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도건설 예산안 뜯어보니] 정부서 신청도 안한 사업에 1179억 배정
국회 예산안 심의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게 지역구 예산 챙기기다. 각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할 때 예결위 종합심사 단계에서 삭감될 것을 감안해 미리 예산을 증액하거나 자기 지역에 선심성 예산을 무더기로 끼워넣는 행태 등이다.
예결위 종합심사에서도 사업 타당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예산을 배정하는 행태가 적지 않다.
예결위 종합심사에서 증액요구된 국도건설 예산을 정당별로 분석한 결과, 국민중심당이 24개 사업 336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나라당은 27개 사업에 대해 3317억원, 대통합민주신당은 43개 사업 2254억원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7개 사업 1358억원, 민주노동당은 3개 195억원을 요구했다. 이는 소속 정당이 다른 의원들이 공동으로 증액 요구한 액수를 중복합산한 것이다.
●건교위에서도 치열한 지역 챙기기
지역별로는 대전·충남 지역이 3491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다음으로 광주·전남 지역 2659억원, 부산·울산·경남 2077억원, 대구·경북 901억원, 전북 565억원, 경기 423억원, 충북 6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강원 지역은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강원 원주)이 5개 사업에 대해 증액을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진 않았다.
특히 정부는 예산안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예결위원들이 종합심사 과정에서 41개 사업에 1179억원의 신규배정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늘리기는 예결위 이전 단계인 건설교통위원회(건교위) 예비심사에서 예견됐다.
분석결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도 관련 예산은 117개 사업 8641억원이었다. 하지만 건교위 예비심사에서만 건설교통부에서 상정한 예산안의 88.9%에 해당되는 7686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건교위 소속 의원들이 증액시킨 예산만 총 48개 사업 2954억원이다.
건교위 소속 한 의원은 “건교위는 관례적으로 의원 개개인이 증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한다.”면서 “지역구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건교위에 전달하면 어느 정도 반영이 된다.”고 밝혔다. 건교위에서 증액을 요구하더라도 예결위에서 모두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를 잘 아는 건교위 의원들은 일단 증액요구를 많이 해놓은 뒤 “자신이 노력해서 예산증액을 많이 했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너도 나도 막무가내 증액 요구
건교위에서 가장 많은 예산증액을 요구한 의원은 720억원의 증액을 요구한 대통합민주신당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이었다.
다음으로는 한나라당 김재경(경남 진주시을) 의원, 한나라당 이인기(경북 고령·성주군) 의원, 국민중심당 정진석(충남 공주시·연기군) 의원 등이었다.
당초 정부에서 아예 예산을 신청하지 않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사업 시행’이나 ‘원활한 사업 집행’ 등을 이유로 충북 영동 지역의 ‘영동∼용산 국도 건설’ 등 모두 21개 사업들이 새로 추가됐다. 이런 식으로 증액된 예산만 총 436억원이다. 충북 영동 지역의 ‘영동∼용산 국도 건설’ 사업은 2007년도 예산안 검토 과정에서 기획예산처가 사업 타당성이 없다며 사업추진 중단을 밝혔지만 건교위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이용희(충북 영동) 의원이 또다시 예산배정을 요구한 경우다.
강국진 김민희기자 betul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