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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사랑 운동’ 실천한 ‘보통사람’/13일 열반한 ‘우리시대 최고의 선승’ 서옹 스님

    조계종 제5대 종정을 지낸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서옹(西翁·사진) 스님이 13일 오후10시10분 전남 장성 백양사 설선당에서 입적했다.세수 92세,법랍 72세. 서옹 스님은 이날 오후 백양사 주지 스님과 시자들을 주석하고 있던 설선당으로 불러 후학들의 정진을 독려하는 법담을 나눈 뒤 열반송과 임종게를 남기고 좌탈입망(앉은 채로 열반)했다. 스님은 동국대 선학원장을 비롯해 도봉산 무문관,대구 동화사,문경 봉암사,장성 백양사 조실을 역임했으며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조계종 제5대 종정을 지냈다.영결식과 다비식은 19일 오전 11시 백양사에서 조계종단장으로 봉행될 예정이다. 스님은 중국 선불교의 대가인 임제 선사의 정맥을 이어 ‘우리시대 최고의 선지식’으로 통하는 선승이었다.특히 상하 귀천이나 성인·범부를 초월해 본래의 선한 면목에 투철한 사람으로 거듭 나자는 ‘참사람 운동’을 주창해 실천한 ‘보통사람’이기도 하다. 1912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스님은 양정고보에 재학중 무교회주의자였던 김교신 선생의 영향을 받아 ‘간디 자서전’을 읽다가 불교에 입문했다.이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를 거쳐 1932년 백양사에서 만암(曼菴·1876∼1957) 스님을 은사로 출가,오대산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의 지도를 받은 뒤 일본 교토의 인제대에 유학했고 이후 해인사 동화사 파계사 봉암사 등 여러 선방에서 정진을 거듭했다.체계적인 근대식 교육을 받았던 스님은 검증되지 않은 여러 수행법에 대해 우려,무엇보다 사람들이 참선을 근본으로 서로 자비심을 갖고 사리사욕 없이 참사람으로 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인간의 참모습을 깨달아야 한다고 늘상 강조했다.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조사선’을 강조하면서도 “깨달음은 한 번의 견성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화두참구를 통해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라며 수좌들에게 쉼없는 정진을 다그쳤다. 특히 “참선이야말로 인생문제가 다 해결되는 인간의 참모습인 만큼 공부하는 수좌들은 참선을 하면서 자기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중생까지 제도한다는 큰 원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이같은 신념에 따라 지난 98년부터는 백양사 고불총림에서 지위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승속(僧俗)이 한데 모여 서로의 경지를 묻고 답하는 무차선회(無遮禪會)를 2년마다 열어 왔다. 중생들로 하여금 불교에 대한 바른 믿음과 신심을 갖도록 하는데 힘썼던 스님은 ‘선과 현대문명’‘절대 현재의 참사람’‘임제록연의’‘참사람 결사문’‘사람’ 등의 저서를 남겼다. 김성호기자 kimus@ ●열반송 전문 雲門日永無人至/白巖山頂雪紛紛/一飛白鶴千年寂/細細松風送紫霞(운문에 해는 긴데 이르는 사람 없고/백암산정에 눈이 분분하네/한번 백학이 날으니 천년동안 고요하고/솔솔 부는 솔바람 붉은 노을을 보낸다.)
  • [젊은이 광장] 네티즌의 냉소주의

