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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의 미국] 北·이란 등 敵도 포용한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다자주의와 적극적인 외교, 동맹강화와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회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신대외정책 화두다. 오바마는 대선 유세기간 동안 조지 부시 대통령식의 일방주의를 버리고 유럽 및 아시아와 동맹 강화를 통한 다자주의를 발전시키고, 그동안 ‘힘의 외교’로 추락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해나갈 것을 강조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을 강행했고, 미국의 국가이익과 안보만을 내세워 교토의정서 비준에 반대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렸다. 오랜 친구인 유럽을 ‘늙은 대륙’으로 칭하며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자행된 이라크 아브그레이브 수용소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반인권적 행위는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인권의 잣대가 자의적일 뿐 아니라 미국식 민주주의와 가치를 강요하는 오만함은 외면받았고, 미국의 이미지와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 같은 부시 8년간 대외정책의 현주소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오바마는 유세기간 동안 부시와 차별화된 대외정책을 약속해왔다. 그는 이라크 전쟁으로 추락한 미국의 리더십과 외교력,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동맹뿐 아니라 적도 대화를 통해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첫 시험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취임하면 16개월 내에 미군을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라크의 치안을 민간정부에 넘기고, 매달 100억달러씩 소요되는 전비를 줄여 경기회복 등에 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대신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증파, 소강 상태에 빠진 탈레반과의 전쟁을 조기에 승리로 끝내고 평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을 소탕하기 위해 이들의 본거지인 파키스탄도 공격할 수 있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아프가니스탄 작전권을 갖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및 다른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바마의 외교력과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신외교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등 대량살상무기(WMD ) 확산방지도 오바마가 당면한 중대 과제다. 오바마는 군사력을 동원한 압박보다는 외교력을 집중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북한과 이란, 쿠바 등 미국을 위협하는 이른바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선결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대화의사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핵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협상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핵 확산과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핵무기만을 남기고 미국이 핵무기 폐기에 나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과 냉전종식 이후 움츠렸다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러시아와의 새로운 상생관계 구축도 과제다. 일단 오바마 외교정책팀의 면모에서 중국 중심의 아시아정책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오바마는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책임있는 행동을 중국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자리를 내놓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국의 힘을 앞세운 패권주의를 접고, 외교력을 통한 다자주의 구축으로, 미국식의 가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상대국의 가치를 존중함으로써 급변하는 세계의 진정한 ‘슈퍼파워’의 제자리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경제 못지 않게 산적한 국제적 현안들 처리가 임기 초반 오바마 당선자의 지도력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kmkim@seoul.co.kr
  • [한국사회 오바마를 말하다] ‘코리안 드림’ 꿈꾸는 아이들

    [한국사회 오바마를 말하다] ‘코리안 드림’ 꿈꾸는 아이들

    버락 오바마가 미국 첫 흑인대통령으로 탄생하면서 국내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흑인혼혈인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의 방한 등을 계기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은 여전하고 뛰어넘어야 할 벽은 높다. 이에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원인, 그리고 해결책 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 흑인 혼혈 2세로 고등학교 2학년인 김모(17)군의 성적은 반에서도 상위권에 든다. 김군의 희망은 변호사가 돼 이주노동자, 혼혈인 등을 돕는 것이지만 가정형편이 힘들어 대학 진학이 어려운 상태다. 아버지 김모(44)씨는 한국사회의 편견 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고,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했다. ●주민증 내밀때마다 “위조한 거 아냐” 의심 역시 흑인 혼혈 2세인 박모(34)씨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일용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살아왔다.‘우리는 단일민족국가’라는 교과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친구들의 편견이 싫었다. 학교에서 도난사고가 발생하면 으레 자신을 의심하는 시선도 참을 수 없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주민등록증을 내밀 때마다 ‘위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오바마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시민들은 “오바마를 선택한 미국인들에게서 다문화 존중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바마를 꿈꾸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여전히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으로 위협받고 있다. ●“엄마는 외국인” 왕따 당할까봐 개명 오바마의 승리를 지켜본 직장인 유환선(40·성남시 분당구)씨는 “민주주의가 정착된 선진국답다. 우리나라도 사회·문화적으로 여러 인종들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지영(29·여·서울시 강남구)씨도 “보수적인 미국인들이 그를 택했다는 게 놀랍고 배울 만하다.”면서 “그가 미국경제를 회복시켜 한국경제도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결혼이민자들은 한국사회는 다문화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놀림을 받지 않도록 국적변경뿐 아니라 개명도 해야 한다. 1999년 12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혼인 이주한 성모(32)씨는 올해 초 한국이름으로 바꿨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정모(8)양이 친구들에게 “엄마가 아프리카 사람이냐.”는 등의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농촌의 경우 다문화가정이 도시보다 많지만 사정은 더 열악하다. 도시와 달리 어린이집이나 학원이 없어 기초적인 한글 교육이 힘들고, 농번기에는 더욱 아이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다. 전남에 사는 황모(29·여·베트남)씨는 “7살된 아들의 한글실력이 또래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글을 가르쳐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떤 법도 편견을 없앨 수는 없다 혼혈아이를 둔 부모들은 사회적 편견은 아이의 정서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왕모(39·여·중국)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아동 심리치료를 받도록 해야 했다. 외국인 아내를 둔 유모(45·조선업)씨는 “따돌림 당할 게 뻔해 학교에서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절대 말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법도 사회적 관심보다 못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사회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홍보는 많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부족하다. 배기철 국제가족총연합회장은 “교과서에서 ‘순혈주의’·‘단일민족’이라는 단어만 빠졌을 뿐 한국인들의 단일민족주의는 여전하다.”면서 “지금 한국의 오바마를 꿈꾸는 아이들이 컸을 때는 사회가 많이 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3년 차별금지법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강제력이 없다. 사회적 편견은 이들이 변호사나 정치인 등 사회주류로 편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나마 연예계나 체육계 진출이 이들에게는 희망이다. 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연구원은 “제도나 정책보다 사회적 차별을 없애도록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감수성을 강화하는 시민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현재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을 일반학생과 시민들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인터넷 실명제 논란] 한예조 “악플피해 적극 대처”

    [인터넷 실명제 논란] 한예조 “악플피해 적극 대처”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이하 한예조)는 6일 고 최진실씨의 죽음과 관련,“악성 댓글(악플)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터넷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함께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예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예조 사무실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악플의 최대 피해자인 저희는 어떤 형태로든 악플을 방지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예조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인터넷 악플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유포돼도 피해 당사자가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성’에 있다.”며 “인기를 먹고 사는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이것은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한예조는 많은 연예인이 경제적인 곤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연간 1000만원 남짓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연기자가 전체의 69%에 달하며 4대 사회보험으로부터도 소외돼 있다.”면서 “대중문화예술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과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청원운동을 펼쳐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해 연예인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법률지원센터’를 설치해 무지와 소외로부터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준비할 것이며, 내부의 규율을 높이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윤리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를 상대로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한편 김응석 한예조 위원장은 “악플과 관련해 관계기관과의 협의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지만, 앞으로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갑 한예조 정책위원회 의장은 정치권에서 악플 관련 대책 법안을 마련하려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입장이 상반되는 것으로 아는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심층 인터뷰] 마이클 아머코스트 前 미 국무부 차관 訪韓

