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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5주기에도 달라진 게 없어...천안함은 울고 있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5주기에도 달라진 게 없어...천안함은 울고 있다

    ▲올해가 마지막 정부 공식 추모제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9시22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 경계 임무를 수행 중이던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받아 격침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이 자행되었던 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평시에 우리 영해를 침범한 것도 모자라 국제법상 영토로 간주되는 군함에 어뢰 공격을 가해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한 전쟁범죄 행위는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전사한 장병은 46명. 이 가운데 6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해 산화(散花)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고, 천안함도 인양되었으며 사건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 가고 있지만, 천안함은 아직도 차디찬 서해 바다 속에서 울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은 제대로 고쳤나? 그동안 해군은 북한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우리 육·해·공군 가운데 개전 초기부터 북한군을 쳐부수고 북진할 수 있는 유일한 군대라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북한이 반세기 동안 잠수함 이외에는 이렇다 할 군함을 건조하지 않았던 데다가 대부분의 전투함들이 주요 무장으로 수동식 구형 함포를 탑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첨단 장비를 갖춘 우리 해군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연평해전에서도 우리 해군은 북한군의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으며 북한군에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혔고, 이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바다에서 싸우면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허를 찔렀다. 국민 그 누구도 최전선을 지키는 우리 해군 전투함에 어군 탐지기 수준의 싸구려 음파탐지기가 달려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해군 역시 북한이 평시에 수중으로 침투해 들어와 우리 영해 안을 항해하는 우리 군함에 어뢰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이었다. 그만큼 북한은 우리 군의 취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국제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천안함이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 쏜 어뢰에 의해 격침된 것이 확인되자 국방부는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외양간 고치기에서도 ‘밥그릇 싸움’이 시작됐다. 2010년 9월 민주당 신학용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천안함 폭침 직후 전력 보강을 위해 다음해 국방예산에 긴급소요로 편성한 예산은 1,157억 원 이었다. 그러나 이 1,157억 원 가운데 ‘제2의 천안함’을 막기 위한 해군 전력 증강 사업에는 고작 300억 원만이 배정됐다. 군함 성능개량에 172억 원, 음향센서 89억 원, 레이더 10억 원 등이 그것이었다.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 때문에 긴급소요 예산을 편성해 놓고 이 예산을 육군의 K-2 소총 구입 192억 원, K-11 복합소총 구입 134억 원, 기관총용 조준경 구입 75억 원 등에 썼다. 소총과 조준경을 구입해 물속으로 침투하는 잠수정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천안함' 긴급예산으로 한 것이... 결국 5년이 지났지만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수중에 고정식 음파 탐지기가 설치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전력 증강은 없었다. 전방을 초계하는 초계함과 호위함들의 음파탐지기(소나)는 여전히 천안함이 달고 있던 그것과 같은 싸구려 저질 장비이고, 이 장비들은 세계 최악의 대잠수함 작전 환경을 자랑하는 서해에서 북한 잠수함을 잡아낼 수 없는 장식용에 가깝다. 국방부는 기존의 울산급 호위함(FFK)과 포항급 초계함(PCC)은 차기 호위함인 인천급(FFG)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퇴역할 함정인 구형 함정에 굳이 돈을 들여 개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작 2척이 배치된 인천급 호위함이 예정대로 건조되어 기존의 구형 함정들을 모두 대체하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구형 함정을 타고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해군 장병들이 앞으로 10년 동안은 천안함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수중 위협에 대해 눈 뜬 장님인 상태로 경계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차기 호위함인 인천급도 문제투성이다. 사업 초기부터 건조 예산을 줄이기 위해 비효율적인 설계가 적용되어 ‘21세기에 등장한 20세기 전투함’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현대 수상 전투함의 필수 장비라고 할 수 있는 미사일 수직발사기도 없고, 차후 이를 설치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없다. 여기에 탑재하는 잠수함 잡는 헬기는 성능이 아니라 가격을 최우선 평가기준으로 적용해 해군이 원치 않는 저가 기종이 선정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중 고정 음파 탐지기 외 개선 없어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을 천안함 46용사들은 5년 전 자신들이 북한의 기습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열악한 장비 수준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군함과 장비를 받고 임무에 투입되고 있는 전우들을 보며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을까?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뒤 지난 5년을 돌아보았을 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가와 국민들이 천안함에 보여준 태도가 그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대한민국 해군의 군함이 정상적인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대한민국 영해를 불법 침입한 북한 잠수함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격침되어 46명의 장병이 ‘전사’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전사자’들에 대한 보상과 예우는 얼마나 될까? 천안함 사건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상당한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국가보훈처는 전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장병들과 그 유족들이 수모에 가까운 대접을 받으며 일부 유족이 대한민국에 치를 떨며 이민까지 갔던 것과 비교해 천안함 유족은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받았으니 말이다. 전사자들의 직계가족은 전사자 유족에게 지급하는 군인사망보험금을 각각 2억 원씩 지급받았고, 유족들은 미성년자녀의 양육, 독자사망, 고령 등을 고려해 매월 최대 140만 원가량을 지급받고 있다. 장병 개개인이 가입한 보험에서 1억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성금 5억원이 더해져 유족들은 8억 원 가량 된다. 이밖에 보훈 병원 이용 혜택 등의 지원이 제공된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 연인이고 형제이자 친구이기 전에 군인이었던 천안함 46용사가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뒤 국가가 지급한 그들의 목숨 값은 이것이 끝이다. 매년 추모제가 열렸지만 정부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천안함 희생 장병에 대한 정부 공식 추모제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추모제에 참석하는 인원은 매년 줄었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묻혀 천안함은 점점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전사한 이들은 보상이라도 주어졌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지난 5년간 끔찍한 악몽 속에서 살아야 했다. 눈앞에서 전우들을 잃은 생존 장병들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렸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패잔병’이라는 낙인을 찍어 몰아 세웠다.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람은 단 3명뿐이었고, 매년 추모 행사 때는 고위 인사들에 밀려 행사장 구석에서 병풍처럼 들러리 서는 역할만 요구 받았다. 국가와 국민 그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우리에게 군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작전 중 전사했거나 작전에 참가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장병들을 이렇게까지 무시하고 괄시하며 등한시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군복 입은 사람을 ‘군바리’라 비하하며 이렇게까지 푸대접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2009년 10월 29일, 오바마 대통령은 새벽에 각료들을 깨워 공군기지로 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늦가을 새벽의 찬바람을 맞으며 비행장에 부동자세로 서서 수송기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수송기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유해가 실려 있었다. 오바마는 수송기에서 마지막 유해가 내려질 때까지 거수경례를 하며 부동자세로 자리를 지켰다. 미군은 모든 전사자에게 10만 달러의 조의금을 전사 후 24시간 이내에 유족에게 지급하며, 생명보험금 4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이 50만 달러는 전투 중 사망했든 훈련 중 사망했든 관계없이 지급된다. 유족들은 6개월간 군 관사에 거주할 수 있고, 이후 이주를 원하면 일정 한도 내에서 경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전사 후 2개월 치의 임금과 수당, 유급휴가 수당 등이 즉시 지급되며, 미군 의료시설 무상 이용은 물론 자녀들의 대학 학비, 연금 혜택까지 주어진다. 임무 수행 중 살아 돌아온 장병들에 대해 어느 나라처럼 패잔병 낙인을 찍어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가령 전쟁에 참전하고 전역해 고향으로 돌아간 장병이 있을 경우, 해당 지역사회는 주기적으로 행사를 열고 해당 예비역 장병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공항이나 터미널에서는 군복을 입은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음료 등을 대접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장병들에게는 카퍼레이드까지 해 주면서 열렬하게 환영한다. 참전용사, 특히 훈장을 받은 참전용사가 콘서트장이나 운동 경기 관람을 하러 가면 장내 안내 방송을 통해 참전용사가 왔음을 알리고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미군들은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며, 군복을 입었을 때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 자신이 죽더라도 가족들이 평생 넉넉하게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국가가 보장해주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국가와 사회가 최고의 예우를 해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핵무기와 110만 대군으로 무장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은 안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지만, 그 안보의 최일선에 서 있는 군인들을 그 누구보다 찬밥 취급하는 이상한 나라이다.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도 적정 수준의 보상은커녕 그 누구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이가 없으며, 겨우 살아남아 평생을 상처와 악몽에 시달리며 살더라도 그 누구도 관심 가져 주지 않아 쪽방을 전전하며 폐지를 주워야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도대체 그 누가 이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려고 할까? 천안함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천안함은 여전히 울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논산에 병영체험공원 생긴다

    충남 논산에 병영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밀리터리파크’가 생긴다. 논산시는 오는 11월까지 국비 19억원 등 71억원을 들여 연무읍 육군훈련소 충성교장 뒤 부지 3만 2000㎡에 서바이벌 전투체험장과 면회객 쉼터, 풋살경기장, 문화공연 광장을 갖춘 밀리터리파크를 조성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연간 130만명에 이르는 훈련병과 가족을 위한 휴식공간이다. 서바이벌 전투체험장에서 병영문화를 느낄 수도 있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이 훈련소의 영외면회는 1998년 폐지됐다가 2010년 10월 부활했다. 하지만 당일 면회여서 연간 12만~13만명이 입영하는 훈련병과 가족들이 마땅히 쉴 곳이 부족했다. 시 관계자는 “KTX훈련소역 신설과 국방대 이전이 추진되는 상태에서 국방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높이려고 구상했고, 전시보다 휴식과 체험에 중점을 뒀다”면서 “탑정호 둘레길, 강경 젓갈시장 등 주요 관광지와 연계해 방문객이 구경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을 갖춰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일본판 F-22 랩터’ 뜬다...”F-3 독자개발”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일본판 F-22 랩터’ 뜬다...”F-3 독자개발”

    ▲2028년 목표...동북아 전략 환경 바꾸나 최근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체계 개발자 공개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면서 KFX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건 가운데 현해탄 넘어 일본에서도 최신형 전투기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본 현지 산케이(産經) 신문은 17일 일본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방위성이 이른바 F-3로 명명된 최첨단 전투기 독자개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방위성이 목표로 하고 있는 F-3 전투기의 성능은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 F-22 랩터(Raptor)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 전투기가 계획된 성능대로 등장할 경우 동북아시아 전략 환경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공할 수준의 무기로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에서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스텔스 성능을 가진 5세대 전투기 개발을 시작한 것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른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1970년 말 제트 훈련기를 베이스로 F-1 지원전투기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한 바 있으며, 1980년대 말 차세대 지원전투기(FS-X)라는 명칭으로 신형 전투기 개발 사업을 시작해 1990년대 말부터 F-2 전투기를 배치한 바 있었다. 방위성은 F-2 전투기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이미 후속 전투기 개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로 미국의 F-22 전투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ATF(Advanced Tactical Fighter)라는 사업명으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었고, 자신들이 가진 모든 기술 역량을 쏟아 부어 인류 역사상 최강의 전투기라 불리는 F-22 랩터를 개발해 냈는데, 일본은 이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F-22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협상용 카드로 시작된 스텔스 전투기 개발 F-22는 그 이전 세대 전투기인 F-15, F-16, F/A-18 등과의 모의 공중전에서 144대 0의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미국은 이 전투기의 해외 수출을 철저하게 금지시켰고, 일본은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제발 팔아달라”며 1990년대부터 미 국방성과 의회에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쳤다. 사실, 일본이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전투기를 개발해서 자신들이 정말 사용하기 위함이 아닌, F-22 도입을 위한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F-22 전투기를 팔지 않으면 앞으로 일본은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조달할 것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전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자체 전투기를 개발할 경우 미국은 주요 전투기 구매 고객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수출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를 두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압박 전술이었다. 이러한 목적으로 일본은 선진기술실증기(ATD-X : Advanced Technology Demonstrator-X)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 공군이 2005년부터 F-22를 배치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숨겨 왔던 ATD-X 모형을 외부에 공개하고 프랑스 연구시설에 가져가 스텔스 성능을 테스트하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하는 한편, 미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필사적인 로비 활동을 벌였으나, 미 의회는 또 다시 F-22 수출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방위성은 분을 삭이면서 F-22에 필적하는 자체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일본 국내 업체들의 기술 성숙도가 5세대 전투기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5세대 전투기 개발을 시작했다. ▲아시아 최강의 전투기 등장할까? 일본은 오는 6월부터 F-3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주요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 성격이 짙은 ATD-X 시험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관련해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ATD-X지만, 일본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F-3 전투기 개발을 위한 관련 기술 연구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전투기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레이더 분야에서는 1990년대부터 F-2 전투기에 탑재하기 위한 J/APG-1 레이더를 개발한 바 있는데, 이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다소 짧은 대신 동급의 미제 레이더보다 동시 탐지 능력과 정밀도 면에서 대단히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기계적 신뢰성도 매우 우수해서 미국이 관련 기술 자료를 넘길 것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F-3 전투기에서는 이 레이더를 더욱 개량한 J/APG-2 레이더의 개량형과 이른바 ‘스마트 스킨(Smart Skin)'이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 2011년부터 조달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J/APG-2 레이더는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 F/A-18E/F 슈퍼 호넷 전투기에 탑재된 AN/APG-79 레이더보다 탐지거리가 더 길며, 동시 탐지능력과 정밀도, 기계적 신뢰성 역시 동급 미제 전투기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F-3 전투기에는 이 레이더보다 더 진일보한 기술이 적용된 개량형 레이더가 탑재된다. 일본은 여기에 더해 스마트 스킨(Smart Skin) 기술까지 F-3 전투기에 적용할 계획이다. 항공자위대가 이미 C-1 수송기 등에 부착해 테스트하고 있는 스마트 스킨은 말 그대로 전투기의 기체 표면 자체가 레이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전투기는 조종석 앞부분의 뾰족한 레이돔에 레이더가 탑재되어 전방만 탐지할 수 있는데, 이 스마트 스킨을 탑재한 전투기는 360도 전 방향에 대해 탐지가 가능해 사각(死角)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적의 기습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탐지는 물론 전자전 수행까지 가능한 고성능 레이더와 스마트 스킨 기술을 적용하고, 다양한 탐지 수단으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 / 분석해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통합전자장비를 F-3 전투기에 탑재할 예정이다. 스텔스 성능 역시 대단히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2005년 프랑스 장비청의 연구시설에서 실시한 기술실증기 스텔스 성능 테스트에서 실제 크기 전투기의 1/5 크기의 기체를 레이더 반사 면적(RCS : Radar Cross Section)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한 바 있었다. 결과는 ‘곤충보다 다소 큰 수준’으로 측정됐다. 일반적인 전투기 레이더로는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23DMU(Digital Mock-up), 24DMU, 25DMU 등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냈고, 일본 국내에 새로 설치한 시험 설비에서 이들 형상의 레이더 반사 면적을 테스트하면서 F-3 전투기의 스텔스 성능 극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F-3 전투기는 전투기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기동성 역시 F-22는 물론 ‘공중 기동의 제왕’이라는 수호이 계열 전투기보다 우수할 것으로 평가된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전투기는 높은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컴퓨터가 기체를 제어하는 FBW(Fly-by-wire) 방식의 비행제어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일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디지털광섬유비행제어(Fly-by-light) 기술을 개발해 이미 P-1 해상초계기에서 기술 평가까지 마쳤다. ▲미래 독도 상공 최대위협 될 것 이 기술은 미국의 최첨단 스텔스 폭격기 B-2A 정도에나 구현되어 있는 최첨단 기술로 일본은 여기에 더해 F-22에 약간 못 미치는 추력과 성능을 가진 XF-9-IHI-10 엔진과 엔진 배기가스 배출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추력편향노즐(TVC : Thrust Vector Control)을 F-3 전투기에 탑재해 F-22를 능가하는 기동성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F-22나 최신형 수호이 전투기에 필적하거나 일부 성능에서는 오히려 F-22를 능가하는 성능을 가진 F-3 전투기에는 사정거리 100km 이상의 AAM-4B 또는 유럽의 미티어(Meteor)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200km 밖에서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XASM-3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등 다양한 첨단 무장까지 탑재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각정보들을 토대로 분석한 F-3의 예상 성능은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는 F-22와 비슷하다. 일본은 20년 가까이 공 들여온 F-22 도입 계획이 뜻대로 성사되지 못하자 F-22를 필적하는 전투기를 스스로 개발하기 위해 오랜 기간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자체 모델 개발을 준비해 왔다. 계획된 대로만 성능이 나온다면 이 전투기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그 어떤 전투기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전투기로 군림할 것이다. F-22를 갖지 못한 설움에 개발을 시작한 ‘일본판 F-22' F-3가 과연 F-22를 뛰어 넘는 괴물로 탄생한다면 가장 긴장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다. 미래 독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과 해군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F-35A와 4.5세대 수준의 KFX로 F-3에 대항해 독도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린다 김에서 ‘클라라 회장님’까지...무기중개상의 세계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린다 김에서 ‘클라라 회장님’까지...무기중개상의 세계

