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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검찰정권 조작 굴하지 않을 것”…與 “마피아식 출두, 조폭 느낌”

    이재명 “검찰정권 조작 굴하지 않을 것”…與 “마피아식 출두, 조폭 느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둔갑시키려는 검찰 정권의 폭력적인 왜곡·조작 시도에 앞으로도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1일 이 대표는 인천시당 대회의실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정치 검찰에 맞서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고 왔다”며 “당당하고 의연하게 저들의 야당 파괴,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분쇄하겠다. 검찰이 어떤 모략과 날조를 해도 국민과 역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역사의 전진을 믿으면서 정부가 포기하다시피 하는 민생 위기 극복에 전념하겠다”며 “정권의 폭정과 정권의 무도함에 국민과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제는 망가지고 안보는 통째로 구멍 났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만사 제치고 당권주자 줄 세우기와 권력 장악에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이 슬그머니 공직 감찰팀을 신설한다고 한다”며 “정작 시급한 특별감찰관 임명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모든 게 나와 주변만 뺀 윤석열 대통령식의 ‘내 맘대로’ 법치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힘 “적반하장 ‘피해자 코스프레’…기소될 것” 한편 국민의힘은 전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 대표를 겨냥해 맹공을 이어갔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어제 우리 국민들은 권력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았다.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이 겹겹이 에워싼 이 대표의 ‘검찰 출정식’은 12시간 만에 ‘기소할 것 같다’는 쓸쓸한 독백으로 끝났다”며 “지도부와 지지자들의 병풍으로 죄를 덮어보려 했지만 12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증거들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과거에 뱉은 말처럼 이번 기회에 반드시 ‘편을 먹은 권력이 용서받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 대표가 던진 말에 격한 공감을 표한다. (이 대표는) 기소될 것”이라고 했다.국회부의장인 정우택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국회를 방탄막 삼고 민주당 비호를 받으며 검찰 조사를 회피하고 형사법 체계를 무시해 왔다면 수사 결과를 떠나 최소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게 공당 대표의 자세일 텐데 오히려 억울한 척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가 하면, 적반하장의 태도로 정치보복 운운했다”며 “이 대표의 충격적인 ‘마피아식 검찰 출두’였다”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범죄 피의자 출두를 대선 출정식으로 착각하는 건지 기가 차다. 이런 실력 행사는 이 대표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거대 야당의 명백한 사법권 겁박이자 이재명 범죄 혐의 수사를 정치진영 대결로 몰아가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민주당의 노골적인 정치 공작”이라고 덧붙였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자기 혼자 저지른 일인데 여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같이 간 모습들을 보면서 마치 범죄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조폭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건 정치 탄압이 아니라 일반적인 범죄 수사에 대한 부분인데 떳떳하게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나, 의원들에게 둘러싸여서 자신 있게 나가지 않나”라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 최초의 흑인계 콜롬비아 부통령 노린 폭탄테러 적발 [여기는 남미]

    최초의 흑인계 콜롬비아 부통령 노린 폭탄테러 적발 [여기는 남미]

    콜롬비아 최초의 흑인계 여성 부통령이자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정부의 2인자를 암살하려는 테러 의혹이 제기됐다.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대통령궁과 연방의회, 연방대법원을 습격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제기된 의혹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프란시아 마르케스(40, 사진)는 10일(현지시간) 자택 주변에서 폭발물 7kg을 발견해 폭발물처리반이 출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폭발물이 자택으로 가는 길에 설치돼 있었다며 “나의 생명을 노린 새로운 암살시도였다”고 주장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발견된 폭발물의 특징과 발견 장소 등을 볼 때 부통령을 암살하려는 목적이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폭발물은 콜롬비아 카우카의 부통령 자택으로 가는 길에 비닐봉투에 담겨 있었다. 자택으로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 경찰은 이날 오전 수상한 사람들이 길에 있다는 제보전화를 받았다. 수상한 사람들이 서성인다는 곳이 마르케스 부통령 자택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을 눈여겨본 경찰은 부통령 경호팀에게 제보 사실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이날 마르케스 부통령은 자택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현지 언론은 “부통령 경호팀이 현장에 출동, 비닐봉투에 든 폭발물을 최초로 발견했고 폭발물처리반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마르케스 부통령을 노린 암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환경운동 활동가였던 그는 지난 2019년 카우카에서 총격을 당할 뻔했다. 수류탄까지 날아들었지만 마르케스 부통령은 기적처럼 생명을 건졌다. 현지 언론은 “브라질에서 민주주의가 공격을 당하고, 페루에서 대규모 반정부가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등 좌파 정부가 들어선 국가마다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부통령 암살 시도가 확인돼 정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에서 정치인의 목숨을 노린 테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사건기록을 보면 대권주자 5명이 암살됐다.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인 구스타보 페트로 현 대통령과 마르케스 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초특급 경호작전을 전개하며 선거운동을 했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16살에 미혼모가 됐고, 이후 가정부로 일하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아온 마르케스 부통령은 법대를 졸업,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환경활동가로 활동하다가 부통령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좌파에 흑인계라는 이유로 여전히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최근엔 한 여성이 마르케스 부통령에게 “원시인”이라고 조롱한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 “당 대표 홍위병 자처할 만큼 한가한가” 與, 李대표 동행 野 지도부·의원 비판

    “당 대표 홍위병 자처할 만큼 한가한가” 與, 李대표 동행 野 지도부·의원 비판

    국민의힘은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에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출동한 것을 두고 ‘홍위병’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인적으로 저지른 문제와 관계된 것인데 왜 민주당이 총출동해서 막고 위세를 부리는지 잘 모르겠다”며 “제1당의 위세와 힘으로 수사를 막거나 저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법 문제는 사법으로만 봐야 한다. 진영의 문제나 숫자 논리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석기 사무총장도 “이재명 검찰 출석까지 함께하며 대놓고 당이 당대표 개인의 들러리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숱한 민생과 행정을 제치고 당대표 홍위병을 자처할 만큼 한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를 엄호하며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포토라인에 섰다”며 “비리 공무원과 조직폭력배가 결탁한 흡사 ‘범죄와의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무치(無恥)의 ‘이재명 출두’를 보며 제가 되레 부끄럽다”고 직격했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당의 사법 리스크로 치환하면서 이미 민주당은 ‘레밍 정치’의 늪에 빠졌다”며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서 지금 절벽으로 달려가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당권 주자들도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폈다.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가 출석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찾아 “어느 역사를 통틀어 봐도 세상에 어디를 살펴봐도 이런 어마어마한 줄줄이 비리 세트가 있었느냐”며 “어느 누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같은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느냐”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은 민주주의 정치인답지 않았고, 이 대표 주변에서 병풍을 쳤던 민주당 의원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피의자가 이렇게 뻔뻔하게 국민 앞에서 조작수사 운운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검찰 출석한 이재명 민주당에 與 “당대표 홍위병 자처” 맹폭

