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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국민·주변국 속여온 셈”

    “아베, 국민·주변국 속여온 셈”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일본 정부의 1일 각의(국무회의) 결정과 관련, 하세베 야스오(58) 와세다대 대학원 법무연구과 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헌법 해석을 바꾸는 것은 정부가 헌법 9조의 올바른 의미에 대해 국민과 주변국을 속여 온 셈이 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각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 9조에 의해 인정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누차 말했다.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이번 각의결정은 헌법에 기초한 정치라는 입헌주의의 원칙에 도전한 것이다. 헌법 해석 변경은 즉 정부가 지금까지 잘못해 왔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헌법 9조의 의미에 대해 국민과 주변국을 속여 온 것이 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하지만, 실행하려면 정식 절차를 거쳐 개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일본의 국익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사이가 좋았지만 이라크에 같이 가서 영국에 득이 된 것은 없었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군사적 행동을 거부해 왔는데,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요구받았을 때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득보다 실이 많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무리한 수단을 써서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아베 총리와 주변인들은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안에서도 대단히 특이한 위치에 있다. 그만큼 민족주의가 강한 이는 자민당 내 총리 후보자 중에 없다. 아베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을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아베 총리가 재직 기간 중 가능한 한 자신의 생각대로 정책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관련법 정비로 실제로 집단적 자위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무력 행사의 신(新) 3요건을 보면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실제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 일본 정치가들이 ‘만주·몽골은 일본 제2의 생명선’이라는 말을 썼던 것처럼 ‘호르무즈 해협(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수송 원유가 40%나 통과)이 일본의 생명선이다. 이곳에서 군사적 위기가 생긴다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정부가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대해 우려가 많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북한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게 최대의 목적이어서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위험성이 있는 곳은 오히려 타이완이다. 중국은 현상을 변경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중국이 국지적인 군사 불균형을 통해 타이완을 손에 넣으려고 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이렇게 되면 미국과 타이완이 일본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ISIL, 국경초월 ‘칼리프국가’ 건설 선언

    ISIL, 국경초월 ‘칼리프국가’ 건설 선언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시리아 북부 알레포부터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에 이르는 지역까지 이슬람교 최고 지도자 ‘칼리프’가 통치하는 새로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종파를 기반으로 ‘국경을 초월한’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어서 극단주의 세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ISIL은 이날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들의 공식 명칭을 ‘이슬람 국가’로 바꾸고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칼리프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ISIL 대변인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무슬림들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칼리프의 권한과 군대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서는 기존 왕국과 국가, 조직, 토후국(에미리트), 단체 등은 모두 효력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명칭도 기존에 붙어 있던 지역명 ‘이라크·레반트’를 생략하고 ‘이슬람 국가’로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칼리프는 이슬람교 유일신 ‘알라의 사도 무함마드의 대리인’이라는 뜻이다. 무함마드 사망(632년) 후 그의 종교적·정치적 권한을 이어받아 이슬람 공동체를 다스린 최고 통치자를 가리킨다. ISIL은 이슬람 초기 칼리프 시대처럼 지중해 연안부터 걸프 지역을 아우르는 이슬람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것이다. ISIL이 이날 성명에서 알바그다디를 “모든 무슬림의 지도자”로 치켜세우고 점령지 내 다른 중동 지역 국가나 단체의 권위를 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ISIL에 점점 더 많은 극단주의 세력이 합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브루킹스 도하 연구센터의 찰스 리스터 연구원은 “이미 새 이슬람 국가는 시리아 안 지하드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다국적 지하드 시대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젊은 급진세력은 잔인한 전술로 급격한 성과를 얻는 ISIL에 매료돼 ‘이슬람 국가’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ISIL이 알카에다를 넘어 이슬람 성전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선언은 알카에다를 향해 겨누는 총성”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ISIL의 야심찬 계획이 오히려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맞선 수니파 반군 가운데 상당수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왕국들은 칼리프 국가 선언을 자신들의 권위와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철옹성 쌓아라”… 시진핑 ‘강한 영해’ 주문

    “굴욕의 중국사를 잊지 마라. 변경·해안 방어에서 철옹성을 구축해 나라를 지켜내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 변경·해안방어공작회의에서 외세로부터 수백 차례 침략당한 굴욕의 역사를 상기시키며 변경 지역에 대한 강한 방위를 주문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28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민족주의 고취 발언으로 국토수호 의지를 강조한 것은 동·남중국해에서 각각 일본 및 동남아 등 주변국들과 벌이는 영토분쟁에서 ‘무(無)양보’ 원칙으로 일관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지난 27일 회의에서 변경·해안 방어를 담당하는 군·공안 책임자들과 만나 “변경·해안 방어를 이야기하자면 중국 근대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당시 외적들은 육지와 해상을 통해 수백 차례 중국에 침입해 중화민족에 심대한 재난을 줬다. 이 굴욕의 역사를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며 민족주의를 고취했다. 그러면서 “국가주권 및 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영토주권 및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하기 위해 변경 및 해안에서 철옹성을 구축하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취임 초인 지난해 3월 “치국의 선결 조건은 변경 관리이며 변경을 지키려면 먼저 시짱(西藏)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해 국내 안정을 국가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이후 일본 및 동남아 등 주변국들과 동·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으로 연일 충돌하는 데다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와 인접한 주변국에 본부를 둔 위구르분리·독립 세력의 테러가 빈번해지면서 주변 안보도 중요해졌다. 시 주석이 지난 4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반테러를 강조했을 때처럼 변경 방어를 지시한 이날도 ‘철옹성 구축’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주변 안보에도 강경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한편 시 주석은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평화공존 5개항 원칙 발표 6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은 흔들림 없이 평화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공존 5개항은 중국이 자국의 약한 국력을 보호하고자 주변 환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1953년 12월 31일 인도 및 미얀마 정부와 만나 제창한 국제 외교 원칙으로 ▲주권·영토보전에 대한 상호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호혜평등 ▲평화공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취싱(曲星) 소장은 이와 관련, “중국은 (5개항에서 주권·영토보존에 대한 상호존중을 명시하고 있으나) 타국이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는 일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커버스토리] 민족주의 감정 건드리지 말자

