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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경제·힐링정원·청년도시… ‘더불어 으뜸 관악’ 완성할 것” [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혁신경제·힐링정원·청년도시… ‘더불어 으뜸 관악’ 완성할 것” [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구민들 세 번의 선택에 책임감관악 발전 끊임없이 이끌라는 뜻현장 목소리가 구정 나침반 될 것안전·민생에 최우선 정책재해로부터 구민 생명·재산 보호‘관악S밸리’ 3.0 단계 경제 선순환전국 최초 ‘청년친화도시’ 지정청년 인구 비율 41.7%… 전국 최고청년이 정책 제안하고 자율성 높여쉼·휴식 함께하는 힐링정원도시 내년 남부권 첫 자연휴양림 준공무장애 ‘하늘숲길’도 단계적 확충“3선 구청장이 된 만큼 더 큰 사명감을 갖고 관악 발전을 마무리하겠습니다.”서울 관악구 최초의 3선 구청장이란 새 역사를 쓴 박준희(63) 구청장은 당선 직후에도 쉼 없이 뛰고 있다. 선거 이튿날 거리로 나가 아침 인사를 건네고, 여름철 수해 방지 시설을 점검했다. 박 구청장은 “선거 운동 기간 주민들의 응원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민원까지 함께 들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민선 9기 구정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찾은 그의 집무실은 8년 전 첫 임기를 시작할 때와 같았다. ‘모든 예산은 구민과 직원 복지를 위해 쓴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대신 관악이 ‘청년친화도시’ ‘힐링정원도시’ ‘혁신경제도시’로 탈바꿈했음을 방증하는 수많은 상패가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8년 전 주민의 부름을 받았던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낮은 자세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58.5%의 득표로 관악구 최초의 3선 구청장이 됐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누군가는 ‘3선을 하면 책임감이 덜한 게 아니냐’고도 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심한다. 선거가 끝났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축하만 듣는 게 아니라 과제를 귀담아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삼세판’이라는 표현처럼 구민들께서 세 번의 선택을 보내주신 건 ‘중단 없이 관악 발전을 이끌라’는 뜻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50만 구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안주하지 않고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모두가 행복한 더불어 으뜸 관악’을 실현하겠다.” -민선 9기 가장 우선순위를 둔 과제는. “안전과 민생 경제를 최우선에 두겠다. 기후 위기가 재난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관악은 우기 사고를 겪은 아픔이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해로부터 구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 도시를 만드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고물가와 고유가로 팍팍해진 민생 경제를 챙기는 것은 지방 정부의 책무다. 과거는 저축이 미덕이었다면 이제 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돈이 지역에서 선순환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화하겠다.” -관악의 경제 지도를 바꾼 ‘관악S밸리’가 3.0으로 진입한다. “미래 먹거리 산업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관악S밸리는 이제 고도화 단계인 ‘3.0’으로 나아간다. 현재 창업 보육 공간 18곳에 630여 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했고 약 3000명이 활동 중이다. 지역 경제의 확실한 선순환을 위해서는 활동 인구가 1만 명은 돼야 한다. 민선 9기엔 1000개 이상의 혁신 기업을 유치하고 관악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 관악S밸리 특정개발진흥지구의 지구단위계획 수립도 차질 없이 추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벤처 창업 도시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 -전국 최초의 ‘청년친화도시’ 답게 청년 정책에 공을 들이는게 인상적인데. “관악은 청년 인구 비율이 41.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청년 정책만 26개다. 단순히 청년이 많이 사는 곳을 넘어 청년이 주권을 행사하는 ‘청년 수도’의 롤 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중앙 정부에 ‘청년부’나 ‘청년청’ 같은 주무 부처를 신설하도록 계속 건의할 계획이다. 현재처럼 청년 정책이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는 상황에선 예산의 연속성이나 정책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시범 사업이 끝나도 청년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크다. ‘관악청년청’은 공무원이 아닌 청년이 정책을 제안하고 책임을 지는 모델로 자율성을 한층 높이겠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관악에 가능한 많이 유치하고 월세 지원 대상도 확대하고자 한다. 사회적 고립을 겪는 청년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도전할 수 있는 자립 지원 체계도 구축하겠다.” -‘힐링정원도시’ 비전도 눈에 띈다. “미래에는 쉼과 휴식이 함께 하는 도시가 경쟁력을 갖는다. 민선 8기에 공원녹지과를 공원여가국으로 확대·개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 앞 창문을 열면 꽃이 보이고 물이 흐르는 도시를 만들고자 24개 힐링 공간을 만드는 ‘관악산공원 24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산자락에 불법 건축물이나 불법 경작물 등을 수국 정원이나 전망대, 데크길처럼 일상에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꿨다. 특히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관악산 자연휴양림’은 서울 남부권 최초의 산림복지 공간이 될 것이다. 반드시 숙박 건물 한 동은 장애인 전용 시설로 설계해달라고 주문했다. 관악산뿐만 아니라 단계적으로 확충될 총 42㎞ 길이의 무장애 숲길 ‘하늘숲길’로의 접근성도 높다. 스스로가 힐링정원도시의 가드너(정원사)란 생각으로 누구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완성하겠다.” -최근 관악산 등산객이 급증했다. 지역 상권과 연결할 복안은. “서울의 대표 명소 관악산이 최근 방송과 소셜미디어(SNS)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가을철 늘어나는 등산 인파 관리 대비나 화장실 개선을 위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 등산객이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골목 상권의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14개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수국 정원을 조성하고 상권에서 연주대 등반 인증 사진을 제시하면 10%를 할인해주는 행사도 시작했다. 지난 3월 샤로수길 등 8개 상권에서 외부 방문객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7.7% 늘었다. 등반 인증을 하고 지역 상권을 찾으면 최대 5만원 혜택을 주는 ‘삼세판 소원 챌린지’도 호응이 높다. 권역별 맞춤 전략으로 등산객 발길을 골목 상권으로 유도하겠다.” -교통이나 주거 정비 분야의 굵직한 숙원 과제도 적지 않다. “신림~봉천 터널 건설은 2031년 준공 예정이지만, 서울시와 협의해 최대한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난곡선(동작구 보라매공원역~관악구 난향동) 경전철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고, 봉천천 생태하천 복원도 관악의 지도를 바꿀 핵심 사업이다. 주거 정비 사업은 총 32곳에서 진행 중이다. 구청 차원에서도 재개발·재건축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관악구가 배출한 5명의 시의원과 협력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 -‘K-민주주의 성지 관악’ 프로젝트도 궁금한데. “신림동 박종철센터에 공간을 더 확보해서 민주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싶다. 최근 6·10 민주항쟁을 맞아 센터를 찾아 둘러보고 이런 뜻을 센터 측에 전했다.” -구청장으로 마지막 4년을 맞았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혁신경제도시, 힐링정원도시, 청년 친화도시 등 3대 도시를 완성해 구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더불어 으뜸 관악’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오래도록 ‘일 잘하는 구청장’, ‘협치하는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구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관악청(聽)’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임기 마지막까지 현장을 발로 뛰며 성과로 증명하겠다.” ■박준희 구청장은 1963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상경해 봉천동에서 자취를 하면서 관악구와 연을 맺었다. 경기대 재학 시절 총학생회에서 활동한 그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1998년 지방선거 첫 도전에서 무소속(당시 기초의원 정당 공천 금지)으로 구의원에 당선됐다. 3·4대 구의원을 역임한 뒤 민주당 당적으로 8·9대 시의원에 당선됐고,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환경수자원위원장 등 요직을 섭렵했다. 관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2018년 구청장에 도전, 단박에 당선됐다. 이어 ‘경제구청장’으로 활약하며 관악구가 최초의 ‘청년친화도시’로 선정되도록 이끌었다. 6·3 지방선거에서는 관악구 최초의 3선 구청장이란 새 장을 열었다.
  • 中 견제냐 AI 주권 침해냐… 연거푸 앤트로픽 때린 美 [글로벌 인사이트]

    中 견제냐 AI 주권 침해냐… 연거푸 앤트로픽 때린 美 [글로벌 인사이트]

