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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욕지도 ‘고메원도넛’...명품특산물 지정

    통영 욕지도 ‘고메원도넛’...명품특산물 지정

    ‘고메원도넛’이 최근 통영시로부터 명품특산물로 지정받았다. ㈜욕지고메원은 욕지도의 대표 특산품인 욕지고구마와 다시마로 만든 고메원 도넛이 출시 6개월만에 통영시로부터 명품 특산물로 공식 지정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이에따라 고메원도넛은 시 지정상품 표시인 인증마크 사용, 통영시가 개최 또는 참가하는 직거래행사, 박람회와 해외무역사절단 참가,상품포장상자 제작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또 이번 명품특산물 지정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품질경쟁력 확보, 시 차원의 홍보지원 등을 통한 소비 촉진으로 섬 주민들의 소득향상 및 관광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고메원 관계자는 “통영시 명품특산물로 지정받아 현지판매는 물론 택배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메원도넛 은 욕지도의 해풍과 햇볕을 자양분으로 재배한 명품 욕지고구마와 후코이단 성분이 풍부한 청정바다 다시마를 주재료로 사용한다.방부제나 화학첨가료를 넣지 않고 만든다. 일반 밀가루도넛은 반죽 후, 숙성과정 없이 기름에 튀기지만 고메원도넛은 고구마를 오랜 시간 삶고 거른 후 다시마와 천연발효액종 원료 등을 배합한 고구마 반죽을 숙성시킨 후 고온의 오븐과 튀김기에 반복적으로 굽고 튀긴다. 때문에 기름에만 튀긴 밀가루 도넛과 달리 기름을 적게 흡수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또 밀가루 도넛보다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고 섬유질도 풍부하다. 고메원도넛은 이곳의 한 주민이 욕지고구마를 전국에 널리 알릴 방법을 찾던 중 개발하게 됐다.최근 특허출원을 마쳤다. 고메는 고구마의 경상도 방언이며,맛있는 음식(미식가)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번 통영시 명품특산물 지정에 이어 조만간 경남도가 지정하는 특산품인 QC상품 지정이 이뤄지면 고메원도넛의 인기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 관계자는 “명품특산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명품특산물 인증 마크만으로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도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기업 특집] CJ그룹, 직급 뗀 수평적 문화… 아이디어 ‘팡팡’

    [기업 특집] CJ그룹, 직급 뗀 수평적 문화… 아이디어 ‘팡팡’

    최근 기업들의 수평적 호칭 사용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CJ그룹은 일찌감치 2000년 1월부터 ‘님’ 호칭 제도를 도입했다. 그룹 전 임직원은 사내에서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버리고 상하급자 호칭 때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 심지어 공식석상에서 이재현 회장을 호칭할 때도 ‘이재현님’으로 부르고 있다. 이 회장은 ‘님’ 문화가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회의 시간 및 사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이재현님’으로 호칭하도록 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이재현님 대화방’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직원들이 이 회장에게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CJ가 2000년 ‘님’ 호칭 제도를 본격 시행한 것은 CJ 성장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953년 우리나라 최초의 설탕을 생산한 이후 반세기 동안 식품 사업을 이어온 CJ는 1996년 5월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선언하고, 1997년 제일제당그룹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후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설탕, 밀가루 생산 중심의 식품회사에서 출발한 CJ그룹은 2000년이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 물류&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E&M)라는 4대 사업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새로운 사업군의 진출과 함께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로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절실했던 CJ는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님 문화’를 도입한 것이다. ‘님’ 호칭 실시와 동시에 CJ는 2000년 CJ오쇼핑(당시 39쇼핑)을 인수하며 신유통 사업에 진출하고, 2003년에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을 강화하는 등 이종(異種)의 사업군을 영위하며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아홉 살 아이에게…국가는 퉁퉁 불은 친구 시체를 떠넘겼다

    아홉 살 아이에게…국가는 퉁퉁 불은 친구 시체를 떠넘겼다

    1982년까지 국가가 운영한 부랑아 수용소 경찰까지 나서서 최소 4700명 섬에 가둬 강제 노역·최소 급식… 탈출하다 죽기도 기본 교육도 못 받아 입대 의무도 몰라 2017년에야 진상조사… 국가 사과 없어 “선감도에서 도망치려던 열한 살배기들이 시체가 돼 바다로 둥둥 떠내려왔어요. 그러면 선생님은 빨간 고무장갑을 주며 또래 8명을 보냈죠. 우린 시키는 대로 물에서 퉁퉁 불고 낙지와 조개가 붙은 친구 시체를 둘러업고 산에 가 묻었어요. 그곳은 아동시설이 아닌 고문장이었습니다.”1966년 아홉 살에 선감학원에 강제 수용된 이대준(62)씨는 그곳을 이렇게 기억했다. 경기 안산시의 작은 섬인 선감도에 있던 이 시설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신군부 집권 때인 1982년까지 국가가 직접 운영했던 부랑 아동 수용시설이다. 그 악행이 부산 형제복지원과 판박이다. 부모와 집이 없다는 이유로, 복장이 남루하거나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로 경찰·공무원 등에게 이끌려 선감학원에 수용됐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사실상 노예였다. 염전일, 농사, 축산, 양잠 등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급식이 노동의 대가였다. 이씨는 누에 키우는 일을 담당했다. 봄가을철이 되면 2만 마리의 누에가 들어왔다. 그는 “누에 밥을 주려면 뽕잎을 따러 매일 산에 가야 하는데 곳곳에 죽은 아이들이 묻혀 있다는 걸 알기에 등골이 서늘했다”고 했다. 그는 “원생들이 힘이 없어 시체 묻을 땅을 깊이 파질 못해 비가 오는 날이면 땅 위로 뼈가 솟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선감학원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조차 안 됐다. 2017년 경기도 조사로 일부 피해자 4710명(1956~1982년 장부)의 기록만 드러났을 뿐이다. 하지만 이 기간조차 실제 수용자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원생 장부 관리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장부 기록을 보면 수용됐던 아이들 다수의 생일이 ‘5월 29일’로 적혀 있다. 학원 측은 선감학원 개원일을 생일로 일괄 표기했다. 선감도의 일부 주민들도 비극의 조력자였다. 선감학원 측은 도망가는 아이를 신고하는 주민에게 밀가루 한 포대를 상으로 줬다. 이씨는 “몇몇 주민들은 도망가는 애들을 잡아 머슴살이를 시키다가 말을 안 들으면 학원에 신고해 밀가루를 받고 아이를 넘겼다”고 했다. 학원은 1982년 이후 폐쇄됐지만, 학대의 상흔을 품은 피해자들은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선감학원 퇴소자의 50%가 구걸이나 부랑을 경험했다. 이씨는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조차 돈 벌러 들어간 술집 사장님한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신사 화장실’이라는 용어가 남자 화장실인 줄도 몰랐다. 사장은 그에게 “혹시 간첩이냐”고 묻기도 했다. 선감학원 사건은 최근에야 조명되고 있다. 경기도가 2017년 첫 진상조사를 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은 아직 약하고, 국가의 공식 사과나 피해 보상은 요원하다. 피해자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씨도 지난해 초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이씨는 “솔직히 나 죽은 다음에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래도 자꾸 말을 해야 사람들이 알고 잘못한 사람들은 반성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감학원 아동국가폭력 피해대책위원회는 25일 선감학원 옛터인 경기 창작센터와 선감 옛 선착장 일대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를 연다. 선감학원 생존자와 가족, 경기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밀로 빚은 구수한 막걸리의 유혹…응답하라, 1970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밀로 빚은 구수한 막걸리의 유혹…응답하라, 1970

