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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며칠전 후세인은 부시 대통령을 가리켜 「악마의 친구」라고 표현했다. 「점찮은 욕설」이었다 할까. 그랬던 그는 지구촌 사람들이 자신을 「천사의 친구」로라도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후세인이 몰아친 그 「악마의 친구」가 지상전을 시작하면서 연설했다. 그 연설은 이렇게 끝난다. 『연합군 한사람 한사람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 몇시간 후 후세인도 라디오방송을 통해 말한다. 『알라신이 우리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는 이라크군에게 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다국적군에 맞서라고 독전한 것이다. ◆이슬람교는 일신교. 신앙의 대상은 유일절대신이다. 따라서 「알라」라는 말이 바로 그 신을 의미하는 것이지 특정한 이름을 가진 신은 아니다. 그 점에서 그리스도교의 유일신 여호와와 쓰이는 의미가 같다. 따라서 두 사람은 각기의 유일신에게 가호를 기원했던 것. 문득 플라톤의 명언을 생각케 한다. 『속중들이 신을 부정하는 것이 모독은 아니다. 속중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신에게 적용하는 것이 모독일뿐이다』 ◆그나저나 후세인도 이제 「아즈라엘의 날개짓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싶기만 한다. 아즈라엘은 이슬람교에서 사람들의 영혼을 거두러 오는 천사. 이 천사는 4개의 얼굴과 4천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한쪽 발을 천국의 제7층에 다른 발을 천국과 지옥을 잇는 다리 위에 걸치고 있다. 알라의 옥좌 아래는 한 나무가 있고 그 잎 하나하나에는 사람 이름이 적혔는바 알라는 그 잎을 날림으로써 영혼을 데려올 사람을 아즈라엘에게 알린다. 그래서 아즈라엘의 날개짓 소리를 듣는다 함은 사기의 임박을 뜻한다. ◆수많은 사람을 사지에 몰아넣는 사람 후세인. 수많은 유적을 위기에 몰아넣기도 한 이란격석의 사람이다. 알라는 자신의 이름을 모독한 후세인을 「후세인」을 위해서라도 용납할 것 같지 않다. 아즈라엘 천사는 이미 그 가까이에가 있는 것 아닐까.
  • 쿠웨이트 수도 거의 탈환/다국군,육·해·공 입체 지상공격

    ◎미 공정대 투하… 해병대 상륙전/이라크군 곳곳서 수만명 투항/선봉대,이라크령 70㎞ 진공 【다란·워싱턴·쿠웨이트 외신종합】 지상전 개시 이틀째를 맞은 25일 상오 현재(한국시간) 다국적군은 전전선에서 순조롭게 작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라크군의 초기 저항은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군과 프랑스군의 합동부대는 이라크 영토를 넘어 진격했으며 선두 부대는 이미 이라크 영내 70㎞ 지점까지 진격,나시리아시를 향해 북동쪽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프랑스의 한 기자가 보도했으며 망명 쿠웨이트 정부의 KUNA 통신은 쿠웨이트로 진격한 다국적군이 공세가 시작된 지 12시간만에 수도 쿠웨이트시티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KUNA 통신은 『전선에 있는 특파원들로부터 접수된 보도들은 현재 쿠웨이트시티가 전면공세가 시작된 후 단 몇 시간만에 다국적군의 통제하에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전면 지상전이 개시된 뒤 쿠웨이트로 넘어가 폭격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F1 미라주 전투기 조종사인 쿠웨이트 공군의 아메드 알사바 대위는 기자들에게 『4∼5개의 쿠웨이트 도시들이 이미 해방됐으며 이라크 공화국수비대가 다국적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라디오방송은 24일 다국적군이 쿠웨이트시의 2군데 외곽지역에 상륙작전을 감행했으며 다국적군이 쿠웨이트 해안을 따라 배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상전 개시 두시간만에 수만명의 이라크군이 항복하는 등 대규모 투항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다국적군의 공수부대원들이 쿠웨이트시에 공수투입돼 쿠웨이트 탈환을 위한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쿠웨이트 망명 정부관리들이 24일 말했다. 걸프 주둔 다국적군 총사령관 노먼 슈워츠코프 미 육군 대장은 24일 하오 이라크와 쿠웨이트로 진격한 다국적군이 지상공격의 첫날 목표들을 모두 달성했으며 빠른 속도로 진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슈워츠코프장군은 이날 정오(현지시간) 전황 브리핑을 통해 이라크군과의 접전은 경미한 상태로 5천5백명 이상의 포로들을 생포했다고 밝히고 『아군 사상자의 수는 극히 경미하다』고 밝혔다.딕 체니 미 국방장관은 24일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의 쿠웨이트 축출을 위한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황보고를 했다고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앞서 다국적군은 24일 상오4시(한국시간 상오10시) 육·해·공 3면에 걸친 대규모 공격에 나서 걸프전쟁 발발 38일만에 전면적인 지상전이 시작됐으며 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는 아랍군 소식통들은 다국적군이 쿠웨이트 영내는 물론 이라크 영내로까지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4일 정오 캠프 데이비드산장에서 헬리콥터 편으로 백악관에 급거 귀환,발표한 성명을 통해 『쿠웨이트 해방전쟁은 이제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하고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신속히 축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야드에 있는 아랍군 소식통들은 이날 다국적군의 지상공세는 모두 4방면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라크군의 저항이 미약해 순조로운 진격이 계속되고 있으며 해안상륙을 포함,3방면 공격은 쿠웨이트 국경너머로 이루어졌고 나머지한 방면은 이라크국경을 곧바로 넘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이 개시된 직후인 24일 상오와 하오 각 한차례씩 사우디로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모두 다국적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해 공중요격돼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날 미국측 종전조건과 소련측 평화안을 절충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지상전이 시작됨에 따라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한 채 회의를 연기했다. ○후세인,“끝까지 항전” 【니코시아 로이터 연합특약】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24일 상오10시40분께(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다국적군의 침공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호소했다. 다국적군의 공격이 시작된 지 6시간40분후 행해진 이 연설에서 후세인은 승리는 이라크의 것이며 「모든 전쟁의 어머니」인 이라크국민은 『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침략자들과 싸우자』고 호소했다. 후세인은 또 다국적군의 침공은 유엔 안보리가 소련의 평화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가운데 이루어졌다고강조하고 부시 미 대통령은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후세인은 또 파드 사우디국왕도 「부시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후세인대통령은 또 이날 집권혁명평의회와 바트당 합동회의를 긴급소집,주재했다고 바그다드방송이 전했다. 【바그다드 로이터 연합특약】 이라크는 24일 상오 군코뮈니케를 통해 이라크군은 미군 주도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을 격퇴했으며 『사태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바그다드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이 코뮈니케는 『24일 상오4시(현지시간)를 기해 6개 이라크군 사단이 공격을 받았으며 현재 대부분의 전선에서 전투가 진행중이나 이라크군은 적의 1차 공격을 격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뮈니케는 또 『파일라카도는 이라크군이 완전 장악하고 있으며 적의 점령기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 외언내언

