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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대안은 신재생에너지] (5)국내 첫 ‘시화호 조력발전소’ 새달 본격 가동

    [원전 대안은 신재생에너지] (5)국내 첫 ‘시화호 조력발전소’ 새달 본격 가동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위치한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올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전력 생산에 들어간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다. 발전설비 용량은 254㎿, 1967년 완공돼 44년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해 온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240㎿)를 앞지른다. 조력(潮力)발전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로 발생하는 수위차를 이용해 수차발전기를 가동,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 손꼽힌다. 달의 인력에 의해 생기는 조석 간만의 차이로 전기를 얻는다고 해서 ‘달의 선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시화호는 조력발전소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해안의 조석 간만의 차가 10m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조력 발전이 가능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10개국에 불과하다. 태양광·풍력·파력발전과는 달리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루에 두 번씩 예정된 시간에 맞춰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죽음의 호수’→ 친환경 호수로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은 552GW로, 소양강 댐의 1.56배에 해당한다. 이는 인구 50만명 도시의 1년치 사용량이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86만 2000배럴의 원유 수입을 대체해 연간 942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연간 31만 5000t의 이산화탄소를 줄여 66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는 조력발전소 건설로 친환경 지역으로 거듭났다. 한국수자원공사 시화조력관리단 김준규 팀장은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수질오염 개선, 친환경에너지 생산 등으로 환경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4년 시화방조제 건설로 생긴 시화호는 간척지 농업용수 공급용 담수호(淡水湖)가 될 계획이었으나, 주변 공장의 하수가 유입되면서 심각한 수질오염이 야기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곳이다. ●일부 해양오염 등 우려도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조력발전을 하려면 인위적으로 환경에 큰 변화를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 오염이 아닌 ‘파괴’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많은 국가들이 섣불리 조력발전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시화호 바닥에 쌓여있던 중금속이 바다로 흘러가 해양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유엔기후변화협약으로부터 청정개발체제(CDM) 승인을 받았다.”면서 “퇴적물 영향 용역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사진 안산시 제공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0) 살해돼 물속으로 던져진 시신들, 그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0) 살해돼 물속으로 던져진 시신들, 그후…

    # 2008년 7월 초 어느 날, 전북 군산시 만경강 하구.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1시 한 남자가 커다란 물체를 둘러메고 다리 한가운데로 왔다. 그는 한참 동안 주변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물체를 번쩍 들어올렸다.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난간 위로 괴력을 발휘했다. 곧바로 강물 위로 던질 태세. 여자다. 피가 흐르는 여자의 시신. 목에는 4㎏짜리 콘크리트 벽돌이 달려 있다. 여자의 체중에 벽돌 무게까지 더해진 시신은 ‘풍덩’ 격한 소리를 내며 차가운 만경강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그해 12월 중순 새벽 무렵. 경북 고령군의 한 저수지. 한 남자가 제방 한켠에 차를 대더니 트렁크에서 검은 여행 가방을 꺼냈다. 비포장길로 힘겹게 가방을 끌고 온 남자는 물가에 다다르자 지퍼를 열었다. 틈새로 보이는 것은 여성의 팔. 남자는 얼른 가방 안쪽으로 돌덩이를 쑤셔 넣었다. 그 무게가 족히 10㎏은 될 듯하다. 남자는 가방을 저수지로 밀어넣었다. 최대한 깊은 쪽으로. 사건이 있던 날, 살해 동기도 나이도 성격도 각기 다른 영·호남 남자 2명의 소원은 단순하면서도 같았다. 자기가 죽인 여자의 시신이 제발 물 위로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 그뿐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란다. 시신이 완벽하게 사라져 준다면 자신의 죄를 숨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살인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세상과는 격리된 어딘가에 시신을 꼭꼭 숨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택하는 방법이 수장(水葬)이다. ●영·호남 살인자들의 아이로니컬한 최후 하지만 그들이 머릿속에서 살인의 악몽을 지울 수 없듯이 물에 숨긴 시신은 떠오르기 마련이다. 시신이 부상(浮上)하는 것은 신체 조직을 이루는 기초 물질들이 부패하면서 가스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공기를 불어 넣은 튜브가 물 밖으로 떠오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헌상으로는 몸을 이루는 기초물질이 가스로 변할 때 각 조직의 부피는 최대 22.4배까지 팽창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죽은 사람은 물에 빠지면 처음에는 가라앉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속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신체 조직이 부패해 가스가 만들어지면 부력을 갖는다. 단, 시신이 언제 물 위로 떠오를지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입수 당시 시신의 부패 정도, 몸무게나 키는 물론이고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신이 빠진 곳이 호수인지 강물인지, 바닷물인지에 따라서도 시신이 떠오르기까지 시간이 달라진다. 모든 조건이 같다는 전제에서 시신이 떠오르는 순서는 호수-강-바다 순이다. 고여 있는 물에서는 박테리아 증식이 빠른 반면 염분이 많은 바닷물에서는 박테리아 증식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수온이다. 여름철에 물에 빠진 시신은 2~3일이면 모습을 드러내지만, 비슷한 조건에서 겨울에 빠진 시신은 몇주 또는 몇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떠오른 시신이 한없이 물위를 떠다니지는 않는다. 튜브에 구멍을 내는 듯한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하는 탓이다. 선박의 프로펠러나 갈매기, 바다생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파열 등 훼손이 가해지면 시신은 다시 가라앉게 된다. 실제로 두 남자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의 경우 발견된 시기에 차이가 많이 났다. 여름에 살해된 후 만경강에 던져진 시신은 3일 후 발견됐지만, 한겨울 저수지 속에 던져진 시신은 6개월 후인 이듬해 5월 초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 차는 있었지만, 여자의 몸에 달아 놓은 돌덩이는 부력을 이기지 못했다. 아이로니컬하게 두 남자는 말로(末路)도 같았다. 여자 택시기사를 성폭행하고 나서 살해한 군산의 살인범(당시 34세)은 각각 택시와 여성의 몸에 지문과 DNA를 남김으로써, 동거녀를 살해한 고령의 살인범(38)은 범행 후 숨어 지내다 검거됐다. 두 사람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떠오르고 나서 열흘도 되지 않아 검거됐다. ●교활하고 치밀한 교수의 커다란 실수 돌덩이보다 튼튼하고 단단한 도구로 좀 더 치밀한 준비를 했던 사람도 있다.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국내 유기 징역형으로는 법정 최고형인 30년 형을 받은 대학교수 강모(53)씨다. 지난 5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교수 부인 살인사건’. 강씨는 짜여진 각본대로 내연녀 최모(50)씨와 범행을 저지른 뒤 사망한 부인의 몸에 쇠사슬 2개를 칭칭 감았다. 쇠사슬이 풀릴 것을 걱정했는지 쇠고리로 줄을 엮은 그는 부인 박모(50)씨의 시신을 대형 등산용 가방 속에 욱여넣었다. 가방 속 시신은 부산 사하구 을숙도대교 위에서 강물에 던져졌다. 을숙도대교는 낙동강 하구에서도 맨 아래쪽에 위치한 교각으로 곧장 바다로 연결된다. 경찰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강 교수가 이쯤에서 바다 쪽으로 던지면 결국 해류를 따라 시신이 바다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계산했다.”면서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도 이 다리를 유기 장소로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초기에 강씨의 계산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사건 초기부터 실종보다는 ‘시체 없는 살인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은 이례적으로 헬기 6대에 2800명의 인력, 수색견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부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걸 보면서 자신감이 붙은 강씨는 경찰서를 찾아 “왜 아내를 찾아주지 않느냐. 경찰 수사가 이렇게 진전이 없을 수 있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후, 실종 50일째 되던 날 부인의 시신은 봉사활동차 해안가를 치우러 나온 고등학생들에게 발견됐다. 그렇게 죽은 아내는 밀물과 썰물을 견뎌내며 남편이 자신을 버린 자리를 뱅뱅 맴돌고 있었다.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해 내연녀를 등장시키고 CCTV가 없는 만(灣)을 고르는 동선을 짜는 등 치밀한 범죄 계획을 세운 컴퓨터공학 교수는 그렇게 ‘부력의 물리학’을 간과하다 꼬리가 잡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최악 모면한 방콕 ‘사수작전’ 계속

