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민족주의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여성단체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아토피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시의회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희귀병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262
  • 6·3운동 희생자·공로자 국가유공자 지정 공청회

    6·3운동 희생자·공로자 국가유공자 지정 공청회

    ‘6·3운동 공로자회’ 및 ‘6·3동지회’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한민국 헌정회 강당회에서 6·3운동 희생자 및 공로자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라는 ‘국가유공자법 개정안 공청회’를 가졌다. 6·3운동은 1964년 6월 3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전개된 민주화 학생운동으로, 박정희 정권의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규탄했던 최초의 반군부독재 민주화 운동이다. 6·3운동은 2006년 ‘민주화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지만 희생자와 공로자들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조병윤 태백관광개발공사 사장은 “6·3운동은 한·일 굴욕 외교 저지를 위해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주축이 돼 전 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된 애국주의·민주주의·민족주의·세계주의 선진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화제의 교수 3인] 임지현 한양대 교수 베를린 고등학술硏 펠로로

    [화제의 교수 3인] 임지현 한양대 교수 베를린 고등학술硏 펠로로

    임지현(52)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국내 학자 가운데 처음으로 독일 베를린 고등학술연구소 석학회원인 ‘펠로’로 초빙됐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임 교수는 다음 달부터 내년 7월까지 ‘트랜스내셔널(초국가) 인문학’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석학들과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현재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임 교수는 “베를린은 ‘트랜스내셔널 역사학’ 관점에서 보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학문의 중심지”라면서 “초빙 기간 동안 세계 학자들에게 수준 높은 국내 인문학 연구에 대해 알리고,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베를린 자유대의 위르겐 코카 교수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아른트 바워캠퍼 교수와 함께 ‘비교사’ 콜로키움에서 강연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게 된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곳에서 연구 주제와 관련해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와 ‘지구화와 역사학’ 등 두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모두 한국과 영미권 출판사에서 한글·영어로 동시 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연구의 의의와 관련, “방사능 낙진이 비자 없이도 국경을 넘나드는데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를 핑계로 한국 전문가의 방문을 불허하는 것이 맞을까요.”라고 되물으면서 “우리의 일상 자체가 이미 초국적 환경 요인에 좌우되기 때문에 ‘국가주권’은 이미 현실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007년 캔사스 주립대에서 연설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서 보듯 세계는 ‘스마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국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공공외교는 그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보자.   김성해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고 싶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단행한 정치·경제적 개방 조치로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됐다. 한국 혼자 잘해서는 한국의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월가의 동향과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출렁이는게 단적인 예다. 두번째로,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냉전시대만 해도 튼튼한 안보 우방만 확보하면 됐지만 지금은 국제관계가 대단히 복합적이다. 세번째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국제사회에서도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 때문에 한국이 공공외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 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공외교를 토론하는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외환위기 직후 문화관광부 장관을 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길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은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란 말을 하는데 굉장히 공감을 했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공공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그걸 인식해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개인적으론 공공외교보다 문화외교란 말을 즐겨 쓰곤 하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용어 정리조차 못하고 있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가 필요한가. 세상이 지금 그렇게 변하고 있다. 나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데 학문은 세상 변화를 반영한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1990년대 후반에 외국으로 유학간 국제정치학도 가운데 3분의 2가 국제금융을 전공했다. 21세기 되서는 전반적으로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있는 개념이다. 미국은 9·11 이후 ‘반테러’를 명분으로 전쟁을 수행하면서 힘으로 다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게 국제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 연속선에서, 한국이 네트워크나 정보혁명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학과 특성상 외무고시에 합격하는 학생이 많다. 예전엔 단연코 북미국이 인기 최고였다. 지금은 1지망으로 문화외교 공공외교 국제개발협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한직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선 10위권일지 몰라도 직접 영향을 주고 받는 동북아시아에선 북한을 예외로 치면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본격적으로 공공외교란 개념이 등장한 건 20세기 후반이지만 21세기 들어 공공외교 패러다임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신(新)공공외교로 부른다. 9·11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거기서 공공외교의 필요성이 나온다.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한다고 본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와 20세기 공공외교, 21세기 신공공외교 세 차원을 봐야 한다. 전통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한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정부가 주체, 객체는 상대국 시민이다. 신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은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open)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용어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공적인 목적으로, 장기적 국가이익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틈새가 있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Public Diplomacy’를 번역한 용어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주는 건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또한 공개성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는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다. 외교를 비밀 공간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꺼내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두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 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현재 외교부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이다. 최근 반년 가량 외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공외교가 꽃 필 수 있다. 신낙균 공공외교는 정부 대 정부에서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 하는 게 전부다. 그 점을 문제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공외교 무엇이 문제인가   김상배 문제점과 방법론이 연결돼 있다. 먼저, 공공외교한다고 할때 예쁜 척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공공외교는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세번째로,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고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 본다. 최소한 욕먹지 않고 살아야 한다. 자기가 힘들 때 도와줄 친구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고 단기적 목표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정부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과 국익 등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택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입장과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국제여론에서 한국이 수세에 몰렸을 때 한국을 대변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공공외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단적으로 한민족의 우수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게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는 접근법도 국제사회 성숙한 동반자로서 존중받고 같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주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우리 장점만 강조하고, 더 많은 물건을 팔 궁리만 하니까 수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장사치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 보다는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 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해외사례 뿐 아니라 우리 모델을 찾자   김동률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 본받을 만한, 혹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해외사례는 어떤 게 있나. 김태환 특정 국가 사례를 본받고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례를 분류해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기준을 추출해야 한다. 먼저 비교우위와 경쟁우위 가운데 무엇에 입각한 공공외교를 할 것인가. 그건 답이 명확하다. 천연자원을 비롯한 각종 자원이 많은 미국이나 중국의 공공외교는 우리가 따라야 할 경로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중앙집권적인 방식과 분산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김상배 우리에게는 벤치마킹 컴플렉스가 있다. 정부용역 보고서에서도 항상 해외사례와 시사점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당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엘빈 토플러에게 연구용역을 준 적이 있는데 정작 토플러는 결론에서 ‘한국은 이제 배울 모델이 없다. 스스로 만들어라’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나라 여러 경우를 조합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남의 답안지를 베끼지 말고 우리 답안을 스스로 만들자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낙균 여러 해외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는 건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가령 중국은 공자학원에 예산을 엄청나게 쓰고 있는데 공자의 가치와 현대 중국의 가치에서 부조화가 발생한다. 또 너무 정부 주도로 공공외교가 이뤄지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성해 우리가 배울 모델, 혹은 100% 베낄 모델이 없다는 건 동의한다.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우리는 거대한 청사진 속에서 전략을 구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걸 잘 하는 사례는 최대한 발굴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외교 전략을 위한 실천전략   김동률 왜 공공외교를 해야 하고 걸림돌이 무엇인지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공공외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김상배 공공외교 전략을 짤 때 집중과 분산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IT 강국 코리아’라고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정보통신부라는 컨트롤타워 혹은 코디네이션타워가 없어진 게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정통부라는 집중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여기서 집중과 분산의 조율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특정 분야에 한정된 좁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네트워크하는게 아닌가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공외교 수행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중이다. 지금은 외교부·문화부·지자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간 갈등만 생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외교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주변 4대 강국만 집중하다 놓치는 게 너무 많다. 거기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를 협력해서 추진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정부 현실이다. 외교부 문화외교국에 등록된 민간외교단체가 500여개인데 문화부와 자치단체에 등록된 곳까지 합하면 수천 곳은 될텐데 백서조차 없다. 현재 국제교류재단이 정부와 함께 공공외교와 관련있는 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 준비중이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하고 서로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뉴미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공공외교를 위해서는 좀 더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다매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원자료는 전통 미디어에서 나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조차도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김동률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주고 싶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최근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 보자. ●왜 공공외교인가 김성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정치·경제적 개방을 통해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 혼자만 잘해서는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의 마음을 얻는 외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외교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일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을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회의적이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인가.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 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요즘엔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세계를 운영하려는 미국의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 있는 개념이다. 예전엔 외무고시 합격자들 사이에 북미국이 최고 인기 분야였고, 문화외교·공공외교·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한직으로 통했다. 요즘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동북아시아를 본다면 한국은 북한과 함께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의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9·11 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했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상대국 시민을 직접 대상으로 한다. 21세기 신(新)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 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광대한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 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으로 경쟁한다면 한국이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제사회가 국가끼리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 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 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 주는 게 바로 공공성이다. 전통적으로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던 외교를 공적 영역으로 꺼내 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도 담고 있다. 두 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외교부에서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像)이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구체적으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낙균 공공외교에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 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를 주선하는 게 전부다. 그런 문제점을 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김상배 문제점은 방법론과 연결돼 있다. 무엇보다 예쁜 척 좀 그만해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 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세 번째로 꼭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고, 외국인의 이해와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예로 들면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만 하려 들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매력과 국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한민족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하는데 이것이 자칫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면서도 결국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많이 벌려고만 하니까 ‘천박한 장사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보다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공공외교 실천 전략은 김동률 공공외교를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사견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한다. 아울러 현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 주고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외교부와 문화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 간 갈등만 생기고 효과는 떨어진다.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공공외교에서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게 우리 정부의 현실이다. 국제교류재단은 공공외교와 관련 있는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고 한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상호 간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를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나 중국, 러시아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맥락을 제대로 짚어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매체가 중요해진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에서조차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 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 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카다피정권 붕괴] 구심점 없는 과도국가위… 또 다른 권력다툼에 빠지나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리비아의 앞날에 서방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2년을 이어온 전제주의 체제가 민주주의 체제로 순조롭게 전환되길 희망하지만 권력 다툼으로 인한 내분으로 새로운 수렁에 빠져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카다피 정권 몰락을 주도한 리비아 반군이 단결과 화합이란 진정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반군을 대표하는 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는 반정부 인사와 해외 망명자, 카다피 체제에서 이탈한 고위 인사, 아랍민족주의자, 이슬람교도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차기 지도자로 내세울 만한 구심점을 갖춘 인물도 뚜렷하지 않다. 리비아 동부 벵가지를 거점으로 활동해온 NTC가 권력 이양을 위한 위원회 재편 과정에서 리비아의 폭넓은 부족과 지역의 대표들을 포괄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NTC는 지난달 피살된 반군 최고사령관 압둘 파타 유네스 대장이 반군 내부의 반대세력에 의해 사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심각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NTC 내부 개편 논의에 관여하고 있는 리비아 출신의 오마르 터비 미 컴퓨터회사 대표는 CNN 인터뷰에서 “현재 NTC 위원들은 대부분 동부 리비아 지역의 인사들로 임의로 구성된 만큼 위원회를 확대해 리비아 전체를 대표하는 수준으로 만들 준비가 진행 중”이라면서 “비민주주의적 시스템을 민주주의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최소 24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반군이 정권장악 이후에도 친서방 정책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하다. 로이터는 “카다피 몰락 후 리비아에 자동적으로 친서방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틀렸다는 점이 입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재스민 혁명’ 이후 아랍과 중동 지역의 일부 국가들이 서방의 민주주의 체제에 가까워졌지만 일부에선 서방과 가깝다는 이유로 권좌에서 쫓겨난 권력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반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켰지만 나토군의 리비아 주둔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서방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리비아가 독자적인 길을 가며 제 목소리를 내되 이슬람 극단세력 척결과 이스라엘 지지 같은 문제에서 서방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것이다. 유럽외교관계이사회의 대니얼 코르스키 선임연구원은 “서방은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지원해야 하며, 카다피가 이루지 못했다고 반군 세력 스스로 생각해온 원칙들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리비아 반군 지도자와 주요 관련국 지도자들에게 향후 리비아의 권력 이양과 민주화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성명에서 “리비아의 미래는 이제 리비아 국민의 손에 달렸다.”면서 “미국은 권력 이양 과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반군 ‘모래알 조직’… 잘릴 前법무 두각