    경기도 고양군 벽제시립묘지가 6개월 뒤면 만장이 된다는 자료가 보도됐다. 파주군 용미리 공원묘지도 19개월 뒤면 끝이 난다. 수서사건으로 어수선해 서울시 행정이 마비돼 있다는 기사와 함께 읽는 이런 자료는,정말 관심을 가지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실질문제들이 너무 방치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하는 답답함만 준다. ◆서울시도 물론 계획을 갖고 있다. 6백평 규모 납골당도 하나 올해 건립키로 돼 있고 「시한부 묘지제」를 보사부와 협의해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현실을 좇아 가기에는 대책의 규모와 진도가 턱없이 뒤늦다. 작년말 현재 전국묘지 총면적은 9백63㎢이고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비유하면 총면적은 서울시의 1.6배이고 매년 여의도 넓이의 1.3배씩 늘어나는 것이다. ◆명당자리에 조상을 잘 모시는 것이 조상숭배만이 아니라 후손의 번창에도 영향을 준다는 우리의 믿음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 전통적 문화이다. 그러나 이 문화 때문에 화장을 기피할 뿐 아니라 묘지의 크기가지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게 어려운 과제이다. 현재의 총묘소 1천8백31만기가 모두 15평 이상이다. 72.8%가 15평 규모이고 16∼25평이 18.9%,25평 이상이 8.3%다. ◆일본은 1976년 「매장금지령」을 공포했다. 전통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이후 93%가 화장을 하고 있다. 정부가 권하는 형식은 화장뒤 2평 정도의 납골당제이다. 홍콩은 묘지면적을 1평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이마저 2만달러의 매장비용을 요구한다. 화장을 택하라는 뜻이다. 프랑스는 시한부 묘지제다. 아예 5∼30년의 계약제로 묘지를 마련한다. 매장이 원칙인 회교권의 종교적 신념에서도 묘소넓이는 3평 이내이고 봉분은 30㎝ 이상을 넘어서는 안된다. ◆살면서 개인별로 15평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죽어서는 누구나 15평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죽어서는 누구나 15평을 자유롭게 쓰는 셈이다. 수서사건도 결국 이 사는 넓이와 연관돼 있다. 산사람과 죽은 사람의 땅 쓰기 균형감도 이제는 더 현실적으로 찾아져야 할때이다.
  • 도덕성 인식과 그 실천 사이(사설)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도덕성의 회복이나 윤리의 재건을 외치는 일은 허공을 향한 독백으로 그치기 쉽다. 외치는 자체부터 쑥스럽고 듣는 이에게는 자칫 자조·자탄의 실소나 자아내게 할 뿐이라는 것도 현실이다. 그만큼 전반적으로 양심과 양식이 황폐해 있다. 더구나 그 황폐화를 주도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우리 사회 지도층이며 지식인이다. 그래서 더욱 더 암담해진다. 돈을 먹고 부정입학을 시킨 대학 교수가 누구인가. 뇌물로 외유한 국회의원이 누구인가. 이른바 「워터웨스트(수서)」 사건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나 기업인이 누구인가. 그들은 하나 같이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윤리 도덕의식이 마비되어 있는 마당에 누가 어디에 대고 어떻게 그 회복과 재건을 외친다고 할수 있을 것인지 망연해진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긴 해도 그 와중에서나마 도덕성 회복을 위한 자정의 외침이 있었음을 본다. 그 하나가 지난 7일 채택된 「국회의원 윤리강령」이고 다른 하나는 20일에 한국경영자 총협회가 채택한 「기업윤리 헌장」이다. 그 내용들을 훑어보면 그야말로 공자 말씀이다. 「국회의원 윤리강령」의 경우 그 내용대로만 처신을 한다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선량이 될 것인지 알수 없게 한다. 7개항의 「기업윤리 헌장」도 그렇다. 오는 3월4일까지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시한을 앞두고 1월31일 현재 18.4%밖에 처분하지 않은 재벌도 끼였을 이 총회의 자정선언은 참으로 훌륭하다. 그대로만 된다면 노사분규도 없어질 것 같고 소비자단체들도 설 땅을 잃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같은 강령이나 헌장이 미사여구의 구두탄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결연한 실천의지이다. 세상이 시끄러우니까 호도용으로 혹은 전시용으로 내놓았다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할 때는 차라리 처음부터 않느니만 못하다. 잘해 보자고 채택한 터이니까 박수는 쳐야겠지만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윤리·도덕의식 속에서 어느만큼 실효성을 거두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듯싶다. 이런 움직임과도 관련하여 제 아무리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된다 하더라도 그래도 거푸거푸 외치고 싶은 것이 역시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이다. 그것을 이루어내지 못할 때 우리는 끝내 공멸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되어 온 일이기는 하지만 20일 노태우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와 당직자 회의에서 깨끗한 공직풍토의 조성을 재강조한 뜻도 거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말을 평범하고 진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우리의 자정노력은 공직자사회와 윗물부터 시범을 보일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탄하고 자조하는 데에서 그쳐 버린다면 내일이 어두워진다. 또 최근의 일련의 사태들은 기실 어제 오늘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적폐이기도 하다. 그것이 민주발전 과정에서 도마위로 표출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 할 때 우리는 그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점에서 「국회의원 윤리강령」이나 「기업윤리헌장」의 정신은 그들만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 실천의지로써 건강사회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
  • 노 대통령 대 국민 담화/전문

    ◎“수서부정은 구시대의 발상서 비롯/지도층이 맑은 사회 만들기 앞장을” 국민여러분, 서울 수서지구 택지공급을 둘러싼 물의로 국민여러분의 걱정이 크셨을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 5일이래 보름간에 걸쳐 이 사건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와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그 결과 주택조합들에 대해 수서지구의 택지를 특별공급키로 한 결정에는 잘못이 있었으며 이 결정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와같은 일이 일어난데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국회의원 5명이 구속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특히 청와대 비서관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된 것은 저의 불찰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일로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사심없는 대통령으로 깨끗한 정부를 실현하겠다고 여러분께 약속했고 또 무엇보다 이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우리는 누구나 자유로이 말하며 거리낌없이 비판하는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잘못된 일을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부정을 은폐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것을 분명히 말해주는 실례입니다. 새로운 시대상황은 사회 각분야에 걸쳐 새로운 의식,새로운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아직도 특권이나 부정이 통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시대의 발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이러한 부정이 저질러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접하는 국민여러분의 실망과 노여움이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이 직접 선출해주신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깨끗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굳은 결의를 새로이 하면서 어떤 부정,어떠한 비리도 어김없이 척결하여 깨끗한 정부,정직한 정부를 이루는 데 앞장 설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온 국민의 바람이며 우리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선결과제라고 믿고 있습니다. 모든 공직자들은 새로운 시대상황과 국민의 여망을 직시하여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민원사항으로부터 중요한 시책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공명하게 처리하고 청렴을 실천하여 국민의 믿음을 얻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각종 민원의 처리와 시책의 결정을 보다 공개적으로 하고 부정이 개재할 소지가 없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을 추진하는 한편 공직자가 부정의 유혹에 이끌리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함께 부정과 비리에 관련될 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1월 임시국회 이후 의원외유사건과 이번 사건으로 국회의원이 전례없이 8명이나 구속된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이번 일로 정치인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또한 여당의 총재로서 여야 정치권이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정치풍토 쇄신에 스스로 나서줄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여야가 돈을 쓰는 정치풍토를 과감히 개혁하는 제도적 개선을 단기간 안에 이루도록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여야당은 첫째,깨끗한 선거,돈 안쓰는 선거를 위해 선거공영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며 둘째,깨끗한 정치활동과 정당의 공명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정치자금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셋째,여야 정치인 스스로가 건전한 정치윤리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국회법도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여당과 야당이 정치풍토쇄신을 위한 협의를 하루빨리 시작하도록 촉구합니다. 여야가 국민의 바람에 따라 법을 개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실천을 국민앞에 보여야 할 것입니다. 부정직한 검은 돈으로 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정치에 대한 신뢰가 자라날 수 없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이루는 일이야말로 우리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부정·비리를 없애 맑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화합을 위해서도 정치적 부패의 소지는 없애야 합니다. 우리 사회 지도층 전체가 신경성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각분야 지도층 모두가 남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주변으로부터 이 사회에 맑은 물결을 일으키는데 앞장서 주어야 합니다. 나라밖에 걸프전쟁이 불을 뿜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경제·민생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수서택지 사건으로 물의가 빚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깨끗한 정부,맑은 정치,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전화위복의 전기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잘못된 일이 있다하여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한해 주택만 해도 75만채가 건설되어 3백만명 이상의 국민이 새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사회 모두가 썩고 병든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박봉의 어려운 생활속에서 밤낮없이 열과 성을 다하여 국민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땀흘리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힘이 뭉쳐져 오늘의 활력에 넘치는 나라를 이루었습니다. 이제 이 불행한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밝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데,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이 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국민 여러분의 창조적인 힘을 모아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라크 발표문

    이라크는 이번 대결에서 승리했다. 이라크는 강고한 단결,용맹,신앙,위엄,강인한 의지 등을 유지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다. 우리는 진실한 신앙과 부유한 유산으로부터 우러나온 정신적 원칙과 가치를 간직했기 때문에 승리했다. 이번 전쟁에서 발생한 물질적 손실은 그것이 아무리 심각한 것일지라도 우리의 정신적 힘과 원칙에 대한 강고한 믿음,발전과 진보를 지향하는 결단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처럼 견고하고 강인한 믿음,이번 전쟁의 본질에 대한 이같은 평가에 기초하고 사악한 미제­시온주의자­나토 연합군들이 사전에 계획하고 음모한 목적을 달성하는 기회를 박탈하며 소련 지도부의 특사가 전달한 평화제안에 감사하는 한편 작년 8월2일 후세인 대통령이 내놓은 평화제안의 정신에 따라 혁명평의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명예롭고 수락 가능한 정치적 해결을 달성하기 위해 이라크는 쿠웨이트 철수관련 조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 660호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결의를 수락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음과 같은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 가,모든 육·해·공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도 포괄적인 중단. 나,작년 8월2일 이전에 통과된 이라크 제재에 관련된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와 특정 국가들이 개별적·집단적으로 내린 대이라크 제재조치들의 전면 파기. 다,작년 8월2일 이후 걸프지역에 배치된 모든 병력·무기·장비와 이번 전쟁을 구실로 이스라엘에 제공된 모든 무기·장비의 정전일로부터 한달 이내 철수. 라,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는 이스라엘의 아랍 점령지로부터의 철수와 연계돼야하며 이스라엘이 이에 불응할 경우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내린 것과 동일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 마,여하한 경우에도 이라크의 영토·영해·영공에 대한 모든 역사적 권리는 인정돼야 한다. 바,알 사바 왕가가 아닌 쿠웨이트 국민의 진정한 민주적 의사에 입각한 정치질서가 쿠웨이트에 확립돼야 한다. 2,이라크 침공에 직접 참여하거나 다국적군의 전비를 지원한 국가들은 이라크의 원상복구를 약속해야 한다. 3,이라크 침공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모든 국가는 이라크를비롯,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동 국가들의 외채를 전면 탕감해주어야 한다. 4,이란을 포함한 중동국가들은 외세의 간섭없이 필요한 지역안보 체제를 확립하고 이번 전쟁으로 소원해진 상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5,중동 지역에 대한 외국군대의 주둔이나 어떠한 형태의 외부 군사개입도 단호히 배제돼야 한다.
  • 세균공장 피격… 바그다드에 괴질 번져(걸프전쟁현장)