    세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막걸리의 주재료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쌀’이라고 생각했다면 밀레니얼 세대(2030)일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은 쌀막걸리가 흔하지만, 예전엔 밀막걸리가 대세였지…”라며 과거를 추억했다면 당신은 최소 19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X세대일 것입니다. 때아닌 ‘나이 드립’으로 이번 술 이야기를 시작한 건 막걸리로 독자들의 나이를 간파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한 우리의 ‘밀막걸리’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막걸리를 구입하기 위해 동네 슈퍼나 대형마트에 가면 쌀로 만든 막걸리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막걸리’ 하면 목넘김이 가볍고 청량하며 달콤한 쌀막걸리의 맛을 떠올리지요. 하지만 ‘막걸리=쌀막걸리’의 공식이 성립된 건 1990년 이후부터랍니다. 6·25전쟁이 끝나고 힘겹게 살았던 과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준 술은 밀로 만든 막걸리였습니다. 1965년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발표해 귀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하면서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25년간 미국에서 수입한 밀가루로 막걸리를 빚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중세시대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공포됐던 ‘맥주 순수령’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 법령은 우리와는 반대로 쌀이 아닌 밀로 술을 만들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시간이 흘러 한국인에게 ‘쌀밥’의 특별함은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쌀막걸리를 마시는 일도 당연해지면서 그렇게 흔했던 ‘밀막걸리’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됐죠. 하지만 밀막걸리를 한 번이라도 맛본 주당들은 밀막걸리 특유의 구수한 맛을 잊지 못한답니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쌀막걸리와 반대로 목젖을 때려 주는 묵직함을 갖춰 모자란 ‘술배’를 채우기엔 안성맞춤이죠. 게다가 밀은 ‘찬 성질’의 곡물이어서 여름철 열기를 내려 주는 데도 제격입니다.쌀막걸리가 새하얀 우유 빛깔이라면 밀막걸리는 바나나우유처럼 노란색을 띱니다. 25년간 쌀막걸리를 먹지 못했던 시간 탓에 “밀막걸리보다 쌀막걸리가 더 좋은 술”이라는 편견도 남아 있지만, 이는 취향 문제일 뿐 우월함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양조와 발효 과정에서 밀막걸리가 더 까다로워 대형 양조장에서는 밀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쌀막걸리 생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리에 있는 동해명주 양조장은 이제는 귀해진 밀막걸리를 ‘시그니처 막걸리’로 생산하는 대표적인 양조장입니다. 이곳의 밀막걸리 브랜드 ‘도구 막걸리’는 포항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지역 명물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양조장에서 맛본 도구 막걸리는 맛있어서 위험한 술이었습니다. 뒷맛에 잔당감이 거의 없어 보디감이 묵직한데도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음용성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올해 64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 양조장은 ‘밀레니얼 세대’인 양민호(38)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2030세대이지만, 쌀보다는 밀막걸리 발효 냄새가 더 익숙한 타고난 양조가입니다. 방앗간을 하던 그의 아버지가 1985년 양조장을 인수해 2016년 그가 완전히 이어받았는데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밀막걸리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가 양조장을 맡은 이후 ‘아는 사람들만 먹었던’ 도구 막걸리는 포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막걸리로 거듭났습니다. 비결은 전통의 영역에 들어온 혁신이었습니다. 그가 양조에 쏟는 열정을 지켜보니 ‘젊은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손맛’이 지배했던 오래된 양조장에 기술을 도입합니다. 그는 발효 과정에서 온도 변화에 민감한 밀막걸리의 온도를 실시간 체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2014년 양조장 내부, 발효 탱크별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자 품질의 일관성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습니다. 실제로 “시스템 도입 이후 온도에 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버려지는 술의 양이 10분의1로 줄었다”고 하네요. 그는 “쌀막걸리 시장이 더 크지만, 오랫동안 밀막걸리를 만들어 온 양조장의 전통과 도구 막걸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면 밀막걸리 양조를 놓을 수 없다”면서 “지금은 밀막걸리와 함께 쌀막걸리·동동주만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우아한 청주를 만들어 전통주의 고급화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글 사진 macduck@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이야기] 밀로 빚은 구수한 막걸리의 유혹… 응답하라, 1970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이야기] 밀로 빚은 구수한 막걸리의 유혹… 응답하라, 1970

    세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막걸리의 주재료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쌀’이라고 생각했다면 밀레니얼 세대(2030)일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은 쌀막걸리가 흔하지만, 예전엔 밀막걸리가 대세였지…”라며 과거를 추억했다면 당신은 최소 19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X세대일 것입니다. 때아닌 ‘나이 드립’으로 이번 술 이야기를 시작한 건 막걸리로 독자들의 나이를 간파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한 우리의 ‘밀막걸리’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막걸리를 구입하기 위해 동네 슈퍼나 대형마트에 가면 쌀로 만든 막걸리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막걸리’ 하면 목넘김이 가볍고 청량하며 달콤한 쌀막걸리의 맛을 떠올리지요. 하지만 ‘막걸리=쌀막걸리’의 공식이 성립된 건 1990년 이후부터랍니다. 6·25전쟁이 끝나고 힘겹게 살았던 과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준 술은 밀로 만든 막걸리였습니다. 1965년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발표해 귀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하면서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25년간 미국에서 수입한 밀가루로 막걸리를 빚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중세시대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공포됐던 ‘맥주 순수령’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 법령은 우리와는 반대로 쌀이 아닌 밀로 술을 만들지 말라는 내용입니다.시간이 흘러 한국인에게 ‘쌀밥’의 특별함은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쌀막걸리를 마시는 일도 당연해지면서 그렇게 흔했던 ‘밀막걸리’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됐죠. 하지만 밀막걸리를 한 번이라도 맛본 주당들은 밀막걸리 특유의 구수한 맛을 잊지 못한답니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쌀막걸리와 반대로 목젖을 때려 주는 묵직함을 갖춰 모자란 ‘술배’를 채우기엔 안성맞춤이죠. 게다가 밀은 ‘찬 성질’의 곡물이어서 여름철 열기를 내려 주는 데도 제격입니다. 쌀막걸리가 새하얀 우유 빛깔이라면 밀막걸리는 바나나우유처럼 노란색을 띱니다. 25년간 쌀막걸리를 먹지 못했던 시간 탓에 “밀막걸리보다 쌀막걸리가 더 좋은 술”이라는 편견도 남아 있지만, 이는 취향 문제일 뿐 우월함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양조와 발효 과정에서 밀막걸리가 더 까다로워 대형 양조장에서는 밀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쌀막걸리 생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리에 있는 동해명주 양조장은 이제는 귀해진 밀막걸리를 ‘시그니처 막걸리’로 생산하는 대표적인 양조장입니다. 이곳의 밀막걸리 브랜드 ‘도구 막걸리’는 포항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지역 명물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양조장에서 맛본 도구 막걸리는 맛있어서 위험한 술이었습니다. 뒷맛에 잔당감이 거의 없어 보디감이 묵직한데도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음용성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올해 64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 양조장은 ‘밀레니얼 세대’인 양민호(38)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2030세대이지만, 쌀보다는 밀막걸리 발효 냄새가 더 익숙한 타고난 양조가입니다. 방앗간을 하던 그의 아버지가 1985년 양조장을 인수해 2016년 그가 완전히 이어받았는데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밀막걸리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가 양조장을 맡은 이후 ‘아는 사람들만 먹었던’ 도구 막걸리는 포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막걸리로 거듭났습니다. 비결은 전통의 영역에 들어온 혁신이었습니다. 그가 양조에 쏟는 열정을 지켜보니 ‘젊은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손맛’이 지배했던 오래된 양조장에 기술을 도입합니다. 그는 발효 과정에서 온도 변화에 민감한 밀막걸리의 온도를 실시간 체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2014년 양조장 내부, 발효 탱크별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자 품질의 일관성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습니다. 실제로 “시스템 도입 이후 온도에 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버려지는 술의 양이 10분의1로 줄었다”고 하네요. 그는 “쌀막걸리 시장이 더 크지만, 오랫동안 밀막걸리를 만들어 온 양조장의 전통과 도구 막걸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면 밀막걸리 양조를 놓을 수 없다”면서 “지금은 밀막걸리와 함께 쌀막걸리·동동주만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우아한 청주를 만들어 전통주의 고급화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글·사진 macduck@seoul.co.kr
  • 경기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물꼬 튼다...남북협력사업 지속 추진

