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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진상규명특별법 시행일 코앞인데 위원회조차 구성 못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하 5·18 특별법)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의 의견 대립 등으로 위원회 구성조차 못하면서 진상규명 활동에 차질이 예상된다. 10일 국회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이 조사위원 추천을 미루면서 오는 14일 5·18특별법 시행일에 맞춘 위원회 출범은 물건너갔다. 5·18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할 조사위원 9명 추천 몫은 국회의장 1명, 여당 4명, 야당 및 비교섭단체 4명 등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초 위원 2명을 추천하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정의당으로 이뤄진 교섭단체가 각각 1명으로 추천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노회찬의원 사망으로 교섭단체 요건이 깨지면서 자유한국당이 1명을 자당 몫으로 해 모두 3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특별법에는 비교섭단체의 추천도 허용하고 있다. 이같은 절차를 거쳐 국회의장과 정당이 각각 추천한 9명의 조사위원은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조사위의 활동이 개시된다. 그럼에도 여·야의 ‘기싸움’으로 위원추천이 늦어지면서 5·18 진상규명을 위한 실무 조사 또한 그만큼 지연될 전망이다.야당 추천 몫을 놓고 야당들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경우 5·18조사위원회 출범이 장기간 지체될 가능성 마저 엿보인다. 국방부 지원 전담팀 관계자는 “조사위원에 대한 신원조회,청와대 인사검증에만도 20일 이상 걸리고, 민간인 조사관 32명을 채용하는 데도 한달 이상 소요되는 만큼 지금 서둘러도 올 말쯤에나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장 몫으로 추천된 광주지역 A씨의 향후 거취를 둘러싸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통상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위원장으로 선출될 확률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5·18을 연구해 온 학자인 A씨는 최근 지역 5·18관계자 등의 동의를 얻어 국회의장몫 추천인으로 관련 서류를 의장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월 투쟁’을 주도해 온 지역 원로 인사들은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지명도와 역량을 갖춘 제3의 인물이 선임돼야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인사가 위원장을 맡을 경우 ‘광주사람들이 5·18 진상을 조사하면 아무리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한다고 해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이번 조사위 구성은 진상규명을 위한 마지막 단계”라며 “조사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할 상황 발생이 예상되는 만큼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타지역 출신의 명망과 역량을 갖춘 인사가 위원장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위원 구성과 추천 몫 등을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이어지면서 평화당 최경환 의원이 제출한 5·18특별법 개정안 처리도 지지부진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폭력에 의한 여성 피해(성폭력)에 대한 구체적 조사와 조사관 수를 현재 30여명에서 100여명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국방부 지원 전담팀 관계자는 “세월호 1기 조사위때 조사관 수가 180여명있다”며 “이 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할 위원회 조사관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5·18조사위원회는 5·18 당시 군에 의해 이뤄진 인권 유린, 헬기 기총소사, 암매장 의혹, 북한군 개입 의혹 등에 전반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게 된다. 1988년 국회 5·18청문회(광주특위)와 1995년 검찰수사,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2017년 국방부의 헬기사격 관련 조사특위 등 5·18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기관의 활동이 4차례 이상 진행됐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 등 핵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탓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경계 또는 분리

    경계 또는 분리

    ‘경계’와 ‘분리’. 지난 7일과 8일 하루 차이로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의 주제어는 묘하게 닮아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경계’와 ‘분리’의 한 양태인 북한 관련 전시가 눈에 띄는 것도 비슷하다. 비슷한 시기 두 달여 대장정에 들어간 광주와 부산,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의 두 비엔날레에 빠져보자.●1만 6000보의 광활함… 광주비엔날레 1만 6000보. 지난 6일 열린 광주비엔날레의 프레스 오픈에 참석한 기자들의 걸음 수다. 구두 신고 나섰다가 크게 낭패를 봤다. 11명의 큐레이터를 선임한 광주비엔날레는 늘어난 큐레이터 숫자만큼이나 광활한 스케일을 자랑했다. 7개의 주제전은 기존의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저변을 확대했다. 이 외에도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전남도청 회의실, 옛 국군광주병원, 전일빌딩 등 도심 곳곳이 전시관이 됐다.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슬로건 아래 43개국 165명의 작가가 참여한 광주비엔날레는 모더니즘에 기반한 건축의 효과와 갈등을 보여 주고(상상된 국가들/모던 유토피아), 동남아의 ‘국경이라는 유령’과 마주하는 한편(‘경계라는 환영을 마주하며’), 포스트 인터넷 시대 정보격차가 불러온 부작용과 폐해를 환기(‘종말들: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참여정치’) 했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아카이빙(‘귀환’)까지 시도, ‘상상 가능한 모든 경계들’이 나열돼 산만한 느낌이었다. 기획 단계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전은 ‘사회주의 미술은 획일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날려 버릴 좋은 기회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큐레이터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스승과 제자의 산수화를 비교하는 것으로 답했다. “스승 정영만의 그림은 유려한 운무가 돋보이는 반면 제자 최창호는 산세의 웅혼한 기상을 그려 같은 산수화여도 그 느낌이 다르다.” 반항적이고 심술궂은 캐릭터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도 반갑다. 10가구, 30명만 남아 있는 일본의 북쪽 경계, 도비우의 아이들을 실제 사람 크기와 흡사하게 그렸다. 그 지역에서 나는 목탄으로 그려진 그 아이들과 가만 눈을 맞추고 있노라면 곧 사라질 것들, 잊혀질 것들에 대한 슬픔이 오롯이 밀려온다.●메가 전시 시대는 끝… 부산비엔날레 “가장 전문적인 관람객들마저도 지치게 만드는 초대형 전시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부산비엔날레의 외르그 하이저 큐레이터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광주를 ‘저격’한 듯한 발언이었다. 300여점의 작품을 내놓는 ‘국내 최대 규모´ 광주와 달리 부산비엔날레는 33개국 66개팀이 참여, 작품 125점을 선보인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라는 주제가 “광주와 콘셉트가 겹친다”는 질문에는 “우리는 분리된 영토로 인해 분열된 사람들의 심리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집약적인 전시가 주는 서사를 표방한 부산비엔날레는 전시장 입구부터 눈길을 끌었다.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는 공항 체크인 구역에서 볼 법한 철과 나일론 재질의 검은색 바리케이드가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에바 그루빙어의 ‘군중’이다. 작품에는 군중을 통제하기 위한 메커니즘에 따라 물류를 관리하듯 인체의 흐름을 구조화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빠듯한 일정에 쫓기던 기자들은 바리케이드를 넘기도 했는데, 메커니즘에 반항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몫인 까닭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로 붐볐던 고장답게 부산에서도 ‘북한’은 주요한 테마다. 천민정의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는 북한에서 인기 있는 암거래 품목인 초코파이 5만개를 쌓아 관람객들이 먹을 수 있게 했다. ‘며칠 만에 동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작가는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2~3개씩 집어먹으면 금세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동나면 추가로 5만개의 초코파이가 긴급 수혈(?)될 예정이다. ●각자의 리듬으로 즐기는 비엔날레 프레스 오픈 내내 작가들에게 쇄도했던 질문은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이렇게 표현하신 데 어떤 법칙이 있나요”였다. 부산비엔날레에 ‘부산, 1:10,000’을 출품한 최선아 작가는 “특별한 법칙은 없고 개인적으로 사연이 있는 지역들을 지도에서 오려낸 것”이라고 답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린들 작가의 개인사까지 알 수는 없다. 그저 느낄 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모르는 만큼 편견 없이 마주해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만난 일본 작가 유이치로 다무라의 작품 ‘거미줄’은 붉은 글귀 아래 형형색색의 스카잔(화려한 자수가 놓인 항공 점퍼)이 인상적이었다. 그 앞에서 셀피를 찍던 기자에게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 주둔했던 미군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수집품이 이 스카잔”이라며 냉전 시대의 표상으로서 스카잔을 설명했다. 그날 기자는 인스타그램에 그 붉은 글귀가 찍힌 사진을 올렸다. “I´VE SPENT MY TIME IN HELL.” 글 사진 광주·부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싫존주의 세대] 꼭 해야 하나, 그건 내가 아냐