    ◎물·전기 끊겨 촛불 아래서 마취 않고 수술/쿠웨이트에선 콜레라 발생… 다수 사망설/“이라크,다국군 지상공격 대비 화학지뢰 매설” ○감염병사 50여명 숨져 ○…다국적군에 의한 바그다드교외 세균무기 생산 공장의 공습으로 인해 이 공장을 경비중이던 50여명의 병사가 급격히 번지고 있는 수수께끼의 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소련 타스 통신이 10일 이집트 신문 알하키카를 인용,보도했다. 알하키카지는 『시리아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서 탈출해온 이집트인 의사의 증언에 의하면 세균 공장에 대한 공중폭격 직후에 공장을 경비하고 있던 1백여명의 병사가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이중 절반이 입원한지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들 환자들은 특히 폐와 순환기,장기 등에 장애를 받고 있다. 병원측은 살균을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실패해 바그다드시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이집트인 의사는 설명했다. ○후세인,또 승리 장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0일 약 2주일간의 침묵을 깨고 3주 이상의 다국적군 공습을 겪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이 보인 힘과 확고부동함을 찬양하면서 인내할 경우 걸프전쟁에서의 승리는 보장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바그다드 방송을 통해 이라크 국민들에게 행한 약 25분간의 연설에서 『이라크 국민들은 확고부동하고 신념과 빛에 차 있으며 신이 그들에게 부여한 임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믿음에 순종하고 있다』고 찬양했다. 그는 또 이라크 국민들에게 인내할 것을 촉구하고 이라크는 앞으로 수일내로 중동지역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몰아내기 위한 전투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20여일간의 공습으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전화는 물론 전기와 수도도 없는 도시로 변해버렸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가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바그다드에서 암만으로 피난 온 의사와 주민들의 말을 인용,다국적군의 쉴새 없는 공습으로 거의 모든 통신시설·발전소·정유공장·주요 교량·비행장·군사기지 등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슬람교국에서 적십자 역할을 하는 「붉은 초승달」의 의사인 요르단인 리제크 자브라부박사는 공습당한 바그다드 주민들의 생활상은 14세기 생활상과 비슷하다면서 수혈이나 정맥주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마취도 하지 않은채 어린이들의 다리를 자르는 수술을 촛불 아래서 하고 있으며 수술전에 손을 씻을 맑은 물조차 없다고 비참한 상황을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는 또 항생제나 맑은 물조차 없어 치료도 못받고 죽어가는 환자도 있으며 주민들이 연료가 부족해 추위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국,외교노력 강화 ○…걸프전쟁과 관련,이렇다할 외교적 역할을 행사하지 않았던 중국이 사태의 평화적 해결책 모색을 위해 양복창 외교부 부부장을 시리아와 이란·터키 및 유고슬라비아에 파견함으로써 걸프외교에서의 역할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양부부장이 중국지도자들의 메시지를 휴대하고 이들 4개국을 순방,『걸프분쟁의 조기해결 및 평화회복 방안과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부부장은 시리아와 이란을 거쳐 오는 15일 터키에 도착하며 17일 유고슬라비아를 방문,12일부터열리는 비동맹운동회담의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걸프전쟁 개시이후 모두 1백65명의 미군이 사망하거나 작전중 실종됐다고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전투작전 중에 사망한 다국적군은 87명이며 항공기 손실대수는 27대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군 및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이라크에서는 1만5천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카이로의 알 하키카지가 이날 밝혔다. 이 신문은 이 정보가 「아랍 동맹 3개국」으로 보내는 이라크 지도부의 메시지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밝히고 폭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14개 군 시설물이 완전 파괴됐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이 시설물들의 경비병들과 수비대들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군이 점령중인 쿠웨이트 일부지역에서 콜레라가 발생,첫 사망자가 생겼다고 로이터 통신이 쿠웨이트 피난민의 말을 인용해 보도. 쿠웨이트에서 요르단으로 지난 8일 피난온 압둘 라만군(17)에 따르면 『쿠웨이트의 살미야 지역에서 한 부자가 콜레라에 감염,아버지가 숨졌다』고 말했다. 라만군은 『사람들로부터 다른사람들도 콜레라에 걸려 죽었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 숫자는 모른다』고 말했으나 이날 요르단으로 피난온 사람들은 콜레라 발생사실을 들은 바 없다고 부인. ○…미군은 이번 전쟁에서의 사망자 처리를 위해 사우디 북부사막지대에 냉동차를 비롯한 영안실을 갖추는 등 사후처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개전이후 지금까지는 카프지전투에서의 사망자 11명과 사고사를 포함,모두 54명에 대해 사후처리를 해왔으나 지상전이 벌어지면 사망자수가 급격히 늘 전망이어서 이들의 손도 바빠질 듯. 전장에서 군인이 사망하게 될 경우 그 처리절차는 우선 장비와 인식표 등 개인 소지품을 수거한 뒤 수의를 입혀 「슬리핑백」에 넣어져 냉동차로 옮겨져 보관되다가 본국으로 송환,도버·댈라웨어 공군기지에서 가족들에 인도된다. ○이라크,메카 순례 거부 ○…이라크는 미군 및 유럽군이 사우디내의 성지에 주둔하고 있는데 대한 항의로 메카로의 연례성지 순례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고 압달라 파델 이라크 종교장관이 11일 말했다. 파델장관은 또 이라크는 성지순례 보이콧에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해 몇몇 이슬람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지순례는 매년 6월 중순에 행하게 된다. ○…다국적군 전투기들이 보다 작은 지역을 목표물로 공격함에 따라 전투기들간의 공중충돌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552AWACS편대의 개리 뵐거대령이 11일 말했다. 뵐거대령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쿠웨이트와 이라크 남부지역으로 국한됨에 따라 공격목표지역에 비해 출격횟수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찰스 페티존대령도 너무 많은 전투기들이 한꺼번에 좋은 지역에 몰려 다른 전투기들의 임무수행을 위해 자신의 목표를 공격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전투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와 이라크내에 설치한 50만개의 지뢰들 중엔 신경가스와 겨자가스로 채운 지뢰들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한 미군 소식통이 11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라크군이 부설한 지뢰에는 이란­이라크전때 이라크가 이란군과 쿠르드족에 사용한 화학무기를 채운 특수지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으나 보안상의 이유로 그같은 정보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터키,유수량 감축 부인 ○…터키는 11일 터키가 이라크에 대한 무역금수 확대조치의 일환으로 유프라테스강의 이라크로의 유출량을 줄였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무라트 숭가르 외무부 대변인은 터키는 기술적 이유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유프라테스의 시리아 및 이라크로의 유수량을 약 1백70㎥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숭가르 대변인은 시리아와 이라크가 평소대로 초당 5백㎥의 강물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는 강물이용 문제가 민감해 지난해의 경우 시리아·이라크·터키간에 긴장을 조성하기도 했었다. ◎걸프전 11일 상황/다국군,스커드발사대 5기 폭파 ▷하오1시◁ 미 딕 체니 국방장관과 콜린 파월합참의장,이틀간에 걸친 사우디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 도착. ▷하오5시35분◁ 다국적군기,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이동식발사대 5대를 파괴. ▷하오7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라프 산자니 이란 대통령에게 우호관계 다짐하는 메시지 전달. ▷하오7시5분◁ 프랑스 군대변인,프랑스기들이 이라크 남동부 항공기 격납고와 쿠웨이트 남부 포진지를 폭격했다고 발표. ▷하오9시20분◁ 비동맹 15개 국가,베오그라드에서 걸프전중재를 위한 회담을 가짐. ▷하오11시10분◁ 이라크,쿠웨이트 남부지역에 신경 및 겨자가스를 채운 지뢰를 매설했다고 미군소식통 발표. ▷하오11시35분◁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후세인 요르단국왕과 걸프전중재를 위한 정상회담을 갖기위해 암만에 도착.
  • 「8학군 증후」의 허망함(사설)

    이른바 「8학군 신화」가 별로 의미가 없는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것같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우수한 학생집단을 맡아가지고도 결과적으로는 명문대에 입학시킨 숫자는 더 적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대단위 아파트촌이 들어서면서 어느 시기부터 우리에게는 「8학군 증후군」이 생겨났다. 8학군내에 속한 고등학교에 배정되면 명문대입시에 훨씬 유리하고 4년제 대학에 발이라도 들여놓기 위해서는 우선 「8학군 고교」에 들고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증후는 심각하여 8학군을 향한 단계적 진입을 위해 국민학교부터 서두르는 풍조가 정착했다. 그 때문에 당국은 그것만을 목표로 급조된 전입자나 날조된 유령전입자를 찾는 일에 행정력을 낭비해야 했다. 연합고사 배치시기부터 역산하여 보다 오래된 입주순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적어도 국민학교 4학년에는 8학군 지역안에 살고 있어야만 안심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과정에서 친지나 친척 또는 암거래까지 동원한 「위장전입」도 성행하기 때문에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까지도 피치못할 형편에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이 8학군 소재의 아파트값을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도시계획상 집단민원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만 해도 8학군 지역의 학생들이 8학군 지역에서 다 소화되지 못하고 인접학군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상당히 심각한 집단민원이 발생하여 시교육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었다. 게다가 금년에는 탈락자수가 지난해보다 더 많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8학군 증후군」이 생기는 것은 여기에 들기만 하면 입시교육이 타학군보다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며 같은 조건의 학생이라도 경쟁력을 강화하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강북에서 상위그룹에 속해도 강남에 오면 중위밖에 못되고 비8학군에서 중위정도라면 8학군에서는 하위에 깔릴 수밖에 없다는 「미신」이 파다하여 별로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이 집요하던 8학군 맹신이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추적조사에 의해 들춰진 것이다. 3년전 고교에 진학한 연합공사 우수집단을 가려내어 금년도 대학입시결과와 견주어 본 결과 우수한 학생을 더 많이 데려간 8학군 고교가 비율로 보아 더 적은 명문대 합격생을 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와 추적비교가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선 명문대 합격자수를 한두사람 더 낸다는 것이 개인이나 전체의 교육적 성과를 측정하는데 아무런 기준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결과는 「8학군 증후」의 인과관계로서는 큰 의의를 지닌다. 대학진학에 유리할 것이라는 과잉기대가 이 증후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기대가 허망한 것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원인을 분석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았지만 우수한 학생이 많아 내신등급에 불리하고 우수집단 본위의 특수그룹 운영에도 미흡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8학군 학교에만 가면 「우수하지 못한 학생까지도 우수해진다」는 정도로 과신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었음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 미망 때문에 빚어진 갖가지 「8학군 증세」에서 벗어날 계기는 마련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조사결과는의미가 있다.
  • 천경송 광주고법원장(신임 법원장급 16인의 얼굴)

