 25회를 맞는 이 영화제가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린다.한국독립단편영화제는 지난 75년부터 한국청소년영화제·금관단편영화제 등의 이름으로 개최돼 오던 것으로 이번에 한국독립단편영화제로 이름을 바꿔 새 출발했다. 올 독립단편영화제는 독립영화인과 영화관계자를 중심으로 별도의 집행위원회(위원장 이효인)를 구성했으며 수상 대상자들인 독립영화인들을 심사에 참여토록 했다.심사위원장은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또 상금액수도 총 4,000만원으로 늘려 명실상부한 경쟁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334편이 출품돼 51편이 본선에 올랐다.영화는 ▲새로운 도전(필름 및 비디오 극영화)▲현실과 판타지(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디딤돌(초·중·고등학생 작품)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상영된다.개막작은 이상일 감독의 ‘청’.재일 한국인 소년의 민족적 자각과 성장을 다룬 영화로 진지한 주제를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풀어냈다.상영작품 중에는 올해 칸영화제 단편부문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소풍’(감독 송일곤),베니스영화제 ‘새로운 분야’ 초청작인 ‘베이비’(임필성),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작인 ‘1978년 10월 29일 수요일’(권종관) 등이 포함돼 있다.또 문명비판적인 세계관을 상징적 영상에 담아낸 애니메이션 ‘킬링 댄스’(장우진),퍼스널 다큐 형식의 ‘당신의 미소 뒤에’(류은선),구원의 문제를 다룬실험영화 ‘아쿠아 레퀴엠’(임창재)’ 등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이효인씨는 “올해 본선 진출작들에서는 기존의 사회성 다큐멘터리의 획일성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한 예로 사적인 다큐멘터리가 등장했으며 앤디 워홀의 작업을 인용하거나 구상영화의 형식을 선보인실험영화 등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독립단편영화는 이제 소수의 매니아를 위한 위한 ‘밀실의 예술’이 아니라 폭넓은 관객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광장의 예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02)9587-540김종면기자
  • [매체비평]“왜 이제냐”와 “이제라도…”

    ‘고문경관’이근안 전 경감이 자수하고 나자,그간 우리 언론이 그 사람의체포에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궁금했다.한 개의 신문과 방송에서 캠페인 비슷한 것을 벌인 기억이 나는데,정작 신문기사 데이터베이스(94년치부터 수록)를 뒤져보니까 ‘이근안’을 언급한 사설은 12건,한겨레신문을 빼면 6건에불과했다.그것도 지난해 납북어부 2명이 재정신청을 낸 일을 계기로 한 것이었다. 언론은 이씨의 자수 배경에 관해 궁금증을 한껏 부풀렸다.현재까지도 고문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사건이라든가 그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추기보다는,어떻게 숨어 있었는지,왜 지금 자수했는지 하는데에 지면을 더 썼다.흥미를 자극하기는 했지만,고문에 대한 경각심과 사회적 여론을 환기한다든지 고문 범죄의 공소시효 불인정 같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한다든지 하는 일은 뒷전이었다. 특히 “왜 이제냐”는 문제 제기는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어떤 사건이나 행위에 대해 발생 시점을 문제삼아 본질을 흐리고 추측과 의혹을 부추기는수법은 우리 언론이 잘 해온 일이다.정부나 기업의 어떤 발표가 있으면 “왜 지금이냐”는 것이고,비리나 탈세의 조사가 시작되거나 당사자가 소환,구속되어도 “왜 이제냐”는 것이다.사실 자체에 대한 판단은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읽는 사람에게 재미는 있으되,사회 전체로는 음모론이 번성한다. 서경원 전의원이 자신의 밀입북 사건 수사에서 고문을 당해 ‘고정간첩’으로 몰렸다며 정형근 의원을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이에 대한 주요 신문들의 반응은 역시 “왜 이제냐”는 것이다.그래서 “석연찮고 개운치 않으며”(동아일보),“보기 딱하다”(중앙일보)면서,“정권이 바뀌면 간첩사건도 재수사하느냐는 냉소적 시각”(한국일보)을 전달한다.그들이 보기에 이 사건은 여권의 “정형근 때리기와 연관된 정치적사건”이며(문화일보),“결국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마땅하다”(중앙일보).이런 글을 쓰신 분들에게는 국회 의사당 앞거리에서 1년 넘게 농성을 벌이고있는 ‘의문사 및 민주화운동 유가족’ 사람들을 한 번 만나 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고문조작 의혹 사건을 “이제라도” 재수사하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결코 정치적으로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시각도 있음을 확인하고전달해주기를 바란다. 정치적 타결에 단호히 반대하는 신문이 있어 눈길을 끈다.한겨레가 아니라조선일보라는 점이 놀랍다.