    검찰 출석한 이재명 민주당에 與 “당대표 홍위병 자처” 맹폭

    국민의힘은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에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출동한 것을 두고 ‘홍위병’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인적으로 저지른 문제와 관계된 것인데 왜 민주당이 총출동해서 막고 위세를 부리는지 잘 모르겠다”며 “제1당의 위세와 힘으로 수사를 막거나 저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법 문제는 사법으로만 봐야 한다. 진영의 문제나 숫자 논리로 볼 일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석기 사무총장도 “이재명 검찰 출석까지 함께하며 대놓고 당이 당대표 개인의 들러리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숱한 민생과 행정을 제치고 당대표 홍위병을 자처할 만큼 한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를 엄호하며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포토라인에 섰다”며 “비리 공무원과 조직폭력배가 결탁한 흡사 ‘범죄와의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무치(無恥)의 ‘이재명 출두’를 보며 제가 되레 부끄럽다”고 직격했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당의 사법 리스크로 치환하면서 이미 민주당은 ‘레밍 정치’의 늪에 빠졌다”며 “피리 부는 사나이에 따라서 지금 절벽으로 달려가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당권주자들도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폈다.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가 출석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찾아 “어느 역사를 통틀어봐도 세상에 어디를 살펴봐도 이런 어마어마한 줄줄이 비리 세트가 어디 있었느냐”라며 “어느 누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같은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은 민주주의 정치인답지 않았고, 이 대표 주변에서 병풍을 쳤던 민주당 의원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피의자가 이렇게 뻔뻔하게 국민 앞에서 조작수사 운운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마감 후] 올바른 이름 짓기의 정치/이두걸 전국부 차장

    [마감 후] 올바른 이름 짓기의 정치/이두걸 전국부 차장

    이름을 새로 짓고 싶어 하는 건 모든 권력의 속성이다. 언어를 지배해야 명분을 얻고, 권력을 행사하는 정당성을 확보해 새 틀을 짤 수 있어서다. ‘논어’ 자로편에서 공자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할 것인가’라는 제자 자로의 질문에 대해 “반드시 이름(명분)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 (결국) 백성들은 손과 발을 편히 둘 곳이 없게 된다”고 설명한 건 이름 짓기란 곧 정치 행위임을 잘 보여 준다. 새롭게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무리수’도 튀어나온다. 지난 정부 때의 소득주도성장론이 그 전형이다. 소득은 국가 경제와 기업의 성장이 이뤄진 뒤에야 발생한다.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고용은 성장을 가져오는 요인이 아닌, 성장에 따른 결과다.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학자들조차 “마차(일자리)를 말(경제성장) 앞에 둘 수 없다”(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고 일갈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당시 경제 라인들은 최저임금 올리기의 고삐만 더 바짝 죄었다. 문제는 이런 폐해들을 바로잡겠다며 집권한 윤석열 정부도 그릇된 이름 짓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대추구’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동계를 겨냥해 “기득권 유지와 지대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언급했다. 지대추구(地代追求·rent-seeking)란 원래 정상가 이상의 임대료를 받으려는 지주 계급의 행태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로비 등 비생산적 활동을 뜻한다. 그러나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화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든 당사자는 노동계가 아닌 정부와 재계였다. 1996년 노동법 개정과 이듬해 IMF 환란 탓에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소수의 귀족노조가 노동 약자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방치되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지난해 12월 27일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 노동계와 노동계 외 집단 간의 구별 짓기 혹은 갈라치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야당을 상대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권이 제기하고 있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한 내통설’이다. 김 의원은 처음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투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는 뒤늦게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정보는 어디에서 입수하셨는지 의문”이라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도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군불만 때느니 차라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김 의원을 고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자신과 다른 입장을 악마화하는 행태를 두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 부르지 않는다. 심경호 고려대 교수는 저서 ‘동양고전 강의 논어’ 자로편 해설에서 공자의 정명사상과 관련해 조선 전기 학자 김시습의 ‘명분론’을 소개한다. 심 교수는 “김시습은 각자가 명분을 잘 지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주장한다. 이의 바탕에는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해 가치관이 무너지고 명분의 혼란을 겪게 된 현실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김시습의 우려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올해는 올바른 이름 짓기의 정치를 기대한다.
  • [사설] ‘5·18 민주화운동’ 누락한 교과과정 즉각 시정하라

    [사설] ‘5·18 민주화운동’ 누락한 교과과정 즉각 시정하라

    2022 개정 교육과정 어디에도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담기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전 교육과정에서 7차례 명시했던 5·18 민주화운동을 지난해 12월 22일 고시한 사회과 교육과정에 담지 않았다. 내년부터 적용될 초중고교 사회·역사·통합사회·한국사·동아시아사 교육과정 등에 ‘5·18 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소중한 유산인 5·18 민주화운동이 교과과정에서 사라진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부는 즉각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나섰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광주 지역 청년단체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후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 개정 교육과정의 개발을 시작했다”며 책임을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교육부도 이번 교육과정이 구체적 학습 요소를 세세히 담지 말자는 대강화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초안 발표 때부터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빠졌다고 해명했다. ‘4·19 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운동’이라는 서술 안에 5·18 민주화운동도 포함된다는 것인데 군색하게 들린다. 설령 의도적인 삭제는 아니라고 해도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간과한 점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2022 개정 교과과정은 앞서 ‘자유민주주의’ 명시와 ‘성평등’ 용어 삭제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교과서 집필 기준이 좌지우지된다는 의심을 자초한 셈이다. 교육부는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고,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반드시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민주주의 훼손” vs “文 정부 때 결정”… 5·18 교육과정 삭제 여야 책임 공방

    “민주주의 훼손” vs “文 정부 때 결정”… 5·18 교육과정 삭제 여야 책임 공방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표현이 삭제된 데 대해 광주·전남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반발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해당 내용이 교과서에 기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4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민주주의 역사는 퇴색할 것이고 국민은 또다시 분열하게 될 것”이라며 삭제 철회를 요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성명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 삭제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관련 조항이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노골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나섰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미 이 정권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이야기한 인사를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당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생략된 것은 문재인 정권 시기에 결정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윤석열 정부에서 삭제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12월 구성돼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최초 시안에서부터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말 교육부가 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가운데 초중고교 사회, 역사, 통합사회, 한국사, 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 단어가 제외돼 논란이 일었다. 정권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교육부는 의도적 누락이 아닌 교육과정 내용을 간소화하는 ‘대강화’ 틀에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홍재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수학습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강화가 결정됐다”며 “이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같은 개별 사건 서술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광주시교육청과 정치권이 지난해 11월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 이후 5·18 민주화운동 누락에 대응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행정예고를 하고 17개 시도교육청 의견을 청취했으나 광주시교육청 등이 관련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5·18 삭제한 교육과정...대통령실 “문재인 정부부터 결정된 것”

    5·18 삭제한 교육과정...대통령실 “문재인 정부부터 결정된 것”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표현이 삭제된 데 대해 광주·전남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반발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해당 내용이 교과서에 기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4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민주주의 역사는 퇴색할 것이고 국민은 또 다시 분열하게 될 것”이라며 삭제 철회를 요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성명을 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삭제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관련 조항은 원상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도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부가 노골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나섰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미 이 정권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이야기한 인사를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당이 사실 관계를 호도하고 있다며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생략된 것은 문재인 정권 시기에 결정됐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윤석열 정부에서 삭제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인 2021년 12월 구성돼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최초 시안에서부터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말 교육부가 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가운데 초·중·고교 사회, 역사, 통합사회, 한국사, 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 단어가 제외돼 논란이 일었다. 정권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교육부는 의도적 누락이 아닌 교육과정 내용을 간소화하는 ‘대강화’ 틀에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홍재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수학습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강화가 결정됐다”며 “이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같은 개별 사건 서술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교과서에 해당 내용이 실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김영록 지사 ‘5?18 민주화운동’ 제외, 시정 촉구