    최악 모면한 방콕 ‘사수작전’ 계속

    60년 만의 최대 홍수로 대규모 범람 위기를 맞았던 태국의 수도 방콕이 일단 최대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침수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방콕을 가로질러 흐르는 짜오프라야강의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고 방콕포스트, AFP·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30일(현지시간) “비만 더 오지 않는다면 홍수 사태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방콕 북부의 아유타야주와 나콘사완주의 강물 수위가 낮아지는 등 상황이 호전되고 있어 방콕의 대규모 침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침수 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장기간 침수 사태로 수질관리가 어려운 일부 지역에 대해 제한 급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홍수 사태의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지난 29일 오후 짜오프라야강 수위가 홍수방지벽(2.5m)보다 낮아 방콕의 대규모 범람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태국 당국은 상류의 강물 유입 시기와 만조가 겹치는 이날 강 수위가 2.65m에 이르러 방콕 전역이 물에 잠길 것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방콕 차이나타운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시다팟 오사나라사미(32)는 “(지금 상황으로선)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방콕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내 가게의 경우 물이 조금 들어찼을 뿐”이라며 안도했다. 태국 철도청은 중부의 롭부리주와 아유타야주, 나콘사완주 등에서 강물 수위가 낮아짐에 따라 방콕과 북부 치앙마이 간 철도 운행을 한 달여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콕 외곽지역의 침수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방콕 북쪽과 서쪽에 있는 최대 국내선 공항인 돈므앙과 사이 마이, 방플랏, 타위 와타나 구역에는 아직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있다. 청과물 시장인 딸랏 타이와 짜오프라야강 서쪽 톤부리 구역도 침수됐다. 방콕의 상징인 왕궁도 밀물 때면 입구와 내부 일부가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찼다가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돈므앙 공항은 활주로 침수로 폐쇄됐고, 방콕 내 도로 곳곳의 교통도 마비됐다. 때문에 수재민 1만명 이상이 22개 구역 84곳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 피신해 있으며, 방콕 수도 당국은 논타부리주와 사뭇 쁘라깐주의 일부, 방콕 톤부리 구역 등에 오전 6∼9시, 오후 5∼8시에 한해 제한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방콕 상류에 대규모 강물이 몰려 있는 점을 감안, 군병력 5만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방콕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국에서는 3개월 이상 계속된 홍수 사태로 381명이 숨졌다. 이번 홍수 사태는 자동차 산업과 컴퓨터 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각종 제조공장이 몰려 있는 아유타야주와 빠툼타니주 등에서 침수로 문을 닫거나 조업을 중단한 제조공장이 1만여개에 이르며 66만여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특히 이곳의 7개 공단이 물에 잠기면서 주요 부품을 조달해온 도요타와 혼다, 닛산, 마쓰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태국 자동차 업계는 공장들이 12월까지 정상화되더라도 올해 자동차 생산량이 목표치(180만대)에 17% 정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컴퓨터 업계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생산량의 4분의1을 담당해온 태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공장들이 물에 잠기면서 HDD 공급량이 30%가량 줄어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한국 교민과 현지 진출 기업들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30일 코트라 방콕무역관에 따르면 아유타야주의 침수된 공단에 있는 사출, 전자부품 등 제조업체 10여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중국식당 오픈 금지!”…도 넘은 문화사랑?

    유럽의 한 도시가 외국 문화를 테마로 한 식당이나 상점의 오픈을 금지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 포르데 데이 마르미.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도시 시의회는 최근 외국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의 개업을 금지한다는 조례를 발동했다. 외국의 전통상품을 파는 상점도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포르데 데이 마르미가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건 외국의 문화가 밀물처럼 밀려들면서 이탈리아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커졌기 때문. 현지 언론은 “중국음식점, 터키음식점, 영국 펍(작은 선술집) 등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자 이를 막기 위해 애를 쓰다 초강경 조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당연히 외국인 배척·혐오에 뿌리를 둔 조치라는 비난이 비등하지만 시는 절대 후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조례를 밀어붙인 움베르토 부라티 시장은 “우리의 문화와 전혀 관계없는 상점이 계속 문을 열게 할 수는 없다.”며 “외국인을 혐오하는 게 아니라 포르데 데이 마르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 조례는 중국식당, 미국식 패스트푸드점, 독일식 맥주집, 영국식 펍 등 업종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데 데이 마르미는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도 ‘외부인 점령’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주민을 위한 주택건설사업’을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데스크 시각] 고3 아빠의 D-41 “아놔”/임병선 영상콘텐츠부장

