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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8일, 민주주의 횃불을 다시 밝히다 <서울남부보훈지청장 강만희>

    2월 28일, 민주주의 횃불을 다시 밝히다 <서울남부보훈지청장 강만희>

    2․28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 박사의 선거유세 참여를 막기 위해 당국이 대구시내 공립 고교의 일요등교를 종용하자 경북고를 비롯한 8개 고교 1,720명의 학생이 거리로 뛰쳐나와 부정선거 규탄 등의 시위를 벌인 사건으로 3․15의거 및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 민주화 운동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대구시 조례에 따라 진행되던 기념행사는 2․28민주운동이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으로 그 역사적 가치를 재평가 받으며 정부주관 기념행사로 격상되어 28일 오전 11시에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당시 참여학교 후배학생, 일반시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이번 기념식은 “2․28대구, 민주주의 뿌리”라는 주제로 추진되며, 첫 번째 정부주관 기념식인 만큼 기념일의 의미와 대구의 지역특성을 살려서 치러질 예정이다. ‘뮤지컬의 도시’인 대구광역시의 특성을 살려 국민의례부터 2․28민주운동 찬가제창까지 모든 식순을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하여 기존의 일방적인 기념식 관람을 넘어 무대(출연자)와 객석(참석자)이 상호 소통하고 호흡함으로써 현장성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당시 2․28민주운동이 학생 주도의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이었던 점을 상기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당시 시위 참여 8개교 후배 학생들이 기념식의 실질적인 주체로 기념탑 참배, 결의문 낭독, 기념 공연 등 곳곳에 출연하여 그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행진이다’라고 했다. 이번 기념식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위로받고, 후대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가 널리 전파되어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서울남부보훈지청은 올해, 청소년의 관심을 유도하여 참여를 확대하고 균형있는 역사인식과 보훈정신 계승을 위해 ‘해설과 함께하는 신림동 고시촌 일대 민주주의의 길 걷기’, ‘민주 관련 현충시설 청소년 탐방-민주현장을 찾아서’ 등 다양한 행사를 6월중에 개최하려 한다. 자라나는 세대를 비롯한 국민과 함께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공유하고 국민적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 [열린세상]정치는 책임이다/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정치는 책임이다/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6월 13일 지방선거를 향한 예비후보 등록이 2일 시작된다. 예비후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자신의 선거구를 모른다. 광역의원 정수와 선거구 그리고 시ㆍ도별 기초의원 총정수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지난해 12월 13일 정해졌어야 했던 일이다. 어쩔 수 없이 4년 전 지방선거 때 선거구를 기준으로 예비후보 등록은 시작된다. 선거구 확정 후 일부 후보는 선거구를 옮겨야 한다. 혼란이 불가피하다.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과 선거운동이 그렇고, 어제까지 우리 동네에서 출마한다며 선거운동하던 후보가 옆 동네로 출마하는 걸 봐야 하는 유권자도 곤혹스럽다. 과거에도 선거구 확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은 최악이다. 물론 지방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진다. 지난 총선도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선거구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지만 선거는 치러졌다. 정치 일정이 정해진 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다. 우리 정치와 정치인의 수준으로 민주화 30년의 한국 정치가 이제는 청산해야 할 ‘적폐 1호’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는 출발점은 정해진 걸 지키는 일이다. ‘정치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은 건 정치권과 국회의 무능과 불성실 때문이다. 정치권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연합작전이기도 하다. 정치가 ‘공공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라 최소한의 공공성이 전제돼야 하고 그것마저 어렵다면 공익과 사익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도록이라도 해야 한다는 호소는 정치인에게 무의미하다.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그 후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가 논의를 거듭하는 모습만 연출했을 뿐이다. 국회는 지방선거제도 확정의 첫 고비다. 국회가 광역의원 선거구와 지방의원 총정수를 정해야 시ㆍ도별 선거구획정위가 기초의원 선거구를 결정한다. 지금은 입구에서 막힌 상황이다. 국회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광역의원 정수인데 여야가 증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몇 명을 늘릴지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원 정수 증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부담이다. 기초와 광역을 포함해 지방의원 총수를 유지하면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기능을 조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그래야 국민 설득과 공감이 가능하다. 자기희생은 없고 권력 확대에만 매몰돼서는 곤란하다. 지방정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 큰 쟁점은 광역의원 선거제도다.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다. 특히 소수당이 선호한다.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제도’에서 군소정당은 지지율이 의석으로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제는 공정한 정치의 시작”이라고 하는 이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전제로 한 ‘협치의 제도적 기반’이라고도 한다. 민주당도 긍정적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제출돼 있고 ‘민주당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반대다. ‘군소정당의 당리당략’이라고 본다. 원칙이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어떤 선거제도냐가 쟁점이 아니다. 광역의원 선거제도를 놓고 대립하는 거대 양당이 기존의 2인 선거구를 대폭 줄이고 3~4인 선거구를 늘리는 기초의원 선거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같은 입장인 걸 보면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하냐가 기준이다. 국회는 권력구조 개편 방향은 물론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느냐를 둘러싸고 대립해 왔다. 정부가 독자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여야 간 개헌 갈등은 더 격화될 모양이다. 지방선거제도는 또 다른 쟁점 추가다. 국회와 정치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그럼 어찌 될까? 지금 그대로다. ‘무(無)책임 정치’의 극치다. 이제 마지막 남은 건 유권자 심판이다. 지금까지 누가 어떤 정당이 무엇을 어떻게 해 왔는지, 앞으로 선거 때까지 어떻게 하는지 잘 기억해 두었다가 선거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이 바뀌고 정당이 바뀌고 정치가 바뀐다. 정치는 책임이다.
  • 윤이상의 ‘귀향‘… 통영을 울린다