    ◎상하간에 신임… 공사 분명 솔직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상하간에 믿음이 두터우며 공사사가 분명하고 서민적이며 정이 많다. 재판을 할 때에는 피고인이 일생에 한두번 법정에 선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사건을 신중히 처리한다. 취미는 독서와 등산이고 최성희여사(49)와의 사이에 3녀.
  •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일/송정숙 논설위원(서울칼럼)

    『빨리 후다닥 망하려면 국회의원에 입후보하고,서서히 망하려면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선거를 몇번만 치르고 나면 웬만큼 탄탄하던 가산은 거덜이 나버리고,선거놀이에 중독이 된 당사자는 정상적인 생활인으로 마음을 잡지도 못하고,능력도 성의도 없어서 패가망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딸에게 피아노 공부를 시키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악기비용,레슨비용,연수여행,유학비용에 이르기까지 한도 끝도 없이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다는 뜻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예능계 대학입시에 얽힌 「부정입학」의 비용 규모로 미뤄보면 공부시키는 정도로 망할 재력의 학부모라면 숫제 시킬 생각도 하지 않는게 현명할 것 같다. 하여간에,국회의원과 자녀를 예능계 대학에 진학시키는 학부모를 둘러싸고 뇌물소동이 벌어져 걸프전이 강타하고 간 뒤를 이어 또다시 사회가 흔들흔들하고 있다. 동시에 일어난 서로 다른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공통으로 느끼는 암담함은 그 단단하고 질기게 자리잡은 비리의 퇴적층이다. 「법의 해석」대로 하면 뇌물에 해당될 수 밖에 없는 비용을 관련단체에서 받아내기 위해 국회상임위가 담당하게 「공문」을 띄워가며 받아냈다는 사실은,또한 그것이 오랜 관행이었다는 사실은 조직폭력이 상권을 장악하고 세금처럼 「상납금」을 거둬들이는 방법과 많이 닮았다.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걸어다니는 입법기관」이라고 자부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공문을 받은 유관기관측은,이 「기억력 있는 입법기관」의 요구를 무슨 수로 외면했겠는가. 모든 「공문」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문서라는 인상을 지니고 있다. 공식문서로 요구해서 받아낼 수 있는 「비용」을 쓰는 일이므로 해당 의원들은 아무런 가책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일이 벌어지자마자 그것이 관행임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해당의원들이 억울해 하는 심정도 충분히 이유가 있어 보인다. 비리에 대한 감수성이 이토록 무디어진 일이 우리에겐 우울하다. 예능계 입시부정 사건의 경우에도 그 켯속에 내재한 구조적 부도덕성에 환멸을 느낀다. 「끄나풀」과 「중개인」,크고 작은 비리의 「공생」 「수법개발」 따위가 토지사기단이나 아파트 딱지사기단의 구조와 수법을 방불케 한다. 이 역시 오래되어 한동안 갈아엎어도 오염되지 않은 토양이 드러나기가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망연해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것은 또다른 곳에도 있다. 당사자들의 대응과 행적이 너무 용렬하고 비겁했다는 점이다. 교실에서 폭력이나 부정행위 따위로 문제를 일으킨 악동들을 다스리기 위해 교사가 그중의 몇명을 붙잡아 혼을 내는 수가 있다. 그럴때면 그중 좀 못난 아이중에는 『…나만 그러지 않았어요. 아무개도 그러고 아무개도 그러고…』하고 일러 바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때 매를 든 「선생님」은 『이녀석,너는 잘못만 한게 아니라 친구를 고자질까지 하는구나. 한대 더 맞아야겠다』고 호통을 치게 마련이다. 이런 어린 청소년들에게서나 발견됨직한 이런 용렬함을,우리는 의원들에게서 보았다. 기자회견을 자청하여,우리만 그런줄 아느냐,어느 상임위는 훨씬 많은 돈을 받았다,이건 관행이다,우리는 억울하다… 따위를 강력하게 호소하는 얼굴들이 뉴스시간의 브라운관을 저녁내내 장식했다. 이런 모습보다는 떳떳하고 진실된 태도로 『잘못됐다,오랜 관행에 무뎌져서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깊이 반성한다』고 솔직하고 겸허하게 말했다면 이를 계기로 구시대의 잘못된 관례들이 깨지게 될 것을 기대하며 해당의원들에 가해지는 처벌이 가벼워지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환멸을 한층 더 깊게 한 것은 뇌물교수들의 폭로행적이다. 명색이 대학선생인 그들이 범죄적 방법으로 자기 자녀를 입학시킨 사실도 드러났는데,그중 한사람은 자신의 아이가 합격되지 못한것을 앙심먹고 동료인 심사위원교수의 뇌물수수를 검찰에 제보하고,자신은 똑같은 수법의 부정으로 타대학의 입학 뇌물을 착복한뒤 도주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 그를 고발하기 위해 두번째로 일어난 폭로사건이 「서울음대 입시부정」으로 비화한 것이다. 시정의 야바위,똘마니 집단만큼이나 치사한 보복전이 이어진 셈이다. 우리가 서글픈 것은,뭐니뭐니해도 이 사회를이끌어가고 정화해갈 대표적인 집단들이 이토록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윤리의식이 마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로 하여금 재능있고 노력하는 예능계 젊은이를 보면서도 의심하게 만들고 모든 「교수님」들을 인격적으로 평가절하해서 바라보게 만든,이 충격의 상처가 괴롭고 속상하다. 국회답변하러 나온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다리만 꼬고 앉아도,으르딱딱 노려보며 『국회의원을 뭘로 보고 자세가 그 모양인가』라고 호통을 치는 의원들의 얼굴이 안방 화면에 비쳐지면 그걸 가당찮게 보는 국민이 당분간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손으로 뽑은 소중한 대표들이 이런 대접을 받게 되는 일이 너무 유감스럽다. 국회의원을 그렇게 우습게 보는 것이 상습처럼 되어버린 어제오늘의 우리 분위기가 한동안 고쳐지지 않을 일이 더욱 괴롭다. 스스로 「공해집단」임을 자괴하는 자기비하에서 떨치고 일어나 피나는 자기혁신의 노력을 통해 성실하고 능력있고 믿음직하고 그리고 세련된 선량으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겠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국회의원만큼매력있는 인사가 달리 또 있겠는가.
  • 「물가고삐」 온 국민이 잡아야한다/홍문신(서울시론)

