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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상징 국수와 파스타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상징 국수와 파스타

    국수만큼 거의 세계 전역에서 즐기는 음식도 흔치 않다. 국수의 모양이나 요리법, 곁들이는 고명은 지역의 특징에 맞게 변천했지만 그 원형은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중요한 상징이다. ●실크로드 타고 신라 ~ 고려 때 전래 면(麵)은 중앙아시아로부터 전해진 밀가루를 이르는 말이다. 진나라 때 서역인이 ‘밀’이라고 부르는 말을 한자로 음차한 것으로 보인다. 국수는 기원전 5000~6000년쯤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음식이었다. 반면 서양인은 기원전 3000년쯤부터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었다. 국수가 빵보다 역사가 깊은 셈이다. 남방의 쌀과 달리 밀은 북방의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반죽한 밀가루를 굳이 수고스럽게 손바닥으로 비벼서 가는 국수 형태로 만든 것은 잠시 머문 정착촌에서 국수를 물에 삶을 때 되도록 빨리 익히기 위해서다. 가느다란 국수가 식감이 좋고 소화도 잘 됐을 것이다. 다시 이동할 때에는 반죽한 것만 잘 보관하면 그만이다. ●4종 국수에서 60여가지 국수 음식 탄생 국수는 기원전 1~2세기 후한 때 실크로드 상인에 의해 동쪽으로 전파된다. 중국 송나라의 수도 카이펑에서는 개방된 국제도시답게 노점이 성행했다. 이 노점에서 국수에 국물을 붓고 고기 절편 등 고명을 얹어 먹었다. 이 시기인 (통일)신라 또는 고려 초 한반도에도 국수가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 땅에선 밀가루가 귀한 식재료였다. 따라서 조선 시대 때까지도 결혼식, 회갑연, 제례일 등 특별한 날에만 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이는 요즘 결혼식장에서 잔치국수를 내놓고 제사상에 삶은 국수를 올리는 전통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국수 요리는 크게 냉면, 비빔국수, 국수장국(온면), 제물칼국수로 나뉜다. 이 4종에서 무려 60여 가지의 국수 음식이 탄생한다. 우리는 메밀이나 녹두 가루도 국수 재료로 썼다. 경북 안동의 건진국수는 일종의 칼국수이긴 한데, 이를 다시 온면 방식으로 국수를 건져 육수를 붓는 정성을 더 들였다. ●이슬람 세력이 유럽 전파… 소스 이용 동양에선 국물과 함께 먹는 국수 음식이 발달된 반면 서양에선 국물 없이 소스를 이용한 국수를 선호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중동에선 신흥 이슬람 세력이 힘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슬람 세력은 중앙아시아도 손에 넣으며 현지 음식인 국수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인 시칠리아마저 정복한다. 827년 이슬람군 1만명이 시칠리아 섬에 상륙해 200여년 동안 지배하면서 중앙아시아에서 배운 국수 요리를 처음 유럽 땅에 전파한다. 유럽 남부의 지중해 근처에는 흰 경질밀보다 노란 듀럼밀이 흔했다. 듀럼밀은 단단하고 거칠지만 접착력과 탄력성이 좋다. 우리가 아는 파스타의 노란색 국수 원료다. 스파게티는 300여종에 이른다는 파스타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이슬람인들은 듀럼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고, 이게 이탈리아 본토인 나폴리 등을 거쳐 오늘날 세상에 퍼진 파스타가 된다. ●포크로 사용하기 편하게 모양 변형 긴 가닥의 국수가 마카로니 등처럼 짧고 도톰한 모양의 파스타로 바뀐 것일까. 동양에서는 고대 시절부터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했다. 젓가락은 길고 미끌미끌한 국수 가닥 한 올까지 잘 잡을 수 있다. 반면 서양인은 포크를 쓴다. 일반 백성은 대부분 손이나 작은 칼을 썼다. 가느다란 국수 가닥을 잡기에는 불편했을 것이다. 따라서 더 굵거나 또는 나사 모양으로 돌돌 감은 국수를 파스타의 재료로 사용했다. kkwoo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청년’ 푸드트럭의 불법영업 꼬리표를 떼주자/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청년’ 푸드트럭의 불법영업 꼬리표를 떼주자/한준규 사회2부 차장

    “‘불법영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요. 맛있게 드세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 참가할 푸드트럭을 선정하는 품평회가 열렸다. 형형색색으로 멋지게 꾸민 푸드트럭 17대가 참가했다.  음식도 다양했다. 두껍게 다진 고기 덩어리 패티와 신선한 채소가 조화를 이룬 수제 햄버거, 치즈와 야채 등을 듬뿍 올리고 화덕에서 갓 구워 낸 피자, 돼지 등갈비를 바로 조리해 낸 폭립, 직접 만든 나초에 노란 치즈를 듬뿍 올린 나초치즈 등은 지나가는 시민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또 어른 얼굴의 세 배만큼 큰 솜사탕을 만드는 ‘앤디캔디 솜사탕’, 소시지를 직접 만들고 스웨덴에서 공수한 밀가루 전병에 싸서 먹는 ‘스웨덴 핫도그’ 등 참가한 셰프들은 좋은 재료와 독특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참가한 푸드트럭의 셰프들은 자부심도 대단했다. 미국 뉴욕 연수 기간에 맛본 햄버거를 잊지 못해 지난해 푸드트럭에 도전했다는 ‘서울트럭’의 두 여대생 셰프는 “신선한 고기로 직접 패티를 만들고 아침마다 신선한 채소를 준비하는 등 유명 수제버거보다 더 맛있고 영양 만점”이라고 자랑했다. 이 젊은 셰프들은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몇 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2000여만원을 투자해 깨끗한 조리 시설과 좋은 음식 아이템 등을 갖췄지만, 막상 장사할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한 참가자는 “인적이 드문 공원 등에서 장사하면 누가 찾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불법인 줄 알면서 주말이면 이태원과 대학로 등에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이번 야시장에 꼭 참가하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부는 2014년 3월 규제개혁 1호로 ‘푸드트럭’ 합법화를 내걸었다. 청년 실업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푸드트럭’은 본래 취지를 상실한 채 표류했다. 개조 비용과 영업 허용 장소 제한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취업절벽’에 부딪힌 청년들이 푸드트럭에서 돌파구를 찾지만, 현행법으로 우리 사회는 오히려 이들을 ‘범법자’로 내몬 셈이다. 푸드트럭은 유원시설, 관광지, 체육시설, 도시공원, 공유재산, 조례로 정하는 장소 등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유동 인구가 없고 대부분 수익을 보장받기 어려운 곳이다. 트럭을 몰고 인파가 붐비는 곳을 찾아 움직이려고 해도 지정 장소가 아니면 불법영업으로 단속 대상이 된다. 푸드트럭 영업허가가 행정자치부에서 서울시 등 지방정부로 위임됐으니 지방정부가 당연히 나서야 한다. 서울시가 이번 ‘밤도깨비 야시장’을 기획한 것도 이 청년 창업자들에게 길을 열어 주려는 시도다. 또 지난 2월 23일 공청회를 열어 푸드트럭의 영업 장소 확대를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달 영업 장소 확대 조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합법적인 푸드트럭존 근처에 불법 노점의 진입도 막아야 한다.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가는 길목인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는 인도를 무단 점거한 채 하얀 연기를 뿜으며 닭고치와 떡볶이 등을 파는 불법 노점이 가득했다. 축제 현장에서 불법 노점이 판치면 합법적 푸드트럭의 의미가 퇴색한다. 지방정부의 노력만이 2평 남짓 좁은 푸드트럭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는 청년 창업자의 희망이다. 푸드트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햄버거 체인으로 성장한 미국 뉴욕 셰이크섁 버거처럼 우리나라에도 성공한 푸드트럭 청년 창업자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hihi@seoul.co.kr
  • [비즈+] 워크아웃 졸업한 동아원 ‘사조동아원’으로 새출발

    동아원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를 졸업하며 ‘사조동아원’으로 4일 새롭게 출범했다. 사조동아원은 사조산업, 사조해표,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등 사조그룹 내 식품 계열사에 밀가루를 직접 공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동아원에 대한 워크아웃이 결정된 뒤 2개월 만에 사조그룹은 1000억원을 투자해 한국제분과 동아원 등 8개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 계급이 빚은 빵, 문명이 차린 아침식사

    계급이 빚은 빵, 문명이 차린 아침식사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윌리엄 시트웰 지음/안지은 옮김/에쎄/608쪽/2만 6000원 아침식사의 문화사/헤더 안트 앤더슨 지음/이상원 옮김/니케북스/496쪽/2만 2000원 뱃속의 기쁨을 채우고자 하는 식욕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다. 프랑스인 미식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식은 “삶을 지배하는 주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생활은 삶의 소비로 인해 지친 이들에 대한 위로다. 미식을 탐하지 않는 자는 없다. 신간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에쎄)와 ‘아침식사의 문화사’(니케북스)는 4000년에 이르는 음식 역사와 식습관, 그리고 인류가 맛본 요리들이 무엇인지를 탐구한 책이다.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가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레시피를 발굴해 미시적으로 들여다본 음식의 연대기라면 ‘아침식사의 문화사’는 아침 식사가 인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를 종교, 무역, 기술, 편리성 등 4가지 측면에서 흥미롭게 펼쳐낸다. 인류 문명은 빵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빵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레시피가 거의 똑같다. 고대 이집트 룩소르의 세네트 묘실에는 빵을 굽는 장면이 세밀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묘사돼 있다. 이 벽화에는 곡물을 밀가루로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나무 그릇에 곡물을 빻고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거나 화덕에 넣어 빵을 굽는 노동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 벽화에 나오는 빵은 오늘날의 피타 빵과 흡사하다. 이집트인들도 효모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여 지금의 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세시대의 빵은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귀족들은 하얀 맨치트 빵을, 상인들은 밀로 만든 둥근 빵, 가난한 서민들은 겨로 만든 빵을 먹었다. 귀족들은 흰색 빵을 손님에게 내놓으며 신분을 과시했고 수도원에서도 서열이 높은 성직자일수록 흰색 빵을 먹었다. 흰색 빵은 11세기부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16세기 후반에야 대중화된다. 1588년 출간된 요리책인 ‘좋은 주부가 주방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음식들’에는 흰색 맨치트 빵의 레시피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고운 밀가루 28㎏과 미온수 3.7ℓ, 하얀 소금 한 줌과 효소 570㎖를 골고루 잘 섞어 반죽한 다음 30분간 내버려 뒀다가 화덕에 넣고 1분 정도 익힌다.’ 지금의 레시피와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은가. 고대와 중세시대 요리의 레시피는 현대에 와서 재현되기도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고급 레스토랑인 팻덕의 셰프 헤스턴 블루먼솔은 2011년 ‘고기 과일’이라는 중세 요리를 재현해 미슐랭 별 3개를 받기도 했다고 책은 소개한다. 인류는 이 같은 요리들을 시대별로 즐겼지만 아침 식사의 경우 종교적으로 억압된 암흑기도 있었다. 중세에 접어들면서 아침 식사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대상으로 전락한다. 과식, 과음 등 육체에 관한 모든 쾌락이 억압된 중세시대 도덕론자들은 점심과 저녁 두 끼면 하루 식사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또 아침을 챙겨 먹는다는 의미는 힘든 농사일을 하는 빈민층을 상징하는 일종의 표식으로 여겨졌다. 15세기 중반이 돼서야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 같은 옹호론자 덕에 아침 식사가 전 유럽에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 책은 17세기의 ‘무역’ 열풍도 아침 식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아침 식탁에 등장하는 홍차, 커피, 카카오가 모두 이 시기에 유럽으로 유입됐다. 18세기 영국인과 미국으로 건너간 유럽인은 아주 푸짐한 아침 식사를 즐겼는데 이는 너무 바빠서 점심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배려였다고 책은 말한다. 종교와 무역에 이어 아침 식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기술’이었다. 1760~1840년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물류 수송이 원활해지고 중산층이 부상하면서 아침 식사는 그 이전 시대보다 호사스러워졌다. 19세기 말 이후 아침 식사의 대명사 격인 시리얼은 전 미국의 식탁을 접수하며 표준이 됐다. 하지만 저자가 그리는 아침 식사의 미래는 풍성하다. 지금처럼 허겁지겁 먹는 ‘때우기’ 식이 아니라 10~15년 내에 마치 저녁 식사처럼 느긋하게 코스 요리를 먹는 방식이 될지 모른다고 예견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피부 미인 그녀 순대 마니아?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피부 미인 그녀 순대 마니아?