    미국 정부, 미토스 탈옥 해킹 우려최신 모델 외국인 접속 중단 통보수출 규제 해제 위한 협상 진행 중아모데이 “中 권위주의 악용 우려”오픈AI도 민주 국가들 협력 공감역량 뛰어난 ‘자체 AI’ 개발 필요성세계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앤트로픽사의 인공지능(AI)이 올들어 미국 정부로부터 두 차례나 퇴출당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가 고통과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며, AI가 가져올 수 있는 인류 종말의 위험을 진지하게 경고한다. 그는 이러한 입장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좌파 미치광이’로 비난받기도 했다. 앤트로픽이 정부 규제란 암초를 만나면서 AI 주권이 주목받는 상황을 짚어봤다. 지난 17일 프랑스 에비앙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모데이를 비롯한 AI기업 CEO들은 국가 원수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불과 닷새 전 앤트로픽은 자사의 최신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한 외국인의 접속을 중단하라는 ‘수출 금지’ 규제를 통보받았다. 이 조치는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로 갑자기 AI 접속이 차단된 유럽과 한국 등에서 AI 주권 침해라는 우려를 낳았다. 앞서 지난 2월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의 공급망 블랙리스트에 올라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앤트로픽이 AI를 군사적 용도로 최적화해야 한다는 국방부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앤트로픽을 두고 “현실 세계를 모르는 급진 좌파 기업이 우리 군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G7에서 아모데이와 만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두고 “똑똑한 사람이며 책임감있게 행동하고 있다”며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아모데이 CEO는 미토스5 모델이 굉장히 똑똑하고 위험해서 ‘탈옥’(AI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해킹)으로 생화학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실제 미토스의 탈옥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 정부가 수출 금지를 한 것으로 앤트로픽이 이를 보완하면 제재는 다시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앤트로픽에 대한 미 정부의 규제는 아모데이가 AI의 위험을 과장하는 발언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공개를 앞두고 AI의 성능을 지나치게 포장해 사람들에게 불안과 위기를 심어주는 소위 ‘공포 마케팅’에 제 발등을 찍힌 상황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AI 기업의 경영자들이 자기 사업에 유리한 이야기만 하는 것을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와 앤트로픽 사이에서는 수출 규제 해제를 위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앤트로픽 한국 지사 출범 기자회견에서도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은 “(탈옥 문제는) 앤트로픽만이 아닌 다른 업체에도 해당되는 것이고, (수출 규제는)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앤트로픽 AI의 ‘탈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중국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자랑하지만, 중국의 따라잡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아모데이는 “미토스급의 AI 모델을 중국을 비롯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심각한 위험이 뒤따른다”면서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와 AI가 결합하면 조지 오웰의 ‘1984’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AI 수출 규제가 되레 중국의 오픈소스 AI에 대한 수요 증가란 반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AI 딥시크는 토큰 100만개당 요금이 87센트로 미토스5의 6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가는 동안 오픈소스(AI의 코드·학습 데이터 등을 공개) 전략을 쓰고 있지만 가장 먼저 폐쇄할 나라도 중국”이라며 “중국은 충분히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7에서 아모데이를 비롯한 AI CEO들은 한목소리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을 당부했다. 아모데이는 “분열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와 앙숙인 오픈 AI의 샘 올트먼 CEO도 AI 통제에 대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국제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모데이는 올트먼과 AI 안전 철학에 대한 차이로 2020년 오픈AI를 퇴사해 앤트로픽을 창업했다. 두 CEO는 올가을 기업 상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이지만 AI 규제에 있어서 민주 국가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한편 앤트로픽의 갑작스러운 접속 차단 조치는 소버린 AI로 불리는 독자적 AI 구축 역량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한국말을 잘하거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대답하는 AI가 아니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소버린 AI를 개발해 미국에 휘둘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원들 포상금 절반 뚝 떼어 기부 눈길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원들 포상금 절반 뚝 떼어 기부 눈길

    “‘옛 전남도청’ 복원 과정은 단순히 건물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K민주주의 역사와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동준 문화체육관광부 과장)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소속 공무원들이 ‘옛 전남도청’ 복원과 개관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문체부 특별성과 포상금의 절반을 5·18기념재단의 암매장 유해 발굴 사업에 기부해 눈길을 끈다. 기부자는 이동준 과장, 박희경 사무관, 임세경 학예연구사, 이가영 주무관, 김유진 주무관이다. 이들은 지난 5월 개관한 옛 전남도청의 복원과 개관 특별전시 등 주요 행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성과 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22일 포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옛 전남도청은 5·18민주화운동의 최후 항쟁지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적 공간이다. 이들은 포상금의 절반인 500만원을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진실 규명에 쓰자고 뜻을 모았다. 기부금은 암매장 유해 발굴과 희생자 신원 확인, 진실 규명을 위한 사업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과장은 “이번 기부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하루빨리 찾고 5·18의 진실을 밝히는 데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세계 1위 앤트로픽의 인공지능, 왜 두 번이나 퇴출당했나 [글로벌 인사이트]

    세계 1위 앤트로픽의 인공지능, 왜 두 번이나 퇴출당했나 [글로벌 인사이트]

    세계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앤트로픽사의 인공지능(AI)이 올들어 미국 정부로부터 두 차례나 퇴출당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가 고통과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며, AI가 가져올 수 있는 인류 종말의 위험을 진지하게 경고한다. 그는 이러한 입장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좌파 미치광이’로 비난받기도 했다. 앤트로픽이 정부 규제란 암초를 만나면서 AI 주권이 주목받는 상황을 짚어봤다. 지난 17일 프랑스 에비앙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모데이를 비롯한 AI기업 CEO들은 국가 원수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불과 닷새 전 앤트로픽은 자사의 최신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한 외국인의 접속을 중단하라는 ‘수출 금지’ 규제를 통보받았다. 이 조치는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로 갑자기 AI 접속이 차단된 유럽과 한국 등에서 AI 주권 침해라는 우려를 낳았다. 앞서 지난 2월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의 공급망 블랙리스트에 올라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앤트로픽이 AI를 군사적 용도로 최적화해야 한다는 국방부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앤트로픽을 두고 “현실 세계를 모르는 급진 좌파 기업이 우리 군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G7에서 아모데이와 만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두고 “똑똑한 사람이며 책임감있게 행동하고 있다”며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아모데이 CEO는 미토스5 모델이 굉장히 똑똑하고 위험해서 탈옥(AI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해킹)으로 생화학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실제 미토스의 탈옥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 정부가 수출 금지를 한 것으로 앤트로픽이 이를 보완하면 제재는 다시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앤트로픽에 대한 미 정부의 규제는 아모데이가 AI의 위험을 과장하는 발언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공개를 앞두고 AI의 성능을 지나치게 포장해 사람들에게 불안과 위기를 심어주는 소위 ‘공포 마케팅’에 제 발등을 찍힌 상황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AI 기업의 경영자들이 자기 사업에 유리한 이야기만 하는 것을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와 앤트로픽 사이에서는 수출 규제 해제를 위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앤트로픽 한국 지사 출범 기자회견에서도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은 “(탈옥 문제는) 앤트로픽만이 아닌 다른 업체에도 해당되는 것이고, (수출 규제는)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앤트로픽 AI의 ‘탈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중국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자랑하지만, 중국의 따라잡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아모데이는 “미토스급의 AI 모델을 중국을 비롯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심각한 위험이 뒤따른다”면서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와 AI가 결합하면 조지 오웰의 ‘1984’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AI 수출 규제가 되레 중국의 오픈소스 AI에 대한 수요 증가란 반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AI 딥시크는 토큰 100만개당 요금이 87센트로 미토스5의 6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가는 동안 오픈소스(AI의 코드·학습 데이터 등을 공개) 전략을 쓰고 있지만 가장 먼저 폐쇄할 나라도 중국”이라며 “중국은 충분히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7에서 아모데이를 비롯한 AI CEO들은 한목소리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을 당부했다. 아모데이는 “분열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와 앙숙인 오픈 AI의 샘 올트먼 CEO도 AI 통제에 대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국제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모데이는 올트먼과 AI 안전 철학에 대한 차이로 2020년 오픈AI를 퇴사해 앤트로픽을 창업했다. 두 CEO는 올가을 기업 상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이지만 AI 규제에 있어서 민주 국가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한편 앤트로픽의 갑작스러운 접속 차단 조치는 소버린 AI로 불리는 독자적 AI 구축 역량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한국말을 잘하거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대답하는 AI가 아니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소버린 AI를 개발해 미국에 휘둘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사설] 李 대통령 지지율 속락, 민심 더 치열하게 읽으라는 경고