    [싫존주의 세대] 꼭 해야 하나, 그건 내가 아냐

    기성세대와 달리 ‘노력=성공’ 믿음 깨져 안정적 일자리 찾는 스펙 세대와도 구별 저성장 시대에 자기 정체성 표현에 집중 같은 싫음의 취향 가진 사람끼리 결집도 “그냥 싫다” 아닌 “남들도 싫다” 합리화 개인과 집단이 섞인 과도기적 현상 분석“어른들은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고 저희를 가르쳤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그 믿음 자체가 깨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이 젊었을 때 기준으로 현 세대를 평가하려고 할 때마다 화가 납니다.” 취업준비생 심민섭(28)씨는 ‘싫존주의’를 따르는 지금의 20대가 바라보는 현 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명 ‘N포 세대’라 불리는 세대, 혹은 그 아래인 1988~1997년생들은 유사 이래 최고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경제가 확장하던 시절에 성장해 정치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민주화의 가치를 개척한 40~50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풍토 속에서 줄어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기 위해 ‘스펙 경쟁’에 몰두한 30대와 구별된다. 지난 7월 청년실업률 9.3%, 체감청년실업률 22.7%라는 현재의 수치 못지않게 앞으로도 이 수치를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20대는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청년의 성공 요인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성공의 요인으로 재능을 꼽은 대학생이 22.1%, 노력은 9.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대신 성공 요인 1순위는 부모의 재력(50.5%)이다. 중국 대학생 조사에선 재능(45.3%), 노력(12.9%), 부모 재력(12.5%) 순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린 시절 기성세대가 강조하던 사회적 성공을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한 싫존주의자들은 저성장 시대 인생의 목표를 성공이 아닌 자기 정체성 표현에 두기 시작했다. “내가 싫어한다는 것을 존중받는 것”이라는 박도연(21·여)씨의 말은 싫존주의 세대를 대변한다. 싫존주의 세대는 집단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이해와 욕구를 실현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파편화된 개인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싫음’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결집했다.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나 ‘술싫모’(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단적인 예다. 싫존주의 세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했지만, 공통된 의견은 살아남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싫음’을 표출하는 것은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며 그 용기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장기엔 체제에 철저히 순응할수록 많은 것을 받을 수 있지만 저성장 시대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20대들이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직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성취를 통해 자존감이 자연스레 확보됐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자존감의 원천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싫음’을 부정적인 감정이라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싫존주의 세대에게 ‘싫다’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 된 셈이다. 싫존주의가 개인주의의 결과물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 차이가 있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싫다’는 건 개성의 여러 표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싫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자체는 건강한 현상”이라며 “20대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졌고 동시에 감정 표현에서도 민주적인 사회가 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들이 다양한 감정 표현 수단을 가졌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냥 ‘내가 싫으면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남들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합리화시키려는 경향이 보인다”며 “이는 완전한 개인화라기보다는 개인화와 그 개인들의 집단이 묘하게 섞이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싫존주의 세대가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시작됐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들을 맞이하게 될 사회의 자세다. 여전히 싫존주의 세대의 싫음은 상대가 나와는 다를 때, 혹은 상대의 권력이 높을 때 쉽게 무시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된다. 1년째 개인적인 신념으로 “고기가 싫다”고 선언한 채식주의자 김서형(22·여)씨는 “다수의 취향과는 확연히 다를 때 내 ‘싫음’을 드러내기가 더 어렵다고 느낀다. 직장이나 공적인 자리에서 ‘힙합이 싫다’고 했을 때와 ‘고기가 싫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완전히 다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글 사진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文, 소득주도 성장 환상 벗어나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경제민주화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시장의 현실을 무시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무모하다고밖에 칭할 표현이 없다”며 “경제 민주화를 통한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및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또 지난 개헌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초 약속과 달리 개헌에 사실상 반대를 해온 한국당이 국민께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정의당 윤소하 “민주당 민생분야 온도 차 느껴 섭섭하다”