이 신문은 “모든 것은 철저한 법리에 의거해 진행돼야지 추호라도 정치적인 주변정세에 이용당하거나 영향받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법리에 의한 해결이 무엇인지는 그 다음 대목을 읽어보면 짐작이간다.“10년 가까이 지난 옛 사건의 수사과정에 고문행위가 있었는지를 무슨 방법으로 판별할 수 있으며,설령 있었다 해도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해서만 수사할 경우 과연 증거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다.”수사하나 마나한 사건이니 기각하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왜 그래야 하는가?“서경원 사건은 우리 사회의 그 동안의 준거 전체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진실도 규명해야겠지만 “다만,다른 것도 아닌 간첩죄 해당사건까지 정권이 바뀌면 재수사로 가야 하는지” 심각하게 숙고해 보아야 한단다.이에 대해 고문 범죄는 밀실에서 자행되기 때문에 다른 사건보다 진술과 정황증거가 중요하다는 점,흉악범이든국사범이든 수사과정에서의 고문이 자행되었다면 기소조차도 효력을 잃는 외국 사례 따위를 지적하는 것은 부질없을 것 같다.다만 조선일보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우리 사회의 준거가 무엇인지,간첩은 고문해도 된다는 것이 그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솔직히 겁이 난다.조선일보가 서경원 사건을 놓고“전 사회적인 탈권 투쟁의 하위 차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탈권투쟁’에 조금만치도 관심이 없고 오히려 겁이 나는 필자로서는 같은 신문의 2월 22일자 사설의 요지를 인용하는 것으로 그만두겠다.“총풍 사건 피고인들의 고문 주장을 검찰은 수사팀을 교체해서라도 재수사에 착수하고 철저히조사해 실체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엄주웅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실장]
  • 막내린 15대國監 성적표

    15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8일 막을 내렸다.이번 국감에서는 전반적인부진 속에서도 일부 의원이 정책감사와 대안 제시에 주력하는 등 차별화된모습을 선보였다.특히 대한매일이 선정한 ‘국감 일일베스트 5’를 통해 바람직한 국감상(像)의 단초를 엿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총평 여야 3당은 국감 결과를 둘러싸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늘어놓았다.그러나 국감에 참여한 의원들은 “기대에 못지 않게 아쉬움도 컸다”고 자평(自評)했다.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의원은 “국감 초반부터 센세이셔널한 쟁점이 부각되면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소홀하게 취급됐다”면서 “특히 총선을 앞둔 정치적 판단이 개입,정치공방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평가는 더욱 매섭다.‘국정감사모니터 시민연대’는 국감 결산논평에서 이번 국감을 ‘파행과 부실로 점철된 밀실 국감’이라고 규정했다. “당리당략에 매달려 정치개혁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이다.그러면서도 일부 의원이나 상임위의 ‘국감 사전예고제’나 ‘인터넷 국감’ ‘열린 국감’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나 의원들의 국감 평가는 대한매일이 선정한 ‘일일베스트 5’의분석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일일베스트 5’에 뽑힌 의원은 복수 선정 사례를 포함,모두 73명이다.전체 의원 299명의 24.4%에 해당한다. 적어도 현역 의원 4명 가운데 1명이 정치감사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열의를 보인 셈이다.‘일일베스트 5’의 정당별 분배원칙이나 상임위별 일정을감안하면 비율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선수(選數)별 평가 ‘일일베스트 5’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번 국감은 초선과 재선이 이끌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일일베스트 5’ 가운데 초선이 44명으로 60.3%를 차지했다.재선은 22명으로 30.1%였다.그러나 3선과 4선은각각 4.1%로 3명씩이었고,5선은 1.4%,1명에 불과했다. 지난 96년 4·11총선 결과 ‘초·재선의 급부상’이 최대 특징으로 꼽힌 점이 새삼 상기되는 대목이다.나아가 내년 4월 16대 총선을 앞두고 국감 등 의정활동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참신한 인물이 대거 등장해야 한다는당위성을 입증하고 있다. 상임위별 평가 ‘국감 시민연대’는 결산 논평을 통해 “농림해양수산위가 투명하고 열린 국감의 모범을 보였다”고 발표했다.대한매일의 ‘일일베스트 5’에서도 16개 상임위 가운데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의원이 11명,15.1%로 가장 많았다.그린벨트,대형 국책사업,재벌개혁,공적자금 등 굵직한 현안이몰린 건교위와 재경위가 10명씩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정책 제언보다는 정치 논쟁으로 파행을 겪은 정보위나 운영위 등은 ‘일일베스트 5’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각당별 베스트 대한매일 국회팀이 ‘일일베스트 5’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민회의 정세균(丁世均),자민련 이건개(李健介),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의원이 각당별 최우수 국감 의원으로 뽑혔다. 재경위 소속인 정 의원은 전문성과 건설적인 대안 제시가 돋보였다.통일외교통상위의 이 의원은 베를린 합의와 페리보고서 이후 남북 상호관계 또는우리 사회 내부의 변화를 심도있게 조명한 대목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농림해양수산위 소속인 권 의원은 폭로성 질의보다는 농어민의 바닥 민심을 반영한 정책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찬구기자 ckpark@