    윤이상의 ‘귀향‘… 통영을 울린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다음달 30일부터 4월 8일까지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타계 23년 만에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고향 통영에 돌아온 것을 기리며 ‘귀향’을 주제로 울려 퍼진다.●49년 만에 고향 품으로… 뜻깊어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27일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2018 통영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전쟁을 겪고 조국에서 추방당한 윤이상 선생에게 한국은 단 한 번도 자유로운 곳이 아니었지만 평생을 바쳐 탄압에 맞서 싸웠던 분”이라며 “윤이상의 귀향과 이번 음악제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단은 지난 25일 “바다가 보이고 파도소리 들리는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던 윤이상 선생의 뜻을 따라 유해를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서 통영으로 가져왔다. 음악제 개막 당일 음악당 근처에 유해를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윤이상은 서양 음악에 우리 전통 음악의 영감을 담은 독창적인 현대 음악 작곡가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지만, 1967년 동백림 간첩 사건에 연루돼 2년간 복역하고 독일로 간 뒤 다시는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때문에 유해 송환을 둘러싸고 보수 단체 측에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이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음악제는 49년 만에 이뤄진 그의 귀향으로 더욱 의미가 깊어졌다. 음악제 테마 역시 ‘귀향’이다. 리임 대표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와 전쟁 등으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오늘날, (선생의 삶을 통해) 고향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제 기간에는 매일 2∼4개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개막공연 음악극 ‘귀향´ 세계 초연 다음달 30일 개막공연에서 음악극 ‘귀향’이 세계 초연된다. 몬테베르디 오페라 ‘율리시스의 귀환’과 한국 전통 가곡을 접목하고, 트로이 전쟁 10년과 그 이후 10년의 고난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율리시스의 여정을 윤이상의 삶과 대비해 표현했다. 유명 오페라 연출가 루트거 엥겔스가 재단의 요청을 받고 만든 작품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또한 이날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를 비롯해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도 연주된다. ‘광주여 영원히’는 윤이상이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1981년 발표한 곡이다. 지휘자 스티븐 슬론이 25년째 이끄는 서독일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협연한다. ●정경화·황수미, 보훔 심포니와 호흡 이튿날인 31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소프라노 황수미가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9번으로 관객에게 묵직하게 다가간다. 4월 5일엔 윤이상의 관현악 모음곡 ‘낙동강의 시’가 한스-크리스티안 오일러가 지휘하는 하노버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역시 세계 초연된다. 유족에 따르면 1956년 유학을 떠난 윤이상이 그해 11월 파리에서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전쟁의 비극적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곡으로 발표되지 않은 악보를 유족으로부터 받아 무대에 올리게 됐다. 4월 8일 폐막공연에서는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불교 무용인 바라춤을 소재로 하는 ‘바라’를 연주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법원,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4월 6일”

    법원,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4월 6일”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는 4월6일 내려진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27일 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오는 4월 6일에 선고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공범 최순실 보다 5년 무거운 형이다. 검찰은 논고에서 “피고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행된 정형유착을 그대로 답습했다”면서 “헌법이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의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공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겨 쳤고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특권의 청산을 원하는 국민 기대에 찬물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또 국민 기대 부응하기는 커녕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했으며, 검찰과 특검 수사, 헌재의 탄핵심판,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도 자기의 범죄가 객관적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철저히 경시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요구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및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 명목으로 298억여원(약속금액 포함 433억원)의 뇌물을 받는 혐의(뇌물수수)를 비롯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 18개 혐의로 지난해 4월17일 구속기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朴국선변호인들 “대통령, 불철주야 노력”···‘눈물 호소’

    朴국선변호인들 “대통령, 불철주야 노력”···‘눈물 호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변론해 온 국선 변호인단은 27일 결심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까지 없던 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일부 변호인은 감정에 북받쳐 울먹였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등이 사임한 이후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았으나 수감중인 박 전 대통령을 한번도 접견해 만나보지 못했다.변호사 5명으로 구성된 국선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증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종 변론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출연 모금 혐의에 대한 변론에 나선 박승길 변호사는 무지개를 비유로 들며 “통상 무지개를 그릴 때 색을 구분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명확히 죄가 되는 행위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단 출연 요구가 강요죄가 되려면 협박 등을 동반해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없었던 만큼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강요죄로 처벌받아야 정의를 세우고 적폐를 청산하는 게 아니다”라며 “재단 출연을 거부하지도 않았으면서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는 전경련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경종을 울리는 것도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곳에서 환영받고 박수받는다”고 말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업적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박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경기장 등의 사후 활용을 고민했고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또 스포츠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런 모든 일까지 없었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실수가 있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점을 감안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부디 선처해달라”고 울먹였다. 김혜영 변호사는 개별 기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선의로 추진한 것일 뿐 사리사욕을 추구하려 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측근의 잘못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정치적, 도의적 비판은 받을지언정 피고인의 행위를 모두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박근혜 30년 구형, 매우 당연한 결과”···한국당 “사형보다 잔인”▶ 검찰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강철구 변호사는 삼성의 승마 지원이 “정유라 1인만을 위한 게 아니라 올림픽을 대비해 승마선수들을 지원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6일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밝힌 심경을 그대로 따라 읽기도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문]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결심공판 의견진술