    오래전부터 동양에선 순대를, 서양에서는 소시지를 즐겨 왔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대로 먹기 어려운 육고기의 잡육을 양념과 함께 잘게 다져 기름진 맛이 풍부한 창자 속에 넣어 만들었다.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순대는 물에 삶거나 찌고, 소시지는 훈제를 했을 뿐이다. ●고구려인도 먹은 순대, 단백질·비타민·철분 가득 순대는 돼지고기 창자를 소금과 밀가루로 깨끗이 빨아 잡내를 제거한 뒤 겉과 속을 뒤집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다. 여기에 두부, 숙주나물, 찹쌀과 각종 향신료를 다져 돼지 피와 함께 넣는다. 순대를 가마솥에 찌면 기름기가 자르르 도는 표면에다, 안의 소에는 적당히 간이 배어들고 선지는 녹말풀처럼 차지게 엉겨 붙어 감칠맛을 더한다. 고기의 단백질과 채소의 비타민, 찹쌀의 탄수화물, 선지의 철분까지 갖췄으니 술안주로나 피부 미용에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순대에 쓰이는 돼지 창자로는 작은 크기의 소창이 많이 쓰인다. 서울이나 중부 지방에선 순대에 찹쌀과 당면을 주로 넣는다. 풍부한 식감은 덜하지만 깔끔한 맛을 낸다. 소창의 아래에 대창이 있는데, 아바이 순대 등은 김밥 둘레보다 더 굵은 대창을 쓴다. 기름기가 많고 더 쫄깃해 추운 함경도에 어울릴 것이다. 그 아래에 막창이 있는데, 껍질이 더 두껍다. 대구 등지에선 술안주로 막창 구이의 씹는 맛을 즐긴다. 북방 음식인 순대의 원형은 찹쌀과 맵쌀을 가득 넣은 아바이 순대일 것이다. 충남 병천은 조선 때 한양을 향한 길목으로서 5일장이 번성하고, 1960~70년대 대규모 양돈장이 주변에 들어서면서 순대가 발달했을 것이다. 병천 순대는 소창에 채소와 돼지 피를 풍부하게 넣고 약간 길게 잘랐다. 경기 백암도 병천과 비슷한 환경에서 역시 순대와 국밥이 발달하게 된다. 백암 순대는 특이하게 소창에 돼지 피 대신에 소 피를 넣었고 채소를 많이 쓴다. 이 때문에 순대의 표면이 흰색이다. 그러나 일부 식객들이 우리 3대 순대로 아바이 순대, 병천 순대, 백암 순대를 꼽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순대는 추운 북쪽에서 남쪽으로 전해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는 영 다르다. 순대를 서울이나 중부 지방에서는 후춧가루를 뿌린 소금에, 호남에선 초고추장에, 또 영남에선 막장(양념 된장)에 찍어 먹는다. 비슷한 순대인데 이렇게 찍어 먹는 기호가 다르기도 쉽지 않다. 반면 제주에서는 순대 옆에 간장이 있어야 한다. 중국 만주 지역에서도 아바이 순대를 양파가 들어간 간장과 함께 먹는다. 혹시 제주에 정착한 고구려인들이 순대를 간장에 찍어 먹던 관습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소시지도 전통 간식… 비엔나·프랑크 질감 달라 고기 내장에 잡육을 넣은 순대나 소시지는 상당히 많은 나라의 전통 음식이다. 인류에게 이만한 간편식과 보양식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시지 역시 순대와 마찬가지로 고기의 소창이나 대창 속에 양념한 잡육을 갈아 넣은 뒤 언제든 편하게 먹었던 음식이다. 우리가 아는 독일의 프랑크 소시지는 속 알갱이를 굵게 했고,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소시지는 그 속에 곱게 갈아 더 부드러운 양고기를 넣었다. 요즘 프랑크 소시지는 잡고기 케이싱(먹을 수 있는 껍데기)으로 길게 만들어 비엔나 소시지와 다른 모양이다. 우리나, 서양인이나 먹는 게 별반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kkwoon@seoul.co.kr
  • [포토 story] 동심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장난감 세계

    "창조하기 위해서는 당신 마음 속의 동심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멕시코 출신의 사진작가 펠릭스 에르난데스 로드리게스가 한 말입니다. 실제 자신의 말을 실천하듯 중년의 그는 여전히 어린이들처럼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특기를 살려 장난감을 사용해 사진 작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눈에 덮힌 자동차와 비행기, 전투를 벌이는 스타워즈 캐릭터 등 몽환적인 그림처럼 보이는 이 작품들은 모두 그의 손 끝에서 완성된 작품입니다. 로드리게스는 "장난감 주위에 밀가루를 사용한 가짜 눈, 담배연기,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배경을 만들고 사진을 촬영한 후 포토샵한다"면서 "이 작품들 모두 동심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경외감마저 자아내는 그의 작품과 그 과정을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해외여행 | 역사가 흐르는 동방의 파리 하얼빈

    해외여행 | 역사가 흐르는 동방의 파리 하얼빈

    정교한 바로크풍 건물 사이로 웅장한 러시아 음악이 흐른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하얼빈. 겨울이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빙등제가 펼쳐진다. 그뿐인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의 현장도 이곳에 있다. 그래서인지 하얼빈은 다른 중국 도시에 비해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하얼빈에서 가장 번화한 중앙대가. 유럽스타일의 건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얼빈합이빈, 哈爾濱은 추울수록 더욱 빛나는 도시다. 일 년의 반 이상이 겨울. 1월 평균기온은 대략 영하 20℃에 이른다.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에는 아이스박스가 필요 없다. 상온에 놓아도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기 때문이다. ‘얼음의 도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매년 1월5일이 되면 세계 3대 겨울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하얼빈 빙등제가 열린다. 눈과 얼음의 축제인 하얼빈 빙등제에 전시할 거대한 얼음조각을 위해 매년 5,000여 명 이상의 조각가가 동원된다. 축제가 시작되면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얼음 조각가들도 바빠진다. 낮에 녹은 얼음조각을 밤새 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화강 북쪽 태양도공원에서는 빙설제도 함께 열린다. 하얼빈은 높은 강설량 덕분에 스키장도 발달해 있다. 일 년 중 스키를 탈 수 있는 날이 네 달이 넘는다. 눈의 질이 좋고 슬로프 경사도 적당해 스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96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른 야부리스키장은 풍부한 자연설로 유명한 헤이룽장성의 대표적인 스키장이다. 하얼빈에서 200km 떨어져 있다. 하얼빈은 중국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헤이룽장성흑룡강성, 黑龍江省의 성도다. 도시 자체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얼빈은 만주어로 ‘그물 말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과거에는 한가한 어촌이었다. 여유로웠던 어촌마을이 동북지역 중심도시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19세기 초 러시아의 철도 기지가 건설되면서부터다. 러시아 사람들이 철로를 건설하면서 30여 개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19개국의 영사관이 들어서고 하얼빈은 국제적인 도시로 재탄생했다. 하얼빈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다. 1946년 4월28일 중국에서 가장 먼저 해방되어, 다른 지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4년에는 국가급 역사문화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예술면에서도 중국 최초로 서양음악을 받아들였으며, 지난 2010년에는 UN 음악도시로 선정되었다. 중국 10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얼빈역에 마련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안중근 의사의 뜨거운 행적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강교항전기념관의 마점석 장군상항일투쟁 역사가 살아 있는 헤이룽장성 하얼빈 하면 빙등제가 떠오르지만, 하얼빈이 속한 헤이룽장성 곳곳에 우리 역사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김좌진 장군, 이범석 총리가 활약한 항일투쟁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얼빈은 항일애국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로 1909년 10월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다. 하얼빈역 플랫폼에는 역사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4년 하얼빈 역사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열어,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기념관은 하얼빈역 앞에 있던 VIP 대합실 일부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입구는 하얼빈역의 옛 모습을 축소해 만들었다. 기념관 안에는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록들과 안중근 의사의 흉상, 손가락을 잘라 조국 독립을 결의했던 그의 손을 형상화한 브론즈 조각품 ‘거룩한 손’, 의거 당시 사진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러 자료들 중 가슴이 뜨거워지게 한 것은 안의사가 하얼빈에서 보낸 11일간의 행적이었다. 얼마나 두려웠을지, 어떻게 마음을 다졌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기념관 한 쪽 벽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저격하는 장면을 그린 대형 벽화가 걸려 있다. 국가 1급 화가 권오송이 그린 작품으로, 인상적이다. 기념관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것이 통유리 너머로 의거 현장을 보는 것이다. 안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현장은 하얼빈역 1번 플랫폼으로, ‘안중근 이등박문 격살 사건 발생지’라는 문구가 천장에 붙어 있다. 역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기념관 안에서 볼 수 있다. 헤이룽장성 제2의 도시인 치치하얼제제합이, 齊齊哈爾에서도 우리의 항일투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치치하얼 태래에 가면 강교항전기념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대한민국 초대 총리를 지낸 이범석 전 총리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강교항일 투쟁은 일제가 만주를 침략한 지 두 달 만에 중국군이 태래현에서 일본군과 벌인 첫 번째 전투로, 중국의 항일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전투다. 이범석 전 총리는 마점석 장군이 지휘하던 중국항일군에 합류해 일본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웠다. 중국 사람들이 731부대가 생체실험에 사용한 도구들을 보고 있다아직 발굴 중인 731부대의 잔해들 731부대 죄증진열관으로 사용되었던 건물. 현재의 731부대 죄증진열관은 이 건물 앞에 2015년 8월15일 3층 규모로 새로 지어진 것이다 731부대에 참여한 조직을 비롯해 고문방법과 과정 등 731부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마루타의 아픔이 느껴지는731부대 죄증진열관 하얼빈에서 꼭 가 봐야 할 곳 중 하나는 731부대 죄증진열관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만행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국인들의 역사적인 상처가 아로새겨진 곳이다. 731부대는 일본 관동군의 세균전 부대로 1945년까지 3,850명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던 부대다. 일본의 비인도적 잔악행위를 보여 주는 곳으로 6개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731부대를 조직하는 과정들이 소개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생생한 기록들이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손과 발을 묶는 족쇄와 수술용 칼, 생체 실험에 사용된 도구와 문서들은 그때의 시간을 보여 준다.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해부실 앞에서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731부대는 이곳에서 100가지가 넘는 실험을 실시했다. 페스트 벼룩을 연구하기 위해 쥐를 사육해 쥐부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731부대는 전쟁이 끝나고 그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 건물을 폭파했다. 그러나 보일러실과 지하실험실 등 잔해가 지금도 남아 있다. 중국정부는 2015년 8월15일 731부대 죄증진열관을 재개관했다. 기존 벽돌건물 앞 부대 터에 검은색 3층 규모의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 입구에는 한국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되어 있어,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하얼빈은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러시아풍 건물의 내부 러시아 문화를 테마로 한 볼가장원. 여름철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러시아풍의 이국적인 거리 중앙대가 하얼빈은 역사적인 도시면서 국제적인 도시다. 특히 러시아 문화가 일찍 들어왔다. 제정 러시아 때는 국제 상업도시로 ‘동양의 파리’로 불리기도 했다. 나중에는 곳곳에 남아 있는 러시아풍의 건물들 때문에 ‘동방의 모스크바’라는 별명도 얻었다. 1913년에는 하얼빈의 인구중 반 이상이 러시아인이었다. 지금도 하얼빈은 러시아와 3,000km가 넘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하얼빈은 중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도시 곳곳에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얼빈에서 러시아 문화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 중앙대가中央大街. 중앙대가는 바로크풍, 르네상스풍 등 여러 유럽스타일의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거리로 하얼빈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1898년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름은 중국대가였는데 1925년 중앙대가로 이름을 바꿨다. 송화강 홍수예방승리기념탑까지 이어져 있다. 유럽 중세거리를 생각나게 만드는 돌로 바닥을 장식한 1.4km의 대로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대로의 보도블록은 당시 1개에 1달러를 투자해 만든 것으로, 100년이 흐른 지금도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와 젊은이들로 활기를 띠는 중앙대가에는 70개 이상의 유럽풍 건축물과 13개의 시급 보호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건축물을 보면 이곳이 중국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점에서도 눈이 큰 러시아 인형을 팔고 있고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러시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하얼빈의 상징인 소피아 성당. 밤에 보면 더 아름답다하얼빈 맥주는 러시아를 통해 전파된 유럽식 맥주 문화를 담고 있다 비잔틴 양식의 소피아 성당 중앙대가 근처에 있는 소피아 성당은 하얼빈의 대표적인 심벌 중 하나다. 비잔틴 양식의 전형적인 러시아 성당으로, 앞에 서면 러시아의 대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소피아 성당은 하얼빈 근대사의 중요한 유적으로 문화혁명 기간에는 성당의 벽화와 십자가가 훼손되거나 분실되기도 했다. 낮에 보는 것도 좋지만 밤에 찾아가 보자. 은은한 조명 덕에 더 고풍스럽게 다가온다. 지금은 ‘하얼빈 건축 예술관’으로 이용되고 있다.하얼빈 시민들의 여름 휴가지로 인기 있는 볼가장원Volga Manor, 伏爾加莊園도 러시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볼가장원은 러시아 문화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호수를 가운데 두고 러시아 정교회와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으며 숲으로 둘러싸인 풍광이 아름다워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볼가장원 안에는 러시아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와 러시아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있어, 다양하게 러시아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중국에서도 유명한 하얼빈 맥주도 러시아 영향을 받은 것 중 하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하얼빈 맥주는 1900년 당시 러시아가 밀려들어오면서 유럽식 맥주문화가 함께 하얼빈에 자리 잡게 됐다. 하얼빈 맥주는 역사만 깊은 것이 아니다. 하얼빈 사람들은 중국에서 1인당 평균 맥주 소비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맥주를 사랑한다. 매년 여름에는 하얼빈 국제맥주축제도 열린다. 자롱자연보호구에서 단정학이 비상하고 있다치치하얼의 자롱자연보호구는 끝없는 갈대밭으로도 유명하다 두루미의 비상을 볼 수 있는 자룽자연보호구 헤이룽장성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것 중 하나가 단정학丹頂鶴이다. 치치하얼은 학의 도시로, 전 세계 2,000마리 중 400마리의 단정학이 살고 있는 자룽찰용, 擦龍자연보호구가 유명하다. 자룽자연보호구는 국제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중요 습지로 2,100km2에 1,000여 종의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 자룽자연보호구의 주인공인 단정학은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로 알려져 있으며 천년을 장수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신성시되는 새다. 머리에 붉은 점이 있어 단정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가롭게 물가에서 노니는 단정학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이 좋으면 단정학이 떼를 이뤄 날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자룽자연보호구의 또 다른 장관은 끝도 없이 펼쳐진 갈대밭. 갈대밭 사이로 나무데크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travel info 하얼빈Airline인천에서 하얼빈까지 아시아나항공과 중국남방항공이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VISA귀국 항공권을 제시하면 72시간 동안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Place동북호림원 | 세계 최대의 호랑이 인공 번식장인 동북호림원東北虎林園. 백두산호랑이 8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넓은 들판에서 어슬렁거리는 호랑이들을 볼 수 있다. FOOD안중근 식단 |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찾아 하얼빈을 찾는 한국 여행자를 위한 ‘안중근 식단’이 있다. 안중근 식단은 안의사가 하얼빈에 11일간 머물면서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들로, 100년 전 하얼빈에서 주로 먹던 음식들이다. 동북지역 탕수육인 꿔바로우鍋包肉를 비롯해, 돼지고기와 조로 만든 궁미완쯔貢米丸子, 아이스크림에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여우자빙군油炸氷棍 등 다양한 서민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안중근 식단을 개발한 음식점은 125년 전통의 식당인 노주가老廚家. 청 말기인 1890년 문을 열어 4대째 이어가고 있는 식당으로 꿔바로우를 만든 원조집이자 인기 음식점이다. 붉은 소시지 | 하얼빈에서 꼭 맛볼 것 중 하나는 붉은 소시지. 헤이룽장성 고기에 마늘과 후추 등 조미료를 넣어 유럽식으로 만든 소시지다. 씹는 맛이 좋다. 아이스크림 | 중앙대가의 마디얼 아이스크림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아이스크림으로 진한 바닐라맛이 특징이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막국수와 소바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막국수와 소바

