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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대통령, 軍檢·육군에 동시 경고 메시지

    盧대통령, 軍檢·육군에 동시 경고 메시지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수사 주체인 군 검찰과 이에 반발하는 양상을 보여온 육군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사실상 동시적인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노 대통령이 14,15일 이틀에 걸쳐 윤광웅 국방장관으로부터 중간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뒤 수사가 적법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방부 신청사에서 김종환 합참의장과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군단장급 이상 핵심간부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적법한 수사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하는 관행은 적절하지도, 적법하지도 않다. 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이번 사건을 잘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신 공보관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군이 스스로 개혁하려는 노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초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군 검찰 수사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한 소문이 전해졌으나, 국방부측은 이날 이를 일단 부인했다. 신현돈 국방부 공보관은 “남 총장이 주한미군 초청 만찬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오후 상경했다가 유효일 국방차관의 요청으로 회동을 갖고 군 검찰의 수사 상황에 대해 설명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군 소식통은 남 총장이 인사참모부 소속의 중령 2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 차관에게 전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군 검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영관 장교와 장성을 잇따라 소환했음에도 조직적인 범죄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채 비리 의혹만 난무한 데 따른 경고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적법한 수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최근 육사 40,41기생들이 구속된 동기생 중령 2명의 변호사비를 모금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인 데 대한 경고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새영화 ‘엘프’

    15일 개봉한 영화 ‘엘프(Elf)’는 덜도 더도 아닌, 딱 크리스마스용 기획 상품이다. 가족애라는 주제, 뉴욕 곳곳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담은 볼거리, 그리고 산타 클로스에 대한 믿음 회복이라는 동화적 팬터지까지 성탄 분위기를 북돋우는데 모든 공력을 기울였다. 엘프는 북유럽에서 전해져오는 전설속의 요정. 영화에 등장하는 신장 60㎝의 작은 엘프는 일년 내내 산타 클로스를 도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드는 재주 많은 요정들이다.‘엘프’는 산타의 선물 보따리에 들어갔다가 북극 요정마을까지 가게 된 인간 버디의 ‘아빠 찾아 삼만리’다.190㎝를 넘는 거구에 연륜을 풍기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정신연령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버디의 좌충우돌 코믹 연기가 영화의 관람 포인트. 하지만 버디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친아빠 월터는 성공을 위해 가정을 등한시하는 일중독자다. 게다가 새엄마는 물론 열살짜리 이복 동생까지 산타든 엘프든 아무것도 믿지 않으니 기가 막힐 노릇. 가족간의 사랑도 회복해야 하고, 산타의 썰매를 날게 하는 연료인 사람들의 믿음도 얻어야 하는 까다로운 임무를 버디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억지스러운 설정과 상투적인 갈등해결 과정 등 허점 많은 영화지만 크리스마스에 온가족이 함께 보기엔 큰 무리가 없다. 천방지축 순진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낸 버디역의 배우는 윌 페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NBC TV시리즈 ‘Saturday Night Live’를 통해 유명해진 코미디 배우다.‘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딥 임팩트’등으로 낯익은 배우 겸 감독 존 파르보가 연출했다. 전체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軍 더이상 흔들려선 안된다

    육군장성 진급비리 의혹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는 그 전개 과정도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육군의 인사비리가 얼마나 심각했기에 창군사상 처음으로 군 검찰이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했는가. 괴문서와 첩보의 신빙성은 밝혀졌는가. 군 검찰은 수사 3주가 넘도록 기껏 실무자인 중령 2명만 구속하고 더이상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는가. 육군은 떳떳하다면 무엇 때문에 반발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왜 새삼스럽게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적법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은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을 책임지는 특수집단이다. 그래서 이런 일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군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을 진 국군통수권자이고, 군은 통수권자에게 충성할 의무가 있다. 비리가 있다면 군 검찰이 그 진상을 밝히면 되는 것이고, 육군은 수사에 협조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런데 마치 한 라인에 있는 군통수권자와 육군, 국방부와 군 검찰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옳지 않다.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최근 국방부차관을 만나 군 검찰 수사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수장으로서 의견을 표시한 것은 이해는 되지만 앞서 전역지원서를 냈고 반려받은 것으로 육군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본다. 장성들의 지휘권에 대한 권위와 사기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럴수록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어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방장관을 통해 “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더욱이 여론몰이식 수사가 되지 않도록 당부했다는 말은 파문의 확대재생산을 경계한 뜻으로 이해된다. 이제 갈등의 소지를 없애는 것은 국방부와 군 검찰의 몫이다. 질질 끌어서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파헤치면 나오겠지 식이 아니라 증거에 입각한 비리사실, 괴문서의 사실관계 입증 등 정교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 소록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소록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한센인(한센병 환자와 병력자) 700여명이 모여 사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1리 소록도. 일본 변호사 65명과 한국 변호사 37명이 일제강점기 때 강제 수용돼 노역에 시달린 이곳 할아버지, 할머니 117명을 대리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특별법을 제정, 강제 수용됐던 일본 한센인에게 1인당 800만∼1400만엔씩 보상했지만, 소록도 주민은 내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한·일 변호사들은 지난 8월 일본 정부의 결정에 불복, 보상청구소송을 냈다. 소록도 한센인들에게 재판과정을 보고하러 가는 변호사들을 동행, 취재했다. ■ 日정부상대 소송 소록도 르포 #1. 할머니와 손녀의 상봉 지난 11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소록도 중앙리 강당을 가득 메운 할아버지, 할머니 50여명이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들을 반갑게 맞았다. 한센병을 앓았던 노인들은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를 타거나 비스듬하게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일본에서 온 여변호사들이 손가락이 뭉개진 할머니 손을 다정히 잡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서툰 한국어로 안부를 묻는다.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꼭 감은 할아버지를 포옹하기도 했다. 미소를 머금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랜만에 손녀딸이라도 만난 듯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이날 일본 변호사 5명과 한국 변호사 15명이 보고대회에 참석했다.10차례가 넘게 이곳을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박영립 인권이사가 “첫 재판(10월25일) 때 장기진(84), 강석우(80) 할아버지가 증언했는데 17일 2차 재판 때 김일임(71·가명) 할머니가 증인으로 나선다.”고 말하자 노인들은 투박한 손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2. 피와 눈물로 얼룩진 ‘소록도’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리면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 도착한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는 소록도(小鹿島)는 선착장에서 돌을 던져도 닿을 듯 가까이 보인다. 선착장과 소록도 사이 거리는 겨우 600m. 섬은 가운데 자리잡은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해수욕장, 왼쪽은 출입이 제한된 한센인 거주지역으로 나뉜다. 김명호(55) 자치회장은 “일제강점기 때 6000여명이 거주하던 섬에는 이제 ‘한센인’ 702명만이 남았다. 평균 연령은 78세이고 한해 노환으로 사망하는 분만 50∼6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1936년에 착공돼 3년4개월만에 완공된 중앙공원은 한센인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졌다. 한센인 6만여명이 강제 동원돼 산림을 베어내고,6000여평의 대지를 조성했다. 암석은 완도 등에서 채취, 운반해 왔다. 나무는 일본과 타이완에서 들여왔다. 장기진 할아버지는 “몇 척의 배를 연결해 뭍에서 섬까지 다리를 만들었어. 우리는 목도라는 장대에 길이 2∼3m, 폭 1∼1.5m짜리 돌 수십개를 매달아 옮겼지. 언덕 위를 오르다 쓰러지면 돌 위에 앉은 일본인이 몽둥이로 마구 때렸어.”라고 회상했다. 중앙공원 한쪽에 자리잡은 붉은 벽돌집도 ‘고통의 역사’를 안고 있다. 시체해부실, 감금실, 단종대(斷種臺·남성불임수술대)…. 김 자치회장은 “일제 때 한센인은 다섯 차례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생이별하며 호적에서 파내져 한번, 자녀를 낳지 못하도록 단종수술 받으며 또 한번, 목숨이 끊어져 한번, 그 시체를 해부해 또다시 한번, 불에 태워 화장하며 마지막으로 죽는다는 것이다. 감금실은 일제 때 노역을 하지 않거나, 소록도를 탈출하다 잡힌 한센인들이 7∼60일씩 갇혔던 곳이다. 실컷 매를 맞은 뒤 감금되면 음식도 없이 추위를 견뎌야 했다. 결혼을 하려면 단종수술을 해야 하는 규정은 2002년 10월24일 국립소록도병원 운영규칙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유지됐다. #3. 오늘도 고통은 계속된다 한·일 변호사들은 진술서를 작성하기 위해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 강제 격리된 상황과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권모(77) 할아버지는 1943년,16살 때 3살 많은 누나와 소록도로 들어왔다고 했다. 경북 안동에 살던 남매는 “소록도에 가면 6개월만에 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일본 순사의 말을 믿고 따라나섰다. 그러나 소록도는 치료는커녕 좁은 방에 10명씩 몰아넣어 강제노역을 시키는 ‘지옥’이었다. 가마니를 짜고, 벽돌을 굽고, 토끼가죽을 만들었다. 당시 한센인들은 한 해 벽돌 140만장, 가마니 30만장, 토끼가죽 1500장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배고픔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동상과 고된 노동으로 멀쩡하던 손과 발은 상처투성이로 변해갔지. 그리고 손목, 발목이 절단되더라고….”권 할아버지의 한숨이 이어진다. 1945년 광복 후 강제노역은 사라졌다. 그러나 강제격리 정책은 66년 말까지 계속됐다.92년에야 소록도에 노령수당이 지급됐고, 이듬해 의료보험 대상자로 선정됐다. 장애인 등록은 94년 9월에 가능해졌다.4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소록도 노인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이들의 생활비는 노령수당 3만∼5만원이 전부다. 한센인 할아버지, 할머니의 애달픈 사연을 변호사들은 한글과 일본어로 옮겼다. 이 진술서는 일본에서 진행 중인 보상청구 소송에 주요 자료로 일본재판소에 제출될 것이다. 12일 오후 변호사들은 노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뭍으로 향했다.“고마우이.” 뭉툭한 손으로 등을 쓰다듬던 할머니를 향해 한 여변호사가 돌아섰다. 그는 차별, 편견과 싸우느라 가냘퍼진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우리는 하나인 걸요.” 소록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소송 앞장 日변호사 구니무네 “인권을 침해당한 한국인도 일본인과 동등하게 보상받아야 합니다.” 일본인 구니무네 나오코(國宗直子·49) 변호사는 2002년 3월부터 소록도 한센인 소송에 앞장서고 있다. 소록도변호단의 일본측 사무국장을 맡으며 14차례 방문했다.12일 한센인 117명에게 받은 진술서를 마무리하던 그를 만났다. 구마모토 출신의 구니무네 변호사가 소록도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키오 에이지(73) 때문이다. 일본 근대사를 전공한 다키오씨는 구니무네 변호사가 1998년 일본 한센인들을 대리해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 승소하자 소록도 얘기를 들려줬다. 1907년 ‘나병예방법’을 제정한 일본은 1996년, 법이 폐지될 때까지 90년 가까이 한센인을 요양소에 강제 격리시켰다. 구니무네 변호사를 비롯한 일본 변호사 200여명은 ‘한센병 예방법 위헌 국가배상 변호단’을 구성, 소송을 냈고 2001년 5월 승소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항소를 포기, 한센병 환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구니무네 변호사는 “일제강점기 때 한국과 타이완에서도 한센인 강제격리정책이 펼쳐졌다는 얘길 접하고 바로 소록도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국적과 관계없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많은 고통을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를 반갑게 맞을 때 눈물나도록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일본 한센인들이 보상금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 소송비용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언어 장벽 탓에 소록도 노인들의 진술서를 받는 게 쉽지 않던 구니무네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우리 일을 대신해줘서 고맙다.”며 발벗고 나섰다. 한·일 변호사 102명은 지난 8월 도쿄 지법에 보상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10월25일에 이어 17일 열리는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구니무네 변호사는 “일본 한센인들은 요양소에서 의식주 해결은 물론 매월 8만 5000엔(약 85만원)씩 받아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한국 한센인들의 생활 여건은 너무나 열악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센인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면 일본 정부에 앞서 한국인들의 편견과 오해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완 한센인 격리지역인 낙생원의 일본 정부 상대 소송도 돕고 있다. 소록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센병에 대한 몇가지 오해 한센인에 대한 두려움과 차별은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가톨릭의대 채규태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한센병은 하늘이 내리는 형벌(天刑)도, 전염성이 강해 격리가 필요한 난치병도 아니라고 말한다. 한센병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어본다. ●한센병은 전염성이 강하다 한센병은 전염병예방법상 가장 낮은 단계인 3군 전염병이다. 결핵의 전염력이 한센병의 2000배를 웃돌 정도다. 특히 일반인은 95% 이상 한센병에 대한 자연 항체를 갖고 있다. 또 리팜피신이란 치료제를 단 1차례 4알(600㎎)만 복용해도 나균의 99.9%는 전염력을 상실한다. 신체는 물론 성접촉, 임신을 통해서도 감염되지 않는다. ●치료하려면 격리조치가 필요하다 1980년대 치료제 리팜피신이 발견되면서 한센병은 통원치료를 받는 병으로 바뀌었다. 전염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손가락·발가락 등 일부 신체기관의 변형으로 수술이 불가피하면 입원하지만, 장기간 격리는 필요치 않다. ●한센병은 난치병이다 한센병은 약물 복용으로 1∼2년이면 완치된다. 예전엔 치료시기를 놓쳐 변형된 손·발로 살아가는 한센인이 많았지만, 최근 발병한 환자들은 피부 반점 정도만 남는다. 치료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몸속 나균은 전염력을 잃는다. ●한센병은 유전된다 1973년 대한나협회가 조사한 결과, 전국 88개 정착촌에 살고 있는 2세 4157명 가운데 한센병에 감염된 2세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가족 가운데 한센인이 있다 해도 감염은 240만명에 한 명 꼴로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한센병 환자가 많다 2004년 1월 현재 한센인은 1만 6801명이다. 대부분 치료가 끝난 사람들이다. 새로운 환자는 해마다 20여명에 불과하다. 소록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본업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홍신 ‘21세기 장총찬’ 쓴다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본업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홍신 ‘21세기 장총찬’ 쓴다