    「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유명한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때는 최고의 세월이었으며 또한 최악의 세월이었다. 지혜의 시대요 우둔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간이요 불신의 시간이었다. 희망의 봄이기도 하고 절망의 겨울이기도 하였다. 우리앞에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면서도 또한 우리앞에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찰스 디킨스의 이 구절만큼 오늘날 우리 경제현실의 명암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말은 없는 것같다. 우리경제는 지금 선진권으로 도약하려는 마당에서 커다란 시련을 겪고 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경제의 「빛」은 무엇인가. 30년간 고속질주해온 우리경제는 일정한 힘과 저력과 추진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의 축적된 경험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개발경제의 모범답안으로서 세계 각국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 소련이 중국이,동구권이 또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우리경제의 성공사례를 모델로 삼아 배우려고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진열강들도 때로는 그들의 동반자로서,때로는 경쟁자로서 한국경제를 평가하고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성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몇백년만에 오는 유리한 운세가 우리를 감싸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우리 경제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인 것이다. 디킨스의 말대로 지금이야말로 「우리앞에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시간」이다. 이것이 「한국경제의 빛」이다. 한편 우리경제를 어둡게 하는 「그림자」는 30년 역사의 우리 현대경제사를 있게한 네가지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이 없고,시장이 없고,기술이 없고,부존자원이 없었던 한국경제에 기업가의 왕성한 투자의욕과 근로자의 부지런함과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근검절약과 경제를 이끌어온 정부와 관리들의 투철한 사명감은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그것이 흔들리고 있다. 이것이 우리경제의 「그림자」이다. 올해 우리경제의 선택은 이 어두운 「그림자」를 넘어서서 우리경제가 21세기 세계경제의 핵심국가의 하나로 부상하게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게 되는 분기점으로서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경제에 과제가 태산같은 상황에서 걸프의 전쟁발발은 그같은 과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걸프전 직전까지도 경제부처는 경제안정과 성장기반 확충을 중심으로 한 올해 업무계획을 마련했는가 하면 일요일에도 경제장관들이 물가를 잡기 위한 회의를 계속하곤 했지 않은가.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강하고 이러한 의지표명에 대한 국민적 공감도 얻고 있다. 그러나 걸프의 전쟁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조차 아직 불분명한 상태에 있고 걸프사태의 악화가 정부의 안정의지를 다소 흐트려 놓을지는 모르나 국민들은 물가안정에 대한 강한 가시적인 그 무엇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인플레심리와 물가불안에 대한 깊은 골을 감안해 볼때 적어도 올해는 물가안정에 대한 경제적 우선순위를 좀더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성장이나 국제수지라는 「토끼」를 잡기 힘들다는 인식이다. 안정은 왜 중요한가. 유학시절을 독일에서 보낸 필자는 독일경제 성공의 기초를 심오한경제이론보다 한가지 에피소드로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도이치 그라마폰」이라는 레코드회사가 있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니의 연주를 주로 음반으로 만드는 유명한 이 회사는 LP 레코드판 한장값은 1950년대부터 필자가 독일을 떠나던 1970년 초까지 20년동안 20마르크(DM)로 불변이었다. 「도이치 그라마폰」 한장값으로 상징되는 독일경제의 안정이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고 더 나아가 20세기 대사건인 독일통일로 연결되었다고 해도 크게 이의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성장도,국제수지도 또 어느 경제적인 목표도 안정으로부터 생긴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이것이 불가능하면 모든 것이 허사라는 것을 독일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뒷면에는 인쇄도 못한 갱지위에 수십만 마르크라고 찍힌 화폐를 사용해본 뼈아픈 경험을 가진 그들이기에 전후 경제복구 과정에서 물가안정은 경제의 그 어느 가치보다도 그들이 지향한 지상목표였다. 이 지상목표의 실천이 오늘날의 독일을 세계경제대국을 만들었고 마침내 통일의대역사를 이룩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분기점에 선 한국경제를 다시 비상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도이치 그라마폰」 레코드 한장값을 20년동안 불변하도록 만든 독일인의 실천력과 인내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지금 한국경제처럼 「말」이 무성한 때는 없다. 실로 「말」의 시간이다. 모든 신문논설이,독자투고가,전문가의 강연이 우리경제를 걱정한다. 택시를 타 봐도,두셋이 모여도,우리경제에 대한 일가견이 있다. 국민 모두가 과소비와 물가를 걱정하고 그래선 안된다고 말하고 그것이 경제의 암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 가야될 방향도 대체로 제시되어 있는 것같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 왜 안되는가. 「말」·「이론」은 무성하지만 그 말들은 공허하게 허공에 떠돌고 있다. 실천과 연결되지 못한 공염불이나 구두탄이 되고 있다. 「나는 해당이 안되고」 남이 해줘야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고 있다. 걱정은 있지만 결단은 없다. 누군가 먼저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경제는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다. 무성한 말은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국민 각자가 제가끔의 목소리와 요구를 자제하고 각자 맡은바 제몫을 충실히 하는 실천력을 보일 때이다. 기업가는 혁신으로 투자의욕을 되살리고 근로자는 근로의욕을 회생시켜야 하며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과소비를 척결하여 추락하는 저축률을 높여야 된다. 또 정부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정책을 일관성있게 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분기점에 선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될 「제1과 제1장」이다. 이렇게 되어 뒷날 경제사가가 오늘을 가리켜 찰스 디킨스의 어법대로 「그때는 최악의 시간이었으나 국민적 결단을 통해 최선의 시간을 창출하였다」고 쓸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간절하다.
  • 6개 부처 「청와대 특별보고」의 함축

    ◎「주택 200만호 건설」 1년 당겨 연내 매듭/달동네 7백억 지원,불량주택 개량/저소득층 자녀 학비지원… 자립부축/「삶의 질」 향상·분배구조 개선에 정책비중 15일 청와대에 특별보고된 6개 부처의 「국민생활과 환경개선대책」은 주택·교통·환경·복지문제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6공 출범이후 정부는 국민화합을 위해 계층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언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보고에서 정부가 스스로 인정했듯 경제의 양적 성장에 비해 아직도 국민생활의 질적 개선이 미흡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가 동구권과의 외교관계 수립 등 북방정책과 남북통일을 위한 고위급회담 개최 등을 하고 있는 사이 많은 국민들은 내치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해왔다. 따라서 노태우대통령 임기 후반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주택·교통·환경·복지문제들이 현저히 개선되지 않고는 6공 정부가 옳게 평가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이날의 특별보고는 정부가 이같은 현실을 뒤늦게나마 인식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비록 「경제능력의 범위내에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대도시의 교통난 완화,주택문제 및 맑은 물 공급대책과 환경문제,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대책에 중점을 두겠다고 다짐한 것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정부가 7차 5개년 계획(92∼96년) 수립과정에서 국민생활 향상과 분배개선을 위한 장기목표를 설정,이를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권이 어떤 형태로 교체되든 정책의 일관성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자신들의 노력에 의해 절대빈곤 인구율이 87년 5.7%에서 90년 5.3%로 감소되고 주택 보급률도 87년 69.2%에서 90년 75.1%로 증가했다고 밝혀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장미빛 미래상」과 국민의 체감현실 사이의 과리감이 완전히 좁혀질 것이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민 의료보험·국민연금·최저임금제도 등 기본적인 사회복지제도를 정착시키고저소득층 지원시책도 강화해 의료보장률을 87년 61.7%에서 90년 1백%로 증가시켰다고 내세우고 있으나 의료보장률이 과연 「1백% 달성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또 고용을 확대해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90년말 현재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률이 2.2%에 이르러 45만여명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정부가 전국의 주택을 전산화,민·공영으로 건설되고 있는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주택공급 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금년도 계획인 50만가구분의 주택을 차질없이 지어 대통령 공약사항인 「주택 2백만 가구분 건설목표」를 당초보다 1년 앞당겨 올안에 달성키로 했다는 사실은 유난히 돋보인다. 또 대도시 교통난을 완화시키기 위해 오는 2001년까지 서울 등 6대 도시에 총 5백48.9㎞의 지하철을 추가로 건설하고 자가용의 과다이용을 억제할 수 있는 종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것도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것이다.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확충을 위해 실업계 고교에 다니는 저소득층 자녀의 학비전액을 국가가 지원해주고 8개 시도에 경로식당을 마련,27만여명의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점도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주택문제와 관련,정부는 택지 1천6백40만평을 개발·공급하고 기금 및 민영자금 4조4천억원으로 주택건설을 촉진하며 지난해 2만2천가구분을 건설한 조립식 주택을 올해는 5만가구분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도시영세민 밀집지역인 이른바 「달동네」를 살기좋은 주거단지로 조성키 위해 올해 7백억원을 지원,60개 지구(2만3천가구)의 불량주택을 개량하는 한편 진입도로·상하수도 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자금 3백억원을 별도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주공 및 지방자치 단체는 18평 이하의 소형주택 건설에 주력하고 민간부문도 이를 확대·유도하는 한편 주택전산화로 2가구 이상 소유자와 위장무주택자 등 무자격 당첨자를 색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도시 교통난 완화대책은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대도시 교통난이 심화된 요인으로 ▲인구의 도시집중과 자동차보급의 급속한 증가 ▲도로망과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확충미흡으로 꼽고 있으나 이같은 결과는 정부의 시행착오에 의한 것이다. 특히 지하철과 간선도로 등 대중교통망 확충방안과 관련,수익자 부담원칙을 확대적용하고 민자동원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한것은 정부가 재정운용에 자신감을 잃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자제 실시와 총선·대선 등과 연관해 의혹을 받을 소지마저 갖고 있다.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정부는 환경기준과 환경관련 시책의 종합조정 기능을 강화하고,기업의 투자촉진과 국민전체의 환경보전 실천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경보전 실천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할 곳은 국민쪽이 아니라 정부 자신이란 점이 지적된다. 서울시도 10·13 특별선언(범죄와의 전쟁선포) 실천차원에서 불법주정차 단속을 이면도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도로율 제고,주차장 건설 등의 근본적인 대책없이 재벌들의 자동차생산을 방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국민들에게전가시키는 처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은 이번 특별보고에 대해 북방정책과 같은 화려한 문제들은 아니지만 실제적이고도 조용하게 추진되어야할 사안들로 그야말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성실한 정책시행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알야야할 것이다.
  • 노대통령 연두회견 서두연설 내용

