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민주주의 역사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한국철강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모하메드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대전지검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홍준표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901
  • [서울광장] 파사현정 드라마의 해피엔딩/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파사현정 드라마의 해피엔딩/박홍환 논설위원

    간혹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현실을 직시할 때가 있다. 최근 흥미롭게 시청한 중국 드라마 한 편도 그중 하나다. 중국 무협소설의 거장 진융(金庸) 원작의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 2019년판이다. 거의 5년 주기로 리메이크되는 인기 드라마인데 이번에는 총 50부작으로 제작됐다. 중원 무림의 6대 명문정파와 명교 등이 힘을 합쳐 원나라의 폭정을 끝장낸다는 설정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주인공인 명교 교주 장무기와 수하 고수들이 대업을 완수한 뒤 황궁에서 황상을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 장면이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해 가며 설명하면 이렇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니 황상에 앉아 어진 정치를 베풀라는 수하들의 간청에 장무기는 무림의 보도(寶刀) 도룡도를 꺼내들고 외친다. “부귀공명은 뜬구름과 같거늘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일이 고달픈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고작 저깟 의자 때문이었나?” 그러면서 수하들에게 이 같은 다짐을 받는다. “앞으로 누가 새 황제가 되든 백성을 위하지 않는다면 명교가 그를 심판할 것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대업을 이룬 후 평민으로 돌아가는 해피엔딩이 신선하다. 이런 멋진 장면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올해 초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우리 드라마 킹덤에도 비슷한 엔딩 설정이 나온다. 역병환자(좀비) 떼와 외척을 물리친 왕세자가 자신을 위해 준비된 왕위를 뿌리치고 떠나면서 시즌2가 막을 내린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 않으냐’라는 관람평도 있긴 하다. 혁명의 대업은 결국 권력을 잡기 위한 것이고, 그런 사례들은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멀리 되짚을 필요도 없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탄생한 제2공화국의 민주주의를 ‘혼란’으로 규정하고 5·16 정변을 일으킨 군부세력은 주동자인 박정희 소장을 대통령에 옹립하고, 권력을 독차지하지 않았는가. 그나마 박 전 대통령은 파사현정을 빙자한 정변이 부끄러웠는지 한때 군대 복귀를 고민했다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전두환 신군부’ 또한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혼란을 바로잡겠다며 군대를 투입하고, 광주에서 수많은 국민을 학살하고도 뻔뻔하게 권좌에 올라 12년을 철권통치했다. “사악한 무리가 못된 군주를 세운다면 어떻게 하느냐. 백성에게는 성군이 필요하다”는 수하들의 논리를 전두환·노태우는 기뻐하듯 수용했을 것이다. 서글픈 결말이다. 무협소설 의천도룡기는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 번역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의 86세대 청년들에게 널리 읽혔다. 무협과 사랑,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 등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어 탐독했을 게다. 소설 속에서 항몽의병전을 이끈 명교의 교리는 단순하다. 악을 없애고 선을 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명교 신도는 관리나 군주가 돼서는 안 된다거나 대업을 완성한 후에는 평민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령 비슷한 것도 내세웠다. 초야(草野)에 있어야 백성을 위해 정부를 감시·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무기의 황위 거절 논리도 여기서 출발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 보자. 제21대 국회에도 시민단체출신이 많이 진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의 11%인 19명이 시민단체 출신이다. 청와대나 행정부에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여럿이다. 그들 중에 1980년대 의천도룡기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시민단체 경력을 앞세운 인사들이 줄줄이 정치에 입문했다. 감시와 대안 제시의 한계를 벗어나 직접 세상을 바꾸겠다는 게 보편적인 정계 진출 변이다. 30여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을 펼친 윤미향 의원도 비슷한 논리로 금배지를 달았다. 시민단체, 언론 등은 기본적으로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회랑 비슷한 만큼 시민단체 인사들의 정계 진출을 문제 삼긴 어려울 것이다. 하나 소속 정당이 여당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감시자가 피감시자로 바뀌는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되자 기어코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의원 폭로에 나선 게 아닌가 싶다. 시민단체 활동이 정계 진출을 위한 교두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욕망을 감추지 못하고 교주인 장무기에게 황실 입성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주원장(훗날 명나라 태조)의 모습은 그지없이 추해 보였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누구라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그 어떤 논란도 없지 않겠나. stinger@seoul.co.kr
  • 탈북민단체 “밤늦게 파주에서 대북전단 살포”주장…경찰 “흔적없어”

    탈북민단체 “밤늦게 파주에서 대북전단 살포”주장…경찰 “흔적없어”

    탈북민단체가 22일 밤 11시~12시 경기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밝혀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측은 23일 낸 보도자료에서 “6명의 회원들이 22일 밤 11~12시쯤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진짜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사진·동영상 등의 저장 장치) 1000개를 20개의 대형애드벌룬으로 북한에 기습 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경찰의 감시를 피해 아주 어두운 곳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면서 “나는 경찰에서 계속 추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대북전단 살포에 아마추어 회원들을 교육시켜 실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수소가스 구입이 어려워지고 갖고 있던 수소가스도 모두 압수당해 17배 비싼 헬륨가스를 구입해 대북전단을 날렸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접경지역에서 24시간 경비 체제를 가동한 경찰 측은 이들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사실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군 관계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 등 자유북한운동연합 측은 보도자료에서 “약자이고 피해자인 탈북민에게는 입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하려는 여기가 서울인가 평양인가“라면서 “2000만 북한인민의 자유해방을 위한 투쟁이기에 죽음도 감옥도 두려움 없이 대북전단은 계속 북한으로 날려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아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전단을 날린 후 낸 보도자료 전문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 6명의 회원들은 6월 22일(월요일) 밤 11~12시경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6.25 참상의 진실”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진짜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20개의 대형애드벌룬으로 북한에 기습 살포했습니다. 얼마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북한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쓰레기, 민족반역자 ‘탈북자’를 거론하며 노동신문 전면에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을 ‘최고 존엄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패륜망동’이라며 비난했습니다. 21세기 지구촌 어디에 백주대낮에 고사기관총으로 인민을 공개처형하고 정치범수용소에서 때려죽이고 굶겨 죽이는 극악한 만행을 즐기는 김정은 같은 야만이 존재하는가? 이런 인간백정과 4.27 판문점 합의니 9.19 비무장지대 선언이니 김정은이 마치 핵을 포기하는 듯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위선자 문재인, 정의용, 서훈! 굶어죽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 한성옥, 김동진 모자 아사에 사람이 먼저니 인권변호사니 하는 문재인이 단 한번 사과라도 했는가? 목숨 걸고 자유 찾은 탈북청년들을 살인자들로 둔갑시켜 눈 가리고 북한으로 보내 공개처형 시킨 세기의 야만이 언제 대한민국에서 있었던가? 잔인한 가해자 위선자에겐 그토록 비굴하면서 약자이고 피해자인 탈북민들에겐 악마의 비위에 거슬린다고 입에 자갈물리고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하려는 문재인 종북좌빨독재정권, 여기가 서울인가 평양인가? 현대판 수령의 노예로 전락한 무권리한 북한인민이라지만 진실을 알 권리마저 없단 말인가? 눈과 귀를 3대세습 수령에게 빼앗기고 거짓과 위선에 속고 있는 북한의 부모형제들에게 사실과 진실만이라도 전하려는 탈북자들의 편지 대북전단이 어떻게 남북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단 말인가? 대북전단에 독약이 묻었는가? 폭탄이 들어있는가? 우리 국군장병들의 GP에 고사기관총을 쏴 갈기고 4.27 평화공조의 결과물이라고 치장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야만이 김정은 인가 박상학 인가? 대북전단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부흥발전 알리고 거짓과 위선으로 온갖 살육만행을 저지르는 악마 김정은을 비판하는 대북전단이 어떻게 우리의 안보를 위협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졌다 도적이 경비원의 목을 잡고 도적이야 고함치고 살인강도가 경찰을 고소하고 잔인한 거짓위선자에게 사실과 진실을 말하는 탈북자들이 저주받고 있다. 인권변호사,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대통령은 악마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변호사, 수령독재의 가장 가혹한 피해자 탈북자들은 북한이 싫어서 온 이방인일 뿐이다. 우린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나치 히틀러와 영국 체임벌린 수상이 평화협정 맺었다고 평화가 왔는가? 김씨왕조와 대한민국 통치권자들이 그토록 많은 평화공조, 협약을 맺었는데 단 한 번도 지켜진 적 있고 단 한순간도 평화가 왔단 말인가? 우리의 앞에는 김정은이라는 잔인한 원수가 있고 주적의 시다바리로 전락한 문재인정권이 뒤에서 협박하고 있지만 거짓과 위선에 사실과 진실로 싸우는 탈북자들의 외로운 싸움은 이천만북한인민의 자유해방을 위한 정의의 투쟁이기에, 우리는 죽음도 감옥도 두려움 없이 내일도 사실과 진실의 편지 대북전단을 계속 북한으로 날리고 또 보낼 것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5] 서인택 “통일돼 어떤 나라를 세울까부터 얘기해야”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5] 서인택 “통일돼 어떤 나라를 세울까부터 얘기해야”