    ‘컨트롤타워가 없다.’ ‘포스트 카다피’ 정권을 이끌어 나갈 리비아 반정부 세력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고민이다. 서방 국가가 합법정부로 인정한 주요 반정부 조직인 과도국가위원회(NTC)에는 카다피 체제에서 이탈한 관료들과 오랫동안 정부에 투쟁해 온 반정부 인사, 해외 망명자, 아랍 민족주의자, 이슬람교도, 사회주의자, 기업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차기 지도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2007년부터 카다피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지내다 지난 2월 이탈한 무스타파 압델 잘릴 국가위원회 위원장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문서에서 ‘공정한 시각을 가진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라는 평가를 받은 잘릴 위원장은 구체적인 권력 이양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나름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와 단절된 새 인물을 원하는 일부 반군들은 카다피의 다른 이너서클 출신과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가위원회에서 외교정책을 맡은 마무드 잘릴 반군 임시정부 총리도 외국 정부와의 접촉을 늘리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미국으로 망명해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알리 타우니 국가위원회 재무·석유장관과 1975년 카다피 정권 전복을 모의하다 발각돼 감옥살이 끝에 21년 전 석방된 오마르 엘하리리 국가위원회 국방장관도 새 정부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反)카다피 세력과 최근 반정부 세력으로 돌아선 카다피 이너서클 사이의 갈등이 반정부세력의 효율적인 리더십 구축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리비아는 또 140여개의 부족이 난립해 있어, 민족·부족 간 균열과 파벌주의로 갈등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리비아가 2003년 미국의 침공을 받은 뒤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으로 혼란을 거듭했던 이라크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소련해체 20년 新러시아 20년] (하) 내년 3월 大選… 전환기 맞은 정치권