    정의당 윤소하 “민주당 민생분야 온도 차 느껴 섭섭하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민생분야나 정치개혁에서 온도 차를 느끼고 있고 섭섭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협력하고 오히려 야당이지만 잘 되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그동안 정부에 협조해왔지만 정부와 여당이 정의당이 추진하는 방향과 어긋나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의당이 의석수는 적지만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회의와 보수세력의 공격에 흔들리는 부분에 대해서 중심을 잡고 명확한 행보를 하라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를 혁신으로 포장해서 개악의 측면까지 보이는 법들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정의당이 정확히 짚고 말려야 한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권 내에 개혁입법연대 이야기가 쑥 들어간 데 대해 “민주당에서 규제 완화를 개혁이라고 하고 있어 개혁입법이라는 길 자체가 상당히 다르게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의당이 제시한 7대 입법과제(선거법 개정 등)를 민주당이 거부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협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규제프리존법과 묶어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완화법과 동시에 협상이 진행되면서 민생개혁입법이 오히려 발목 잡힌 상황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상가임대차보호법뿐만 아니라 대리점법, 가맹점법 등 중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요구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앞서 논의된 바대로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별세로 민주평화당과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데 대해 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열망은 앞섰지만 현실은 누추했다”며 “선거제도개혁과 관련해 어떻게 연대하고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은 정기국회 5대 과제로 선거법 및 정치제도 개혁, 경제민주화 강화 및 민생복지 확대, 한반도 비핵평화 및 남북관계 발전의 제도화,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제도 강화, 사법부 등 권력기관 대개혁 등을 정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광주비엔날레 오늘 개막

    현대미술 축제인 ‘2018 광주비엔날레’가 6일 프레스 오픈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11일까지 6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6일 오후 7시 30분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관 광장에서 개막식을 갖는다고 5일 밝혔다.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펼쳐지며 43개국 16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올해로 12회째인 광주비엔날레는 11명의 큐레이터가 참여한 7개 전시인 주제전과 광주의 역사성을 반영한 신작 프로젝트 ‘GB커미션’, 해외 유수 미술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특히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북한미술전은 ACC 창조원 복합6관에서 열린다. 재미 화가인 문범강 교수가 맡은 ‘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 전에는 대형 집체화 등 북한 그림 22점이 전시된다. 참여 작가는 북한의 최고 작가로 손꼽히는 인민예술가 최창호와 공훈예술가 김인석 등 32명에 이른다. 이들 작품은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창작된 작품으로 중국 베이징 만수대창작사 미술관 전시 작품과 워싱턴 예도예술재단에서 선별된 것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사적지 구 전남도청회의실이 이번 광주비엔날레 기간 일시 개방된다. 5·18 당시 시민군이 사용했던 이곳은 5·18민주평화기념관 3관으로 염중호, 백승우, 아르나우트 믹 작가의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망라됐다. ACC 옆 전일빌딩도 비엔날레 기간 시각문화 현장으로 탈바꿈해 니나 샤넬 애브니의 빌딩 현수막 작품 등이 설치된다. 개막식에서는 ‘상상된 경계들’을 재해석한 이이남 특별프로젝트 참여 작가의 미디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행사 기간 전시관·버스터미널·광주송정역 등을 순회하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공동체 신앙의 대상 장승… 민주주의 현장 YS 사저