    ‘KIN’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영어실력을 한탄하며 사전을 뒤적거려서는 곤란하다.이 단어는 2003년 현재 네티즌과 어린 또래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유행어다. 고개를 왼쪽 90도 각도로 틀고 주의깊게 단어를 응시해보자.매직아이에서 숨겨진 형상이 떠오르듯이,영어단어가 순식간에 ‘즐’이라는 훈민정음으로 둔갑할 것이다. ‘KIN’을 회전시킨,‘즐’은 무엇인가? 당초 이 말은 온라인에서 주로 쓰이던 것으로 ‘즐거운’이란 뜻이 담긴 통신축약어였다.“즐팅하세요.”(즐거운 채팅하세요.)나 “즐겜하세요.”(게임 즐겁게 하세요.)와 같이 서로간에 나누는 일종의 인사였던 이 말이 최근 엄청난 위력을 가진 마법의 주문으로 변신했다.“우리 어머니가 하루는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훈계를 했어.그 조카는 우리 어머니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갑자기 ‘이모 즐!’이라고 외치면서 방으로 들어가버리더라.도대체 어떤 뜻을 지닌 말인지 되게 궁금했다니까.”한 선배의 증언이다. 인터넷을 쓰는 네티즌 사이에 이 ‘즐’은 남을 경멸할 때 쓰는비속어로 자리잡고 있다.그 쓰임새를 알아가면서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단순한 유행으로 웃고 넘기기에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양상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헤집은 끝에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네 할일이나 하시지.더 이상 듣기 싫다.”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앞에서 언급한 초등학생의 사례에서,또 온라인상의 많은 경우에서 이 ‘즐’이란 말은 자신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상대방을 무시하는,사뭇 배타적인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초등학생이 외친 “즐”은 이모의 문제제기를 그저 따분한 ‘잔소리’로만 받아들였음을 암시한다.또한 이모는 자기 또래가 아닌,말도 통하지 않는 ‘어른’이니 같이 얘기조차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즐’은 진지하고 길게 쓴 담론이나 문제제기를 묻히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자신과 대화할 ‘자격’을 엄격히 따지는 이들도 있는데(이들은 주로 “초딩 즐!”이란 말을 좋아한다.) 그들이 들이대는 사회적 ‘지위’의 잣대는 곧힘의 논리다.이처럼 상대와 소통을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은 있어서,게시판은 서로 자기의 입장을 내세우기만 하는 시장통이 되고 있다. “우리들의 부싯돌은 마찰함으로써 빛이 난다.”고 18세기의 한 계몽철학자는 말했다.또 다른 철학자는 “정신들끼리 서로 충돌하고 말로써 싸우도록 해야 한다.”고 갈파했다.대화와 토론이 일찍부터 주장돼온 이유는,그것을 통해 진리와 공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왜?”라고 질문해야 할 아이들이,“즐!”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대화와 토론이 결핍된 사회의 현실을 읽을 수 있다.‘즐’이 대화와 토론이 없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서로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우리 사회가 ‘즐’이라는 유행어를 낳았을 것이다.우리 사회의 ‘즐’현상을 보자.특정지역은 ‘즐’,지방대도 ‘즐’,피부 색깔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도 ‘즐’하시고,우리끼리,우리끼리만 어울리자는 것인가. 양 창 모 한국외대 신문사 사회부장
  • 美, 정치자금 무제한 기부 금지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선거 때면 정당이 기업 등으로부터 수백만달러씩 돈을 받아 쓰던 관행이 연방대법원에 의해 불법으로 최종 확정됨에 따라 미국의 정치자금 모금 및 분배관행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미 대법원은 10일(현지시간) 위헌 논란을 일으킨 ‘선거개혁법안’에 찬성 5 대 반대 4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법안 발의자인 존 매케인과 러셀 페인골드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매캐인-페인골드’ 법안으로 불린 선거자금개혁법안은 지난해 3월 의회에서 통과됐다.기업이나 노동단체,개인 등이 정당에 무제한적으로 줄 수 있는 정치·선거자금을 금지하는 내용이다.하지만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의원과 전국총기협회(NRA),미시민자유연맹(ACLU) 등은 대통령의 서명 직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소송을 내 법의 발효가 연기됐다. ●개인별 소액 기부는 가능 대법원은 그러나 이날 판결에서 “소프트 머니가 (정치에) 부도덕한 영향력을 미치거나 부패의 조짐을 야기한다는 의회의 믿음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합헌 판결에 따라 ‘매케인-페인골드’ 법안은 내년 대선부터 적용된다.내년 1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열리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후보들은 소프트 머니를 사용할 수 없다.‘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로 1974년 개인 및 이익단체의 후보 기부액을 1000달러와 5000달러로 제한한 이래 가장 광범위한 정치자금법 개혁이다. 대신 정당들과 후보들은 이른바 ‘하드 머니’를 받을 수 있다.연방 공무원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선거 때마다 기부자별로 2000달러까지 모금할 수 있으며 각 정당은 선거와 관계없이 매년 기부자별로 2만 5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부시에는 유리,민주당에는 불리?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뒤 선거를 실제 주관하는 공화·민주 양당의 전국위원회는 불만이 높았다.이들은 법안 무효판결이 나면 기업으로부터 즉각 소프트 머니를 거둬들인다는 전략까지 세웠다.특히 부시 대통령에 비해 선거자금 모금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민주당 후보들은 은근히 소프트 머니의 부활을 기대했다. 소프트 머니가 아닌 정치적 행사를 통한 모금액은공화당측이 민주당을 2배 정도 앞선다.지금까지 부시 대통령은 1억 1000만달러를 모금했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2500만달러에 불과하다. ●정치개혁 성공여부는 불투명 각 정당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로 소프트 머니가 유입되는 것은 금지대상이 아니다.때문에 선거에서 제 3의 단체를 통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위한 우회적인 자금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당장 국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부시 대통령 낙선을 위해 진보주의 단체에 500만달러를 지원한 게 대표적 사례다. 매코넬 상원의원은 “소프트 머니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주소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선거운동 전문가들도 법안이 선거에 임박해 소프트 머니를 이용한 ‘이슈 광고’는 금지하고 있으나 우편이나 e메일 또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한 자금지원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제도적으로는 30년만의 큰 진전이지만 실제 선거자금을 규제하는 데에는 헛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mip@ ■하드 머니 소프트 머니 미국 정치자금은 크게 ‘하드 머니(hard money)’와 ‘소프트 머니(soft money)’로 나뉜다. 이번에 전면금지된 소프트 머니는 정당에 주는 헌금으로 금액에 제한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소프트 머니는 정당의 지방자치단체 선거비용,투표 독려 활동,선거와 무관한 정당활동 등에 쓸 수 있다.하지만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각 정당이 거액의 정치 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반면 하드 머니는 정치인 개인에게 기부하는 돈으로 모금에서부터 지출까지 철저하게 연방선거법의 규제를 받는다.액수도 제한하고 있다.
  • 책꽂이

    ●피카소와 함께 한 시간들(조르주 타바로 지음,강주헌 옮김,큰나무 펴냄) 공산주의자로서의 피카소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피카소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변함없는 충정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등을 돌린 공산당이었다.1953년 피카소는 공산당의 주문으로 스탈린의 초상화를 그린다.공산당 지도부는 피카소가 그린 초상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이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스탈린의 범죄가 폭로되고 옛 소련이 붕괴 조짐을 보일 때에도 당에 대한 피카소의 충절은 흔들리지 않았다.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공산당은 그에게 조국이었고 가족이었다.9500원. ●그안에 있는 것이 그안에 있다(잘랄 앗 딘 알 루미 지음,최준서 옮김,하늘아래 펴냄) 13세기 이슬람 최고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인 저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일화와 우화,격언 등을 담았다.루미는 이슬람의 신비주의 교단인 수피교의 학자이자 스승으로,수피교의 특징은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점.시 속에서, 노래 속에서, 춤 속에서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이 이슬람 교단 신도들은 음악 반주에 맞춰 오른발로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어 서양에서는 ‘빙글빙글 춤추는 데르비시(dervish,회교 금욕파의 수도사)들’로 불렸다.1만 2000원. ●인류학의 어머니 미드(조앤 마크 지음,강윤재 옮김,바다출판사 펴냄) 청소년기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격정기인가.남녀의 성 역할의 차이는 본래의 생물학적 기질 차이인가.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현대문명의 불모지인 오지에 직접 들어가 생활하며 인류의 행동양식을 연구했다.첫번째 연구지인 사모아에서는 사춘기 소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가정의 유연성,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평화로운 사춘기를 보낼 수도 있음을 밝혔다.뉴기니에서는 여러 부족을 관찰해 각 문화의 성 역할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선천적인 성적 차이보다는 사회구조에 적응하면서 학습되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8000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지음,이덕환 옮김,까치 펴냄) 은하나 태양계의 거대세계,양성자나 세포 등의 미시세계,다윈·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들의 이론을 알기쉽게 설명한 과학교양서.현대 물리학의 기초를 이루는 열역학,양자론,상대성이론은 물론 소립자와 초끈이론,지구 판구조론 등도 소개한다.소행성과 혜성의 충돌,심해생물처럼 극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후 과학분야 최고의 베스트 셀러.2만 3000원. ●사상으로 보는 일본 문화사(비토 마사히데 지음,엄석인 옮김,예문서원 펴냄)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일본문화의 형성과정을 일본 고유의 에토스에 초점을 맞춰 설명.도쿄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일본은 흔히 천황이라는 절대적 권력에 순종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시작된 서양화의 폐해이지 일본의 전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일본과 같은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국가에서는 오히려 권력이 일부에 의해 독점될 수 없다는 것.1만원.
  • [대한포럼] 전략적 입당은 뭔가