    “지금 한반도가 아주 좋지 않은 국면에 들어선 것도 사실은 우리가 통일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그림이 없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선택권을 줬기 때문이다. 북의 인권을 변화시켰다든가, 핵개발을 막았다든가 아무것도 없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돌아보고 교류와 대화가 방법이 아니라 목표가 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서인택(51) 글로벌피스재단 한국 회장은 900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최대 통일운동 연대단체인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통일천사)의 공동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통일천사는 2012년 8월 시민이 주도하는 생활형 통일운동을 기치로 창설돼 글로벌 통일 공감대 확산 프로젝트인 원케이(One K) 글로벌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새소리 잘 들리는 3층 양옥집을 개조한 재단 집무실에서 90분 정도 만났는데 뼈아프고 가슴에 와 닿는 얘기가 막힘이 없었다. 문현진(51) 재단 세계 회장의 ‘코리안 드림’에 터잡은 통일 논리,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단상, 생활형 통일운동의 실체와 전망, 결산 등에 이르기까지 넘나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Q. 이제야 인터뷰를 하게 돼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어떻게 이런 운동을 펼치게 됐는지? A. 사실 지금까지 통일 논의는 정부 주도였고 민간의 역할이 없었다. 민족사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좌우 이념과 진영의 대립이 심각하고 통일에 대한 논의는 과정과 방법론에만 천착해 있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것이 다시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다. 어떤 통일 국가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엔드 골(최종 목표)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과 같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남한이 조금 앞서 있으니 흡수 통일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우선 우리끼리 남한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북한 주민의 동의도 얻고, 북쪽 엘리트 계급도 동의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통일 비전부터 공유해야 한다.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해 하나된 입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 목표에 대한 합의를 했을 때 모든 이들이 기여할 바를 잡아 기여하고 모두의 노력이 합쳐져 통일이 이뤄진다고 본다. 방법을 놓고 말다툼하다 날이 새는 상황이 돼선 안된다. Q. 그런 비전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건가? A.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상적으로 통일을 이룬 나라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전쟁으로 분단의 위기에 몰렸던 나라를 하나로 묶어내 최고의 강대국으로 키워냈다. 여러 요인이 있고 한계도 있지만 헌법정신에 특이하고도 우리의 홍익인간 정신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바로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창조됐기에 그 자유와 인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정부라면 타도, 해체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 심어줘야 통일 가능”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을 심어줘야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정부 구성의 방법론, 나중에 논의해도 될 과정의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다. 그렇게 비전과 전망을 뚜렷이 공유하면 그것이 과정의 자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 우리가 어떤 통일된 나라를 세울 것인가를 지금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겐 홍익인간으로 주어져 있다고 본다. 우리 민족은 도덕적 이상주의를 실현하려는 열망이 강하다. 고려 때 불교 이상국가, 조선 때 유교 이상국가로 만들려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동학과 3·1운동, 상해 임시정부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 통일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해방의 모멘텀을 분단과 동족상잔으로 귀결했다. 미국처럼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고 좌파나 진보 진영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통일 국가를 만들자는 전망을 공유하는 것이 생활형 통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문제는 남쪽이 하나의 입장을 만들지 못한 채 자꾸 북한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었다. 20년 전 6·15 선언이 나왔을 때가 좋았다고 다들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남쪽에서 경쟁하니까 북쪽에서 자기 입맛대로 골랐다. 통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통일이란 결국 북한 체제의 변화가 전제되는 것인데 우리가 선택권을 갖고 북한을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끌려오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미국도 우리와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채 중국을 닮아가는 정권이란 오해만 하고 있고, 비핵화가 목표인 것처럼 돼 있다. 그건 일부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그것만 해결하려 하니 되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그걸 해결하겠다고 매달리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몽매함이다. 지금은 두 나라 모두 한발씩 물러나 한반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북핵은 통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게임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 그리고 통일된 새로운 나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정권의 이익과 성과만 보고 들어가면 막말이 오가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해체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위험하면서 중요한 시기다. 이 국면만 벗어나려고 유화책으로 봉합하고 넘어가면 근본적인 해법에서 더 멀어진다. Q. 우리 민족이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다. A. 그렇다. 분단이나 종전 직후는 물론이고, 1990년대 옛 소련 붕괴 때도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항상 우리는 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갈무리하고 말아 버렸다. 몽골 같은 나라도 하루아침에 자유국가가 됐다. 북한은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김일성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체제 전환에 협조하는 것으로 옛 동독 엘리트들이 생존을 보장받은 것이 통일로 이어졌다. 몽골도 독재 국가였는데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 굴복했다. 김정은은 핵무기가 생존에 절실해 갖고 있으려는 것인데 그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 지도층이 빠져나갈 기회를 줄여나가는 것이 통일의 정석” 북한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옵션을 줄여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미국 카우보이들이 하는 소몰이(Cattle drive) 방식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어중간하게 빠져나가게 했다. Q. 생활형 통일운동 모색을 출범 기치로 내걸었다. 8년이 됐는데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평가하는가? A. 코리안 드림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요체다. 해외 지부를 활발히 만들고 있다. 홍익인간의 홍(弘) 자가 중국에서 넓다는 뜻을 가진 글자 중에 가장 큰 글자라고 하더라. 중국과 일본에도 이롭고, 아시아 공동체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가치관의 요체는 가족이다. 서양 민주주의는 개인주의에 기반하고, 우리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기인한다. 민족주의의 요체는 대가족 문화다. 가정의 질서를 사회로 확장하는 것이 아시아 모델의 원형이다.우리는 경제개혁의 요체가 금융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이 사라져 통일됐을 때 제대로 된 동력을 찾을 수 있겠나 위기감을 느낀다. 그래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가 정신을 키워주는 프로그램, 함께 어울려 지내보는 예행연습도 하고 있다. Q. 8년 동안 해오며 어려운 점은? A.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이지만 많은 이가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같은 마음을 갖는 이들이 많지 않았는데 갈수록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곧 닥칠 문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 때문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Q. 아무래도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매년 8·15 때 여는 원케이 콘서트나 포럼 등 규모가 축소되겠다. A. 독일 통일에서도 문화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드라마를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부터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어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작곡가 김형석 등과 아이돌 그룹, 그리고 김무성과 문재인 당시 여야 대표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원드림 원코리아(One Dream One Korea)가 4·27 판문점 회담 때 피날레를 장식했다.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 만들고 8·15에 원케이 코리아 콘서트도 인순이의 ‘하나의 꿈’, 그래미 어워드를 5회 수상한 프로듀서계의 거장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Jimmy Jam and Terry Lewis)이 그룹 부활의 정동하, 피보 브라이슨 등과 함께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 3·1 운동 100주년 때 공개했다. 트로트 가수 나태주가 태권도 동작과 맞춰 호흡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부르는 ‘넘버원 코리아’를 8·15 때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동찬 작곡가가 굉장한 히트를 칠 것이라고 자신하더라. 매년 8·15에 해오던 국제컨퍼런스를 올해는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을 통해 열려고 준비 중이다. 더 복잡해지고 심란해진 세계에서 우리 민족의 유일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통일인데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큰 주제로 준비하고 있다. Q. 앞으로 계속 활동할 것인데 어떤 각오로 임하는지. A. 세상의 모든 체제 전환은 아래로부터만이 가능했다. 톱다운 방식은 한계가 있다. 시민의 힘으로 이뤄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전국을 돌며 활발하게 교육도 할 것이다. 시도에 그친 지부를 시군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도 한반도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다. 겉보기와 다르다. 통일 말고는 우리 민족의 활로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맨날 바뀌고 그들 입맛대로 대북 정책의 좁은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결하려 한다. 정세현 전 장관 같은 경우 개성공단부터 정상화하면 된다고, 아주 쉽게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미국은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북한이 부분적으로 비핵화하면 미국은 제재 푼다는 건 완전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미국 조야는 완전히 매파가 됐다. 2017년 북한 정권이 어려웠을 때 우리는 싱가포르로 그들이 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게 결정적 시기였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북한이 어쩔 수 없이 그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할 때 통일이 이뤄진다. ‘역사의 정원에 신이 나타날 때 신의 옷자락을 잡는 것이 정치‘라는 비스마르크의 말은 완전히 옳다. 완전히 새로운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글 사진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냉엄한 분단의 현실… 그래도 평화가 밥이고 통일이 밥이다

