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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2005] 김인식-김경문 ‘사제 충돌’

    [프로야구 2005] 김인식-김경문 ‘사제 충돌’

    ‘스승의 관록이냐, 제자의 패기냐.’ 느긋하게 플레이오프(PO) 진출팀을 기다려온 두산과 힘겹게 준PO를 통과한 한화가 8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번 PO의 최대 관심사는 6년간 감독-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한화 김인식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의 사제 대결. 김인식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의 사령탑이었다. 그는 특유의 ‘믿음 야구’로 무너졌던 두산을 추슬러 95년과 2001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패권을 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98년부터 배터리 코치로 김인식 감독을 보좌하다 지난해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김인식 감독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경문 감독은 투수 운용이 뛰어나다. 함께 일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띄웠고, 김경문 감독은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에게 맡기는 선 굵은 야구를 펼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모두에게서 묻어났다. 양 팀은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9승9패의 절대 호각세. 상대 타율도 .268로 똑같은 데다 방어율도 두산이 3.44, 한화가 3.48로 차이가 없다. 다만 ‘대포군단’ 한화는 홈런 22개로 ‘소총부대’ 두산(10개)을 압도했고, 두산은 빠른 발로 도루 14개를 기록, 한화(8개) 내야를 흔들었다. 일단 일주일간 한껏 충전된 선발진을 보유한 두산이 객관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한화는 준PO 통과의 상승세를 타 결국 양팀의 승부는 안개속인 셈이다. 두산은 다니엘 리오스, 한화는 김해님을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올시즌 기아에서 이적한 리오스는 15승12패, 방어율 3.51에다 탈삼진 공동 1위(147개)에 오른 에이스. 리오스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화전 1경기,6과3분의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김해님은 준PO에서 선발진을 모두 소진한 한화의 고육책. 정규시즌 6승8패,4.28의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두산전 6경기에서 1승1패,2.86으로 호투, 기대를 모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두산 김경문 감독 마운드 운용에 초점을 두겠다. 확실한 1·2선발(리오스와 랜들)이 있는 만큼 이들을 중용하되 나머지 경기에서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선발을 정하겠다. 잠실은 넓고 대전은 상대적으로 좁아 변수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끝내고 싶다. ●한화 김인식 감독 선발이 한정돼 있다보니 김해님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태균의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4번으로 계속 기용할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몇 차전까지 갈지 전혀 점칠 수 없다. 두산을 적이라는 생각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하겠다.
  • 뉴욕 지하철 테러 경계령