    김영록 지사 ‘5?18 민주화운동’ 제외, 시정 촉구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22일 고시한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제외된 것에 대해 200만 도민과 함께 강력 규탄하며 시정을 촉구했다. 김영록 지사는 4일 ‘5?18 사회과 교육과정 제외 시정을 강력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역사적 평가를 통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그 숭고함과 역사적 의의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인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을 제외한 것은 5?18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민주주의 정신을 명백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아직 아픔이 아물지 않은 5.18 영령과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시대착오적 처사”라고 평가했다. 또 “고귀한 희생으로 이룩한 5?18 민주화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는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계승을 위해 교육과정 퇴행을 멈추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이후 추진할 교과서 작업에 5.18 민주화운동을 최대한 담아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지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으므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이 명시될 때까지 200만 도민과 함께 지속적인 시정 촉구 활동을 벌이고 미래 세대가 숭고한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갖도록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5·18 민주화운동’ 교육과정 삭제에 광주·전남 반발 확산

    ‘5·18 민주화운동’ 교육과정 삭제에 광주·전남 반발 확산

    지역 국회의원들 긴급회견서 “‘5·18 교육과정 삭제’ 즉각 철회해야” 광주시장·교육감·시의원들 “5·18민주화운동 송두리째 부정한 만행” 교육부가 최근 고시한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이라는 표현이 삭제된데 대한 반발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5월 항쟁’의 중심지였던 광주·전남지역과 정치권, 교육계에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위”라며 ‘5·18민주화운동 교육과정 삭제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4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민주주의 역사는 퇴색할 것이고 국민은 또 다시 분열하게 될 것”이라며 ‘5·18 삭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급기야 이젠 ‘5·18민주화운동’을 교육과정에서 삭제해 더이상 가르치지 않겠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5·18은 또다시 고통받아야 하느냐”며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 오월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삭제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삭제토록 한 책임자는 국민께 사과해야하며, 관련조항은 원상회복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다. 역사는 사실 그 자체”라고 지적하고 “어떤 정부이든 간에 역사에 대한 자기 부정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준엄한 심판만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교과서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한다는 것은 세계지도에서 동해를 지우려는 ‘파렴치한 일본정치인 따라하기’와 다를 바 없다”며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사실이며 5·18 정신은 행동하는 양심의 표본”이라고 강조하고 “민주화 교육이 더는 약화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해 12월22일 확정·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중·고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표현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한국사 교육과정에는 초등 사회에서 3차례, 중학교와 고교 교육과정에서 각각 2차례 등 총 7차례 ‘5·18 민주화운동’이 수록됐으나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 부분이 모두 삭제된 것이다.
  •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5·18 교육과정 명시 촉구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5·18 교육과정 명시 촉구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사회과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이 삭제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교육감은 4일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22일 고시한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시적 표현이 삭제됐다”며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5·18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사실이며 5·18정신은 행동하는 양심의 표본이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특히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여부가 공론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 교육 약화를 초래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역사교육은 명확한 사실에 의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함양하는 차원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시교육청은 개정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서 빠진 5·18민주화운동을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이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함과 동시에 민주화운동 교육이 교과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더 나아가 5·18민주화운동의 전국화와 세계화에 더욱 앞장설 것이다”며 “과거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 5·18정신이 우리 아이들에게서 잊히지 않도록 민주화운동 및 인권·역사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기존 2018 교육과정에 포함됐던 ‘5·18 민주화운동’이란 단어를 일괄 삭제했다. 교육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을 최소화하는 대강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으나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기존대로 사용되면서 5·18만 빠져 반발을 낳았다.
  • [씨줄날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몰락/

    [씨줄날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몰락/

    지금은 지휘자로 더욱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정명훈은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974년 7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일약 2등을 차지한 것이다. 동서 양 진영의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 남북 관계는 1972년 7·4공동성명으로 잠깐 희망을 주었지만,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졌다. ‘공산주의 종주국’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 최고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2등을 차지한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정부는 정명훈에게 김포공항부터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열어 주었다. 오픈카가 서소문을 지날 때 오색 종이꽃이 함박눈처럼 흩날렸고 연도에는 환영 인파가 가득 찼으니 한국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열렬한 환영이었다. 일찍부터 미국에 유학한 정명훈은 미국 국적으로 콩쿠르에 참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국내 언론에 정명훈이 ‘1등 없는 2등’으로 소개된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유신 체제의 언론 정책 당국이 벌인 ‘홍보 조정’의 결과였다. 국내에서는 ‘소련이 한국인에게 1등을 주지 않으려고 장난을 쳤다’는 비판 여론마저 들끓었다. 당시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피아노 부문 1등은 오늘날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소련 출신의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였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경연대회로 꼽힌다. 이 콩쿠르는 그렇지 않아도 냉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58년 제1회 대회에서부터 미국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이 우승한 것이다. 그의 우승은 미국 사회에 한국의 정명훈 열풍 이상으로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감’을 안겨 주었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으니 한국과의 인연은 돌고 또 돈다. 위세를 떨치던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병무청의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엊그제 들렸다. 앞으로는 이 콩쿠르에서 우승해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유네스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서도 퇴출됐다. 말할 것도 없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보면 예술과 정치는 지독히도 얽히고설켜 있다.
  • “소름끼치도록 맞아”…2023년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

    “소름끼치도록 맞아”…2023년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

    16세기 프랑스 의사 겸 점성술사인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의 예언이 2023년 새해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3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노스트라다무스의 2023년 예언을 5가지로 정리해 공개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는 사후인 1568년에 완간됐다. 이 예언서에는 1555년부터 3797년까지의 역사적 사건·대규모 재난 등을 예언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가 예언한 2023년의 모습은 크게 ‘악의 세력’이 벌이는 큰 전쟁, 화성의 빛이 꺼짐, 식인풍습, 마른 땅은 더욱 메마르고, 무지개가 보일 때 큰 홍수가 날 것, 나팔이 큰 불화로 흔들림 등 5가지다.“7개월 간의 큰 전쟁, 악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었다” 매체는 “노스트라다무스는 1555년 942개의 예언이 담긴 예언서를 펴냈다”며 “그의 예언은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40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에 담긴 “7개월 간의 큰 전쟁, 악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었다”는 구절을 언급하며 2023년 ‘큰 전쟁’을 예견했다고 해석했다. 매체는 “이 불길한 예측은 세계를 이끄는 초강대국들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나왔다”고 했다. 이어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절박한 공격일 수도 있고,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으로 인한 미국과 대립일 수도 있다”며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믿는 사람들에게 ‘7개월’이라는 서술은 약간의 위안을 줄 수 있다”며 “핵전쟁이 아닌 재래식 전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밀 값이 치솟으면서 사람들은 그의 동료를 먹을 것이다” 매체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언급하면서 “이 예언이 그에게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마도 그 붉은 행성에 사람을 이주시키려는 그의 꿈은 어떻게든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밀 값이 치솟으면서 사람들은 그의 동료를 먹을 것이다”라는 구절은 경제적 재앙으로 인한 식량 공급망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또한 노스트라다무스는 전세계적으로 식량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식인 풍습’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 이미 천재지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류의 고민이다.‘나팔이 큰 불화로 흔들린다’ 부분과 관련해선 데일리메일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 인구의 다수를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며 “동시에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부를 키운 슈퍼 부자에 대한 경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스트라다무스는 민주주의 국가 독재 국가에서 모두 계급 간 긴장이 커질 것을 예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대생이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이란을 포함해 여러 잠재적 시위를 목격했다”면서 올 한 해 잠재적인 폭동이 다수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물꼬 튼 선거개혁… 4월이 ‘데드라인’

