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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교육정책 대전환 예고

    서울시 교육정책 대전환 예고

    ■ 공정택 교육감 당선자 정책·인물 해부 역대 16대·민선 4대 서울시교육감으로 선출된 공정택 당선자의 정책 방향의 핵심은 ‘학력 향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학생들의 실력을 높이는데,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한마디로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교사들은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실력있는 학생들을 기르기 위해 교육 환경도 실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정책 공약도 전체적으로 이같은 학력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선진국 수준으로 학생복지를 이루고,교원들에게 행복한 직장환경을 조성한다.’는 그의 ‘웰빙 교육환경 공약’도 학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주위 환경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 교육정책에는 앞으로 4년 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초등학교 학력평가와 자립형 사립고 도입,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확대,0교시 등 그동안 유인종 현 서울시교육감이 재선을 거치는 8년의 임기동안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던 각종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 단선자가 밝힌 초등학교 학력평가 방식의 변화는 사실상 ‘수우미양가’ 식의 평가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지난 1996년부터 초등학생 성적표에는 ‘수우미양가’ 대신 ‘그림을 그리는 데 표현력이 뛰어나지만 과학실험에는 소극적이다.’는 서술식 평가가 등장했다.공 당선자는 “‘수우미양가’가 아니라 ‘탁월·우수·보통’ 하는 식으로 표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학력평가 과거회귀 가능성 교육부도 이같은 서술형 표기는 문제가 없지만,학업 성취도에 따른 순위나 석차 등을 표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하지만 학업 성취도를 표시하는 특정 ‘단어’가 사용될 경우 ‘수우미양가’ 5단계든 ‘탁월·우수·보통’ 3단계든 말만 달라졌을뿐 똑같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자칫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정책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0교시’를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는 공약도 사실상 0교시가 전면 확대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공 당선자는 “0교시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해 되도록 자제하도록 장학지도를 할 계획”이라면서 “전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장학지도 자체가 학교자율에 맡긴다는 정책과 배치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말 그대로 학교자율에 맡길 경우 0교시를 실시하는 학교 주변의 다른 학교 학부모들의 거센 요구에 따라 줄줄이 0교시를 실시하는 ‘0교시 도미노 현상’까지 예상된다. 한편 자립형사립고의 설립 가능성은 높아졌다.공 당선자는 “교육부가 현재 실시 중인 전국 6개 자립형 사립고의 운영결과를 참고한 뒤 서울에서도 곧바로 시범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내년에 운영결과가 나온 뒤 자립형 사립고 심의·평가위원회를 구성,이르면 오는 2006년부터 서울에서도 몇 개의 자립형 사립고가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실업계 고교에 대한 지원책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공 당선자 스스로 실업계 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오랜 기간 실업계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이같은 예상을 가능케 한다.공 당선자는 실업계 학생들에 대한 전면 무상교육을 추진하고,‘학교기업’의 설립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교직단체와 마찰 줄이기가 가장 큰 숙제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른 예산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 만큼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교직단체와 교육 관련 단체와 마찰을 줄이는 문제는 가장 큰 숙제다.전교조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육 관련 단체들은 공 당선자가 밝힌 ‘초등학교 학력평가 시스템 도입’방침에 벌써부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초등학교 학력평가가 부활할 경우 입시 풍토가 초등학교까지 확대돼 사교육비 부담이 느는 등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의 ‘정책적 공유’도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다. 공 당선자의 정책공약 가운데 상담교사제,표준수업시수제,교원 법정정원 확보 등은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할 사안들이다.문제는 이같은 사안 대부분이 막대한 예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상담교사제 도입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학교 양호교사와 영양사의 정식 교원 임용 문제와 맞물려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과목별로 일정한 표준 수업시간을 정해 이에 따라 수업이 이뤄지는 표준수업시수제나 교원법정정원 확보 공약은 교육부는 물론 당장 막대한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기획예산처와도 조율해야 할 난제다.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현 유 교육감도 표준수업시수제와 교원법정정원 도입을 추진하려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보류했다.”고 말했다. ■ “초등생 학력평가 소신 불변 인성·특기교육과 균형 유지” “초등학생 때부터 학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2일 최근 며칠 사이 논란이 일고 있는 초등학생 학력평가 실시 여부에 대해 이렇게 못박았다.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현재 실시하고 있지 않은 초등학교 학력평가를 학교 자율에 따라 실시토록 하고 학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학부모에게 알리겠다는 설명이었다. 공 당선자는 이와 관련,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의 평가제도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하고 성취수준의 평가 결과가 학부모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자극을 받아 공부하게 된다.”면서 “예전의 ‘수우미양가’를 부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탁월·우수·보통’ 등의 설명을 현재의 서술식 평가방식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인성교육과 다양한 소질을 계발하는 특기적성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유인종 교육감이 그동안 닦아놓은 인성·특기적성교육을 한 축으로 하고 이와 균형을 맞추도록 기초학력 신장이라는 다른 한 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 당선자는 초등학교 학력평가 체제 도입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 우려에 대해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 교육위원들과 협의를 거치고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신중하게 검토한 뒤 추진할 계획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학력평가를 통해 공부하는 풍토를 만들어 중·고교까지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 학연·지연보다 함께 일한 인연 중시 공정택 당선자의 인맥은 학연이나 지연보다는 평교사 시절부터 맺어온 인간관계에 따른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그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그와 함께 근무했던 인사다. 공 당선자가 공개적으로 꼽는 가까운 인사는 서울고 윤웅섭(59) 교장과 덕수정보산업고 이종성(60) 교장이다.윤 교장은 서울 사범대 출신으로 공 당선자가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많은 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이다.평교사들을 비롯한 교육 각계 인사들 사이에 ‘젊은 리더’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윤 교장과 의기투합해 뭔가 해보겠다는 전략이 주효했다.고령의 교육감을 보필할 젊은 참모 역할이었다. 이 교장은 공 당선자가 덕수상고 교장 시절 교무주임으로 동고동락을 했다.당시 공 당선자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이 많던 시절,당선자의 뜻을 따라 덕수상고를 이른바 ‘명문고’로 자리잡게 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공 당선자의 당선 배경에는 다양한 인맥과 학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공 당선자는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사범대 출신은 아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서울대 사대 출신 교원들의 지지를 골고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실업계 고교의 지지도 적지 않았다.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실업계고 근무경험은 실업계고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일각에서는 호남 출신 교원들이 보이지 않게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공 당선자는 이에 대해 “오히려 다른 후보측에서 ‘유인종 교육감에 이어 또 호남에서 서울교육을 책임지려는 것이냐.’는 역공세를 펼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인맥과 학맥도 중요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평교사부터 행정경력까지 풍부한 교육 행정경험이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 같다.”면서 “하지만 다른 후보들을 지지한 표도 적지 않은 만큼 공 당선자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서울 교육을 훌륭히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 동료들이 말하는 공정택 당선자 ‘추진력·친화력·카리스마’. 공정택 당선자를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같은 단어를 빼놓지 않는다.강한 카리스마에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사소한 일 하나까지 꼼꼼히 챙기는 황소같은 추진력은 ‘똑’ 부러진다는 평가다.학생들의 공부에 관한 한 물불 가리지 않고 도와준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그를 ‘진정한 스승’으로까지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반면 한번 마음먹은 것에 대해 고집을 꺾지 않는 그의 스타일이나 공부에만 역점을 두는 교육철학이 다양성이 요구되는 21세기 교육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부에만 역점… 다양성 부족 지적 그의 일하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1986년 중랑중 교장 시절이었다.교장으로 첫 발령을 받아 부임한 뒤 처음 시작한 것이 학력을 높이는 시스템 구축이었다.당시는 고입 연합고사 성적에 따라 알게 모르게 중학교가 평가되던 시절이었다.그는 학생들의 실력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던 끝에 각 교과 담당 교사에게 일일이 방학과제를 만들도록 한 뒤 이를 모아 하나의 문제집으로 묶었다.각 문제에는 관련 교과 단원을 표시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도록 했다.방학숙제는 담임교사가 모두 걷어 쪽마다 확인도장을 찍어 교장인 그에게 확인을 받게 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사용하던 확인도장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이는 전교생이 모두 제출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공 당선자는 “이렇게 2년을 했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오르면서 학부모·교사·학생 모두 좋아했다.”고 했다.그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교육계 인사는 “교사들과 학생들을 ‘혹사’시켰으면서도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당선자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의 진학률이나 취업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82년 성동여실 교감 시절이었다.자율학습 시간에 직접 지휘봉을 들고 교실마다 자는 아이들을 깨워가며 공부를 독려했다.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호랑이’로 유명했다고 한다.하지만 밤 늦은 시간 불쑥 학교로 되돌아와 공부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간식을 사다 먹이는 일도 그의 일과 중 하나였다.학생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매년 취업철만 되면 발품을 팔아 서울 퇴계로 일대 은행과 기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실력있는 좋은 아이들이니 뽑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그와 함께 성동여실에서 근무했던 한 교사는 “학교 사정이 나빴던 어느 겨울 연탄 가스로 고생하는 아이들 얘기를 했더니 어떻게 구했는지 석유난로를 몇 대 구해왔다.”고 말했다. ●인기직종 은행에 한해 243명 합격시켜 앞서 72년 덕수상고에서 학년주임을 맡을 때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직종이었던 은행에 243명을 합격시켜 교육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당시 취업을 잘 시킨다는 실업계고가 50∼60명을 취업시킨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학생들에게는 무서운 ‘호랑이’였지만 교사들에게는 정 많은 ‘동료’였다.그는 평교사 시절부터 동료 교사들과 식사와 술로 회포를 풀었다.틈틈이 술자리를 마련해 동료 교사들의 어려움을 들었다.그와 함께 근무했던 한 현직 교장은 “평교사 시절부터 부인 월급으로 생활하고 자신의 월급은 거의 대부분 동료들의 밥값과 술값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그는 술보다는 술자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주종을 가리지는 않는다고 한다.그와 함께 일했던 한 교육계 관계자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다음날 학교에 맨 먼저 도착하는 사람은 공 당선자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그의 추진력을 ‘옥에 티’로 지적하기도 한다.그를 겪어본 한 교육계 인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고집스러운 스타일 때문에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교육계 한 인사는 “학생들을 위한 그의 진심은 훌륭하지만 서울 교육의 수장으로서 공부만을 강조하다 보면 학교 현장에서는 자칫 성적 만능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부인 육완숙씨가 본 공 당선자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당선자는 출마자 중 최고령이었다.고희의 나이에도 40∼50대 후보자들과 경쟁할 수 있었던 그의 건강비결은 테니스와 산보였다. 오는 26일 취임하는 공정택 당선자 부인 육완숙(68)씨를 지난달 29일 저녁 송파구 방이동 자택에서 만났다.152∼153㎝의 키,40㎏이 겨우 넘을 듯한 호리호리한 몸매에 카키색 원피스를 걸친 육씨는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이었다.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온 육씨에게는 선거 후 연일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이 낯설고 부담스럽기만 한 것 같았다. 육씨는 지금까지 남편이 정열적으로 학교 일에만 매달려왔기 때문에 노년에는 손주들 재롱보며 조용히 살기를 바랐다고 한다.하지만 남편의 넘쳐나는 교육에 대한 열정은 육씨도 말릴 수 없었다.고령에도 선거 일정을 강행군 할 수 있었던 건강비결을 묻자,편식하지 않는 식습관과 매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가량 부부가 함께 산책한다고 했다.골프를 안하는 공 당선자는 주말마다 3∼4명의 교사들과 인근 학교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취미생활과 체력관리를 병행하기도 한다. 공 당선자는 젊어서부터 워낙 건강했고 술 자리를 좋아했다고 한다.소주 2∼3병을 마시고도 취한 모습을 보이질 않아 육씨는 반평생 같이 살면서도 공 당선자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40여년간 교육자로 일했던 공 당선자의 생활은 오로지 학교 일이 전부였기 때문에 가사와 육아,자녀교육은 부인 육씨가 도맡다시피 했다.간혹 공 당선자는 불시에 두 아들의 책과 공책을 꼼꼼히 살피며 학업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는데 이 시간이 아들 훈식과 문식에겐 가장 무섭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한다.공 당선자는 아이들이 학업에 나태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크게 호통을 쳐 스스로 반성할 때까지 벌을 세우는 엄한 아버지였다.육씨는 두 아들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강조했기 때문에 별다른 과외는 시키지 않았고 중 3때와 고 2·3학년 때 단과학원에서 영어·수학 강의를 듣게 했다. 육씨는 공 당선자가 학교 일에만 매달렸던 30∼40대에도 육씨의 학생 성적 처리만큼은 한번도 빼놓지 않고 챙겨주었던 남편의 배려를 기억한다.육씨가 전주여고 가정교사로 재직했던 7년동안 전주상고에서 상업을 가르쳤던 공 당선자는 육씨의 중간·기말고사 성적처리를 모두 맡아서 해주었다.지금처럼 계산기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육씨는 공 당선자의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고 한다. “부부가 모두 평생을 교육자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크게 부부싸움 한번하지 않고 별 탈없이 지금까지 생활한 것이 정말 행복하다.”는 육씨는 공 당선자를 처음 만났던 그날을 떠올리며 수줍게 웃었다.1960년 봄,육씨는 전주여고 재직시절 큰언니 옥희(78)씨의 중매로 당시 전주상고 교사였던 공 당선자를 처음 만났다.상대를 리드하는 카리스마가 마음에 들었다는 육씨는 자신들을 알아보는 학생들이 많아서 1m씩 떨어져 함께 걷는 것으로 데이트를 대신했다.공 당선자와 육씨는 1년 6개월 연애끝에 1961년 11월 결혼식을 올렸고 강산이 4차례나 변했을 40년 넘게 잉꼬부부로 살아왔다. 육씨는 “큰 일하는 남편에게 도움이 될 수 없어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늘 곧은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앞으로 잘 할 것”라며 공 당선자에게 굳은 믿음을 보여주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친·처가 교직근무자 20명 넘어 공정택 당선자의 가족은 처가와 사촌, 손자·손녀까지 합쳐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20∼30명에 이를 정도로 대표적인 교육가(敎育家)다. 공 당선자는 11남매 중 일곱째로 큰형인 고 공원택씨가 문교부(현 교육인적자원부) 장학관을 지냈다.넷째 공이택(74)씨는 군산부시장을 지냈으며 여동생인 열째 공정자(62)씨는 현재 남서울대 총장이다. 5남매 중 막내인 공 당선자의 부인 육완숙(68)씨도 40여년간 고등학교 가정교사로 재직했다.육씨의 큰오빠 고 육완기씨가 임실·고창·금산군수를 지낸 바 있다.둘째 언니 육옥희(78)씨는 4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셋째 언니 육완순(71)씨는 한국 현대무용의 대가로 현재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육완순씨의 남편 이상만(78)씨는 서울대 지질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외동딸 이지현(37)씨의 남편이 가수 이문세(46)씨다. 공정택·육완숙씨 부부는 2남을 두었으며,큰 아들 훈식(42)씨는 산부인과 의사, 둘째 아들 문식(40)씨는 남서울대학교 사무처 계장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공정택 당선자는… ▲1934년 1월26일 전북 남원 출생 ▲53년 이리 남성고 졸업 ▲57년 서울대 상과대 경제과 졸업 ▲76년 고려대 교육대학원 중등교육행정 수료 ▲72년 4월∼78년 9월 덕수상고(현 덕수정보산업고) 주임교사,교육청 장학사 ▲82년 3월∼86년 8월 성동여자실업고 교감 ▲85년 5월∼86년 5월 교육개혁심의회 상임전문위원 ▲86년 9월∼91년 2월 중랑중 교장 ▲91년 3월∼94년 9월 덕수상고 교장,서울시 강동교육장 ▲96년 9월∼98년 2월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국장 ▲98년 3월∼2002년 8월 남서울대 총장 ▲98년 9월∼현재 제3·4대 서울시 교육위원 ▲2004년 7월 서울시교육감 당선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김보일의 영화 속 수능잡기] ‘투모로우’