    냉엄한 분단의 현실… 그래도 평화가 밥이고 통일이 밥이다

    대한민국의 국시는 굳건한 민주주의를 토대로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문득 ‘유성환 의원의 통일국시 발언 사건’이 떠오른다. 1986년 10월 14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소속 유성환 의원이 국무총리를 상대로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총리의 의견은 무엇이냐”고 질문한 것이 화근이 돼 논란 끝에 유 의원이 구속돼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사건이다. 이것은 한반도 분단의 한 장면이다. 이런 장면이 수천수만 가지나 된다. 우리는 그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분단의 노예가 돼서 분단의 삶을 살고 있다. 분단의 역사에 장면 하나가 추가됐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린 장면이다. 폐쇄나 철거나 아니라 전격적인 폭파였다.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지만 기실 남북연락사무소의 토대가 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에 대한 폭파이자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한 폭파로 간주된다. 남북 관계를 둘러싸고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크고 작은 밀당을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평화와 통일의 꿈을 꾸다가 갑자기 현실과 마주했다. 그것은 냉정하고 날카로운 데다 추호의 자비심도 없는 분단이라는 현실이다. ●北 김여정 주도·사무소 폭파·종결어법 ‘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남북 관계가 후퇴하면서 분단의 날카로움을 경험했다. 그 최악의 상황이 박근혜 정부 말기에 북한의 거침없는 핵개발과 핵실험으로 표출돼 일촉즉발의 유사 전시상황이 조성됐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급반전됐고 짧은 시기에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만들어 내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 의지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이 결합된 성과였다. 트럼프는 워싱턴 정가의 전통적인 문법을 벗어나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이런 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약 1년간의 긴박한 대화 국면은 트럼프 스타일에 의존한 바 크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현장의 정무적 결단을 즐겨 하는 트럼프의 행동방식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순식간에 급진전시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바로 그 방식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했다. 핵무기와 경제회복의 빅딜을 기대하며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장거리 기차여행을 감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주어진 선물은 ‘하노이 노딜’이었다. 세계는 놀랐고 북한은 반발했다. 그리고 1년 이상의 시간이 흐름 시점에서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북한은 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까.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대답과 관련된 특이한 상황이 있다. 첫째, 이 국면을 김여정이 이끌고 있다. 3년 전 남북 관계에서 평화의 메신저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김여정이 강경 노선의 선봉장으로 변신했다. 둘째,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비난도 가능하고 비판도 가능하고 단절도 가능한데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이다. 셋째,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 하등의 여지를 제공하지 않는 종결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바늘 들어갈 틈도 없다는 태도다. 외교 관계를 무시하고 남한의 대북특사 제안도 전격 공개해 버렸다. 지금으로서는 북한 외에는 누구도 답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북한 스스로 순차적인 행동으로 답을 주겠지만 북한의 힘겨운 내부 상황과 남북 관계의 장기 정체가 근본 배경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남북 관계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관계라는 사실을 우리가 다시 한번 뼈저리게 확인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국전쟁 직후나 독재 시절도 아니고 분단 1세기에 근접한 이 시점에도 남북 관계의 비정상적인 특성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여기에는 북한의 특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북한 변수가 남북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자는 것이고, 이에 기초해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北변수 탓 남북 불안… 사실 인식 속 대안 모색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는 마치니처럼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가리발디처럼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머리’도 필요하다. 오랫동안 남북 관계가 파행됐고 독재정권에 의해 악용됐다는 점 때문에 우리 시대에는 유독 ‘뜨거운 가슴’이 강조됐지만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뜨겁되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함이 함께 필요하다. ‘뜨거운 가슴’을 더욱 뜨겁게 하기 위해서라도 냉정해야 한다. 세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라도 국민통일이 필요하다. 전쟁이나 흡수통일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평화와 통일은 국민통일을 먼저 요구한다. 국민통일이 없이는 평화도 없고 통일도 없다. 둘째, 중용과 균형의 국제적 감각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양국의 동시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미국만으로도 안 되고 중국만으로도 안 된다. 셋째, 북한은 우리 민족의 일부이되 우리와는 다른 체제를 가진 이중적인 존재이다. 민족만 강조하거나 체제만 강조하는 반쪽짜리 시각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온갖 난관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하려는 노력은 민족적 관점이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와 매우 다른 체제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최고의 냉정·긴 안목 속 남북관계 진전시켜야 우리가 냉정해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평화와 통일의 구체적인 이득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과 대결로 인한 손실이 과연 얼마인가. 대결 없는 평화의 상태가 되거나 통일의 상태가 될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어마어마한 규모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좋거나 북한 체제가 훌륭해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과 대결의 비용을 생각하고 종국적으로 분단 없고 대결 없는 상태가 우리에게 제공할 천문학적인 이득을 생각해야 한다.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통일된 한반도의 찬란한 미래상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며, 우리는 그 꿈을 포기할 만큼 배부르지 않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일만큼 우리를 등 따시고 배부르게 만들어 줄 희망이 또 어디에 있는가. 그러므로 평화가 밥이고 통일이 밥이다. 진보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경제와 노동 등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현재형 진보가 있다. 과거사를 바로잡는 등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진보는 과거형 진보라 부르자. 우주 개발이나 해양 개발 등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는 미래형 진보도 가능하다. 이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왜곡된 분단사를 바로잡는 과거형 진보이자, 분단이 강요하는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는 현재형 진보이며, 미래 한반도의 웅비를 열어 가는 미래형 진보가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로 통합되는 이 과제를 누가 소홀히 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감정이 앞설 이유가 없다. 미국과 중국에 서운할 것도 없고 북한에 분노할 일도 아니다. 북한도 계산에 계산을 거듭하면서 행동한다. 우리도 철저하게 계산하면 된다. 평화와 통일은 반드시 오는 것이므로 일회의 사건과 드러난 현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최고의 냉정을 유지하면서 긴 안목에서 꾸준히 남북 관계를 관리하고 진전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은 엄히 비판하되 남북 관계의 진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최근 상황을 기화로 남북 관계를 무위로 돌리려는 반민족 세력의 무책임한 준동에 대해서는 엄히 꾸짖어야 한다. 상지대 총장
  • [서울광장] 그 많던 ‘진중권들’ 다 어디 갔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그 많던 ‘진중권들’ 다 어디 갔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여당 소속 외교통일위원장은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했다. 바로 전날 176석의 거대 여당은 헌정 사상 처음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옹색하게 계급장을 단 외통위원장의 안보 인식에 실소가 터지려 할 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건물 해체하는 데 대포 쏘는 나라도 있나” 페이스북에서 공박했다. 한 줄짜리 비판이라도 없었다면. 밤잠 설쳤을 사람, 부지기수였다.  진보·보수를 감별하는 진단 시약이 지금 ‘진중권’이다. 진보 논객이었던 그는 조국 사태 말미에 맹렬 진보 비판자로 돌아섰다. 그의 페이스북 직설 메시지에 반응은 쫙 갈라진다. “변절자”라고 핏대 올리면, 자칭 진보. “구구절절 사이다”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보수 쪽. 대체 무엇이 진보 미학자를 독설의 진보 저격수로 만들었나. 그런 생각을 한다면, 중도층 언저리.  사회 주류를 차지한 진보 진영에서 볼 때 진중권은 밥그릇 속의 모래다. 언제 씹힐지 몰라 밥숟갈 뜰 때마다 찜찜한데, 밥그릇째 엎어버릴 수도 없게 하는 깔깔한 모래 한 알. 안팎 비판에 죄다 빗장을 건 거대 여당에 입바른 소리를 날려 주니 “덕분에 숨쉬고 산다”는 사람이 많다. 진보좌파 지지자들의 맹공이 쏟아지는 것도 물론이다. 그럼에도 움직여지지 않는 사실. 그가 한국의 진보 구역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것이다.  권력이 끊임없이 견제될 때 민주주의는 건강할 수 있다. 영원한 경계가 자유의 대가라는 명제는 어떤 시대에도 흔들릴 수 없다. 총선에서 민의를 보장받았다고 믿는 민주당은 견제받을 생각이 없다. 악마의 대변인을 내부에 둘 생각은 더더욱 없다. 총선 지나 겨우 두 달인데 놀라운 일들을 목격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고 금태섭 전 의원을 본보기 징계했다. 경선 탈락시켜 밀어낸 사람을 다시 불러 아예 탈당하라 한다. 역린을 건드리면 부관참시될 수 있다는 왕조시대 방식의 경고다.  판사 출신 초선의원은 ‘친일파 파묘’를 외치며 국회 신고식을 했다. 현충원의 친일 인사를 이장하는 문제는 여론을 모아 풀어나가면 될 일이다. 파묘를 첫 일성으로 꺼낼 만큼 그의 역사인식이 남달랐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없다. 발언 수위를 극대치로 끌어올린 덕에 ‘쎈’ 진보 캐릭터로 주목받는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범여권 비례정당의 대표가 된 이는 또 어떤가. 조국 비리에 연루된 피고인이면서 당선되자마자 “세상 바뀐 것을 알게 해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기자회견 가야 하니 빨리 재판을 끝내 달라”며 재판 중에 배짱을 부렸다. “사법개혁 잘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까지 받았다. 이 인사 역시 강성 진보 대열에 가뿐히 합류했다. 비리 의혹이 줄줄이 불거져도 “탈탈 털린 조국이 생각난다”며 숙명으로 알고 맞서겠다는 윤미향 의원. 그는 모두의 정점에 있고.  주변 학습을 반복하면서 이들은 꿰뚫었다. 어떤 언어를 구사하면 정당한 반대 목소리들을 프레임에 가둬버릴 수 있는지, 자기 선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진보의 주류로 편승하는 방법은 자꾸 손쉬워지고 있다. 초선의원들마저 이념 코드 맞추기 강박에 빠진 현실은 의회 정치의 막대한 손실이다. 프레임 논리로 지지층만 챙기는 정치 행태는 더 게으른 정당, 더 실력 없는 정치인을 만들어 낸다. 정치평론가 박상훈은 이런 부정적인 효과를 “프레임에 갇힌 모조품 정치”라고 했다. 결국 손해 보는 쪽은 국민이요 시민이다.  슈퍼 여당은 ‘윤미향 함구령’ 속에 176명의 소속 의원들이 1명처럼 움직이고 있다. 시중에는 “대표와 의원 한 사람, 정당 구성원은 2명이면 충분하다”는 농담이 돈다. 다면적 사고가 불가능한 집단주의에서는 질 높은 의사 결정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동질성으로 똘똘 뭉친 조직에서 어이없는 집단사고의 결과물이 도출된 선례는 한둘 아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파멸을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 쿠바 망명자들을 모아 쿠바 정부를 전복시키려다 참패했던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피그스만 침공 사건’. 내가 어쩌다 그런 멍청이 짓을 했나, 케네디의 자책은 유명 일화로 남았다. 사례가 더 필요한가.  역대급 저질 체력의 보수 야당은 자기정체성조차 수습하지 못해 허둥거리고 있다. 거대 여당의 견제자 역할은 당분간 기대난망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 한다. 민주당의 집단사고에 균열을 내줄 외부 비판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진보의 정의를 말한다던 사람들. 그 많았던 그때의 진중권들, 어디 숨어 머리카락도 안 보이나. sjh@seoul.co.kr
  • “첫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재선 위한 홍보용”