  • [외언내언] 특별검사와‘침묵수사’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옷로비 의혹사건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들과 대한변협이 수사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특별검사제법 조항에도 불구하고수사내용과 진행상황을 일부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특검제법은 형법의 피의사실공표죄보다 훨씬 광법위하게 수사 진행상황 공표를 금지하고 있어 특별검사의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사내용을 공표하지는 않더라도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적절하게 국민과 언론의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충분히 납득이 가는 주장이다. 그러나 특검제법 제8조 3항은 수사내용 및 진행상황 공표와 누설을 금지하고 있으며,법 제14조는 특별검사가 이를 어길 경우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일부에서는 형법상 혐의사실공표죄가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현실을 내세울지도 모른다.그러나 굳이 특별검사제법을 제정하게 된 데에는 검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 일반의 불신도 작용하고 있는 만큼 특별검사야말로 실정법을 ‘특별히’ 잘 지켜야 한다.그렇다면 법을 개정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게 옳지만 그럴 시간도 없고 법을 다시 손질하려다 어떤 병통이새로 불거질지도 알 수 없다. 특별검사제법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벌어진 이같은 갈등은 법 제정 당시에도 지적된 바 있다.그렇다면 이 문제는 특검제법을 제정하게 된 근본정신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파업유도 의혹사건이나 옷로비 의혹사건은 모두 검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를 거친 사건이다.그러나 두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주는 데 실패했다.특별검사의 수사가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예단은 금물이지만 실정법 규정에 얽매여 ‘침묵수사’가 진행되는것은 문제가 있다.수사가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됐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할 경우 ‘밀실수사’를 들먹이며 또 다른 불신과 의혹을불러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도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서나마 수사 진행상황 정도는 그날그날 브리핑 같은 형식으로 공개하는 게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이럴 경우 언론은 특별검사가 발표하는사항 외에 추측기사를 쓰거나 선정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된다.특검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힘으로써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주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장윤환 논설고문
  • [경제프리즘] 재경부·금감위 밀실행정

    대기업 구조조정이나 은행매각 등 굵직한 금융현안이 정부내 밀실에서 극소수의 당국자에 의해 ‘점조직’으로 처리되는 데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에 일하는 사람은 장관(위원장)과 1개 국장,타이피스트 등 세사람뿐이라는 비아냥섞인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강봉균(康奉均)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일 “삼성자동차 공장은 생산기지로 쓸 수 있다”며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2∼3개사와 재가동 문제를 협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 발언과 관련,외국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재경부내에서 아는사람은 없다.