    [미래유산 톡톡] 공동체 신앙의 대상 장승… 민주주의 현장 YS 사저

    지난 1일 투어단이 찾은 동작구 일대의 서울미래유산은 장승배기 장승제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 등 2곳이었다. 장승제는 2015년 “공동체적 풍습과 전통의 맥을 잇는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인정돼 서울미래유산에 지정됐다. 지역주민들이 1991년 이후 매년 10월 24일 동작구 장승배기 장승터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28회째 열고 있다. 일제강점기 미신 타파 명목으로 장승을 없애고 아까시나무 몇 그루를 심은 것을 주민들이 복원해 오늘에 이르렀다. 정조가 장승을 세우도록 한 이후 장승은 마을 공동체 신앙의 대상이었다. 전라도 및 경상도 해안에서는 법수·법시·당산할아버지, 충청도에서는 수살막이·수살이, 경기도에서는 장승, 평안도와 함경도에서는 돌미륵, 제주도에서는 돌하르방 등의 명칭으로 불리거나 불렸다.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는 1969년 초산테러, 1980년 가택 연금, 1983년 23일간의 단식 투쟁,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만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2011년 김 전 대통령이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에 기부, 김영삼 기념도서관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공사 지연 및 공사비 미납 등으로 압류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유족인 장손 김성민씨가 압류에 처한 가옥을 재매입했다. 유품 및 유물을 비롯해 사진, 영상 등 귀중한 사료가 그대로 남아 있다. 김영삼민주센터는 김영삼 기념도서관을 지난 8월 22일 동작구에 기부채납했다. 기념도서관을 주민개방형 시설로 만들고자 하는 구와 김 전 대통령의 재산 사회환원 뜻이 맞닿아 이뤄졌다. 도서관은 전체 면적 6237㎡로 지하 4층, 지상 8층의 규모이다. 국고와 민간 모금으로 마련한 200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투입해 2015년 준공됐으나 건축대금, 세금 미납으로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상태이다. 기념도서관은 내년 5월 공공도서관으로 개관될 예정이다. 동작구는 1개 층을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공간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연구팀
  • [글로벌 In&Out] 북한 웹사이트의 국내 차단, 폐지하자/피터 워드 북한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북한 웹사이트의 국내 차단, 폐지하자/피터 워드 북한전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다. 지난 31년 동안 민주화가 공고화됐다. 1998년 이후 세 번이나 여야 정권 교체가 이어졌다. 한국은 군사독재의 역사적 잔재들의 상당 부분이 청산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남한에서 북한을 보려면 구세대의 잔재에 직면하게 된다.북한의 공식 매체에서 나오는 선전물, 그리고 북한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영상물, 책 등은 남한에서 ‘특수자료’로 규정돼 통제되고 있다. 노동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 노동신문 전문을 볼 수 있는 노동신문 웹사이트 역시 차단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들에게 어떻게 선전선동을 하고 있는지 노동신문을 봐야 하는데 일반 한국인이 쉽게 볼 수 없는 것은 과연 어떤 이득이 있겠는가. 북한의 선전물은 남한의 정치제도를 비방하고 남한을 ‘괴뢰국가’로 흑색선전하면서 남한은 그저 미국의 식민지인 것처럼 웃길 정도로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해외동포나 외국인 심지어 한국인이 그런 주장을 인터넷 공간에서 한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런 주장이 실린 웹사이트를 차단하겠는가. 북한 웹사이트에는 김정은 가문에 대한 선전과 북한의 정치제도를 선전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북한의 경제와 문화,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도 있다. 여야와 상관없이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라고 하지만, 통일이 되려면 사회와 문화의 통합이 필요한데 북한의 문화에 접근할 수 없으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현재 북한 웹사이트에서는 한국 도서관에서 접할 수 없는 자료를 많이 제공한다. 수많은 영화, TV 연속물(드라마 등), 기록영화(다큐멘터리), 책자 등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북한 온라인 매체들은 발달하고 있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나 언론인뿐만 아니라 통일을 원하는 국민, 북한 당국의 합법적 선전만을 보고 듣는 북한 주민의 언론 세상이 궁금한 국민이라면 볼만한 것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검열과 통일부 특수자료 규정에 따라 북한 웹사이트들은 차단되고 있고, 북한 책이나 다른 자료들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마저도 특수자료 취급 지침에 따라 2011년 이후 인터넷 연결이 안 된 전용 컴퓨터에서만 북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과연 왜 그럴까. 이런 제도는 한국전쟁 전부터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체제적 경쟁은 전쟁으로 이어졌고, 이 전쟁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국가를 ‘당국’으로 부르고 헌법상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전쟁의 적대국인 만큼 법률상 당연하기도 하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반국가단체 매체는 구미에서 급진적 이슬람 근본주의적 매체만큼 위협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슬람국가나 알카에다만큼 북한의 선전은 남한 사회에 위험한가?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북한 문화 작품에서 매력적인 장면이나 분위기가 나올 때가 많다고 본다. 북한은 인간이 사는 나라이고 심지어 한반도 문화권에 포함된 나라로 상당히 매력적인 문화적 뿌리가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이 매력이 북한 체제에 대한 매혹으로 변질될 리 없다. 북한 선전물을 보고 ‘어머니 당의 품’을 그리워하거나 ‘김정은 동지 없이는 못 사는’ 한국인을 찾기란 힘들 것이다. 또 북한 선전물을 보고 빨치산을 할 마음이 생길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제 남북 관계가 진척되면서 문화적 교류가 중요해졌다. 그저 단체의 방문으로 공간과 시간으로 제한된 문화 교류에서 벗어나 북한 언론매체에 한국인이 접근할 수 있게 하자. 가난하고 억압적인 북한에 끌리는 사람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 새달 전역자부터 복무기간 단계적 단축

    새달 전역자부터 복무기간 단계적 단축

    다음달 전역하는 병사부터 단계적으로 복무 기간을 2~3개월 줄이는 방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현역병 등의 복무기간 단축안’을 심의·의결했다. 단축안에 따르면 다음달 전역자부터 2주 단위로 복무 기간이 하루씩 줄어든다. 육군·해병대·의무경찰·상근예비역은 21개월에서 18개월, 해군·의무해양경찰·의무소방은 23개월에서 20개월, 공군은 24개월에서 22개월,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에서 21개월로 복무 기간이 줄어든다. 육군 기준으로 지난해 1월 3일 입대자부터 단축안이 적용된다. 2020년 6월 15일 입대자는 지금보다 90일 줄어든 18개월만 복무하고 2021년 12월 14일 제대한다. 입영일에 따른 단축일수와 전역일은 병무청 홈페이지(www.mm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직 구성 등을 정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진상규명위원회 조직 구성과 업무내용을 담은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각각 의결했다. 이 밖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시행령 제정안 등 대통령령안 18건, 일반안건 3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총리는 최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병역 면제 혜택 논란과 관련해 “병무청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국민의 지혜를 모아 합리적 개선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개선 방안을 낸다고 해도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유정희 의원, 신림선 경전철 박종철역 신설되어야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정희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관악4)은 9월 3일 월요일에 개최된 서울특별시의회 제 283회 임시회에 참석해 2022년 착공 예정 될 신림선 경전철의 박종철역 신설 필요성과 관련한 시정 질문을 진행했다. 2022년 2월에 개통될 예정인 신림선 경전철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샛강역을 출발해 대방역, 여의대방로, 보라매역, 보라매공원, 신림역을 경유해 관악구 신림동(서울대 앞)을 연결하는 총 연장 7.8km 구간으로, 도시철도 소외지역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동작구 보라매로, 관악구 신림로 등의 주요 도로를 지나게 될 예정이다. 유정희 의원은 2014년 갑자기 정거장 위치가 바뀌었던 사실을 지적하며 교통 수요가 많은 대학동과 서림동 주민의 의견 반영이 없었던 신림선 경전철 정거장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현재 정거장으로 수정, 확정된 미림여고역에서부터 관악주차장역 종점까지의 거리는 총 1120m” 라며 “이는 신림철 경전철의 다른 역간의 두 배에 해당하며 버스정류장 역시 3개나 존재하는 먼 거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도로교통본부가 유정희 의원실에 제공한 신림선 경전철 노선도에 따르면 미림여고역과 종점인 관악주차장역을 제외한 나머지 정거장의 역간 평균 거리는 713m이지만 미림역고역에서 종점인 관악주차장역까지의 거리는 이를 훨씬 웃도는 1120m 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정희 의원은 비용을 이유로 역 신설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서울시 소관부서를 지적하며 “경전철 정거장 평균 공사비가 지하 3층 기준 150억 정도” 라며 “이는 서울시 재정사업으로도 충분히 역을 신설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유정희 의원은 “민주화를 위한 여정은 반드시 기록되어야한다” 며 관악구 대학동의 박종철 거리와 앞으로 생길 박종철 기념관과 연계된 가칭 박종철역 신설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시정 질문을 마쳤다. 앞으로 유정희 의원은 경전철 신림선 건설 과정에서 배제된 관악구 대학동, 서림동 주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신림선 경전철에 박종철역이 신설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사건건] 막아라, 은행 ‘재벌 사금고’ 될라… 허하라, 시대착오적 강제규제다