    겨울이 제철인 메밀에는 각종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 단백질이 다른 곡류에 비해 많다. 그럼에도 메밀국수의 열량은 감자탕의 절반에 불과하고, 라면보다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성인병인 혈관계·간 질환을 예방하며 동시에 다이어트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메밀은 원산지가 북중국의 바이칼 호수 등지로 알려져 우리 선조도 오래전부터 먹었을 것이다. 석 달만 돼도 다 자라니 끼니 걱정을 덜어주는 구황식품이었다. 함경도에서는 뜨끈한 국물에 말아 먹는 메밀국수를 즐겼지만, 강원도 평창 등 영서 지방에서는 시큼한 김치를 양념으로 쓰는 막국수가 유명하다. 메밀과 전분을 섞은 국수에 듬성듬성 썬 김치와 소금에 절였다가 꼭 짠 오이를 얹어 김칫국에 말아 먹는다. 특히 무는 얇게 썰어서 고춧가루로 물들인 뒤 식초와 설탕을 넣고 재웠다가 고명으로 쓴다. 한국에 양념 맛이 강한 메밀 막국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감칠맛이 있는 메밀 소바가 있다. 소바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가다랑어 포와 함께 고등어 포 또는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다 일본간장과 파, 무, 고추냉이 양념을 넣은 뒤 채반에 담긴 메밀국수를 찍어 먹는다. 소바를 말할 때 일본 에도 막부 시대의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빼놓을 수 없다. 학자들은 도쿠가와가 한반도의 신라, 고려, 조선 왕조와 관련이 있는 (통일)신라계 무사 집안의 후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백제계 후손이라는 오다 노부나가와 일본 원주민이지만 주군인 오다를 추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집권 시절엔 은인자중하다가 결국 도요토미가 임진왜란 패전 후 사망하자 정권을 장악한다. 도쿠가와는 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막부의 거점을 관서 지방인 교토에서 관동 지방인 도쿄(에도)로 옮긴다. 귀족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도쿄를 외면했지만, 도시개발에 필요한 일자리를 원했던 젊은이들이 도쿄로 모여들었다. 도쿠가와는 무사인 사무라이를 우대하며 상업과 공업을 중시하는 군사정권의 세습 통치를 한다. 도쿄로 모여든 젊은이들에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할 수 있던 일자리가 많았지만, 먹을거리는 오랜 전통의 교토나 융성하던 오사카에 비할 수 없었다. 이때 길거리에서 후다닥 배를 채우고 일하러 갈 수 있는 일종의 포장마차와 패스트푸드가 등장한다. 그 포장마차의 인기 메뉴가 바로 소바, 스시, 덴푸라인 것이다. 소바는 미리 만들어 둔 간장 육수만 있으면 메밀국수를 빨리 삶아서 후루룩 먹을 수 있다. 아울러 척박한 도쿄 근처에는 메밀밭이 흔했다. 덴푸라는 바다와 가까운 도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던 생선과 어패류 등에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 기름에 튀긴 요리다. 반면 옛 모습이 된 교토와 오사카에서는 그전엔 무시했던 도쿄의 소바, 덴푸라 등을 받아들였으나, 콧대가 센 만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소바의 육수에 비린 맛의 고등어 포 대신 맛깔스런 다시마를 넣었고, 더 연한 간장을 썼다. 덴푸라도 생선 등을 그대로 튀기지 않고 생선살을 곱게 갈아서 채소를 함께 넣으며 고급스러운 맛을 즐겼다. 우리가 아는 어묵의 원형이다. 결국 한반도에서는 농사꾼 등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하던 메밀국수가 동해를 건너 일본 역사상 최고의 중흥기에 상공업 성장을 이끈 중요한 먹을거리로 각광을 받았던 셈이다. kkwoon@seoul.co.kr
  • 사색에 빠지다, 四色 물결 속에 ‘쉼’

    사색에 빠지다, 四色 물결 속에 ‘쉼’

    배 한 번 타면 네 섬을 여행하며 즐길 수 있다. 돌팔매질 한 번에 참새 네 마리 잡는 격이랄까. 전남 신안의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이야기다. 저 유명한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의 북부권에 속한 섬들이다. 다도해 위에 떠 있는 네 섬은 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물수제비 뜨듯 네 개 섬을 오가는 여정이다. 섬은 아련함이다. 누가 찾아올 것도 아닌데, 자신이 떠날 것도 아닌데 섬 사람들은 늘 기대 섞인 시선으로 여객선을 바라본다. 사람이 없는 만큼 사람이 그리운 곳. 그래서 섬이다.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는 신안에 속한 비금, 도초, 안좌 등 9개 면의 섬들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펼쳐진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가운데 북부 지역에 속하는 네 섬은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맨 위의 자은도는 은암대교를 통해 암태도와 연결됐다. 암태도와 팔금도는 중앙대교로, 팔금도와 안좌도는 신안1교로 각각 이어져 있다. 송공항에서 출항한 페리가 닿는 곳은 암태도 오도 선착장이다. 여행객 대부분은 여기서 자은도를 먼저 둘러본 뒤 아래로 훑어 내려가는 여정을 선호한다. 어느 섬을 가더라도 잊지 말고 찾아볼 것 하나. 옛 정취 가득한 돌담이다. 멋 부리지 않은 돌담들이 집과 집, 마을과 마을을 구분 짓고 있다. ●열두 번째로 큰 자은도… 고운 모래·해송 품은 보물 해변 자은도는 전국의 섬들 중 열두 번째로 크다. 섬이긴 하나 어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월등히 많다. 20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대파와 양파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지금은 대파 수확철. 밭고랑마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온 이방인 일꾼들로 빼곡하다. 섬의 자랑은 아름다운 해변이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해변도 있고, 오래 묵은 해송들에 둘러싸인 해변도 있다. 이 때문에 휴가철이면 목포 등 남도에서 온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분계해변이다. 해안 길이는 1㎞ 정도로 짧은 축에 속하지만 모래와 펄이 섞인 바닥이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는다. 경사도 완만한 편. 한참을 나가도 허리춤에서 물이 찰랑인다. 무엇보다 해송숲이 일품이다. 수령 200년은 족히 넘었을 소나무 100여 그루가 해변 뒤에 빼곡하다. 늘씬한 여인의 다리를 닮은 한 소나무 덕에 ‘여인송 숲’이라고도 불린다.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천년의 숲 부문)을 받았다. 자은도 맨 아래의 백길해변은 모래가 유난히 곱고 희다. 규사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밖에 둔장, 신성, 내치 등 크고 작은 해변이 섬 곳곳에 널려 있다. ●바위가 병풍이 된 암태도… 소작농들 치열한 투쟁의 역사 자은도 아래는 암태도다.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황량하고 척박해 예부터 유배지로 이름 높았다. 한데 일제강점기 때 마명방조제를 조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드넓은 갯벌이 옥토로 변하는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이는 1924년 소작쟁의의 도화선이 됐고, 치열한 싸움 끝에 소작인들의 승리로 쟁의는 끝났다.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 대표적 항일농민운동으로,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소작쟁의의 기폭제로 평가받는다. 매향비도 유명하다. 향나무를 묻고 1000년 뒤 다시 떠오른 향나무로 향을 피우면 미륵이 출현한다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장고리 인근 바다에 있다. 추포도 노두가 사라진 건 애석하다. 암태도와 추포도 사이에 놓였던 일종의 징검다리다. 300년 전 주민들이 울력으로 돌을 날라 조성했다. 한데 노두 위로 포장도로가 놓였다. 이를 알리는 안내판이 더 기막히다. 차 안에서 노둣길을 감상하며 가란다. 노두 위에 시멘트로 길을 내놓고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섬 주민의 편의를 위해 도로를 놓으려면 노두를 살리면서 옆으로 나란히 놓았어야 했다. 이제 옛사람들이 힘 모아 만든 노두는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8개 섬이 하나로 메워진 팔금도… 낡은 풍경이 客을 반겨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내려오면 팔금도다. 오래전 팔금도는 매도, 거문도, 거사도, 백계도, 원산도, 매실도, 일금도 등 8개의 섬으로 분리돼 있었다. 이 섬들 사이 갯벌이 간척으로 메워지면서 하나의 섬이 됐다. 팔금도는 네 개의 섬 가운데 가장 작다. 인구도 가장 적다. 그만큼 차분하고 조용하다. 마을에 들면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나무 창틀, 녹슨 대문 등 낡은 풍경들이 객을 반긴다. 팔금면 소재지인 읍리 마을 초입에 삼층석탑이 있다. 고려 때 세워진 석탑으로 추정된다. ●예술의 섬 안좌도… 김환기 화백도 ‘천사 다리’ 건넜을까 안좌도는 흔히 예술의 섬이라 불린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작가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고향이라서다. 한국적 정서를 추상화한 그를 세인들은 흔히 ‘한국의 피카소’라 부른다. 1910년 백두산 나무로 지었다는 그의 생가가 안좌도 가운데에 남아 있다. 마을 이곳저곳과 포구 등도 벽화, 조형물로 장식됐다. 대리마을 우실도 볼만하다. 60여 그루의 팽나무가 마을을 감싸 안고 있다. 400여 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됐던 숲의 일부다. 세 개가 남아 있다는 성기 바위도 찾아보시라. 마을 여자들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세웠다는 남근이 둘, 소나무 사이에 숨긴 여근이 하나다. 안좌도에선 ‘천사 다리’를 걸어야 한다. 바다 위로 길을 내 섬과 섬을 이어 준 나무 다리다. 안좌도와 부속 섬인 박지도, 반월도를 잇고 있다. 박지도와 반월도는 이웃해 있으면서도 섬기는 신이 다르다. 반월도는 할아버지 당을, 박지도는 할머니 당을 섬긴다. ‘할배섬’ ‘할매섬’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오랜 기간 다른 문화 속에 살다 나무 다리가 놓이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천사 다리’로 차량은 건널 수 없고 사람만 오갈 수 있다. 안좌도와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 왕복 3㎞쯤 된다. 갯벌을 가른 나무 다리를 걷는 맛이 각별하다. 먼바다의 섬들이 진주처럼 봉긋봉긋 솟았고, 발 아래 물골마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이 들어 차 보석처럼 빛난다. 이런 물빛, 장흥에서도, 강진에서도 본 적 있다. 우리 청자가 이 물빛을 표현한 것이라 했던가. 저 물골 아래에 인어가 산다면 비늘은 필경 옥빛일 터다. 글 사진 신안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압해도 송공항을 찾아가는 게 관건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에서 압해대교를 건너면 송공항이다. 철부선이 송공항에서 암태도, 팔금도 등을 오간다. 승객 3600원, 승용차(3000㏄ 이하) 1만 8000원. 평일에도 섬을 오가는 차가 많다. 특히 암태도 오도 선착장이 붐비는데, 제 시간에 가도 배를 놓치는 황당한 경우가 생긴다. 당연히 주말엔 더하다. 늘 이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송공항 271-0090. 섬에 들면 마을버스가 배 도착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 섬마다 개인택시도 많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새천년대교는 2017년 완공이 목표다. →잘 곳:일반 숙박업소와 펜션, 민박 등이 비교적 흔한 편이다. 각 섬의 면사무소에 알아보고 출발하는 게 좋겠다. 자은도의 경우 요즘 대파 수확을 위해 고용된 외국인 등 외지인이 많은 탓에 민박조차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드시 숙소를 예약한 뒤 찾아야 한다. 자은도 나무늘보펜션(010-9132-5459)이 깨끗하다. 갓 문을 연 데다 고급 침구류를 써 정갈한 느낌을 준다. 자은면사무소 뒤에 있다. 팔금도에서는 유성모텔(261-1223)이 알려진 편이다. →맛집:사월포횟집(271-3233)은 자연산 회를 파는 집이다. 거의 ‘미꾸라지만 한’ 멸치젓이 딸려 나오는 등 토속적인 반찬들도 맛깔스럽다. 요즘 횟감으로 좋은 제철 생선은 숭어다. 고향식당(271-4805), 수라간(246-5455), 솔식당(271-6200) 등은 삼겹살 등 주 메뉴 외에 백반도 판다. 반찬 가짓수가 어지간한 한정식집에 버금간다. 알아둘 것 하나. 섬에선 ‘예약이 필수’다. 면소재지에 있는 일반 식당의 경우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지만 회 등을 파는 식당들은 오후 7시가 되기도 전에 문을 닫는 경우가 흔하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7] 좋은 식습관이 정말 암을 예방해줄까