    세상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면 우리는 태풍과 장마와 가뭄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가뭄이나 폭우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떤 식으로든지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대비를 하려면 미래를 알아야 하는 법.그러나 현재를 헤아리기도 힘든데 미래까지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력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조상들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길흉화복을 점쳤을 것이다.열 중에서 넷은 맞고 여섯은 틀려도(즉 적중률이 4할이라도),미래에 대해 까맣게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점성술사나 무당에게 매달렸을 것이다.혹시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신이 있다면 그 신에게 뇌물을 써서라도 액운을 막아보겠다는 염원으로 신께 제사를 지내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인간의 염원을 담아 시에게 기원을 해도 비 한 방울은커녕 푹푹 찌는 폭염은 무자비하게 농작물을 시들게 했고,매정한 메뚜기떼는 정성스레 가꾼 농작물들을 황폐화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대체 이 일을 어찌할까.혹시 자연을 잘 관찰하면 미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의 선조들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아닌게 아니라 해결의 기미는 있었다.오호,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어쨌든 제비가 낮게 나는 사실과 비가 온다는 사실이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곤충의 날개는 날씨가 습해지면 대기중의 습기를 흡수해서 무거워진다.그래서 곤충들의 비행 고도가 낮아지게 된다.곤충들의 비행고도가 낮아지면 그것들을 잡아먹기 위해서 제비들의 비행고도도 낮아진다는 삼단논법식 추리를 하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비가 낮게 난다는 사실이 비가 온다는 사실과 항상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단지 무당의 예언보다는 조금 적중률이 높을 뿐이었다.어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없을까.조상들의 고민은 깊어갔다.바로 이 고민들이 만들어낸 것이 ‘과학’이었다.비가 온다면 그 이유를 밝혀라,장마가 진다면 그 이유를 밝혀라,태풍의 이유를 알아내고 그 경로를 예측하라.이리하여 인간은 태풍,장마,가뭄과 같은 자연의 불확실성 하나하나를 극복해가게 된다.위대한 과학이여,위대한 이성이여,사람들은 장밋빛 환상에 젖게 되었고 과학만이 살길이라고 부르짖었다.기차가 달리고 비행기가 날고 로켓이 치솟고 과학의 힘을 빌려 하루하루 눈부시게 세상은 달라졌다. 그러나 영화 ‘투모로우’가 보여주는 미래상은 어둡다.엄청난 기상재앙은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과학자들의 포부가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보여주고,폭설에 덮인 뉴욕의 거리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겠다던 과학자들의 믿음이 얼마나 교만했던가를 보여준다.영화 ‘투모로우’는 과학이 왜 겸손해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 [삶과 경영이야기] (21)워크아웃 딛고 개성공단서 승부 박성철 신원 회장