    탤런트 클라라와 진실공방을 벌이며 의도치 않게 유명세를 탔던 이른바 ‘클라라 회장님’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의해 체포됐다. 체포된 이규태 회장은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업체인 일광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가 소속된 일광그룹의 수장으로 ‘클라라 카톡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는 무기중개업계에서 꽤 알려진 무기중개업자였다. 합수단은 일광그룹의 계열사인 일광공영이 지난 2009년 공군의 전자전훈련장비 도입 사업에서 터키 업체의 국내 에이전트 역할을 하면서 장비 원가를 부풀려 과도한 이익을 챙긴 뒤 이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로 이 회장을 체포하고 그룹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회장이 체포됨에 따라 과거 ‘린다 김 사건’에 이어 ‘무기중개상’이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도대체 이 ‘무기중개상’이라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일까? -성공하면 로또 부럽지 않은 대박 무기중개상, 이른바 로비스트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역시 린다 김이다. 지난 2007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故 장진영이 열연했던 배역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그녀는 김영삼 정부 시절 공군의 통신감청용 정찰기 획득사업인 이른바 ‘백두사업’에서 미국 방산업체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성능 미달의 장비 납품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녀는 이 계약 성공에 대한 대가로 미국 방산업체로부터 1,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그녀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빼어난 화술과 미모를 무기로 주요 무기 도입 사업 중개에 뛰어들어 공군의 무인공격기 도입사업(600억 원), 공대지 미사일 도입사업(2,000억 원), 전자전 장비 도입사업(685억 원) 등 국내외 주요 무기도입 사업에서 로비스트로 활약했다. 무기중개업으로 큰돈을 번 그녀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잠시 손을 댔지만, 곧 ‘본업’인 무기중개업으로 돌아왔다. 중개업만큼 벌이가 쏠쏠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2007년 모 방송에 출연해 “로비스트는 개인적 능력과 프로젝트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수십 배의 돈을 벌어들인다”고 밝힌 바 있었다. 실제로 그녀가 지난 2008년 사들였던 서초동 일대의 땅은 수십 억대 규모에 달한다. 린다 김 외에도 수백억 대 자산가로 알려진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故 조풍언 회장은 DJ정부 ‘얼굴 없는 실세’로 위세를 떨쳤고, 지난 2012년 자택에서 1,400억 원을 강도들에게 털려 이슈가 됐던 무기중개상 김영완 씨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 중 한명으로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을 정도로 정권과 깊은 유착 관계를 맺기도 했다. 무기중개상들이 막대한 돈과 권력을 쥘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중개하는 품목 자체가 워낙 천문학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물건들이며, 거래 과정 일체가 ‘군사비밀’이라는 장막에 가려져 어느 정도 비리가 있더라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기중개상들이 돈과 권력을 쥐는 프로세스는 대략 다음과 같이 알려져 있다. "...군에서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시작하면 해외 업체와 손을 잡고 입찰에 참가한다. 입찰 참가 직후 소요 제기 부서나 그 윗선의 정책결정자들과 수시로 접촉해 사업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중개상 대부분이 소요 제기 부서나 계약 담당 부서에 근무했던 예비역 장교나 군무원이기 때문이다. 가격이나 계약조건 협상에 나서는 현역 군인들과 군무원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과거 자신들의 상관이었던 사람들과 대면하는 경우가 많다. 중개상들은 현역군인들의 소득 수준이나 생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제시하거나 용돈 명목으로 돈봉투를 쥐어주고 자신들이 중개하는 업체를 선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사업 규모가 수 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일 경우 중개상들은 실무자들뿐만 아니라 그보다 윗선의 정책결정자들과도 접촉해 전역 또는 퇴직 후 취업 알선이나 리베이트 제공을 제시하고, 정책결정자가 정치인일 경우 스폰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정책결정자들과 중개상들은 사관학교 선후배 관계로 엮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접촉도 쉽고 ‘딜’이 성사되기도 쉽다..." '중개상들은 고위급 정치인들을 움직여 군이 필요하지 않은 무기를 들여오게 해서 막대한 리베이트를 챙기고 군의 전력증강에 차질을 빚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에서 기정사실처럼 거론되기도 한다 가령 국민의정부 때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T-80U 전차나 BMP-3 장갑차는 극심한 부품난 때문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다가 조기퇴역이 결정되었고, 무레나 공기부양정은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연간 유류 소비량의 반 이상을 잡아먹는 ‘기름 먹는 괴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는 것. 이면의 진실과 과정이야 어쨌든 거래가 성사되어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중개업자들은 총사업비의 1~5% 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다. 국제무기시장에서 중개업자들이 챙기는 수수료는 총사업비의 5% 정도가 관례지만, 수수료율은 사업비와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이번에 체포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은 3억 1천만 달러 규모의 러시아 무기 도입사업을 중개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380만 달러를 받았고, 지난 2002년 FX 사업에서 5조 4천억 원 규모의 F-15K 전투기 도입을 중개한 모 중개업자는 중개 수수료로 3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개 수수료가 이렇게 큰 것은 무기 가격이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개업자인 중고차 딜러가 2000만~3000만 원짜리 자동차를 판매하고 수십만 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과 달리 무기 거래는 일반적인 자동차 거래가격에 ‘0’이 2~3개 더 붙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번에 적게는 수 십대에서 많게는 수백 대씩 계약하는 전차의 경우 싼 것은 대당 30억 원, 비싼 것은 대당 120억 원에 달한다. 120억 원짜리 전차 100대 매매 계약을 중개하고 수수료로 1%만 받아도 120억 원을 챙길 수 있다. 전차는 그래도 싼 편이다. 대당 1,000억 원을 훌쩍 넘는 전투기 구매 계약을 성사시키고 중개 수수료로 1%를 받으면 대당 10억 원이다. 전투기는 부대 편성을 위해 20대 단위로 구매하기 때문에 1개 대대분만 팔아도 200억 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데, 구매 규모가 40~60대로 커지면 중개업자가 챙길 수 있는 수수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흔히 ‘인생 한방’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로또’ 1등의 확률이 840만 분의 1이고, 이마저도 당첨 되더라도 금액이 수십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확률도 높고 액수도 더 큰 무기중개업에 퇴역 군인들이 몰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무기중개업으로 갑부가 된 사람들 한국 여성과 결혼해 국내에서는 ‘캐 서방’으로 불리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에서는 성공한 무기중개상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유리 오로프는 소총부터 헬기까지 막대한 양의 무기를 팔아 부를 축적해 부귀영화를 누리며, 어릴 적부터 꿈에 그리던 탑모델을 아내로 맞는 등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을 산다. 일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영화 속 유리 올로프는 ‘죽음의 상인’으로 유명한 빅토르 부트(Victor Bout)라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소련 정보기관 KGB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부트는 냉전이 끝난 직후 화물운송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를 통해 각지에 방치되어 있는 구소련군의 무기를 수집, 세계 각지의 반군과 테러리스트들에게 팔았다. 부트는 지난 2008년 태국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의 함정수사에 걸려 체포될 때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수백억 달러의 어치의 무기를 팔아치웠고, 여기서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조 7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방법은 대단히 간단했다. 소련이 망하면서 월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군 지휘관들에게 접근해 푼돈을 쥐어주고 부대에 방치된 각종 무기들을 고철 값도 안 되는 헐값에 사들인 뒤 내전이 한창인 국가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비싸게 파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부트의 실적은 무기중개업 분야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바실 자하로프(Basil Zaharoff)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터키 태생이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자하로프는 ‘죽음의 슈퍼 세일즈맨’이라 불렸으며, 20세기 초에 벌어진 대부분의 전쟁에 개입해 천문학적인 무기를 팔아 치웠다. 그가 무기중개상으로 처음 발을 내딛었었던 1877년, 그는 한 무역회사의 그리스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 정부에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무기였던 잠수함 1척을 판매한 뒤, 곧바로 이스탄불로 가서 “당신들의 적성국이 최첨단 무기인 잠수함을 구입했다”고 알려 터키 정부에 2척의 잠수함을 팔았다. 계약이 체결된 직후 모스크바로 날아간 자하로프는 “터키가 잠수함으로 흑해의 입구인 보스포러스 해협을 막으면 러시아의 안보가 흔들린다”고 위협해 4척의 잠수함을 팔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이었다. 자하로프의 능력을 높이 산 영국 최대의 방산업체 비커스(Vickers)는 그를 임원으로 고용하고 로비스트로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제2차 보어전쟁부터 러일전쟁, 발칸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 대규모 전장에서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무기를 팔아 치웠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그의 중개로 거래된 무기는 전함 4척, 순양함 5척, 잠수함 54척, 전투기 및 비행선 5,500여 대, 야포 2,300여 문과 기관총 10만 정 등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전쟁을 일으켜 무기를 팔아먹는 ‘자하로프 시스템'(Zaharoff system)을 만들어 낸 것으로도 악명이 자자하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잘생긴 외모와 14개 국어에 능통한 유창한 화술을 바탕으로 유력 정치인들의 부인을 침대로 끌어들인 뒤 이들을 조종해 정치인들을 움직여 전쟁을 일으킨 뒤 전쟁 당사국 모두에게 무기를 팔았다. 이러한 무기중개업을 통해 그가 벌어들인 돈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다만 국가를 움직여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돈이 있었고, 원활한 무기 공급으로 전쟁에 기여했다고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프랑스에서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을 정도로 부와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무기중개업은 말 그대로 인명을 살상하는 도구를 사고파는 행위를 중개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국가의 무기 거래는 국가안보라는 차원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무기중개업 역시 필요악이지만, ‘살상도구를 사고파는 것을 알선한다’는 점에서 무기중개업은 합법과 불법 여부를 떠나 도덕적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무기중개상들은 그 누구보다 준법정신과 애국심, ‘정의’에 대한 가치관이 바로잡혀 있어야 하지만, 최근 ‘줄줄이 비엔나’처럼 쏟아져 나오는 국내 방산비리 사범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한미동맹의 큰 별’이 지다...전쟁고아의 아버지를 기리며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한미동맹의 큰 별’이 지다...전쟁고아의 아버지를 기리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최측근 인사이자 ‘세준 아빠’로 알려질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마크 W. 리퍼트(Mark William Lippert) 주한 미국대사가 불의의 테러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 미국 시민들은 우방국 수도 한복판에서 자국 대사가 정치적 테러를 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미국인들의 충격과 착잡한 심경은 핵심 군사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대낮에 자국 대사를 향한 테러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더불어 사건 발생 불과 이틀 전 대한민국을 위해 반평생을 헌신했던 전쟁영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주 데이톤 시의 자택에서 향년 98세로 별세한 딘 헤스(Dean Elmer Hess) 미 공군 예비역 대령. 그는 한국공군 전투기 부대의 산파이자 1,000여 전쟁고아들의 아버지였으며, 무공과 더불어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았던 참군인이었다. ▲한국공군의 산파(産婆)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전면 남침으로 전쟁이 벌어질 당시 대한민국 국군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라는 군대는 가지고 있었지만, 그 수준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공군은 제대로 된 전투기 한 대 없이 훈련기와 경비행기 몇 대만을 연락기 겸 정찰기로 가지고 있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운용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공군은 밀려 내려오는 북한군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다. 2인승 훈련기를 타고 적진 상공까지 다가가서 창문을 열고 박격포탄과 수류탄을 던져 폭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당시 한국공군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트루먼 대통령에게 전투기를 제공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 공군을 공군답게 만들어주기 위한 군사고문단, 이른바 제6146부대가 창설됐다. 제6146부대장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P-47 전투기를 몰며 독일공군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던 조종사가 임명됐다. 그가 바로 딘 헤스 소령이었다. 일명 ‘한판 승부(Bout one)'라고 명명된 한국공군 강화 프로그램은 간단했다. 대대급 부대인 제6146부대가 F-51 무스탕 전투기 10대를 가지고 한국으로 가서 한국공군 파일럿과 정비사를 교육시킨 뒤 전투기를 한국에 인계하는 것이었다. 사실 미 공군은 ‘바우트 원’대대에 별 기대가 없었다. 한국에 전투기를 제공해 주는 생색만 낼 수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 부대에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전황이 악화되면서 전투기 한 대가 아쉬워지자 바우트 원 대대를 해체시키고 배속 전투기를 전량 제7공군으로 보내 전투 임무에 투입시키려고 했다. 대대장인 딘 헤스 소령은 “대대가 해체되면 대대원 전체가 육군에 입대해서 전선에서 적을 맞아 싸우겠다”며 상부의 지시에 항명으로 맞섰다. 전시 상관에 대한 항명과 명령 불복종은 총살감이지만, 헤스 소령이 목숨을 내놓고 항명한 덕분에 한국공군은 가까스로 최초의 전투기 대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전투기가 부족하다는 상부의 압박이 들어올 때마다 교육 중인 한국군 조종사들과 함께 전투기를 타고 출격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훈련부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헤스 소령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려 250회나 출격하며 각종 전투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미 공군 조종사들이 100회의 출격을 달성하면 일본이나 미국 등 후방으로 전출 보내주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한국에 남았고 끝까지 대대를 지켰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군인으로서 부하들을 남겨두고 전선을 떠나지 않겠다는 그의 정신은 그가 탔던 전투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당시 정비사였던 최원문 일등상사(전후 대령으로 예편)에게 “By faith, I fly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기체에 그려 달라”고 부탁했고, 최 일등상사는 “신념(信念)의 조인(鳥人)”이라는 글귀를 그의 전투기에 새겨 넣었는데, 이 문장은 훗날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기상을 상징하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그가 지켜낸 전투기 대대에서 키워진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훗날 한국공군의 기틀을 세운 주역들이 되었다. 말 그대로 전쟁 중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 공군이 진정한 공군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준 산파 역할을 했던 것이다. ▲작전명 : 꼬마자동차 전쟁 중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한 헤스 중령은 당시 미 공군에서 군종목사로 임무를 수행하던 러셀 블레이즈델(Russel L. Blaisdell) 중령과 함께 각지에서 고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독일의 탁아소를 실수로 폭격한 뒤 충격을 받고 이후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것이 헤스 중령의 또 다른 직업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헤스 중령과 함께 고아들을 돌보던 블레이즈델 중령은 서울 시내에 작은 고아원을 차리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 시내를 돌며 고아들을 데려와 보살피기 시작했다. 미군 장교가 보살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고아원을 찾아온 아이들은 삽시간에 1,000여 명으로 불어났다. 보급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미군 장병들은 십시일반으로 자신들의 식량과 피복, 월급을 쪼개 고아원에 보내면서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1950년 그 혹독한 추위 속에서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전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시작됐다. 수십만 대군의 파상공세 앞에 전선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고, 중공군은 파죽지세로 서울 인근까지 당도했다. 이것이 1. 4 후퇴였다.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은 아이들을 모아 일본으로 대피할 계획을 세웠지만 문제는 이동수단이었다. 그들은 미 공군 수뇌부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하지만 전황이 악화되어 단 1대의 항공기도 아쉬운 판국에 전쟁고아들을 실어 나를 비행기를 따로 편성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고, 미 공군과 UN군 수뇌부는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의 간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상부의 허가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인맥을 총동원해 남는 비행기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당시 제5공군 작전참모였던 터너 로저스(Turner C. Rogers) 대령으로부터 주일미군에 여유 수송기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은 주일미군사령부와 제5공군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단 하루 사용하는 조건으로 C-47 수송기 15대를 얻어냈다. 문제는 수송기를 사용하기로 한 당일 아침 정해진 시각까지 무려 1,000여 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서울에서 김포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블레이즈델 중령이 수소문 끝에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미 해병대 트럭들을 발견했고, 그 트럭들을 세워 아이들을 태울 것을 명령했지만, 곧 수송대 부대장인 미 해병대 대령이 “전시에 임무 수행중인 차량을 임의로 징발하는 것은 반역”이라며 블레이즈델 중령 일행에게 권총을 뽑아 들었다. 중령 일행은 눈물로 호소를 거듭한 끝에 12대의 트럭을 얻어냈고, 비록 2시간가량 늦긴 했지만 김포 비행장까지 아이들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헤스 중령은 적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김포 비행장을 뜨려 하던 C-54 수송기들을 붙잡아 두고 있었고, 아이들이 비행장에 도착하자 트럭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아이들을 안고 수송기에 태웠다. 헤스 중령은 훗날 회고록에서 “가장 마지막 차례의 아이가 수송기 안으로 들어오고 수송기 문이 닫히는 순간 내가 느꼈던 지극한 감사와 안도감은 내 평생 두 번 다시없을 것”이라고 소회했다.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은 ‘꼬마 자동차 작전’ 직후 명령 불복종으로 소환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위기에 처했지만, 관련 내용이 미국 전역에 대서특필되면서 전쟁영웅으로 떠올랐고, 결국 징계 대신 훈장과 표창을 받고 대령까지 진급했다. ▲“한국이 통일되는 것을 볼 때까지 살고 싶다” 헤스 대령은 원래 목회자를 꿈꾸며 신학을 전공해 안수까지 받은 개신교 목사였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인 고아 소녀 한 명을 입양했다. 몸은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온 신경은 제주도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쏠려 있었고, 그 와중에 고아들이 머물고 있는 제주도 고아원 임대료를 낼 돈이 없어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려 6만 달러의 거금이 필요했지만, 전쟁 기간 내내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고아들을 보살폈던 그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6. 25 전쟁 당시의 경험, 특히 고아들을 구한 ‘꼬마 자동차 작전(Operation Kiddy Car)’에 대한 이야기를 급히 책으로 써냈고, 이 책이 대박을 터트리며 벌어들인 인세 수입을 모두 제주도로 보냈다. 그가 쓴 '전송가(Battle Hymn)'는 미국 사회를 감동시키며 영화로까지 제작됐고, 헤스 대령은 책 인세 수입과 영화 로열티까지 벌어들인 모든 돈을 고아들에게 쏟아 부었다. 그가 돌본 고아들은 아버지와 같이 자신들을 돌보아 준 헤스 대령에게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고,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종종 그를 찾아가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임종 직전까지 그의 곁은 입양해 온 한국인 딸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구한 고아들 가운데 미국에 정착해 종종 인사를 오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에게 종종 “한국이 통일되는 것을 볼 때까지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며 살았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헤스 대령의 별세 소식과 한국 사랑으로 채워진 그의 삶을 보도한지 불과 이틀 후에 ‘친한파’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 소식이 미국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헤스 대령과 8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블레이즈델 대령은 천국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피에스타 재이, 밀리터리 복장으로 ‘新군통령’ 신고식

