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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시 30% 룰’ 또 뒤집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입 근간 흔들

    ‘정시 30% 룰’ 또 뒤집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입 근간 흔들

    靑·교육부 엇박자… ‘30%이상’ 확대 무게 現 고1 치를 2022년 대입부터 적용될 듯 교육부 “급격한 확대 아냐” 서둘러 진화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 등 도미노 혼선 전교조 “고교서열화 해소 동시추진 모순”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공언하면서 교육계는 해묵은 ‘정시·수시 논쟁’을 되풀이하게 됐다. 당장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부터 바뀔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입제도 개편이 힘을 얻으면서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는 고질적인 병폐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유은혜, 정시확대 가능성 계속 일축했는데 … 문 대통령의 연설 직후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마련된 개편안을 넘어선 급격한 확대는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쏠림이 심한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당정청이 협의해 왔다”면서 “(시정연설을)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좀더 협의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 ‘정시 30% 이상 확대’를 결정했지만 현장에서는 ‘30%’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30% ‘이상’에 방점을 찍고 그 테두리 안에서 일부 주요 대학에 정시 확대를 권고한다는 의미로 (대통령의 연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그간 여러 차례 발언을 통해 ‘정시 확대’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불과 하루 전인 21일 국정감사에서도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학종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정시 확대’에 힘을 실은 것은 청와대와 교육부 간 ‘엇박자’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입시 개편’을 직접 언급하면서 지난해 결정된 ‘정시 30% 이상 확대’를 넘어서는 대입제도 개편 작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교육업계 주가 올라… 특목·자사고 몰릴 듯 대통령의 ‘정시 확대’ 언급이 교육계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교육이 소위 ‘스카이’(SKY)라 불리는 최상위 대학 진학에 매진하고 있는 데다, 최상위 대학의 입시 개편은 다른 대학들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메가스터디의 주가가 장중 한때 16.45%까지 치솟는 등 사교육업계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당장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교육 관련 국정과제가 도미노처럼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일반고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핵심 정책으로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축소를 전제로 한 제도다. 수능의 상대평가가 유지되고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은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수강한다’는 취지와 달리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대입제도에 대한 정부의 방향이 모호해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 논의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 교육 과정의 다양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정시 확대’와 ‘고교 서열화 해소’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서울 강남·서초구로 전입한 고교생 수를 분석한 결과 수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강남 전입자 수도 줄어 2016년 순전입자 수는 처음으로 순감(-37명)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정시 확대가 결정된 뒤 전입자 수가 다시 증가 추세에 놓였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강남 등 수능에 강세를 보이는 학교를 중심으로 고교 서열화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정시 30% 룰’이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가 추가 확대될 수 있다. 대학들은 2022학년도 입시 시행계획을 내년 4월까지 공표하게 돼 있다. 서울의 주요 15개 대학의 평균 정시 비중은 2020학년도 27.5%, 2021학년도 29.5%다. 서울대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비중을 30.3%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는데, 교육부 권고 에 따라 이보다 소폭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입시 전형 비율은 대학의 자율 사항이라 대학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도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돈줄’을 쥐고 압박하기도 쉽지 않다. 교육부가 또다시 대입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하면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빨라야 현 중3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3학년도 대입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전 소장은 “현 정부에서 개편을 논의해도 다음 정권에서 적용된다”면서 “큰 폭의 대입제도 개편은 현 정부 안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겨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 반발… 정의당 “밀실협의 더이상 안돼” 전교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로 대입 정책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학종 비중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으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급선회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라면서 “고교 교육 정상화를 고려해 교육부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정권과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던 정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로 교육 정책을 바꾸겠다는 모순을 보여 줬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정시 확대 언급은 교육적인 해법의 모색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접근”이라면서 “당정청은 밀실에서의 ‘깜깜이 개편’이 아니라 논의 내용을 공개하고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조국 취임하자마자 비공개 수사 방침… 국민 알권리 위축

    비리공직자·정치인·재벌 수사도 깜깜이 피고인 기소 땐 죄명·구속 여부만 공개 취재진의 검사·수사관 접촉 원천봉쇄 규정 어기면 장관이 감찰 지시할 수도 겉으론 언론 옥죄기, 실상은 檢 옥죄기 檢 당혹감… “감찰 도중 외부 유출 가능” 법무부가 형사사건 보도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임 박상기 장관은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손보려다가 조국 장관 가족 수사 때문에 유보했지만, 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당정이 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형사사건 보도가 금지되면 검찰의 ‘밀실수사’가 우려되고 국민의 알권리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기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대체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대로라면 앞으로 검찰 수사는 원칙적으로 보도가 금지된다. 이 방안이 확정돼 실행되면 국민적 관심 사안이거나 고위 공직자·재벌·정치인의 비리 사건이라도 어떤 과정을 거쳐 수사가 진행되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기소됐더라도 피고인의 죄명과 구속 여부 정도만 공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기자가 검사나 수사관과 접촉하는 것도 금지했다. 검찰 소환도 공개할 수 없다. 기존에는 고위 공직자의 경우 피의자가 동의하면 언론에 공개했지만, 앞으로는 서면으로 동의했을 경우에만 공개가 가능한 것으로 바뀐다. 일명 ‘티타임’으로 불리는 검찰 공보관(차장검사)의 정례 기자간담회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도 언론 보도는 극히 제한된다. 언론에 공개할 수사 내용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데, 민간위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존 공보준칙은 벌칙 조항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규정을 어기면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할 수도 있다. 조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라 가뜩이나 몸을 사리던 검찰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불구속 기소된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경우 공소사실은 물론 공소장도 공개되지 않았다. 겉으로는 언론 옥죄기지만, 사실상 검찰 옥죄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는 감찰을 각오하면서까지 언론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필요가 없고, 언론으로서는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오보가 늘어날 수 있다”며 “감찰 담당자가 수사자료를 모두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수사 기밀이 오히려 감찰 과정에서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조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법무부가 피의사실공표 문제로 감찰에 착수한다면 검찰 수사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당정, 수사유출 금지 추진… 檢, 조국 조카 영장

    당정, 수사유출 금지 추진… 檢, 조국 조카 영장

    검찰 기밀 유출 땐 벌칙 부과 조항 검토 민주 “檢 개혁 완결 위해 역량 총동원” 野 “밀실 수사 꼼수” 檢 “수사 영향 의도”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이 16일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36)씨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가족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장관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사법개혁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법무부의 공보준칙 강화로 검찰의 수사기밀 유출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검찰은 불쾌감을 드러냈고 야당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밀실에서 진행하겠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장관 임명은 권력기관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는 조치인 만큼 당정은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적 완결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 장관 의혹 관련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이 일부 언론에 단독 보도된 것이 조 장관 임명을 막기 위해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당정은 검찰의 정치적 개입 문제와 수사 내용 유출 방지 방안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당정은 법무부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검찰이 수사기밀 유출 시 벌칙을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 정책위의장은 “국회 차원의 입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조치에 속도를 내는 것과 함께 (수사 내용 유출 방지를 위해) 공보준칙 강화 등 시행령과 시행규칙 강화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제 검찰의 공보지침을 바꿔 피의자 공개소환은 물론 수사 상황 브리핑도 절대 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한다”며 “이는 포토라인에 서는 조국 배우자와 조국을 못 보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당정의 공보준칙 강화 방침을 조 장관 관련 수사의 보도를 옥죄는 것에서 나아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공보준칙을 강화하더라도 언론계 등 이해 관계자들의 견해도 폭넓게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관련해 학계, 언론계 의견을 듣기 위해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 사건 공보가 전면 금지되면 오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뭐가 바람직한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 관계자는 “수사기밀 유출 시 벌칙 등의 내용은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황성기 칼럼] 위안부 합의 전철 밟지 않으려면