    암을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줄곳 회자되는 금언이 바로 ‘좋은 식습관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고, 좋은 식습관을 체화하기 위해 고민들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생겨난 새로운 풍조를 반영해 ‘힐링 푸드(Healing Food)’나 ‘웰빙 푸드(Well-being Food)’ 같은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헷갈리는 일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암은 타고난 기질, 즉 유전적인 소인이 문제라는 인식입니다. 많은 저명 학자들이 유전학적·분자생물학적 근거와 함께 이런 논지를 폈습니다. 이런 논리를 의학계에서는 정설로 인정합니다. 암은 발현 통로가 어디든 유전적인 소인이 유력한 발병 원인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의료계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암 관련 자료나 정보에는 어김없이 ‘가족력’이라는 게 거론됩니다. 간단하게 말해 ‘당신의 가족 중에 누군가가 특정 암을 앓은 전력이 있다면, 당연히 당신도 그 암의 위험군에 포함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진단 과정에서부터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혈통을 따라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찰·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료 소비자들은 이 대목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좋은 식습관이 암을 예방해 준다고 해서 좋다는 것만 골라 먹었는데, 헛물만 켠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좀 막연하지만 “좋은 식습관이 유전적 소인까지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꺼야”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혼란을 일소할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대한암예방학회(회장 김나영)의 결정과 권고를 근거로 쓴 것임을 밝힙니다. 또, 광범위한 암을 모두 다룰 수 없어 음식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대장암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참고로, 대한암예방학회는 1996년에 설립된 전문 학회로, 암 예방과 관련된 기초 및 임상과 관련된 연구자들이 모인 공신력 있는 단체입니다. ‘암 예방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미션(Mission)만 봐도 이 학회의 정체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식습관이다” 에둘러 갈 것 없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미국 하버드 의대는 자체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70% 이상의 대장암이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는 이어 2009년에 ‘대장암 예방 모델연구 결과, 생활습관이 좋지 않은 여성은 생활습관이 좋은 여성에 비해 대장암에 노출될 위험성이 4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장암 발병군에서 70%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미국 대장암 환자 10명 중 7명은 환자 자신의 가족력과 상관없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나머지 3명이 유전성에 따른 불가피한 발병이었음을 인정(물론 연구 결과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한다 하더라도 대장암 예방에 있어 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하게 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나 미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대장암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이며, 대장암 연구 분야에서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임상 실적으로 가진 나라입니다. 우리가 대장암을 말할 때 위험요인으로 자주 거론하는 ‘서구식 식생활’이란 바로 미국인의 일반적인 식생활을 의미합니다. 즉, 과다한 붉은 살코기 섭취, 패스트푸드 등 인스턴트 음식에 대한 높은 의존도, 권고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 당분 및 나트륨 섭취와 지나친 흰 밀가루 사용 등이 여기에 해당되지요.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암 연구 및 진단·치료를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한 나라이기도 합니다.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식습관은 그렇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꿔서 사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를 개조하는 그런 큰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먹는 음식(섭취한 총열량)에 비해 크게 부족한 운동량을 늘리라거나 식사나 수면 패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라는 정도이니까요. 미국 등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좋은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출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나친 상업주의의 폐해일 수도 있고, 일단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은 하나 같이 너무 비싸니까요.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엄두가 안 나서 뻔히 보이는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좋은 식습관의 기본인 ‘좋은 음식’을 두고 더러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호사”라고 시덥잖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배추나 시금치, 토마토만 해도 그렇습니다. 생산자는 생산 원가도 못 받는다고 아우성인데, 소비자들은 비싸서 못 먹겠다고 볼멘 소리들입니다. 이유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유통 마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거 돈 좀 되겠다 싶으면 유통업체들이 과점을 한 뒤 비싼 이문을 붙여 시장에 푸는 것이지요. 그래서 ‘직구’라는 방식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유통 혁명으로 이어질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 유통 단계도 줄이고, 지나친 유통 마진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기에도 ‘자유’나 ‘자본주의’의 논리가 개입되는 모양입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자유’를 ‘내 맘대로’라고 해석하고, ‘자본주의’를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으로 아니까요. 하지만 틈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유통마진이 쏙 빠진 ‘꽤나 좋은 식재료’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주거지에서 가까운 둔촌동 재래시장이나 성남 모란시장, 양평 재래장 등을 자주 갑니다. 요새는 대형 마트에 밀려 갈수록 규모가 줄고, 그래서 거래되는 품목도 제한적이지만 철 바뀔 때마다 당기는 체철 식재료는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또 대형 마트라도 다 같지는 않습니다. 거기도 들여다 보면 ‘번개 세일’ 등 틈새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도리없는 일입니다. 당장은 좋은 음식을 위해 좀 더 많은 수고를 할애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장암을 이기는 좋은 식생활이란 대한암예방학회의 권고에 따르면 ‘대장암을 이길 수 있는 식생활’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과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식 자체가 대장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없지만, 과식이 비만을 초래해 대장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과식을 경계하라는 뜻이지요. 다음은, 밥의 문제입니다. 밥은 한국인의 주식이지만, 최근에는 이런 전통 주식 패턴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빵과 패스트푸드 등 밀가루 제품이 밥의 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밥이나 빵을 먹을 때는 최소한의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주식 원료는 고탄수화물식이어서 자칫 혈당의 변화를 초래하기 쉽고, 이런 혈당 문제는 당뇨병으로 이어져 비단 대장암 뿐만 아니라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니까요. 따라서 밥이나 빵을 먹을 때는 백미 대신 현미나 잡곡을 먹는 게 좋습니다. 현미밥이나 통밀빵을 먹는 방식인데, 이런 음식은 식감이 떨어지지만, 확실히 탄수화물 섭취량은 줄여 주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려줍니다. 이런 섭생을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 섭취’라고 합니다. 당지수란, 탄수화물을 섭취한 뒤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감안해서 당질의 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것입니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혈당 수치를 빠르게 올려 2차적으로 대장암 발병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채소와 해조류, 버섯류를 자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짜지 않게 조리한 야채를 자주 먹으면 양질의 식이섬유와 비타민, 칼슘을 비롯한 무기염류 섭취량이 늘어나 장 건강은 물론 인체 대사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과일도 대표적인 권장 식품이므로 매일 적정량을 먹어줘야 합니다. 단, 과일은 생과일 상태로 먹는 것이 좋으며, 한 번에, 한 가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짚고 갈 것은, 채소와 과일의 경우 대장암과의 연관성이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인식은 대장암 예방에 나쁠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질환에서 이런 식료품이 보이는 유효성을 감안할 때 과일과 채소가 유익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바람직한 섭생을 말할 때마다 강조하지만, 가능한 쇠고기·돼지고기와 햄·베이컨·소세지 등 육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닭고기와 생선·두부 등을 먹으면 육류 섭취 제한에 따른 단백질 부족분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습니다. 육가공식품의 문제는 붉은 살코기를 많이 먹는다는 생각조차 없이 많이 섭취하게 하기도 하지만, 가공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나트륨이 들어갈 뿐 아니라 착색제와 보존제, 합성 향료 등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최근 소세지 등 육가공식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전 세계 육가공 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만, 그 발표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붉은 살코기를 아주 안 먹고 살 수는 없는데, 적당한 양을 먹더라도 먹는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고기를 구워서 먹을 때 가능하다면 숯불로 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타지 않게 조리해 먹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단백질을 비롯한 육류는 고온에서 탈 때 발암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땅콩이나 호두, 잣 등 견과류를 매일 조금씩 먹어주면 좋습니다.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 섬유소, 각종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견과류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지혈증이 심해지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영양학이 정립되기 전에도 견과류는 좋은 식품으로 꼽혔습니다. 특정 영양 성분을 생각했던 건 아니고, 껍질이 딱딱한 과실류는 땅의 정기를 한껏 품어서 먹으면 기를 축적할 수 있다고 믿었던 까닭이지요. 어느 새 대장암 위험국가가 된 한국 우리 나라에서 대장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많았던 위암이 감소 추세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10년 전국 암 발생률을 보면 남성 암의 경우 위암에 이어 대장암이 2위에 올라 있습니다. 여성 암도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이어 3위에 오를만큼 빈발합니다. 이런 대장암의 위험인자로는 고지방·고열량식과 육류가 꼽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양식이 대장에 좋은 섭생이 아니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반면, 한식은 고섬유식이어서 대장암의 발생 빈도를 낮춰주는데, 문제는 갈수록 한식의 식탁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수많은 건강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서구형 식단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식생활의 서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겠지만, 대장암은 대표적인 서구형 암이었습니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임상 사례가 많지 않아서 우리 나라에서는 대장암 연구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희귀했는데,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암에 들어있으니, 그동안 우리의 먹거리와 섭생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장암은 무엇을 먹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전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거론한 식생활과 대장암의 밀접한 관련성을 이로써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개최된 대한암예방학회에서 이정은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영양학 측면에서의 대장암 예방을 주제로 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장암 발생율을 높이는 확정적인 요인으로는 붉은 살코기와 가공육, 복부비만과 남성의 음주를 들었고, 가능성이 높은 요인으로는 여성의 음주를 꼽았습니다. 반대로 대장암의 발생율을 낮추는데 유효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식품으로는 마늘과 우유, 칼슘을 명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 분석에서도 앞서 거론한 문제는 거듭 확인이 됩니다. 밥이든, 빵이든 다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원이지만, 이 두 가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필요한 반찬류에는 채소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빵과 함께 먹는 식품은 주로 치즈, 버터 등 유제품이나 단 맛이 강한 잼류이지요. 같은 탄수화물 창고이면서도 밥과 빵을 달리 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건강 상의 관점에서는 빵보다 밥이 우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확실히 빵류는 밥보다 간편하게 식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적당하게 가미해 입맛을 돋우기에도 좋습니다. 빵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더 편하고 싶고, 입맛 당기는 대로 음식을 취하려는 현대인의 취향이나 욕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이 현상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나라에서 치솟고 있는 대장암 발생율이 당장 떨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우려하는 식생활의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먹고 싶은 것만 먹어서는 곤란합니다. 먹어줘야 되는 것을 먹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고요?” 만약 누군가가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야”라고 반문한다면, 정답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와있다고 설명할 도리 밖에 없습니다. 개개인의 실천의 문제일 뿐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앞서 서구형 식단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를 서양 사람들이 먹는 모든 음식이 문제라고 인식해서는 곤란합니다. 거기에도 틀림없이 건강한 식단이라는 게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즐겨 먹습니다. 그 쪽의 문제는 이런 각성이 일어나기 전의 식단을 말하는데, 그런 식단은 채소류에 비해 기형적으로 육류가 많고, 짤 뿐더러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의존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습니다. 이런 식단의 문제를 간파한 뒤 서구인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입니다. 붉은 살코기의 양을 최대한 줄인 대신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 과일, 발효식품과 올리브유가 어우러진 식단인데, 이런 추이를 반영해 개선·개량한 식단이 ‘DASH(Dietary Approaches Stop Hypertension diet)’입니다. 또 미국 정부에서도 따로 ‘미국 건강식사 지표(Healthy Eating Index)’라는 걸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데, 핵심 내용은 육류 섭취량의 제한 및 저지방 육류 섭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의 저감, 채소와 과일 섭취량 확대, 패스트푸드와 지나친 당류 섭취 제한 등입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수 없이 많은 웰빙 식단이 만들어 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개가 상업적 이해와 관련이 있어 선뜻 취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좋은 식단을 만드는 수고를 감내하자는 것입니다. 좋은 음식이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사실, 비단 대장암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암을 예방하는데 있어 좋은 식단의 순기능이 확인된 마당에 이를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좋은 식단이 꼭 비싼 비용을 치르는 것도 아닙니다.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붉은 살코기를 어떤 식품으로 대체해도 상대적으로 경제적입니다. 또 야채나 과일도 비싼 것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과의 때깔이 좋다고 맛까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품질 등급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영양 분석이 아니라 겉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불량식품만 아니라면, 그래서 모든 식품을 백화점에서만 구입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지만 않는다면 쌀과 밀가루의 구입 비용을 적절히 줄이는 대신 이를 유효성이 검증된 다른 식품 구입에 사용하게 되는만큼 식단을 바꾼다고 당장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요. 암은 무섭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예방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일상적으로 암의 공포감에만 주목해 스스로 위축되고 주눅 들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방책을 수용해 건강을 얻으려는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강조하는 결론을 다시 한번 짚습니다. ‘좋은 음식을 바로 먹는 좋은 식습관은 암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장암이 그렇지만, 다른 암에도 두루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jeshim@seoul.co.kr
  • [포토 다큐] 음~ 한국이 맛있어요… 푸드 투어가 뜬다