    [심층 인터뷰] 마이클 아머코스트 前 미 국무부 차관 訪韓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북한이 시간벌기를 하면서 핵무기 개발능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면서 “한·미·일 등 관련국들이 공동대응을 굳건히 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적극적인 대응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한승주 전 고려대총장)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공동 주최한 ‘코리아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 방한한 아머코스트 전 차관을 28일 웨스틴조선호텔서 만나 북핵 문제의 해법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 들어봤다. 1 北, 핵개발 위한 ‘시간벌기’ ▶북한 핵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 위기로 치달을까. -플루토늄의 불능화 작업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재개를 오랫동안 묶어놓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했다. 북한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핵 재처리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라늄 농축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 ▶북한의 핵개발 재개 시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한국과 미·일·중 등 관련국가들이 단합된 공동 전선을 펼쳐서 북한을 움직여야 한다.‘압력없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 효과적인 압력 행사는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상대방이 협력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정치·경제적인 양보도 시의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협력하지 않을 경우 경제·정치적 혜택이 박탈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관련국가들의 입장 차이를 파고들면서 시간을 버는 데 성공했다. 핵물질 농축 양을 늘리고 핵무기화를 진전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왔다. ▶6자회담 관련국들의 대북한 공조는 잘 되고 있나. -중국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해 엄청난 영향력과 설득 수단을 갖고 있지만 북한 핵개발을 막기 위해 강한 압력을 행사하기는 꺼린다. 북한의 혼란과 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난민 발생, 누가 북한 현정권을 대체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핵물질의 유출 및 관리문제 등이 중국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게 하는 데 중국이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나. -중국은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와 (중국식 개혁·개방과 같은)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국경을 맞댄 북한이 핵을 갖게 되고 이 탓에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핵실험이후 중국이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분노까지 숨기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업적인 차원의 교역을 확대하면서 북한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라는 불확실성을 무릅쓰려고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북핵 해결과정에서 중국은 6자회담 주최국이란 지위를 즐겨 왔다. ▶김정일의 건강악화와 북한의 핵개발 재개는 앞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적잖은 고위 관리들은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확신한다. 김정일체제 이후 당장 개발해 놓은 핵무기가 어찌 될는지도 걱정거리로 떠올랐다.‘김정일 이후’ 군부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이들이 비핵화과정에 동정적이지도 않고 ‘더 많은 양보’로 비쳐지는 행동도 거부할 것이다. ▶북한 체제가 전에 비해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평가도 있다. -나는 북한이 더 취약해졌다고 생각한다.90년대 중반보다 더 개방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외부 상황을 알게 됐다. 주변 국가들,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번영을 이뤄냈는지를 보고 듣게 됐다. 북한이 얼마나 비참한 지경에 있는지도 회의하며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2 中 부상으로 동북아 정세 급변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강조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는데. -역대 한국정부들은 늘 북한과 접촉과 교류를 확대해 가기를 원하는 ‘개입정책(engagement policy)’을 쓰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어떤 조건에서의 개입정책이냐는 거다. 한국의 관점과 국익에서 상호주의에 기반한 교류 틀을 새로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존경과 신뢰를 보냈는데 경멸이 돌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호주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며 상황에 따라 어떻게 유연하게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동북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이 가장 주목할 일이다. 한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해야 한다.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미국, 일본 등 해양세력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과의 관계를 격상시키면서 ‘중국이란 마차’에 올라타는 거다. 중국이 앞으로 한국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잠재적으로 좌지우지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한 편을 버리고 다른 한 편을 취하는 것과 같은 배타적인 선택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전략적으로 어느 나라하고의 관계를 더 무게를 두고 중요시할 것인지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선 순위의 문제다. 누가, 어떤 종류의 위협이 될지, 지정학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누가 더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하는 숙제를 한국인들은 안고 있다. ▶중국이 동북아 현상유지를 무너뜨리고 질서파괴자가 될 가능성도 있나.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개발과 국력 증진, 내부 갈등 해결에 몰두해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주변국가들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원해 왔고 상당기간 그럴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앞으로 상당기간 중·미간 충돌로 비화되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간에는 합리적인 대화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지역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틀도 확대되고 있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중국의 부상이 인접한 한국에 대한 지나친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한국의 행동반경을 좁히지 않을까. -중국의 내부사정이 어려워지면 국민 불만과 시선을 돌리기 위해 보다 민족주의적이고 강경한 대외정책을 쓸 가능성도 있다. 주변국가들의 이익을 완력과 압력으로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질 때 종종 나타나는 일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한·미 동맹, 미·일 동맹등이 더 큰 효용을 갖는다. 3 한·미, 미·일동맹 강화돼야 ▶6자회담을 지역안보문제를 논의하는 안보대화의 틀로 확대해나가자는 움직이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6자회담은 동북아 안보협력의 모태가 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에는 잘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관련국가들이 제대로 활용한다면 유용한 틀이 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가치 동맹을 통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민주적 정치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들끼리 친근감을 갖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핵의 비확산, 에너지, 환경문제, 전염병 통제 등 전인류적 현안을 어떻게 민주국가들만 모여서 풀어나갈 수 있겠나. 이런 문제들을 중국 협조없이 해결할 수 있겠나. 글 이석우국제전문기자 jun88@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무능·거짓말·은폐 CIA의 ‘추악한 실체’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정말 영화에서 보듯 세계의 모든 정보를 꽉 틀어쥐고 있는, 국제 평화를 위해 공명정대한 역할만을 수행하는 곳일까. 혹시 그것은 허상이 아닐까. 뉴욕타임스 기자인 팀 와이너가 쓴 ‘잿더미의 유산’(이경식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은 CIA의 실체를 밝힌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로 미화된 외양 뒤에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비밀정보기관을 이용, 어떤 충격적인 술수와 테러를 감행해 왔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CIA가 정부의 한 부서로 살아 남기 위해 대통령에게 어떻게 거짓보고를 일삼아 왔는지도 일러 준다. ●‘국제평화´ 가면 쓰고 술수·테러 감행 2차대전 후 창설된 CIA가 60여년 역사 속에서 저지른 실패와 무능, 왜곡의 사례들이 놀랍게 다가온다. 중앙아메리카의 콘트라 반군 지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에 무기를 팔고,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사들에게 무기를 지원했지만, 곧 그 총구를 자신들이 맞닥뜨려야했다. 부시 행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세계적인 도·감청을 합법화하고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모습도 경악스럽기는 마찬가지.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한반도 위기의 한 요인으로 CIA를 꼽는다. 부시 정권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압박하고 있지만,CIA 내부 북한 전문가 가운데 북한을 방문해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보 수준이 미미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보안과 공포에 무지가 결합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한다. 또 “접근통로 없는 CIA가 백악관이 가진 북한의 이미지에 부합되도록 정보를 꿰어 맞추어 왔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 위기의 한 요인 CIA 한반도 정책의 오류는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 피란민들을 훈련시켜 북한에 공중투입하는 비밀 작전은 중국·북한의 역공작과 문화적 무지로 완전히 실패했으며 특공대는 대부분 사살됐다. 그러나 CIA는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기보다는 덮어버리기에 급급했다. 이같은 은폐와 거짓말은 아예 CIA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냉전시기에 벌어진 수많은 ‘미국을 위한 테러들’, 베트남전에서의 치명적 잘못, 전 세계 독재정권의 후원을 자처한 비밀대외정책 등이 여태까지 허위 성공신화의 포장 속에 가려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 공백의 폐단은 이라크 전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CIA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줄곧 경고했지만, 이는 결국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으며 애꿎은 사상자만 대규모로 발생했다. 부시 대통령조차 “CIA가 이라크 상황을 그저 추측만 하고 있다.”고 질책했을 정도다. ●무지+안보 왜곡된 만남 재앙 불러 저자는 비밀정보기관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진 않는다. 정보와 분석이 안보라는 이름 아래 왜곡될 경우 세계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할 뿐이다. 아울러 저자는 현재 미국 정보 분야에서 2류 조직으로 밀려난 CIA가 얼마되지 않는 정보를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조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시안적인 대외정책을 내놓는 행태를 따끔하게 지적한다. 1988년 미 국방부의 비자금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저자는 국가안보와 비밀공작에 관한 한 미국내 최고의 저널리스트.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수년간 CIA 전·현직 국장 10여명을 비롯해 300여명의 요원을 인터뷰했으며 5만여건의 문서를 참고했다.3만 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