    [사설] 李 대통령 지지율 속락, 민심 더 치열하게 읽으라는 경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처음으로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어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경고와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임기 1년을 겨우 넘긴 이 대통령으로서는 여론의 변화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와대는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자세를 낮췄다. 냉정한 시선으로 보자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대통령 본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거대 여당의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무엇보다 국민의 우려를 키운다. 주택시장 불안은 높아만 가는데 일방적으로 거칠게 몰아가는 부동산 증세 방침도 민심을 교란하는 요인일 것이다. 스타벅스 불매 운동 등 정부의 무리한 주도로 국민의 민주주의 감수성을 침해한 사태 등도 패착으로 꼽힐 만하다. 지방선거에서 이미 거센 경고음이 나왔는데도 여권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검찰이 연어와 술을 베풀면서 진술을 회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주장이 허위라는 1심 법원 판결이 지난 20일 나왔다. 법치와 상식의 잣대로는 공소 취소의 명분이 사실상 무너졌다. 그런데도 여당은 법원 판결에 아랑곳없이 특검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민심의 방향과 거꾸로 가겠다는 무리수 아닌가. 청와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에도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답습할까 봐 걱정이 깊다. 세금이 늘어나는 주택보유자들도 불안하고, 공급이 없어 달궈진 집값에 당장 전·월세조차 구할 수 없어진 세입자들도 아우성을 친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 미국의 관세 공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막아냈고, 야당 인사들을 내각에 기용하는 실용적 면모를 보였다. 이는 중도층의 호감을 끌어내면서 60%가 넘는 고공 지지율로 이어졌다. 그런 이 대통령이 편가르기 방식의 손쉬운 정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히 돌아볼 시점이다. 중도층이 돌아앉으면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층에만 갇힌다. 그 지지층마저 오는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둘로 쪼개진다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 진보적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취임 4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고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자 복지 확대 노선을 수정하고 시장 친화 정책으로 선회해 결국 역대 최고 지지율로 퇴임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 대통령이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데도 민심은 왜 계속 경고음을 높이고 있는지 치열하고 겸허하게 돌아봐야만 한다.
  • [길섶에서] 올림픽공원 장외 관중들

    [길섶에서] 올림픽공원 장외 관중들

    평소 정치 관련 대화는 별로 하지 않는 저녁모임에서 한 참석자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얘기를 꺼냈다. “선관위가 만고역적처럼 두들겨 맞고 있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선거가 이렇게 타락하도록 뭘 해왔냐”고 일갈했다. 다른 분은 집회에 참석했던 아들과 나눴던 대화 한토막을 소개했다. “다 지난 개표소를 봉쇄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했다가 “청년들이 지금까지 가능한 일들만 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있었겠느냐”는 반박에 할 말이 없더라는 얘기였다. 독립성을 내세워 직무감찰을 거부하는 선관위를 감사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론에 대해선 “개헌론에 빠져들면 부실선거 책임자들에게 면죄부가 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부정선거와 부실선거를 굳이 구분하려는 정치권과 언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도 있었다. 올림픽공원에서 참정권 시위를 벌이는 사람은 수천, 수만 명일지 몰라도 장외에서 응원하는 관중은 그 백배, 천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단지 선관위의 잘못으로 보고 대응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경고음일런지 모른다. 박성원 논설위원
  • [서울광장] 청년을 가르치려는 정치의 착각

    [서울광장] 청년을 가르치려는 정치의 착각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고대 그리스 시인의 이 말을 빌려 지식인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나눴다. 다양한 변수와 복잡한 맥락 속에서 현실을 보는 이들이 여우라면, 하나의 큰 원리로 모든 일을 설명하려는 이들은 고슴도치다. 지금 청년층을 바라보는 기성 정치, 특히 민주화 세대 일부의 시선은 전형적인 고슴도치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하나의 역사관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그 틀에 들어오지 않는 청년을 곧바로 보수나 극우로 몰아붙인다. 6·3 지방선거 뒤에도 그랬다. 민주당이 기대한 만큼 청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여권 일각에서는 청년 표심을 하나의 병리 현상처럼 간주하는 말들이 나왔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은 선택을 독립된 정치적 판단으로 보기보다, 미성숙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기울어진 결과처럼 낙인찍은 것이다. 급기야 2030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대상이 아니라 ‘몽둥이’로 제압해야 한다는 망언까지 나왔다.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살면서 다른 세대의 선택을 힘으로 눌러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자체가 기막힌 역설이다. 그러나 선거 직후 드러난 청년들의 모습은 그런 단정이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보여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초기 항의의 중심에 2030이 있었다. 그들이 거리에서 따진 것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아니었다. 시민의 한 표가 국가에 의해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에 반응한 것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일부 세력이 시위를 음모론과 정략적 구호로 끌고 가려 하자 청년들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참정권 훼손에는 항의하되, 나의 분노를 남의 정치적 계산에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이것이야말로 성숙한 시민의 모습 아닌가. 많이 안다는 사람이 반드시 현실을 더 잘 읽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이론에 강하게 매인 사람일수록 예측을 그르치고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슴도치형 사고의 문제는 지식이 부족한 데 있지 않다. 하나의 해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현실의 복잡한 변화를 보지 않으려는 데 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젊은 사람이 정치를 말하려면 더 공부한 뒤에 하라는 식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비판한 적이 있다. 선거처럼 공동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장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시비를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상대의 지성을 일단 믿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이다. 청년을 가르치려 들기 전에 먼저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 청년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판단하고 발언할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세계 곳곳의 청년들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실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빗댄 발언을 계기로 청년들이 ‘바퀴벌레당’이라는 풍자적 이름 아래 기성 질서의 무책임을 꼬집었다. 네팔에서는 SNS 차단과 부패에 항의한 청년 시위가 정권을 흔들었다. 지금 청년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규칙과 절차에 예민한 세대다. 입시에서는 작은 점수 차가 인생의 경로를 바꾸고 취업시장에서는 긴 준비 끝에도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도 집값과 자산 격차 앞에서 출발선의 차이를 절감한다. 그러니 이들이 최소한의 공정, 최소한의 절차, 최소한의 권리 보장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젊은피’를 찾는다.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 대변인을 앞세우며,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를 약속한다. 그러나 청년은 대개 일회용 간판으로 활용될 뿐 결정의 중심에는 서지 못했다. 젊음은 필요했지만 젊은 판단은 불편했던 셈이다. 거리에 나온 2030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청년을 언제까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이용할 것인가. 마음에 들 때는 미래세대라 부르고, 불편할 때는 미숙한 세대로 몰아붙이는 정치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고슴도치의 확신으로는 그들을 읽을 수 없다. 청년을 시민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정치가 미래를 말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 박상숙 논설위원
  • ‘술파티 위증’ 후폭풍… 與 “참 이상한 판결” 野 “정치공작 확인”

    ‘술파티 위증’ 후폭풍… 與 “참 이상한 판결” 野 “정치공작 확인”

