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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에도 졸속 예산안… ‘예결위’ 상설상임위로 만들어야

    이번에도 졸속 예산안… ‘예결위’ 상설상임위로 만들어야

     수백조원의 나라 살림살이를 결정하면서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다 막판에 졸속 심사, 처리하는 관행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겨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가까스로 예산안이 통과되자 국회의원들은 마치 커다란 성과인 양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내놓기 바빴다. 매번 반복되는 부실 예산안 심사를 개선하기 위해 심의 기간을 법제화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예산안 심사 과정은 두 달 넘게 정쟁으로 소모하다 국회 마지막 날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만든 수정안이 급하게 통과됐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건 지난 9월 3일이었다. 그러나 9~10월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리면서 심사는 뒷전으로 미뤄졌고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가오자 원내 교섭단체 3당은 예산 증액과 감액 심사를 예결위 3당 간사들로 이뤄진 ‘간사 협의체’로 넘겼다. 이마저도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시간을 허비한 뒤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막판에 ‘4+1 협의체’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누가 얼마의 예산을 깎고 늘렸는지 심의 과정을 밝히지 않았고, 공개 2시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안 수정안을 만든 4+1 협의체 역시 법적 근거가 없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국회 내에서도 예산안 심의와 처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차례 나왔으나 말뿐인 대책에 그쳤다. 앞서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원회는 지난 5월 밀실 심사, 쪽지 예산이 생산되는 ‘소소위’(小小委)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예산안 증액과 관련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3당 원내대표로 구성된 예결위의 소소위에서 논의·결정돼 왔는데 이는 국회법 근거도, 회의록도 없어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 왔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부실 예산 심의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두고 있다. 독일은 연방의회 내 최대 규모의 상임위로 예산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산하에 결산을 담당하는 별도의 상임위를 둬 권한을 이원화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9월에 첫 예산 심의를 하고 11월 초 심의를 마무리하지만, 이미 3월부터 정부 부처와 예산위가 수시로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예산안 의결이 늦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일단 최소 한 달 이상 심사 기간을 법제화하고 상설 위원회를 만들어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에선 예결위가 상원처럼 되는 것을 우려하는데, 예결위는 전체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쓸 건지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사업은 해당 상임위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방법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황교안 “국민세금 도둑질” 심재철 “날치기 예산 위헌”

    황교안 “국민세금 도둑질” 심재철 “날치기 예산 위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1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내년도 예산을 강행처리한 데 대해 “국민 세금을 도둑질당했다”고 맹비난했다. 황 대표는 이날 새벽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긴급입장을 내고 “의회주의가 파괴됐고 법치가 무너졌다. 국민 세금은 도둑질당했다”며 “저들이 날치기한 것은 예산안이 아니라 민주와 민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광명대천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며 “국민 혈세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통과를 위한 정치적 뒷거래의 떡고물로 이용됐다. 일부 정파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쌈짓돈을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거법 개정을 통한 의석 나눠먹기에 눈이 멀었다. 황급히 급조된 불법 조직으로 이제 온갖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국민의 한해 살림을 계획하는 자리에 국민은 없었다. 제1야당의 자리도 없었다. 입을 막아 할 말 못 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집권여당과 2중대 군소정당의 야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라가 얼마나 무너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며 “이제 저들은 가짜 검찰개혁, 가짜 정치개혁을 주고받는 대국민 사기극을 자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했다”며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좌파독재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저와 한국당은 결사항전의 각오로 맞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정권의 폭정에 정말 목숨을 걸고 결연히 싸워나가겠다”며 “국민 여러분도 함께해달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말했다. 황 대표 입장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날치기 통과된 예산은 위헌”이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당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에 대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 정치 관여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의원들을 소속 상임위원회별로 3개 조로 나눠 본회의장 안에서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의원들은 규탄대회 중 “밀실야합 날치기”, “세금도둑 강력 규탄”, “문희상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연말이면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이 곡의 특징 중 하나는 마지막 4악장이 합창부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희의 송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독일의 유명한 문학가이며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삽입했다. 원래는 ‘자유의 송가’였는데 1786년 출판 당시 검열 과정에서 바뀌었다고 한다. 그의 글들은 당시의 전제군주나 영주의 세력을 비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정판인 ‘군도’라는 희곡에 영주군과 대적하는 도적 떼의 활약을 그려 놓아 귀족들의 분노를 샀다. 백성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어 괴테와 함께 봉건주의를 반대하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이끌었다. 건축에서는 그 당시를 바로크라 일컫는데, 역시 귀족의 절대 권력이 강렬하게 표현된다. 그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왕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이다. 가장 큰 특징은 도시 한가운데 강력한 축을 설정해 이를 중심으로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축의 정점에는 왕궁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인공미를 가진 화려한 왕의 정원을 두었다. 그리고는 도시의 모든 구역들이 이 축에 연결된 도로를 따라 질서 정연하게 배치됐다. 중요한 것은 좌우 절대 대칭으로 돼 있어 어떻게 뒤집어 놓아도 왕의 권력이 중심인 것을 보여 주었다. 궁궐 뒤에는 후정이 있고 그 너머로 왕과 귀족들을 위한 자연 형태의 광활한 사냥터가 펼쳐져 있었다. 이러한 신도시를 만들려고 백성들은 엄청난 세금을 내고 노동착취도 당했다. 이 때문에 원성과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귀족들은 궁궐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렸고, 높은 담 안에서 연일 연회로 그들만의 리그를 즐겼다. 재정을 부담한 백성은 오히려 아웃사이더였고 철저히 무시당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프랑스혁명은 바로 이에 대한 항거였다. 공교롭게도 우리 국회의 배치를 보면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정확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고, 중앙의 주출입구에서 전면에 있는 도시 방향으로 강력한 축이 뻗어 나가고 있다. 이를 따라 전면에는 인공정원인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앞의 의사당대로를 따라 다양한 구역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뒤로는 한강과 주변 자연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크 성처럼 정원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렵고, 의사당 내부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밀실 같은 구조도 가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회는 마치 바로크의 귀족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 세금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책임 있는 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금번 20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된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은 도외시하고 오직 정치적 이익과 당리당략만을 추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실러의 ‘환희의 송가’는 모든 사람들이 형제가 돼 평등하게 어우러져 자유와 기쁨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언제쯤 높은 담장과 밀실을 깨뜨리고 나와 국민을 위한 ‘자유의 송가’를 불러 줄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 수정안 공개 두 시간 만에 땅!땅!땅!… 역대급 ‘깜깜이’ 통과