    [황성기 칼럼] 위안부 합의 전철 밟지 않으려면

    한 달간 대한민국을 ‘조국’ 두 글자에 몰입시킨 태풍이 지난 자리는 허허롭기는커녕 더 뜨겁다. 빈수레마냥 요란했던 청문회에서 건질 것은 딱 하나, 조 후보자가 남긴 한일 관계 발언이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의견을 묻자 조 후보자는 서슴없이 답변했다. 첫째, 대법원 판결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둘째, 외교 협상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셋째, ‘1+1’(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배상)이란 기본에 정부가 플러스 알파로 어떤 형식으로 참여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7월 26일 민정수석 교체 전까지 청와대에 몸담았던 조 후보자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 7월 4일 일본 정부의 3개 품목 수출 규제 시행,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 제외 예고까지 일련의 한일 공방을 지켜본 조 민정수석이었다. 그는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 의견도 냈을 것이다. 청문회 답변이 사견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해도 청와대의 일본 해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1+1+알파(α)’가 눈에 띈다. 한일 극한 대립의 근원은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다. 1965년 청구권협정에 의한 개인청구권 소멸을 주장하는 일본은 이제 와서 배상이 웬 말이냐,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주장한다. 민사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한국 정부는 한일 경협 자금의 혜택을 누린 한국 기업과 피고인 일본 기업이 함께 배상하는 ‘1+1’안을 6월 19일 일본에 제안했으나 일언지하에 거부당했다. 공식적으로 한일은 ‘1+1’안 이상 나아가지 않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일본 정계 실력자에게 ‘1+1+α’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총리실은 부인했다. 총리실이 부인한 ‘1+1+α’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법률가 조국 법무장관이 되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일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가담하는 플러스 알파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입을 모은다. 정부와 한국 기업이 실질적인 배상을 떠맡고, 일본 기업은 자발적으로 기금 출연에 참여하는 안이다. 혹여 일본 측에서 돈을 내지 않더라도 사과를 받는 선에서 매듭을 짓자는 게 ‘1+1+α’의 골자다. 65년 협정에서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 개인청구권의 존재 여부를 한일 정부 간에 일치시키는 과정을 생략하고, 대법원과 일본 최고재판소의 엇갈린 판결을 각자 인정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판결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둘째, 배상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면 입법을 해야 하는데 과연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겠는가다. 셋째, 이런 애매한 해결 방식을 이춘식 할아버지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납득하고 수용할지 의문이다. 65년 체제의 결함인 식민지배의 불법성, 청구권 해석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향후 전개될 한일 협의가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이병기·야치의 밀실회합을 연상시키는 대일 특사 파견(뒤늦게 공개됐다)처럼 정치 봉합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피해자의 외침은 반영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면서 적용한 원칙이 피해자 중심주의다. 100억원짜리 한일 재단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 사실상 해산시켰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원고들이 바라는 해결책은 일본 기업과 화해해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받는 것이다. 이런 소망이 이뤄지지 않으면 ‘1+1+α’도 종국에는 피해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일왕 즉위식(10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11월 22일),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2020년 1월) 등 몇 가지 시한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일본 기업의 자산이 법원에 의해 매각되면 소강상태인 한일은 폭발할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가 보복의 강도를 높인다면 때리는 놈 주먹도 아프다고 서로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강제동원은 역사이자 인권 문제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원칙과 강단을 갖고 풀어 가야 한다. 미국의 중재를 바라는 태도 또한 문재인 정부스럽지 않다. 한일 대립은 장기전에 돌입했다. 일본이 비열한 ‘수출 허가 수도꼭지’를 옥죄고, ‘한국 때리기’를 안방에서 소비하더라도 이겨내지 못할 대한민국이 아니다. 새 한일 관계를 만드는 장정은 이제부터다. marry04@seoul.co.kr
  • [사설] 당정청 밀실 논의로 시늉만 하겠다는 대입 개편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대학입시 제도 개편에 들어간 교육부가 별도의 논의 기구 없이 당정청 협의만 진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백년대계를 손대도 될 일인지 이만저만 걱정스럽지 않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대입 개편 논의를 위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비공개로 만나 실무협의를 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교육부는 태스크포스(TF)를 따로 만들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신뢰도 제고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하더니 당정청 협의로 일단락 짓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 시비가 갈수록 높은 학종을 손보겠다면서 교육 현장이나 대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할 계획조차 없다니 차라리 그대로 둬서 혼란이라도 없게 하라는 쓴소리가 터진다. 대입 개편 시도는 지난 1일 대통령의 갑작스런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어지자 여론을 무마하려는 일과성 처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안 그래도 컸다. 그런 마당에 교육부가 이렇게 졸속으로 입시 개편 작업을 진행해 학생과 학부모, 대학의 불신과 혼란은 어떻게 감당할 요량인지 궁금할 뿐이다.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정치적 셈법으로 저울질해서는 안 될 것이 교육 정책이다. 자기소개서, 동아리 및 봉사 활동, 교내 상 등 학종의 평가 장치가 부모의 능력과 학교장의 개인적 의지, 교사의 역량에 따라 ‘복불복’인 현실은 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턱없이 낮은 정시 비율을 상향할 수 없다면 교육부는 금수저 전형으로 불신받는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안을 전방위로 강구해야 한다. 뜻이 맞는 당정청 관계자들끼리 어물쩍 입시 개편의 생색만 냈다가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반영해야만 한다.
  • 당정청만 모인 대입 개편 회의… 교육계 “밀실 논의 안 돼” 반발

    당정청만 모인 대입 개편 회의… 교육계 “밀실 논의 안 돼” 반발

    교육부, TF팀 구성·공론화 계획 안 밝혀 소폭개편이라 내부 회의로 매듭지을 수도 학생부 항목 삭제 찬반 대립 큰 파장 우려 교총 “공론화 과제 선정 함께 논의해야”대입 제도 개편 논의에 나선 교육부가 공론화 등 교육계와의 협의 계획은 밝히지 않아 ‘밀실 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작업이 가져올 파장이 상당한 탓에 교육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6일 대입 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실무 협의회를 열고 ‘학종 공정성·투명성 강화’라는 방향을 도출했다. 교육부는 현재까지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거나 공론화를 진행할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논의해 온 데다 ‘정시 30% 확대’라는 큰 틀을 건드리지 않는 소폭의 개편안을 준비하는 만큼 내부 실무진 회의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학종 공정성 강화를 위한 소폭의 제도 개편도 교육계와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의 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봉사활동·자기소개서·교내 수상 경력·자율동아리 항목 삭제 또는 축소가 거론되지만 항목 하나를 없애는 데도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원단체들은 이들 항목을 삭제해 “학교 정규 교육과정 위주로 학생부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소서는 대학이 학생들을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 “자율동아리 기재가 학년당 1개로 제한되기 때문에 충분하다” 등의 반론도 나온다. 교육부가 ‘학종 공정성 강화’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며 ‘정시 확대’ 논란은 일축했지만 교육계의 예상 범위에서 벗어난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량 평가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학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학종 개편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대통령 지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공론화 과제를 내놓고 교육계와의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본다”면서도 “공론화 과제를 내놓는 것 역시 교육계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과 대학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바람직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타인은 지옥이다’ 이동욱, “사람고기라도 될까봐 그래요?” 임시완만 모르는..

