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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구조조정 ‘5대 함정’ 조심하라

    기업 구조조정 ‘5대 함정’ 조심하라

    정부의 부실기업 솎아 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175개는 ‘생사’의 기로에 섰고, 철강·석유화학·건설·해운 등 4대 취약업종 구조조정 방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을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5대 함정’을 조심하라는 주문이다. 정부 주도의 ‘수렴청정식’ 구조조정 압박에 살(生) 기업이 팽(烹)당하거나 막연한 불안감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회생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은 70개, 회생절차(법정관리) 등을 추진해야 하는 D등급은 105개다. 대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도 시작됐다. ‘속도’는 내되 ‘실적’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첫 번째 조언이다. 등급 매기기가 자칫 ‘살생부’로 변질되면 살 수 있는 기업마저 ‘돈맥경화’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C등급은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기업이지만 일단 시장에 명단이 알려지면 채권단이 돈을 회수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도미노 회수’로 이어져 멀쩡한 기업도 버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벌써 C등급조차 부실기업 낙인을 찍는 조짐이다. 이 때문에 등급 분류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정량화되지 않은 부분에서는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큰데 한번 C등급을 받으면 기업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는 데다 다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기업들에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일부 기업들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소명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금도 평가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소명 기회가 있다는 게 당국 반론이지만, 중간 심사과정이 아닌 등급 공개 후에도 소명 절차나 이의제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밀실 평가의 위험은 지금의 구조조정이 이중적 행태로 진행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기업 평가(등급 분류)는 은행이 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주도권은 정부에 있다. 은행들은 통상 ‘채권은행 운영협약’에 따라 산업위험, 영업위험, 경영위험, 재무위험 등을 토대로 살릴 기업과 퇴출 기업을 분류한다. 하지만 주관적 평가 요소가 많아 당국 기류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불안 섞인 불만이다. 불안해하기는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봐주면 금융사를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정작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사에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이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조조정 업무 담당인 A시중은행 신용감리부장은 “올 상반기부터 10월까지의 동향을 파악해 부실기업 등급을 나눴는데 정부가 불과 두 달 만에 이 작업을 (연말까지) 또 하라고 한다”면서 “기업들에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원가 절감, 인력 감축 등 자구 노력을 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두세 달 만에 나아진 재무제표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패자부활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지 않도록 (최경환·임종룡 경제팀의)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업 전반이 심각한 위험 상태인 것 아니냐는 막연한 공포가 커지지 않도록 적절히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기업에는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수조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은 무더기로 내치는 것도 형평성 시비를 부를 수 있다”며 “이는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기업 구조조정 ‘5대 함정’ 조심하라

    기업 구조조정 ‘5대 함정’ 조심하라

    정부의 부실기업 솎아 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175개는 ‘생사’의 기로에 섰고, 철강·석유화학·건설·해운 등 4대 취약업종 구조조정 방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을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5대 함정’을 조심하라는 주문이다. 정부 주도의 ‘수렴청정식’ 구조조정 압박에 살(生) 기업이 팽(烹)당하거나 막연한 불안감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회생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은 70개, 회생절차(법정관리) 등을 추진해야 하는 D등급은 105개다. 대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도 시작됐다. ‘속도’는 내되 ‘실적’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첫 번째 조언이다. 등급 매기기가 자칫 ‘살생부’로 변질되면 살 수 있는 기업마저 ‘돈맥경화’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C등급은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기업이지만 일단 시장에 명단이 알려지면 채권단이 돈을 회수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도미노 회수’로 이어져 멀쩡한 기업도 버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벌써 C등급조차 부실기업 낙인을 찍는 조짐이다. 이 때문에 등급 분류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정량화되지 않은 부분에서는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큰데 한번 C등급을 받으면 기업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는 데다 다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기업들에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일부 기업들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소명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금도 평가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소명 기회가 있다는 게 당국 반론이지만, 중간 심사과정이 아닌 등급 공개 후에도 소명 절차나 이의제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밀실 평가의 위험은 지금의 구조조정이 이중적 행태로 진행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기업 평가(등급 분류)는 은행이 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주도권은 정부에 있다. 은행들은 통상 ‘채권은행 운영협약’에 따라 산업위험, 영업위험, 경영위험, 재무위험 등을 토대로 살릴 기업과 퇴출 기업을 분류한다. 하지만 주관적 평가 요소가 많아 당국 기류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불안 섞인 불만이다. 불안해하기는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봐주면 금융사를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정작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사에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이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조조정 업무 담당인 A시중은행 신용감리부장은 “올 상반기부터 10월까지의 동향을 파악해 부실기업 등급을 나눴는데 정부가 불과 두 달 만에 이 작업을 (연말까지) 또 하라고 한다”면서 “기업들에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원가 절감, 인력 감축 등 자구 노력을 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두세 달 만에 나아진 재무제표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패자부활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지 않도록 (최경환·임종룡 경제팀의)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업 전반이 심각한 위험 상태인 것 아니냐는 막연한 공포가 커지지 않도록 적절히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기업에는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수조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은 무더기로 내치는 것도 형평성 시비를 부를 수 있다”며 “이는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깜깜이 집필’로 국정화 신뢰 얻겠나