    그 이름은 ‘권총찬’이었다. 그러나 군부의 사전 보도검열 때문에 ‘장총찬’으로 바뀌었다. 장총찬의 아버지는 서부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장총을 든 주인공들이 악의 무리를 죄다 쓰러뜨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래서 아들 이름을 장총찬으로 지었단다. 어쨌든, 그는 1980년대의 ‘인간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당대를 풍미했다. 소설가 김홍신(57).1년전 이맘 때 국회의원직을 돌연 사퇴했다.4개월 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재도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500여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젠, 정치무대와 완전 고별하고 본업인 작가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시집을 하나 내놓아 ‘시인’으로서 명함을 추가했다. 그는 서슬이 퍼렇던 80년 군사정권 시절에 ‘인간시장’의 장총찬을 배짱으로 등장시켰다. 이는 신군부를 겨냥하는 모습처럼 비쳐졌다. 원고는 살얼음 걷듯이 아슬아슬하게 검열대를 통과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결국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에서도 100만부 이상 팔릴 수 있다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정치판에서 새로운 무공을 쌓은 그가 이제 ‘21세기 장총찬’을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내년 2월 수필집을 낼 예정이다. 소설, 시, 수필 등 장르를 자유자재로 뛰어넘으며 작품세계가 더 깊어지는 듯하다. 지난 3월에는 부인과 사별하는 등 인생의 전환점도 맞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자택에서 2시간 동안 만났다. ●내년 봄 달라이 라마 만날 것 서울고 뒤편에 위치한 그의 집은 2층 단독주택이었다.20년째 살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1만여권의 각종 서적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지하창고에도 골동품 같은 서적들이 1만여권 있단다. 그러나 몇해전 동파이프가 터져 물벼락을 맞는 바람에 소중한 자료들이 못쓰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창밖을 넌지시 바라본다. “빚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빚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종로구민한테도 그렇고, 부모님, 국가, 민족에게도 빚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빚을 갚을 수가 없어요. 대신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용서하고…. 그렇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정치인 8년이면 작가로서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자 소재가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어령씨도 정치판에서 얻은 경험을 잘 살려보라고 권유했지만 실명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뒤따른다.”고 했다. 이어 “작가는 등장인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전지적 능력은 있지만 옳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 “선과 악에 대한 공정성과 공평성, 또 작가가 옳다고 하는 확증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 산이 하나 있습니다. 동쪽에서 보면 서쪽산이요, 서쪽에서 보면 동쪽산입니다. 동과 서, 방향에 따라 주관이 각각 다릅니다. 객관적일 필요가 있지요. 사실, 태양이 뜨고 진 적이 한번이라도 있나요. 지구 자체가 돌고 있을 따름이죠. 인생이라는 것이 갈등이고 목마름입니다. 물이 흐르는 이유는 산과 땅이 꾸불꾸불 삐뚫어져 있기 때문이죠. 우리 인생은 물 흐르듯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떤 도의 경지에 이른 수사(修辭)처럼 느껴졌다. 김씨는 가톨릭 신자이면서 불교철학에도 조회가 깊다. 지난해 3월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과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며 침묵의 걷기 명상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는 또 내년 봄, 티베트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달라이 라마와 직접 만나 초청의사를 전달하고 수행과 정진의 깊이를 몸소 체험할 예정이란다. 그는 이어 책상에 올려진 의정활동을 담은 500쪽짜리 두툼한 책자를 꺼내들며 “이런 책이 여덟권이나 된다.”고 웃었다. “글쓰던 사람이 정치 하니까 처음에는 주위에서 우려와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저는 정말 열심히 (의정활동)했습니다. 옳은 일에 앞장서고 쓴소리도 많이 했지요. 나중에는 ‘저런 사람이 정치를 왜 진작 안했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요즘 문학계 인사들을 만나면 ‘자존심을 세워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그의 언행은 거의 날마다 매스컴에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칼날같은 매서움으로 공무원들을 몰아붙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미워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가장 믿음직한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는 절대 발설하지 않는 신뢰와 관용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트북’ 같은 예쁜소설도 구성중 ‘21세기 장총찬’은 언제 탄생하느냐고 물었다. 즉 ‘신(新)인간시장’이다. 그는 정치판의 이런저런 경험을 살려 책을 쓴다면 적어도 10여권짜리는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구상 단계는 이미 끝났음을 암시했다. “(80년대 장총찬보다)정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물을 그리고 싶습니다. 가령 아주 매끄러운 정원석이 있지 않습니까. 돌을 깨서 서로 막 돌리면 나중에 예쁜 정원석이 됩니다. 젊어서는 강한 기질로 사회를 비판하고 기존의 윤리와 도덕을 거부하려는 몸짓, 그런 과정을 통해서 숙성됩니다. 이제는 거친 응징이 아닌,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응징을 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담담한 인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림이 약간 그려진다. 거침보다는 부드러움, 튀는 것보다는 담담한 인물이 생각났다. 이같은 ‘신인간시장’도 쓰겠지만 영화 ‘노트북’같은 예쁜 소설도 써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의욕이 새록새록 생긴다는 것. 이미 자료수집이 다 끝난 작가적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최전방 소대장 때 北장교와 총격전 그는 충남 공주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걸레질, 변소청소 등 집안의 온갖 굳은 일은 도맡아 했다. 얼마나 혹독했던지 처음에는 계모로 여길 정도였다. 하루는 친척뻘 되는 아이를 두들겨팬 일이 있었다. 그쪽 집안의 5형제가 와서 보복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을 길가 나무에 새끼줄로 꽁꽁 묶어놓고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루종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네사람들이 수십번 만류해서야 겨우 일어섰을 정도였다. 또 한번은 동네의 곱추를 놀렸다가 호되게 맞았다. 그런 다음 장애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보란듯이 음식을 마련해주었다. 거짓말하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용서 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이는 오늘날의 ‘김홍신’을 있게 한 토대가 됐다. 건국대학 3학년때 대학신문 문화상에 소설이 당선됐고 4학년 때는 전국 문화예술축전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졸업 후 광주보병학교에서 장교훈련을 받고 6사단 최전방 철책근무 때였다.71년 7월 1일 새벽. 그는 북한군 장교 3명을 발견 총격전 끝에 전원 사살하는 무공을 세웠다. 마침 이날은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 날. 언론 등에 의해 무공이 부풀려지면서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행이 곧 닥쳤다. 거적을 아무렇게나 덮어 가매장된 북한 장교의 시신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무를 깎아 십자가를 만들었다. 이어 소대원들과 기도를 했다. 그러자 빨갱이로 몰려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때 “죽은 자는 흙이다. 영화에도 보면 적장이 죽었을 때 경례를 붙이지 않느냐.”라고 대들었다. 80년대 중반에는 실천문학운동에 뛰어들었다. 고은, 이호철, 신경림, 송기숙, 백낙청, 이문구 등과 인권운동에 매달렸다. 그러던중 하루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불러 “머리 깎은 내가 하랴,(정치판에)참신한 젊은이가 있어야 해.”라고 권유했다. “인생은 일회용 휴지와 같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기에 살아있는 동안 행복해야 합니다.”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지우지 못해서인지 가급적 외출은 삼가고 있다. 청탁받은 칼럼, 또 소설쓰는 일 등 할 일도 많단다. 집안 일은, 챙겨주는 아주머니가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단다. 주위에서 그를 가리켜 “체형은 왜소하지만 사회를 관통하는 깊이와 날카로움은 무궁무진한 사람”이라고 주저없이 표현한다. 최인호씨 역시 “첫 모습은 작지만 금방 6척장신을 능가하는 풍모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21세기 장총찬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km@seoul.co.kr
  • 15일 국립민속박물관 ‘한반도와 바다’ 특별전