    ‘쉬운 일은 어려운 듯,어려운 일은 쉬운 듯 하라.’는 말이 있다.어려운 일일수록 가닥을 풀어가며 차분하게,쉬운 일도 아무렇게나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충고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권이 펼치고 있는 정치는 오히려 쉬운 일은 더 꼬이게 하고,어려운 일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같다.예를 들면 이라크 파병이나 부안 핵폐기장 문제 같은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이런 현안들에는 외교,국방,경제,과학,환경,문화,지역개발 등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하지만 지금껏 정부나 정치권은 한번이라도 종합 대책이나 중장기 전망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저 사람마다 부처마다 말이 틀리고 여론이나 저울질하면서 시간만 때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이런 일이 정치권이 격돌하고 투쟁할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을 한번 보자.정치권의 개혁일 것이다.과거 잘못이 있다면 고백하고,책임지고,열심히 일하면서 심판 받으면 된다.남을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자기만 추스르면 되는 일이다.그런데 정치권은 이렇게 쉬운 일들을 엄청나게 비비꼬아서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공방도 결국 ‘법대로’ 결론이 났다.국민들이 볼 때는 치고 받고,단식하고,국회를 팽개칠 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나,무당적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쉽고,예측가능하고,안정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노 대통령이 측근의 비리를 알았다면 사과하고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인데 느닷없이 재신임 문제를 들고나와 지금껏 혼란의 불씨가 살아있다.누가 재신임을 묻자고 했나.결국 정치권을 들쑤셔놓아 특검대치 정국과 국회 실종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의 무당적 문제도 마찬가지다.노 대통령이 낡은 정치의 기득권 구조를 통째로 와해시키고 싶었다면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의 구조개혁에 힘을 실어주거나 앞장서서 신당의 손을 들어주었으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하는 것이다.그런데 민주당의 구조개혁도,신당인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에서도 노 대통령은 수수방관했다.결국국가의 최고 정치지도자가 ‘차려주는 밥상’만 기다린 꼴이 됐다. 최근 노 대통령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입당 문제에 대해 “입당 하나 안 하나 저를 그 당 소속으로 알고 있지 않으냐.”면서 “정치적 공방 가운데 가장 대미지가 적고 전략적으로 입당 효과가 좋은 시점에 입당하겠다.”고 말했다.얼핏 노 대통령의 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를 올릴 수 있는 시점에 입당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뒤집어 생각하면 대선수사 및 특검정국 등 앞으로의 정치 상황에서 대미지가 크고 전략적 효과가 나쁘다면 입당하지 않겠다는 뜻도 될 것이다.대의 민주주의,정당정치가 기본인 현실에서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정당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혼란스럽게 한다.소속 정당도 없이 바로 국민들을 상대하겠다는 것인지.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줄 상대만 기다리고 있는 거대 야당들에 둘러싸인 노 대통령의 고군분투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이런 ‘전략적 사고’는 너무 협소해 보인다.국민들이 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전략적인 모습이 아니라 예측가능한 믿음을 주는 정치,좌충우돌하는 정치가 아니라 안정된 정치일 것이다.그러자면 노 대통령은 지금껏 해 온 충격정치나 이벤트정치,오기정치는 포기해야 한다.당장 소수면 어떤가.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도 많다. 김 경 홍 논설위원 honk@
  • [대한포럼] 신용불량, 그들이 몰려온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최근 “LG카드로 촉발된 한국 금융 혼란의 상당 부분은 젊은 세대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이들은 대출금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소비했다.”고 꼬집었다.뉴욕타임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채무자들이 정치세력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치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아시아 최고를 기록했으나 지금은 그때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면서 한국의 고도 성장은 카드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폄하했다.블룸버그 통신도 신용카드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라면서 지금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LG카드 사태 이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카드사태가 젊은층의 신용불량자를 양산시킬 것이라는 전망에서다.노무현 정부 탄생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20대가 무분별한 소비로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함에 따라 경제 회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정치권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것이다. 외신들의 이러한 지적은 수치에서도 확인된다.지난 10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360만명이며,이중 카드관련 신용불량자는 63.5%인 228만명에 이른다.20대 신용불량자는 19.7%인 71만명이다.1년 사이에 무려 44.4%나 증가했다.경제 능력이 없음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남발하거나 유흥비로 흥청망청 쓴 결과다. 문제는 신용불량자 급증세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지금도 연체 3개월 미만인 잠재 신용불량자가 108만명에 달한다.또 신용카드 4개 이상을 사용하는 다중카드 이용자 988만명 가운데 10∼15%인 98만∼147만명이 이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저 카드를 막는 ‘돌려막기족’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최근 현금서비스 한도를 40% 이상 줄였다.신용불량 등록시점이 연체 3개월 후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3월이면 전체 신용불량자는 400만∼4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게다가 정부 일각에서는 공과금 체납자도 신용불량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고 한다. 신용불량자 급증의 이면에는 정부와 정치권,금융회사들이 신용불량자 구제에 나서면서 확산되기 시작한 ‘배째라족’들이 도사리고 있다.대부분 젊은층이다.이들은 버티다 보면 농가부채 탕감과 같은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일부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해 빚 탕감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이들이 큰소리 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현재 인터넷상에 난립하고 있는 ‘배째라족’ 동우회 카페 270여개에 오르내리는 글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우리 경제 회복에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올 3·4분기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마이너스 30.9%로 추락할 정도로 수출로 일군 과실을 갉아먹는 블랙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현행 등록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섣부른 신용 사면은 신용 붕괴라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신용 원시사회로 퇴화할 수 있는 것이다.특히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게 해선안 된다. 신용불량자 해결에는 왕도가 없다.고통스럽더라도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신용불량자들이 스스로 땀 흘려 빚을 갚도록 해야 한다.특히 젊은층에게는 무분별한 소비가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그것이 우리의 미래도 살리고 신용사회도 지키는 길이다. 우 득 정 논설위원 djwootk@
  • 국회 이라크조사단 보고서/“치안안정 키르쿠크로 파병을”