    수정안 공개 두 시간 만에 땅!땅!땅!… 역대급 ‘깜깜이’ 통과

    예산처리 법정시한 넘기고, 패트와 연계 초법적 밀실 기구 ‘소소위’ 올해도 등장 사상 초유 제1야당 빼고 수정안 만든 與 누가 얼마나 깎고 늘렸는지 공개도 안 해 한국당, 본회의장서 고강도 반발 도중장석춘 “지역구 예산 확보” 자랑 ‘눈총’512조 3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나라 살림이 역대급 졸속 심사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매년 12월 2일)을 넘긴 것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제 개혁안인 패스트트랙 법안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한 쟁점들과 예산안이 연계되면서 역대 최악의 부실 심사 사태를 낳았다. 더불어민주당이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라는 방식으로 제1야당을 빼고 예산안 수정안을 만든 초유의 사태였다. 해당 협의체 역시 법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투명성이 제로에 가깝다. 민주당은 이른바 ‘시트 작업’(예산명세서 작성)이 모두 완료됐다며 4+1 수정안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누가 얼마의 예산을 깎고 늘렸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4+1 수정안이 공개된 것은 국회 의안과에 예산안 수정안이 접수된 이날 오후 7시 20분이 돼서다. 압축된 항목과 증감 금액만 표시하고도 A4 용지 153쪽에 달한다. 예산안을 제대로 살펴보고 헌법기관으로서 행정부에 대한 예산 심사권을 충실히 이행하고서 투표에 나선 의원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부안에는 없던 ‘새만금 방조제 준공개통 10주년 기념행사’는 4+1에서 무려 10억원이 증액됐는데, 밀실 심사에 참여했던 당사자들 외에는 어떤 이유로 10억원의 혈세가 늘어났는지 알 방법이 없다. 한국당은 4+1 과정에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협조를 얻으려고 군소야당 지도부와 예산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앞서 “민주당이 ‘떡고물’을 친여 군소 야당에 나눠주면서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처리하는 데 뇌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3당이 논의 끝에 1조 6000억원 삭감으로 합의를 보고 기존 (4+1 협의체의) 삭감 내역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한국당은 최대 14조 5000억원의 순삭감 목표액을 발표하면서 가짜 일자리,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남북교류협력 관련 예산 등을 중점 삭감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예산안 수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9월부터 바로 심사를 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올해는 여야가 싸우느라 기껏 20일도 심사를 못 했다”며 “국가 예산을 심사하는 데 이렇게 속성으로 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하더라도 이렇게 엉망이 돼서 ‘딜’(거래)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역대급 난장판 심사에도 지역구 예산 얼마를 확보했다는 몰염치한 자랑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한국당이 사생결단의 고강도 반발을 하는 도중에 ‘로봇직업교육센터 설립 내년도 예산 15억 5000만원 확보’라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4+1 사태 발생 전에도 여야의 깜깜이 시도는 꾸준했다. 여야 3당은 지난달 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진행하던 예산 증액과 감액 심사를 예결위 3당 간사들의 ‘간사 협의체’로 넘겼다. 법적 근거가 없는 초법적 밀실 기구다. 속기록도 남기지 않고 감시자도 없는 ‘소소위’(小小委)가 올해도 등장했다. 예결위 간사인 민주당 전해철 의원, 한국당 이종배 의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등 4명이 마주 앉아 밀실 심사를 이어 갔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513조 예산, 역대급 깜깜이·졸속 심사… 속기록도 감시자도 없었다

    513조 예산, 역대급 깜깜이·졸속 심사… 속기록도 감시자도 없었다

    예산처리 법정시한 넘기고, 패트와 연계 초법적 밀실 기구 ‘소소위’ 올해도 등장 사상 초유 제1야당 빼고 수정안 만든 與 누가 얼마나 깎고 늘렸는지 공개도 안 해 한국당, 민주당 예산 뒷거래 의혹도 제기 ‘총선용 선심성 예산’ 끼워넣기 극에 달해513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나라 살림이 역대급 졸속 심사로 누더기가 되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폐회날인 10일 오전 여야 3당은 예산 심사 중단을 선언하고 종일 공방을 이어 갔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매년 12월 2일)을 넘긴 것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법안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한 쟁점들과 예산안이 연계되면서 역대 최악의 부실 심사 사태를 낳았다. 여야 3당은 지난달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진행하던 예산 증액과 감액 심사를 예결위 3당 간사들의 ‘간사 협의체’로 넘겼다. 법적 근거가 없는 초법적 밀실 기구다. 속기록도 남기지 않고 감시자도 없는 ‘소소위’(小小委)가 올해도 등장했다. 올해는 소소위마저도 여야 정쟁으로 지난달 30일 중단됐다가 지난 9일 오후에서야 재가동됐다. 예결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등 4명이 마주 앉았다. 이들은 애초 3당이 약속한 이날 본회의 처리를 위해 밤새 논의를 이어 갔다. 이들이 어떤 항목의 예산을 줄이고 늘렸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다 이날 오전 7시 30분 돌연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은 협상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해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라는 방식으로 제1야당을 빼고 예산안 수정안을 만드는 초유의 사태도 한몫했다. 해당 협의체 역시 법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투명성이 제로에 가깝다. 민주당은 이른바 ‘시트 작업’(예산명세서 작성)이 모두 완료됐다며 4+1 수정안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누가 얼마의 예산을 깎고, 늘렸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4+1 과정에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협조를 얻기 위해 군소야당 지도부와 예산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앞서 “민주당이 ‘떡고물’을 친여 군소 야당에 나눠 주면서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처리하는 데 뇌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예산은 4·15 총선을 앞둔 마지막 예산으로 ‘총선용 선심성 예산’ 끼워 넣기가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으려는 각 정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예산을 주고받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총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철저한 예산 감시가 요구되지만,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이며 밀실·졸속 심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안이 처리되고 나면 의원들이 너나 없이 보도자료를 쏟아낼 것”이라며 “4·15 총선이 목전인 만큼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은 것을 오히려 자랑하는 몰염치의 시기”라고 비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사설] 여야, 예산안 ‘초법적 심사’ 꼼꼼히 시정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이 어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극적 합의했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지난 2일 법정시한을 넘긴 지 9일 만이다. 오늘 국회의 예산안 처리 여부와 별개로 심사과정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4+1 협의체’(민주당·바른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1조 4000억원을 삭감한 512조 3000억원 규모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당 합의 후에도 “(4+1 협의를) 무위로 돌리는 과정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본심사를 거쳐 예결위 산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소위)가 수정안을 마련한다. 수정안은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지난해 여야는 예결위 소위에서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자, 예결위 여야 간사만 참여하는 ‘소소위’를 임의로 구성해 간신히 합의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언론 등은 이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고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밀실 심사’라고 비판했다.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이 횡행했던 것은 물론이다. ‘4+1 협의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는 소소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적어도 소소위는 공식 심사기구인 예결위 틀 안에서 가동됐고, 모든 교섭단체가 참여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4+1 협의체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배제됐다. 한국당 배제는 국회를 보이콧했으니 자업자득인 면이 없지 않아도 문제가 있다. 논의과정도 비공개였다. 여야 간에 어떤 ‘짬짜미’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그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4+1 협의체의 예산안 심사작업에 협력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 배경이다. 한국당이 어제 오후부터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지만, 초법적인 임의기구가 예산안 심사절차를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국회는 자유로울 수 없다. 졸속처리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야당은 4+1 협의체 수정안을 민주당안으로 놓고 철저히 심사해 비판을 최소화해야 한다.
  • 4+1 협의체 1조 3000억 삭감…한국 “10일까지 수정안 도출”