    [전문]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결심공판 의견진술

    검찰은 27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이자 ‘몸통’ 격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량을 밝히기에 앞서 의견 진술에 해당하는 ‘논고(論告)’를 통해 이번 사건의 의미와 엄벌 필요성 등을 상세히 밝혔다.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음에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다”며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302조(증거조사 후의 검사의 의견진술)에 따라 증거조사 등 심리가 끝나면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해 의견을 진술해야 한다. 통상 사건에서는 형량에 관한 의견만 간단히 밝히는 것이 관례이지만, 사회적 영향이 큰 사건이나 중형을 구형하는 사건 등에서는 사건 전반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며 이 내용을 공판 조서에 첨부한다. 다음은 검찰의 논고 전문. 1. 서론 본격적인 논고에 앞서, 먼저 2017. 5. 2.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지난 10개월 동안 118회의 기일을 진행하면서 실체진실의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 7. 청와대가 대기업들로부터 500억 원을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하였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되었고, 2016. 10. 24. 피고인에게 보고된 중요 청와대와 정부부처 문건들이 비선실세로 주목받던 최서원에게 유출되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공개되면서 온 국민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라는 전례없이 충격적인 사건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2016. 10. 27.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가 조속히 규명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담아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었고, 본격적인 수사를 통해 ‘사초(史草)’로 회자되는 안종범 업무수첩, 피고인과 최서원의 육성이 저장된 정호성 비서관의 휴대전화기, 정치·경제·언론·학계의 유착 실상을 드러내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의 문자메시지 등 다수의 객관적 증거들을 확보하였으며, 2016. 11. 20. 현직 대통령이던 피고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인지하고 최서원, 안종범, 정호성을 구속기소하였고, 증거와 수사기록을 모두 특별검사에게 인계하였습니다. 2017. 3. 6. 90일 간의 특별검사 수사를 이어받은 이후에는 2017. 3. 10.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피고인의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하여 피고인이 최서원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사실을 규명하고, 2017. 4. 17. 삼성·롯데·SK그룹의 총수가 연루된 독직(瀆職) 범행과 774억 원에 달하는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위헌·위법적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피고인을 구속기소하여 이 사건 재판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14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기록과 130여 명에 이르는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피고인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였습니다. 2.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관계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안가(安家)라는 밀실에서 이루어진 비공개 단독면담을 통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총 59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범행은, 안종범, 김종, 장시호, 최태원, 정유라 등의 진술 및 안종범 업무수첩,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과 각 그룹에서 작성한 단독면담 관련 말씀자료, 최서원의 독일 법인, 영재센터,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송금한 계좌거래내역, 2016. 2.부터 2016. 10.까지 9개월 동안에만 총 845회, 일일 평균 3회 이상 이루어진 피고인과 최서원 간의 차명폰 통화내역, 그리고 정부부처에서 작성된 그룹 현안 관련 청와대 보고 문건, 피고인이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난 문형표 前 보건복지부 장관 판결문 등으로 넉넉히 인정됩니다. 둘째, 18개 대기업을 포함한 53개 전경련 회원사들로부터 774억 원을 강제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한 범행은, 최서원의 일부 진술 및 안종범, 최상목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관계자, 이승철 前 부회장 등 전경련 관계자, 총수를 위시한 개별 기업 관계자, 정현식 前 사무총장을 비롯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의 진술과, 안종범 업무수첩, 청와대 보고 문건, 전경련과 개별 기업, 재단 관계자들간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의 객관적인 물증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셋째,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여 민간 기업을 상대로 최서원 관련 법인과의 용역계약 체결, 후원금 지급 등을 강요하고, 최서원을 위해 민간 기업의 인사에까지 개입한 범행은, 안종범, 조원동, 차은택, 이상화, 김종 및 개별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그에 부합하는 안종범 업무수첩, 관계자들간 휴대전화 통화내역, 피고인에 대한 보고 문건 등의 객관적 물증으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넷째, 피고인이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최서원에게 공무상 기밀이 담긴 청와대 문건 등을 유출한 범행은, 정호성, 최서원 진술 및 디지털 포렌식(Forensic) 절차를 통하여 과학적으로 최서원이 사용한 것으로 검증된 최서원의 태블릿PC 내에 저장된 청와대 문건 등에 의하여 충분하게 입증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과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종사자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피고인의 지시에 불복하는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범행은, 피고인의 지시 및 피고인에게 이행 상황을 보고한 내용이 낱낱이 기재된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문건, 정무수석실, 문체부 작성 문건, 故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 수첩 및 청와대 교문수석비서관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 진술과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문화·예술계 관계자들 진술에 의하여 다툼 없이 인정됩니다. 3. 피고인의 양형 관련 이어서 피고인에게 준엄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 헌법 가치 훼손 첫째,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만 비선실세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과반수 득표에 성공한 피고인은 헌법을 수호하여야 할 책무를 방기하였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자신과 최서원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하였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과 공조직을 동원하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 직업공무원제 등 헌법에 의해 보장된 핵심 가치를 유린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나. 정경유착(政經癒着) 둘째, 피고인은 국민이 아니라 재벌과 유착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광범위하고 막강한 행정, 입법, 사법 권한을 보유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2016년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6.7%에 달하는 102조 원의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 9.71%를 비롯하여, 3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 8.85%를 보유한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동원하여 재벌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었습니다. 피고인과 단독면담한 이재용, 최태원, 신동빈은 2016년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국내 GDP의 37%를 차지하는 삼성, SK,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최고 경제권력자들입니다.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인 피고인이 매년 안가라는 밀실에서 은밀하게 최고 경제권력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자신과 최서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서 경영권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은 피고인 스스로 ‘서로 윈윈(Win-Win)하는 자리였다’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전형적인 정경유착(政經癒着)의 모습입니다. 피고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행된 정경유착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공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고,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재벌 개혁과, 반칙과 특권을 철폐하여 고질적인 부패 행태의 청산을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서민들의 쌈짓돈으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을 재벌기업 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손실을 나누어지게 된 국민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과 공분(公憤)을 안겨 주었습니다. 다. 민간 기업의 사유화 셋째, 피고인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자신과 최서원이 운영할 재단 설립자금으로 774억 원을 출연하게 하고, 최서원이 지명한 업체들에 일감과 후원금을 몰아주며, 최서원이 지명한 인물들을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채용하고 승진하게 함으로써, 민간 기업을 자신과 최서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전유물로 전락시켜 헌법상 보장된 기업경영의 자유, 기업의 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기업과 사회의 진정한 상생을 위한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왜곡하는 것으로서, 정작 계약을 체결할 충분한 자질을 갖춘 중소기업과 반드시 기업의 후원을 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희생시켰고,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경제 한파와 고령화로 인한 청년 실업 문제와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과 그들의 부모들로 하여금 뼛속 깊이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였으며, 우리 사회가 불법과 반칙이 통하는 사회, 돈과 권력을 가진 특권층만이 성공하고 군림할 수 있는 사회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 주고, 정부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여, 국가 발전을 위한 토대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본인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라는 가치를 무너뜨렸습니다. 라. 문화·예술계 양극화 넷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문화융성’을 3대 국정 기조 중의 하나로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과 정부에 동조하는지를 기준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블랙(Black)과 화이트(White)로 편을 가름으로써 문화·예술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크게 위축시켰으며 자신의 불법적인 지시를 이행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고위공무원을 사직시키는 등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마. 피고인의 무책임한 자세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에 대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이를 부인하였고, 오히려 그러한 의혹 제기를 실체가 없는 국기문란 행위,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면서 온 국민을 기만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이 문제로 대두하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음에도, 검찰과 특별검사의 대면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회피하였고, 청와대 압수수색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으며,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주요 국정농단 사건의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일체 출석을 거부하였고, 지난해 10월 16일 재판부에서 새롭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더 이상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끝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출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2016. 7. 국정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래로 약 20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었으며,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진실을 왜곡하면서, 검찰과 특별검사는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국민은 피고인이 이제라도 잘못을 통감하고 자신의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국민의 이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여전히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으며, 일련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및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신의 범죄사실이 객관적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철저히 경시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4. 결론 결론으로 피고인에 대한 구형의견을 밝히겠습니다. 피고인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입니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던 피고인은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해 본 적이 없는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입니다. 국민은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을 끝까지 준수하면서 실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존경받고,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사상과 문화적 성향에까지 관여하는 나라가 아니라,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가운데 어떠한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꿈꿔왔습니다. 피고인은 국민의 이와 같은 간절한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하루빨리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심각하게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헌정 질서를 유린하여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시키고 국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였음에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다는 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이 최서원과 함께 취득한 이익이 수백 억대에 이르는 점, 범행을 부인하면서 허위 주장을 늘어놓고 실체진실의 발견을 방해한 것은 물론이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책임을 전적으로 최서원과 측근들에게 전가한 점, 준엄한 사법부의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이 구형합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농단한 최종 책임자인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및 뇌물에 해당하는 592억 2,800만 원의 2배에서 5배 범위 내인 벌금 1,185억 원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합뉴스
  • 검찰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검찰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징역 30년·벌금 1185억원 구형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317일 만이다.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결심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서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이렇게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행된 정경유착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해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검찰은 수사와 재판에 임한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한 태도를 비판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는데도 ‘정치 공세’라고 비난하며 온국민을 기만했다”면서 “재판 도중 법원이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하자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했다”고 짚었다. 검찰은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켜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한 적 없는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면서 “이 같은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걸 보여주려면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16일 법원의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재판을 ‘보이콧’한 박 전 대통령은 결심 공판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靑,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 연내재개