    경기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물꼬 튼다...남북협력사업 지속 추진

    경기도는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남북평화협력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외적 상황과 남북관계의 굴곡에도 접경지역을 품고 있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로서 남북교류협력을 지속 추진해오고 있다”고 밝히고 경기도가 추진 중인 평화협력사업과 향후 추진계획을 소개했다. 도가 추진 중인 평화협력사업은 ▲북한 평안남도 일대 밀가루 및 묘목 지원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국제배구대회’ 참가 ▲‘2019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필리핀 공동개최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 DMZ 개최(가칭 DMZ평화페스티벌) ▲개성 수학여행 등 도민 차원의 상호교류 실현 등 5개 부문이다. 먼저 이달 중에 북한 평안남도 일대에 10억원 상당의 밀가루 1615t과 산림복구를 위한 5억원 상당의 묘목 11만 그루 지원을 진행 중이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의 인도적 물품 지원요청에 따른 조치다. 지원 물품은 현재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로 순차적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북측 관계자와 협의해 밀가루 등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인도네시아 국가 체육위원회와 공동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국제배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회는 다음 달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며 북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이 참가한다. 도는 남녀선수단을 포함해 40여명의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밖에 오는 7월에는 북측 조선아태평화위원회, 필리핀 전국언론인협회, 아태평화교류협회 등과 공동으로 필리핀에서 ‘2019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도는 지난해 11월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북측대표단의 경기도 방문 성과를 내고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는 올해도 필리핀에서 열리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북측과 심도 있는 평화협력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평양 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해 DMZ 일원에서 학술 분야에서부터 문화, 예술, 공연을 아우르는 종합축제를 열기로 했다. DMZ 포럼, 세계생태평화축제, Live in DMZ, DMZ 콘서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는 대규모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분야 인사가 참여하는 ‘9·19 1주년 기념행사(가칭 DMZ 평화페스티벌)조직위원회’를 꾸려 운영할 방침이다. 앞서 도가 추진해온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북한 옥류관 음식점 도내 유치, 파주 개성 마라톤 등 이미 북측과 합의한 사항의 추진 여부에 대해선 북미,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지사는 “인도적 지원에서부터 문화·체육·학술에 이르는 평화협력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남북평화협력 분위기가 한반도에 확산하고 나아가 전 세계로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경기도의 노력에 도민과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빗장 풀린 국제 구호단체, 방북 활발한데…한국 단체는 발묶여

    국내 교회 등 대북반출승인 받았지만 북미 갈등·북핵 탓 인도적 지원길 막혀 이달 말 中서 민간교류 재개 이목집중 해외 대북 인도 지원 단체들이 올해 들어 대북 제재 면제를 받고 활발히 방북 활동을 하는 데 반해 국내 단체들의 지원 사업은 대북 제재와 남북 관계 경색 등으로 원활하지 못한 모습이다. 올해 초 제재 면제를 받은 해외 대북 인도 단체들은 지난 3월부터 북한을 방문해 지원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대북제재위가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대북 인도 지원에 제재 면제를 승인한 건수는 20건이다. 지난해 한 해 16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 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은 지난 3월 18일부터 3주간 북한에서 B형 간염 치료와 구호물자 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캐나다 단체 퍼스트스텝스는 지난 3월 제재 면제를 받은 직후 북한을 방문, 평양과 남포 등지에 아동용 두유를 공급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4일 전했다. 한국 단체의 경우 올해 들어 아태평화교류협회가 15억원 상당의 밀가루와 묘목, 사랑의교회 등 대형교회 네 곳은 5억 7000만원어치의 모내기용 비닐박막을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달 정부의 대북 반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부 단체의 방북이나 물품 전달을 위한 협의 일정을 연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로 금융기관들이 대북 지원 물품 구입을 위한 송금을 꺼려 하고, 지원 물품도 중국을 경유해 전달돼야만 해 지원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전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북미 간 갈등과 핵 문제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인도 지원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이 이번 달 말 중국 선양에서 민화협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 겨레하나 등 민간단체와 접촉해 남북 교류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를 계기로 한국 단체의 대북 지원 사업도 진전될지 주목된다. 대북 단체 관계자는 “과거에도 북한이 국제기구와 해외 민간단체부터 시작해 한국 민간단체까지 문을 열었다”며 “북한이 최근 한국 민간단체의 지원도 받기로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접촉을 시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北 수출 막혀 장마당 위축… 식량난 골든타임 3년 남아”

    “北 수출 막혀 장마당 위축… 식량난 골든타임 3년 남아”

    김정은 집권 이후 장마당서 식량 해결 자연재해·대북제재로 식량·경제난 심화 요식업 경쟁과열→경기 악화 ‘악순환’ 북한이 최근 자연재해와 대북 제재로 식량·경제난을 겪으면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음식 장사에 뛰어들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윤과 소득이 감소해 경기가 더 악화하는 ‘요식업 악순환’에 시달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은 14일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북한의 식량 문제를 전체 공급이 아닌 주민의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도가 붕괴되면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각종 물품을 내다팔고 식량을 사며 각자도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2017년 하반기 들어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수출이 막히자 수출품 중심으로 장사가 이뤄지던 장마당이 위축되고 주민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식량을 구매할 여력도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로 식량 생산량이 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식량난이 가중됐다는 것이 권 원장의 설명이다. 권 원장은 식량난과 경기 악화로 주민들은 그나마 장사가 되는 음식 장사에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들어 중국으로부터 쌀과 옥수수 대신 밀가루를 수입하고 있다”며 “밀가루가 옥수수보다 비싸지만 간단한 조리로 양을 늘릴 수 있고 음식 장사의 주원료로 사용되기에 밀가루 수입에 주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요식업의 경쟁 과열은 경기 불황의 악화를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권 원장은 말했다. 그는 “2017년 하반기 이후에도 북한의 식량 가격이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이는 식량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구매할 사람, 즉 유효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원장은 최근 식량난으로 가장 피해를 입을 계층은 노약자와 장애인, 여성이 가장인 가정이라고 지목했다. 세계식량계획(WFP)·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올해 약 136만t의 식량이 북한에 부족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 전체 주민이 하루 필요한 식량이 1만t으로 추정되므로 전체 주민이 올해 365일 중 136일은 식량 부족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권 원장은 “자체 식량 조달이 어려운 취약 계층은 최대 60만명 정도 된다”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도 식량난으로 인한 사망자의 80%가 초기 3년 사이에 나왔다. 앞으로 3년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토다이, 랍스터&점보새우 플래터 단품 메뉴로 출시

    토다이, 랍스터&점보새우 플래터 단품 메뉴로 출시

    토다이가 스페셜 플래터로 선보인 랍스터와 점보새우 플래터를 단품메뉴로 출시했다. 5월 한 달간 주말과 공휴일에 매장 방문 고객에게 스페셜 플래터로 랍스터와 점보새우를 제공한 토다이는 고객 호평이 이어지면서 랍스터와 점보새우를 주중에도 맛볼 수 있도록 단품 메뉴로 내놨다. 새롭게 출시된 단품 메뉴는 2인 세트 플래터로 2만원에 판매된다. 랍스터 하프컷 2개와 점보새우 2개가 제공되며 신선한 랍스터와 점보새우에 갈릭버터 소스를 발라 더욱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단품 메뉴는 토다이 분당점을 비롯해 목동점, 명동점, 중계점, 반포점에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5월 한 달간 반포점을 제외한 전 매장에서는 만 65세 이상 실버고객을 대상으로 실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실버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토다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특별한 스페셜 메뉴와 토다이 이벤트로 고객 만족도를 향상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적인 뷔페 브랜드 토다이는 1985년 스시와 해산물 뷔페를 콘셉트로 하여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30년 이상 사랑받으며 세계적으로 성장해왔고 2006년 한국에 론칭되어 씨푸드 뷔페 및 패밀리 다이닝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토다이의 운영 철학은 총 3가지로, ▲신선하고 좋은 천연의 재료로 맛을 내는 ‘비움’, ▲청정 지역의 안데스 산맥 핑크솔트만을 사용한 저염식레시피, 유기농 밀가루를 이용한 튀김, 전 요리로 몸에 이롭도록 줄인 ‘줄임’, ▲몸에 이로운 다양한 식재료로 건강하게 채운 ‘채움’의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현재 토다이에서는 한식, 중식, 양식, 일식 등 250여가지의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페소화 곤두박질… 아르헨 또 붕괴 위기