    물꼬 튼 선거개혁… 4월이 ‘데드라인’

    선거가 없는 2023년은 정치개혁의 적기다. 정치개혁의 첫 번째 단추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개헌과 달리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선거법 개정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개혁 수단이다. 국회는 다음 총선을 위한 선거제 개정 법정시한으로, 22대 총선을 1년 앞둔 4월 10일까지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거대 양당 기득권 고착 막아야 선택은 국민에게 달려 있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선거제도가 개편될 수 있다. 국회나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선거제도 개편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고, 선택해야 한다. 서울신문은 2일 전문가 17명에게 정치개혁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정치학자, 전직 국회의원, 정치평론가 등이 제안한 길은 각기 달랐다. 가깝게는 대통령제 안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멀게는 일본식 양원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다당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원내각제 등을 정치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하지만 ‘한국 현실과 맞지 않다’ 혹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떤 방식의 정치개혁이 한국 현실에 맞는지 고민해 보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한국 선거제도의 역사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양당제가 중심을 이룬 만큼 다당제를 기치로 건 제3당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尹 이어 국회의장 “선거제 개편” 선거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해서는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시무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며 “3월 중순까지는 내년에 시행할 총선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 ‘정치개혁 2050’은 소선거구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도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이 방향에 찬성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양당체제, 여야의 지역주의를 타파할 가장 좋은 수단은 중대선거구제”라며 “그러나 현실적인 이익과 손해를 따져 볼 때 양당이 도입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선거 휴지기가 정치개혁 ‘적기’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장을 지낸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는 “연동형 비례제도도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 정당 지지가 국민의 의사를 곧바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비례를 확대한다고 해도 1당과 2당이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은 양당 정당제를 선호하고 있다”며 다당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홍 교수는 “선거구제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에 이용당하는 것이 문제”라며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광역의원을 늘려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이재명 “민주주의 위기 새 희망 만들겠다”…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참배

