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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측 “대응 않고 3월중 공천” 朴측 “계속 무시땐 어떤 결심”

    4월 총선 갈등이 한나라당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공천 시기와 공천심사위 구성까지 사사건건 다른 생각이다. 그런 가운데 친이(親李) 인사들이 포진한 당 지도부는 새 정부 출범 후인 ‘3월 중 공천 완료’라는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논란은 거듭될 전망이다. 강재섭 대표의 지시에 따라 오는 12∼15일쯤 공천기획단이 발족된다. 단장은 이방호 사무총장이 맡고, 공천심사위 구성안을 짜는 등 사실상 공천 밑그림을 그린다. 공심위는 이달 말까지 2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될 것 같다. 공천은 3월 초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총장은 “공천 갈등은 이때쯤 되면 항상 있는 것”이라면서 “신경쓰지 않고 계획한 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까지 연거푸 불편한 심사를 피력했던 박 전 대표는 일단 자택에 머물며 정국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엔 일부 측근들과 만나 대응책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도 라디오에 출연,“누군가가 어디에서 비선조직을 통해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결국 자기 사람에게 공천을 주기 위한 밀실공천 의혹, 사당화와 연결된다.”면서 “계속 무시당하면 그 다음에 어떤 결심을 할지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의원도 “총선 후보의 70% 정도는 경선으로 뽑는데 지금부터 작업해도 쉽지 않다.”면서 “3월에 한다면 밀실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17대 총선 때도 그랬다는 얘기다. 새달 초에 1차 공천을 발표하고, 새달 중순이나 말에 다시 2차 명단을 확정하면 차질이 없다는 주장이다. 선거구 획정이 안 된 곳은 미뤘다가 3월에 가서 그곳만 하면 된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반면 이 당선인측은 ‘무시 작전’을 쓰고 있다. 공천 결과는 무조건 2월 임시국회 이후에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표를 결집해야 임시국회에서 정보조직법 처리와 총리 인준 등이 가능하다.”면서 “새달 하순부터 공천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사설] 한나라 공천싸움 오만 아닌가

    총선 공천시기를 둘러싼 한나라당내 갈등이 심각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들 간의 설전이 거의 삿대질 수준에 이르렀다. 곧 집단행동으로 나아갈 조짐이 나타나고, 당이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선거 압승 분위기에 취해 오만해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새정부 출범 준비에 매진해야 할 때 싸움질이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가. 언론사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크게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돌이켜 보면 국민들은 집권당에 쉽게 과반의석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이렇듯 내부 분열에 빠진 정당이 좋은 성적표를 거두긴 힘들 것이다. 한나라당의 총선 성적을 떠나 새정부 출범 초기부터 집권당이 권력투쟁에 몰두한다면 국가적으로 불행이다. 총선 공천시기가 문제되는 배경에는 상호 불신이 깔려 있다. 박 전 대표쪽은 선거일에 임박해 자신들의 계파 소속원을 대거 잘라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당헌·당규에 나와 있다. 공천심사위원 다수를 객관적인 외부인사로 채우고, 그들이 당권·대권 분리원칙에 따라 공천작업을 한다면 공천시기를 3월초로 늦춰도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은 이달말로 예고한 공천심사위 구성을 다소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공천심사위원 인선을 통해 특정 계파를 배제하는 밀실 공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물갈이는 필요하지만, 계파를 떠나 공정한 기준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MB ‘2월 국회뒤 공천’… 뒤탈나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바꾸고 (국무)총리를 임명해서 모든 각료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니 그 기간에 공천하는 문제하고 엎쳐 버리면 국회가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4월 총선의 공천발표를 사실상 2월말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셈이어서 박근혜 전 대표측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 당선인은 이날 KBS 9시 뉴스를 통해 방송된 앵커 대담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임시국회가 중요한데 (그 전에 공천이 끝나면)공천이 안 됐다 하는 국회의원들이 거기 나와서 일을 하겠느냐.”고 밝혔다. 물론 “저는 그저 국정을 잘해가기 위해 좀 욕심이 있다면 안정권에서 지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지, 세세한 시기를 어떻게 한다는 건 제 소관이 아니다.”고 덧붙였지만 논란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2월 중 소집될 전망이고, 당선인의 구상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는 것도 2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선인의 언급처럼 공천에 탈락한 현역 의원의 ‘사보타주’를 막기 위해서 공천 발표 시기를 늦춘다면 현 시점에서도 이미 공천 준비가 늦었다고 주장하는 박 전 대표측과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의 핵심 의원은 “비공개 대화에서 한 약속을 이틀만에 왜 뒤집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임시국회 이후라면 2월말이나,3월에 공천을 한다는 것인데 결국 밀실에서 다 해놓고, 공천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방망이나 치라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무시한 밀실공천, 물갈이 공천을 예고한 것”이라면서 “당권·대권 분리라는 원칙에 맞지 않고, 강재섭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말”이라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박 전 대표측은 이 당선인이 이날 단배식에서 “뒤에 숨어서 수군수군대는 것은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에 대해 불편함 심사를 감추지 못하는 상태다. 일부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천 시기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면서 “공천을 늦춘다는 건, 결국 우리를 거수기로 쓰고 버린다는 것밖에 안 된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았다. 따라서 이 당선인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낮은 자세’ 강조… 국정동참 유도