    페소화 곤두박질… 아르헨 또 붕괴 위기

    마크리 대통령 “생필품값 6개월간 통제” 경제개혁 실패로 좌파정부 재집권 우려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페소화 가치는 곤두박질치면서 국가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급속히 높아지는 바람에 국가 경제가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행한 단기 달러채 금리는 20%에 바짝 다가서고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45.9로 치솟으며 1992년 화폐 개혁 이후 최고치(페소화 가치는 최소치)를 경신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IMF로부터 560억 달러(약 65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을 때만 해도 회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악화된 경제 여건과 포퓰리즘 성향의 좌파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페소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18%나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은 연 55%에 이른다. 경제개혁을 외치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정치적 불확실성 아르헨티나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마크리 대통령의 3년 전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선 공약은 무색해졌고 국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 밀가루와 쌀, 우유 등 60여개 생필품 가격을 최소 6개월 동안 통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효과는 임시방편의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데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생산자들이 공급을 줄이면서 물품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IMF 지원에도 마크리 대통령의 정권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국가 재정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마크리 대통령 지지율은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아르헨티나 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정부 지원 연금 대상자를 늘려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줬다. 재정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을 국영화하고 아르헨티나의 주력 산업인 곡류 수출에 따르는 세금을 인상하기도 다. 윈 틴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신흥시장 전략책임자는 “키르치네르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이미 IMF에서 거액을 빌린 상태인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식품 속 과학] 식품과 곰팡이/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식품 속 과학] 식품과 곰팡이/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고온다습할 땐 곰팡이를 주의해야 한다. 빵이나 떡, 딸기나 감귤류도 오래 방치하면 곰팡이가 핀다. 지구상 미생물의 36%가 곰팡이며, 적어도 3만종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품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곰팡이로는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속으로 분류되는 누룩곰팡이(麴菌)가 있다. 이 중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거나 식품에서 곰팡이독을 생성하는 것도 있다. 1974년 인도에서 간염으로 106명이 사망한 사건, 케냐에서 발생한 급성중독사건이 바로 곰팡이독의 일종인 아플라톡신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플라톡신은 1960년 영국에서 대량 폐사한 칠면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음 밝혀졌다. 지금까지 누룩곰팡이는 50여종이 확인됐고, 아플라톡신은 B1, B2, G1, G2 등 13종이 확인됐다. 아플라톡신 B1은 자연계에서 생성되는 독 중 가장 간독성이 강하다. 국제암연구소(IARC)도 아플라톡신을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했다. 식품에서 문제가 되는 아플라톡신은 B1, B2, G1, G2, M1, M2 등 6종류이다. 우리나라는 곰팡이 독소 기준을 정해 곡류, 땅콩, 견과류, 향신료, 밀가루, 건조과일 등 오염되기 쉬운 식품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가 피었다고 무조건 사람에게 유해할 정도의 아플라톡신이 든 것은 아니다. 곰팡이는 균사의 끝부분에서 전분이나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각종 효소를 만들어 분비한다. 이 효소로 주변의 유기물을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등으로 분해해 영양원으로 이용한다. 이런 곰팡이의 특성을 활용한 식품이 된장, 간장, 치즈 등 발효식품이다. 장류산업이나 주류산업에서는 독소 생성 능력이 없어 안전성이 확인된 누룩곰팡이만을 쓰고 있다. ‘아스페르길루스 오리제’는 전분을 포도당으로 잘 분해해 술을 만들 때 쓴다. ‘아스페르길루스 소에’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잘 분해해 된장이나 간장을 만들 때 이용한다. 한 번 곰팡이가 피면 곰팡이 포자를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선 늘 환기하고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또 곰팡이가 핀 것은 포자가 날리지 않도록 봉지 등에 담아 차아염소산액(락스)을 비롯해 살균제에 담가 곰팡이를 퇴치한 후 버리도록 한다. 곰팡이로 오염된 식품 등을 버릴 때도 주위 환경에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의 작은 실천이다.
  • 개성 만월대 발굴 장비도 면제 승인, 꼼꼼한 유엔 제재

    개성 만월대 발굴 장비도 면제 승인, 꼼꼼한 유엔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에 굴삭기와 트럭 등을 동원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민족이라면 착잡함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우선 정치적이거나 북한 정권이나 실력자들을 배불리는 일도 아닌 문화재 발굴에 필요한 장비까지 유엔 승인을 미리 일일이 받아야 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촘촘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남북간 인적 교류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으나 물자나 재화가 오가려면 무척 까다로운 제재 면제 사유를 스스로 증빙해야 한다. 개성 만월대는 북한 국보 122호로 지정돼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2007년부터 지난해 10~12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고려의 정궁(正宮)인 개성 만월대 발굴 조사를 벌였다.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됐다가 재개됐다를 반복했다. 궁궐터 25만㎡ 가운데 서부건축군 3만 3000㎡ 조사를 마쳤으며 1만 9000㎡에 마흔 동의 건물 터와 축대 두 곳, 대형 계단 두 곳, 금속활자 등 유물 1만 6500여점을 확인했다. 2015년 10~11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출토된 유물들로 기념전도 개최했다. 앞선 공동 발굴 조사 때 한국과 미국 정부의 협의가 잘 안 돼 기계류를 반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작업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부상자도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 협의회 설명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연 결과 이렇듯 발굴 작업의 효율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북한이 선뜻 이들 장비를 받아들여 나머지 궁궐터 조사를 함께 벌일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지난 2월과 지난달 초에 북쪽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에 실무 협의를 갖자고 잇따라 제안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화상 상봉에 필요한 장비를 북한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제재 면제 절차를 마무리하고 국내 화상상봉장 13곳에 대한 개·보수 작업에 착수했지만 북한과는 아무런 접촉도 못하고 있다. 또 남북 공동 6·25 전사자 유해 발굴도 장비 대부분이 유엔 제재 대상이라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밖에 타미플루와 같은 의약품, 밀가루 같은 인도적 지원도 원칙적으로 면제될 수 있지만 까다로운 증빙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실정에 접경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백화점식 남북 교류 및 협력 사업을 공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만난 대북정책 전문가는 “상대 마음도 살펴야 한다. 집 앞에 잔뜩 몰려와 이것도 도와주고 저것도 도와주겠다고 하면 가장으로서 여러분 마음은 어떨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일리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73년 만에 개인 지하실서 찾은 필름… 변사·음악·악극 결합 ‘이색 공연’으로 재탄생

    73년 만에 개인 지하실서 찾은 필름… 변사·음악·악극 결합 ‘이색 공연’으로 재탄생

    원판 9롤 중 1롤은 유실…7롤만 복원돼 英영화협회 특별전서 전세계 관객 만나우리가 1934년작 ‘청춘의 십자로’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소장자는 해방 이후 6·25전쟁 직후까지 단성사를 경영한 사장의 유족이었는데, 그는 모친을 통해 이 필름을 전해 받은 후 줄곧 지하실에서 보관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무성영화는 인화성이 강한 질산염(Nitrate) 필름으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필름이 온습도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필름 아카이브의 보존고가 아닌 공간에서 70년 이상 버틴 것이다. 2007년 필자를 포함한 한국영상자료원 조사단은 소장자의 자택에서 이 필름을 처음 만났다. 모두 9롤이었다. 1롤은 ‘끝(完)’ 표시만 있는 자막이었고, 본편인 것으로 추정되는 또 한 롤은 밀가루 반죽처럼 엉겨붙어 검색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른바 백화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누군가에 의해 필름 캔이 개봉되어 필름이 밀봉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공기와 만났기 때문이다. 결국 나머지 7롤만 복원에 착수해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버전이 되었다. 유실된 롤에는 줄거리상 영복과 영옥이 시골에서 떠나는 장면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청춘의 십자로’의 원판 필름은 등록문화재(제488호)로 지정되어 국가의 문화유산으로 특별히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청춘의 십자로’의 가치는 보존에만 머물지 않았다. 1930년대의 무성영화 상연 방식을 재현한 변사공연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변사와 음악, 악극이 결합된 ‘청춘의 십자로’ 무대는 2008년 처음 공연된 이래 가장 최근에는 2019년 2월 BFI(영국영화협회)에서 열린 초창기 한국영화 특별전의 개막식 공연까지 50차례 이상 이어지며 전 세계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청춘의 십자로’의 발굴과 이를 활용한 이색적인 공연은 무성영화의 존재 가치가 과거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남양주 브리오슈 “프랑스 천연 밀가루+버터+신선 과일” 어디?

    남양주 브리오슈 “프랑스 천연 밀가루+버터+신선 과일” 어디?