    청와대는 27일 ‘초·중·고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2011년 이후 중단된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를 연내 재개해 성평등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인 ‘통합 인권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의 방송 플랫폼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 “페미니즘 교육은 체계적인 인권 교육과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여성뿐 아니라 종교, 장애, 나이, 인종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적 표현은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 차이를 인정하는 인권문제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미 교과서 집필기준과 검정기준에 양성평등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양적·질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를 연내 재개해 체계적인 통합인권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태조사를 통해 기존 교육과정의 성 평등, 인권 내용을 분석하고 통합 인권교육에 어떤 내용을 포함할지, 몇 시간을 교육할지, 교과에 어떻게 반영시킬지를 연구할 것”이라며 “젠더 전문가를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각 교과서에 단편적으로 담겨 있는 인권 및 성 평등 요소를 정밀 분석하는 등 통합적 인권교육의 내용부터 체계화해 선생님을 위한 교수·학습자료를 개발·보급할 것”이라며 교육부 예산 12억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정기협의체를 구성, 통합 인권교육 정책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답변으로 청와대는 9개의 청원에 대해 답변을 완료했다.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강화’ ‘국회의원 급여 최저시급 책정’ ‘포털사이트 네이버 수사‘ ’경제민주화‘ ’일베 사이트 폐쇄‘ 등 8개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준비 중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구 2·28 민주운동, 정부 주도 기념식으로 열린다

    1960년 대구 지역 학생들이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선거에 맞서 일으킨 ‘2·28 민주운동’ 기념식이 28일 오전 11시 대구 두류공원 기념탑 광장에서 거행된다고 국가보훈처가 26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2·2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념식은 처음으로 정부 주관으로 열린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 박사의 선거유세 참여를 막기 위해 당국이 대구시내 공립 고교의 ‘일요등교’를 종용하자 경북고를 비롯한 8개 고교 1720여명의 학생이 거리로 뛰쳐나와 부정선거 규탄 등의 시위를 벌인 사건이다. 학생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민들이 직접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마산 ‘3·15 의거’를 거쳐 ‘4·19 민주혁명’을 발화시킨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뿌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훈처는 ‘2·28 대구,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주제로 기념식을 주관할 계획이다. 보훈처는 특히 “뮤지컬의 도시인 대구시 특성에 맞춰 모든 식순을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애국가는 2·28 민주운동, 3·15 의거,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주역들의 유족이 선창한다. 2·28 민주운동의 주역인 이대우 선생의 배우자 김향선씨, 3·15 의거를 촉발한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씨, 4·19 혁명을 이끈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배우자 이경의씨,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김재평씨 자녀 김소형씨, 6·10 민주항쟁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등이 무대에 선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동구타 학살극/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구타 학살극/이순녀 논설위원