    “첫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재선 위한 홍보용”

    김정은, 트럼프 ‘요리’하려 단독회담 원해 “폼페이오, 트럼프는 거짓말쟁이 쪽지” 재선 위해 시진핑에 농산물 수입 구걸 트럼프 “극도로 지루하고 거짓말로 꾸며” 17일(현지시간) 미 언론이 일제히 공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신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의 내용은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입힐 만큼 ‘핵폭탄급’이었다. 볼턴의 서술이 사실이라면 백악관이 출판금지 소송을 내고 법무부가 이어 긴급명령까지 내려 책 공개를 막으려는 이유가 납득이 갈 정도다. ●트럼프 해외정상에게 허수아비 취급 받아 책에 따르면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은 재선을 위한 홍보용일 뿐이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배석자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소위 ‘요리’하기 위해서였다. 취임 이후 ‘중국 때리기’에 몰두해 온 트럼프가 사실은 재선에 목매 시진핑 주석에게 도움을 애걸복걸해 왔다는 사실도 담겨 충격파가 만만찮다. 핀란드가 러시아의 속국인 줄 아는 문외한이며, 국익보다 재선이 우선일 정도로 비도덕적이며, 충성파 관리들마저 뒤에서 그를 험담할 정도였다고 트럼프를 조롱하고 신랄하게 꼬집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볼턴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하기를 원했다”며 “곁에 보좌관만 없으면 아첨하고 쉽게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에게 “허수아비 취급을 받았다”, “바이올린처럼 연주당했다”는 표현도 썼다. 또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홍보 연습’으로 봤다. 알맹이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한 뒤 그 지역을 빠져나갈 준비가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 조야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물론 이행 시한 등이 빠진 북미 공동선언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핀란드가 러시아 속국이라는 외교 문외한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부처인 농업 지역의 표심을 얻으려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을 더 사 달라고 요청했다는 저서 내용을 부각하며 ‘중국정책 스캔들’이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는 시 주석에게 자신이 (차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대두 및 밀 수입 증대에 흔쾌히 동의하자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시 주석을 높이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볼턴은 우크라이나 문제뿐 아니라 트럼프 외교정책 전반을 조사했다면 “탄핵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낮은 의식도 놀랄 정도다.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일부라며 침공하면 “멋질 것”이라고 하고, 시 주석의 영구집권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며 시 주석이 트럼프와 6년 더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하자 “미국인들도 자신을 위해 헌법상 2선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의 위구르 이슬람 수용소에 대해서도 “정확히 옳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위구르의 인권 탄압 책임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에 서명했다. ●법무부, 회고록 공개 중지 명령 법원 제출 이런 트럼프에 대해 대표적 충성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마저 뒤에서 비웃고 험담했다. 볼턴은 폼페이오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도중에 자신에게 “그는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라고 적혀 있는 쪽지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식 대북 외교에 대해 폼페이오가 “성공 확률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회담을 듣고는 최강국 지도자답지 못하다고 비웃기도 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밤중에 약 600페이지로 구성된 회고록의 공개 중지를 요구하는 긴급명령을 법원에 냈다. 책 내용이 국가안보에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NYT 서평을 인용한 뒤 “괴짜 볼턴의 ‘극도로 지루한’ 책은 거짓말과 가짜로 구성됐다”고 성토했다. 책 출간일은 오는 23일이지만 볼턴 측에서 일부 내용을 언론에 먼저 흘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민 68% “김포위상 개선됐다”… 수학여행비 지원 등 ‘최초’ ‘최고’ 타이틀 많아