    ‘타인은 지옥이다’ 이동욱, “사람고기라도 될까봐 그래요?” 임시완만 모르는..

    ‘타인은 지옥이다’ 고시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충격적인 정체가 밝혀졌다. 7일 방송된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제작 영화사 우상, 공동제작 스튜디오N, 총10부작) 제3회 ‘은밀한 속삭임’에서 옆방 이웃으로 첫 대면한 윤종우(임시완)와 서문조(이동욱). 302호 유기혁(이현욱)을 살해한 직후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멀끔한 서문조는 어렵지 않게 종우의 경계심을 한 꺼풀 벗겨냈다. 범죄소설을 쓴다는 종우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 이런 곳에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갑자기 신이 난 종우는 쓰고 있는 소설까지 풀어놨다. 다음 날, ‘그나마 이 사람이 여기서 제일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종우의 평가와 달리, 서문조는 고시원 4층에서 지독히 냉정한 살인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변득종-변득수(박종환) 쌍둥이, 홍남복(이중옥)과 함께 서문조가 내려다본 이의 정체는 엄복순(이정은)이 “방세도 내지 않고 도망쳤다”던 안희중(현봉식)이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묶여 있는 그에게 “안희중의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가 유기혁에게 당한” 형사의 죽음을 알렸고, 누구도 찾아오지 않아야 하는 고시원 규칙을 어겼다고 했다. 엄숙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위로 치과치료를 하듯 안희중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서문조와 이를 지켜보며 기괴한 웃음 짓는 타인들. 같은 시각, 바쁘고 지친 하루를 보내는 종우와 소정화(안은진)에 이어 치과의사의 일상으로 돌아간 서문조의 모습이 교차되며 안방극장에 아이러니한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치과 밀실에서 안희중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빨을 세공하는 서문조의 모습은 서늘한 공포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으로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편, 회사에서 지옥 같은 하루를 마치고 귀가하던 종우는 인적이 드문 길에서 끙끙대며 포대자루를 옮기는 쌍둥이를 발견했다. 몰래 숨어 그들을 지켜보다 돌아서려는 순간, 서문조가 나타났다. 최대한 기척을 숨겼던 종우와 달리 쌍둥이에게 성큼 다가가 여기서 뭐 하냐는 서문조에게 변득종은 “주인아줌마가 쓰레기 버리고 오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서문조는 아직 숨어있는 종우를 불러내며 “시체라도 버리는 줄 알았네”, “저 검은 자국은 뭐예요? 꼭 피 같은데”라며 종우가 궁금했음직한 것들을 물었고, “이건 음식물 쓰레기 국물이에요”라는 답을 들었다. 그렇게 종우의 의심을 끝맺으려던 순간, 종우는 의심 안하게 “한 번 열어보자”라며 호기를 부렸다. 그런 종우를 흥미롭게 비켜보던 서문조 역시 빨리 열어보라고 맞장구쳤다. 결국 직접 열어보라며 변득수가 건넨 커터 칼로 포대자루의 묶인 부분을 끊어낸 종우는 고양이 시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를 보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서문조는 “고양이 시체를 여기다 버리면 어떻게 해요”라고 타박할 뿐이었다. 맥주 한잔을 청한 서문조와 고시원 부엌에 마주한 종우. 엄복순이 만들어놓은 정체모를 고기가 안주로 올라왔지만, 종우는 곧바로 젓가락을 내려놨다. 고양이 시체를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속도 안 좋았고, 맛도 이상했다. 그만 일어서려는 종우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고기를 집어먹던 서문조. 그 순간, 종우는 순간적으로 그의 섬뜩한 얼굴을 포착했다. 놀란 종우에게 서문조는 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요? 이게 무슨 사람고기라도 될까봐 그래요?”라고. 서문조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종우의 겁먹은 얼굴과 대조되며 종우와 시청자들을 모두 혼란에 빠뜨렸다. ‘타인은 지옥이다’ 제4회, 오늘(8일) 일요일 밤 10시 30분 OCN 방송. 사진 = OCN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워라밸’과 심야영업 단속/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워라밸’과 심야영업 단속/손성진 논설고문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주 52시간 근무로 귀가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요즘 분위기와는 반대로 밤새 흥청댔던 시절이 있었다. 밤의 자유를 만끽하던 분위기는 통행금지 폐지와 관련이 있다. 통금(자정~새벽 4시)은 시행 36년 만인 1982년 1월 5일자로 폐지됐는데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람들은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다. 통금이 해제되자 유흥주점, 나이트클럽, 심야 다방, 만화방, 전자오락실, 사우나, 안마시술소 등 퇴폐·향락업소가 일시에 번창해 밤을 잊고 영업했다. 향락과 과소비에 대한 질책이 잇따르자 1984년 5월 31일 서울시는 안마시술소 등 퇴폐·향락업소의 심야영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가며 퇴폐업소는 더욱더 기승을 부렸다. 나체쇼 공연은 보통이었고 심지어 중학생까지 입장시켜 춤을 추게 하고 술을 판 디스코텍이 적발됐다. 이른바 심야 소극장이 미성년자들에게 성인영화를 방영하고 사행성 오락기구를 이용하게 하다 단속에 걸렸다. 도심과 잠실, 서울역 등지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들어서 새벽까지 장사를 했다(경향신문 1985년 12월 24일자). 당국은 1990년 1월부터 요정, 룸살롱, 카바레 등 유흥 접객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음식점과 카페, 극장까지도 심야영업을 전면 금지했다. 단속 이틀 만에 심야영업을 하던 업주 13명을 구속하는 등 단속은 엄했다. 그해 8월에는 에너지를 절약한다며 주유소의 심야영업도 금지했다. 단속의 영향은 컸다. 한 달 평균 유흥업소 1500여곳이 문을 닫았고 범죄가 30% 줄었다. 1차로 끝내는 ‘조저녁 음주문화’와 ‘혼술 문화’가 이때부터 생겨나고 24시간 편의점이 주당들의 2·3차 장소로 애용됐다. 그러나 일부 업소는 셔터를 내리고 몰래 영업하거나 비밀 벨을 사용하고 단속을 나오면 비밀통로가 딸린 밀실에 손님들을 피신시키는 등 불법 심야영업을 계속했다. 일부 접대부들은 주택가로 파고든 비밀 요정에서 일하거나 일본으로 건너가 유흥업소에 취업하기도 해 접대부 불법 송출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국민 87%가 단속에 찬성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손님에게도 범칙금을 물리는 등 단속 강도는 더 세졌지만, 카페촌 옷가게들이 줄폐업하고 일자리를 잃은 술집 악사가 자살하는 등 부작용도 컸다. 일부 남성들은 “술 마실 권리를 제한한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업소 주인들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발했다(동아일보 1990년 12월 29일자). 심야영업 규제가 완전히 풀려 다시 허용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6월이었다. sonsj@seoul.co.kr
  • 소명요청서 보낸 정의당 “2030 분노, 4050 박탈감, 6070 혐오”

