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5%만 정책개발에 사용
지난해 정당이 지출한 정치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이 선거비용으로 지출됐다. 반면 정책개발비는 총 지출액의 5.0%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5·31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를 감안하더라도 ‘정책정당’구호를 무색케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아직까지 ‘고비용 저효율’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에서는 개미군단의 ‘소액다수’형태가 두드러졌다. 후원금 모금액수와 정당별 수입에서는 ‘여소야다’현상이 뚜렷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현철)는 13일 ‘2006년도 정당·후원회 등의 수입·지출내역’을 발표, 지난해 정당 지출액 1526억 500만원 가운데 ‘정책개발비’가 5.0%인 75억 97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의 13.8%,85억 5300만원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공직후보자 선출 관련 경비와 후보자 지원금을 포함한 ‘조직활동비’는 38.8%인 591억 9100만원으로 총 지출액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의 168억 7700만원에 비해 3.5배나 늘어난 규모다.‘선거비용’으로 지출된 액수도 10.7%인 164억 2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선거 관련 지출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이밖에 ‘기본경비’가 31.0%인 472억 7400만원,‘기타지출’이 12.3%인 187억 8900만원의 지출 규모를 보였다. 선거용 지출이 늘면서 ‘여성정치발전비’도 전년의 4.7%에서 2.2%로 줄었다.
전체 정당의 수입액은 모두 1881억 8500만원으로 전년보다 1092억원 남짓 늘었다. 이 가운데 당비가 31.7%, 국고보조금이 30.6%를 차지했으며, 후원금은 지난해 3월 정당후원회 폐지의 영향으로 전년의 8.4%보다 크게 줄어든 2.9%에 그쳤다.
선관위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로 조직활동비가 크게 증가했지만, 당비가 정당의 수입액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회의원 301명(의원직 상실, 재·보선 당선의원 포함)의 후원회가 모금한 정치자금은 전년 대비 28.4% 늘어난 452억 370만원이었다. 모금 1건의 평균 기부액은 11만 6000원으로 전년의 12만 4000원보다 줄었다. 선관위는 “소액다수 정치자금 기부문화가 점차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정당별 모금액은 열린우리당 210억2500만원, 한나라당 204억 2200만원, 민주당 12억 9500만원, 민주노동당 15억 6400만원, 국민중심당 5억 9600만원 등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한나라당이 40.1%로 가장 높았고, 민주노동당 26.1%, 열린우리당 20.2%, 민주당 19.6%로 집계됐다.1인당 평균 모금액수는 1억 4827만원으로, 민주노동당이 1억 7380만원, 한나라당이 1억 5955만원으로 평균치를 넘었다.
대선후보군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3억 1602만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했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3억 38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2억 1006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원외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은 공개대상에서 빠졌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