    [소련해체 20년 新러시아 20년] (하) 내년 3월 大選… 전환기 맞은 정치권

    모스크바에서는 시내버스 찾기가 쉽지 않았다. 거리에는 벤츠, 볼보, 도요타 등 외제차가 홍수를 이뤘지만 공중 버스는 가물에 콩 나듯 할 뿐이었다. 지상의 대중교통이 고급 승용차들에게 자리를 내준 탓이다. 소련 해체 후 ‘신 러시아 20년’. 고르바초프의 급진적 개혁과 옐친 시대의 혼란, 풍파를 겪으며 대중들은 움츠러들었고, 상당수 젊은이들은 외국인 혐오로 가득 찬 스킨헤드족의 유혹에 빠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축복의 8년 치세 동안 혼란을 극복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과두지배 세력의 영역은 더 넓어졌고, 보통 사람의 자리는 그만큼 좁아졌다. 모스크바의 차길들이 자가용 등 고급 차량들만 다니는 전용도로인 양 변했듯, 정치와 경제권력도 한 줌의 올리가르히들의 전유물로 추락했다는 비판도 돌았다. 2008년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푸틴 그늘 속에서도 ‘신러시아 건설구상’을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 줬다. 국정 전반의 투명성을 높였다. 경제 현대화와 부패 척결도 시도했다. 개혁이 인기를 얻고 뿌리를 내리려는 시점에서 러시아는 내년 3월 대선을 맞는다. 푸틴의 귀환으로 짧은 메드베데프의 개혁은 막을 내리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지의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편집 부국장은 “푸틴의 장기집권과 보다 민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부 사이의 갈림길, 변혁기에 서 있다.”고 정의했다. 20년 전 소연방 해체 뒤 급격한 체제 전환으로 경제 침체와 사회 혼란이 몰려왔다면, 신러시아 출범 20년만에 장기집권과 신특권 계층의 강화라는 딜레마에 마주 선 것이다. 러시아 현지에선 ‘푸틴의 12년 체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었다. 내년 대선부터 임기가 6년으로 늘고 연임은 가능해 푸틴은 2024년까지 12년 동안 두 차례 더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다. 새로운 차르(옛 러시아 황제)의 귀환인가. 이바노비치 부국장은 “메드베데프가 형님(푸틴) 뜻을 거스르기는 어렵다.”고 비유했다. 메드베데프는 3회 연임에 묶였던 푸틴의 낙점으로 대통령이 됐다. 푸틴 대세설 속에 올 2월만 해도 “푸틴이 내년 선거에는 메드베데프를 연임시키고 2018년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견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마저 “그의 내년 선거 출마는 안된다.”고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고르바초프는 최근 “푸틴의 이너서클이 권력 독점과 그들만의 이익을 옹호, 국민과의 소통 채널을 잃었다.”면서 재출마를 반대했다. 그렇다고 푸틴의 질주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주러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차기 대통령에 누가 되느냐는 푸틴 마음에 달렸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민족주의와 안정 희구 바람을 타고 강한 러시아를 외치는 푸틴은 흔들리는 일부 대중의 마음을 얻었고, 관료 등 정치·경제 엘리트들까지 손에 넣었다. 자신의 임기 말에 투표로 뽑던 지방 정부 수장의 선출을 임명직으로 바꿔 지방의 저항에도 쐐기를 박아놓았다. 푸틴은 27% 지지(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지난달 1일 발표)를 얻고 있지만 메드베데프(15%)를 포함해 그에 대적할 인물은 아직은 찾기 어렵다. ‘제국 해체’ 이후 구심점을 잃은 혼돈의 분위기 속에 대세는 푸틴에게 쏠리고 있다. 이바노비치 부국장은 “국회나 언론, 시민운동기관 등 민주주의를 움직일 제도와 조직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중 교통 수단들이 다시 모스크바 대로를 차지하는 것은 영영 불가능할까. 푸틴 복귀는 대미 강성외교 및 ‘북한을 이용한 남한 다루기’ 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경계와 대책 마련에도 경종을 울린다. 글 사진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기고] ‘조용한 외교’의 적들은 누구인가/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기고] ‘조용한 외교’의 적들은 누구인가/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올해 66주년을 맞은 광복절을 전후로 민족주의에 편승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독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일본 내에서 존재감을 잃은 몇몇 극우 정치인들의 울릉도 방문 소동, 이에 맞서 독도를 방문해 총 들고 보초 서는 우리의 쇼맨십 정치인, 이들이 바로 ‘조용한 외교’(silent diplomacy)의 적들이다. 최근들어 특히 독도 문제와 관련해 ‘조용한 외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에게 먼저 묻고 싶다. 언제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제대로 했는지를. ‘조용한 외교’는 어떤 상황에서도 말없이 입 다물고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 외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조용한 외교’는 고도의 소프트 외교를 말한다. 폭력적인 갈등과 충돌을 미연에 예방하고자 협상과 협력을 위한 외교적 환경을 조성하는 사전적·예방적 외교이다. 집안에 쥐가 들끓으면 쥐를 잡겠다고 고양이를 사서 풀어 놓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쥐는 사라지지 않고 고양이와 개가 싸우며 집안을 시끄럽게만 하고 있다. 쥐를 잡으려면 먼저 집안의 개를 치웠어야 했는데 집주인은 쥐만 생각하고 고양이를 개집 옆에 두고 키웠던 것이다. ‘조용한 외교’는 ‘실리 외교’(effective diplomacy)를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실리적 효과를 최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영토와 역사와 관련한 우리의 외교를 보면 조용하지도, 실리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독도, 역사교과서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어도 영유권, 동북공정 문제를 둘러싼 외교와 정치의 관심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중국의 황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굴욕에 가까울 정도로 침묵하면서, 일본의 치졸한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가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왜 그럴까? 광복 이후 우리 역사가 그렇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용한 외교’의 실천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안으로는 힘을 키우고 밖으로는 실리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분열된 우리의 역사인식을 통합하고 한류와 같은 소프트 파워를 키워서 정부 간 실리외교를 떠받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은 민주정치를 하는 나라들이다. 그 나라 국민의 인식과 판단에 의해 정치가 움직인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일본의 극우 인사들이 정치에 발을 못 붙이도록 일본 국민의 인식 전환에 우리의 소프트 파워가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밑에서부터 펼치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조용한 외교’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민사회와도 손을 잡고 양국 간 시민사회 관계 형성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일본 국민의 인식이 바뀌면 일본 정치, 외교도 바뀌게 된다. 비록 시간, 노력, 돈이 많이 들지만 이것만이 자칫 발생할지도 모르는 무력충돌을 막을 수 있다. 우리 안에서도 치열한 감시와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극우와 민족주의의 경계에서 정치적 단물을 빨아먹는 정치와 외교를 경계하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실로 추구해야 할 것은 국민의 정서에 호소하는 정치적·이념적 외교를 멀리하고, 우리가 가진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아서 그것을 최대한 국익에 활용하는 지혜라고 본다.
  • “화폐는 경제적 교환도구 아니다”