    ‘낮은 자세’ 강조… 국정동참 유도

    이명박 당선자의 27일 대(對)한나라당 메시지가 당 안팎에서 파장을 빚을 것 같다. 거듭 ‘낮은 자세’를 주문하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지만 발언 수위는 간단치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모여서 수군수군하지 말라.”는 말로 친박(親朴) 의원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묵은 감정을 털고, 계파를 없애 ‘국정의 동반자’가 되어달라는 뜻을 담긴 했지만 보기에 따라선 친박쪽이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할 소지를 뒀다.‘아직도 경선 분위기…답답…모여서 수군수군’등과 같은 격한 표현이 그랬다. 박근혜 전 대표측이 수면 위로 떠오를 만한 공식적인 활동은 삼가고 있지만 자주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듯한 태도, 새달부터 공천심사위나 공천기획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한 것을 한꺼번에 비판한 것이다. 모여서 ‘수군수군’하면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아니면 어렵다는 ‘허약한 생각’을 버리라고 독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마침 측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 공천은 늦춰도 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해 논란이 증폭됐다. 이방호 사무총장 역시 “이 시대, 이 시점에서 새로운 짐을 수행할 새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상당 부분 교체될 수 있다.”며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박 전 대표측은 “공천도 승자 독식하겠다는 것이냐.”고 크게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공천 물갈이도 그렇고, 공천 시기 역시 이 당선자측이 주장하는 2월 초라면 ‘밀실공천’이 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측에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까지야 양쪽 측근들이 나서 ‘핑퐁 공방’을 주고받지만 새달 초 실제 논란이 가속화된다면 한나라당이 ‘이명박-박근혜 갈등’의 2라운드를 생각보다 앞당겨 치를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따라서 양쪽이 일단 이달까진 서로 ‘간’을 본 뒤 새달엔 적극적으로 의사타진을 해가며 권력싸움에 몰입할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이 당선자는 내부 화합과 결속만이 살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개인의 이익을 챙기면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커질 것”이라면서 승자인 측근들에게도 경고했다. 자중해달라는 간곡한 당부다. 당선자는 특히 이날 발언 내내 ‘함께 해달라.’,‘내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완곡한 어투를 반복해 눈길을 끌었다.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의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한다는 주문을 담은 셈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성인 오락실 불 5명 숨져… 밀실구조가 화 키워

    성인 오락실 불 5명 숨져… 밀실구조가 화 키워

    경기 안산의 불법 성인오락실에서 불이나 손님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26일 오후 5시20분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층짜리 상가건물 3층의 성인오락실에서 2중 출입문을 만들기 위해 용접을 하는 과정에서 불티가 튀면서 불이 나 이병철(26)씨 등 손님 5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박모(27·여)씨가 중상을 입고 고대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또 5층 모텔 종업원 김모(20)씨는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재 당시 오락실에는 모두 6명이 있었다. 불이 나자 3,4,5층의 모텔과 노래방 등에 있던 50여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일부는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불은 오락실 내부 115㎡를 태우고 10여분만에 진화됐지만 오락실이 밀실구조로 돼 있어 대피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고, 천장의 스티로폼 등이 타면서 유독 가스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컸다. 환기 시설도 환풍기 1대가 전부여서 유독가스는 곧바로 오락실 내부에 가득찼다. 화재는 용접공이 철문 잠금장치를 용접하다 불티가 유리문과 철문 사이에 쌓아둔 현수막 등 쓰레기에 튄 뒤 목재와 스티로폼으로 마감된 천장에 옮겨붙으며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오락실의 용도는 PC방이지만 하루전인 25일부터 성인오락실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텔 투숙객들은 “사흘전에 간단한 내부공사를 하더니 이날 새벽에 오락기를 비밀리에 실어 날랐다.”고 말했다. 안산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李 “당헌·당규개정 말 않는 게 좋겠다”