    2016년 8월, 온몸에 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앰뷸런스 안에 홀로 앉아 있는 5살 소년의 모습이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에 떨게 했다. 시리아 내전 격전지인 알레포의 무너진 잔해 더미에서 막 구출된 아이의 텅 빈 눈빛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단번에 보여 줬다.반군에 장악된 북부 도시 알레포를 탈환하기 위해 시리아 정부군은 2012년부터 4년에 걸쳐 학살이나 다름없는 대대적인 공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리아군은 러시아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차별 폭격을 가한 끝에 2016년 12월 알레포에서 피로 물든 승전을 선포했다. ‘알레포 대학살’의 비극이 채 잊히기도 전에 시리아군이 또다시 무자비한 반군 박멸에 나서면서 제2의 알레포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지역 동(東)구타가 타깃이다. 동구타는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가장 먼저 반정부 시위를 벌인 곳이자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 지역이다. 알카에다 계열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 등이 장악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그동안 정권에 더 위협적인 홈스와 알레포 반군 격퇴에 집중하느라 동구타 지역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알레포 탈환으로 전황을 주도하게 되자 수도 가까이에 있는 동구타까지 완전히 진압하는 작전에 나선 것이다. 시리아군은 지난해 중반부터 동구타를 전면 봉쇄했다. 이에 따라 40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은 식량, 의료품 등 기본적인 생필품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전투기와 헬기, 박격포 등을 동원한 무차별 공습과 포격이 자행되고 있다. 벌써 사망자 400여명 등 민간인 사상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시리아군의 비인도적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상의 지옥”이라고 표현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 정권이 어린이들을 죽이고, 병원을 파괴하는 건 학살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 ‘30일 휴전’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육군 헬기가 비무장 시민에게 사격까지 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진 우리로선 알레포에 이은 동구타의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위기에 처했던 나라 리더들의 극복 전략

    위기에 처했던 나라 리더들의 극복 전략

    픽스/조너선 테퍼먼 지음/이경식 옮김/세종연구원/454쪽/1만 8000원미국에서는 10대들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세계 곳곳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조선·해운업에 이어 이제는 자동차까지 우리 경제 성장의 중심축을 이루던 산업들이 한계를 드러내며 우울한 소식을 더한다. 침체하는 세상에서 국가들은 어떻게 생존하고 번성할 것인가. 국제정세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편집자인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브라질, 싱가포르, 보츠와나 등 9개 국가에서 최근 수십 년간 발생한 위기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중심에 있었던 리더들이 택한 전략과 극복 과정을 자세히 풀어낸다. 내부적으로는 그닥 밝지 않은 전망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스토리가 많은 국가들에 자극이 된다는 사실은 놀랍다. 저자는 중진국 단계에서 도태되고 마는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한국이 50년 이상 꾸준히 경제를 성장시키며 발전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개발독재, 민주화, 자유화 세 단계를 거치며 드라마틱하게 성장했다고 분석하며 이 과정에서 박정희와 김대중이 취한 전략을 상세히 소개한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운동이 이룬 정치적 개혁과 1997년 IMF 사태 이후 김대중 정부의 경제 자유화 정책은 지속적인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지금 전 세계가 처한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며 문화적 배경이나 발전 단계, 체제 등이 다른 나라들에 획일화된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유연한 사고와 포용성, 현실주의 철학 등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결론에 이르러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성공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 캐나다 트뤼도 총리의 다문화주의 정책 등은 영감을 주는 사례들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 김정태 위원장, 범국민적 지방분권 개헌촉구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김정태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영등포 2)은 2월 20일 오후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정문에서 “지방분권 개헌촉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릴레이 1인 시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고, 2월 14일에는 서울역 앞에서 열린 ‘헌법개정과 정치개혁을 위한 설맞이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정태 위원장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지방분권개헌 촉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1인 릴레이 시위 마지막 주자로 나서 ‘국민의 명령 지방분권개헌’, ‘반쪽 지방자치 27년 청산 촛불혁명의 완성은 진정한 지방분권개헌의 실현‘이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지방분권개헌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1인 시위를 마친 김정태 위원장은 “국가로의 권력집중을 막고, 지방이 중심이 되는 생활정치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분권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국회는 시대적 염원인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릴레이 시위에는 16명의 서울시의원이 함께 참여했다. 서울시의회는 김정태 위원장을 끝으로 지난 2월 5일부터 이어온 지방분권개헌 촉구를 위한 1인 릴레이시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전국 시민사회·지방자치단체 설맞이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위원장은 시민사회, 노동단체, 개헌관련 연대기구등 전국 130여개 단체와 공동으로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외쳤고 연이어 귀경길에 오른 시민들을 상대로 거리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촛불정신을 반영한 헌법 전문 및 총강 규정의 개정 ▲사람 중심의 기본권 체계 정립 ▲평등실현과 소수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개헌 ▲더 많은 자유의 실현을 위한 개헌 ▲일할 권리, 노조할 권리의 진정한 보장 ▲사법의 민주화를 위한 법원 및 헌법재판소 개혁 ▲자치와 분권을 위한 개헌필요성 등을 촉구함으로써 설날 귀경길에 오른 시민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호응을 얻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5ㆍ18 당시 軍 헬기사격” 美 국무부 자료 첫 확인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미국 정부의 문서가 발견됐다. 그동안 시민들의 증언과 국방부 특조위 조사로 헬기 사격이 사실로 드러났으나, 이를 확인하는 미국 측 문서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광주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공개한 미 국무부 전문(1980년 5월 21일자)에는 “군중들이 해산하지 않으면 헬기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고 실제로 총이 발사됐을 때 엄청난 분노가 일어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는 지난해 초 미국 탐사전문 기자인 팀셔록이 광주시에 기증한 ‘체로키 파일’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 ‘체로키’는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피살되자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한국 동향을 살피기 위한 비밀대책반을 꾸려 워싱턴~서울 간 특별 대화채널을 가동하면서 붙인 암호명이다. 이 파일에는 5·18 등 한국 정치 상황 등이 담겨 있으며, 지금은 비밀이 해제돼 공개된 문건이다. 헬기 사격을 언급한 이 문서는 미국대사관이 국무부로 전송한 것으로, 1980년 5월 21일 광주 상황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송 시간은 1980년 6월 10일 오전 9시 43분이다. 시점을 과거형으로 기술한 점으로 미뤄 항쟁이 끝난 이후인 6월 10일 종합적인 상황을 정리해 송신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서에는 헬기 사격이 이뤄진 정확한 시각과 장소는 기재돼 있지 않지만 당시 금남로 일대에서 수집한 정보로 추정된다. 같은 문건에 “수요일(21일)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발생했는데 광주기독병원에는 오후 4시까지 10명의 사망자와 50명의 부상자가 도착했음”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항쟁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앞 금남로와 기독교병원은 1㎞ 남짓 거리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잊힌 국가 범죄, 형제복지원 사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잊힌 국가 범죄, 형제복지원 사건