    4+1 협의체 1조 3000억 삭감…한국 “10일까지 수정안 도출”

    자유한국당이 9일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 철회의 전제조건으로 ‘예산안 합의 처리’를 내걸면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도출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에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가 중단된 이후 여야 간 이견으로 예산안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민주당은 4+1 협의체를 통해 예산안 강행 처리를 예고해 왔다. 한국당을 제외한 채 협상을 이어 온 4+1 협의체는 최근 513조 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1조 7000억원을 깎고 4000억원을 늘려 총 1조 3000억원 안팎을 줄이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본회의 처리를 불과 하루 앞두고 국회가 정상 가동된 만큼 그저 ‘보여 주기식 협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한국당이 예산안과 필리버스터를 묶으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예산안 수정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한국당이 막판에 자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등을 대거 반영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자 이날 한국당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김재원 의원은 “내일(10일)까지 수정동의안을 만들 예정이다. 예산에 대해 의견이 있는 의원들은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저녁식사 후 ‘3당 간사 협의체’ 회의에 들어가며 “4+1 협의체에서 만든 수정안을 놓고 검토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요구했던 중요한 사업들에 대한 감액 요구를 갖고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당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거의 반영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 와서 이걸 원점으로 돌리면 내일 예산안 처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한국당 등과) 이견이 아주 많다”며 협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인 지상욱 의원은 매년 반복되는 예산안 ‘밀실 합의’ 지적과 관련, “여야 이견이 생기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람을 줄이다 소소위에서 논의를 한다”며 “결국 상시 예산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열린세상] 199개법 볼모로 필리버스터에 임하는 우리의 각오/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열린세상] 199개법 볼모로 필리버스터에 임하는 우리의 각오/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투쟁이다. 민식이의 죽음에 대한 슬픔도, 사립유치원의 비리에 대한 분노도,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이의 명예도 문재인 좌파 독주를 멈춰 세워야 할 우리 우파의 시급함에 견줄 수 없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이니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어린이 안전법과 민생법안들을 볼모로 삼았다고 온갖 비난과 뭇매질이 쇄도하나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행동은 오로지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대표를 보장한다는 연동형비례제는 문재인식 좌파가 이중대, 삼중대를 앞세워 의회를 독식하기 위한 술수일 뿐이다. 그나마 연동 수준을 50%로 낮췄다 할지라도 우리 당의 의석 감소는 명약관화하다. 우리공화당, 기독자유당도 진출할 터이니 보수세력이 분열돼 설상가상이다. 대놓고 밥그릇 챙긴다고 욕하지 말라. 그래서 일찍이 의석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소선거구제만으로 국회의원을 뽑자고 하지 않았나. 국회에 새로운 세력이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반대하던 의무급식과 의무교육,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은 민주노동당, 정의당이 국회로 끌고 들어와 더불어민주당과 합작해 관철시킨 정책들이 아닌가. 유치원 3법, 선거법, 검찰개혁법도 민주당이 우리를 무시하고 다른 소수 야당들과 야합해 60%의 연합으로 만든 작품이지 않나. 슈퍼과반이라도 소용없다. 제1야당이 빠진 그 어떤 합의도 인정할 수 없다. 심지어 비례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에도 눈을 감은 우리들이 아닌가. 공수처 설치도 권력형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부처를 신설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한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특공대를 조직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국회의 동의권을 추가하려는 눈치이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어떻게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 야당에 제일 먼저 칼날을 들이대지 않겠는가. 그래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어 이 악법들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동안 20차례의 파업을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무조건 이어 가야 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우리도 아이를 가진 부모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표결에 부치지 않겠노라 약속하면 민식이법 통과는 약속하마. 두 법안 모두 국회가 처리하는데 왜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이냐고? 문재인의 대선공약이지 않았나. 국민과의 대화에서 분명 두 사안에 대해 명백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 뿌리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니 우리의 논거는 지극히 정당하다. 대통령의 명령이면 이해찬도 이인영도 고개를 조아릴 테니 직접 그를 겨냥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어 무덤에 가야 할 제왕적 대통령제도 기꺼이 부활시킨다. 12월 2일 새해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도 넘겼다. 예산안 지연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그래도 국가는 돌아가니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다만 우리 당 의원들이 챙겨야 할 지역구 예산이 있으니 ‘소소위’ 밀실 협상을 통해 몰래 끼워 넣어 보자. 어차피 민주당도 같은 처지이니 이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민식이의 죽음도, 유치원생의 교육권도,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명예도, 내년도 국가 살림살이도 모두 뒤로 미뤄 두자. 오직 반문재인전선에 집중하자. 24시간 릴레이 단식도 1인당 4시간 필리버스터도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우리가 살아남아야 좌파 독재에 신음하는 국가의 미래에 한 줌 희망이라도 엿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좀 불안하다. 110석의 거대 야당으로 마치 소수 야당처럼 모든 것에 무조건 반대하는 전략으로 툭하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며 문재인 좌파 독주를 막아 왔다만, 우리가 청와대를 차지하고 국회의 다수당이 된 후에 민주당이 똑같이 나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파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극한으로 치닫는 양당제 정치에서 교착을 해소할 묘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장기 파업 중에도 20대 국회가 그나마 돌아간 건 두 거대 정당 틈새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완충작용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누구와 협력하며 누구에게 이런 중재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땐 우리가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 어쩌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 인권위 “검찰·경찰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능력 인정 요건 똑같아야”

    인권위 “검찰·경찰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능력 인정 요건 똑같아야”