    미국 뉴욕시가 며칠 안에 지하철에 폭탄테러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믿을 만한’ 정보에 따라 6일(현지시간) 지하철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뉴욕 시당국은 지하철 승객들의 가방과 유모차, 수하물 등을 일일이 검색하고 주변에 경찰관을 증강 배치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이 정보가 구체적이기는 하지만 그리 믿음이 가는 정보는 아니라고 밝혀 테러 정보의 신빙성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졌다. 뉴욕시의 테러경보는 9·11 이후 ‘오렌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위협으로 테러경보가 상향조정되지는 않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뉴욕경찰청에서 레이먼드 켈리 청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 지하철을 지목해 이번처럼 구체적인 위협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파리 지하철 테러 협박사건 용의자 검거 후 열흘쯤 지나 이같은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에 따라 지하철 구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시장은 테러 정보가 해외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 외에 위협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켈리 청장은 시민들에게 의심스러운 인물이나 행동을 목격하면 곧바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평일 하루 470만명이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의 468개 역에는 이미 경관들이 배치되고 정·사복 경찰들이 지하 터널을 순찰하고 있다.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 유람선, 항만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고 마약 탐지견들이 동원됐다.7일 오전에는 맨해튼의 펜실베이니아역 일부를 폐쇄하고 무장한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사법당국 관리에 따르면 이 정보는 이라크에서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작전 결과 얻어진 것으로,‘20명에 가까운 공작원들이 서류가방에 폭발물을 숨긴 채 뉴욕 지하철에 잠입하기로 했으며 이달 중순까지는 공격이 실행된다.’는 것이 골자라고 뉴욕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한 관리는 “세 사람이 뉴욕에 잠입한 공작원들과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보가 지난주 한 정보통으로부터 전달됐다.”며 “뉴욕에 대한 테러위협과 관련해 이라크에서 두 명을 구금했고 한 명은 추적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CNN은 군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번에 입수된 테러 정보를 바탕으로 바그다드 남부지역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 검거 작전이 실시됐다고 밝혔다. 또 뉴욕 경찰과 연방 수사당국은 미국에 잠입한 이라크 조직원을 검거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펼쳤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구한말 대표적인 애국계몽 운동가요, 항일운동가인 단재 신채호는 우리역사를 깊이 연구했다.‘조선 상고사’처럼 널리 알려진 연구서가 있는가 하면,‘꿈하늘(夢天)’ 같이 소설 형식을 취한 것도 있다.‘꿈하늘’은 일종의 팬터지 문학으로 항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작가 신채호는 천상에 올라 ‘임’을 좌우에 모신 여러 영웅호걸을 만난다.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있고 철학자 화담 서경덕도 보인다. 도술의 달인 전우치도 함께 자리한다. 예상 밖인 것은 오윤부(伍允孚)라는 생소한 인물이다. 그는 성력(星曆)의 대가라 했다. 우선 성씨부터 낯선 오윤부. 좀 더 알고 보면 그는 ‘고려사’ 열전에 소개될 정도로 완전히 무명은 아니었다. 천문예언 전문가라고 했다. 섣부른 짐작과는 달리 고려시대에는 천문예언이 무척 중시됐다. 이름난 유학자 박상충의 전기에도 “성명(星命)에 밝아 사람들의 길흉을 점치면 많이 맞혔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다. 중국에서는 13세기 이후 사주명리학이 예언이나 점의 핵심이었다. 고려는 경우가 달랐다. 풍수지리와 더불어 천문예언이 늘 예언의 중심축이었다. 인간 만사가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 그리고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땅의 기운과 직결된다는 믿음이 고려인들의 정서에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문은 조선후기에 출현한 ‘정감록’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정조9년(1785) 정감록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이른바 하늘이 낸 사람이라는 것은, 그 성씨가 김가이고, 이름은 자세히 모릅니다만, 금년에 군사를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유가는 정미년에 군사를 일으키고, 정가는 무신년에 군사를 일으켜, 세 집안사람들이 장차 백 년 동안 서로 싸웁니다. 그 증거로, 객성(客星)이 남방에서 이미 서울로 들어왔습니다.”(실록, 정조 9년3월1일 경술) 조선은 장차 3국으로 분할돼 오랜 세월 다투게 된다는 예언이다. 객성이 남쪽에서 출현해 서울 쪽으로 들어왔다는 천문현상이 증거로 제시됐다. 나라의 운명은 별이 결정한다는 민중의 믿음이 읽힌다. ●대대로 별점을 본 오윤부 고려 충렬왕 때 일관(日官)으로 활동한 오윤부야말로 별점의 대명사였다. 그의 본관은 황해도 배천(白川), 한 때 부흥(復興)으로 불리기도 한 곳이다. 일제시대의 성씨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엔 배천 오(伍)씨가 없다. 오윤부는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만 전해 내려온다. 그 조상은 대물림을 해가며 고려의 수도 개성에 살았다. 배천오씨들은 자자손손 별점을 보며 태사국(太史局)을 지켰다.(오윤부의 전기는 ‘고려사’, 권 122를 참조) 고려는 귀족사회였고, 모든 신분이 세습되었다. 심지어 군졸 노릇만 하는 집안, 아전과 서리를 배출하는 집안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일관 오윤부 일가는 귀족은 아니었으나, 일반 농민이나 상인보다는 훨씬 지위가 높았다. 오윤부는 용모가 초라했고 말수가 적었다. 여간해서는 좀체 웃지도 않았다. 그는 첫눈에 호감을 살 만큼 붙임성 있고 구변 좋은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천문을 익혔다. 장성해서는 일관에 임용되어 여러 관직을 거친 뒤 판관후서사(判觀候署事)라는 고위직에 올랐다. 말년에는 천문도(天文圖)를 그려 왕에게 바쳤다. 후배 일관들이 그 천문도를 모범으로 삼았다니 그의 실력을 짐작할 만하다. 오윤부의 특기는 뭐니 뭐니 해도 별점이었다. 타고난 재주도 재주였지만 그는 무척 부지런했다. 밤을 새워가며 하늘을 수놓은 수 백 개의 별들을 샅샅이 살폈다. 날씨가 제아무리 춥거나 덥더라도 그는 늘 성실했다. 오윤부의 먼 후배 격인 조선시대 일관들은 5개 팀으로 나뉘어 하루 24시간 내내 하늘을 관측했다. 그들은 관측 대상을 23종으로 나눠 정상적인 현상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별했다. 해, 달, 흰무리, 지진, 혜성, 새별(新星) 그리고 28수로 요약되는 주요 별자리를 모두 점검했다. 일관들은 특히 새별과 흰무리 등의 모양, 정도, 자리, 바뀌는 모습을 낱낱이 기록해 ‘성변측후단자’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서운관지’) 이 보고서에 천체 약도가 첨부돼 날마다 임금님에게 제출됐다. 조선시대 일관들이 남긴 일지는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천문 보고서였다. 그 일부가 아직도 남아 천문 강국의 역사를 입증한다. 고려시대의 일관들은 그와 비슷한 활동을 했고 그것이 ‘고려사’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특히 오윤부는 이상한 천문 현상을 해석하는 데 뛰어났다. 어떤 별이 천준(天樽)을 범하자 “이번에 올 중국사신은 술꾼이다.” 고 예언했다. 천(天)은 중국, 준(樽)은 술통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또 어떤 별이 여림(女林)을 범하자, 중국 사신이 와서 소녀들(童女)을 데려갈 것이라며 걱정했다.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식의 해석이 현대인의 눈엔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늘이 꼭 중국이어야 될 이유가 없다.‘여림’을 두고 공녀(貢女)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까닭도 없다. 그러나 그 때는 원나라의 횡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오윤부는 그런 현실을 감안해 모든 천문현상을 풀이했다. 그의 별점은 잘 들어맞았고 소문이 원나라 황제의 귀에까지 들렸다. ●원형 민족주의자 오윤부 고려 후기에는 원의 수시력과 같은 중국역법이 수입되기도 했다. 오윤부는 그 방면에도 상당한 전문가였다. 그는 달력을 고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고려의 제일(祭日)을 중국과 비교했다. 고려에서는 봄가을의 가운데 달인 음력 2월과 8월의 마지막 무일(遠戊日)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나, 중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첫째 무일(近戊日)을 제삿날로 삼았음이 확인됐다. 오윤부는 조정에 건의해 중국의 예를 따르게 했다. 그러나 그가 항상 중국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긴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의미로 그는 고려인이었다. 충렬왕은 즉위 직후 선왕인 원종의 신위를 종묘에 모셨다. 새 위패를 선대왕들의 신위와 합설하기 위해 원종의 시책(諡冊 시호를 아뢸 때 쓴 글)을 올릴 차례가 되었다. 충렬왕후는 원나라 공주였는데, 왕비로서 그 행사에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마침 오윤부가 이 행사를 주관했다. 그는 난색을 표하며 공주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선대왕들의 신령이 계신 곳에 원나라 공주가 술잔을 올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원나라는 과거 수십 년간 고려를 침략했기 때문에, 고려인들은 원을 미워했다. 오윤부는 이런 반원의식이 강했다. 원나라 공주는 종묘 제사에서 제외됐다. 많은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통쾌해 했다. 알려진 대로 원종 이후로 고려에 대한 원나라의 간섭이 더욱 노골화됐다. 고려국왕은 대대로 원나라 황실의 사위가 되었다. 왕은 죽어서도 원나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시호에 표기해 “충○왕”이 되었다. 고려왕실에 시집온 원나라 공주의 위세는 때로 왕권을 능가하는 경우가 있었고, 오윤부는 이 점을 못마땅해 했다. 그는 천문 현상을 빙자해 공주를 압박했다.“천문을 살펴 보니 괴이한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요즘은 심한 가뭄까지 닥쳤습니다. 청컨대 궁궐을 짓거나 고치는 공사를 중지하고 덕을 닦으십시오. 그래야 재변이 멈춥니다.” 원나라 공주는 오윤부의 제지를 받자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원나라 공주에 대한 오윤부의 공격은 계속됐다. 공주는 고려에 시집온 뒤에도 여러 차례 본국을 오갔다. 그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국고에서 지출되었음은 물론이다.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판인데 공주는 원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자기가 없는 동안 궁궐을 대대적으로 수리하라고 지시했다. 언젠가 한 번은 재상들을 불러 모아 놓고 좋은 날을 택해 아예 새 궁궐을 지어 놓으라고 졸랐다. 다들 불평은 있었지만 드러내놓고 반대는 못했다. 이 때도 오윤부가 발 벗고 나섰다.“금년에 토목공사를 일으키면 임금님께 불리하므로, 신하인 저는 절대 택일을 못하겠습니다.” 원나라 공주는 분노에 치를 떨며 오윤부의 벼슬을 빼앗았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매로 때리려 했으나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한 어느 재상이 애써 말리는 바람에 매 맞는 것만은 간신히 피했다. 그 일로 분이 안 풀린 공주는 오윤부를 왕에게 고자질했다. 왕은 공주의 청을 어기지 못해 오윤부를 매질하게 했다. 그는 매를 맞으며 이렇게 변명하였다.“날을 가리는 것은 흉(凶)을 피하고 길(吉)을 맞으려는 것입니다. 신하를 협박하여 억지로 가리게 한다면 차라리 가리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신은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임금님의 뜻에 아첨할 수가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궁궐을 짓는 공사가 겨우 시작됐는데, 화성이 달을 삼키는 변이가 일어났다. 왕은 반승(飯僧 스님들에게 밥을 공양함)을 실시해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다. 반승은 사소한 재앙이 예측될 때마다 되풀이된 고식적인 해결책이었다. 오윤부는 동료인 문창유와 함께 왕에게 간언을 바쳤다. 화성이 달을 삼키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스님들에게 밥을 주고 부처님을 공양한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 값싼 보시를 그만 둬야 한다. 진정한 길은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중지하는 것이다. 사실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왕은 반대여론을 의식해 궁궐 짓는 일을 그만뒀다. ‘고려사’에 실린 전기 기록을 검토해 보면 오윤부의 간언은 전문분야인 천문에 구애되지 않았다. 시사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한 번은 오윤부가 전법총랑(典法摠郞 법률의 집행을 담당) 박인주에게 전법사의 사무가 자꾸 지연되는 까닭을 물었다. 원나라 공주의 명령과 임금님의 명령이 한없이 쏟아져,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왕과 공주는 각기 소송 사건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해 일처리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오윤부는 이런 일이 자기 소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에게 따졌다. 이런 식으로 일관 오윤부는 가끔씩 왕과 의견충돌을 보였다. 그러나 원나라 공주에 대해 대들거나 비판하는 경우는 더욱 많았다. 그는 공주 보기를 마치 원나라 침략군을 대하듯 했던 것 같다. 오윤부는 일종의 원형(proto) 민족주의자였다. ●백성을 대변한 오윤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전혀 안 그럴 것 같지만 천문에는 변이가 많다. 그럴 때마다 오윤부는 이를 정밀하게 살펴 고려왕실의 미래 운명과 관련지었다. 그는 특히 고려백성의 편에서 국왕 내외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천문현상을 활용했다는 혐의가 있다. 천문에 이상이 있을 경우 과거의 일관들은 기도를 권하거나 굿을 하라는 권고를 주로 했다. 다분히 미신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오윤부는 달랐다. 그가 제시한 해결방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치적이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백성의 원망이 없다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 두 곳에 파견한 왕지별감(王旨別監 왕의 특사)을 소환하고, 여러 곳에 설치된 공주식읍(公主食邑 원나라 공주에게 준 토지와 백성)을 폐지하면 되겠습니다.” 이런 권고를 듣자 왕은 한동안 망설였지만 마침내는 공주에게 줬던 식읍을 폐지하였다. 거기서 거둔 세금을 나라의 창고에 배속시켜 백관의 봉록에 충당하도록 하였다. 사실 원나라 공주는 왕을 졸라 각처에 농장을 마련해 호사가 극에 이르렀다.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수만 명의 백성들은 한숨을 짓고 있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오윤부는 백성들의 의사를 대변해 식읍의 혁파를 주장했다. 하늘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변동도 오윤부는 마찬가지로 이용했다. 언젠가 한번은 궁궐 연못에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산소부족이었든지 아니면 약물에 의한 중독이었을 것이다.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물위로 떠오른 고기떼를 두고 오윤부는 충렬왕을 몰아쳤다.“갑술년(충렬왕 즉위년 1274)에 대궐 동편 못에서 이런 괴변이 일어났고 선왕이신 원종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청컨대 임금님께서는 덕을 닦으시고 스스로를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궁궐의 물고기가 죽든 살든 그것이 왕의 목숨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러나 일관 오윤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칫하면 국왕이나 원나라 공주의 진노를 사게 될 거였지만 개의하지 않았다. 예언가 오윤부의 성공비결은 고려사회에 만연했던 반원적인 정서를 잘 이용했다는 점이다. 조정 대신들 가운데도 원나라의 정치노선에 반대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어찌 보면 충렬왕 역시 친원과 반원의 두 노선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했다. 그 틈을 비집고 오윤부는 한결 같이 자주노선을 지켰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묘청과 백수한의 후예였다. 그러나 오윤부는 묘청 등을 뛰어넘었다. 그는 일관으로서 하늘의 뜻을 왕에게 정확히 인식시켜야 될 임무가 있다고 확신했다. 만일에 왕이 자기의 ‘충언’을 듣지 않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끝까지 졸라댈 정도였다. 오윤부의 해석은 유교의 재이론(災異論)에 가까웠다. 묘청 등이 불교적이고 무속적인 세계에 기울어 있었다면, 오윤부는 다가올 성리학 시대의 천문해석에 근접해 있었다는 말이다. 유교적인 천문예언가 오윤부의 고집불통에 충렬왕은 때로 두통을 일으켰다. ●충렬왕이 졌다! 왕은 오윤부를 골탕 먹일 생각까지도 했다. 원 나라 세조가 요동을 정벌하게 되었을 때다. 왕은 상국의 명령으로 마지못해 군사를 거느리고 평양까지 나가게 됐다. 우선 유청신을 황제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 때 오윤부가 별점을 쳤다.“아무 날 유청신이 반드시 돌아옵니다. 임금님께서는 요동까지 가실 필요 없이 말머리를 서울로 돌리게 되십니다.” 그러나 그 날이 됐는데도 유청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오윤부를 체포했다. 점괘가 틀렸으니 벌을 받으라 했다. 하지만 오윤부는 해가 아직 저물지 않았다며, 좀더 기다리자고 했다. 과연 얼마 안 있어 먼데서 먼지를 휘날리면서 달려오는 말 한 필이 있었다. 유청신이 타고 있었다. 예언이며 점이 설마 그렇게까지 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문현상은 그저 자연계의 변화를 알릴 뿐이다. 그것이 인간 세상에 복을 불러들일 리 만무하고 화를 초래할 수도 없다. 오윤부의 사고방식은 이런 현대적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시대적 한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윤부는 늘 나라와 백성을 위해 천문을 살폈고, 그 때문에 민중은 그를 사랑했다. 신채호가 그를 가장 뛰어난 천문예언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다시 조선 정조 때 일어난 ‘정감록’ 사건으로 돌아간다. 이 사건의 공범인 평민 지식인 주형채도 오윤부처럼 별점을 보았다. 주형채는 말했다.“작년 섣달 초7일, 초8일, 초9일에 위성(危星), 실성(室星), 벽성(壁星) 앞에 20여 개의 별이 벽을 쌓고 늘어섰습니다. 그 속에 붉은 기운이 있었습니다. 장군성과 태백성이 서로 싸운 지 3일 만에 서로 1도(度) 거리로 떨어졌으며, 태백성이 어깨로 장군성을 떠밀어 여러 번 물러가고 나아가기도 하였습니다.” (정조,9년3월22일 신미) 주형채는 국가의 녹을 먹는 일관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윤부처럼 밤하늘의 별자리를 많이 알고 있었고 밤새워 별을 보았다. 별자리의 이동을 1도 2도로 따질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다. 고려시대에는 오윤부 같은 특수 계층만 그런 지식을 독점했다. 그러나 조선후기에는 평민지식인들도 서적을 통해 공유하게 됐고, 그래서 주형채와 같은 평민도 직접 별을 바라보며 민중의 희망을 찾아 나섰다. 자유로운 지식은 곧 우리들의 희망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찬호 “희망있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일단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엔 실패했지만, 실낱같은 가능성은 남겨 관심이다. 박찬호는 5일 샌디에이고-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1차전에 앞서 발표된 샌디에이고의 디비전시리즈 엔트리 25명 중 투수 10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LA 다저스 시절이던 1996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다저스가 3연패로 탈락하는 바람에 등판하지 못했던 박찬호는 또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다. 박찬호는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2일 다저스전에서 6과3분의1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으로 호투해 기대를 모았지만, 브루스 보치 감독의 믿음을 사기에는 부족했다. 샌디에이고는 1차전 선발 제이크 피비와 2차전 선발 페드로 아스타시오,3차전 선발 우디 윌리엄스 등으로 투수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에이스 피비가 부상을 당해 선발진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샌디에이고는 피비가 경기 후 오른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검진한 결과 갈비뼈에 금이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피비는 치료와 회복에 4∼6주가 소요돼 나머지 포스트시즌 등판이 불가능하게 됐다. 박찬호를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 샌디에이고가 승부처인 1차전에서 패해 실현이 희박하지만,7전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박찬호의 엔트리 포함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프로야구2005] SK vs 한화 “양보는 없다”