    [데스크 시각] 고3 아빠의 D-41 “아놔”/임병선 영상콘텐츠부장

    9월 8~10일 오후 5시, 14일 오후 1시, 17일 오후 5시…. 암호 같다. 세로칸에는 실적 보고서, 자기소개서, 논술, 면접, 발표 등이 적혀 있고 그 옆에는 나란히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다. A4 용지 한 장에 다 적지 못해 스티커도 붙여져 있고 따로 다이어리에 메모된 일정도 있다. 집의 거실 벽에 붙여진 ‘사령관’ 일정이다. 고3 딸의 대학 입학 수시 전형에 맞춰 원서 접수 마감 시한을 기록해둔 것이다. 올해 수학능력 시험도 작년처럼 쉽게 출제된다고 한다. 수험생들은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등급이 뚝 떨어지게 된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대학과 학과들도 다시 보게 됐다. 처음엔 7~8개 대학 이름이 올랐다. 글로벌 전형과 일반 전형을 함께 지원한 대학도 서너 곳이 됐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의연했던 사령관도 여러 대학의 마감이 임박하자 초조해했다. 잠 못 이루던 사령관은 결국 일정표에 없던 몇 개 대학, 학과들을 포함시켰다. 수능 D-100 언저리에 사령관에게 저항하기는 했다. 저항이라기보다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작전에서 빠질 요량이었다. 주워 들은 건 있어 자녀 대학 입학의 3대 조건을 들먹였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에 이어 맨 끝자리를 차지하는 아빠의 무관심을 들이댄 것. 그랬더니 사령관과 그보다 높은 딸이 에두른 질문을 흘렸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부자였나요?” “당신 아버님이….” 어이쿠! 조건들을 따로따로 생각했는데 두 사람은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짐짓 강조했다. 그렇게 기자는 간단히 진압돼 사령관 명령을 좇기 시작했다. 대학들은 입학 전형을 대신하는 입시 전문 사이트들에 원서 접수를 대행시키고 있었다. 면접을 치르지 않는 대학은 5만 5000원선, 면접을 치르는 대학은 7만~8만원을 전형료로 지불해야 했다. 처음엔 50만~60만원쯤 든다고 하던 사령관은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뒤 70만~8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사령관은 D-100을 앞두고부터 집 근처 큰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스님이 “고3 엄마들이 밀물처럼 왔다가 수능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객쩍은 얘기를 늘어놓았을까. 불법(佛法) 대신 온갖 정보를 구해와 식탁에서 풀어놓는다. 어느 부부는 원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대구 팔공산 갓바위를 벌써 세 차례나 다녀왔다는데 우리는 뭐하냐고 했다. ‘기도발’ 세기로 이름난 설악산 봉정암에 다녀오는 관광버스 5대에 몸을 실을 신도들을 접수 마감하는 데 10분밖에 안 걸렸다고 했다. 딸아이의 학교에서만 250명 넘게 지원해줘 감사하다며 한 여자대학에서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어느 외국어고에서 전교 석차가 56등인 아이가 4등을 제치고 서울대에 입학한 사례도 빠지지 않았다. 발빠른 정보력을 갖춘 엄마 덕이라며 사령관은 결기를 다진 터였다. 딸이 지원한 곳의 경쟁률 가운데 가장 낮은 곳이 70대1쯤. 높은 곳은 200대1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어떤 수준의 아이들이 지원했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것. 3000가지가 넘는다는 대입 전형의 다채로움, 얼마나 아찔한가. 이렇게 수험생과 부모들을 힘들게 하고서 교육당국 책임자들은 어떤 얼굴 표정을 하고 있을까. 선택의 다양성이란 전가의 보도를 들이대면서? 낭비되는 돈과 인력의 수고로움, 시간은 또 어떤가. 오늘은 수능 D-41. 시곗바늘은 어김없이 돌고 딸의 신경은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너무한다 싶어, 딸이 부모를 머슴처럼 여긴다 싶어, 한마디 할라치면 사령관은 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붙인다. 자동차로 학교에 모시고 독서실에서 돌아올 때까지 무르팍을 꼬집으며 기다린다. 남들 다 겪는 일인데 뭘 그러냐고? 겪어보니 알겠다. 일과성으로 흘리니 교육 정책이 이 모양인 것이다. 모처럼 쉬는 내일, 이른 아침 딸아이를 어느 대학 논술시험장에 모시라는 사령관의 하명이다. 아놔! bsnim@seoul.co.kr
  • 진도 세계 최대 조류발전단지 들어선다

    진도 세계 최대 조류발전단지 들어선다

    “신해양에너지, 조류(潮流)를 잡아라.”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발전단지(개념도)가 전남 진도군 해안가 일대에 들어설 전망이다.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각종 연구와 실측 조사에서 울돌목, 장죽수도, 맹골군도 등 진도 해안가 일대가 조류 발전의 최적지로 꼽히면서 세계적 기업들이 실증단지를 잇따라 설치, 운영하는 등 발전단지 건설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31일 진도군에 따르면 진도군 군내면 울돌목과 조도면 장죽수도·맹골군도 일대에 조류발전기를 시험 가동 중이거나 시험 발전을 마친 업체는 한국해양연구원, 현대중공업, 독일 포이트 하이드로사와 기술협력을 체결한 ㈜레네테크 등 3개사다. 이들 가운데 조류발전단지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전문업체인 레네테크다. 2018년까지 1조 5000억원을 들여 조도면 장죽수도와 맹골군도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인 400㎿급 조류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파일럿 제품인 110㎾급 발전기를 장죽수도 일대 해안 수심 35m 해저에 설치해 전기 생산에 성공했다. 생산된 전기는 육상과 연결된 1.6㎞의 케이블을 통해 송전된다. 레네테크는 앞서 2007년부터 독일의 세계적 수력발전설비 생산기업인 포이트 하이드로와 기술 제휴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종선(54) 대표는 “포이트사의 조류발전기는 조류의 양방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며 “해저에 설치되는 만큼 주변 경관을 해치거나 선박 통행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구조를 갖췄다. 조만간 본격적인 조류발전 상용화 단지 조성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울돌목에 500㎾급 조류발전기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실험에서 최고 유속 초속 5m에서 최고 출력을 내는 발전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토대로 오는 2014년까지 ‘㎿급 단지용 조류 발전 시스템 개발’을 국책과제로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또 남부발전 등 한전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지 선정과 구조물 설계, 계통 연계 기술 등 상업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당장 상용화에 나서기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김해욱 부장은 “울돌목 말고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해저 케이블을 통한 송전설비 설치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군도 이순신 장군의 역사 유적지인 울돌목에는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원석 진도군 투자마케팅 과장은 “진도를 상징하는 울돌목에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할 수는 없다.”며 “현재 시험 조류발전소를 운영 중인 업체 가운데 우리 군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에 공유수면 사용 허가를 내주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류발전은 물살이 빠른 곳에 터빈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조차(潮差)가 큰 해안의 하구에 댐을 건설한 뒤 밀물 때 저수지에 해수를 유입, 썰물 때 수위 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조력발전과는 구분된다. 진도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태풍 ‘무이파’ 휩쓴 서·남해안… 인명·재산 피해 속출

    태풍 ‘무이파’ 휩쓴 서·남해안… 인명·재산 피해 속출

    서해상으로 북상하던 제9호 태풍 무이파가 8일 밤 늦게 세력이 약해진 채 한반도를 벗어났다. 하지만 한반도는 태풍의 영향 탓에 9일에도 전국적으로 흐린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8일 “태풍은 계속 북진해 요동반도 부근에 상륙한 뒤 북북동진해 9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 태풍의 성질을 잃고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태풍은 예상보다는 약했지만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와 함께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광주·전남과 부산, 충북 지역의 피해가 컸다. 8일 새벽까지만 해도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 34m를 유지하던 태풍은 약화돼 이날 오후 4시쯤 중소형 태풍으로 바뀌었다. 태풍이 서해상에 진입하면서 항공기와 여객선의 결항이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전남도에 따르면 태풍으로 부산, 전남 등지서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전남 여수·광양·해남·신안 등에서는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광양 백운산 일대에서는 피서객 19명이 고립됐다가 2시간 만에 구조됐다. 양식장과 과수원도 초토화됐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완도, 진도, 신안, 장흥 등 서남해안 양식장이 치명상을 입었다. 순천과 보성에서는 논밭 341㏊가 침수됐으며 13㏊ 규모 논에서 키우던 조생종 벼가 쓰러졌다. 전남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382개 동 18만여㎡가 파손됐으며 무안에서는 2000㎡에 달하는 인삼 재배시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시설물 파손과 침수, 정전도 잇따랐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와 지난 6월 태풍 메아리로 유실됐던 국토 최서남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는 64t짜리 테트라포드 2000여개가 유실됐다. 이 방파제는 밀물 때에 맞춰 불어닥친 초속 40m 이상 강풍에 480m 가운데 200여m가 파손 또는 유실돼 2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났다. 낙뢰로 인해 현대자동차 울산 1, 4공장의 생산라인이 10여분간 멈춰서는 등 정전 사고도 잇따랐으며 광주·전남서만 15만여 가구에서 일시적인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전남 최종필·서울 김동현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폭염 끝난 뒤 하라