    제프리 잉햄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가 쓰고 홍기빈이 번역한 ‘돈의 본성’(삼천리 펴냄)은 여러모로 곱씹을 만한 논의를 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화폐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이다. 이런 접근 방식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음모론이 있다. 로스차일드로 대표되는 유럽계 금융가문의 세계 장악 음모라거나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 뒤에는 유대인들이 버티고 있다는 식의 얘기다.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다 인간사 이면을 들춰보는 쾌감까지 준다는 점에서 인기 있는 논리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쑹훙빙의 ‘화폐전쟁’도 한 예다. 이보다 조금 더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그리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경제학의 경계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도 “사회과학에서 일종의 노동분업이 일어난 뒤 화폐문제에 대해서는 오직 경제학만 발언”하게 됐고, 이로 인해 “막스 베버를 자본주의 윤리와 프로테스탄티즘으로만 이해하는 심각한 오독”이 일어났으며, “‘화폐론’에서 다소 다른 주장을 펼쳐 보였던 케인즈마저도 주류 경제학으로 되돌아가 버린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화폐에 대한 시장주의적 해석은 화폐를 인간의 교환본능에 충실한 도구로 여기는 것이다. 게오르그 지멜, 막스 베버, 조지프 슘페터 등의 거장들을 다시 불러내는 사회학적 접근은 이와 다르다. 화폐란 정치사회적 투쟁을 거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주장이다. 화폐는 자연발생적이지 않을 뿐더러 근대 국민국가의 권력에 가장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은 “국가 재정과 금융을 올바로 세우는 것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고 또 그러한 요구를 효과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강력한 국내의 금리 수취자 계급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저자는 ▲재정지출과 조세를 임의대로 통제하려는 국가 주권 ▲이에 저항하는 자본가적 금리 수취자 ▲세금을 내야 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자와 노동자 3계급으로 자본주의가 구성됐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저자가 곧바로 혁명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본가와 노동자 간 계급적 대립을 강조한 뒤 이것이 혁명으로 해소되리라던 마르크스와 달리 저자는 이들 계급 간 갈등, 타협, 세력 균형을 얘기한다. 주류 경제학은 물론 마르크스 경제학에도 비판적인 이유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타협으로 성립한 국가 주권이 전제되지 않고는 자본주의적 화폐는 성립할 수 없다. 화폐의 미래상, 혹은 대안적 화폐의 모습으로 칭송받는 유로화나 지역통화운동의 미래는 그런 점에서 어둡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7월 5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교정, 지루한 장마 가운데 끼인 맑은 날이었다. 등록금 투쟁, 청년실업,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앞둔 정년연장 논쟁 같은 세대 갈등이 그칠 것 같지 않던 날,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echo·메아리)붐 세대는 소통했다. ‘58년 개띠’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와 ‘28세 젊은 논객’ 한윤형씨는 ‘우리와 너희 그리고 함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세대는 모두 공동체를 중시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민족주의로, 에코붐 세대는 공부나 취직 등 필요에 의해서다. 장래 선택은 부모의 결정이 중요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에코붐 세대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가 고민이고 에코붐 세대는 취업과 은퇴하는 어른들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힘들다. 인구학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이 에코붐 세대다. 그래서 두 세대는 같고도 달랐다. ●서로의 세대에게 -(정과리 교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응원에서 나타났던 역동성은 굉장하다. 난 에코붐 세대를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기라’는 의미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와 유명해짐), 즉 현재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즐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현재와 과거·미래를 연결하기 싫거나 두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가 부족하다고 느껴야 미래가 있는데 현재를 부족하다고 느끼기 싫은 것 같다. 힘은 좋지만 비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노동과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윤형) 잘 짚어 주셨다. 뭔가 없어도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우울한 현실보다 낫긴 한데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리가 없어진다는 느낌이다. 대중문화에서도 매일 여러 작품이 나오니 3~4년전 걸작조차 관심이 떨어진다. 반면 기성세대는 전반적으로 자기 자식에 대해 말하는 것과 사회 젊은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정반대다. 청년 실업이 70만명이라는 데 대해 좌·우파가 공히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고, 좋은 곳으로만 가려 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시험에 매몰된 학생들을 비판하지만 집에서는 자식에게 반대로 얘기한다. -(정 교수) 사실 우리 세대가 자기모순이 심하긴 하다. 젊은 시절 트로츠키나 마르크스주의자가 자기 자식은 미국에 유학보내면서도 갈등이 없다. 사회적 요구도 강하고 개인적 욕망도 강해 고민하기 힘드니 이 둘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공동체의 향수 -(정 교수) 베이비붐 세대에는 민족주의가 지배했다. 1987년 이전까지 개인은 곧 민족이었다. 지배권력이든 저항세력이든 마찬가지였다. 국민교육헌장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민족의 에이전트(대리인)였다. 그래서 유학을 가는 것도 꺼림칙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자유로운 개인이 생겨났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공동체의 요구를 떼어내고 자기를 생각하는 세대가 됐다. 2000년대에 절정이었고, 에코붐 세대는 오히려 자신의 요구에 의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세대로 보인다. -(한윤형) 학교에 밥터디가 있다. 한때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취업 공부나 학교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반면 동아리는 황폐화됐고, 취업스터디모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필요에 의해 다시 공동체를 원하는 것이 맞다. ●젊음의 편린 -(정 교수) 장래에 대해 부모님의 요구가 강했고 거부하기 힘들었다. 대학 때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와 살아야 하는 미래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반면 1970년부터 국민총생산(GNP)이 북한을 넘어서고 중동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대림건설, 외환은행 등 좋은 직장도 대학만 나오면 취업했다. 석사학위로 충남대학교 교수직에 취업했다. 제5공화국 시절, 독일 유학파인 이규호 교육부 장관이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면서 대학수와 입학생이 대거 늘었다. 서강대 공대에서는 졸업이 안 될까 불만을 품은 학생이 교수를 칼로 찌른 사건도 일어났다. 1987년 민주항쟁에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이유도 이때 입학생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모순이 있다. -(한윤형) 2001학번인데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한때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하는 것이 널리 퍼졌다면 요즘은 다시 부모님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한 팀이다. 부모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먼저 요구를 하고 서로 발맞추어 나간다. 어떤 기성세대는 자식들이 ‘엄마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엄마도 해방된다는데 에코붐 세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부모가 경제적으로 다소 넉넉하고 자식도 공부를 잘하는 경우지만, 그 밖의 대학생은 부모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등록금도 비싸고 취직해 독립하기도 힘들고, 부모가 최후의 도피처 아닌가. ●취업, 은퇴 그리고 재취업 -(정 교수) 최근에 프랑스에서 정년을 연장하려다 고등학생까지 데모하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도 일각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있는데 후속 세대의 사회 진입을 위해 정년은 지켜야 한다. 단, 퇴직한 이들이 포스트 사회를 이룰 정도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주인공이 된 기존 사회와 협력과 갈등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생물학적으로도 같은 종을 모아놓으면 퇴화하지만 다른 종을 붙여놓으면 환경이 진화한다. -(한윤형) 정년 연장 문제가 민감하지만 이로 인해 청년을 덜 뽑을 수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한정된 문제는 아닐까 싶다. 청년 인구가 줄고 있으니 노년층을 부양하는 의무가 많아질수록 청년들도 정년 연장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부모가 좋은 자리에 있다면 내 취업 준비 기간은 늘어난다. 아직 에코붐 세대에게 정년 연장은 이슈화되지 않은 것 같다. ●등록금이라는 업보 -(정 교수) 학교가 현상유지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시스템에 들어갔다. 발전 강박에 휩싸인 채 진화를 해야 하니 재원이 필요하고 등록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등 유럽식으로 국가에서 등록금을 해결해 주든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해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 물론 힘든 문제다. 기여입학제 역시 형평성 논란에 하위권 대학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으니. -(한윤형) 유럽처럼 대학생 수를 줄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으로 집값을 다소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국립대에서 싼 등록금으로 학생을 빨아들이면 등록금 경쟁의 평형을 깨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리 이경주기자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kdlrudwn@seoul.co.kr 정과리 1958년생,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2008년 한국 사회의 변화에서 ‘청년’이 가진 의미를 분석한 평론집 ‘들어라 청년들아’를 출간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정치 세력이 ‘청년 문화’를 많이 이용했지만 ‘청년’은 한국인이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투사해 온 중요한 상징체라고 지적했다. 또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으며 젊은 세대는 신인류가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해 왔다. 한윤형 1983년생, 서울대 철학과 재학중. 고 3때 서울대와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한 논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면서 유명해졌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뉴 라이트 사용 후기’, ‘안티 조선 운동사’,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등 사회 서적을 꾸준히 출간해 오고 있다.
  • [글로벌기업의 신성장 미래전략] 한국석유공사