    [프로야구2005] SK vs 한화 “양보는 없다”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하루 앞둔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SK 조범현 감독과 한화 김인식 감독은 “반드시 1차전을 잡겠다.”며 나란히 ‘필승 출사표’를 던졌다. ■ 조범현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봅니다. 이 부분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시즌 마지막에 PO 직행 티켓을 날린 SK의 ‘지장’ 조 감독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의 정신력을 거듭 강조한 것. 조 감독이 빼든 1차전 필승 카드는 두둑한 배짱의 채병용. 올시즌 성적은 8승8패, 방어율 4.24로 평범하지만 한화전 6경기에서 3승1패, 방어율 2.34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조 감독은 “큰 경기일수록 1차전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불펜을 운용할 것이며 마무리진도 뭉쳐서 가야할 것 같다.”며 ‘벌떼 투수전’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김기태는 선발 출장하지 않더라도 선수단의 응집력을 이끌어낼 선수”라면서 “대타 찬스가 오면 과감히 기용할 생각”이라며 그의 역할에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 김인식 “평소대로”“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선수들 마음속에 이미 자리한 만큼 특별한 주문 없이 평소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화의 ‘덕장’ 김 감독은 늘 그렇듯이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SK는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고 올시즌 열세를 겪었다.”고 엄살을 떤 뒤 “첫 경기를 따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총력을 펼칠 것이며 열세를 만회할 방법도 찾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문동환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올시즌 SK전에서 3패의 좋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그의 방어율이 3.06으로 빼어나서다. 준PO에서 한화의 달라질 부분은 번트.8개 구단 중 최소 번트작전을 폈던 김 감독은 “단기전인 만큼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번트를 대겠다.”고 공언했다. 김 감독이 내심 기대하는 카드는 ‘풍운아’ 조성민. 김 감독은 “공 30개 정도를 매일 던질 수 있다면 매일 기용하겠다.”며 기대했다. 인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MBC ‘신돈’ 작가 정하연

    MBC ‘신돈’ 작가 정하연

    한 명은 노비 출신 승려, 다른 한 명은 왕. 도저히 마주할 일이 없을 법한 이들이 서로 우정을 나누고, 함께 세상을 바꿔보려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MBC 대하사극 ‘신돈’은 여기에서 출발한다.700년 전 고려 말을 살다간 신돈과 공민왕, 두 남자 이야기다. 사료에는 신돈이 노비로 태어난 순간부터 공민왕을 만나기까지 25∼30년에 이르는 세월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백지로 내버려진 그 시간이 정하연(61) 작가의 붓끝에서 오롯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6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작가는 “큰 뜻을 품고 신념을 지키다 죽어간 인물은 현대극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소재로 10여 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다.”면서 “생애 마지막 작품을 쓴다는 각오로 덤벼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왜 실패한 개혁을 그리고 싶었을까. 이 질문에 그는 오히려 반문했다. 정 작가는 “신돈과 공민왕의 꿈이 좌절된 게 맞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연산군, 광해군, 조광조 등 조선시대에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모색은 이어졌고, 우리가 지금 지니고 있는 균형 감각도 역사의 맥이 흘러왔던 결과”라고 역설한다. ‘장녹수’‘조광조’‘왕과 비’‘명성황후’ 등 그동안 굵직한 획을 그었던 사극들이 그를 거쳐갔다. 현대극 ‘아내’와 한국 대중문화사를 정리했던 EBS의 ‘명동백작’‘지금도 마로니에는’이 최근 작품. 그 목록을 살펴 보면 예견할 수 있듯 ‘신돈’은 요즘 거센 물줄기를 이루고 있는 퓨전 사극보다는 정통 사극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공민왕 등과 나누는 진지한 대사 위주로 신돈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내며 출발한 첫 주 방영을 두고 어렵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시청률이 10%에 조금 못미쳤다. 그러나 정 작가는 “쉽게 쓸 수도 있었겠지만, 사건이 아니라 사상을 다루고 싶었다.”면서 “어차피 60부작 대하극인 만큼 초반 1∼2회로 승부가 결정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번 작품이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옛 것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쾌함이 스며들어 있다. 주인공 신돈은 높은 무예 실력을 갖추고 있고, 중국 티베트로 고행을 떠나면서부터는 도술도 익히게 된다. 정 작가를 알고 있는 시청자라면 어색할 수도 있겠다. 그는 이런 팬터지적인 요소에 대해 “계급사회에서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난 신돈이 뛰어난 능력이 없었다면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요승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는 신돈에게 멋과 친근함을 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나이를 먹으니 젊어지고 싶고,(퓨전 사극에) 거부감도 없다.”면서 “오락으로서의 사극도 필요하겠지만, 한 시대의 사상을 전달할 수 있는 진지한 사극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타이틀 롤을 맡은 손창민의 연기에 비판이 일고 있지만, 정 작가는 손사래를 쳤다. 유동근과 최수종처럼, 손창민도 조만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만의 사극 스타일을 만들어낼 것이란다.“‘불량주부’의 히트로 (연기 생활을)쉽게 갈 수도 있었다. 어려운 길을 선택해줘 너무 고맙다.”고 손창민에 대한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후배 작가들에게 전하는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정 작가는 “경력 37년인 나도 ‘신돈’의 저조한 초반 시청률에 신경이 쓰였다.”면서 “그러나 시청률만 노래하면 장사꾼이 돼버린다. 후배들에게 쓰는 재미로 살아가는, 인생을 그리는 작가가 되라고 권하고 싶다.”고 진한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민족과 세계를 위해 기도합시다”