    바다를 무대로 한 우리 민족의 해상교류와 바닷가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명하는 ‘한반도와 바다’ 특별전이 15일부터 내년 2월14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된다. 민속박물관과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특별전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1부 ‘바다가 있다’에선 고지도와 회화자료, 해저 출토품, 전남 완도 청해진 유적 출토품을 비롯한 바다 관련 유물 100여 점이 출품된다. 고지도와 회화자료들은 우리 바다가 조상들에게 어떻게 인식됐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조선전기에 세계전도로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1402년, 모사도), 넘실대는 파도의 형상을 굵은 선으로 표현한 조선후기 화가 백은배 의 산수도(山水圖)가 특히 볼 만하다. 백은배의 또 다른 작품인 해상군선도(海上群仙圖)나 이인상의 신선도해도(神仙渡海圖) 등에 표현된 바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자 선인들의 공간으로 상징화된다. 2부 ‘바닷길’에선 바다가 문화교류의 길이었음을 부각하기 위해 신안해저유물을 비롯해 서남해안 각지에서 발견된 바다 관련 유물을 한 코너에 모았다. 장보고와 그가 이룩한 문화의 흔적인 청해진 유적 출토 유물도 등장한다. 비녀, 바늘, 은제요대장식 등 청해진 출토 유물들은 장보고가 청해진을 본거지로 9세기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좌지우지했던 흔적을 잘 보여준다. 3부 ‘바닷가 사람들의 삶과 믿음’에선 뻘배 혹은 낙지가래 등 오랜 기간 갯벌에서 사용되어온 채취어구를 통해 바닷가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본다. 소망과 액운을 바다에 실어보내는 위도띠배놀이를 재현하는 간접 체험의 장도 마련했다. 이밖에 4부에선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소리, 몽돌소리, 해녀들의 노래, 멸치잡이 노래, 동·서해안의 풍어제 등 바닷가 사람들의 땀과 노래를 소리로 느끼는 자리가 마련되며,5부에선 사진작가가 카메라로 담아낸 다양한 바다의 자태를 구경할 수 있다.(02)3704-3154.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말말말˙˙˙

    문학은, 특히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의 안목과 인식으로 번역되지 않고는 어떤 세계도 드러낼 수 없듯이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 없이는 어떤 문학도 우리를 감동시킬 수 없다.-우리 시대의 작가 71명이 문학에 들어선 사연, 글 쓰는 이유 등을 고백한 책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열화당)에서 이문열씨가-
  • 연말 영화 볼까 공연 볼까