    시민 68% “김포위상 개선됐다”… 수학여행비 지원 등 ‘최초’ ‘최고’ 타이틀 많아

    다음달이면 민선7기 경기 김포시 정하영호가 출범한 지 2주년이 된다. 17일 김포시에 따르면 민선7기 출범 2주년을 맞이해 지난 5월 28~30일 ‘김포시 주요 정책 시민인식 조사 설문’을 진행한 결과 시민 61.9%가 김포시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김포시 도시 위상이 과거에 비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에서도 ‘개선됐다’(68.%1)가 ‘별 차이 없다’(29.1%)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 시장은 이에 대해 “시민들의 긍정적인 평가에 고무적이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포시의 인구증가율은 전국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다보니 행정수요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 시장의 임기 후반기가 더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선7기 김포시의 2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살펴보고 후반기 비전에 대해 상·하로 나눠 살펴봤다. ●수학여행비 지원 등 ‘최초’ ‘최고’ 타이틀 2년 민선7기 김포시정은 유난히 ‘최초’, ‘최고’의 타이틀이 많다. 정 시장 취임 전 농민운동시절부터 구상해 온 각종 개혁적·혁신적 사고가 공약 등을 통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포시는 지난해 4월부터 전국 최초로 수학여행비를 지원했다. 저소득 가정 학생에 대한 선별 지원은 있었지만, 지방정부가 관내 전체 학생에게 일괄 지원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지난해 4월 발행한 지역화폐 ‘김포페이’는 김포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입자는 14만명, 가맹점은 9300여 개에 이른다. 김포페이는 전국 최초로 모바일과 카드 병행이 가능해 사용의 편의성면에서도 우수성이 인정돼 타 지방정부의 벤치마킹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전국 최초로 ‘김포시 청년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청년기업은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이 대표로 경영하는 기업이다. 시는 지역경제의 근간이라 할 청년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시책과 연계, 청년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도 선도적이다.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모든 가정과 업체를 대상으로 2개월(4∼5월) 고지분의 상하수도 요금 전액을 일괄 감면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시민 모두에게 1인당 5만원씩, 2만명의 임차 소상공인에게 10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취한 코로나19 극복 지원정책으로 많은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민선7기 들어 처음 시작한 일도 많다. 고질적인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한 견인차고지 운영,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이음택시 운행, 준공영제 시내버스 2개 노선 운행, 공장총량 제한을 통한 개별입지 공장 설립 억제, 무인항공기(드론)을 활용한 환경 감시 활동, 노인성인용 보행기 지원, 경로당 입식 좌석 개선, 김포 북부권 공공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한 북부보건과 신설,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원탁회의를 실시했다. 시는 각종 성과를 인정받아 민선7기 2년 동안 중앙정부 및 경기도 등 각종 상급기관으로부터 58개 부문에서 표창을 받았다. 특히, 2018년에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경기도 1위를, 2019년에는 제24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종합대상(전국 1위) 수상, 제10회 전국 기초지자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12년 만에 우수상 재수상, 지속가능교통도시 평가 4년연속 수상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철도·도로·교통분야 획기적 교통편의 시책 추진 지난해 9월 김포시민들의 최대 숙원이었던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했다. 두 차례의 개통 연기라는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정 시장은 국토교통부가 요구하는 모든 자료와 종합시험운행 결과보고서를 완벽하게 제출해 결국 성공적인 개통을 이뤄냈다. 김포도시철도는 대중교통 분담률이 12.6%로 경기도의 다른 도시철도(의정부경전철 9.5%, 용인경전철 3%)보다 높아 주요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우·풍무동 등 원도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시도5호선 도로’도 지난 해 5월 개통했다. 시도5호선 개통으로 출·퇴근과 물류수송이 원활해지고 시내구간 지체·정체가 크게 해소됐다는 평가다. 또한 김포시는 지난해 6월 국도 48호선 ‘누산IC~제촌IC’ 간 확장공사를 본격 착공했다. 김포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개발계획과 함께 48국도 확장계획이 수립된 지 10여년 만에 민선7기에서 예산을 집중한 것이다. 김포는 서울시와 경계를 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이 인근에 위치해 다양한 교통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선7기는 광역버스 확충에 집중해 지난 2년 동안 관내 버스노선을 지속해서 늘리고 맞춤버스와 이음택시 확대, 버스노선 개편 등을 통해 선진화한 김포도시철도 환승시스템을 구축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 고용률 66.8% 달성 최근 5년간 김포시의 인구와 산업체 증가 속도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속적인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 고용창출 등 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모하면서 김포는 전국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시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민선7기는 늘어나는 기업의 행정수요를 전담할 제조융합혁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융합혁신센터 건립에 따라 30년간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의 합계는 생산유발효과 713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1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78명에 이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여건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기업 정책 수립을 위해 민선 들어 처음으로 오는 7월 김포산업진흥원도 발족한다. 또 청년들이 미래를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사우동에 청년공간 ‘창공’을 열었으며 올 하반기 신도시에 한 곳 더 문을 연다. ●생활SOC 사업 본격화… 대형 개발사업도 안정화 민선7기 김포시는 2019년 10월 정부가 공모하는 ‘생활SOC 복합화 사업’에서 ‘백년의 거리 어울림센터‘ 등 3개 사업이 모두 선정돼 757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백년의 거리 어울림센터’는 북변동 일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2023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되며, 공공도서관, 행정복지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다함께 돌봄센터, 일자리센터, 여성 커뮤니티 공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함께 들어선다.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원도심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포한강시네폴리스는 1조 2700억원을 들여 고촌읍 향산리·걸포동 일대 112만 1000㎡에 문화 콘텐츠와 첨단 기술이 융합된 미래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민선7기는 출자자 변경을 통한 민간사업자 공모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토지소유자와 원활히 보상계약을 진행하는 등 사업을 정상화해 진행하고 있다. 시네폴리스 사업의 생산유발효과는 7조 8952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2조 6031억원, 고용창출효과는 3만 7526명으로 예상된다.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김포도시공사와 민간기업 등이 공동 추진하는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이다. 풍무역 배후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난개발 방지와 계획적인 역세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올해 보상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사우동 공설운동장은 지난 1992에 5000석 규모로 건립됐으나 노후화로 도시미관 저해와 수용인원 부족 등 이전 신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선7기는 민관 공동개발사업으로 2026년까지 사우동 6만 6711㎡에 800대분의 주차장(지하)과 공공시설, 공원, 1360여 가구 공동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2021년까지 총 사업비 731억원을 들여 현대식 정수처리 공법으로 시설용량을 하루 4만 8000t 증설하는 사업인 고촌정수장 확장공사도 시작됐다. 사업이 완료되면 상수도 보급률을 높이고 맑고 깨끗한 수돗물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교육경비 지원 165% 늘려… 혁신교육 만족감 정 시장의 83개 공약중 교육 관련 공약이 12개(1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교육전문관 설치를 비롯해 고교무상급식 전면 실시 사업과 중·고교 교복비 지원, 중·고교 수학여행비용 지원 등 6개 사업이 이미 완료됐다. 시는 교육경비 지원금을 대폭 상향해 교육환경 양극화를 해소하고 학교급식시설 개선, 균형적인 고등학교 지원체계를 구축 중이다. 교육경비 지원액은 민선6기 이전과 대비해 무려 165%가 증가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 소통하고 협력하는 지역교육 공동체 구축사업이다. 민선7기는 김포형 혁신교육 방향을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에 맞게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평화누리 김포교육으로 설정하고, 남북평화시대를 맞아 평화 선도도시로서 학교에서부터 평화교육, 미래교육을 담아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9년도 조사결과 교직원 92.8%, 학생 79.5%, 학부모 61.4%가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포시 학교급식 식자재의 공적조달체계를 구축하고자 학교급식물류지원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준공예정이다. 센터가 건립되면 100여 곳의 김포농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이나 쌀·가공식품·축산물 등 340개 업소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다. 실내체육시설 확충률도 높아졌다. 민선6기 이전 87%에서 민선7기 들어 97%까지 올라갔다. 학교 신설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 은여울초 신설에 이어 금년도 보름초, 고촌고에 이어 김포구래초, 나진초, 향산초중이 신설될 예정이다. 도서관 시설 및 규모도 대폭 확충됐다. 민선6기(2017년) 이전과 대비해 민선7기(2019년)는 장서수는 48%, 이용자수는 86%가 증가했다. 시는 공공도서관이 없는 지역인 마산동에 2021년 9월 개관목표로 마산도서관을, 운양동에는 2023년 10월 개관 목표로 운양도서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애기봉생태공원 9월 시범운영… 평화관광 첫걸음 애기봉을 남북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이 오는 9월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시는 2018년 개관한 월곶생활문화센터, 지난해 개관한 김포평화문화관, 내년도 완공될 애기봉 생태탐방로 등과 연계해 김포만이 가지고 있는 생태와 평화자원을 바탕으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어 나아갈 계획이다. 민선7기는 김포시민의 문화, 예술 향유와 인프라 확충을 위해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영상예술관을 갖춘 문화예술회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김포아트홀과 아트빌리지가 운영되고 있지만,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성장에 따라 여전히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하다는 분석에서다. 현재 타당성 조사 중으로 2023년 착공 예정이다. 한강문예창고도 조성 중이다. 월곶면 개곡리 일원 유휴창고를 활용해 창작 및 작품 전시 공간 등을 설치하며 오는 연말 개관한다. 접경지역 10개 시·군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DMZ가 가지고 있는 생태·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보여행길’도 조성한다. 시는 접경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DMZ 평화의 길을 통해 평화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거점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하고 향후 권역별로 문화공간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중인 ‘문화도시 지정’도 준비 중이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도시를 말한다. 지정될 경우 5년간 최대 200억원 이내 문화사업비가 지원된다. ●복지예산 증액… 신도시 복지·문화시설 대폭 확충 민선7기는 취약계층의 기본생활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지예산이 민선6기 2589억원에서 민선7기 들어 4445억원 규모로 늘었다. 그 결과 기초생활보장 수급률을 2017년 1.7%에서 2020년 3월 2.18%까지 올랐다. 긴급지원 및 무한돌봄 예산도 8억 2300만원에서 21억 8500만원으로 265%를 증액했다. 민선7기 김포시는 사우동의 종합사회복지관에 이어 북부권에 제2종합사회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포 북부 5개 읍·면의 복지 욕구를 해소하고 지역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내년 3월 착공해 2022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신도시 지역 내 부족한 복지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통합사회복지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김포한강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으나 신도시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며 2024년 초 착공에 들어간다. 김포시 청소년 인구의 44%가 한강신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민선7기는 신도시 지역 청소년들의 건전한 활동 기반을 마련하고 현재 포화 상태인 중봉청소년수련관의 기능 분담 역할을 하도록 신도시 내 청소년수련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타당성 조사 중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우리아이행복돌봄센터는 민선7기 들어 2020년 말까지 5곳을 개소할 예정이며 이후 12곳을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그간 국공립어린이집의 수가 너무 적어서 신청을 해도 몇 달째 입소 대기를 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민선7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2017년까지 22개소, 이용자수 1,280명에서 2020년 말에는 43개소, 이용자수는 2983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시는 이 외에도 김포시 거주 180일 이상 임신부에게 임신축하금 5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 4월 현재 1785명이 9억여원 지원을 받았다. ●생활안전망 늘리고 생활체육시설도 착착 준공 범죄사각지대 해소와 범죄예방 등 CCTV를 기반으로 한 생활안전망 확충이 두드러진다. 2019년 CCTV를 활용한 범죄 검거실적은 600건에 이른다. 2014년 65건과 비교하면 9배 가까이 늘었다. 어린이안전체험관도 만든다. 영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유치원의 원장, 학교의 장은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김포시는 관내 어린이 안전체험관이 없어 인근 시·군에 설치된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민선7기 들어 김포는 안전체험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도 7월 착공예정으로 2022년 준공한다. 종합운동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 김포 북부권 지역의 균형발전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인구 증가에 따른 공공체육 기반시설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다. 통진읍과 양촌읍 일대에 관람석 3만석 규모의 종합운동장과 보조경기장, 다목적체육관, 야구장, 테니스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2년 2월 착공에 들어간다. 한강신도시 운양동 지역의 부족한 공공체육시설 확충을 위해 ‘운양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도 추진중이다. 수영장, 실내적체육관, 다함께 돌봄센터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2022년말 준공 예정이다. 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운양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구현은 물론,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에게도 영유아 보육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활체육시설도 순차적으로 건립된다. 올해는 서암생활체육공원, 마산동 다목적구장, 솔터체육공원 전용탁구장이 건립되고 내년도에는 율생체육공원, 김포국궁장이 들어선다. 2022년에는 양곡 복합형 생활체육시설과 풍무체육문화센터, 김포학운체육문화센터가 건립된다. 북부권 읍면동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8%로 동지역 10.3%, 김포시 전체 12%에 비해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 또한 민간의료기관 설치율은 14.9%로 의료이용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 이에 따라 민선7기 김포시는 지난 2019년 9월 김포 북부권주민 건강을 책임질 북부보건과를 신설해 업무를 시작한 이래 제2보건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민원 급감… 친환경차량 보급률 경기도 1위 정하영 시장은 민선7기 취임과 동시에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환경대책 T/F팀을 구성하고 환경오염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더불어 영세업체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환경민원이 2018년 4313건에서 2019년 2807건으로 35% 대폭 감소했다. 특히 악취 민원은 2017년 1133건, 2018년 1232건에서 2019년 371건으로 2018년 대비 70%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금빛수로와 실개천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보다 아름답고 쾌적한 친수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민선7기는 김포한강신도시 수체계시설의 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5월 팔당관로 매설 공사를 시작했다. 김포한강신도시 수체계시설은 한강신도시내 금빛수로, 수처리장, 펌프장, 실개천 등 수체계 운영·관리를 위한 시설로 용수 부족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상하수도사업소를 시작으로 장기동 수질정화시설까지 12.6km 팔당관로 매설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쾌적한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전기승용차, 전기버스 등 친환경자동차를 확대 보급하고 있다. 김포시는 오는 7월부터는 전국 최초로 어린이 통학용 전기버스 30대도 보급 예정이다. 2019년 말 기준 김포시의 친환경자동차 보급률은 경기도내 1위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 경기도 내 최하위 수치애서 2018년 대폭 개선되어 경기도 내 중위권 수준으로 저감됐다. 생태 모니터링 등 대한민국 대표 평화도시 이미지 높여 정하영 시장은 지난해 말 아트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김포평화포럼에서 “한반도의 평화만이 김포의 내일이자 희망이기에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우리가 할 일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민선7기 김포는 평화시대 한반도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과 북의 조강을 잇는 조강평화대교 건설, 조강통일경제특구 조성 등 한강하구 일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8년 7월 한강하구 평화의 물길열기 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한강하구 접경지역 생태 모니터링 실시, 김포시 평화교류협력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 2019년 4월 한강하구 중립수역 사전답사, 2019 김포 평화 포럼 개최, 접경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산업육성 및 남북교류협력방안 연구용역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평화(통일)경제특구 지정사업도 추진 중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관광단지를 지정할 수 있고 도시·택지개발이나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가능해 진다. 현재 타당성 용역이 완료된 상태로 특구 유치를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포시는 ‘국방개혁2.0 추진과제’에 의거한 경계철책 철거도 진행하고 있다. 한강 철책제거 및 수변공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이 오는 7월 준공될 예정이며 빠르면 2021부터 철책이 제거될 예정이다. ●경제활력화 ‘김포형 뉴딜’ 사업 총력 추진 정하영 시장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맞춰 지역경제 활력화와 공공형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김포형 뉴딜사업‘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포시는 뉴딜 사업과 지역경제 활력화를 총괄할 ’경제활력화 TF팀‘을 구성한 가운데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 애로사항 파악 ▲기업애로 해소 및 피해지원 시책 발굴 및 시행 ▲지역일자리 창출 및 연계 ▲지역경제 활력화를 위한 경제예산 집중편성 및 반영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성과 평화로 건설 등 김포아라마리나와 대명항 등을 엮는 평화생태문화 관광산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정 시장은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는 적토성산이라는 말처럼, 김포 미래 100년의 초석을 놓는 데 혼신의 다해온 2년이었다”며 ”민선7기 반환점은 그저 절반의 의미가 아니라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매는 시기라는 생각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이 행복한 김포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글로벌 In&Out] G7 확대론과 한일의 역할/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G7 확대론과 한일의 역할/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하순 미 워싱턴에서 예정돼 있던 주요 7개국(G7) 행사를 연기하고 한국과 인도, 호주, 러시아 정상을 초청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초청을 수락했다. G7 확대가 일시적 조치인지, 향후 G11로 제도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했다는 국제적 평가를 바탕으로 ‘확대 G7’ 참가가 한국이 이룬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따른 한국 외교의 성과라고 과시한다.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감안할 때 이런 대접은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빈국 독재 체제로 출발한 한국이 지난 70년간 선진 민주주의 국가가 된 역동적인 변화는 한국 현대사 연구자인 내가 봐도 괄목할 만한 것이다. 많은 한국인도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그 목적이 심화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무역, 기술, 군사 등 다방면에서 대두하는 중국과 그런 중국을 견제·억제하려는 미국이라는 도식 속에서 코로나 책임 문제, 그것을 재선에 이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작용해 ‘미중 신냉전’은 기정사실화됐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북한 문제는 미중에 의지하는 한국 외교는 미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다. 따라서 G7 확대 체제에서 대중 포위망을 시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해야 한다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미 동맹의 비중을 얼마나 무겁게 보느냐를 놓고 한국의 보수와 진보 사이에 차이는 있지만 안보의 기축을 한미동맹에 두는 것은 다르지 않다. 최대의 무역 상대국이자 중요한 투자처인 중국과 어느 정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돼 한국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탈냉전기 한국 외교의 기초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G7 참가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미묘하다.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일본 외교의 중요한 자원이 ‘아시아 유일의 G7 멤버’라는 점을 고려하면 ‘독점’ 상황이 깨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엔 역사 문제가 가시처럼 박혀 있어 한국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할지 모른다고 일본은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파워 밸런스 변화를 감안할 때 G7 중 아시아 국가가 하나뿐이라는 건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추가 참가가 당연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지닌다. 한일 관계는 비대칭적 상호보완 관계에서 대칭적 경쟁 관계에 돌입했다. 한일이 역사 문제에서 종래처럼 타협하기 어려워진 배경에는 한일 관계의 구조 변화가 깔려 있다. 문제는 G7 확대에 대한 한일의 대응이다. 한국이 참여하는 G7 확대를 일본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다른 회원국을 납득시킬 명분이 필요하다. 싫으니 인정하지 않겠다면 일본 외교의 신뢰를 해친다. 한국은 일본에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국도 대일 대응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외교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일본의 아시아 외교가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 역할을 정당하게 평가했으면 한다. 그리고 한국에 가장 중요한 대북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 공여 등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도 요망된다. 한국에서 보면 과거 자국을 침략하고 지배한 일본을 쉽게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알고 있는 ‘일본’이 일본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눈여겨봐 줬으면 한다. 한일이 서로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G7 확대 체제 속에서 모색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 동작, 마을총회 의제 온라인 투표 실시