    [사사건건] 막아라, 은행 ‘재벌 사금고’ 될라… 허하라, 시대착오적 강제규제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낮춰야 한다. 대주주가 된 기업의 부실이 은행에 전이되면 금융시스템 안정성에도 치명적이다.”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산업자본도 은행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주주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검사·감독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은산분리’를 둘러싼 논쟁은 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한쪽에서는 재벌은 은행의 대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쪽은 강제적인 지분 제한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둘러싼 다양한 숫자들이 등장한다. 4%가 우리나라 은산분리 규정을 상징하는 숫자라면 9%·25%·34%·50% 같은 숫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 길을 터 주기 위한 제각각의 대안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논의가 끝내 마무리되지 못하고 9월 국회로 넘어온 만큼, 당분간 이 암호 같은 숫자들은 온갖 함의를 머금은 채 계속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기업 주주권 행사 막으려‘ 5%보다 낮은 4%’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에 대한 규정은 은행법 16조의 2에 있다. 일명 ‘은산분리 조항’으로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4를 초과해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산업자본은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없고 설령 지분을 갖더라도 4%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4%는 1994년 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법 개정 과정에서 제시된 재무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과점 주주의 담합에 의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가능성과 상법상 5% 이상을 소유하면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및 ‘이사해임청구권’ 등을 행사해 은행 경영을 주도할 가능성을 감안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상장사 지분 5%를 소유할 경우 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생긴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도 5% 이상을 보유하면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후 지분 변동에 대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즉 산업자본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은행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막으려는 고민 끝에 5%보다 낮은 4%가 제시된 것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82년 제정된 은행법이 8% 제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절반으로 정치적 타협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경우 통상 5%, 10%, 25% 등 5의 배수로 한도가 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독특한 4% 규정을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9%때 은행지분 늘린 곳 없어… 실효성 논란 은산분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4%’가 잠시 흔들렸던 때가 2009년이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2년차로 규제 완화의 바람이 한창 불던 때였다. 결국 국회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한도에도 손을 대면서 상한선을 9%로 높였다. 다만 당시 제출된 법안들을 보면 대부분 한도를 10%까지 설정해 뒀다. 은행법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아닌 일반 동일인에게는 10%까지 은행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비율을 조정해 양측을 똑같이 대우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은산분리에 반대하는 측과 기존 4%의 두 배인 8%로 올리자는 주장 등이 뒤섞이면서 9% 한도를 설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4년 뒤인 2013년 국회에서 다시 은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4%로 한도가 재설정된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약에서 이미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축소를 약속했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중심이 된 당시 야당 의원들도 은산분리 강화에 앞장섰다. 은산분리 9% 규칙이 4년 동안만 유지된 채 폐기된 이유다. 또 9%로 지분 한도가 잠시 늘어난 기간에도 은행지분을 늘린 산업자본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법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2013년 이후 잠잠하던 은산분리 논쟁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설립된 2017년 전후로 다시 불거졌다. 다만 이때부터 지분 한도를 둘러싼 대안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일반 은행의 ‘4% 한도’와는 무관하다. 2일까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 중 가장 낮은 지분 한도를 제시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안이다. 산업자본이 최대주주가 아닌 경우에 한해 25%까지 은행 주식을 갖게 하자는 게 골자다. 당초대로 금융자본이 1대 주주자리를 갖는다면 산업자본은 경영 간섭은 제한되지만 증자에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美, 무조건 25%미만 보유 가능한 것 아냐 ” 이 25% 한도는 미국의 은산분리 규제를 차용한 측면이 크다. 미국은 은행지주회사법에 따라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25% 미만으로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해놨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5~25% 사이에서는 당국이 들여다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무조건 25% 미만으로 보유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류”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5%가 조금 넘는 지분을 갖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에 들어간다. ●국회 문턱 못 넘은 인터넷은행법 향방 주목 지난 8월 임시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지분 한도 34%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법에는 실패했다. 다만 34% 한도가 25%, 34%, 50% 규칙 중 중간에 위치하고 금융위원회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여전히 합의 가능성이 높은 비율로 여겨진다. 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등장하는 34%는 산업자본에 2대 주주 자리를 보장해 최소한의 경영권을 인정하면서 1대 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상법에 보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3분의2(66.66%)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3분의1(33.33%)에 1%를 더한 34% 지분을 갖게 되면 특별결의에 언제든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별결의는 회사의 운명을 가르는 인수합병(M&A)이나 정관을 바꾸는 것처럼 큰 결정을 말하기 때문에 지분 34%를 확보해 비토권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라고 전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강석진·김용태 의원이 제시한 50% 지분 한도는 사실상 산업자본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별도 지분보유 규제 없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규제안과 유사하다. 이 중 김 의원 안을 보면 모든 비금융주력자에게 은행 대주주가 되는 길을 열어 주면서도 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신용공여는 차단해 뒀다. 진입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34%든 50%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경영권을 확실히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8월 국회의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점엔 여야가 공감하는 만큼 올해 국회 통과는 유력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최종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분 한도 논의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아예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아 어느 선에서 정리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홍준표 ‘페북 정치’ 재개…“언론에 한줄 나려는 게 아니고”