지금까지 대기업 구조조정의 문제는 ‘강 장관,조원동(趙源東)재경부 정책조정심의관과 타이피스트만이 안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조 심의관 역시 “장관의 진의를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강 장관이 정보를독점하고 돌출 발언을 한 셈이다. 금융감독위원회도 사정은 같다.이헌재(李憲宰) 금감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외신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서울은행 매각협상에 진전이 없다”며협상 결렬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이 위원장의 돌출 발언으로 전후 사정을 모르는 실무진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한 당국자는 “정부 조직상 실무자들을 따돌린 채 재경부장관이나 금감위원장이 혼자 또는 1∼2명의 실무자를 데리고 일을 처리해 판단의 실수나 부처간 협조부족 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재경부에서 대기업 구조조정은 강 장관과 조 심의관 2명이 모두 처리하고 있으며,그외 관리들은 부분적인 자료제공 외에는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따돌려지고 있다. 금감위에서 은행매각 문제는 이 위원장이 직접 뉴브리지 캐피탈측과 접촉하는 등 정보를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부위원장이나 담당 국장인 구조개혁기획단 남상덕(南相德) 제1심의관도 사정을 모른다.대기업 구조조정에서는 금감위원장과 구조개혁기획단의 서근우(徐槿宇) 제3심의관 둘이서 처리하지만 이 위원장 혼자 앞서 나갈 때도 적지 않다. 국장들도 다른 국의 업무를 전혀 모를 정도로 정보가 차단돼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은행매각이나 구조조정 등은 보안이 필요하지만 이같은밀실 행정은 과거 환란의 이유가 된 판단 부족과 관계 실무자간 협조 부족이란 오류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일 곽태헌기자 bruce@
  • 여권 신당 발기인 인선 뒷얘기

    신당 발기인 인선 작업은 극소수의 핵심인사들에 의해 극도의 보안속에 진행됐으며 발기인 명단 확정단계에서 반전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영입작업에는 당에서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과 한화갑(韓和甲)총장,정균환(鄭均桓)특보단장,정동채(鄭東采)기조위원장과 김민석(金民錫)의원 등이 깊숙이 개입했다.그러나 실무를 총괄한 정단장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맡은분야만 어느정도 파악했을 만큼 보안유지에 신경을 썼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청와대와 당은 물론 여권 외곽의 다양한 채널로부터 추천된 명단을 직접 검토하고,전화 등을 통해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로마에 있던 지휘자 정명훈(鄭明勳)씨에게는 현지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참여를 권유하는 등 외부인사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명단을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김근태(金槿泰) 노무현(盧武鉉)부총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부총재들이 끼어들어 갈등 양상을 보여 당8역과 함께 고문단과 부총재단을 모두 제외하는 쪽으로 방침을 급선회했다.이같은 반전으로 이대행이 당을 대표해 공동대표로 발기인에 참여하고,‘기득권 포기 선언’으로 불만을 표출한 박범진(朴範珍)의원 등 영입파들이 추가됐다. ?발기인 인선 실무팀은 한달 가량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않고 서울 모 호텔에서 극비리에 실무 작업을 진행했다는 후문.이에따라 당내외에서 ‘밀실 창당’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신당 발기인들은 여의도 장은증권빌딩에사무실을 얻어 공개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발기인 명단이 발표되자 국민회의 당내 인사들은 대체로 잘된 인선이라고자평.그러나 당내 인사 가운데 한모 의원과 박모 의원이 포함된 것을 놓고불만이 터져나왔다.한 당직자는 “모 의원은 이런 당내 분위기는 모르고 자신의 경력란에 중요한 게 빠졌다며 항의하고 있다”고 한숨. 강동형기자 yunbin@
  • 與 중진들이 말하는 ‘黨민주화’

    신당 창당을 앞두고 ‘당내 민주화’가 화두(話頭)로 떠오르자 국민회의 중진들은 8일 “자유로운 토론 자체가 당이 민주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당내 입당파 일각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2선 퇴진론이나 명예총재론’ 주장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개혁과 국가쇄신의 리더인 김대통령이 당연히 신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집권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여당에서 총재인 김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면 정권 후반기 국정개혁과 여당의 체질개선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논리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기득권 포기나 당내 민주화 등은 총재인 대통령이 명예총재로 물러나느냐,총재를 맡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았다.