    李 “당헌·당규개정 말 않는 게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4일 “현행 당헌·당규에 참 잘 정리돼 있다. 앞으로 당헌·당규를 고친다는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나 당권·대권 분리 문제를 현 당헌·당규의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측근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이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박근혜 전 대표측을 자극하는 등 자칫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던 상황을 조기에 봉합하는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이 당선자가 이 발언을 한 자리 자체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선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당선자 사무실로 불러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 꾸준히 있게 될 당·청·정례회동을 ‘시험운행’하는 듯했다. 두 사람이 1시간가량 대화하는 동안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배석한 박형준 대변인이 말한 것도 실은 ‘허니문 모드’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당·정·청 전면수정 예고 회동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제도 등을 부활하자는 데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당·정 내지는 당·청 분리를 폐기하고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당과 청와대의 정례회동에도 뜻을 같이했다. 박 대변인은 “취임 전에도 당선자와 강 대표가 수시로 회동하기로 했고, 취임 이후엔 주례회동 같은 정례회동을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는 당선자의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낸다며 폐지한 제도를 사실상 복원하는 것이다. 당·청 분리가 과거와 같은 ‘대통령 해바라기’의 폐단을 줄이는 데 기여했을지는 몰라도 단점 역시 적지 않았다는 판단을 따른 것 같다. 당과 청와대가 거리를 두다보니 서로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엇박자가 잦았고, 그로 인해 불거진 불안정한 국정의 책임 소재를 놓고 또 서로 탓을 하다 민심의 외면을 받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다만 이런 부작용을 막을 당·정·청 회동이 ‘밀실’,‘야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어떤 견제장치를 취할 것인지가 남은 관심사다. ●“지금 공천문제 말할 때 아니다” 이 당선자가 현행 당헌·당규를 고수하는 게 좋겠다고 천명해 강 대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강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 말까진 당 지도부를 현재처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강재섭 체제’를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당선자가 “신문을 보니까 우리가 공천 문제 때문에 뭐 어떻다 해서 깜짝 놀랐다. 지금 그런 것 갖고 할 때가 아니다. 인수위도 준비해야 하고 그런 이야기 나오면 국민이 실망한다.”고 말해 강 대표의 손을 확실히 들어줬다는 얘기다. 강 대표가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화합을 저해하거나 단합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발언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논란을 일으킨 당선자의 측근에 직격탄을 날렸고, 당선자 역시 강 대표의 경고에 힘을 보탠 것이다. ●박 전 대표에도 화해 제스처… 갈등 불씨는 여전 이처럼 두 사람의 회동을 통해 한나라당 안팎의 각종 불협화음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분위기다. 특히 당선자가 스스로 측근의 돌출 발언을 꼬집은 의미를 짚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인수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공천을 놓고 이명박-박근혜 갈등을 재연할 경우 4월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또 승자인 당선자의 측근은 물론, 패자인 박 전 대표측에 어떤 신호를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측근들에게는 최근 몇 명이 ‘사고’를 친 것처럼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으로 ‘호가호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 전 대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 측근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당헌·당규 유지’를 공식화한 만큼 그쪽에도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씨’는 여전하다. 집권 여당의 첫 총선 공천을 대통령이 전혀 관여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다. 총선까지 남은 4개월 동안 복잡한 정치구도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는 별도로 강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이 “인수위가 너무 학계 중심으로 꾸려지면 실패하기 쉽다. 정권운영 방안을 짜고 관료도 설득할 수 있게 정치인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을 당선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종로구 탕춘대성 복원키로