    서울 동작구가 마을계획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2020년 마을총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마을계획사업은 주민 스스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찾아내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주민주도형 사업이다. 마을계획사업에 선정된 동은 주민자치위원, 회사원, 학생 등 다양하게 구성된 마을계획단을 꾸려 동별 마을총회를 연다. 구는 2016년부터 마을계획사업을 추진해 마을의제 38개를 발굴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마을총회를 온라인 투표와 찾아가는 거점투표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한다. 마을계획사업에 선정된 상도2동, 사당1동, 노량진1동, 사당5동, 신대방2동, 노량진2동 순으로 실시된다. 해당 동 주민은 홍보물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원하는 마을의제에 투표할 수 있다. 주요 거점지역에 설치된 현장투표소에서도 참여 가능하다. 투표소를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비치된 손세정제로 소독해야 한다. 이번 주민투표로 선정된 마을의제는 예산을 확보한 뒤 내년에도 사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최환봉 자치행정과장은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해 동 단위 주민자치활동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주민 스스로 만드는 민주주의 성장을 위해 많은 분들의 투표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상임위 강제배정 취소하라” 통합 의원들, 박의장 찾아가 요구

    “상임위 강제배정 취소하라” 통합 의원들, 박의장 찾아가 요구

    초선들 “때 되면 들어가 일로서 역할 입증”박의장 “최소한의 상임위원장 택해”177석을 가진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를 열고 6개 상임위원장을 일사천리로 선출시킨 다음날인 16일 미래통합당 의원 20여명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자신들의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날 국회는 통합당의 불참 속에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 전 통합당 일부 의원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박 의장에게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강제 배정으로 구성된 상임위의 위원장 선출도 취소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강제 배정된 상임위에서 활동할 수 없다”며 오후에 열릴 예정인 상임위 전체회의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의원 모임인 ‘초심만리’ 정례 토론회에서 “때가 되면 상임위에 들어가서 일로써 우리의 역할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전했다.황보승희 통합당 의원은 브리핑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소통이 안 돼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상임위에서 역할을 증명해 보이겠다”면서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을 대변하겠다는 생각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다투는 게 과연 국민 눈에 문젯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하는가. 어제 나는 최소한의 상임위원장을 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어 통합당 의원들에게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도록 지도부에 힘을 좀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의장실 방문은 사의를 표명한 주호영 원내대표를 대신해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끌었다.법사위·기재위 등 6개 상임위원장 민주 싹쓸이 제1야당 불참 속 상임위원장 선출 53년 만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극한 대치 속에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를 열고 통합당과 치열한 대치를 보였던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위원장 등 핵심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통합당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개원 국회에서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라고 국회사무처는 밝혔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당이 의사일정 거부 방침을 밝혀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는 전날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 등 민주당이 자당 몫으로 배정한 6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 과정에서 통합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에 필요한 자당 소속 상임위원 명단을 내지 않자 강제 배정 조치를 밟았다.전날 범여권 187명 표결 참여통합 주호영 원내대표 사퇴“18개 상임위 다 가져가라” 표결에는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의원 187명이 참여했다. 국민의당 소속 3명은 불참했다. 투표 결과 법사위원장에 윤호중, 기획재정위원장에 윤후덕, 외교통일위원장에 송영길, 국방위원장에 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이학영, 보건복지위원장에 한정애 의원이 선출됐다. 이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948년 제헌 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 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 처음”이라면서 “오늘은 역사에 국회가 없어진 날이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내놓겠다”고 말하고 본회의장을 나섰고,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왔던 법제사법위를 못 지켜내고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통합당 패싱’에 원희룡 “두려워말라”·홍준표 “野 깔보였다”

    ‘통합당 패싱’에 원희룡 “두려워말라”·홍준표 “野 깔보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배제된 채 6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가운데 야권 잠룡인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16일 다른 평가를 내놨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원에 이어 국회 관례를 깨고 법제사법위원장을 힘으로 가져갔다. 승리의 웃음으로 상대에게 모멸도 안겼다”며 “민주당에 ‘민주’ 없다는 비판을 요즘 말로 ‘어쩔’로 치받을 정도로 뻔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의회주의자’ 김대중의 민주당도, ‘원칙주의자’ 노무현의 민주당도,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민주당도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힘의 저울에서는 이긴듯 보이지만 민심의 저울에서는 지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수의 힘을 두려워하지 말라.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의 끝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봤나”라며 “지더라도 민심을 얻으면 이기는 것이다. 민주당은 역사의 싸움에서는 부끄러운 패배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홍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통합당의 무능을 지적했다. 이는 최근 ‘킹메이커’를 자청하며 홍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례없는 국회 폭거를 당한 것은 민주당의 오만에서 비롯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야당이 깔보였고 무력했기 때문”이라며 “대선 후보는 내가 정한다며 당을 얕보고, 덤벼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야당을 보며 (민주당에) ‘앞으로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겠다’는 자만심이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강한 야당이 아니라 길들여진 야당을 만나 신난 것은 민주당”이라며 “앞으로 이런 상태는 계속 될 것이고, 협상하는 척만 하고 종국에 가서는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일당 독주 국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외에는 2년 뒤 대선만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당분간 국민들 눈치를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강한 야당으로 거듭 나는 것만이 살 길이다. 모양 갖추기에만 급급한 패션 야당은 5공 시절 민주한국당이 될 뿐”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49세 김대중의 외침 “민주주의 위해 모든 것 바치겠다”