    [포토 다큐] 음~ 한국이 맛있어요… 푸드 투어가 뜬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앞두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테마기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우리의 전통 먹거리에 초점을 맞춰 인기가 높은 이른바 ‘푸드 투어’가 그중 하나다. 단순한 식도락 관광을 넘어서 전통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하고 시장에 가서 장도 보고 요리도 해 보는 ‘음식문화 체험관광’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의 통인시장. 고궁 관광을 마친 한 무리의 낯선 이방인들이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 나는 전통시장에서 서울의 음식문화체험에 나섰다. 푸드 투어 전문가와 함께 걸으면서 음식의 맛뿐 아니라 시장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안내를 맡은 강태안(음식문화해설가) 서울가스트로투어 대표가 관광객들에게 30년 전에 개업했다는 떡볶이집을 소개하고 음식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대학생 플로리아나는 “이탈리아 음식에 자주 사용하는 마늘이 떡볶이의 양념으로 들어간다는 게 신기하다”며 ‘한국마늘’을 구입했다. 이어지는 코스는 한국 전통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해물파전을 직접 만들어 보고 맛보는 시간이다. 교육 장소는 음식문화 전문기관인 ‘푸드앤컬처아카데미’다. 현재 각종 영화 및 드라마의 음식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김수진 푸드앤컬처아카데미 원장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10년 넘게 우리 음식문화 체험 교육을 하고 있다. 김 원장이 시범으로 만드는 파전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지는 모습을 모두들 신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프라이팬을 높이 들어 파전을 뒤집을 때는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음은 관광객들이 직접 구울 차례다. 해물파전에 밀가루 반죽을 잘못 묻혀 검게 타는 등 서툰 점도 있었지만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러시아 관광객 스비에타는 “한국 음식을 만들면서 한국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며 서툰 젓가락질로 파전을 간장에 꾹~ 찍어 맛을 보고 있었다. 영국인 스티브는 우리 전통 발효식품에 매료되어 한국을 방문 중이다. 작년 ‘김치’에 이어 올해는 ‘된장’을 배우기 위한 두 번째 방문이다. 경북 포항에서 한 시간쯤 지나 산길로 들어가니 ‘죽장연 전통장’이란 간판이 나온다. 주왕산 자락에 안겨 있는 널따란 항아리밭은 전통장이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익어 가는 공간이다. 정연태 죽장연 대표는 “장은 사람의 손맛과 냄새가 배어 있어야 한다”며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소금기를 더 뺀 메주는 없나요.” 쾨쾨한 메주 냄새가 진동하는 건조실에서 스티브는 쉴 새 없이 질문을 했다. 그는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한 후 “된장이야말로 원료 그대로의 맛을 살린 과학적인 웰빙식품”이라고 말했다. 서울 북촌 삼청동에는 서울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인 삼해주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있다. 삼해주 기능보유자 김택상 장인이 직접 가르치고 제조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고두밥과 전통 누룩을 섞어서 치대는 것부터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키고 거르는 전 과정을 체험한다. 브라질에서 온 롤리타는 “한국 전통주는 감칠맛과 향이 뛰어나다”며 “전통문화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푸드 투어’는 수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 등의 대도시에서 이미 활성화된 여행 형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강 대표는 “앞으로 ‘음식’은 문화 콘텐츠로도 관광상품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미래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음식은 세계인이 공통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다. 말은 달라도 음식이 주는 메시지는 같기 때문이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동·네·빵·네… 서울 골목 베이커리에 줄 서는 이유

    동·네·빵·네… 서울 골목 베이커리에 줄 서는 이유

    서울에 살면서 빵 좋아하는 ‘동네 빵순이’들은 대기업 가맹점이 아닌 동네빵집을 선호한다. 빵이 나오는 예약 시간에 한 시간씩 기다리는 긴 줄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네빵집의 매력은 다양한 맛과 건강한 맛이다. 특히 인기 있는 동네빵집은 천연 효모를 사용한 저온 숙성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서울의 골목마다 숨어 있는 명물 동네빵집을 소개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오월의 종’ 빵에선 ‘빵맛’이 난다. 처음 먹는 사람은 무슨 맛으로 먹지 싶을 수도 있다. 달콤하지도, 버터와 우유 향이 짙지도 않다. 모양새마저 투박하다. 그러나 한번 먹어 본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기본에 충실한 담백함의 힘이다. 정웅(48) 셰프가 만든 빵이다. 시멘트 회사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 제빵 공부를 시작해 12년 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첫 가게를 냈다. 선생은 대형 서점에 나와 있는 제빵 책이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호밀빵을 주력 제품으로 만들었다. 설탕이나 버터, 계란은 물론 우유도 넣지 않았다. 달콤한 빵맛에 사로잡혔던 대중적 입맛과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9년 전 본점을 일산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이전한 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빵을 밥처럼 먹는 외국인들이 정씨가 만든 빵의 진가를 알아본 것이다. 오월의 종 관계자는 “초기에는 외국인 손님과 국내 손님 비율이 7대3일 정도로 외국인이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내국인 고객이 70% 정도다. 이 빵집의 대표 메뉴는 프랑스 빵인 바게트와 독일 빵인 호밀빵이다. 붉은 크랜베리의 달콤함과 빵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크랜베리 바게트는 3000원, 무화과가 듬뿍 들어간 무화과 호밀빵도 3000원이다. 8년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다가 최근 재료비 인상으로 값을 조금 높였다. 그래도 ‘착한 가격’이다. 현재 한남동에 1·2호점이 있고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3호점이 있다. 한남동 일대 양식 레스토랑에 식전 빵을 납품한다. 서대문구 연희동 골목에는 ‘피터팬1978’과 ‘독일빵집’ 등 전통적으로 강세지만 파리지앵 느낌을 물씬 풍기는 멋쟁이 빵집부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 빵집까지 다양한 베이커리가 있다. 먼저 파리 뒷골목에서 만날 법한 멋쟁이 빵집으로는 크루아상을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루엘드파리’가 있다. 크루아상 1개 가격이 3200원이니 절대 싸지 않다. 하지만 크루아상의 맛을 좌우하는 버터를 듬뿍 넣고 저온에서 숙성시켜 겹겹이 쌓인 층이 많아 제대로 된 맛을 낸다. 통밀캄파뉴와 치아바타 등 밥으로 먹는 빵도 튼실하다. 호두단팥빵과 파운드 케이크 등 달콤한 빵도 빼어난 맛이다. 프랑스산 밀가루와 유기농 밀가루를 섞어 쓰기 때문에 빵값은 비싼 편이다. ‘쿠헨브로트’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 빵집이다. 케이크와 과자류 등 제품 구성도 풍성하다. 위치는 연희동의 랜드마크인 사러가쇼핑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이다. 시금치나 치즈를 넣은 빵이 연희동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영등포구 문래동 ‘쉐프조’는 착한 가격에 품질은 강남의 빵집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빵류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지만 케이크가 강점이다. 특히 당근 케이크와 단호박 케이크는 젊은층은 물론 어른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서울의 핫 플레이스인 성동구 성수동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당당히 맞서는 작은 빵집이 있다. 오로지 맛으로만 동네를 평정한 ‘보난자 베이커리’다. 2014년 3월 처음 문을 열었다. ‘수지맞을 일이 많이 생긴다’는 뜻에서 ‘보난자’(Bonanza)라고 이름 붙였다. 보난자 베이커리는 ‘4무’(無)가 원칙이다. 버터, 우유, 계란, 설탕을 안 넣는다. 천연 발효를 시키는 프랑스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유기농 밀가루와 소금, 물만을 사용해 천연 발효종을 넣고 장시간 저온 숙성시킨다. 덕분에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건강한 빵이지만 맛은 전혀 밋밋하지 않다. 그래서 ‘마법의 빵’으로도 불린다. 하루에 만드는 빵은 100~120개. 당일 판매만을 원칙으로 정오와 오후 3시, 오후 6시에 각각 빵을 구워 낸다. 인기 메뉴는 치즈볼과 나초코, 크랜베리 호두 등이다. 이정세(39) 사장은 빵을 구워 낸 직후 즉석에서 먹어 보길 권유한다. 맛도 맛이지만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든든하다. 점심때면 젊은 주부들이 아기를 안고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진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면서 20대 아가씨부터 중년 주부까지 찾는 손님이 더 다양해졌다. 보난자 베이커리에선 남는 빵을 인근의 성수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한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유명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경기 성남시에 2호점을 열었다. 성북구 성북동에서는 선잠단지 부근에서 가족들이 직접 배양한 천연 효모종으로 빵을 만드는 유기농 수제 베이커리 카페 ‘오보록’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성북구에는 45개의 대사관저가 있고 1만여명의 외국인이 사는데 이들이 오보록의 입소문을 내는 주인공이다. 오보록은 ‘자그마한 것들이 한데 많이 모여 다복하다’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오보록의 특색 있는 빵으로 선잠단지의 특징을 살려 뽕잎을 첨가해 만든 선잠빵이 있다. 오보록 바로 근처에 있는 선잠단지는 조선시대 왕비들이 누에를 길러 명주를 생산하고자 잠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왕명주(42) 사장은 “대기업 빵집은 한 달이 지나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데 냉장 유통된 호주산 밀가루로 만든 우리 빵은 3일만 지나도 초록색 곰팡이로 뒤덮인다”며 “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먼저 건강한 빵맛을 알아봤고 지금은 한국인 손님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맛의 자신감, 지역의 자부심이 되다… ‘전국구’ 빵집 7곳의 달달한 비결