    [삶과 경영이야기] (21)워크아웃 딛고 개성공단서 승부 박성철 신원 회장

    “섬유 업종이 불황이 아니라 생각이 불황입니다.우리의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때입니다.” 박성철(64) 신원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 지난해 초 5년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다.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해외언론의 취재대상이 될 정도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섬유로 시작했으나 외환위기 이전에 이것저것 사업을 확장하다 구조조정까지 하게 됐지만 ‘중간외도’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앞으로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팔기보다 자존심을 걸고 고유 브랜드 육성에 매진할 계획이다.대기업 가운데 드물게 개성공단 입주업체로 선정되는 등 남북 경제협력에도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기자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기업인 -1964년 산업경제(현 헤럴드경제)에 입사해 7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기독교인인데 기자로 일하면서 3∼4년간 교회에 못 나가서 힘들었다.기자생활을 청산하고 1971년 직물 하청공장을 만들었다.기자로 일하다 사업해서 성공한 사람은 오직 혼자로 알고 있다.사업 시작한지 이제 32년째이니 아주 성공한 케이스다. -경제부에서 섬유 분야를 취재하다 섬유업계 사람들과 가까워졌다.처음에는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을 데리고 시작했다.기자생활을 통해 알게 된 섬유수출업자와 원사업자 등의 인맥이 도움이 됐다. ●사막에 스웨터까지 수출 -유럽은 안 가본 나라가 없고,일본은 한달에 한번씩 갔다.미국은 계절마다 방문해 직접 세일즈를 했다.초창기에는 일본에 출장가서 300엔짜리 아침식사를 먹고 1500엔짜리 모텔에서 자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섬유업체들은 1971년 대미 섬유쿼터제(수입할당제)가 타결되면서 치열한 쿼터 확보 경쟁을 벌였다.신생 업체 신원은 수출 실적이 없어 쿼터를 받기 힘들었다.박 회장은 쿼터 규제가 없는 나라를 대상으로 비쿼터 품목을 팔기 위해 이란,이라크,시리아,요르단,이집트,이스라엘 등 셀 수 없는 나라를 직접 뛰어다녔다.일교차가 심한 사막의 나라 사우디 왕실에 군용 스웨터를 수출하면서 신원 무역부 직원들은 “우리는 사막에 스웨터도 수출한다.맡겨만 주면 북극에서 냉장고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76년 해외시장 개척상,80년 수출공로상,84년 5000만달러 수출탑 등을 받았다.지난해 수출액은 2100억원.과테말라와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4개 해외법인에서 만든 스웨터,니트,가죽 제품을 전세계로 수출 중이다.월마트,갭,DKNY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어들을 확보하고 있다. 신원의 해외사업 부문은 30년 동안 수출을 하면서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97년 세운 중남미의 과테말라 공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니트 공장이다.2600명의 근로자가 하루에 8만장의 니트를 생산 중이다. ●뼈아픈 구조조정… 5년만에 졸업 -섬유로 시작한 기업이니 섬유로 끝내는 것이 좋았을 텐데….92년쯤에는 투자금융회사가 30개쯤 생겨나 기업에 돈을 갖다 쓰라고 했다. 여기저기 돈을 빌려서 전자,건설,전기,골프장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북한과 거래하고 금장사도 했다. -갑자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와서 환율이 뛰니 빚도 두배 이상 늘었다.12%에 돈을 빌렸는데 이자율이 24∼40%로 치솟았다. 계열사들이 같이 넘어가자 가장 좋은 것부터 팔기 시작했다.골프장을 시작으로 전기,전자,건설회사 등 모두 팔고 나니 섬유만 남았다.섬유는 30년 전에 시작해서 수출만 했는데 이젠 내수가 합해졌다. -1700명의 직원 가운데 1000명을 내보내고 700명이 남았다.최근 회사를 떠났던 일부 직원들이 다시 와서 일하고 있다.기능직이라 놀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예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다시 일하게 되니 다들 좋아한다. -2003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하기까지 탕감이나 면제받은 것은 한 푼도 없다.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00% 출자전환했다.가장 먼저 워크아웃에 들어가 5년만에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데 신경을 잘 썼기 때문이다.정부에서 살 기업은 회생시키고,죽을 기업은 정리 정돈하는 데 아주 빨랐다.4개의 해외공장이 풀가동됐고 수출경기도 좋았다.덕분에 신원의 신용도는 물론 한국의 국가 신용도도 높아졌다. -신원의 회생은 좋은 선례다.정부가 재빠른 워크아웃 제도로 잘 도와줬고,기업은 자생력을 갖고 있었으며,직원들도 열심히 했다.기업,정부,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IMF체제를 빨리 졸업하게 됐다. -저는 처음에 오너였다(현재 신원은 지분 12%를 소유한 우리사주조합이 최대 주주이며 박 회장의 개인 지분은 없다).채권단이 업종을 잘 알고 있는 저에게 기업을 그대로 운영하게끔 해줘 섬유업종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을 빨리 졸업할 수 있었다. 현재 빚이 1100억원 정도 남아 있다.지난해 137억원을 갚았다.경기가 불황이지만 이자를 잘 물고 있으며 원금도 일부 갚고 있다.올해도 어렵지만 몇십 억원의 원금을 갚을 것이다.지금 바닥을 쳤으니 앞으로 2∼3년만 경기가 좋아지면 완전 무차입경영을 할 수 있다. ●한국인 체질·성격에 맞는 옷 개발중 -구조조정을 통해 이것저것 사업확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앞으로 기술개발로 세계적인 섬유회사를 만들 것이다.한국 사람은 외제보다 국산 옷을 입는 것이 나은 때가 왔다.우리나라 사람의 체질,체격,성격,기후에 맞는 기능성 옷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섬유 역사 100년 중에 40년간 192개국에 수출했다.이제 세계를 한국이 주름잡아야 한다.자존심 차원에서도 외국 물건은 들여오지 않아야 한다.저가품은 중국,동남아,중남미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고가품은 국내 기술자들이 만든다. -국내 브랜드는 15개 가운데 10개를 없애고 남성복 지이크,여성복 베스띠벨리·씨·비키,캐주얼 쿨하스 등 5개만 남겼다.해외 브랜드도 보스,예거 등 3개를 갖고 있다가 모두 없앴다.우리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수입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보다 낫다. ●경제인은 사회와 국가에 책임감 가져야 -경제인은 돈버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회와 국가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 좋다.손실이 없는 범위에서 적은 이익이지만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교류해야 한다.7∼8년 전에 북한과 거래하면서 손해도 봤다.액수는 얘기할 것 없다.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100∼300달러의 월급을 지불할 것이 아니라 물류비 싸고,관세 없으며 임금도 싼 우리 민족에게 일거리를 주는 것이 좋지 않으냐.개성의 임금은 남한의 15분의1 정도로 싸다. -개성은 언제고 터진다고 생각해서 가장 먼저 들어갔다.20∼30년 전부터 북한에 공장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우리처럼 작은 나라가 분단된 것은 애석하고 마음아픈 일이다. 95,96년 북한에서 300만달러 정도를 임가공하면서 평양에 두번 갔고,지금 공장을 짓고 있는 개성에도 두번 갔다. -개성이 성공하려면 두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공장 직원들이 육로를 통해 하루에 10번도 더 왔다갔다 할 수 있어야 한다.전화도 서울시내 전화처럼 소통이 잘 돼야 한다.물과 전기는 남한에서 가져가면 되므로 문제가 없다.남과 북이 문화가 다르므로 서로간에 말하는 데 조심하고 이해를 많이 해야 한다. -처음에 북한에 갈 때는 사람들이 ‘빨갛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완전한 형제였다.북한 기술자들은 나이가 40∼50세에,20년 전쯤에 러시아의 국민복을 만들어 본 이들이 많다.몇달 동안 기술 교육은 시켜야 할 것이다. -15개 공장이 들어서는 개성 공단 시범단지가 잘 돼야 앞으로 100만평,800만평까지 늘어나게 된다.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구제돼 북한의 생활양상도 수준급으로 올라서는 등 북한 경제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박성철 회장은 26년째 매일 새벽 3시40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나가고 있다.뛰어서 집근처 교회에 갔다가 다시 아침을 먹으러 집까지 뛰어오는 것이 하루 운동이다.6시30분에 수출 담당 직원들과 함께 출근한다. 신원(信元)은 ‘믿음을 으뜸으로 한다.’는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믿음의 기업이다.직원의 70% 정도가 기독교 신자다.월요일 아침에는 과테말라,중국의 공장 직원을 포함해 전 직원이 예배에 참여한다.개성공단에서도 월요예배를 할 수 있을지가 요즘 그의 걱정거리다. 박 회장은 “베트남이나 중국도 공산권 국가지만 공장 직원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정치적 문제가 아니다.개성에 신앙의 자유가 있어야 미국,유럽에서도 개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므로 북한에 예배 허용을 호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신자답게 올 여름 노출 패션이 신원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박 회장은 “야한 옷도 하나의 상품이고 시대의 변화이자 조류”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30년간 패션 산업에 몸담으면서 앞만 보고 달렸지 결코 뒤에서 따라간 적은 없다고 밝혔다.지금도 감각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패션 전문서적을 보고 해외 시장을 연구한다.하루에 두번씩 사업장을 돌아본다는 그는 자상한 말솜씨로 특히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박성철 회장은 31년 역사의 의류회사 신원을 일궈낸 박성철 회장을 실제로 만나면 젊고 다정다감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직원들에게 “요즘 날씨 덥지?”라며 손수 인사를 건네는 ‘자상한 회장님’이다. 7년간 기자로 일하면서 섬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낸 눈썰미도 갖췄다. 하지만 주말에도 술을 마셔야 하는 등 기자생활 동안 교회를 못 간 것이 힘들었다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서울 영등포 신길 성결교회의 장로로 있다. 그의 경영이념은 ‘청지기 사명’이다.주인의 재산을 철저히 관리하는 믿음직하고 선한 청지기처럼 IMF외환위기를 맞아 회사의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다.1940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났으며,목포고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가족으로는 아내와 세 아들이 있다.
  • [Doctor & Disease] 연세대 치대병원 김성택 교수