    국회 이라크 조사단(단장 강창희 한나라당 의원)은 2일 이라크 추가파병 부대를 전투병과 의료 및 공병 등 비전투병이 포함된 혼성군으로 구성,특정지역을 맡아 다른 나라 군대와 분리된 독립부대로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채택,박관용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조사단은 3일 아침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파병지역은 북부 키르쿠크와 니나와 등 치안이 안정돼 있고 한국에 우호적이며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또 한국부대 지휘관이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치안상황에 대해서는 남부 및 북부는 안정화되고 있으나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수니 삼각지대’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은 강화되는 추세라면서 한국군이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이라크 민심’을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우선 “이라크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우호적 감정을 갖고 있다.”는 의견과 함께,5가지를 근거로 들었다.(1)1차걸프전 당시 우리 건설회사들이 전쟁기간에도 철수하지 않고 공사를 완료한 데 대한 신뢰감 (2)한국제품에 대한 높은 평가 (3)스스로 동양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라크인의 의식 (4)한국이 이라크에 영토적 야심이 없다는 믿음 (5)월드컵 등 스포츠를 통한 친밀감 형성 등이다. 보고서는 “이라크인들은 기본적으로 외국군의 파병은 원하지 않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파병될 경우 터키 등 이라크 주변 국가와 달리 영토적 욕심이 없는 한국군이 치안을 도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
  • “40년만에 젊은세대 정권 노사모와 한강 건넌 것”요즘도 盧대통령 만나는 안희정

    노무현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인 안희정씨가 2일 열린우리당 중앙당사를 찾았다. 지난달 29일 지구당(충남 논산·금산·계룡) 창당대회를 개최한 것에 대한 방문인사였다.내년 총선에서 자민련 이인제 총재권한대행과 맞붙는다. 비리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기자들과의 통화조차 꺼릴 정도로 ‘잠행’했던 그는 이날 “명실상부하게 일하고 싶다.”며 언론의 관심을 먼저 주문하는 등 ‘공세적인 정치지망생’으로 변해 있었다. “일주일 내내 고향에서 지구당 조직강화 중”이라는 그는 “어른들이 어리다,건방지다며 공격하기도 하고,든든하다며 격려하기도 한다.이런 어른들에게 믿음을 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젊은 세대가 정권을 잡은 것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40년만”이라며 “그때는 군인들이 총칼에 군복을 입고 한강다리를 건넜지만 우리는 노사모와 노란 목도리를 매고 한강다리를 건넜다.”며 ‘젊은 세대’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고 간혹 뵙고 싶으면 일요일 저녁에 (청와대에 가서)식사하고 나온다.한달전에도 식사했다.”며 노 대통령과의 교류가 여전함을 내비쳤다.그러나 대통령의 정치개입 시비를 의식한 듯,“만나도 조언이나 제안을 안하고 대통령도 물어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근황과 관련,“종종 본다.강원 영월·평창에 출마하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고 소개했다. 정치권에서의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결 움직임에 대해서는 “권력말기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듯 공격해 억울하다.”면서 “그러나 매질이 심해 제가 쓰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한탄하지는 않겠다.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중요한 것은 믿음인데 그 확신이 흔들렸었다”정몽준 ‘盧지지 철회’ 첫 말문

    지난해 대선 전날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대선판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국민통합21 정몽준(사진) 의원이 11개월 만인 27일 입을 열었다.“국민을 속일 수는 없었다.”는 것이 그가 밝힌 지지철회 이유다. 정 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울산 동구지구당 행사에 참석,“단일화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던 만큼 반드시 지키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그보다는 국민을 속일 수는 없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그는 “지지 철회는 나로서도 예기치 못한 일”이라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생긴 만큼 국민께 솔직히 말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옳았지만 안타까웠던 것은 그런 상황이 못 되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고 안일에 빠지는 것은 죄이며,최소한 국민들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믿음인데,믿음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다.”고 말했다.이어 “송두율 교수 파문에서 보듯 우리 내부에 이미 쇠퇴한 사회민주주의를 동경하는 세력이 남아 남남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우려된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좋은 체제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이념과 정책방향 등에 대한 견해차이로 그 자신 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노 후보 지지를 호소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지지철회가 돌발적 행동이 아니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24일 여론조사를 통해 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켰으나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밤 노 후보 지지를 전격 철회,파문을 낳았다. 진경호기자 jade@
  • 盧대통령 경남방문 안팎/ “난 지금 힘들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고향인 경남을 찾았다. 경남 진해에서 열린 부산∼거제간 연결도로 기공식에 참석한 뒤 창원에서 이 지역인사 400여명과 오찬을 함께했다.오찬에 이어 오랜 인연이 있는 대우조선도 찾았다. 노 대통령은 대우조선을 방문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노 대통령은 “오늘 같은 박수는 처음”이라면서 “귀 떨어질 뻔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사실 제가 어렵다.”면서 “제 잘못도 있고 여건과 환경 탓도 있어서 어렵다.”고 말했다.최근의 정국상황 및 좋지 않은 경제에다 그동안 가끔 말했던 여소야대,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환경을 말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은 “한국이 지금 어렵고 갈 길이 바쁘다.”면서 “내년 상반기 넘어가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총선에서 분위기가 좋아져서 (말하는)이런 수준이 아니라 저도 성과를 말할 수 있는 몇가지 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믿음이 깔린 말로도 해석된다.노 대통령은 변호사시절인 지난 1987년대우조선의 파업현장을 처음으로 찾은 뒤 몇차례 더 대우조선을 방문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오찬을 하면서 “경남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뭔가 (선물이)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은근히 갖고 있는 줄 안다.”면서 “나쁜 것이 아니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누구나 은퇴하면 고향에 돌아오는 것이 최대의 꿈”이라며 “성공 못하면 고향에 돌아오기가 어렵다.꼭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제가 잘못해도 여러분이 힘껏 도와주면 성공할 수 있다.”면서 “고향에 돌아와서 기쁜 마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참석자들은 이 대목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소속인 김혁규 지사를 치켜세웠다.노 대통령은 “김 지사가 사업을 잘 하고 있다.”면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는데 김 지사는 잘 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후 광역단체장 중 김혁규 지사와 가장 많이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곽태헌기자 tiger@
  • ‘숏다리’는 단색으로… 굵은 허리엔 벨트 ‘NO’ 옷매무새로 ‘다이어트 효과’/데보라 린 다링 ‘스타일이 경쟁력이다’