    MBC ‘생방송오늘아침’에 소개된 남양주 브리오슈 맛집이 화제다. 브리오슈는 이스트를 넣은 빵 반죽에 버터와 달걀을 듬뿍 넣은 프랑스 전통 빵이다. 1일 오전 방송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생방송 오늘아침’에서는 남양주 유일 제과 기능장이 있는 오로라 베이커리 카페를 소개했다. 남양주에 위치한 해당 베이커리는 자체적으로 제과 기능장이 있어 당일 50여가지의 빵을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과일을 올린 ‘브리오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베이커리 관계자는 인기 비결과 관련해 “당일 배송되는 신선한 과일을 쓰고 있다. 또 프랑스산 천연 밀가루와 버터를 이용해 풍미를 더해주고, 190도 오븐에 25분간 구워준다”고 밝혔다. 이어 “야외 테라스도 준비되어 있어 경치를 바라보며 티타임을 가질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양주 브리오슈 맛집은 경기도 남양주시 고산로 254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北, 러에 밀가루 10만t 지원 요청”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밀가루 10만톤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1일 보도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본격 추진하는 등 러시아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탈북자 등 복수의 남북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올해 초 러시아에 밀가루 10만톤의 무상지원을 요청, 러시아는 이에 5만톤을 지원하기로 동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평양의 주북한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4일 러시아가 북한에 구호물자로 밀을 전달했다고 밝혔으며, 북한에 전달된 분량은 4000여톤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무산된 북러 정상회담도 이르면 다음달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의전 담당인 김창선 국무위 부장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이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1차 전체회의,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등 북한의 주요 일정을 마치고 4월 말이나 5월 중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쿠바, 베트남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하며 사회주의 우방국 연대를 복원·강화시켰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대북 제재 하에서 경제 지원을 받고자 옛 사회주의 맹주이자 전통 우방국인 러시아와 관계 복원에 나서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해투4’ 구잘, 한국살이 16년차 “이제 외국 못 살겠다” [종합]

    ‘해투4’ 구잘, 한국살이 16년차 “이제 외국 못 살겠다” [종합]

    ‘해투4’에서 구잘이 한국살이 16년차 내공을 터뜨렸다. 유쾌한 수다 본능이 안방에 꿀잼을 선사했다. KBS2TV ‘해피투게더4’(이하 ‘해투4’)의 28일 방송은 ‘나 한국 산다’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로버트 할리-샘 해밍턴-구잘 투르수노바-조쉬 캐럿-안젤리나 다닐로바-조나단 토나가 출연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글로벌 토크로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이 가운데 구잘 투르수노바가 시원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구잘은 아름다운 미모와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구잘은 “사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을 때 한국어를 못하는 척 했다. 당시 토크를 잘하는 분들이 많아 내가 많이 편집됐다”며 솔직한 매력을 터뜨렸다. 이어 구잘은 “해투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너무 떨렸다”며 소감을 밝힌 뒤, “유재석 씨와는 첫 방송이다. 영광이다”며 소녀 같은 팬심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로버트 할리가 자신을 귀화한 외국인으로 소개하자, 구잘이 “저도 주민등록증이 있다”며 수줍게 꺼내 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2012년, 구잘 또한 한국에 귀화했던 것. 구잘은 “‘투르수노바구잘’이라는 긴 이름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다”며 개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구잘은 한국에 입국할 때 자동출입국을 통해 내국인 게이트로 입국한다며 반전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구잘은 “전 외국에서 못 살겠어요”라는 뜻밖의 말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구잘은 “우즈벡에 일주일만 있어도 (한국)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난 밥과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우즈벡에서는 밀가루와 고기만 먹는다. 입맛에 안 맞는다”며 때아닌 ‘한국 맞춤’ 입맛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외국에 나가면 답답하다”며 남다른 한국 사랑을 전해 폭소를 유발했다. 한편 구잘은 남다른 삼겹살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잘은 한국에 관광 온 부모님께 한국식 삼겹살을 전파했다며, ‘삼겹살 무한리필’ 식당에 간 사연을 밝혔다. 구잘은 “내 고향 우즈벡에서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훨씬 비싸다. 내가 부모님께 삼겹살을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부모님께서 ‘싼 소고기를 먹자’고 했다. 한국에선 소고기가 훨씬 비싼데 큰일날 뻔 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구잘은 우즈벡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동네 전체에 자랑을 하셨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날 ‘해투4’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이어갔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해피투게더4’의 수도권 시청률은 5.8%, 전국 시청률은 5.2%를 기록하며(2부 기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굳건히 했다. ‘해투4’는 매주 목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장미사진관, 백세건강원… 시간이 멈춘 마을