    [글로벌기업의 신성장 미래전략]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는 2020년까지 하루 생산 67만 배럴의 세계 40위권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공사 대형화를 이루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찍은 이유다. 우선 경쟁과 협력,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석유 개발을 원활히 수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리스크는 크지만 대규모 매장량 확보가 가능한 지역에 진출할 예정이다. 또 기존 석유자원의 노후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원유 프로젝트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조직은 지역별 사업부제로 확대 개편할 방침이며 핵심 전략지역과 연계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현장 중심의 독립 지역본부 체제를 갖춰 갈 계획이다. 이곳에 독자적인 사업권한을 맡겨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자원민족주의와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자원이 전략 자산으로 탈바꿈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해외 대형 에너지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기술과 경험, 투자여력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사 대형화야말로 석유개발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민간 자율에 맡길 경우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기피해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측은 대형화를 통해 세계적인 석유기업으로 발돋움하면 전문성과 사업역량이 강화돼 석유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석유공사는 지난해에도 베트남 15-1광구 추가 생산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아다광구의 생산시설 준공 등 다양한 자원 확보 활동을 펼쳤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역사소설, 자미에 빠지다’ 박사 논문 출간한 김병길씨

    [저자와 차 한 잔] ‘역사소설, 자미에 빠지다’ 박사 논문 출간한 김병길씨

    “자미는 재미의 옛말입니다. 1920년대 중반부터 한국 문단에는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납니다. 매일신보(서울신문의 전신) 등 주요 신문 도처에 역사소설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민족주의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야담인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인 것 같기도 한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대중을 열광하게 했고 신문사들은 예고 광고까지 하면서 더욱 열을 올렸지요.” 질문 하나 던져본다. 자미(滋味)란 무엇일까. 한자로 풀이해 보면 자(滋)는 ‘늘다’, ‘많아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미(味)는 맛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맛이 많아진다는 뜻이겠다. 민족주의 담론에 갇힌 한국 근대 신문 연재 역사소설의 진면목을 통속적 ‘자미’라는 주제를 통해 모색하고 한국 근대 소설의 진정한 계보와 진실을 밝히고자 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역사소설, 자미(滋味)에 빠지다’(삼인 펴냄)이다. 박사 논문이 일반 출판 시장에서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은 드문 일. 하여 저자 김병길(39)씨를 만났다. ●“한국 근대소설 계보 쫓는 재미에 빠져” “자미는 재미의 옛말입니다. 1920년대 중반부터 한국 문단에는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납니다. 매일신보(서울신문의 전신) 등 주요 신문 도처에 역사소설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민족주의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야담인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인 것 같기도 한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대중을 열광하게 했고 신문사들은 예고 광고까지 하면서 더욱 열을 올렸지요.” 한 예를 든다. 1942년 이광수의 ‘원효대사’ 연재를 앞둔 ‘매일신보’는 당시 다음과 같은 문구로 광고했다. ‘이 소설은 오늘날과 가튼 시국하에서 희생과 봉공과 고행의정신을 체득하는데 하나의 경전이 될만한 귀한작품인줄 생각한다.’ 지금의 띄어쓰기나 맞춤법에는 안 맞지만 내용을 보자면 신문사에서는 일제시대의 상황을 의식해 태평양 전쟁의 정신을 배경에 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씨는 이에 대해 “당시 역사소설가들은 ‘우리는 민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정당성을 내세우면서도 밑바닥에는 일제를 의식하는 마음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시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야담과 사담 등 통속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1942년 이광수, 매일신보에 연재 광고도 책의 부제를 ‘새로 쓰는 한국 근대 역사소설의 계보학’이라고 붙였듯이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있도록 ‘자미’라는 시각으로 신문 연재 소설의 계보와 구체적인 면면, 그리고 발전 과정을 소상하게 살피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이 책을 쓰게 됐을까. “2005년 김동리의 역사소설을 연구하던 중 우리 신문 연재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조선과 동아, 매일신보 등 3대 신문이 주축이 됐으나 나중에는 매일신보가 독보적으로 연재소설을 다루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사소설이라는 용어는 최남선의 ‘ABC계’가 ‘소년’지에 연재되면서 처음 등장하고 나중에 신문 매체로 옮겨지지요. 또한 역사소설은 1945년 8월 14일 자 ‘매일신보’에 실린 박태원의 ‘원구’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6·25전쟁 이후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김씨는 이와 관련된 연구를 더 하겠다고 말한다. 첫째는 역사문학 전반의 지형을 살피는 일이고, 둘째는 계보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진이를 다룬 소설만 19편이 나왔는데 저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는 작업이다. 김씨는 전남 담양에서 출생해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숙명여대 교양교육원 조교수로 있다. 글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해외 한국학 연구 근대 편향 아쉬워”

    “해외 한국학 연구 근대 편향 아쉬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7일 대규모 한국학 국제학술대회가 사흘간 일정으로 개막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사장 김병국)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국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을 주제로 주최한 ‘2011 코리아 파운데이션 어셈블리’. 해외 20개국 90여명을 비롯해 국내외 한국학 학자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지구촌 한국학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모두 내로라하는 한국학 전문가이지만 그중에서도 로버트 버즈웰(58) 미국 UCLA 아시아언어 및 문화학과 교수는 해외에서의 한국학 확산을 주도하는 특별한 인물로 관심을 모은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만난 버즈웰 교수에게 이번 학술대회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근대이전 연구 없이 현대 이해 못해” “한국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상황을 점검해 향후 발전 방향을 짚는 흔치 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특히 해외 한국학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주선으로 마련된 학술대회인 만큼 알찬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8개 세션의 진행 총괄을 맡은 버즈웰 교수는 한국학의 세계적인 확산 추세를 반기면서도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1970년대만 해도 해외 한국학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전문 연구자나 교수는 말할 것도 없고 그저 중국학이나 일본학의 범주에 속한 변죽의 작은 영역이었지요. 근래 들어 각 대학이 한국 관련 독립학과와 강좌를 앞다퉈 개설하면서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세계의 주류 학문으로 나아가려면 갈 길이 멉니다.”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외국에서의 한국학 연구가 대부분 ‘근대 편향’의 지역적 측면에 머물고 있는 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한국학은 일제강점기의 식민화 저항운동이며 한국전쟁 전후의 민족주의 운동, 한국 경제성장의 기적이나 한류 열풍 등 더 많은 부분을 포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근대에 편중된 한국 연구는 자칫 지난 세기 한국이 아시아, 세계 문화에 기여한 심오한 영향을 경시하고 전근대 기간에 대한 연구를 비주류화할 위험성이 크다.”면서 “근대 이전의 고전 분야에 대한 연구 없이는 결코 한국의 현대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버즈웰 교수는 1986년 UCLA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임용된 뒤 7년 만인 1993년 이 대학에 한국학센터를 설립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한국학 연구기관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에서 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2007년엔 세계 최대의 아시아학회인 AAS(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1941년 AAS가 창립된 이후 한국학 학자가 회장으로 선출되기는 66년 만에 처음으로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었다. “한국학이 중국학·일본학의 뒷전에만 있었던 흐름을 뒤집은 의미 있는 계기”라고 당시 상황을 말하는 버즈웰 교수가 지금 서방세계에서 가열되는 한국학 연구의 치우친 경향을 우려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한국 불교는 나의 業이자 인연” ‘푸른 눈의 한국 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한국학 연구와 확산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한국 불교와의 만남이다. 일찍부터 서양철학에 심취했지만 실천 원리의 해답을 얻기엔 모자란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 UCLA 진학 직후인 19살에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출가했다. 당시 방콕에서 우연히 만난 해인사 스님의 간화선 수행에 감화를 받아 21살에 한국행을 결행, 순천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을 은사로 5년간 비구 생활을 했다. 간화선 수행이 남아 있는 유일한 나라 한국의 문화와 간화선에 빠져들던 중 “보조국사(지눌)의 법어를 영어로 번역하라.”는 구산 스님의 지시를 따라 번역에 몰두했지만 UC버클리에서 열린 불교 세미나를 계기로 종교인보다 학자 기질이 더 많다는 자각 끝에 환속을 결심했다. 그가 번역한 불교서적은 ‘지눌 법어 선집’, ‘지눌의 선에 대한 한국식 접근’, ‘선 구도의 경험’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박사학위 논문 ‘금강삼매경의 한국적 기원’은 금강삼매경이 애초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쓰여졌음을 처음으로 주장해 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한국 불교 연구의 깊이와 일관된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엔 동국대 초대 불교학술원장 자리에 올랐다. 구산 스님으로부터 혜명(慧明)이라는 법명을 받아 그가 참구한 화두는 중국 조주 선사의 ‘무(無)’자 화두. 모든 것엔 불성이 있다는 부처님 가르침과는 상반된 알쏭달쏭한 그 화두 참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한다. ‘화두를 풀었느냐’는 기자의 물음엔 ‘끊임없이 그저 할 뿐’이라는 말을 돌려준다. 지금도 명상과 참선은 생활에서 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태어나기는 미국에서 났지만 나를 길러낸 것은 한국이고 한국은 마음의 고향”이라는 버즈웰 교수. “한국 불교는 나의 업(業)이고 인연”이라는 그는 1997년 자신이 참가한 동국대 세미나에서 통역을 맡았던 지금의 한국인 아내 역시 도반이라고 선뜻 말한다. 그런 만큼 그의 한국 탐구와 한국학 확산 노력의 바탕은 어쩔 수 없이 한국 불교와의 인연인 것 같다. 한국에서의 승려 체험을 토대로 쓴 ‘파란 눈 스님의 한국 선 수행기’에 “내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구산 스님만큼 내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 분이 없었다.”고 적었던 버즈웰 교수. “많은 한국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특별한 행운이자 특권”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한국 사랑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美 대학서 한국학 석좌교수 보는 게 꿈” “미국 대학에서 한국학, 특히 한국불교학을 전공한 많은 석좌교수를 보는 게 꿈”이라는 그는 “한국학의 양적 팽창을 질적 향상으로 이어가기 위해 이제 새로운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이미 한국학의 영역에 매달리고 있는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근본적 개선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 배삼식 작가 인터뷰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 배삼식 작가 인터뷰