    종로구 탕춘대성 복원키로

    조선시대 숙종 때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수도 한양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탕춘대성(蕩春臺城)’이 복원된다. 17일 종로구에 따르면 서울의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탕춘대성(홍지동 136 일대)의 훼손된 성곽을 관광자원개발 차원에서 원형 그대로 다시 쌓기로 했다. 복원되는 산성의 구간은 인왕산에서 홍지문을 거쳐 북한산(삼각산) 향로봉에 이르는 5.1㎞ 성곽이다. 산성의 대문 격인 홍지문(弘智門)은 이미 1977년에 복원됐다. 조선의 숙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수도방위가 위협을 받자 1718년부터 이듬해까지 농한기를 피한 석달 동안 3∼4m 높이의 산성을 쌓았다. 산성의 이름은 세조가 풍류를 즐기기 위해 근처 산봉우리에 만들었다는 탕춘대(현 세검정초등학교 자리)에서 따왔다. 숙종은 성 안에 연융대(鍊戎臺)를 설치, 병사들에게 무술을 연마시켰다. 국란에 대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식량 등을 비축하는 국가 창고도 있다. 병영을 뜻하는 지금의 신영동(新營洞)이나 창고를 의미하는 평창동(平倉洞) 지명도 여기서 유래됐다. 일제 때 발행된 우편엽서에는 산성의 원형을 잘알 수 있는 사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산성이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3호로 등록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소홀과 홍수 등으로 돌더미가 무너져 내리고 폐허가 되면서 등산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로구는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정밀실측 등을 거쳐 2009년부터 본격적인 축성에 들어간다. 종로구 관계자는 “산성이 복원되면 성곽을 따라 수려한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등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최태환칼럼] 명품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최태환칼럼] 명품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YS 임기말 때 우스개다. 부산 영도 앞 바다에 손가락이 둥둥 떠다닌다 했다.14대 대선 때 김영삼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의 손가락이란다. 부산은 YS의 정치적 고향이다. 명품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자부심이 너무 컸던 탓일까.YS 집권말기 극단적인 거부감을 보였다. 아들 현철씨의 국정농단, 경제실정 등 난맥상이 봇물을 이뤘다. 뼛속까지 파고든 배신감을 단지의 심경으로 표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취임식 날을 제외하고 조용한 날이 하루라도 있었던가. 탄핵발의 이후 대중 목욕탕에서다. 어느 노인이 말을 건넸다.“젊은 당신들이 잘 해야 할 거요. 그래야 나라가 살지요.” 생면부지의 인물이다. 생뚱맞았다. 그는 “당신들이 지금 대통령을 택했잖수. 경제나 나라 꼴이 이게 뭡니까.”라고 쏘아 붙였다. 필자를 노 정권 창출의 상징인 386세대 정도로 여겼던 모양이다. 정권에 대한 불신과 앙금이 저렇게 클까 새삼 놀랐다. YS·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국민들이 야속하다. 염량세태다. 당선직후 어느 대통령때보다 환호했던 국민들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두 정권의 초라한 조락은 자업자득이다. 스스로 씨를 뿌렸다. 오만과 독선의 씨앗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 이후 첫 문민 대통령이다. 정권초기 하나회 척결, 밀실·권위의 상징인 청와대 안가(安家)폐쇄, 금융실명제 도입 등이 잇따랐다. 인기가 충천했다. 하지만 오버했다. 노동법 날치기 통과, 현철씨의 정치 농단,YS의 미·일 정상 폄하 논란 등 내우외환이 이어졌다. 끝내 IMF사태를 초래했다.YS 특유의 오기, 안하무인이 혹독한 민심이반을 불렀다. 노무현 정권은 처음부터 국민을 갈라 놓았다.‘참여정부’구호가 무색했다. 국민들은 노 정권의 젊은 가치, 미국과도 맞설듯한 패기를 높이 샀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가 되라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막무가내였다. 국민들을 가르치려고만 들었다. 정권의 성난 얼굴이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개혁 조급증, 끼리끼리 정치, 지칠 줄 모르는 독선은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과 좌절을 안겼다.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이다. 이번 대선엔 영웅이 없다고 했다. 감동이 실종됐다고 했다.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의 멘트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번 선거는 이념도 감성도 아니었다. 이미지나 매니페스토도 아니었다.BBK 공방과 합종연횡이 국민들을 어지럽게 했다. 대통령 제도가 수명을 다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많은 유권자는 여전히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13번을 찍겠다는 냉소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세일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마음을 끄는 브랜드가 없다. 난감하다. 명품은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품은 돼야 할 것이 아닌가. 다음 세일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 전망이 허언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은 직선제 부활 이후 냉혹한 학습의 세월을 보냈다. 국정 성패는 상당 부분 국민의 몫이라는 걸 체득했다. 리더십 갈등 역시 유권자들 선택의 업보다. 올마이티한 대통령은 가슴에서 지워야 한다. 명품 브랜드라고 착각했다가 짝퉁보다 못한, 허망한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오버하지 않는, 국민 눈높이를 아는, 겸손한 대통령이면 그런 대로 편안하지 않겠는가. 무인(無印)브랜드가 의외의 효자 노릇을 할 때가 있다. 다시 살펴 보자. 선거는 누가 뭐래도 미래고 희망이 아닌가.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사설] 혼란스러운 대선후보들의 이합집산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의 이합집산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대선서 노무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로 선거판도를 바꿨던 정몽준 의원이 어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야권의 연대가 범여권의 결집도 촉진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야권의 짝짓기는 낮은 지지도로 고민하는 범여권의 합종연횡을 자극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어제 유세일정도 중단한 채 범여 후보단일화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든 야든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새삼 헤쳐모이겠다는 것은 후진적 정치행태가 아닐 수 없다. 사상 최다인 12명의 후보 등록 그 자체가 국민의 입장에선 혼란스러웠다. 그런데도 기탁금 5억원을 건 후보들이 이제 와서 사퇴한다면 국가에 선거관리 부담을 지운 것은 차치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물론 “(이명박 후보는)나라를 미래로 이끌 분”(정몽준 의원),“보수대통합을 위한 역할”(심대평 후보)이라며 저마다 지지 및 연대의 명분을 설명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후보사퇴나 연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밀실거래의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충청권 기반의 심 후보와 손을 잡은 이회창 후보는 대선 후 국중당과 함께 창당할 의사를 내비쳤다. 후보간 제휴가 일종의 ‘총선용 알박기’라는 심증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이유다. 투표일 직전까지도 정치적 복선이 깔린 연대나 후보단일화 이벤트가 이어질 조짐이다. 하지만, 각 후보 진영이 정치판의 어지러운 이합집산을 신물나게 지켜본 국민이 여기에 감동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후보들은 남은 선거기간이라도 정략적 줄세우기보다 비전과 정책이란 자신의 고유 브랜드로 승부하기 바란다.
  • [22일 TV 하이라이트]