    ‘개인복음 넘어 민족·세계를 위해’ 75만여명의 신도를 거느린 여의도순복음교회(당회장 조용기 목사)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의 영혼 구원에 치중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민족과 세계를 위한 기도와 봉사를 실천하는 교회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14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 오순절 계통의 기독인 10만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평화와 민족 구원을 위한 기도대성회’를 개최한다. 순복음교회 신자 10만여명과 조 목사의 영향을 받은 50여개국 1200여명의 해외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 인류의 평화와 화합, 민족 복음화를 위해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기도하는 자리다. 특히 조용기 목사를 비롯, 케이시 트릿(미국 크리스천 믿음센터 담임) 목사, 베니 힌(미국 올랜도 크리스천센터 담임) 목사 등 전세계 오순절계 교회의 권위 있는 목사들이 설교를 맡는다. 세계기도회인 만큼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서반아어로 동시통역된다. 김원기 국회의장과 이명박 서울시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교회측은 “전세계가 전쟁과 테러, 기상이변, 기근, 빈부격차 등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기독교가 인류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하나님의 은총이 세계와 우리 민족에게 충만하게 임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와 함께 사회복지활동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민장기 목사는 “심장병어린이 돕기와 호스피스 활동, 개안수술 지원 등 그동안 펼쳐온 사회복지 활동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면서 “종파와 상관 없이 개척교회 설립을 지원하는 ‘500교회 개척’운동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문민·국민·참여정부 ‘정책브레인’ 토론회

    지금 한국사회의 문제를 꼽으라면 ‘양극화’가 1순위다. 양극화는 사회불안의 원인이자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런데 한국의 양극화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논리적으로 억압적 군부독재보다 민(民)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민간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박세일·최장집·이정우 3인이 만난다.29일 서울 올림피아호텔에서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다. ●3人 3色 이들 3인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자 학문적으로도 ‘일가’를 이룬 이론가다. 그러나 강조점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들의 논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먼저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시장을 옹호하는 미국식 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에 가깝다.YS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사회복지수석 등을 역임하면서 세계화에 개입했고 지금의 노동·교육·사법개혁 등의 단초를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은 구호에 그칠 뿐, 내용은 신자유주의라는 비판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에 반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시장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시카고학파 정치학자로 국가의 전면적인 개입을 적극 옹호한다.DJ정부 초기 ‘민주적 코포라티즘(조합주의)’ 개념으로 ‘민주적 시장경제’와 ‘노사정위원회’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 교수는 정당한 노동 없이 불로소득을 얻는 행위(지대추구행위·rent-seeking)를 정부가 없애야 한다는 데 강조점을 둔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와 이 교수 간에도 차이는 있다. 최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이 교수는 부족하더라도 주요 정책들이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론회에 앞서 배포된 자료에서 이들의 개성은 도드라졌다. ●박세일 “교육·복지·노동 연계 필요” 박 교수는 시장주의자답게 양극화의 원인에서 세계화는 제외한다. 이는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이론적으로 볼 때 자유무역 그 자체는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해결책도 시장주의적이다. 교육·복지·노동이 연계된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방점은 ▲높은 성장률 ▲개방경제 ▲세계최고의 대학·연구소에다 찍는다. 한마디로 경쟁체제의 도입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관건은 국가의 대응이라 한다. 박 교수가 여기서 비관적으로 변한다.“새로운 비전과 발상을 가지고 동시에 효과적인 정책추진력을 가진 새 역사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최장집 “노조는 더 강화돼야 한다” 민주적 코포라티즘은 노사정이 세금·임금·고용 등에 대해 정치적 대타결을 통해 사회적 협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다. 이는 참가자들의 힘이 균등할 때 성립한다. 힘이 비슷해야 타협할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에서 정치력은 작동한다. 그래서 최 교수는 ‘귀족노조’라는 말에 강하게 반발한다. 대기업 노조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노동자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북돋워줘야 한다는 것. 최 교수는 되묻는다.“노조 없이 누가 노동자·노동운동을 대표하고, 대표 없이 사회협약, 또는 산업 내, 부문간 코포라티즘적 협약이 가능한가?” ●이정우 “성장과 분배는 동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동행’이라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자세히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대한 토로도 일부 옅보인다.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소득 재분배 정책을 언급하면서 “2005년 2월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복지증가와 추가적 세부담에 대한 동의는 18.9%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59.9%, 영국의 72.6%, 스웨덴의 44%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고 밝힌 것이 한 단면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최 교수의 민주적 코포라티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1920∼30년대 일부 유럽에서 이미 성공했는데 한국의 노사관계나 대화의 문화가 80년전 유럽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지나친 자기비하가 아닐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위기의 샤론 기사회생

    유대인 정착촌 철수를 강력히 밀어붙여 극우 유대주의자들의 반발을 산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집권 리쿠드 당원들의 재신임을 확보, 정치적 곤경에서 또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리쿠드당 중앙위원들은 내년 11월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를 뽑는 예비 선거를 내년 4월에서 오는 11월로 앞당기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전 재무장관의 제안을 26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쳐 반대 52%(1433표), 찬성 48%(1329표)의 근소한 표차로 부결시켜 샤론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리쿠드당의 예비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지게 됐고 샤론 총리는 적어도 내년 4월까지 팔레스타인과의 화해를 통해 이스라엘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정치적 목표를 힘있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표결 전 리쿠드당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일간 마리브의 여론조사 결과는 비관적이었다.50.7%가 네타냐후의 조기 선거 제안을 지지한 반면, 샤론 지지파는 42.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관측에 따라 샤론 총리는 표결에서 패배할 경우 지난 1970년대 자신이 주도해 만든 리쿠드당을 탈당한 뒤 신당을 창당, 노동당 등 정착촌 철수를 지지해온 정파들과 연정을 구성해 조기 총선에 임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이번 재신임으로 이스라엘은 정계개편 또는 조기 총선 같은 불투명한 정국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네타냐후 전 장관은 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면서 내년 예비선거에서 샤론 총리의 당권에 재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비록 근소한 표차로 1라운드에선 졌지만 2라운드가 있다.”며 샤론 총리는 당내 반대 진영의 결속력을 확인했으므로 이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언론은 지난주말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로켓 공격이 샤론 총리의 기민하고 침착한 대응에 대한 당원들의 믿음을 되살려낸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표결을 앞두고 연단에 오른 샤론 총리가 마이크가 꺼지는 돌발 상황에도 침착하게 연설을 마친 것에 당원들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모노드라마 ‘그녀만의 축복’ 주인공 김선경

