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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민폐국’ 추락한 ‘사스 예방 모범국’

    중국과 홍콩에서만 6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1명의 확진 환자도 내지 않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까지 받은 한국이 ‘메르스 민폐국’이 됐다. 방역체계가 12년 전보다 후퇴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조기 방역 태세 미흡을 꼽는다. 우선 2003년 사스 사태는 중국과 홍콩에서 먼저 발생했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일찍 비상 방역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방역의 최전선인 공항에서부터 철저하게 검역을 실시했고 국내에 사스가 발생할 경우 국민 대응 요령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에도 보건당국의 사스 전담 인력은 4~5명 수준으로 매우 적었으나, 고건 당시 총리를 중심으로 ‘사스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전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사스와의 ‘전투태세’를 갖췄다. 상위 부처인 국무조정실이 나서자 국방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움직였다. 고 전 총리는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을 불러 “사스 방역도 국가를 방어하는 일이다. 군의관과 군 간호 인력이 필요하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덕분에 군 의료진 70여명을 공항 사스 방역에 투입할 수 있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일단 초기 대응이 늦었다. 주변국에 환자가 없었고 중동에서도 2012년부터 3년간 환자가 매우 적게 발생해 보건당국은 긴장을 늦췄다. 최초 환자도 입국할 때는 발열 증상이 없어 공항 방역망을 제지 없이 통과했다. 이후 초기 대응만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환자 확산을 막을 수 있었지만, 보건당국은 최초 환자 발생으로부터 2주일이나 지난 2일에서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을 복지부 장관으로 격상하는 등 재빨리 움직이지 않았다. 천병철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3차 감염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등의 얘기는 과거의 데이터인데 보건당국이 이런 데이터를 기준으로 매뉴얼을 작성해 방역을 하다 보니 허점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씨줄날줄] 사스(SARS)의 교훈/오일만 논설위원

    13년 전인 2003년 2월 베이징 특파원 시절에 중국 광저우에서 목격한 일이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뭔가 불안한 기색으로 식초를 뿌리거나 태우는 행동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큰 감기가 돌고 있다. 식초가 특효약이란 소문을 듣고 따라 하는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이 말한 큰 감기는 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실체를 몰라 ‘괴질’로 불렸다. 이 괴질은 불과 한 달 후에 수도 베이징으로 옮겨 와 최악의 상황으로 변했다. 보건 당국이 사실을 축소, 은폐하면서 초기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주요 이유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시점에도 중국 당국은 “베이징은 안전하며 사스는 곧 억제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는 법. 사스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외국인들과 그 가족들의 베이징 ‘탈출 러시’가 이어졌고 중국 당국은 수도를 봉쇄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사람들이 모이는 극장이나 백화점, 목욕탕은 물론 술집도 모두 폐쇄됐다. 베이징은 활기를 잃은 채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막 출범한 4세대 지도부,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정권 자체의 위기를 맞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영웅 장옌융(蔣彦永)이 등장한다. 인민해방군 301병원에 의사로 재직 중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사망자를 목격한 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중국 당국의 사스 은폐 사실을 폭로했다. 중국 당국이 비밀주의를 버리고 ‘사스와의 공개 전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의사 장옌융의 의지를 실현한 인물은 왕치산 현 상무위원이다. 중국 지도부는 당시 금융위기를 처리해 ‘소방대장’으로 불린 왕치산 하이난성 당서기를 그해 4월 22일 베이징시 시장대리로 전격 임명한다. 그는 취임 직후 전체 회의를 소집한 뒤 “1은 1이고 2는 2다. 누구도 거짓 정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엄명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매일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낱낱이 공개했다. 3개월 후인 6월 24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베이징 지역에 내린 ‘사스 경보’를 취소했다. 사스와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가 확인된 순간이다. 전체 사망자(775명)의 84%(648명)를 차지했던 중국은 경제적 손실만 2100억 위안(약 37조원)에 달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이었다. ‘중동판 사스’로 불리는 메르스 사태에 직면해 우리 보건 당국은 사스 초기 중국 관료들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미숙한 초기 대응 등 후진적 방역체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고위험 의심 환자를 ‘사스 트라우마’가 심한 중국으로 출국시켜 국제적 ‘민폐국’이란 오명도 뒤집어썼다. 2009년 신종플루 창궐 당시 질타를 받았던 방역 시스템에 다시 구멍이 뚫린 것이다. 반성없는, 안일한 대응이 빚은 전형적 인재(人災)로 보는 이유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회사의 많은 워킹맘 선배들은 도대체 어떻게 10년, 20년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무한한 존경심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워킹맘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애초에 슈퍼맘이 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도 않았지만, 요즘 나는 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회사로 돌아온 지 70여일. 매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루 24시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을 만큼 여유가 없다. 오전 8시 집에서 나와 9시부터 오후 7시 넘어까지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찍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반. 아기를 봐 주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아이에게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옷을 갈아입고 9시부터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 남편이 보통 집에 9시 반쯤 오기 때문에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밤 10시를 넘긴다. 워낙 늦게 자는 아기였지만 복직 이후로 시간이 더 늦어졌다. 씻기고 같이 책 좀 읽다가 재우면 12시가 넘는다. 아기를 눕히고 거실에 나오며 바라보는 집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제 겨우 70여 일…바닥이 드러났다 약 11주 동안 열여덟 번의 야근을 했다. 현재 있는 부서에서는 야근을 재택근무로 하게 돼 있어 복직을 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은 집에 6시에 와서 자정까지 일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 야근을 하는 시간이 제일 고달프다. ‘나만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한다고 할까’ 욱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엄마가 못마땅한 아이는 심하게 보채고 안아 달라고 졸랐고, 기분이 좋아지면 식탁 위로 올라와 컴퓨터를 깔고 앉으며 마우스를 만지는 놀이에 빠지기도 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가 울리기도 했다가 점점 ‘뽀로로’의 힘을 빌리는 시간이 늘어간다. 요즘에는 아기띠에 안고 억지로 잠을 재우고 안은 채로 일을 한다.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여섯 번 갔다. 세 번은 토요일 아침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고 나머지 세 번은 평일 퇴근 직후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감기 증상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휴가일수는 정해져 있고,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그리고 아이가 심하게 아플 경우 등 휴가를 써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둬야 한다. 툭하면 아이 핑계를 대고 휴가를 쓴다는 뒷말을 최대한 적게 듣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맞벌이 아이라 콧물이 줄줄 흐르는 데에도 어린이집에 보냈다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눈초리도 피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남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기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한밤 중에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에 자정까지 문을 여는 병원과 약국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 아침 어린이집 가방에 약을 챙겨서 보내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 다섯 번의 일요일 근무를 했다.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해서 출근하는 일요일은 남편이 오롯이 육아를 전담한다. 2주의 하루꼴인데 그 때마다 1시간 안팎의 ‘시댁 찬스’를 쓰는 남편이 무척 부럽다. 남편 역시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한다.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서 남편은 토요일에 회사를 나간다. 세 가족이 오롯이 주말 이틀을 보낸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지만 사실 주말이 더 바쁘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아이와 아침부터 놀아주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오후 한 시간 동안 놀이수업에 참여했다가 끝나면 나들이를 간다. 봄 햇볕을 쪼이며 꽃구경을 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매주 새로운 공원을 찾아 다니고 있다. 저녁이 되면 외식을 하고 일주일치 장을 봐 들어간다. 그 때부터 남은 집안일이 또 있고, 아이가 며칠 동안 먹을 반찬과 국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비슷한 메뉴만 만들어 먹이는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이 짓누른다. 일요 근무가 있는 한 주는 토요일에 웬만한 걸 다 해결해 놔야 하니 시간이 더 짧다. 두 달 남짓의 워킹맘 생활을 겪으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아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그나마 좀 쉬운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고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은 바로 집안일이다. 원래도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집안일에 소질이 있지도 않긴 했다. 잘하려는 욕심은 아예 없다. 기본만 하려고 하는데도 왜 이렇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 청소기를 돌릴 수도 세탁기를 쓸 수도 없다. 그러나 민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기의 발바닥이 시커멓게 변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밤 11시에 청소기를 돌렸다. 다음 날 입을 속옷까지 똑 떨어졌을 때 밤 10시에 세탁기를 돌리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아끼던 아기 옷 하나를 버렸다. 해외에 사는 친정엄마가 사서 보내준 것이다. 젖은 수건들 속에 잘못 겹쳐져 있다가 그만 옷에 곰팡이가 피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옷에 핀 곰팡이가 나의 살림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한심했다. 신혼 때에는 요리도 곧잘 했지만 아기가 생긴 뒤부터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그나마 복직한 뒤로 점심식사는 회사에서 해결을 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복직한 날에는 기념으로 근사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그러나 하루 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력이 바닥났다. 이모님과 교대하기 위해 서둘러 퇴근을 하다 보니 장을 볼 시간은 아예 없다. 이모님이 빨리 오라고 닦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어도 흔쾌히 양해를 해주시는 좋은 분인데도 이상하게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어갈 여유조차 없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종종 걸음으로 가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퇴근길이 아침보다 더 조급하다. ●가장 쉬운 것은 회사 일, 가장 힘든 것은 집안일 복직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짜장면, 피자, 치킨, 찜닭에 떡볶이까지. 온갖 종류로 시켜먹다 보니 배는 채웠는데 몸이 퉁퉁 붓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반찬을 배달시키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반찬을 보며 든든함을 느꼈지만, 그걸 꺼낼 때마다 남편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게 된다. 괜한 부담감 때문에 저녁 9시 반, 10시에 밥도 못 먹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저녁 좀 먹고 오라고 바가지를 긁기도 했다. 혼자서는 김치 한 접시로도 밥을 뚝딱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남편의 저녁식사는 아무리 불량주부라 해도 신경이 쓰인다. 친정엄마 옆에 살면서 반찬을 얻어다 먹는 친구가 제일 부럽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엄마가 해주는 밥, 그걸 먹으면 나도 더 힘내서 버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가부장적이어서 집안일을 아예 안 한다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자상한 성격에 육아와 집안일을 성심성의껏, 최대한 나눠서 하려고 한다. 문제는 아침 6시에 집에서 나간 뒤 칼퇴근을 해야 겨우 저녁 9시에 집에 돌아온다는 것. 자는 시간 빼고 집에 있는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다. 가끔 ‘하숙생’이라 불러준다. 우리집 ‘하숙생’은 청소기 돌리기와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를 전담해서 하고 나머지 집안일을 돕는다. 꼼꼼해서 나보다 더 집안일을 잘 하지만 나는 항상 부탁을 하는 입장이 된다. “다른 것 다 안 해도 되니 청소만 제때 해 달라”고 수없이 당부했지만, 주말마다 “미안한데 청소기 좀 돌려줄래요?”라고 말해야 움직인다. 남편이 알아서 집안 정리를 싹 해줘도 내 입에서는 꼭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 가운데 맞벌이 여성의 가사분담 실태 조사 결과,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 분담을 한다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절반 이상(52.9%)이 부인이 주로 하고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이면서 가사까지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경우도 25.7%나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영아기(0~2세) 자녀를 둔 취업여성의 평일 평균 육아시간이 4.2시간으로 조사됐다. 남편은 1.8시간이었다. 나도 하루를 ‘풀타임’으로 일하고 돌아오지만 가사노동·육아 시간의 양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아예 집에 머무는 시간부터 다르다. 남편의 왕복 4시간 되는 출퇴근 시간은 나에게도 고역이다. 다음에는 회사에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집값, 생활비를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엄두는 감히 낼 수가 없다. 누구는 일하면서 대학원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운동을 하고 외모를 가꾸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고,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며 산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하나 똑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이, 아둥바둥 사는데도 늘 시간이 빠듯하다. 나의 문화생활이라고는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드라마를 보는 게 전부다. 영화관에 간 것은 지난 2013년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2주 전 주말 남편과 TV로 ‘국제시장’을 본 것이 올해 첫 영화였다. 지난해 초 ‘겨울왕국’을 집에서 본 뒤로 1년 만의 영화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고 운동할 시간은 아예 없으니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임신 중에 쪘던 20kg이 휴직 기간 1년 동안 다 빠졌는데, 한 달 만에 5kg이 불다니. 그만큼 육아가 힘들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매일 출퇴근길에 사람이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 서서 외국어 학습지를 푼다. 하루 중 내 머리에 뭔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게 문제이지만. 기저귀나 유아용품을 급히 사야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오롯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사실 얼마 안 된다. 당장은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아이가 아프지 않고 좋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밝게 자라주고 있는 것에만 감사하려고는 한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그래도 자꾸 위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몸은 너무 고되고 기껏 번 돈은 절반 가량을 이모님에게 보내야 한다. 회사에서도 지금은 ‘애 키우는 여사원’으로밖에는 딱히 존재감이 없다. 동기나 후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집은 늘 엉망이고,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지만 제대로 티가 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남편과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무엇보다도 지난 1년 동안 내가 아이의 모든 ‘처음’을 함께 했는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아쉽다. 지난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아이가 이모님과 처음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이모님이 시소에 탄 아이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울컥했다. 그날 밤 깜깜하고 텅 빈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같이 그네를 탔다. 요즘 들어 말문이 트이려고 온갖 예쁜 짓을 하는 아이다. 과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아이 얼굴이 끊임없이 고민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무려 꼴찌라고 한다. ‘대다수의 워킹맘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겠지.’ 육아카페에 올라오는 직장맘들의 애환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갖고 공감을 하며 지낸다. ‘그래,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 매일 시댁에 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것보단 낫지. 집안일에는 손도 안 대고 매일 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남편들보단 낫지.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이모님께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아기가 아직 어린 지금이 그나마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이후까지. 고비마다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오늘도 문 앞에서 따라가겠다고 신발을 신으려는 아이를 뒤로하며 의지를 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 남 집에 애낳는 뻐꾸기는 정말 ‘나쁜 엄마’다?