    홍준표 ‘페북 정치’ 재개…“언론에 한줄 나려는 게 아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2일 그동안 자제했던 ‘페이스북 정치’를 다시 시작한다고 알렸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것은 언론에 한 줄 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역사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며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내 뜻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앞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다른 다양한 방법도 고려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 미국에 머물고 있다. 출국 당시 페이스북을 끊겠다고 했지만 페이스북을 계속했고, 오는 1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그는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글을 쓴 것은 지난 30년 동안 잘못 알고 있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것인데 어느 언론에서 헌법 제119조 1항 경제자유화가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보다 앞에 있다는 것을 이유로 내가 경제자유화가 우선한다는 식으로 기사를 게재한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 조문은 원칙과 보칙, 또는 예외를 기술할 때 원칙은 앞, 또는 본문에 쓰고,보칙과 예외는 그 다음 또는 단서에 쓴다는 기본 원칙도 모르고 무지하게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주소”라고 불쾌함을 표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홍준표 “경제에 좌파 이념은 파국” 또 페이스북으로 정권 비판

    홍준표 “경제에 좌파 이념은 파국” 또 페이스북으로 정권 비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경제에 좌파이념을 추가한 정부가 성공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고 더 이상 파국이 오기 전에 새로운 경제 정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가 호황 국면인데 우리만 유독 저성장, 물가 폭등, 최악의 청년 실업, 기업 불황, 수출 부진, 자영업자 몰락 등으로 나라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한국 정치의 화두가 된 지 오래”라면서 “그런데 우리 헌법 119조 1항은 경제자유화를 천명하고 있고, 그것은 우리 헌법의 경제에 대한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는 불가피할 경우 보충적 개념임에 불과한데도 우리는 마치 경제민주화가 원칙인 줄 잘못 알고 그것이 지고지선한 정책인 양 잘못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원칙과 예외가 뒤바뀐 경제 정책을 지난 30년간 우리는 반성 없이 추진해 왔고, 그 결과 저성장과 양극화는 가속화되었고 복지 포퓰리즘은 일반화되어 그리스와 베네수엘라 경제를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그것이 더 심화하고 있다”면서 “파국이 오기 전에 새로운 경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정치’를 끊겠다고 선언하고 딸 부부가 있는 미국으로 가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한 정권 비판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다음달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국가폭력 피해자 손배청구 길 연 헌재 결정 환영한다

    고문, 조작 등 국가폭력 피해자가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청구를 금지한 민주화운동보상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6개월로 정한 민법조항도 위헌으로 판단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그동안 쥐꼬리 보상금만 받고 잘못된 법 조항과 퇴행적인 대법원의 판결로 고통받아 왔다. 만시지탄이지만 잘못이 바로잡히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려 다행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더라도 민주화보상금 지급 결정에 신청인이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에 따른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1항을 근거로 국가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판결을 내려 왔다. 헌재는 이에 대해 7대2로 위헌을 결정하면서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 배·보상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를 적용한 민법 제166조 제1항 등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청구인들은 2005년 제정된 이른바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재심을 거쳐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은 민법에 규정된 6개월 기간 내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인권에 반하는 국가범죄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허무는 퇴행을 사법부가 자행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한 헌재법 68조 1항이 국민 재판청구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은 7대2로 기각됐다.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사실상 헌재 결정이 상급심이 돼 우리 사법제도의 근간인 3심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난 민주화보상법과 과거사 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등은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거래를 시도했거나 헌재의 내부정보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이다. 사법부가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의 인권엔 눈감고 권력과 담합해 잇속만 챙기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더 짙어졌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여야 하는 사법부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 [데스크 시각] 국회는 또 헌법을 파괴할 것인가/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국회는 또 헌법을 파괴할 것인가/홍지민 사회부 차장