    국회 앞에 사람이 살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앞. 두 사람이 눕기도 비좁은 천막에서 한종선(42)씨, 최승우(49)씨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한씨와 최씨가 지난해 11월부터 국회 앞에서 지낸지도 어느덧 100일이 넘었다. 21일은 농성 107일째 되는 날이다. 천막 옆 현수막에는 이들의 절규가 파랗고 빨간 글씨로 적혀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하라.’‘형제복지원 사건’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7월 5일부터 1987년 6월 30일까지 약 12년 동안 부산 북구 주례동 산18번지에 있던 사회복지시설이다. 피해 생존자 한씨는 1984년 10월 두 살 많은 누나와 함께 아버지 손에 이끌려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 당시 부산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한씨의 아버지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힘들어 형제복지원에 아이들을 보냈다. 당시 주변에서 “형제복지원은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가 많았고, 동네 사람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잠시 그곳에 보내라”고 많이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한씨는 형제복지원에 갇혀 있던 3년 동안 강제 노역과 구타, 고문, 굶주림 등에 시달렸다. 그는 “‘죽는 게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맞는 게 너무 두렵다 보니 일부러 입 안을 깨물어 기침할 때 피가 나오도록 해서 결핵병동에 입원하려고 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이 맞았다”고 전했다. 한씨는 1987년 6월 30일 형제복지원이 폐쇄되면서 고아원으로 옮겨졌고, 그 후 약 20년 동안 아버지와 누나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 허리를 다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는데, 가족관계 확인 과정에서 아버지와 누나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아버지도 3년 뒤에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끌려갔다고 한다. 형제복지원,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1987년 1월 17일 형제복지원의 원장 박인근(2016년 사망 당시 85세)씨의 구속을 계기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일부가 드러나면서 당시 제1야당인 신한민주당(신민당·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신민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당시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인원만 최소 3164명이었고, 12년 동안 최소 512명이 희생됐다. 1980년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한 54명의 열 배에 가까운 숫자다. 조사 결과 ‘원장-총무-사무장-중대장-소대장-조장’으로 이어지는 군대식 지배 구조 아래 일상적인 강제 노역과 구타, 학대, 굶김, 성폭력, 살인 등이 자행됐다. 또 원생들 상당수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연행·입소됐고, 원생들의 사망 원인과 사체 처리 과정 등을 적은 기록은 대부분 허위로 기재돼 있었다. 사체가 병원 등에 실험용으로 팔려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1982년 동생과 함께 형제복지원에 잡혀 들어간 피해 생존자 최씨는 그곳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처음 봤다고 한다. “조장들이 신입 한 명을 담요에 싸가지고 조장부터 소대장, 서무가 합세를 해서 사람 하나를 그냥 지근지근 밟아버리더라구요. 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사람인데 눈이 휙 뒤집어지더니 동공이 하얗게 되고 입에서 거품이 질질 나오는 게 죽은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박씨의 구속 직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전두환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외쳤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박종철 열사의 죽음에 집중되는 동안 형제복지원 사건은 빠르게 잊혀 갔다. 또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씨는 1987년 6월 1심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6억 8178만원을 선고받았으나 1989년 징역 2년 6개월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이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피해 생존자들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공포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구타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 생존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잊혀 간 국가 범죄 그나마 한씨가 국회 앞 1인 시위(2012년 5월~2013년 2월)와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상을 알리면서, 사회의 무관심에 눌려 숨죽이고 살던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어렵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씨는 “피해 생존자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묻혀진 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고, 피해 생존자들의 외침은 ‘살고 싶다’는 간절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검찰이 관련된 인권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12건을 조사할 것을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가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1987년 1월 박씨를 구속했던 당시 김용원 검사(현재 변호사)는 검찰 지휘부가 이 사건을 축소·은폐시켰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부산지검 울산지청(지금의 울산지검)에서 근무하던 1986년 12월 21일 지인과 경남 울주군 삼정리에 있는 야산(울주 작업장)을 지나가다가 허름한 옷을 입은 청년들이 괭이와 삽을 들고 땅을 파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 주위를 몸집이 큰 개들과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했던 김 변호사는 내사에 착수했고, 형제복지원 원생 180여명이 박씨 소유의 야산에 감금된 채 임금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원생들로부터 형제복지원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울주 작업장에서 강제 노역한 원생들뿐만 아니라 부산 형제복지원 안에 수용된 원생들도 모두 조사하기 위해 부산지검 차장검사에게 승인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뭘 수사를 해. 당장 철수시켜”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또 “울주군 작업장에서 맞아 죽은 원생의 사망 원인을 신부전증이라고 허위로 기재한 형제복지원 의사를 구속하려고 했지만, 검찰총장 동생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당시 부산지검장에게 청탁해 불구속 수사 지휘가 떨어졌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박씨의 구속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결국 검찰 조직의 외압으로 그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권력이 주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국민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남녀 성인 및 아동·청소년 수용자들을 장기간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검찰의 진상 조사에 대해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그 당시 형제복지원 내 인권침해를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던 검찰은 당연히 사과해야 하고, 이 사과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책임 인정, 피해 구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모두가 단속 대상이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여준민 사무국장은 “정부가 1975년 12월에 발령한 내무부 훈령 제410호와 신민당 보고서, 당시 경찰이 불법 체포한 시민을 복지원에 넘길 때 작성한 신병인수인계서 등으로도 이 사건의 국가 책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내무부 훈령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사회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적용됐다. 이 훈령은 ‘일정한 정주가 없이 관광업소, 접객업소, 역, 버스터미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하여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사람’을 단속할 것을 규정했지만 사실상 시민 모두가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됐다. 특히 전두환 정권 때 단속이 심했다. 전두환씨는 1981년 4월 10일 당시 국무총리에게 ‘근간 신체장애자 구걸 행각이 늘어나고 있다는 바, 실태 파악을 하여 관계부처 협조 하에 일정 단속 보호조치하고 대책과 결과를 보고해 주시기 바란다’는 지휘서신을 보냈다. 이후 친척집에 가는 길에 부산역에 내려 배회하다가, 하굣길에 집에 가다가, 또는 집에서 TV를 보다가 경찰에 붙잡혀 형제복지원에 입소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일부는 그곳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허언에 속아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피해 생존자들의 노력으로 국회가 움직였고,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안’(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과 ‘과거사정리법안’(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임에도 지금까지 공포되지 못했고, 과거사정리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씨는 “지금 여당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고,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이 문제는 여야가 필요없는 문제’라면서 ‘우리는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안은 통과가 안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씨는 “인권 문제에는 여야가 없다는 의원들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걸까라는 자책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2012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국회의원 보좌관 한 명이 저를 보더니 ‘이 사건 아직도 해결 안 됐어요?’라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전두환 정권 때 있었던 일 아닙니까’, ‘우리는 전두환씨 끌어내리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힘이 빠졌습니다. ‘그렇게 운동해서 저 같은 사람들이 말도 못 하고 죽어나간 것 아닙니까’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한씨는 “이 사건 피해자들은 국가에 의해 버려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라면서 “삶을 부정당한 데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와 트라우마를 피해자들은 살면서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손을 내밀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호소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 구하기/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 구하기/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 과거 독일 나치당의 공식 명칭이다. 히틀러마저도 사회주의의 명칭을 도용해야 했을 정도로 당시에는 대량 실업과 빈곤을 가져다준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대안이 사회주의라 생각했다. 전쟁으로 치달을 때까지 독일 경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사학파의 이데올로기적 정당화에 힘입어 최고 4000개로 추정되는 카르텔로 조직돼 있었다. 패전 후 몰수당할 뻔한 이들을 구제해 준 것이 동서 냉전과 사회적 시장경제였다. 냉전은 서독 경제의 부흥을 담은 마셜플랜의 명분이었다. 분단과 반자본주의의 시대정신으로 인해 서독에 ‘제3의 길’ 선택은 불가피했다. 콘체른과 카르텔은 해체됐고 개별 대기업들은 노조는 물론 연합국이 요구하는 경제민주주의를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 국가는 시장에서 경쟁 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독과점 규제를 시행했다. 이후 효율성과 형평성의 동시 달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시장경제가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경제민주화 개헌을 둘러싸고 예상대로 색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끌어내고 개헌에 추진력을 가져다준 ‘촛불혁명’의 직접적인 ‘배후세력’은 국정농단, 정경유착이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정치권력과 재벌에게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권력의 합작품이 바로 정경유착이다. 이 정경유착이 한국 시장경제에는 최대의 적이다. 이 적을 물리치려면 정치권력의 분산과 경제권력의 규제와 분산이라는 두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패전 후 독일이 선택한 경로와 아주 유사하다. 독일은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연방제 법치국가”를 통해 정치권력을 분산했고 경제민주주의를 통해 경제권력을 제어했다. 국내 개헌 논의에서 우려되는 바는 정치권력의 분산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데 반해 경제권력의 분산에 대해서는 합의는 물론 사실에 기초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지와 지방분권에 관심을 집중할 뿐 경제 헌법 개정에는 별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런데 당장 정치권력은 분산되는데 경제권력의 집중은 지금처럼 계속 방치된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권력이 정치마저 좌지우지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소비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보장되며 정경유착과 일체의 특권은 사라지고 공정한 실적 경쟁이 활발한 경제, 노사가 대등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 잡은 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갑질’ 없이 촉진되고 대기업들의 담합이 근절된 경제, 이것이 시장경제다. 이러한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와 조정”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최소한의 책무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민주화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에 대한 국내 일부 보수 논객과 정치인들의 사회주의 비난은 “공동결정제는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위대한 업적”이라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공개 선언으로 충분히 반박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식 개헌’이라는 비판을 위한 또 다른 빌미가 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도 지극히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원칙이다. 이는 시장경제의 근간인 ‘일물일가의 법칙’을 노동시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언론이 즐겨 내세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도 맥을 같이한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묻지마’식 비방은 ‘사회적 경제’를 ‘사회주의적 경제’로 잘못 읽는 데서 거의 절정에 이른다. 고용과 환경보호, 지역 균형발전을 고민하는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포용적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의제로 공인한 사회적 경제가 한국에서는 색깔론에 휘말리고 있다. 시장경제를 옹호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과 노동이 존중받는 경제민주화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없다. 그러므로 새 헌법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로 바꾸어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없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 70년 만에 이제사 말햄수다 “어멍ㆍ아방 눈물 꼭 닦아줍서”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 70년 만에 이제사 말햄수다 “어멍ㆍ아방 눈물 꼭 닦아줍서”