    모노드라마 ‘그녀만의 축복’ 주인공 김선경

    뮤지컬 배우 김선경(37)은 화장 안한 맨 얼굴로 스스럼없이 카메라앞에 설 줄 아는 몇 안되는 여배우 중 하나다. 무대에선 누구보다 화려한 미모를 뽐내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선호하는 그녀다. 데뷔 15년을 헤아리는 김선경이 이번엔 무대위에서도 맨 얼굴을 드러내기로 작심했다. 새달 7일 서울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모노드라마 ‘그녀만의 축복’(극본 김은미, 연출 이용균)에서다.“오래 전부터 모노극을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을 주로 했지만 연극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왕이면 정통극보다는 노래와 춤이 들어간 공연이면 좋겠다 싶었지요.” 지난 3월 정동극장에서 선보인 자전적 1인극 ‘마이 스토리’가 촉매제가 됐다. 빈자리 하나 없이 빽빽이 들어찬 객석을 보면서 ‘배우로서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그 사랑을 보다 많은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창작 모노극을 서둘렀다. ●보통 아줌마들을 대변하는 연극 딸 하나를 둔 30대 후반의 평범한 가정주부 오서희. 남편은 남편대로, 딸은 딸대로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정신없이 바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던 중 딸의 과외교사를 남몰래 짝사랑한다.‘그녀만의 축복’은 가족들을 위해 아등바등 살다 어느 순간 자신의 인생을 놓쳐버린 이 시대 수많은 보통 아줌마들의 삶을 대변하는 연극이다. “결혼한 친구들로부터 ‘넌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만큼 남성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기혼 여성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겠지요.” 지난해 결혼, 아직 신혼 재미에 빠져 있는 늦깎이 주부 김선경은 극중에서 오서희를 비롯해 친정 어머니, 이혼한 여고동창생, 무뚝뚝한 남편 등 7명의 캐릭터를 숨가쁘게 오간다. 틈틈이 재즈, 클래식, 자장가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음악 5∼6곡을 부른다. 도마질하는 장면에선 평소 좋아하는 심수봉의 ‘비나리’도 살짝 선보일 예정이다. ●뮤지컬 20여편 주연 도맡아 1991년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로 데뷔해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킹 앤 아이’의 애나 등 20여편이 넘는 뮤지컬에서 주연을 도맡아온 그녀지만 배우가 원래 꿈은 아니었다. 학창시절 또래에 비해 엉뚱하고 조숙했던 그녀의 장래희망은 뜻밖에도 ‘현모양처’였다고.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탤런트 시험을 보고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별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20대 중반부터 5∼6년간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아주 힘든 경험을 했어요. 세상에 대한 희망,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산산이 깨졌지요. 그러다 문득 깨달았지요. 죽을 각오로 한번 열심히 살아보자고요.” 힘들 때마다 일부러 더 크게 웃는 버릇은 그때 생겼다. 새침한 ‘공주과’로 여겨지는 인상과 달리 잘 웃고, 털털한 중성적인 성격도 그런 노력의 결과다.“행복과 불행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종이 한장의 차이일 뿐이에요.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서부터 행복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이번공연은 “절반이상이 내 이야기” “내 이야기가 절반 이상”이라는 이번 공연의 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든 일에 회의적인 사람, 그리고 울고 싶은 데 울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에요. 극장에 와서 맘껏 웃고, 맘껏 울다 가셨으면 좋겠어요.”11월6일까지.(02)545-7302.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80/20법칙이 있다.100여년 전 경제학자인 파레토가 소득과 부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어느 때 어느 나라든지 전체 부의 80을 20의 사람이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회자된 법칙이다. 기업의 경우 20의 제품이 전체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고객 중 핵심 고객 20이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이론이다. 한 국가사회가 움직이는 원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한 국가, 사회를 움직이는 20에 속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 성공하여야 한다. 이런 신화에 쫓기는 현대인은 너무 바쁘다.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힘쓰고 애쓰며 일에만 몰두한다. 그런 소망이 얼마나 간절하던지 조그만 난관과 부딪쳐도 곧 허물어진다. 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황금새장’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이제는 기독교의 고전이 된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의 저자인 고든 맥도널드는 이런 모습을 ‘쫓겨 다니는 사람들의 8가지 특징’으로 요약한다.21세기, 디지털 4차원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쫓겨 다니는 사람들은 첫째, 오직 성취함으로써만 만족을 얻는다. 둘째, 성취의 표상들에 집착한다. 권력이라는 개념을 늘 의식하고 그것을 휘두르기 위해 소유하려고 애쓴다. 셋째, 절제되지 않은 팽창욕에 사로잡혀 있다. 넷째, 전인적인 인격에는 관심이 없다. 다섯째,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서툴고 미숙하다.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칭송 받기는 하나 타인의 정신건강과 전인적 성장에는 무관심하다. 여섯째, 지나치게 경쟁적이어서 모든 일을 승과 패를 가르는 게임으로 본다. 일곱째, 반대나 불신에 부딪히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격렬한 분노를 가지고 있다. 여덟째, 대개 비정상적으로 바쁘다. 바쁘다는 평판을 성공과 자신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증표로 생각한다. 한 배에 두 부류의 사람이 탔다. 잔잔한 바다에서는 그들이 누구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그러나 거센 풍랑이 일어 파선 직전에 이르면 상황이 급변한다. 죽음이 코앞에 넘실거린다는 생각이 들자 배 속에는 극단적인 두 부류의 모습이 나타난다. 한쪽은 태연자약이요, 겁에 질린 한쪽은 야단법석이다.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셨다. 뒤따라 제자들도 배에 올랐다. 그때 거센 풍랑이 일었다. 배가 파도에 뒤덮일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급기야 예수님을 깨우며 “죽게 되었나이다.”며 울부짖었다. 예수님께서 일어나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자 사위가 고요해졌다. 기이히 여긴 제자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도대체 이 분이 누구인데 바람과 파도까지 순종하는가?”하며 수군거렸다. 흙먼지 풀풀 날리며 마을버스가 시골길을 달린다.‘덜컹, 덜컹’ 조금이라도 파인 길을 지날 때마다 차창이 흔들리며 신음한다. 자세히 보면 모든 창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버스에 밀착된 창은 흔들리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틈이 나거나 간격이 벌어진 창은 ‘덜컹’하며 요란하게 흔들린다. 같은 이치이다. 태연자약한 쪽이나 예수님은 흔들리는 배에 완전히 자기를 맡겼으므로 흔들리지 않는 것이요, 야단법석인 쪽이나 제자들은 흔들리는 배에 자신을 일치시키지 못했으므로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매사에 열심을 내지만, 그래서 쫓겨 다니듯 살았지만 사실은 ‘야단법석’인 제자들을 예수님께서 꾸짖으셨다. 지나치게 분주한, 그래서 황금새장에 갇혀 내 안에 거하신 주님과 온전하게 밀착되지 못하는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꾸짖으신 것이다.“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천체를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천문학자는 번잡한 도시를 떠난다. 아파트의 형광등, 가로등, 시가지의 네온사인…. 잡다한 빛이 밤을 어지럽히는 도시에서는 별을 헤아리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분주함, 즉 ‘황금새장’에서 뛰쳐나와 마음을 지키는 것, 이것이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다.‘내 안에 거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비결이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儒林(43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3)