    경찰 조서는 피고가 부인하면 증거 채택 안돼검찰 조서는 피고가 부인해도 증거 능력 인정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작성한 조서와,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신문조서)의 증거 능력 인정 요건이 동일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가인권위원회가 표명했다. 검찰이 만든 조서만 우대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수사기관 간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 인정 요건 간에 차이가 없도록 현행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는 재판에서 피고인 또는 그의 변호인이 조서에 적힌 진술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즉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진술 내용을 인정할 때만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 반면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조서상의 진술 내용을 부인해도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는 등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이 이뤄졌다고 증명되면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인권위는 신문조서와 같은 전문증거(당사자가 직접 법원에서 진술하지 않고 서류 등 다른 형태로 간접 진술하는 형식)는 당사자의 반대 신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와 달리 엄격한 증거 능력 인정 요건을 정한 것은 인권 보호를 위한 입법정책적 고려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법무부의 주장은 전문증거의 증거 능력은 인권 보호를 위해 엄격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면서 “모든 수사기관의 신문조서 증거 능력을 엄격히 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인권위는 또 지금과 같이 검사의 신문조서 증거 능력 인정 요건을 완화하면 밀실에서 자백을 이끌어내는 수사를 유도해 인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도 지난 5월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 증거 능력 인정 요건을 경찰이 작성한 신문조서와 동일하게 하더라도 실무상 형사재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적이 있다. 현재 국회에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을 포함한 모든 수사기관의 신문조서 증거 능력 인정 요건을 ‘재판에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진술 내용을 인정할 때’로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예산심의 거부 與·민생법 볼모 野… 20대 국회의 ‘최악 행보’

    예산심의 거부 與·민생법 볼모 野… 20대 국회의 ‘최악 행보’

    민주 “원내대표 협의 통해 마무리 가능” 한국 “협의 거부 초유 사태”… 네탓 공방 예결위 심사 기간 넘겨 ‘밀실 합의’ 우려 “벌써 쪽지 예산 문의… 의원들 의식 문제” 한국당 제외 4+1 예산안 처리 가능성도국회가 강대강 대치로 법정 처리 시한(2일)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됐다.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외면한 데 이어 내년 나라 예산마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인 이유를 또 하나 추가했다. 여야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이날도 손을 놓은 채 정쟁에만 몰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마치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를 조건으로 예산심사를 거부하는 것처럼 호도하는데 이는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반면 한국당 소속 예산소위 위원들은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마저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이용해 심의를 거부했다. 집권여당 스스로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협의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반박했다. 예산안이 지각 처리될 경우 ‘밀실 합의’로 인한 부작용은 훨씬 커진다. 법이 규정한 예결위 심사 기간이 끝나면 대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각당 예결위 간사 등이 만나 단기간에 합의안을 만들어 내는데 매년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모르는 뒷거래가 이뤄진다. 특히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에 ‘쪽지 예산’이 대폭 늘어난다. 12월 8일이 돼서야 예산을 처리한 지난해에도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약 270억원, 한국당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 약 565억원, 바른미래당 당시 김관영 원내대표는 약 25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역구에 더 끌어갔다. 각당 예결위 간사들도 지역구 예산을 따로 챙겼다. 올해도 이미 예결위 소속 의원들과 각당 지도부의 ‘쪽지예산’, ‘카톡예산’ 민원이 빗발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권 예결위 소속 의원은 “예산안 지각 처리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며 쪽지예산 문의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며 “논의 과정이 공개되는 법정 시한을 지키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밀실합의를 하나의 공식처럼 여기는 국회의원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했다. 단기간 내 합의를 도출하니 엄청난 금액의 예산을 여야가 주고받기 식으로 뭉개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도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정부가 2018년(8327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2조 1000억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 관련 예산을 넣어뒀는데, 야당은 세부 계획이 없는 깜깜이 예산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송곳 심사는 하지 않고 있다. 일자리 예산, 복지·노동 분야 예산도 마찬가지다. 여야 갈등이 유독 심한 올해의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채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한 예산안 강행 처리 가능성도 나온다. 여당과 마찰을 빚더라도 비판과 경계로 합리적인 예산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해야 하는 제1야당이 빠지면 예산 오남용은 불가피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제1야당이 빠진 예산안 처리는 피해야 하지만 올해는 여야 대치가 너무 심해 4+1 공조 처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예산안 심사 중단… ‘위원장 소소위 참가’ 갈등

    예산안 심사 중단… ‘위원장 소소위 참가’ 갈등

    여야 갈등에 ‘졸속 심사’ 반복 우려 제기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 내 소소위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중단됐다. 예산안 심사 마감 법정기한이 다음달 2일까지로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재원 위원장의 소소위 참가 요구를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소소위에 김 위원장이 왜 꼭 들어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도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 해서 지금까지 나왔던 졸속, 쪽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예결위의 3당 간사 3인이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513조원에 달하는 초슈퍼예산을 심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소위는 일부 예산 항목에 대해 여야 합의가 여려울 경우 각 당 예결위 간사들과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모여 타협하는 자리다. 그러나 그간 소소위는 예산 심사 기간에 쫓겨 제대로 된 심사 대신 ‘쪽지 예산’, ‘밀실 예산’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다만 관행상 소소위에 위원장 참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회의 개의 여부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졸속 심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처음부터 탈 많았던 지소미아 역사…다시 ‘정상화’ 가능할까

    처음부터 탈 많았던 지소미아 역사…다시 ‘정상화’ 가능할까

    22일 가까스로 연장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은 2016년 체결부터 이날 ‘조건부 연장’까지 각종 논란으로 점철된 역사를 가진다. 지소미아는 탄생부터 ‘밀실 협약’ 등의 논란이 일면서 우여곡절 끝에 협약이 체결됐다. 지소미아는 2010년 일본이 체결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011년 1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협정 체결 실무 차원의 논의가 이뤄졌다. 2012년 6월 26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이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비공개 처리했다. 때문에 ‘밀실 협정’이란 논란이 불거졌고, 여론의 비판이 상당히 고조됐다.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지소미아 ‘밀실 협정’ 논란 속에 사의 표명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 비판 여론이 지속되자 양측 정부도 한 발 물러섰다. 이튿날인 29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서명식을 50분 남기고 체결을 연기하기로 통보했다. 잠잠하던 지소미아 논의는 2016년 4월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한일 지소미아의 연내 체결을 요청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같은해 9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체결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정부는 10월 지소미아 체결 논의를 재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어 11월 1일과 9일 도쿄와 서울을 번갈아가며 지소미아 체결을 위한 실무회의를 개최했고 14일 한일 정부는 지소미아에 가서명을 하게 된다. 이어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 및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졌고 23일 한민구 전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서명해 체결이 완료됐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명령했다. 이에 일본은 지난 7월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의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8월 7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공포했다. 한국도 12일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한 뒤 22일 예상을 뒤엎고 지소미아 종료를 전격 결정했다. 이날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하면서 언제든 종료가 가능하다는 기존과 다른 형태로 남아있게 돼 다시 한 번 뒷말을 낳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 체결 이후 지소미아를 통해 주고받은 군사정보는 현재까지 총 32건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관한 정보다. 특히 한일 간의 관계가 악화됐던 시점인 지난 6월 이후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일본과 정보를 공유해 왔다. 논란 끝에 탄생했지만 그동안 군사정보 공유 과정을 보면 효용성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 교환의 수가 적을 뿐더러 단순한 확인 차원도 정보 교환으로 포함하기 때문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분석관은 “지소미아가 가동된 현황을 보면 한일 간 정기적인 정보 교류는 없었다는 뜻”이라며 “긴박한 상황이 터졌을 때나 교환이 이뤄졌다는 건데 실질적으로 군사적 효용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군 당국도 지소미아를 두고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 왔다. 다만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전략적 측면에서의 중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국회 비준이 필요없는 협정이기 때문에 양국의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다시 조건부를 뗀 정상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대립으로 보면 빠른 시일에 정상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일 간에 서로 접점이 없는 주장을 하고 있어 타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공화당 집중포화에도 “올바르게 하려 한다” 빈드먼 중령에 갈채