    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사건’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제주도는 올해를 ‘제주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화해와 상생, 평화, 인권의 4·3 역사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알리는 다양한 기념 사업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도민들은 올해가 4·3 완전 해결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제주 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진상조사보고서는 인명 피해가 2만 5000~3만명으로 추정했다. 7년간 제주도민 11%가량이 희생되는 참극이었다. 4·3의 광풍이 그친 1956년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 자락 옛 일본군 탄약고 터. 야심한 밤 군경의 눈을 피해 유족들은 방치된 13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1950년 여름 140여명이 국군에 의해 억울하게 총살당한 지 6년 만이었다. 유족들은 수습한 시신을 한데 모아 ‘132분의 조상이 한날, 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엉기어 하나가 됐으니 그 후손들도 모두 한 자손’이라는 의미로 ‘백조일손’(百祖一孫)이란 묘비를 세우고 통곡했다. 4·3은 이처럼 강요된 금기 속에 반세기가량 국가 권력에 의해 은폐되고 왜곡됐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자 국회에서 양민학살 진상 규명 조사단이 꾸려지고 학살 피해 접수가 잠시나마 이뤄졌다. 그러나 이듬해 5·16 쿠데타로 강요된 침묵 속에 다시 빠졌다. 1978년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기영이 1949년 1월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 집단 학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4·3은 마침내 다시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1989년을 기점으로는 민주화운동단체들이 연합해 4월 3일 ‘4·3 추모 및 범도민 진상규명촉구대회’가 4·3(1948년 기준)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적인 추모 행사가 열렸다. 범도민 촉구대회에서는 4·3 관련 정부 보관자료 공개, 연좌제 폐지, 미군정의 4·3 학살 책임 인정, 국회의 4·3 진상조사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1989년 5월 문을 연 제주4·3연구소는 피해자·유족 채록집 ‘이제사 말햄수다’(이제야 말합니다)를 출간했다. 문민정부 수립 후인 1993년에는 제주도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 피해 신고를 받는 등 4·3 문제를 공론화했다. 1999년 4·3 특별법이 국회에서 제정된 데 이어 2003년 10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됐다. 2003년 10월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는 처음 사과했다. 2014년 3월에는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추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고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4·3 국가추념일 참석을 약속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중단된 4·3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도 10년 만에 재개된다. 피해자 국가 배상·보상을 위한 4·3 특별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오영훈(제주시 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보상금 지급 등을 담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은 직계나 배우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명시하고, 지급 액수와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직계나 배우자가 없으면 민법이 정한 상속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4·3 당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무소로 끌려간 수형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했다. 유족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4·3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오 의원은 “아직도 4·3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정신질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희생자와 유족이 많다”며 “현행 특별법으로는 명예회복과 피해 구제가 미흡해 4·3 완전 해결과 국민 화합 차원에서 법률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박정희, 부마항쟁 군 권력 불법 동원”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법절차를 무시하고 이 지역에 특전여단 투입을 지시한 사실이 39년 만에 밝혀졌다.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위원회’는 2014~2017년 수집·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 10월부터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23일 발표한다고 20일 밝혔다. 수정·보완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4월 보고서 작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20일까지 부산·마산 일대에서 유신체제에 항거해 일어난 학생·시민의 민주화 운동이다. 시위를 진압하고자 부산지역의 비상계엄과 마산지역의 병력출동 명령은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발동됐다. 두 지역 모두 명령이 떨어지기 전 군이 출동해 시위대를 체포했으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위수령에 의한 병력출동 명령에 따르지 않고 마산지역에 특전여단 투입을 지시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이 부마민주항쟁 배후로 북한·야당·김영삼 등을 연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 데모 주도자 이진걸 사건, 동아대 데모 주도자 이동관 사건 등 7개 주요 사건을 정하고 여기서 연행자들에게 고문과 폭행을 통해 허위진술을 자백받고자 했음이 드러났다. 당시 연행자 대부분은 연행·체포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고, 불법 구금 상태로 조사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국방위 진통 끝 ‘5ㆍ18 특별법 ’ 의결