    [Doctor & Disease] 연세대 치대병원 김성택 교수

    치과 치료비가 가는 곳마다 들쭉날쭉이고,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뭔가 야로가 있다고 여긴다는 지적에 그는 “부끄럽지만 더러는 과잉진료도 없지 않은 것 같고….도덕성의 문제를 배제하고 말하자면,진료를 두고 드러내는 개개인의 견해차를 좁힐 표준화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치과진료의 특성상 표준화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이게 필요하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지 않습니까?”라고 답변했다. 연세대 치대병원 김성택(37) 교수.그는 ‘D&D’가 만난 가장 젊은 의사였다.그냥 젊은 게 아니라 의사가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인 ‘탐구욕과 소명의식’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그런 젊은 치과의사였다.그를 만나 새롭게 부각되는 ‘턱관절질환’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환자 80~90%가 턱근육에 이상 턱관절질환이란 어떤 병증인가. -학회에서 정리된 명칭은 측두하악장애다.간단하게 말하면 턱관절에 나타난 질환과 그 관절을 둘러싼 근육의 문제를 이른다.지금까지 많은 의사들이 턱관절에만 관심을 가져왔는데,사실은 근육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훨씬 심각하고 많다.아마 턱관절질환의 80∼90%는 턱근육의 문제일 것이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대표적인 3대 증상이 있다.턱에서 소리가 나거나,입이 벌어지지 않는 개구제한,그리고 통증이 그것이다.소리는 보통 딱딱이거나 서걱거리는데 증상이 소리에만 국한된 경우라면 당장은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문제는 소리가 개구제한이나 통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운데,이런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발병 추세에도 변화가 있나. -턱관절질환도 일종의 현대병이어서 발병 빈도가 10년 전에 비해 2배 정도로 늘었다.절대 질환자가 늘기도 했지만 예전에는 참고 지나쳤던 문제도 요즘엔 치료를 받는데,이런 행태도 발병 빈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질환의 경향이 예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것도 특징이다. ●수험생·직장인·갱년기여성에 가장 많아 원인도 어디에 있는가. -학회에서도 아직 정확한 원인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다만,턱관절질환의 주원인이 치아교합의 문제라고 여겼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이 주원인이라고 본다.환자 중 갱년기 여성과 젊은 직장인,수험생이 많다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사례일 것이다.확실히 스트레스는 턱관절 질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외환위기 때도 그랬고,정치적 격변기나 지금의 경제난도 턱관절질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이밖에 외상이 있거나 이갈이가 심한 사람에게도 흔히 나타난다.그는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 그 이전 세대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턱관절 질환을 공부할 만큼 ‘개안(開眼)’한 의사였다.그는 턱관절질환이 스트레스에 의한 경우가 많다고 보고 최근에는 진단에 수면,식욕,자녀 수와 심리 상태까지 참고하는가 하면 신경정신과와 연계해 질환의 원인을 찾아내기도 한다.그런 그가 제시한 턱관절질환의 또 다른 원인은 관절염.“퇴행성 관절염은 물론 류머티즘 관절염이 턱관절에 나타나기도 하며,평소 마른 오징어처럼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즐기거나 껌을 자주,오래 씹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턱관절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다른 신체 부위처럼 턱관절도 사용할수록 노후합니다.인체에서 먹고,말할 때마다 작동하는 턱관절만큼 일량이 많은 부위가 없는데,이곳에 문제가 없을 수 없지요.” 관건은 진단일 텐데 어떤 방법이 사용되는가. -한때 이런저런 기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진단 방법은 손으로 만져서 염증이나 통증 부위를 찾는 촉진이다.여기에 파노라마 X-레이나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쓴다. ●손가락 세개 입안에 안들어 가면 ‘의심’ 자가진단도 가능한가. -물론이다.우선 턱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라면 턱디스크가 진행중이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이런 증상에 통증이 동반하거나 입을 벌리는데 지장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입을 벌리기 어려운 경우 자신의 손가락 세 개를 세워 안들어가면 개구제한이라고 판정한다.흔히 ‘턱이 빠졌다.’거나 ‘턱이 걸린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턱디스크 중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다.습관적으로 턱을 괴거나 볼펜 끝을 깨무는 사람,한쪽 이로만 음식을 씹는 편측조작의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료법도 함께 소개해 달라. -원칙적인 치료법은 보존치료다.예전에 수술을 능사로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수술은 최후 수단일 뿐이다.보존치료에는 찜질이나 음식 조절 등 자가요법과 근이완제,진통소염제를 투여하는 약물요법,물리치료와 마우스피스를 입에 무는 교합안정장치 등이 있다. 이런 치료법의 예후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간 추적한 결과가 없지만 유럽에서 99명의 환자를 3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보존치료의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됐다.턱관절에서 나는 소리는 94.9%에서 25.6%로,통증은 51.3%에서 5.1%로 줄어들었다. 일부에서는 만성적인 두통이 턱관절 질환과 관련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아직 상관성이 입증된 건 아니지만 두통이 턱의 근육장애와 관련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머리를 옆에서 감싸고 있는 측두근이 턱근육과 잇닿아 있으며,이 근육은 목과 뒷덜미 근육으로 계속 이어져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작용하면 두통이 오는 경우가 있다.그러나 다른 원인을 함께 제거해야지 턱관절질환의 치료만으로는 두통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치과의사로는 처음으로 두통학회 정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에게 수많은 치과 병·의원 가운데 어떤 곳을 골라야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겠는지를 물었다.“조심스러운 답변이지만,보존치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의사라면 믿고 치료를 받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단,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는 경계해야 합니다.몇몇 의사들의 지나친 상술이 개입돼 있거나 동호회 차원에서 터무니없는 정보를 올린 경우가 너무 많아서입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김성택 교수는 ▲연세대치대 ▲미국 UCSF치대 구강안면통증센터 연구원 ▲미국 UCLA 구강안면통증클리닉 레지던트 ▲SUC치대 안면통증클리닉 임상교수 ▲현,미국두통학회 정회원 및 대한두통학회 평의원 ▲대한치과턱관절기능교합학회 이사 ▲연세대치대 구강내과 교수
  • 내 아이 위한 맞춤형 영양 모유 수유 해야하는 이유

    사회 일각에서 줄기차게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산모들이 신생아에게 모유를 먹이기는 쉽지 않다.일선 병원의 출산 시스템이 산모와 신생아를 갈라놓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산모들은 “모유의 장점을 알면서도 시시때때로 애를 찾아 모유를 먹이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은 20%대로 선진국의 80%대에 한참 못미친다.이런 낮은 수유율의 저변에는 모유를 먹이고 싶어도 한사코 이를 가로 막는 사회의 완강한 ‘이유식 강요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화여대병원 이근 교수는 이를 “막강한 분유 회사의 전방위 로비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간 엄청난 광고 공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이런 환경에서는 젊은 산모가 모유를 먹이려고 해도 나이 든 어른들로부터 “요새 이유식이 그렇게 좋다는데 왜 고생스럽게 모유를 고집하니?”라며 되레 핀잔을 받기 일쑤다.광고 물량공세로 국민의 의식이 세뇌된 결과다. 이처럼 모유수유가 아직도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모유 수유에 따른 실천적 방법론을 담은 최민희의 책 ‘엄마 몸이 주는 뽀얀 사랑’(문화유람 펴냄)이 출간돼 ‘모유 세상’의 희망을 지핀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으로 시민운동의 현장을 지키는 일꾼인가 하면 오랫동안 자연건강법을 연구해 온 저자는 나이 40에 낳은 딸 윤서를 모유로 키운 경험을 책에 담아 ‘모유수유의 행복’을 모두와 나누고자 한다. 그래선지 그는 ‘구름잡는 얘기’를 버리고 스스로 겪은 사례와 경험을 담아 누구든지 무리없이 모유 수유가 가능하도록 이끌고 있다.이런 그의 값진 경험은 그의 ‘모유수유를 꼭 해야 하는 일곱가지 이유’ 속에 고스란히 농축돼 있다. 먼저,모유는 내 아이만을 위한 맞춤형 먹을거리라는 점.영양도 영양이지만 모유를 수유하는 동안 엄마와 아기가 나누는 ‘소통’과 ‘합일’이야말로 아이에게는 하나의 ‘정신’이 되고 ‘이념’이 된다는 믿음이다.덧붙여 모유가 엄마와 아기를 행복하게 하고,아이를 지혜롭고 창의적으로,또 야무지고 튼튼하게 키운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친절하고 설득력이 있어 ‘책에나 있는 얘기’가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하는 당위’로 읽힌다.1만2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노 대통령 정쟁 개입 자제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정쟁의 전면에 너무 나서고 있다.한나라당이 국가정체성을 거론하며 대통령을 집중 공격하는 데 대한 대응이라고 한편으론 이해는 가지만 모양은 좋지 않다.대통령은 국가운영의 최고책임자다.야당의 공세도 여유있게 받아넘기는 아량이 필요하다.야당을 자극해 정쟁을 키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쉽다. 노 대통령이 어제 과거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가적 사업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옳은 지적이다.그러나 “대통령은 정치인이니까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언급은 하지 않는 게 나았다.이런 발언은 야당의 반발을 불러 정국만 경색시킬 뿐이다.의문사위는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활동이 충분히 보장되고,기간도 연장되어야 한다.하지만 비전향장기수를 민주화운동으로 판정하는 등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했다.현재 의문사위는 대통령 직속이다.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지만,대통령으로서 잘한 점,우려되는 점을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어야 했다.그렇게 하면 야당의 정체성 시비를 약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는 목포를 방문,“과거 유신으로 돌아갈 것이냐,아니면 미래로 갈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지금 유신시절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유신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대통령을 비판하면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최근 민생경제가 어렵다.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경제회생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야당의 정체성 시비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다.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믿음만 국민들에게 주면 된다.한나라당도 구태의연한 색깔론 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국가정체성에 의문이 있는 부분은 국회를 통해 분명히 따질 수 있다.정권 자체를 좌파로 몰아서는 안 된다.
  • 코스닥 ‘신뢰상실의 덫’