    49세 김대중의 외침 “민주주의 위해 모든 것 바치겠다”

    “민주주의 정권 회복과 통일을 위해 내 목숨과 내 가족, 모든 것을 바쳐 싸우겠습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73년 3월 21일 미공개 육성 연설의 일부를 공개했다. 반(反)유신 투쟁을 위해 일본에 망명 중이었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재일교포 민주화 운동가를 상대로 110분 동안 강연했다. 당시 49세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단계 통일론을 주장하며 그 전제 조건으로 민주 정부 회복을 제시했다. 그는 “평화적 통일을 하려면 대한민국에 민주정권이 서서 민족적 양심을 가진 사람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며 “박정희 정권으론 절대로 통일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대중도서관 관계자는 “한국 정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대중연설가로서의 격정적인 연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배은심 여사, 서른세 번째 보내는 편지 낭독 민주화 유공자 19명에 훈장·포장·표창 처음 文, 현직 대통령 중 ‘남영동 분실’ 처음 방문 509호 욕조 보며 “철저한 고립감, 무너뜨려”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서른세 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 여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날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배 여사로선 1987년 8월 이후 핏줄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먼저 떠나 보낸 유가협 식구들이 떠올랐을 터. 배 여사는 “다시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1987년 6·10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고 헌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6월 항쟁의 집단 기억이 없었다면 2016~17년 촛불혁명도 어려웠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고 박정기씨)와 이 열사의 어머니, 1970년 전태열 열사 분신 뒤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낸 고 이소선 여사 등에게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고 문익환 목사 등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로 훈장을 받았지만, 국민훈장 모란장 12명을 비롯해 민주화 유공자 19명에게 훈장·포장·표창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던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를 보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열사 영정에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30주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고, 악명 높은 509호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20주년 기념식 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박종철 부친 등 12명 민주화운동 첫 포상 文 “민주주의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고 이소선(전태일 열사 어머니) 여사, 고 박정기(박종철 열사 아버지)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사장,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여사 등 자식의 뜻을 이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부모들에게 훈장이 수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항쟁 기념식에서 민주 열사 부모들을 비롯해 고 박형규 목사,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고 김진균 교수,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고 황인철 변호사 등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1974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다 추방됐던 조지 오글 목사와 고 진필세 야고보(제임스 시노트) 신부 등 7명은 국민포장·표창을 받았다. 정부는 올해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다. 민주 열사 부모들은 자식의 죽음 이후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국민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도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면서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과 직장의 민주주의야말로 성숙한 민주주의”라면서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나 한열이 에미에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에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文, 현직 대통령 첫 박종철 열사 숨진 ‘남영동 509호’ 헌화 509호 욕조보며 “철저한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린 것”“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세요? 나 한열이 애미예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10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서른세 번째 6월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배 여사로선 1987년 8월 이후 농성장과 파업현장, 그리고 창신동의 한울삶(‘한울타리의 삶’이라는 의미인 유가협 사무실 겸 주거시설)에서 핏줄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하나 둘 먼저 떠나보낸 유가협 식구들이 떠올랐을 터. 배 여사는 “유가협 외에 오늘 훈장을 받는 다른 수여자님들 모두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정말 훈장을 받아 마땅하신 분들이고, 그런 분들과 함께 감히 훈장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다”면서 “종철이 아버지, 아버지도 이런 나를 보고 ‘한열이 엄마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라고 하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따뜻한 마음으로 어머니, 아버지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다. 1987년 6·10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터닝포인트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고 헌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6월 항쟁의 집단 기억이 없었다면 2016~17년 촛불혁명도 어려웠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고 박정기 씨)와 이 열사의 어머니, 1970년 전태열 열사의 분신 뒤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낸 고 이소선 여사 등에게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고 문익환 목사 등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로 훈장을 받았지만, 국민훈장 모란장 12명을 비롯해 민주화 유공자 19명에게 훈장·포장·표창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기념식이 끝난 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던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를 보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박 열사 영정에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30주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영화 ‘남영동 1985(정지영 감독)’ ‘1987(장준환 감독)’ 등 으로도 알려졌지만,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 등 전두환 정권에 맞섰던 재야인사와 학생 등이 전기고문을 비롯해 죽음을 넘나드는 고문을 당한 곳으로 악명높다. 현직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20주년 기념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재임 중 참석하지 않았다. 독재정권 시절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현직 경찰청장(민갑룡)이 최초로 참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 “‘일상의 민주주의’로 더 큰 민주주의 향해야”

    문 대통령 “‘일상의 민주주의’로 더 큰 민주주의 향해야”

    “민주주의, 결코 후퇴할 수 없다”“평등한 경제는 실질적 민주주의”“어렵지만 민주주의로 평화 이뤄야”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3주년인 10일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5공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6·10 기념식 참석은 취임 직후인 2017년에 이어 3년 만이다.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 열린 6·10 기념식 참석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상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와 평등이 민주주의의 양 날개라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며 “또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갈등과 합의는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라며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안함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특히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고,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며 “정부도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행사를 개최한 데 대해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며 “이제 남영동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반드시 4·3의 명예회복을 이루고,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온전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10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그간 정부 훈·포장에서 제외됐던 민주열사들의 부모와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등 12명의 공로를 기렸다.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의 추천을 받아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서훈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열사의 부모들은 아들의 죽음 이후 남은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며 3·1 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 서른세 돌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해간 열사들을 기린다”면서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담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다하신 고 이소선 여사님,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고 박형규 목사님, 인권변호사의 상징이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님, 시대의 양심 고 지학순 주교님,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 고 조비오 신부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고 박정기,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 언론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고 성유보 기자님, 시대와 함께 고뇌한 지식인 고 김진균 교수님, 유신독재에 항거한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님, 농민의 친구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님, 민주·인권 변호의 태동을 알린 고 황인철 변호사님, 그리고 아직도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이라며 훈장을 받은 12명을 일일이 거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돼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당연하다고 느낄 때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질문해야 하며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면서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이며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가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서울광장)에 이어 두 번째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학이 사라진 자리… 청춘의 고뇌가 추억 되어 켜켜이