    18대 첫 정기국회에서 집단소송제가 핵심 어젠다로 떠올랐다. 여야가 모두 도입하자면서도 그 대상을 놓고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집단소송제에는 여야가 뜻이 같다. 그러나 불법 집회·시위와 관련한 집단소송제을 놓고는 상극이다. 한나라당은 최우선 추진 과제로 꼽은 반면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할 ‘악법’으로 규정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로부터 집단소송제에 대한 기본 입장과 정기국회 전략을 들어봤다. 서면 인터뷰를 지상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나머지 쟁점 현안도 양당을 대표하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지상대담 형태의 시리즈로 다룰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제1과제’로 꼽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홍 원내대표 민주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제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불법 시위의 천국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집단소송제 도입 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불법 시위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원 원내대표 집회에 대한 집단소송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보수적인 법률학자도 ‘외국 신문에 해외 토픽에 날 일’이라고 힐난한 바 있다. 우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민주·반촛불 악법’이다. 교통 편의를 이유로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홍 원내대표 우리가 추진하는 법은 이른바 ‘떼법’을 방지하려는 법이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민주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제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집회시위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다. 더구나 그 시위가 불법 시위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시위는 보장하겠다고 하는 데도 민주당이 집단소송제를 반대하는 것은 불법 집회를 옹호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나. 원 원내대표 민주당은 폭력을 수반하는 범죄를 행하거나 공중을 위협하는 방식의 ‘불법집회’에는 반대한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집회문화는 상당히 선진화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가족, 다양한 문화제와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주화·선진화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집회문화일 것이다. 그러나 촛불문화제에서 보듯이 경찰의 과잉조치(도보에 전경차 배치, 통로 폐쇄 등)와 과잉 진압(남녀노소를 불문한 폭력행사 등)이 평화집회를 일부 폭력화시켰던 원인을 제공했다. 경찰의 대응도 선진화되어야 한다. ▶원 원내대표는 집회문화는 선진화됐는데 공권력의 대응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단소송제는 시민들의 힘으로 시민들을 견제, 국민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홍 원내대표 지난 1987년 민주화시대가 개막되고 난 뒤 20여년 동안 한국 사회는 자유만능시대를 구가해 왔다. 노무현 정권에 이르러서는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불법을 넘어서서 떼법이 만연하는 시위천국이 되었다. 국가공권력의 도덕성이 문제되던 권위주의 시대도 아니고 정통성을 가진 선출된 정부인 데도 공권력이 죄악시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공권력의 권위 회복과 아울러 특정 이익집단의 집단시위에 대해 다른 시민들의 방어권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원 원내대표 한나라당의 주장은 한마디로 후안무치의 결정판이다. 평화적 촛불문화제, 종교인들의 촛불행사마저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나.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한국의 집시법이 인권을 침해하고 헌법에 위배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집단소송제’까지 도입되면,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제 도입 취지를 놓고 찬반이 갈리는 것 외에도 제도 자체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어떻게 보나. 원 원내대표 법리적으로는 기본적으로 성립이 어려운 법안이라고 본다. 집단소송은 손해의 양상이 유사해야 되는데, 소위 집회로 인한 집단 손해는 그 양상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양창수 대법관 후보자도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던 것이다. 홍 원내대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양창수 대법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던 의견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는 아니었다. 아울러 위헌 소지는 없을 것이라는 양 대법관의 의견이었음을 분명히 해둔다. ▶원 원내대표는 시위로 인한 손해의 양상이 다양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홍 원내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나. 홍 원내대표 그런 내용은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불법 시위가 단순히 교통 마비로 인한 피해만 입힌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촛불시위로 피해를 입은 세종로·종로·청계천 등지의 자영업자들이 오죽하면 촛불집회 주최측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겠나.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등 야권을 반발이 만만찮을 것 같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홍 원내대표 국회는 여야 합의처리가 원칙이다. 공론에 부쳐 토론해보면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다. ▶한나라당에선 일단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표결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이 있다면. 원 원내대표 수적으로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결코 적은 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다른 야당들과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최근 GS칼텍스를 비롯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어도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양당의 입장은. 원 원내대표 현재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단체소송제도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 제도는 소비자단체의 자격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기업에는 품질개선과 소비자 친화적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 개인 정보 도난과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 유포가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8대 국회 원 구성과 상임위 배정이 늦어져 정기국회 준비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부실 국정감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홍 원내대표 국정감사를 당초 예정보다 늦춰 10월 초부터 하기로 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충분히 감사준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원 원내대표 국정감사 준비기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상임위별로 정부의 무능, 편향, 오만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야당 시절에는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견제했다. 그러나 지금은 집권 여당이다. 자칫 부실한 국정감사로 ‘정부옹호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홍 원내대표 국회의 역할은 행정부를 감시 통제하는 데 있다. 여당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행정부를 감싸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주당도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뒤 처음 열리는 국정감사인 만큼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원 원내대표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위해 국정감사 상황실 시스템을 갖추고, 당 안팎의 각 분야별 전문가 집단과의 네트워킹 강화 및 국민과 함께 할 소통의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최악의 정부’의 총체적 정책실패를 강력히 비판하는 국감, 중산층과 서민의 민생을 구출하고 미래를 여는 ‘최선의 국감’을 만들겠다. ▶집단소송제뿐만 아니라 여러 쟁점 법안들을 놓고 여야간에 대립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만 하는 법안들이 있을 것이고, 제1야당인 민주당으로서는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법안이 있을 것이다.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홍 원내대표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는 여야 합의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 원칙에 충실하겠다. 원 원내대표 민주당은 여당이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청와대의 거수기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드는 민의의 전당이다. 정리 전광삼 나길회기자 hisam@seoul.co.kr