    남 집에 애낳는 뻐꾸기는 정말 ‘나쁜 엄마’다?

    동물의 세계 역시 인간 세계 못지않게 오묘하지만, 그중에서도 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게 바로 새들의 ‘탁란(托卵)’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찌 보면 엽기스럽기까지 하다. 탁란이란 새가 제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까서 그 둥지의 주인에게 제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렇게 새끼를 위탁하는 새를 탁란조라고 하며, 본의 아니게 남의 새끼 키우기를 떠맡은 새를 가짜 어미 또는 숙주라고 부른다. 탁란조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 철새라는 점이고, 두견이과와 오리과 등 5과, 약 80종이 있다고 한다. 이들 탁란조는 자기 둥지를 짓지 않는다. 따라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잭 니콜슨의 영화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탁란조는 자기 새끼를 기르기 위해 주로 텃새들의 둥우리를 이용하는데, 그 목록에 드는 것이 뱁새를 비롯해 멧새·개개비·검은딱새·알락할미새· 등 하나같이 덩치가 작은 새들이다. 그래서 탁란 과정에 더 극적인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탁란조의 대표적인 새가 바로 뻐꾸기인데, 5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가 산란기인 뻐꾸기 암컷은 뱁새 같은 숙주 새가 둥지를 비운 틈에 둥지 속 알 한두 개를 부리로 밀어내 떨어뜨리고는 재빨리 자기 알을 둥지 속에 산란한다. 한 둥지에 알 한 개를 위탁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때 탁란조가 낳는 알이 정말 절묘하다. 숙주 새의 알과 색깔과 무늬가 흡사한 알을 낳는 것이다. 예컨대 두견이는 숙주인 휘파람새와 비슷한 초콜릿색 알을 낳고, 매사촌은 숙주인 쇠유리새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다. 이 정도면 동물 세계에서 가히 속임수의 왕이라 불릴 만하다. 여러 종류의 숙주 새에게 탁란하는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는 같은 종도 숙주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알을 낳으며, 두견이가 없는 지방에서는 벙어리뻐꾸기가 휘파람새의 둥우리에 초콜릿색의 알을 낳기도 한다. 이렇게 탁란조 암컷은 산란기에 12∼15개의 알을 여기저기 다른 둥지에다 낳는다. 그리고 그 새끼는 보통 숙주 새의 알보다 며칠 먼저 알을 깨고 나와서는 숙주새의 알과 새끼를 밀어내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점한 후 숙주인 양엄마 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를 받아들이는 건 어미새의 본능이다. 탁란새와 숙주새의 체급은 정말 차이가 나도 보통 나는 게 아니다. 여름 철새인 뻐꾸기 몸길이는 36㎝이고, 알은 3.5g이다. 반면, 텃새인 뱁새는 몸길이가 뻐꾸기의 1/3 정도인 13㎝의 아주 작은 새로, 몸무게는 1/20도 채 안된다. 얼마 안 가서 새끼는 어미새의 덩치보다 훨씬 커져서, 양부모들은 그 가짜 새끼를 먹여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뼈골 빠지게 쉴새없이 먹이를 물어다주는 참극이 벌어진다. 그리고 얼마 후면 뻐꾹뻐꾹 신호를 보내는 생모를 따라 양부모에게는 인사 한마디 하지 않고 둥지를 떠나버리는 것이다. 둥지에 돌아온 숙주 어미새님은 텅 빈 둥지를 보고는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사람의 잣대로 볼 때 이런 패륜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뻐꾸기 같은 탁란조를 배은망덕한 새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잣대일 뿐, 이 또한 자연의 오묘한 섭리니,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닐 듯싶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 그렇다면 이 탁란조들은 어째서 자기 새끼를 스스로 키우지 않고 남의 손에 맡겨 키우게 하는 것일까? 그것도 교묘한 속임수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거기에는 탁란조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그걸 한번 알아보자. 먼저, 뻐꾸기과의 새들처럼 탁란을 하는 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철새들 중에서 다른 철새들보다 서식지에 머무는 기간이 아주 짧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5월 초순에 찾아오는 뻐꾸기는 겨우 3개월만 머물다가 8월 초순이면 다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야 한다. 추위와 먹이 부족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지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만한 시간이 도저히 되지가 않는다. 그리고 또 뻐꾸기의 경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여 날아오는 철새여서 날아오는 도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바람에 둥지를 만들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탁란 외에 이 새들이 종족을 보존하며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탁란은 이들 새에게는 최후의 눈물겨운 생존전략인 셈이다. 탁란의 순기능도 있다. 탁란은 대부분 텃새나 일찍 찾아온 다른 여름철새들의 둥지를 이용함에 따라, 그들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서 생태계에 적절한 조절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또 탁란을 당하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제 새끼는 못 키우고 뼈골 빠지게 고생만 하는 셈이지만, 탁란조가 떠난 후 다시 알을 낳아 번식하게 되므로 개체수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뻐꾸기가 비록 탁란을 해서 다른 새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그것은 일종의 '더불어 살아가기'라고 볼 수도 있다. 새들의 세계의 '범아일체'라고나 할까. 덩치 작은 새들이 십시일반으로 생물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는 셈이다. 자연은 이처럼 오묘하고 조화롭다. 탁란조가 자기 새끼를 남에게 맡겼다고 어머새의 관심마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미 뻐꾸기는 틈만 나면 둥지 주변 나무 꼭대기 같은 데 앉아서 자신의 새끼가 남의 손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뻐꾹뻐꾹 자신의 울음소리를 새끼에게 들려주는데, 이것은 새끼에게 생모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나른한 늦은 봄날,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자주 들리는 애끊는 뻐꾸기 소리는 그러한 뻐꾸기의 기구한 모성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뻐꾸기가 우리 주변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석 달, 그리고 그 서정적인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간도 봄날처럼 덧없이 짧다. 뻐꾸기의 몸통은 청회색빛을 띠고, 배와 가슴팍에는 검은 가로줄들이 보이며, 눈은 주황색이다. 뻐꾹뻐꾹 울 때는 긴 꼬리를 연신 아래위로 까딱거린다. 그리고 날개가 몸통의 앞부분에 붙어 있어 하늘을 나는 모습만 봐도 뻐꾸기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숲에서 산에서 뻐꾹뻐꾹 저물도록 우는 뻐꾸기 소리. 그들의 눈물겨운 생존전략과 애끊는 모성애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간 개체수가 격감해 '관심필요 종'이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뻐꾸기 역시 워즈워드의 시 속에서나 만나는 새가 될까 두렵다. 오오 쾌활한 새 손님이! 일찍이 들은 바 있는그 소리 이제 듣고 나는 기뻐한다.오오 뻐꾸기여! 너를 새라고 부를 것인가아니면 방황하는 소리라고 부를 것인가.(....)너를 찾느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나는 숲과 풀밭을 헤매었었다.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사랑이었다.언제나 그리움이었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워즈워드의 '뻐꾸기에게' 중 일부)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와우! 과학] 뻐꾸기가 뻐꾹뻐꾹 우는 이유