    지난 3일 정부의 고시 발표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취재원들과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퇴한 데 이어 정부가 그제 마감한 집필 지원자들을 애초 약속과 달리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야당도 집필진 비공개 방침을 비판하고 나서 논란은 계속될 조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좌우 진영 논리에다 정치 쟁점화하면서 국론 분열을 촉발할 정도의 메가톤급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좌편향의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고시 발표를 계기로 국정화 작업에 시동을 걸어 놨다. 우편향이 아닌 균형된 교과서를 만든다는 큰 틀 속에서 시대별 집필진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랬던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답답한 일이다. 물론 정부의 고민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집필진을 공개하면 집필진의 신상 털기는 물론 해당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다. 또 집필진 공개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정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스스로 다짐한 공개 원칙을 한순간에 뒤집는 건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부가 말하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쪽의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공개 불가를 선언한 건 밀실 검증으로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고르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급하게 진행해 온 정부 아닌가. 국정화는 말 그대로 국민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정부가 주체다. 정부는 신뢰와 리더십으로 먹고산다. 그런데 신뢰 확보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목표는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데 있음은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집필진 공개를 통해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데 누가 집필에 적합한지 등을 국민에게 선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의 국정화 추진을 국민이 믿고 따를 게 아닌가. 그게 정부의 책임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다. 필요하다면 공모와 함께 정부는 집필 거부를 선언한 학자들 중 역량 있는 사람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 와야 한다. 좌든 우든 극단적인 이념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인물은 피하고, 모든 층을 아우를 수 있는 집필진 구성이라면 더 좋겠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성공 여부는 훌륭한 집필진 구성이 출발점이다.
  • [사설] 국사 교과서 신뢰성, 집필 독립 보장이 관건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되면서 온 나라가 역사전쟁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린다. 국정 교과서 문제 말고는 모든 사안이 무화(無化)되는 블랙홀에서 도무지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확정 고시를 앞당긴 정부는 교과서 집필 작업에 작정하고 ‘나홀로’ 가속을 붙이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 여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담아들을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야당은 야당대로 강경 일변도의 반대 투쟁에 나섰다. 국정 교과서의 부당함을 알리는 투쟁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국정화 불복종 운동을 하자며 대국민 홍보에 들어갔다. 해결의 기미는커녕 산 넘어 산에, 어제보다 오늘 더 암담해지는 상황이다. 교과서보다 중요한 나랏일은 없는 것인지 참담하다.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는 어제 새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을 공개하고 집필 방향을 설명했다. 확정 고시 하루 만의 속전속결 행보다. 국편은 대표 집필자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를 초빙했다고 밝혔다. 다음주 초까지 집필자를 공모하는 동시에 학계 중진과 현장 교사를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20~40명의 집필진을 투입해 내년 11월까지 진행될 집필 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한다.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외통수만 남은 현실이라면 최대 관건은 양질의 집필진 구성이다. 다양한 시각을 갖춘 유능한 학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교육부와 국편이 장담하는 ‘올바른’ 교과서는 나올 방법이 없다. 걱정되는 것은 벌써 그 장담이 빈말이 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제 국편이 집필진을 공개한 자리에 최몽룡 교수는 나오지도 못했다. 여론을 의식한 제자들이 만류해서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이런 지경인데 무슨 수로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탄탄한 집필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 그나마 공개된 대표 집필진도 논란의 핵심인 근현대사가 아니라 상고사와 고대사 전공자들이다. 주요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와 학회들이 교과서 제작 불참을 선언한 마당이다. 이달 중순까지로 예정된 집필진 구성 일정을 늦춰서라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걱정이 없도록 균형 있는 필진을 짜야 한다. 좌든 우든 극단적인 이념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집필진에 포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밀실 집필의 우려를 걷어 내려면 집필진 명단도 낱낱이 알려야 한다. 그것이 국론 분열을 감수하고서 국정화를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자 최소한의 도리다. 집필 과정의 투명한 공개는 말할 것도 없다. 고시 강행까지 교육부가 제대로 여론 수렴을 했다고 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 속전속결 일방통행으로는 온전한 교과서가 나올 수도 없을뿐더러 교과서 배포 이후에도 논란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국정 교과서의 신뢰는 집필 독립권에 달렸다. 집필 기준이 정해진 다음에는 외부 입김이 닿지 않는 장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바뀔 교과서에 국력이 허비되지 않는지, 이념의 덫에 걸리지 않는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국회도 벼랑 끝 논쟁보다는 집필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 목욕탕 안 밀실에… 아파트서 ‘회원제’ 영업까지

    목욕탕 안 밀실에… 아파트서 ‘회원제’ 영업까지

    “단속당한 뒤로 손님도 없고, 목에 풀칠하려고 문만 연 겁니다.” “손님 많은 것 압니다. 매일 찾아올 거니 빠르게 문을 닫는 게 좋을 겁니다.” 4일 정오 서울 강남구 삼성동 ‘T’ 불법 마사지 업체 앞에서 강남구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인 이영준(41) 주무관과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난달 19일에 성매매로 단속됐던 곳이다. 이 주무관은 “지난 3월에도 단속됐는데 이행강제금을 물면서 계속 영업 중”이라고 탄식했다. 이진우(54) 특사경 팀장은 “이러면 강제철거밖에 방법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목욕탕 같지만 따로 운영되는 밀실이 11개나 된다. 종업원은 14명으로 24시간 영업했다. 무엇보다 인근 초등학교와 거리가 160m에 불과했다. 구는 지난 2월 27일 ‘도시선진화담당관’을 신설해 32개 성매매 업소를 적발한 뒤 철거와 영업주 퇴출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아직 5개 업소는 총 89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면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어 찾아간 논현동 관세청 사거리 인근의 S업소는 문앞 보초가 무전기로 구청 직원의 방문을 알렸다. 내부는 탁자가 2개 있는 술집처럼 보였지만, 벽을 열자 10여개의 밀실이 나타났다. 안에서 들리는 분주한 소리를 감안할 때 ‘긴 밤’을 보낸 고객들이 아직 출근 전이다. 직원은 “주인이 바뀌어 사업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변명했다. 2013년부터 단골로 적발되는 곳이다. 구의 강력한 단속으로 2012년 790개였던 유흥주점은 600여개로 크게 줄었다. 유흥주점은 여성종업원을 둘 수 있는 유일한 술집이다. 불경기도 큰 이유지만 불법 성매매 업소의 단속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성매매 방식은 은밀해졌다. 지난달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15평짜리 5채를 빌려 성매매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제 이 아파트에는 다른 세입자가 들어왔지만, 비슷한 영업을 하는 가구가 더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아파트 영업은 특사경도 활동 3년 만에 처음 봤다고 전했다. 가학적 성행위나 페티시즘을 테마로 불법을 일삼은 업소도 있다고 한다. 회원제로 운영돼 적발이 어려운데 활동 영역이 논현·역삼·삼성동에서 수서·도곡동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사경에 특정업체를 선처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하는 외부인사도 있단다. 이진우 팀장은 “성매매업소는 적발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더 적극적인 행정처분으로 적발되면 망한다는 인식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36+α’ 선사~현대 6개 시대별 집필자는 원로 학자 … 학계 중진·현장 교사 등 집필진 25명 공모