  • 미·러 ‘신냉전 기류’ 굳어지나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신(新)냉전 골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냉전 시대 이후 가장 악화된 수준의 설전을 벌였다. 그루지야 사태가 발발한 지 1개월만이다. 미국은 지중해함대의 기함 USS 마운트 휘트니호를 그루지야의 포티항에 입항시켰다. 이에 맞서 러시아함대는 오는 11월 미국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와 합동군사훈련을 갖기로 했다. 체니 부통령은 6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러시아는 옛 소련시대의 지배를 다시 회복하려는 ‘무자비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루지야를 침공한 러시아의 행위는 문명화된 기준들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함께 맞설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EU 및 나토 가입에 속도를 내달라는 압력으로 비쳐졌다.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가평의회에서 “(러시아군이 그루지야에 진주한) 8월8일을 기점으로 세계는 변했다.”면서 “러시아는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거들었다. 푸틴 총리는 이날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남오세티야를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무슬림에 대한 인종청소가 벌어졌던 슬레브레니차에 비유했다. 그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진공은 남오세티야에서 슬레브레니차 참사와 유사한 비극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체니 부통령은 지난 3일부터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방문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를 통과하지 않는 3300㎞의 ‘나부코 가스관’ 건설을 지지했다. 이에 맞서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2일 친서방 움직임을 보이던 우즈베키스탄을 돌연 방문, 경제협력을 다짐했다. 러시아의 첨단무기를 판매하고, 우주개발 부문에서도 협력키로 했다. 미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갈등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USS 마운트 휘트니호는 지난 5일 포티항에 도착할 때까지 러시아 구축함이 4㎞ 간격으로 뒤따라왔다. 또 포티항에는 러시아 경전차와 장갑차량 몇대가 평화유지군 휘장을 단 채 미군의 동태를 살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USS 마운트 휘트니호의 포티항 입항을 두고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구실로 그루지야를 재무장시키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최근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카리브해 국가에 해군을 동원해 구호물자를 전달하면 미국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해군 당국은 11월10일부터 14일까지 5일동안 러시아 함대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훈련에는 러시아 해군함 4척에 승무원 1000여명 정도가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의 헤게모니 싸움에 유럽연합(EU)은 관망하고 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 대국으로서 냉전시대로 회귀하려는 것은 큰 실수”라면서 “EU는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를 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태국 푸껫공항 전격 폐쇄

    태국 푸껫의 국제공항이 29일 일시 폐쇄됐다. 반정부 시위 때문이다. 태국 남부지방 유명 관광지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29일 AFP통신에 따르면 몬루디 껫판드 태국공항공사 대변인은 “시위대 5000여명이 공항 주차장을 점거하고 활주로를 차단해 일시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 “푸껫 주지사가 시위대와 협상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그는 끄라비와 핫야이 공항에도 일시 폐쇄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치앙마이, 치앙라이 등 다른 국제공항에 대해 비상근무를 명령했다. 시위대는 사막 순다라벳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수도인 방콕 중심가의 정부청사에서 나흘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강제해산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반정부 시위는 지방으로 확산돼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푸껫에는 지난해 25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다녀왔으며, 특히 신혼부부의 4분의1이 여행지로 선호할 정도다. 교민 1500여명이 거주한다.국방장관을 겸직한 사막 총리는 이날 분스랑 니엠프라딧 최고사령관과 아누퐁 파오진다 육참총장 등 각군 참모총장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회의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분스랑 최고사령관은 군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아누퐁 참모총장은 “군의 개입은 정부와 시위대 사이의 갈등 해소책이 될 수 없다.”며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소문을 일축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방콕에서는 사막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4일째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태국 국영철도 노동조합이 동조 파업에 들어갔다고 AFP가 보도했다. 철도노조의 사톤 신프루 위원장은 이날 “정부청사 시위대의 강제해산을 막고자 이런 행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태국 북동부의 교통 중심지인 나콘 라차시마와 방콕을 잇는 기차 운행이 28일 오후 5시부터 중단됐다. 북부 나콘 사완∼방콕 등 3개 노선의 화물열차 운행도 끊겼다. 태국 시민단체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주도하는 시위대 1만여명은 지난 26일부터 방콕 중심가의 정부 청사를 점거하고 있다. 각료회의는 군 최고사령부 건물에서 열리고 있다. BBC는 태국 사회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계승한 사막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양분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위를 주도한 잠롱 스리무앙과 손티 림통쿨 PAD 공동대표 등 지도부에게는 반역죄가 적용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이기철 송한수기자 chuli@seoul.co.kr
  • [정연주 해임 이후] UNI “한국 미디어 독립성 위협”

    11일 정연주 사장의 해임 소식이 알려지자 KBS 직원들을 비롯, 언론시민단체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KBS 기자·PD협회 등 직능단체 중심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KBS 사원행동)은 이날 낮 KBS 시청자광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정 사장 해임 원천무효와 현 이사회의 해체”를 주장했다.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도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전국언론노조 등이 펼치는 민주주의 수호 투쟁을 지지하고 국제연대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UNI가 한국 언론정책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KBS 사원행동은 “지난 8일 KBS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지시한 유재천 KBS 이사장에 대해 고발조치할 것”이라 밝히고, 불법경찰 난입을 방조하거나 지원한 KBS 안전관리팀 책임자와 영등포 경찰서장 등에 대해서도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신변보호요청은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시론] 베이징올림픽과 중국부흥의 길/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시론] 베이징올림픽과 중국부흥의 길/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돌다리도 만지면서 강을 건너는’ 준비 끝에 베이징올림픽이 시작된다. 중국에서 올림픽의 의미는 새로운 근대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아편’으로 강제로 열린 근대는 중화의 자존심을 무너뜨렸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중국인들은 돈과 총이 없이는 국가를 온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절치부심의 역사를 살아 왔다. 그래서 중국인에게 올림픽은 스스로의 손으로 다시 근대의 역사를 쓰는 역사적 순간이자 부흥의 길, 청년제국의 길의 선언서인 셈이다. 최근 상영한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다분히 올림픽을 겨냥한 너무도 중국적인 영화였다. 후한시대로 되돌아가 당시의 국가경영의 과제를 올림픽 이후의 중국에 묻고 있었다. 복잡한 정세를 읽는 지혜, 치밀한 외교력, 예술과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 대중정치의 중요성, 지도자의 덕목 등의 중요성을 삼국의 옛 영웅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주유를 통해 보여 주고자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분분했다. 중국의 세기가 열릴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성공의 역설’이 나타날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많았다. 즉 올림픽을 치르면서 민주화, 인권, 종교의 자유, 자본주의 가치가 확산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게 되어 결국 성공이 역설적으로 사회주의의 실패를 가져오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은 사회적 격차, 부패, 실업, 금융불안, 분리주의 운동, 환경오염, 질병문제 등 발전의 병목이 산적해 있었고 티베트 사태, 집단소요, 대지진을 통해 이러한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 성공했다. 개혁개방 30년을 거치면서 세계사적 변화에 적응하는 민첩한 몸을 만들었고 두둑한 배짱도 가지게 되었다. 중국당정은 끊임없이 경제적 업적을 통한 체제정당화를 시도해 왔고 개혁개방의 세례를 받은 중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시켜 이를 체제구심력으로 만드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점증주의’와 ‘시험 후 확대’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하였고 대의제를 확산하였으며, 정치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현장밀착형 정치를 실천했다. 사회경제적으로도 경기 연착륙과 성장 사이의 균형을 유지했고, 사회통합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에 두고 흔들리는 민심을 추스르는 데에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올림픽 이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군사투사력이 취약하고 여전히 내부적 위험도 간단치 않기 때문에 중국이 공격적 현실주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중국이 과거와 같이 대국에 걸맞지 않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국제무대에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다. 국제정치의 게임의 룰을 만드는 데 적극 관여하면서 대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그것은 우선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드리고 있는 새로운 빈곤지역과 세계전략의 교두보로 여기는 아시아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이것은 머지않아 한국에 투사될 것임을 의미한다. 올림픽 이후 세계의 판은 더욱 빠르게 돌아갈 것이고 열강들의 각축도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 판이 도는 속도보다 더 빨리 돌아야만 낙오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축제가 마냥 즐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 [열린세상] 일자리 빈곤과 빈곤한 일자리/ 신은종 단국대 교수 경영학과

    [열린세상] 일자리 빈곤과 빈곤한 일자리/ 신은종 단국대 교수 경영학과

    일자리 위기다. 실업률 3.1%라는 공식통계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 1년간 새로 생긴 일자리는 14만개에 불과하고 257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다. 최근 4년래 최악이다. 유가폭등에 미국 발 금융위기 조짐, 물가불안 등 안팎의 악재 때문에 일자리의 빈곤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빈곤한 일자리 증가도 문제다. 통계청의 셈법으로도 비정규직 비중은 35.2%로 여전이 높은 수치이고, 노동계의 주장은 이를 훨씬 웃도는 54%에 이른다. 비정규직 관련 법이 시행되고 나서 비정규직이 줄어든 점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트타임근로자, 용역근로자, 일일근로자는 더욱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처우도 악화됐다. 임금수준은 점차 떨어져 정규직의 60.5%에 불과하고, 사회보험 수혜 수준도 40% 미만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빈곤의 일자리가 만연돼 가는 것 같아 두렵다. 일자리 위기에 대한 이런저런 진단과 처방이 행해지고 있지만, 뾰족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일자리 위기에서 우리 자본주의의 정신적 수준을 본다. 세계화라는 경향 뒤에 숨어서 극단적 유연성과 인건비 절감을 동시에 챙기려는 잇속 빠른 기업의 수준을 본다. 창의와 사회적 책임은 찾을 길 없고 비자금 조성과 편법증여에 골몰하는 경영의 수준을 본다. 고용에 관한 청사진도 없이 낡은 전투적 교섭주의의 덫에 빠져 있는 노동운동의 수준을 본다. 민생은 뒷전인 실종된 정치의 수준을, 철학도 대안도 없어 보이는 정부의 수준을 본다. 자신의 몫만을 챙기려 들며 민주주의나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빈곤한 정신이 일자리 위기의 근원적 원인이다. 시장주의를 주창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보다 17년 먼저 쓴 ‘도덕감정론’에서 정의와 덕성을 강조했다. 