한총장은 “당내 민주주의는 정치제도 개혁과 공천제도 개선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나가야 한다”면서 “신당이 지향하는 목표 가운데 하나가 제도화된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광옥(韓光玉)부총재도 “지금은 개혁을완수하도록 대통령을 중심으로 힘을 모을 때”라면서 “명예총재론은 현재 여러가지 상황으로 봐서 적절치 않다”고 역설했다.조세형(趙世衡)상임고문은 “국민회의가 여당인 것은 의원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당 총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당내 민주화를 거론했던 김근태(金槿泰)부총재도 “김대통령의 2선 퇴진에는 의견을 같이하지 않는다”고 분명히했다.“1인 지배체제를 벗어나야한다”는 주장을 폈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도 추가 행동은 없었다. 당내 민주화의 핵심인 총선 공천제도에는 일부 중진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장을병(張乙炳)부총재는 이날 “종래 밀실 공천 작업을 지양하고 지구당원이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근태 부총재도 “중앙당이 지구당의 예비선거를 통해 선출된 2명의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낙점하는 상향식 공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노무현(盧武鉉)부총재는 “지구당의 자생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상향식 공천제도를 섣불리 도입하는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기상조론’을폈다.노부총재는 특히 “당내 민주화 논의가 무책임하게 확산되면 정권 후반기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설익은’ 당내 민주화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내년 총선 공천의 실무책임을 맡은 한총장은 “공천 과정에서 지역여론과 원내활동뿐만 아니라 당원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찬구 주현진기자 ckpark@
  • 국민회의 ‘상·하향 절충 공천’ 핵심

    국민회의가 검토중인 새 공천제도는 ‘상·하향식 절충형’이다.상향은 미국식 예비선거제도 도입이 핵심이다.‘낙하산식 공천’이나 ‘밀실 공천’의추방으로 이어진다. 하향은 중앙당에 재량권 부여가 골자다.하부구조의 ‘잘못된 선택’을 극복하는 장점이 있다.절충형은 둘을 적절히 배합,하나만의결점을 보완하는 게 목적이다. 예비선거제도가 도입되면 총재 1인 중심의 정당운영에서 탈피할 수 있다.시민단체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지지그룹이 확산되고 있다.당 쇄신위원장인 김근태(金槿泰)부총재,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 제도는 당선 가능성,지역 신망도를 검증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선거인단 매표 가능성이 결정적인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신진인사 당선율이 낮은 것도 단점이다. 여권은 보완책으로 ‘한국형 예비선거제’를 연구하고 있다.우선 선거인단구성에 객관성을 부여하는 방안이다.기존 지구당 대의원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당원은 물론 비당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선거인단을 구성토록한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선거인단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당비를 스스로 내는 당원들이 거의 없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당비는 지구당 위원장들이 대신 내주는 곳이 더 많다.선거인단이 지방토호나 재력가들에게 좌지우지될 수 있는 여지를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검증장치를 한단계 더 생각하고 있다. 중앙당이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다.두 가지 아이디어를 검토중이다.첫째,지구당 선거인단에서 뽑은 후보에 대해 중앙당이 ‘거부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김근태 부총재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김부총재는 “예비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라 하더라도 중앙당에 후보 결정권을 줌으로써 부작용을 보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복수 후보를 중앙당에 추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국민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중앙당 공천심사위가 지구당에서 추천한 복수후보 중에서 최종 결정하되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후보검증 자료에 대한 객관성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 “교수 임용 과정 잘못됐다” 외대 서반아어과 교수 농성