    민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주장정청래 “자료 미제출은 檢 짬짜미”국힘 “공소취소 논리 기반 흔들려”“박상용 희생양” 징계 철회 요구도의장 “24일까지 상임위 명단 내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제기를 1심 법원이 위증으로 판단하면서 여야 충돌은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판결에 반발하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공소취소 주장의 근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법제사법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원구성 협상마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한층 깊어지는 양상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판단을 두고 “참 안타깝고 이상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무부와 고검 등에서 사건을 조사했는데 관련 자료가 법원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료 미제출도) 검찰의 짬짜미가 아니었을까”라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 “숟가락만한 보완수사권이라도 주면 정권에 칼을 들이댈지 모를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검찰권 남용과 정치 개입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일에 대해 단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논리의 기반이 흔들렸다고 반격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연어 술파티 의혹으로 지난 2년 6개월 동안 국가적 혼란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거짓이 탑을 쌓아 올려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로 가기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막기 위해 거짓말쟁이를 동원하고 수사기관을 짓밟은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재판취소 저지 특별위원회’도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박상용 검사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특위 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 대통령은 셀프 공소취소를 위해 박 검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공방은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원구성 협상과도 맞물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이슈와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내세우며 대치 중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회동을 이어갔지만 이견를 좁히지 못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24일 정오까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해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직접 선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 원내대표는 “시간 끌기는 용인하지 않겠다”며 단독 처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 李 국정 지지율, 긍정 46.7% 부정 49.7%… 취임 후 첫 ‘데드크로스’

    李 국정 지지율, 긍정 46.7% 부정 49.7%… 취임 후 첫 ‘데드크로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2일 발표됐다. 청와대는 민심의 향배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몸을 낮췄다. 6·3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를 앞두고 격화된 여권 내 주도권 다툼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여당 중진들은 나란히 당내 파열음을 경계하며 ‘통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무선자동응답, 지난 15~19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6.7%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4.8% 포인트 낮아지며 5주째 내리막을 이어갔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주저앉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부정 평가는 5.5% 포인트 상승한 49.7%로 집계돼 오차범위 내에서 긍정 평가를 추월했다. 리얼미터는 “선거관리 부실 사태로 촉발된 책임론 확산과 여당 내 당권 갈등이 정국 전반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자산시장 양극화 우려가 부각되며 중도층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 이탈이 나타나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지지율 변동은 민생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 체감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이를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당내 갈등을 자제하라는 중진들의 요구가 잇따랐다. 국회의장 출신의 5선 우원식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상처와 분열이 아닌 더 크고 하나 된 민주당으로 나아가자”고 운을 뗐다. 이어 국회부의장인 4선 남인순 의원은 이날 “멸칭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비하와 조롱, 혐오는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고, 당의 단합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4선 이광재 의원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분열과 갈등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적었다.
  • [단독] 투표용지 축소 ‘반쪽짜리 보고’… 선관위원 아무도 확인 안 했다

    [단독] 투표용지 축소 ‘반쪽짜리 보고’… 선관위원 아무도 확인 안 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투표용지 50% 축소 인쇄’ 지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고됐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터진 뒤 위원들은 모두 “보고 받은 기억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관련 내용이 반 페이지 분량으로 회의 자료에 포함됐지만 제대로 검토조차 않는 등 선관위 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11월 24일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위원회의에는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50% 하한으로 축소하는 지침이 ‘공직선거관리규칙 등 개정사항 검토안’에 포함돼 보고됐다. 당시 회의에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위철환(현 위원장 직무대행) 상임위원 등 선관위원 9명 중 총 8명이 참석했다. 비상임 위원인 김대웅 위원만 불참했다고 한다. 회의 안건은 의결이 필요한 의결 사항과 보고 사항으로 나뉘는데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는 보고 사항으로 분류됐다. 의결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도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위원들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태가 확대되자 위원들은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에 “안건을 다룬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보고 안건이면 상세하게 논의를 안 해도 적어도 한 줄 읽기라도 했을 것 아닌가”라며 “당시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전혀 예상을 못했으니까 그냥 그렇게 보고하고 넘어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위원장도 당초 이 지침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했다가 뒤늦게 보고 안건에 포함된 걸 알고 말을 바꿨다. 같은해 12월 선관위 사무총장·선거정책실장 전결로 투표용지 인쇄 축소 지침이 시행되기 전에 향후 시행 시 문제점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형식적인 보고에 그치면서 결국 일을 낸 것이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는 이날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해 선관위원 9명 전원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데 합의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대부분 비상임 위원들이라 선관위 이슈와 회의에 대해 민감한게 반응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시민사회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회의록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선관위는 투표용지 축소 인쇄 지침을 결정한 회의록을 ‘비공개 원칙’이라는 이유로 진상규명위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판례에 근거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면서 “특위에서 의결을 거쳐 공식 요구하면 회의록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진상규명위가 수사 의뢰를 권고한 안건에 대해 비공개로 논의했다. 수사 의뢰 권고 대상자 중 한 명인 위 대행은 해당 안건 심의 때 회피 신청을 한 뒤 잠시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회의 직후 “진상규명위가 보고한 자료 일체를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제출하는 것을 포함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진상규명위는 노 전 위원장과 위 대행을 포함해 허철훈 전 사무총장·사무차장·선거정책실장, 서울시선관위 위원장 등 12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선관위의 수의계약 ‘쏠림 현상’도 도마에 올랐다. 특위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선관위 수의계약 규모 상위 5개 업체의 최근 5년간 계약 금액(약 1185억원)이 전체 금액(약 2417억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추경호 “세금 운영 관사 안 써”…사비 마련 아파트 전입

    추경호 “세금 운영 관사 안 써”…사비 마련 아파트 전입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해 온 시장 관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관사 운영에 따른 행정·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실용주의 시정을 구현하겠다는 추 당선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대구시장직 인수위에 따르면 추 당선인은 북구 침산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주거지를 직접 마련하고 이날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마쳤다. 인수위 측은 관사 운영에 따른 예산 부담을 줄여 시민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 당선인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대구시민의 선택으로 당선된 시장인 만큼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사에 살 이유가 없다”며 “관사 운영에 수반되는 행정·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시민을 위한 재원으로 돌려, 실용과 책임 시정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의 변화와 혁신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만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시정을 펼치고, 무엇보다 대구 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장 관사는 민선 4기 때 매각됐으나, 2016년 다시 매입해 운영돼 왔다. 추 당선인이 관사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구시는 남아 있는 관사 2곳을 관련 규정에 따라 매각할 예정이다.
  • 박옥분 경기도의원, ‘민주시민교육, 다시 시작이다’ 참석