    공화당 집중포화에도 “올바르게 하려 한다” 빈드먼 중령에 갈채

    “난 미국인입니다. 미국이야말로 내가 복무하고 수호하려고 하고, 모든 형제들이 복무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여기서 올바르게 하려고 합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견뎌낸 그가 조용하고 분명한 어조로 말하자 박수 세례가 터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사흘째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하원의 비공개 탄핵 조사 청문회에 나서 “미국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에게 미국 시민의 뒷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상당히 부적절해 보였다”고 당당히 증언해 화제가 됐다. 당시는 민주당 만의 밀실 청문회였는데 이날은 야후! 닷컴 등이 생중계한 상황이라 더욱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政敵)이자 유력 대선주자였던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를 쳐내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뒷조사를 의뢰했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뒷조사에 응하도록 ‘군사 원조 유예’ 카드를 꺼내는 월권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다.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던 첫 증인으로 청문회에 섰다.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은 그가 증언하겠다고 나선 배경이 순수하지 않다는 의심을 깔고 있다. 옛 소련 출신이라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그가 비공개 청문에 나서기 전날 ‘빈드먼 중령이 러시아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패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날 공개 청문회 증언을 앞두고 백악관은 공식 트위터로 상관이 그의 판단력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흠집을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실시된 이후, 백악관에서 일하는 직원 가운데 하원 청문회에 처음으로 출석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악관은 빈드먼 중령에게 증인으로 출석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하원이 소환장을 발부하자 빈드먼 중령은 출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탄핵과 관련해 불리한 내용을 언론에 흘린 내부제보자가 ‘다른 사람에게 귀동냥해 들은 간접 증거’라고 주장해왔는데 문제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은 빈드먼 중령이 당당히 증언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빈드먼 중령은 이날도 가슴팍에 ‘퍼플 하트’ 훈장을 달고 증언에 나섰는데 군 복무 도중 전사했거나 부상을 입은 상이 군인들에게 수훈되는 훈장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제폭탄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어머니를 일찍 여읜 빈드먼 중령은 세 살 때인 1979년 아버지, 친할머니, 외할머니와 함께 옛소련을 탈출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영어도 할 줄 몰랐던 그의 아버지는 일거리가 많은 뉴욕에 자리를 잡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ABC 뉴스에 따르면 빈드먼 중령은 미국 사회에 빨리 뿌리 내리기 위해 군 복무를 자원했다. 그 뒤 20년간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국방무관으로 일하기도 했고, 한국에서 복무한 인연도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국가 안보, 외교 정책 수립을 총괄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들어와 우크라이나 업무를 담당했다. 우크라이나어의 뉘앙스도 포착해낼 수 있어 이날 증언 내용에도 신뢰가 실렸다.빈드먼 옆 증언대에 앉은 여성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유럽·러시아 담당 특별 보좌관 제니퍼 윌리엄스다. 행정부 안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은 10여명 가운데 한 명인데 이날도 “대단히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증언에 나서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의 이름을 직접 공개하며 트윗으로 공격했다. 지난번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증언 도중 트윗 공격을 가한 것과 비슷해 보였다. 궁지에 몰려 증인들을 마구 겁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당할 이유를 스스로 하나씩 보태는 형국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서울광장]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사필귀정인 까닭/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사필귀정인 까닭/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는 태생부터 뭔가 이상했다. 쫓기듯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와중인 2016년 11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졸속으로 처리됐다. 재추진 발표 20여일 만이다. 과장급 실무협의 두 차례가 전부였다. 다음날 기자들을 피해 한국 국방장관과 주한 일본대사 간에 비공개로 조인식을 가졌다. 카메라 기자들은 밀실 협정 체결에 반발,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항변하며 취재를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시 공군참모총장이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자신도 모르게 협정이 체결됐다”고 국회에서 폭로한 바 있다. 이명박 정권 말인 2012년 6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밀리에 지소미아 체결을 추진했다가 밀실행정이란 거센 반발 끝에 서명 50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국민 정서에 역행하면서까지 밀어붙였던 것은 미국과 일본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일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 군사공조를 만들려는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급부상과 북핵·미사일 사태 악화로 국제 정세가 급변한 것이 배경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한반도 분단 상황을 이용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회귀하려는 일본의 군사대국주의가 결합한 산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 지소미아는 미국과 일본에는 ‘복음’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가치가 크다. 지소미아 종료(23일 0시)를 앞둔 시점에 한미 안보협의회(SCM), 한미 국방장관회의, 한미일 3자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입장은 좀 다르다. 군사정보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서로 등가성 있는 정보 교환이 핵심이란 측면에서 우리로선 효용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일 지소미아 체결 이후 최근까지 30건의 정보 교류가 있었지만 대부분 일본이 필요해서 요청했다고 한다. 일본이 한국에 준 북한 관련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는 ‘그저 그런’ 수준이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일본이 절실히 원하는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비롯해 한국의 고급 정보를 통째로 내놓으라는 것이 지소미아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상 신뢰관계 훼손’을 이유로 경제 보복을 감행한 아베 정권이 지소미아 종료에 반발하는 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일본 스스로 ‘안보 신뢰가 없다’고 커밍아웃한 마당에 지소미아를 유지하자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일본의 무도한 경제 보복과 외교적 결례·무시 속에서 미일 압력에 굴복해서 지소미아를 연장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굴욕일 수밖에 없다.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야욕을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도와주는 꼴이 돼선 안 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누가 봐도 타당하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은 ‘지소미아 종료로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며 연일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억지 춘향이’ 격으로 한미동맹 균열이나 미군 철수 가능성으로 몰아 가는 것 자체가 정파적 이익을 노리는 책략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현재 미국의 세계 전략상 중국 견제가 가장 중요한데 한국만 한 군사 주둔지를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마저 “주한미군 철군은 바보짓”이라고 일갈하는 마당에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이유를 묻고 싶을 뿐이다.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우리로서는 가해자인 일본으로부터 더이상 굴욕을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다. 지소미아 종료든 연장이든 우리 국익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주권의 문제라는 의미다. 일본이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수출 규제를 해제하면 언제든지 복원될 수 있는 협정인 것이다. 과거사 반성도 없이 군사대국화로 향하는 아베 정권 편에 서서 지소미아 재개를 압박하는 미국이 되레 한미동맹의 호혜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적지않다.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소중한 대외 전략의 중추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에 앞설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단언컨대 주권을 포기하면서 국익을 지킨 사례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냉엄한 교훈이다. oilman@seoul.co.kr
  • 뉴질랜드 25세 정치인, 의회 발언 도중 끼어들자 “OK 부머!!!”