    연말 영화 볼까 공연 볼까

    [영화] 올 연말 극장가의 강자는 어떤 작품이 될까. 스펙터클, 팬터지, 액션, 어드벤처가 그 충족조건이라면 올해도 어김없이 이를 모두 갖춘 작품 두 편이 대격돌을 앞두고 있다.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24일 개봉)와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15일 개봉). 모두 애니메이션이지만, 블록버스터 실사영화 못지않은 규모와 재미로 전연령대의 관객을 무장해제시킬 채비를 갖췄다. #1 스토리-X마스의 꿈 vs 슈퍼영웅 가족 크리스마스하면 산타, 눈, 선물꾸러미 등이 떠오른다면 ‘폴라‘는 최고의 선택이 될 듯. 크리스마스 이브 북극행 열차에 몸을 실은 소년의 모험과 환상을 그린 이 작품은 어른에게는 잊고 살던 부푼 동심을 일깨우고, 아이에게는 크리스마스만의 환상여행을 선사할 만한 작품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차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여질 정도로 실감나는 화면이 재미의 핵심. 하지만 산타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던 한 아이의 여행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그 바탕에 깔았다. ‘폴라‘의 주제가 다소 뜬구름처럼 느껴진다면,‘인크레더블’의 슈퍼영웅 가족에 눈을 돌려보자. 무적의 힘을 가진 밥과 몸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헬렌. 초능력으로 약자를 구하는 영웅이 됐지만 영웅을 원하지 않는 여론에 밀려 평범한 가장과 주부로 15년을 살게 된다. 초스피드로 달리는 아들과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딸에게도 평범함을 강요한다. 하지만 밀려드는 공허함으로 밥은 딴생각을 품고, 악당의 음모에 걸려들자 이젠 온가족이 힘을 모은다. 전형적인 슈퍼영웅 스토리지만, 가족을 위해 열정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버지나 특별함보다는 다수에 맞춰 살아가길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 등은 현실과 비춰 다양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2 캐릭터-진짜 사람같네 vs 개성 톡톡 ‘폴라‘를 보는 동안엔 내내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듯한 입체감과 사실성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이나 눈꺼풀의 움직임 등은 진짜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을 줄 정도. 캐릭터나 사물의 과장보다 실물의 느낌이 강조된 이유는, 실사영화로 그릴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니메이션을 활용했기 때문이다.“실사영화로 만든다면 거대한 빙판 길을 미끄러지는 기차 등을 어떻게 표현하겠느냐.”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말은 이 작품의 의도를 잘 설명해 준다. 반면 ‘인크레더블’은 애니메이션만이 가지는 과장된 표현을 십분 살렸다. 캐릭터의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밥의 불뚝한 배나, 헬렌의 기다란 팔 등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캐릭터들은 개성이 넘친다. 하지만 머리카락의 출렁임이나 인물의 움직임은 ‘폴라’ 못지않게 사실적이기도 하다. #3 테크닉-퍼포먼스 캡처 vs 3D애니메이션 이같은 시각적 차이는 두 작품이 각각 끌어다 쓴 기술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폴라‘의 모든 캐릭터는 퍼포먼스 캡처라는 기술을 이용해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 다이버 복장 같은 수트에 광반사 물질로 된 60개의 표식 장치를 달고 얼굴과 머리에도 150여개를 달아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쳤다. 배우 톰 행크스가 소년, 차장, 소년의 아버지, 떠돌이, 산타 등 1인 5역을 맡았고, 소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목소리를 변조해서 사용했다. 기차안에서 핫 초콜릿을 나르며 화려한 춤을 보여주는 장면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것이다. 인간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폴라‘와 달리 ‘인크레더블’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3D애니메이션이 창조해낸 세계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들이 몸속 골격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개성적인 얼굴에 사실적인 움직임을 덧입혔고, 보통의 애니메이션보다 3배나 많은 100여개의 세트와 ‘몬스터주식회사’보다 600개나 많은 쇼트는 속도감과 스케일을 살려냈다. 목소리 연기는 크레이그 넬슨, 홀리 헌터, 사뮤엘 잭슨이, 감독은 ‘아이언 자이안트’와 TV물 ‘심슨 가족’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이런 영화도 있어요 올 연말엔 크고 작은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온가족이 함께 볼 만한 크리스마스용 영화가 많다. 미리 계획을 짜서 ‘찜’해 두자. ● 온가족이 함께 요정들이 사는 북극에서 성장한 주인공이 부모를 찾아 뉴욕에 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엘프’(15일 개봉)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어릴 적 살던 집에 찾아가 크리스마스 빌붙기를 시도하는 밴 애플렉 주연의 ‘서바이빙 크리스마스’(24일) 역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코미디. 마법에 걸려 할머니가 된 소녀가 마법사 하울의 성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을 담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4일)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연인 혹은 친구끼리 우아한 뮤지컬의 선율에 푹 젖고 싶다면 ‘오페라의 유령’을, 사소한 일에 토닥거리는 연인들에겐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10일)을 추천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작가 아버지와 불만투성이인 딸의 갈등을 진지하고도 유쾌한 시선으로 담은 프랑스의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앳미’(24일)도 기대할 만한 작품. 조선인이지만 일본의 영웅으로 살아간 역도산을 그린 한·일합작영화 ‘역도산’(15일)은 이 즈음 스크린에 걸려 있을 유일한 한국의 블록버스터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공연] ■ 기다렸던 콘서트 vs 色다른 공연 서서히 매서워지는 추위, 그보다 더 혹독하게 느껴지는 경제한파. 악조건 속에서도 연말은 어쨌든 공연계의 대목이다. 바쁘게 사느라 변변한 추억거리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많은 이들이 볼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이에 편승해 이번 주말부터 웬만한 공연장에는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힙합-분위기 업에는 역시 힙합 한국적 힙합의 대명사가 되고픈 ‘무브 패밀리’가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11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파티를 겸한 콘서트를 연다.‘힙합계의 대부’ 바비 킴에서부터 드렁큰 타이거, 다이내믹 듀오,t(윤미래) 등이 1부 콘서트를 맡고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파티에서는 양동근, 에픽 하이,PK커넥션이 실력파 DJ들과 함께 열광적인 무대를 선사한다.(02)784-5118. 한 주 뒤인 17∼18일,‘한국 힙합의 선두주자’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가 홍대 롤링홀에서 독상을 차린다.5집까지 낸 힙합 가수로서의 내공을 아낌없이 보여줄 듯.‘무브 패밀리’도 이번 콘서트에서 다시 한번 뭉친다.(02)333-0305. ●포크-포크 그룹…어쿠스틱한 향기 일본 내 한류 확산에 일조를 하고 돌아온 3인조 포크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이 17∼19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오랜만에 팬들과 만난다. 지금까지 했던 공연 가운데 ‘베스트5’를 선정, 앙코르 무대로 선보일 예정이다.(02)567-1318. 감미로운 멜로디와 정곡을 찌르는 가사로 귀를 즐겁게 해온 여행스케치는 현재 대학로 질러홀을 ‘전세’냈다. 내년 1월2일까지 기간별로 ‘송구영신’‘크리스마스’‘근하신년’ 등 세 가지 테마로 공연을 진행한다.(02)741-9700. ●7080-노장들의 힘…추억은 끝나지 않았다 올 한해 콘서트 현장을 휩쓸었던 ‘7080바람’ 아래 송창식 최백호 윤시내 정태춘&박은옥 한영애 등 빛깔 다른 가수들이 뭉친다. 타이틀은 ‘오색오감’ 콘서트. 긴 세월을 무대와 함께 해온 노장들의 저력이 빛날 듯.14∼15일 오후 7시30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02)454-6114. 데뷔한 지 어느덧 18년, 하지만 언제나 젊은 오빠인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전태관이 29∼31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유쾌한 콘서트를 연다.5년째 팬들과 공연장에서 새해를 맞아온 팀답게 ‘한잔의 추억’‘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주옥같은 노래와 연주로 올 한해 마지막 밤을 화끈하게 책임진다.(02)522-9933. ●女風-여성 보컬들의 활약 발라드 가수 린은 11∼12일 오후 7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감성적인 무대를 연다. 사랑과 삶, 추억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풀어낼 예정. 그녀의 파격 변신이 기대된다.(02)874-8707. 변진섭의 노래 ‘너에게로 또다시’를 절절한 음색으로 리메이크해 사랑받았던 서영은.30∼31일 삼성동 섬유센터에 가면 그녀의 섹시한 춤까지 볼 수 있다. 소니뮤직과 정식 계약을 맺고 일본에서 영역 확장 중인 박화요비는 24∼25일 장충체육관에서 분위기를 한껏 잡는다.4집 앨범 타이틀곡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업’시키기에 딱이다. ●이밖에-색다른 걸 원한다면 젊은 마술사 최현우의 ‘사랑을 부르는 매직콘서트’에 가보자.17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콘퍼런스룸. 최현우는 드라마 ‘매직’에 출연하면서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마술 기술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물. 지난 9년간 쌓아온 마술 비법을 이 무대에 쏟아붓는다.(02)3444-3480. CCM 아티스트 송정미는 18일 오후 3시·7시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는 콘서트를 연다.CCM 공연이 기독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줄 듯.(02)333-0305. 유영석과 노영심은 나란히 신촌에서 피아노 선율을 퍼뜨린다. 유영석은 31일 서강대 메리홀.(02)588-5474. 노영심의 무대는 24∼25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이다.(02)522-9933. 이밖에 얼마 전 전역한 가수 홍경민이 18∼19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화려한 복귀 공연을 펼친다. 군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 애인과 함께 오는 국군장병들에게 할인혜택도 준단다. 또 스포츠와 콘서트의 접목을 시도한 새로운 컨셉트의 공연으로 전국을 휩쓸었던 김건모도 24∼25일 같은 장소에서 ‘연장전’ 공연에 들어간다.(02)522-9933.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크리스마스를 들어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캐럴 음반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기발랄한 인디 밴드들과 ‘오버’무대를 주름잡는 가수들이 각각 뭉쳐 비슷한 컨셉트의 음반을 냈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미츠 카바레 사운드(Christmas Meets Cavare Sound) 인디 레이블 카바레사운드 소속 가수들이 참여한 크리스마스 캐럴 컴필레이션 음반. 여성 2인조 메리고라운드가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상큼하게 첫 트랙을 돌면 로큰롤 밴드 오!부라더스의 장난기 넘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뒤따르고, 이어 플라스틱 피플의 안재한이 포근함을 선사하는 기타 연주(Wish Me A Merry Christmas)로 긴장을 풀어준다. 이밖에 다방밴드, 갑균이네, 미스터 펑키 등 실력 짱짱한 밴드들이 ‘조이 투 더 월드’‘루돌프 사슴코’ 등을 들려준다. 총 13곡. ●크리스마스 스토리(Christmas Story) 윤도현 성시경 토니안 바다 김조한 버즈 이정 서문탁 에즈원 앤 제이 페이지 솔플라워 나윤권. 이질감 강한 14명의 가수들이 그리는 크리스마스는 이들이 부른 캐럴만큼 다를 것이다. 윤도현은 ‘실버 벨스’를 보다 강하게 울리고, 서문탁은 ‘블루 크리스마스’에서 우울한 감성을 선보인다. 록 사운드에 실려 재해석된 버즈의 ‘징글 벨 록’ 등 기존 캐럴의 변주가 듣는 맛을 꽤 느끼게 해준다.‘아틀란티스 소녀’‘휠릴리’ 등을 만든 히트 제조기 황성제가 만든 ‘세상 가득 사랑을’에서 참여 가수들의 돋보이는 하모니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캐럴을 새롭게 편곡한 13곡과 신곡 3곡 등 총 17곡이 수록돼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儒林(238)-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38)-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이처럼 10년 사이에 뛰어난 외교활동으로 다섯 나라의 정국을 임의로 조종하였을 뿐 아니라 사기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올 만큼 거부가 된 자공은 따라서 당대에는 오히려 스승 공자보다 더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논어에는 권신들이 공자보다 자공이 더 현명하고 빼어난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고 있는데, 그 내용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숙손무숙(叔孫武叔)이 어느 날 조정에서 한 대부에게 말하였다. ‘자공이 공자보다 더 현명하다.’ 이 말을 들은 자복경백(子服景伯)이 자공에게 전하자 자공이 대답하였다. ‘궁궐의 담에 비유하자면 나의 담은 어깨정도의 높이여서 담 너머로 궁궐속의 훌륭함을 엿볼 수 있으나 선생님의 담은 여러 길의 높이라 정식으로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궁궐과 종묘의 아름다움이나 여러 관저의 화려함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문을 찾아가는 사람은 드뭅니다. 따라서 숙손무숙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논어의 자장(子張)편에는 또 다른 이야기도 실려 있다. “진자금(陳子禽)이 자공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겸손해서 그렇지 공자가 어찌 당신보다 더 현명하겠습니까.’ 이에 자공이 말하였다. ‘군자는 말 한 마디로 지혜롭다고도 하고, 또 말 한 마디로 무지하다고도 하는지라 말을 삼가지 않으면 안 되지요. 선생님에게 우리가 미칠 수 없는 것은 마치 하늘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갈 수 없음과 같소. 선생님께서 일단 나라를 맡아 다스리기만 한다면 이른바 백성들을 세워주어 곧 그들이 자립케 하고, 백성들을 인도하여 곧 그대로 행하게 되고, 백성들을 편안케 해주어 곧 모두가 따르게 하고, 백성들을 고무시켜 곧 모두가 평화롭게 될 것이오. 선생님께서는 살아계시면 영광을 받으시고, 돌아가신 후에는 애도(哀悼)를 받으실 것이니, 어찌 그런 분에게 내가 감히 미칠 수가 있겠소.’” 그러나 권신들은 여전히 공자에 대한 비방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공자에 대한 비방을 제자인 자공이 훨씬 현명하다는 반어법으로 교묘하게 구사하곤 했는데, 이는 일종의 이간질이었다. 무릇 평화는 이간에서부터 깨어지는 법. 이는 예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성경에 보면 수많은 율법학자들이 예수의 마음을 떠보고 있다.40일간의 단식 끝에 광야에서 받은 악마의 유혹도 결국은 하느님과 예수와의 이간질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무릇 사람들의 칭찬은 대부분 이간질을 부추기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것. 이 유혹에 넘어간다면 허영심은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믿음과 사랑은 깨어지는 것이다. 이간질의 최대효과는 비교법으로, 비교법은 인간의 우월감을 자극하는 최고의 미끼인 것이다. 따라서 예수가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라고 선언하였던 것은 위선을 통타하는 만고의 진리인 것이다. 따라서 그 무렵의 권력자들은 공자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자공의 재능을 칭찬하였으며 자신들의 속물근성을 항상 질타하고 있는 불편한 존재인 공자를 죽이기 위해서 달콤한 칭찬을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편한 존재.’ 인류의 스승인 예수와 공자 그리고 석가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에게는 불편한 존재이며 ‘반대 받는 표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이 지닌 권력욕과 명예욕과 육욕의 속성 반대편에 서서 영원의 진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 [길섶에서] 소주병, 와인잔/신연숙 수석논설위원