    소명요청서 보낸 정의당 “2030 분노, 4050 박탈감, 6070 혐오”

    황교안 “임명강행 꼼수” 특검·국조 카드 당청, 野 ‘청문회 9월초 연기’ 재차 거부 바른미래당도 딸 입시특혜 의혹 檢고발 文·민주 지지율 뚝… 단일대오 균열 우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법개혁 옹호와 청년 지지자의 비판 여론 속에 갈팡질팡하는 정의당이 22일 조 후보자 측에 소명 요청서를 보내면서 입장 정리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유상진 대변인은 “소명 요청서에 첫째 후보자 딸과 관련된 각종 의혹, 둘째 웅동학원 소송과 부친 재산 처분 관련 의혹, 셋째 후보자 부인과 후보자 동생의 전 부인 간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에 대해 세세한 내용의 질문을 담았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그동안 장관 후보자 낙마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조 후보자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며 “조 후보자는 칼날 위에 선 자세로 성찰하고 해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 검찰 고발을 넘어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황교안 대표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검·국정조사 등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청문회 보이콧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청문회가 일단 열리면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 강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청문회부터 열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은 ‘청문회 하루만 넘기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꼼수 발언”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조 후보자와 입시 특혜 의혹을 받는 조 후보자 딸을 23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한국당의 ‘인사청문회 9월 초 연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 후보자 관련 여러 의혹이 보도되고 있는데 의혹만 있고 진실은 가려져 있지 않나 생각도 든다”고 오는 30일까지 인사청문회를 열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청문회 날짜가 잡히지 않으니 (조 후보자) 본인도 답답할 것”이라며 “국민과의 대화의 장, 언론과 대화의 자리가 필요하다면 국회와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내 일각의 우려에도 조 후보자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리했지만 이날 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주말까지 분위기가 더 악화되면 이대로 가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조국을 보호하려는 민주당의 노력이 안 보인다”, “중도층의 마음을 잡기 위해선 조 후보자를 내쳐야 한다” 등 의견이 엇갈렸다. 한편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전체회의로 넘기자고 했지만, 한국당은 밀실 법안이라고 반대하며 정면충돌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협정기간 90일 남았지만… 사실상 정보교환 끝나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함에 따라 지소미아는 2년 9개월 만에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됐다. 2016년 11월 23일 체결된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되는데, 연장되기 90일 이전에 한일 중 일방이 연장 거부를 통보하면 지소미아는 11월 22일 밤 12시에 종료된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앞으로 남은 90일간 한일은 여전히 정보를 교환할 수 있지만, 지소미아는 ‘사안에 따라 정보 교류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양국에 자율권을 주고 있기에 사실상 이날부로 정보 교류는 더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는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됐으나 한일 이견 차가 커 무산됐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0월 일본 외무성이 지소미아 체결을 제안해 양국이 물밑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체결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반대 여론이 거셌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2012년 6월 국무회의에서 지소미아 체결안을 비밀리에 상정해 통과시켰으나, 밀실 추진 논란이 거세지면서 서명 직전에 체결을 연기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0월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본과 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으며, 27일 만인 11월 23일 양국 국방장관이 최종 서명하면서 체결됐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與, 인사청문회 불발 대비해 ‘조국 국민청문회’ 추진한다

    與, 인사청문회 불발 대비해 ‘조국 국민청문회’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회 불발을 대비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 앞에서 직접 해명하는 식의 ‘국민 청문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 중 한 명이 회의에서 ‘국민 청문회’를 제안했다”며 “당내 공감대가 있었고 대표단이 방식, 시점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방식이 어떤 게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형식이나 명칭부터 정하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제(20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국민 청문회 제안이 처음 나왔고, 어제도 논의를 했다”며 “자유한국당이 청문회를 여는 게 맞는 순서지만, 무책임하게 넘어가서 임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자리라도 만들자는 데 대표단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식 인사청문회가 아닌 별도 창구에서 조 후보자가 해명하는 것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유지해 온 입장과 배치된다. 따라서 한국당과의 인사청문회 협상이 어려워지자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을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와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저도 한다”며 “말 그대로 실체적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청와대·민주당, 이에 반대하는 한국당의 대치 구도는 이날도 이어졌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를 열면 조 후보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며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일각에서는 청문회 보이콧 카드를 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일단 청문회가 열리면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 강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청문회부터 열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은 ‘청문회 하루만 넘기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꼼수 발언”이라고 했다. 또 한국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 검찰 고발을 넘어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조 후보자의 사법개혁 옹호와 청년 지지자의 비판 여론 속에 갈팡질팡하는 정의당은 이날 조 후보자 측에 ‘소명 요청서’를 보내며 입장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오는 26일 정의당을 찾아 설명키로 했다. 심상정 대표는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며 “조 후보자는 칼날 위에 선 자세로 성찰하고 해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전체회의로 넘기자고 했지만, 한국당은 밀실 법안이라고 반대하며 정면충돌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노태우 정부때 추진…2016년 체결 후 1년마다 자동 연장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함에 따라 지소미아는 2년 9개월 만에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됐다. 2016년 11월 23일 체결된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되는데, 연장되기 90일 이전에 한일 중 일방이 연장 거부를 통보하면 지소미아는 11월 22일 밤 12시에 종료된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앞으로 남은 90일간 한일은 여전히 정보를 교환할 수 있지만, 지소미아는 ‘사안에 따라 정보 교류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양국에 자율권을 주고 있기에 사실상 이날부로 정보 교류는 더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는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됐으나 한일 이견 차가 커 무산됐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0월 일본 외무성이 지소미아 체결을 제안해 양국이 물밑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체결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반대 여론이 거셌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2012년 6월 국무회의에서 지소미아 체결안을 비밀리에 상정해 통과시켰으나, 밀실 추진 논란이 거세지면서 서명 직전에 체결을 연기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0월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본과 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으며, 27일 만인 11월 23일 양국 국방장관이 최종 서명하면서 체결됐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대학 구성원 참여, 교육비리 청산 없는 교육혁신은 ‘공염불’

    대학 구성원 참여, 교육비리 청산 없는 교육혁신은 ‘공염불’