    [와우! 과학] 뻐꾸기가 뻐꾹뻐꾹 우는 이유

    며칠 전부터 앞산 뒷산에서 특유한 음정으로 '호호호호~' 울어대는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며칠 있으면 '뻐꾹뻐꾹' 하는 뻐꾸기 소리도 들려올 것이다. 동물의 세계 역시 인간 세계 못지않게 오묘하지만, 그중에서도 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게 바로 새들의 ‘탁란(托卵)’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찌 보면 엽기스럽기까지 하다. 탁란이란 새가 제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까서 그 둥지의 주인에게 제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렇게 새끼를 위탁하는 새를 탁란조라고 하며, 본의 아니게 남의 새끼 키우기를 떠맡은 새를 가짜 어미 또는 숙주라고 부른다. 탁란조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 철새라는 점이고, 두견이과와 오리과 등 5과, 약 80종이 있다고 한다. 이들 탁란조는 자기 둥지를 짓지 않는다. 따라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잭 니콜슨의 영화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탁란조는 자기 새끼를 기르기 위해 주로 텃새들의 둥우리를 이용하는데, 그 목록에 드는 것이 뱁새를 비롯해 멧새·개개비·검은딱새·알락할미새· 등 하나같이 덩치가 작은 새들이다. 그래서 탁란 과정에 더 극적인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탁란조의 대표적인 새가 바로 뻐꾸기인데, 5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가 산란기인 뻐꾸기 암컷은 뱁새 같은 숙주 새가 둥지를 비운 틈에 둥지 속 알 한두 개를 부리로 밀어내 떨어뜨리고는 재빨리 자기 알을 둥지 속에 산란한다. 한 둥지에 알 한 개를 위탁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때 탁란조가 낳는 알이 정말 절묘하다. 숙주 새의 알과 색깔과 무늬가 흡사한 알을 낳는 것이다. 예컨대 두견이는 숙주인 휘파람새와 비슷한 초콜릿색 알을 낳고, 매사촌은 숙주인 쇠유리새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다. 이 정도면 동물 세계에서 가히 속임수의 왕이라 불릴 만하다. 여러 종류의 숙주 새에게 탁란하는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는 같은 종도 숙주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알을 낳으며, 두견이가 없는 지방에서는 벙어리뻐꾸기가 휘파람새의 둥우리에 초콜릿색의 알을 낳기도 한다. 이렇게 탁란조 암컷은 산란기에 12∼15개의 알을 여기저기 다른 둥지에다 낳는다. 그리고 그 새끼는 보통 숙주 새의 알보다 며칠 먼저 알을 깨고 나와서는 숙주새의 알과 새끼를 밀어내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점한 후 숙주인 양엄마 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를 받아들이는 건 어미새의 본능이다. 탁란새와 숙주새의 체급은 정말 차이가 나도 보통 나는 게 아니다. 여름 철새인 뻐꾸기 몸길이는 36㎝이고, 알은 3.5g이다. 반면, 텃새인 뱁새는 몸길이가 뻐꾸기의 1/3 정도인 13㎝의 아주 작은 새로, 몸무게는 1/20도 채 안된다. 얼마 안 가서 새끼는 어미새의 덩치보다 훨씬 커져서, 양부모들은 그 가짜 새끼를 먹여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뼈골 빠지게 쉴새없이 먹이를 물어다주는 참극이 벌어진다. 그리고 얼마 후면 뻐꾹뻐꾹 신호를 보내는 생모를 따라 양부모에게는 인사 한마디 하지 않고 둥지를 떠나버리는 것이다. 둥지에 돌아온 숙주 어미새님은 텅 빈 둥지를 보고는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사람의 잣대로 볼 때 이런 패륜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뻐꾸기 같은 탁란조를 배은망덕한 새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잣대일 뿐, 이 또한 자연의 오묘한 섭리니,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닐 듯싶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 그렇다면 이 탁란조들은 어째서 자기 새끼를 스스로 키우지 않고 남의 손에 맡겨 키우게 하는 것일까? 그것도 교묘한 속임수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거기에는 탁란조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그걸 한번 알아보자. 먼저, 뻐꾸기과의 새들처럼 탁란을 하는 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철새들 중에서 다른 철새들보다 서식지에 머무는 기간이 아주 짧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5월 초순에 찾아오는 뻐꾸기는 겨우 3개월만 머물다가 8월 초순이면 다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야 한다. 추위와 먹이 부족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지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만한 시간이 도저히 되지가 않는다. 그리고 또 뻐꾸기의 경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여 날아오는 철새여서 날아오는 도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바람에 둥지를 만들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탁란 외에 이 새들이 종족을 보존하며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탁란은 이들 새에게는 최후의 눈물겨운 생존전략인 셈이다. 탁란의 순기능도 있다. 탁란은 대부분 텃새나 일찍 찾아온 다른 여름철새들의 둥지를 이용함에 따라, 그들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서 생태계에 적절한 조절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또 탁란을 당하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제 새끼는 못 키우고 뼈골 빠지게 고생만 하는 셈이지만, 탁란조가 떠난 후 다시 알을 낳아 번식하게 되므로 개체수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뻐꾸기가 비록 탁란을 해서 다른 새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그것은 일종의 '더불어 살아가기'라고 볼 수도 있다. 새들의 세계의 '범아일체'라고나 할까. 덩치 작은 새들이 십시일반으로 생물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는 셈이다. 자연은 이처럼 오묘하고 조화롭다. 탁란조가 자기 새끼를 남에게 맡겼다고 어머새의 관심마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미 뻐꾸기는 틈만 나면 둥지 주변 나무 꼭대기 같은 데 앉아서 자신의 새끼가 남의 손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뻐꾹뻐꾹 자신의 울음소리를 새끼에게 들려주는데, 이것은 새끼에게 생모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나른한 늦은 봄날,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자주 들리는 애끊는 뻐꾸기 소리는 그러한 뻐꾸기의 기구한 모성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뻐꾸기가 우리 주변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석 달, 그리고 그 서정적인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간도 봄날처럼 덧없이 짧다. 뻐꾸기의 몸통은 청회색빛을 띠고, 배와 가슴팍에는 검은 가로줄들이 보이며, 눈은 주황색이다. 뻐꾹뻐꾹 울 때는 긴 꼬리를 연신 아래위로 까딱거린다. 그리고 날개가 몸통의 앞부분에 붙어 있어 하늘을 나는 모습만 봐도 뻐꾸기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숲에서 산에서 뻐꾹뻐꾹 저물도록 우는 뻐꾸기 소리. 그들의 눈물겨운 생존전략과 애끊는 모성애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간 개체수가 격감해 '관심필요 종'이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뻐꾸기 역시 워즈워드의 시 속에서나 만나는 새가 될까 두렵다. 오오 쾌활한 새 손님이! 일찍이 들은 바 있는그 소리 이제 듣고 나는 기뻐한다.오오 뻐꾸기여! 너를 새라고 부를 것인가아니면 방황하는 소리라고 부를 것인가.(....)너를 찾느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나는 숲과 풀밭을 헤매었었다.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사랑이었다.언제나 그리움이었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워즈워드의 '뻐꾸기에게' 중 일부)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뻐꾸기는 왜 울까?…애타는 母情의 ‘뻐꾹 소리’

    뻐꾸기는 왜 울까?…애타는 母情의 ‘뻐꾹 소리’