    맛의 자신감, 지역의 자부심이 되다… ‘전국구’ 빵집 7곳의 달달한 비결

    거대 프랜차이즈 제빵업체의 거센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맛을 자랑하며 성장을 이어가는 동네빵집들이 있다. 이들 빵에는 장인정신과 오랜 전통, 넉넉한 인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성은 이미 ‘전국구’이지만 문어발식 확장을 거부하며 지역을 고수해 하나의 문화로까지 자리잡았다. 이제는 유명한 동네빵집 때문에 이 지역을 찾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가 된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유명 빵집들을 찾아가봤다. ① 대전 성심당 대전 중구 은행동에 있는 성심당은 2011년 세계적 맛집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 그린’에 국내 빵집 중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4년에는 대전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식사를 제공해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 이 빵집의 ‘튀김소보로’는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열차 시간에 쫓기면서도 1500원짜리 빵을 사기 위해 대전역 분점 앞에 줄을 길게 서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고소하고 달면서 바삭바삭한 맛에 이런 불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루 평균 1만 5000개가 넘게 팔린다. 단일 제과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400여종의 빵 중에는 ‘판타롱부추빵’도 인기다. 생크림케이크도 명품이다. 시민 최지영(46)씨는 “아들 생일 등 특별한 날에는 성심당 케이크를 사와야 제대로 치러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좀 멀지만 성심당 것을 사온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케이크 전문 매장을 열었다. 성심당은 함경도 출신의 피란민 고 임길순씨가 1956년 대전역 앞에 연 찐빵집이 시초다. 임씨는 매일 찐빵을 만들어 팔고 남은 것을 이웃에게 베풀었다. 1970년 지금의 터로 옮긴 뒤에도 베풀기를 계속했다. 매일 아침 성심당 앞에는 장애인단체 등의 차량이 줄지어 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② 군산 이성당 전북 군산시 중앙로 1가 이성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이다. 1920년대 일본인이 ‘이즈모야’라는 화과점으로 문을 열었다. 1945년 해방 이후 이성당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국내 3대 빵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군산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다. 대표 상품은 단팥이 듬뿍 들어 있는 앙금빵과 야채빵이다. 항상 줄을 서야 빵을 살 수 있다. 통상 1인당 단팥빵 10개, 야채빵 10개로 제한한다. 앞사람의 싹쓸이를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앙금빵은 1개에 1300원, 야채빵은 1500원이다. 군산시민들은 “주차 대란이 일어나고 이성당 빵 사기가 힘들어졌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 구도심이 활기를 띠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팥빵의 특징은 팥 앙금이 국내 어느 제품보다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껍질이 얇은 대신 앙금이 듬뿍 들어 있다. 공기를 넣어 부풀린 여느 단팥빵과는 겉모양부터 다르다. 방금 나온 단팥빵을 집으면 앙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처질 정도다. 앙금은 달지만 물리지 않는 풍미가 일품이다. 야채빵은 양배추, 당근 등 각종 채소로 속을 가득 채웠다. 느끼하지 않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다. 약간 매콤한 뒷맛이 자꾸만 손이 가게 한다. 이성당은 장학금 쾌척,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에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다. ③ 광주 궁전제과 올해로 창업 43년째인 동구 충장로1가 궁전제과는 3대가 제빵 가업에 참여하고 있다. 1973년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던 장려자(93) 여사가 지금의 충장점에 처음 문을 열었고, 현재는 장남인 윤재선(72) 사장과 손자인 윤준호(42)씨가 공동 운영 중이다. 궁전제과가 만들어내는 빵은 120여종에 이른다. 20여년 전쯤 개발한 ‘공룡알 빵’과 ‘나비 파이’가 대표다. 공룡알 빵은 팔고 남은 기다란 바게트 빵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바게트를 잘라 계란 샐러드를 채워 넣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아이들이 공룡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둥근 빵을 잘라 만든다. 나비 파이는 밀가루 반죽과 버터를 혼합하고 몇 차례 냉동과정을 거쳐 구워내는 예술품이다. 나비 날개처럽 겹겹이 붙은 얇은 밀가루 층을 하나씩 떼어먹는 재미가 있다. 현재 6개 매장이 광주에서 운영 중이다. 전 매장의 1년 매출은 70억~80억원 정도. 충장점 윤준호 사장은 “재료 엄선과 늘 신선한 빵만을 판다는 원칙을 지켜온 게 인기의 비결 같다”고 말했다. 팔고 남은 빵은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④ 부산 비엔씨제과 비엔씨(B&C)제과는 부산 중구 최고의 번화가인 광복로에서 30년을 이어온 대표적인 향토 제과점이다. 1983년 4월에 중구 창선동 1가에서 개점, 영업을 해오다 2년 전인 2014년 1월 본점을 인근으로 옮겼다. 비엔씨는 빵(Breads)의 ‘B’와 케이크(Cakes)의 ‘C’를 의미한다. 창업 때부터 제과점의 재무를 담당했던 김준욱(창업주의 사촌 처남)씨가 2006년 대표를 물려받았다. 2010년 4월에 서구 아미동 부산대학병원안에 지점을, 2011년 10월에는 경남 양산시 물금에 공장과 지점을 오픈했다. 현재 부산·경남권에 모두 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990년 전성기 때에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을 할 만큼 매장에 손님이 많았다. 지금도 하루 1000여명이 찾는다. 대표 상품은 페이스트리 빵에 통단팥과 팥앙금이 들어간 ‘파이만주’, 치즈와 타피오카로 만든 ‘치퐁듀’ 등이다. 최근 부산대표빵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부산애빵’도 전국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비엔씨가 생산하는 200여 종류의 모든 제품에는 아르헨티나의 안데스 산맥에서 생성된 암염 빙하로 만든 최고가의 청정 소금이 사용된다. ⑤ 창원 그린하우스제과 창원시 그린하우스는 의창구 원이대로 81번길에 있으며 개업한 지 18년 됐다. 사장 박용호(43)씨는 세계 3대 제빵왕 대회인 독일 이바컵 대회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금메달을 딴 제빵분야 최고 기능장이다. 그린하우스는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효모로 건강한 빵을 만든다. 지역 특산품인 창원 단감을 재료로 이용한 단감빵을 비롯해 오리모양의 오리빵 등 그린하우스 고유의 창의적인 빵을 만들기도 한다. 박씨는 25살 때부터 도계동에서 빵가게를 시작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신뢰를 쌓으며 단골손님을 확보해 차근차근 가게를 확장했다. 그린하우스제과가 있는 지역은 창원시 도심 중심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장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그는 빵의 품질과 맛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지역을 떠나지 않고 우직스럽게 빵집을 운영한 끝에 그린하우스를 경남지역 최대 빵 가게로 키웠다. 박씨는 “꾸준한 연구와 개발, 친절한 서비스로 전국 최고의 토종 빵 가게로 만드는 게 꿈이다”고 밝혔다. 조각케이크와 타르트케이크, 치아바타, 모카빵, 호두찰식빵, 블루베리식빵 등도 인기가 있다. ⑥ 순천 화월당 순천에는 1928년부터 3대째 이어오는 전통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화월당이 있다. 1920년 남내동 현재 자리에 일본인이 문을 열었다. 1928년부터 점원으로 일하던 조병연씨의 아버지가 광복 때 인수했고 조씨를 거쳐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찹쌀떡과 볼 카스텔라만 판매한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레시피를 고수한다. 찹쌀떡은 프랜차이즈 제과점 등에서 파는 것보다 50% 이상 더 크다. 떡살 피가 얇고 대신 팥소의 양이 많다. 하얀 떡살이 물렁물렁하면서 씹히는 게 부드럽다. 볼 카스텔라는 직육면체의 보통 카스텔라와 달리 동그랗고 연한 노란색이다. 테니스볼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찹쌀 자체를 좋은 것만 골라 쓰고 팥소는 너무 달지 않게 쓴다. 방부제는 물론 떡이 딱딱해지는 걸 막기 위한 첨가제도 넣지 않는다. 택배를 주문하면 3~4일 후에나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이 달린다. 매출의 80%가 전국에서 들어오는 택배 주문이다. 아침 일찍 바닥이 나기도 해 미리 주문을 해야 맛볼 수 있다. ⑦ 대구 삼송베이커리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삼송베이커리의 통옥수수빵은 ‘마약빵’으로 불린다. 이 빵을 사기 위해 궂은 날에도 줄을 서야만 한다. 이 빵은 메뉴닷컴이 2014년 3월 전국의 ‘톱 1000’ 외식업을 상대로 한 매출 및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대구에 지사를 차린 G마켓이 마약빵 1000개를 구입해 배너로 프로모션을 했는데 공개한 지 8분 만에 다 팔렸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진출했다. 빵의 품질과 유명세를 눈여겨본 백화점 측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이뤄졌다. 이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부산 남포동 등 전국 10여곳에 입점했다. 마약빵의 인기비결은 막 구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얇은 빵피 안에 전날 숙성시킨 옥수수와 옥수수 크림을 가득 넣은 것이다. 이로 인해 탱글탱글 씹히는 식감과 달큼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개당 1600원 하는 마약빵은 점포 한 곳에서 하루 9000개까지 팔기도 한다. 마약빵의 유명세로 인해 대구 경찰이 빵 속에 마약 성분이 섞여 있는지 현장 조사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전국종합 jhkim@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떡국과 만둣국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떡국과 만둣국

    우리는 먼 옛날부터 떡국과 만둣국을 먹었다. 고조선 무렵 조리 기술이나 도구가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지금처럼 쌀로 밥을 짓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둥근 질그릇에 찐 떡을 주식으로 삼았다. 떡은 그대로 두면 굳기 때문에 딱딱해진 가래떡을 국물과 함께 끓여서 부드러운 맛을 내기도 했을 것이다. ●예부터 가족과 떡국 먹으며 새해 시작 이렇듯 유구한 떡국이 새해를 여는 정월 초하룻날 조상과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 제례·명절 음식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설날 아침엔 한복이나 단정한 설빔을 차려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 뒤 음식과 술로 음복을 한다. 자녀는 부모와 어른께 세배를 하며 덕담을 듣는다. 때마다 가족이 모여 조상을 받드는 제사 문화가 중국이나 유교에서 전해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본래부터 우리 고유의 것이다. ●개성 부잣집 눈사람 모양 ‘조랭이떡국’ 가래떡은 하룻밤 정도 굳힌 다음에 납작하게 어슷썰기를 해야 바닥에 들러붙지 않는다. 국물은 소의 사골이나 양지머리, 사태를 푹 고아서 내는 게 일반적이다. 양지머리는 건져서 가늘게 손으로 뜯어 고명으로 얹는다. 계란 지단이나 김 가루, 삶은 토란 등을 넣기도 한다. 옛 개성의 부잣집에서는 조랭이떡으로 만든 떡국을 즐겼다. 정성껏 눈사람 모양의 떡을 빚어 만든 고급 떡국이다. 조랭이떡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가래떡보다 낫다. 양반은 한양에 더 많았겠지만 그들은 대체로 치부를 멀리했기 때문에 맑은 국물에 소박한 모양의 떡국을 으뜸으로 여겼다. 옛 실담어에서 떡은 ‘덕흐’(dugha)라고 발음되며 ‘굳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우유가 버터나 치즈로 굳는 것도 그렇게 표현했다. 그래서 우리말에 ‘머리가 떡 지다’라는 말이 아직 남아 있다. ●덕흐→떡, 만한 두흐→만두로 변해 여기서의 ‘떡’을 표준국어대사전은 ‘머리 따위가 한데 뭉쳐서 잘 펴지지 않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떡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말에 흔적을 남겼다. 만두는 ‘만한 두흐’(mahn-duh)라고 했다. ‘밀가루로 껍질(만두피)을 말아서 만든,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쌀로 빚은 떡은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오키나와, 규슈 등 주로 쌀농사를 짓던 남방계의 음식이다. 반면 밀가루로 빚은 만두는 근·중동아시아, 몽골, 만주 등 북방계의 먹거리다. 따라서 떡국은 한반도 남부와 중국 남서부, 일본 등지에서 즐겼고 만둣국은 한반도 북부와 중국 북동부에서 먹었다. 두 이질적인 음식이 만나는 지점이 가운데 위치인 서울, 개성 등이었다. 영호남이 고향인 노인들은 설날에 만둣국을 먹지 않았다. 반면 탈북민들은 남한에 와서야 떡국을 처음 봤다고 한다. 아울러 서울에서는 떡과 만두를 모두 넣은 떡만둣국을 즐겼다. 오묘한 음식 문명사가 아닐 수 없다. ●평양식 만두피 두껍고 개성식은 반달형 만둣국은 다진 숙주와 양파, 으깬 두부, 양념한 돼지고기 등을 소로 쓴다. 국물은 국간장이나 멸치 육수 등으로 맑고 심심하게 낸다. 평양식 만두는 주먹만 한 크기에 피가 꽤 두꺼워 두어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모양은 손으로 대충 꾹꾹 눌러 조금 볼품없어 보이지만 고기를 듬뿍 다져 넣은 소가 별미다. 개성식 만두는 크기가 작고 피도 얇으며, 깔끔한 모양의 반달형이다. 만두가 서울에 도착해서는 피가 더욱 얇아지고 작은 만두의 양끝을 이어붙여 다소곳한 모양을 냈다. kkwoon@seoul.co.kr
  • [신나게 즐길거리] 빙떡 빚고 굴렁쇠 굴리고… 넝쿨째 굴러올 복

    [신나게 즐길거리] 빙떡 빚고 굴렁쇠 굴리고… 넝쿨째 굴러올 복

    설날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이번 설은 주말까지 더해져 5일간의 황금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연휴다운 연휴를 보내게 된다. 각 지역에서는 연휴 기간에 전통놀이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 야외광장에서 설 연휴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설맞이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열린다. 대구약령시 한의약박물관이 주최해 제기차기, 투호, 굴렁쇠 굴리기 등을 체험한다. (053)253-4729. 국립대구박물관은 6일부터 10일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종 행사를 마련했다. 복주머니 만들기, 원숭이 메모 홀더 만들기, 전통 무예체험(활쏘기, 화차체험 등), 민속놀이 체험(널뛰기, 굴렁쇠 굴리기 등) 등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설날 오페라하우스에서 놀자’라는 행사를 8일 낮 12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한다. 널뛰기, 제기차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열린다. 또 퓨전국악과 오케스트라의 만남, 유명 성악가와 국악인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등도 있다. (053)666-6030. 경북 안동시와 (사)안동하회마을보존회,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는 세계 유산인 하회마을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 등을 한다. 하회마을 내 민속놀이마당에서 그네뛰기, 널뛰기, 투호 던지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굴렁쇠 굴리기, 윷놀이 등을 마련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전수 교육관에서는 6~7일 하회별신굿탈놀이공연 등이 열린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도 전통 민속놀이 체험 한마당이 열린다. 설날 당일 하회마을(054-840-3791)과 민속박물관(054-840-3752)을 무료로 개방한다. 국립경주박물관(054-740-7500)도 설 연휴 기간 관광객과 귀성객들을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투호놀이, 긴 줄넘기, 윷놀이, 제기차기, 떡메 치기, 떡국 먹기, 전통 차 시음, 다식 만들기, 추억의 뻥튀기 등이다. ‘로보트 태권V’ 등 영화도 상영한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인 제주민속촌에서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민속놀이기구 만들기, 민속놀이 체험, 풍물 한마당, 민속음식 체험 행사가 있다. 뿔소라 뚜껑을 이용해 만들어 보는 민속 제기,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린 딱지와 연 만들기 등이 무료다. 대형 윷으로 한 해의 운세를 점치는 대형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투호놀이, 지게발 걷기, 동차 타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의 놀이가 펼쳐진다. 쌀가루를 반죽해 기름떡본으로 찍어 내 지진 ‘기름떡’과 가마솥에 찐 찹쌀을 관람객이 직접 떡메를 쳐서 전통 방식으로 콩가루를 묻혀 가며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 ‘떡메 치기’, 메밀가루와 무채를 이용해 만든 ‘빙떡’ 만들기도 있다. 제주민속촌 (064)787-4501. 경남 하동군체험휴양마을회는 9일 악양면 평사리 무딤이들에서 ‘새해 소망 실은 연날리기 체험행사’를 연다. 연날리기 행사가 열리는 무딤이들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넓은 들판이다. 하동군 농촌진흥과 (055)880-2682.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9~13일 거제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에서 설맞이문화체험행사를 개최한다. 행사 기간에 설빔 입고 찰칵찰칵, 소망나무에 새해 소원 적어 달기, 평화와 복을 비는 한지등 만들기, 제기차기, 윷놀이, 팽이치기 등 설맞이·만들기·민속놀이 체험을 하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 학예연구실 (055)639-0626. 700여 채의 한옥이 즐비한 전북 전주 한옥마을은 설날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전통문화관(063-280-7046)에서 가족 대항 윷놀이, 퍼즐 맞추기, 전래놀이, 한지공예를 체험한다. 전남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2월 7일부터 10일까지 연날리기, 연 만들기, 떡메 치기, 인절미 시식이 있다. 국가정원 운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설 연휴 기간에 전통복식 체험, 가을걷이, 길쌈체험, 소원지 쓰기, 세계 복식 체험을 한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 판자촌과 건물 등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는 제기차기왕 선발대회, 7080공연, 떡메 치기, 옛날 교복체험, 달고나, 고고장 체험 등이 열린다. ‘뿌리깊은박물관’ 관람도 추천한다. 설 당일은 무료 개관이다. 부산시립박물관에서는 설날인 8일과 9일 이틀간 박물관 정문 야외마당에서 다채로운 민속놀이가 열린다. 팽이 만들기, 탁본체험, 민속옷 열쇠고리 색칠하기, 원숭이 플레이콘 붙이기,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9일에는 한국창작무용가 이유리 선생의 한국무용 공연이 펼쳐진다. 부산시립박물관 (051)610-7147. 부산 서구는 정월 대보름인 22일 송도해수욕장에서 묵은 액을 씻고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달집 태우기’가 열린다. 높이 30m, 지름 25m의 초대형 달집을 태우고 강강술래를 한다. 전통놀이 마당(동별 전통놀이 경기), 먹거리 장터, 떡메 치기, 윷놀이, 소망 쓰기, 연날리기, 팽이치기도 한다. (051)240-4072. 전국종합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세계적인 멋, 한국적인 맛… 관광한류 새 길 연다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세계적인 멋, 한국적인 맛… 관광한류 새 길 연다