    “아, 그래요? 이게 뭐냐며 다들 걱정인데…. 하하. 하여튼 고맙습니다.” 대본 보자마자 인터뷰하고 싶어졌다, 했더니 반색한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를 다루는데 정작 김홍도는 없다. 김홍도는 없는데 김홍도는 다 들어 있다. 손진책 연출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 영리하게 썼다.” 오는 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가무악극 ‘화선(畵仙) 김홍도’ 얘기다. 극본을 쓴 배삼식(41) 동덕여대 문 예창작과 교수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국립극장이 하는 ‘국가브랜드’ 공연인데 영웅적이지 않아 인상적이다. -그런 도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국가브랜드 공연은 자칫 위인전이나 민족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김홍도는 비워두고 작품을 쓰겠다고 작정했다. 김홍도가 떡 하니 무대에 살아나오는 순간, 공연을 위한 작품(의 재미는) 망가진다고 생각했다. 작품 배경은 김홍도가 죽은 지 50년 뒤다. 주인공은 김홍도의 그림에 홀딱 반한 50대 영감 ‘김동지’와 ‘손수재’다. ‘동지’는 고어(古語)로 먹고살 만한 중늙은이를, ‘수재’는 노총각을 뜻한다. 두 늙은이가 아옹다옹하며 김홍도의 그림 속을 여행하는 것이 극의 중심 얼개다. →이색 접근법이라 말들이 많았겠다. -야단 많이 맞았다. 하하. 예술가 하면 고뇌와 갈등을 먼저 떠올리는데 내가 본 김홍도는 평생 보고 들은 것을 붓 안에 담아두고 싶었던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작품에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모습으로만 잠깐 등장시켰다. 김홍도가 왜 없냐고들 하시지만, 그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김홍도의 직접 출연이 아니라, 김홍도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이 그림 속을 여행한다는 점에서, 영화 ‘전우치’가 떠올랐다. -그런가. 영화는 못봤다. 청나라 문인 포송령(蒲松龄)이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쓴 ‘요재지의’(聊斋志异)라는 책에 보면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온 이야기가 있다.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영화와 달리 무대 위에서 그림 속 여행을 표현해야 한다. 스태프들이 무척 힘들어 할 것 같다. (김홍도의 그림에 등장하는 새나 짐승들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무대에 투사할 계획이다.) -하하. 맞다. 기본적으로 김홍도의 그림이 살아움직이는 무대를 구상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브랜드 공연이란게 단발성이 아니라 몇년간 이어지면서 완성도를 차차 높여나가는 것이 아니겠나. 그렇게 발전해가길 바란다. →작품에도 잘 녹아들었지만, 김홍도에 대한 비판은 대개 두가지다. 문기(文氣)가 약하다는 것, 그가 그린 민속화 등장인물들이 모두 웃고 있는 것은 김홍도가 정조의 관제어용화가라서 그렇다는 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현실세계의 결핍을 보상받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김홍도도 그런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고, 그걸 보는 사람들도 그런 면에 반한게 아닐까. 그리고 김홍도는 어릴 적부터 이름난 화가였기 때문에 평생을 주문제작에 매달렸다. 오늘날까지 전하는 것은 300점이지만, 실제로는 1만 2000여점 이상 그렸을 것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지금 남아 있는 것만으로 김홍도의 세계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말년에 선화(仙畵)를 많이 그렸다는 점도 참고했다. →두 늙은이가 여행하는 그림으로 ‘서당’, ‘씨름’, ‘무동’처럼 대중적 작품을 골랐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가. -모든 그림을 다 보여줄 수는 없고 좋은 그림은 많고 하니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처음엔 말년 선화 한폭을 정해서 착상에서 완성까지의 과정을 풀어내는 방식을 생각했다. 그런데 국가브랜드 공연이고 하니 널리 알려진 작품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를 작품의 시작과 끝에 배치했다. →공연계에서 독보적 작가로 꼽힌다. 그런 작가를 손진책 예술감독 때문에 국립극장이 너무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지난 작품 ‘3월의 눈’도 국립극장과 함께 했다. -나로서는 고마운 분이다. 10여년간 연출과 작가로 인연을 맺으면서 나를 단 한번도 가르쳐야 할 후배로 대하지 않았다. 언제나 같은 일을 하는 동반자로 여겨줬다. 개인적으로 ‘열하일기만보’(2007년작) 때가 최대 위기였다. 그 전엔 내 작품이 서사적 힘이 딸린다는 자괴감 때문에 내 공연도 내가 부끄러워서 끝까지 못봤다. 이것마저 안되면 작가 생활 접겠다 생각하고, 마지막이니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해서 쓴게 그 작품이었다. 그 때 손진책 연출이 이걸 어떻게 무대에 올리냐며 한달간 고민했다. 그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작가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은인이기도 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하하하. →올해 또 어떤 작품을 쓰나. -너무 많이 써서 고민이다. ‘3월의 눈’ 같은 경우 1주일만에 썼다고 바깥에다 대고 말하기는 했지만, 삼청동에서 6~7년 직접 살았던 경험과 언젠가 이런거 한번쯤은 써봐야지 하고 생각해왔던 오랜 구상이 함께 녹아들었기 때문에 1주일만에 쓸 수 있었던 거다. 빨리 괜찮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궁지에 몰리니까 그렇게 써지기도 하더라. 그렇게 오래 삭히고 묵혀야 좋은 놈이 하나 나오는 건데, 지금은 묵힐 시간이 없다. →그건 작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고민이고(웃음). 잔인하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보고 싶다. -하하하. 안 그래도 하반기에 김동현 연출과 하기로 한 작품이 있다. 벌을 소재로 쓸 생각이다. 지난해 구제역으로 난리였는데, 그만큼 주목을 못받아서 그렇지 토종벌의 95%가 사라졌단다. 그걸 모티프로 이야기를 풀어가보고 싶다. 이번에 종강도 했으니 정말 정말 열심히 써야한다. →이러다 극본 청탁 피하려 절에라도 가는거 아니냐. -지난해 2학기 때부터 대학강의까지 맡았다. 강의하면서 쓰려니까 정말 힘들다. 진짜 그렇게라도 해볼까. 하하하. →극작가로서 10여년 살았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위기도 넘어섰고 위치도 단단하다. 궁극적으로 어떤 극작가가 되고 싶은가.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편견의 각축장이라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단정적으로 옳거나 단정적으로 틀리지 않다. 작가 역시 매한가지다. 내가 세상을 안다, 그래서 무대를 통해 이런 세상을 보여주겠다 하는 순간 작가로서는 끝이라 생각한다. 세상 모든 주장을 하나의 편견으로, 동시에 나의 주장 역시 편견의 하나로 객관화시킬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다. 거기에 걸맞는 적당한 표현 형식도 구축하고 싶다. 아, 그런데 말하고 나니 너무 낯부끄러운 얘기다. 이거 쓰지 말아달라.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中 공산당 90주년] ‘中공산당 현재·미래’ 문답