    코스닥시장의 바닥은 어딜까.코스닥지수가 28일 사흘째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추락하고 있다.시장은 탈진했고,언제 나아지리란 전망조차 자취를 감췄다.‘유망한 젊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이란 본래의 기능은 기억조차 희미하다.엉성한 회사들과 함께 도매금으로 부실기업 취급을 받고 있는 우량회사들은 증권거래소로 옮겨갈 기회만 엿보고 있다. ●바닥이 안보인다…총체적 난국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종합지수는 미국증시 상승 소식과 기술적 반등 전망에 힘입어 전일보다 3.62포인트 오른채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세가 꺾여 결국 1.40포인트(0.40%) 떨어진 340.10에 마감됐다.닷새째 하락이자 사흘째 최저점 경신이다.이로써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10일의 최고점(2834.40)에 비해 무려 88%나 폭락했다.미국 대공황기(1929∼34년) 6년간의 기록적인 다우지수 하락률(87%)보다도 훨씬 가파르다. 부실기업의 퇴출도 잇따르고 있다.올 상반기에만 전체 883개 등록업체 중 25개가 등록취소됐다.지난해 같은기간(13개)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올들어 KTF,기업은행,엔씨소프트,강원랜드 등 대형주들이 거래소로 빠져나간 것도 시장을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많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남은 쭉정이’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거래소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고실적 내도 소용없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높은 경영실적도 주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프롬써어티,주성엔지니어링,옥션 등이 상반기에 사상 최대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당일에만 소폭 오른 뒤 곧바로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인 NHN도 2분기 실적발표 직후에만 5% 정도 올랐을 뿐 곧바로 5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안철수연구소도 2분기 당기순이익(24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무려 1234.7%나 늘었다고 지난 27일 발표했지만 주가는 고작 0.4% 올랐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코스닥…신뢰 붕괴 코스닥시장이 붕괴된 가장 큰 이유는 신뢰의 상실이다.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이 아니라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게 코스닥시장의 본질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의 믿음이 중요하지만 ‘돈 놓고 돈 먹기’로 각인되면서 건전한 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특히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은 대표적인 불신 요인이다.올 상반기 등록법인 중 최대주주가 변경된 기업은 전체 등록법인의 12.3%인 108개에 달했다.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6.5% 증가한 것이다.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대주주가 수시로 바뀌는 회사는 이익을 아무리 많이 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면서 “특히 연달아 터지는 코스닥기업들의 지분경쟁,회계부정 등을 보고서도 이 시장을 건전한 기업들의 자본시장이라고 부를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시장과의 차별화가 없어진 것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첨단 기술회사라기보다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단순납품을 하는 중소기업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등록법인들의 공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한 코스닥기업 관계자는 “거래소 대기업들은 공시를 정확하게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같은 벤처기업은 공시 속에 어떤 불순한 의도가 들어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듯하다.”며 “때문에 호재성 공시를 내는 날조차 주가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코스닥 퇴출 요건 강화 등 추진 정부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마구잡이 신용카드 발급에 따른 가계신용대란처럼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경제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나치게 ‘벤처거품’을 방치한 결과가 후폭풍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코스닥시장의 퇴출기능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재정경제부와 코스닥위원회는 경상손실과 자본금 잠식 비율,소액주주 숫자,월간 거래량,회계감사 내용,최저주가 기준,불성실 공시 요건 등 퇴출기준을 내년부터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그러나 장기적으로 거래소와 코스닥을 서둘러 통합,단일시장 체제로 바꾸어야만 우량한 벤처기업들을 수렁에서 건져내고 건전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오늘의 눈] 미국의 속도전/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지난 2001년 미국 연수를 위해 콜로라도에 정착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사실은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 속도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에 처음 도착한 외국인이 생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갖추는 데는 적어도 한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집을 얻고 은행계좌를 개설한 뒤 자동차를 사고 나면 전화와 인터넷,케이블 TV를 연결하고 물과 가스,전기를 신청하고,운전면허를 따거나 바꾸고 사회보장번호를 받는 복잡한 절차를 처리해야 했다.여기저기 쫓아다니다 보면 몇 주일이 훌쩍 지나기 마련이었다. 2003년 서울로 돌아온 뒤 같은 절차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 남짓.역시 속도는 한국이었다.그러나 이달 중순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하면서 그런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워싱턴에 도착해 살 집을 결정한 것은 금요일 오후였다.집을 계약한 것은 토요일 오전이고,이사를 한 것은 그날 오후였다.일요일에는 휴대전화가 개통됐고,월요일에는 인터넷과 케이블이 연결됐다.토요일과 일요일을 끼고도 불과 사흘만에 기본적인 공공서비스가 완비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초고속 서비스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은행의 서비스 문제다.금요일 오후에 집을 결정하자 중개업소측에서 토요일 오전에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다.잠시 당황했다.토요일에는 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다는 ‘한국적 상식’ 때문이었다.그러나 미국의 은행은 대부분 토요일에도 낮 12시나 2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한국의 은행은 자본의 규모와 경영기법에서 선진국 금융회사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거기에다 서비스의 시간까지 짧다면 도대체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겠는가.우리나라 은행의 서비스 개선은 토요일 영업을 재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객이 원하면 일요일에도 문을 열라고 말하고 싶다.그래야만 국내에서나마 선진 해외 금융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dawn@seoul.co.kr
  • [2004 美대선] 자원봉사 여대생 인터뷰

    |보스턴 이도운특파원|“내가 나서면 정말로 세상이 바뀐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보스턴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맞아 하버드대 주변에서 존 케리 후보를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는 로런 로벡(21)은 “11월2일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다.”며 “단순히 표를 던지기보다 내 믿음을 실현해보고 싶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로벡은 스미스칼리지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여성학을 부전공하는 자칭 ‘진보적’ 여대생이다.정치적 성향을 따지자면 시민운동가 출신인 랄프 네이더 후보 쪽에 가깝지만 “케리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4년을 더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로벡은 “얼마전 케리 후보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현안들에 대해 깊이있고 정리된 지식을 갖고 있더라.”면서 “부시보다 케리가 대통령 역할을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2004 프로야구] 엄정욱 이제부턴 ‘특급’

    ‘미완의 대기에서 특급 투수로.’ 엄정욱(23·SK)은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뿌리는 ‘총알탄 사나이’.190㎝ 90㎏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우완 정통파 엄정욱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최고 158㎞의 ‘총알투’를 전광판에 찍어 관계자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메이저리그의 특급 투수들에 견줘 손색없는 스피드다. 그러나 많은 강속구 투수들이 그렇듯이 들쭉날쭉한 제구력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게다가 상대 타자의 몸쪽에 과감히 공을 붙이지 못하는 ‘새가슴’도 그가 대형투수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다.해마다 광속구로 주목받았지만 이같은 단점 탓에 줄곧 ‘미완의 대기’ ‘차세대 특급’ ‘광속구의 풋내기’ 등 수식어만 요란했다. 하지만 올시즌엔 달랐다.제구력과 새가슴이 몰라보게 치유된 것.올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 가담한 그는 불같은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해 코칭스태프를 고무시켰다.부상 등으로 전반기를 고작 3승으로 마쳤지만 후반기들어 화려하게 비상했다. 후반기 첫날인 지난 20일 두산전에서 5이닝 동안 4안타 4볼넷 2실점으로 승리를 낚은 데 이어 두번째 등판인 25일 기아전에서는 생애 최고의 피칭으로 특급투수 반열에 올랐음을 한껏 과시했다.9이닝 동안 최고 154㎞의 광속구를 앞세워 올시즌 최다인 삼진 14개를 솎아내며 단 1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자신의 첫 완투승이자 완봉승을 일궈낸 것.후반기 2연승으로 5승 고지를 밟은 엄정욱은 26일 현재 방어율 3.71로 10위에 올랐고,탈삼진 97개로 다니엘 리오스(96개 기아)를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렸다.1위인 ‘닥터K’ 박명환(115개 두산)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 중앙고를 졸업하고 2000년 데뷔한 엄정욱은 지난 4년 동안 단 1승(2패)에 방어율 4.91의 보잘 것 없는 성적을 냈다.하지만 그가 이처럼 눈부시게 성장한 것은 지난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서다.SK 조범현 감독은 엄정욱을 꾸준히 선발로 기용했고,볼넷을 남발할 때 오히려 격려해 믿음을 듬뿍 심어주었다.자신감을 얻은 엄정욱은 ‘투수리드의 귀재’ 박경완의 도움까지 겹쳐 제구력과 새가슴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게 됐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한국, 파라과이와 1-1로 비겼다