    피에스타 재이, 밀리터리 복장으로 ‘新군통령’ 신고식

    걸그룹 피에스타(FIESTAR)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재이(Jei)가 섹시한 ‘밀리터리 룩’을 완벽 소화하며 눈길을 끌었다. 공개된 화보 속 피에스타 재이는 최근 군 부대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인 걸그룹답게 밀리터리 복장으로 화보 촬영을 진행, 청순가련한 외모와 더불어 매혹적인 몸매로 ‘군통령(군대의 대통령)’ 신고식을 치렀다. 한편, 재이가 속한 걸그룹 피에스타는 오는 3월 4일 첫 번째 미니앨범 ‘블랙 라벨(BLACK LABEL)’로 컴백을 앞두고 있으며,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서울 곳곳에서 타이틀곡 ‘짠해’를 사전 공개하는 깜짝 게릴라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제공=병영 매거진 월간 ‘HIM’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오늘의 포토영상]피에스타 재이, 밀리터리 복장으로 ‘新군통령’ 신고식

    [오늘의 포토영상]피에스타 재이, 밀리터리 복장으로 ‘新군통령’ 신고식

    걸그룹 피에스타(FIESTAR)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재이(Jei)가 섹시한 ‘밀리터리 룩’을 완벽 소화하며 눈길을 끌었다. 공개된 화보 속 피에스타 재이는 최근 군 부대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인 걸그룹답게 밀리터리 복장으로 화보 촬영을 진행, 청순가련한 외모와 더불어 매혹적인 몸매로 ‘군통령(군대의 대통령)’ 신고식을 치렀다. 한편, 재이가 속한 걸그룹 피에스타는 오는 3월 4일 첫 번째 미니앨범 ‘블랙 라벨(BLACK LABEL)’로 컴백을 앞두고 있으며,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서울 곳곳에서 타이틀곡 ‘짠해’를 사전 공개하는 깜짝 게릴라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제공=병영 매거진 월간 ‘HIM’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기적과 졸속의 갈림길 ‘한국형 전투기’ 사업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기적과 졸속의 갈림길 ‘한국형 전투기’ 사업

    지난 9일 유찰되었던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 개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 제안서 접수가 24일 마감됐다. 이번 입찰에는 1차 입찰 당시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뿐만 아니라 대한항공도 제안서를 제출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번 사업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세계 최고의 전투기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을, 대한항공은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전투기 제작사인 에어버스D&S(Airbus Defense & Space)와 손을 잡았다. 사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나 대한항공은 공군이 요구하는 4.5세대급 전투기를 독자 능력으로 개발할 능력이 없다. T-50이나 FA-50은 KFP 사업의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F-16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설계를 주도한 사실상의 공동개발 기종이고, 대한항공은 30년 전에 F-5E/F 전투기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 생산했던 경험과 최근 몇 종의 무인기를 개발했던 경험 말고는 전투기 개발 경험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은 KFX 입찰공고에서 사업형태를 국내업체 주관 국제공동연구개발로 규정했다. 국내업체 단독으로는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해외 기술협력업체(TAC : Technical Assistant Company)와 기술협력 및 사업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야만 입찰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T-50을 개발하며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록히드마틴과, 대한항공은 유럽 굴지의 항공 메이커 에어버스D&S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입찰에 참가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기한 내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적과 졸속의 갈림길 연간 15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인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슬픈 사연을 가진 종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 일명 ‘에밀레종’이라고 불리는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이다. 무려 1300여 년 전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덕을 기리기 위해 제작을 지시해 무려 30여년 만에 아들인 혜공왕이 완성한 종이다. 에밀레종에는 너무도 잘 알려진 슬픈 전설이 있다. 종을 완성했지만 아무리 쳐도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당시 종을 걸어 놓았던 봉덕사 주지 스님이 꿈에서 받은 계시대로 한 아이를 끓는 쇳물에 넣어 종을 다시 만든 후에야 종소리가 제대로 났다는 이야기다. 이 종을 타종할 때면 어린 아이가 어머니를 애타게 찾으며 원망하는 것처럼 ‘에밀레’라는 소리가 난다고 하여 이 종은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무려 13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에밀레종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의 에밀레가 종이었다면 21세기의 에밀레는 전투기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한국형전투기 사업을 에밀레종에 비유하는 것은 이 사업이 갖는 너무도 큰 리스크 때문이다. 개발 비용이 턱없이 적고 시간적 여유도 없어 속된말로 ‘엔지니어를 갈아 넣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한국형전투기 개발비로 책정한 예산은 약 8조 6,000억 원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대한항공 가운데 체계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이 예산을 가지고 2025년까지는 4.5세대 전투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 정도 예산과 기간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상의 전투기를 개발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는 전투기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웨덴은 지난 2013년 기존의 JAS-39 전투기를 개량한 JAS-39E 그리펜NG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356억 크로네, 우리 돈으로 4조 7,000억 원의 비용을 책정했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전투기의 전자장비와 엔진 등 소폭 개량 사업에 5조원 가까운 돈과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것이다. KFX처럼 4.5세대 전투이면서 같은 체급의 엔진을 탑재한 프랑스의 라팔(Rafale) 전투기의 경우 순수 기술개발 비용에 들어간 비용은 약 65억 달러지만, 1986년부터 2009년까지 25년간 133대를 생산하는데 들어간 총비용은 약 62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0조 원 가량이 들었다. 이 전투기의 순수 기체 가격이 대당 8,000만 달러 선에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실제 개발과 생산 및 기반시설 획득에 들어간 예산은 단순 계산으로도 50조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체급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역시 4개국이 약 20년에 걸쳐 순수 개발비만 150억 달러, 우리 돈 16조 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물론 이 예산은 공대공 전투용 트렌치(Tranche) 1 기준이며, 정밀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트렌치2나 트렌치3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제외된 비용이다. 미국은 스케일이 더 크다. 183대만 생산된 F-22A 전투기의 개발비와 183대 생산비용은 현재 환율로 90조원에 육박했고, 차세대 전투기인 F-35는 아직 정식 양산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투자된 비용이 1,000억 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타당성 검토 의뢰를 받은 미국과 유럽 전투기 메이커들은 개발 기간으로 10년 이상, 개발비용으로 최소 10~15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비로 8조 6,000억 원을 책정했다. 부족한 예산과 시간은 엔지니어들이 ‘현대판 에밀레’, 일명 ‘공밀레’(공학도와 에밀레의 합성어)가 되어 극복해야 할 상황이다. 머리를 쥐어 짜내야 하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의 희생이 있다 하더라도 여러 대의 시제기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수천 소티(sortie)의 시험 비행에 들어가는 연료비나 부품 비용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한국형 전투기 역시 불과 10여 차례 시험 발사해 보고 전투용적합판정을 받았던 ‘국산명품’ 청상어 어뢰나 철매 미사일처럼 졸속으로 개발이 진행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FX가 넘어야 할 산들 개발 비용이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 외에도 KFX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해외기술협력업체들이다. 이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과 MOU를 맺긴 했지만 KFX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일단 체급 면에서 볼 때 KFX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파트너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나 대한항공의 파트너인 에어버스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동급이다. 즉, 개발에 성공할 경우 F-35나 유로파이터가 경쟁하는 해외 전투기 시장에서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자사와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자사 주력제품의 기술을 이전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은 KFX에 회의적이었으며, F-35를 추가 구매하거나 F-16 전투기를 개조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었다. 이들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F-35가 선정된 이후 KFX 개발을 위한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어떤 기술을 주겠다고 명시하지 않고 엔지니어를 파견하겠다는 약속만 했다. 파견된 엔지니어가 사업에 제대로 협력하지 않거나, 미국 정부의 군사기술 통제를 들먹이며 기술이전을 거부해도 할 말이 없다. 에어버스D&S라고 해서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유럽 소재 방산업체들은 아시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군비증강 열풍에서 사실상 소외된 지역이다.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무기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 방산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해외 전투기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는 유럽 방산업체들이 후발 국가가 자신들의 주력 제품과 같은 체급의 전투기를 개발한다는데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전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 하더라도 수출 허가(E/L : Export License)도 문제다. KFX는 국산 전투기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수의 수입산 부품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엔진의 예를 들어보자. KFX의 심장인 엔진은 국내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제 F414 엔진과 유럽 공동개발 EJ200, 프랑스제 M88 엔진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가령 제3국의 전투기 도입 사업에 KFX가 입찰을 한다고 가정하자. 미국 업체와 유럽 업체도 입찰에 참가해 KFX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경우, 미국과 유럽 업체가 KFX를 누르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자국 정부를 통해 KFX에 들어가는 엔진에 대한 해당국 수출 승인을 막아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는 엔진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항공전자장비나 무장 등 다양한 분야에 해당된다. 수출 시장 확보도 문제다. KFX가 설정한 4.5세대 미디엄(Medium)급 포지션은 이미 라팔과 유로파이터가 선점했다. 전투기 구매자는 좀 더 고성능을 원한다면 F-35나 T50 PAK-FA를 구매할 것이고, 성능이 검증된 전투기를 원한다면 F-16 개량형이나 F/A-18E/F, JAS-39E/F 등을 고려할 것이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이들 전투비의 1/3 가격인 JF-17이나 J-10, 혹은 J-31 등을 구매하려 할 것이다. 전투기와 같은 무기 거래는 무기체계 자체의 상품성도 중요하지만 판매국의 구매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만큼 미래 4.5세대 전투기 시장에서 한국산 KFX가 설 자리는 많지 않아 보인다. KFX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산 절감과 효율이라는 명제에서 자유로워져야한다. 단순히 차세대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낸다는 목적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해외에서 직접 도입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전투기 국내 생산과 부품 국산화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잡음은 있었지만 오늘날 세계 정상급 수준의 항공전자 기술과 전투기 독자 설계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지금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독자 개발을 위한 기술 실증기까지 선보이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이제 본궤도에 오르려 하는 KFX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비용과 최단기간의 개발 기간이 강요되었던 그동안의 국산 무기 개발 프레임을 벗어 던져야 한다. 이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KFX는 그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국산 명품 무기’들이 온갖 잡음을 일으키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철을 밟으며 비상(飛上)하지 못하는 보라매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한국 국방비 작년 344억弗… 세계 10위”

    “한국 국방비 작년 344억弗… 세계 10위”

    한국이 지난해 344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지출해 전년에 비해 한 계단 상승한 세계 10위에 올랐다고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11일(현지시간) 밝혔다.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여 온 전 세계 국방 예산은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 확대에 힘입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력 싱크탱크인 IISS가 이날 공개한 연례보고서 ‘밀리터리 밸런스 2015’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방 예산은 344억 달러로 독일의 439억 달러에 이어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3년 318억 달러의 국방 예산으로 브라질(347억 달러)에 이어 11위였다. 이번 발표에선 미국이 5810억 달러로 큰 격차를 드러내며 수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1294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808억 달러), 러시아(700억 달러), 영국(618억 달러)이 5대 군사비 지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국방비는 2013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중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국방비를 끌어올렸다. IISS는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예산에 연구·개발비 등이 제외돼 실제 금액은 발표액의 1.4배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프랑스(531억 달러)와 일본(477억 달러)은 전년과 같이 나란히 6위와 7위에 랭크됐다. 일본은 전년(510억 달러)에 비해 예산이 줄었으나 이는 엔저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엔화로 환산할 경우 일본의 국방비는 전년에 비해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15위까지 공개된 순위에 북한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IISS는 북한에 대해 “미사일 기술과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크게 늘렸다”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신형 미사일, 제2 천안함 비극의 전주곡?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신형 미사일, 제2 천안함 비극의 전주곡?