    원래대로라면 올해 우리 사법부에는 여러 잔칫상이 차려질 터였다. 사법부 70주년에 행정법원 20주년이 겹친다. 60주년 때를 떠올려 보면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과거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박수를 받았다. 축하 분위기 속에 법원 전시관도 대대적으로 문을 열었다.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시대의 판결을 뽑아 전시하기도 했다. 사법농단의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올해는 어떤가. 잔치는커녕 초상집 분위기에서 기념식을 치러야 할 판이다.올해는 헌법재판소 30주년이기도 하다.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태동돼 이듬해 국민 기본권 보호와 헌법 수호를 위해 문을 연 헌재가 9월 1일 서른 번째 생일을 맞는다. 지난해 헌정 사상 전무후무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며 촛불의 정점을 찍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30주년이 될 법한데 상황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추석 직전인 새달 19일 헌법재판관 9명 중 이진성 헌재 소장을 포함해 5명이 한꺼번에 퇴임하기 때문이다. 재판관 공백이 없으면 좋으련만 아직 안갯속이다.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새로 임명돼야 하는 재판관은 대법원장 몫 2명과 국회 몫 3명이다. 대법원장은 이미 이석태 변호사,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후임 재판관으로 내정해 인사청문회가 잡혔다. 큰 흠결이 없다면 임명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몫 재판관은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헌재 소장이나 국회 몫 재판관은 국회 동의나 표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 몫 3명이 문제다. 통상 여당 1명, (제1)야당 1명, 여야 합의 1명으로 선출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데드라인을 20일 앞두고서야 뒤늦게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여당 몫 후보로 추천했다. 야당 몫과 여야 합의 몫 후보자 추천은 감감무소식이다. 여야 합의 몫을 바른미래당 몫으로 돌렸다는 이야기가 있는 정도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차기 헌재 소장으로 유남석 헌법재판관을 내정했다. 자유한국당 등은 이석태ㆍ김기영ㆍ유남석으로 이어지는 ‘진보 러시’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박한철 전 헌재 소장과 이정미 전 재판관 퇴임 후 벌어진 헌재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가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여야 간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국회 몫 재판관이 제때 임명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재판관 단 한 명이 공석이 돼도 문제이지만 3명 이상 늘어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헌재 기능이 사실상 멈추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반드시 7명이 있어야 사건 심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012년 9월이 떠오른다. 여야 정쟁으로 2011년 7월부터 재판관 1명의 장기 공백이 이어지다가 재판관 4명이 동시 퇴임하며 무려 5명의 공백이 생겨나 6일간 이어졌다. 국회가 헌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셈이다. 그간 예기치 못한 낙마 등으로 인한 재판관 공백을 피하기 위해 신임 임명 절차를 전임의 정년 또는 퇴임 시기보다 2~3개월 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았으나 여전히 ‘쇠귀에 경 읽기’가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6장에 규정된 헌법기관이다. 국회가 게을러, 또는 정쟁으로 헌법기관의 임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국회 스스로 헌법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국회는 또다시 헌법 파괴 행위를 할 것인가. icarus@seoul.co.kr
  • ‘5월의 시인’ 김준태, 통일 염원 외치다

    ‘5월의 시인’ 김준태, 통일 염원 외치다

    ‘한 놈을 업어주니 또 한 놈이 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 그래, 에라 모르겠다/ 두 놈을 같이 업어주니/ 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 남과 북도 그랬으면 좋겠다’김준태(70) 시인이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도서출판b)를 펴냈다. 17번째 시집이다. 시인의 둘째아들이 낳은 쌍둥이 손자를 보면서 얻은 영감을 제목으로 달았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아이와 꽃, 하늘, 흙 등을 자주 쓴다. 인간과 자연, 우주가 합일된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통일 역시 평화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꿈을 전한다. 그는 6·25전쟁, 베트남전쟁 참전,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 할아버지가 일제의 징용에 끌려가고 아버지가 6·25 때 좌우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에서 희생된 비극적 이력을 지녔다. 그가 여러 시집을 통해 통일과 평화, 인권 등에 남다른 감수성과 깊은 세계관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1980년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지방신문에 게재해 5·18 학살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신군부로부터 갖은 고초를 겪으며 ‘5월의 시인’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번에 담은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자정을 넘어서, 새벽에 쓴 시’ 등이 일본 주오대학에서 발행하는 종합 계간지에 번역돼 실리기도 했다. 김 시인은 “남북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 통일의 물꼬를 틀 즈음 발간돼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수치, 로힝야족 학살 방관에도… 노벨위 “평화상 박탈 불가”

    수치, 로힝야족 학살 방관에도… 노벨위 “평화상 박탈 불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노벨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미얀마 내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의 학살 만행을 방관한 수치 자문역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박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노벨위원회 측은 “노벨상은 물리학상이든지, 문학상이든지, 평화상이든지 과거에 상을 받을 만한 노력과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어진다”며 “수치는 상을 받은 1991년까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워 노벨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벨상 규정에 따르면 수상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위원회 측이 덧붙였다. 수치 자문역은 유엔 진상조사단이 지난 27일 발표한 로힝야족 탄압 관련 보고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보고서 발표 후 첫 공개 일정을 가진 28일 그는 양곤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등 문학 관련 강연을 했지만 로힝야족 사태 등 정치적 이슈나 유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유엔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인종 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 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고, 고위 장성 6명을 국제법에 따라 중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노벨상을 받은 수치 자문역이 로힝야족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페이스북에서 퇴출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새 계정을 열었다고 현지 이라와디뉴스매거진이 29일 보도했다.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러시아 최대 SNS인 ‘브콘탁테’에 페이스북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이름인 ‘선임 장군 민 아웅 흘라잉’ 명의로 계정을 열었다. 이 계정에는 이틀 만에 4900여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수치 자문역과 함께 미얀마 국정을 양분해 온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그동안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신의 활동 상황을 알리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발표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과거사 피해 국가배상 길 열렸다] 대법 과거사 판결 우회 비판… ‘3심제’ 안정성 유지

    법원 위헌 판단땐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 헌재 “법원 이번 사건 재심 받아들일 것” 5기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재판취소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법 판결의 근거가 되는 관련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3심제라는 재판의 법적 안정성은 유지한 채 구제의 길을 열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헌재는 30일 양승태 대법원에서 논란이 됐던 과거사 주요 판결이 사실상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사건들은 헌재 파견 판사가 재판관의 평의 내용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헌재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재판소원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과거사 판결을 비판했다. 과거사 국가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과거사 사건은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불가능해 일반적인 소멸시효 법리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 취소에 대해서는 “법원의 재판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이제 관심은 대법원에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들이 다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쏠린다. 헌재는 관련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만큼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법 75조에 따르면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경우(위헌)에 해당 사건이 확정됐더라도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 결정에 따른 재심 청구 여부는 과거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제주대 교수가 뇌물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헌재는 관련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고, 해당 교수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일명 ‘제주대 교수 뇌물 사건’은 사실상 재판소원이 또 제기돼 헌재가 4년째 심리 중이다. GS칼텍스에 대한 세금 부과 사건에 대해서도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지 않고 재심 청구 자체를 기각했다. 과거사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에 대해 헌재는 “민법 제166조 1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서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위헌이라고 규정한 것이지만 법원에서는 한정위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 판사는 “진실·화해법에 규정된 과거사 사건만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여서 법원은 한정위헌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도 “헌재 결정이 일부위헌인지 한정위헌인지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담당 재판부에서 1차적으로 판단하고,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법원이 이번 결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재심 청구 사유가 돼 민주화보상금이나 형사보상금이 아닌 정신적 손해배상 등이 인정된다. 헌재 관계자는 “과거 한정위헌 결정 사건을 법원이 재심 기각한 적은 있지만 이번 사건은 위헌 결정인 만큼 재심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과거사 피해 국가배상 길 열렸다] “민주화운동 보상법 등 위헌 판단엔 환영…재판 취소 각하는 피해자들 간절함 외면”