사회정의와 공존의 가치를 외면하는 시장만능주의는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경고를 스미스는 이미 200년 전에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자본주의의 결정판인 미국 자본주의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편으론 부러운 면이 발견된다. 끊임없이 시장주의를 스스로 수정하려는 정신이 살아 있음이 그러하다.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 pitalism)를 말한다.21세기를 위한 자본주의는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기업이 테크놀로지와 시장을 제공하며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본주의란다. 로버트 라이시는 시민들에게 슈퍼자본주의에 대해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지나친 유연성과 경쟁이 공동체의 가치를 해체하지 못하도록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만들자는 제안이 부럽다. 일자리의 빈곤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우리 자본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 관계와 규칙을 공정하게 바로잡는 데서 시작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권력적 원·하청 관계를 끊어 내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고용 창출 능력이 큰 중소기업을 창의와 역동성을 갖춘 번듯한 일자리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하청과 같은 간접고용의 낡은 폐해를 수정해야 한다. 현대미포조선, 코스콤에 대해 사용자 지위를 인정한 법원의 결정은 우리의 고용관계 수준을 한 단계 높이라는 주문이다.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랜 갈등 끝에 합의한 법의 정신은 무분별한 비정규직 남용을 근절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는 데 있다. 공동체의 미래에 토대가 될 수 있는 정의로운 규칙을 함부로 끌어내려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의 일자리 위기는 경기악화 탓이 크다. 그러나 설사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일자리 빈곤화는 공동체를 위협하며 그대로 남을 게다. 우리 자본주의의 정신이 지금에 머무는 한은. 신은종 단국대 교수 경영학과
  • 시민단체 “인터넷 실명제는 여론 옥죄기”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등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여론 옥죄기’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밝힌 인터넷 규제 방침은 방송에 이어 인터넷 여론까지 장악하려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해당사자의 분쟁이 예상될 때 자발적으로 관련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는 ‘임시조치’를 의무화하고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정부의 방침은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최악의 사전검열”이라고 말했다. 진보넷 장여경 활동가는 “정부의 인터넷 규제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넷은 독’ 발언이나 ‘정보 전염병’ 발언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을 부정적 여론의 진원지로 보고 이를 통제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우리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시론] 위험천만한 민영미디어렙/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론] 위험천만한 민영미디어렙/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리나라 방송과 방송광고 제도를 보면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장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광고공사가 있어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거래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잘 지켜야지 파괴할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투표는 사거나 팔 수 없는 것이 기본적인 민주사회의 원리이듯, 방송도 완전히 사고파는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문화와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방송광고도 같은 이치다. 이런 원리를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방송광고공사를 두어 방송광고 거래를 맡겨 왔다. 그러나 현행 방송광고 제도가 광고주의 선택을 제한하고, 끼워 팔기의 문제가 있다면서 사기업인 미디어렙을 허가해 이들이 광고 거래를 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공 영역의 사유화, 상업화를 추구하는 정치적 분위기가 미디어렙의 도입으로까지 연결되는 듯하다. 미디어렙을 둘러싼 논쟁이 있지만 방송광고공사가 방송광고 영업을 대행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과 민영미디어렙을 허용함에 따라 생기는 편익을 비교하면 답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광고공사가 지금처럼 광고 거래를 담당할 경우 방송 뉴스와 프로그램을 두고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거래를 막을 수 있고, 방송광고 단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지역방송 등에 광고를 배당함으로써 방송의 다양성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된다면 사정이 확 바뀐다. 방송사와 광고주는 광고를 매개로 직접 거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주의 뜻에 어긋나는 뉴스나 프로그램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 모른다. 방송사는 사활을 걸고 시청률 경쟁을 할 것이고, 과격한 상업주의를 추종할 것이다. 민영미디어렙은 가뜩이나 방송의 사유화, 시청률 경쟁, 스타 시스템의 횡포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방송을 더욱 극단적으로 몰고 갈 것이 뻔하다. 방송사와 미디어렙은 엄청난 광고비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중소 규모의 미디어를 재정난에 빠뜨릴 위험도 있다. 민영미디어렙은 방송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줌으로써 가뜩이나 심각한 미디어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래저래 광고 단가는 인상될 것이고, 방송광고비도 매년 늘어날 것이므로 국민경제에 끼칠 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영미디어렙의 도입과 방송광고의 사유화는 방송의 다양성과 민주주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와 민주주의 위기 구조에서 방송 산업이 흔들리고, 공영방송이 위협받는 이때 우리 사회는 미디어렙 허용을 놓고 갑론을박 논쟁할 여유도 없다. 국민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삶의 고통이 이만 저만 심각하지 않다. 그런데 방송사나 광고주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고, 정작 이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를 위협하는 미디어렙의 허가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따라서 민영미디어렙의 도입에 신경 쓰기보다는 경제 위기 시대에 어떻게 하면 국민 부담을 줄이면서도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공급할 것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규제기구는 업자 중심으로 정책을 생각하지 말고 국민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방송광고공사도 구조와 영업 시스템을 개혁함으로써 그간 제기된 비판을 적극적으로 해소할 의무가 있다. 자신들이 미디어렙이 구현할 수 있는 공공성보다 더 많은 공공성을 구현하고, 방송사와 광고주에게도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세계화 급류가 불평등 양산… 국민국가의 정체성 흔들어

    두 개의 가치가 존재한다. 세계화는 오늘날 거부할 수 없는 절대가치인 것처럼 여겨진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포기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였다. 인간적인 삶의 기초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거부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두 개의 가치가 만나면 충돌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고,‘민주주의 수호’를 외칠수록 세계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세계화 시대에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두 가치의 충돌은 최대의 딜레마이자 고민거리다. 이 딜레마의 깊숙한 곳으로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파고 든다.‘시대’ 3부작(‘혁명의 시대’‘자본의 시대’‘제국의 시대’)으로 19세기를 탁월하게 해부했던 홉스봄은 어느덧 91세가 됐다. 그의 생애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를 ‘폭력의 시대’(이원기 옮김, 민음사)에서 홉스봄은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이율배반적 관계를 고찰한다. 홉스봄은 다분히 비관적이다. 본질적으로 21세기는 세계화의 급류에 휩쓸려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다는 게 홉스봄의 기본 시각이다.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붕괴를 가속화한다. 오랜 기간 민주주의는 국민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작동되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이제 그 믿음은 무너지고 있다. 세계화가 국민국가의 역할을 뒤흔들면서 국민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민주주의 장치들이 해체되고 있다. 세계화의 음지는 국민국가의 복지 기능을 약화시키고, 국가 구성원들의 사회·경제적 차별을 심화시킨다. 홉스봄은 지난 시기 세계화의 장애물을 제거해온 각국 정부의 경쟁적 노력이 이젠 거꾸로 개인의 불안을 자극해 세계화를 발목잡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한다.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홉스봄의 전망은 묵시론적이라고 할만하다. 세계화에 대한 대안이 없는 한 국민국가의 정체성은 거듭 약화되고, 그 결과 불안정이 증폭되는 현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홉스봄이 국민국가를 무조건 옹호하는 건 아니다.21세기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미국의 국민국가적 열망이 패권적 세계화의 형태로 표현되면서 둘은 교묘한 ‘공범’관계를 맺는다. 미국의 패권전략은 세계화로 인한 내부의 불평등을 돌파하려는 위기관리 방법이기도 하다. 국민국가와 세계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들이 여기저기 산재한다. 현 시기 한국은 세계화와 민주주의간의 충돌이 가장 극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공간 가운데 하나다. 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세계화가 파생시키는 양극화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책의 해제를 맡은 김동택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홉스봄을 인용하자면 검역주권과 건강권을 지키려는 촛불집회는 무차별적인 시장의 자유와 세계화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운동으로, 일국적 차원의 민주주의와 세계화가 충돌하는 지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썼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6·10항쟁·촛불집회 닮은점과 다른점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민중은 어김없이 일어섰다.1987년 대학생들이 화염병을 들고 나오자 군사정권은 “친북세력들이 정부를 전복하려고 한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끝내 독재정권은 종식됐고,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됐다. 2008년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1987년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는 공고해졌지만 우리 사회가 과연 민주적이냐에 근본적인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을 외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촛불시위는 21년 전 6월항쟁을 계승한 시민운동”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 스스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라는 얘기다. 시민들은 직접 뽑은 대통령이 위임받은 권력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촛불을 통해 제동을 걸고 있다. 1987년 6월의 ‘화염병’은 분노였다. 대학생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으로 촉발된 분노는 결국 넥타이 부대까지 거리로 나오게 했다.2008년 6월의 ‘촛불’은 바람과 희망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희망,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는 희망, 부자뿐만 아니라 힘든 이웃도 보듬어 달라는 희망이다.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희망을 위한 ‘난장’을 벌이고 있다. 김호기 교수는 “화염병에서 촛불로, 단일대오에서 자유분방한 행진으로, 비장한 구호에서 유머러스한 노래로, 제도권 언론에서 1인 인터넷 미디어로 모든 게 바뀌었지만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민주주의의 외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개인 미디어의 힘