    오늘의 대한민국을 가히 ‘공공성 전성시대’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공공성이 사회적으로 잘 작동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분출한다는 의미에서 전성시대이다. 사회의 일정한 발전 단계에서 공공성의 결핍을 강하게 느끼고 그것이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 영역에서 특히 공공성 요구가 높은데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공공성이 결여된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이며,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 대학의 진정한 혁신은 대학이 주체가 되고 지역과 정부가 함께 지원하는 노력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교육부도 대학의 혁신을 지원하는 부처로서 거듭나겠다.” 교육부가 지난주에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 말이다. 교육부가 대학을 혁신의 주체로 설정한 것은 옳은 선택이고 큰 변화다. 지난 정권에서 대학과 구성원들이 혁신의 대상으로 간주되어 심하게 핍박받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의 환영할 일이다. 대학의 자율 혁신을 강조하고 대학과 지역의 협력을 통한 상생발전을 제안한 것도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사학 비리는 실제보다 작게 처리되었고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는 생략되었다. 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은 당위적 수준의 언급을 넘어서지 못했고 실현 가능성은 더욱 불확실하다. 대학평가 방식과 지방대학 지원 방안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대학서열화 문제는 아예 드러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교육 문제가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가? 20년 넘게 끌어온 핵문제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고 최근 한일 관계는 아베 정부라는 상대가 있기에 어렵다. 그렇다면 고등교육의 혁신을 가로막는 상대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푸는 데 고차방정식이 필요한가? 아니다. 교육 문제는 공공성을 변수로 한 일차함수이다. 교육의 공공성이 확보되면 나머지 문제들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그런 함수라는 말이다. 교육에서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의미에서 공공성이 국민, 공공복리, 공개와 소통의 세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니 교육에서 공공성이란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교육, 국민의 공공복리에 기여하는 교육, 국민 사이에 공개되고 자유롭게 소통되는 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공성에 반하는 상태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민과 학교 구성원의 참여를 거부하는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상태. 둘째, 국민과 구성원의 공공복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소수의 이익을 위해 교육 비리를 저지르는 상태. 셋째, 공개와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을 거부하는 밀실행정의 상태. 이 정도 상태라면 교육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것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혁신을 위해서 구성원의 참여, 지자체와의 협력,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는데 공공성을 결여한 대학이 구성원의 자유로운 참여를 권장하지 않을 것이고 지자체나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협력도 추진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시 강조하건대 고등교육의 혁신을 위한 유일무이한 전제조건은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 비리와 족벌 체제를 청산해야 할 것이며, 그 핵심은 구성원을 교육의 주체이자 운영의 주체로 받아들여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없이 교육혁신을 말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비유컨대 진흙 속에서는 연꽃이 피어나지만, 억압과 통제하에서는 교육도 믿음도 창의도 꽃피지 않는다. 유 부총리는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하면서 더욱 구체화하여 구성원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는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대학이 살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아울러 고등교육의 혁신이 공공성의 관점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주마가편의 마음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학을 혁신의 주체로 세워 자율 혁신을 권장하는 교육부의 철학적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원 감축을 자율에 맡기는 정책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요청한다. 원칙적으로 자율은 좋은 것이지만 아무 때나 적용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자율은 강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논리가 되기도 한다. 경제영역에서 비경쟁적 시장구조가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처럼 대학의 존재구조가 서울과 지방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자율 감축은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비감축 및 지방대학의 과잉 감축으로 나타나고, 필연적으로 지방대학의 괴멸로 끝나게 될 것이다. 둘째,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대학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에 백분 공감한다. 그러나 이 정책이 향후 4년 안에 12만명 이상의 입학정원이 줄어드는 인구절벽의 대학 대란 상황에서 지방대학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부적절하므로 다른 대책이 시급하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현재의 서열화된 대학구조하에서 1차로 서울 소재 대학, 2차로 수도권 대학, 3차로 지방 국립대학이 피해간다. 결국, 지방 사립대학에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이 지자체와의 단기 협력으로 수도권 대학과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구상은 명백히 실현 불가능한 가정이다. 셋째, 대학의 86%가 사립대학이고 상당수 사립대학이 사학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형적인 상황에서 ‘공영형 사립대학’이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학의 정상화를 추구하기 위한 필수 정책이라는 점에서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 이 정책에 대한 폭넓은 정책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가 아닌지 묻고 싶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특별한 정책이 아니라 대학을 그저 대학답게 만들자는 평범한 정책인데 야당의 반대가 아니라 정부 내부의 이견에 발목 잡혀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사학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영형 사립대학을 위한 극히 소규모의 시범사업도 실행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 정부를 무슨 정부라고 불러야 할지 자괴감이 든다. 마무리는 자율성 문제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는 것에 할애하고 싶다. 교육기본법과 사립학교법에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법조문의 추상성 혹은 이 표현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에 두 가지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오해. 교육에서 공공성과 자율성이 마치 상호모순적이고 충돌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인데 명백한 오해다. 공공성과 자율성이라는 두 가치는 서로 충돌하는 제로섬 게임의 관계가 아니라 공공성이 앙양될수록 자율성이 확대되는 포지티브섬 게임의 관계이다. 극단적으로, 공공성이 제로 상태라면 자율성이 완벽하게 실현되겠는가? 그렇지 않다. 공공성이 보장될 때 자율성도 충분히 보장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두 번째 오해. 자율성이 마치 이사장이나 총장에게만 부여된 권한인 양 생각하는 것인데 명백하게 아전인수 격의 주장이다. 대학은 법인과 본부 및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수평적 교육공동체이고 이 공동체가 담당하는 교육과 연구 등의 사회적 책무를 지원하기 위하여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부여된 자율성은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부여된 자율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공공성과 자율성이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거나 죽은 교육이다. 공공성과 자율성은 상호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협력하고 촉진하는 관계이다. 최고의 공공성이 최고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그러므로 공공성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이자 전제 조건이며 또한 고등교육 혁신의 출발점이다. 상지대 총장
  • ‘학교 앞 마사지 영업’ 업주 무죄 선고한 1심 깬 항소심 재판부

    ‘학교 앞 마사지 영업’ 업주 무죄 선고한 1심 깬 항소심 재판부

    2심 재판부가 교육환경보호구역(옛 명칭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 마사지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업주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이윤호)는 교육환경법(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교육환경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학교 경계 또는 학교 설립 예정지 경계로부터 200m 범위 안의 지역을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고시해야 한다.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설정하는 구역으로, 누구든지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을 설치해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가 이루어질 우려가 있는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 A씨는 지난해 1~3월 대구 수성구의 한 중학교에서 약 178m 떨어진 곳에 침대가 있는 밀실 6곳과 샤워실 등을 설치한 뒤 고객들로부터 5만~6만원을 받고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다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 우려가 있는 영업을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경찰의 현장 단속 당시 A씨 업소에서는 일회용 속옷과 콘돔 2개가 발견됐다. 그러나 A씨는 “손님 편의를 위해 일회용 속옷을 제공했고, 콘돔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려고 보관한 것”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단속 경찰관이 유사성행위가 이뤄진 흔적을 찾지 못했고, 종업원들도 마사지 관련 일만 했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업소에서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 우려가 있는 영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는 “교육환경법 위반은 해당 업소에서 실제 성적인 행위 등이 이뤄지는 영업을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면서도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업소를 운영한 기간, 업소 규모 등을 종합해 벌금 액수를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민주당 총선 비례대표 후보 국민이 뽑는다