    지난 7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전투함과 미사일을 공개했다. 김정은과 주요 지휘관들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이번 신형 무기체계 시연에서는 지난 2013년 처음 그 존재가 식별되었던 스텔스 선형의 신형 전투함과 신형 함대함 미사일이 공개되었다. 지난 6일 원산 앞바다에서 실시된 것으로 확인된 이 신형 대함 미사일 발사 테스트에서 북한은 ‘해삼급’으로 명명된 신형 전투함에 이 미사일 4발을 탑재해 1발을 시험 발사했으며, 발사된 미사일은 약 100여 km를 비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수년간 첩보 보고 수준에서만 그 존재가 확인되었던 신형 전투함과 신형 대함 미사일이 공개됨에 따라 해군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되었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 무기들은 그동안 남한이 절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해군력의 우위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北 최초의 스텔스 전투함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스텔스 전투함은 사실 지난 2012년경부터 식별되기 시작한 함종이다. 남포와 원산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건조되던 5종류의 신형 전투함 가운데 하나로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이 함종에 해삼급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북한은 이 시기부터 1,200톤급 선체와 헬기 갑판을 가진 2종류의 신형 전투함을 동해와 서해에서 각각 1척씩 건조하기 시작했고, 침투용으로 추정되는 VSV(Very Slender Vehicle) 선형 함정, 76mm 함포 또는 신형 기관포탑과 함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SES(Surface Effect Ship) 함정 등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나진급 등 노후한 호위함을 대체해 서해함대와 동해함대의 기함으로 사용될 1,200톤급 호위함은 사실 큰 위협이 되지 못하겠지만, 문제는 해삼급과 농어급으로 명명된 SES 전투함이다. SES는 선체와 수면 사이에 공기층이 생기도록 배의 밑바닥을 약간 움푹하게 만들면 선체와 수면 사이에 생긴 공기층이 일종의 윤활제 역할을 하면서 선체의 저항을 크게 감소시켜 고속 주행과 연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수면효과를 이용한 선박을 뜻한다. 즉, SES 선형을 채택한 해삼급이나 농어급은 우리 해군 고속정이 40노트 안팎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과 달리 50~60노트 가까운 속도 성능을 낼 수 있고, 갯벌이 발달해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도 운항이 용이해 서해안 곳곳에서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하기에 적합하다. 300톤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덩치지만, 무장은 우리 해군의 윤영하급에 준하는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함수 부분에는 구소련제 AK230 기관포를 개조한 신형 기관포탑이 보인다. 총열이 2개인 AK230의 포탑에 6총신의 기관포를 얹어 화력을 보강하고, 함교 위에는 이 기관포를 자동으로 운용하기 위한 사격통제장치와 이 기관포 전용의 레이더(Drum-Tilt)가 보인다. 근접전에 대비하기 위한 14.5mm 기관총탑도 2개가 보이며, 새로 공개된 신형 함대함 미사일도 4발이나 탑재된다. 함미 부분에는 북한이 생산하고 있는 SA-17 이글라 지대공 미사일 카피판의 다연장 발사기도 식별된다. 300톤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배에 대함 미사일과 대공 미사일이 모두 탑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무장 가운데서도 가장 위협적인 것은 이번에 시험 발사가 이루어진 신형 대함 미사일이다. ▲남포 앞바다에서 기습 공격 가능 이번에 새로 공개된 신형 대함미사일의 존재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그 존재가 확인된 바 있었다. 지난 6월 1일 조선중앙통신은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 기록영화에서 아주 짧은 시간동안 신형 대함 미사일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었다. 당시 영상 판독 결과 이 미사일은 러시아의 신형 함대함 미사일인 3M24, NATO 분류명 SS-N-25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 일명 ‘우란'(Uran)과 대단히 유사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이러한 분석 결과는 해군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다 주었다. 이 미사일이 북한 해군에 본격적으로 배치가 시작되면 우리 해군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지금까지 주력 대함 미사일로 운용해 온 P-15, 일명 ‘스틱스'(Styx) 계열은 사거리가 짧고 덩치가 커서 먼 거리에서부터 접근을 확인하고 일찌감치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 원형인 구소련제 P-15는 약 40km, 개량형인 중국제 HY-2 미사일은 80~100km 가량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발사 직후부터 명중 직전까지 400m 이상의 높은 고도를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도 비교적 쉬웠다. 무엇보다 미사일 자체가 워낙 대형이었기 때문에 미사일 고속정에 최대 4발을 탑재해 운용하거나 지상에서 지대함 미사일 포대로 운용하는 정도만 가능했기 때문에 우리 해군은 이러한 미사일 고속정이 서북도서 지역으로 접근해 오면 함대공 미사일을 준비시키거나 남쪽으로 피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신형 미사일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 미사일의 외형은 러시아의 3M24와 판박이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미얀마 또는 베트남으로부터 은밀히 들여와 뜯어본 뒤 재설계를 통해 복제품을 개발해 내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 미사일이 원형에 근접한 성능을 내는 물건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 미사일의 원형인 3M24 미사일은 사거리가 130km에 달하며, 다양한 유도방식을 사용해 복잡한 패턴의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이다. 기존의 스틱스 미사일이 높은 고도로 비행하는 것과 달리 이 미사일은 300m 안팎의 고도에서 비행하다가 표적과 가까워지면 4~15m 아래로 내려가 초저공 비행을 통해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시 스키밍(Sea-Skimming) 비행이 가능하다. 북한이 이 미사일을 이용해 서북도서 지역에서 도발을 계획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은 우리 해군에게 대단히 치명적이다. 우선, 도발을 위해 서북도서 인근까지 접근할 필요가 없다. 야간에 남포 해군기지에서 스텔스 전투함을 출항시킨 뒤 남포 앞바다에서 미사일을 발사해도 백령도 인근에 있는 남한 함정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미사일이 야간에 발사될 경우, 백령도 인근까지 접근해도 우리 함정은 이 미사일의 접근을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백령도를 마주보고 있는 황해남도 용연반도에는 불타산맥과 수양산맥이 동서로 길게 발달해 있다. 이 산맥은 낮은 곳은 400m, 높은 봉우리는 900m에 달하는 비교적 높은 산맥이며, 용연반도 백령도 앞까지 길게 뻗어 있다. 바로 이 산맥들이 남쪽의 우리 군 레이더로부터 미사일을 감춰주는 병풍 역할을 한다. ▲제2의 천안함 비극 가능성 없지않아 북한이 남포 앞바다에서 신형 미사일을 발사해 이 불타반도 북쪽으로 비행 시키는 코스를 설정하면 미사일이 불타반도 끝자락, 즉 용연반도 해안에 나타나기까지 산맥에 가려 서북도서나 인근 해역의 아군 함정 레이더로 미사일의 접근을 탐지할 수 없다. 백령도 인근을 초계중인 아군 함정이 이 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미사일이 용연반도 끝자락을 돌아서 백령도 앞바다에 나타났을 때이다. 이 때 함정과 미사일의 거리는 약 20km이며, 1분 이내에 도달이 가능한 거리다. 북한의 미사일 접근을 일찌감치 탐지해줄 수 있는 자산은 공군의 E-737 피스아이 조기경보기 뿐이지만, 북한 공군의 야간 활동이 거의 없고, 조기경보기 수량 부족으로 인해 24시간 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간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를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다. 즉, 조기경보기가 떠 있지 않은 야간에는 언제든지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함대공 미사일과 근접방어기관포를 갖춘 인천급 호위함 이상이라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제대로 된 함대공 미사일을 갖추지 못한 구형 호위함이나 초계함,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에게 1분이라는 시간은 치명적이다. 천안함이 적의 어뢰 접근을 효과적으로 탐지, 경보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참변을 당했던 것처럼 전방 해역을 초계하는 구형 전투함들과 유도탄 고속함 역시 북한의 신형 미사일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 것이다. 북한은 평시 국지도발 상황에서 북한은 남포 앞바다에서 기습적으로 발사한 신형 대함 미사일로 서북도서를 초계하는 우리 해군 함정을 공격할 수 있고, 전시에는 소형·경량화된 신형 미사일의 장점을 이용, 소형 전투함과 폭격기, 지상 발사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해군 함정들을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이러한 도발에 대한 우려는 이미 해외에서도 수 차례 제기되어 왔다. 미 워싱턴 소재 안보전문 민간연구단체 CNS(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의 동아시아담당국장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 박사와 영국 BBC, 미국 외교전문지 The Diplomat은 이 미사일의 존재가 처음으로 식별되었던 지난 6월, “한국해군은 북한 해군의 신형 대함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특히 전방 지역에서 초계를 맡고 있는 구형 함정들은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에 대단히 취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신형 전투함과 신형 미사일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응 수단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 구형 호위함과 초계함은 어차피 도태될 전력이기 때문에 추가 개량은 예산 낭비이고, 유도탄 고속함은 이제 막 전력화되고 있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곧바로 성능개량에 나서는 것이 어렵다는 경제 논리 때문이었다. 전방에서 작전하는 함정들에게 함대공 미사일과 교란기 등 방어 수단을 장착하고, 멀리서부터 미사일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기를 24시간 띄울 수 있도록 조기경보기를 추가로 도입하는 데는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지만 우리는 돈 얼마 아끼려다가 누군가의 가족이자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소중한 마흔 여섯의 젊은이들을 차디찬 바다 속에 묻어야만 했다. 이제 소를 더 잃기 전에 외양간을 미리 고쳐놓을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 항모 수장”...김정은의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 항모 수장”...김정은의 ‘계란으로 바위치기’?

    최근 북한이 서해와 동해에서 잇따라 미국 항공모함에 대한 대규모 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김정은이 “미국 항공모함을 얼마든지 수장해버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도대체 어떤 전력과 전술을 가지고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항공모함에 맞서 싸울 생각을 하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 동해 원산 앞바다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빨치산식 전법으로 적의 중추를 호되게 공격하기 위한 전법을 부단히 연구·완성한다면 항공모함도 얼마든지 수장해버릴 수 있다”면서 “미 해군역사에 수치스러운 한 페이지를 우리 세대가 또 한 번 써주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객관적인 전력을 보자면 북한이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해 격침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유사시에도 미국 항공모함이 북한 연안에 바짝 붙을 일도 없을뿐더러 미 항모 주변에는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과 핵잠수함들이 철통같은 방어선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전력이라고는 30년 넘은 구형 잠수함과 제대로 비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전투기들뿐이니 이러한 전력으로 미 항모전단을 향해 돌격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을 넘어 ‘메추리알로 바위치기’에 가깝다. 하지만 아무리 전력 격차가 크게 나더라도 북한에서 ‘최고 존엄’이 지시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북한은 이미 반세기 전에 미국의 대형 순양함을 입으로 격침시켰던 화력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발찌모르 격침사건 평양에 있는 ‘조국해방전쟁기념관’에 가면 실내에 검은색 어뢰정 한 척이 전시되어 있다. 1950년 7월 2일 주문진 앞바다 해전에서 미 해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제2어뢰정대의 소형 어뢰정 가운데 1척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4척의 소형 어뢰정으로 편성된 제2어뢰정대는 1950년 7월 2일 새벽 주문진 앞바다에서 미 해군 중순양함 1척과 경순양함 1척, 구축함 1척으로 구성된 함대와 조우했다. 미 군함들은 북한 어뢰정대를 발견하고 치열한 함포 사격을 퍼부었으나, 북한 어뢰정들은 미 해군의 탄막을 뚫고 근거리까지 돌격했다. 4척 가운데 2척은 중순양함을 향해 돌격했고, 1척은 연막탄을 치며 구축함을 유인하는 역할을, 다른 1척은 경순양함에 어뢰 공격을 퍼부었다. 전투 결과는 북한군의 압승이었다. 북한 어뢰정들은 자신보다 100배 이상 큰 1만3,600톤급 중순양함 ‘발찌모르'(USS Baltimore)를 격침시키고, 같이 있던 경순양함을 대파시켰으며, 구축함을 퇴각시켰다. 17톤짜리 어뢰정이 1만 톤이 넘는 순양함 함대를 상대로 이러한 승리를 거둔 것은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대첩이었고, 어뢰정대 지휘관 김군옥은 공화국영웅칭호를 받고 부대는 최정예 부대에만 부여되는 ’근위칭호‘가 주어졌다. 북한은 이 ‘발찌모르 격침사건’을 투철한 사상으로 무장한 인민군 전사들이 빨치산식 게릴라 전술을 활용해 미국의 대형 전투함을 수장시킨 사례이며, 사상 무장만 잘 되어 있다면 미국의 대형 전투함들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1950년 7월 2일 새벽 북한이 격침시켰다는 ‘발찌모르’ 순양함은 지구 반대편에 있었다. 이 순양함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6년 퇴역했다가 1952년에 미사일 순양함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받고 1955년 재취역했기 때문에 1950년 7월 2일에는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있는 브레머톤(Bremerton)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었다. 7월 2일 새벽 주문진 앞바다에서 전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이 해역에는 미 해군 경순양함 주노(USS Juneau), 영국해군 순양함 자메이카(HMS Jamaica), 호위함 블랙 스완(HMS Black Swan) 등 3척의 전투함이 있었다. 미 해군과 영국해군이 남긴 교전 기록에 따르면 북한 해군 어뢰정 4척과 기관포 탑재 경비정 2척이 출현해 함포 사격을 실시했고, 이 가운데 1척이 격침, 1척 대파, 1척 파손 피해를 입고 해안으로 도주했으며, 살아남은 1척 역시 바다로 도주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 교전에 참가했던 3척의 UN군 함정 가운데 2척은 북한 해역에서 계속 작전했고, 영국 순양함 자메이카만 보급을 위해 사세보 항에 기항했는데, 기항 당시 자메이카는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은 상태였고, 이후 1957년까지 세계 각지를 누비다가 정상 퇴역했다. 북한이 격침시켰다는 배가 교전 시간대에 지구 반대편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북한은 “미국이 날조한 것이며, 실제로 격침된 배는 발찌모르 순양함과 동형인 보스턴함”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허위사실임을 증명하는 사진들이 여러 장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한 바 있었다. 더 우스운 것은 북한이 격침시켰다는 순양함은 건재하고, 4척이 무사 귀환했다는 북한 어뢰정은 1척만 남아 육상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살아남은 어뢰정은 당시 도주했던 1척일 것이며 생환 후 패배를 숨기고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 보고를 한 것이 ‘발찌모르 격침사건’ 조작의 시작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빨치산식 타격 전법, 항모 격침 가능할까? 이번에 두 차례나 김정은이 현지 지도했던 항공모함 타격훈련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모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현대적인 해상 전투와는 거리가 대단히 먼 무기와 전술이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서해와 동해 해안과 가까운 작은 무인도를 미국 항공모함으로 가정해 훈련을 시작했다. 가상의 미군 항공모함이 나타나면 항공 및 반항공군의 전파탐지기구분대(레이더 부대)가 이를 포착해 경보를 전파하고, 전투기가 출격해 공습을 하면서 수중에서 매복해 있던 잠수함들이 어뢰 공격을 퍼붓는 방식이다. 훈련에 동원된 전투기는 북한 공군이 56대 가량 보유하고 있는 MIG-23 전투기였다. 애초에 공대공 요격기로 개발된 이 전투기는 대함 미사일 등 정밀 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없어 대함 공격능력이 없다. 북한군은 이 전투기에 유도가 되지 않는 ‘멍텅구리 폭탄’과 로켓포드, 기관포 등을 탑재해 공격하는 원시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항공기가 적함 상공까지 날아가 폭탄을 투하하고 로켓탄으로 공격하는 전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나 있었던 전술이며,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이 크게 발달하기 시작한 근래에는 구사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미 해군 항공모함 타격전단은 이지스 순양함 1척과 이지스 구축함 4~6척,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 2척 등으로 구성된다. 항모 전단의 상공에는 E-2D 조기경보기와 F/A-18E/F 전투기 4~6대가 공중 초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공군 전투기가 이륙하면 이륙 단계에서부터 즉각 포착이 가능하다. F/A-18E/F 전투기는 사거리 70km 이상의 AIM-120C 공대공 미사일을 최대 8발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공군이 보유한 모든 MIG-23 전투기가 동시에 공격해 오더라도 MIG-23의 레이더 탐지거리 밖에서 이들을 모두 격추시킬 수 있다. 굳이 전투기가 동원되지 않더라도 항모 전단에 배속된 이지스 구축함들만 요격에 나서더라도 북한의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각각의 이지스함은 18개 안팎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7척의 이지스함은 아무리 그 능력을 낮게 평가하더라도 126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즉, 미 항모를 노리는 모든 북한 전투기는 항모 반경 100km 이내 접근이 불가능하다. 북한에게는 MIG-23 이외에도 구식인 H-5 폭격기를 개조해 공대함 미사일 발사용으로 운용 중인 기체가 있지만, 그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전력으로도 미 해군 항모전단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잠수함은 어떨까? 북한이 이번 훈련에 동원한 잠수함은 북한 해군의 주력 잠수함인 1,800톤급 ‘무한(武漢)’급으로 1960년대 개발된 구소련제 로미오(Romeo)급 디젤 잠수함의 중국제 복제 생산형의 부품을 가져다가 북한이 건조한 구형 잠수함이다. 이러한 구형 잠수함들이 미 해군 항모를 격침시키는 것은 미 항모가 호위 전력 없이 혼자서 북한 영해 깊숙이 들어갈 때나 가능하다. 하지만 주력 함재 전투기의 전투행동반경이 1,000km에 육박하는 마당에 미 해군 항모가 북한 영해에 접근할 이유가 없다. ▲‘메추리 알로 바위 치기’ 미 해군은 대잠수함 작전 시 항공모함 주변을 다수의 구축함들이 둘러싸고 구축함의 소나와 대잠헬기를 이용해 여러 겹의 대잠 저지선을 편다. 미 해군은 십 수 년간 환태평양군사훈련(RIMPAC) 기간 중 여러 나라의 디젤 잠수함을 대상으로 재래식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과 무기체계를 개발해 왔고, 잠수함이 내는 미세한 소음이나 자기 변동, 통신 추적 등을 통해 잠수함을 잡아내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장비,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형 디젤 잠수함 몇 척이 항모 전단의 방어선을 뚫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북한 잠수함이 미 해군의 대잠 저지선을 뚫고 항공모함에 어뢰를 발사해 명중한다 하더라도 철저한 수밀 설계가 되어 있는 대형 항공모함을 어뢰 1~2발로 격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 해군은 접근하는 어뢰를 교란 및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북한 잠수함이 미 해군 항모를 수장시키는 것은 김정은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을 김정은 역시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군인들의 사기 진작과 내부 결속을 위해 그는 “빨치산식 전법으로 항공모함도 수장시키지 못할 것이 없다”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고, ‘최고 존엄’의 독려가 거짓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북한군 조종사들과 잠수함 승조원들은 미 해군 항모를 향해 자살돌격도 마다하지 않는 ‘수령 결사옹위를 위한 총폭탄’을 기꺼이 자처할 것이다. 손으로 계란을 들고 바위에 내리친다면 깨지는 것은 계란이지 손이 아닌 것처럼 죽어 나가는 것은 북한 군인들이지 김정은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일신 안위를 위해 군인과 백성들을 사지로 내모는 지도자의 말로(末路)는 언제나 비참하다는 것은 오늘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김정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장난감 전투기’ 들고 뛰는게 훈련, 北공군 얕봐도 될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장난감 전투기’ 들고 뛰는게 훈련, 北공군 얕봐도 될까?