    박옥분 경기도의원, ‘민주시민교육, 다시 시작이다’ 참석

    경기도의회 박옥분 의원이 예산 지원 중단으로 공백 사태를 맞은 도내 민주시민교육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재정적 지원 재개를 위해 의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대강당에서 개최된 민주시민교육 워크숍에 참석해 “민주시민교육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시민교육강사협의회가 주최하고 ‘다시 시작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워크숍에는 경기도 내 10개 시·군에서 뜻을 함께하는 도민들이 대거 집결했다. 단일 지자체 단위를 넘어 경기도 전역에서 폭넓은 참여가 이루어짐에 따라, 제도적 공백기 속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을 향한 도민들의 열망과 높은 사회적 관심을 고스란히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축사에 나선 박 의원은 “내가 직접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조례」를 만들고 10억 원의 예산을 끌어왔지만, 지금 그 지원이 끊겨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그런데도 오늘 10개 시·군의 시민들이 스스로 이 자리에 모였다. 예산이 없어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도민의 열망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이 자리가 증명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옥분 의원은 경기도 최초로 민주시민교육 조례를 발의·제정하고, 실효성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10억 원 규모의 도비 예산을 확보하는 등 그동안 제도적 기틀을 다지는 데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다. 민주시민교육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행정 시스템 내에서 지속되도록 이끌어왔으나, 현재는 도 차원의 지원책이 끊기면서 현장의 교육 인프라가 사실상 중단 위기에 봉착한 실정이다. 이에 박 의원은 현시점의 사회적 문제점을 짚으며 교육의 당위성을 재차 역설했다. 박 의원은 “사회적 양극화와 혐오·갈등이 깊어지는 지금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이 가장 절실한 시대”라며 “민주주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민주주의가 일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씨앗을 심고 꾸준히 물을 주어야 꽃이 피듯, 민주주의도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가꾸어야 한다”며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만들어낸 민주시민교육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예산 지원 재개를 위해 도의회에서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도민들과 교육 관계자들은 초청 강연과 소그룹 분임 토의를 이어가며 일상 속 민주주의 실천 모델, 시민 참여 확대 방안, 민주시민교육의 지속 가능한 제도화 방향성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열띤 참여 열기를 보여주었다.
  •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우선 제목에 담긴 오해부터 바로잡고자 한다. 역사 교과서도, 현장의 역사 교사들도 역사를 단 한 줄로 가르치지 않는다. 역사는 인간이 남긴 모든 기록과 흔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맥락이 아닌 단편적인 문장으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방대한 역사의 모든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압축된 형태’로 기억하려 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중세는 암흑기였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평등의 승리였다”,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풍요로워졌다”,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했다”와 같은 문장들이 그 예다. 이런 압축은 시험을 준비하거나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압축된 기억’이 ‘역사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학교를 떠나 역사를 전공하거나 깊이 있는 교양서를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박제된 문장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무수한 맥락의 그물망이기 때문이다. ●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말은 누구의 관점일까?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마침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그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오랫동안 역사 교과서는 ‘신대륙 발견’이라고 설명해 왔고, 우리의 머릿속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역사학에서는 이 표현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마야, 아즈텍, 잉카를 비롯한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고, 수천만 명의 원주민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 자신들이 살던 땅을 누군가가 ‘발견했다’는 표현은 성립할 수 없다. 심지어 1960년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발견된 바이킹 정착지 유적은, 바이킹이 콜럼버스보다 약 500년 먼저 북미에 도착했음을 증명하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명제를 완전히 뒤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콜럼버스가 세계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그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지속적으로 연결했고, 이후 대항해 시대와 세계 무역,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누가 기록했는가에 따라 그 의미와 표현도 달라진다. ● 중세 시대는 정말 암흑기였을까? 중세 시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짙은 회색이 가득한 어둡고 음산한 장면이 떠오른다. 중세 시대를 ‘암흑기’(Dark Ages)라는 강렬한 단어로 기억하고 있는 탓에, 우리는 여전히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중세 시대를 무지와 미신,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의 시대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역사학은 이 시기를 훨씬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중세에는 유럽 최초의 대학들이 세워졌다. 이때 탄생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프랑스 파리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수학과 건축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고딕 성당’도 이 시기에 건설됐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과 샤르트르 대성당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경이로운 건축적 진보를 보여준다. 농업 기술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철제 쟁기가 보급되고, 토지를 3년 주기로 돌려 경작하는 ‘삼포제’(三圃制)가 확산되며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풍차와 물레방아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며 사회의 동력이 됐다. 물론 흑사병, 종교 갈등, 십자군 전쟁과 같은 비극적 사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건 몇 가지로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암흑기’라는 단어 하나로 가두기에는 중세는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시대였다. 일각에서는 ‘암흑기’라는 표현 자체가 르네상스 시기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사적 개념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 프랑스 시민혁명은 정의가 승리한 이야기였을까? 1789년, 오랜 재정 위기와 흉작으로 폭발한 민중의 봉기가 도화선이 돼,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운 혁명이 봉건제도를 무너뜨리고 국민주권에 기초한 근대적 정치 질서의 기틀을 세웠다. 역사는 이를 ‘시민혁명’(Bourgeois Revolution)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민혁명은 현대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혁명의 실제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서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혁명 정부는 정치적 주도권을 쥔 뒤 체제 유지를 위해 ‘반혁명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혁명을 이끌던 지도자들은 서로를 숙청하고 처형하기 일쑤였다. 공포 정치로 수천 명을 단두대에 세웠던 막시밀리엥 드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결국 두려움에 뭉친 동료들의 반격으로 같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혁명은 자유를 향한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고귀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권력을 향한 추악한 투쟁이 있었고, 희망의 시대과 공포의 시대가 동시에 열린 사건이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는 혁명의 의미를 설명하지만,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인간의 욕망과 갈등까지 오롯이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 산업혁명은 모두를 부자로 만든 사건이었을까?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적 전환점이었다. 그 상징성 덕분에 오늘날 인류 역사의 중대한 경제적 변화 시점마다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이 붙곤 한다. 21세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것도 산업혁명이 가진 거대한 상징성을 활용한 같은 맥락이다. 제1차 산업혁명의 결과, 증기기관이 등장하고 대량생산 체계가 시작되면서 생산성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필요한 물건을 예전보다 싸고 빠르게 손에 쥘 수 있게 됐고, 서서히 현대적 자본주의의 기반이 확립됐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삶은 결코 풍요롭지 않았다.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은 흔한 일이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위험한 탄광과 방직공장에 내몰렸다. 도시는 급속히 팽창했지만 위생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빈민가에서는 질병과 범죄가 난무했다. 오늘날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노동시간 제한, 산업재해 보상, 최저임금, 아동노동 금지 같은 제도들은 사실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발전은 언제나 혜택과 비용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번 혁명이 우리 사회에 지불하게 할 비용이 무엇인지 두려움을 안고 지켜보고 있다. ● 서로마 제국의 멸망과 냉전에 대한 편견 우리는 “서기 476년 로마 문명이 무너졌다”고 기억하지만, 사실 그해 그날 갑자기 문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동로마 제국은 이후로도 1453년까지 약 1000년을 더 이어갔고, 그곳에서 꽃핀 로마법은 현대 유럽 법률의 근간이 됐다. 로마인이 남긴 라틴어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의 뿌리가 됐으며, 로마가 구축한 도로망과 행정 체계 역시 중세 시대를 관통하며 이어졌다. 문명은 단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대 역사학자들은 로마의 ‘멸망’이라는 단어 대신 ‘전환’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냉전(Cold War)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가 존재한다. 우리는 냉전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91년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이어진 미국과 소련 사이의 단순한 대립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냉전은 단순히 두 초강대국의 경쟁을 넘어, 전 세계를 재편한 거대한 국제 질서의 변화였다. 그 영향력은 한반도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전쟁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의 수많은 분쟁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독립한 국가들은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았고, 스위스처럼 비동맹 노선을 택하며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한 국가들도 있었다. 역사 교과서에는 마치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거인의 대결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냉전은 수십억 명의 삶을 흔들어놓은 지구적 규모의 사건이었다. ●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닌 출발점이다 역사 교과서는 역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낸 완결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방대한 역사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도에 가깝다. 지도는 단순할수록 직관적으로 길을 찾기 쉽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그림, 단편적인 문장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간단한 지도를 손에 들고 막상 길을 나서면, 실제로는 지도 너머에 더 많은 풍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도의 선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작은 골목길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풍경, 그 길을 둘러싼 자연이 사실은 역사라는 지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 쉽게 단정 짓고 해석하고 외우려 하지 말고, 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이라는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는 힘을 길러주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박제된 사실과 연도를 외우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우리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 민주적 기본질서는 상호 존중부터[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 민주적 기본질서는 상호 존중부터[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직무감찰서 선관위 빼려 한 민주당878건 채용 비리도 별 언급 않다가국민들 지탄에 李 ‘개헌’까지 거론공정 선거 ‘민주주의 충분조건’ 아냐민주공화국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한계 고민하며 더 나은 제도 찾아야22대 총선 민주 50%·국힘 45% 득표‘국민의 뜻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양당 의석수 50대 45 나눠야 마땅李대통령 행정 수반 앞서 국가 원수투표지 부족 대국민 사과부터 하고민주당 그간의 입법 독주 반성해야“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독립기관으로 해놨기 때문에 감시·통제·견제 법 제도를 만들면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필요하다면 여야간에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럽 성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한 말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심각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李대통령·민주당 그동안 정반대 행보 문제는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정반대의 행보를 걸어왔다는 데 있다. 2025년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감사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상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위법한 결정이라고 판시했다. 그러자 전용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명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다음 날인 28일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때까지, 그리고 그 후로도, 민주당은 총 878건에 달하던 선관위 채용 비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하지 못하도록 법을 고치려고 했다. 대체 민주당은 선관위를 왜 이렇게까지 두둔하고 있는 걸까. 그러다가 선관위가 역대급 부실 행정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자 이 대통령은 비난의 손가락을 정치권 전체로 가리키면서 개헌 카드를 언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도의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선관위가 정신을 차리고 정상 작동해야 하는 이유는 선거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선거는 민주적인가? 공정한 선거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오히려 선거에만 너무 집중하면 민주주의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선거를 앞세운 비민주적 처사, 심지어 폭거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너무도 도발적인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은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은 제도’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형식적 민주화를 이룬 것에 대한 큰 자부심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북한이나 중국 등 명백히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의 반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선거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선거는 민주공화국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민주주의의 본질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프랑스 출신으로 뉴욕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쳐온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 고(故) 버나드 마넹의 주저 ‘선거는 민주적인가’를 통해 선거와 민주주의의 오묘한 관계에 대해 살펴볼 때다. “왜 우리는 추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마넹이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검토하면서 던지는 질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 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민회에서 모든 사람이 모여 투표나 토론으로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자신의 생업을 미뤄두고 공동체를 위한 업무에 종사할 사람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컨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나 상황이 있다. 