    한국외국어대의 서반아어과 교수들은 11일 오후 인사위원회의 신임교수 임용결정 과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서반아어과(학과장 鄭京源교수) 교수 6명은 성명을 통해 “학과에서 공정한 심사결과를 올렸으나 인사위원회가 신임교수 후보자의 순위를 뒤집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윤석영(尹錫榮)교수는 “특정인을 뽑고자 하는 이사장의 아집에 복종하는 인사위원장과 교무처장은 새로운 인사규정을 밀실에서 만든 뒤 이를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비난했다. 이창구기자
  • 교수시위 비판 기자칼럼에 대한 반론

    9일자에 실린 ‘교수들의 제몫 챙기기’라는 기자수첩은 ‘두뇌한국(BK)21’에 반대하는 교수시위를 집단이기주의로 비판했다.그 글은 교수들의 주장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기에 시위 주최단체 중의 하나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으로서 반론을 개진한다. 그 글은 교수들이 겉으로는 BK21에 반대하지만 계약제·연봉제를 반대하고교수회의 의결기구화 등 현안과 동떨어진 문제까지도 들고 나오고 있는 점,서울대 교수들과 지방대 교수들의 주장이 서로 다른 점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계약제 등은 여러 문건에서 밝혔듯이 반대의 주된 이유가 아니었고우리는 이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즉 선진국과 달리 재임용 등이 사학비리 반대 등 학문외적 요인에 의해 좌우돼온 현실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교수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계약제와의 연계를 취소하는 보완대책을 발표했다.그러나 우리가 이에 대해 문제를 왜곡하는 모독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위를 강행했다는 사실은 우리들의 반대가 계약제 때문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번 시위는 BK반대를 넘어서 BK처럼 대학정책을 개혁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교육부가 밀실에서 만들어 대학을 장악하려는 행정지배에 반대하는 시위였기에 교수회의 의결기구화를 주장했다.따라서 이 역시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또 이같은 대학정책 민주화 요구를 집단이기주의라고 강변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한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요구를 집단이기주의로 모는 것과 다를것이 없다. 개별 교수의 생각이 다르다는 시비도 전국의 다양한 교수들을 포괄하는 민교협 등이 이 차이를 넘어 공식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지 못한 것이다.나아가 설사 개별 교수들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그것이 집단이기주의의 증거일 수는 없다.여러 신문의 논조가 다르면 이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증거인가? 따라서 문제의 글은 기자가 우리의 주장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읽긴 읽었는데 이해할 능력이 없었거나,관영언론으로 정부시책을 옹호하려는 집단이기주의의 결과다.그동안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민교협의 시위가 집단이기주의인지,아니면 이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대한매일이 집단이기주의인지는 과거의 행적을 보면 알 것이다. * 교수시위 비판 기자칼럼에 대한 재반론 기자가 쓴 기명칼럼은 자주 논란거리가 된다.칼럼이라는 글의 성격상 필자의 개성적인 시각이 내재돼 있는데다 이해 당사자들의 처지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손호철교수의 반론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두뇌한국’(BK)21 사업의 내용을 대부분의 교수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22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83개 대학 5,048명의 교수가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이는 우리나라 전체 교수의 13% 수준이다.신청하지 않은 교수 가운데 상당수도 다음 기회에는 참여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손교수의 반론문은 특정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반론문에서 손교수는 교수업적평가제와 계약제·연봉제 등이 ‘BK 21’사업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그러나 교육부도 밝혔듯이 교수업적평가제 등은 ‘BK21’사업의 주요 전제조건이다.이를 통해 대학의 개혁을 유도,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 ‘BK21’사업의 핵심이다. 