    헌재법 합헌 입장 유지에 실망감 역력 “법 왜곡 잡는데 너무 긴 시간 필요” 토로 헌법재판소가 30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자 과거 군사정권 피해자들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다만 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 내용 등 일부 내용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놓은 것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피해자들은 이날 헌재 결정 직후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과에 일부 환영하지만, 실상을 외면한 부분도 있어 아쉬운 결과”라면서 “재판 취소 각하로 피해자들의 간절함을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영표 사단법인 긴급조치 사람들 대표는 “여전히 사법부와 헌재까지 개혁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는 것을 목격했다”며 아쉬워했다.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국가가 위헌 행위를 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최고 사법기관들이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78년 전남대 민주교육 집회 사건 당사자인 박몽구(62)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긴급조치 피해자만도 1200~1300명쯤 되는데 수형 생활 후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제대로 못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몇백만원, 몇천만원 정도에 이르는 생활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국가가 모든 책임을 졌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가 잘못 인정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소멸 시효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한 재단법인 ‘진실의힘’ 측은 “(소멸시효 관련 선고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피해자들이 청구한 지 벌써 4년 반이 지났는데, 대법원의 어처구니없는 법 왜곡을 바로잡는 데 이토록 긴 세월이 필요했나 싶다”고 토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과거사 피해 국가배상 길 열렸다] 양승태 대법 때 국가배상 제한 ‘바로잡기’… 과거청산 다시 탄력

    [과거사 피해 국가배상 길 열렸다] 양승태 대법 때 국가배상 제한 ‘바로잡기’… 과거청산 다시 탄력

    냉전·유신·독재의 암흑시대에 양산된 한국의 국가범죄 피해자들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피해를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 피해 당사자는 고문 수사 끝에 사법부가 행한 정식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감옥 밖 가족들도 ‘용공’이란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가기관의 사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가 한 차례 이뤄진 뒤 2000년대 들어서야 착수됐다. 형사법정에서 재심 재판이 열려 국가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이뤄졌고, 이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조치가 취해졌다.이런 흐름이 2013년 ‘양승태 대법원’에서 깨져 버렸다. 당시 대법원은 공소시효, 기존에 받은 민주화 보상 등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 들이대며 국가배상을 청구한 피해 국민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사법부는 ‘재심 뒤 6개월 내 청구, 명백한 과거사위 진상보고서’ 등이 갖춰진 건에 대해서만 국가배상 판결을 소극적으로 내렸다. 30일 헌법재판소가 당시 대법원 판결에서 적용한 법리에 위헌 요소가 있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국의 과거청산은 재가동될 계기를 찾게 됐다. 국가범죄 피해자에 대한 첫 판결은 2007년 8월 21일에 나왔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사건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은 인혁당 사건 사형수 8명의 유가족 46명에게 “국가는 245억원과 이자 등 63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내란음모 유죄 선고 확정 이튿날 사형을 집행해 ‘사법살인’으로 명명한 인혁당 사건이 있던 1975년부터 연 5% 이자를 적용해 배상액을 정했다. 이때 법원은 유가족들이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를 ‘재심 무죄 확정 뒤 3년’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이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많은 과거사 연루 피해자들이 무죄 확정 판결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흐름은 2013년 12월 12일에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의 손해배상 제기 시효를 ‘형사소송 보상 결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바꿨다. 형사소송 보상 결정일은 재심 확정일과 같은 말이다. 재심 무죄를 받기까지 법정 싸움에 지쳐, 일단 형사재판이 끝난 뒤 느긋하게 국가배상 민사재판을 준비하던 피해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15년 동안 억울하게 수감 생활을 했던 정원섭 목사는 6개월 시효에서 열흘이 지났다는 이유로 소송 기각 판결을 받았다.6개월 내로 하더라도 민사재판 소멸시효 내 재판을 청구했던 인혁당 유가족들 역시 곤란에 처해지긴 마찬가지였다. 2011년 1월 대법원은 ‘이자가 너무 많이 계산됐다’며 이자 지급 기준일을 2심 변론종결일로 바꿨고, 그 결과 반 토막이 난 국가배상금을 유가족들에게 토해 내라고 했다. 1심 재판 뒤 가지급된 491억여원 중 210억원을 되돌려 주라는 판결인데, 간첩 가족으로 몰려 평생 생활고에 시달린 이들은 이미 가지급된 돈으로 ‘빚잔치’를 마친 상태였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인 2013~2015년 대법원은 공소시효 외에도 여러 요인을 근거로 국가배상에 소극적인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민주화보상심의위 등에서 생활지원금을 받았다면 국가배상을 이중으로 받을 수 없다거나,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를 발령한 당시 결정은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국가에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 등이 잇따랐다. 과거사위 조사보고서에 모순이 있다며 국가에 배상의무가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다르게 전임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에서 ‘국가범죄에 한해선 배상 시효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양승태 대법원 시절 피해 국민에 대한 국가배상을 제한했던 판결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못한 근거로 이뤄졌다는 판명이 났다. 하지만 헌재는 당시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미 국가배상을 못 받도록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부별로 헌재 결정을 존중해 민사 재심을 열지 결정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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