    중국 속담에 ‘멋진 외모의 30%는 타고난 것이고 70%는 옷 덕분이다.’라는 말이 있다.옷을 어떻게 입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유행을 좇는 것과 다르다.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서 매번 따르기도 어려울 뿐더러 내게 늘 어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패션은 지나가도 스타일은 남는다.”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남긴 이 말은 트렌드보다 스타일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더라도 내게 맞는 스타일 찾기란 쉽지 않다.그렇다고 모두가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의 이미지 컨설턴트 데보라 린 다링이 쓴 ‘스타일이 경쟁력이다!’는 이런 고민을 쉽게 해결해준다.스타일의 법칙들을 바탕으로 누구나 기본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줘 책을 덮을 즈음엔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있다. ●옷색깔 따라 매력의 정도는 천지차이 내게 맞는 색깔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밝은 낮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흰색 타월을 어깨에 두르고 옷을 턱밑에서 얼굴 근처로 비스듬히 대어본다.내게 맞는 색이라면 얼굴은 홍조를 띠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아픈 것처럼 노란기나 녹색기가 돌 것이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색의 옷들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이런 경우에는 내게 어울리는 색깔의 스카프를 걸치는 것 만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 색깔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어 상황에 따라 활용하면 좋다.빨간색은 시선은 집중시키지만 TV에 나갈 때는 색이 번지므로 피한다. 주황색은 어떤 의견이나 계획에 낙관론을 불어넣고 싶을 때에 효과적이다.갈색은 평범한 색이므로 주목을 받아야 하는 자리엔 적합하지 않다.녹색은 돈을 얻고자 할 때 입어서는 안되는 색이다.청색은 믿음은 주지만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창조적인 발언을 할 때에는 입지 말아야 한다.보라색은 처세에 좋은 색상이므로 자신감을 표출하고 싶을 때 이용하면 효과적이나 우울증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피해야 한다.분홍색은 믿음을 주지 못하므로 면접할 때는 입지 않는 것이 좋다. ●몸매도 꾸미기 나름 체형을 보완해주는 옷 입기의 기본은 ‘신체 중 가장 넓은 부분에 시선이 집중되게 하지 말라.’이다.사람에 따라 어깨선이 가장 넓을 수도 있고 엉덩이선이 혹은 허리선이 해당될 수 있다.어느 부분이든 눈에 띄면 몸 전체가 그 넓이로 보인다.만약 엉덩이가 넓다면 상의가 엉덩이에서 끝나는 옷은 시선을 집중시키므로 피해야한다.어깨가 넓은 사람은 목선이 파인 옷을 입으면 도움이 된다.허리가 굵다면 벨트 맬 생각은 버리고 허리선이 실제보다 아래에 있는 옷을 선택하면 좋다. 허벅지가 굵다면 앞주름이 있는 바지나 스커트가 좋고 하늘하늘한 직물을 고르는게 낫다.옆지퍼는 허벅지 윗부분으로 시선을 끌기 때문에 앞지퍼나 뒷지퍼가 달린 하의를 선택해야 한다. 책은 다리가 짧은 사람에게 머리부터 신발까지 한 가지 색상으로 입되 허리 아래쪽으로 주름이나 솔기 등 수직선이 있는 옷을 입으라고 조언한다.접은 단(cuffs)이 있는 바지와 긴 자켓은 다리를 짧아 보이게 한다.종아리나 발목이 굵다면 투명한 어두운 색 스타킹을 신고 발등이 많이 보이는 구두를 신으면 날씬해 보인다.단 발목을 끈으로 묶는 신발은 발목에 시선을 집중시키므로 피한다. ●액세서리 착용 기본 원칙 액세서리를 하는데 있어 몇 가지 기본지침이 있다.우선 액세서리는 단순한 게 좋다.그렇지 않으면 액세서리에만 시선이 집중된다.액세서리는 체구에 비례해 선택해야 한다.적당한 크기는 사람들이 3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보일 정도.얼굴 주위에 한꺼번에 세 가지가 넘는 액세서리를 달면 광대처럼 보이니 주의해야 한다.이때 안경도 액세서리다.옷에 들어 있지 않은 색을 가진 액세서리를 걸치려면 최소한 그 색을 두 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이것저것 걸친 것처럼 보인다. 책은 이외에 내 몸에 맞는 속옷,수영복 고르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부키.8500원. 나길회기자 kkirina@
  • [길섶에서] 위기와 기회

    박동규 서울대 교수는 유명한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아들이다.그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라는 책에서 아버지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자취방의 방세를 못내 쫓겨났다.기차 통학을 하겠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말했더니 몇시간씩 기차를 타고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며 학교 온실에서 지내라고 하셨다.온실에 누워 가마때기를 깔고 누워보니 유리창 위로 별들이 보이고 그 별들이 속삭이고 가는 이야기를 글로 쓰려고 했다.아버지가 시인이 된 것은 온실 가마니 위에 누워 지붕이 없음을 한탄하기보다는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박목월 시인의 이야기는 어려움을 꿈과 희망을 이루는 기회로 활용했음을 보여준다.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한다.그 말은 맞다.그러나 위기가 그냥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위기는 힘겨운 고통일 뿐이다.그 고통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노력할 때 중요한 것은 믿음과 희망이다.믿음과 희망이있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다. 이창순 논설위원
  • 印·파키스탄, 카슈미르 전면휴전/양국 합의… 89년이래 처음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슬람 라마단(단식월) 종료축제인 ‘이드 알 피트르’가 시작되는 26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국경선 일대에서 전면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양국간 전면휴전은 지난 1989년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에서 이슬람 무장폭동이 발생한 이래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이로써 양국간 대화 재개 희망이 높아지는 등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양국 군은 지금까지 거의 매일 중화기를 동원해 총격전을 벌여왔으나 앞으로는 카슈미르를 인도령과 파키스탄령으로 양분하는 통제선(LoC)에서 휴전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장성들이 (카슈미르) 접경지를 따라 휴전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파키스탄 외무부도 양국 군이 휴전에 합의했음을 확인하고 이 휴전은 무기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간 전면휴전 합의는 지난 23일 파키스탄이 단독 휴전을 선포한 데 대해 인도가 화답한 것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청신호가 되고 있다.파키스탄 군대변인은 25일 AFP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휴전이 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양국 관계의 변화 조짐은 인도가 카슈미르에서의 버스 운행 재개 등 화해 조치를 파키스탄에 제의한 지난달부터 감지됐다.인도는 지난달 22일 파키스탄과의 항공노선 재개 및 철도 연결,분쟁 중인 카슈미르 지역에 버스 운행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관계 개선책을 파키스탄 측에 통보했으며 파키스탄도 이를 적극 환영했다. 이날 휴전으로 카슈미르 지역이 안정을 찾음에 따라 인도와 유럽 지도자들은 이번 주말 이와 관련해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베네데토 아마리 인도 주재 이탈리아 대사가 전했다.영국과 일본 등은 이슬라마바드 주재 대사관을 통해 성명을 내고 환영을 표시했다.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지난달 인도의 유화적 조치에 이은 이같은 조치가 인도와 파키스탄간 신뢰와 믿음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의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의 최대 반군 조직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이슬람 무장세력 히즈불 무자헤딘의 대변인인 살림 하쉬미는 이번 휴전 선언이 카슈미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작은 조치”라며 “앞으로 무자헤딘 활동에 달라질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인도는 파키스탄의 휴전 선언 이후 휴전 지속 여부는 파키스탄 정부의 무장세력 단속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지난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2차례 전쟁을 벌였으며 1989년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이슬람 무장폭동이 발생한 뒤 지금까지 6만5000명이 사망했다. 박상숙기자·외신 alex@
  • 소설가 최인훈 19년만에 단편 발표/분단후 현실 그린 ‘바다의 편지’