    이재명 “민주주의 위기 새 희망 만들겠다”…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참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새해 첫 일성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민주당이 나가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잇달아 참배하며 당내 결속을 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타협과 조정을 통한 희망을 만들어내는 일이 많이 사라지고 폭력적, 일방적 지배가 난무하는 시대지만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것이다. 있는 걸 잘하는 건 행정이고, 없는 것도 만들어내며 새로운 길, 새로운 희망 만들어내는 게 정치”라며 “상황이 매우 어렵다. 경제도, 민생도, 민주주의도, 한반도 평화도, 위기라고 불릴 만큼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새로운 길,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게 정치라는 생각을 해야될 때”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역사 발전의 승리, 국민, 민주당의 저력 등 3가지를 믿고 간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함께 승리의 역사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인사회에는 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 대표, 박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등 당내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신년인사회를 마친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민생, 민주, 경제, 평화의 위기를 넘어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길을 열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현충탑과 김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현장에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권노갑 상임고문 등 옛 ‘동교동계’ 인사들과 조우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새해 첫 민생 행보로 서울 용산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족들과 만나 “(국조 특위) 기간 연장은 저희가 책임지고 이뤄내겠다”며 “저희는 공식 요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다음주 중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국회 본회의를 열어 관철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도 “여전히 국가기관이 협조적이지 않다. 국정조사 시간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연장해야 될 테고, 민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와 지도부는 이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2일 오전에는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 ‘대통령의 정당’만 남은 정치… ‘정도’ 걸을 의회주의자 어디 있나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대통령의 정당’만 남은 정치… ‘정도’ 걸을 의회주의자 어디 있나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민주주의는 이익 정치, 정당정치, 의회정치로 작동한다. 사회 속의 다양한 집단 이익이 자유롭게 조직·표출·교섭될 수 있어야 민주사회다. 다원화된 이익과 요구를 공공정책으로 집약해 내는 것은 정당의 역할이다. 이를 입법과 예산으로 숙의·조정해 내는 일은 의회에서 이루어진다. 이익 정치, 정당정치, 의회정치의 긴 과정을 거쳐 적법한 공적 합의가 형성되고 이 기초 위에서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집행 및 산출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그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을까.1 이익 표출의 자율적 기반이 대통령의 ‘법치 명령’에 위축되고 있다. ‘정당의 대통령’은 사라지고 ‘대통령의 정당’이 남았다. 국회는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다투는 공간으로 변질됐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 수반이지만 대내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대통령이 됐다고 입법부를 해산하거나 사법부를 자의적으로 재편할 수 없다. 대통령이 권력을 제한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권위주의라고 하지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는다.2 2017년 1월 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좋은 공약을 했다. “정당이 생산하는 중요한 정책을 정부가 받아서 집행하고 인사에 관해서도 당으로부터 추천받거나 당과 협의해 결정하는, 그렇게 해서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3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언도 좋았다. “이제 정부를 인수하게 되면 윤석열의 행정부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여당의 정부가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공약이나 선언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누구도 ‘민주당 정부’이자 ‘문재인 행정부’, ‘국민의힘 정부’이자 ‘윤석열 행정부’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통령’, ‘국민의힘 대통령’이 되고자 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반대와 갈등을 무릅써서라도 ‘문재인의 정당’, ‘윤석열의 정당’을 만들고자 했다. 3 기업 이익을 대표하는 집단이든 노동자의 권익을 대표하는 집단이든 모두 대통령(실)과 직접 연결되기를 원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는 일상화됐다. 그렇게 해서 양산된 그간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은 ‘대통령 권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이라고 하는, 한국의 이익 정치가 가진 특징을 명징한 거울처럼 보여 줬다. 한국 시민운동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촛불집회도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을 향한 운동이었다. 실제로 집회의 장소나 진행은 대통령 집무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싸움으로 전개될 때가 많았다. 2016년부터는 현직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는 집회와 전직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괴로워하는 집회가 교차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9년에는 대통령을 둘러싸고 지키겠다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동시에 벌어졌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시민운동과 언론, 지식사회를 특징짓는 시대도 지났다.4 집권당 내 지배 분파는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친윤(친윤석열)으로 불리는 대통령 분파들이다. 이들은 당내에서 대통령의 ‘확장된 팔’처럼 기능했다. 야당 역시 집권당이 아닌 대통령과 다투는 것을 최고 전략으로 삼는다. 야당의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는 빈번해졌고, 급기야 2019년에는 야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장기간 단식농성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정당 사이에 정치는 없다. 그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환호와 적대가 정치를 지배한다. 당내 파벌 구조는 진보와 보수, 노동과 자본, 성장과 복지, 환경과 경제 발전 같은 가치를 매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대통령이나 당대표와의 사적 거리감으로 나뉜 파벌이 짧은 주기로 명멸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이름에 친(親)·비(非)·반(反)을 붙여 온 관행은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 5 혹자는 ‘3김 정치’가 그런 정치 아니었느냐며 이 모든 게 3김 정치에서 비롯됐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다르다. 기본적으로 3김 정치는 정당이 중심이 된 정치였다. 3김은 정당에서 성장했다. 당내에서 경력을 쌓고 당내에서 세력을 형성해 온 정치인이었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정당 정치인이었다. 정당의 경력만큼이나 그들이 운영해 온 당내 파벌의 역사도 길다. 지역이 중심이 된 지지 기반도 안정적이었다. 대통령이 된 다음 그들은 ‘당정분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당에 미치는 영향력을 절제했다. 대통령제 폐지와 의회중심제로의 개헌을 주장한 3김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의회주의자였고 정당주의자였다. 그들이 정치할 때는 정당도 국회도 자율성을 상실하지 않았다. 정당과 정당 파벌이 대통령을 만들었지, 대통령이 돼 정당을 만들고 파벌을 만든 게 아니었다. 이제는 그런 정도의 정당정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6 우리 국회에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은 정당의 의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의제다. 국회법의 ‘교섭단체(정당) 간 협의’ 조항은 이 지점에서 기능을 멈춘다. 모두가 대통령 의제를 두고 필사적으로 싸운다. 이런 현상은 2007년 말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당이 2008년 총선에서 압승해 18대 국회를 주도하면서 본격화됐다. ‘입법 100일 작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의 관심 사안을 두고 여야 모두 힘으로 돌파하고 힘으로 막는 것이 일상이 됐다. 대통령이 국회나 정당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나 정당을 압박하고 제압해 행정부를 운영하고자 하면서 동원된 담론은 ‘국민 직접소통’과 ‘직접민주주의’였다.7 대통령들은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를 우회해 대중 여론을 직접 동원하고자 할 때마다 이를 국민의 뜻이고 직접민주주의의 한 방식이라며 정당화했다. 2015년 10월 어버이연합, 자유총연맹, 재향경우회 등 190여개의 보수 시민단체는 현직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국회의 기득권 세력이 방해한다며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국민소환, 국민에 의한 국회 해산과 같은 직접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이 주도한 2016년 1월 18일 ‘민생구하기입법촉구천만인서명운동’에는 대통령도 참여했다. 국민을 앞세우는 청원과 직접민주주의를 문 전 대통령만큼 애용한 대통령도 없다. 국회 해산이 공공연히 주장될 정도로 정당·의회 정치의 상황이 극단적으로 나빠진 것은 이때였다. 그때마다 국민주권, 민심, 국민 직접 소통이 강조됐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을 넘어 국민 참여예산제 도입도 주창됐다. 민심을 반영한다며 국민선거인단과 여론조사를 통해 당의 중요 결정이 이루어졌고, 아예 정당을 직접민주주의 기구로 개혁하고자 했다. 정당 스스로 정당이 필요 없는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다. 8 정당과 의회, 노동조합과 기업가단체, 언론과 지식인의 자율적 역할을 부정하거나 만들 수 있는 국민의 직접 의지가 있다 해도 그것이 민주주의의 건강한 기반은 될 수 없다. 이익 정치, 정당정치, 의회정치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국민의 직접 의지는 필연적으로 대통령이라고 하는 최고 권력자로 몰릴 수밖에 없다. 흥분한 소수 지지자 집단들이 편을 나눠 적폐와 국민의 적을 찾아다니는 일도 피할 수 없다. 시민단체를 대통령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팬덤 정치의 대행자로 만들고, 의원들을 여론조사 수치가 높은 권력자를 따르도록 계통도 없이 분해시키는 일도 필연적이다. 정당 안에서 신망을 얻는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없고, 국회에서 여야 협상과 조정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한 의원들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일도 불가능하다. 여론을 양분시켜 한쪽에서는 적대의 대상이 되고 다른 쪽에서는 복수 의식을 자극하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도 된다. 9 이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은 정당과 의회에서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당 밖에서 자신만의 열혈 지지 집단을 만들어 당에 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 됐다. 자신만을 위해 헌신하는 팬덤이 없으면 정당을 장악하기도, 대통령이 되기도 어렵고 대통령이 돼서도 국회와 여론을 지배할 수 없다. 4000만 유권자 모두를 위한 정치 같은 것은 없다. 그보다는 4000만명의 1%에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40만명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들만 있으면 정당의 후보 경선은 물론 당내 권력 통제도 쉽게 할 수 있다. 모든 열정이 대통령직을 향해 분출하는 현상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익 정치의 자율성을 위협하는 것도 문제고, 정당과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대의 기능과 갈등 조정 및 사회 통합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하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 중심의 정치 양극화 현상이 대통령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여당 안에서 자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빠지는 것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정치와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 임기 말이 되면 퇴임 후의 안전장치를 고심해야 한다. 10 팬덤이 주도하는 양극화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여야 사이에서 합의의 기반을 제도화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절대로 공존할 의사가 없는 양극단의 상호 반대는 정당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당론의 교과서를 만든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의 개념을 빌면 양극단의 팬덤은 “쌍무적 반대파(bilateral oppositions)”다. 이들은 거울 이미지로 상대를 본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집단으로 상대를 정의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서로에 대해 “양립 불가능한 대항적 반대파(counter-oppositions that are incompatible)”다. 이들이 정치를 정당 사이뿐만 아니라 정당 내부를 적대 상황으로 몰고 간다. 11 정당이나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념적이든 정책적이든 차이가 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차이와 이견, 갈등, 협상, 조정, 타협은 인간 정치의 본질이자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행위 규범이다. 정당들이 다르다고 양극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의견이 형성되는 방법이 어떠하냐에 따라 민주주의에서 차이는 사회를 더 넓은 통합의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 통합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를 분열시킬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옳고 그름의 전선(戰線)’으로 치환해 상대를 배제하려는 양극화 정치냐, 좀더 나은 것 내지 좀더 바람직한 것을 두고 경쟁하는 다원적 정치냐의 차이에 있을 뿐 갈등과 차이 그 자체가 문제인 적은 없다. 12 한국의 정당정치는 이념적 분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당일 때는 여당스럽기만 하고 야당일 때는 야당스럽기만 해서 문제이지, 이념적 헌신성이나 가치에 대한 신념 때문에 정치가 나빴던 적은 없었다. 유권자들도 다르지 않다. 중도 성향이랄까 중산층 지향적이랄까 하는 성향에서 한국 정치를 능가할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는 한국의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급격한 자본주의 산업화를 하는 과정에서 중산층 중심 사회를 만든 것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들어와 대학 교육이 보편화됨에 따라 교육받은 고학력 중산층이 다수인 사회가 됐다. 중산층의 주거 형태를 상징하는 ‘아파트 공화국’이나 대기업과 공기업 노동자가 중심이 된 ‘중산층 노조 운동’이라는 용어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한국의 유권자는 적어도 사회경제적 이슈에선 지극히 현상유지적이다. 그들은 늘 발전하고 성장하는 경제를 원한다. 이념적으로는 스스로 중도라는 것을 과도할 정도로 떳떳하게 표방한다. 13 한국 정치는 다원주의의 부족 때문에 고통받지, 이념적 분화가 심해져서 고통받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치에 있는 것은 반이념적 양극화에 가깝다. 누군가를 ‘종북 좌파’, ‘보수 꼴통’, ‘반미’, ‘친일’로 규정하는 것은 이념적 차이를 합리적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상대를 ‘이념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해 부당한 권력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극단적 여론 동원 정치에 가깝다. 사태를 이렇게 보면 팬덤 정치나 정치 양극화는 권력 자원의 독점화를 지향하는 것에서 비롯되고, 이는 가치나 이념의 다원화보다는 그 결핍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념적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이념이 정당정치의 특징을 유형화하는 기능을 하지 못해서 문제고, 공론장에서의 논의를 풍요롭게 하는 가치, 신념의 다원적 표출을 어렵게 해서 문제다. 14 이념이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와 관련해 바람직한 가치판단을 이끄는 비전이자 세계관이다. 정당을 가치나 이념, 비전과 세계관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 그 결과 남은 것은 선거 승리와 권력 쟁취에 대한 적나라한 도구로서의 파당뿐이다. 사회 균열을 대표하고 표출함으로써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의 지위를 둘러싸고 배타적인 경쟁만 남게 되면 상대의 존재와 인식의 모든 것을 불온시하는 반다원적 열정이 정치를 지배하게 된다.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팬덤 정치는 선거 승리에 모든 것을 거는 무이념의 정당정치가 만든 괴물이 아닐 수 없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데스크 시각] SCMP와 백지시위/이제훈 신문국 에디터