    뉴질랜드 25세 정치인, 의회 발언 도중 끼어들자 “OK 부머!!!”

    뉴질랜드의 25세 정치인이 Z세대들의 요즘 유행어인 ‘OK 부머’를 의회 공식 발언 도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녹색당 비례대표 의원인 클로이 스와브릭으로 지난 4일(현지시간) 기후 변화에 관한 연설 도중 더 나이든 의원들이 끼어들자 이 구호를 구사했다. 2050년까지 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제로 카본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였다.  “의장님. 얼마나 많은 지도자들이 수십 년 가까이 (기후 변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인 편의 때문에 밀실에서의 협의로 묶어두고 있었는지 보아왔고 알고 있지 않느냐. 우리 세대나 다음 세대는 그런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 2050년이면 내 나이 56세가 된다. 이번 52기 의회 의원들의 평균 나이가 49세다.”  이 때 나이 든 의원이 뭐라고 끼어들자 스와브릭 의원은 오른손을 들어 제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됐네 부머”이라고 심드렁하게 내뱉고 다시 연설로 돌아갔다. 그녀의 발언 이후 이렇다 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는 난리가 났다. 소셜미디어에서는 2017년 의회에 입성한 그녀를 “여왕”이라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나이를 갖고 차별한다는 지청구도 쏟아졌다. 크리스토퍼 비숍 의원은 “인기도 없고 잠이 덜 깬 의견”이라고 트윗을 날렸다. 반면 기후 변화에 대해 반대하는 정당의 토드 뮬러 대변인은 그녀가 얼마나 오래도록 변화의 동력으로 남아 있을지 지켜보자고 곱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부머는 베이비부머를 가리키는데 보통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트위터와 그보다 낮은 연령대가 애용하는 틱톡 같은 공간에서 요즘 뜨고 있는 “OK 부머” 캐치프레이즈는 나이 든 이들의 의견이나 주장에 일말의 관심도 없고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싶다는 뜻이다. 보통 뒤에 ‘힘든 나날을 보내셨지요’라고 비아냥거리는 문구가 따라온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됐네요. 부머. 힘든 세월 사신 건 알겠어요’쯤이 된다.  스바브릭은 스터프(stuff.co.nz)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머란 일종의 마음 상태를 뜻한다” 며 “젊은 사람들의 집단적 좌절감을 상징하며 도그마를 갖고 논쟁이나 입씨름에 뛰어드는 윗세대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이런 문구를 공석에서 사용하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지 몰랐다고 했다.  그녀는 파장이 커진 뒤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 난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얘기를 하는 동안 나이로 공격하는 사람을 상대로 그 세대를 이르는 농담(부머)으로 간결하게 대꾸하면 그 상대를 돌아보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밀레니얼 세대가 모든 유머를 망쳤나 보다”면서 “아보카도를 좀 덜 밝히고, 스스로의 힘으로 (나이 든 세대들을) 밀어내자”고 한 술 더 떴다. 이 구호가 처음 알려진 것은 일간 뉴욕 타임스(NYT) 기사에서였다. 신문은 Z세대들이 이 구호를 새긴 티셔츠와 모자, 부츠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것도 이전 세대들과 다른 점이라고 했다.  새넌 오코너(19)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이 구호를 새긴 티셔츠를 판매해 2만 5000 달러 이상의 주문을 챙겼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시론] 광장은 차별하지 않고 꿈꾸게 한다/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시론] 광장은 차별하지 않고 꿈꾸게 한다/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광장을 가득 채운 인파. 그들은 춤을 추고 있다. 격렬한 동작의 춤이다. 얼마나 환희에 차 있으면 저런 자세가 나올까. 그것도 모든 사람이 같은 모습으로. 바로 이응로 화백의 ‘군상’ 작품이다. 대형 화면을 속도감 있는 붓질로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 채웠다. 거기에는 남녀노소 구별도 없고, 계급도 없고, 빈부 차이도 없다. 그냥 즐거운 통일의 춤이다. 이는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의 포스터 작품이기도 하다. 이응로 화백의 작품은 대동 세상을 꿈꾸듯 ‘차별’이 없다. 거기는 이데올로기의 쟁투도 없고, 갈등도 없고, 반목도 없다. 모두들 동등한 입장의 존재들이다. 오늘의 광장은 춤을 필요로 하고, 또 춤은 광장을 필요로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미술관은 반세기의 전통을 바탕으로 삼아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청주관까지 개관해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과 더불어 4관 체제에 진입했다. 이는 세계적 규모의 현대미술관이다. 하지만 ‘외형적 확장에 버금갈 만큼 내실을 다졌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규모에 걸맞은 인력과 예산 그리고 직제 등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본다. 물론 다양한 성향의 관객이 요구하는 미술관 역할도 채워야 할 부분이다. 현대미술이란 장르는 국제적 보편 언어로 각광받고 있고, 또 미술시장의 역할로 짐작할 수 있듯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스타 작가의 작품 한 점은 자동차 수천대 이상 수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 미술의 확장 기회와 잠재성은 매우 크다.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은 덕수궁, 과천, 서울 3관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대형 전시다. ‘미술과 사회’라고 부제를 달았듯이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 역사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1900년부터 1950년대를 조명한 1부는 덕수궁에서, 1950년대부터 지금의 한국 사회를 정리한 2부는 과천에서, 광장과 개인의 관계를 살피는 3부는 서울관에서 진행 중이다. 20세기의 한국은 격동의 역사, 정말 변화무쌍한 세기였다. 일제 강점에 저항한 독립운동, 해방에 이어진 전쟁, 그리고 군부정권 등장과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미술가들은 무엇을 보았는가. 달리 말한다면 ‘광장’은 미술작품으로 엮은 한국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이제 4차 산업의 인공지능(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은 전쟁을 치르고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 해외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급성장했다. 물론 급성장은 갈등과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20세기는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온 시대다. 봉건사회의 밀실에서 민주사회의 광장이다. 광장은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같은 종류의 나무들끼리만 있는 숲은 건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양한 나무의 종류가 섞여 있는 숲이 훨씬 건강하다는 것이다. 단일 색깔보다 변화를 주는 색채 환경이 생산성을 더 좋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획일화 현상보다 다양성이 훌륭하다. 특히 민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을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이웃과 함께 어울리기는 하되 각자 개성은 갖도록 하자. 우리 민족은 오방색을 선호한다. 원색의 색깔들은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까망이 있으니까 하양이 돋보이는 것이다. 지옥이 있으니까 천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같은 사물도 주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슬을 소가 먹으면 젖이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그렇다면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소인가, 뱀인가. 오늘날 갈등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언제 환희의 춤을 볼 수 있는가. 광장은 극단적 주장으로 갈등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은 제3의 공간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사한 ‘광장’ 전시는 아픈 과거를 헤아려 보면서 미래를 희망하게 한다. 다양한 작품과 주제로 격렬하게 움직인 한국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광장의 역사를 써야 하는 미래를 안고 있다. 전시장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행복이다. 무지개는 여러 색깔들로 조화를 이룬 결과다. 바로 화이부동이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 바로 광장이 주는 의미다.
  • 美 민주 펠로시 승부수 “31일에 트럼프 탄핵 조사 첫 공식 투표”