    개인 미디어의 힘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 둘째 날인 7일 저녁, 서울 세종로 청계광장에 천막 언론사 하나가 떴다. 천막엔 ‘시민기자단’이란 다섯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고, 안팎에선 같은 글귀를 새긴 푸른 완장 찬 사람들이 부산하게 오갔다. 서로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은 이들은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를 들고 각자 맡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카메라 커뮤니티 ‘SLRclub’ 회원 150여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이 기자단은 5월말부터 집회 현장 곳곳을 누비며 매 순간을 기록했다. 한 시민기자는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채증해 처벌근거로 삼는 것과 반대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채증해 시민을 보호한다.”며 활동취지를 밝혔다. ●현장의 사각지대 생생히 전달 바야흐로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기성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던 개인들은 촛불집회를 거치며 스스로 언론이 되는 동시에,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기성 언론보도를 평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신문·방송 등 기성 언론은 정보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놓고 타 언론사가 아닌 개인과 경쟁해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촛불집회는 무엇보다 ‘미디어적 사건’이다. 제도권 언론의 입장에선 개인 미디어라는 힘겨운 경쟁자와 맞닥뜨리게 됐다.”는 말로 이 같은 현상을 요약했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인 미디어 힘의 원천을 정보 장악력에서 찾는다. 촛불집회 내내 거리에선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 카메라를 든 시민들이 독립적 미디어의 역할을 하며 기성 언론에 뒤지지 않는 ‘취재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1일 앳된 얼굴로 피 흘리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돼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했던 ‘애국소녀’(25·경일대 사진영상학부 4년)의 사진도 시민기자단의 작품이다. 보수언론이 괴담 확산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1인 미디어들은 제도권 언론이 외면해왔거나 접근하기 힘든 현장의 사각지대를 생생하게 전하며 기성 언론을 압도했다. 김 교수는 “인터넷에 공개된 정부와 제도권 언론의 과거발언과 기사를 네티즌들은 철저하게 검증해 앞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밝혀낸다.”면서 “개인 미디어의 최대 장점은 불완전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검증 기능이 부여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시 대상으로 전락한 보수언론 감시의 주체였던 제도권 언론이 개인 미디어의 감시 대상으로 전락한 것도 큰 변화다. 개인 미디어 활성화란 동전의 앞면 뒤엔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최 교수는 “시민들이 ‘배후세력’이란 말로 민의를 왜곡한 보수언론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면서 향후 보수언론은 개인 미디어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충격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도한 일반화와 지나친 감성주의 등 개인 미디어의 한계를 꼬집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확인없이 유포해 국민적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식의 비판이다. 그러나 변화된 환경에서 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 미디어의 긍정적 도전을 적극 받아들이는 한편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언론은 개인 미디어의 장점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변화된 상황에 적응을 꾀하겠지만 근본적인 신뢰회복을 위해 몸부림치지 않으면 개인의 위협을 절대 극복하지 못한다.”면서 “개인이 가진 정보의 양과 정확성이 기성 언론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언론이 왜곡된 정보를 진실인 양 호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언론정보학회는 12일 ‘이명박 정부의 소통, 민주주의의 소통-촛불과 미디어 공론장’이란 주제의 특별세미나를 개최, 촛불집회가 몰고온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양상을 살핀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동아시아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동아시아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 7일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 후진타오의 이번 후쿠다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후 주석의 방일은 1978년 ‘중·일 평화우호 조약’ 3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됐다. 이 회담에서 양 정상은 중·일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을 선언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한다.’는 압축적인 표현으로 역사문제를 정리했다. 또한 이 회담에서는 정상 간의 매년 교차방문을 약속했다. 아울러 미묘한 외교 현안인 북·일 정상화 교섭,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 동중국해 자원개발 문제 등에 관해서 우호 협력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중·일은 정냉경열(政冷經熱: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겁다)의 국제정치의 관계를 뛰어 넘어 전 방위 협력을 추구할 수 있는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10년 전인 1998년 방일했던 장쩌민 전 주석은 역사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일본을 코너로 몰아 세웠다. 당시 일본인들은 장 주석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 굴욕감과 불쾌감을 나타냈고, 이를 계기로 중·일 관계는 긴장과 마찰을 거듭했다. 격세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같은 해 방일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부치 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과는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당시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과 ‘액션플랜’을 채택함으로써 전면적 협력시대를 선언했다. 이후 고이즈미 전 총리는 다섯 차례에 걸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함으로써 중·일 관계는 더욱 파행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일 우호협력 관계는 한층 탄력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향후 양국이 전면적인 밀월 시대로 돌입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양 정상의 따뜻한 포옹에도 불구하고 역사·영토·통상·군사·자원 분야 등의 영역에서 만만치 않은 갈등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구도에서 중·일 양국이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일 양국의 사회 일각에서 동시 진행형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민족주의 열기는 자칫 잘못하면 양국 관계를 파행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10% 경제성장을 유지할 경우 2∼3년 내에 GDP 규모에서 일본을 앞질러 갈 것으로 예측된다. 티베트 지구의 민족문제와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를 계기로 분출되고 있는 중국의 민족주의 광풍의 일단을 우리는 서울에서 똑똑히 목격하였다. 물론 야스쿠니, 역사교과서·독도 문제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는 일본 내의 우익 세력의 파상적인 국가주의 공세 또한 우리에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중·일의 민족주의가 충돌을 일으킨다면 반세기 만에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우리의 민주주의와 번영의 토대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창의력 넘치는 대외전략 구상과 유연한 외교정책이다. 한국의 대외전략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하고 더불어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여 동북아 지역의 협력과 번영을 보장하는 지역질서를 창출해 가는 노력이다. 이 점에서 올 해부터 본격 가동될 한·중·일 정상회담의 장은 한국의 외교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배타적 민족주의 열풍을 슬기롭게 아우르는 한편, 중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구축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데 역량과 지혜를 집중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옴부즈맨 칼럼] 정책 중심의 정당보도 관행 만들자/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옴부즈맨 칼럼] 정책 중심의 정당보도 관행 만들자/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부재자 선거는 이번 주, 본 선거는 다음 주다. 하지만, 모두가 말하듯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느니 거대정당뿐이요, 온갖 잡음을 만들어내는 인물들뿐이다. 국회에 들어가는 정당이 우선 갖추어야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머릿수나, 목소리 큰 인물이 아니다.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다. 정책 중심으로 정당이 돌아갈 때에만 정치를 통해 여러 사회갈등과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고, 그 과정이 눈앞에 보일 수 있다. 정치무관심에 대한 해소도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 1위 정당의 정책 관련 움직임을 살펴보자. 국민 대다수가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반값등록금 정책은 총선공약에서 슬그머니 빠졌다.‘하겠다고는 했지만, 언제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는 후문이 있고 보면, 애초에 등록금 2000만원 시대가 와야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속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 건설사업 역시 총선공약에서 빠졌지만, 내년 5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고 하니 어떤 기준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 알 수 없는 것은 정책이 이리 바뀌어도 지지율 1위요, 저리 바뀌어도 1위라는 사실이다. 모른 척하지 않기를 바란다. 언론도 공범이다. 여론수렴 기능과 여론형성 기능은 언론의 양날개다. 평소에 언론은 정당에서 내놓은 자료들을 받아적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당에 질문을 던지고 이슈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등록금 문제 등이 서민들의 민생을 위협하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 각 정당이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대안을 갖고 있는지 수시로 물어 확인해야 한다. 