    서울역 안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코레일이 엊그제 밝혔다. 아직 강제퇴거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8월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여름에 약 70명, 겨울에는 150명의 노숙인들이 서울역 안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밤마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노숙인 때문에 서울역 직원의 50%가 노숙인 관리업무에 매달린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본연의 임무인 철도이용객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노숙인을 왜 방치하느냐.”는 이용객들의 민원이 갈수록 느는 데다 승객 안전을 위해서도 노숙인 강제퇴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코레일의 주장이다. 현행 철도안전법 48조에도 철도시설물 내에서 노숙행위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노숙인 강제퇴거 결정을 한 코레일의 처사를 인권보호를 앞세워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책 없이 노숙인을 밖으로 내쫓는 게 능사는 아닌 듯싶다. 코레일은 물론 유관기관은 시기와 방식 모두 적절한지를 다시 한번 깊이 살펴보기 바란다. 겨울철 동사(凍死) 못지않게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노숙인 사망 비율도 높다는 노숙인 인권단체 관계자의 지적을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그들이 힘들어하는 시기에 더욱 세심하고도 크게 나타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복지국가이자 문명국의 도덕적 규준이다. 노숙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40대 후반에서 50대의 비율이 감소하는 대신, 60대 이상 고령층과 20~30대 젊은층이 증가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노숙인의 70~80%는 배달, 주방, 건설일용직 등 3D 업종 경력자와 식당, 세탁소 등을 운영하다가 망한 사람들이라 한다. 열명 가운데 일고여덟은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 노숙인 상담센터 관계자는 해마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80% 이상이 거리청소 등 자신에게 맞는 근로 욕구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노숙인특별자활근로를 확대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일절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겠다는 발상도 신선하고 기대를 갖게 한다.
  • “외지인 방문 늘면서 약초 씨 말랐어요”

    “외지인 방문 늘면서 약초 씨 말랐어요”

    “외지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천으로 널려 있던 더덕, 잔대를 비롯한 약초의 씨가 말랐어요.” 태안 해안국립공원 구역에 있는 작은 섬 가의도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가의도는 태안군 근흥면 안흥리 서쪽 5㎞에 위치한 면적 2.1㎢의 작은 섬이다. 올해 초 국립공원 구역조정이 되면서 주거시설은 모두 공원구역에서 해제됐다. 이곳에는 33가구 6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달 초부터 해상·해안 국립공원 도서지역의 자연훼손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터라 공단 직원과 함께 가의도를 찾았다. 가의도 주민 주만성(71)씨는 “해안 국립공원의 섬 지역은 순찰활동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희귀식물이나 몽돌(수석)을 몰래 반출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가의도 해안은 직격탄을 맞았다. 가의도를 청정구역으로 회복시킨 것은 자원봉사들의 노력이 컸다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 일을 겪고 나서 희귀식물이 많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가의도가 청정구역으로 알려지자 방문객이 늘면서 약초를 비롯한 희귀식물과 몽돌 반출이 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변가 수석을 망태기에 가득 담아 부표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힌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배를 빌려 실어 가는 것도 목격했다고 전해줬다. 가의도엔 민박 외에 별도의 숙박시설이 없다. 따라서 아예 산속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약초를 캐 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해안은 밀물 때 반쯤 가려지고, 물이 빠지면 전체가 다 보이는 독립문 바위를 비롯, 기암괴석들이 산재해 있다. 섬은 육쪽 마늘의 원산지로 밭에는 온통 마늘뿐이다. 주민들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은 좋지만 자연자원을 반출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공단에서도 순찰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 단속팀을 구성해 지역별로 20~30명씩 투입됐고, 경찰과 협조해 현장 단속과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병원·대피소서 환자 23명 사망 이재민 “脫동북” 오사카로 밀물

    병원·대피소서 환자 23명 사망 이재민 “脫동북” 오사카로 밀물

    우려대로였다. 방사능 유출 문제도 심각하지만, 당장 물·전기도 없이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이로 인한 ‘2차 재앙’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재민 가운데에는 고령자가 많아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재민 중 고령자 많아 우려 고조 도쿄신문은 18일 이와테현 가마이시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고령 환자 9명이 정전으로 인한 의료 장치 가동 중지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70∼90대의 환자로 정전 사태로 가래 흡입장치가 멈추면서 폐렴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병원에는 약 140명의 입원 환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정기적으로 가래 흡입장치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여서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 후쿠시마현에서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피난소로 대피한 환자 14명이 사망했다. 이날 NHK는 “후쿠시마현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128명의 환자들을 이와키시의 고등학교로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피난소에서도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리쿠젠타카타시의 피난소에서 생활하던 한 주민이 지진 쇼크와 스트레스, 피로로 인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피난소에서 생활하던 중 체력이 약해져 병원으로 후송됐다가 목숨을 잃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걱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나토시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인 야마구치 기요타의 말을 인용해 “아이들 상당수가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지진 때문에 심적으로 무척 불안한 상태”라면서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사카, 주택 2000호 제공키로 아예 지진이 발생한 동북 지방을 떠나는 이재민도 적지 않다. 일본 제2의 도시이자 간사이 지방의 관문인 오사카 지역에는 원전 방사능 공포를 피해 온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날 NHK 등 현지 언론은 간사이 공항과 신오사카역에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온 간토 지역 피난민과 해외 주재원들로 하루종일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오사카 시내 호텔들도 밀려드는 피난민들이 넘쳐나면서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또 한꺼번에 밀려드는 피난민들로 시내에서 거처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은 오사카에서 기차로 30~40분 거리인 인근 교토나 고베 등으로 행선지를 옮기고 있다. 오사카는 밀려드는 피난민 대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간토 지역 피난민들의 주거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지사는 지역 내에 ‘피난민대책팀’을 설치하는 한편 오사카에서 운영하는 주택 2000채를 일시적으로 피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공항 출국인파 ‘밀물’… 명동 日관광객 ‘썰물’

    공항 출국인파 ‘밀물’… 명동 日관광객 ‘썰물’