    ‘아쉽지만 괜찮아!’ 푹푹 찌는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1골은 부족했다.승리도 아쉬웠다.하지만 3만여 명의 관중들은 태극전사들을 믿음직스러운 눈길로 지켜봤다. 김호곤(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황태자’ 조재진(23·시미즈 펄스)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경기 종료 2분을 앞두고 동점골을 내줘 ‘남미의 복병’ 파라과이와 1-1로 비겼다. ‘김호곤호’는 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공식 평가전 2연속 무득점에서 벗어났다.또 지난 2월 일본 오사카 원정 패배 뒤 열린 공식 경기(유럽 클럽 경기 제외) 10연속 무패(8승2무)를 이어갔다. 한국은 오는 30일 제주 서귀포에서 본선 C조에 속한 호주와 평가전을 치른 뒤,다음달 5일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클럽팀과 최종 리허설을 갖는다.이어 6일에는 첫 경기가 열리는 그리스 테살로니키로 이동,그리스와의 한판 승부(12일)를 준비하게 된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은 공·수 조직력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공격-미드필더-수비 사이의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상대를 압박했고,최성국(21·울산) 최태욱(인천) 박규선(이상 23·전북) 등이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의 측면을 흔들었다.골은 순식간에 터졌다.전반 3분 최태욱이 상대 왼쪽 측면을 침투한 박규선에게 깨끗한 전진 패스를 배달했고,박규선은 상대 골키퍼를 앞으로 끌어낸 뒤 문전으로 쇄도한 조재진에게 공을 건넸다.조재진은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며 지난 5월 1일 올림픽 최종예선 중국전 이후 86일 만에 짜릿함을 느꼈다. ‘리틀 칸’ 김영광(21·전남)은 정확하고 민첩한 판단으로 후반 25분 교체되기까지 골문을 지켜 지난 2월 일본전 실점 이후 공식 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889분으로 늘렸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스리백을 조율한 ‘맏형’ 유상철(33·요코하마)은 후반 미드필더로 뛰었다.또 김호곤 감독은 김영광 등 주전 6명을 빼면서 평가전 의미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라인업이 흔들리면서 역습을 허용했으며,인저리타임 때 파라과이의 주장 엔시소(30·올림피아)의 프리킥이 보가도의 헤딩골로 이어져 손 안에 쥔 승리를 놓쳤다. 고양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김호곤 한국 감독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겼어야 하는데 아쉽다.후반 막판까지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아쉬운 한판이었다.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느라 여러 차례 위치 변동을 실험했다.앞으로 선수활용을 줄이겠다. ●아니발 루이스 파라과이 감독 한국이 전반에 정말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하지만 후반에 한국이 선수를 많이 교체하면서 우리가 효과적으로 기습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당초 생각보다 한국은 너무 좋은 팀이었다.
  • 로또가 깨버린 ‘신혼의 꿈’

    작은 월세방에서 꿈을 키워오던 20대 동갑내기 예비부부가 52억원짜리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등을 돌려 법정에서 만나게 됐다. 경남 진해에 사는 조모(27)씨와 동갑내기 최모(여)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결혼식을 2년 뒤에 올리기로 약속하고,지난해 9월부터 살아온 예비부부.하지만 제74회 로또복권 추첨이 이루어진 지난 5월1일부터 이들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 1년 동안 꾸준히 로또를 구입한 조씨는 지난 4월 하순 자신이 직접 로또 번호를 조합한 뒤 최씨에게 “이 번호로 로또복권을 사라.”며 현금 5만원을 건넸다.추첨일,별 기대없이 당첨번호를 확인하던 조씨는 그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자신이 최씨에게 구입하라고 한 번호가 1등에 당첨된 것이다. 당시 1등 당첨자는 전국에서 단 3명으로 당첨금은 52억여원.세금을 공제한 뒤 받게 되는 실수령액만 34억여원에 이르는 거액이었다. 흥분한 조씨는 곧 최씨에게 복권을 구입했는지를 확인했으나 “안샀다.”는 답변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조씨는 친구로부터 “네가 항상 복권을 사던 판매점에서 직접 번호를 써넣어 복권을 구입한 20대 여성이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말을 듣고 믿음과 의심을 반복하다 최씨를 추궁했다.결국 최씨는 “사실은 구입했다.복권은 친정어머니에게 맡겨 놓았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친정에 가서 돈을 찾아오겠다던 최씨는 연락이 끊겼고,대신 그녀의 삼촌이 나타나 “장난으로 한 로또 이야기를 또 꺼내려면 헤어지라.”며 윽박질렀다. 조씨는 최씨 가족들을 무마시킨 뒤 다시 최씨와 20여일을 지냈지만 로또에 대한 아쉬움이 그치지 않았다.결국 법에 호소하기로 마음먹고,이를 최씨에게 얘기하자 최씨는 옷가지와 화장품을 그대로 둔 채 잠적했다. 조씨는 최근 창원지법에 최씨와 그녀의 가족들을 상대로 1억 1000만원의 채권 가압류 신청을 냈다.아울러 법원을 통해 국민은행에 1등 당첨금 수령자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지고,부당이득금 반환 본안 소송에서도 이기면 나머지 실수령액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20) ‘무소유 경영’ 실천 전재준 삼정펄프 회장