    儒林(43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3)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3) 묵자가 유가에서 벗어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만물의 창조자이고, 주재자인 하늘(하느님)의 존재를 깨달은 후부터였다. 물론 공자 역시 하늘의 존재를 인식한 선지자였다. 그러한 사실은 일찍이 공자가 송나라를 지날 때 환퇴(桓 )란 자에게 위협을 받았을 때 ‘하늘이 내게 덕을 부여해주셨거늘, 환퇴가 나를 어찌하겠는가.’라고 말하였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한 공자는 하늘이야말로 이 우주만물의 지배자이며, 올바른 도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도 없게 된다.(獲罪於天無所禱也)” 이러한 공자의 하늘에 대한 믿음은 가장 사랑했던 제자 안영이 죽었을 때 ‘아아,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하고 애통해 했던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는데, 묵자는 그러한 공자의 운명(運命)으로서의 하늘관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예부터 중국인들은 하늘에 대한 개념을 대충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 하나는 ‘물질적인 하늘’로 땅과 대비가 되는 것이며, 또 하나는 만물의 창조자이자 주재자로서의 하늘로 이른바 상제나 황천과 같은 인격적인 존재였다. 세 번째는 운명으로서의 하늘로,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숙명론의 대상이었다. 네 번째는 자연으로서의 하늘로 천체의 운행을 가리키며, 다섯 번째는 의리(義理)로서의 하늘로 곧 우주 최고의 진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공자의 ‘하늘관’은 세 번째인 운명론적인 것이었다. 공자는 하늘이나 하느님을 믿으라고 가르치거나 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법한 적은 없었다. 공자는 사람마다 갖고 태어나는 천명(天命)은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운명론자였다. 그러나 묵자는 공자의 이러한 하늘관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미 정자와의 대화에서 ‘유가에서는 하늘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데, 이는 천하를 잃기에 충분한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던 묵자는 ‘유가는 하늘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게으른 운명론자들’이라고 비난하면서 ‘무소부재(無所不在)’하고 ‘무소불명(無所不明)’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포하고 있다. “…또한 내가 하늘이 백성들을 두터이 사랑하고 계시다고 아는 근거가 있다. 곧 해와 달과 별들을 벌여놓음으로써 그들을 밝게 인도하시고 춘하추동의 사계절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그들의 기강(紀綱)이 되게 하셨고, 눈과 서리, 비, 이슬 등을 내려줌으로써 오곡과 삼베가 자라고 누에를 칠 수 있게 하여 백성들이 거기에서 재물과 이익을 얻게 하셨으며, 산천과 계곡을 벌여놓고 여러 가지 일들을 펼쳐놓음으로써 백성들의 착하고 악한 것을 살펴보시고 왕공(王公)과 후백(侯伯)들을 마련하여 그들로 하여금 현명한 이들에게는 상을 주고, 포악한 자에게는 벌을 주도록 하셨으며, 쇠와 나무와 새와 짐승들을 취하여 쓰고 오곡과 삼베를 기르고 누에를 길러 백성들이 입고 먹을 재물들을 마련토록 하신 것이다.” 묵자의 이러한 ‘하늘나라의 선언’은 놀랍게도 성경의 창세기편을 연상시킨다.
  • [18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EBS 오후 9시30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마당극을 펼치는 소리광대들의 모임 ‘또랑광대’는 각 지역출신 배우들로 구성돼 있다. 공연을 하는 지역과 장소에 따라 배우들은 다양한 사투리로 공연을 한다. 판소리가 현대에 와서 어떻게 민중 속으로 파고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사투리로 풀어내는 현대판 판소리의 현장도 소개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프랑스 라로셸에서는 전기자동차를 공동으로 사용해 공해와 교통 체증을 덜고 있다.1986년부터 사용한 이 전기자동차는 매년 사용자가 늘고 있다. 도심 내 6개의 정류소에 50여 대의 전기자동차가 준비돼 대중 교통체계를 갖추고 있다. 회원은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정류소가 갖춰져 주차 걱정도 없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오후 6시) 한국인 의식주 버라이어티 시리즈 의(衣)편. 매력인시대, 시대상을 반영하는 ‘시대의 거울’인 스타의 패션과 스타일을 현재부터 데뷔 당시까지 역순으로 살피고, 선택형 질문이 나오면 모녀 25쌍으로 구성된 매력위원회가 번호를 선택, 연예계에 소문난 멋쟁이 게스트들이 매력위원회의 기호를 맞춰 본다.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통일된 한국의 추석 밥상을 기대하면서 남과 북의 대표적인 음식문화를 살펴본다. 개성 한정식과 전주한정식의 치열한 맛 각축전이 벌어진다. 통일 밥상에 오르기 위한 3라운드 대결로 전과 찜, 국 3가지를 비교한다. 홍해삼전 대 양하전, 개성무찜 대 모래무지찜, 개성곰국 대 토란국 맛의 대결이 펼친다. ●퀴즈 대한민국(KBS1 오전 9시55분) ‘개그콘서트’에서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로 맹활약 중인 개그우먼 김현숙씨가 자신의 친오빠 김훈수씨와 함께 출연한다. 학창시절 만년 우등생 자리를 지켰던 믿음직한 오빠 김훈수씨, 공부를 제외한 모든 방면에서 오빠를 뛰어넘는 팔방미인이었던 동생 현숙씨가 퀴즈영웅 고지를 정복하기 위해 뭉쳤다. ●도전 지구탐험대(KBS2 오전 9시40분) 추석을 맞이하여 큰 잔치를 준비했다. 지난 9년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만난 세계의 진귀한 음식이 총집합한다. 아마존에서 아프리카까지를 누빈 6명의 대한민국 최고 입담꾼들의 유쾌한 음식 이야기 한마당. 또 중국요리의 진수를 보여줄 유신평 조리장과 브라질 조리장이 출연하여 진귀한 음식을 선보인다.
  • “삶에서 얻은 깨달음 소박하게 기록”

    “이승에 살면서 대오각성은 못했지만, 또 열반이나 득도의 경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인간의 소박한 깨달음의 편린이라고나 할까요.”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안제(69) 교수. 자신의 뒤안길을 담은 인생 수상집 ‘하늘의 뜻, 인간의 삶’(한국자치발전연구원 간)을 최근 펴냈다. 그는 “지난 세월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고 믿음과 회의를 오가며 부지런히 살아왔다.”면서 “이런 세파의 과정에서 얻은 교훈과 느낌을 글로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기록의 달인’답게 중간중간 흥미로운 기록을 첨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세계의 독립국가는 192개국, 수도는 203개시,2개 이상 수도를 가진 나라 8개국, 수도가 4곳인 나라 1개국…등등을 나열한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기록습관을 가졌다는 그는 1996년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초범 감안제 박사의 60년 생애와 업적’이라는 1만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신의 기록물을 펴냈다. 내년 고희때에는 70년간의 기록사를 발간할 예정이다.김문기자 km@seoul.co.kr
  • ‘H·H’를 승선 시켜라

    ‘아드보카트호 황금조합’을 위해 ‘황선홍-홍명보 카드’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신선하면서도 파괴력이 느껴진다는 반응들이다. 지난 13일 한국축구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딕 아드보카트(58) 감독에 대한 축구팬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 때문에 황선홍(37·전남) 코치와 홍명보(36) 축구협회 이사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기대감은 키우고 우려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핌 베어벡(48) 코치, 그리고 압신 고트비(40) 비디오분석관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이 신임 감독의 시행착오 기간을 줄여줄 보좌진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베어벡 코치는 한국의 축구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는 물론,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꿰뚫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렇다 할 감독 경력이 없음에도 축구협회가 ‘깜짝 2순위 후보’로 점찍어둔 이유다. 고트비 비디오분석관 역시 ‘축구는 과학’임을 입증시킨 숨은 주인공이다.2002월드컵 당시 포르투갈의 피구가 김남일에게 꽁꽁 묶이고, 이탈리아 비에리와 토티가 별 힘을 쓰지 못한 데에는 우리 선수와 상대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 장·단점을 반복 분석해낸 고트비 분석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들의 한계는 박주영(20)과 백지훈(20) 등 신세대들은 물론, 급성장한 김두현(25)이나 정경호(23) 등 ‘아테네올림픽 세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러한 상황들이 월드컵 4회 출전의 관록을 가진 ‘황선홍-홍명보 카드’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이유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2002월드컵 대표선수단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한 황 코치는 내년 월드컵 준비에서 선수단과 외국인 코칭스태프 사이의 매끄러운 교량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아가 ‘2010년 한국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적인 축구 행정전문가를 꿈꾸는 홍 이사 역시 본인이 강하게 고사하고 있지만 ‘얼음 카리스마’로 후배 선수들을 다잡을 수 있는 능력이 높이 평가되면서 감독 선임 이전부터 코치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돼 왔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영옥-전주원 “여름여왕 왕관은 내것”

    김영옥-전주원 “여름여왕 왕관은 내것”