손교수는 또 ‘BK21’ 반대 시위에서 ‘교수 의결화’(교육부 당국과 대학총장,교수대표 등 3자가 참여하는 상설합의기구 구성),즉 교수들이 교육정책 결정에 참여토록 하는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대학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K21’사업에는 ‘교수 의결화’ 대목이 들어 있지 않다.이는 교수들의 신분과 관련된 별개의 사안일 뿐이다.굳이 ‘교수 의결화’문제를 ‘BK21’사업과 연관시키려는 의도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정칼럼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심지어 민족항일정신을 이어받아 공익정론지로 다시 태어난 대한매일의 정체성까지 걸고 넘어져 반론의 소재로 삼은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이는 반론의 목적을 의심케 하는 것으로 지나친논리적 비약이다. 특정 기자와 해당 언론사를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행위는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은 물론 중대한 편집권 침해로 볼 수밖에 없다. 반론문은 교수들의 집단시위를 ‘민주화 투쟁’시위 성격으로 설명했다.‘민주화 투쟁’을 했다고 해서 어떤 시위를 해도 목적과는 상관 없이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 [대한시론] 국민의 정부, 국민의 정치를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이들로부터 내각제 개헌 논의에 따른 정쟁을 중단할 것에 관한 건의를 받았다.그후 김종필 총리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연일 정가를 강타하는 ‘빅뱅’은 내각제 개헌 연기 합의에 따른 신당 창당설 및 정계개편설 등으로 몹시 소란하다.이 모든 소요의 쟁점은 당리당략보다는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안정 문제가 모든 것을 앞선다는 ‘국민의 정부’의 볼멘소리에서 시작됐다.그러나 조용히 생각하면 지금의이 어려움은 집권 1.5년을 지나는 ‘국민의 정부’가 추구한 미완의 정치개혁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모순의 일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극히 조심할 것은 구 시대의 ‘악령’격이었던 국익을 내세운 명분론(국익 명분론)일 것이다.구 시대 통치자들은 반민주적 통치권 행사를 위해 국익 명분을 얼마나 남용했던가 하는 것이다.즉 반민주적 구 시대의 정부와 여당은 ‘친여적 여론을 동원하거나 북괴의 위협설을 내세워 애국주의로 선무하기도하고,국민의 이름으로 밀실에서 과두정치가 이루어지는가 하면,공선(共善)의 얼굴을 하고 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하거나 선동적 지역주의 정치가 난무하고,정치안정을 빙자해 비판의 여지를 사전에 봉쇄하는 술법들’이었다. 국민의 정부는 과거 그러한 구 시대적 명분론의 피해 당사자였음을 기억할필요가 있다.국민의 정부의 핵심은 이와 같은 위선과 싸워 이긴 사람들이기때문이다.김대중 정부의 리더십이 당면한 모순을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하면서 구 정권과는 차별화되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첫째,국민의 정부는 각각 상반되는 역사의식을 요구하는 국민 때문에 일관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고 있다.둘째,국민의 정부는 ‘힘센 지도자’를 요구하는 국민과 ‘힘 없는 지도자’를 바라는 국민들 사이에서 스스로가 그러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칼 포퍼는 ‘역사주의의 빈곤’에서 역사를 보는 견해에 따라 ‘결정의지론’과 ‘자유의지론’ 두 가지 학풍으로 구분했다.결정의지론자를 ‘역사주의자’라고도 하는데,그는 역사를 예측 가능한 것으로 보는 반면 자유의지론자(비역사주의자)는 역사를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즉 역사의식에 따라 개혁에 거는 기대도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 국민은 버릇처럼 모순된 두 가지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리더십을바라고 있다.우리가 당면한 개혁을 이 두 가지 역사의식에 견주어 보고 모순된 것을 동시에 원하는 국민여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대다수 국민은 편리한 대로 개혁을 지지하고 반대한다.개혁에 대한 역사의식의 결핍 내지 차이 때문이다.마치 역사주의자처럼 어떤 때에는 개혁이 지니는 이 시대적 의미와 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지지한다.그러나 개혁이 자신에게 불리할 때는비역사주의자처럼 자연의 순리에 맡길 것이지 결코 인위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하며 개혁을 반대한다. 가속적인 민주화를 위해 국민 다수가 어떤 때는 힘센 리더십을 요구함으로써 비민주적인 ‘제황(帝皇)대통령’을 자초한다.힘 없는 지도자를 원하는경우도 민주주의를 붕괴시킨다.과거 반민주적 독재와 투쟁하던 시민운동과시민사회가 민주화시대에 와서 급격히 범람하면서 국가 권위까지 불신하고무시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면 ‘국가성의 빈곤’을 초래하게 된다.국민의 정부는 이러한 ‘제황대통령’의 논리와 국가성의 빈곤논리가 지닌 모순들을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개혁의 어려움은 결국 국민 다수가 모순적으로 생각하고 처신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민주개혁은 인기나 여론에 얽매이지 말고 책임지는 역사의식 속에서 정책적 선택을 하는 리더를 요구한다.우유부단한 여론정치보다는 의지적 ‘국민의 정치’가 바람직하기 때문이다.국민의 정부는 모름지기 과감한 ‘국민의 정치’를 펴야 할 것이다.국민의정치는 집약된 국민의 일반의지를 바로 읽고 이를 반영하는 정치를 의미한다.따라서 국민의 정부는 집권 초기에 보였던 의지대로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로 일관하면서 민주개혁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 與 추진 신당 골격은