    ◎“「범죄와 전쟁」 계속… 「질서있는 사회」 이룩”/주택·교통·환경·교육등 4대문제 해결 주력/미·일·EC와 우호협력 바탕,북방외교 강화/사회간접자본 크게 확충… 퇴폐풍조 사회개혁차원서 엄단 ▷난국극복◁ 지난 한해 아쉬움도 많았지만 1990년은 우리 모두에게 더 큰 자신과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바로 1년전 우리는 장래에 대한 불안감속에 정초를 맞았습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안정은 큰 흐름을 이루고 그 바탕위에서 새로운 창조의 힘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정계개편을 통해 정치안정의 기틀이 이루어졌고 전환기적 상황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국민의 합의는 사회 각 분야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우리국민 모두는 경제가 처한 어려움속에서도 자제와 단합으로 노사관계를 안정시켰고 9%의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대변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동유럽 여러나라,소련과 국교를 수립하고 제가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냉전의 시대를 우리 스스로가 뛰어넘은 의미깊은 진전이었습니다. ▷안정위의 발전◁ 우리는 안팎으로부터의 거센 도전을 안고 1991년을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이만큼 자랑스런 나라를 일구어온 국민의 저력에 불을 지펴 민주주의와 번영·통일을 향한 힘찬 전진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올 한해 우리는 그동안 펼쳐온 일들이 하나하나 알찬 결실을 맺어 그 보람을 국민 모두가 나누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언론의 자유,권위주의의 청산으로부터 주택 2백만호 건설,서해안 시대… 그리고 북방청책과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이르기까지 크고 많은 일을 약속했으며 지난 3년간 많은 일들이 추진되어 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약속,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성과를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급변하는 세계속에서 민주화·개방화·국제화의 새로운 시대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에 따른 새로운 사고와 분명한 소신으로 모든 일을 수행하는 데 선도적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서둘러 해야 할 일은 서두를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한 일은 그 확실한 청사진과 그것을 이루어나갈 구체적인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할 것입니다. 정부는 민주적 사고와 공명정대함을 앞장서 실천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임기의 네번째 해를 맞습니다. 올해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있어… 또한 줄기찬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고비가 되는 해입니다. 남북한 관계도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전기를 맞는 해가 될 것입니다. 저는 어떠한 장황에서도 법과 질서·안정의 바탕을 굳건히 세워 발전을 이끌 것입니다. 21세기가 이제 9년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세기안에 우리나라가 자유와 번영이 넘치는 선진국… 7천만 겨레가 한 울타리속에 사는 통일된 나라를 이룰 확고한 기반을 닦을 것입니다. ▷지방자치실시◁ 30년만에 다시 시행하는 지방자치는 참다운 민주주의와 지방화시대를 여는 관건입니다. 올봄 실시되는 지방의회 선거를 깨끗하고 공명하게 치르는 일은 지방자치는 물론우리 민주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5천여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이 선거를 성숙한 민주의식으로 잘 치를 경우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총선거,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의 발걸음은 밝고 가벼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선거가 무질서와 불법을 조장하고 지역감정을 격화하는 혼탁한 것이 된다면 민주주의는 물론 나라의 앞날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지방자치 선거가 돈을 쓰는 선거로 타락할 경우 애써 다져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마저 흔들릴 것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차원에서 돈을 쓰는 행위나 사전선거운동,어떠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신성한 민주선거의 규율을 파괴하는 행위는 반민주적 범죄로 규정하여 여야나 지위를 가리지 않고 엄격한 법의 제재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지방자치의 참뜻은 주민의 참여와 복지를 구현하는데 있습니다.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서는 유권자인 국민여러분이 선거혁명을 이루어야 합니다. 모두가 금품과 선심을 스스로 거부함은 물론깨끗한 선거를 치르는 감시자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정치를 빌미로 스스로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사람을 배제하고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일꾼을 뽑아 주어야 합니다. 6·29선언으로 민주주의의 길을 연지 4년째를 맞는 이제까지 정치권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겸허한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정치는 갈등과 불안을 증폭하는 대결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의 통합을 실현하는 참다운 민주정치의 모습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경제발전 위한 사회적합의◁ 올해는 지난 30년간 여섯차례에 걸친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짓는 해입니다. 내년부터 1996년까지 추진되는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이 완수되면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 고도산업선진국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대망의 선진국 대열로 뛰어오르는 마지막 한 계단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선진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성장의 활력을 충전하여 경제규모를 키워갈 뿐 아니라 기술과 산업구조,기업경영으로부터 국민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차원 더 높게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안정기조를 견지하면서 올해 7%의 성장을 이룰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올 연말 1인당 국민소득 6천2백달러,교역량 1천5백억달러로 선진국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됩니다. 올해 우리경제는 밖으로 페르시아만 사태에 따른 유가의 불안,세계경제의 침체,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통상마찰 등 어려움이 겹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경제 내부적으로도 유가·임금의 상승에 따른 물가의 불안요인을 안고 있으며 우리산업의 경쟁력이 시원스럽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물가·임금·노사관계의 안정은 우리경제의 앞날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입니다. 물가와 임금이 또다시 급속히 오를 경우 그나마 되살아나고 있는 우리상품의 경쟁력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이며,우리경제도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피땀어린 우리의 노력은 물론,멀지않아 선진국에 진입할 꿈도 헛된 것이 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근로자와 기업… 모든 경제주체가 이 분명한 현실을 깊이 인식하여 우리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줄 것을 촉구합니다. 정부와 모든 경제주체는 올해 페르시아만 사태의 악화로 인한 유가의 폭등과 같은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요금·집값·전월세 등 가격인상을 최대한 억제하여 물가상승이 한자리 수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제조업의 활성화◁ 경제안정 못지않게 시급한 일은 제조업,특히 수출산업이 활력을 회복하여 성장을 힘차게 이끌어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산업현장에 우렁찬 기계소리와 근로자의 바쁜 일손이 멈추지 않고 우리의 수출역군이 세계시장에서 밤낮없이 뛰는 활기찬 모습을 우리는 되살려야 합니다. 이렇게 될때 그 힘은 모든 경제부문에 미치게 됩니다. 정부는 우리산업이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과감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정부는 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특히 인력난의 해결을 위해 효과적인 대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기위해 산업현장의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또한 기업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미 한계점에 다다라 우리산업 경쟁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도로 항만 공장용지 등 사회간접자본을 획기적으로 확충해나갈 것입니다. 이 부문의 올 예산은 2조5천억원으로 작년보다 35% 증액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세계 잉여금과 채권발행을 통해 1조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하여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부산 인천 항만의 확충에 투입할 것입니다. 제2경인고속도로 건설과 경부고속도로 확장사업도 93년까지 앞당겨 완공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안에 사회간접자본 투자기획단이 설치될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경제의 구조를 왜곡해온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을 늦추지 않을 것이며,비생산적인 서비스산업의 팽창을 억제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건전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비합리적인 규제는 풀고 각종 부조리도 없앨 것입니다. 우리경제가 제조업을 견인차로 하여 건실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때 우리는 잘사는 농어촌도… 소외된 계층의 복지도…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를 농촌발전의 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는 농업의 구조조정에 과감한 투자를 해나갈 것입니다. 정부만이 앞장선다고 해서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근로자 농민 기업인…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분발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국민생활향상 4대과제◁ 정부는 모든 국민의 절실한 바람은 주택·교통·환경문제의 개선과 교육의 혁신에 올해도 집중적인 노력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주택은 지난해 75만채가 착공된데 이어 올해 50만채가 새로 건설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약한 주택 2백만채 건설의 모든 집이 올해 안에 착공됩니다. 새로 지어지는 집이 복격적으로 공급됨에 따라 주택사정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집값도 안정될 것입니다. 교통난 개선을 위해서는 서울의 도심교통량을 분산할 판교∼퇴계원간 수도권 고속도로를 92년까지,또한 서울과 신도시를 잇는 수도권 전철을 93년까지 완공하고 서울의 지하철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것입니다. 부산의 지하철 연장과 주요 도시의 지하철 건설을 서두를 것입니다.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저는 임기중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맑은 물,깨끗한 공기,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할 중기종합대책을 세우고 이를 강력히 추진할 것입니다. 대기와 수질·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의 처리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올해 안에 「국민환경지표」를 제시하고 산업정책의 수립과정에서부터 환경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책조정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교육의 개선을 위해 작년부터 내년까지 총 1조1천억원을 특별회계로 투자하여 교육환경은 많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획일적인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과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대학과열 진학풍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 입시제도와 고교교육의 개혁을 추진할 것입니다. ▷새질서 새생활◁ 민주주의와 번영은 안정되고 질서있는 사회속에서만 꽃필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 모두가 지난 3∼4년간 값비싼 대가와 희생을 치르고 얻은 교훈입니다. 지난해 「10·13선언」을 기점으로 펼쳐온 새질서 새생활 실천운동은 온 국민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새질서와 새생활은 이제 국민모두가 안락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다함께 이루어 가는 생활규범으로 90년대 국가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국민운동으로 승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새해에도 범죄와 폭력을 소탕하고 불법과 무질서를 다스리는 일은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강력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입니다. 사회의 규율을 어기고 퇴폐와 향락을 조장하는 풍조도 사회개혁적 차원에서 바로잡을 것입니다. 음주·난폭운전,불법주차의 단속으로부터 심야영업,퇴폐업소의 규제에 이르기까지 공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할 것입니다. 건강한 사회,일하는 사회를 이루어 나가는데 정부와 공직자는 앞장설 것입니다. ▷평화와 통일의 길◁ 올해는 한반도의 주변정세가 그 어느때보다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 것입니다. 유럽을 바꾸어 놓은 변혁의 물결은 이제 동아시아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냉전체제가 무너지기 이전부터 북방정책을 능동적으로 추진해 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우리주변의 변화를 앞서 내다보고 슬기롭게 대응할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오랜 대결구조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큰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이 땅에 전쟁의 불안을 가시게 하고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앞당길 것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일본,유럽 공동체 여러나라와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바탕위에서 소련과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진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이달중 무역대표부의 상호설치를 계기로 더욱 증진될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 내외로부터 그들의 폐쇄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멀지않아 북한은 바뀔 것이며 남북관계에도 큰 전기가 올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분단이후 처음 남북 총리회담이 세차례 열리고 제한된 범위나마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가 있었습니다. 자랑스런 민주주의 나라를 만드는 것… 남부럽지 않은 선진국을 만드는 것… 통일된 나라를 이루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이상이나 먼 장래의 일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도전과 기회를 함께 맞고 있습니다. 험난한 역정을 거치면서도 버린 적이 없는 겨레의 이 오랜 소망을 이루는데 국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제 다함께 나설 때입니다. 정부가 할 일은 제가 앞장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도 힘찬 전진을 이룩합시다.
  • 노대통령 신년사 전문