    장미사진관, 백세건강원… 시간이 멈춘 마을

    속수무책으로 빠른 세상에 현기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넘긴 것 같은데 달력 한 장을 또 넘겨야 할 때, 하루만 뉴스를 안 봐도 대화에 끼기 힘들 때, 1년 전 유행가를 듣는 것도 겸연쩍을 때. 그럴 때는 빠름과 정반대에 있는 어딘가로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충남 서천의 판교마을은 모든 것이 느린 마을입니다.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 ‘시간이 멈춘 마을’이니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마을은 1970년대 어디쯤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오래된 골목 따라 녹슨 철문, 빛바랜 간판, 간판 속 예스러운 글씨가 이어집니다. 간판은 마을에 극장, 사진관, 주조장이 있었음을 일러 줍니다. 해묵은 간판이 말합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이렇게나 많다고요.키 낮은 집들, 미용실 아랫목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할머니들, 낡은 자전거를 탄 어르신 등 마을의 첫인상은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다. 정겹고 소박하지만 낡고 허름하다. 하나 이곳은 서천에서 손꼽히게 잘나가던 마을이었다. ●1930년대엔 인구 8000명 넘었던 큰 마을 1930년, 마을 남쪽에 장항선 판교역이 들어섰고 큰 우시장이 열리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을 인구는 8000명을 넘었다. 우시장이 열리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다고. 판교마을의 시곗바늘이 느려진 건 일대가 철도시설공단 부지로 묶이며 건축 제한에 걸리면서부터다. 쑥쑥 크던 마을은 개발이 어려워졌고 1980년대에는 우시장마저 사라졌다. 지금 마을에 남은 이들은 480명 남짓.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젊은이가 떠난 곳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젊은이가 는다. 개발되지 못한 마을은 옛 모습을 간직했다는 이유로 주목받는다. 마을이 입소문을 타는 건 예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다. 마을 곳곳에 남은 수십 년 된 간판은 과거로 순간 이동을 한 듯, 1970년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을 걷는 듯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판교마을 여행은 마을의 옛이야기를 읽어 가는 일이다. 간판에 깃든 이야기를 꺼내어 먼지를 털고 그때를 되짚어 보는 일이다. 수십 년 전 세월을 헤아리느라, 간판에 얽힌 사연을 상상하느라 걸음이 느려지는 것도 당연하다. 마을은 1시간이면 둘러볼 정도로 아담하다. 관광지가 아닌지라 이정표는 없지만, 오성초등학교를 기점으로 마을 중앙에 난 도로를 따라가면 이 골목과도 저 골목과도 이어진다. 판교역이나 판교면행정복지센터에서 스탬프 투어 지도를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 지도에 가볼 만한 곳이 잘 정리돼 있다. 마을 어귀에 있는 농협 창고는 출발지로 적당하다. 때밀이로 벽을 박박 문지른 듯 외벽은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졌다. 빨간 철문 위에는 ‘협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판매하자’는 표어가 남아 있다. 표어는 마을 농민들끼리 힘을 모아 잘살아 보자는 의지의 표명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젊은이 핫플레이스 된 옛 풍경 간직한 동네 마을 오른쪽 끄트머리, 판교철공소 맞은편 건물은 ‘공관’으로 불리던 극장이다. 새마을운동 당시에 세워졌으니 50세를 바라보는 극장이다. 극장이 드물던 시절 부여, 보령, 서천 등 인근 주민들도 영화를 보러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어둑한 건물에 영사기가 돌아가고, 관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 문을 열었으리라. 낡은 건물이 극장이었음을 알려주는 단서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1960~70년대 흥행작 포스터와 매표소 창구다. 창구에 새겨진 영화 관람료는 일반 500원, 청소년 200원. 지금의 20분의1 가격이다.공관 건너편, 판교농협하나로마트 옆 골목에 담벼락 벽화가 있다. 사람 반, 소 반, 판교마을에서 열린 우시장을 그린 것이다. 벽화에서 북서쪽 길을 따라가면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을 인 적산가옥이 나온다. 장미사진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이 인증샷을 많이 남기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동면(판교면의 당시 이름) 주민 5500여명을 쥐락펴락한 일본 부호 11명이 살았다. 광복 후에는 우시장에 온 사람들이 묵는 여관이었다가 그 후 반쪽은 쌀가게, 반쪽은 사진관이 됐다. 간판에 ‘쌀, 잡곡 일절’, ‘사진관’ 글씨가 또렷하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수시로 여닫았을 마을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쌀 한 됫박을 사서 밥을 안치고 기억하고 싶은 날을 사진으로 남겼을 순한 사람들을 말이다.장미사진관 맞은편의 백세건강원은 낡고 빛바랜 것으로 가득한 마을에서도 으뜸이다. 지붕 슬레이트는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벽에 덧댄 나무판자 역시 성한 데가 없다. 건강원 건물은 한때 통닭집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왼쪽 창에 붕어즙, 흑염소 중탕 등 각종 건강식품을, 오른쪽 창에 ‘백숙, 통닭’ 글씨와 ‘근육질’의 닭을 그려 넣었다. 판교마을 여정의 종착지는 마을 북쪽의 주조장이다. ‘동일주조장’ 간판 아래 재미난 숫자가 있다. ‘TEL 45.’ 서천 지역 번호가 041이 아니라 45이던 시절, 그러니까 1996년에 지역 번호가 세 자리로 바뀌기 전에 생긴 주조장이다. 자료에 따르면 건물은 1974년 이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3대째 가업을 이은 주조장은 주민들에게 술을 공급하며 팍팍한 일상을 달래줬다. 쌀이 귀하던 1970년대에 주조장은 밀가루로 막걸리를 빚었다. 덕분에 주민들은 술 마시는 낙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주조장의 시간은 20여년 전에 멈춰 있다. 열린 창 사이로 보이는 달력은 2000년 12월. 주조장은 2000년에 문을 닫았다. 문을 닫았다고 과거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창 사이로 달력 날짜를 짚어볼 때, 마을 사람들이 주조장 앞을 지날 때, 막걸리에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버리던 날이 되살아날 때, 주조장은 모두에게 확실한 기억이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변치 않음’이 판교마을을 지킨다. 1590년대 세워진 문헌서원…4000번을 매만진 한산모시●가정 이곡·목은 이색 정신 깃든 서원 문헌서원은 고려의 대학자 가정 이곡 선생과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사원이다. 서원이 세워진 건 1590년대, 조선 선조 때다. 19세기에는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됐으나 100여년 뒤 유림들에 의해 지금 자리에 복원됐다. 문헌서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채는 건 서원을 둘러싼 언덕의 솔숲이다. 대나무처럼 꼿꼿한 소나무 군락이 서원을 에워싸 청신한 기운이 감돈다. 서원은 크게 사당, 강당, 재로 나뉜다. 사당은 선현에 제사 지내는 곳, 강당은 원생들이 공부하는 곳, 재는 원생들이 숙식하는 곳이다.●유생들 모여 학문 논하고 수양하던 진수당 홍살문과 진수문을 지나 마주하는 진수당은 강당에 속한다. 유생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자신을 수양하던 강당이다. 훌륭한 건물은 머무는 사람을 담아야 하는 법. 진수당의 건축 양식은 선비 정신을 반영했다. 복잡한 포나 장식을 피하고 단청 색을 줄여 독서하고 사유하기 마침한 공간이 됐다. 진수당을 마주한 방향에서 서쪽으로 가면 이색 신도비, 북으로 몇 걸음만 더 오르면 목은이색선생영당이다. 영당은 목은 이색 선생의 초상(보물 제1215호)을 모신다. 바로 옆 아름드리 배롱나무는 영당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늦여름 배롱나무에 진분홍 꽃이 환히 피면 한옥과 꽃의 어울림이 아름답겠다.●1500년 역사 자랑하는 대표 공예품 ‘모시’ 모시 풀이 처음 발견된 서천군 한산면 건지산 기슭에 한산모시관이 있다. 한산모시관은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전통의 맥을 잇는 공간이다. 한산모시는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의 대표 공예품. 한산모시의 또 다른 이름은 ‘가늘 세(細)’ 자를 써서 한산 세모시, 올이 가늘고 촘촘해 붙은 이름이다. 얼마나 가늘면 ‘밥그릇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모시짜기 역사부터 제작까지… 한산모시관 한산모시관은 한산모시 전시관, 전통공방, 한산모시 홍보관 등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ㄱ자 모양의 전통공방이다. 공방에는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장인 외 여러 장인이 머물며 모시 짜기 시연을 한다. 눈앞에서 장인이 개량 베틀을 돌리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베틀 주변에 가습기를 몇 대씩 놓고 비닐 천막을 친 건 건조하면 날실이 벌어져 끊어지기 때문이란다. 전시관은 한산모시의 역사, 제작 과정과 사용 도구, 모시로 만든 옷 등 한산모시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 준다. 한산모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모시 한 필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고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수확한 모시풀로 모시의 원재료인 태모시 만들기, 이로 태모시를 쪼개 일정한 굵기로 만들기, 모시 올의 머리와 꼬리를 이어 모시실 만들기 등 베틀로 모시를 짜기 전의 과정만 일곱 가지에 이른다. 한국의 전통 여름 옷감 정도로만 여겼던 모시가, 4000번의 손길 끝에 태어나는 귀한 옷감으로 다시 보이는 순간이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권대홍(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서울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지나 서천공주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서천공주고속도로 서부여IC교차로에서 ‘군산, 서천’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대백제로를 따라간다. 수성교차로에서 ‘판교, 현암리’ 방면 좌회전 후 종판로를 따라가면 판교마을이다. →맛집 : 옛 판교역이 있던 자리에 판교음식특화촌이 들어서 식당이 모여 있다. 판교마을 내 삼성식당(951-5578)은 50년 가까이 된 냉면집이다. 메뉴는 단 세 가지로 물냉면, 비빔냉면, 왕만두다. 메밀면을 써서 쫄깃한 식감과 상큼한 육수의 궁합이 좋다. 서천특화시장 맞은편에 자리한 두레분식(953-4305)은 해물칼국수를 잘한다. 바로 앞 수산시장에서 사 온 생바지락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잘 곳 : 문헌전통호텔(953-5896)은 문헌서원 안에 자리한 한옥 호텔이다. 8개의 객실이 있으며 호텔 내 식당에서 정갈한 한정식 메뉴를 차려낸다. 휴모텔(952-0077)은 전 객실에서 서해가 보인다. 창밖 경치가 아름다울뿐더러 갯벌 체험이나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 셰이딩, 핑크 틴트, 레드브라운 아이섀도…누나, 화장 가르쳐 드려요?

    셰이딩, 핑크 틴트, 레드브라운 아이섀도…누나, 화장 가르쳐 드려요?