    며칠 전부터 앞산 뒷산에서 특유한 음정으로 '호호호호~' 울어대는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며칠 있으면 '뻐꾹뻐꾹' 하는 뻐꾸기 소리도 들려올 것이다. 동물의 세계 역시 인간 세계 못지않게 오묘하지만, 그중에서도 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게 바로 새들의 ‘탁란(托卵)’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찌 보면 엽기스럽기까지 하다. 탁란이란 새가 제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까서 그 둥지의 주인에게 제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렇게 새끼를 위탁하는 새를 탁란조라고 하며, 본의 아니게 남의 새끼 키우기를 떠맡은 새를 가짜 어미 또는 숙주라고 부른다. 탁란조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 철새라는 점이고, 두견이과와 오리과 등 5과, 약 80종이 있다고 한다. 이들 탁란조는 자기 둥지를 짓지 않는다. 따라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잭 니콜슨의 영화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탁란조는 자기 새끼를 기르기 위해 주로 텃새들의 둥우리를 이용하는데, 그 목록에 드는 것이 뱁새를 비롯해 멧새·개개비·검은딱새·알락할미새· 등 하나같이 덩치가 작은 새들이다. 그래서 탁란 과정에 더 극적인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탁란조의 대표적인 새가 바로 뻐꾸기인데, 5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가 산란기인 뻐꾸기 암컷은 뱁새 같은 숙주 새가 둥지를 비운 틈에 둥지 속 알 한두 개를 부리로 밀어내 떨어뜨리고는 재빨리 자기 알을 둥지 속에 산란한다. 한 둥지에 알 한 개를 위탁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때 탁란조가 낳는 알이 정말 절묘하다. 숙주 새의 알과 색깔과 무늬가 흡사한 알을 낳는 것이다. 예컨대 두견이는 숙주인 휘파람새와 비슷한 초콜릿색 알을 낳고, 매사촌은 숙주인 쇠유리새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다. 이 정도면 동물 세계에서 가히 속임수의 왕이라 불릴 만하다. 여러 종류의 숙주 새에게 탁란하는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는 같은 종도 숙주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알을 낳으며, 두견이가 없는 지방에서는 벙어리뻐꾸기가 휘파람새의 둥우리에 초콜릿색의 알을 낳기도 한다. 이렇게 탁란조 암컷은 산란기에 12∼15개의 알을 여기저기 다른 둥지에다 낳는다. 그리고 그 새끼는 보통 숙주 새의 알보다 며칠 먼저 알을 깨고 나와서는 숙주새의 알과 새끼를 밀어내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점한 후 숙주인 양엄마 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를 받아들이는 건 어미새의 본능이다. 탁란새와 숙주새의 체급은 정말 차이가 나도 보통 나는 게 아니다. 여름 철새인 뻐꾸기 몸길이는 36㎝이고, 알은 3.5g이다. 반면, 텃새인 뱁새는 몸길이가 뻐꾸기의 1/3 정도인 13㎝의 아주 작은 새로, 몸무게는 1/20도 채 안된다. 얼마 안 가서 새끼는 어미새의 덩치보다 훨씬 커져서, 양부모들은 그 가짜 새끼를 먹여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뼈골 빠지게 쉴새없이 먹이를 물어다주는 참극이 벌어진다. 그리고 얼마 후면 뻐꾹뻐꾹 신호를 보내는 생모를 따라 양부모에게는 인사 한마디 하지 않고 둥지를 떠나버리는 것이다. 둥지에 돌아온 숙주 어미새님은 텅 빈 둥지를 보고는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사람의 잣대로 볼 때 이런 패륜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뻐꾸기 같은 탁란조를 배은망덕한 새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잣대일 뿐, 이 또한 자연의 오묘한 섭리니,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닐 듯싶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 그렇다면 이 탁란조들은 어째서 자기 새끼를 스스로 키우지 않고 남의 손에 맡겨 키우게 하는 것일까? 그것도 교묘한 속임수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거기에는 탁란조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그걸 한번 알아보자. 먼저, 뻐꾸기과의 새들처럼 탁란을 하는 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철새들 중에서 다른 철새들보다 서식지에 머무는 기간이 아주 짧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5월 초순에 찾아오는 뻐꾸기는 겨우 3개월만 머물다가 8월 초순이면 다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야 한다. 추위와 먹이 부족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지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만한 시간이 도저히 되지가 않는다. 그리고 또 뻐꾸기의 경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여 날아오는 철새여서 날아오는 도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바람에 둥지를 만들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탁란 외에 이 새들이 종족을 보존하며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탁란은 이들 새에게는 최후의 눈물겨운 생존전략인 셈이다. 탁란의 순기능도 있다. 탁란은 대부분 텃새나 일찍 찾아온 다른 여름철새들의 둥지를 이용함에 따라, 그들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서 생태계에 적절한 조절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또 탁란을 당하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제 새끼는 못 키우고 뼈골 빠지게 고생만 하는 셈이지만, 탁란조가 떠난 후 다시 알을 낳아 번식하게 되므로 개체수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뻐꾸기가 비록 탁란을 해서 다른 새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그것은 일종의 '더불어 살아가기'라고 볼 수도 있다. 새들의 세계의 '범아일체'라고나 할까. 덩치 작은 새들이 십시일반으로 생물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는 셈이다. 자연은 이처럼 오묘하고 조화롭다. 탁란조가 자기 새끼를 남에게 맡겼다고 어머새의 관심마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미 뻐꾸기는 틈만 나면 둥지 주변 나무 꼭대기 같은 데 앉아서 자신의 새끼가 남의 손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뻐꾹뻐꾹 자신의 울음소리를 새끼에게 들려주는데, 이것은 새끼에게 생모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나른한 늦은 봄날,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자주 들리는 애끊는 뻐꾸기 소리는 그러한 뻐꾸기의 기구한 모성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뻐꾸기가 우리 주변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석 달, 그리고 그 서정적인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간도 봄날처럼 덧없이 짧다. 뻐꾸기의 몸통은 청회색빛을 띠고, 배와 가슴팍에는 검은 가로줄들이 보이며, 눈은 주황색이다. 뻐꾹뻐꾹 울 때는 긴 꼬리를 연신 아래위로 까딱거린다. 그리고 날개가 몸통의 앞부분에 붙어 있어 하늘을 나는 모습만 봐도 뻐꾸기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숲에서 산에서 뻐꾹뻐꾹 저물도록 우는 뻐꾸기 소리. 그들의 눈물겨운 생존전략과 애끊는 모성애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간 개체수가 격감해 '관심필요 종'이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뻐꾸기 역시 워즈워드의 시 속에서나 만나는 새가 될까 두렵다. 오오 쾌활한 새 손님이! 일찍이 들은 바 있는그 소리 이제 듣고 나는 기뻐한다.오오 뻐꾸기여! 너를 새라고 부를 것인가아니면 방황하는 소리라고 부를 것인가.(....)너를 찾느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나는 숲과 풀밭을 헤매었었다.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사랑이었다.언제나 그리움이었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워즈워드의 '뻐꾸기에게' 중 일부)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뻐꾸기는 왜 우는가? -애타는 母情 실은 ‘뻐꾹 소리’

    뻐꾸기는 왜 우는가? -애타는 母情 실은 ‘뻐꾹 소리’

    며칠 전부터 앞산 뒷산에서 특유한 음정으로 '호호호호~' 울어대는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며칠 있으면 '뻐꾹뻐꾹' 하는 뻐꾸기 소리도 들려올 것이다. 동물의 세계 역시 인간 세계 못지않게 오묘하지만, 그중에서도 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게 바로 새들의 ‘탁란(托卵)’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찌 보면 엽기스럽기까지 하다. 탁란이란 새가 제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까서 그 둥지의 주인에게 제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렇게 새끼를 위탁하는 새를 탁란조라고 하며, 본의 아니게 남의 새끼 키우기를 떠맡은 새를 가짜 어미 또는 숙주라고 부른다. 탁란조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 철새라는 점이고, 두견이과와 오리과 등 5과, 약 80종이 있다고 한다. 이들 탁란조는 자기 둥지를 짓지 않는다. 따라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잭 니콜슨의 영화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탁란조는 자기 새끼를 기르기 위해 주로 텃새들의 둥우리를 이용하는데, 그 목록에 드는 것이 뱁새를 비롯해 멧새·개개비·검은딱새·알락할미새· 등 하나같이 덩치가 작은 새들이다. 그래서 탁란 과정에 더 극적인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탁란조의 대표적인 새가 바로 뻐꾸기인데, 5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가 산란기인 뻐꾸기 암컷은 뱁새 같은 숙주 새가 둥지를 비운 틈에 둥지 속 알 한두 개를 부리로 밀어내 떨어뜨리고는 재빨리 자기 알을 둥지 속에 산란한다. 한 둥지에 알 한 개를 위탁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때 탁란조가 낳는 알이 정말 절묘하다. 숙주 새의 알과 색깔과 무늬가 흡사한 알을 낳는 것이다. 예컨대 두견이는 숙주인 휘파람새와 비슷한 초콜릿색 알을 낳고, 매사촌은 숙주인 쇠유리새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다. 이 정도면 동물 세계에서 가히 속임수의 왕이라 불릴 만하다. 여러 종류의 숙주 새에게 탁란하는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는 같은 종도 숙주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알을 낳으며, 두견이가 없는 지방에서는 벙어리뻐꾸기가 휘파람새의 둥우리에 초콜릿색의 알을 낳기도 한다. 이렇게 탁란조 암컷은 산란기에 12∼15개의 알을 여기저기 다른 둥지에다 낳는다. 그리고 그 새끼는 보통 숙주 새의 알보다 며칠 먼저 알을 깨고 나와서는 숙주새의 알과 새끼를 밀어내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점한 후 숙주인 양엄마 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를 받아들이는 건 어미새의 본능이다. 탁란새와 숙주새의 체급은 정말 차이가 나도 보통 나는 게 아니다. 여름 철새인 뻐꾸기 몸길이는 36㎝이고, 알은 3.5g이다. 반면, 텃새인 뱁새는 몸길이가 뻐꾸기의 1/3 정도인 13㎝의 아주 작은 새로, 몸무게는 1/20도 채 안된다. 얼마 안 가서 새끼는 어미새의 덩치보다 훨씬 커져서, 양부모들은 그 가짜 새끼를 먹여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뼈골 빠지게 쉴새없이 먹이를 물어다주는 참극이 벌어진다. 그리고 얼마 후면 뻐꾹뻐꾹 신호를 보내는 생모를 따라 양부모에게는 인사 한마디 하지 않고 둥지를 떠나버리는 것이다. 둥지에 돌아온 숙주 어미새님은 텅 빈 둥지를 보고는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사람의 잣대로 볼 때 이런 패륜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뻐꾸기 같은 탁란조를 배은망덕한 새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잣대일 뿐, 이 또한 자연의 오묘한 섭리니,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닐 듯싶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 그렇다면 이 탁란조들은 어째서 자기 새끼를 스스로 키우지 않고 남의 손에 맡겨 키우게 하는 것일까? 그것도 교묘한 속임수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거기에는 탁란조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그걸 한번 알아보자. 먼저, 뻐꾸기과의 새들처럼 탁란을 하는 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철새들 중에서 다른 철새들보다 서식지에 머무는 기간이 아주 짧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5월 초순에 찾아오는 뻐꾸기는 겨우 3개월만 머물다가 8월 초순이면 다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야 한다. 추위와 먹이 부족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지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만한 시간이 도저히 되지가 않는다. 그리고 또 뻐꾸기의 경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여 날아오는 철새여서 날아오는 도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바람에 둥지를 만들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탁란 외에 이 새들이 종족을 보존하며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탁란은 이들 새에게는 최후의 눈물겨운 생존전략인 셈이다. 탁란의 순기능도 있다. 탁란은 대부분 텃새나 일찍 찾아온 다른 여름철새들의 둥지를 이용함에 따라, 그들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서 생태계에 적절한 조절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또 탁란을 당하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제 새끼는 못 키우고 뼈골 빠지게 고생만 하는 셈이지만, 탁란조가 떠난 후 다시 알을 낳아 번식하게 되므로 개체수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뻐꾸기가 비록 탁란을 해서 다른 새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그것은 일종의 '더불어 살아가기'라고 볼 수도 있다. 새들의 세계의 '범아일체'라고나 할까. 덩치 작은 새들이 십시일반으로 생물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는 셈이다. 자연은 이처럼 오묘하고 조화롭다. 탁란조가 자기 새끼를 남에게 맡겼다고 어머새의 관심마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미 뻐꾸기는 틈만 나면 둥지 주변 나무 꼭대기 같은 데 앉아서 자신의 새끼가 남의 손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뻐꾹뻐꾹 자신의 울음소리를 새끼에게 들려주는데, 이것은 새끼에게 생모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나른한 늦은 봄날,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자주 들리는 애끊는 뻐꾸기 소리는 그러한 뻐꾸기의 기구한 모성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뻐꾸기가 우리 주변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석 달, 그리고 그 서정적인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간도 봄날처럼 덧없이 짧다. 뻐꾸기의 몸통은 청회색빛을 띠고, 배와 가슴팍에는 검은 가로줄들이 보이며, 눈은 주황색이다. 뻐꾹뻐꾹 울 때는 긴 꼬리를 연신 아래위로 까딱거린다. 그리고 날개가 몸통의 앞부분에 붙어 있어 하늘을 나는 모습만 봐도 뻐꾸기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숲에서 산에서 뻐꾹뻐꾹 저물도록 우는 뻐꾸기 소리. 그들의 눈물겨운 생존전략과 애끊는 모성애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간 개체수가 격감해 '관심필요 종'이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뻐꾸기 역시 워즈워드의 시 속에서나 만나는 새가 될까 두렵다. 오오 쾌활한 새 손님이! 일찍이 들은 바 있는그 소리 이제 듣고 나는 기뻐한다.오오 뻐꾸기여! 너를 새라고 부를 것인가아니면 방황하는 소리라고 부를 것인가.(....)너를 찾느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나는 숲과 풀밭을 헤매었었다.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사랑이었다.언제나 그리움이었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워즈워드의 '뻐꾸기에게' 중 일부)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이완구 운전기사 폭로, 노회찬 반응 “이완구, 이쯤 되면 동물총리”