    이해찬 “인재영입위, 말 많은 사람 뺀다” ‘뼈’있는 농담 주목… 양정철 겨냥 해석도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내년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당헌·당규에 있는 대로 국민이 직접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공천심사단은 추미애 대표 시절 만들어진 당 정당발전위원회 혁신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로 지난해 당헌·당규에 포함됐다. 당규에 따르면 경제·외교·안보 등 심사과정에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와 전략공천을 제외한 모든 분야는 국민공천심사단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도록 했다. 국민공천심사단은 후보자와의 질의·토론을 거쳐 후보자 목록 2배수 내에서 추천투표를 하고, 그 결과는 당대표에게 보고된 뒤 중앙위에서 최종 확정하도록 했다. 비례대표는 그동안 당 지도부의 밀실 공천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공천심사단을 운용함으로써 공천 과정에 국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한편 이해찬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을 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이 대표가 ‘뼈 있는 농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우스갯소리로 ‘(8월 구성되는 인재영입위원회에서) 말 많은 사람은 뺀다’고 했다”며 “자의든 타의든 인재영입과 관련해 말이 많은 사람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부원장이 인재영입 실무를 주도한다는 소문이 돌자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가 말한 ‘말 많은 사람’은 양 원장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아비를 잃은 최인훈의 딸이 말한다… “인생의 기본값은 신파”

    아비를 잃은 최인훈의 딸이 말한다… “인생의 기본값은 신파”

    ‘글 쓰는 일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일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마음먹은 대로만은 되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광장’과 ‘밀실’을 두고 번민하다 결국 ‘영원한 중립국’으로 떠나는 이명준의 ‘광장’을 쓴 최인훈을 모르는 이는 없다. 지난 23일은 그의 1주기였고, 그의 딸 윤경씨가 쓴 책이 나왔다. ‘회색인의 자장가‘(삼인)다. 책은 짐작 가능하듯 대문호의 소탈한 일상을 담았다. 어린 딸에게 ‘걸스, 비 앰비셔스’라며 야망을 가지라고 당부하는 모습, 타령조로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짚어가던 엉터리 이야기꾼의 모습, 아픈 아내 대신 딸의 머리를 서툴게 빗기던 모습 등이다. ‘뽀뽀뽀’ 시청을 금지당한 채 어린 나이에도 뉴스만 시청하는 건, 식탁에서도 늘 문학과 예술과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건 전적으로 책 때문이라도 어린 딸은 생각했다. ‘책 때문에 손발이 모두 묶여버린 것 같았던’ 딸은 절대 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책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소설을 방법으로 인생을 생각하고, 인생을 방법으로 소설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는 아비의 딸 답게, ‘최인훈’을 떼놓고 보아도, 짐작 이상으로 좋은 산문집이다. 지난해 이맘 때, 우리는 한국문학의 거장을 잃었지만 윤경씨는 아버지를 잃었다. 그 마음을, 그는 이렇게 썼다. “아버지를 보내고 깨달은 것은 ‘인생의 기본값은 신파’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다가 어떤 큰일들을 만난다. 그 어떤 큰일들을 만나면 사람들은 별수없이 신파가 된다. 그 어떤 큰일들이 나의 일이 될 때 사람들은 별수없다. 울고 짠다. (중략) 정말 큰 사람들은 자기의 큰일도 남의 일보듯 의연하지만 그만큼이나 의연해지는 일은 신파보다 더 눈물나게 외롭고 슬픈 일이다.” 윤경씨는 “어렵고 복잡한 얘기는 아빠가 많이 했으니까 윤경이는 나중에 즐겁고 재미있는 글만 쓰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는데, 인생에 이런 말을 해주는 이가 단 한 명만 있어도 인생은 더 없이 살아볼 만한 것이 될 것 같다. 그것이 내 아버지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미술을 전공하는 손녀 은규씨가 할아버지가 단박에 끊었던 담배, 할아버지가 마셨던 술병 등을 그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그 작가의 북캉스는 [   ]다