    “중국 공산당도 승자의 함정에 빠졌나.” 두 자릿수 경제 성장으로 일당 독재의 명분과 정당성을 쥐어 왔던 중국 공산당이 번영의 성취에 따른 국민들의 욕구 분출이라는 부메랑을 맞으면서 갈등하고 있다. 문답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중국에서 공산당의 위상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중국은 공산당이 창당한 뒤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국가(중화인민공화국)가 세워졌다. 흔히 ‘말 위에서 총으로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때문에 공산당의 주인의식은 강렬하다. 초기 지도자들은 당원이자 정부 고위 관료이며, 군인인 ‘3위일체형’ 지도자들로서 나라를 지배해 왔다. 지금도 군과 정부, 기업과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당원이고, 공산당은 주요 조직마다 별도 조직을 갖고 영향을 끼친다. ●공산주의를 포기한 것 아닌가 1978년 덩샤오핑이 극좌파들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한 뒤 개혁개방 정책을 펼쳤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해 왔다. 외국 투자 유치, 수출주도형 경제, 농촌 희생과 저임금에 기반을 둔 산업화 등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를 닮은 경제정책을 펴 왔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 시스템이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할 뿐이다. 자본주의로 길을 바꿨지만 표지판은 여전히 공산주의를 표시하고 있는 ‘간판만 공산주의’란 주장도 비아냥만은 아니다. ●‘간판’ 공산주의 유지가 되나 원칙적으로는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경제상황으로 인해 사회주의 실현을 미뤄 놓은 ‘사회주의 초급단계’로 합리화했다. 최근 들어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을 내세운 편협한 민족주의에 기대는 경향이 커졌다. 장쩌민의 ‘3개 대표론’ 발표 이후 자본가와 기업인들에게도 공산당의 문호를 열었다. 젊은 세대 충원과 정권 교체도 순조로워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당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오쩌둥 초상화는 언제까지? 대장정과 국공내전 속에서 지도력을 확립한 마오쩌둥은 신중국을 세운 핵심 인물이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실시했지만 “마오의 공은 칠, 과오는 삼”이라면서 그의 위상을 훼손시키지 않았다. 벌어지는 빈부격차 속에 공산당이 엘리트정당이 되고, 고위지도자들이 그들만의 서클을 만들어 통치하는 현대판 귀족정치 상황 속에서 오히려 마오에 대한 향수는 강해지고 있다. ●언제까지 생명력을 유지할까 타이완의 국민당이 지난 199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당 내부가 몇몇의 주요 인물을 따라 분열돼 다당제로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차기 당서기 겸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과 ‘중국주식회사의 이사회’ 격인 차기 정치국의 상무위원 9인의 집단지도체제 실험에 미래가 달려 있다. 이들이 오는 2022년 시진핑 이후의 세대 교체와 권력 승계를 원만히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가 중국 공산당 및 중국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역사드라마는 무죄?

    역사드라마는 무죄?

    동북아역사재단이 22일 오후 3시 서울 미근동 재단 회의실에서 ‘사극 재조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PD연합회와 공동 개최라는 점이 색다르다. 역사 드라마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들이 많은 가운데 양측이 직접 무릎을 맞대고 앉는 셈이다. 재단 측 연구위원들은 물론 ‘주몽’을 연출한 이주환 MBC PD와 ‘대장금’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온 이병훈 PD가 토론자로 참가한다. 이런 취지로 볼 때 주창훈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가 발표하는 주제 ‘역사 드라마의 세 가지 상상력 : 강한 민족에서 탈민족으로’와 토론자로 나서는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의 토론문 ‘사극 전성시대는 역사학의 위기인가, 기회인가’가 눈길을 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주요 테마로 제시 주 교수는 주제 발표문을 통해 방송 사극이 ‘기록적 역사서술→개연적 역사서술→상상적 역사서술→허구적 역사서술’ 4단계로 발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조선 왕조 500년’ 같은 초기 역사 드라마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기록 내용에 비교적 충실하려고 했다면, ‘용의 눈물’, ‘태조 왕건’ 같은 개연적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 위에 강력한 남성 영웅의 이미지를 덧대는 방식이었다. 이어 등장한 ‘허준’, ‘여인천하’, ‘대장금’, ‘이산’ 같은 드라마는 상상적 서술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들은 대개 의사, 후궁, 궁녀처럼 정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기 어려운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료의 빈곤함을 고증에 기반한 상상력으로 메워 넣은 것이다. 주 교수가 이 부분을 “강한 민족주의에서 약한 민족주의로” 넘어갔다고 정리한 이유다. 허구적 역사 서술은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대망’, ‘다모’, ‘추노’, ‘짝패’ 같은 드라마는 역사를 배경으로 내세웠을 뿐, 거의 모든 스토리가 창작이다. 상상적 역사 서술이 중인이나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들 드라마는 아예 기록 자체를 찾기 어려운 노비나 왈짜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들은 우리 민족은 하나라고 하지 않고, 민족 안에도 다양한 이해 관계와 갈등이 있었다고 외친다. 주 교수는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민족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주요 테마로 제시”하기 때문에 “가능태(Variation)로서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역사 드라마의 효용성이 극대화된다.”는 맥락에서다. ●“사실 여부보다 역사관에 더 관심을” 이주환 PD도 비슷한 맥락 위에 있다. 이 PD는 “정보전달과 대리만족의 측면에서 볼 때 역사 드라마는 대리만족을 위한 판타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서 “대신 국적 불명의 오락물로 흐르지 않기 위해 역사관에 많은 신경을 쓰는 만큼 역사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특정 부분의 사실 왜곡보다 제작진들의 역사관, 드라마가 표방하는 주제에 집중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한다. 이런 제작진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더 크게 치고 나가는 김 교수의 주장도 흥미롭다. 그는 “사실만이 역사라는 것 자체가 근대역사학의 한계”라고 비판한다. 이어 “인간은 현실과 꿈의 두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 사실을 재현하는 역사뿐 아니라 ‘꿈꾸는 역사’를 욕망한다.”면서 “사극을 우리 시대의 ‘꿈꾸는 역사’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극의 인기란, 결국 역사가들이 사극처럼 꿈꿀 만한 역사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다. 다시 말해 역사학이란 학문 자체가 다양한 상상력을 북돋우기보다는 문헌 해석과 기존 이론의 무비판적 답습에만 매몰됐던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다. ●“판타지 사극 더 발전시켜야” 그래서 김 교수는 한류를 계기로 사극의 변신이 더 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국민을 상대로 한 사극에서는 강한 민족주의가 들어가겠지만, 동아시아나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인간의 보편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예 ‘판타지 사극’을 더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소설가, 극작가, PD 모두가 사관인 시대에 역사학이 사느냐 죽느냐는 역사학자들이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베트남, 32년만에 ‘징집령’ VS 중국, 해병대 상륙훈련…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긴장고조