    이완구 운전기사 폭로, 노회찬 반응 “이완구, 이쯤 되면 동물총리”

    이완구 운전기사 폭로, 노회찬 반응 “이완구, 이쯤 되면 동물총리” 이완구 운전기사, 노회찬 ’이완구 운전기사’의 진술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완구 전혀 흔들림 없이 국정수행하겠다”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뒤 “이쯤 되면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라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완구 총리는 자신의 무덤을 너무 깊이 팠다”면서 “거듭된 거짓말로 계속 삽질해서 이제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까지 내려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또 “대통령은 묻어버리지도 구하지도 않고 12일 후 결정하겠다며 나가 버렸다. 민폐다.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완구 총리의 운전기사를 지냈던 A씨는 지난 2013년 4월 4일 오후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 총리가 독대를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완구 운전기사 폭로, 노회찬 “이완구, 이쯤되면 동물총리” 일침

    이완구 운전기사 폭로, 노회찬 “이완구, 이쯤되면 동물총리” 일침

    이완구 운전기사 폭로, 노회찬 “이완구, 이쯤되면 동물총리” 일침 이완구 운전기사, 노회찬 ’이완구 운전기사’의 진술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완구 전혀 흔들림 없이 국정수행하겠다”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뒤 “이쯤 되면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라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완구 총리는 자신의 무덤을 너무 깊이 팠다”면서 “거듭된 거짓말로 계속 삽질해서 이제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까지 내려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또 “대통령은 묻어버리지도 구하지도 않고 12일 후 결정하겠다며 나가 버렸다. 민폐다.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완구 총리의 운전기사를 지냈던 A씨는 지난 2013년 4월 4일 오후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 총리가 독대를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완구 운전기사 증언, 노회찬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

    이완구 운전기사 증언, 노회찬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

    이완구 운전기사 증언, 노회찬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 이완구 운전기사, 노회찬 ’이완구 운전기사’의 진술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완구 전혀 흔들림 없이 국정수행하겠다”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뒤 “이쯤 되면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라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완구 총리는 자신의 무덤을 너무 깊이 팠다”면서 “거듭된 거짓말로 계속 삽질해서 이제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까지 내려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또 “대통령은 묻어버리지도 구하지도 않고 12일 후 결정하겠다며 나가 버렸다. 민폐다.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완구 총리의 운전기사를 지냈던 A씨는 지난 2013년 4월 4일 오후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 총리가 독대를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디지털 단식 2주차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디지털 단식 2주차

    ■ 불통남 SNS 끊은 유대근 기자 퇴근길 만원 버스 안. 나는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의 일상을 훔쳐보고 있었다. 버스 천장의 손잡이를 잡고 서서 앞에 앉은 승객의 스마트폰 카카오톡(카톡) 대화창을 내려다본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없이 살기 체험을 시작한 지 꼭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어디서 만날까’ 따위의 흔한 일상을 기웃거리는 걸 보면 금단현상이 심각한 게 분명했다. 체험 전 ‘SNS를 끊으면 내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예상했었다. 2주가 흐른 지금 예측은 얼마나 적중하고 있을까. 중간 점검 결과를 O(맞음), △(일부 맞음), X(틀림)로 표시해 봤다. ▲SNS를 안 하면 여유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O) : 매일 약 1시간 10분씩 들여다보던 SNS를 볼 수 없으니 그만큼 여유 시간이 생겼다. ▲‘SNS 잡담’이 사라져 업무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 잡담은 확실히 줄었지만 업무 효율성이 꼭 비례해 높아지지는 않았다. 더이상 카톡 알림음에 방해받지 않아 몰입도는 높아졌지만 SNS가 가져다준 편리성은 포기해야 했다. 간단한 회의 등 2명 이상이 함께 대화해야 할 때는 ‘카톡방’이 요긴한데 대신 전화, 문자를 이용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다. ▲스마트폰 쓰는 시간이 줄어 만성적 목·어깨 통증이 줄 것이다(X) : 입사 후 만 7년간 꾸준히 혹사해 온 몸 상태가 불과 2주 동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 건 애초 무리였다. 현실과 가장 차이가 난 예측이 있었다. ‘SNS를 쓰지 않으면 지인들과 실제 만나 얘기하는 시간이 늘어 소통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SNS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2주 동안 가족·친구와 직접 만난 시간은 전혀 늘지 않았고 대화한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끊은 뒤 비로소 깨달았다. 이 장치가 촌각을 다투며 사는 직장인의 생활 패턴에 딱 맞춰진 소통 도구였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건 긴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약속을 잡고 만날 장소로 이동해 조금 이야기하다 보면 몇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직장에서 허덕이다 퇴근해 1~2시간 TV 등을 보다 잠드는 일상은 이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2주간 나는 아내에게 애정 표현을 덜했고 부모님의 안부도 덜 물었으며 친구들과 수다도 거의 떨지 못했다. 카톡을 쓸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 일이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민폐녀 SNS·스마트폰 끊은 송수연 기자 ‘스마트폰 좀 그만 보고 내 얼굴 좀 볼래?’ 스마트폰과 SNS 끊기에 들어간 지 9일째.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친구에게 한마디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 넘어오는 말을 꾹꾹 눌렀다. 친구의 눈은 밀린 카카오톡과 메시지 등을 확인하는 듯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괜히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다. 하지만 친구만 탓할 것도 아니었다. 옆 테이블로 고개를 돌려보니 여자 손님 세 명이 둘러앉아 아무 대화 없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저들처럼 ‘스마트폰 타임’을 가졌겠지…. 친구들을 단체로 만날 때는 더 괴로웠다. 친구들이 최근 화제가 된 연예인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때는 궁금증에 애가 타는 것을 넘어 외딴섬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소외감이 들었다. “네 스마트폰을 보는 게 아니고 남이 하는 걸 곁눈질로 보는 건데 뭐 어때?”라는 친구들의 잔꾀에 마음이 동요하기도 했으나 간신히 유혹을 뿌리쳤다. 누군가는 ‘스마트폰 대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더 많이 바라보라’고 했지만, 100% 동의할 수가 없다. 막상 스마트폰과 ‘절교’하고 나니 함께하는 ‘재미’와 ‘공감’을 선사하는 스마트폰의 역할이 더 크게 체감됐기 때문이다. ‘공유’의 즐거움도 누릴 수가 없다. 유명 화가의 미술전을 관람하고 감상평과 사진을 SNS에서 나누고 싶었는데 오로지 나만의 경험으로만 간직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요새 “미안하다”는 말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며칠 전에는 약속 장소를 찾지 못해 몇 번씩 전화를 걸자 기다리다 못한 취재원이 나를 데리러 나왔다. 예전 같으면 내 위치와 도착할 곳 검색을 통해 도보로 가는 길까지 친절히 안내받았을 터였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하는 공지사항도 알 수가 없으니 상대방이 나에게만 일일이 전화나 문자로 따로 내용을 알려주는 ‘특별대접’을 했다. 이러다가 ‘아날로그 민폐녀’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한 친구는 “스마트폰 쓰는 시간이 줄어드니 그만큼 하루의 시간을 번 셈이 아니냐”고 위로했다. 맞는 말이었다. 전화 통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2시간50분씩 스마트폰을 쓰던 시간이 덤으로 생긴 셈이다. 하루가 한결 느슨해진 기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나의 스마트폰 안 쓰기 체험 시간도 느리게 가고 있다는 의미다. 남은 체험 기간 2주가 두 달처럼 느껴진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소외남 SNS·스마트폰·노트북 끊은 이두걸 기자 집에서 우리 가족의 주된 생활공간은 거실이었다. 그런데 2주 전 ‘디지털 단식’을 시작한 이후로 집안 풍경이 변모했다. 내가 거실 기피증 환자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가족에게는 “일 때문에”라고 얼버무리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탁탁’ 하는 아내의 노트북 자판 치는 소리가 유발하는 유혹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색은 둘째치고 이메일이라도 한번 확인했으면 하는 욕구가 몸속 깊은 곳에서 불쑥불쑥 올라온다. 토굴에서 면벽수행하는 수도승이 차라리 부러웠다. 파계의 유혹으로부터는 격리돼 있으니 말이다. 체험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디지털 세상’으로 귀순할까 하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술자리가 줄었는데도 몸은 무거웠다. 난생처음 접하는 ‘절대적 박탈감’ 앞에서 몸과 마음은 한없이 무력해졌다. ‘중요한 일이면 이메일 대신 전화로 연락하겠지.’ 디지털 단식 체험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었다. 며칠 전 한 출판사 편집자에게서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 왔다. “이메일을 여러 번 보냈는데 왜 확인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처음 연락하는 쪽에서는 전화 대신 이메일을 활용하기 쉽다는 걸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전화를 끊었지만 맥이 풀린 뒤였다. 그전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생활의 많은 부분이 ‘도전’으로 변모했다. 평소 금융거래는 주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했다. 이젠 단돈 100원을 송금하려 해도 꼼짝없이 은행을 찾아야 했다. 최근 1년 동안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이체를 한 적이 없어 이체 한도도 70만원으로 줄여 놓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체 금액이 한도를 넘어갈라치면 ATM 대신 창구를 이용해야 했다. 운전할 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쓰지 못하는 것도 큰 불편이었다. 운전하는 내내 전화로 받아 적은 경로와 표지판 등 주변을 응시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라디오에 귀를 기울일 여유도 사라졌다.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안내 목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당초엔 2주 정도 지나면 아날로그적 삶에 익숙해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내심이 임계치에 도달해 있다. 체험은 ‘2주밖에’가 아닌 ‘2주나’ 남아 있다. 기사를 원고지에 볼펜으로 쓰는 이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끊임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날로그 생활을) 체념할 것인가, 탈출할 것인가.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가르치랴, 일지쓰랴, 청소하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네요”