    동료와 함께 제법 격이 있는 한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식사와 함께 소주를 주문하자 소주병이 근사한 게 나왔다. 투명한 유리 호리병 중간에 홈이 파여 얼음이 채워져 있었다. 디자인에 감탄을 하고 있는 내게 동료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소주는 투박한 소주병이 제격인데….” 우리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곤 하는 친구 중엔 와인 마니아가 있다. 그의 여행 짐 속엔 으레 하루 2병분의 와인과 함께 와인잔 상자가 들어 있다. 아이 머리 크기만한 와인잔을 4개나 넣어 짐이 웬만큼 커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포도주는 크리스털 잔에 마셔야 맛이 난다니까.” 하긴 지난여름 콘도의 데크에 테이블을 옮겨 놓고 달빛에 와인글라스를 부딪치던 느낌은 별다른 것이긴 했다. 소주병과 와인잔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건 팬터지일 것이다. 푸르스름한 소주병에 삶의 고단함을 녹여 주는 푸근함이 있다는, 혹은 반짝이는 크리스털 잔에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여유가 있다는 믿음. 이런 환상이 있어 우리는 끊임없는 시련 속에도 발걸음을 옮길 힘을 얻는다. 삶의 위안을 주는 자신만의 팬터지를 누가 탓하리.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기독교 NGO의 미래/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최근 기독교 NGO 출발은 때늦은 감이 있다.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지금쯤은 성숙한 모습으로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 오해도 많고 변명도 많다. 어느 종교치고 교리적인 면과 사회적인 면이 겹치는 부분이 없겠는가. 교리적인 부분에만 치중한다면 세상을 외면한 도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사회적인 면에만 치중한다 해도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교회의 참 모습은 바다 위에 떠있는 배와 같다. 배가 교회라면 바다는 세상과 같다. 아무리 큰 폭풍이 오고 파도가 거세게 쳐도 배는 바다 위에서 항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며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만 세상의 방법이나 법칙이 교회를 지배하게 하면 침몰하게 된다. 바다의 물이 배 안에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끊임없이 물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구원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NGO의 모습이다. 진정한 기독교 NGO를 하려면 첫째, 동기나 행위가 순수해야 한다. 집단의 힘을 믿거나 물리적인 힘을 의지해서 여론을 만들려는 유혹을 단호히 거절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정치적인 사안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인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NGO의 목적은 예수님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신뢰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말씀의 원칙과 방법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다.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여론의 향방에 의해 의사를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서 원칙을 지키며 순교를 각오하면서 화해자로 존재하는 것이다. 고집과 믿음은 다르고 겸손과 아부는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기독교 NGO는 이 사회의 기준과 방향을 세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어떤 혜택과 이익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나 빈손이어야 하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서 살면 부끄러움이 없다. 기독교 NGO는 기싸움이나 말싸움이 아니라 자기희생이요, 헌신이다. 그것은 분노와 미움이 아니라 사랑과 긍휼이다. 그래서 어떤 이익이 생길 때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피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는 여유가 필요하다. 넷째, 비폭력이어야 한다. 폭력에는 언어의 폭력이 있고 정신적인 폭력도 있다. 진실을 말하고 사실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지 상대방에게 주먹질을 하고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쥐를 잡으려다 장독을 깨서는 안 되며 빈대를 잡으려고 집에 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것을 고치자는 것이지 상처주자는 것이 아니고, 개혁하자는 것이지 혁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NGO를 보고 환영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환영인가 비판인가가 아니라 정도를 걷고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기독교의 존재 모습은 세상을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한 복판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 NGO에 바라는 것이 있다. 첫째, 이 세상에 거리끼거나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등대가 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빛이 어둠을 밝혀 주듯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기독교 NGO는 이 세상의 소금이 되어 부패를 막고 음식에 절묘한 맛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 구부러진 것을 곧게 하기를 바란다. 셋째, 기독교 NGO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누룩이 되기를 바란다. 갑자기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듯 변하는 것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월드이슈-위기의 신문시장] 위기 세계 신문시장…생존 몸부림