    ●다큐 3일(KBS1 오후 10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5일 치러졌다. 어느 세대든 한국인이라면 이 시험이 인생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팔공산 갓바위에서 자식이 시험에 합격하기를 애타게 비는 부모들의 모습을 비춰봤다. 수능 열풍이 관통한 대한민국의 3일을 조명했다.   ●세계 명작 드라마(EBS 오후 8시50분) 19세기말, 사실주의가 판치던 프랑스 미술계에 이단아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기존의 색채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특히 빛에 노출되는 풍경이나 정물의 강인한 인상을 순간 포착한다.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인상파라고 부른다. 두각을 나타낸 인상파 화가들의 역사를 돌아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0분) 파라과이에서는 가뭄 탓에 강 수위가 낮아져 화물선 입항이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동포 수입상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 아순시온 항구의 세관 직원들과 동포 수입상들이 야속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동포 수입상들은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육로로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태왕사신기(MBC 오후 9시55분) 나무에 기대앉은 처로는 잠든 수지니의 이마에 한 손을 얹고, 꿈을 꾸다 눈을 뜬 수지니는 처로와 눈이 마주친다. 연가려는 궁의 비밀실에 놓여있는 홍옥과 청룡의 신물을 가지고 나와 기하에게 건넨다. 수지니는 처로에게 자신이 할 일을 하겠다고 말하고는 기하를 뒤쫓아 간다.   ●로비스트(SBS 오후 9시55분) 장태성 의원은 해리가 훈련시킨 자신의 말이 우승을 차지하자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다. 해리는 장태성 의원이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줄 용의가 있다고 하자 자신의 상사인 마담채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해리는 성기자가 에바유 사망사건의 행동대원이 양키즈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진을 건네자 깜짝 놀란다.   ●착한 여자 백일홍(KBS2 오전 9시) 남기는 위기에 처한 일홍을 구하기 위해 덕희에게 자신이 진솔의 친아버지라며 큰소리치지만 정작 자신은 진솔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일홍은 답답하기만 하다. 옥분은 덕희가 일홍과 만났다는 사실에 자신과 용찬의 관계가 발각되었을 것이라 오해하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 [사설] 중간광고 도입 못박는 공청회였나

    방송위원회가 그제 개최한 지상파 TV의 중간광고 공청회는 참석자가 주제 토론을 거부하는 등 해괴한 장면이 속출했다. 중간광고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인데도 방송위가 광고 허용을 결정한 뒤 도입을 전제로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앞뒤가 바뀐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청회 제목도 ‘중간광고 허용범위 확대 방안 마련’이 됐다. 한 참석자는 “TV 시청을 방해하는 중간광고 도입 여부에 관한 공청회를 먼저 했어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고는 세부안을 얘기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방송위는 지난 2일 중간광고 허용 결정 전에 공청회를 열었어야 했다. 의견 수렴 없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을 위원끼리 결정한 것은 밀실행정에 가깝다. 오죽하면 “찬반도 묻지 않고 세부안부터 토론하자는 것은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신혼 여행지를 추천하라는 것과 같다.”라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방송위측은 “외부와 논의가 없었던 점은 반성한다.”고 졸속 결정을 시인했다. 그렇다면 백지화하는 게 옳지만 방송위 부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좋은 프로그램을 보려면 수신료를 더 내든가, 아니면 광고를 더 봐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늘어놓았다. 시청자들은 넘쳐나는 광고에 질려 있다. 그런데도 방송위가 중간광고를 허용한 것은 수익을 늘리려는 방송사의 숙원을 정권 말기를 노려 해결사처럼 처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나서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중간광고 허용 등을 시행령이 아닌 방송법에서 직접 다루도록 법을 고쳐서 국민의 시청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총선용 밀실야합”…신당합당 역풍

    권모술수, 꼼수, 자승자박…. 13일 하루 종일 대통합민주신당을 휘감았던 말들이다. 전날 민주당과의 합당선언 뒤 신당엔 매서운 후폭풍이 몰아쳤다. 총선용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이 핵심이다. 소속 의원들은 앞다퉈 모임을 갖고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심지어 탈당 이야기까지 튀어나왔다. 오충일 대표가 재협상을 약속하며 가까스로 분위기가 누그러졌지만 단순 봉합으로 받아들이는 의견이 대세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협상 재론 불가’를 천명하며 한걸음도 물러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와 달리 조순형 의원은 ‘명분 없는 통합’이라며 합당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양측 모두 ‘합당 내전’에 휩싸인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두 당이 재협상을 통해 단일세력으로 탈바꿈하더라도 본선 경쟁력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역풍에 부딪힌 ‘상처뿐인’ 재결합 신당 내 반발의 근원은 ‘지도부와 각종 의사결정기구는 동등한 자격으로 구성한다.’는 합의문 셋째 항목이다. 핵심 내용은 ▲지도부는 양당 현 대표 중심의 2인공동대표 체제로 구성 ▲각종 의결기구 양당 동수 ▲내년 6월 첫 전당대회 개최 등이다. 즉각 ‘총선용 지분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아예 “8석짜리 민주당에 노예문서를 상납하라.”는 거친 소리도 들렸다. 양당 모두 대선보다 총선을 겨냥한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정당개혁 문제를 두고 정동영 후보측과 내내 갈등을 빚었던 친노진영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모인 30여명의 의원은 “결국 지역주의 회귀가 대선의 목적이었느냐.”고 반문하며 허탈해했다. 김형주 의원은 “지분 문제를 합의문에 버젓이 명시한 것도 기가 차지만, 전당대회를 내년 6월에 열기로 한 것은 합당을 빌미로 대선 결과에 따라 제기될 지도부 책임론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절차상 문제도 거론됐다. 김원기·원혜영·유인태·이미경 의원 등 중진그룹은 조찬회동을 갖고 “최고위원회가 공식 수임기구를 구성해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여권 단일화에도 패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초·재선 의원들과 대책을 논의한 임종석 의원은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도 열어놓아야 하는 상황인데,‘박상천 당’으로 만들어 놓고 범여권 단일화를 완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신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격론을 벌인 뒤 “전날 합의사항은 통합의 정치적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통합협상위원회를 구성해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미 합당의 한계가 노출됐다. 재협상하더라도 잠복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청첩장 돌리고 무슨 소리냐” 이에 민주당은 ‘협상 재론 불가’를 분명히 했다. 당 일각에서는 합의 파기시 “양당 후보와 대표단 4인 사퇴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왔다. 당 핵심관계자는 “신당 내분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우리가 먼저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조순형 의원은 “국정실패 세력인 대통합민주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합당 불참을 선언했다. 구혜영 나길회기자 koohy@seoul.co.kr
  • 알몸감금쇼 “심하다” “새롭다”