    ▲ 김정은 올들어 벌써 2차례 시찰 올해를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선포한 김정은의 군 관련 행보에서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 있다. 바로 ‘공군 챙기기’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나 공군부대를 시찰했고, 지난해 말에는 직접 수송기를 조종하는가 하면 공군기지에서 여성 조종사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특히 공군 사령관 출신인 리병철은 대장 진급 후 노동당 제1부부장에 임명되는 등 출세 가도를 달리며 김정은 정권의 신흥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5년을 항공군의 전성기로 만들자”고 공언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김정은은 공군부대를 찾을 때마다 당 재정경리부장인 한광상 부장을 반드시 대동했다. 공군에서 예산 관련 요구가 나오면 이를 즉각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던 최룡해를 수호이(Sukhoi) 전투기 공장에 보내 신형 전투기 구입 의사를 내비치는 등 공군력 증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정은이 이처럼 공군을 각별하게 챙기는 이유는 현대전에서 공군력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미연합공군력에 비해 초라하다 못해 처참하기 그지없는 자신들의 공군력 현대화가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최근 김정은이 방문한 제1항공 및 반항공사단은 평안북도 개천에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북한 서부 지역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부대이다. 가장 최신 기종으로 주로 평양 상공 방공 임무에 투입되는 MIG-29A 전투기를 비롯해 MIG-23 전투기와 Su-25 공격기, H-5 폭격기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MIG-21과 MIG-15 같은 구식 전투기는 물론 세계 최대의 수송헬기인 Mi-26과 우리에게는 ‘안둘기’로 유명한 AN-2 저공침투기도 상당수 보유하는 등 북한 공군의 3개 사단급 항공부대 가운데 가장 정예 전력으로 평가된다. 사단의 질적 주력인 MIG-29A 전투기는 1989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북한에서 조립 생산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북한 항공 및 반항공군 가운데서도 최정예 부대로 손꼽히는 제55 금성근위항공연대에 약 40여 대가 배치되었으나, 현재 가동 중인 전투기는 30대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구형이지만, 마하 2.25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고, 러시아가 자랑하는 AA-10 ‘알라모(Alamo)’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AA-11 ‘아처(Archer)'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어 전투기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자면 우리 공군의 F-16 전투기와 한 판 붙어볼만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 MIG-29A, Su-25K 등 보유 MIG-29A 다음으로 북한 공군에서 쓸 만한 전력으로 평가 받는 기종은 지상 공격기인 Su-25K이다. 북한 공군에 약 30여 대가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종은 아음속 공격기지만 4톤 이상의 무장을 장착할 수 있으며, 주요 부위는 우리 군의 주력 대공포인 20mm 발칸포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방탄 성능을 자랑한다. MIG-29A와 Su-25를 제외하면 북한 공군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로 대접 받았던 MIG-23은 서북도서 지역에서 긴장 상황이 조성될 때마다 북한이 자주 출격시키며 이름을 알린 전투기로 북한은 이 전투기를 약 50여 대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 가운데 유일한 가변익(可變翼) 기체인 MIG-23은 1980년대 초반에 생산된 기체이며 이라크와 리비아 공군이 실전에 투입해 형편없는 전과를 기록했던 전투기로 유명하지만,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조종사들이 노획한 MIG-23 전투기를 조종해본 결과 가속 성능이나 일부 운동성이 F-16 초기형이나 F/A-18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어 우리 공군의 F-16 전투기와 근접 공중전에서 충분히 일방적으로 열세에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가변익 방식이다 보니 기체 구조가 복잡하고, 운용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과 같이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가진 국가에서 운용하기가 대단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김정은이 참관하는 거의 모든 훈련에 이 전투기를 내놓고 있어 ‘보여 주기용 쇼’를 위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 구매 타진 잘 알려진 대로 북한 공군은 평시에 전투기를 띄울 연료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공군처럼 첨단 시뮬레이션 장비를 이용해 훈련을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연병장에 거대한 지도를 그려 놓고 그 위에서 조종사들이 모형 전투기를 들고 움직이며 훈련을 진지하게 벌이고 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장난감 전투기를 들고 입으로 ‘슝슝’ 소리를 내며 노는 것처럼 조종사들이 장난감 전투기를 들고 지도 위를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것이 북한 공군의 일상 훈련이라는 것이다. 속된 말로 안구에 습기가 찰 정도로 우습다 못해 불쌍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김정은이 자주 찾는 제1항공사단은 평양 방공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대보다 실제 비행 훈련도 많고, 비교적 신형 전투기를 보유한 부대이지만 우리 공군과 대적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 행위다. 성능 격차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가령 북한 공군의 MIG-29A는 사거리 70km 이상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A-10을 운용할 수 있지만, 이 미사일은 발사 후 명중할 때까지 조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반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 공군이 MIG-29A에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회피를 위해 조준을 풀 수밖에 없어 명중률이 떨어진다. 북한 공군의 주력 공대공 미사일인 AA-7의 경우 사거리가 20km를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 공군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MIG-29나 MIG-23은 중거리 공대공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학살 당하거나 이륙하자마자 격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공군은 조기경보기를 이용해 수백km 밖에서 북한 전투기의 활동을 감시하다가 특이 동향이 포착되면 즉각 전투기에 이를 전달하고 북한군 전투기의 레이더 탐지거리 밖에서 중거리 미사일 공격을 퍼부을 수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완전히 손을 놓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북한이기 때문에 가능한 ‘우리 식의 전술’을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北의 우리 식 전술...공군의 '자살 돌격대' 최근 김정은이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던 2명의 여성 조종사들은 지난해에도 김정은과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던 비교적 유명한 인물들이다. 김정은은 직접 DSLR 카메라를 들고 전투기 앞에 선 이들 조종사들을 찍어 주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 주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자 벼락출세의 보증수표처럼 인식된다. 일명 ‘1호 사진’으로 불리는 이 사진은 최고 지도자의 현지 지도 때 수십~수백 명이 단체로 찍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정은이 챙긴 2명의 여성 조종사들은 김정은과 팔짱을 끼고 단 셋이서 사진을 찍는 파격적인 ‘은혜’를 입었다. 사실 북한에서 전투기 조종사에 대한 대우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전투기 조종사는 북한에서 ‘중앙당 5과’ 즉, 김정은 일가의 호위와 수발을 드는 병종 다음으로 선호되는 최고의 병종 가운데 하나다. 학업 성적과 당성(충성심)이 최고 수준이어야 함은 물론, 출신성분 역시 엄격하게 적용되어 선발된다. 배급 역시 13호 공급규정이 적용되어 잠수함 승조원이나 휴전선 최전방 민경대대 군관, 장성 수준의 배급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조종사 양성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하늘로 이륙하고 나면 가장 탈북하기 쉬운 것이 전투기 조종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별 조종사들, 그것도 구식 전투기를 모는 여성 조종사들과 두 차례나 ‘1호 사진’을 찍어 주었다는 것은 그 조종사들이 뭔가 특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과 함께 사진을 찍은 2명의 여성 조종사의 배경에는 MIG-15 전투기가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서 살펴본 MIG-29와 상당히 큰 숫자 갭이 있다. 그렇다. 이 전투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등장한 1세대 전투기이자, 지금으로부터 65년 전에 6.25 전쟁 당시 쓰였던 바로 그 기종이다. 현재 기준에서 보자면 다른 나라에서는 박물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고물 중의 고물이지만, 북한에서는 당당히 현역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최고 존엄’이 친히 사진까지 찍어 주는 등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과연 날 수 있을까 의심까지 드는 이 고물들이 이처럼 융숭한 대우를 받는 것은 이들이 ‘자살 공격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MIG-15 전투기 100여 대와 MIG-17 100여 대 등 약 200여 대의 ‘고물’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MIG-19 이후부터는 우리 공군의 F-5 전투기와 근접 공중전을 벌이거나 지상 공격 임무라도 수행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날아다닐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러운 전투기들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압도적인 질적 우위에 있는 한미연합공군에 대항할 수 있는 ‘미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공군에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이용한 가시거리 밖(BVR : Beyond Visual Range) 교전이 가능한 전투기는 MIG-29와 MIG-23 등을 모두 합쳐 70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전투기 레이더와 미사일 성능이 떨어져 한미연합공군과 동등한 수준의 공대공 전투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연합공군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소진시켜 근접 공중전을 거는 것이 승산이 있다. MIG-15 전투기는 바로 이 공대공 미사일 소진 임무, 즉 ‘총알받이’ 역할을 맡는다. ▲‘총알받이용’ 고물 전투기 융숭한 대우 전면전 상황이 발발하면 한미연합공군 전투기들은 기계획 공중임무명령(Pre-ATO : 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에 따라 사전에 계획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Pre-ATO에 반영된 전체 소티(sortie)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북한의 포병을 잡는 대화력전 임무나 전장항공차단, 근접항공지원 등 지상 공격 임무이며, 공대공 임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지상군 병력이나 화포 수의 절대 열세를 공중 화력을 메워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다 보니 유사시 북한 영공에서 공세적 제공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전투기 숫자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공중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 전력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수십여 개의 비행장에서 대량의 전투기를 동시에 이륙시켜 남하를 시도하면 적지 않은 수의 전투기가 한미연합공군 공대공 미사일 공격에서 살아남아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수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휘시설이나 통신시설 등 전략적 요충지에 자폭 공격을 가하거나 아군 지상부대를 공습해 개전 초기 최전선에서 막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공군 조종사들에게 ‘백기락과 같은 총폭탄 용사가 되라’고 강조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YAK-9 전투기 편대장이었던 백기락은 1951년 6월 서해로 접근하는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하던 중에 무장이 떨어지자 미군 군함으로 자폭 돌격한 뒤 영웅 칭호를 얻은 인물이다. 이번에 김정은과 함께 사진을 찍은 여성 조종사들 역시 ‘총폭탄’ 즉, 자살 돌격대이다. ‘수령 결사 옹위’를 위해 목숨을 내던져야 하는 임무를 맡은 만큼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현대적인 전투를 벌일 수 없어 환갑이 넘은 전투기에 여성을 태워 자살 돌격을 강요하는 것이 김정은이 말하는 ‘2015년 항공군 전성기’의 현주소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 네트워크)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백두산 천지, ‘미사일 천지’ 되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백두산 천지, ‘미사일 천지’ 되나?

    백두산은 기원전 2467년 환웅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터전을 잡고 한민족의 역사를 시작한 곳으로 오랜 시간 동안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산은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으로 우리 민족에게 있어 크나큰 의미를 갖는 곳이지만, 한민족 역사에서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이후 철저하게 짓밟히고 훼손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6.25 전쟁 참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평양에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이라는 것을 체결했다. 이 조약을 통해 북한은 백두산 천지의 45.5%에 해당하는 면적을 중국에게 넘기고 천지를 남북으로 분할하는 경계선 이북을 중국 영토로 넘겨주었다. 이것도 모자라 소련 군영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출생지를 항일 빨치산 투쟁 당시 머물렀던 ‘백두산 밀영’이라고 조작해 아들을 신격화시키는데 활용했다. 그 결과 국경선 이북의 중국 쪽 백두산은 무차별 벌목과 난개발로, 국경선 이남의 북한 쪽 백두산은 신격화 공원을 만들기 위한 난개발과 땔감을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벌목으로 인해 황폐화되어가며 민족의 영산으로서의 기운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북한과 중국은 한민족 민족정기의 상징과도 같은 백두산을 크게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백두산 일대를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다. -깊은 산중의 콘크리트 사일로 백두산 미사일 기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3년 국내 주요 언론들이 정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백두산 인근 소백산에 대규모 미사일 사일로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정보 당국자는 “백두산 바로 아래 있는 해발 2,000m 가량의 소백산 일대에 미사일 격납 시설인 사일로(Silo)가 건설되고 있다”고 전하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공사가 시작된 이 사일로는 규모로 볼 때 최소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시설로 추정된다”고 전한 바 있다. 사일로란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대형 미사일을 격납·보관·발사하는 시설이다. 지하에 설치되기 때문에 조금만 위장해 놓으면 상공에서 쉽게 식별이 어렵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보호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공습으로는 파괴하기 어렵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적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두꺼운 콘크리트와 강철 해치로 보호되는 지하 미사일 사일로를 대규모로 운용했으며, 양국은 현재도 사일로에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이 백두산 인근 지하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기지는 중국 국경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곳에 있다. 즉, 중국 영토에 대한 오발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한미연합군이 이 미사일 사일로를 타격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북한 영공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곳이기 때문에 한미연합공군이 이 지역에서 들어가려면 중국 공군 전투기의 견제, 심할 경우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험준한 산 속 지하 깊은 곳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타격한다 하더라도 파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이 미사일 사일로의 위치는 김정은 일가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활동지’, ‘김정일의 생가’로 성역화 해 선전하고 있는 삼지연과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징성도 대단히 크다. 삼지연에서 불과 9km 가량 떨어진 이 미사일 기지는 남북으로 약 3km, 동서 1.9km 가량의 면적에 건설되었는데, 위성사진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이 기지는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한다. 기지의 서쪽은 중국 국경에서 4.5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서쪽은 산세가 대단히 험준해 접근이 어렵다. 기지 동쪽은 대공포 진지와 경비부대의 것으로 보이는 막사, 위병소와 진입 도로 등이 식별된다. 특히 이 지하 기지 주변은 약 100m 폭으로 나무와 수풀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는데, 적이 숲을 통해 은밀히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기지 출입구 남동쪽에 반원 형태로 대공포 진지가 구축되어 있는데, 이 진지 안에 들어가 있는 대공 무기가 대공포인지 지대공 미사일인지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거점을 방어할 때 대공포는 반원형으로, 지대공 미사일은 윤형으로 배치하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데, 진지의 배치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대구경 대공포, 각각의 진지 크기를 고려했을 때는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공 진지가 동쪽에만 배치되어 있는 것은 서쪽은 중국 국경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동쪽은 동남쪽 130km 지점에 해안이 있기 때문에 동남쪽 방향에서 접근하는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한 의도로 이러한 시설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인근의 이 지하 시설은 김정은 일가가 머무는 지방 별장에 준하는 수준의 강력한 방어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이 북한이 지난 2013년 완공한 지하 미사일 기지일 공산이 크다. 북한은 이곳에 사거리 3,000km급 수준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무수단’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노동 미사일 역시 이 기지가 가장 유력한 배치 기지로 알려지고 있다. 기지의 규모만 놓고 보자면 북한 최대의 탄도 미사일인 대포동 2호나 은하 3호 계열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역시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주요 전략 거점을 모두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한미 연합군의 주요 타격 수단이 타격할 수 없는 중국 앞마당에 배치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 미사일 기지化, 중국도 가세 백두산을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중국 역시 이 일대에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4일 중국 관영 CCTV는 인민해방군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의 동북지방 혹한기 훈련 영상을 소개했다. CCTV는 “선양군구의 제2포병 부대가 모처에서 혹한기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는데, 훈련이 이루어진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창바이산(長白山), 즉 백두산이라고 분석했다. 영상 속에 나오는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는 해발 1,000 ~ 1,800m에 서식하는데, 중국 동북지역에서 이들 나무가 울창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은 백두산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포병 예하 부대 가운데 백두산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부대는 없기 때문에 이 훈련을 실시한 부대는 다른 지역에서 이동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에서는 훈련에 동원된 부대가 다롄(大連)에 배치된 제810도탄려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동 거리나 각 부대별 임무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부대는 압록강 북쪽에 위치한 퉁화(通化)에 배치된 제816도탄려(道彈旅), 즉 제816미사일여단이다. 거리상으로 보았을 때 백두산에서 가장 가까운 부대이자 이번에 영상에서 식별된 동풍(東風)-21A(DF-21A) 미사일을 보유한 부대이기 때문이다. 제816도탄려는 제2포병 예하 군단급 부대인 51기지에 소속된 3개의 미사일 여단 가운데 하나로 유사시 한반도를 담당하는 선양군구(瀋陽軍區)를 지원하는 부대이며, 사거리 600km의 DF-15와 사거리 1,800km의 DF-21A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대가 보유한 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200~500kt의 핵탄두 또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명중 오차가 50m에 불과할 정도로 대단히 정밀하기 때문에 남한 전역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물론 일본 각지에 산재한 주일미군 시설에 대한 타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 대단히 위협적인 전력이다. 중국이 요동반도와 산동반도 일대에 주로 배치했던 DF-21 미사일을 백두산 중턱까지 끌고 와서 훈련을 벌이고 이를 관영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무언의 시위로 볼 수 있다. 요동과 산동 일대의 DF-21은 해안 평야 지대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다로부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백두산 북사면의 이동식 미사일 차량은 해발 2,000m가 넘는 백두산이라는 자연 방벽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로 상에 북한의 밀집 방공망이 버티고 있어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로의 타격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훈련에 동원된 부대는 퉁화에 사령부를 두고 예하 부대는 길림성(吉林省) 일대에 분산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매년 백두산 인근에서 훈련을 실시해 왔다. 따라서 이 미사일 부대의 백두산 전개 훈련은 정례 훈련의 성격이 짙지만,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미사일 부대의 전개 훈련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번 보도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 신형 미사일을 백두산에 전진 배치해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최근 한미일 3국이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일부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전역은 물론 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연합 전력이 동해 및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접근로를 탄도 미사일로 차단 및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백두산은 일찍이 환웅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덕분에 백두산은 “인간을 널리 해롭게 할 만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반만 년 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펼쳤던 그 곳이 대량살상무기들로 채워져 가는 모습을 보며 환웅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제일모직 남성 브랜드 ‘준지’ 파리컬렉션