    대학이 사라진 자리… 청춘의 고뇌가 추억 되어 켜켜이

    대학로에는 대학이 없다. 인근 성균관대생이나 방송통신대생이 들으면 크게 노할 주장이다. 그러나 대학로에는 대학로를 잉태하게 한 대학은 없다. 더 슬픈 것은 대학로에 대학이 있었다는 역사적 실체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로, 한때 이 땅의 최고 지성들이 똬리를 틀었던 곳, 그러나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대학로는 현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혜화동, 명륜동 일대, 옛 서울대 문리대 캠퍼스 주변을 말한다. 상대나 공대가 주목을 받기 전 이른바 낭만의 시대, 사람들은 문리대가 대학의 중심인 줄 알았다. 당연히 이 땅의 젊은 수재들은 문리대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울대 문리대가 있었다. ‘문리대’란 말은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몹시도 가난했던 1960, 70년대 그 시절을 주름잡았던 한국의 주역들은 대개 문리대 출신이었다. 정치인은 너무 많아 언급조차 어렵다. 문학과 지성(문지) 창간 4K로 불리던 김병익, 김현, 김치수, 김주현이 그렇고 미학과에 다녔던 김민기가 그렇다. 4·19세대의 좌절과 슬픔을 노래한 시인 김광규도 문리대 출신이다. 이처럼 당시 문리대는 곧 이 땅의 지성과 동일시되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학로를 곧 서울대 문리대의 고향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세월은 모든 것을 앗아 간다. 하지만 문리대 옛터는 이제 서울미래유산만이 화려했던 과거를 증거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로에는 이 땅의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가 봤을 명소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명소들은 이제 과거에서 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누가 뭐래도 그 첫 번째는 일찌감치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학림다방이다. 별칭이 문리대 제3강의실이다. 서울대 문리대의 축제인 학림제가 이 다방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그럴듯한 설이 있을 만큼 상징성이 크다. 1956년 문을 연 다방은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보란 듯이 남아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여러 사람을 거쳐 80년대 이후 이충렬씨가 경영하다가 지금은 아들인 영우(28)씨가 다방을 지키고 있다.학림에 관한 숱한 전설은 워낙 넘쳐 지면이 부족해 보인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1956년, 학림다방’이라는 간판의 아우라에 사로잡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 바쁘다. 영화 ‘강원도의 힘’, ‘번지점프를 하다’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선배 세대들의 추억을 마시게 된다. 이십대 젊은 사장이 맡고 난 뒤부터 아버지 세대의 슬픔을 공감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그 시절에는 기쁨보다 슬픔이 많았다. 학림에는 이 땅의 정치, 문학, 예술인들의 지도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방명록에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학림은 안 잊었노라’는 홍세화의 글과 ‘그 이름 오래 이어지소서’라는 고은의 글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의 친필도 남아 있다. ‘오늘 또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기쁩니다.’ 역시 노무현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가수 김민기씨와 함께 얘기하다 갔다”고 주인이 기억을 더듬었다. 속이 출출하면 가야 할 곳이 있다. 진아춘(進雅春). 그 시절 문리생들의 신입생 환영회, 종강 파티, 졸업 사은회가 단골로 열렸던 중국집, 역시 서울미래유산이다. 1925년 문을 연 진아춘은 학림과 함께 대학로를 대표하는 가게다. 100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을 대학로와 함께했다. 산둥성 출신 화상인 주인 형원호(65)씨가 30년 넘게 꾸려 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힘들다.” 주인장의 목소리에는 ‘우아한 봄을 선사한다’는 낭만적인 가게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수심이 배어 있다. 대학로의 무게를 더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건축가 김수근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건축가인 김수근은 유독 대학로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래서 건축계는 대학로를 ‘김수근밸리’라고 부른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부근에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대부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짧은 생을 살다 간 김수근은 평생 벽돌과 담쟁이를 사랑한 사람이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벽돌과 담쟁이를 오브제로 탄생됐다. 경동교회가 그렇고, 공간 사랑(현 아라리오뮤지엄)이 그렇고, 드물게 지어진 단독주택 세검정 세이장도 벽돌과 담쟁이로 처리돼 있다.그중 대학로의 랜드마크는 당연히 공공그라운드(구 샘터 사옥)이다. 1979년 완공된 샘터 사옥은 적벽돌과 담쟁이로 처리돼 따스함과 포근함을 주는 김수근의 걸작이다. 역시 김수근의 작품인 아르코미술관(구 문예회관)의 벽면에 불규칙하게 튀어나온 벽돌은 보는 이에게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이 자리한 대학로에는 60, 70년대 가난한 나라의 지성들의 슬픔이 진하게 숨겨져 있다.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며 샹송을 노래하고 민주주의를 외친 이 땅의 장년 세대들의 좌절과 슬픔, 고뇌가 녹아 있는 곳이다. “입학 당시 대학로 중간에는 개나리꽃이 무성하던 실개천이었습니다. 문리대 교정은 대학로 중간쯤에 있던 다리에서 시작됐고 당시 문리생들은 볼품없던 시멘트 다리를 미라보 다리로, 실개천을 센강이라고 부르며 파리를 동경했습니다. 아침부터 술에 취한 채 다리 밑에 떨어져 고래고래 고함지르던 문리생들도 많았습니다. 마로니에가 무성하면 그 그늘 밑에서 헤리 벨라폰테와 손시향의 노래를 불렀죠.” 대학로를 배경으로 한 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로 널리 알려진 김광규 시인의 회고다. 시인은 “지금은 없어진 쌍과부집에 가서 막걸리를 퍼마시거나 아니면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 학림에 가서 죽치고 앉아 LP판을 듣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며 “그때 들었던 베니아미노 질리의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고 덧붙인다. 대학로 중심 마로니에 공원 일대는 이제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촌으로 자리매김했다.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기 전 서울대의 모습을 축소시켜 재현해 놓은 청동모형만 그 옛날 마로니에가 무성하던 시절을 증언해 준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귓가에 속삭여 줄 사람은 가고 어디에도 없다. 정신의 리버럴리즘을 추구하던 고단한 몸짓은 이제 더이상 이곳에서 찾기 어렵다. 별을 보고 길을 찾았던 시대는 행복했다는 루카치의 한 구절이 남루하다. 짙푸른 플라타너스는 옛사랑이 피를 흘린 곳에서 제 무게에 겨워 넓은 잎을 늘어뜨리고 있고 마로니에의 풍성한 그늘에서는 버스킹을 하는 십대들의 노랫소리만 허공에 맴돈다. 학전소극장 부조에 새겨진 요절 가객 김광석의 노래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중략…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그렇다. 머물러 있는 청춘은 없다. 우리 모두 매일 이별하며 살아가고 있다. 초여름 햇살이 마로니에 공원에 뭉텅뭉텅 쏟아지고 있다. 글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데스크 시각] 다시 소환된 ‘1968년’/박상숙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다시 소환된 ‘1968년’/박상숙 국제부장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1968년도 ‘화염과 분노’의 시대였다. 인종 갈등과 베트남전을 둘러싸고 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 그해 4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됐고, 두 달 뒤엔 베트남 정책을 비판하던 로버트 케네디 의원도 괴한의 총격에 유명을 달리했다. 두 진보 인사의 죽음 이후 미국 사회는 갈등의 활화산이었다. 100여개 도시로 번진 시위는 점차 격렬해졌고, 백악관 인근에서는 기관총 난사가 벌어질 정도였다. 와중에 ‘법과 질서’(Law and Order)의 수호자를 자처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취임 이후 닉슨은 강경 태세로 일관했다. 반전 시위의 배후에 공산세력이 있다는 낙인을 찍었고, 평화를 호소하는 대학생들을 “캠퍼스를 파괴하는 부랑자들”로 부르며 “쓸어버리겠다”는 막말을 달고 살았다. 국가폭력이 저지른 최악의 참사가 그의 재임 중 일어났다. 켄트주립대 반전 시위 저지를 위해 투입된 군의 발포로 학생 4명이 숨진 것이다. 이후 시위는 정점에 올라 워싱턴DC에만 15만명이 몰려들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고언에 귀를 막고 뜻을 거스르는 관리들을 잘랐다. 독불장군 행태에 당시 국방장관은 자신의 승인 없이 백악관에서 내려온 명령을 따르지 말라는 지시를 몰래 내리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1968년’이 다시 소환됐다. 비극적으로 반복된 인종차별의 역사를 되새겨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적 시위에 연방군 투입 불사를 외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수세에 몰리자 52년 전 닉슨이 구사해 성공한 전략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에다 다시 일어난 인종갈등으로 수습이 절실하지만 백인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여전히 나라를 갈라치기하고 있는 것이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백인 유권자는 약 67%, 흑인 12.5%, 히스패닉이 17%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얻은 흑인표는 고작 8%였다. ‘성경책 인증샷’을 찍은 속셈이 다 있다. 재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까지 트럼프는 닉슨의 궤적을 그대로 밟고 있다. ‘미치광이 전략’으로 나라 안팎에서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고, 권력 남용으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는 것도 닮았다. 흑인시위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도 닉슨을 롤모델로 삼았다. 외부세력 개입을 언급하고 일부 폭력 시위를 과대포장하더니 급기야 시위현장에 전투헬기까지 띄우는 사상 초유의 일을 저질렀다. 닉슨 때처럼 불안해진 국방부는 백악관과 협의 없이 시위진압에 투입된 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란 오명을 얻은 닉슨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이 과연 재선에 도움이 될까. 알다시피 닉슨의 말로는 험악했다. 목매던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에 직면해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왔다. 탄탄대로였던 재선가도가 험로로 변하자 트럼프는 닉슨의 ‘한 수´를 빌렸다. 하지만 민주주의 훼손을 일삼는 추악한 리더십의 민낯이 드러난 마당에 표심을 얻을지 의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처럼 지역과 계층, 세대를 아우르는 시위는 없었다며 분열전략이 먹혔던 1968년과는 다르다고 짚었다. 반트럼프 전선 선봉장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거리 시위대 면면을 보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설파하고 있다. 닉슨의 사임에 “긴 악몽이 끝났다”며 미국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사적 사건은 비극과 희극으로 되풀이된다고 한다. 이 명제가 오는 11월 트럼프에게 어떻게 적용될지 궁금하다. okaao@seoul.co.kr
  • [자치광장] 10년 주민참여예산의 역사/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자치광장] 10년 주민참여예산의 역사/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책 과제를 주민 스스로 선정하고 숙의하는 공론의 장이 열린다. 은평구 주민총회가 그것이다. 코로나19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오는 20일 온라인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자리에서 논의할 과제는 온라인 숙의단을 만들어 사전에 주민투표에 의해 걸러진다. 언택트(비대면) 세상에 맞는 주민 숙의와 공론의 장이 은평에서 펼쳐진다.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은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참여와 협치, 마을 공동체와 자원봉사가 활성화됐고, 주민 제안 사업을 일반 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주민총회를 전국 최초로 개최했다. 또한 동 단위 지역회의를 운영해 지역 실정에 맞는 의제를 발굴하고 모바일 투표 방식을 개발해 주민 참여를 높였다. 타 지역의 주민참여예산이 주민 제안 사업에 국한되는 반면 은평구는 단순 주민 제안을 숙의민주주의로 전환해 700인 규모의 원탁토론 방식을 도입했다. 주민 제안 공모를 사업 제안에서 과제 제안으로 변경하고 민관 협치 방식으로 정책을 만든 것이다. 하나의 과제가 선정되면 이를 민관 태스크포스(TF)가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런 독창적인 은평구의 주민참여 예산은 지난해 매니페스토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시민참여·마을자치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10년 동안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서 마을공동체는 더욱 굳건해졌다. 마을공동체의 힘은 코로나19 정국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다양한 마을공동체의 주도로 ‘정나눔 건강마스크’를 제작해 취약계층에게 기부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친 주민을 위한 ‘발코니 음악회’도 열었다. 그동안 다진 마을의 힘이 지역사회 혼란을 막고 민관 협력의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앞으로 은평 주민참여예산은 언제, 누구든지, 어디서나 쉽게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상의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10년 동안 쌓아 온 주민참여위원 활동은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서울형 주민자치회와 조화롭게 어울려 은평형 주민참여위원회로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은평의 10년 주민 참여 역사가 서울시, 나아가 정부의 주민참여제도에도 시금석이 되리란 기대를 갖는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