    알몸감금쇼 “심하다” “새롭다”

    ‘DMB판 올드보이’를 내세우는 감금·탈출 리얼리티쇼가 국내 처음으로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인 TU미디어가 14일 오후 7시30분에 첫 방영할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올누드보이’(15세 이상 시청가). 출연자 3명은 영화 ‘올드보이’ 주인공처럼 맨몸으로 밀실에 감금된 채 만두만 먹으면서 지내야 한다. 이들이 탈출할 수 있는 길은 700만원 상당의 경품을 모으는 방법뿐. 감금방에서 지내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경품응모를 위한 라디오, 컴퓨터, 엽서, 볼펜, 모니터(지시사항 전달기구), 수신전용 전화 등 단 6가지다. 이 밖에는 팬티 한장만 걸친 채 칫솔 하나 없이 지내야 하며, 다른 먹을거리나 생필품이 필요하면 전달받은 임무수행에 성공하거나 시청자와 경품을 교환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TU미디어는 이들의 감금·탈출기를 프리미엄 채널인 TU엔터테인먼트(채널 3번)를 통해 매일 저녁(월∼금) 6시55분부터 매시간마다 5분씩 5차례에 걸쳐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주)파란고양이의 홍재현 PD는 “기획도 형식도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도되는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서 “개그맨 지망생들이 출연해 즉흥적인 재치와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생방송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출연자들은 라이브 개그공연장인 ‘컬투홀’에서 공연하거나 SBS ‘웃찾사’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쌍방향 참여가 가능한 DMB의 미디어 성격을 잘 살렸으며, 매시간대 실시간 중계 또한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획기적 편성”이라면서 “컨셉트 자체는 뉴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앞선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참신함과 특이점에도 불구하고 선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극한 조건에서 생존을 위해 시청자들이 문자메시지로 지시하는 미션과 벌칙을 수행해야 하고, 탈출하기 위해 경품을 빨리 따야 하는 등 상황을 절박하게 몰아가기 때문이다. 정덕현씨는 “시선을 끌기 위해 상황 자체를 과도하게 설정해 프로그램이 자극적·가학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순히 재미만 추구해서는 시청자들이 금방 외면하기 쉬운 만큼 콘텐츠의 질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사설] 이명박·박근혜, 이제 대화로 풀어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전 대표 달래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오늘 칩거를 끝내면서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언론을 통한 간접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 후보의 처지가 딱해 보인다. 경선 패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이 후보의 정치력 부재와 박 전 대표의 좌고우면 모두 비판받아야 한다. 이 후보는 “정권창출 이후에도 정치적 파트너 및 소중한 동반자로서 박 전 대표와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권·당권을 분리한 당헌을 준수할 뜻도 밝혔다. 이 후보측의 일부 인사들이 처음부터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고 자세를 낮췄더라면 한나라당을 둘러싼 정치 분란은 훨씬 줄었으리라고 본다. 특히 이회창씨가 출마할 빈 틈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후보측은 기자회견 한번으로 끝내지 말고 앞으로도 박 전 대표측의 마음을 얻는 대화노력을 집중적으로 벌여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의 대화는 서로 다른 정파간 밀실야합과 거리가 있다. 같은 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상대끼리 불신과 오해를 푸는 일을 야합이라고 몰아붙이기 힘들다. 국회의원 공천권·당대표 선출을 당헌·당규대로 하지 않고 승자쪽이 싹쓸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한 게 문제였으므로 그를 풀어야 한다. 여야를 떠나 집권만 하면 소속 정당을 한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강재섭 대표 등 3자회동이 정례화된다면 당내 민주절차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박 대화와는 별개로 박 전 대표는 명분에서 벗어나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소속 후보가 낙마하길 기다린다든지, 당 밖의 후보를 지원하는 후진적 행태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 설령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소속 정당의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돕는 게 민주정치의 원칙이다.
  • [특파원 칼럼] 日국민 저버린 오자와의 야합/박홍기 도쿄 특파원