    “승부욕을 자극하려면 신한은행이 올라오는 쪽이 좋다.”(김영옥·우리은행) “LA 레이커스도 매번 우승하지는 못한다.”(전주원·신한은행) 14일부터 열리는 2005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5판3선승제)을 앞두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신경전이 뜨겁다. 지난 겨울리그라면 상상도 못할 장면. 당시 챔프에 오른 우리은행은 꼴찌에 머문 신한은행을 상대로 4전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6개월 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올 여름리그에서 두 팀이 2승2패의 팽팽한 호각을 이룬 것.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전·현직 대표선수 7명이 포진한 ‘미니 대표팀’ 우리은행이 앞선다. 김영옥(플레이오프 평균 13점 2.3어시스트)이 이끄는 가드진은 물론, 김계령(190㎝·13.3점 7리바운드)-이종애(186㎝·12.3점 7리바운드)-홍현희(191㎝) ‘트리플포스트’ 에 실비아 크롤리(196㎝·12.7점 15.7리바운드)가 가세한 골밑은 난공불락이다. 다만 김영옥을 제외하면 드리블이 좋은 선수가 없어 승부처에서 강력한 압박수비를 당할 땐 쉽게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신한은행의 최대강점은 ‘돌아온 천재가드’ 전주원(11.7점 6어시스트)을 중심으로 한 물샐 틈없는 조직력이다. 득점력은 김영옥보다 못 하지만, 코트를 한 눈에 꿰뚫어보며 완급을 조절하는 리딩 능력은 여전히 전주원이 몇 수 위다. 여기에 리그 최고수비수인 진미정(13.3점)과 플레이오프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선수진(11.3점)이 버틴 포워드진, 트라베사 겐트(183㎝·13.3점 10.3리바운드)와 강지숙(198㎝·8점)이 지키는 센터진도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믿음직스럽다. 정미라 MBC해설위원은 “신한은행의 상승세가 워낙 무서워 5차전까지 갈 것”이라면서 “우리은행의 장신선수들이 신한은행의 변칙 압박수비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월드이슈] ‘지지율 1%차’ 박빙의 독일 총선 D-4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승부수가 성공을 거둘까. 예정보다 1년 앞당겨 18일 실시되는 조기 총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슈뢰더 총리의 정치 생명을 건 승부수란 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정책을 둘러싼 독일 국민들의 심판과 선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거가 무게를 더한다. 게다가 보수-진보간의 연합정권, 독일 첫 여성총리 탄생 여부 등도 관심거리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이달 초까지만 해도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민당(SPD)은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인 기민련에 정권을 넘겨줘야 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좌파진영의 지지율 합계가 보수 우파의 지지율을 1%포인트 앞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어느 정당도 단독정부를 구성할 의석 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민-기민련 대연정’ 구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슈뢰더 “이번에도 역전승” 지난 2002년 총선에서 막판 뒤집기로 재집권에 성공한 사민당-녹색당 연립정권(적·녹 연정)은 사회복지를 축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 ‘어젠다 2010’을 제시했고 복지 축소는 유권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경제 부진과 대량 실업까지 겹쳐 집권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 실시된 주의회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슈뢰더 총리와 사민당 지도부는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국면전환의 결단을 내렸었다. 1년 앞당겨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개혁정책 추진 여부도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는 것이 조기 총선의 이유다. 사민당 지도부는 대다수 국민들이 개혁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슈뢰더 총리 개인에 대한 인기가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를 훨씬 앞지른다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대대로 선거 판세는 막판에 이르러 사민당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4일 슈뢰더와 메르켈 두 총리후보 간 TV토론은 여론의 판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12일 포르사(Forsa)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율은 35%, 녹색당 7%, 좌파연합(Linkspartei) 7%로 좌파진영이 49%를 차지했다. 반면 기민당-기사당 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42%, 자민당(FDP)은 6%로 보수연합이 48%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좌우 이념넘어 대연정 가능성 급부상 선거를 나흘 앞둔 현재 보수연정 구성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반면 좌파진영의 경우 좌파연합을 끌어안고 ‘적·적·녹 연정’을 구성한다면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좌파 연합은 오스카 라퐁텐 전 사민당 당수가 탈당해 동독의 옛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과 손잡고 만든 정당. 슈뢰더 총리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비난하면서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같은 방침이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사민당이 정부 구성을 위해선 기민당-기사당과의 ‘이념’을 뛰어넘는 진보-보수간의 ‘대연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대연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연정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36%로 지난 조사보다 3%포인트 증가한 반면, 보수 연정에 대한 지지율은 29%로 6%포인트 감소했다. 슈뢰더 2기 내각이 제시한 ‘어젠다 2010’이 기민련 정책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도 대연정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연정 가능성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어찌됐든 사민당이 제 1당의 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한다. 독일인들은 집권 사민당의 개혁정책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슈뢰더 총리에 대한 호감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메르켈 당수에 대해서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탓이다. 공영 ARD방송이 8일 실시한 두 총리 후보의 지지율 조사결과에 따르면 만약 직접선거로 총리를 선출할 경우 슈뢰더가 54%, 메르켈이 35%의 지지를 얻을 것 ㅍ으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에서 8%였던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가 4일 조사에서 14%로 늘어난 데 이어 이날 조사에선 19%까지 벌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당별 지지율이 역전되고,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당수의 인기도는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유럽과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lotus@seoul.co.kr ●게르하르트 슈뢰더(61) 지난 98년 총선에서 헬무트 콜을 물리치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듬직하고 준수한 용모와 뛰어난 언변 등 미디어 시대의 정치인으로서 면모를 두루 갖췄다. 이라크전 반대를 강력하게 전개, 인권을 높였다.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나치 병사였던 아버지가 루마니아에서 전사한 뒤 편모 슬하에서 4형제와 함께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17세부터 상점 견습생으로 일하며 야간학교를 다녔고 명문 괴팅겐 법대에 입학해 76년 변호사 자격증을 따냈다. 야간학교에 재학 중이던 19세(63년) 때 사민당에 가입, 정열적인 활동력과 탁월한 화술로 78년 사민당 청년조직 의장에 선출됐다. 급진 좌파를 자처하고 한때 적군파를 옹호하기도 했던 그는 80년 연방 하원의원,86년 니더작센 주의회 원내총무,90년 주총리 등을 거치며 사민당 내 온건파 지도자로 떠올랐다. 집권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강력한 범죄대책을 주장, 우파에 가깝다는 비판도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50) 어눌한 이미지에 잦은 말 실수를 하지만 끈기와 과감한 결단력 등 뛰어난 정치적 수완으로 ‘독일판 철의 여성’으로 불린다. 54년 서독지역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의 임지인 베를린 북쪽 브란덴부르크주의 작은 마을 템플린으로 이주했다. 라이프치히대를 나와 78∼90년 동베를린 물리화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동독에서 생활해왔다. 통독 직전인 1989년 동독민주화운동 단체 ‘민주적 변혁’에 가입, 정치활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90년 3월 동독 과도정부 대변인 서리를 거쳐 그해 동서독 통일후 실시된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발탁으로 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94년 환경부 장관에 오르고 98년 당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2000년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다.2002년 당수로 재선출되고 원내총무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당권을 다졌다. ■ 총선 쟁점 및 각 정당 정책 |파리 함혜리특파원| 총선의 최대 쟁점은 ‘누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이다. 수출 호조로 거시 지표는 회복세지만 내수세가 살아나지 않아 체감 경기는 여전히 썰렁하다. 경기침체 하에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실업자가 500만명을 넘고 실업률은 11.4%나 된다. 집권 사민당(SPD)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혁정책의 완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 사민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면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인 기민련의 선거 구호는 단순명쾌하다. 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기업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경제규모를 키우고, 그럼으로써 고용을 늘리는 자본주의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세제개혁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 연정’은 연소득 25만유로(부부합산 소득 5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 계층에 대해 3%의 추가 특별소득세를 거두는 이른바 부유세 신설을 공약했다. 기민련은 16%인 부가가치세를 18%로 인상하는 공약을 채택했다. 부가세 인상 대신 실업보험료를 임금의 6.5%에서 4.5%로 2%포인트 낮춰 근로자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모두 법인세 인하를 약속했다. ●노동정책 사민당은 기존의 노동시장 개혁정책(하르츠Ⅳ)을 계속 밀고나갈 방침이다. 실업수당 수혜 자격을 강화한다는 내용. 사민당은 해고방지를 위한 보호장치 완화, 노동시간 연장, 임금교섭의 자율성에 대한 간섭 등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반대다. 기민련은 고용주에게 부담을 주는 근로자 권리의 제한을 주장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꾀하고 있어 기업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대외정책 여야 정당 모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노력을 천명하고 있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문제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사민당은 터키의 EU 가입을 강력하게 지지하지만, 기민련은 터키가 EU 정회원국이 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亞경시외교 고수… 韓·中과 마찰 일듯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국민들은 11일 총선거에서 ‘안정’과 ‘개혁’을 택했다. 집권 자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 안정 속에 개혁 작업을 지속적으로 펴도록 밀어준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개혁 이미지’로 포장한 ‘우정민영화’ 기치 아래 당내 반란파 축출과 명망가 공천의 화려한 ‘극장형 선거전’을 통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집권 기반을 공고화, 안정적인 장기 집권의 가도에 진입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앞세워 지금까지 유지해 온 미국 중시, 아시아 경시 외교 노선을 유지, 강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과 중국 등과의 외교마찰을 부를 수도 있다. ●오카다대표 “퇴진”… 1야당 민주당 사실상 몰락 2001년 4월 말 취임한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을 장악할 수 있는 절대안정 의석을 확보하면서 참의원 내의 반대 분위기도 압승 기세로 제압할 것이 확실시 돼 1년여 남은 임기의 기반을 탄탄히 굳혔다는 평가이다. 임기연장이나 ‘킹 메이커’의 영향력 확보 가능성도 점쳐진다.‘포스트 고이즈미’ 논의로 초래될 수 있는 레임덕도 피하면서 정권의 명운을 걸었던 우정민영화법을 재추진, 성립시킬 수 있는 동력도 확보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중의원 우정 민영화법안 반대파 37명을 축출하고 명망가 위주의 신진을 대거 공천, 파벌과 이익집단이 당정의 의사결정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구태정치를 일소했다는 평이다. 다만 “비주류를 말살해 고이즈미 총리의 독주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개혁의 결정판이라는 우정민영화는 국철 민영화, 도로공단 민영화, 전화사업 민영화 등에 이은 ‘작은 정부’를 구현, 구미 경제계에 일본 경제와 사회에 대한 믿음을 줘 향후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사실상 ‘몰락’, 당의 존재기반까지 흔들리는 최대 위기에 처했다.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사회생을 위한 세대교체론이 급부상하면서 당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민주당의 몰락은 “자민당 보다 더 일부 정책이나 의원은 보수적”이라는 색깔의 불명확성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호헌세력인 공산당과 사민당을 포함한 야권의 대대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평이다. ●자위대 이라크주둔 재연장 전망 고이즈미 총리가 압승을 앞세워 주변국은 물론 유엔 개혁 외교정책에서 강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12월에 끝나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기한을 재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우경화 노선도 가속화, 창당 50주년인 오는 11월 자민당은 개헌초안을 내놓고 공론화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민당의 개헌안 초안은 전력 보유와 교전 포기를 골자로 한 헌법 9조를 고치는 것이 뼈대이다. 군사대국화 망령도 본격 부활할 수 있다. 주일미군 재편도 연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며 이 때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앞세워 일본측의 부담을 경감하는 등 일본측에 유리한 협상안을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측과 작은 충돌도 예상된다. 향후 일본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개혁정책이 가속화, 경제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 나오는 반면 770여조엔에 이르는 국가 및 지방정부 채무 해결, 갈수록 악화되는 국민연금 재정 위기 등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령자들의 의료·복지비 자기부담 확대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재정위기의 확대로 인한 ‘사회 안전망’의 약화는 일본 국민들이 ‘우정민영화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냉정하게 고이즈미 정권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안정이 다시 흔들릴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몰락으로 견제세력이 없어진 자민당은 ‘브레이크 없이 폭주’할 수 있어 보인다. 따라서 다른 의미에서 고이즈미의 자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오만과 독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taein@seoul.co.kr
  • ‘황정민표’연기 완성… 운명같은 배역