정책이 없으면 없다고 비판하고, 훌륭하다면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계시를 받아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에 민생문제에 별 생각이 없던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훌륭한 정책을 만들어 낼 리 만무하다. 선거철의 여론조사에도 정책중심 보도원리는 적용되어야 한다. 인물과 정당으로 물어서 그대로 보도하는 관행은 유명정당, 유명인물의 대세론을 강화시켜 줄 뿐이다. 정당의 외형에 따른 지지를 물을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따른 지지를 물어야 한다.‘정책1, 정책2, 정책3 중 어느 쪽을 지지하십니까?’ 라고 묻고, 어느 정당의 정책이 높은 지지를 받았는지를 알려주는 방식의 여론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인물·정당 중심의 여론조사와 정책중심의 여론조사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 언론은 선거에 앞서 독자들에게 선택 가능한 일련의 대안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선거기간 동안 서울신문의 지면은 연일 거대 양당의 공천잡음으로 채워졌다. 거대 정당의 공천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거대 정당의 공천이 소수 당지도부의 의향에 따라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 거대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보증 수표인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나, 그와 같은 기사가 차고 넘쳐 여타 군소 정당에 대한 기사를 밀어내 버린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유권자는 결국 밥상 위에 차려진 반찬 중에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 1,2위 정당의 기사를 많이 다룬 것이 무어가 문제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유권자는 선거를 앞두고 선택 가능한 모든 대안들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언론의 존재이유는 바로 이러한 알 권리의 실현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정당은 애써 찾아낸 그 줄기다. 줄기가 건강하지 못하면 꽃도 활짝 피어날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율이 보여주듯 시들해져 가고 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를 실행해 나가야 할 때이다. 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 [이명박대통령 취임] 17대 대통령 취임사

    [이명박대통령 취임] 17대 대통령 취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그리고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엥흐바야르 남바르 몽골 대통령, 삼덱 훈센 캄보디아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내각총리대신, 빅토르 줍코프 러시아 연방 총리, 무하마드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을 비롯한 각국 경축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한없이 자랑스러운 나라, 한없이 위대한 국민 앞에 엄숙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제게 주어진 역사적, 시대적 사명에 신명을 바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겠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습니다. 문화를 창달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겠습니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겠습니다. 올해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잃었던 땅을 되찾아 나라를 세웠고, 그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하여 세계 역사상 최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업을 동시에 이루어 내었습니다. 오로지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힘으로 일구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신화’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우리가 다 함께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입니다. 그것은 신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진실한 삶의 이야기입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 전선에서 산화한 장병들, 뙤약볕, 비바람 속에 땅을 일군 농민들, 밤낮없이 산업현장을 지켜낸 근로자들, 젊음을 바쳐 민주화를 일구어낸 청년들의 눈물겹도록 위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롱속 금붙이를 들고 나와 외환위기에 맞섰던 시민들, 겨울 바닷가에서 기름을 걷고 닦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사회 각 영역에서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수행해온 수많은 직장인들과 공직자들,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주역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내놓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떳떳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자부심이 미래를 여는 대한민국의 힘입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아 열어가고자 합니다.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현실의 제약을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함께 전진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각자가 스스로 자기 몫을 다하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합니다. 지난 10년, 더러는 멈칫거리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제 성취의 기쁨은 물론 실패의 아픔까지도 자산으로 삼아 우리는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합니다. 실용정신은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는 합리적 원리이자, 세계화 물결을 헤쳐 나가는 데에 유효한 실천적 지혜입니다.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개인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구현하는 시대정신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의 차별이 없습니다.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노사가 한마음 되어,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 훌륭한 인재를 길러 세계로 보내고, 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는 나라, 바로 제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룩하고자 하는 선진 일류국가의 꿈입니다. 기적은 계속될 것입니다. 신화는 이어질 것입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발전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여 더욱 힘차게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제가 앞장서고 국민 여러분이 하나 되어 나서면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 시점에서 우리 함께 다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세계는 우리를 저만치 앞질러가고 있습니다. 후발국들도 바짝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자원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정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중산층은 위축되고 서민생활은 어려워졌습니다. 계층간, 집단간의 관계는 여전히 갈등과 투쟁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권리주장이 책임의식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오고 있습니다. 분단국으로서 지고 있는 짐도 무겁습니다. 다음 60년의 국운을 좌우할 갈림길에서, 이 역사적 고비를 너끈히 넘어가기 위해서 저는 국민 여러분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변화를 소홀히 하면 낙오합니다. 변화를 거스르면 휩쓸리고 맙니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더 빨리 변해야 합니다.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으면 익숙한 것들과 과감히 헤어져야 합니다. 방향은 개방과 자율, 그리고 창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여 더 활기차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정부부터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잘 하는 곳은 더 잘 하게 해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힘이 되는 역할을 맡겠습니다. 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습니다. 공공부문에도 경쟁을 도입하겠습니다. 세금도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와 소비가 살아납니다. 공무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빠른 시일 내에 혁파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머지않아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입니다. 누구나 쉽게 창업하고 공장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인이 나서서 투자하고 신바람 나서 세계 시장을 누비도록 시장과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이 활기를 가져야 합니다.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서 대기업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도록 돕겠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는 기업인들이 존경받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사랑받아야 합니다. 노(勞)와 사(使)는 기업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입니다. 어느 하나가 제 몫을 못 하면 수레가 넘어집니다. 선진국에서는 노사분규가 현격히 줄어들었습니다.“과격한 투쟁은 결국 자멸을 가져온다.”는 인식을 노사 모두가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노사문화의 자율적 개선은 선진화의 필수요건입니다. 이제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기업도, 노조도 서로 양보하고 한걸음씩 다가서야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힘을 내야 합니다. 기업이 먼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으로 노동자를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런 때 노동자도 더 열심히 일해 주어야 합니다. 불법투쟁은 지양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노사관계가 건강해집니다. 정부도 원칙과 성의를 가지고 노력하겠습니다.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수출산업이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개방에 취약한 부문에서는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농어민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농어민의 아들딸입니다. 농업, 농촌, 농민 걱정이 곧 나라 걱정입니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정부가 함께하겠습니다. 농림수산업이 더 이상 1차 산업으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첨단 생산기술을 접목하고 유통 서비스 경영과 결합시켜 경쟁력 있는 2차,3차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농어민과 정부가 뜻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고, 다 함께 건강하고 편안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국가가 보살펴야 합니다. 시혜적, 사후적 복지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능동적, 예방적 복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됩니다. 여성은 시민사회와 국가발전의 당당한 주역입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사회를 성숙하게 만듭니다.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서 시민권과 사회권의 확장에 힘쓰겠습니다.