    국정교과서 필진은 원로 및 중진 학자와 현장 교사 등 36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선사, 고대, 고려, 조선, 근대, 현대의 6개 시대별 대표 집필자는 초빙된 원로 학자가 맡는다. 중진 학자 및 현장 교사는 초빙과 공모를 병행한다. 하지만 대표 집필자 구성이 완료되면 명단을 공개하겠다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당초 약속과 달리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 상황을 봐 가면서 필진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편 “집필 상황 봐가며 필진 공개 여부 결정”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4일 “집필진 구성은 초빙과 공모를 병행한다. 학계에 명망이 있는 원로를 초빙해 시대별 대표 집필자를 맡아 주시도록 부탁을 하겠다”며 “학계의 중진 및 현장 교사를 대상으로 집필진을 초빙,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공모는 이날부터 오는 9일까지 닷새 동안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시대별로 역사학을 전공한 원로급 대표 집필자의 총괄하에 중진 학자들과 현장 교사들이 각 단원 내용을 집필하게 된다. 당초 대표 집필자를 포함해 모두 36명(중학 21명, 고교 1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현대사 부분에서 정치·경제·군사 전공자들도 참여하게 되면서 전체 집필진은 ‘36+α’ 규모로 꾸려지게 됐다. 또 6개 시대에 각각 6명이 아니라 각 시대의 특징과 필요에 따라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10명씩 배치될 계획이다. 당초 이날 6개 시대별 대표 집필자를 밝힐 예정이었던 국사편찬위원회는 각각 선사와 고대를 담당할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형식(76) 이화여대 명예교수만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분들은 아직 섭외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초빙과 공모를 통해 선발되면 이후에 적당한 절차를 밟아 공고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단 공개 늦어지면 ‘밀실 집필’ 논란 하지만 교과서 제작의 실무 책임자인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은 “(대표 집필자는) 거의 확정이 됐다. 초빙과 공모를 통해 나머지 집필진 선발도 오는 20일까지는 완료될 것”이라며 “공개를 했을 때 집필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집필진 공개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부총리의 약속과 달리 집필이 시작된 이후에도 명단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밀실 집필’ 논란이 일 수도 있게 됐다. 이날 국사편찬위원회가 공고한 집필진 모집 인원은 25명이다. 최소 11명은 이미 정해졌다는 뜻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국민이 만든 교과서라는 얘기 듣도록 하겠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국민이 만든 교과서라는 얘기 듣도록 하겠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헌법 가치에 합당한 나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부여하는 데 현재의 교과서로는 미흡하다”며 국정교과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황 부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명했는데 올바르다는 평가는 누가 하는 것인가. -어떤 것이 좋은 교과서냐, 누가 이를 주도하고 검증하느냐의 문제는 이제부터의 현안이다. 검정교과서에 비해 2배 이상 되는 집필진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분들이 충분한 독자성을 갖고 일하도록 하겠다. 내용 하나하나 단원이 나갈 때마다 국민과 함께 검증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가 잘 반영됐다고 하는, 국민이 만든 교과서라는 얘기를 듣도록 하겠다. →당초 5일로 예고했던 확정 고시가 3일로 당겨진 이유는. -당초 교육부 실무선에서 관보 게재 문제를 이유로 5일 정도에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관보 게재 문제가 해결됐고 행정예고 기간에 충분한 의견 검토를 했기 때문에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집필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절차는 국사편찬위원회가 하지만 최종 책임과 대강은 교육부가 원칙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밀실에서 만드는 교과서는 완성도가 충분하지 않다. 투명하게 해 나가겠다. 완성되는 부분마다 인터넷에 띄워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 →국정화 반대 선언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의견은 어떻게 수렴할 건가. -(이영 교육부 차관) 국민의 의견들은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오해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적극적으로 말하고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대 의견들을 정확히 보면서 올바른 교과서가 나오게 하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野 “국민 향한 선전포고…대통령 사과하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野 “국민 향한 선전포고…대통령 사과하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野 “국민 향한 선전포고…대통령 사과하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정부가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확정 고시한 데 대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정기국회 의사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부터 농성에 돌입했고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비롯한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항의 농성을 계속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한 것을 두고 ‘독재’라고 규정하면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 입장을 밝혔다. 또 4일로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간 2+2회동은 물론 5일 본회의 개최에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도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역사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해치는 적”이라면서 “오늘 정부의 고시 강행은 자유민주주의의 파탄을 알리는 조종과 같다”고 비난했다. 문 대표는 “압도적 다수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불법행정을 강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독재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총에서 “국정화 고시 강행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라면서 교육부의 국정화 확정고시 철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즉시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규탄사를 채택하기도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불통, 억지, 밀실, 날조, 왜곡의 비정상 정권이 무슨 정상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냐”면서 “거짓말 정권은 결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문재인 “여론 무시하고 강행…이것이 바로 독재”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문재인 “여론 무시하고 강행…이것이 바로 독재”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문재인 “여론 무시하고 강행…이것이 바로 독재”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정부가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확정 고시한 데 대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정기국회 의사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부터 농성에 돌입했고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비롯한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항의 농성을 계속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한 것을 두고 ‘독재’라고 규정하면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 입장을 밝혔다. 또 4일로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간 2+2회동은 물론 5일 본회의 개최에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도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역사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해치는 적”이라면서 “오늘 정부의 고시 강행은 자유민주주의의 파탄을 알리는 조종과 같다”고 비난했다. 문 대표는 “압도적 다수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불법행정을 강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독재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총에서 “국정화 고시 강행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라면서 교육부의 국정화 확정고시 철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즉시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규탄사를 채택하기도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불통, 억지, 밀실, 날조, 왜곡의 비정상 정권이 무슨 정상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냐”면서 “거짓말 정권은 결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평화·인권·인류 발전의 보루… “유엔, 이제 여성에게 맡겨라”

    평화·인권·인류 발전의 보루… “유엔, 이제 여성에게 맡겨라”