    가르치랴, 일지쓰랴, 청소하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네요”

    처음부터 각오 없이 간 것은 아니었다. 조카를 돌본 적이 있어 나름의 ‘기본기’는 갖췄으니 열심히 하면 민폐는 안 끼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처음 맞닥뜨린 어린이집의 일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난 18일 어린이집 교사 일일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간 서울 종로구의 S국공립어린이집은 원장 1명과 4명의 담임교사, 2명의 보조교사가 아동 29명을 돌보는 곳이다. 어린이집의 하루는 등원부터 전쟁터였다. “얘가 왜 이렇게 울어? 코~자고 나면 엄마 금방 온다니까….”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떼어놓는 엄마,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손을 흔들어가며 아이를 반기는 보육교사. 이들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기운이 쏙 빠져 하루의 절반은 지난 것 같았다. 잠시 숨이라도 돌리고 싶었지만 쉴 새 없이 오전 일과가 시작됐다. 오늘의 메뉴는 카르보나라 떡볶이. 교사 1명이 15명분의 식판과 밥상을 지하 1층 조리실에서부터 2층 교실까지 들고 나른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매일 오전 간식, 중식, 오후 간식까지 식판과 밥상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함께 일일체험을 한 보건복지부의 건장한 남성 직원조차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후들거리는 손으로 아이들의 식판에 떡볶이를 덜어주고 배식 지도까지 하고 나서 겨우 내 식판에 떡볶이를 담았다. 14년차 베테랑 어린이집 교사인 류모씨가 “그것만 드시고는 못 버텨요”라며 음식을 듬뿍 얹어줬다. 간식을 먹은 뒤에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줬다. 환심을 얻으려고 성우처럼 목소리를 바꿔 가며 성의껏 읽었는데 “재미없어요. 다른 것 읽어 주세요”라는 투정이 나왔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집에 가서 “어린이집 재미없었다”고만 말해도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는단다. 초보 일일체험 교사의 애간장이 탔다. 이 와중에 네 살배기 남자아이가 갑자기 아프다며 벽을 보고 돌아앉았다. 학부모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이가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하니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내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보육교사 업무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배변 지도다. 15명의 아이들이 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 줄 서는 예절부터 가르쳐야 하지만 짓궂은 아이는 소변을 보다 말고 바지를 벗은 채로 화장실 바닥에서 굴렀다.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옆 소변기에 선 아이에게 소변 보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줄 서 있던 아이들이 서로 화장실에 먼저 가겠다며 싸우기 시작했다. 싸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바닥을 굴러다니는 아이의 웃음소리로 북새통이 됐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율동 시간에는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속에서 더 신나게 뛰어다녔다. 교사가 신나야 아이가 신나기 때문에 힘들어도 쉴 틈이 없다. 일일 교사가 익숙해진 아이들은 팔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복지부 직원은 “어린이집 선생님은 만능 엔터테이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폭풍 같은 일정이 끝나고 오후 2시 드디어 아이들의 낮잠 시간이 왔다. 아이들을 재우고 슬쩍 눕자 교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누우시면 선생님 잤다고 부모님께 민원이 들어와요”라고 나무란다. 아이들이 집에 가면 일이 끝날 줄 알았는데 본격적인 일은 오후 4시 30분 귀가 지도가 끝난 뒤였다. “화장실 청소하고서 미끄러움이 남으면 아이들이 위험하니까 고무장갑 안 끼는 게 좋아요.” 어린이집 화장실 청소만 10년 이상 한 선생님들은 청소 전문가가 따로 없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항목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교실 청소와 교구 관리다. 교구를 쓸어 먼지가 남아 있으면 감점된다. 3월과 같은 새 학기에는 시설 관리에 유독 신경을 써야 한다. 청소가 끝나면 양치컵과 물컵, 물통 등을 소독하는 일이 남아 있다. 열댓명의 아이들과 씨름하다 든 물통의 무게는 허리를 붙잡게 했다. “이걸 어떻게 혼자 하셨어요”라고 보육교사에게 되물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인기가 많지만 보조 인력 채용은 꿈 같은 소리다. 청소가 끝나고서는 일지를 손에 들었다. “선생님, 늘 고생이 많으세요”라고 적힌 학부모의 편지를 읽으며 뭉클해졌다. 오후 6시. 내일 수업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갑질’ 사장님에서 이웃 돕는 손으로

    ‘갑질’ 사장님에서 이웃 돕는 손으로

    강원 동해시에 거주하는 강병무(62)씨는 한때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강씨 인생에 찾아온 걸림돌은 다름 아닌 ‘술’이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강씨는 10여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3년 전엔 사업마저 접게 됐다. 그는 “가족과 직업을 잃고 절망 속에 살다 보니 오히려 더 술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더이상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강씨는 2012년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강씨는 “장애인, 망상 환자, 치매 환자 등과 섞여 생활하려니 처음에는 ‘멘붕’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14개월 동안의 입원 생활은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가 됐다. 그는 “전에는 남들을 부리며 소위 ‘갑질’할 수 있는 사장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잘못 살았던 부분들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퇴원한 강씨가 찾은 곳은 알코올 치유센터 ‘무주리’(無酒里). 동해시보건소 등이 지원하는 무주리는 알코올 중독자 5~10명이 지내는 일종의 한시적 ‘생활공동체’다. 이들은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매주 병원을 찾아 사회적응 훈련을 받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동해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 봉사 활동도 프로그램 중 하나다. 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째 매주 금요일마다 꼬박꼬박 2~3시간씩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강씨는 “지금까지 봉사활동이라고는 대학 시절 농촌으로 모심기를 나가거나, 군대 시절 대민 지원을 한다며 민폐를 끼쳤던 기억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돈을 벌 때는 한 달에 얼마씩 기부를 하기도 했지만 직접 몸을 쓰는 일은 다르다”며 “하루 200개 넘는 도시락을 닦으며 몸은 힘들지만 힘든 일에도 내색하지 않고 웃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봉사의 기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달 초 대장암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투병 중에도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복지관을 찾는다. 그는 “봉사를 통해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긍정적 마음을 가지게 됐으니 상황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면서 “완치되면 알코올 중독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을 돕는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대림그룹] 창업주는 대지주 딸과… 이후 연애결혼 위주 정·재·학계와 혼맥

    [재계 인맥 대해부 (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대림그룹] 창업주는 대지주 딸과… 이후 연애결혼 위주 정·재·학계와 혼맥