    제일모직 남성 브랜드 ‘준지’ 파리컬렉션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가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2015년 가을·겨울 파리컬렉션을 열고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정욱준 디자이너는 ‘카키, 제2의 블랙’을 주제로 재킷과 트렌치를 중심으로 38착장의 새로운 밀리터리룩을 선보였다. 제일모직 제공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테러범보다 ‘테러블’한 러시아 대테러 작전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테러범보다 ‘테러블’한 러시아 대테러 작전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총격 테러에 이어 벨기에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경찰과 총격전까지 벌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유럽 지역의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 파리 11구에서 발생한 언론사 테러 직후 프랑스는 국립경찰과 국가헌병대, 육군과 외인부대 등 9만여 명의 대병력을 동원해 도주한 테러범들을 추격, 2명을 사살했다.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Islamic State)에 대한 응징을 선언하고 항공모함과 전투기 출동을 지시했다. 파리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5일, 벨기에 경찰이 벨기에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테러 공격을 준비 중이던 테러리스트들을 급습, 총격전 끝에 2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벨기에 경찰은 전국 각지에서 추가 테러 모의가 진행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수도인 브뤼셀을 포함한 10여 개 도시에서 추가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비이슬람권 국가에 대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번 사건의 배후인 IS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테러 및 군사공격 위협을 가하는 등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IS는 한 소년이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된 스파이 2명을 총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 2명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였으며, IS 요인 암살을 목적으로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IS에 대해 별다른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던 러시아가 물밑에서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의미로 이제 IS에게 커다란 시련이 다가오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판사판’ 진압작전 일반적으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는 군이나 경찰에 편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러시아는 연방군은 물론 내무부와 연방보안국, 정보국 등에 다양한 특수부대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른 부대명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스페츠나츠(Spetsnaz)라는 이름으로 통칭된다. 스페츠나츠에는 국방부에 소속되어 육해공군이 별도로 운용하는 독립특수여단, 해군보병정찰전대, 공수군 특수정찰연대 같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도 있고, 러시아의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FSB)이나 해외정보국(SVR) 산하의 특수임무부대, 예를 들어 FSB 소속의 알파(Alpha), 오메가(Omega), 빔펠(Vympel), SVR 소속의 자슬론(Zaslon) 같은 부대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 부대들이 대테러 부대로 잘못 알려졌으나, 이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운용하는 SOG(Special Operation Group)처럼 요인 암살이나 첩보 수집 등의 임무에 동원되는 부대이며 필요에 따라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는 부대이다. 공식적으로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는 내무군에 속해 있다. 러시아 각 지역에 배치된 지방 경찰청 경찰특공대 성격의 SOBR을 비롯, OMSN과 OMON이 대테러부대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테러리스트들 사이에서 이들은 세계 최악의 상대로 악명이 자자하다. 하지만 이러한 악명은 실력이 뛰어나서 생긴 것이 아니라 너무도 무지막지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테러와 2004년 베슬란 학교 테러였다. 2002년 10월 발생한 모스크바 극장 테러 사건은 42명의 체첸반군 강경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모스크바의 한 극장을 점령하고 850여 명의 인질을 잡고 대치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체첸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군을 1주일 이내로 철수시키지 않으면 인질 전원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테러리스트들은 협상 도중 여자와 어린이, 이슬람교도 등 약 150여 명의 인질을 석방하며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인질들을 모두 풀어주면 테러리스트 전원의 안전과 귀국을 보장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테러리스트들은 최후통첩 시간이 지나자 인질들을 하나씩 살해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극장의 환기 시스템에 수면가스를 살포하고 진입했다. 공식적으로는 ‘수면가스’였지만, 이후 밝혀진 이 가스의 정체는 마약에 가까운 향정신성 진통제인 펜타닐(Fentanyl)과 할로세인(Halothane)의 혼합물이었다. 펜타닐은 정맥 마취제이자 강력한 진통제이지만, 과도하게 흡입할 경우 구토와 무기력증, 장기 손상 등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할로세인은 2시간 안팎에 불과한 펜타닐의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가스 주입 직후 알파와 빔펠 부대원들은 방독면을 착용하고 진입한 덕분에 전사자가 없었으나, 이 가스로 인해 테러리스트는 물론 애꿎은 인질 110여 명이 질식으로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진압부대는 산발적으로 저항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해 42명을 전원 사살했고, 이 과정에서 오인사격과 테러리스트들의 사격 등으로 20여 명의 인질이 추가로 사망했다.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사건은 러시아 국민들에게도, 체첸반군에게도 큰 충격을 던져 주었지만, 이 사건이 끝이 아니었다. 더 끔찍한 사건은 러시아 연방 세베로오세티야 공화국의 베슬란이라는 도시에서 지난 2004년 9월 1일부터 3일간 벌어졌던 베슬란(Beslan) 학교 인질극, 일명 ‘베슬란 대학살 사건’이다. 초등학교였던 이 학교는 9월 1일 개학을 맞아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붐볐는데, 이곳을 체첸반군의 강경 이슬람 테러리스트 30여 명이 점령하고 약 1,200여 명의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들을 인질로 잡은 것이었다. 정보기관 출신으로 각종 테러에 초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즉각 가용한 모든 부대에게 출동 명령을 내렸다. 상공은 러시아군 헬기가 뒤덮었고, 학교를 둘러싸고 러시아 연방군과 내무군 병력 수천 명이 겹겹이 포위했다. 인질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차와 장갑차까지 동원되었다. 진압작전에 나선 것은 러시아 군과 내무군 뿐만이 아니었다. 어린이들을 인질로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베슬란 시민들은 분노에 차 총과 칼, 곡괭이 등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은 다 들고 나와 학교를 에워쌌고, 저녁 무렵이 되자 무장하고 학교를 포위한 시민들의 수는 3만여 명을 넘어섰다. 군과 무장 시민이 뒤섞인 상황에서 극도의 혼란이 조성됐고, 사건 발생 3일째 되던 날 시민 가운데 일부가 학교의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발포하면서 지옥이 펼쳐졌다. 총격이 시작되자 인질 일부가 탈출하기 시작했고, 테러범들이 탈출하는 인질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러시아군은 테러범들을 향해 장갑차에 탑재된 기관포는 물론 현장에 동원된 T-72 전차에서 125mm 고폭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내무군 특수부대와 FSB에서 지원 나온 알파와 빔펠 등의 진압부대가 학교로 진입해 테러리스트들과 총격전을 시작했다. 당시 전 세계로 생중계된 이 진압 작전에서 아비규환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은 인질들을 체육관에 감금하고 인질 주변에 부비트랩과 중화기를 설치하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진압부대가 들이닥치자 인질들에 대한 무차별 사격을 시작했다. 이후 테러리스트들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러시아 진압부대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사격을 퍼부으면서도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겨누면 자신이 몸을 날려 총탄을 막고 여러 발의 총탄을 맞은 상태에서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어떤 대원은 테러리스트가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치는가 하면 총탄을 맞으면서도 아이들을 안고 탈출시키는 대원들도 있었다. 작전 결과는 대참사였다. 인질 1,200여 명 가운데 380여 명이 희생됐고, 7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180여 명은 어린이였다. 러시아 특수부대의 몸을 사리지 않는 무자비한 돌격에 인질 모두를 살해하려했던 테러리스트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러시아는 테러 무력 진압 직후 배후로 지목된 체첸 저항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군사 보복으로 저항세력의 거점을 초토화시켜버렸다. 베슬란 학교의 참사 이후 러시아 국민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분명히 알게 된 것은 러시아를 대상으로 테러를 하면 테러리스트나 인질, 진압부대 모두 다 죽는 ‘이판사판’의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베슬란 학교 사건 이후 체첸 반군은 다시는 러시아를 상대로 이러한 대형 테러를 벌이지 못했다. ▲해적도 예외는 없다 지난 2008년 9월, 케냐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선적 MV 파이나(MV Faina)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되엇다. 이 배에는 러시아제 T-72 전차 33대, RPG-7 대전차 로켓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등 약 3000만 달러어치의 무기가 실려 있었다. 해적들은 파이나호의 승무원 21명의 석방 대가로 3억 5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승무원 21명 가운데는 러시아인 4명도 있었고, 격분한 러시아는 인근에 있던 미사일 호위함 뉴스트라시미(RFS Newstrashimyy)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러시아 정부는 소말리아 정부에 파이나호를 납치한 해적들에 대한 교전권을 요구해 받아낸 뒤 무력 진압 작전을 준비했다. 러시아는 소말리아 해적 거점에 포격을 퍼붓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승무원들을 구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인명 피해를 우려한 우크라이나가 해적들에게 몸값을 지불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면서 인질과 해적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2년 뒤인 2010년 5월, 소말리아 해적들은 러시아 유조선 모스코브스키 유니베르시테트(Moskovski Universitet)호를 납치했다. 러시아는 즉각 구축함과 특수부대를 투입해 구출 작전을 벌였고, 해적 1명을 사살하고 10명을 체포했다. 과거 우리나라가 삼호 쥬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을 체포해 국내 법정에 세웠듯이 체포된 해적들은 법정에 세워 재판을 받게 하고 징역형에 처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지만, 러시아는 체포된 10명의 해적을 훈방 조치했다. 대단히 인도적인 조치 같았지만, 이 ‘훈방 조치’는 대단히 잔인한 처벌이었다. 해적들은 맨몸으로 고무보트에 태워져 훈방됐다. 문제는 훈방된 장소가 해안에서 약 500km 떨어진 공해상이었다는 것이다. 작은 어선이 망망대해에서 해안을 찾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비인도적인 조치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항의했지만, 러시아는 “우리는 훈방이라는 인도적 조치를 취했지만, 국제법 어디에도 해안이나 육지에서 훈방하라는 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훈방 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해적들의 생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자국 선박 또는 자국민이 탑승한 선박을 대상으로 해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각 무력을 동원해 해적들을 사살하거나 해적선에 집중 사격을 퍼부어 벌집을 만들어 버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 때문에 소말리아 해적들은 러시아 깃발이 게양된 선박은 가급적 피했다. 러시아 선박에 위해를 가하면 얼마나 잔인한 보복이 돌아오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적들은 섣불리 건드렸다가 된서리를 맞은 경험 때문에 프랑스와 북한 선박도 공격하지 않는다. 학습 효과다. 테러리즘이나 해적 행위는 무력을 동원한 ‘공포’를 이용해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나 해적들은 위협을 가해 공포를 조성했을 때 원하는 대가가 돌아온다는 선례를 접하게 되면 학습 효과로 인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폭력을 동원한다. 즉, 협상이나 보상을 통해 테러리즘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현대 테러리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서방 강대국들도 점차 테러범들과 협상을 하는 것보다 진압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테러리즘은 정치·종교적 신념이나 생계 등 절박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어서 일시적으로 진압한다 하더라도 테러리스트들의 가족과 동료들이 또 다시 보복에 나서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당분간 피가 피를 부르는 보복의 악순환은 쉽게 끊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진짜 ‘명품’으로 환골탈태한 K-55 자주포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진짜 ‘명품’으로 환골탈태한 K-55 자주포

    명품(名品)의 사전적 정의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이다. 실력이 빼어나거나 이름난 장인(匠人)이 만들었거나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디자인이 대단히 뛰어나다거나 소비자로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아 유명한 제품이 명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한국형 무기체계, 이른바 K-시리즈를 개발해 생산해오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한국형 무기체계들이 새로 나올 때마다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수출 시장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사례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한국형 명품 무기’들은 수출 시장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지난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우리 손으로 만든 명품무기 10선’이라고 선정한 무기체계 가운데 청상어 어뢰는 발사 시험에서 소실되며 결함이 발견되는가 하면, K2는 국산 파워팩 성능 미달과 결함 등의 문제로 4년 넘게 전력화가 지연됐고, K-11 복합형 소총은 잦은 고장과 폭발사고가 발생했으며, 물에 뜰 수 있다는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두 차례나 침수되어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K-시리즈 무기들의 잦은 고장과 사건사고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산 명품’에 대한 불신을 안겨주었지만, ‘짝퉁 명품’ 속에서도 발군의 성능과 품질을 자랑하는 ‘진짜 명품’이 있었다. -자랑스런 K-9 자주포에 버금가는 성능 우리 군이 약 900여 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추가 생산을 통해 최대 1,200여 문까지 보유할 예정인 K-9 자주포는 우리 군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고라는 독일의 PzH-2000에 약간 못 미치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면서 가격은 PzH-200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이처럼 우수한 K-9 자주포의 전력화를 진행하면서 K-9 개발을 통해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이용해 또 하나의 명품을 만들어냈다. 바로 K-55A1 자주포가 그것이다. K-9 자주포의 성능은 세계적으로도 최정상급에 속하고, 가격 경쟁력 역시 우수한 편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량의 포병을 운용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대량 도입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부인할 수 없다. 대당 4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기존에 운용하던 1000여 문 이상의 K-55를 K-9으로 대체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4조 4000억 원이 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수명이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K-55 자주포를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군 당국이 생각해 낸 묘수가 K-9의 기술을 대폭 활용해 K-55를 개량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개량사업을 통해 새로운 명품이 탄생했다. 우선 반응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 기존의 K-55는 이동 중에 사격 명령이 떨어지면 즉각 사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일단 평평한 공터를 찾아야 하고, 자리를 잡으면 차체 뒷부분에 있는 스페이드(Spade)라는 거대한 발톱을 지면에 박아 차체를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격 시 발생하는 반동으로 차체가 밀리기 때문에 1발 쏠 때마다 다시 방열(조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격 준비 작업은 지면 환경과 포반 요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적게는 2~3분에서 길게는 10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K-55A1은 스페이드 고정 없이 정차 후 즉각 사격이 가능하다. 차체의 현수장치와 주포의 주퇴복좌기를 개량해 차체가 포 발사에 따른 반동을 안정적으로 흡수해 스페이드를 박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덕분에K-55A1은 이동 중 사격 명령을 수신하고 75초 이내에 포탄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공격 능력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주포는 교체되지 않았지만 주퇴복좌기 개량으로 인해 더 큰 반동을 받아낼 수 있게 되면서 신형 장약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신형 장약과 신형 포탄을 사용할 경우 K-55A1은 기존 K-55의 24km보다 더 늘어난 30km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하게 되어 본격적인 대화력전 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K-55A1은 사거리가 늘어난 것 이외에도 발사속도까지 빨라졌다. 기존 K-55 자주포는 방열과 사격제원, 포탄 장전 등 모든 과정이 수동으로 이루어져 분당 발사속도가 2~3발 수준에 불과했지만, K-55A1 자주포는 반자동 방열 방식, 사격제원 자동 입력, 반자동식 장전장치 등을 채용해 분당 발사속도가 4발 이상으로 빨라졌다. 특히 사격통제장치가 최신형으로 교체되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 수 있는 관성항법장치 및 위성항법장치가 탑재되어 더 빠르게 사격제원을 계산하고 사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초에 실시되었던 제6포병여단의 K-55A1 자주포 포대의 전술훈련 및 대구경탄 사격 훈련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K-55A1의 성능은 서류상으로 보았던 것보다 놀라웠다. 이동 중이던 K-55A1 포대는 무선으로 사격 명령을 접수받자마자 사격 진지를 찾아 들어갔고, 5분이 채 되지 않아 비사격 초탄 발사 보고가 올라왔다. 비사격이란 사격 절차 숙달을 위해 화포 방열과 사격제원 입력을 마치고 모의 포탄과 모의 장약을 장전한 뒤 발사 버튼을 누르는 훈련이다. 실제 포탄 사격은 평시 포탄 사격 간 안전 통제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K-55A1은 매뉴얼에 나와 있는 그대로 스페이드 고정 없이 빠른 속도로 사격을 실시했다. 표적 지역 인근에서 관측반이 보내온 사격 결과는 ‘적 파괴’였다. 빠르게 연속 사격한 포탄들이 표적에 정확히 명중해 가상 표적을 초토화시켰다는 의미다. 이는 평소 강도 높은 훈련을 받기로 유명한 제6포병여단 장병들의 우수한 기량만큼이나 화포 자체의 성능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30년 된 구형 자주포를 최신형 K-9 자주포 버금가는 성능을 지닌 ‘명품’으로 개량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총 9266억 원! 1000여 문을 개량하는데 대당 8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어서 비용 대 효과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량 패키지 가격경쟁력 높아... 해외시장서도 매력적 K-55의 원형인 M109A2 계열 자주포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13개 국가에서 2000여 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독일과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약 900여 대 가량이 노후화되어 교체 또는 개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K-55A1 개량 키트는 M-109A2 개량을 생각하고 있는 해외 운용국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운용국 가운데 일부는 이스라엘이나 그리스, 노르웨이처럼 독자적으로 소폭 개량한 모델은 있으나, 이 개량 모델들은 기존의 M109A2와 비교해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개량 키트는 미국의 M-109A6 정도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M-109A2를 M-109A6 사양으로 개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12억 원으로 K-55A1보다 50% 가량 비싸기 때문에 K-55A1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K-55A1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가격 경쟁력 이외에도 K-55A1이 M-109A6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바로 K-56이라는 별도의 탄약운반장갑차라는 옵션이 있다는 것이다. K-55A1이 K-9의 기술을 대폭 도입했다면, K-56 탄약운반장갑차는 K-9과 패키지를 구성하는 K-10 탄약운반장갑차의 기술을 이용해 개발됐다. 기존에 탄약운반차량은 자주포처럼 장갑화되어 있지 않아 적의 공격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트럭에서 직접 포탄과 장약을 내려 자주포 포탑 내의 탄약고에 실어야 하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K-56 장갑차는 K-55A1 자주포의 뒤에 붙어 자주포 포탑 뒤에 탄약 이송기를 연결하고 컴퓨터 화면만 조작하면 자동으로 탄약이 보급된다. 후방의 도어를 열고 인력으로 포탄을 운반해야 하는 미군의 M992와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자주포에 자동으로 탄약 재보급을 해 줄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 실전에 배치한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기 때문에 K-55A1 개량 키트와 K-56 탄약운반장갑차를 패키지로 묶는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포병 전력을 현대화하려는 M109 계열 자주포 운용국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처럼 노후 무기체계를 저렴한 비용으로 최신 장비에 준하는 수준까지 환골탈태시킨 K-55A1 자주포의 사례야말로 진정한 ‘국산 명품 무기’가 아닐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최신형 수호이 전투기’ 도입하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최신형 수호이 전투기’ 도입하나