    일본 국민들이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다. 믿었던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대표로부터다. 충격이 적잖다.‘배신’,‘배반’이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 7월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 제1당으로 도약한 민주당의 실질적인 얼굴이다. 일본 국민들은 당시 참의원 전체 242석 가운데 119석을 ‘생활 제일’을 내건 민주당에 몰아줬다. 자민당의 무능·부패를 심판하고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오자와 대표는 참의원 선거 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며 중의원 해산을 겨냥, 정권교체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그랬던 오자와 대표가 지난 2일 대표회담에서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제안한 ‘대연정’을 덥석 손에 쥔 채 간부회의에서 의견을 물었다. 정치적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다. 결과는 거부였다. 그러자 4일 전격적으로 대표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간부회의의 결의를 굳이 ‘불신임’에 연결시켰다. 대연정 거래는 밀실에서 이뤄진 ‘정치적 야합’이다. 정치의 큰 틀이 바뀔 엄청난 결정을 공론화도 없이 정치적 유착을 통해 꾀하려 했다. 정책적 합의에 대한 투명성도 저버렸다. 오자와 대표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명분도, 정당성도 약했다. 정책의 일관성도 내팽개쳤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말문이 막힐 만큼 놀랍고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치에서 대연정은 곧 ‘대합병’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이유인 즉 자민당과 민주당의 정책이나 이념이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다. 체질적 한계다. 때문에 일본에서 ‘건전한 경쟁관계’의 양당 체제는 아직 요원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일본 국민들은 오자와 대표의 행보에 뜨악해했다. 대연정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도 그렇거니와 대표직 사의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56%가 대연정을 반대했다. 또 민주당의 대연정 거부에 55.9%가 손을 들어줬다. 오자와 대표는 분명 정권교체와 양당 체제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더욱이 ‘정권교체 역량부족론’을 제기, 민주당에 치명적인 생채기를 남겼다. 당 대표의 발언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일본 국민들은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고도 버티다 지난 8월 느닷없이 사퇴한 아베 신조 총리도 경험한 적이 있다. 또 곧바로 자민당 내 9개의 파벌 가운데 8개 파벌이 담합, 후쿠다를 총리로 추대하는 ‘파벌 정치로의 회귀’도 지켜봤다. 오자와 대표의 사의 철회 과정 또한 어설펐다. 민주당은 오자와 대표의 ‘정치 9단’,‘파괴자’라는 별칭을 의식, 탈당을 우려해 전전긍긍했다. 잇단 회의를 통해 당의 총의라며 “오자와대표의 잔류”를 건의했다. 예상했다는 듯 오자와 대표는 바로 복귀했다. 마치 일본의 아마노이와토(天の岩戶) 신화와 비슷하다. 신의 나라를 다스리는 아마테라스오가미가 동생의 횡포에 화가 나 아마노이와토라는 동굴에 들어가 나오지 않자 세상은 암흑으로 변하고 재앙이 닥쳤다. 많은 신들이 아마테라스오가미의 귀환을 빌어 아마테라스오가미가 나오자 세상은 광명과 질서를 되찾았다는 줄거리다. 사의 소동은 사흘만에 끝났지만 정치 불신의 골은 한층 깊어졌다.3개월 남짓한 동안 아베 전 총리의 무책임과 오자와 대표의 오만을 몸소 느낀 탓이다. 세습 정치인들의 자질마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정치는 요즘 과도기를 걷는 것 같다.‘정치적 탈각’을 위한 변혁의 고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일본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팽배한 상태에서는 개혁은 버겁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현재 비온 뒤 땅이 굳어지기는커녕 풀어야 할 과제들만 겹겹이 쌓아놓은 꼴이다. 따라서 오자와 대표가 ‘정치적 야합’의 멍에에서 벗어나 어떻게 난제들을 헤쳐 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 李 ‘6인회의 해체’ 불똥 鄭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의 막후 의사 결정기구 역할을 해 온 ‘6인회의’가 최근 해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측의 핵심 참모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측의 6인 회의는 각종 중대사를 결정하는 최고 핵심그룹으로, 이 후보를 비롯해 이상득 국회부의장, 박희태·김덕룡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등이 멤버로 참여했다. 이들은 경선 기간 수시로 만났고, 경선 이후에는 1주일에 두차례 정도 모임을 가져 왔지만 당내에서 ‘뒷방·밀실정치’라는 비판을 받아 지난 5일 해체했다. 정 후보측도 핵심 참모들이 참여하는 비공식 모임인 `6인 회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의 측근인 박명광, 이강래, 민병두, 김현미, 박영선, 정청래 의원(윤흥렬 가족행복위원회 본부장) 등이 수시로 모여 선대위의 현안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박명광, 이강래 의원 대신 선대위 정기남 총괄조정부실장과 이재경 비서실 부실장이 참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다. 경선 때 이해찬 전 총리를 지지한 한 의원은 “최근 선대위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냈더니 이미 참모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 당혹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지지했던 한 관계자도 “정 후보측 6인 회의가 공식 기구도 아닌데 거기서 모든 중대사를 결정하는 것은 통합형 선대위 취지에도 맞지 않는 모순”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측은 “선대위 활동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핵심 측근 참모회의니,6인 회의니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모임 자체를 부인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李 일정 취소 ‘장고’ 돌입