    “우리에게 지난 70년 동안 8명의 남성 유엔 사무총장이 있었다. 우리의 9번째는 여성이어야 한다.”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여성을 뽑아야 한다는 캠페인이 왕성하게 벌어지고 있다. 올해로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을 주무르는 ‘세계 대통령’이자 ‘외교 대통령’인 사무총장의 역할을 이제는 여성이 맡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성·인권·시민단체를 비롯해 유엔 회원국과 관계자, 학계, 언론 등에서 이 같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최초의 여성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장 먼저 캠페인에 나선 곳은 전 세계 여성 인사 20여명이 조직한 웹사이트 ‘여성 유엔 사무총장을 뽑기 위한 캠페인’(www.womansg.org)이다. 유엔 관련 조직에서 일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지난 2월 의기투합해 사이트를 개설,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8명의 남성 유엔 사무총장이 있었지만 세계 인구의 절반을 대표하는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며 “우리는 여러 차례 진지한 논의를 통해 여성이 유엔을 이끌 시간이 왔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를 위한 행동 계획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올해는 유엔 70주년으로, 진화하는 전 세계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70주년을 시작할 때”라며 “유엔 리더십이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새로운 70년을 위해서는 유엔을 일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과 능력, 용기를 갖춘 여성이 리더십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 헌장 서문과 1조는 인권과 남녀평등을 강조하고 있고 이제 이를 존중해야 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캠페인은 유엔에서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선출되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가능한 여성 후보들을 명시함으로써 선출 과정을 지지함과 동시에 자격이 되는 모든 여성 후보들을 지지하고, 남성 위주로 돼 있는 선출 과정의 투명성을 감시하고, 각 나라 정부·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후보 선정·선출에 관여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 언론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표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먼저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NYT는 지난 8월 22일 ‘여성이 유엔을 이끄는 것에 대한 독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엔은 8명의 사무총장이 있었고 모두 남성인데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장악한 밀실 거래를 통해 선출됐다”며 “이를 바꿀 시간이다. 유엔 수장의 임명은 더 투명해야 한다. 특히 전 세계의 가장 긴급한 문제들을 외교와 합의로 풀어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여성을 임명한다면 강력하게 상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무총장 선출은 유엔 헌장에 ‘안보리 추천을 받아 총회가 결정한다’고 규정돼, 그동안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밀실 협상을 통해 후보를 추천한 뒤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해 왔다. 상임이사국들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여성 후보가 어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아프리카 회원국들이 목소리를 내 차기 사무총장 선출에는 회원국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 미대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반 총장 후임이 여성이어야 하는 이유 3가지를 밝혔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첫째 여성 사무총장 선출은 전 세계 성차별 문제를 부각시켜 해결할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며 둘째 여성을 위한 강한 대표성은 평화를 위한 긍정적 힘으로 작용해 국제 안보와 인류 개발이 증진될 것이며 셋째 여성 사무총장은 남성이 장악한 분야에서 여성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줘 세상의 절반(여성)을 위한 큰 영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이 지구의 최고 외교관 자리를 위해 성차별을 끝낼 때가 됐다”며 “내년 안보리 국가들이 만나 차기 사무총장을 선택할 때 서맨사 파워 유엔 미대사가 최고의 여성 후보에 투표하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여성 사무총장 선출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콜롬비아의 여성 유엔대사가 주도해 지금까지 45개 회원국이 여성 사무총장 선출을 지지한다고 서명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여성 사무총장을 선호하지 않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결과는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 세계의 가장 심각한 도전인 양성평등이 과연 유엔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 이를 통해 유엔이 양성평등을 향상시키는 역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與 공천특별기구 계파 갈등 넘어서야

    내년 4·13 총선에 나설 후보자 공천 방식을 정하는 특별기구 구성을 논의하면서 집권 여당 내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안심전화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여권의 내분은 일단 임시 휴전 상태가 됐지만 공천 특별기구 출범을 앞두고 다시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 간에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오늘 열리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공천 특별기구 구성 안건이 핵심 의제다. 특별기구의 위원장 및 위원 선임을 놓고 벌써부터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이 어떤 계파에 유리하냐에 따라 자신들의 사활이 걸려 있는 만큼 당내 갈등이 내홍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크다. 벌써부터 비박계는 기존의 ‘국민공천제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하되 양 진영이 원하는 인물을 일부 교체, 보강하자는 입장이지만 친박계는 전면적으로 새로운 인물 위주로 TF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비박과 이를 반전시키려는 친박 사이에 계파 간 이해관계가 확연하게 갈려 있다. 특별기구가 논의할 우선적 쟁점 역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 문제인 점을 감안하면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명칭 역시 ‘국민공천 실현을 위한 특별위원회’로 가닥이 잡혔지만 일정 비율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것이 친박계의 입장이다. 비박계 역시 전략공천이 밀실 공천을 낳았던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명분을 고수하고 있어 접점찾기가 어렵다. 공천권 문제는 국회의원들은 물론 각 계파의 정치적 진로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여야 모두의 최대 관심사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아 그들에게 권력을 쥐어주었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고 어려운 민생을 챙기라는 지상명령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룰을 정하겠다고 막무가내식으로 싸움을 벌이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다. 지금 집권 세력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국정을 책임진 주체로서 노동개혁 등 4대 개혁과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집권세력이 공천권 다툼에 매몰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목전의 계파 이익 때문에 당내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면 결국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공멸의 길에서 벗어나 계파를 뛰어넘어 공천권 문제를 매듭짓는 지혜가 절실하다. 국민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국정개혁과 침체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여당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다.
  • ‘中 위안부·난징 대학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유력

    중국이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및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들이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록이 확실시된다.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와 한국의 유교책판도 등재 신청이 된 상태다. 유네스코 산하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가 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신청 기록들의 등록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를 6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연 가운데 중국이 신청한 기록들의 등록이 확실시된다고 도쿄의 외교소식통들이 이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난징 대학살 자료의 등록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으나, 위안부 관련 자료들의 등록 여부는 이견이 있어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청 자료들은 역사자료 및 공문서를 보관하는 중국정부 산하 기록보관소 격인 당안관에 있던 것으로,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에 대한 대항 조처로 지난해 기록유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들 가운데 난징 대학살 문서에는 1947년 난징군사법정이 옛 일본군 관계자를 전범으로 보고 내린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다. 판결문에는 난징 대학살 사건의 희생자 수를 30만명 이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들에는 일본군이 작성했으나 중국에 남아 있는 문서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관련 자료들이 비공개 상태에서 심의가 열리고 있어 자세한 내용들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록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에 외교 통로를 통해 자료 제공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으며, 중·일 양국 관계를 고려해 기록유산 신청을 취하하라고 여러 차례 중국정부에 요구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신청 자료들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등 사실상 밀실 논의여서 반론할 기회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유네스코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2일 “중국이 유네스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일·중 간에 과거 한때 있었던 부정적 유산을 불필요하게 강조하고 있다”며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는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특별히 입장을 낼 것이 없다”면서도 “역사의 진실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일 간 다툼에 끼어들기보다는 올해 말 발간을 목표로 준비 중인 위안부 백서를 내년 3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한 바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오 마이 베이비(SBS 토요일 오후 5시) 리키 김과 태남매의 마지막 하와이 여행기가 방송된다. 아빠 리키 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하와이 민속촌을 방문하게 된 태남매는 다소 낯선 모습의 원주민과 함께 하와이 원시생활 탐방에 나섰다. 아들 태오는 원주민의 ‘불 실력’에 감탄하며 곧바로 직접 불 피우기에 도전하고 맨손으로 나무를 타는 등 실력을 선보인다. 한편 임효성·유수영의 딸 라희, 라율 쌍둥이 자매가 낚시터를 찾으며 남다른 해산물 사랑이 그려진다. 한창 ‘먹방’에 물오른 라둥이는 낚싯대에 고기가 한 마리씩 낚일 때마다 입맛을 다시고 환호성을 내지르며 남다른 식욕을 자랑한다. ■TOP밴드 3(KBS 2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TOP밴드가 새롭게 돌아왔다. 2012년 시즌2 이후 3년 만에 화려하게 다시 돌아온 TOP밴드는 록부터 재즈,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밴드 음악을 통해 대중과 함께한다. 과연 지난 시즌 밴드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총상금 1억원을 놓고 벌이는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처용 2(OCN 일요일 밤 11시) 안개꽃 한 다발을 손에 든 하얀 원피스의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된 ‘밀실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귀신 보는 형사 윤처용과 여고생 귀신 한나영은 피해자의 시체 주변을 떠도는 검은 기운을 느낀다. 한편 현장을 본 분석관 정하윤은 1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미제로 남겨졌던 17년 전 연쇄살인 사건을 떠올리는데….
  • 지역가입자 555만 가구 최저보험료 도입