    [데스크 시각] SCMP와 백지시위/이제훈 신문국 에디터

    중국의 내면을 정확히 읽으려면 1903년 창간된 홍콩의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중국명 南華早報)를 봐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중국 내 언론이 대부분 관변 언론인 만큼 중국 내부의 다양한 취재원을 바탕으로 정확한 보도를 하는 SCMP를 봐야 이해할 수 있다는 찬사였다. 그런데 2015년 12월 중국의 인터넷 거인 알리바바가 SCMP를 인수한 뒤부터 SCMP 편집국 내부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에서 건너온 친중국 성향을 보이는 기자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보도 내용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성향이 맞지 않든, 개인적 이유이든 유능한 기자가 하나둘 SCMP를 떠나던 시기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던 것. 2020년 5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 대신 만든 이 법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홍콩에서의 정치적 자유를 말살하는 법이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중국 본토가 직접 홍콩 법률 제정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홍콩 자치정부가 보안법 도입을 위해 나섰다가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것을 전인대가 직접 해결한 것이었다. 전인대라는 매개체를 거쳐 중국이 홍콩을 장악하는 동안 SCMP에서도 조용한 진압이 이어지고 있었다. 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시위를 ‘항의’(protest), ‘시위’(demostration)가 아닌 ‘폭동’(riot)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기사를 작성해 달라는 회사 고위층의 주문이 공공연하게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를 참지 못한 일부 기자는 항의성 사표를 냈다. 일부는 ‘폭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저항했다. 일레인 찬 등 2명의 기자도 이런 움직임에 가담했다. 지난해 8월 이들이 출간한 ‘라이의 두 측면들’(Two sides of a Lie)은 바로 SCMP 편집국과 홍콩에서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1877년 창간된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2017년 2월 자사의 슬로건으로 ‘민주주의가 암흑 속에서 죽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를 채택했다. 140년이 넘는 이 신문 역사상 슬로건이 채택된 것은 처음이었다. 워싱턴포스트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한 것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행적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를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사람은 지금 민주주의가 암흑 속에서 죽는다고 믿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어떤 기관은 빛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슬로건 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에서 정치적 자유가 사라지거나 미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정치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서 봉쇄정책을 더이상 참지 않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시진핑 퇴진’을 외치거나 ‘백지시위’를 벌이는 것도 중국 정치의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부분적인 방역 통제 해제 등으로 민중의 불만을 일단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지만 영원히 감시와 통제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어쩌면 백지시위는 성장 위주로 이뤄진 중국 사회에서 이루지 못할 완전한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아주 작은 목소리일 수도 있다. 중국 사회의 모순은 단시간 내에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갈등과 불만이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민중의 저항도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의 실패가 계속되면 저항의 문턱만 높이고 반감만 살 뿐이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소셜미디어는 아예 없는 게 낫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고한다/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소셜미디어는 아예 없는 게 낫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고한다/오터레터 발행인