    ◎“이제 진통의 전환기는 막내려 한차원 높은 민주화 꽃피울때” 1991년 새해아침이 밝았습니다. 새해 여러분,모든 소원을 성취하시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1991년이 우리나라가 큰 발전을 이루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안팎으로 우리가 맞고 있는 도전의 바람은 그 어느때보다 거셉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키운 「희망의 나무」는 굳건한 뿌리를 대지속에 뻗어 이제 어떠한 바람도 이길수 있습니다. 저는 이 아침 전국의 방방곡곡,사회 각 분야에서 오늘의 자랑스런 나라를 이루기 위해 땀흘려 일해온 국민여러분 모두가 더 큰 희망으로 새해를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국민들은 저 시베리아의 동토로부터 남극의 과학기지에 이르기까지 온 세계를 무대로 밤낮없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라 밖에서 새해를 맞는 6백만 해외동포 여러분들께 따뜻한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는 지난 반세기 분단으로 갈라져 살아온 북한동포들께도 축복의 서광이 비추어 지기를 기원합니다. 21세기를눈앞에 두고 세계는 혁명적인 변혁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을 실현한 현실이나 제가 얼마전 소련의 국빈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현실,그것만으로도 이 세계의 변화가 얼마나 놀랍고 급속한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산업과 사회구조,우리의 생활과 의식까지를 날로 새로운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세대동안 지난달 몇세기에 걸친 진보를 능가하는 엄청난 변화를 한꺼번에 겪고 있습니다. 어제의 새것이 오늘 낡은 것이되어 버리는 변혁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우리는 남을 뒤쫓아가는 나라가 아니라 이 세계의 진보를 이끄는 나라를 만들어 가려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은 새로운 의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스스로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피땀흘려 추구해온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평화와 번영은 이제 온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이룬 성취는 이미 온 세계의 성공적인 표본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6천달러의 신흥산업국가,민주주의의 활력이 사회 모든 부문에 넘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이루려는 나라의 중간단계일뿐 우리 겨레의 소망은 아직 성취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세기안에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민주주의의 나라,국민 모두가 복된 삶을 누리는 번영된 나라,7천만 민족이 한울타리 속에 사는 통일된 나라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기주의와 분열,공허한 외침만으로 우리가 이룰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보람찬 과업은 온 국민이 창조적인 역량을 결집할때 이룰수 있습니다. 새해는 온 국민이 슬기와 힘을 모아 「민주·번영·통일」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새롭게 연 민주주의를 우리국민 모두가 한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해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권의주의적 통치나 정부의 권력으로 안정을 이루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민주주의를 여는 과정에서 겪었던 진통의 전화기도 끝났습니다. 국민의 참여와 자율에 바탕한 새로운 질서위의 민주적 안정,참다운 안정위의 발전,이것을이루는데 우리 국민의 뜻이 모아졌습니다. 새봄에 실시되는 지방의회선거는 우리 민주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불법도,무질서도 거부하고 참다운 민주주의의 굳건한 바탕을 다져야 합니다. 올해는 물가,임금,노사관계의 안정위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해가 되어야 합니다. 절제와 근면없이 경제의 안정과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모두가 안팎의 도전을 직시하고 성장의 저력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야 합니다. 올해는 주변정세의 급속한 변화속에 남북한관계가 큰 전기를 맞는 해가 될 것입니다. 이 세계의 질서가 바뀌고 동유럽과 소련이 새로운 나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만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스크바와 북경으로 가는 큰길이 열린 이제 평양으로 가는 길만이 닫혀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 큰 변화를 슬기롭게 이끌어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날을 앞당길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사회에 대한 믿음,나라의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고 힘차게 전진할 때입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기쁨과 보람이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빕니다.
  • 어제 일찍 귀가… “가족과 함께”/차분한 성탄전야

    ◎오늘 낮 전국에 눈올듯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나갔다. 24일 하오 대부분의 시민들은 가족들과 조용한 성탄전야를 위해 일찍 집으로 돌아가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도심지는 대체로 예년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퇴근길 거리에는 손에 케이크 등 선물꾸러미와 달력 등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거나 전철을 타려는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서울 명동성당에는 이날 2천5백여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자정미사가 열렸고 영락교회에서도 3천여명의 신도가 모여 성탄절 축하예배를 가지는 등 전국의 성당과 교회에서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김수환 추기경은 명동성당의 자정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오늘날 우리사회는 어두우나 결코 밤의 어둠만이 뒤덮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리스도가 가르친 사랑을 믿음으로 따를 때 우리사회의 분열과 단절,빈부격차,지역간·계층간 갈등의 벽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와 명동 등 전국 대도시 유흥가에는 밤이 깊어지면서 인파가 몰려들어 붐비기도했다. 인파는 밤11시를 고비로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자정이 지나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자 중심가는 곧 조용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 한 철도직원의 살신성인/이도운 사회부기자(현장)

    ◎생명 던져 열차 탈선 막은데 숙연 『큰애가 학교 다니는 모습을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시더니…』 10일 하오5시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철도청 보선사무소 2층에 마련된 이진찬씨 빈소 앞에서 소복을 입은 미망인 안정자씨(42)는 맏아들 준혁이(7)를 부둥켜 안고 흐느꼈다. 보선반장인 이씨는 9일 새벽 용산역에서 선로 보수작업을 하다 열차에 치여 순직했다. 이씨는 48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군복무를 마친 뒤 72년 철도청 기능직 공채시험에 합격,철도 보수원을 천직으로 알고 19년째 봉직해 왔다. 철도원이 된 이듬해에는 동갑내기인 안씨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일에만 몰두해 왔다. 결혼 10년이 가깝도록 아이를 갖지 못한 것 말고는 섭섭한 일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 83년 결혼 10년만에 맏아들을 보게되자 이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듯 더욱 성실히 일을 했다. 2년 뒤 둘째아들 창렬이가 태어나자 이씨는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에 넘쳐 신앙의 길까지 걷게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덕에 지난 6월에는보선반장으로 승진도 했다. 새해가 오면 8살이 되는 준혁이가 입학,학부모가 된다는 책임감으로 미리부터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로지 두 줄로 곧게 뻗은 철로와 함께 사는 철도원 생활은 이처럼 보람도 넘쳤으나 항상 「위험」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 이틀에 한번 오는 야간작업에서는 귀가 따가운 쇳소리를 내며 달리는 열차를 바라보곤 몇번씩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날도 새벽2시5분쯤 반원 4명과 용산역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이씨는 새마을 임시열차가 한강 철교를 지나 달려오는 것을 보고 손전등으로 반원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열차다』라고 알렸다. 예정시간보다 20분 정도 늦은 탓인지 평소보다 열차가 매우 빠르게 달린다고 느낀 반원들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러나 공구를 철로에 고정시키는 쇠받침대를 미처 떼어내지 못한채였다. 함께 몸을 피하던 이씨는 이를 보자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철로로 되돌아 뛰었다. 열차는 무섭게 빨랐다. 『10년 손때가 묻은 공구를 차마 버려둘 수 없었겠죠』 같은 작업반의 김용기씨(38)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보선사무소 소장 심재춘씨(52)는 『이씨는 책임감이 강해서 어떤 일을 맡겨도 믿음직스럽게 처리해 냈다』면서 『그의 유족들을 힘 닿는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 「평양민족음악단」 오늘 서울공연/12일까지 3차례 무대에

    ◎33명 어제 서울서 첫 밤 【판문점=이헌숙 기자】 남북한 음악인들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 무대에 선다. 평양민족음악단(단장 성동춘) 일행 33명이 8일 서울에 도착,90송년통일전통음악회가 9일 하오 7시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당 무대에서 그 역사적인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북측 연주단은 이번 공연에서 「평북 영변가」 「배따라기」 「영천아리랑」 「통일의 길」 「신고산타령」 「도라지」 「자진 난봉가」 「옹헤야」 「박연폭포」 등 전통민요 20곡을 50분 동안 연주하며 우리측 국악인들은 아악 「표정만방지곡」,거문고 독주 「산조」,민요 「성주풀이」 「진도아리랑」,국악관현악 「신모듬」 등을 연주한다. 9일 공연의 1부는 남측이 먼저 하고 10일 공연의 1부는 북측이 먼저한다. 특히 1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들을 위해 12일 합동특별공연을 갖게 된다. 통일음악회에 참가하기 위해 8일 상오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온 북한 평양민족음악단 일행 33명은 이날 하오 예술의전당 사전 답사와 하이아트호텔에서 베풀어진 이어령 문화부 장관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숙소 워커힐에서 첫 밤을 보냈다. 이날 하오 8시에 시작된 만찬에서 이 장관은 만찬사를 통해 『낯익은 그 소리가 우리를 부르니 다시 음악을 울리고 침묵하던 민족에게 가야금을 퉁기자』면서 『미워하지도 헐뜯지도 말고 하나로 다시 만난 천년의 소리,만년의 가락속에 오직 정과 사랑과 믿음에 신바람만 있게하자』고 말했다. 이어 성동춘 평양음악단장은 답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송구영신의 자리가 아니라 7천만 동포와 함께 90년대의 통일을 앞당기는 뜻깊은 자리』라고 전제,『북과 남이 함께 통일의 노래를 불러 겨레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겨줌으로써 단절의 시대를 청산하자』고 강조했다. 이들 평양민족음악단 일행은 5박6일을 서울에 머무는 동안 비원·롯데월드민속관·삼익악기·국립국악원을 돌아볼 예정이다. KBS­1TV와 MBC­TV는 9일 하오 10시30분,11시10분부터 각각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 실황을 녹화중계한다.
  • “「우리의 소원…」 흘러간 노래 됐으면”