    [월드이슈-위기의 신문시장] 위기 세계 신문시장…생존 몸부림

    신문시장의 최대 위기 봉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터넷 신문과 무가지 등 새로운 경쟁매체의 대거 등장과 독자 감소,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수입 축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는 일. 각 국의 신문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신문들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는가 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도, 자부심도 팽개친 채 대변혁을 서두르고 있다.‘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란 슬로건 아래 읽기 쉬운 타블로이드 판으로 바꾸거나 시각적인 신문으로 편집체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저마다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신문시장의 현실을 짚어본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국가 대부분의 종합일간지들은 위기를 호소한다. 신문업계가 취약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독자층의 감소 ▲새로운 매체의 부상 ▲광고수입 감소를 꼽는다. ●일간지 위기는 세계 공통의 현상 관련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차대전 이후 규칙적으로 신문을 읽는 습관이 꾸준하게 줄어왔다. 20세를 기준으로 볼 때 1960∼70년대에는 40%가 규칙적으로 신문을 읽었지만 80년대 들어 30%로 줄었고 오늘날의 인터넷 세대는 20%만이 신문을 규칙적으로 읽는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무가지와 인터넷 매체의 등장이다.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무가지가 출퇴근길 지하철과 거리에서 유료신문을 밀어내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24시간 뉴스채널, 인터넷 뉴스서비스가 기존 신문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광고수입도 줄어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광고수입의 감소도 어려운 문제다. 프랑스의 경우 2003년 인쇄매체의 광고수입은 2000년에 비해 38%나 줄었다. 프랑스에서 최고 발행부수(34만부)를 자랑하는 유력지 르몽드는 2003년 그룹 손실액이 2500만유로에 달했다. 급기야 르몽드 경영진은 지난 9월20일 특별이사회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기자 35명 포함,9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었다. 르몽드의 주간 문화전문 섹션 ‘아덴’도 오는 12월22일부터 발행이 중단된다. 프랑스의 유일한 석간신문인 르몽드는 배달비용 절감을 위해 조간 전환을 검토 중이다. 1950년대 하루 100만부 이상 팔리던 대중 일간지 ‘프랑스 수아르’는 하루 판매량이 7만부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집트 출신 부호 레몽 라카르에 매각됐다. 그나마 현상유지를 해 온 르피가로는 최근 항공산업 재벌 세르주 다소가 매입했다. 대표적 좌파신문인 리베라시옹은 재정난 타개를 위해 기업가 에두아르 드 로칠드와 경영권 인수협상에 들어갔다. ●독자의 변화에 맞춘 변신 시도 독자들은 예전에 비해 수적으로 현격히 감소하기도 했지만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 또한 크게 바뀌었다. 이같은 독자들의 기호변화에 발맞춰 신문들은 읽을 거리, 볼거리 위주로 내용을 바꾸고 보다 읽기 쉬운 타블로이드판으로 판형을 바꾸려고까지 하고 있다. 영국의 신문시장은 전통적으로 고급지는 대형, 대중지는 타블로이드판으로 구분돼 왔으나 지난해 10월 인디펜던트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도시의 독자들을 겨냥해 타블로이드판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잇따라 대형 판형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는 11월1일자부터 기존의 대형 판형을 폐지하고 타블로이드 판형으로만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에서 영자지의 출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르몽드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발췌,1주일에 한번씩 영자 섹션을 발행해오고 있고, 주인이 바뀐 프랑스 수아르는 프랑스내 외국인과 국내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한 영자 신문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수요와 기대를 정확하게 파악, 지면 개선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뷔르츠부르크에서 발행되는 마인포스트는 신문 발행 당일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리더스캔’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리더스캔은 독자가 특정기사를 읽을 때 스캐너 기능을 하는 전자펜으로 시작 부분과 끝낸 부분을 표시하도록 한 뒤 이 자료를 중앙컴퓨터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젊은 층 정기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방뉴스보다는 전국적인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고, 수준높은 문화기사보다는 전날 저녁 TV뉴스에 나온 화제기사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사의 도입 문장이 좋을 경우 독자 반응이 좋고, 사진이나 그래픽이 있는 기사가 텍스트만 있는 기사보다 더 관심을 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마인포스트의 미카엘 라인하르트 편집인은 “이처럼 편집을 혁신하자, 종전 7%였던 열독률이 8.5%로 높아졌다.”고 반색했다. lotus@seoul.co.kr ■ 美 “변화만이 살길이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경제대국 미국에서도 신문 산업이 어려운 것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다. 미국 신문의 고전은 ▲독자들의 변화에 둔감한 기자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등 편집상의 요인 ▲뉴미디어 등장에 따른 영향력 축소 ▲수익성 감소로 인한 노동여건 저하 등 경영상의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신문이 독자와 유리됐다” 미국 신문의 발행인 및 편집자 모임인 ‘에디터 앤드 퍼블리셔’는 1일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의 신문은 오랜동안 미국인의 신념, 특히 종교적 믿음과 유리돼 신뢰를 잃게 됐다.”는 반성의 글을 올렸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신문은 211개사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신문 197개사보다 많았다. 이를 부수로 환산하면 2080만부 대 1460만부이다. 특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의 다수가 케리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부시 대통령의 완승이었다. 언론계에서는 “리버럴한 성향을 가진 기자들이 미국 사회 주류의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신문이 지나치게 정치적 색깔을 부각시킨다.”는 반성이 제기됐다. ●뉴미디어의 출현이 독자 잠식 미국의 대표적인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1일 공개한 2004년 10대 키워드 중 1위는 ‘블로그’가 차지했다. 한국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과 마찬가지로 블로그는 미국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로 성장했다. 또 네티즌의 기호에 맞는 갖가지 다양한 뉴스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지하철을 중심으로 무료신문도 확산돼 신문 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미국신문협회(NA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4820만부에 달하던 평일판 발행부수는 지난달 4770만부로 0.9% 줄었다. 또 전국 50대 시장에서 신문 구독률은 6개월 전의 53.4%에서 52.8%로 감소세를 보였다. 일요판의 구독률도 61.2%로 6개월 전의 62%보다 축소됐다. ●판매부수 부풀리기도 신문의 영향력이 감소되면서 자연히 수익성도 줄어들고 있다. 일부 신문은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판매부수 부풀리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의 판매부수는 광고료 산정의 핵심적인 기준이다. 신문사들은 뉴미디어의 등장 등으로 신문 구독자가 줄고 9·11 테러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광고수입이 급감하자 이같은 부당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기구독 부수보다 가판대 판매 부수가 집중적인 부풀리기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시카고 선 타임스의 경우 각 배급소에 미판매분을 반환하지 말도록 지시해 판매부수를 부풀린 것으로 자체감사 결과 밝혀졌다.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미국의 신문들은 이같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9일 독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기사를 줄이고 사진과 그래픽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인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는 연례 평가회의에서 발행부수가 지난 2년 동안 70만 9500부에서 약 10% 줄었다고 밝혔다. 다우니 편집인은 지난 여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새로운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사를 더 짧게 쓰는 것이 요구된다.”면서 “신문의 디자인 담당자와 편집자들은 사진과 그래픽이 들어갈 지면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USA투데이의 창업자인 알 뉴하스는 지난달 28일 칼럼을 통해 “미국 신문은 진보든 보수든 ‘이념의 망치’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신문을 비교하면서 “일본 신문에는 광고보다 뉴스가 많은데 미국 신문은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뉴하스는 미국의 신문 사주와 발행인, 편집자들에게 “더 많은 뉴스를 싣고, 친구와 적에게 똑같이 공정하고 예의를 갖춘다면, 신문 값을 올려도 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dawn@seoul.co.kr
  • [건강 책읽기] 고대 티베트의 지혜로운 건강법