    환골탈태, 강원도 평창·강릉·정선 등 2018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통문화를 새롭게 다듬는 등 분주하다.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계기로 산골마을을 세계 속의 도시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서울과 인천공항에서 1시간대의 복선 전철이 놓인다. 동해와 백두대간 등 청정 자연자원을 활용하면 올림픽 이후 세계 속의 휴양과 관광· 레저도시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릉시 통일신라 천년의 문화 품고 백두대간 청정의 자연 즐겨 통일신라 때 ‘명주군’에서 시작된 강릉은 천년의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청정 자연자원, 풍성한 먹거리가 어우러진 고장이다.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를 끼고 서쪽으로는 장엄한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둘러 관동팔경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를 비롯해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 등 뛰어난 문인 등 인재 배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흔아홉 구비의 전설이 깃든 대관령과 대한민국 명승 1호인 소금강,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오죽헌, 관동팔경의 으뜸인 경포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을 가진 정동진역,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다. 경포호와 경포대 경포대 누각에 앉으면 낮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물새들의 오가는 모습이 호수에 비쳐 신선들의 세계를 맛보게 하고 밤에는 달빛이 하늘과 바다, 호수, 술잔, 임의 눈동자를 비추며 시심(詩心)을 자극한다. 오죽헌과 선교장 율곡 이이 선생이 살았던 오죽헌(보물 제165호)은 바깥채, 안채, 어제각 등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조선 초기 한옥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주변에는 강릉예술창작인촌이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통 기와집 집성촌이 만들어진다. 오죽헌과 지척에는 효녕대군 11세손이 지은 18세기 만석꾼의 한옥인 선교장이 잘 보존돼 있다. 강릉대도호부관아와 강릉향교 고려 때 창건한 강릉대도호부관아(임영관)는 중앙 관료들이 내려오면 머물던 객사(客舍)가 유명하다.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로는 가장 크고 배흘림 기둥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국보(51호)로 보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강릉향교(보물 제214호)도 가 볼만하다. 정동진역과 모래시계 해돋이 명소,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하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모래시계 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를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 일출과 함께 열리는 모래시계 회전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감자가루를 밀가루와 섞어 새알 모양으로 빚어 끓여 낸 감자옹심이와 바닷물로 간수를 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초당두부, 쌀과 조청 등으로 만들어 내는 100년 전통의 사천과즐(유과) 등이 유명하다”며 발달된 강릉 음식문화를 자랑했다. #평창군 대관령 양떼목장의 낭만 한 컷…태고의 신비 석회암 동굴 탐험 ‘해피 700!’ 해발 700m인 백두대간 고원지대에 있는 평창군은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 고장이다. 동으로는 급하게 동해를 지척에 두고 서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두며 서울로 이어져 있다. 석회암 지대에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동굴이 있고 대관령 초지에는 소와 양떼가 거니는 목장이 있다. 자연자원과 어울려 오대산을 중심으로 한 불교성지 순례와 평창의 맑고 푸른 전경을 하늘에서 굽어보며 즐길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계곡에서 즐기는 래프팅, 해마다 열리는 효석문화제와 해피 700 평창페스티벌, 평창 송어축제, 대관령 눈꽃잔치 등도 유명하다. 오대산 선재길 사계절 변화가 뚜렷해 인기 있는 명산으로 손꼽히는 오대산의 매력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6.2㎞ 구간의 선재길이다. 완만한 경사길은 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완주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백룡동굴 5억년 전 태고의 신비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동굴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한 번에 20명까지 입장해 단체관람이 가능하며 하루 6~12차례 입장할 수 있다. 효석문화마을 장돌뱅이들의 고단하면서도 낭만적인 삶을 유려한 필체로 그려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이 된 마을이다. 해마다 9월이면 굵은 소금을 흩뿌린 듯 흰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어 효석문화제를 더욱 빛낸다. 대관령 목장 아름다운 대관령 구릉지대에 펼쳐진 목장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대관령 양떼목장, 에코 그린캠퍼스, 대관령 하늘목장 등 관광형 목장이 밀집되어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양들에게 먹이 주는 체험이 인기이다. 에코 그린캠퍼스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에 이르는 광활한 초원이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트랙터 마차를 타고 덜컹거리는 흙길을 지나가며 주변을 관람하는 이색적인 추억을 선사한다. 주변의 풍력발전 풍차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낸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건강에 좋은 메밀 배추전를 비롯해 메밀 막국수, 메밀 전병, 메밀묵 등 다양한 메밀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부드럽고 쫄깃해 씹히는 맛이 일품인 평창 송어회와 대관령에서 생산하는 황태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운다”고 말했다. #정선군 행복 두 바퀴 레일바이크 따라 시골장터로 떠나는 추억여행 산골의 특색을 살려 ‘연중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활짝 열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하는 고장이다. 도시인들에게 향수를 불러 내는 정선 5일장과 산간계곡을 활용한 레일바이크, 폐광지역의 아픔을 극복한 강원랜드, 자연자원과 어우러진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등 전국 최고의 명품 관광지에 이어 삼탄아트마인, 지역명을 붙여 운행하는 첫 관광열차인 정선아리랑열차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토속적인 자원들이 어우러져 지속적인 관광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선토속음식축제, 곤드레산나물축제, 함백산 야생화축제, 정선아리랑제, 민둥산억제꽃축제, 고드름축제 등 다양한 테마축제도 끊이지 않는다. 정선5일장 맛·멋·흥이 어우러진 옛 시골장터의 모습을 그래도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산물 곤드레 등 산나물과 수수부꾸미, 메밀 전병, 콧등치기 등의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어 1960~70년대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선아리랑열차 관광전용 열차로 개방형 창문과 넓은 전망 창이 설치돼 어느 좌석에서든 정선의 빼어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선평역과 나전역에서는 아름다운 간이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아우라 지역에서는 정선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정선 레일바이크 페달을 밟아 정선선 구절리역~ 아우라 지역까지 7.2㎞ 구간을 달리는 오픈 열차다. 송천 계곡의 맑은 물, 푸른 숲, 강을 따라 난 철길 양쪽의 기암절벽, 한가로운 농촌 풍경 등 정선의 사계절 천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 광부들이 석탄을 캐던 탄광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석탄을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 갱도, 석탄차 등을 직접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다. 화암동굴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가지고 환상적으로 꾸며 놓은 국내 유일의 테마형 동굴이다. 280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석 광장에는 동양 최대 규모인 황종유벽, 마리아상, 부처상, 장군석, 석화 등 크고 작은 종유석이 있다. 전정환 정선군수는 “정선 5일장, 레일바이크 등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관광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세계 속의 고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 평창·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달콤살벌한 맛짱] 마들렌과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

    [달콤살벌한 맛짱] 마들렌과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

    밀가루와 달걀, 설탕과 버터 등으로 반죽해 조개 모양 틀에서 구워낸 ‘마들렌’은 영국에서는 국민 과자로 꼽힐 만큼 대중적이면서도 고급 케이크류다. 사랑하는 친척과 가족이 모이는 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밸런타인데이 등이 모여 있는 2월, 고급스러운 마들렌과 구색을 더해줄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로 꾸민 과자 선물세트를 선물해주는 건 어떨까.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요리학원에서 5살 여자 쌍둥이를 키우는 슈퍼맘 홍희경 기자가 로즈메리 마들렌(아래) 만들기에 도전했다. 이에 맞서 5회째 빠짐없이 베이킹 실력을 키우고 있는 김진아 기자가 초콜릿 마들렌(위)을 만들었고, 둘이 함께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를 구워봤다. 마들렌과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먼저 체로 박력분, 베이킹파우더, 설탕, 소금 등의 가루를 친 다음에 계란을 넣고 가르듯이 섞어준다. 가르듯이 섞는다는 의미는 계란말이를 만들 때처럼 휘젓듯이 섞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재료를 가르듯이 또는 썰듯이 섞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자레인지에서 녹인 버터와 로즈메리를 넣고 다시 섞은 뒤 반죽 그릇에 랩을 씌워 실온에서 20분 동안 놓아둔다. 잠시 반죽을 내버려두는 이유는 반죽 안에 들어간 버터가 굳어지면서 묽어진 반죽에 힘이 생겨 식감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만들어진 반죽은 버터가 발라진 마들렌 틀에 붓고 구워내면 완성이다. 주의할 점은 마들렌 틀에 버터를 바를 때다. 버터를 바르는 이유는 구워낸 마들렌을 틀에서 잘 떼어내기 위해서인데 버터를 너무 많이 바르게 되면 오히려 버터 때문에 탈 수 있다. 그러니 코팅한다는 느낌으로 살짝만 버터를 바르는 게 좋다.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를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볼에 버터와 설탕, 소금을 넣고 부드럽게 풀어준 뒤 우유를 섞는다. 주의할 점은 녹여낸 버터를 쓰는 마들렌과 달리 형태를 유지한 버터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바삭바삭한 쿠키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 바삭바삭한 쿠키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박력분과 풀어준 버터 등을 섞을 때도 마치 수제비를 반죽하듯이 손으로 힘 있게 반죽하는 게 좋다.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홈베이킹을 해왔던 홍 기자는 노련했다. 주부의 칼질 솜씨를 발휘해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의 반죽을 일정 크기대로 잘라 균일한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전 과정을 가르친 박지현 서울요리학원 강사는 “마들렌의 완성도는 깔끔하게 조개 모양이 나오는 데서 판단되는데 로즈메리 마들렌은 반죽을 틀에 가득 부어서인지 모양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못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 기자의 초콜릿 마들렌은 깨끗한 조개 모양이 나왔지만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 반죽을 잘라낼 때 칼질이 서툴러서인지 굵기가 제각각이라는 게 문제였다. 박 강사는 모두에게 9점씩 동점을 줬다. 집에서 마들렌을 만들 때 여러 재료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마들렌 반죽에 초콜릿칩, 로즈메리 잎 외에도 슬라이스된 레몬 껍질 등 원하는 재료를 넣으면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수강 문의는 서울요리학원 (www.seoulcooking.net, 02-766-1044~5)
  • [맛있는 인생] 백설기·누룩 그리고 정성… 조상님께 ‘집술’ 올립니다