    美 민주 펠로시 승부수 “31일에 트럼프 탄핵 조사 첫 공식 투표”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31일(이하 현지시간) 첫 공식 투표에 들어간다. 민주당의 탄핵 조사를 진두 지휘하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들이 적절한 절차를 밟도록 하기 위해” 표결을 통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모든 하원 구성원이 참여하는 표결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 조사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조사에 대해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번 투표는 탄핵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게 아니라 탄핵 조사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란 점을 되풀이 강조했다. 이어 헌법에 탄핵 조사 절차에 대한 규정이 명확히 명기되지 않아 백악관이 자료를 감추고 소환장을 깔아 뭉개고 증인의 진술이나 증언을 막는 등 “증거 인멸”의 권리를 갖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명의 정부 관리들이 세 갈래 조사위원회에 증언하려 했으나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투명성을 확보하며 앞으로 나아갈 명확한 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당이 공인되지 않은 탄핵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지지한다며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정당한 절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비밀스럽고, 얄팍하며, 폐쇄적인 일처리로 완전히, 되돌릴 수 없이 정당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공박했다. 지난 주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세 갈래 조사위원회의 조사 절차에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하며 심문이 밀실에서 이뤄져 파행되고 지연된다고 비난했다. 쫓겨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보좌했던 찰스 쿠퍼먼이 28일 하원 조사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것에 대한 증언을 듣고 싶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했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주류이기 때문에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의결 정족수가 3분의 2인 상원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 명도 탄핵된 적이 없다. 빌 클린턴과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탄핵 안이 상정되긴 했지만 유죄가 확정돼 쫓겨나거나 하지 않았다. 리처드 닉슨은 탄핵 이전에 하야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국민 절반이 원하는 트럼프 탄핵… 볼턴 증언, 배넌 전략에 달렸다

    국민 절반이 원하는 트럼프 탄핵… 볼턴 증언, 배넌 전략에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 조사가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9월 18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통화 도중 미국에 위해가 될 ‘부적절한 약속’을 했다는 내부고발자의 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뒤인 9월 2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를 전격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에 대한 탄핵절차의 시작이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주요 관련자들의 증언이 쏟아지며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백악관과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 소식이 이목을 탄핵에서 돌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대 관심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언 여부와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공직사회의 반(反)트럼프 움직임에 대한 칼럼을 익명으로 기고했던 내부고발자의 책 ‘경고’의 내용이다. 다음달 출간되는 책이 탄핵 정국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美관료들, 트럼프 압박에도 하원 증언 줄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길목을 막고 선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박하면서 대가로 3억 9100만 달러(약 4570억원)의 군사적 지원과 백악관 초청을 제시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젤린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 요약본을 공개하며 대가성 보상은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한 것이며, 이는 명백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하원의 3개 상임위에서 탄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00명 가까운 의원들이 조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공화당 의원도 45명에 이른다. 전·현직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과 국무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하원 관련 상임위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 내용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자 연일 ‘마녀사냥’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적지근한 대응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자마자 행동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20여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3개 관련 상임위가 국방부 부차관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을 진행하던 회의실을 급습했다. 탄핵조사가 하원 전체표결을 거치지 않아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고, 비공개 진행으로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4시간 반 동안 회의실을 차지했다. 24일에는 친트럼프계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밀실·불법 탄핵 조사’ 규탄 결의안을 발의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견고한 트럼프의 풀뿌리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탄핵 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철군을 결정하고 탄핵 공세를 인종차별적 집단폭력인 린치에 비유하면서 균열 조짐을 보이던 당 분위기를 서둘러 다잡을 필요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25일 하원 탄핵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장에 대해 “하원 탄핵조사는 합법적 지위를 가진다”며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하원의 탄핵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우크라 압박 반대한 볼턴, 트럼프에 등 돌릴까 이제 워싱턴의 관심은 볼턴 전 보좌관이 하원 증언대에 설 것이냐에 쏠려 있다. 앞서 증언한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은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수사를 종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데 반대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주요 인물로 지목된 루돌프 줄리아니를 ´수류탄´으로 부르며 우려를 표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따라서 볼턴의 증언은 트럼프가 측근들을 통해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부자 수사를 군사적 지원에 대한 대가로 요구했다는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리대사의 증언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관건은 볼턴이 트럼프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느냐다. 그는 지난 8월 전격 경질된 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의회 증언을 놓고 볼턴 측 변호사들과 하원 상임위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볼턴이 증언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백악관은 모든 수단과 논리를 동원해 이를 저지하려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 조사는 물론 탄핵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23일 공개된 퀴니피액대 조사 결과 응답자의 55%가 탄핵 조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답변은 43%였다. 지난주 조사에서는 51%가 탄핵 조사를 지지했다. 무당층의 58%가 탄핵 조사를 지지했다. 탄핵을 지지한다는 응답도 48%였다.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트럼프가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답변이 59%로 국익을 추구했다는 답변(33%)의 거의 두 배나 높았다. 22일 공개된 로이터와 입소스 조사에서도 탄핵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6%, 반대한다는 응답이 40%였다. 무당층의 45%가 탄핵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32%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무당층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 지지층과 달리 인내심이 부족해 탄핵 정국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다른 이슈들이 실종된다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정치분석가들은 보고 있다.●돌아온 트럼프 오른팔 배넌… ‘거친 입’ 예고 민주와 공화 모두 메시지 전쟁에 돌입했다. 백악관이 뒤늦게 메시지팀을 꾸려 민주당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매번 한 박자 늦다는 비판이 높다. 결국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 1등 공신이자 오른팔로 불리던 강경 보수론자 스티브 배넌이 2년 2개월 만에 돌아왔다. 워싱턴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트럼프의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상황실:탄핵’이라는 제목으로 라디오방송을 시작했다. 두 달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방송을 한다. 배넌은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메시지가 간단 명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언론에 흘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죄선고가 내려지는 날까지 매우 거칠게 방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무차별적인 비방전을 예고했다. 민주당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당초 11월 말 추수감사절까지 탄핵안 표결을 마친다는 계획을 바꿔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전한다. 탄핵 조사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탄핵 지지 여론을 바닥부터 다져가기 위해서다. 지금은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다음달 중순부터는 공개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사법 방해 행위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일반 시민뿐 아니라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래야 탄핵안이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갈 경우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해 승산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탄핵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탄핵안이 최종 가결되려면 상윈의원 3분의2가 찬성해야 하는데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7석, 무소속이 2석을 차지하고 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탄핵을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롬니에 동조할 의원들이 몇 명이나 될지 낙관하기 어렵다. 닉슨 때와는 달리 외국 정부를 끌어들여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행위를 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배가본드’ 이승기X배수지, 선상 밀실 속 다정 손길 “숨결 닿기 1초 전”