    우리에게 ‘구도의 춤꾼’으로 잘 알려진 무용가 홍신자씨는 별로 두껍지도, 호화롭지도 않은 책 한 권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다만 책을 읽는 동안 나이를 멈추고 젊어지려는 욕심에만 매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이 책이 전하고 있는 선물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937년 초판이 나온 이후 70년이 가깝도록 전 세계 200만 독자들에게 읽히며 고대 티베트의 건강 지혜를 전해준 피터 켈더의 ‘아주 오래 된 선물’(파라북스 펴냄)이 홍신자씨의 번역으로 국내에서 출간됐다. 책은 티베트의 라마들 사이에 비전되어 온 요가와 명상을 영국군 퇴역장교 브래드포드의 체험을 빌려 기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듯 ‘하루 20분씩 10주일만 하면 나이를 20년까지 되돌릴 수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잘 알려진 존 그레이가 이 책을 두고 “당신의 건강과 힘, 그리고 삶의 방식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한 찬사까지 의례적인 치사로 치부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경이로운 것은 책이 소개하는 요가가 상식의 허를 찌른다는 점이다. 두툼한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손에 잡히지 않는 요가를 저자는 ‘차크라’라는 일곱가지 소용돌이(사실은 동작이 아니라 체내에 존재하는 일곱개의 내분비선을 에너지의 소용돌이로 본 것임)와 여섯가지 의식(동작)으로 단순화하고 있다. 여섯가지 의식의 원리는 인간의 몸에서 에너지를 관장하는 일곱개의 소용돌이를 자극하는 데 있다. 홍씨는 이 동작이야말로 ‘요가의 정수’라고 말한다. 책은 이런 동작과 함께 음식 먹는 법, 목소리 내는 법, 자세와 태도는 물론 확신과 믿음을 통해 초의식을 지배하는 ‘만트롬’까지 심신을 아우르는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메시지는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원천은 우리 안에 있으며 여섯가지 의식은 그 문을 여는 열쇠’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브래드포드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필요한 것은 그저 여섯가지 의식을 하루에 3회씩 하기 시작해서 점차 횟수를 늘려 매일 21회씩 하는 것뿐이네. 세상에 알려진다면 모두를 이롭게 할, 놀랄 만큼 단순한 비밀이지.” 1만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체제 변화, 어떻게 관찰할까/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체제의 변화를 예측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명백한 증거를 들어 검증하기도 어렵고,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도 북한만의 ‘특수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북한체제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경제적으로는 변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변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식의 결론을 내놓는다. 전문적이지 못한 결론이다. 그런데 북한체제의 변화 여부는 우리의 꾸준한 관심사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적 논쟁에서나 한·미의 대북정책 조율 과정에서,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과정에서 기본적인 논의사안이다. 우리의 국가목표인 평화통일과 연관시키면 북한체제의 변화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의 통일을 상정한다면, 현 북한체제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체제가 스스로 변하기를 바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동유럽도 베트남도 중국도 변했으니, 북한도 변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사실 북한도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의 개혁·개방조치를 도입·시행하고 있으니 그만큼은 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2000년대 북한의 변화를 ‘의미 있는 변화’(최근 북한의 변화동향, 통일부,2003)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면 전반적인 북한체제의 변화는 어떻게 관찰할 수 있을까? 탈북자 250여명을 대상으로 1990년 이후의 북한체제 변화추세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한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통일예측모형연구, 통일연구원,2003). 북한체제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준거가 될 8가지의 요인들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정치적 요인들이다. 첫째, 북한체제의 응집력이다. 북한주민들이 현 체제에 강한 응집력을 가질수록 전반적인 체제변화는 어렵다. 체제에 대한 자부심, 노동당에 대한 신뢰도, 주체사상에 대한 신봉도 등이 구성변수다. 둘째, 다른 체제(남한 또는 중국 등)에 대한 동경의 수준이다. 외부세계에 대한 지각 수준, 비공식 거래의 증가 등이 구성변수로서, 중국이나 남한의 발전상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김정일 위원장의 체제장악력과 통제력이다. 주민통제의 수준, 상부지시의 하부 전달 정도, 군부 통제력 등이 주요 변수로서, 그중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의 효율성 여부가 체제변화를 가늠하는 데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요인들로는 첫째, 북한경제의 정상화 여부로서 일한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는가와 기업소의 생산 활동에 대한 중앙정부의 장악력이 주요 변수이다. 북한 사회주의경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수록 현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높을 것이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둘째, 북한 경제의 자율화 정도이다. 농민들의 생산과 처분의 자유, 개인소유 재산의 증가, 개인경제활동에 대한 국가통제의 약화 등이 변수로서, 경제의 자율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게 된다. 나머지 세 요인은 사회적 요인들이다. 첫째, 사회갈등의 정도로서, 기관간의 갈등, 집단간의 이해갈등, 간부와 주민 간의 적대감 등이 주요 변수다. 아직 높은 물리적 억압 때문에 갈등이 쉽게 집단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사회적 갈등은 체제변화의 주요 동력이 된다. 둘째, 북한 지도자와 주민의 변화의지의 정도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개혁·개방의지가 높으면 중국에서와 같이 위로부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북한주민들의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자유에 대한 기대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셋째, 주민 이동의 자유이다.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인구 이동이 늘어났으나, 이동의 자유가 확대될수록 현 체제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8가지 요인들 이외에도 대외적 요인이 북한체제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또한 상기 요인들의 적실성(適實性)을 직접 검증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변화를 관찰하거나 토론할 때, 어떤 준거 위에서 한다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의미있는 정책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 정책협력과정에서도 우리의 논리를 설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 준거 개발이 필요하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열린세상] 미국의 신보수주의적 대외정책/현인택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미국 부시행정부 2기의 대외정책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이것의 이해를 위해 지금 미국 사회가 가고 있는 큰 흐름을 간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결판난 이번 대선은 그러한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미국이, 미국인이, 미국정치가 변했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동인(動因)은 무엇보다도 9·11 테러에서 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9·11로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되었다. 미국은 건국 이래 본토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받아 본 적이 없는 나라이다. 한번의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2차 세계대전 시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공격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9·11 직후 미국 언론들은 이를 ‘제2의 진주만 공격’으로 불렀다.9·11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을 일방주의라 비난하는 세계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 사이의 기본적 차이는 9·11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인식의 차이에서 온다. 한때 미국은 자신의 외교정책 수행에서 언제나 원하면 두 가지 중심적 사조-국제주의와 고립주의-사이에서 고립주의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9·11은 이것을 완전히 앗아가 버렸다. 이것은 미국인들의 믿음과 삶 자체를 바꿔놓은 일대의 변화였다. 이 속에서 잉태된 새로운 규범과 문화가 지난 몇년의 미국인들의 사고를 지배했다. 신보수주의적 문화와 정체성이 미국사회의 주류적 흐름이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대선에서 도덕적 가치, 안보, 그 다음으로 경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했다. 전통적으로 경제가 선거를 좌우했는데 안보와 도덕적 가치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도덕적 가치는 신보수주의의 전형적 표상이다. 대외정책에서의 신보수주의는 민주주의, 인권, 자유시장 등의 미국적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다. 이를 행함에 있어서 불가피하다면 군사력 사용도 주저치 않겠다는 데서 신보수주의의 강경함이 배어 나온다.2기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신보수주의가 여전할 것인가가 지금의 중요한 화두다. 여기서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미국의 일극체제인 현 국제체제와 신보수주의와의 관계이다.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은 국제정치를 볼 때 항상 세력균형을 의식한다. 반면에 신보수주의자들은 현상유지적 균형보다는 그것을 넘어 미국적 가치 실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미국의 일극체제에서 그렇게까지 세력균형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미국의 일방주의를 낳고 있다. 이러한 일방주의는 그러나 일극체제에서는 생래적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기본적으로 다자주의로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필요한 경우 보완적 의미의 다자적 접근은 하게 될 것이다. 즉 ‘일방적 일방주의’냐 또는 ‘다자적 일방주의’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특히 미국은 ‘사활적 (vital) 이해’에 관해서는 자신이 지향하는 바대로 밀고 나갈 것이다. 이것이 지난 이라크전쟁 수행 과정에서 미국과 프랑스 및 독일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다. 종전 같으면 프랑스와 독일이 그 정도의 목소리로 외치며 가로막았다면 미국은 싫어도 물러섰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배신감을 토로하며 ‘따라오지 않으면 버리고 간다.’는 식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 후 이들은 아직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외교 포스트에서 어떻게 기용될 것인가가 물론 앞으로 정책 방향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사회의 근저에는 이와 같은 대외정책에서의 신보수주의적 흐름이 도도하게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결코 작지 않다. 이러한 흐름을 냉혹하리만치 냉정하게 읽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올바른 정책적 대안모색에 실패할 수 있다. 특히 한·미 사이에 정책적 갈등이 내재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있어 미국의 이러한 변화를 읽고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 J양 “대학 욕심에 계속 부탁”

    대리시험을 부탁한 삼수생 J(20·여)씨는 3년이나 대리시험을 부탁한 K(23·여)씨가 아직도 대학생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24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2002년 10월 모 인터넷 채팅사이트 ‘대학생활 대화방’에서 처음 알게 됐다. 당시 J씨는 광주 S여고 3학년 재학생이었고 K씨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같은 해 8월 서울 S여대 정치행정학부에서 제적된 상태였다.K씨는 S여대에 진학하기 전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전문대에 입학했으나 적성이 맞지 않아 자퇴하기도 했다. 여고생이던 J씨는 대화방에 드나들며 대학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털어놨고 K씨는 그때마다 J씨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자신도 대학생활에 대한 그리움을 풀었다. J씨는 자신에게 친절한 K씨에게 의지하기 시작했고 수능시험에서 374점을 맞았다는 ‘언니’에게 ‘600만원을 줄 테니 대리시험을 봐달라.’고 제의하게 됐다. 등록금을 내지 못할 만큼 어려운 가정형편에 50만원 정도의 아르바이트 월수입으로는 서울에서 함께 지내는 동생과 생활비도 벅찼던 K씨는 제의를 받아들여 2003학년도 수능에서 310점을 얻었지만 J씨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평소 실력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편의점 아르바이트, 홈페이지 개설을 도우면서 받은 보수 등을 모아 건네준 60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K씨에 대한 믿음이 커진 J씨는 2004학년도 수능에서 650만원을 주고 다시 대리시험을 부탁해 비슷한 점수를 얻고 4년제 대학에 지원했지만 낙방, 광주 모 전문대에 입학했다. 전문대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J씨는 이번에는 부모 몰래 대학을 자퇴, 돌려받은 입학금과 2학기 등록금 등 629만원을 주고 3번째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수험표 사진과 응시자 얼굴이 다른 점을 의심한 감독관에게 적발돼 덜미가 잡혔다. 광주 연합
  • [열린세상] ‘사목지신’의 정치를 바란다/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정말 먹고살기 힘들다.” 이 말은 요즈음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하소연이다. 그러고 나서 바로 그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권에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청와대고 국회고, 여당이고 야당이고, 모조리 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대통령이 그토록 굳게 다짐했던 수도이전 공약이 위헌 판정이 나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또한 여야를 아울러서 정국을 매끄럽게 이끌어야 할 총리는 도리어 지나친 강경 발언으로 정쟁의 도화선이 되곤 한다. 그렇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는 이렇게 분명한 이유들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번 국회에서는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대결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여당과 야당이 날마다 힘 겨루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들에게 민생이고 뭐고 안중에 없는 듯하다. 저질국회라는 오명을 면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정치권이 이러다 보니 정국은 제멋대로 표류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아무런 믿음도 갖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아니한가.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없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어떠한 개혁이나 입법도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는 역사상 성공한 정치개혁의 사례들이 잘 방증해 준다. 특히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의 정치개혁을 주도했던 명재상 상앙(商)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진나라는 중국 천하를 처음 통일했던 시황제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국시대 중기까지 진나라는 원래 서북쪽에 위치한 후진국에 불과했었다. 상앙이 효공대에 총체적인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국강병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추진한 변법의 성공에는 한가지 비결이 있었다. 사목지신(徙木之信)의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상앙은 진나라를 부강하게 할 개혁안을 마련하였지만, 백성들이 믿고 따르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섣불리 공포하지 않았다. 성공의 열쇠가 백성의 신뢰와 국론의 통일에 있다는 사실을 그가 명백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앙은 먼저 진나라 도성의 시가지 남문 앞에 길이가 세길가량 되는 나무를 세워두고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이 약속하였다.“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겨 놓는 사람에게 10금(金)을 주겠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뿐 누구도 감히 나무를 옮기려고 나서지 않았다. 그까짓 일에 10금이라는 거액을 줄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상앙은 다시 “이 나무를 북문에다 옮기는 자에게는 50금을 주겠다.”고 공포하였다. 그러자 어떤 할 일 없는 사람이 그 나무를 북문으로 옮겼다. 상앙은 바로 그에게 약속한 상금을 하사하였다. 이 사건으로 온 백성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정부에 대한 백성의 신뢰가 탄탄함을 확인한 상앙은 그제야 야심에 찬 변법령을 공포하였다. 동시에 그는 변법의 단행에 따른 국론의 분열을 막기 위해 새로운 개혁법을 어기면 태자라 할지라도 엄벌에 처하길 서슴지 않았다. 그의 전면적인 개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국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앙의 변법에 힘입어 진나라는 단번에 전국 7웅 가운데 최강국으로 도약하였다. 나아가 이 변법은 훗날 진시황제가 전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모든 정치개혁의 성패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이러한 평범한 이치를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모두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만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개혁정책을 입안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이미 땅에 떨어져 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번 공포한 정책은 그것이 크든 작든 간에 전부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당과 야당도 이제는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대결을 하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그래야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되살아나고, 여야가 함께 상생(相生)할 수 있는 활로도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 [휴대전화 수능부정 파장] “대리시험이 더 큰 문제”