    지역가입자 555만 가구 최저보험료 도입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38년 만에 개혁하기 위해 2013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 산하에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구성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복지부는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지난 1월 예정됐던 개편안 발표를 미루고 2월 당정협의체로 논의 주체를 옮겼다. 당정협의체는 7월까지 7번의 회의와 2차례 워크숍을 거치며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형평성 문제, 피부양자 제도 개편,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에 대한 최저보험료 도입안 등을 검토해왔다. 정부·여당은 고소득 직장가입자의 보수상한액을 현행 월 7810만원에서 월 950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현재 7200만원으로 규정된 ‘보수 외 기준소득’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단의 당초 안대로라면 2011년 기준으로 보수 외에 연 2000만원 이상의 임대나 금융소득이 있는 직장인은 월평균 19만원 정도 건보료를 더 내게 된다. 하지만 4월 초 있었던 4차회의에서 일부 참석 위원들은 “국민적 수용성과 자료 확보 가능성 등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이 같은 안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정부·여당은 기획단안대로 지역가입자 555만 가구에도 1만 6480원의 최저보험료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현재 3400원 수준의 건보료를 내는 극빈층은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획단은 지역가입자의 자동차에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안을 제시했지만 당정은 3000㏄ 이상 고가 자동차는 예외로 하는 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이 주장하는 방안으로 자칫 고가의 외제차를 임대하는 초고소득층은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일 분석한 당정협의체 경과보고서에는 ‘단계적 개선’, ‘가입자 간 형평성’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된 것으로 나타나 당초 복지부 안대로 추진하는 것에 정부·여당이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상자가 대폭 늘어날 경우 ‘연말정산 파동’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개편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8개월간 진행된 당정 협의 결과가 고소득자는 감면해주고 저소득자에게는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밀실이 아닌 공개된 자리에서 건보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오늘의 눈] 김무성·문재인의 정치개혁 셈법/장세훈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김무성·문재인의 정치개혁 셈법/장세훈 정치부 기자

    내년 총선이 임박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표면적으로는 공천제와 선거제 등 ‘총선 룰’을 둘러싼 당 안팎의 요구를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 본질적으로는 여야 대표가 주창하는 총선 룰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여야 대표가 과거 횡행했던 ‘낙하산 공천’이나 ‘밀실 공천’, ‘계파 공천’ 등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정치적 신념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선 정치 현장에서 빚어지는 정치공학적 셈법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실제 여야 대표는 공천 개혁의 방편으로서 국민경선을 외치지만 정작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한 총선 후보자들은 당원 모집에 열을 올린다. 올 들어서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신규 당원이 각각 30만명 정도씩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당원 수는 새누리당 270만여명, 새정치연합 240만여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증 수준이다. 남은 총선까지 각 정당에 입당 원서는 줄을 이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당원명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당원’, 출마 후보자나 당원 모집책이 당비를 대신 내주는 ‘당비 대납’ 등으로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 국민들의 정치 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공천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작전 세력’만 키우고 있는 꼴이다. 경선에 사활을 건 후보자들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당원으로 가입할 때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지어 여러 정당에 중복 가입해도 이를 거를 마땅한 제도적 장치는 내놓지 않았다. ‘공천 후유증’은 잦아들지 몰라도 ‘경선 후유증’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여야가 ‘표밭 다지기’에만 몰두하면서 민생을 ‘희생양’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이다. 임시국회가 매달 거의 빠짐없이 열려왔고 지금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막한 상황이지만 정작 의원들을 국회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도 여야가 평행선만 달린다. 반성과 책임은 물론, 해법과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선거제 개편의 핵심인 지역구 조정 문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키로 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만 조정하면 된다. 말은 쉽다. 문제는 여야 대표의 해법이다. 김 대표는 지역구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협 대신 관철을 앞세우니 선거구 획정을 위한 법정 시한(10월 13일)을 지킬지도 미지수다. 자칫 여야가 주고받기 식 협상을 통해 의원 정수를 유지한다는 기존 합의를 깰 여지도 있다. 국민들 눈에 ‘통 큰 합의’보다 ‘정치적 야합’으로 비쳐질 소지도 다분하다. 더욱이 여야가 ‘어떻게 공천할 것이냐’는 방식의 문제에 몰두하면서 ‘어떤 인물을 공천할 것이냐’는 정치 개혁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는 답이 없다. 경선 결과가 민심의 반영이며, 선거제 개편이 민심의 반영도를 높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shjang@seoul.co.kr
  • 통유리벽·태양광 발전기·구민 의견 빼곡한 메모지… 집무실 보면 구청장 구정철학이 보인다