    “생산업자는 만드는데만 신경써야지.땅팔아 큰 돈벌겠다는 생각은 상도(商道)에 벗어나는 것이야….돈이란 끝이 없어.일만 열심히 하면 벌 수 있는 게 돈이고,영원토록 가질 수 없는 게 돈인 게야.” 전재준(81) 삼정펄프 회장은 젊은 경영인들을 만나면 그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말한다.‘무소유 경영’이다.그의 삶의 궤적에서도 자본보다는 신용을 중시했던 ‘개성상인’의 상도가 배어 있다.전 회장은 지난 해 시가 300억원 상당의 공장터를 경기 안양시에 기증한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불렀다.최근에는 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성균관대에 기탁을 했다.그는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자신에게 남길 것과 남에게 줄 것을 정리하는 것으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자식들에게도 이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돈버는 것처럼 쉬운 게 없었다 -나는 개성에서 2남매중 둘째로 태어났다.가정형편이 어려워 송도중학교를 졸업한 직후 어린 나이에 일터로 뛰어 들었다.6·25가 발발하기 1년전인 1949년에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로 올라왔다.20대 중반때이다.그당시 개성에는 총성이 끊이질 않아 안전한 곳에서 새롭게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출가한 누님은 개성에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올해로 87세가 되는 누님의 생사가 불확실하지만 동생인 내가 살아 있는 만큼 생존해 계실 것으로 믿고 있다.며칠전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을 TV로 보며 누님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10대때부터 잡화점과 문방구 점원 등 무엇이든지 해냈던 나는 서울 명륜동 4가에 터를 잡고 섬유와 면사장사를 시작했다.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종이 도매상으로 방향을 바꿨다.문방구 점원으로 일해서인지 ‘종이장사’에 익숙했고,나날이 번창했다.열심히 땀을 흘린 만큼 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에만 매달렸다.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 호떡 몇개 입에 물고는 달음박질을 쳐 종이를 배달했다.세상에 돈 버는 일이 제일 쉽고 신명나게 느껴지던 때였다. -일에만 미치다 보니 29살이 될 때까지 혼자 지냈다.주위에서 여러번 맞 선을 보라고 권했지만 돈 버는 일이 더 좋은 때였다.그러던 어느날 인척 한분이 무작정 맞선을 보러 가자고 다그쳤다. 그 당시 원조품인 미군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있던 나는 땀범벅이 된 얼굴을 가리키며 손사래를 쳤다.그러나 그 분은 막무가내로 집으로 오라고 성화를 내셨다.후환이 두려워 집을 찾아가니 안방에 어여쁜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나는 방에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마루끝에 10여분 앉아 있다가 후다닥 집을 나왔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개성에서 소학교 교사를 하다가 남동생과 함께 상경해 외삼촌집에 살고 있었다.같은 동향사람이어서 혼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소학교 선생님은 평생의 반려자가 됐다. ●편법보다는 정도로 승부해야 -결혼후 사업 규모도 점점 커져 종이도매상에서 성보실업,동남교역을 창업했다.이후 1961년 안양역 근처에 인쇄용지 제조회사인 삼덕제지를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기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매출 950억원에 이르는 삼정펄프의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이다.종이 생산량은 국내 2위이지만 소비자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주위에서는 TV광고도 하고,마케팅을 강화하면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그러나 나는 편법을 쓰고 싶지 않다.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사용하며 평가해야지,이미지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지난 해 안양시에 공장부지를 기증할 때도 일부 직원들은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300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면 ‘톱 브랜드’로 키울 수 있을 텐데 미련하게 기부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나의 우직하고 외골수적인 경영철학은 개성상인의 피를 이어받은 결과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거짓말을 하고 속이면 상대를 하지 않았던 개성상인들의 습관이 몸에 뱄기 때문일 것이다.일례로 70m 24롤짜리 화장지팩을 다른 업체들은 언제부턴가 50m로 슬그머니 줄였지만 삼정펄프의 ‘리빙’ 만큼은 70m를 유지하고 있다. -몇년전 세무서 직원이 우리 회사에 왔다가 놀란 적이 있다.은행 무차입은 물론 판공비와 판촉비가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혀를 내둘렀다.허튼 돈 1원도 쓰지 말고 충심으로 제품을 만들어 오직 품질로 승부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다. ●땅을 상품화해서는 안돼 -안양시와 성균관대에 땅을 기증한 뒤에 아직도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부동산 재테크에 미련이 없었느냐는 질문이 그치질 않고 있다.그때마다 생산업자는 생산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말을 들려준다.생산업자에게는 땅값이 올라봐야 무의미한 것이다.사업을 그만 두고 땅을 팔면 생산업자는 갈 곳이 없다.진정한 생산업자는 돈 몇푼 남기겠다고 땅을 팔아버리기 보다는 공장을 못하게 되는 사실을 아파해야 한다. -지난 해 안양시내 한복판에 있던 삼덕제지 공장부지 4364평 기증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대규모 제지회사들이 생겨나면서 300억원에 달하던 안양공장의 연매출이 30% 정도로 떨어졌고,설비를 확장하려고 해도 주변이 도심지라 처리에 고심했다.어느날 집사람이 공장을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기증하자고 제안해 “바로 이 것이다.”라고 무릎을 쳤다. -공장 땅은 땀흘려 번 것이 아니다.노력해서 번 돈이 아닌 만큼 내가 쓸 수는 없다.공장을 운영하며 먼지나 진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항상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안양시민들의 도움으로 회사를 이 만큼 성장시킬 수 있었고 이제 공장을 이전하는 만큼 보상차원에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이곳에 공장을 세운 것은 나지만 계열사들을 거느릴 정도로 회사가 커진 것은 결국 안양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땅은 가꿀 수 있는 사람이 가져야 -이번에 성균관대에 기증한 경기도 포천군 일대 토지 40만여평도 나와 아들들보다 더 좋게 가꿀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자는 차원에서 이뤄졌다.포천 땅은 70년부터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조경·조림사업에 매달려 잣나무와 낙엽송이 수십만 그루에 이를 정도로 울창한 산림으로 탈바꿈했다.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자주 그곳에 들를 수 없게 됐다.이미 아들들에게 상속한 땅이지만 아들들도 가꿀 능력이 안된다고 판단했다.40년 넘게 명륜동에 살면서 인연을 맺었고 조경학과가 있는 성균관대에 기증키로 했다.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정부도 공장 건폐율 규제를 없애야 한다.일본만 해도 병원,학교,공장에는 건폐율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땅을 가지고 투기를 하지 않는 양심적인 기업가에게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부자로 죽는 일은 부끄러운 일 -세아들과 딸에게는 집 한 채 정도씩만 물려줬다.다행히 자식들이 별다른 불만을 달지 않아 고마울 따름이다.지난 해부터 집사람과 나는 여생을 의미있게 마칠 수 있는 계획을 짜고 있다.회사도 크게 일구고 자식들도 잘 키웠는데 인생을 잘 마무리하자는 차원이다.단돈 1원도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지 않은 나도 이렇게 자수성가했는데 자식들은 더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도 기부를 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안양과 포천 땅 기증을 위해 여러 차례 가족회의를 했으나 자식들 모두가 기증에 흔쾌히 동의했다.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내 것보다 남의 것을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자식들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전재준 회장은 부(富)의 사회환원이라는 차원에서 그의 경영원칙은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 만하다.불필요한 것은 갖지 않는 절제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그의 기부의 바탕은 ‘내 것’과 ‘네 것’ 혹은 ‘우리 것’의 구분을 허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도권의 도심에서 공장을 뜯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칭송받을 만한데 엄청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주거지역내 공장부지를 선뜻 공원 터로 내놓는 일은 좀처럼 실천하기 어렵다.성균관대에 기증한 땅도 두 아들에게 이미 상속한 땅을 두 아들의 동의를 얻어 내놓은 것이어서 큰 감동을 줬다. 그러나 이런 전 회장은 정작 본인과 가족에게는 엄격하다.경기 평택,충남 천안,경남 함안 등 3곳에 3만평 규모의 공장을 소유한 탄탄한 기업의 오너이지만 회장 집무실은 보잘 것이 없다.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은 80평에 불과하고 한쪽 구석에 칸막이를 친 집무실이 있다.부인과 그럴싸한 여행조차 하지 않았다.20년전 환갑때 자동차를 타고 동해안 일주를 갔다 온 것이 고작이다. 이 회사 한홍일 상무는 전 회장 책상 모서리에 세워 놓은 우산을 가리켰다.전 회장이 72년 일본에 갔을 때 사왔는데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 [녹색공간] 간이역은 더 이상 없다/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이십여 년 전,어느 무더웠던 여름의 일이었을 것이다.선풍기 바람에 실려 간간이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던 하숙집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고등학교 졸업 후 소식이 아예 끊기다시피 했던 시골의 오랜 벗이었다.설레는 마음으로 봉투를 뜯자마자 시 한편이 얼굴을 불쑥 내민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지금은 어지간히 알려진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지만,당시는 같은 이름의 시집조차 출간되기 전이어서 제목은 물론 시인의 이름조차 생경한 편이었다.‘사평역’이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사실 역시 그때는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기억은 때로 실재보다 선명한 것일까.편지가 지닌 이중의 의미를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벗은 내가 찌는 듯한 더위를 고향 언저리의 겨울풍경에 대한 기억을 통해 이겨내 주길 원했을 것이다.동시에 도회지 생활에 묻혀 작은 정거장으로 상징되는 시골 이웃들의 고단하지만 넉넉한 삶을 잊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사평역에서’가 그려낸 작은 정거장들은 언제부턴가 간이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간이화장실,간이수도,간이식당….낱말 뜻 그대로 풀자면 간이역은 ‘간단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역’이다.실제로는 ‘역이긴 하지만 그 기능이 불완전하여 때로는 역이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는 역’이라는 뜻이 더 강하다. 목적지를 향해 긴 거리를 최대한 빨리 주파해야 하는 직행열차들에게,간이역은 그저 스쳐 지나가면 되는 차창 밖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이때 허름한 역사와 함께 기억의 뒤편으로 썰물처럼 사라져 가는 것은,소박했던 삶의 추억과 기다림에 기대어 분주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가치들이다. 줄어드는 승객과 설비 기계화로 쇠락하고 있는 간이역이 ‘풀꽃상’의 열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한다.선정 이유는 “간이역은 회복해야 할 느림과 반개발의 가치를 절박하게 웅변하고 있으며,파국을 향해 달리는 우리 시대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풀꽃상’ 주관자인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한다는 속도중독증을 상징하는 고속철도가 멀쩡한 산을 뚫고 없어도 되는 다리를 놓으며,우리 산하의 핏줄을 끊고 생명체들을 절단내고 있다.”고 밝혀 간이역 선정이 속도에 대한 물신숭배의 상징인 고속철도를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간이역과 고속철도의 극명한 대비는 단순히 속도와 관련한 가치인식의 차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비둘기호와 통일호는 물론 많은 돈을 들여 지은 지방공항까지 고사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고속철도 건설도,건설경기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주장도,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골프장 230여개를 한꺼번에 허가하겠다는 경제부총리의 발언도 모두 그 뿌리는 토목사업을 벌여야 나라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낡은 믿음과 닿아 있다. ‘공사판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진정한 의미의 간이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이 무더위에 다시 한번 ‘사평역에서’를 꺼내 읽는 이유다.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 [사설] 또 뒤집힌 NLL사건 전말

    일단락된 것으로 발표된 ‘NLL 사건’의 진상이 불과 하루 만에 뒤집혔다.지난 23일 정부 합동조사단은 서해상 무선교신에 대한 보고가 누락된 것은 작전 핵심간부들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그런데 조영길 국방장관은 하루 뒤 국회에서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밝혔다.한 사건에 대한 정부조사단의 발표와 국방장관의 설명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어이가 없다.이러고도 국민들더러 정부의 조사와 국방부·군을 믿으라고 할 수가 있는지 한심하다. NLL 사건은 어찌 보면 단순한 사건이다.북한의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사건에 대해 해군의 작전이 정당했는지,교신 관련 보고가 안된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밝히면 되는 것이다.그런데도 군과 정부가 우왕좌왕하더니 정치권까지 가세해 일파만파의 논란으로 비화시키고 말았다.안보 문제를 이렇게 허술하게 조사하고 처리할 수 있는가. 군의 생명은 엄정한 군기,적절한 작전과 보고체계이며 정부는 이를 정확히 평가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데 있다.그런데도 해군작전 정보보고 과정에 대해 군의 말이 다르고,정부 조사단의 말이 다르고,국방부 장관의 말이 다르다면 국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의혹이 줄어들기는커녕 증폭된 데 대해 청와대나 합동조사단,국방부는 한 점 의혹없이 해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군이 상부의 사격중지 명령이 떨어질 수 있고,언론의 사격부당성 제기로 북한에 역이용당할 것을 우려해 ‘고의로 정보보고를 누락’했다는 조 국방장관의 발언은 심각하다.포격이 수반된 군의 작전이 이런 이유로 정보보고가 누락됐다면 안보와 국기를 뒤흔들 만한 중대한 사안이다.정부 합동조사단의 보고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고 조 장관이 밝혔지만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징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진상을 밝혀 국가안보 능력과 군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 [씨줄날줄] 주부 남편/우득정 논설위원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모름지기 사내란 제몸에 피가 한 말이라도 있다면 여자에게 손을 내밀어선 안 된다.”는 것이 남성들 사이에 금과옥조처럼 전수되던 말이었다.피를 팔아 식솔의 끼니를 때울지언정 사내로서의 자존심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얘기였다.그리고 그 믿음은 1970년대와 80년대 초 수많은 젊은이들을 열사의 땅 중동으로 내몰았다.당시에는 적어도 그랬다.어쩌다가 마누라에게 얹혀 살아야 할 처지가 되면 ‘기둥 서방’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90년대 들어 ‘신세대’라는 단어가 유행병처럼 번지더니 별 희한한 인간 군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남성 전업주부라나.그것도 방송에 당당하게 출연해 요리부터 청소에 이르기까지 전업주부 뺨치는 수준의 가사 솜씨를 뽐낸다.하긴 요즘 20대 남성의 10명 중 7명이 배우자가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다면 기꺼이 가사를 전담하겠다고 응답했다니 여성 전업주부보다 남성 전업주부가 더 많아지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면서 남성의 가사 분담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그래서 피부과를 찾는 주부 습진환자 중 15∼20%가 남성이라는 비공식 통계도 일견 수긍이 간다.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동향 자료에서 고용불황 시대를 맞아 취업을 포기하고 가사활동에 전념하는 남성이 1년만에 6만 9000명에서 12만 8000명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은 시대 추세로 설명하기에는 씁쓰레한 뒷맛을 남긴다. 미국 보건기구(NIH)의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안 일만 하는 남편들은 직장에 다니는 남자들에 비해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82%나 높다고 하지 않았던가.“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권위있는 가장이 되도록 교육받았지,주부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연구대상 참여자의 말처럼 사회적 기대와의 불일치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얼마전 외신은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죽는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한 공격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이 학설도 29년만에 자신의 학설을 뒤집은 스티븐 호킹 교수의 ‘블랙홀 이론’처럼 머잖아 뒤집어지지 않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무장세력, 이라크재건 방해 공작?