    소설가 최인훈(사진·67)씨가 1984년 단편 ‘달과 소년병’ 이후 19년 만에 신작 단편소설 ‘바다의 편지’를 발표했다.장편소설 ‘화두’ 이후 9년 만의 작품이다.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실린 ‘바다의 편지’는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사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는 요청에 소설로 답한 것이라고 한다. ‘바다의 편지’는 일인용 잠수정을 타고 침투하다 공격을 받아 수장된 한 젊은 수병의 독백을 통하여 분단과 이후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전반부는 바다가 ‘임무를 위한 배들이 숨어다니는’ 분단의 전선이 아니라,‘아름다운 돛배들의 놀이마당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후반부는 ‘양복입은 무당들,높은 담을 지키는 이국종 맹견들,헛소리를 가르치는 학교들,주택부금을 계산하는 전도사들,씨돼지처럼 살찐 왕과 왕비들,그들을 지키는 순라꾼들’이 가득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는 ‘영원한 경계인의 문학적 유서’라는 해제에서 “최인훈에게 바다 밑으로 내려보내는 잠수부는 인생과 세계를 탐사하여 그 비극적 아이러니를 확인하는 문제적 주인공”이라고 설명했다. 1960년대 ‘낙타섬에서’라는 단편에서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는 욕심이 하나 있다.잠수함의 승무원 얘기”라고 털어놓았던 작가는 중편 ‘구운몽’에 삽입한 ‘해전(海戰)’이라는 시에서 잠수함에 탄 젊은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해전’은 ‘바다의 편지’에 다시 삽입되어 눈길을 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이런 책 어때요/ 유다

    카트린 슐라르 등 지음 / 박아르마 옮김 이룸 펴냄 허구 속의 유다는 완벽한 주인공이다.예술가들은 저마다의 믿음과 환상에 따라 그를 그렸다.유다가 문학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유대인 배척주의의 대상으로 악마시됐다.보들레르는 빅토르 위고에 헌정한 시집 ‘악의 꽃’중 한 편인 ‘일곱 노인’에서 유다를 “불구인 네발 짐승 혹은 세발 달린 유대인”이라고 묘사했다.마틴 스코시즈의 영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에서 유다는 은총과 배신의 역설적인 상징이다.그러나 이 책은 유다에 대한 ‘배신의 신화’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유다가 없다면 예수도, 십자가도, 부활도 없다는 것이다.1만 2000원.
  • ‘엄마 점수’가 자녀 대학 결정한다?/대입 수험생 둔 어머니들의 이야기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7조원에서 2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일부 상류층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나름대로 무리해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국이다.모든 길은 대학입시로 통한다던가.더욱이 대학입시에는 어머니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엄마점수’가 아이들의 학교를 결정한다고 한다.그러나 아이를 유명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두고 아이의 운전기사로,좋은 학원과 좋은 선생을 찾아내는 매니저로 뛴 어머니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재미있게도 한결같이 “다른 사람에 비해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했다.”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오만’한 개인을 ‘겸손’한 어머니로 내려 앉게 하는 대학입시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수험생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성적 부모하기 나름? 수능이 끝난 후 김연희(44·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호된 감기몸살을 앓고 있다.수험생 아들과 똑같이,아니 더 스트레스에 파묻혔다가 긴장이 풀린 탓이라고 했다.“아이가 하나라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시험성적이 나빠 컨디션이 안 좋다는 아이의 얼굴빛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다.이제야 남편이 눈에 들어온다.그동안 남편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수험생 부모가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아이 중심으로 살았다.” 아들이 원하는 법대에 안착하도록 김씨는 끝까지 ‘엄마노릇’을 잘 해낼 계획이라고 했다. 연년생인 두 아이의 고3부모 노릇을 2년 연거푸했다는 서정순(46·서울 송파구 삼전동)씨는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살이 저절로 내렸다.“조금만 방심하면 살이 찌는 체질이라 늘 그게 고민이었는데 2년간 대입을 치르니 체중이 너무 내려가 나중에는 건강진단까지 받았다.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이젠 엄마의 열성으로 채워야겠다.‘엄마 점수’가 빛을 발할 때다.”라고 학교설명회 홍보자료로 눈길을 돌렸다. ●이 시대 학부모는 이중인격자? 수험생 집에는 전화도 안하는 게 예의라고 한다.어디 학원을 다니는가,얼마나 돈을 들이는가도 서로 묻지 않는 게 수험생 부모들 사이의 불문율이라고도 한다.물론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마음씨 좋은’ 엄마가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 “우리는 별로 안해.”라고 말하며 내숭을 떨게 마련이다.그래서 교육에 관한 한 부모들은 모두 ‘이중 인격자’라는 말이 있다.이중이 아니라 아예 ‘다중 인격자’라는 말도 한다.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에게 섭섭한 교사도 자신의 아이 역시 사교육에 맡기고,입시관계자들도 역시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대해서는 비책을 찾아헤맨다.‘보통 사람’은 모두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간절하게 사교육 시장을 헤맨다.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비는 크게 차이난다.월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아니 그 이상도 ‘투자’한단다.“이때 능력껏,능력 이상으로 뒷바라지하지 않는 것은 부모로서의 직무유기다.”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겠다.”는 말에 수험생 부모들은 대부분 공감한다.“부모 인생 따로 있고,아이 인생 따로 있는데….”라고 반대의견이라도 내놓는 이가 있다면 “아직 아이가 어리니 그렇지.어디 한번 입시 겪어봐.어떻게 남들하는 만큼은 안할 수 있나!”라고 단숨에 ‘고 3엄마’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까탈스러운 시부모도 뒷전 이명선(46·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둘째딸의 수능이 끝나자마자 오랜만에 시댁을 다녀왔다.수험생이 있는 집에서는 시댁 어른들도 ’뒷전’에 밀리게 마련이란다.“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아들에게 퍽 기대를 많이 하셔서 결혼한 이래 20년을 주말마다 시댁에서 지냈어요.그런데 딱 하나 아이들 입시때만은 제가 오직 아이에게만 신경쓰도록 해주세요.정말 감사하지요.” 늦둥이 입시 때문에 힘들게 지냈다는 윤성진(59·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는 “부모 노릇도 젊어야 한다.”며 막내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공부를 자신의 머리로만 하는 시대가 아니래요.부모의 노력과 지원이 더해져야만 아이가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다는데….큰애들 때는 저도 치맛바람께나 날렸지만 벌써 그것도 10년 전이라 정보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으니 아이에게 미안했지요.” 오직 아이를 위해서만 ‘뛰는’ 엄마들 틈에서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아무래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에게 소홀했던 탓’이라거나,‘엄마가 틀어쥐고 학원정보,좋은 선생을 찾아서 쥐어줘도 따라가기 힘든 세상이다.’고 말한다.아이들도 고3이 되면 슬그머니 엄마탓을 한단다.그래서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수험생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있다. 전희성(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도 그 중 하나다.“진작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봤어야 한다는 후회가 가슴을 친다.큰애가 어릴 때는 무척 공부를 잘 했는데,중학교가 되면서 내가 직장일로 너무 바빠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컴퓨터게임에 빠졌고 결국 바라던 대학에 못갔다.둘째마저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아이 뒷바라지만 했다.그래도 아쉽다.입시준비는 중3부터는 시작해야 한다는데 우리는 고3이 돼서야 시작했으니….” 수험생 부모들은 모두 아쉬움에 젖어서 자신들의 ‘역부족’을 탓했다.거기에는 아이들의 삶이란 부모의 노력과 후원으로만 ‘완성’된다는 믿음이 굳건했다. ●부모의 자기 만족일 뿐 그렇다면 이런 교육열에 아이들은 감사할까.정하늘(대학 2년)양은 “엄마덕분에 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이 우리 엄마의 생각이다.그러나 나는 엄마가 비싼 과외비를 쓴 것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엄마의 허영이자,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열등의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야멸차게 말했다.“친구들도 그렇게 말했다.”며 부모들의 착각이자,자기만족이라고 말했다. 고학력 전업주부들이 에너지를 분출할 곳이 자녀교육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 교육에 매달린다는 것이다.솔직하게 경제적 부담도 크고,자신만은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리라던 소신과도 충돌해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그래서 교육을 여성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시인 김승희씨는 ‘여성 이야기’란 책에서 “자녀에게는 무능력자”가 되고마는 이 시대 중년여성들을 향해 “어머니의 치명적인 사랑에는 독성이 있다. 그 독성은 교육열과 과보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오피니언 중계석/‘어떻게 살것인가’ 김추기경 강연