    통유리벽·태양광 발전기·구민 의견 빼곡한 메모지… 집무실 보면 구청장 구정철학이 보인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구청장이 되자마자 구청장실과 비서실 사이에 콘크리트벽을 통유리로 바꾸었다. 민원인 등 지역주민이 예고 없이 비서실에 들이닥치면 구청장이 살짝 대피할 비상구를 만드는 점을 고려할 때 파격적이다. 나른한 오후 보고를 미루고 의자에서 낮잠을 잔다거나 ‘나 홀로 코를 파는 행위’ 등은 할 수가 없다. 이 구청장은 밀실서 검은 거래가 발생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구 관계자는 “전임 구청장실을 절반으로 줄이고 통유리벽을 만드니 ‘검은’ 청탁이 사라지고 주민들의 방문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구청장실 앞 복도까지 점거한 주민에게 분이 풀릴 때까지 점거하고 대신 대화를 꼭 하자고 제안했다. 구청장실의 통유리벽은 숨길 것도 없고 숨길 마음도 없다는 구정 철학인 셈이다. 난감한 측은 비서실이다. 똑바로 일하는지 체크하는 이 구청장의 매서운 눈초리가 언제 반짝일지 모를 일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실에는 노란 메모지가 빼곡히 붙은 벽이 있다. 구청 1층 게시판에 구민들이 의견을 제시한 수백 개의 메모지를 붙여놓았다. ‘경청의 벽’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무원들에게 지시하고 점검하기 위해 메모지를 시장실 곳곳에 붙여 놓은 것과 활용도가 다르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시대에 뒤떨어진 소통 방식이 아니냐는 핀잔도 있지만, 구 관계자는 “노인을 포함해 인터넷 장벽에 가로막힌 사람들도 많다”며 “손글씨에서 이 글을 쓴 주민의 마음이 느껴지는 만큼 인터넷 소통과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실은 전임 구청장이 만든 황토벽 때문에 고민이다. 한 관계자는 “몸이 좋다면서 전임 구청장 시절 구청장실에 황토로 칠했는데, 없애자니 공사비가 들고 그냥 두자니 취향에 맞지 않아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5년 전 초선 때 청장실을 절반으로 줄이며 변화를 준 구청장 중에 재선 구청장이 돼 구청장실을 원래 크기의 4분의1 토막으로 만든 사례가 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지난해 8월 여성가족과를 만들면서 집무실의 절반을 내놓았다. 구청장실은 20㎡로 6평에 불과하다.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의 거실 크기다. 집무실에는 책상과 책장, 응접용 탁자와 소파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귀가도 포기하고 올빼미처럼 일해 마련해 놓았던 간이 야전침대도 구청장실을 줄이면서 눈물을 머금고 없앴다. 2005년 세계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은 자신의 그림을 걸어놓은 이성 구로구청장의 집무실은 초선 때 집무 공간을 34㎡(10평)로 3분의1 크기로 만들었다. 108㎡(약 33평)에서 대폭 줄였지만 좋단다. 민간 빌딩에 세들어 살던 과를 끌어들이고 보증금 4억원과 월세 300만원을 줄였으니 이른바 ‘자린고비 구청장’이다. 집무실의 소품들은 단체장의 관심사가 반영된다. 역사를 좋아하는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재선 이후 지역사 등 기록물을 만들어 책상에 진열했다. 기원후 67년부터 1953년까지 지역사를 다룬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 구한말부터 현재(1890~2014년)까지 용산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용산을 그리다’가 대표적이다. 그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구청장이 되고 싶다”고 밥 먹듯이 다짐한다. 기후변화정책에 관심이 많은 김성환 노원구청장실은 외벽에 태양광 발전기를 달아 놓았다. 직원들은 에어컨은 물론이고 선풍기도 잘 틀지 않아 김 구청장의 방을 ‘찜질방’이라고 부른다. 구청장에게 보고하러 갈 때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거나 시원한 옷차림으로 가야 한다. 김 구청장은 옥상 농장과 지하 버섯 농장, 햇빛발전소, 미니 온실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선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실 모형을 신청사 6층에 전시하고 있다. 시장실 모형에서 시민의 말을 경청하려고 몸을 숙인 각도만큼 기울여 놓은 책장이 인상적이다. 37년 넘게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장사한 ‘기부천사’ 류양선 할머니의 가게에서 의자 대용으로 쓰던 젓갈통과 인권변호사였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사용한 의자 등도 놓여 있다. 그 소품에서 박 시장이 집중하는 시정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글 사진 최여경·이경주·김동현 기자 kdlrudwn@seoul.co.kr
  • 연세·동국·경희대도 총장 선출 힘겨루기