그럴 때 아테네인들이 택한 방식은 후보를 내서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착순으로 지원자를 받은 후, 그 지원자 중 누가 공직자가 될지는 추첨으로 결정했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정치라는 어렵고 복잡한 일을 어떻게 추첨으로 뽑힌 ‘아무나’에게 맡긴단 말인가.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리의 생각을 보고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정치는 가장 가난한 사람부터 부유한 사람까지, 가장 잘생기고 똑똑한 사람부터 못난 사람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것을 아무나에게 맡기지 못한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정치일 수 있는가? ●선거 집착 민주주의 본질 잊을 수도 고대 아테네 사람들에게 “민주정은 결정적인 권력을 비전문가들, 즉 아테네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hoi idiotai)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평범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 중 그 누구라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란 돈이 많고 기존에 명성이 높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이상과 거리가 멀다. 선거가 아닌 추첨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발상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이다. 마넹의 논의는 선거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선거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관점, 선거만 있으면 민주주의가 저절로 성립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선거는 분명 세습보다 낫다. 투표를 통한 민주주의는 투표조차 하지 않는 일당독재보다 국민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선거로 정해진 것이니 그 어떤 의문도 표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선거 근본주의 또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형식을 잘 지켜나가되 그 한계를 고민하며 보다 나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마넹의 지적은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지닌다. “선거에 대한 근본적인 사실은 선거가 동시에 그리고 확고하게 평등주의적이고 불평등주의적이며, 귀족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선거의 귀족주의적 측면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 측면은 잊혀지거나 아니면 잘못된 원인들 탓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를 되짚어 보자. 선거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이 가져간 지역구 의석수는 71석이나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개헌선에 육박하는 175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거대 야당이 되었고, 그 후 대선을 치르며 거대 여당으로 거듭났다. 이 결과는 과연 ‘민주적’일까?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전국 투표를 종합해 보면 약 50%의 국민이 민주당에 표를 던졌고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약 45%의 국민이 국민의힘을 뽑았다. 만약 민주주의가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면 양당의 의석수 역시 50대 45로 나뉘고 나머지 5를 그 외의 정당이 차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권력 기관간 견제·균형 원칙 지켜져야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그간 관례적으로 제1야당에게 주어졌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의 우려와 반발을 무시한 채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켰고, 이 대통령에게 제기된 공소를 취소하기 위한 특검법 발의를 고집하고 있다. 설령 민주당의 의석이 선거를 통해 주어졌다 한들, 그렇게 얻은 의석을 바탕으로 이렇게 법과 질서를 망가뜨린다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완벽하지 않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선거 그 자체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라는 이상 역시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왜곡되어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권력 기관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민주국가의 시민과 정당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선거를 치러도 민주주의는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이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기에 앞서 국가 원수다.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국민을 향해 직접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후반기부터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고 그간의 입법 독주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중요한 축이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길고 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美 등 민주주의 역사 길수록 별도 선거관리 기구 안 둬… 우리식 제도 논의를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와 별도의 조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 뿐 아니라 정당 사무와 정치자금 관리까지 폭넓게 담당하는 중요 조직으로,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이런 방식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길고 오래된 나라일수록 선거 관리를 위한 특별한 기구를 두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미국에는 전국 단위의 독립 선거관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으며, 연방정부도 선거를 직접 집행하지 않는다. 각 주 정부와 카운티가 유권자 등록, 투표소 운영, 개표 절차를 담당하며, 우편투표와 사전투표, 신분증 확인 기준도 지역마다 다르다. 프랑스의 선거 집행은 내무부가 담당하며 실제 투표소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져 있다. 독일의 선거는 연방선거관리관이 총괄하는데 그것은 연방통계청장이 겸임하는 행정적 직위에 불과하며 실제 선거 집행은 각 주와 지자체의 소관이다. 일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운영하지만 총무성 산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한국처럼 독립된 선거관리기구를 설치한 나라가 없지는 않다.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최근 많이 언급되는 대만의 경우,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독립된 중앙선거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잘 알려져 있듯 부재자투표 제도조차 운영하지 않으며 모든 유권자는 선거 당일 본인의 호구(戶口)가 등록된 선거구에 직접 방문하여 투표해야만 한다. 선거의 투명성과 직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정권의 넓은 보장이라는 가치를 희생하는 셈이다. 선거가 시행되는 단 하나의 올바른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국의 역사와 맥락 속에서 유권자가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투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맞고 바람직한 선거 제도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전북 소외받는 시대 끝났다… 새만금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전북 소외받는 시대 끝났다… 새만금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전북의 잠재력을 국가 발전의 핵심 엔진으로 승격시켜 지역의 권익을 극대화하는 당당한 도정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은 2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전북이 소외받는 시대는 끝났다”며 “성장의 활력이 넘치는 ‘강한 전북’을 실현하겠다”고 민선 9기 도정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유능한 경제 해결사’로서 자립형 경제 모델을 구축해 전북을 미래 산업의 심장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의지다.특히 이 당선인은 도민이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는 ‘도민 주권주의’로 도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1호 공약인 ‘전북성장공사’는 취임 즉시 설립을 추진하고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새만금에 내국인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 방안도 제시했다. 선거 과정에서 깊어진 갈등 해소 방안으로는 다양한 가치와 생각이 공존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도정에 반영될 수 있는 ‘대통합 도정’을 내세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9년 정무부지사 이후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7년 만에 전북도정에 복귀한다. 소감은. “돌아오는 과정이 너무 치열했다. 어깨도, 마음도 무겁다. 하지만 도민들의 기대와 쓴소리를 자양분으로 삼고 모두의 열정을 하나로 모아 전북의 새로운 도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그동안 전북은 어떻게 달라졌나. “뒷걸음쳤다고 본다. 지난 4년 동안 6만 명의 인구가 빠져나갔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최하위권으로 전락했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전북에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현대차 9조원 투자, 피지컬 인공지능(AI), 한진중공업 군산조선소 인수 등으로 전북 경제에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전북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우리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역동적인 전북을 만들겠다.” ‘도민 주권주의’ 패러다임 전환도민이 주인으로서 행정 감시·평가함께 정책 만드는 진정한 ‘참여 도정’수요자 중심 직접 민주주의 펼칠 것-도정 운영 방향으로 도민 주권을 내세웠는데. “‘도민 주권’은 민선 9기 도정의 헌법과도 같은 핵심 철학이다. 도민이 주인으로서 행정을 감시하고 평가하며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참여형 도정’이다. 도민이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는 ‘수요자 중심의 직접 민주주의 도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 주요 정책의 입안 단계부터 예산 편성, 집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도민의 의견이 직접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 -선거 과정에 ‘체감 성장’을 강조했다. “체감 성장은 도민 개개인의 삶에서 느끼는 경제적 온기를 의미한다. 지갑이 두꺼워지고 일상의 여유가 생기는 성장이 진짜 성장이다. 전북의 햇빛과 바람을 도민의 소득으로 연결하는 ‘에너지 이익 공유제’를 통해 도민들에게 정기적인 배당이 돌아가는 경제 모델을 추진하겠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상권 프로젝트를 통해 영세 소상공인들이 대형 유통망과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겠다. 전북형 핀테크를 지원해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낮추고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1호 공약으로 전북성장공사 설치를 약속했는데. “전북성장공사는 우리 도정의 경제 컨트롤타워이자 ‘골든키’가 될 것이다. 취임 즉시 출범을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 올해 하반기 조례 제정과 조직 구성을 마치고 내년 초 정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구는 기업 투자 유치, 창업 보육, 투자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원스톱 전담 기구다. 지역 경제 생태계에 있는 기업의 현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지원 전략을 수립해 혁신, 성장할 수 있도록 두텁게 지원하겠다.” -새만금 투자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새만금은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의 심장이자 전북의 운명을 바꿀 대역사이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새만금을 세계적인 ‘에너지 실증 단지’로 진화시키겠다. 탄소 중립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여 에너지 자립형 첨단 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 데이터센터와 AI 클러스터를 결합해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을 집적화하는 등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 -새만금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시급한 과제가 많은데. “우선 2030년까지 공항, 철도, 항만, 남북 3축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이 확충돼야 한다. 산업적으로는 현대차그룹 9조원 투자를 기반으로 로봇 도시, 로봇 밸리를 조성하고 피지컬 AI도 육성하겠다. 농생명 용지는 헴프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해 신약 개발을 서두르겠다. 드넓은 관광 레저 용지를 채우기 위해서는 앵커 기업으로 내국인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 리조트가 들어와야 한다. 새만금 관할권 논쟁은 상생의 통합으로 풀어내겠다.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켜 관할권 논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 삶 속 경제적 온기 ‘체감 성장’투자·창업 지원 전북성장공사 설치새만금 탄소 중립 글로벌 기업 유치고부가가치 산업 청년 일자리 창출-청년이 떠나는 등 지역 소멸 위기 극복 방안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 그리고 삶의 질이다.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는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없다. 전북의 전략 산업인 농생명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연계된 ‘청년 정착 인턴십’을 대폭 확대하겠다. 청년들이 전북에서 창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창업 지원금과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문화·여가 시설이 결합된 ‘청년 특화 정주 도시’를 권역별로 조성하겠다. 전북을 ‘청년이 일하고 싶고, 살고 싶고, 꿈을 펼치고 싶은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 -전주·완주 통합 무산 이후 전주·김제 통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전주·김제 통합은 시너지가 크고 두 지역에 이익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통합은 전주와 김제 시민, 지방의회 의원, 단체장들이 결정할 일이다. 인접 시·군의 반발도 예상된다. 상생 방안을 만들고 논의가 진행되면 도의 입장을 밝히겠다.” -전북과 전남 광주, 제주를 포함한 초광역 협력 체계를 제시했는데. “전북이 남부권 초광역 경제권의 ‘브릿지(다리)’ 역할을 해 대한민국의 경제 축을 수도권에서 남부권으로 옮기는 데 앞장서겠다. 전북·전남 광주·제주를 잇는 ‘남부권 경제 동맹’을 통해 각 지역의 특화 산업을 서로 연결하고 공유하겠다. 남부권의 자원을 하나로 묶어 대한민국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 -중앙정부와 관계 설정과 전북 몫 찾기에 도민들의 관심이 높다. “정치는 명분과 실력, 그리고 네트워크이다. 중앙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원팀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북의 현안이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배치되도록 하겠다. 무작정 예산만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 전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로 설득하는 ‘당당한 실용주의’를 실천하겠다. 국회와 청와대, 그리고 중앙 부처에 포진된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전북의 몫을 확실히 찾아오겠다. 도지사가 직접 비즈니스 현장을 누비며 중앙의 자원을 전북으로 끌어오는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 전북이 소외받는 시대는 끝났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전략은농생명·탄소 소재 등 지역 전략 산업농축산부·농협중앙회 등 유치 대상각 부처 인적 네트워크 총동원할 것-민선 9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최대 관심사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다. “전북의 주력 산업인 농생명, 재생에너지, 탄소 소재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알짜 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 우리 도의 산업 전략과 정합성이 높은 기관들을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유치 명분을 논리적으로 강화하겠다. 농생명 도시인 만큼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는 물론 국민연금과 관련이 깊은 공제회, 한국투자공사, 에너지 기획 평가관리원, 환경공단 등이 유치 대상 기관이다.”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도전은 이어가는지. “2036년 하계 올림픽의 유치 도전은 지역의 미래를 바꿀 핵심 프로젝트이다. 취임하면 서울시장을 만나 공동 개최 의견을 조율하겠다. 서울시가 반대하면 경기도와도 공동 개최를 논의하겠다. 올림픽 개최가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제성, 효율성,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검토 중이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민선 8기 정책 가운데 계승할 것은.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방산 클러스터, 2차 전지 특화 단지 등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성과가 검증된 정책들은 과감히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거 과정의 갈등은 전북을 사랑하는 도민들의 열정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 성장통이다. 이제는 ‘강한 전북’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이다. 모든 도민을 품는 ‘대통합 도정’을 실천하겠다. 전북이 대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을 짜임새 있게 잘 구성하겠다. 차분하지만 속도감 있게 풀어가겠다. 도민만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 “전남광주특별시 문화기관장, 시민이 결정”