    여권의 거대 신당 창당작업이 급류를 타면서 신당의 골격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신당의 성격 ‘2여+α’의 정계개편에서 신당이 표방하는 ‘권력 구조’는 내각제가 될 전망이다.공동여당의 신당 창당과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의 배경에 ‘대통령 임기말 내각제 개헌’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문제는 내각제 개헌을 모토로 하는 신당 창당의 명분을 어디에서 찾느냐 하는 것이다.국민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따라서여권은 ‘진보냐 보수냐’는 식의 이념 정당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개혁과 정의’라는 탈이념적 캐치프레이즈로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이렇게 해야만 양당의 이질적인 정체성을 국복하고,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다는 복안이다.그러나 여권인사들은 “당의 이념과정체성을 굳이 규정한다면 ‘진보적 보수’를 표방하는 ‘중도정당’의 형태를 띨 것”이라고 전망한다. 창당 시기 늦어도 9월 정기 국회 이전에는 신당이 출범할 것으로 보고 있다.연내 내각제 개헌의 고리가 풀린 상황에서 더 이상 정계개편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특히 9월 10일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가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자민련 내부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자민련의 내분 양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자민련의 내부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창당 자체는 물론,시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신당 규모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국민 정당이다.창당 작업은 ‘범국민 창당 주비위원회’를 구성,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각각 하나의 세력으로 참가,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국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창당절차가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밀실에서 이뤄진 90년 3당합당과의 차별성 때문이기도 하다.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주축이 돼 법적인 합당 절차를 거치면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형식이다. 참여의 범위는 이념과 정체성에 관계 없이 열려 있다.조순(趙淳)명예총재,이한동(李漢東)·서청원(徐淸源) 전 부총재 등 한나라당일부 의원은 물론,사회 각계각층의 원로그룹 및 전문가 그룹,시민사회단체 대표,젊은 일꾼 등이 신당창당에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신당의 참여 인사와 규모는 ‘국민의 동의를 얼마나 구하느냐’에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신당 창당이라는 정계 개편의 큰 방향은 잡혔으나그 성패는 국민의 동의를 어떻게 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도체제 대통령제 아래서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한 ‘이원 집정부식’ 국정운영이라는 권력구조에 걸맞은 지도체제를 예상할 수 있다. 이원 집정부식 권력구조에 충실할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명예총재로 남거나 당적을 버리고,대신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당총재를 겸임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국정운영의 기조가 ‘정치는 당,행정은 총리’의 당정 분리로 운영될 경우 김총리가 신당 총재를,제 3의 인물이 총리를 맡아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총재 아래에 여러 명의 부총재를 두든 최고위원을 두든 강력한 단일 지도체제가 될 전망이다. 강동형기자yun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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