    3세 경영이 본격화된 대림그룹은 모태인 대림산업이 지난해 국내 건설 시공능력 순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가족, 조용한 기업’이고 싶어 한다. 경조사와 관련해 공개되는 걸 꺼리는 건 창업자 때부터 3세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흐름이다. 그러나 장자 중심의 보수적인 가풍인 대림 가문의 혼사는 2·3세로 갈수록 실속 있고 화려한 정·재·학계 가문들과 연을 맺는다. 이준용(77)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부친인 고 이재준(수암) 대림산업 창업주는 조선 선조대왕의 일곱 번째 왕자인 인성군의 9대손으로 경기 시흥에서 큰 정미소를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다. 19살에 경기 수원 지역 대지주의 딸인 이경숙씨와 결혼했다. 이 명예회장이 4살이 되던 해 모친은 세상을 떴다. 부친 이규응옹과 모친 양남옥 여사의 5남 4녀의 가운데 넷째인 이 창업주의 바로 손위 형은 고 이재형 전 국회의장이며 막내동생이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이다. 창업주 세대까지 비교적 평범했던 대림가의 혼맥은 2세대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정·재계 혼맥을 만든다. 2세 때부터는 연애결혼이 주를 이룬다. 이 명예회장은 1965년 이화여대 출신의 고 한경진 여사와 연애결혼했다. 장인인 한순성씨는 천안 사업가 집안 출신이었다. 이 명예회장은 부인 한 여사와의 사이에 3남 2녀를 뒀다. 양가 부모의 반대로 어렵게 이룬 결혼이었던 만큼 부부애는 각별했다. 오랫동안 한국메세나협의회 부회장을 지낸 이 명예회장은 한 여사의 주도로 대림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문화 공헌 사업을 벌이며 ‘대림’을 알려 왔다. 한 여사는 대림미술관 이사장을 맡았다. 49년간 부부의 인연을 맺은 한 여사는 지난해 12월 홀연히 이 명예회장의 곁을 떠났다. 이 명예회장의 동생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은 경희대 출신 이선희 여사와 결혼했다. 장인은 서울주철 회장과 헌정회 이사를 지낸 이종수씨다. 3세로 가면서 혼맥은 더욱 넓어진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47) 대림산업 부회장은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김선혜(44)씨와 친지의 소개로 만나 연애결혼했다. 장모는 구자경 회장의 큰딸 구훤미 여사로 장인은 희성금속 회장을 지낸 고 김화중씨다. 즉 이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조카사위이자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37) 상무와는 매형, 처남 사이가 된다. LG그룹과의 가문 간 결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재준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 고 구자혜 여사와 결혼하면서 대림과 LG 간 첫 번째 사돈을 맺었다. 이화여대 91학번인 이 부회장의 부인 김씨는 LG 가문 출신답게 프로야구 LG트윈스의 팬이다. 부인을 따라 LG트윈스의 팬이 된 이 부회장은 함께 야구 경기를 보러 야구장을 자주 찾는다. 2012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자와 이 부회장 가족이 함께 야구장을 찾아 맥주를 마시며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대결을 응원하기도 했다. 동갑내기인 이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경복고 동창으로, 역시 고교 동창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함께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이 명예회장의 차남 이해승(46)씨는 미국 미주리대 물리학과 교수인 김현영 박사의 딸 경애(47)씨와 혼인했다. 두 사람은 아들 신영(16)군과 딸 유림(18)·지성(13)양을 뒀다. 이씨 가족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삼남 이해창(44) 대림산업 부사장은 초창기 우리나라 토목 건설사업을 일군 3대 건설사 중 하나인 삼환기업 최용권 회장의 장녀 영윤(40)씨와 연애결혼해 화제를 모았으나 5년 전 이혼했다. 이 명예회장의 장녀 진숙(49)씨는 미혼이며 막내딸 윤영(43)씨는 외국계(일본) 금융사에 다니는 김동일(42)씨와 결혼해 아들 혁(8)군을 두고 있다. 대림산업의 오너 일가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가풍이 있다. 이 명예회장은 부인 한 여사가 두 달 전 작고했을 때 외부에 바로 알리지 않고 서울 신문로 자택에서 장례를 치른 뒤에 소식을 전했다. 자식의 결혼식 때도 청첩장에 시간과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경조사비 등으로 외부에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창업주의 철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백팩 유감/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열린세상] 백팩 유감/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가방은 필요한 물건을 넣고 다니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한국의 문화에 천착한 이어령은 책보, 수건, 머리띠, 때로는 포대기, 걸레 등으로 쓰일 수 있는 우리의 보자기에 견주어 서양 가방의 원형은 다양성이 떨어지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상자’였다고 한다. 들고 다닐 수 있는 궤짝이 가방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소요에서 출발한 가방이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수단이라는 본래적 기능에 더해 개인의 취향을 나타내는 패션 소품이 되고, 지위나 처지를 나타내는 ‘신분재’역할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다. 용도야 어찌 되었건 가방은 이제 현대인 모두가 하나쯤은 들고 다니는 생활 필수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방 중에서도 요즘 ‘백팩’이 유행하고 있다. 거리는 물론이고 버스나 지하철, 회의장 등에서 백팩을 메고 있는 사람을 더러 본다. 시장이나 회사,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학생, 정장 스타일의 직장인, 대학교수, 주부를 포함해 남녀가 따로 없다. 백팩을 메는 이유는 추운 겨울 탓도 있으며,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유행에 유난히 민감한 우리네 패션 의식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패션으로 치면 영 아니다. 언젠가 유럽의 선진 패션을 배우기 위해 파리에 들렀을 때, 그네들이 우리를 일러 ‘따라하기 대국’이라 했던 부끄러운 기억을 상기시킬 필요도 없이 또 하나의 패션 획일화를 가져올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이나 비중 있는 인물을 앞세운 방송매체도 백팩의 유행에 가세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요즘 백팩의 유행은 손에게 자유를 주기 위함과 관련성이 높아 보인다. 백팩을 멤으로써 양손이 자유로워지고, 그 손으로 휴대전화나 아이패드, 노트북 등 정보기기를 휠씬 편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백팩이 유행하는 것은 정보화 사회의 가속화와 관련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손이 자유로워진 백팩을 멘 사람들이 정보기기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지하철이나 버스, 그리고 도로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백팩의 유행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백팩을 멘 사람이 많아지면서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 거리 등 대중 공간에서 백팩을 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말싸움을 하는 광경도 그리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느라 자신이 관리하지 않은 백팩이 주변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얼굴이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혼잡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백팩을 멘 사람이 있으면 통행이 불편하며 양쪽에 그런 사람이 서 있는 경우는 지나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가 되기까지 한다. 이전의 가방에 비해 요즘 백팩은 더 두꺼워지고 각이 져 있어 그런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현상은 정보화가 진전된 우리 사회에서 시민의식 실종을 배가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보화는 국경을 초월해 개인, 기업 등 경제주체의 연결성을 강화시키고, 정보기술(IT)에 바탕한 정보경제 시대를 견인한 순기능도 있지만, 독일의 작가 올리버 에게스의 지적처럼 정보화가 현대인의 ‘결정 장애’ 신드롬을 가져오고, 휴대전화를 통한 사생활 떠들기 등 대중 공간에서 시민의식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대중 공간에서 백팩을 멘 사람들의 배려 없는 행동이 정보화 진전에 따른 ‘신종’ 시민의식의 실종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는 대중 공간에서 백팩을 자기 앞에 두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손에 들거나 본인 옆으로 메는 가방을 든 사람이 7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란다. 급기야 우리도 시민 스스로 백팩 에티켓을 제안하거나 그것을 공론화시키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백팩 에티켓을 공지하고 있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대중 공간으로 백팩을 내미는 것은 명백한 민폐다. 내가 편하다고 해서 시민의식을 내팽개치는 것이 밥 때문에 법을 슬그머니 팽개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렇게 볼 때 백팩 에티켓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할 또 하나의 대상이 된다.
  • 손호준 김소은 열애설, ‘우결’에 민폐? 김소은-송재림 ‘케미’ 깨졌다

    손호준 김소은 열애설, ‘우결’에 민폐? 김소은-송재림 ‘케미’ 깨졌다

    손호준 김소은 열애설 배우 손호준(31) 김소은(26)의 열애설로 인해 ‘우결’에 비상이 걸렸다. 김소은이 배우 송재림과 가상 부부로 활약하며 실제 연인 같은 ‘케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 김소은이 손호준과의 열애설에 휘말리며 김소은 송재림의 데이트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호준 김소은 열애설에 MBC ‘우리 결혼했어요4’ 제작진이 가장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결’ 측은 9일 “평소 김소은이 손호준, 유연석과 친해서 만나는 건 알고 있어서 확인을 한 적이 있다. 절대 아니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정 출연자 사건 후 ‘우결’ 출연자들은 스캔들에 휘말리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결’에 출연하면 여러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평소대로 했던 행동들이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 부담 없이 했던 행동들에 의미를 두는 것 같기도 하다. ‘우결’은 여자로서 남자로서 매력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니까 이성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더팩트는 손호준 김소은의 심야 데이트 사진을 공개하며 열애설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손호준은 자신의 BMW 328i 차를 몰고 김소은의 한남동 집으로 향한 뒤, 청담동의 한 퓨전 주점에서 3시간 정도 데이트를 즐겼다. 또한 지난달 김소은의 어머니가 통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자 손호준이 지난 28일 병문안을 간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교통 선진국 시대 외제 고급차 매너 운전을/ 김덕형(전남경찰청 정보화장비과)

    교통 선진국 시대 외제 고급차 매너 운전을/ 김덕형(전남경찰청 정보화장비과)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후 외제차 수입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 주변 도로에서 흔히 외제차를 볼수 있다. 외제차가 워낙 고가의 차량이다보니 운전을 하다보면 외제차 뒤에서 운행하지 않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거나 끼어들기를 할라고 하면 아예 멀찌감치 양보를 해주며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자칫 외제차와 접촉 사고라도 나게되면 사고처리에 상당히 애를 태우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일반 운전자들의 습성을 악용해 난폭운전을 일삼는 수입차 운전자도 늘고 있다. 과속은 물론 갑자기 이리저리 급방향 전환을 하여 후행차량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가 하면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는 경우도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제는 외제차를 소유한 일부 운전자의 이러한 가히 민폐적인 운전습관으로 인해 일반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은 물론 외제차 혐오까지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제차 운전자 모두가 운전을 험하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매너있는 운전을 하는 분들도 많다. 고가의 수입차라는 이유로 도로에서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는 것이 곧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기도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1톤이 넘는 무게를 가진 시속 100km의 흉기로 쓰일 수 있고 일부 외제차의 난폭운전으로 도로위를 달리는 많은 운전자들이 오늘도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조현아,구치소에서도 ‘민폐女’ 악명…대체 왜?