    연세·동국·경희대도 총장 선출 힘겨루기

    대학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대 고현철 국문학과 교수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려는 학교 측 방침에 반발해 투신한 후 국립대는 직·간선제가 도마에 올랐고, 사립대는 소속 교수들과 재단 사이에 내홍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올 하반기 신임 총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연세대도 재단과 교수들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0일 연세대 교수평의회 등에 따르면 재단 이사회 소위원회는 정갑영 현 총장의 후임 선출을 앞두고 교수들의 인준 절차를 폐지하는 ‘18대 총장 선출안’을 지난달 상정했다. 이 선출안에는 총장 후보 자격 기준 중 ‘65세로 총장 임기를 종료할 수 있는 사람’을 ‘전·현직 총장으로서 연세대 총장을 1회 이상 중임하지 않은 사람’도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바꾼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전·현직 총장이 출마할 경우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최종 단계의 후보로 등록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덧붙였다. 연세대 내에서는 정 총장의 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교수평의회는 이사회 이사들에게 반대 호소문을 전달하고, 교수들에게는 인준 투표 폐지를 반대하는 사발통문식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평의회 측은 인준 투표를 폐지하는 건 이사회 뜻대로 총장을 뽑겠다는 의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준 투표는 과거 총장 직선제와 간선제의 장단점을 고려해 이사회와 교수평의회가 마련한 타협책인 동시에 교수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민주적 장치”라면서 “일부 이사들이 담합해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총장 선임을 시도할 때 인준 투표는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교수평의회는 다음달 7일 임시 이사회를 앞두고 교내에서 인준 사수대회를 열고 세를 결집하겠다는 방침이다. 동국대도 총장 후보 추천을 둘러싼 조계종 종단 개입 논란으로 학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총장 후보자 3명 중 한 명이자 연임이 유력했던 김희옥 전 총장이 “조계종이 사퇴를 종용했다”고 발표하며 돌연 사퇴를 선언한 후 총장이 된 보광 스님의 논문 표절로 자격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경희대는 설립자의 차남인 조인원 총장의 ‘장기 집권’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2006년 임기 4년으로 13대 총장이 된 후 조 총장은 14대에 이어 15대까지 9년째 재직하고 있다. 별도의 총장 선출 규정이 없는 상황이 불을 지폈다. 경희대 교수의회를 중심으로 재단 이사회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족벌 체제의 총장 선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교수의회는 지난해 6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사회가 지명한 총장 후보에 대한 교수들의 찬반 투표 방안을 마련했지만 재단 측이 이를 거부했다. 조 총장은 지난해 10월 15대 총장에 연임되자 교수들은 ‘밀실 선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2년 국립대에 대해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를 평가 요소로 삼아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하며 압박해 왔다. 1987년 6·29선언 이후 학내 민주화 바람을 타고 도입됐던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교내 파벌 싸움과 혼탁 선거도 빌미가 됐다. 국립대의 경우 부산대를 제외한 나머지 40여곳이 간선제로 돌아섰다. 고 교수 투신 후 부산대는 19일 교수회와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교육부가 강력 반대해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면서 총장의 리더십을 강조하다 보니 각 대학이 당장 눈앞에 보여줄 수 있는 사업 성과에만 집착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총장 선출이 이사회의 독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개선론도 나온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국민경선제-권역별 비례 빅딜 국민공감 바탕으로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선거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여야 모두 현행 고비용·저효율 정치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거센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선거 개혁의 방향은 일부 권력자들이 좌지우지하는 공천권을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돌려주는 공천 개혁과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깨뜨리자는 선거제도 개선에 집중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통해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명분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여야 동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혁신위원회의 의원 정수 확대안 제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현행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논의가 엇갈리면서 여야 모두 상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최근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동시에 도입하는 빅딜설이 내부에서 서서히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소선거제구가 도입된 이후 27년간 국회의원 선거의 가장 큰 맹점은 지역 편중 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고질적인 영·호남 지역감정으로 지지율에 따른 합리적 의석 배분이 불가능해 특정 정당의 싹쓸이 현상이 지속돼 왔다. 여야의 극한 대립을 초래하면서 우리 정치를 3류, 4류로 뒷걸음치게 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행 전국 단위 비례 대표제의 변형이지만 3~6개의 권역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따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현행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에 한해 적용할 경우 특정 정당의 싹쓸이 현상이 사라져 지역 편중 현상이 완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프라이머리의 경우 밀실에서 이뤄지는 전략 공천을 없애고 선거권을 가진 모든 유권자가 참여하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추천하는 제도다. 특정 권력자들의 입김을 배제하면서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는 장점과 함께 돈 선거의 우려 및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의 국회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단점도 있다. 여야의 선거 제도 개혁 논의는 벌써 20년 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치중하다가 대부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로 끝을 맺었다. 이번에도 내년 총선이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현 제도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 개혁은 이런 정치권의 행태에 지친 국민들의 최후 명령이나 다름없다. 100% 만족할 수 없지만 차선의 선택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을 개혁해야 한다. 논의도 하기 전에 온갖 변명을 늘어놓고 단점만을 부각시켜 무산시키는 것은 현상 유지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나 다름없다. 오픈프라이머리든 권역별비례제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실현 가능한 정치·선거 개선안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여야가 정치 개혁의 열망을 수용하는 첫걸음이다.
  • [새로운 50년을 열자] 한·일, 북핵 ‘공통 위협’ 인식…과거사·독도에 발 묶인 안보협력

    [새로운 50년을 열자] 한·일, 북핵 ‘공통 위협’ 인식…과거사·독도에 발 묶인 안보협력

    “양국 간 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합시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야 합니다.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입니다. 자위대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할 때도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지금 이 자리에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나카타니) 지난 5월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양국 안보협력 관계의 현 수준을 그대로 드러냈다.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공통의 위협을 안고 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인식 차이는 안보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한·일 안보협력의 초석을 쌓은 시기는 19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 때로 평가된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을 기조로 삼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협력을 얻고자 했다. 일본 측도 1998년 8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미사일이 일본 본토 상공을 지나 태평양 쪽으로 떨어지자 미국과 미사일방어(MD) 체계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한국과도 안보협력을 촉진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김 대통령과 당시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1998년 10월 미래지향적인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장관급, 실무 국장급, 작전부대들의 교류와 공동 훈련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99년 8월 일본 규슈와 한국 해역에서 양국 해군 함정들이 참가한 최초의 수색 구난 공동 훈련(SAREX)이 시작됐다. 양국은 격년으로 2013년까지 이 훈련을 총 8번 실시했다. 양국 국방 당국은 1999년 5월 해군과 공군의 작전사령부 간 직통전화(핫라인)를 구축했다. 김대중 정부는 이 같은 안보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일본 측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일본과 역사 및 영유권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잔존했음에도, 정부가 절제된 메시지를 통해 일본 측의 시정을 요구하면서 안보협력을 진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도 한·일 안보협력 관계를 격상시키고자 했다. 양국 국방 당국은 2011년 1월 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고 2012년 6월에는 일본 측과 이 협정에 공동 서명하려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 군 당국으로서는 일본과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는 취지하에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유엔평화유지군 활동 시 군수물자를 상호 보완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밀실 추진 논란과 함께 국민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을 매개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면서 얻는 이익이 일본과의 안보협력보다 더 크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현재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한·중 관계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라고 해서 한국이 안보 문제에서 중국과 공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공격 등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한·일 안보협력은 여전히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2일 “일본이 군국주의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위험하다는 부정적 시각이 생겼다”며 “일본은 다시 군사대국화를 추구하거나 동아시아의 패권국가로 회귀할 자원과 능력이 부족하고 미국도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일본 교도통신이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군사력 보유와 교전권 등을 부인하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응답자의 60%는 ‘현행대로 존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바꿔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2%에 그쳤다. 이는 아베 신조 정권이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담은 안보법제를 개정했지만 일본 국민들은 여전히 평화의 중요성을 갈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한·일 안보협력이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처한 대외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모두 관리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한·일이 동맹으로서 이 역할의 일부를 담당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의 이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합법화하는 길을 열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의 눈치를 모두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와 같이 미국을 매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하되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북한에 대한 억제력, 비전통안보 이슈 위주로 안보협력을 진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육아휴직 그 엄마, 회사에서 전화 왔대…승진 축하한다고!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육아휴직 그 엄마, 회사에서 전화 왔대…승진 축하한다고!