    ‘배가본드’ 이승기X배수지, 선상 밀실 속 다정 손길 “숨결 닿기 1초 전”

    ‘배가본드’ 이승기와 배수지가 예상 밖 스킨십을 나누는, 로맨틱한 ‘선상 밀실 투샷’을 선보인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VAGABOND)’(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 숨겨진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쳐가는 첩보 액션 멜로다. 차달건(이승기)과 고해리(배수지)가 김우기(장혁진)와 김우기를 사주한 이들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펼쳐지며 스토리의 긴장감이 최고점에 이른 상태다. 이와 관련 오늘(25일) 방송되는 ‘배가본드’ 11회에서는 이승기와 배수지가 선상 내 좁은 밀실 안에 놓인 침대 위에 마주 보고 앉은 ‘숨결 닿기 1초 전’ 모습이 공개된다. 극중 차달건이 고해리의 목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는 장면이다. 고해리는 고통이 심한 듯 잔뜩 찡그린 표정이고 차달건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간 후 물수건으로 상처를 닦아내고 약을 발라준다. 이어 차달건이 예상보다 가까워진 거리에 흠칫 놀란 듯 고해리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볼은 물론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더욱이 고해리가 차달건을 빤히 바라보다 이마를 짚어보는 모습까지 펼쳐지면서, 로맨틱 기류를 물씬 드리운다. 지난 방송에서 차달건과 고해리, 그리고 에드워드박의 비서 미키(류원)는 에드워드박(이경영)의 도움으로 김우기를 데리고 한국행 화물선에 몸을 실었던 상황. 밀폐된 선상 안에서 대체 어떤 일이 생겼기에 고해리의 목에 큰 상처가 생기고 만 것인지, 네 사람이 무사히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승기와 배수지가 함께한 ‘선상 밀실 투샷’은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원방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매번 격렬한 액션씬으로 호흡을 맞춰 온 두 사람에게 찾아온 오랜만의 핑크빛 무드 촬영분에 현장의 분위기 역시 한층 들썩였던 터. 유인식 감독은 두 사람에게 “얼굴이 닿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도 좋다”고 말했고, 이승기와 배수지는 부끄러운 듯 서로를 바라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결국 웃음을 터트려 모두를 폭소케 했다. 또한 이승기는 리허설 중 장난 섞인 애드리브를 치며 배수지를 시종일관 웃게 만드는 등 다소 경직된 현장의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분위기 메이커다운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제작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워낙 합이 좋은 배우들이라 어떤 장면을 맡기건 기대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며 “이승기와 배수지의 달콤 살벌한 투샷의 전말이 본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배가본드’ 11회는 오늘 오후 10시 전파를 탄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령탑·철학·체계 없는 ‘3無 교육’… 정치에 휘둘리는 백년대계

    文대통령, 교육관계장관회의 직접 주재 교육수석 없는 靑 ‘사교육 큰손’ 입김 우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으로 교육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지만 이를 수습하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은 당정청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컨트롤타워도, 철학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협의의 틀조차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24일 교육계에서는 대통령이 “더이상의 정시 확대는 없다”던 교육부의 입장을 뒤엎고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정책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수립할 거버넌스 구조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정권과 정파에 영향받지 않는 ‘교육 백년대계’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대통령이 대입제도의 논의를 주도하면서 교육 정책의 방향키를 쥐게 됐다. 대통령은 25일 전례 없는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직접 주재할 계획이다. 교육계 전반에 파장을 몰고 올 정책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급작스럽게 언급되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당정청 협의회가 2025년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대표적이다. 고교체제 개편은 교육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할 예정이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교육)은 “교육 정책은 교육부가 정책의 시안(試案)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 계획과 일정을 공개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은 밀실 논의”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교육부 사이의 ‘컨트롤타워’ 부재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청와대에는 교육분야 수석 비서관 없이 사회수석 산하 교육비서관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교육부와 사전 교감이 없는 정책이 청와대에서 나올 때마다 이러한 한계가 지적된다. 여당이 구성한 ‘교육 공정성 강화 특위’에 교사나 학부모는 없는 대신 ‘사교육계 큰손’이었던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이 포함되면서 “청와대가 사교육업계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주무 장관이나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도 모르는 내용이 연설문에 나간 것은 이른바 ‘정권 실세’가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면서 “세간에 도는 ‘비서실 정부’라는 풍문이 사실일 수 있다는 의심을 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맹점은 뚜렷한 철학과 방향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 영향력을 축소하고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 각자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그러나 집권 3년 만에 ‘정시 확대’를 선언하면서 이러한 방향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은 “고교 서열화 해소”를 강조했지만 정시 확대로 인해 위협받는 고교학점제는 일반고의 수준을 높이는 핵심 정책이다. 교육계에서는 정시 확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시 비중 같은 대입제도를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교육부의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이 언급한 ‘정시 확대’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입시전형을 둘러싼 것으로, 결국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해관계에 국한된 것이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 할 일은 교육이 추구해야 할 철학과 방향을 제시하고 유지시키는 것”이라면서 “‘학벌 차별 해소’, ‘모든 학생의 잠재력 실현’ 같은 말을 시정연설에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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