    필리핀군의 조기철군에 고무된 이라크 테러단체들이 인질 살해를 내건 협박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파병국들을 대상으로 하던 인질 납치가 비파병국들로까지 확산되면서 테러단체들이 파병국들의 군 철수에서 이라크 재건사업 방해로 목표를 변화·확대시키는 쪽으로 전술을 바꾼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들을 ‘검은 깃발’이라고 자처한 이라크 무장단체는 필리핀 인질이 석방된 지 하루 만인 21일 알아라비야방송에 보낸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쿠웨이트의 ‘유니버셜 서비스’사 소속 트럭 운전사 6명(인도 3명,케냐 2명,이집트 1명)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유니버셜 서비스가 이라크 재건사업을 포기하고 이들 세 나라가 이라크에 있는 자국민들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24일 밤부터 72시간마다 1명씩 처형을 계속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인도와 케냐,이집트는 모두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은 나라들이다.테러단체들이 이처럼 비파병국 국민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에 나선 것은 ▲인질 납치의 목적이 재건사업 방해로 옮겨가고 있고 ▲필리핀처럼 자신들의 협박에 굴복할 나라가 또다시 나올 수 있다는 믿음 아래 납치·협박 공세를 강화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폴란드와 불가리아,일본 세 나라도 이라크에 파병한 병력을 철수시키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다. 알카에다 유럽지부라는 단체는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미국(9·11테러)이나 스페인(마드리드 열차폭탄테러)같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들 세 나라는 모두 협박에 굴복하는 것은 또다른 테러를 부를 뿐이라며 철군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강경인(28·현대차 홍보실) 이미원(28·학원강사)

    [우리 결혼해요]강경인(28·현대차 홍보실) 이미원(28·학원강사)

    대학 1학년 가을,그러니까 96년 10월 MT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저는 긴 생머리에 미소가 예쁜 그녀에게 반해 MT를 갔다 오자마자 연락을 했죠. 무선호출기(삐삐)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절,수업 중 음성메시지가 오면 수업 끝나기만 기다리고,캠퍼스안에 있던 공중전화에 길게 늘어선 줄이 그렇게 야속하던 그 때,경상도 촌놈과 서울 깍쟁이 아가씨의 유쾌한 연애소설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사실 요즘은 회사일 등을 핑계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입대하기 전까지 스무살 한해는 거의 그녀와 항상 함께 했습니다.수업이 끝나면 만나고,집에 바래다 주고,돌아서면 또 보고싶어 밤새 전화하고,자고 나면 또 만나고,그렇게 한 일년을 꼬박 보냈습니다. 좋은 말로 열정적인 사랑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눈에 뵈는 게 없던,갓 스무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죠.그런 시절이 계속된 것은 아닙니다.400페이지 연애소설의 200페이지쯤부터 시작된다는 갈등이 저희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교훈과 함께 이제 소설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지난 5월 춘천 호숫가에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습니다.오래 사귄 커플이다 보니 오히려 더 쑥스럽더군요.‘결혼해 줄래?’라는 한마디 말에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와 올가을에 결혼합니다. 오는 11월21일.우여곡절 끝에 장장 8년간 연재한 연애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가 될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물론 그 날 이후에도 소설은 계속되니까 지켜봐 주세요.To be continued … .
  • [시네마천국]할리우드에 돌아온 ‘킹아더’

    신화와 전설은 아무리 우려먹어도 질리지 않는 할리우드의 ‘밑반찬’인 모양이다.23일 개봉하는 ‘킹 아더’(King Arthur)는 중세 아더왕의 전설같은 무용담을 그린 할리우드 서사액션이다.그러나 ‘카멜롯의 전설’이나 ‘엑스칼리버’ 등 아더왕을 소재로 한 이전의 영화들과는 어법이 사뭇 다르다.결론부터 말하자면,전형적 할리우드 서사액션의 ‘규모’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겐 흡족함을 안기진 못할 것 같다.반면,실존인물이 불멸의 영웅으로 남기까지의 진지한 드라마를 곱씹고 싶은 이들에겐 독특한 뒷맛을 선사할 작품이다. 영화는 역사적 진실에 좀더 가까이 접근하는 특화전략을 구사한다.아더왕 이야기를 다룬 여느 영화들과는 주목한 시점부터 다르다.5세기 암흑시대를 살았던 아더왕의 본명은 루시우스 아토리우스 카스투스.브리튼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의 장교 아더(클라이브 오웬)는 15년간의 복무기간을 채우고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그러나 귀향 하루전날 교황은 색슨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자신의 수제자를 구출해 오라는 특명을 내린다.아더는 랜슬럿(이오안 그루푸드) 등 휘하의 기사들을 다독여 천신만고끝에 구출작전에 성공하지만,결국 대군을 이끈 색슨족의 공격을 받는다. ‘영웅 이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는 아더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싸움터에 나가기 싫어하는 어린 아더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웅변하기도 한다.아더왕을 전설속 인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팬터지 요소는 최대한 절제됐다.예컨대 신검 엑스칼리버가 맥락없이 등장해 신통력을 자랑하는 설정 등은 보이지 않는다. 빙판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대치전 등 몇차례 사실적인 전투장면이 펼쳐진다.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감지할 파괴력은 없다.오락성을 가미하는 데 동원된 가장 강렬한 조미료는 가슴을 질끈 동여매고 칼과 활을 놀리는 여전사 기네비어.아더,랜슬럿과 삼각관계를 이룬 여인으로 인용돼온 기네비어(키라 나이틀리)는 위상이 사뭇 달라진 셈이다.브리튼의 토착부족인 워드족 지도자의 딸로,액션물에 로맨틱 양념을 뿌리는 ‘얼굴마담’ 역할을 뛰어넘었다. 외신에 따르면 제작진은 “지금껏 한번도 접하지 못했을 아더왕을 구현했다.”고 장담했다.1인 영웅주의에 기대 얄팍한 감동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은 믿음직하다.그러나 그런 미덕이 관객들의 아쉬움을 보전해줄지는 의문이다.역사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를 찾지는 않기 때문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네마천국]할리우드에 돌아온 ‘킹아더’

    신화와 전설은 아무리 우려먹어도 질리지 않는 할리우드의 ‘밑반찬’인 모양이다.23일 개봉하는 ‘킹 아더’(King Arthur)는 중세 아더왕의 전설같은 무용담을 그린 할리우드 서사액션이다.그러나 ‘카멜롯의 전설’이나 ‘엑스칼리버’ 등 아더왕을 소재로 한 이전의 영화들과는 어법이 사뭇 다르다.결론부터 말하자면,전형적 할리우드 서사액션의 ‘규모’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겐 흡족함을 안기진 못할 것 같다.반면,실존인물이 불멸의 영웅으로 남기까지의 진지한 드라마를 곱씹고 싶은 이들에겐 독특한 뒷맛을 선사할 작품이다. 영화는 역사적 진실에 좀더 가까이 접근하는 특화전략을 구사한다.아더왕 이야기를 다룬 여느 영화들과는 주목한 시점부터 다르다.5세기 암흑시대를 살았던 아더왕의 본명은 루시우스 아토리우스 카스투스.브리튼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의 장교 아더(클라이브 오웬)는 15년간의 복무기간을 채우고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그러나 귀향 하루전날 교황은 색슨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자신의 수제자를 구출해 오라는 특명을 내린다.아더는 랜슬럿(이오안 그루푸드) 등 휘하의 기사들을 다독여 천신만고끝에 구출작전에 성공하지만,결국 대군을 이끈 색슨족의 공격을 받는다. ‘영웅 이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는 아더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싸움터에 나가기 싫어하는 어린 아더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웅변하기도 한다.아더왕을 전설속 인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팬터지 요소는 최대한 절제됐다.예컨대 신검 엑스칼리버가 맥락없이 등장해 신통력을 자랑하는 설정 등은 보이지 않는다. 빙판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대치전 등 몇차례 사실적인 전투장면이 펼쳐진다.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감지할 파괴력은 없다.오락성을 가미하는 데 동원된 가장 강렬한 조미료는 가슴을 질끈 동여매고 칼과 활을 놀리는 여전사 기네비어.아더,랜슬럿과 삼각관계를 이룬 여인으로 인용돼온 기네비어(키라 나이틀리)는 위상이 사뭇 달라진 셈이다.브리튼의 토착부족인 워드족 지도자의 딸로,액션물에 로맨틱 양념을 뿌리는 ‘얼굴마담’ 역할을 뛰어넘었다. 외신에 따르면 제작진은 “지금껏 한번도 접하지 못했을 아더왕을 구현했다.”고 장담했다.1인 영웅주의에 기대 얄팍한 감동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은 믿음직하다.그러나 그런 미덕이 관객들의 아쉬움을 보전해줄지는 의문이다.역사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를 찾지는 않기 때문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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