    국회 국방위원회는 20일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5·18특별법안을 의결했다. 국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동철, 하태경 의원 등이 발의한 특별법안 5건을 하나로 모은 대안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과거에 다 밝히지 못한 5·18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3년 시한의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국방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진상조사위 구성 방식을 놓고 막판까지 논쟁을 벌였다. 기존 법안은 조사위원을 15명으로 하고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도록 했는데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조사위원을 9명으로 줄이고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하도록 내용을 변경했다. 또 자유한국당 측 요구에 따라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도 규명하기로 했다. 또 의원 발의안 가운데에는 조사위와 사무처 외에도 광주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실무위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진통 끝에 국방위 문턱을 넘은 5·18특별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28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국회 국방위 ‘5·18 특별법안’ 의결…28일 본회의 통과 유력

    국회 국방위 ‘5·18 특별법안’ 의결…28일 본회의 통과 유력

    국회 국방위원회가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5·18 특별법안을 의결했다.국방위는 2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5·18 특별법안 5건을 하나로 모은 대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은 5·18 특별법안의 국회 처리는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게 됐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오는 28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민헌법’ 검색하세요… 개헌 띄우는 靑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9일 웹페이지를 열고 개헌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받기 시작했다. 특위는 웹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의견 등을 반영해 다음달 7일쯤 정부 차원의 개헌자문안을 확정하고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새달 13일 자문안 대통령 보고 국민개헌 웹페이지는 인터넷 주소창에 ‘www.constitution.go.kr’을 입력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국민헌법’을 검색하면 접속할 수 있다. 특위는 개헌 쟁점별로 22개 안건을 선정하고 카드뉴스 방식을 활용해 알기 쉽게 설명한 ‘주목받는 안건’ 코너를 개설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권력구조개편(정부형태), 대통령 결선투표제와 국민참여재판제,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도입, 국회 예산심의권 강화, 대통령 특별사면권 통제, 국회의원 선거 비례성 강화 등을 선정해 국민 의견을 받는다. 노동 분야에서는 공무원의 근로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 확대, 헌법 속 용어 ‘근로’를 가치중립적인 ‘노동’으로 변경하는 방안 등을 토론에 부쳤다. 기본권 분야에서는 헌법이 규정한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방안, 국민의 안전에 관한 권리 강화 등을 주요 안건으로 꼽았다. ●찬성ㆍ반대ㆍ중립 선택 댓글 가능 균형발전 분야에서는 수도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자치재정권·입법권 강화, 지방분권 강화, 제2국무회의 신설 등을 선정했다. 5ㆍ18 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6ㆍ10항쟁을 헌법 전문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역사적 사건’에 추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각 안건에는 찬성·중립·반대를 선택하고 댓글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했다. 권력구조 개편 안건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가장 많은 396명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택했다. ‘매 정권마다 정책이 바뀌어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발생하니 4년 중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회를 신임할 수 없어 이원집정부제는 어렵다’ 등의 댓글 의견이 제시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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