    팬데믹·테크버블·전쟁과 독재 속테크놀로지 파워는 깊숙이 개입 가짜뉴스 등 분명한 폐해 있지만일상이 된 SNS와 분리는 불가능 결함 고쳐 나가는 민주주의처럼고쳐서 더 나은 도구로 만들어야매달 테크와 미디어에 관한 칼럼을 서울신문에 연재한 지도 어느덧 4년 반이 됐다. 이 칼럼을 처음 시작했던 2018년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였고 소셜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하는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은 과학자들의 경고였을 뿐,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될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던 시점이었다. 테크 버블에 대한 경고도 다르지 않았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테크 산업에 대한 기대가 날로 커지면서 “버블 붕괴는 반드시 온다”라는 업계 베테랑들의 경고는 무시됐다. 20, 30대 투자자들은 1990년대 말에 일어난 닷컴 버블이 터진 2001년을 알지 못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다만 종종 운(韻)을 이룬다”라는 말이 있다. 기계적인 반복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같은 주제를 유지한 채 약간 변형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의 투자는 얼어붙었고, 팬데믹 기간 중에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폭락하고 있고 많은 투자자들이 그 기업들의 부풀려진 가치를 맹목적으로 신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계의 공룡들이 1990년대 말의 닷컴기업들처럼 펀더멘털도 없는 뜬구름인 것은 아니다. 국제 정세도 다르지 않다. 1990년대 초에 나온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책 ‘역사의 종말(종언)’ 이후 유럽 대륙에 전면전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가 거둔 승리는 최후의 승리이며 앞으로 세상에는 평화와 안정이 지속될 거라는 후쿠야마의 예측은 많은 비판과 조롱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 대륙에서 미사일이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하고 탱크와 장갑차가 휩쓸고 다니는 일을 상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러시아의 푸틴은 2월 24일 새벽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역사의 종말’이라는 행복한 꿈은 그야말로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줬다. 이런 일은 많은 이들에게 역사는 반복된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푸틴의 전쟁은 20세기 중반에 일어났던 일의 반복이 아니며 3차 세계대전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발발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다른 나라들이 참전할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전투는 오로지 침략한 러시아와 방어하는 우크라이나 사이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2차 대전 때의 나치 독일과 달리 푸틴의 군대는 다른 나라로의 확전은커녕 점령한 일부 영토에서도 쫓겨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아무도 러시아를 군사 ‘대국’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국제 정세를 20세기 중후반의 냉전과 비교한다면 유사점은 훨씬 더 많이 보인다. 물론 21세기 냉전에서 미국의 대척점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고, 그 주제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독재정치)의 대결에 가깝지만 세계 최강대국 두 나라가 패권을 두고 대결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선택을 강요하는 형태는 20세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이들의 편가르기에 테크놀로지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기업들의 영역 구분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온라인 공간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서구와 정부의 강력한 검열과 통제가 일상화된 권위주의 국가들로 갈라지는 모습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을 넘어 정보통신 기술 전반의 분리로 이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 세계가 팬데믹에 돌입하고 소셜미디어의 파워에 맞서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온라인 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허용치, 혹은 역치(値)가 다르다는 사실도 자명해졌다. 그리고 이런 차이점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온라인에 퍼지는 가짜 뉴스로 인해, 그리고 정치학자들이 21세기의 특징적 현상으로 부르는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이 몹시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에 반해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일사불란하고 가차없는 정책 이행으로 상대적으로 더 나은 대처를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권자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실수를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시스템의 차이는 분명해졌다. 중국은 서구의 앞선 백신을 거부하고 효력이 떨어지는 자국의 백신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팬데믹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오래 겪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 분노에 밀려 급작스럽게 정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언론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러시아에서 푸틴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벌써 10만명에 가까운 젊은 남성들이 의미도 명분도 없는 전쟁에서 죽어 나가고 있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비극 속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자유 민주주의는 인류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가장 나은 제도라는 사실이다. 그 제도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때때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국민이 피를 흘리지 않고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등장과 함께 전 세계 민주주의에 경고를 보낸 트럼프가 두 번의 청문회와 선거 패배로 물러났고, 이제는 의회 조사를 통해 사법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부자였다가 극우 세력과 손을 잡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거품이 꺼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를 위협하던 세력이 고전하는 모습에서만 희망과 교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세상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고, 우리는 시스템의 결함을 수정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참여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누가 내게 지난 4년 반 동안 서울신문에 연재한 칼럼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칼럼을 꼽으라면 지난해 3월에 쓴 ‘루시 그레코와의 대화’를 꼽겠다. 미국에 사는 한 시각장애인 여성이 한국의 LG 세탁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세탁하는 기술은 발전했지만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더 힘들어진” 사실을 이야기한 것을 발견하고 LG전자에 이에 대한 수정을 제안하는 공개편지의 형식으로 쓴 칼럼이다. 나는 그레코라는 사람을 알지 못했지만, 그가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관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영상 중 하나가 내가 자주 들어가는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인기를 끄는 바람에 사연을 알게 됐다. 우리 주변에 흔하지만 간과되는 이 문제를 독자와 LG전자에 공유하려고 칼럼을 썼고, 이를 읽은 기업 측에서 그레코와 직접 만나 불편 사항을 듣고 제품 개선에 나섰을 뿐 아니라 앞으로 설계되는 전자 제품에도 여기서 얻은 교훈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사실은 내가 지난 연재 중에 가장 많이 비판한 주제가 소셜미디어였는데 내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칼럼을 쓸 수 있게 해 준 것도 소셜미디어였다는 것이다. 2022년을 보내는 시점에서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만큼 소셜미디어는 우리 생활에서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인류 생활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를 잘 활용하고 단점을 고쳐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지 단칼에 없애버릴 꿈을 꾸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결정을 기업에 맡겨 두고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안 되는 일이다. 무한히 커지는 기업의 힘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재이며, 따라서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미국 정부가 ‘트러스트’라 불리는 독점 기업집단을 해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21세기 인터넷의 이기(利器)들은 내버려두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개입해서 더 나은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 제도와 다르지 않다. 2022년이 우리에게 보여 준 게 있다면 인류사회는-적어도 일정 수 이상의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면-이런 작업을 해낼 능력을 갖고 있다는 희망이다.
  • 금천구의회, 내년 예산안 350억원 삭감…유성훈 구청장 “대안 없는 일방 삭감 우려”

    금천구의회, 내년 예산안 350억원 삭감…유성훈 구청장 “대안 없는 일방 삭감 우려”