    李 일정 취소 ‘장고’ 돌입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사퇴함에 따라 한나라당 내홍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측이 요구한 대로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오른팔’인 이 최고위원을 2선 후퇴시킨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비상처방인 셈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이 이방호 사무총장의 퇴진도 요구하며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고 나설 경우 당 내홍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측은 이 사무총장도 물러나야 ‘화합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이날 경기도 광주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농업분야 타운미팅을 무기한 연기하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주말쯤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일로 예정됐던 ‘국민성공 대장정 경남대회’도 연기했으며, 오는 10일까지 모든 외부일정을 취소하고 정국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2일로 예정된 대구·경북지역 ‘대선필승대회’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후보측 정두언 의원은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대선환경이 바뀌고, 김경준 전 BBK 회장의 귀국 등 예상됐던 위기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만큼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후보가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기 위한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측에서는 일단 이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 화합을 위한 가시적이고 진정성이 담긴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이제 공은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선대위 내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거취를 두고 찬반으로 갈려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박 전 대표를 잡지 않으면 어렵게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에서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서 당 내분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측은 “선대본부장까지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도 자신의 사퇴요구에 대해 “그런 소리에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측은 이 최고위원의 사퇴로 추가적인 조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의 추가적인 화합조치를 요구할 경우 이 후보측이 또 다른 ‘양보카드’를 내밀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이 후보측의 최고의사결정 회의체인 ‘6인회의’는 지난 5일 회동 이후 사실상 해체됐다. 당 안팎에서 ‘뒷방·밀실정치’에 대한 비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사르코지, 阿억류 기자 또 단독회담 구출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모험주의적 밀실 협상’ 논란에 휩싸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차드의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갖고 불법 입양 혐의로 체포돼 있는 프랑스 자선단체 ‘아르슈 드 조에’ 사건 연루자 17명 가운데 프랑스 기자 3명과 스페인 스튜어디스 4명을 석방시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뇌이-쉬르-센 시장 시절 관내 유치원에 침입한 인질범을 설득해 21명의 아이들을 구출하는 대범함을 보인 적도 있다. 프랑스 언론은 이 사건을 대거 보도하며 반겼다. 특히 여권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 부인 세실리아 여사를 특사로 파견하는 적극적 협상 외교로 리비아에 억류됐던 불가리아 의료진을 석방시킨 데 이은 ‘쾌거’라고 평가했다.그러나 야당은 체포된 이들의 석방은 환영하면서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밀실 외교’ 방식을 비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협상 과정을 국회에 알려야 한다.”며 “대통령의 임무가 체포되거나 억류된 사람을 직접 데려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비아 인질 석방 등 지난 몇달 동안 펼쳐진 비공식 협상 과정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vielee@seoul.co.kr
  • 오자와 日 민주당 대표 사의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4일 대연정 파문과 관련, 전격적으로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지난 2일 대표회담에서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제안한 대연정의 논의 과정에서 당 안팎의 정치적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매듭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의원 조기해산 가능성도오자와 대표는 당 간부회의에서 자민당과의 정책협의가 거부된 것과 관련,“불신임을 당한 것과 같다.”면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당 간부회의 및 당원들에게 일임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5일 개최할 긴급 간부회의에서 오자와 대표의 사의를 만류한다는 원칙을 내비치면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정국을 주도해 왔다. 지난 9월10일부터 2개월 가까이 진행된 임시국회에서 자민당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을 만큼 민주당의 힘은 막강했다. 때문에 오자와 대표가 물러날 경우 앞으로 정국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물론 대연정의 제의와 거부만으로도 현재 정국은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후쿠다 총리도 연립정권인 공명당을 제쳐놓고 대연정을 제의했다가 실패함에 따라 정치적 운신 폭이 한층 좁아졌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자민당은 민주당과의 대연정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정국 운영의 한계를 더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日정국 파장 클 듯후쿠다 총리는 대표회담에서 오자와 대표에게 “자민당과 민주당 양당이 각각의 주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연립정권을 만들고 싶다.”며 대연정을 제의했다. 오자와 대표는 후쿠다 총리의 제의를 받은 뒤 당내 간부회의를 거쳐 공식 거부입장을 통보했다. 그러자 민주당 안에서는 즉각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며 오자와 대표의 애매한 태도에 대한 비판론이 들끓었다. 다른 야당들로부터도 ‘밀실야합’이라는 비난을 샀다. 특히 대연정을 먼저 제기한 측이 후쿠다 총리가 아니라 오자와 대표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자 오자와 대표는 당내 구심력의 저하에 따른 지도력의 발휘가 힘들다고 판단,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자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후쿠다 총리가 대연정을 제의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자민당에서 최연소 간사장까지 역임한 뒤 탈당, 비(非) 자민 연립정권을 세우는 등 일본 정계개편의 설계자로 통하는 오자와 대표는 지난해 4월 대표에 취임한 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퇴진시켰다. 이어 중의원 해산을 통한 정권교체를 외치며 차기 총리를 겨냥했다. 물론 오자와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탈당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정치활동을 지금부터 느긋하게 생각하겠다.”고 밝혀 오자와 대표의 다음 ‘승부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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