    지난 17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인피닉. 반바지와 면티를 입은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책상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눈다. 입사 9개월 차인 손효선(33) 인사채용팀장이 박재연(26), 정혜인(27) 팀원과 회의실에서 면접 질문지를 놓고 논의 중이다. 팀장도, 팀원도 모두 여성이다. 성별에 대한 편견 없이 지원자를 대하라는 취지에서다. 18개월 아들을 둔 손 팀장은 외국계 보험사 인사팀에 있다가 이직했다. 면접 볼 당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나오려면 바쁠 테니 출근을 30분 늦춰서 하면 어떨까요’라는 회사의 제안을 받고 “이런 회사라면 믿고 일할 수 있겠다”란 생각에 망설임없이 이곳을 선택했다. 2001년 설립된 인피닉은 스마트폰 신제품 테스트 등을 전문으로 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전체 직원 318명 가운데 여성 근로자가 약 40%(128명)나 된다. 동종 업계 IT 기업의 여성 직원 평균 비율이 29%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회사의 신조다. ‘해피 홈퍼니’(Happy Hompany)다. 홈퍼니는 ‘홈’(Home·가정)과 ‘컴퍼니’(Company·회사)를 합친 말이다. 노성운(44) 인피닉 대표가 직접 지었다. “가정과 직장이 다 같이 즐거워야 한다. 가정의 즐거움을 위해 나보다 회사가 더 애쓴다”는 뜻이란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상도 여러 번 받았다. 여성가족부 주관 가족 친화 경영대상(2013년), 가족 친화 기업 관련 여성가족부장관상(2012년) 등을 받았다. 그만큼 인피닉에는 여성을 위한, 가족을 위한 특별한 제도가 많다. 첫째 ‘달란트 제도’다. 평가로 인한 사내 경쟁을 없애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 회사에는 인사고과(考課) 제도가 없다. 노 대표는 “흔히 말하는 회식 문화, 사내정치 문화, 목욕탕 문화 등은 남성을 위한 사내문화”라면서 “실력보다 친분과 술자리로 더 평가받는 조직을 만들지 않으려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과 평가제도가 없는 대신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잘하는 직원을 칭찬할 수 있는 격려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예컨대 직원들 이름 옆에 ‘달란트’라는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한 뒤 많은 스티커를 받은 직원에게 상품권 등을 선물한다. 스티커는 1인당 4장(1개월 기준)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승진급 심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별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대표가 혼자 밀실에서 승진 대상자를 정하지 않는다. 인사위원회를 별도로 꾸린다. 공정하게 각 팀의 과장, 팀장, 부서장 10명 이상이 모여서 규정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한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른다. 여성이 반드시 40%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여성 관리자 비중(33%)도 동종 업계(21%)보다 높다. ‘육아 중 승진제’도 있다. 육아휴직 및 출산 휴가 중인 임직원을 대상으로 승진을 시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통상 대부분의 회사가 승진 대상에조차 올리지 않는데 이를 배제하고 근무 중이 아니더라도 공정하게 후보에 올려 평가한다. 지금까지 4명의 여직원이 휴직 기간 중 승진을 했다. 손효선 팀장은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다가 왔지만 이곳은 더 외국계 기업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임신근로자·육아기 단축근무제 이용자도 흔하다. 자신이 원하는 근무시간(8시간)을 선택해 나오면 된다. 테크니컬리더 그룹 소속 책임연구원인 김주혁씨는 남성이지만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 김 연구원은 “요즘 고민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유기농 아침식단 만들기”라며 “회사가 배려해 주니 경력 단절과 가사 일로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던 아내가 직장을 갖게 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육아 등으로 직원이 휴직할 때 대체 인력을 뽑는 경우도 많지만 인피닉은 교육 지원은 물론 기간에 상관없이 직원이 복귀할 때까지 자리를 그대로 비워 둔다.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고마움을 인트라넷에 올리며 제도를 공유하고 소통한다. ‘복지카페’도 눈에 띈다. 다양한 형태로 포인트를 선물해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입사 2000점 ▲결혼기념일 2000점 ▲입사 1주년 1000점 ▲자녀 돌 5000점 ▲우수사원 5000점 등이다. 이 점수만큼 상품권을 살 수 있다. 직장맘들이 좋아하는 제도는 ‘마이너스 연차’다. 이미 소진된 연차 외에 앞으로 생길 연차까지 ‘선불’로 당겨 쓸 수 있는 제도다. 갑자기 자녀가 아프다거나, 어린이집이 휴원일 때 등 잦은 연차가 필요한 워킹맘을 위해 시행됐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연차가 없는 신입사원도 쓴다. 정인권(36) 인사팀 과장은 “자랑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미 직원 30%가 마이너스 연차를 쓴 상태”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여성들이 행복한 기업을 만든 이유를 물었다. 노성운 대표는 의외로 “일부러 여성을 더 뽑고, 여성을 의식해서 이런 제도들을 만든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좋은 직원을 더 모으고 싶어서 조금 배려했을 뿐”이라면서 “여직원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피닉의 신조가 그런 것이란다. 최정인(34·여) 경영기획팀 차장은 “회사가 편해야 집안이 편하고, 집안이 편해야 일이 편하다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여성이 행복해야 회사가 행복하다고 믿는 기업은 또 있다. 2013년 여성 친화기업 인증(문화체육관광부)을 받은 ‘엠엘씨월드카고주식회사’다. 1992년에 설립됐다. 항공·해상수출입 운송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한다. 이곳은 임신기 여성을 위해 출근시간을 8시 30분에서 9시로 늦춰 주고 금요일엔 오전에만 일하게 한다. 여직원들만의 모임인 ‘도란도란’도 운영한다. 여성 근로자들의 건의사항을 들어주고 사내 남녀 차별적인 제도를 바꿔 나가는 모임이다.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풀라며 월 50만원, 분기 100만원씩 회식비를 ‘통 크게’ 쏜다. 대기업 중에선 삼성화재의 배려도 눈에 띈다. 2012년 3월부터 운영 중인 콜센터 ‘임산부팀’이 대표적이다. 아이를 가지면 업무량을 조정해 준다. 휴식과 수유를 위한 휴게실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2015 남녀고용평등기업’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2년 육아휴직제와 PC 자동소등제(오후 7시)를 실천 중인 기업은행과 휴직 후 희망부서 우선배치 등을 시행 중인 신세계백화점도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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