    13일 오후 3시 인천공항 J 탑승수속 카운터. 노트북으로 고국의 참상이 담긴 사진기사를 보는 기타가와 아야(24·여·회사원)의 표정이 무척 어둡다. 평소 아이돌그룹 ‘JYJ’의 멤버인 영웅재중을 좋아한 기타가와는 지난 8일 휴가를 내고 한국에 관광을 왔다. 하지만 이번 강진으로 예정보다 3일을 앞당겨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집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도쿄지만 다행히 가족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와테현 친구 한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기타가와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 친구를 찾아야겠다.”면서 “국민들이 죽었고 나라 상황이 안 좋은데 나 혼자 여기서 놀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항 벤치는 일부 항공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출국을 앞둔 일본인들로 가득했다. 후쿠오카에서 왔다는 핫토리 유리(32)씨는 “10일에 와서 16일에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가족이 걱정돼 오늘 귀국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나리타 공항은 운항을 재개했지만 인천에 도착 예정인 항공기가 오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인천을 경유해 일본 나리타 쪽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은 발이 묶여 대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의 입국도 줄을 이었다. 일부는 지진과 뒤이은 방사선 누출사고로 불안에 떨다가 계획을 앞당겨 귀국했다. 회사원 김수정(37·여)씨는 애초 13일 오후 10시 15분 하네다공항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계속되는 여진으로 불안감을 느껴 귀국 일정을 앞당겼다. 김씨는 “지진 당시 상점들이 문을 닫고 식료품도 동이나 불안했다.”면서 “여진이 계속 이어져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고 싶었다.통신이 끊겨 걱정이 컸는데 이렇게 돌아오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명동역 6번출구 앞. 흔하게 들리던 일본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평소 같으면 열에 네댓이 일본인이었을 정도로 일본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지만 지금은 이들의 종적을 찾기 어렵다.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들에게 지진에 대해 말을 꺼내자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도쿄 지바현에서 딸과 함께 한국 관광을 온 40대 주부인 가와구치 도미코는 “후쿠시마에 사는 부모님과 12일까지 전화가 안 돼 많이 걱정했다.”면서 “오늘(13일) 아침에 전화가 돼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와구치는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 주초 예정보다 빨리 귀국할 예정이다. 도쿄에서 11일 오전 한국에 왔다는 에쓰코 쓰카모토(28·여)도 입국과 동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쓰나미가 오고 집들이 부서졌다니 걱정”이라며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되다 11일 밤늦게 이메일로 친구와 연락을 할 수 있었다.”고 휴대전화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명동의 식당들 또한 타격이 크다. 죽 전문점을 하고 있는 문경자(60·여)씨는 “오늘은 일본인 손님이 평소보다 30%정도 준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일본인 손님이 줄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평일에 40명 이상의 일본인 관광객이 찾는다는 커피 전문점의 최명호(38)씨도 “금요일 저녁부터 갑자기 일본인 관광객들이 끊겼다.”면서 “오늘 일본인을 대여섯명밖에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호텔들의 예약취소도 잇따랐다. 명동 세종호텔 관계자는 12일 저녁에 “노쇼(오겠다고 하고 나타나지 않는 것)랑 캔슬 합쳐서 20건 이상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로얄호텔 관계자도 “어제 (예약이) 50건 이상 취소됐다.”고 말했다. 김소라·최두희기자 sora@seoul.co.kr
  • 그림이 된 詩

    그림이 된 詩

    옛 선비들은 시와 그림을 하나로 보았다. 그림이란 붓으로 쓴 시이고, 시는 글로 그린 그림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은, 강은교, 김지하 등 시인 74명의 시를 두고 화가 43명이 그림을 덧붙인 ‘시화일률’(詩畵一律)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재홍과 미술평론가 윤범모,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은 작품을 엄선해 뽑은 뒤 작가들에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미술로 표현해보라고 주문했다. 시와 그림이 함께 있다고 하니 언뜻 수묵화가 연상될 법도 한데, 극사실주의에서 추상화, 비디오 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향의 작가들을 섭외한 덕분에 이채로운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가령 ‘긴 강을 헤엄쳐 온 내 안의 상처들은/ 어느덧 하늘의 가슴에 밀물지는데/ 길게 꼬리 진 노을 속에 젖은 외로움 하나/ 아직도 솟대처럼 우두커니 서있다.’고 읊은 ‘강변에서’(백수인 시인)를 맡아 그린 이는 한국 팝아트의 기수로 꼽히는 권기수다. 시는 전반적으로 우수에 찬 느낌인데 그림은 권기수의 특징으로 꼽히는 강렬한 빨간색과 ‘동구리’ 캐릭터가 등장해 묘한 느낌을 낳는다. 김남조 시인의 ‘면류관’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이 표현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화려한 4계절 동영상 버전의 ‘신인왕제색도’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이이남답게, 알프레드 뒤러의 ‘자화상’ 그림을 동영상으로 처리했다. 자화상에 면류관이 얹어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다음 달 6일까지. (02)720-1020. 2월 23일부터는 부산 중동 가나아트로 자리를 옮겨 전시될 예정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美 2차 양적완화 이후] 달러 밀물… 인플레·자산 버블 차단 정부 카드는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로 급속한 외환 유입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거품)에 대비해 ‘방어둑’을 높일 필요성이 더 커졌다. 기획재정부는 5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오는 15일부터 23일까지 외국환은행에 대해 추가 외환공동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9일부터 5일까지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방안’ 이행사항을 점검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G20후 2차 자본 유출입 대책 발표 재정부 관계자는 “변칙거래로 선물환 포지션을 지키지 않으려는 정황을 추가 확인하고 경고를 취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신흥국들이 경쟁적으로 외환 유출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는 손을 쓰기 어렵다. 따라서 일단은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져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가 G20 정상회의 이후 발표할 ‘2차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 대책’으로는 ▲외국인 채권 투자의 이자소득세 면제 폐지 ▲단기 외채에 대한 은행부과금 도입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 등이 꼽힌다. 채권투자에 대한 비과세 폐지는 지난해 3월까지 시행했던 터라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고 부작용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카드다. 물론 반대도 만만치 않다. 시티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을 목적으로 비과세를 시행한 지 1년 7개월 만에 ‘유턴’할 만큼 한국은 여전히 불확실한 시장이라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다. 또 외국인 국채 보유액 중 잔존만기 1년 이상 장기채의 비중이 올 1분기 현재 87%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외환 유출입 규제라는 목표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 非예금성부채 부과금도 검토 과도한 자본 유출입이 이뤄질 때마다 늘 단기외채가 문제가 됐던 만큼 은행들의 비(非) 예금성 부채에 부과금을 적용하는 방안 역시 가능성이 크다. 부과금을 적용하면 외화 차입 비용이 올라가 과다한 외화 조달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외은 지점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0%에서 단계적으로 국내 은행과 같은 수준(50%)으로 줄이는 방안은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물환포지션 규제가) 3개월의 유예를 두고 지난달 초 시행됐으니 최소 3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면서 “일러야 내년 초에 한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분단선 넘어온 북녘가을 서쪽바다 붉게 물들였네