    “전남광주특별시 문화기관장, 시민이 결정”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문화기관장 선임과 혁신 경영안을 설계하기 위한 시민 공론장이 열린다.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오는 25일 오전 9시30분 나주빛가람복합문화센터 1층 세미나실에서 ‘하나되는 문화재단, 시민이 결정합니다’를 주제로 시민공론장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의 시민주권 철학을 문화행정에 적용하는 첫 번째 시도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문화재단 조직 운영과 기관장 선임 방식 등을 특별시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시민에게 묻고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논의의 장이다. 이날 공론장에서는 그동안 행정이 주도하던 문화정책을 시민의 신뢰와 참여를 통한 시민주권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시민참여를 통한 문화기관장 선임 방식 ▲통합특별시 문화기관 운영 방향 등을 집중 논의하게 된다. 공론장은 시민, 예술인, 문화활동가, 시‧도 공무원, 문화기관 관계자 등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온라인 구글폼(https://forms.gle/eTCrLZr4JJ1up9jt8)을 통해 사전신청을 받는다. 참석자들은 이날 소그룹 토론과 전체 숙의 과정을 거쳐 정책 권고안을 만들고, 이 내용은 문화기관 혁신 정책에 반영될 예정이다. 황풍년 문화관광위원장은 “통합특별시는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문화기관 역시 시민의 뜻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 국민의힘 “노태악, 수당으로 1억 7000만원 챙겨”

    국민의힘 “노태악, 수당으로 1억 7000만원 챙겨”

    국민의힘은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각종 의혹을 거론하며 “선거 농단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중앙선관위가 도덕적 해이와 무능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며 “그 정점에는 노 전 위원장이 있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노 전 위원장은 출퇴근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4년간 1억 7000만원 이상 거액의 수당을 챙겼다”며 “필요에 따라 늘렸다 줄였다 한 ‘고무줄 수당 파티’이자 국민의 눈을 속인 교묘한 혈세 탕진”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 배우자를 동반한 외유성 출장 의혹까지 더해지니 과연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문제를 유발한 ‘50% 축소 인쇄’ 지침에 대해서도 노 전 위원장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그러나 노 전 위원장은 이미 사태 발생 6개월 전에 지침을 보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리는 비웠지만 수당은 깐깐히 챙기고 책임져야 할 일은 거짓과 남 탓으로 일관하며 국민을 기만하는 노 전 위원장의 모습은 선관위의 신뢰를 다시 한번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수사기관은 노 전 위원장의 수당 부정 수급 의혹과 직무 유기 그리고 대국민 기만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명확히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9일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에 대해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권고 대상은 노 전 위원장과 위철환 상임위원, 허철훈 전 사무총장, 강동완 사무차장, 윤재수 전 선거정책실장 등 총 12명이다.
  • 앤트로픽 CEO “AI 분열 저항해야”

    앤트로픽 CEO “AI 분열 저항해야”