    조현아,구치소에서도 ‘민폐女’ 악명…대체 왜?

    ‘조현아 구치소 갑질 논란’ 조현아 구치소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변호인 접견실을 장시간 차지해 다른 수감자들과 변호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9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수감된 서울 남부구치소에는 여성 전용 변호인 접견실이 단 2곳이다. 보도에 따르면 조현아 부사장이 접견실 2곳 중 1곳을 장시간 독점해 다른 변호인들이 의뢰인과 접견하기 위해 대기실을 이용해야 했다. 한 변호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접견을 하다 보니 의뢰인과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다 왔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접견실을 ‘시간때우기’용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정된 방에서 생활하지 않고 접견실을 휴게실처럼 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는 “보통은 변호사가 먼저 접견실에 도착한 뒤 교도관이 수용자를 불러 같이 들어가게 한다”면서 “본인 변호사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의뢰인) 변호사가 와 있으니까 오른쪽 방을 선점하려고 먼저 들어가 변호사도 동반하지 않은 채 혼자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행 관련법은 형사 피고인·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 변호권 보장을 위해 변호인 접견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접견 시간·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접견실을 ‘독점’하는 것 자체가 법규정 위반은 아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예능은 ‘만병통치약’? 잘못 쓰면 독된다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예능은 ‘만병통치약’? 잘못 쓰면 독된다

    최근 가수와 배우들에게 TV 예능 프로그램은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잊혀진 가수와 숨겨진 명곡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부활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성적이 부진했던 스타들도 예능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입혀지면 다시 전성기를 맞는 덕분이다. 한때 섭외에 어려움을 겪던 예능 프로그램은 다양한 직종의 범예능인이 출연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영석 PD에게 출연을 희망하는 연예인들이 앞다퉈 줄을 서고 있다는 후문도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예능 출연만이 능사인 시대는 지났다. 여론과 거리가 먼 과도한 캐릭터 연출이나 출연자 선정이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진짜사나이-여군 특집2’에 ‘제2의 혜리’를 노리는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출연자의 숨겨진 면모가 부각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배우 강예원은 ‘아로미’라는 친근한 별명 이면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울보 캐릭터로 굳어지면서 시청자 게시판에는 “보기 불편하고 지나치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숱한 가수를 재발견하게 했던 MBC ‘나는 가수다3’에 출연 예정이던 가수 이수는 이미지에 타격만 입고 6년 만의 방송 재개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는 첫 회 녹화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논란이 됐고 결국 여론의 거센 반대 속에 하차했다. 리얼리티 예능의 경우 정해진 대본이 없다 보니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편집이 계속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 PD는 “요즘은 관찰 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7~8시간 가까이 촬영을 해야 1시간 방송 분량이 나온다. 촬영을 마친 후에 다시 내용을 구성하다 보니 한 출연자에게 몰아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KBS 예능 프로그램 ‘용감한 가족’은 예고 영상에서 달걀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박명수가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의 머리를 밀치는 장면이 폭행 논란으로 이어져 홍역을 앓기도 했다. 본방송에서 오해는 풀렸지만 무리한 편집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 방송도 되지 않은 KBS 새 예능 프로그램 ‘두근두근 인도’는 첫 촬영부터 짜맞추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일 동방신기의 최강창민, 슈퍼주니어의 규현, 씨엔블루의 종현 등 한류스타를 보러 나온 현지의 한 팬이 자신의 SNS에 “담당 PD가 ‘그들(연예인)을 모르는 척하라. 그러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취소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제작진은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금지했을 뿐 팬들과의 마찰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쉬 가라앉지 않았다. 때문에 요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PD의 편집 균형감각이 새삼 화두가 되는 상황이다. KBS 장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의 유호진 PD는 “촬영분은 개별적인 사건의 연속이지만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선에서 캐릭터와 사건이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해 편집의 균형에 늘 신경쓴다”면서 “그것이 어떤 해석을 가져올지 늘 조심스럽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숙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예능 프로그램의 주도권이 PD에서 시청자로 넘어왔고 의도된 편집이나 작위적인 설정에 대해 대중이 적극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등 예능 프로그램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졌다”면서 “예능은 가장 서민적이고 친숙한 장르인 만큼 편집의 균형감각과 쌍방향 소통 능력은 프로그램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erin@seoul.co.kr
  • [인터뷰] ‘피노키오’ 윤균상 “진한 여운 남는 배우 되고 싶다”(영상)

    [인터뷰] ‘피노키오’ 윤균상 “진한 여운 남는 배우 되고 싶다”(영상)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피노키오’의 기재명 역으로 낯선 얼굴을 시청자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 배우 윤균상(28)을 만났다. 기재명을 떠올리면 야상점퍼와 모자, 불안한 눈빛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실제로 만난 윤균상은 다크한 구석이라곤 없이 밝고 상냥한 성격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인기에 설레면서도 그것에 취하지 않겠다는 차분한 의지도 엿보였다. 윤균상은 ‘피노키오’ 종영 후 하루에 3~4개의 인터뷰를 소화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말에 “길 가다가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사인 요청을 할 때 가장 실감난다.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며 “아직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고 여전히 편하게 지낸다”고 근황을 전했다. # in ‘피노키오’ 운명적인 작품 ‘피노키오’는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조수원 감독님과 tvN 드라마 ‘갑동이’를 할 때 처음 만났어요. 그때 막내 형사 역으로 출연했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신 감독님이 ‘피노키오’ 오디션 기회를 주셨어요. 그렇게 기재명을 만나게 됐죠” 그러나 선하면서도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기재명이라는 역할은 이제 막 4번째 작품인 신인에게는 결코 쉬운 역할이 아니었다. “정말 어려웠어요. 차라리 사이코패스 역이라면 그냥 미쳐버리면 되는 건데 기재명은 정말 착하고 가족밖에 모르고 영특하기까지 한 인물이잖아요. 얼마나 큰 분노와 슬픔을 느껴야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기재명의 입장이 돼서 생각을 많이 했죠.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찾아갔어요. 감독님의 조언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윤균상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피노키오’를 통해 뉴스를 새롭게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힘들게 일한다는 것과 기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게 됐죠. 그리고 이제 뉴스를 볼 때는 송차옥 기자(진경 분)와 박로사 회장(김혜숙 분)의 관계처럼 왠지 뒤에 ‘검은 커넥션’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면서 보게 돼요”라며 웃었다. # before ‘피노키오’ 187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윤균상은 모델 출신이다. 드라마 ‘신의’, ‘갑동이’, 영화 ‘노브레싱’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뒤 4번째 작품 만에 묵직한 역할을 맡으며 얼굴을 알렸다. 20대 중반 늦은 데뷔에 대해 그는 “학창시절에는 꿈이 없었다. 그냥 하라는 대로 공부만 했다”며 “모델 일을 하다가 군대에 갔고 연기에 대한 꿈을 처음 꾸게 됐다. 연기 공부를 할수록 재밌고 좋았다. 기획사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연기자가 될 준비를 했는데 이번 작품을 만나서 기분이 새롭다”고 전했다. 윤균상은 현재 뮤지컬 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뮤지컬에도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뮤지컬 학부에서도 연기 전공이라 아직 뮤지컬 무대에는 서본 적이 없다”며 “관심은 있지만 실력이 갖춰지기 전엔 민폐 끼칠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윤균상의 일상은 어떨까. 윤균상은 “집돌이”라며 “집에서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하면서 쉬어요. 나가고 싶을 땐 이어폰 꽂고 한강 가서 걷는 걸 좋아하죠”라며 소소한 일상을 전했다. 운동은 킥복싱과 크로스핏을 즐겨한다. 그는 “무엇보다 땀 흘리는 게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에 좋다”고 극찬했다. 윤균상은 가장 자신 있는 신체 부위로 “눈과 눈썹”을 꼽았다. 그는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눈이 매력적’이라는 말이다. 선하면서도 차갑고 냉소적인 느낌이 있다고 한다. 눈이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after ‘피노키오’ 윤균상은 현재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진한 남자들의 우정을 그리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또 ‘피노키오’에서 어두운 역을 해서 밝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 로맨스 호흡을 맞추고 싶은 여배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생각을 못해봤네요. 항상 남자배우들과만 호흡을 맞췄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예능 프로그램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재밌게 할 자신은 없는데 ‘삼시세끼’, ‘1박2일’, ‘정글의 법칙’처럼 리얼 예능은 해보고 싶다.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놀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애완견을 기르고 있는 윤균상에게 ‘애니멀즈’라는 예능프로그램도 있다고 귀띔하자 “그런 프로그램이 있냐”고 반색하며 “강아지는 정말 미칠 것 같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동물이 있을까 싶다”며 큰 애정을 보였다. 윤균상은 배우로서의 롤모델로 박해일을 꼽았다. 박해일과 이미지가 닮았다고 하자 “그 말 정말 좋아한다”고 기뻐했다. 그는 박해일에 대해 “얼굴에 개구지면서도 서늘한 이미지가 있다. 그런 오묘한 마스크부터 섬세한 연기까지 모두 다 닮고 싶은 선배”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 그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본 사람들이 ‘윤균상 잘하더라’ 이런 얘기들이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작품이 끝나도 본 사람들의 기억에 여운으로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피노키오’는 그에게 ‘꽤’, ‘성공적’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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