    분단선 넘어온 북녘가을 서쪽바다 붉게 물들였네

    금강산관광의 문이 닫힌 지 벌써 두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북녘의 산하에 대한 갈증도 그만큼 깊어 갑니다. 최근 정세 변화로 북한 주민들의 삶과 접경지역의 풍경 등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슬며시 생깁니다. 그래서 행장을 꾸리고 접경지역을 찾아 나섭니다. 내 나라 안에서 북녘땅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여럿 됩니다. 그중 이 계절에 가장 적당한 곳을 꼽자면 경기 김포와 인천 강화일 겁니다. 수도권 등에서의 접근성이 좋은 데다, 제법 농익은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강화도의 갯마을에서는 대하 등 갯것들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갯벌에는 한해 일곱번 얼굴을 바꾼다는 칠면초(七面草)가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뭍에만 단풍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갯벌의 외침이 들리는 듯도 합니다. 다만 이 지역 어디를 가건 지난 여름 폭우로 유실된 북한의 목함지뢰는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이 점만 잊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마 김포를 거쳐 강화에 이르는 길에서 더할 나위 없이 넉넉한 가을 풍경과 만나게 될 겁니다. 글 사진 김포·강화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애기봉 전설 위로 한강 물 흐르고 애기봉(愛妓峰)엔 이름만큼 애처로운 전설이 흐른다. 1636년 병자호란 때, 당시 평양감사가 기생 ‘애기’와 함께 한양으로 피란을 가게 됐다. 이들이 한강과 인접한 개성시 판문군 조강리에 이르렀을 때, 평양감사는 청나라 군사들에 붙잡혀 다시 북쪽으로 끌려가고, 애기만 구사일생으로 한강을 건너 애기봉 왼편의 조강리에 머물게 됐다. 이후는 능히 짐작이 되는 수순이다. 애기는 날마다 이 봉우리에 올라 감사를 애타게 기다리다 병들어 죽었고, 후세 사람들이 이곳에 묘를 만들어 줬다는 얘기. 그 뒤 1966년, 이 봉우리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애기봉이라 이름 짓고, 친필로 쓴 애기봉 비석도 세웠다. 김포에서 강화대교를 건너면 강화도다. 염하(鹽河)를 경계로 뭍과 단절된 덕에 예부터 피란처이자 호국의 보루 역할을 해 온 곳. 강화를 빙 둘러친 5개의 진과 7개의 보, 53개에 달하는 돈대가 그것을 증명한다. 강화평화전망대는 예전엔 지역 농민이나 군인 외 출입이 통제됐던 양사면 철산리 민통선 지역에 세워졌다. 그런데 전망대가 딛고 선 봉우리 이름이 섬뜩하다. 제적봉(制赤峰)이란다. 풀어보자면 붉은 무리를 제압한다는 뜻일 터. 전쟁의 뉘앙스가 짙게 풍기는 이름에서 접경 지역에 왔음을 실감한다. 전망대 너머로는 조강(祖江)이 흐른다. 황해북도 언진산에서 발원해 황해남도 배천군과 개성시 개풍군 사이로 흘러나오는 예성강과 민족의 젖줄인 한강이 합류하는데, 이 물길을 조강, 또는 강화만이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한강 쪽으로 길게 돌출된 해창리는 인천시에서 통일에 대비해 교량 건설 계획을 세워둔 곳이다. 평화전망대에서는 어지간히 나쁜 날씨가 아니면 강 너머 북녘땅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의 직선거리는 1.8㎞. 망원경을 이용하면 연백군에 사는 북한주민의 생활상과 선전용 위장마을, 북한군이 물고기를 잡곤 한다는 삼달리수로, 고려시대부터 유명해진 개성인삼밭 등을 낱낱이 살필 수 있다. ●뭍만 가을이더냐, 바다도 붉게 물들더라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 위를 날 때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넋을 잃곤 한다. 갯벌이 온통 붉은 빛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꼭 바다 위로 꽃이 핀 듯해서다. 이 붉은 꽃의 정체가 칠면초다. 갯벌 등 염분이 있는 토양에서만 자라는 염생식물로, 해마다 일곱번 빛깔을 달리한다고 해서 이처럼 고운 이름을 얻었다. 봄에 연둣빛으로 싹을 틔워 차츰 붉어지다가, 곧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11월이면 하얗게 말라죽는다. 육면체 모양의 열매 각 면마다 색깔이 달라 칠면초라는 설도 있다. 계절의 경계에 선 지금, 김포와 강화 갯벌에는 칠면초가 마지막 붉은 향연을 펼치고 있다. 뭍에서 갈대밭, 칠면초, 갯벌,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풍경 위로 가을이 듬뿍 내려앉았다. 특히 강화 동검도로 들어가는 제방도로 주변은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며, 거대한 붉은 양탄자를 펼쳐 놓은 듯하다. ●북녘 산하가 한 손에 잡힐 듯 여행자들이 접경지역을 찾을 때는 북녘의 산하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우리의 반쪽인 북한 주민들을 보자는 뜻도 클 터다. 그러나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탓에 망원경으로도 북한 주민들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는 봄철 모내기 때와 가을걷이 때다. 우리와 달리 농기계 보다는 수작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논밭 이곳저곳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북한의 들녘이라고 우리와 다를까. 벼들은 샛노랗게 여물었고,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농부들의 손놀림은 여간 바쁘지 않다. 수업이 끝난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를 나서고, 간간이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흙길을 달린다.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고는 하나, 최소한 이맘때쯤이라면 그네들의 식탁도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경기 김포 월곶면 애기봉전망대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깝게 북한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악어 주둥이처럼 뾰족 튀어나온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포와 김포 하성면 시암리 간 직선 거리는 1300m에 불과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영선수 박태환의 자유형 1500m 최고기록이 14분 55초 03. 그가 마음먹고 역영을 펼친다면, 불과 십여분 만에 넉넉하게 닿을 거리다. ●막힌 물길 흐르던 풍경 전망대에 서면 23㎞쯤 떨어진 개성의 송악산을 비롯해, 한강과 임진강의 합수머리, 유도 등의 절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특히 유도는 1996년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평화의 소’(2006년 사망)가 구출된 섬으로, 당시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렸던 곳이다.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선전마을이며 탱크저지용 석축제방 등 북한 특유의 풍경도 여전하다. 잠시 눈을 감고 풍경의 잔상을 음미한다.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 위로 배를 타고 자유롭게 이곳을 오갔던 선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유장하게 흐르는 한강 위에는 이처럼 전쟁의 역사 말고도 곳곳에 민초들의 질박한 삶의 역사가 담겨있다. 아주 오래 전, 밀물 때만 되면 서울로 가기 위해 평양과 전라도 등에서 몰려온 배들로 한강이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김포 토박이 민영철(76)옹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밀물 때는 배가 엉겨다닐 정도로 많았어. 대부분 ‘작배’(동력이 없는 목선)여서 역수(逆水)를 하기 어려우니까 밀물을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몰렸던 거지. 간혹 물때를 제대로 못 맞춰 물밖으로 드러난 풀등에 좌초되는 배들도 제법 됐어. 그럴 때면 물이 썰 때까지 배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지.” ■여행수첩 ▲가는 길 애기봉전망대는 48번 국도를 타고 김포·강화 방면으로 달리다 하성삼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10㎞가량 직진하면 나온다. 입장료는 없고 차 1대당 2000원의 주차비를 받는다. 입구 검문소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031)988-6128. 강화평화전망대는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와 강화 시내를 지난 뒤 양사면 방면으로 곧장 간다. 전망대 초입 군 초소에 신분증을 맡기면 통행증을 발급해 준다. 연중무휴. 어른 2500원, 어린이 1000원.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등은 무료다. (032)930-7062. ▲주변 볼거리 김포 대명포구 뒤편에 김포함상공원이 조성돼 있다. 2000t급 운봉함이 전시돼 있다. 운봉함은 1943년 미국에서 건조돼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상륙작전에 참전하며 14년 동안 미 해군의 주력 상륙함으로 운용됐다. 그러다 1955년 대한민국 해군이 인수해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52년 동안 임무를 완수하고 2006년 퇴역했다. 오전 10시 문을 연다. 입장료는 없다. (031)987-4097. 강화의 특산품인 왕골 공예품과 화문석을 소개하는 강화 화문석 문화관도 들러볼 만하다. 어린이 대상 체험학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송해면 양오리에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032)932-9922. ▲맛집 강화역사관에서 광성보로 가는 해안도로변에 ‘더리미 뱀장어타운’이 조성돼 있다. 충남서산집은 꽃게탕으로 입소문 난 집. 강화 인산리에 있다. (032)937-3996. 김포 대명포구와 강화 선두포구, 창후리 선착장 등에는 대하 등 가을 해산물을 싸게 맛볼 수 있는 어시장이 조성돼 있다.
  • [新 차이나 리포트] (3) 중국 경제를 말하다 ③ 환율전쟁 부른 ‘위안화 매직’