    -한국군 보유 모든 전투기 압도하는 성능 김정은이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한 소식이 13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되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공군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에 최신형 전투기 판매를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실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력 일간지인 J일보는 지난 9일, 영문 기사를 통해 “북한은 지난해 11월 최룡해의 방러 기간 중 러시아에 신형 전투기인 Su-35를 판매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무기를 판매해 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누구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왔지만, 판매가 추진되는 품목이 Su-35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한국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전투기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전투기로 도입될 F-35A 전투기와도 한 판 붙어볼만한 강력한 성능의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4세대++ 전투기' Su-35S '4세대++' 또는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 Su-35S 플랭커(Flanker)-E 전투기는 현용 러시아 공군 주력 전투기인 Su-27 플랭커(Flanker)와 차세대 전투기인 PAK-FA T-50의 중간 단계에 있는 과도기적 전투기로 러시아 공군이 48대, 중국공군이 24대를 도입 중에 있는 최신예 전투기다.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보다 큰 덩치를 자랑하는 대형 전투기이지만, 레이더 탐지 면적은 더 작고 레이더 성능이나 속도 성능 등은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투기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 받는 것은 바로 레이더이다. Su-35S 전투기에는 러시아가 야심차게 개발한 최신형 Irbis-E PESA(Pass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가 탑재된다. PESA 방식의 레이더는 우리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의 SPY-1D 이지스 레이더에도 적용되는 기술로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가 좌우로 움직이며 레이더 전파를 쏘는 것과 달리 고정된 면에 부착된 수백~수천 개의 송수신 모듈에서 실시간으로 전파를 쏘고 반사파를 수신하기 때문에 표적 탐지와 추적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레이더이다. Su-35S에 탑재된 Irbis-E 레이더는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를 약 250km, KF-16를 약 150~200km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데, 30개 표적을 동시에 추적해 이 가운데 8개의 표적에 대해 100km 밖 거리에서 R-27 등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공격을 동시에 퍼부을 수 있다. 레이더 성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러시아 공군은 이 전투기에 데이터 링크를 탑재해 간이 조기경보기로 운용하는 전술도 구사하고 있다. 기동성능 역시 대단히 뛰어나다. 이 전투기는 대형 전투기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추력을 자랑하는 새턴(Saturn) 117S 엔진을 사용해 마하 2.3 이상의 속도로 가속할 수 있으며, 추력편향(推力偏向) 기술을 적용한 TVC(Thrust Vector Control) 노즐을 이용해 경이로운 공중 기동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항공기의 방향 전환은 날개의 플랩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Su-35S는 플랩뿐만 아니라 엔진 노즐의 분사 방향을 움직여 기체의 자세를 바꾸는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이 기술은 지난 1996년 서울에어쇼에 출품된 Su-37 전투기가 보여준 코브라 기동(Pugachev's cobra)과 같은 고난도 비행을 가능케 하는 등 근접 공중전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중국이 J-20과 J-31 등 스텔스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수년째 Su-35S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한 협상에 매달리는 것은 이 전투기에 탑재된 Irbis-E 레이더와 117S 엔진 기술을 복제해 자신들의 전투기에 탑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정설일 정도로 Su-35S의 성능은 막강 그 자체이다. -북한, 왜 Su-35S를 원하나 최근 국방부가 발간한 '2014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의 전투기 보유 숫자는 820여 대 가량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자폭용 또는 미끼용으로 개조된 MIG-15와 MIG-17 등을 모두 포함한 숫자이기 때문에 실제 전투기 보유 숫자는 500여 대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질적으로 공중 전투가 가능한 기체는 MIG-19 전투기 100여 대, MIG-21와 MIG-21의 중국제 복제판인 J-7 전투기 200여 대, MIG-23 전투기 56대, MIG-29A 전투기 20여 대 등 370여 대와 공격기인 Su-25 34대 등 400여 대 수준이다. 과거 한국공군의 수적 주력이 F-5 계열이던 시기에는 이 정도 전력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볼 만했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이 KF-16과 F-15K 등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점차 열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세에 몰리던 시점에 북한은 신형 전투기를 도입할 수 없었다. 경제 위기에 몰려 있던 러시아가 한국으로부터 경협차관을 받던 시기였고, 한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던 역시 북한을 대놓고 도울 형편이 되지 못했으며, 이 시기에 북한은 김일성이 사망하고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에 신형 전투기 도입은 어불성설이었다. 1998년부터 국민의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작한 대북 현물 지원을 통해 외화 수급이 이루어지자 북한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전투기 수입이었다. 그러나 매년 수 억 달러씩 들어오는 외화로는 대당 수 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신형 전투기 구입이 어려웠고, 북한은 급한 대로 중고 전투기 도입을 모색했고, 50여 대의 전투기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사실은 1999년 8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은 북한이 1998년 말 5억 달러를 들여 MIG-29 전투기 10여 대를 부품 도입 생산했으며, 1999년 전반기에 카자흐스탄에 4,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MIG-21bis 전투기 40대를 도입했다고 보고하면서 확인됐다. 그러나 1999년 이후 북한은 외국으로부터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지 못했다. 핵개발 문제로 인해 UN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심해지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전투기 수출국들이 대북 전투기 수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전투기 노후화가 극심해지자 북한은 해외에서 밀수를 통해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겨우 공군력을 유지해 나갔으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001년과 2008년에는 중국에 FC-1 전투기를 판매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2010년 5월에는 북경을 방문한 김정일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중국의 최신형 전투기 J-10 제공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2011년에는 리병철 공군사령관과 주규창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군수공장 밀집지역인 자강도의 박도춘 책임비서 등을 모두 데리고 수호이 공장을 찾아 전투기 판매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최고 존엄’이 외국에 가서 구걸하다가 망신만 톡톡히 당하고 돌아온 것이다. -김정은, 신형 전투기 도입 능력 있나 김정은 집권 이후 한동안 ‘구걸’에 나서지 않았던 북한이 러시아에 신형 전투기 판매를 요청한 것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국제 정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시작된 러시아와 서방 세계의 갈등으로 인해 국제 사회의 대북 봉쇄 공조에 틈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UN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정권 등 독재정권에 꾸준히 무기를 공급해 왔고, 최근에는 서방과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자신들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북 제재에 참여할만한 명분이 옅어졌다. 특히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라 러시아제 무기를 그 어느 때보다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북한으로서는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른바 ‘실세 3인방’이라고 불리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특사로 모스크바에 보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비서는 연해주 콤소몰스크아무레(Komsomolsk-on-Amur)에 있는 가가린(Gagarin) 항공기 공장을 방문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러시아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PAK-FA T-50 전투기 판매를 요청했다. 러시아가 이 요청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직 자국 공군에도 실전 배치가 되지 않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를 북한에 판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되었을 것이고, 꿩 대신 닭으로 Su-35 판매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Su-35S 판매 보도가 나오자마자 러시아의 한 군사전문가는 즉각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세계무기무역분석센터(Center for Analysis of World Arms Trade)의 이고르 코로첸코(Igor Korotchenko) 센터장이 현지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Su-35S 판매 협상이 진행 중인 나라는 중국뿐이며, 중국과 북한의 경제와 재정 능력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북한의 Su-35 도입 협상설은 사실무근”이라면서 “이 같은 정보는 북한을 전쟁만 생각하는 국가로 만들어 악마화하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 서방 언론이 자주 인용하는 러시아의 유력 군사전문가인 코로첸코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정책자문위원이자 군사전문지 편집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데, 강한 반서방 성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NATO가 반발하며 국경 경비를 강화하자 “미국과 NATO가 러시아를 위협해 냉전시대로 회귀하려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러시아가 분쟁국 및 독재 정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2014년 보고서에 대해서는 “문제는 러시아가 아니라 서방국가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 사건에서는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다가 국제공동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짓자 “천안함 공격은 한국과 미국의 압박에 대한 북한의 신중한 대응”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즉, 코로첸코의 주장은 “북한은 전쟁만 생각하는 나쁜 나라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북한을 옹호하고 변호하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며, 이 보도가 나오기 이전에도 북한은 신형 전투기 도입을 위해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린 바 있기 때문에 전투기 판매 요청 의사가 없었다면 굳이 권력서열 3위의 거물급 인사를 극동지역의 전투기 공장까지 보낼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북한의 Su-35S 도입 추진설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룡해가 이미 전투기 생산 공장을 다녀갔고, 러시아는 오는 5월,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정은을 초청한 바 있어 방러 일정을 타진하고 있는 김정은이 모스크바에서 직접 전투기 구매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북한이 이 같은 전투기를 구매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코로첸코는 북한이 결제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Su-35S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창훈, 고명현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21일 워싱턴에서 발표한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의 북한 인권'(Beyond The UN COI Report on Human Rights in DPRK) 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2만명, 중국에 1만 9000명 등 5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16개국에 보내 매년 23억 달러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 Research Service) 보고서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마약 수출로 매년 평균 10억 달러 가량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고, 최근 김정은이 공을 들이고 있는 관광산업 역시 중국 관광객 확대에 힘입어 북한정권의 달러 조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매년 벌어들이는 달러의 절반, 혹은 마약 수출이나 관광산업으로 매년 벌어들이는 달러만큼만 쓰더라도 Su-35S 전투기 10대를 구입할 수 있다. 즉, 북한은 신형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돈만 주면 못 팔 것이 없는 러시아, 신형 전투기가 다급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Su-35S 전투기 도입은 한미연합군 입장에서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문제다. 소량만 보유하더라도 북한의 방공 능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전, 정보전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김정은은 한미 양국의 견제를 뚫고 Su-35S라는 위험한 장난감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 네트워크)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김정은의 ‘7일 전쟁’ 시나리오... 가능성 있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김정은의 ‘7일 전쟁’ 시나리오... 가능성 있나

    김정은이 집권 직후 북한군에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작전계획 수립을 지시했으며, 지난해까지 전쟁 준비를 완료하고 올해를 통일대전의 해로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15년 통일대전 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과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 2011년 12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직후 한반도 전면전 작전계획 수립을 지시했으며, 2012년 8월 25일 원산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이른바 ‘7일 전쟁’으로 전해지는 작전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원산에서 열린 회의에는 당 중앙군사위원들은 물론 군단장급 이상 고위 장성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이 회의를 통해 총참모부가 수립한 작전계획을 확정하고 이 작전계획에 맞춰 각 군단이 세부 작전계획을 수립해 훈련을 실시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지시했다는 작전계획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北 작전계획의 5단계 시나리오 이번에 정부 당국자와 군 소식통이 전했다고 하는 김정은의 작전 계획 가이드라인은 사실 전통적인 북한군 전쟁 전략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핵과 미사일 사용을 작전계획에 명기하도록 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이번에 보도된 북한의 새로운 작전계획은 지난 2013년에 북한이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서 공개했던 ‘3일 전쟁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전쟁 전략은 지난 1971년 인민군 창건 23주년 기념 보고대회에서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 한익수 상장이 발표한 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김일성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쟁 전략의 핵심은 선제 기습공격 · 단기속전속결전 · 배합전 등으로 요약되며,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다듬어 가고 있는 전쟁 전략 역시 이 전략의 틀 안에서 수립되고 있다. 북한이 수립했다는 새로운 작전계획은 우리 군의 전면전 작전계획인 ‘작전계획 5027’과 마찬가지로 5단계로 나뉘어 전개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1단계는 전쟁 개시를 위한 국지도발 단계다. 선제 기습 전략에 따라 북한은 전방 북방한계선(NLL) 일대나 서북도서 지역에서 아군 함정을 공격하거나 백령도·연평도 등에 포격을 가하고 공기부양정과 항공기 등을 이용해 섬을 점령하는 등의 기습적인 국지 도발을 걸어온다. 우리 군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한민국 국방부장관, 최윤희 합참의장 등이 “적이 도발할 경우 도발 원점은 물론 지휘·지원 세력까지 응징하겠다”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며, 이러한 반격은 포병 화력은 물론 전투기와 전투함 등의 전력과 미군 전력까지 동원할 수 있도록 미국과 공동 대응 계획까지 수립되어 있다. 지난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에도 남쪽 해상을 향해 포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던 우리 군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훈련에 대해 자신들의 영해에서 사격 훈련을 하는 등 남측이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하며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었던 것처럼 북한은 우리 군의 훈련 상황을 구실로 선제 도발을 감행한 뒤 이에 대해 우리 군이 반격하면 최초 도발 원점 인근의 지원 전력까지 모두 끌어 모아 대대적인 공세를 펴면서 전면전의 포문을 열 것이다. 2단계는 전면전 확전 단계다. 우리 군 수뇌부가 강조해왔던 ‘도발 원점 및 지휘·지원세력까지 응징’을 수행하는 전력은 전방 지역의 자주포 및 다련장로켓, 해군 호위함과 구축함, 공군 전투기 등이다. 우리 군은 국지도발 대비계획에 따라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어느 부대의 어떤 전력이 어떤 무기로 몇 발의 사격을 가해 보복 타격에 나선다는 세부 지침을 수립해 놓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더라도 최단시간 내에 적 도발 및 지원 세력을 제거하고 현장에서 상황을 종결지음으로써 확전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북한이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의도하고 도발을 감행했다면, 응징에 나선 아군 전력에 대한 공격에 나섬으로써 ‘도발-응징보복-재보복’ 형태로 무력 충돌 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이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이 차후 도발 시 북한의 갱도 진지를 타격하기 위해 서북도서에 자주포와 다련장로켓을 증강 배치하자 이 자주포와 다련장로켓을 타격할 수 있는 175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황해남도 일대에 추가 배치한 사례나 우리 공군 전투기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SA-5 등 지대공 미사일을 전방에 추진 배치한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가령 연평도에 배치된 우리 해병대가 포탄 사격 훈련을 실시할 때 이를 구실 삼아 황해남도 강령군과 옹진군 일대의 해안포가 연평도에 포격을 실시한다. 연평도의 해병대 K-9과 증강 배치된 다련장 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등이 해안포를 타격하면, 강령군과 벽성군, 옹진군 일대에 증강 배치된 122mm, 240mm 방사포가 우리 해병대 포대에 보복 사격을 가한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타격하기 위해 KF-16 전투기와 F-15K 전투기가 나서면 황해북도 사리원시와 봉산군 일대에 배치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SA-5와 황해남도 해주시와 옹진군 일대에 배치된 SA-2/3 지대공 미사일은 물론 백령도와 가까운 황주 비행장에 전진 배치된 MIG-23 전투기를 이용해 요격에 나서는 한편, 우리 공군의 전투기 증원을 막기 위해 최근 개발 완료 단계에 와 있는 사거리 200km 이상의 300mm 방사포 KN-09와 와 신형 지대지 탄도 미사일 KN-10을 이용해 우리 공군기지 활주로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설 것이다. 장사정포와 방사포 등 포병이 일제 사격을 시작했다는 것은 전술 용어로 ‘공격준비사격’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사격 후 전방 4개 전연군단과 제2, 제3 제파를 구성하는 후방 예비 부대가 대대적인 공격 작전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의도대로 국지적 도발이 전면전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이것이다. 3단계는 미 증원 전력의 차단이다.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해ㆍ공군 가용 전력을 우선 투입하고, 신속억제방안(FDO : Flexible Deterrence Option)에 따라 SBCT(Stryker Brigade Combat Team)를 한반도에 증원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이를 전투력증강(FMP : Force Module Package) 단계로 확대해 병력을 증원한다. 이 전력으로도 확전을 막지 못하고 대규모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시차별 부대 전계 제원(TPFDD : Time Phased Forces Deployment Data)에 따라 대규모 지상군과 함정, 항공기를 한반도 전역에 투입한다. FDO로 파견되는 일명 ‘스트라이커 부대’는 3,700여 명의 병력과 330여 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로 구성되며, 수송기를 통해 하와이와 미 본토에서 96시간 이내에 한반도에 전개되며, 이 부대가 증원되어도 전쟁 억제 및 확전 방지에 실패할 경우 FMP에 따라 SBCT가 추가로 증원되는데, FMP로 투입되는 전력은 미국 본토 서부 워싱턴 주 소재 루이스-맥코드(Lewis-McChord) 합동기지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인근의 시애틀 기지에서 고속수송선에 적재되어 부산항에 도착하려면 약 15~20일 가량이 소요된다. FMP로도 북한군 저지에 실패할 경우 TPFDD에 따라 주방위군과 예비군이 소집되며, 전차와 장갑차로 무장한 HBCT(Heavy Brigade Combat Team) 부대가 전개되는데, TPFDD에 반영된 미군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완전히 전개하는데는 약 2개월이 소요된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미군 TPFDD 전력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하며, FMP 전력이 들어오기 전에 부산을 점령하고 종전을 선언한 뒤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김정은 새로운 작전계획에 핵과 미사일 사용 반영 김정은이 새로운 작전계획에 핵과 미사일 사용 계획을 반영하라고 지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 본토에서 전략수송기로 나흘 내에 들어오는 FDO 전력은 막기 어렵다 하더라도 알래스카와 하와이, 괌, 일본에 배치된 FMP 전력의 발을 묶어 놓을 수만 있다면 손쉽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 도달이 가능한 핵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하거나,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알래스카와 괌, 일본, 하와이 등에 발사해 미군의 신속한 증원을 막으려 할 것이다. 4단계는 배합전과 남조선 혁명이다. 배합전(配合戰)은 문자 그대로 정규전과 비정규전이 뒤섞인 전쟁 형태이다. 휴전선 일대에서는 북한군을 동원해 대규모 재래식 전쟁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특수부대를 남한 후방에 침투시켜 주요 시설 파괴, 요인 암살, 보급로 차단 등으로 한국군 후방에 제2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제2전선이 형성되면 우리 군은 전방 지역에 증원 병력을 보내기가 어려워지고, 보급이 어려워지면서 전쟁 지속 능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후방 지역에 고향이 있는 장병들의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수부대와 종북 세력을 규합한 소요 사태 유발 역시 배합전 전략의 일부다. 이러한 전략은 과거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집어 삼키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전략이었다. 평화와 반외세·민족공조를 부르짖던 과거 북베트남이 제1야당 지도자였던 쭈옹 딘 쥬(Truong Dinh Dzu), 반전·반미 시위에 앞장섰던 짠 후 탄(Tran Huu Thanh) 신부, 월남 정부에 대한 비난 기사를 쓰면서 군사기밀을 북베트남에 빼돌렸던 팜 쑤안 안(Pham Xuan An) 기자 등은 지속적으로 반정부 시위와 소요 사태를 일으켜 남베트남의 전쟁 수행 능력과 의지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데, 종전 이후 이들은 북베트남의 간첩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압도적인 병력 우위와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남한의 군사 역량을 소멸시키고, 제2전선 형성을 통해 남한 전역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다음 실시되는 마지막 5단계는 종전 선언과 ‘반동분자 색출’이다. 이 과정은 과거 6.25 직후 북한군 점령 지역에서 공산 세력이 붉은 완장을 차고 앞장서서 지역 유지와 부유층, 군과 경찰 등 공무원들에 대한 처형에 나섰던 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될 것이다. 김정은은 이 모든 과정을 7일 이내에, 이것이 녹록치 않다면 15일 이내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북한군은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이후 빠른 속도로 변모해가고 있다. -北, ‘의지’ 뒷받침할 ‘능력’ 확보에 총력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재래식 군사력에 투자할 돈이 없었다. 그러나 1997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북포용정책에 따라 대북 현물 지원이 급증하면서 10여년 가까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다. 1998년 러시아로부터 BTR-80A 보병전투차량 수십여 대를 구입했고, 1999년에는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개량형 MIG-21 전투기 40여 대를 도입했다. 같은 시기 중국과 러시아, 독일에서 폭풍호 전차에 사용된 디젤엔진과 장갑차, 헬기 등을 수입하는 등 연 평균 1억~3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해외에서 수입했다. 북한군의 재래식 군사력 강화는 김정은 집권 이후 더 빠른 속도로 추진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제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핵미사일이라는 수단을 손에 넣음으로써 미국의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자마자 재래식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7월 전승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신형 무기체계들을 대거 공개하면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증강이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2014 국방백서'를 보면 최근 북한은 노후 전차를 퇴역시키고 폭풍호와 선군호 등 신형 전차를 대량으로 생산해 전체 전차 보유량을 100여 대 증가시켰으며, 장갑차 역시 신형 장갑차인 BTR-80A를 모방 생산해 200여 대 증가시킨 것이 확인되고 있다. 포병화력 역시 신형 방사포를 대량 배치하면서 그 수가 무려 700문 이상 증가했다. 신형 전차와 장갑차 수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은 북한이 대규모 포병 화력을 통해 한국군을 조기에 무력화시키고, 기계화부대를 이용해 기동전을 벌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군력 분야에서도 소형 경비정과 어뢰정 위주의 전력을 탈피해 신형 미사일과 함포를 탑재한 중형 전투함들을 건조하고 있으며, 신형 잠수함과 스텔스·고속 성능이 강화된 침투용 선박을 대량 건조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해상에서 파상 공세를 퍼부어 한국 해군을 개전 초기에 제압하고, 고속 침투용 선박을 이용해 특수부대를 대량으로 침투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처럼 김정은 후계자 등극 직후부터 할아버지 김일성 시기부터 기획된 전면 남침 시나리오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작전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이 작전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는데 총력을 기울여 오면서 ‘2015년 통일대전’ 주장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이제 김정은이 그토록 외쳐왔던 ‘통일대전 완성의 해’인 2015년에 되었고, 이립(而立)을 갓 넘긴 그의 손에는 핵미사일과 120만 대군이라는 위험한 장난감이 쥐어져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치킨으로 전투기도 살 수 있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치킨으로 전투기도 살 수 있다