    서울대 인문대학이 18일 오후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여는 인문대학 포럼에 김수환 추기경을 초청,‘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듣는다.김 추기경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자살 지수는 세계 최고”라고 보도했다.2003년 이 땅의 가족들이 전쟁터에 서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인생은 고(苦)라는 말이 있듯이,우리 삶의 현실에는 언제나 난관과 시련이 있고 비극적 결말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도 있다.그러나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가 답이라고 할 수 있는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유태인 수용소에 감금됐던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E 프랭클은 절망에 빠져있던 수용자들에게 “우리의 상황은 절망적이다.그러나 우리의 삶이 결코 무의미 자체는 아니다.우리는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기대하지 말고 내가 인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그 말의 뜻은 죽음밖에 길이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일지라도 삶의 가치와 의미는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무엇이기에 어떤 처지에서도 삶에 의미가 있는가.왜 인간은 양심대로 올바르게 진리와 정의에 따라 살아야 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가? 인간에 대한 탐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행되고 있지만,인간은 단순한 물체도 아니요,단순한 생물도 아니며 동물만도 아니다.이 모든 것과 유대를 가지면서도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정신적 존재요,영적 존재다.정신과 영은 과학적 연구만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말한다.인간에게는 그가 누구이든, 어떻게 생겼든,잘났든 못났든,인간인 한, 국가권력도 이를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존엄성을 지녔다는 것을 인류사회가 인정한다.인간의 존엄과 평등은 인간의 본질적 내용이다. 그런데 이 존엄성이나 평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존엄성과 평등은 사실상 형이상학적이면서 동시에 종교적 의미의 신앙,즉 믿음의 문제다.하느님을 배제하면 우리는 끝내 인간을 알 수 없게 된다.인간이 무엇인지,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그런데 우리는 생명의 기원이나 인간의 생성을 진화론적으로만 배우고 그 기원까지도 ‘우연’에 두고 있다.그러나 20세기의 가장 큰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은 무력하고 과학 없는 종교는 눈먼 것”이라고 했다.나는 진화론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하느님의 창조의 손길을 전제로 한 진화는 인정한다. 인간과 관련해 성경 말씀을 요약하면 (1)하느님이 인간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시고 절대적이요 조건 없는 사랑으로 사랑하시기 때문에,(2)또 인간으로 하여금 하느님과 같이 영원히 살도록 뜻하시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시기 때문에,(3)그리하여 인간 안에는 영원하신 하느님이 내재하고 계시기 때문에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이다.즉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인식할 때,인간 존엄성과 평등을 이해할 수 있다.그리하여 “하느님 앞에서는 누구도,흉악범일지라도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그 때문에 존엄하고 또한 평등하다.”고 해석해야 타당하다. 인간은 이렇게 영원으로의 부르심을 받고 있다.이것이 그의존엄성의 가장 숭고한 이유이다.이 점이 하느님 사랑과 함께 인간 존엄성의 가장 중요한 또한 숭고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이 영원으로 향한 인간의 본성을 부인하면 인간은 현세만 살다가 죽고 썩고 마는 가련한 존재에 불과하다.아울러 그렇게 현세만 살다 결국은 어느 날 죽고 썩고 말 인간에게 불가침의 존엄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현세뿐이면 반드시 양심에 따라 도덕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정리 채수범기자 lokavid@
  • [건강칼럼] 바람이 남긴 상처