    [新 차이나 리포트] (3) 중국 경제를 말하다 ③ 환율전쟁 부른 ‘위안화 매직’

    세계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을 시작했다. 광속(光速)에 비유되는 중국 경제의 무한질주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1등 경제국 미국과 중화 부흥을 통해 과거의 영화와 패권을 되찾겠다는 중국 간에 벌어지는 일종의 헤게모니 다툼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미·중 간에 얽히고설킨 정치·경제적 갈등이 ‘위안(元)화’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위안화를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미국의 공세에는 위안화의 ‘농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1990년대 저임금을 기초로 한 ‘세계의 공장’에서 단시간 내에 일약 세계 2강(G2)으로 올라 선 중국 경제의 이면을 보면 정교하고 교묘한 ‘위안화의 매직’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밀물처럼 들어오는 세계 각국의 천문학적인 직접투자(FDI)와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 수출시장 석권 등은 저평가된 위안화 때문에 가능했다. 위안화의 마술이 시작된 것은 17년 전인 1993년이다. 당시 중국 경제사령관인 주룽지(朱鎔基) 부총리는 92년까지 1달러 당 5.7619위안이었던 환율을 93년 8.6187위안으로 떨어뜨렸다. 한꺼번에 33.1%의 평가절하를 한 것이다. 달러의 구매력이 3분의1이나 높아진 것이다. 물론 세계는 깜짝 놀랐지만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2배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땅덩어리만 크고 후진 개도국에 불과한 중국이 위안화를 아무리 평가절하해도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대국을 향한 중국의 심모원려(深謀遠慮)를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평가절하 이후 벌어진 결과를 놓고 세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78년부터 93년까지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연 평균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단행된 이듬해부터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무려 30.2%에 달했다. 중국의 전면적인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환율의 마술은 곧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은 상품으로 변했다. 외국자본의 대 중국 투자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달러를 싸들고 몰려간 것도 당시의 이런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수교(1991년) 이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했던 김동진 포스코 중국법인 고문은 당시를 회상하며 “생산 기지를 옮긴 의류, 신발, 가죽 제품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기 시작했고 중국 역시 이 시기에 저임금을 토대로 경제적 기초를 닦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급상승은 승승장구하던 아시아의 네마리 용(한국,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중국에 세계 수출시장이 잠식당한 이 국가들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기 시작했고 급기야 해외 차입으로 적자를 메웠다. 대외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97년 아시아에 몰아쳤던 외환위기 역시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촉발된 ‘환율게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미·중 간 ‘2차 환율전쟁’ 역시 위안화의 평가절하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무제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켜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의 원인에 대해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실제보다 최대 40%까지 저평가됐으며, 중국 당국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공세에 대해 70~80년대 욱일승천하던 일본경제를 한방에 무력화시켰던 플라자 합의(1985년)를 떠올린다. 장쥔(張軍) 중국경제연구센터 주임은 “당시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엔화의 과도한 평가절상을 밀어붙여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내렸고 이것이 근본적으로 일본경제의 장기 침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세판단 하에 중국의 ‘버티기 전략’도 만만치 않다. 장융창(强永昌) 푸단(復旦)대 교수(경제학)는 “중국에서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지면 일자리가 800만 개 이상 사라진다. 중국의 중소 수출업체들의 마진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최근 근로자 임금 인상과 맞물려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상되면 수만개의 중소기업들이 채산성 때문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5~2008년 사이 이미 20% 이상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뤄졌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2020억 달러에서 2680억 달러로 오히려 늘었다.”며 “미국의 최근 환율 공세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정치적 쇼”라고 몰아쳤다.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전선에서 배수진을 치고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공세에 맞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징·상하이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양천구 수재민에 온정 밀물

    ‘삶은 혼자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할 때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양천구에 ‘나눔의 바이러스’가 잔잔히 퍼지고 있다. 5일 양천구와 서울시립 신목종합복지관에 따르면 어려운 수재민들에게 민간기업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1일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가구들에 서울시에서 위로금 100만원씩을 긴급 지원했지만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을 고치면 남는 게 없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도배와 장판 교체다. 작은 반지하 가구이지만 도배·장판 교체 비용은 적게 잡아도 30만~40만원이다. 이에 따라 신정동 시립 신목종합사회복지관은 기업에 도움을 요청했다. LG하우시스는 3000여만원 상당의 벽지와 장판을 후원하기로 했다. 시립 상계직업전문학교는 도배 봉사인력 150여명을 지원한다. 이들은 침수피해를 입은 175가구를 돕고 있다. 김학문 신목종합사회복지 관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처럼 힘들 것 같았던 일이 많은 주민들의 도움으로 가능해졌다.”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배·장판 교체를 못하고 있는 주민들은 복지관으로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덕종합건설은 22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신정2동 쪽방촌 재래식 공동화장실(6칸)을 수세식 양변기 4대, 소변기 2대로 말끔하게 고쳤다. 양천구는 앞으로 화장실 유지·관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제학 구청장은 “‘사람이 중심되는 양천’은 구청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가꾸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많은 주민들이 ‘나눔’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체계화된 자원봉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軍 뮤지컬 ‘생명의 항해’ 일본관객 ‘밀물’

    軍 뮤지컬 ‘생명의 항해’ 일본관객 ‘밀물’

    29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6·25 60주년을 맞아 육군본부가 주관해 마련한 뮤지컬 ‘생명의 항해’가 출연진들의 합창을 끝으로 막을 내리자 객석에 앉아 있던 수백명의 중년 여성들이 웅성거리며 일어나 무대 앞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메라를 들고 플래시 세례를 퍼부으며 환호하는 여성들은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을 찾아온 이준기(왼쪽) 이병과 주지훈(오른쪽) 일병의 일본인 팬들이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까지 다양했다. 너나없이 ‘이준기 사랑해요’ 등을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한쪽에서는 일부 중년 여성들이 이들을 본 기쁨에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후 수개월이 지난 터라 팬들의 감격은 배가 된 듯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의미 있는 뮤지컬인지라 군인가족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당초 군 관계자들의 예상과 다른 반응이었다. 준비과정부터 국내 팬들과 일본 팬들이 뒤섞여 뮤지컬 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뮤지컬 프로듀서를 담당한 육본 이영노 중령은 “매회 90% 이상 관객이 입장해 총 9회 2만여명이 관람했다.”면서 “로열석의 앞줄은 대부분 일본인 팬들이 단체예매를 통해 확보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육군 관계자는 “뮤지컬이 시작되기 전에도 팬클럽 등에서 70인의 출연진이 모두 먹을 수 있는 피자를 준비해 오는 등 열성적으로 응원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이병은 뮤지컬 시작 전날 최종리허설에서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50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고도 마지막날까지 열연하는 투혼을 발휘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이번 뮤지컬은 흥남 철수작전 당시 피란민 1만 4000여명의 목숨을 구한 ‘메레디스 빅토리’호 이야기를 다뤘으며 9월10일부터 10월31일까지 대구, 대전 등 5개 지방도시에서 순회공연이 예정돼 있다. 주연급인 이 이병과 주 일병, 김다현 일병을 비롯해 출연진 대부분이 현역 병사들이었으며 당시 사용됐던 총기류와 군장을 군으로부터 지원받아 생생한 전쟁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김태영 국방장관과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마지막회를 관람하고 군인정신을 발휘한 이 이병 등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돌담 쌓아 고기 잡아요