    프라이머, 컨실러, 파운데이션, 눈썹, 림밥, 셰이딩…. 오전 6시, 늦잠을 포기한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자신의 화장대 앞에 앉았다. 프라이머로 피부 결을 정돈하고 컨실러로 잡티를 가린 후 파운데이션을 얹고 셰이딩으로 콧대를 세우면 등교 준비 끝. 외모에 민감한 여학생의 화장법이라고 해도 대단해 보이는데 이 화장대의 주인은 남학생인 김슬기찬(18)군이다. 그는 주중 5일 중 3일은 화장을 하고 시험기간에는 피부 보호를 위해 기초제품만 쓴다. 늦잠을 자는 날에는 파우치를 꼭 챙긴다. 1교시 종료 10분 전 스킨·로션을 바르기 시작해 2교시 수업 시작 전에 셰이딩까지 마무리 짓는다. 하교 후 놀러 가는 날이면 점심시간을 활용해 색조까지 한다. 김군은 “생기를 주려고 핑크나 오렌지 립틴트를 바르고 볼 터치를 한다”며 “레드브라운 아이섀도로 눈에 음영감을 준 뒤 반짝이는 펄을 바른다”고 설명했다. 체육수업 전에는 화장이 덜 지워지도록 파우더를 하고 수정 화장도 필수다.김군은 지난해부터 뷰티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면서 화장을 시작했다. 외모를 가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얼굴에 그림자를 넣는 셰이딩에서 두 달 만에 색조도 시작했다. 그는 “화장한 티가 확 나는 색조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진다”며 “색조는 피부관리와 달리 부모님 반대가 심하다”고 했다. 처음에 김군을 부담스러워하던 친구들도 1년 정도 지나니 익숙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증명사진을 찍기 전에 김군에게 간단한 화장을 부탁하는 남학생들도 있고, 화장에 대해 묻는 여학생들이 많다. 그는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불편해하는 시선도 이길 수 있게 됐다”면서 “SNS에서는 특정 메이크업 요청을 하는 팬들도 있다”고 웃었다. 이어 “2주에 7건 정도는 요청받은 메이크업을 해서 SNS에 올린다”며 “여성들은 이목구비를 살리는 색조화장, 남성분들은 데일리하게 할 수 있는 화장 위주로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김군은 외모에 대한 또래 남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남녀공학 특성화고에 다니는 김군은 “같은 학년 남학생 약 180명 중 절반은 눈썹과 BB크림을 바른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마다 사정은 다르다. 인문계 남고의 한 교사는 “화장한 남학생을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했다.●“남자도 화장한다” 외친 남고 졸업식 올해 남고를 졸업한 구상혁(19)씨는 졸업식날만을 기다려 왔다. 이날 구씨는 화장을 하고, 맞춤 제작한 귀걸이를 찬 상태로 졸업장을 받았다. 구씨는 “화장을 하고 학교를 끝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서 “전교생과 학부모님들이 모일 때 남자도 화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록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지만 몇몇 여선생님들은 “꿈이 뭐니.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해 줬다고 한다. 구씨는 90㎏까지 체중이 나갔던 고2 때 처음 화장을 하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은 “돈가스 밀가루 반죽했냐”고 놀렸다. 충격을 받은 구씨는 64㎏까지 감량했지만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쉽게 찾지 못했고 다시 화장품을 구매해 발랐다. 아이라인으로 눈매를 만들고 틴트를 바르니 훨씬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어색했던 화장도 매일 집에서 연습한 결과 두 달 만에 자신감이 붙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올라갔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3학년에 올라가던 날 눈화장까지 하고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은 기겁했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게이냐?”라고 몰아붙였다. 구씨는 “사실상 아웃팅을 당했다”면서 “그래, 나 게이니까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말해버렸다”고 했다.아웃팅을 당한 구씨의 옆을 지켜준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네가 화장을 한다고, 성소수자라고 배척할 이유는 없다”며 “너도 똑같은 남자다”라고 말해줬다. 구씨는 “25명 중에 내게 용기를 준 친구들은 3분의1도 안 됐지만 화장을 통해 진짜 친구들도 얻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화장에 대한 구씨의 시선도 넓어졌다. 그는 진한 화장을 좋아했지만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어서 연한 화장도 하게 됐다. 구씨의 꿈은 드래그(Drag) 아티스트다. 드래그는 사회적으로 고정된 자신의 성 역할과는 다른 성에 맞춰 겉모습과 행동거지 등을 꾸미는 행위다. 흔히 드래그퀸은 여장 남성을, 드래그킹은 남장 여성을 의미한다. 그는 “아름다운 색, 선, 옷과 화장의 조화를 드래그 메이크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군대에서 화장에 눈떴지 말입니다 군대에서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화장을 시작하는 남성들도 있다. 훈련할 때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고, 군용품이 위생적이지 않아서 피부 트러블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생활관마다 걸린 거울은 안 좋아진 피부를 자꾸 비춘다. 휴가 나갔다 복귀한 동기들이 화장품을 사오면 제품 이야기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대학생 이동준(22)씨도 군대에서 처음 피부관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씨는 “군대에서 머리를 밀고 얼굴을 봤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군대에서 피부관리를 시작해 제대 후 색조까지 배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군대 내 PC방에서 화장품 정보를 찾아 노트에 적은 다음, 휴가를 나와 직접 구입해 연습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제대 후에는 복학할 때 더 세련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아이라인, 볼 터치, 펄도 시도했다.여학생들과도 화장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눌 만큼 남성 화장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이씨는 “대학에서도 남자들이 피부 커버를 하고 자연스러운 립을 바르는 것까지는 괜찮은 분위기”라며 “주변 남자들을 보면 5명 중 1명은 기본적인 화장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자신의 메이크업 노하우 등을 올리고 있다. 화장이 흔한 일이 되면서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미용을 배우는 남학생도 늘었다. 서경대 미용예술과의 경우 남학생수가 10년 전 3% 수준에서 올해 15%까지 증가했다. 신세영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교수는 “화장 등 뷰티에 대한 성별 편견이 많이 없어지면서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남학생들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남성 디자이너들이 나름대로 희소성이 있고 감각에서 차별적인 부분이 있어 직업적으로도 유망한 편”이라고 말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도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1조 2808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4.1% 성장했다. 2020년에는 1조 4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스킨 로션만 바르던 남성들이 색에 눈뜨면서 남성 색조 시장이 최근 급성장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2018년 남성 색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었다. 쿠션·BB크림은 30%, 컬러 림밥 등 립케어는 무려 16배 상승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화장이 남성미와 자신감의 도구가 되면서 색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색이 들어간 컬러 립밤 제품이 눈에 띄게 성장 중이고 눈썹 제품도 인기”라고 귀띔했다.●편견 지우는 아이돌과 뷰티 크리에이터 김군과 구씨, 이씨는 유튜브와 SNS로 화장을 배우고 자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와 SNS는 남성 화장 저변을 넓히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면서 남성도 언제든 자신에게 맞는 화장을 배울 수 있게 됐고, SNS로 제품도 쉽게 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운 화장을 직접 해보고 공유하며 남성들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신감을 찾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 및 뷰티 콘텐츠를 올리며 32만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크리에이터 준콩(20)씨는 “남성이 꾸민다는 게 부끄럽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에 10~20대 남성의 화장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 아이돌은 남녀 모두의 편견을 지워냈다. 이씨는 “화장에 관심이 없는 친구도 강다니엘 화장을 알 만큼 아이돌 메이크업의 영향이 확실히 크다”고 했다. 신 교수도 “전에는 남성들이 화장을 진하게 하면 ‘게이’냐며 오해하기도 했지만 이런 편견은 확실히 줄었다”며 “남성 아이돌의 화장이 진해지면서 남성 화장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이 봄, 그 섬에 가고 싶다