    부부가 병원을 찾았다.남자는 점잖아 보였고,경상도 말씨가 두드러진 아내는 건장하고 건강해 보였다.말수 없이 성실할 것 같은 가장과 활달하고 적극적인 아내여서 어울리기는 할 것 같은데,남녀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선생님,글쎄 이 인간이 바람을 피워 나한테 병을 옮겼다 안캅니까? 고 3짜리 자식 키우느라 정신이 엄써 인제야 알았습니더.관계만 하면 온몸이 후끈거리고 치밀어 오르는 게 성병을 옮아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여자는 첫 마디부터 히스테리 징후를 보였다.관계후 몸이 가렵고,가슴의 살이 터지고,명치 끝으로 뭔가 치밀어 오른다는 등 두서없이 주워 섬기는 얘기를 10분이나 들어야 했다. 여자를 진정시킨 뒤 남자하고 얘기를 나눴다.남자는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할말이 없습니다.제 일이니까 다른 건 신경쓰실 것 없고,검사나 좀 해주십시오.” 이런저런 변명도 없이 시종 차분하게 말했다. 우선 에이즈와 성병 검사부터 실시했다.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아무런 질병이 없는 상태였다.여자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남자에게도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고 나니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남자는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누군가를 좋아했을 것이고,그 상대 역시 그랬을 터인데,때를 잘못 만나선지 그 사랑은 결국 유치한 촌극으로 끝나고 말았다.그 여자 역시 남들보다 더 열심히,그리고 성실하게 살려는,성깔있는 전형적인 ‘경상도 아줌마’ 스타일이었는데 자신의 결벽증에 배반의 상처가 깊게 남아 쉽게 아물는지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다. 필자도 결혼한 사람이다.사람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이성에 끌리고 또 관심을 쏟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이들 부부를 보면서 미묘하고 어려운 사회적 삶의 기교,그리고 그런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확고한 가치기준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기회가 됐다.믿음이 클수록 어긋난 신뢰관계의 폐허가 참담하기 때문이다.나는 그 폐허가 무섭다. 김영철 선릉 힐비뇨기과 원장
  • [길섶에서] 가을 5일장

    “비가 계속 오는데….” 가정학습 길에 나선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창밖을 보며 안달을 한다.중3인 큰아이 초등학교 때부터 몇년째 계속해온 가정학습이다보니 웬만한 박물관이나 역사유적지들은 둘러본 지 오래.매 3일과 8일 서는 경기도 양평의 민속 5일장이 때마침 8일이던 지난 주 토요일 안성맞춤의 학습장이 되었다. “걱정마라.5일장은 눈이 오든,비가 오든 사시사철 선다.” 큰 소리쳤지만 요즘 사정을 알 수 없어 내심 불안해하면서 차를 세웠고,빗줄기는 여전했다.하지만 기찻길 옆 너른 공터에서 열리는 수십년 전통의 5일장은 나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긴 천막과 비닐이 드리워진 가운데 한바탕 난전이 어김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버섯 이름이 뭐예요.” 마늘을 까는 할머니에게 물으니 “암치료에도 좋은 뽕나무버섯인데….”하며 봉지에 담는데 먼저 것의 절반쯤을 덤으로 얹어준다.앉은 자리에서 직접 다듬은 마늘과 도라지,더덕은 물론 씨알 굵은 다슬기와 아욱,청국장과 도토리묵….어느새 나의 손엔 옛날 어머니가 그러했듯 가을의결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김인철 논설위원
  • “50살이 넘으니 봄날이 가더만…”/이청준 산문집 ‘그와의 한 시대는‘

    “40대까지는 ‘봄날은 온다.’고 생각했는데 50살이 넘으니 ‘봄날은 간다.’는 게 실감나더군요.” 이 소설 같은 표현은 지난 5월 소설가 이청준의 자택을 찾았을 때 그에게서 들은 말이다.가는 봄이 아쉬웠을까? 최근 펴낸 산문집 ‘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현대문학 펴냄)는 지난날에 대한 기억이 가득하다.그 느낌은 한국화가 김선두 중앙대교수의 그림과 어우러져 더 따뜻하다. 작가는 40여년의 소설인생에서 만난 이런저런 사연을 들려준다.담담하게 문학 인생을 술회하는 글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작가 특유의 느릿느릿하고 차분한 말을 듣는 듯한 느낌에 젖어든다.글이 곧 말인 셈이다. 작가는 돌·강·나무와 글친구들을 징검다리 삼아 그에 얽힌 ‘아름다운 시절’을 현재로 불러낸다.그의 책만큼이나 집안을 메우고 있는 수석은 돌이되 돌이 아니다.그 하나하나에는 동행한 문인들과 주고받은 이야기와 따스한 인간미가 담겨 있다.울릉도의 현무암 조각에선 홍성원·김병익·김원일 같은 문우들과의 심한 풍랑 속 항해와 멀미의 기억을,제주도 화산석에선 시인 오규원과의 건강했던 갓 40대의 한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 식이다.나무와 강물도 스쳐가는 그저 풍경이 아니라 그와 교감한 이들의 숨결이 배어 있다.시인 오규원과의 우정을 다룬 표제글 ‘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에서 ‘그’는 오규원만이 아니라 ‘문학’으로 읽힌다. 이윽고 작가는 소설을 쓰게 되는 과정을 반추한다.시골에서 자란 그가 중학교때 광주란 도시와 맞부딪친 주눅듦은 서울의 대학생활에서도 이어진다.도회에 대한 낯섦과 서투름은 감성이 풍부한 젊은이의 정서를 부끄러움과 두려움,주눅듦으로 채색했고 마침내 자신을 다독이려고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는다.책의 말미에 이르러 자신의 ‘소설질’을 이렇게 회상한다.“나에게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어떤 실패나 소외로부터도 나를 견디고 넘어서게 하는 보람스러움과 자긍심을 지켜가고,어떤 지위나 영예보다도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자산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게 한다.” 비록 목소리는 낮지만 작가의 옹골찬 고집이 묻어난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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