    ‘황정민표’연기 완성… 운명같은 배역

    배우 전도연에게는 조금 섭섭한 소리로 들리겠지만,23일 개봉하는 박진표 감독의 영화 ‘너는 내 운명’(제작 영화사 봄)에서 스크린을 압도하는 것은 그의 열연이다. 전도연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더할 나위없이 뛰어난 그녀의 최고 연기에 시선을 고정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영화 내내 묵직한 무게로 다가온다. “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제 능력이 10이라 치면, 전도연씨의 에너지로 인해 제 능력치가 12,13으로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라니까요.” 시사회를 함께한 뒤 “지금껏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고 평하자 손사래부터 치며 쑥스러워하는 이 남자. 요즘 충무로에서 최고로 바쁜, 이른바 ‘잘 팔리는’ 배우 가운데 한 명. 배우 황정민(35)을 만났다.‘황정민의 해’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올 한해 그의 활동은 도드라진다. 이미 ‘달콤한 인생’,‘여자, 정혜’,‘천군’ 세 편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고,‘너는 내 운명’과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곧 ‘사생결단’의 촬영에도 들어간다. 이 가운데 ‘너는 내 운명’은 그에게 있어 보다 큰 의미로 다가갈 영화다. 연극과 뮤지컬에서 확보한 독보적인 위치 만큼 영화배우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역대 최고의 역할 비중에, 언제나 믿음을 주는 배우 전도연과의 호흡이란 것이 진작부터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영화속 그의 실감 연기는 그런 추측에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지금껏 저는 언제나 작품속 주연이었어요. 기존의 여타 작품들에서 역할의 경중에 상관없이 스스로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죠.”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시골 노총각 석중. 다방 여종업원 출신에다 에이즈까지 걸린 여자 은하(전도연)를 주위의 편견에 맞서며 변함없이 지켜주며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남자다.‘어떤 옷을 걸쳐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로 평가 받으며 다양한 질감의 캐릭터를 선보여 왔던 그가 다소 ‘밋밋한’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작품을 선택할 때 항상 두 가지를 생각해요. 캐릭터가 영화속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가?’라는 것이죠.” 이번에 석중 역할도 ‘진정성’이 느껴져 선택했단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영화에서도 영화속 인물로서 관객들에게 각인되고 싶다고 했다.“ ‘황정민´을 절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요. 송강호, 설경구 등 선배들과는 다른 저만의 작업 방식인데, 캐릭터가 저의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흡수되지 않도록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죠.” 그는 “촬영 내내 현장을 떠나서도 영화속 석중이로 살았다.”고 말했다. 촬영 전 몸무게를 15㎏ 불렸고, 중간에 다시 그만큼의 몸무게를 빼는 노력을 보여준 것도 실연의 아픔을 겪는 석중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촬영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묻자 이내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후반부에 몸무게를 엄청 뺐는데, 별로 티가 나지 않더라고요. 몸은 빠졌는데, 얼굴은 그대로인 거 있죠.(웃음)”하지만 무엇보다 후반부 석중이 떠나간 아내로 인해 고통받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영화상에는 1시간일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한달 반 동안이라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었단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 9단’인 그에게 “본인의 연기적 단점이 뭐냐.”고 묻자 잠시 침묵한다.“감정적으로 ‘시니컬’하지 못한 게 불만이에요. 언제나 성에 차지 않죠. 제가 숀팬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지요. 그가 보여주는 시니컬함이 부러워요.” 영화하겠다고 연극판을 나와 충무로를 기웃거리며 이곳저곳 오디션을 보고, 모두 떨어져 좌절하던 서른살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그. 지금의 자신을 만든 8할은 아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인터뷰를 맺었다.“저는 1순위가 집사람이에요. 연기요? 일은 그 다음이라니까요.(웃음)” 글 사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전도연·황정민 호연… 근래 보기 드문 수작 영화 ‘너는 내 운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 2002년 전남 여수에서 한 다방 여종업원이 농촌 총각과 결혼했다가 뒤늦게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통을 겪게 되는 실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목장경영이 꿈인 36세의 순박한 시골 노총각 석중(황정민)이 다방 여종업원 은하(전도연)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지만, 은하가 에이즈 보균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달콤한 행복은 이내 불행으로 바뀐다. 하지만 석중은 주위의 모든 편견을 딛고 은하만 바라보며 사랑을 지켜낸다. 영화는 석중의 뚝심 있는 사랑 이야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시종일관 자극한다. 단조로운 스토리의 지극히 통속적인 신파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영화속으로 점점 빠져든다.‘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대담한 연출력과 전도연·황정민 두 스타의 호연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수작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 [신연숙칼럼] 자립형 사립고의 추억

    [신연숙칼럼] 자립형 사립고의 추억

    자립형 사립고의 시범운영 평가결과가 나와 이의 추가 허용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지만 교육의 본질과 국내외 여러 여건을 살펴볼 때 이를 더 이상 막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우려되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은 차단하거나 최소화시키면 된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자립형 사립고’식 교육을 체험해 봤다고 생각한다.25년 전 ‘자립형 사립고’라는 이름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취지가 거의 유사한 학교가 이 땅에 있었다. 한 학급 50명, 한 학년 2개반씩 중·고 합쳐 12학급에 불과했던 소규모의 학교는, 그 당시 어떻게 그런 게 가능했는지 몰라도 학사운영이나 교과목 개설, 특별활동 등이 매우 자유로웠다. 외국 종교재단이 운영해 종교적 이념과 국제적 분위기가 독특한 교풍을 조성했다. 교사들의 열의와 헌신,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인격적 존중, 개성 계발에 집중된 교육 등은 학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영어연극 공연, 음악·무용 콩쿠르, 바자(축제), 봉사활동 등 이 학교만의 프로그램이 많았다. 평준화조치 이후 학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때 고교생이 된 딸을 이 학교에 전학시킬 것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 상황이 안 돼 포기해야 했지만 적어도 이 학교라면 어떤 교육을 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험으로 추억해 보고 예상해 보는 ‘자립형 사립고’란 이런 곳이다. 교육당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특한 건학이념, 다양한 체험활동, 학생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교육을 해줄 수 있는 곳이다. 획일적 교육환경에 불만이 늘고 사회 전반에 개방화·다양화가 대세를 이루는 이때 이런 교육기관에 대한 선택권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평준화 보완 대책으로 ‘자립형 사립고’제도가 제안된 지 벌써 10년이 됐다. 교육당국이 정책결정을 미루고 있는 사이 이젠 외부적으로도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한다. 한 해 1만명이 조기유학을 떠나고 내국인을 겨냥한 외국학교까지 들어오게 됐기 때문이다.‘자립형 사립고’가 모든 조기유학생을 붙잡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초·중·고생을 되도록 국내에서 교육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국민교육적 측면에서도 훨씬 바람직하다. 또한 외국인이 운영하는 자율적 교육기관은 허용하면서 내국인이 운영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안 된다는 정책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현재와 같은 형태로 ‘자율형 사립고’를 대거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은 많다. 요약하면 높은 등록금으로 귀족학교가 될 것이고, 학교들이 대입시 교육에 치중해 학원화될 것이며, 그 결과 명문대 입학 실적에 따라 학교이름이 브랜드화돼 고교학벌을 다시 형성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우리 현실에서 이런 상황은 고교입시경쟁을 재현하면서 중학교육을 파탄나게 할 것이 뻔하다. 특히 이런 ‘입시학교’를 부자들만 다닐 수 있게 한다면 형평성 문제도 커진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등록금 규제 등을 완화해 ‘자립형 사립고’를 허용하되 성적으로 뽑는 입학전형을 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현재도 성적위주 선발은 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지만 이번 평가결과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예 사립초등학교의 경우처럼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추첨입학제를 실시했으면 한다. 고른 분포의 학생을 놓고 일반학교와 ‘학교효과’ 경쟁을 한다면 우리 교육 발전에도 기여하리라고 판단된다. 논설실장 y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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