    서울 금천구가 2023년 예산안에 대한 금천구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구의 많은 주요 사업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한 입장문을 22일 발표했다. 금천구의회는 지난 21일 제240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2023년 예산안에 대해 구 역사상 최대 규모인 350여억원을 삭감한 채 예산을 확정했다. 삭감된 예산은 ▲주민 참여를 위한 협치 ▲주민 안전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주민 복지 ▲금빛공원 열린 광장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 ▲반려동물 복지센터 구축 등 주민 삶의 질 향상과 구 발전을 위해 추진할 주요 사업예산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예산 삭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구민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명확한 기준이나 정책 대안이 없는 일방적인 예산 삭감의 피해가 고스란히 구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에 마음이 무겁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구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을 서비스하는 공공기관의 책무를 다할 것이며, 또 다른 대안들과 더 나은 정책들로 주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2023년도 예산안 통과에 대한 금천구 입장문 전문이다.<2023년도 예산안 통과에 대한 금천구 입장문> 존경하는 금천구민 여러분! 금천구청장 유성훈입니다. 제240회 금천구의회 정례회 회기 동안 이루어진 예산 심의과정에서 금천구의 많은 주요 사업들이 삭감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구청장으로서 구민 여러분께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금천구 역사상 최대 규모인 350여억원의 내년도 예산이 사유도 불분명한 채 삭감되어 지난 21일 금천구의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예산안 심의는 금천구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의회는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살펴볼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예산심의 과정이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한 꼼꼼한 심의였는지, 사업의 시급성과 우선순위가 고려되었는지, 지역발전과 구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올바른 판단이었는지, 그 결정과 방향성에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명확한 기준이나 정책적인 대안이 없는, 일방적인 예산 삭감의 피해가 고스란히 구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가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먼저, 주민 참여를 위한 협치 예산과 주민 안전 예산이 삭감되었습니다. 협치는 정치적 이념을 넘어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과 문제들을 주민이 결정하고 해결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의 심의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민자치 예산과 협치 정책 예산이 대부분 삭감되어 어렵게 만들어온 금천구의 주민자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 금천형 협치제도 운영비 1억 5000만원 전액 삭감, 25개구 공통 주민 수혜 예산인 새마을장학금 지급 1000만원 전액 삭감, 자치회관 운영비 79000만원 삭감) 또한, 안전사고는 사후 조치보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던 다수의 안전 예산이 삭감되었습니다. 자치회관 체력단련실의 노후된 운동기구와 장비들을 교체하고 보강하여 시설 이용 주민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했던 노후장비 교체 예산이 삭감되었고, 어린이 교통안전체험관 건립 예산 전액 삭감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교통안전 교육과 체험형 실습 기회 제공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재난 및 안전관리를 위한 지역특화 스마트도시 모델을 설계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스마트도시 금천을 구현하고자 했던 시도도 좌절되었습니다. (※ 자치회관 체력단련실 노후장비 교체 5600만원 삭감,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관 7억원 전액 삭감, 재난 및 안전관리를 위한 스마트도시 마스터 플랜 연구 용역비 1억 5000만원 삭감) 둘째, 금천의 미래세대 예산과 복지 예산이 삭감되었습니다.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한 금천미래장학회 운영과 미래직업체험관 구축, 금천교육복합센터 건립, 시흥4·5동의 청소년 독서실 공사비용 관련 예산도 삭감되었습니다. 금천의 미래세대를 위한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 예산을 포기하는 작금의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 금천미래장학회 운영 지원 10억원 삭감, 메타버스 미래직업체험관 조성 2억 2000만원 삭감, 금천교육복합센터 건립 223억원 삭감, 시흥4·5동 청소년 독서실 리모델링 등 6억 3000만원 삭감) 또한, 중장년 세대의 취업과 인생 재설계를 지원하는 50플러스 센터의 지원도 축소되어 복지 정책의 후퇴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금천 50플러스센터 운영 1억원 삭감) 셋째, 금빛공원 열린 광장 조성 예산 45억원이 삭감되었습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주민 참여와 서울시 협의 등의 숙의 과정을 거쳐 진행 중이던 금빛공원 열린 광장 조성 예산 삭감으로 공원부지가 허허벌판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업에 차질은 물론이고 인근 거주자 보행 불편 문제와 장기간 사업대상지를 이용하지 못한 시흥1동 일대 주민들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금빛공원 열린광장 조성 공사비 및 감리비 등 45억원 삭감) 넷째, 금천의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예산이 삭감되었습니다. 금천의 미래인 G밸리의 발전을 이끌어낼 금천산업진흥원과 관내 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을 풀어주고, 해외 판로개척을 지원하려던 각종 기업지원 예산들도 모두 삭감되었습니다. 지역 경제 발전 저하가 우려됨은 물론이고,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우리구의 노력과 시도들조차 무산되었습니다. (※ 금천산업진흥원 설립계획 수립 용역 9600만원 삭감, 전통시장 온라인 역량강화 및 판매 촉진 인프라 지원사업 9000만원 삭감, G밸리 B2B 기업매칭 지원사업 1억원 삭감, 기업체 해외 판로개척 지원 방문 예산 등 6300만원 삭감, 기업지원센터 리모델링 비용 1억 2000만원 삭감 )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복지센터 구축 예산과 대외 협력 예산, 그리고 공공데이터 분석 용역비가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반려동물 복지센터 구축을 위한 예산이 삭감되어 기 확보된 시비 보조금 1억 5000만원을 반납하게 되었습니다. 구민과의 약속인 반려동물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확보된 외부재원을 포기하여 신뢰성마저 잃어버리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또 다른 외부재원 확보 시에도 우리구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반려동물 복지센터 구축 비용 구비 3억원 삭감, 시도 보조금 1억 5000만원 세입 삭감) 대외 협력 분야 예산도 삭감되어 금천구의 대외적 활동이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추진되지 못했던 국내외 우호도시 상호 교류를 통한 대외 협력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우리구의 대외적인 위상 추락이 우려됩니다. (※ 국내외 교류도시(기관) 방문 등 예산 2000만원 전액 삭감) 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정부 추진사업으로 권고하는 데이터 기반 행정 및 공공데이터 분석 용역비는 「2023년 데이터기반 행정 실태점검」과 「2023년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 실태평가」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향후 정부 평가에서 금천구는 권고 사업 미이행으로 ‘미흡 평가’를 받는 결과가 예견된 상황입니다. (※ 데이터기반행정 및 공공데이터 분석 용역비 5000만원 전액 삭감) 존경하는 금천구민 여러분! 예산안은 우리 금천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지도이고, 구정 운영의 설계도입니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들은 모두 주민의 복지와 안전, 그리고 금천의 발전을 위해 쓰일 소중한 예산들이었습니다. 주민 여러분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지만, 금천구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구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을 서비스하는 공공기관의 책무를 다할 것이며, 또 다른 대안들과 더 나은 정책들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와 금천구의 1000여 공직자는 정치적인 입장을 우선시하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인 금천구의 새로운 도약은 물론 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행정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주민 여러분께서도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으로 금천구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동반자가 되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2월 22일 금천구청장 유성훈
  • [황성기 칼럼]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논설고문

    [황성기 칼럼]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논설고문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여러 가지 지표들을 보면 대한민국은 영락없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다.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8위가 된 건 2021년 일이다. 빈부격차가 커진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1950~60년대에 비해선 풍요해졌다. 문재인 정권은 선진국 진입이 그들의 치적인 양 자랑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박정희 시대부터 민간과 기업, 정부의 피와 땀과 눈물이 거둔 결실이다. 가리키는 지표는 분명히 선진국 같지만 어딘가 찜찜하다. 과연 그럴까. 서울신문은 올 1월부터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기초과학, 원천기술, 경제체력, 금융, 외교, 정치, 언론 등 총 12개 분야의 전문가에게 이 화두의 해답을 구했다. 결과는 양적으로, 그리고 수치로는 선진국에 들었지만 질적으로, 내용상으로는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친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었다. 기초과학 성장은 눈부시다.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20년 기준 94조원이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다. 인구 1인당 연구개발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논문 발표량도 세계 12위 수준이다. 하지만 과학연구의 질적 수준과 인류 기여 관점의 간접적 척도인 논문의 피인용 수는 7.57회다. 세계 34위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세계 수준이지만 이렇다 할 원천기술이 없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과학 역사가 짧고, 단축 성장 속에 남의 연구를 따라간 결과다. 인터넷, 리보핵산백신을 개발한 미국 고등국방연구소(DARPA) 같은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 산실이 우리에겐 없다. 인구 5000만명을 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뿐이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를 보내고 내년 1% 성장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한국의 경제체력 미래는 밝지 않다. 금융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좋아졌다고들 하나 여전히 관치금융이다. 신용을 남발하고 부실을 양산하며 자산시장의 거품을 야기하는 체질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화물연대의 정치 파업에서 겪었듯 노동법, 노동시장, 노사관계는 한참 뒤처져 있다. 단 한번도 노동개혁에 성공한 적 없는 노동 후진국이다. 외교 역량 또한 성장했다. 무역규범 수립, 기후변화 대응, 국제평화 유지, 개발도상국 지원 같은 분야에서 선진 외교 패턴에 접근하고 있다. 연성국력(Soft Power)은 세계 13위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 캐나다와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외교 소국으로 분류된다. 정치는 국민 체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세계 167개국 민주주의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16위다. 21개국만 포함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정치학과 조사에서는 180개국 중 상위 10%에 속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진영 논리가 판치고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기득권 세력이 아니면 정치판에 끼지 못한다. 역동성을 잃고 저질 정치의 수렁에 빠진 한국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선거 과정의 다원주의, 시민 자유, 정치 문화 등은 개선됐다. 그러나 기득권 양당 체제와 제왕적 대통령제에 발목이 잡혀 정치 발전은 정체됐다. ‘87년 체제’에 빠져 갈등이 점점 커지는 대한민국이다. 한강의 기적도, 민주화도 선진국의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겸허해졌으면 한다. 이태원 참사에서 경험했듯 안전조차 선진국에 크게 미달한다. 그렇지만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갈 기반은 갖춘 우리다. 전통적인 경제·사회·문화 선진국에 도달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일상화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동력은 정치에 있다. 정치 수준을 높이고 저질 정치인을 가려 내는 역할은 투표권을 쥔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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