    ◎「송년음악회」 참석하러 귀국/작곡자 안병원옹/“40년간 애창… 통일 안된 현실 안타까워/이산가족도 많은데 특혜같아 방북 초청 거절” 노래의 제목 「우리의 소원」의 작곡자 안병원씨(63)가 서울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기위해 지난 5일밤 일시 귀국했다. 오는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시립 소년소녀합창단 송년 공연무대에서 이날의 피날레가 될 「우리의 소원」합창을 지휘할 안씨는 공연에 앞서 세종문화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잠시 기자들과 만났다. 그가 만든 이 한 곡의 노래 「우리의 소원」이 40년을 한결같이 애창돼 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운 한편,그래도 예술가로선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 안씨의 첫마디다. 『가사를 잘 써주신 선친 덕에 제가 이제와서 덕을 보고 귀한 열매를 맺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 노래가 곧 「흘러간 노래」가 돼 버리도록 하루 빨리 통일이 됐으면 하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임수경양의 입북사건 이후 그의 노래가 북한에서 급격히 퍼져 나갔고 북쪽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안씨를 방북하도록 초청했으나 북한 방문을 단호히 거절했던 안씨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 고향은 서울입니다. 그곳에 연고가 전혀 없는 내가 아직 수많은 이산가족도 상봉 못하는 현실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제가 서울음대 1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47년 아버님께서 당시 서울 중앙방송국의 3·1독립운동기념 어린이 노래극 노랫말을 쓰시고 제게 곡을 붙이라 하셨죠. 믿음이 깊었던 전 가사를 뇌며 많은 기도를 했는데 어느날 불현듯 악상이 떠올랐어요. 1시간만에 곡을 완성했습니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가 1948년 자주 국가로 독립이 되는 대신 남과 북이 갈라진 현실속에서 「독립」이 「통일」로 바뀌는 운명을 맞게 됐다. 지난 48년부터 이 노래는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됐는데 이 때 작사자인 고 안석주씨(안씨의 부친)와 작곡가 안씨의 동의를 얻어 노랫말이 「우리의 소원은 독립」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바뀌어 책에 실린 것이다. 캐나다 이민후 이번까지 세번째 고국을 찾은 안씨는 이번 일시귀국이 어느 때보다 감개무량하고 뜻깊다고 밝혔다.
  • 외언내언

    『그 친구 정치 잘하지』. 이는 정치 잘하는 정치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직장인들끼리 특정인을 지칭하면서 하는 말이다. 알랑거리는 사교성이 좋은 사람을 비아냥거리면서 좋잖은 뜻으로 쓰는 것. 정자정야(정은 정이니라)라 했는데 「정치」란 말의 비하 한번 심하다. ◆이런 표현이 해방 후 오늘에 이르는 정치사와 무관할 수는 없다. 모략·중상에 폭력·배신이 난무하고 언행이 불일치한 경우는 얼마나 많았던가. 이념으로 뭉치는 게 아니라 이해로 배짱을 맞췄다가 수틀리면 헤어지고. 여기서 소곤소곤 저기서 쑤군쑤군. 멀쩡한 사람 옭아매고 법을 우습게 알고. 「입의 애국자」는 또 오죽 많은가. 「정치한다」는 말이 여항에서 부정적 의미로 쓰일 만하게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심경은 지금도 별로 변함이 없는 듯하다. 최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가 행한 설문조사에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가장 싫어하는 직종의 사람」에 정치인이 69.9%로서 대기업가(41.3%)·경찰(28.7%)을 멀리 따돌리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가장 부패한 계층」에 대해서도 1천5백명 응답자의 70.1%는 정치인을 꼽았다. 기업가(10.9%)·공무원(9.3%)·언론인(3.3%)에 엄청나게 앞선다. ◆물론 이 설문조사의 결과가 절대적인 진리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눈. 많은 사람의 눈에 그렇게 비친 데에는 그만한 뜻이 있다. 그점에서 무시해 버릴 일이 아니라 성찰의 계기로 삼을 줄 알아야겠다. 멀리도 말고 근자의 경우만 놓고 봐도 그렇게 비치도록 언행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까마귀 노는 곳에 끼인 백로. 한물에 싸인 고기 신세가 아닌가. ◆정치인을 우습게 본 이 조사결과는 최근 한 프랑스 주간지가 조사 발표한 프랑스국민의 눈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직업별 사회공헌도에서 국회의원은 끝에서 세 번째. 창녀·고급관리보다는 위였다. 민무신불립(백성에게 믿음이 없으면 사회가 존립 못한다)했는데…,걱정이다.
  • 「평화의 새유럽」건설 기본구도 마련/파리 유럽안보회의 무얼 남겼나

    ◎정례개최 합의… 지역협의 발판 구축//「대서양서 우랄까지」 통합의 길 열어/의사결정권 없어 실질문제 해결엔 한계 갈등과 대립의 동서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화합과 번영을 향한 새 유럽의 탄생을 선언한 제2차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정상회담이 사흘간의 회의일정을 모두 마치고 21일 폐막됐다. 지난 75년 헬싱키에서 첫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뒤 15년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동서간 이념대립을 존치시킨채 긴장속에서 균형을 추구한 첫 회담과는 달리 동서의 가름을 없애버리고 화합을 통한 공동번영을 다짐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헌장은 유럽에서 분열과 대립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믿음과 협력속에 새로운 관계가 수립되었음을 천명함으로써 새 역사의 장이 열렸음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동서 양진영 대립의 첨병으로서 서로를 적으로 간주해오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유럽재래식무기(CFE) 감축협약을 맺으면서 발표한 정치선언을 통해더 이상 적의 관계가 아니라 새 시대의 동반자임을 선언,새 유럽질서 구축의 기반을 다졌다. 이번 회담은 이같은 다짐과 약속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 구체적인 몇가지 장치를 마련해 냈다. 첫째가 상설 행정사무국의 설치.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세워질 행정사무국은 앞으로 계속될 CSCE의 각종 회담준비와 회원국간의 연락,의제조정 등의 임무가 주어진다. 또 분쟁방지센터(빈),자유선거 사무소(바르샤바)의 설치도 결의됐으며 회원국 의원들간의 모임인 CSCE 의회협의회의 구성도 추진키로 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상설기구들의 설치와 함께 CSCE 정상회담을 정례화,2년마다 열고(92년 헬싱키개최 확정) 장관급회담은 1년에 한차례 이상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CSCE가 단순한 「회의」에서 지역협의체로의 발전의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헬싱키협약이 그동안 인권개선이나 환경보호 또는 군축을 통한 긴장완화 노력에 적잖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CSCE에 제한적이나마 기능과 틀을 부여한 파리헌장도 새로운 유럽건설의 기본설계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SCE의 장래가 마냥 분홍빛 일색일 수만은 없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실질적인 안보협력이 이루어지려면 군사협력체제로의 변환이나 유사한 기능부여가 따라야 되나 CSCE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소련측은 범유럽군사기구 구축을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 영국 등 나토 핵심멤버들이 반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만프레트 뵈르너 나토연합군 총사령관은 『나토는 현재의 군사 및 전략적 균형을 깨지 않는 상황 아래서 안정된 유럽의 구축을 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핵을 포함하여 아직도 막강한 군사대국임이 분명한 소련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래서 고르바초프는 『유럽에 평화가 깃들었다는 판단은 아직 이르다』며 다음 단계의 군축을 위해 한달 이내에 단거리핵 감축협상을 시작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미국이 버티고 있는 나토가 쉽사리 자세를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수단으로든지 나토를 해체시키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유럽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것이 지금까지의 소련의 대 유럽전략이었음을 간파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나토의 약화·해체기도나 CSCE로 하여금 이를 대체케 한다는 발상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으로 「적」이 없어졌음을 선언함으로써 나토가 위상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계는 마찬가지이다. 회의에 참석한 동구지도자들은 냉전이 끝난 상황에서 부국과 빈국을 갈라 놓는 새로운 경제장막이 유럽에 드리울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아랑곳 없이 구공체(EC)는 90년대 중반까지는 신규회원의 가입을 막고 있다. 결국은 CSCE가 아직은 공동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군사협력체제도,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경제기구도,의사결정 권한도 없는 단순한 회의체인 것이며 여기에 그 발전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CSCE의 자체적인 취약점 외에도 한치 앞을 점치기 힘든 소련의 내정문제·소수민족문제·추가감축문제 등 CSCE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새 유럽을 출범시킨 CSCE가 이런 과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을 때 유럽인의 숙원인 「대서양에서 우랄까지」(드골)의 유럽대통합의 길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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