    그 작가의 북캉스는 [   ]다

    바야흐로 여름 바캉스 ‘극성수기’ 시즌이다. 해마다 요맘때 꼼짝 말고 출근하는 것이 되레 시원하다고들 하지만, 또 마음은 어디 그러한가. 더우면 짜증이 나고, 짜증 나면 ‘지금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소용돌이친다. 소설을 읽는 일은 제일 저렴하게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휴가를 가는 이에게는 이중삼중의 여행을 즐기시라는 의미에서, 휴가를 안 가는(또는 못 가는) 이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지금 이곳을 잊으시라는 의미에서 소설을 물색했다.극성수기만큼 독자들이 열광하는 소설가 8인이 ‘여름 휴가에 가져갈 책’을 꼽아주었다. 의례적인 추천이 아닌, 실제로 여행가방에 넣을 책으로 말해 달라고 했다. ‘스릴러퀸’ 정유정은 최고의 좀비 소설을, ‘문단 아이돌’ 박상영은 뜻밖에 고전을 골랐다. 이외 신인 작가의 최신작부터 SF, 무더위를 날릴 범죄 스릴러까지 이야기의 바다가 펼쳐질 만하다. 이것이 김금희·김봉곤·김연수·김초엽·박상영·장강명·정유정·편혜영 작가(가나다 순)의 캐리어, 혹은 머리맡에 놓일 책들이다.김금희 이번 휴가는 동네와 가까운 곳으로 갈 예정이다. 공원이나 야외 수영장에서 평소와 다르지 않은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묻는 윤성희의 새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창비)을 읽는 것이다. 윤성희 소설에서 나는 가장 멋쩍고 심드렁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대목에서조차 삶의 상냥한 위안을 발견해왔으므로 충분히 환한 날들이리라 생각한다. 먼 곳을 다녀오지 않아도 긴 휴식을 하다 돌아온 사람처럼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당연히 더 깊어져 있을 것이다. 김봉곤 최은미의 소설과 잘 연결되지 않는 계절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여름이었다. 낙하하거나 쓸쓸하거나 얼어붙게 만드는 소설들. 하지만 ‘아홉번째 파도’(문학동네)에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해 뜨거움과 물기 역시 가득하다. 어제는 없었고 내일은 없을 듯 흥청흥청한 여름. 의외로 여름은 여름 아닌 계절을 생각하기에 좋은 계절이며, 어쩌면 바캉스는 내게도, 너에게도 ‘비어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채우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바로 이 소설이 여름과 바캉스, 그 자체로 느껴진다. 김연수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내가 여기 있나이다 1·2’(민음사)를 읽을 예정이다. 몇 년 만에 새 작품인지 모르겠다. 테드 창의 ‘숨’(엘리)도 오랜만의 신작이었는데 좋았다. 포어 역시 늘 다음 작품이 궁금했던 우리 시대 작가라 기대가 크다. 김초엽 휴가지에서는 역시 밀실 살인사건이다. 그냥 밀실이 식상하다면 우주선이 나오는 무르 래퍼티의 ‘식스 웨이크’(아작)를 추천한다. 고립된 우주선 안에서 깨어난 승무원 마리아는 공중에 둥둥 떠있는 동료들과 자신의 시체를 목격한다. 대체 누가 ‘나’를 죽였을까? 승객들은 모두 냉동 수면 중이고,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 복제인간이 보편화한 미래에 벌어지는 밀실 추리게임은 상당히 혼란스럽고, 아주 재미있다. 박상영 유대계 러시아인, 미혼모 가정, 가난…. 로맹 가리와 어머니, 둘뿐인 가정은 프랑스 사회에서 온갖 사회적 마이너리티로 점철돼 있다. 로맹 가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새벽의 약속’(문학과지성사)은, 어머니가 어린 아들에게 꿈을 불어넣고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유머러스한 어조로 그려져 있다. 낄낄 웃으며 화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상처와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안간힘이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야말로 로맹 가리적인, 로맹 가리만이 쓸 수 있는 소설. 장강명 아내와 7박 8일로 몽골로 떠난다. 몸과 마음 모두 최대한 21세기 한국에서 멀어지고 싶다. 고비 사막의 별 아래서 읽을 책으로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노블마인) 시리즈를 골랐다. 옛 소련을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물이다. 평이 엄청 좋고, 박산호 번역가의 추천도 믿는다. 1~3권을 합하면 1500쪽이 넘지만 나는 전자책으로 볼 예정이라 짐 부담은 없다. 정유정 독자의 기대를 배반할 때 소설은 존재를 드러낸다. 전형적인 좀비 소설이 아니라는 단언에도, 숨 막히는 열기를 식혀주기를 기대하며 콜슨 화이트헤드의 ‘제1구역’(은행나무)을 펼치면, 그렇다. 핏빛 좀비들에게 쫓기며 유혈이 낭자한 길을 달리는 대신,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망령 같은 기억의 구조물과 마주 서게 된다. 다만 그 기억이 서늘함을 자아낸다는 것이 여름에 읽는 이 소설의 미덕. 편혜영 휴가 때는 대개 세 권 정도 챙긴다. 한 권은 장편, 두 권은 단편 소설집으로. 장편은 다시 읽으려고 벼르던 고전으로 고른다. 올해는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문학동네)이다. 단편소설집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발표 당시 이미 다 읽은 소설이지만, 유머와 슬픔을 넘나드는지라 다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나머지 한 권은 신인 작가 임승훈의 ‘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문학동네). 휴가는 그게 어디든 지구 밖으로 떠나는 기분일 테니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헌절 단상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헌절 단상

    내일모레가 제헌절이다. 우리 헌법은 사람 나이로 치자면 이제 고희(古稀)를 훌쩍 넘겼다. 제헌헌법에는 광복과 정부 수립이라는 감동과 기대가 컸지만, 이후 권력욕으로 얼룩진 질곡의 헌정사에서 유감스럽게도 헌법은 늘 부정과 극복의 대상이 돼 왔다. 헌법이 대통령의 재집권에 번번이 걸림돌이었기에 직선제냐 간선제냐 하는 대통령의 선출 방식과 재임 제한의 변경이 그간 행해졌던 개헌의 주된 골자였다. 그 과정에서 헌법이 미리 정해 둔 절차와 한계를 무시한 개헌이 대다수였다. 논리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로써 이른바 ‘위헌적인 헌법 개정’이라는 태생적인 흠을 지녀 왔다.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라는 열망이 추동력이 돼 여야가 합의한 최초의 개정 헌법이다. 이전 헌법들의 평균수명이 불과 4년 남짓이었던 반면에 현행 헌법은 훌쩍 30년이 넘어 그 수명이 가장 길다. 민주공화제의 핵심 전제이자 징표인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가 현행 헌법하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세 차례나 이루어졌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또한 국가권력을 두고 다투는 그간의 ‘정치투쟁’이 ‘헌법투쟁’으로 그 차원을 달리하게 됐다. 합헌적인 절차로 불의(不義)한 현직 대통령을 내쫓기도 했다. 이렇듯 현행 헌법이 갖는 긍정적인 성과가 자못 크다. 이전의 여러 헌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도 정치가 문제이지 헌법이 문제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헌법이 바뀐다고 해서 정치가 변하지도 않는다. 물론 헌법이 결코 지고지선의 존재는 아니다. 시간이 흘러 국민들의 생활감각과 주변 여건이 변하고, 이로써 헌법의 규범력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두고서 권력구도 개편이 개헌의 주된 이슈였지만, 최근에 사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제왕적 대법원장’, 국회 파행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제왕적 국회’ 그리고 ‘제왕적 자치단체장’ 역시 문제인 것은 매한가지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국가권력이 국민들이 떠받들어야 하는 상전(上典) 같은 존재임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촛불 민심은 정당들 간의 밀실 합의나 당리당략에 따른 개헌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개헌을 요구했다.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중에 정부가 직접 개헌안을 마련하고서 국회로 넘겼지만, 국회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서 그대로 폐기해 버렸다. 여기서 폐기된 것은 개헌안만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와 권한도 철저히 무시됐다.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의 당부를 종국적으로 확정짓는 헌법 개정권자인 국민이 갖는 지위에는 적어도 국회로 하여금 개헌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표결 절차를 강제하는 권한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1949년에 제정된 독일 기본법도 지난 5월 70주년을 맞이했다. 마찬가지로 동서독 간의 분단 상황을 겪었고, 우리보다 앞서 이 상황을 해소한 헌법이기에 결코 남다르지가 않다. 70주년을 맞이하는 기본법을 두고서 독일 언론은 ‘기적 같은 마법의 문건’으로 상찬한다. 애당초 서독 기본법은 독일 민족이 통일되는 그날에 새로운 헌법의 제정을 예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분단 상황에서 서독 지역에만 적용되는 이른바 ‘불완전 헌법’ 내지 ‘잠정 헌법’이기에 헌법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서 기본법으로 칭했다. 그런데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기본법이다. 그동안 기본법과 더불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고 또한 오랜 노력 끝에 독일 민족의 재통일을 성취했기에 이 기본법을 버리고 새로운 헌법하에서 굳이 미지(未知)의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사회 내에서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헌 나이로 고희를 같이 맞이하면서도 이렇듯 독일과 우리는 서로 다른 경로를 밟아 왔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여러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한쪽에는 분단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헌법 정치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그저 집권만을 위해 분단을 이용하려는 정치놀음이 내내 행해져 온 까닭도 나름의 답이 되겠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들 중에 가장 높다는 다행스런 기사를 접했다. 그러자 문뜩 얼마 전에 회자됐던 글귀가 떠오른다. ‘임중도원’(任重道遠), 짊어진 짐은 무겁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
  • [금요칼럼] 이런 전시 어때요/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이런 전시 어때요/황두진 건축가