    “사건이 터지니까 대책을 마련한다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예방에 나서야 했던 것 아닙니까.”“해마다 수능은 휴대전화 부정보다 대리시험이 더 큰 문제인데도 교육부 종합대책에는 이번에도 빠졌네요.” 광주지역 학생 100여명이 연루된 수능시험의 대규모 부정행위가 알려지자 교육인적자원부·광주시교육청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분개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수험생이라는 아이디 ‘bjhefbwek’는 “교육관련 공직자의 안이한 행동으로 올해 수능의 반은 실패했다.”고 질책했다.‘장민희’도 “부정행위자들을 방관한 교육부에도 엄연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가담자의 내년도 수능 응시를 허용한다는 소식에 많은 네티즌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renare’는 “규정이 ‘부정행위를 하면 몇년 동안 수능 응시자격 박탈’ 아니냐.”면서 “내년에 또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감독관에 대한 질책도 잇따랐다.‘박연자’는 “부정행위 하는 동안 감독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철저히 조사해서 꼭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부정행위 자체가 아니라 우리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전반적인 의식 변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이은경학생’은 “수능날 하루가 인생의 반 이상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대박’을 바란다.”면서 “이날 하루를 위해 피터지게 공부해야 하는 교육현실이 싫다.”고 말했다.‘supernova7’은 “편법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학생들마저 병들어간다.”면서 “인성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21일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학부모’라고 밝힌 네티즌이 “고시원에서 공부한다는 아들의 말을 그대로 믿었는데, 못난 부모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 자명하다.”고 자신의 자녀가 이번 사건에 관계됐음을 시사하면서 “평생을 두고 사죄의 마음으로 살아 가겠다.”며 현재의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 오현석·가시와기 유미코 커플

    [우리 결혼해요] 오현석·가시와기 유미코 커플

    지금도 저와 유미코는 가끔 우리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땅에서 헤어지기 전날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던 이야기를 하며 웃곤합니다. 유미코가 누구냐고요?바로 이제 곧 제 아내가 될 일본 오사카 출신의 여성이죠. 2002년 4월 한·일 월드컵을 두달 가량 앞둔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가을. 저와 그녀는 그곳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저는 일본인 여행자들이 잘 모인다는 단체 숙소에 머물고 있었죠. 4월의 어느날 여느 때처럼 생수와 식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해결하려고 2층 주방으로 올라갔는데 갓 도착한 듯, 가방을 메고 여기저기 룸메이트의 안내를 받던 예쁜 쌍꺼풀을 가진 일본인 여성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아무 생각없이 ‘우아, 이쁘네.’라고 말해버린 저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어떤 힘인 지 모르게 ‘헬로우’라는 어색한 인사와 함께 우리의 첫 만남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그 뒤로 저는 생활비 때문에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며칠동안 그녀를 머리속에만 담아둔 채 그녀와 처음 만났던 2층 주방을 드나들곤 했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녀를 처음 봤던 그곳에 다시 나타난 그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도움인지 그 날은 다음날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한 일본인의 환송파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그녀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저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는 제가 그녀와 단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으로 가득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리고 자리가 끝날 때쯤 전 그녀에게 조심스레 물었죠.“일요일에 시간이 있으신지….” 그리고 다음 일요일에 우리는 한적한 도시의 예쁘게 물든 단풍사이를 몇 바퀴인 줄 모를만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와 더욱 더 친해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덜컥 수술을 받게 된 것이죠. 낯선 땅에서의 병원이란 정말 너무도 두려운 곳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그녀는 따뜻한 보호자가 되어주고 피묻은 붕대와 구토물까지 받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로가 서로의 나라로 가야할 시간은 찾아왔죠. 난 한국으로 그녀는 일본으로. 떨어져 있던 1년동안의 시간은 전화와 편지, 이메일 등 모든 수단이 다 동원됐죠. 그럴수록 믿음은 더 많이 쌓여갔습니다.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저의 호적엔 ‘배우자 가시와기 유미코, 생년월일 1980년 4월 30일, 배우자의 국적 일본.’이라는 글이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공항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된 거죠. 누구보다 어렵게 만나고 결혼까지 오게된 저희 사랑, 지켜봐 주세요. 유미코 사랑해. 오현석(26·㈜세창산업) 가시와기 유미코(24·노보텔 강남)
  • [논술이 술술]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유시주 지음

    [논술이 술술]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유시주 지음

    어느 민족이든 인간은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신화나 설화로 나타내고 전달해 왔다. 사람들은 그러한 신화나 설화를 통해서 자신들을 묶고 있는 공동의 정신이나 힘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며, 또한 그것을 믿으면서 현재 자신이 서 있는 곳을 확인하게 된다. 비록 신화나 전설이 초자연적인 힘과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함께 얽혀 전개되고 있지만, 우리에게 현실적인 힘을 주는 까닭은 이렇듯 신화가 우리들 인간의 꿈과 동경, 운명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는 우리에게 세계를 바라보고 삶을 이해하는 힘을 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1855년 토마스 불핀치가 그리스, 로마와 스칸디나비아, 동양 등에 전해 내려오는 고대 고전 문헌 속의 시와 이야기들을 ‘신화의 시대’라는 제목 아래 40여 편의 산문으로 엮으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제우스를 비롯해 올림푸스 산꼭대기에 사는 12명의 신뿐 아니라, 지상과 지하에 있는 다른 수많은 신과 요정들, 그리고 신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영웅들과 수많은 보통 인간들이 등장한다. 이 모든 이들이 서로의 삶 속에 참여하고 간섭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각종 기담과 모험담, 연애담 등이 ‘신화’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은 이 세계의 절대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흡사한 모습과 본성을 가지고 인간과 함께 생겨난, 그래서 인간과 함께 이 세계의 일에 참여하는 자이다. 따라서 초월적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대부분은 그것이 지닌 재미와 또 이리저리 얽히고 설킨 신들의 계보만 쫓다가 그 의미를 충분히 새기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끔 길잡이 구실을 하도록 만든 책이 바로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라는 책이다. 그리스·로마의 신화(헬레니즘 문화)는 기독교(헤브라이즘 문화)와 더불어 서구 문화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원류 가운데 하나이다. 더구나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지닌 그 신화들은 수많은 예술가와 사상가들의 영감을 자극시켜 다양한 상징과 개념들로서 끊임없이 ‘재생’되어 왔다. 이 책은 문학이나 사상 등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되어 파생된 상징이나 개념들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이 책이 지닌 진정한 미덕은 단지 신화의 해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화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는 점에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다음 개념들이 상징하는 것과 의미를 정리해 보자.(프로메테우스의 고난, 판도라의 상자, 아폴론형 문화와 디오니소스형 문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피그말리온 효과, 이카루스의 비상, 미다스의 손, 나르시시즘, 시시포스의 고통) ▲카뮈가 시시포스의 신화를 통해서 나타내려고 했던 ‘생의 부조리’란 무엇인지, 인간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을 적어보자.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는 각기 이성과 감성, 합리성과 비합리성, 질서와 무질서를 상징한다. 우리는 흔히 ‘질서’만을 강조하여 ‘무질서’나 ‘혼란’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곤 하는데,‘무질서’와 ‘혼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현대 문명의 문제와 관련지어 써보자.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통해서 참된 지식인의 자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자.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그리스 로마 신화(토마스 불빈치), 시시포스의 신화(알베르 카뮈),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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