    포클랜드를 두고 영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로부터 12대의 전투폭격기를 임차하기로 합의하면서 현지 언론과 누리꾼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신형도 아닌 구식 전투기 12대를 임대하는 것이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르헨티나가 빌려오는 전투기가 ‘러시아판 F-111’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정밀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어 포클랜드에 배치된 영국군에게 큰 위협이 된다는 것도 있지만, 거래 방식이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전투기 임대료는 ‘쇠고기’와 ‘밀’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는 유럽에서 ‘아르헨티나 드림’을 꿈꾸며 이주할 정도로 부유하고 살기 좋은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 리'의 원작인 '아페니니 산맥에서 안데스 산맥까지'라는 아동 단편소설 역시 아르헨티나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이탈리아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었을 만큼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강대국이자 희망의 나라였다. 1920년대 세계 대공황의 여파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긴 했지만, 넓은 영토와 탄탄한 1차 산업이 유지되고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군사력은 ‘썩어도 준치’였다. 1980년 포클랜드 전쟁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의 양대 강국으로 항공모함과 순양함, 중형 잠수함, 당시 기준으로 최신 전투기를 다수 보유한 군사강국이었다. 그러나 포클랜드 전쟁에서 무려 100여 대의 항공기와 8척의 군함을 상실하면서 군사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전쟁 이후 패전에 의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20년 가까이 제대로 된 무기 도입을 하지 못해 현재는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노후 장비만 보유한 나라로 전락했다. 아르헨티나 주변에는 안보를 위협할만한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노후 전투기나 군함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전투기와 군함이 너무 낡아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신형 무기 도입이 필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포클랜드에 영국이 지난 2008년부터 전투기와 구축함을 증강 배치하면서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형 전투기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가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은 이스라엘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스라엘제 크피르(Kfir) 전투기 18대 도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1월 도입이 성사되는 듯 했으나, 협상 타결 직전 영국의 압력으로 협상이 유야무야되면서 전투기 도입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웨덴과 접촉해 최신형 전투기인 JAS-39E 그리펜(Gripen) NG 전투기 도입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전투기는 전체 부품의 약 28%가 영국에서 생산되고 있었고, 당연히 영국은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그리펜 전투기 도입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영국의 집요한 방해공작을 피하기 위해 아르헨티나가 눈을 돌린 곳은 러시아였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0년부터 러시아제 무기 도입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돈 없는 고객인 아르헨티나 보다는 돈 있는 국가인 영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수송헬기 몇 대 도입하는 것 말고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사이가 급격히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러시아와의 무기 도입 협상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에 중고 전투기와 군함을 임대 또는 판매해 줄 것을 요청했고, 러시아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변수는 ‘결제방식’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여름 디폴트를 선언했고,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대외 부채가 1320억 달러를 넘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 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돈은 없어도 무기 도입은 절실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가 러시아에 제시한 결제 방식은 ‘바터 무역(Barter trade)' 즉, 물물교환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돈은 없지만 콩과 밀, 쇠고기 등 농축산물은 풍부한 나라이고, 세계적인 농축산물 수출국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에게 풍부한 밀과 쇠고기로 전투기 임대료를 내겠다고 러시아에 제안했다. 전투기 임대 계약은 스위스와 체코, 스페인 등의 국가가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종종 썼던 방식인데, 계약 기간이 길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간 내에 전력 증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은 없는데 전력공백 문제가 시급한 아르헨티나에게 농축산물과 전투기 물물교환은 매력적인 결제 방식이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로부터 밀을 수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쇠고기는 이야기가 달랐다. 러시아는 과일과 채소류, 육류 등을 매년 400억 달러 이상 수입하는 세계 5위의 농축수산물 수입대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 EU, 호주 등 주요 농축수산물 수출국들이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하자 이에 격노한 푸틴 대통령이 이들 국가로부터의 농축수산물 수입을 1년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버리면서 러시아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버렸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축수산물의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하던 중 돈은 없지만 농축수산물은 풍부해 현물로 대금을 지급하고 무기를 도입하려는 아르헨티나와가 물물거래를 제안해 온 것이었다. 러시아는 입장에서는 도태 장비인 Su-24를 아르헨티나에 빌려 줌으로써 노후 항공기 운용에 필요한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대 대금으로 농축산물을 들여와 국내 식료품 가격 안정도 도모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역시 강력한 정밀유도무기 운용이 가능한 Su-24 도입을 통해 공군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위축되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태국도 ‘닭’으로 전투기 구매한 적 있어 물물교환을 통해 전투기를 도입한 사례는 아르헨티나 이외에도 태국이 있다. 사실 ‘먹을 것’으로 전투기 대금을 지급한 원조는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지난 1992년 64대의 F/A-18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전투기 구매 대금에 상당하는 절충교역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순록고기도 있었다. 여담이지만 순록고기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이나 독일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소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팔리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핀란드에 F/A-18 전투기를 판매했던 맥도널 더글러스 공장의 구내식당의 메뉴로 순록고기가 질리도록 올라왔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전투기 대금으로 순록고기를 직접 지불했던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의 순록고기의 미국 시장 판매를 요구했던 것이고, 이 물량 일부를 전투기 제작사가 떠안은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순록고기로 전투기를 구매했다고 볼 수는 없다. ‘먹을 것’으로 물물교환을 통해 무기를 구매한 대표적 케이스는 태국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지난 2000년대 이후부터 중국 위협론이 대두되면서 군비 증강 열풍이 불고 있는데,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인접한 국가들이 전투기와 호위함, 잠수함 등을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경제가 어렵던 태국은 이러한 무기 대량 구매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위협 때문에 군사력 현대화는 절실했고, 우선 노후화된 F-5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신형 전투기 도입에 착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태국은 미국의 F-16, 러시아의 Su-30과 MIG-29, 프랑스의 라팔(Rafale) 등을 후보 기종으로 놓고 신형 전투기 구매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태국은 대당 1억 달러에 가까운 고성능 전투기를 구매할 여력이 없었지만, 당장 전투기는 급했기 때문에 지난 2004년부터 ‘닭 물물교환’을 통해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세계 4위의 닭 수출국인 태국은 2004년 여름 아시아를 덮친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 수출길이 막히자 “닭을 시장에 팔 수 없다면 물물교환이라도 해서 시장에 진입해야지 언제까지고 닭을 태국에 썩혀둘 수 없다”는 탁신 총리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물물교환 방식으로 무기 도입을 추진했다. 태국이 가장 먼저 물물교환 의사를 타진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태국정부는 Su-30MK 전투기와 MIG-29를 저울질 하다가 인접국인 미얀마와 말레이시아가 MIG-29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MIG-29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Su-30MK를 도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곧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을 통해 “닭 25만 톤을 Su-30MK 전투기 6대와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이미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닭을 수입하고 있었고,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태국에서 닭을 구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에게 매달렸다. 2005년 미국 정부에 냉동 닭 8만 톤을 제공하는 대신 F-16 전투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2006년 봄에 쿠데타가 일어난 직후 미국이 군사정권에 대한 무기 수출을 거부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러시아와 미국에게 퇴짜를 맞은 태국은 프랑스에 닭 - 전투기 물물교환 의사를 타진했으나 애초에 유럽 최대의 닭 생산국 가운데 하나였던 프랑스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태국이 마지막으로 눈을 돌린 곳이 스웨덴이었다. 2006년부터 본격화된 협상에서 태국은 냉동 닭고기와 고무, 쌀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고 JAS-39C/D 전투기 6대와 Saab 340 조기경보통제기 1대, 각종 미사일 등을 받아오는데 합의하고 2008년과 2010년에 비슷한 조건으로 총 12대의 전투기를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냉동 닭 1마리에 평균 1kg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약 8,000만 마리의 닭이 희생되어 6대의 전투기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 전투기는 체급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FA-50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성능은 최신형 F-16에 버금가는 강력한 수준을 자랑하는 기종이기 때문에 태국의 공군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 태국공군 역시 이 전투기의 성능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2013년 말부터 6대 추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태국은 이번에도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를 원하고 있어 스웨덴 정부가 과연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독도 근해작전 함께 나갔다가…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독도 근해작전 함께 나갔다가…

    해군이 3척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구축함 중 2척이 독도 기동경비작전에 나섰다. 세종대왕함은 진작에 동해 경비작전 수행 중 독도 근해 어선침몰 구조작업을 지원하였고, 율곡이이함은 세종대왕함과 합동기동훈련을 위해 2014년의 마지막 날 독도로 향했다. 해상에서 적의 유도탄이 율곡이이함을 공격했을 경우 막아내는 훈련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추적하는 훈련도 수행하며 세종대왕함이 작전 중인 독도 근해로 항해해 나갔다. 율곡이이함의 전투정보실을 빽빽히 둘러싸고 있는 각종 화면들은 북한 전역을 현미경 보듯이 비추고 있어서 든든하기 그지 없었다. 아쉬운 점은 탄도탄 추적은 최고로 잘하는 우리 이지스함들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미사일이 없어서 반쪽의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서해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날씨가 좋아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하였으나, 변화무쌍한 바다의 날씨는 그런 행운을 용납하지 않고 2015년이 됨과 동시에 약 5m의 파도와 시속 90km 이상의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1만t짜리 대형 구축함도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침대에서 두어번 굴러떨어지기도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항해를 거듭한 결과 새해 첫 일출이 예보된 7시 26분을 한시간 쯤 남겨둔 시간에 독도 근해에 도착했다. 하지만 독도 근해의 시야는 50m도 채 되지않는 최악의 상황이었고, 거센 파도와 눈보라가 율곡이이함을 때리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고 레이더상으로만 보이는 세종대왕함과 교신하며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독도 주변을 항해하던 중 일출시간 전쯤 기적처럼 눈보라가 사라지며 세종대왕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독도와 세종대왕함을 배경으로 한 일출 광경은 보지 못했지만, 이런 악천후 속에서도 우리 영토 독도를 지키고 있는 해군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였다. 눈덮힌 독도와 세종대왕함의 모습은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화면처럼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세종대왕함과 새해 덕담과 함께 서로의 임무 수행 완수를 격려하는 무전을 주고 받은 율곡이이함은 다시 뱃머리를 서남쪽으로 돌렸다. 당초 예정되었던 링스헬기의 대잠훈련은 악천후로 실시하지 못하고, 폭풍우를 뚫고 서쪽으로 몇시간 항해하자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나타났고, 육상기지에서 날아온 UH-60헬기로 취재기자들을 떠나보낸 율곡이이함은 다시 동해바다를 지키는 경비작전에 들어갔다. 남북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대화와 교류를 희망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은 이미 2015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선포하는 등 올해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든든한 안보의 뒷받침은 걱정 없이 대화와 교류를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또한 일본의 아베정부는 연이은 선거의 승리로 우경화를 가속해가고 있다.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을 분쇄하고, 북한 핵에 대한 위협 감소에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들이 앞장 서 나갈 것임을 새해 첫날 폭풍우 치는 독도 해상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글·사진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kdn040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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