    전시란 작가 입장에서는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다. 반대로 관객에게는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호소하는 작가를 발굴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기회일 것이다. 한때는 전시를 하지 않는 것을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작가 정신의 발로라고 칭송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작업은 밀실에서 하더라도 가끔 광장에 나와 자기를 남들 앞에 드러내고 평가받아야 한다. 요즘 한국 사회는 가히 전시의 천국이다. 민간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개인전, 단체전부터 시작해서 공공기관이 개입된 수많은 정기적 전시에 각종 부대 행사까지 포함하면 갈 데도 많고 볼 것도 정말 많아졌다.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 큐레이터 혹은 전시 디자이너 전담 조직이 생긴 지도 한참 되었다. 그 결과 전시물은 물론이고 전시 자체의 수준도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즐겁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풍요로움 속에서 배부른 투정을 하나 하자면, 좀더 호흡이 긴 전시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매년 열리는 전시는 물론이고 격년으로 열리는 비엔날레,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 등도 숨가쁘다. 새로운 경향이나 세상을 선도하는 작가를 즉시 보여 주는 일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그 호흡이 너무 가쁘면 과연 그 새로움과 예리함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궁금해진다. 사람은 정말 몇 년마다 새로워질 수 있는가.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다. 과감하게 100년에 한 번 열리는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다. 영어로는 센테니얼(centennial) 정도의 이름이 붙을 것이다. 전시의 주기가 이 정도가 되면 전시에 관한 기존의 개념은 거의 다 무너질 것이다. 우선 누구라도 이 전시에 두 번 나갈 확률은 거의 없다. 작가는 물론 기획자, 관객들에게도 이 전시는 인생에 단 한 번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전시를 계기로 사람들은 평소에 못 해 보던 정말 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100년 후를 내다보는 전시를 한다는데 짧은 주기로 벌어지는 각종 유행이나 트렌드, 고만고만하게 튀는 생각들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물론 100년도 찰나라며 시간이 주는 중압감을 호기 있게 회피하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헤아리기 어려운 큰 틀 속에서 애써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보려 할 것이다. 즉 이것은 문명적 사고를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앞을 보고 사는 것일까.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를 짧은 시간 속에서 파악하고 분석하고 결론지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내 분야인 건축만 해도 세상이 인정하는 건물의 수명은 이제 몇 십 년이 고작인 듯하다. 건물이 물리적으로 그 이상을 갈 수 있다는 것은 건축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정말 오래 가는 건물을 원하고 그것에 마땅히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리적 수명보다 사회적 수명이 훨씬 짧은 건물은 결국 노력과 자원의 헛된 낭비에 불과하다. 거기에서 벗어나려면 이젠 좀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영생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자기의 다음, 혹은 다음다음 세대 정도만이라도 염두에 둔 생각이 세상에 좀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 인위적인 장치를 생각해 본 것이 바로 10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전시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그런 전시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1919년, 어떤 세상이었는지 우리는 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살육전인 제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한반도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났다. 이후 제국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렸고 불과 수십 년 만에 더 큰 전쟁이 온 세상을 휩쓸었다. 그때 사람들이 100년 후의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이라도 그런 판을 여기 한반도에서 깔아 보는 것은 어떤가.
  • 김포도시철도 연기에 “정치권은 뭐했냐” 시민들 SNS상 설전

    김포도시철도 연기에 “정치권은 뭐했냐” 시민들 SNS상 설전

    자유한국당 홍철호(김포시을) 의원이 지난 6일 정하영 경기 김포시장의 김포도시철도 연기 발표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김포시의 안일한 밀실행정을 지적하고 나섰다. 대안으로 홍 의원은 김포도시철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험 많은 국외기관에 안전검증을 맡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도자료에서 홍 의원은 “김포도시철도의 차량 떨림 등 안전성 문제에 김포시가 제시하고 요구한 해결책은 ‘차륜 절삭’과 ‘차량 방향전환’이었다”며, “국토부와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기관들과 협의한 결과 다소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원인·해결책을 진단받은 후 가동돼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의 이러한 대책을 놓고 김포 한강신도시총연합회카페 등 SNS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카페의 한 회원은 댓글에 “홍 의원이 말한 게 잘못된 건지요. 목숨걸고 지하철 타야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정치적 목적으로 부실을 숨기고 7월 개통을 강행하려 한 정시장이 잘못된 것”이라며, “그러다 국토부에서 불허하자 어쩔수 없이 정 시장이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홍 의원이 대체 무엇을 잘못했나”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투기꾼들 입장에선 홍 의원이 때려죽일 짓을 했네요”라고 비꼬았다. 이에 반도5차아파트 거주하는 한 회원은 “김포시 국회의원인데 여태 뭐하다 남 얘기하듯 하고 있는 거냐. 그런 문제가 있었으면 진작 밝히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 홍철호 의원 자기는 아무 책임없다는 듯 발뺌하고 제안이나 하고 있다는 게 웃긴다”며, “국토부 들어가서 한 게 뭐냐. 언론플레이하고 이럴 땐 발뺌하고 김포시가 뭐라도 했으면 자기가 다 한듯 생색내기 한거 밖에 기억이 안 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아이파크 사는 아파트 주민은 “그럼 정하영 시장과 김두관 의원은 왜 안밝혔나. 시정을 가장 잘알고 결제권 가진 사람이 홍 의원이냐 정 시장이냐”고 따졌다. 이에 한 회원은 “정하영 시장과 김두관 의원이 잘했다고 했나. 셋 다 잘못이다. 우리 서로 편은 들지 말자. 셋 다 책임자이고 국토부의 불허는 홍 의원이 사실 제일 잘 알지 않나. 홍 의원은 김포 국회의원이고 책임자로서 잘못이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호반베르디움아파트 거주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홍철호 의원이 하는 말 다 맞는 말이다. 안전이 최우선이고 안전을 위해서 개통연기가 불가피하다면 해야 한다. 근데 김포 국회의원이고 국토부 위원이면서 그전에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지금 와서 저런 말 하는 게 열불이 난다”고 올렸다. 이어 “처음에 안전문제 얘기가 나왔을 때 개통에 문제 없게 노력했다면 뭐라고 안한다. 이제 와서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책임없단 듯 말하면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불쾌해 했다. 그러면서 “무능한 김포시장은 당연히 책임지고 사퇴를 하든지, 김포 두 국회의원도 책임을 지고, 그렇지 않을 거라면 저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 카페 사무국장은 공지글을 통해 “너무 화가 나고 앞으로 집회도 논의 중이다. 집회 규모나 장소·방법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초당적으로 책임을 묻겠다. 김포시뿐만 아니라 작년 11월 1차 연장때 국회의원 사무실에 보낸 공문도 공개하겠다. 계란세례를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포 한강신도시총연합회 카페는 총 회원수가 1만 5000여명으로 즐겨찾는 멤버는 4300여명 가량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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