    [맛있는 인생] 백설기·누룩 그리고 정성… 조상님께 ‘집술’ 올립니다

    설을 2주 앞둔 지난 23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순당 본사에 30여명이 모였고,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유리병을 하나씩 품에 안은 채 헤어졌다. 전통 차례주인 ‘신도주 빚기 교실’에 참여한 인원들이다. 전통 차례주의 연원과 빚는 법에 대한 강의를 듣는 데 1시간을 할애하고, 권희숙 국순당연구소 연구원을 따라 전통주를 빚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간단하니 과거 금주령이 내려져도 집집마다 ‘밀주’가 성행했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소주에 과일이나 인삼 같은 약재를 푹 담가뒀다 먹는 과일주를 제외하면 ‘집에서 담그는 술=밀주’라고 인식하는 관념 이면엔 역사적인 아픔이 숨어 있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주세법’을 제정하며 일본의 전통술을 ‘청주’로, 우리의 전통술을 ‘약주’로 통칭했다. 청주엔 가벼운 세금을, 약주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조치였다. 1917년 일제는 세금 부과가 어렵다는 이유와 일본 주류업체를 보호한다는 미명에 따라 집에서 빚는 술인 가양주 제조를 전면 금지했다. 거의 반세기 이상 술과 부엌이 단절의 시간을 보내왔지만, 의외로 전통 차례주를 빚는 재료는 주변에 가깝게 있고 만드는 방법 또한 과일주 담그기보다 과하게 까다롭지 않았다. ●1단 담금 때 밀가루 넣으면 발효 잘돼 원래 추석에 햅쌀로 빚어 먹던 술인 ‘신도주’엔 햅쌀 1.5㎏, 물 2.25ℓ, 전통 누룩 150g, 밀가루 15g이 필요하다. 고문헌을 보면 전통주 중에서도 신도주에 대해 “맛이 맵다”고 했는데, 이는 신선한 햅쌀로 빚다보니 도수가 강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신도주를 빚으면 16도까지 도수가 높아진다고 권 연구원은 31일 설명했다. 햅쌀, 물, 밀가루는 부엌에 상비된 재료이고 누룩 역시 인터넷에서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요즘에는 누룩별로 조절해야 할 물량과 쌀량이 표시된 설명서까지 첨부되어 판매된다. 쌀만 들어가면 술이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질 것 같은데 밀가루를 넣는 이유에 대해 권 연구원은 “밀가루의 단백질 성분이 들어가면 발효가 더 잘된다”고 설명했다. 신도주는 1단과 2단으로 나눠 담는다. ‘신도주 빚기 교실’에선 이날 햅쌀의 3분의1 분량인 500g을 떼어내 소금 없이 만든 백설기를 잘게 부숴 누룩, 밀가루, 물 1ℓ와 잘게 섞는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한 뒤 25~27도에서 사흘 동안 놓아두면 1차 발효가 이뤄지는데 여기까지 ‘1단 담금’이다. 사흘 뒤 남은 분량인 쌀 1㎏을 쪄서 물 1.25ℓ와 함께 섞어주는 ‘2단 담금’ 과정을 거친다. 쌀은 2시간 정도 불려 물을 뺀 뒤 1시간 정도 찌면 된다. 손톱으로 쌀을 으깼을 때 중간에 심이 남지 않으면 술에 들어가는 고두밥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집에 쌀을 찔 들통이 없다면, 분량의 쌀을 밥으로 만들어 넣어도 된다. 밥을 할 시간마저 내기 어려워 즉석밥을 고두밥으로 활용한다면, 쌀의 분량을 역산해 즉석밥 1.25㎏으로 분량을 맞추는 게 적당하다. 단 쌀을 찐 고두밥을 넣을 때보다 밥을 넣었을 때, 직접 한 밥 대신 즉석밥을 넣었을 때 완성된 차례주에서 밥의 독특한 냄새가 난다. 시중에서 파는 가래떡이나 백설기를 ‘2단 담금’에 활용해도 되지만, 함유된 설탕이나 소금이 맛에 영향을 미친다. 권 연구원은 “밥을 넣을 때보다 떡을 빚어 넣을 때, 백설기를 빚어 넣을 때보다 구멍이 뚫린 떡을 넣을 때 술맛이 더 좋아진다”면서 “정성이 들어갈수록 술의 맛이 깊어지는 게 집에서 빚는 술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열흘쯤 지나면 차례주가 완성되는데, 마치 알람시계처럼 차례주 스스로 숙성을 알린다. 발효되는 동안 들리던 뽀글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향긋한 술 향기를 내기 때문이다. ●남은 차례주로 고기·생선 재워두면 잡내 싹 직접 빚은 차례주라면 차례를 지낸 뒤에도 소중히 보관해야겠지만, 시중에서 산 청주를 처리하는 일은 주부들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된다. 좋은 재료로 빚은 차례주는 마셔서 없애는 방법 외에도 요리에 쓸 수 있는 다목적 술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차례주인 청주는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고, 생선살을 단단하게 만든다”면서 “두 경우 모두 각종 잡냄새를 잡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청주 사용법도 손쉬워 고기류를 손질한 뒤 남은 차례주에 20~30분 동안 재워두면 된다. 묵은 쌀을 사용해 밥을 지을 때 물과 함께 청주를 한두 수저 넣으면 묵은 냄새를 줄여주고, 밥맛이 좋아진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week & STORY] 처음 중국행 배 타는 국산 쌀… “13억 입맛 정복”

    [week & STORY] 처음 중국행 배 타는 국산 쌀… “13억 입맛 정복”

    30t 새달 2일 출발… 올 2000t 수출㎏당 5000원… 현지보다 3~5배 비싸 전북 군산항은 대한제국 시기인 1899년 5월 1일 개항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수탈해 가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관문이었다. 이 군산항이 개항 117년 만에 우리 쌀을 중국에 수출하는 전진 기지가 됐다. 군산항에서 쌀 수출은 일제 강점기 쌀 수탈 이후로 처음이다. 29일 오후 3시 군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6부두. 겨울비가 내리는 중에도 드넓은 부두는 활기가 넘쳤다. 쌀이 가득 담긴 컨테이너에는 대(對)중국 쌀 수출을 기념하는 경축 플래카드가 즐비하게 내걸렸다. 이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6개 도의 명품 쌀 30t이 수출됐다. ▲경기 이천 남부통합RPC 임금님표 이천쌀 ▲강원도 철원 동송농협 철원 오대쌀 ▲충북 광복영농RPC 진수미 ▲충남 서천농협 서래야쌀 ▲전북 군산 제희RPC 니나노 ▲전남 해남 옥천농협 한눈에 반한 쌀 등이 첫 수출의 물꼬를 텄다. 최고 품질의 쌀을 가공하는 현대식 위생관리 시설을 갖춘 업체들이다. 추청, 오대, 삼광, 신동진, 보광, 새일미 등 밥맛이 뛰어난 6가지 품종의 쌀로, 포장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2, 5, 10㎏ 단위다. 벌레를 막는 훈증 소독과 진공포장도 했다. 특히 한국산 쌀의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공통 포장디자인을 사용했다. 쌀 포대 앞부분에 태극마크를 커다랗게 새겨 넣었다. 그 아래 ‘한국산 대미’(韓國産 大米)라고 표시해 중국 소비자들이 한눈에 한국산 쌀을 알아보도록 했다. 기념식은 간소하지만 자긍심이 가득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해방 이후 밀가루 등 외국 원조로 보릿고개를 넘겼던 한국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제 질 좋은 쌀을 고가에 수출하는 나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의 까다로운 수입 조건을 충족시킨 업체들은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세계 최대 쌀 소비국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하진 전북지사, 농식품부 관계자 등 참석자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이 장관은 인사말에서 “중국 쌀 시장 확보가 우리 쌀 수출의 새로운 도약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 지사는 축사에서 “한국산 쌀이 13억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중국에서 새로운 한류 스타로 승승장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탓에 수출용 쌀 포장지에 기념 사인을 하려던 이 장관과 송 지사는 사진촬영만 했다. 축포가 터지는 가운데 쌀을 가득 실은 6개 컨테이너가 대형 크레인으로 선적됐다. 이날 선적된 쌀은 오는 2월 2일 군산항을 출발해 이틀 후인 4일 중국 상하이항에 도착한다. 이후 통관 절차 등을 거쳐 늦어도 다음달 중순부터는 상하이 롯데마트 69개 매장에서 일제히 판매된다. 판매가는 중국 쌀보다 3~5배 높은 ㎏당 5000원이다. 국내 쌀값보다도 2.5배가량 높다. 한식과 한류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은 한국 쌀을 선호한다. 2월 중 70t이 추가로 선적될 예정이다. 김신중 전북도 FTA 대응팀장은 “한국산 쌀은 안전하고 품질도 뛰어나다는 신뢰를 쌓아 중국의 중·상류층을 공략하면 시장개척에 승산이 있다”면서 “올해 중국시장에만 2000t을 수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의 쌀 수출 실적은 2388t(515만 4000달러)으로 올 중국 수출 목표량과 비슷하다. 군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우리는 천하장사꾼!

    우리는 천하장사꾼!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2%였다. 외환위기 후유증이 컸던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20%가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차라리 사업하겠다며 창업 전선에 뛰어든 청춘이 갈수록 는다.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창업이 장사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30세 미만이 세운 신설법인은 4497개로 전년(3885개)보다 28.7% 증가했다. 셋 중 하나 (1592개)는 도·소매업이었다. 서울신문은 24일 20대 청년 장사꾼 4팀을 만났다. 네이버와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온라인 창업지원 프로그램 ‘e-커머스 드림’ 프로젝트의 수상자들이다. 서재호(26)씨는 동갑내기 친구인 이희수, 목광균, 장범수씨와 함께 지난해 7월 나물투데이를 꾸렸다. 건강에 좋은 나물을 손질해 날마다 데친 뒤 포장해 배송한다. 소비자는 나물을 다듬고 씻을 필요 없이 물에 한번 헹궈 간장, 참기름 넣고 무치기만 하면 뚝딱 반찬을 만들 수 있다. 인터넷과 전화로 주문을 받는다. 집 밥 차리는 데 이골이 난 30대 중반~50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서씨와 친구들은 각자 한 번 이상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창업 재수생’이다. 어릴 때부터 발명과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서씨는 창업경진대회에서 10여 차례 수상하고 창업도 세 번 시도했지만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남들처럼 취업해 회사원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다 눈에 띈 게 부모님께서 하시는 나물 장사였습니다.” 서씨의 부모는 광명시장에서 27년째 나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서씨와 친구들은 더 많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나물을 먹을 수 있도록 데쳐서 팔아보기로 했다. 이들의 하루는 새벽 1시에 시작된다. 경동시장에 나가 나물을 직접 사서 돌아오면 새벽 3~4시. 오전 7시부터 나물을 데쳐 오후 3~4시에 택배사에 배송한다. 그날 데친 나물은 반드시 다음날 소비자가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일일이 고객에 전화를 걸어 잘 도착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요. 배송이 하루라도 늦어지면 다시 보냅니다. 판매후기는 우리만의 서비스예요. 오늘 몇 건을 포장해 어느 지역에 배송했는지 사진을 찍어 공지하죠. 주문한 나물의 조리법은 문자메시지로 전달해요. 우리가 힘들어도 소비자가 편해야 한다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월 매출은 창업 초기인 지난해 7월 500만원에서 이번 달 1000만원으로 2배 증가했다. 수익 배분 구조가 독특하다. 매일 4명이 모여 그날 서로가 한 일에 대해 점수를 매긴 뒤 매달 합산해 월급을 나눠 갖는다. 단순 노동에는 낮은 점수를, 매출에 기여한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식이다. 일종의 성과제를 도입해 나물 정기배송, 이유식 전용 나물 세트, 100원에 맛보기, 온라인 덤 주기 등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 켈리스 핑거 대표인 안재우(26)씨의 별명은 유치원 때부터 ‘빵재우’였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진로를 디저트 셰프로 정했다. “고 3때 야자(야간자율학습)를 안 하고 하루 4시간씩 빵집 아르바이트를 했죠. 월급 50만원 받고요.” 군대에서 일본어를 독학한 안씨는 제대하자마자 현해탄을 건넜다. 일본에서 제과기술을 배울 생각이었다. “도쿄 우에노의 디저트 카페에서 일했어요. 40년 된 가게였는데 76세인 사장님이 주방을 지켰어요.” 안씨는 롯본기의 초밥집 스키야바시지로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구순의 셰프가 하루에 딱 40명의 손님을 받아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었어요. 1인분이 최소 30만원인 비싼 집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았어요. 그런 가게를 차리고 싶어졌죠.” 제과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안씨는 2012년부터 1년간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에서 유학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전남 순천에 자리를 잡았다. 수천만원의 학비 탓에 두 손엔 1000만원뿐이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 창업자금으로 5000만원을 싸게 빌렸다. 창업 아이템은 수제 타르트였다. 보성의 녹차가루와 곡성 사과, 해남 고구마, 고흥 청유자, 고창 산딸기 등 전라도 지역 특산품을 재료로 쓴다.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버터, 비정제 설탕은 기본이다. “장인정신을 지킬 생각이에요. 솔직히 하루에 타르트 30~40판도 만들 수 있지만 품질을 보장할 수 없거든요. 일본에서 만난 ‘초밥왕’처럼 적게 팔더라도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하영(25)씨는 지난 10월 여성의류 쇼핑몰 모즈라인을 열었다. 수많은 여성의류 쇼핑몰을 생각하면 사실 옷은 진부한 창업 아이템이다. 김씨는 차별화를 위해 손품을 팔았다. “동대문 도매상에서 인기 있는 품목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중복해서 파는 쇼핑몰이 많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해서 그보다 싸게 최저가로 가격을 매겨요. 소비자는 똑똑해요. 다만 1000원이라도 싼 곳 찾아서 사거든요.” 원광대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김씨는 전북 전주에서 옷 잘 입는 여고생으로 유명했다. 김씨는 “옷이 좋은데 용돈이 적으니까 지난해 입었던 옷을 중고장터에 팔고 그 돈으로 새 옷을 사입곤 했어요. 인터넷 쇼핑몰이나 연예인이 드라마에 입고 나오는 옷도 유심히 보고요. 패션회사 디자이너로 취직할 기회가 있었지만 예쁜 옷을 저렴하게 팔아서 많은 사람이 입었으면 하는 마음에 창업을 마음먹었어요.” 개점 첫 달 80만원에 그쳤던 매출액은 다음달 2000만원, 지난달에는 5700만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의류 쇼핑몰의 판매가격이 원가의 1.7~2배인데, 김씨는 1.4~1.5배 수준으로 마진을 낮춘 덕이 컸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고객 상담 횟수를 늘리고, 크리스마스, 연말 파티 등에 어울리는 원피스와 코트 등을 미리 선보였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상 코디법을 올려 고객을 끌었다. “앞으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판매할 생각입니다. 자체 제작하면 중간 마진을 뺄 수 있어서 더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민서(23)씨는 지난 7월 강원도 농수산물과 전통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푸르린을 창업했다. 그는 중국 베이징 제2외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다가 창업을 위해 휴학했다. “취업 생각이 아예 없진 않아요. 직장 생활하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강원 홍천에 귀농한 이씨는 옥수수, 감자 등을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다. “옥수수를 삶아서 3자루를 한 봉지에 넣어 팔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죠. 재구매율이 80%가 넘었어요. 4~5번 연달아 주문한 분도 있었습니다. 맛은 좋은데 상처가 낫거나 크기가 작은 농작물은 땅에 묻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사들여 로스팅한 다음 티백 옥수수차로 만들어 덤으로 드리고 판매도 했어요. 농가에도 이득이고 소비자 홍보도 되고 일석이조였죠.” 최근에는 고랭지 수미감자가 효자 상품이다. “인터넷에서 감자를 검색하면 저희 쇼핑몰이 가장 위에 노출돼요. 대표 감자를 파는 자부심이 있죠.” 이씨는 청국장, 말린 대구, 젓갈 등 전통 발효식품을 개발해 판매 품목을 늘려갈 생각이다.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할 생각은 버리세요. 전문가나 멘토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시장조사도 하고 땀나게 발로 뛰어야 해요.”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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