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리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생애주기와 생활형편에 따른 수요에 맞추어 맞춤형 보육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정부가 보육의 짐을 덜어주면 저출산 문제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청년세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국내외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을 돕겠습니다. 주거생활을 안정시킴으로써 개인 생활은 물론 사회의 안정 기반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복지대책도 시급합니다. 노령연금을 현실화하고, 공공복지를 개선하겠습니다. 고령자를 위한 의료혜택과 시설을 늘리고, 근로의욕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겠습니다. 장애인들에게도 더 따뜻한 배려와 함께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피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진화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얼마나 훌륭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꿈과 활력의 발전기입니다. 청소년들의 적성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디지털,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교육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획일적 관치교육, 폐쇄적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 자율과 창의, 그리고 경쟁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학교 유형을 다양화하고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겠습니다. 그래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 열풍이 잦아들게 됩니다. 학생들의 적성과 창의력이 살아납니다. 대학의 자율화는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한국 사회 선진화의 관건입니다. 교육과 연구의 역량을 늘려서 세계의 대학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지식기반사회의 전선에 서야 합니다. 교육의 기회를 질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형편이 어려워도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습니다. 과학이 사회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선진화시킵니다. 한국의 몇몇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20년,30년을 내다보면서 과학기술의 창의적 역량을 키워 가겠습니다. 우수한 과학도를 길러내고,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과학기술이 미래로 가는 문을 열어줍니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거대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국가가 장기계획을 가지고 밀어 주어야 합니다. 대학과 기업과 정부의 연구개발 협력체제도 보다 실질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주택은 재산이 아니라 생활의 인프라입니다. 주거생활의 수준을 높이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주거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겠습니다. 국토의 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고자 합니다. 해양지향, 광역화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래의 생활양식에 필요한 공간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친환경, 친문화적 기조를 유지하여 국토의 건강성과 품격을 높여나가겠습니다. 환경보전은 삶의 질을 개선하고 환경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냅니다. 지구 환경 변화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상재해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이에 적응하려면 당장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참고 창의적으로 적응해야만 합니다. 식량, 환경, 물, 자원, 에너지 등과 관련된 정책 전반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입니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한류는 그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현대화와 문화예술의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도 빛이 날 것입니다. 이제는 문화도 산업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문화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격조가 올라갑니다. 문화로 즐기고, 문화로 화합하며, 문화로 발전해야 합니다. 정부는 우리 문화의 저력이 21세기의 열린 공간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하고 교류하는 글로벌 외교를 펼칠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과 종교, 빈부의 차이를 넘어 세계의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지구촌의 평화와 발전에 동참하겠습니다. 미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형성된 역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해 나가겠습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엔진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자원과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에도 힘쓸 것입니다. 아울러 평화와 환경을 위한 국제협력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우리의 경제규모와 외교역량에 걸맞게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여외교를 펴겠습니다.UN 평화유지군(PKO)에 적극 참여하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겠습니다. 문화외교에 역점을 두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하겠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지면 한국의 매력을 세계로 내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통일은 7000만 국민의 염원입니다.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보다 더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습니다.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비핵. 개방 3000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000 달러에 이르도록 돕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동족을 위하는 길이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7000만 국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서로 존중하면서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위해서라면,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변하지 않고는 선진일류국가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국가의 발전 방향과 실천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합니다.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실용정치의 기본입니다. 길은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 봅시다.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합시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 합시다.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국회와 협력하고, 사법부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노동자, 샐러리맨을 두루 거쳐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과 서울특별시장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꿈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이 소중한 땅에 기회가 넘치게 하고 싶습니다. 가난해도 희망이 있는 나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대한민국 지도를 세계로 넓히겠습니다. 세계의 문물이 거침없이 들어와서 이 땅에서 새로운 가치로 창조되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새로운 가치를 내보내는 나라, 선진 일류국가가 되게 하겠습니다. 선대의 기원이고, 당대의 희망이며, 후대와의 약속입니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정부만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나서 주셔야 합니다. 각자가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더 튼튼하게 길러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합니다. 기업인과 노동자들은 손잡고 더 진취적으로 매진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자기 개발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군인과 경찰은 국가와 사회를 더 성실히 지켜야 합니다. 종교인, 시민운동가, 언론인도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공직자들은 더 성심껏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대통령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국민이 합심하여 떨치고 나서면 해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2월25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
  • 국정연설 중 처음 北관련 언급 안해

    국정연설 중 처음 北관련 언급 안해

    “‘악의 축’에서 경기부양으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 화두를 재임 첫해서부터 마지막해까지 분석한 결과다. 2002년 취임한 부시의 첫 국정연설 화두는 악의 축이었다. 그는 북한, 이란, 이라크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해 해당국가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이듬해 국정연설 화두는 무법정권이었다. 그는 핵, 화학, 생물무기를 가지려 하거나 갖고 있는 이란, 북한, 이라크가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 국정연설 화두는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었다. 그는 북한 등의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의 보유나 확산을 막는 것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재선에 성공한 부시의 2005년 국정연설 화두는 자유확산이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의 핵 야망을 포기시키기 위해 아시아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듬해 국정연설 화두는 민주주의가 아닌 절반이었다. 그는 세계 절반 이상의 사람들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며 북한, 미얀마, 이란 같은 나머지 절반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007년 국정연설 화두는 북핵 평화해결이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의회와 국민들에게 미군 증강정책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는 한편 북핵을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 중국, 러시아 등 회담 참여국들의 협력을 당부했다. 2008년 마지막 국정연설 화두는 경기 부양이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 등 이전의 기조와는 달리 당면과제인 경제침체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재임 중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는 대선의 해를 맞아 공화당의 재집권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제문제가 최대 이슈라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 남은 임기 동안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또 6자회담이 정체된 가운데 임기 중에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전에 비해 포용적인 자세로 북한에 접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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