    이 봄, 그 섬에 가고 싶다

    요즘 섬을 주제로 하는 TV프로그램이 뜨면서 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섬은 관광 대상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체험과 힐링 공간, 최근 유행하는 백패킹의 주요 코스로 인식돼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났다. 인천 옹진군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섬으로만 구성된 지자체다. 사람 사는 섬이 25개며, 무인도까지 합치면 딱 100개다. 인천항에서 뱃길로 1∼2시간이면 찾을 수 있는 곳이 즐비한데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경관도 뛰어나 기존에 유명세를 타는 서해와 남해의 섬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옹진군 섬을 다녀간 이들은 대체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경치가 좋다”는 말을 남긴다. 접경지역 특성상 아직 사람들의 손이 많이 타지 않아 다른 관광지에서 느낄 수 없는 묘미와 정갈함이 배어 있다. 대부분 섬은 배에 차를 싣고 갈 수 있어 섬 관광의 아킬레스건인 교통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장정민 옹진군수는 7일 “봄 관광철이 다가오면서 섬 관광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는 사람들에게 올해는 옹진군 섬을 찾아줄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도·시도·모도, 연도교로 연결돼 도보여행신도·시도·모도 육지화된 영종도 바로 위에 있는 신도는 삼목선착장에서 뱃길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 때문에 1시간에 한 번씩 다니는 배 시간을 잘 맞추면 서울 서부권에서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시도와 모도는 신도와 연도교로 연결돼 있어 걸어서도 갈 수 있다. 이 섬들은 도시화된 영종도와는 다른 옛 섬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이다. 갈매기가 한가로이 날고 섬 주변에 오염되지 않은 갯벌이 많아 가족과 함께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신도~시도~모도를 오가는 도보여행은 바다를 끼고 이뤄져 육지 둘레길과는 다른 멋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교량은 지난 1월 정부에 의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결정됐다. 이로 인해 교량 조성이 가시권에 접어들어 이들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내년 착공, 2024년 개통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서해의 해금강’ 백령도 두무진 최고 비경백령도 옹진군 관광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백령도다. 우리나라 최북단이어서 배를 타고 4시간 정도 가야 하는 게 흠이지만 가 보면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된다. 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두무진이 최고의 비경으로 꼽힌다. 하늘로 쭉쭉 뻗은 대형 바위들이 군단을 이뤄 해안에 배치된 모습이 마치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형상이라고 해서 두무진으로 불린다. 흰색, 갈색, 회색, 적갈색 등 형형색색의 돌이 가득 깔린 콩돌해안은 파도에 콩돌이 일제히 밀렸다가 가라앉으며 내는 소리가 독특한 곳이다. 피부염에 특효가 있다는 자갈찜질은 이곳만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맨발로 걸으면 지압을 받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백령도에는 심청전과 관련된 지명이 산재한다. 심청이 자랐다는 곳으로 심청전 원전에 있는 ‘중화동’이 지금도 연화1리에 있고, 뺑덕어멈이 살았다는 ‘장촌’도 이웃동네에 있다. 또 심청이 중국 상인들에게 팔려가다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는 두무진 앞바다라고 전해진다. ●덕적도 서포리, 서해안 대표 해변 중 하나덕적도 섬 서쪽에 있는 서포리해변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 명성만큼 99만㎡ 규모의 드넓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주변은 200년이 넘는 해송 숲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런 멋진 광경은 영화 ‘고양이 장례식’을 통해 스크린에 담겼다. 주연배우 박세영은 “촬영 시기가 겨울이어서 힘들었지만, 아름답고 감성적인 섬 풍경을 관객들에게 화면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덕적도에는 해발 292m의 비조봉이 우뚝 서 있다. 정상에 서면 사방에 덕적군도(소야도·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 등) 전경이 펼쳐진다. 서포리해변에서 시작되는 1.2㎞의 등산로를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비조봉으로 올라갈 수 있다. 밧지름해변은 비조봉 바로 아래 있는 해변으로 규모는 작지만 한적하고 경사가 완만해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다. 해변 왼쪽에는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큰 여(나무가 자라지 않는 암초)와 작은 여가 차례로 절경을 드러낸다. 덕적도는 자전거길이 잘돼 있다. ●굴업도, 환경·생태계 보고… 백패킹 명소굴업도 덕적군도 가운데 압권인 굴업도는 1.71㎢의 작은 섬이지만 뛰어난 환경적·생태적 가치 때문에 주목받는다. 멸종 위기 동식물이 널리 서식해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최고로 선정된 적이 있다. 주민은 28명에 불과해 환경오염 요인이 제한돼 있어 흑염소와 사슴들이 평화롭게 거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토끼섬에는 바닷물의 침식으로 해안 절벽에 생긴 깊고 좁은 통로 모양의 해식와가 해안지형의 백미로 꼽힌다. 굴업도에 가려면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배로 1시간가량 덕적도로 간 뒤 다시 배를 갈아타고 1시간 넘게 가야만 한다. 긴 여정에도 굴업도는 주말이면 백패커들로 붐빈다. 섬 남쪽 해안 끝에 있는 개머리언덕은 서해의 낙조를 감상하며 트레킹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이기에 최근 백패킹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백패킹은 야영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여행이다. ●연평도, 빠삐용절벽… 연평해전 추모공원연평도·소연평도 연평도는 남쪽 산에 있는 전망대를 중심으로 조기역사관, 추모공원, 등대공원, 빠삐용절벽 등 볼거리가 몰려 있다. 조기역사관을 찾으면 1960년대 말까지 연평도의 상징이었던 조기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있다. 섬 포구에 조기 파시가 섰을 때는 조그만 섬에 술집이 100개를 넘었고, 정박한 배에 식수를 파는 아낙네들의 행렬이 이어져 동네 우물이 마를 지경이었다고 한다. 전망대 바로 밑에는 빠삐용절벽이 있다.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스티브 매퀸이 ‘free as winds’(바람과 같이 자유롭게)를 외치며 바다로 뛰어내렸던 절벽과 닮았다. 추모공원은 연평해전에서 산화한 장병들을 기린다. 마을 안에 있는 안보교육관은 2010년 11월 북한군의 포격 도발사건의 아픔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체험장이다. 피격 당시 철저히 부서진 민가 3채를 그대로 보존하고 잔해물을 전시해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소연평도는 특별한 낚시 포인트가 따로 없을 정도로 섬 둘레 전체가 낚시터인 바다낚시 천국이다. 얼굴바위와 시루섬 주변이 특히 ‘물 좋은 곳’으로 꼽히는데 광어와 노래미가 많이 잡힌다. ●승봉도 이일레해수욕장… 이작도 풀등 유명승봉도·이작도 봉황새 머리를 닮았다는 승봉도는 제주도, 울릉도와는 또 다르지만 전혀 밀리지 않는 경관을 자랑한다. 이 섬의 상징인 이일레해수욕장은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와 울창한 소나무 숲, 바위 절벽 등이 조화를 이뤄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여기서 수영과 낚시를 즐기다 물이 빠지면 바지락과 소라, 고둥 등을 잡을 수 있어 해양체험 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승봉도에서 2.2㎞ 떨어진 사승봉도는 물이 빠지면 광활한 은빛 백사장이 절경을 이룬다. 무인도라 캠핑 장소로도 적합하다. 이작도는 ‘풀등’이 유명하다. 썰물이 되면 섬에서 500여m 떨어진 바다에 동서 2.5㎞, 남북 1㎞, 면적 99만㎡의 모래벌판이 형성된다. 풀등에 오르면 마치 사막에 온 것 같다. 하루에 2차례 5∼6시간씩 풀등이 드러나면 배를 대고 들어가 산책, 족구, 수구 등을 즐길 수 있다. 1967년 개봉된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는 이작도 계남분교다. 1992년 폐교됐지만 관련 자료가 남아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패소하면 인간 포기”..‘리갈하이’ 진구 VS 윤박 ‘저작권 소송’ 정면승부

    “패소하면 인간 포기”..‘리갈하이’ 진구 VS 윤박 ‘저작권 소송’ 정면승부

    ‘리갈하이’의 괴태 진구와 에이스 윤박이 변호사 평판을 걸고 저작권 소송으로 맞붙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리갈하이’(극본 박성진, 연출 김정현, 제작 GnG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6회에서 “이 노래 내 노래야. 표절이야!”라고 소리치며 서재인(서은수)의 절친 남설희(문예원)의 카페에 등장한 소피아(현쥬니). 그녀는 안토니오(강두)와 함께 록밴드 ‘자폭하는 영혼’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설희의 소개로 고태림(진구) 법률 사무소를 찾아간 이들이 “내가 만든 노래를 도둑맞았다”며 지목한 노래는 바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스윗걸즈’의 ‘루나스타’였다. 사무장 구세중(이순재)은 “(이 곡을 만든) 작곡가 제임스박(변우현)의 명성 때문에 화제가 될 거고 앞으로 연예계 인사들의 수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조언했고, 고태림는 손해배상에서 승소하면 금액의 절반을 성공보수로 받는다는 조건으로 소송을 맡았다. 제임스박이 소속돼있는 디팍스엔터테인먼트와 법률 고문 계약을 맺고 있던 B&G 로펌은 강기석 변호사를 내세웠다. 본격적인 스승과 제자의 법정 승부를 알린 것. 이렇게 저작권 소송의 재판이 시작됐고, 고태림은 표절을 주장하며 음원판매 및 그 밖의 모든 판매 금지와 전체 수익의 70%, 즉 29억5천만원 지급을 요구했다. 표절의 근거로는 가사와 악보를 분석한 세계관과 멜로디의 유사성을 주장했다. 이에 강기석은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함수 그래프를 제출하면서, “공통되는 비율을 산출했더니 37% 이하였다”며 “과거 표절로 판정난 곡들의 경우 50%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었다”고 맞섰다. 각각 진술에 나선 제임스박과 소피아 역시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제임스박은 “자폭하는 영혼이란 밴드를 이번 일로 처음 들어봤다”며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히트곡이 표절이라는 이 소송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피아는 “가로등, 눈물, 낙엽, 향수를 읊어대던 사람이 갑자기 우주라뇨? 말이 안 된다”며 “내꺼가 오리지널이야. 내놓으라구!”라고 소리쳤고, ‘록스피릿’으로 소동을 피웠다. 강기석은 고태림 보다 한발 앞서 여론을 움직일 인터뷰를 제임스박에게 제안했다. “노래는 팬 여러분들 모두의 것이다. 이걸 모르고 돈이나 달라고 하는 건 팬과 노래에 대한 모독”이라는 제임스박. 이에 여론의 질타는 물론,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고태림 법률 사무소는 욕과 저주가 쓰인 돌멩이 테러를 받았다. 소피아 역시 공연 무대에서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당분간 몸을 피하라”는 경찰 측 권고로 고태림과 구세중은 서재인의 집으로 피신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고태림의 제자가 아닌 변호사 강기석”이 되기 위해 고태림을 이겨야만 하는 강기석. 이번 재판에서 패소하면 “거액에 사수를 배신하고도 몸값도 못해 쫓겨난 한심한 변호사로 낙인찍힐 상황”이다. 고태림 역시 “단 한 번이라도 패소하면 인간이길 포기한다”는 선언했던 바. 치열한 법정 승부의 결과가 기대되는 이날 방송은 시청률은 전국 2.7%, 수도권 2.9%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리갈하이’ 매주 금,토요일 밤 11시 JTBC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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