    쪽빛 바다를 자랑하는 제주 금능해수욕장에서 7·8일 ‘금능리 원담축제’가 열린다. 원담은 바다에 나즈막한 돌담을 쌓아 밀물을 따라 몰려든 고기를 썰물이 되면서 가둬 잡는 제주의 전통 어로 방식이다. 이번 원담축제에는 원담에서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체험을 비롯해 보말까기체험, 천연염색체험, 등 다채로운 피서객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축제참가는 누구나 가능하고 금능리사무소(064-796-2011)로 신청하거나 당일 현장접수도 할 수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배기석, 뇌사 가능성…”기적 일어나길” 쾌유 기원 밀물

    배기석, 뇌사 가능성…”기적 일어나길” 쾌유 기원 밀물

    프로복서 배기석이 현재 의식불명 상태라고 알려진 가운데 네티즌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배기석은 지난 17일 충남 예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슈퍼플라이급(52.16kg) 챔피언 결정전에서 8회 TKO로 패한 직후 두통 등의 증세를 호소해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배기석은 이송 도중 의식을 잃었고, 대전대학병원에서 5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은 후 체온 맥박 혈압은 회복됐으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배기석의 뇌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최요삼 선수가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슬픈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깨어날 거라고 믿는다. 기도하겠다.”등의 글을 게재해 배기석의 쾌유를 빌었다. 특히 배기석 선수는 부모 없이 할머님을 모시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최근 남동생의 입대로 가장으로써의 무게가 더해진 상황이라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2007년 12월 고 최요삼 선수의 사망 사고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재연된 사고에 복싱팬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고 최요삼 선수는 헤리 아몰과의 경기가 끝난 후 뇌출혈로 쓰러져 이듬해 1월 뇌사 판정을 받고 결국 사망했다. 사진 = 프로월드컵복싱 공식블로그 서울신문NTN 이효정 인턴기자 hyojung@seoulntn.com
  •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③ 문병권 중랑구청장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③ 문병권 중랑구청장

    “무상급식도 중요하지만 강남·북의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원어민 교사 배치 등 공교육발전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문병권(60) 중랑구청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낡은 컴퓨터를 최신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듯이 학교시설이나 장비등 학교환경개선에 앞장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3선 성공, 발로뛰는 ‘예산유치의 귀재’ 6·2지방선거에서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문 구청장. 지역주민들에게 ‘일 잘하는 구청장’ 이란 이미지를 심어 당선될 것을 일찌감치 예감한 그 역시 이번 선거에서 힘겹게 3선에 성공했다. “엎치락 뒤치락할 때 어떤 심정이었나.”라는 우문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는 관록이 묻어나는 여유있는 답변이 날아왔다. “지난 8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중랑구가 서울시 청렴도 평가에서 항상 1위했듯이 자신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대후보와 4년전 맞부딪친 적도 있기 때문에 일로 승부를 걸면 당선될 거라 믿었습니다.” 3선에 성공했지만 문 구청장은 고립된 섬에 홀로 살아남은 듯 외로워 보인다. 여소야대 틈바구니에서 그가 펼쳐나갈 앞으로의 4년행정이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문 구청장은 8년전 처음 구청장에 당선되기 전에 썼던 휴대전화 번호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당선되면 누구나 휴대전화 번호부터 먼저 바꾸는 게 일이다. 이런저런 민원이 밀물처럼 쏟아지고, 난처한 전화를 받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왜 안 바꾸느냐는 질문에 당선될 때 가졌던 초심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다. 3선에 성공한 노장의 초심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는 소박한 결의였다. 그는 민선5기 역점사업으로 면목동 뉴타운 지정을 맨 먼저 꼽았다. 1960~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완료된 저층주택 밀집지역인 면목동은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등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사가정역에서 면목역 구간은 2차선으로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시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뉴타운으로 지정하는 게 구민들에게 던진 가장 큰 공약이었다. 문 구청장에게는 주민들과 다른 구청장들이 지어준 닉네임이 있다. ‘예산유치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예산확보를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는 그에게 적합한 별명이다. 그래서 이번 정책사업 유치도 자신한다. 중랑발전에 필요한 정책사업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부와 서울시 관계자를 몇 번이라도 찾아가서 설득했고 예산을 따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1조 963억원이란 엄청난 투자사업 예산을 유치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서울의료원 유치, 면목선 경전철 유치, 이화교 확장, 겸재교신설, 사가정길 확장, 면목체육관 건립 등은 그가 발로 뛰어 일궈낸 성과다. 그렇다고 8년을 돌아보며 아쉬움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43만 중랑구민의 꿈과 여망이었던 북부지방법원·검찰청사 유치가 바로 눈앞에서 물거품된 일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다. 법원청사건축위원회의 심의가 있었던 당일 유치신청에 나섰던 다른 자치구에서는 실무직원만이 참석하였으나 그는 달랐다. 43만 중랑구민의 유치염원을 전하기 위해 직접 참석해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부지방법원·검찰청사는 도봉구로 넘어갔다. ●명문학원 유치 등… 교육메카로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사업이 물거품된 것이 지금은 전화위복이 됐다. 법조타운 부지에 서울 동북권 거점병원인 서울의료원을 유치하고 자율형 사립고 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놓여있던 중랑구가 교육메카로 부상할 수 있는 디딤돌을 하나 쌓은 것이다. 그는 ‘교육없이는 지역발전도 없다’는 신념을 가졌을 만큼 교육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옛 강원산업 연탄공장 부지에 건립중인 지상 48층의 초고층 명문학원 유치에서 그 신념을 엿볼 수 있다. 교육 문제에 관심이 깊은 구청장에게 자녀교육관을 묻자, 온화한 얼굴에 불그레 홍조를 띤다. “일에 빠져 정신없다 보니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많이 못썼죠.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믿음인 것 같아요. 아이들 스스로가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몫한 것 빼고는 한 일이 없어요.” 문 구청장은 얼마전 입적한 법정스님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앞으로의 4년행정 각오를 대신했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 이것이 세상 사는 지혜의 전부이다.” 그가 3선에 성공한 것도 바로 이 외유내강 덕분은 아니었을까.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문병권 중랑구청장 자타가 공인하는 행정 전문가이다. 30여년간 국무총리실과 서울시, 영등포구, 중랑구에 재직하면서 국가행정과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1200여명의 직원들과 1년에 한번은 꼭 함께 식사할 정도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3선에 성공한 만큼 중랑구를 동북권 르네상스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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