    베트남이 1979년 중국과의 국경전쟁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징병 명령’을 발동했다. “응 웬 떤중 총리가 군부의 요청으로 지난 13일 전시 징병 기준을 정한 징병 명령에 서명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15일 일제히 보도했다. 오는 8월1일부터 발효되는 징병령은 전시에 징병에서 제외되는 주요 국가기관 공무원, 독자 등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당장 전면적인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베트남의 징병령 발동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시사(西沙·파라셀)군도와 난사(南沙·스프래틀리)군도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고조되면서 군사적 마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예비적 조치로 징병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32년 만의 첫 발동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의 긴박감이 엿보인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주문하고 있는 자국내 민족주의자들에 대한 ‘화답’ 성격도 짙다. 응 웬 떤중 총리 스스로 여러 차례 “베트남의 모든 정당, 국민, 군대는 우리 해역의 주권을 보위하겠다는 가장 강한 결심을 표출해 달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2009년 발표한 베트남 국방백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현역 군인은 45만명, 예비역은 500여만명에 이른다.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강행하고, 징병령을 발동한 데 이어 다음 달 미국과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키로 하는 등 강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역시 한치도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충돌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이달 초부터 남중국해의 한 섬에서 해병대 여단 병력이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베트남과의 충돌에 대비한 훈련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중국 해병대의 남중국해 훈련 사실은 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공개함으로써 베트남 등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 해군 해병대는 약 2000㎞를 이동, 남중국해의 한 섬에 주둔한 채 낙하 훈련, 상륙 훈련, 야간침투 훈련 등 실전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여단장 천웨이둥(陳爲東)은 해방군보와의 인터뷰에서 “20여개 항목의 각종 해병대 실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해안 상륙, 해안 교두보 확보 등의 작전능력이 크게 배양됐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분쟁은 이달 말로 예정된 필리핀과 미국의 합동훈련, 다음 달 실시될 베트남과 미국의 합동훈련, 8월에 시작되는 중국 시추플랜트의 남중국해 작업개시 등 ‘악재’가 즐비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터키 ‘경제 총리’에 압도적 지지

    터키 국민들은 권위주의 리더십에 맞서는 대신 경제 성장을 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이 1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5000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84.5%가 투표한 이날 선거에서 AKP는 50%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의회 전체 의석인 550석 가운데 325석을 따냈다.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330석(60%)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공화인민당(CHP)은 26%, 민족주의행동당(NMP)은 13%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밤 수도 앙카라의 AKP 당사 앞에 모인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국민들은 우리에게 합의와 협상을 통해 새 헌법을 구성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AKP의 3연임 성공 비결은 자유주의 경제와 종교적 보수주의를 적절히 조화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에르도안 총리를 비롯한 터키 지도부는 2002년 총선 승리 이후 스스로 ‘보수 민주주의자’라 일컬으며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이끌어 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인 터키는 ‘아랍의 봄’ 혁명이 불고 있는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주의 모델로도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가 3연임을 굳히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대 의견을 배척하기로 유명한 그가 이번 승리를 자유 제한과 야권 박해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총리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다. 이스탄불 빌지대학교의 일터 투란 정치학과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총리는 대통령제를 추진할 것이며 이는 국내에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정상근 지음, 시대의창 펴냄) 요즘 20대는 흔히 ‘88만원 세대’라는, 무한 경쟁으로 내몰려 무기력해진 세대로 표현된다. 박제화한 청춘에 대한 예찬도 아니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처지에 대한 분노도 아닌, 펄펄 살아 뛰는 청춘의 있는 그대로의 삶과 현실, 희망 등을 그들의 언어로 기록했다. 글을 쓰며 막 20대를 빠져나왔다는 저자는 묻는다. “대한민국 청춘 여러분, 어떻게 지내시나요?” 1만 3800원. ●한반도 희망이야기(하정열 지음, 오래 펴냄) 때로는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때로는 총부리를 맞댄 야전에 머물면서 분단의 현실을 더욱 절박하게 체감했다. 청와대 국방비서관, 육군 사단장 등을 지낸 하정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안보전략소장 얘기다. 그가 국가의 역할,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열린 민족주의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통일된 나라의 로드맵을 제시한다. 1만원. ●숲 어딘가 두 평 마음의 집이 있다(김종보 지음, 황금시간 펴냄) 3년 동안 주말마다 숲을 찾아 아내, 아들과 함께한 캠핑의 잔잔하고도 따뜻한 기록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생명과 자연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 이어졌다면, 시인인 저자는 가족과 함께 자연을 벗 삼은 삶을 시인의 언어와 감성으로 펼쳐낸다. 자연, 가족, 교육, 사랑 등 훈훈한 문장과 상쾌한 사진이 어우러져 있다. 1만 2000원. ●MBC논평, 최용익입니다(최용익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MBC 논설위원을 지낸 저자의 방송 논평집. 2005~2010년 5년의 논평을 모아 놓으니 자연스레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물이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법, YTN 사태 등 언론 관련, 이랜드·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수구 기득권 세력 등에 관한 논평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원칙을 지키고자 한 모습을 확인시켜 준다. 1만 5000원.
  • “마오는 냉소적… 저우는 통찰력 뛰어나”

    “마오(쩌둥)는 냉소적이었고, 저우(언라이)는 통찰력이 뛰어났다. 장쩌민 전 주석은 절대 외국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철학적 원칙이라고 말했다.” 1971년 ‘비밀·잠행 외교’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냈던 헨리 키신저(88) 전 국무장관이 두 나라 외교 관계를 다룬 ‘중국에 관해’(On China)를 17일 출간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키신저의 마지막 저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책에는 수교 당시 외교 비사는 물론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의 대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키신저는 책에서 “중·미 협력 관계는 세계 안정과 평화에 필수 불가결하다.”면서 “두 나라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닉슨 전 대통령이 대중국 외교 정책을 시작할 때 키신저가 맡았던 역할을 설명했을 뿐 아니라 중국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서방에 대한 외교 정책과 견해를 형성해 왔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키신저는 중국의 도약으로 양극 체제가 다시 만들어지고, 새로운 냉전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내부에 군사 강국을 추구해 미국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민족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진영이 있고, 미국 워싱턴에도 대결 관계를 선호하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키신저는 회고록 출간에 맞춰 이뤄진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사담 후세인(전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뒤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넘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을 훼손하는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응징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