    美 ‘수출통제 조치’ 맞서 협력 강조올트먼·허사비스 ‘악용 위험’ 공감앤트로픽 “미토스 문제 해결 노력”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둘러싼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과 닷새 전에 미국 정부가 자사의 최신 AI 모델에 대한 수출통제를 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모데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분열의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민주주의 국가들이 각자 움직이기보다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참석했다. 올트먼은 사이버 방어 도구를 회의 참석국 모두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명의 CEO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 다른 규제와 통제 체계를 앞세워 분열될 경우 사이버 공격이나 생화학 무기 악용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앤트로픽이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대상이 된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2일 국가 안보와 사이버보안 우려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해 외국 기관·개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AI 모델 접근권이 기술 영역을 넘어 외교·안보 이슈로 확산하는 계기가 된 조치다. 실제 이번 사태는 미국 동맹국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미국과 동맹국 모두에게 중요한 이해관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하고, 미국이 AI 모델 접근을 일방적으로 제한할 경우 동맹국뿐 아니라 미국 AI 기업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통제 여파는 기업들의 AI 도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FT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최근 홍콩지사 직원들의 클로드 사용을 제한했다. 지난 4월 골드만삭스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한편 전날 한국 사무소를 개소한 앤트로픽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AI 안전·보안 분야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확대했다. 앤트로픽은 이날 한국 정부에 “미토스 수출 통제 문제를 미국 정부와 잘 소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글로벌 총괄은 과기정통부와의 협약식에서 “미 정부 관계자에 적극 접촉해 잘 설명하고 있다”며 페이블5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토스5와 관련해서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TK 광역행정통합 차별 없게, 중단 없게… 정부·여당 약속 지켜야”[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TK 광역행정통합 차별 없게, 중단 없게… 정부·여당 약속 지켜야”[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보수 본산’ 사수하며 3선민주·자본주의 지키는 정신이 중요도지사 최선 다하면 큰 기회 올 수도현금 퍼주는 복지는 강력 응징해야대구·경북 최우선 과제2028년 총선 때 초대 TK시장 선출기초·광역의원직 승계로 4년 보장신공항은 금융권 돈 빌려 조기 착공새 임기 4년 청사진대구~안동 광역철도 등 SOC 확충반도체·로봇·SMR 일자리 만들 것경북도청 신도시에 공공기관 유치“광역행정통합은 차별 없이, 중단 없이, 책임 있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선거 승패와는 무관합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의 본산’인 경북을 사수하며 3선 경북 도백(道伯) 자리에 오른 이철우 지사는 18일 경북도청 접견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028년 총선과 함께 임기 2년의 통합 대구경북(TK)통합특별시장 선출, 시·도의원직 승계 등 행정통합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다음 지방선거(2030년)까지 행정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정면으로 맞선 셈이다. 이 지사는 “불과 얼마 전 선거 때까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가 2028년 대구경북특별시 설치를 공약했고, 정청래 대표도 ‘밀어주겠다’고 했다”면서 “선거에 졌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어렵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선거 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3선 국회의원을 거쳐 3선 광역단체장이 됐다. 비결은. “비결이 따로 없다. 도민분들을 잘 만났다. 잘 평가해 주신 덕분이다. 언제나 일에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하면 믿어 주고 지지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신뢰가 싹튼다. 약속 안 지키고 말이 다른 건 정치에서 배제해야 한다.” -개표 초반부터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서 단연 저력을 과시하며 일찌감치 3선 등정을 확정했다. 명실상부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이 되는 건 때와 운이 닿아야 하고 시대와도 맞아야 한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하면서 자유 우파와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안 와도 할 수 없다. 한결같이 지역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수의 가치’ 재정립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있는데. “우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를 지킬 수 있는 정신을 지녀야 한다. 근래에 와서 반도체로 많은 돈을 벌었다 해서 초과 이익을 국민에게 나눠 준다고 하는 건 사회주의다. 자본주의는 돈을 많이 벌면 제도적으로 그만큼 세금을 내게 돼 있고, 그것으로 복지를 하는 것이다. 누군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나눠 쓰자 하면 누가 자본주의를 지키겠나. 보수 즉 자유우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굳건히 지키면서 잘한 건 지키고 잘못된 건 고쳐야 한다. 이런 정신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번 선거 때도 전국에서 현금성 지원 공약이 쏟아졌다. 무엇이 문제인가. “저는 선거 과정에서 22개 시군을 다니면서 돈 주는 선거를 하면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가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설사 선거에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정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칫 나라가 위험한 길로 갈 수 있다. 그래서 도 예산 부서에 현금을 나눠 주는 시군은 그만큼 예산을 깎으라고 지시했다. 현금성 복지는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 -새 임기 4년간 최우선 도정 과제로 대구경북(TK)행정통합, 신공항 건설 조기 추진을 꼽았다. 먼저 신공항 조기 건설을 위한 복안은. “신공항 건설 사업 주체는 대구시다. TK신공항건설특별법에 ‘종전 부지(대구)’가 있는 지자체장이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구시는 후적지 개발 수익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정부로부터 공공자금관리기금을 빌려서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선례가 없다며 반대한다. 정부 지원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저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조기 착공해야 하고, 대구시 혼자 힘에 부치면 경북이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 1400억원을 빌리면 착공할 수 있다. 먼저 특별법에 담긴 종전 부지를 이전 부지로 바꾸면 된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국가 주도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내 생각을 추 당선인에게 전달하면 칼자루를 쥔 측에서 결정하지 않겠나. 대구경북이 함께 돈을 빌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조기 완공 못 하면 신공항 가치가 떨어진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보다 늦으면 곤란하다.” -최근 대통령의 행정통합 관련 발언으로 정부 의지와 국회 입법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정부 의지만으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지. “행정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TK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와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다. 2028년 초대 대구경북특별시장만 2년 임기로 선출하면 된다. 또 기초·광역의원 의원직을 승계해 4년 임기를 보장하고 2030년 지방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르면 해결된다. 못할 이유가 없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중요한데 야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여당 단체장이 되면 예산 폭탄이 온다고 알고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TK가 여당을 더 많이 했는데 그런 것은 보지 못했다. 예산은 특정인의 말보다 시스템(제도)에 의해 집행된다. 무엇보다 어떤 준비를 철저히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럼 경북은 민선 9기에 어느 부분에 대한 준비를 중점적으로 할 것인지.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최우선에 두겠다. 특히 대구~안동, 대구~포항 광역철도를 많이 준비하겠다. 기존 구미~경산 광역철도의 활용성이 매우 높다. 현재 16선석 규모로 계획된 포항 영일만항 계류시설을 2배 규모인 32선석으로 확장해야 한다. 또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로봇, 미래 차, 방산,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경북의 강점을 가진 첨단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아울러 한류 열풍에 따라 전국 최초로 식품산업 육성 전문 조직을 신설해 지역의 농산물·수산물·임산물 식품 산업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2007년 기준 세계 식품산업 시장 규모가 반도체산업의 약 15배 규모인 4조 달러를 웃돌았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경북도청 신도시 활성화도 현안인데.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한 지 10년을 맞았다.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만들어 인프라를 갖추고 인구 유입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수도권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 경북보다 앞서 조성된 목포(전남도청)·내포(충남도청) 신도시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신도시에 정부의 2차 공공기관을 최대한 유치하는 등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에서 ‘지방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 중 하나가 바로 경북이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온 건데, 그곳에서도 아직 소멸한 곳이 없다. 문제는 청년 인구 수도권 유출이다. 우리 청년들이 태어난 경북에서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는 정주민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 좋은 학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역량을 결집하겠다. 1949년 인구조사 때 경북은 인구 321만명으로 전국 1등이었다. 다시 그런 시대를 기약한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영호남 파트너십의상징이었는데, 김 지사는 3연임이 무산됐다. “상호 간 협력은 계속될 것이다. 김 지사와 계속 협력을 이어가면 가속화됐겠지만 새로운 사람이 와도 무방하다. 영호남이 협력하고 발전해야 국가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다. 그동안 영호남 발전을 위해 부단히 애쓰신 김 지사께 감사드린다.”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리고 4년 뒤 어떤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도민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경북에서 태어나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 앞으로도 화랑정신, 호국정신, 선비정신, 새마을정신 등 경북정신과 혼을 후손에게 남겨 줄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 바람이 있다면 도민들을 위해 무던히 애썼던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특히 지역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사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 파수꾼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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