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장 대체근로 50%로 축소키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 관련 3개 법률 개정안이 8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여야가 의견일치를 본 것이어서 다음주쯤 국회 본회의에서 무난히 가결될 전망이다.2003년 9월부터 추진돼온 로드맵 구축이 마무리됨에 따라 개정 법률이 시행되는 내년 7월 이후 노사관계에 큰 변화가 오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부와 한국노총,경영자총협회 등 노사정 대표들이 지난 9월11일 합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기준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최대 쟁점이었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은 중소기업 노조의 열악한 재정 등 현실을 고려해 3년간 유예키로 했다.
또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응급실 등 필수부서에 필수업무유지 의무가 부과되고,공익사업장의 합법 파업에 대해서도 대체근로가 허용된다.
노사정은 당초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키로 했으나,환노위 법안 심사과정에서 파업 참가 인원의 50%에 한해서만 허용키로 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는 현행 병원,전기,수도,가스,철도,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한국은행,통신 등에서 항공,혈액공급 사업으로 확대된다.반면 노사정 합의안에 포함됐던 증기·온수 공급,폐·하수 처리업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제외됐다.노사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폐지와 필수유지업무 부과,대체근로 허용은 2008년 1월부터 시행된다.
경영상 해고(정리해고)의 사전통보 기간은 현행 60일에서 50일로 줄어든다.또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해고 사유와 시점을 서면으로 명시해 통보하도록 했다.정리해고를 한 기업이 경영 정상화로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맡았던 업무에 신규채용을 할 때에는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노사관계 로드맵 처리에 대해 민주노총은 개악이라며 투쟁 의지를 밝힌 반면,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 합의 정신을 정치권이 존중했다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정길오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사정간 사회적 합의 정신을 여야가 존중하고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반면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 로드맵의 통과로 노동자의 권리가 추락하고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 유연화가 완비되는 등 노동관련 법안들이 개악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1일 로드맵 통과 등에 항의하는 전면 총파업을 벌이고,12일부터 노조 간부 상경투쟁을 할 계획이다.
경영계는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 등 핵심내용이 원안대로 통과된 것은 다행이지만,9·11 노사정 합의와 비교해 필수공익사업의 범위가 축소되고,대체근로 허용의 범위가 제한된 데 대해서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상임위 통과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일부 당원들이 법안소위 회의장을 점거해 회의가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