    [커버스토리] 민족주의 감정 건드리지 말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계기로 한류 열풍이 재점화된 중국에서는 한류 스타와 한류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중국 내 한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수출 자체에 주목했던 기존의 한류 정책과 기조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이해와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한국 TV 프로그램과 음악의 수출 일변도였던 중국 내 한류는 최근 방송 포맷의 수출과 제작 노하우 전수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방향은 중국에서 ‘문화 침략’이나 ‘시장 잠식’과 같은 우려 없이 한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적잖은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을 두고 “중국 예능 프로그램이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배울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지현 CJ E&M 부장은 “중국은 지방 위성방송사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국뿐 아니라 해외의 방송 포맷을 들여오고 외국의 업계 관계자들과 협력해 자국 콘텐츠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음악 수출서 포맷·노하우 전수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을 양국의 협력 강화로 이어 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이 가진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중국이 가진 막대한 자본과 결합시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한국의 제작진이 중국과 협력하면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킬러 콘텐츠(시장을 지배하는 핵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세계시장으로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호텔킹’ 속 중국인 부호 비하 논란 한국의 대중문화계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중국인의 국가적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다. 지난 4월 12일 방영된 MBC 드라마 ‘호텔킹’이 이 같은 논란을 불렀다. 드라마의 배경인 7성급 호텔에 나타난 중국인 부호는 남자가 입기엔 부담스러운 호피 무늬 옷과 화려한 액세서리를 두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거만한 표정과 손짓으로 ‘진상’을 부리고, 직원이 와인을 따라 주는데 잔을 이리저리 피하며 짓궂은 장난을 쳤다. 직원이 실수로 와인을 옷에 쏟자 화를 내며 직원을 밀어 쓰러뜨렸다. 이 장면이 중국 포털사이트에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을 추하게 묘사했다”는 제목과 함께 퍼져 나갔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중국 부호들이 원래 저렇지 않나”라며 웃어넘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을 가난하거나 교양 없는 사람으로 그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임대근 한국외국어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문화 콘텐츠에서 민족주의적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인들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관련해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반한 감정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문화 콘텐츠에서 우발적으로 민족적 갈등이 일어나 생기는 반한류 정서는 중국 일부 연예인이 키우는 반한류 정서보다 더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한류의 흐름 속에 쌍방의 문화 교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아직까지 탄탄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1990년대만큼 활발히 소개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의 가요는 엠넷의 MAMA 시상식이나 ‘아시안 송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방송을 통해 접할 기회가 사실상 없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는 시장의 원리에 의해 문화가 전파됐지만 상호 균형을 위해선 중국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中음악 접할 기회 적어… 상호 균형 필요 학계에서는 한류에 투영되기 쉬운 문화 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동아시아 대중문화 소비의 새로운 흐름’ 학술대회에서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장원호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화 공동체 형성을 저해한다”며 “한류의 경제적 효과만을 추구하면 그 흐름은 빠른 시간 안에 멈추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휴머니스트)의 저자인 박노현씨는 논문 ‘텔레비전 드라마와 한류 담론’에서 “21세기의 대중문화는 더 이상 일국(一國)적 콘텐츠가 아닌 초국(超國)적 콘텐츠”라며 “한류를 일방적 생산과 소비의 관계로 고집하는 것을 지양하고 한국과 외국 사이 문화 횡단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혐한도 무지에서 나온 겁니다 양국 역사·문화 알아야 서로 무시 안 해”

    [커버스토리] “혐한도 무지에서 나온 겁니다 양국 역사·문화 알아야 서로 무시 안 해”

    “한·중 양국이 서로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교류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해요. 혐한(嫌韓) 현상도 무지에서 비롯됐거든요. 더욱 높은 시각에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한류(韓流)도 성숙해지지 않을까요.”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대 민주루(民主樓)관에서 만난 한국(조선)언어문화학과 왕단(王丹·43) 교수는 한류 확산과 혐한 현상에 이렇게 진단했다. ●잃어버린 유교적 가치 韓드라마가 채워 줘 중국 내 ‘한국 전문가’로 통하는 왕단 교수는 베이징대 부총장 역시 한국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며 즐겨 보고 있다는 여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부총장이 ‘별에서 온 그대’를 한 번에 몰아 보지 않고 재미를 좀 더 오래 느끼고자 조금씩 나누어 본다”며 말을 꺼냈다. 한류가 다양한 연령층에서 공유되고 이미 문화이자 생활이 됐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잖아요. 돈 벌기에 바빴죠. 가족에 대한 가치, 친구와의 우정, 연인과의 사랑 등 중국의 유교적 전통 가치에 목말랐습니다. 어쩌면 한국 드라마가 그 빈자리를 채워 준 거죠.” 왕단 교수는 한류 열풍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거뒀지만 잃어버린 것들, 특히 예절에 대해서 한국 드라마를 보며 신선한 충격을 느꼈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주인공들의 성품이나 예절, 생활 방식이 중국인들을 매료시켰고 작품 구성이나 영상의 아름다움도 더해져 한국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끈 것 같다”면서 “꼭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휴대전화나 자동차 등의 생활 방식으로 한류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이면에 자리 잡은 혐한 현상에 대해 그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부 민족주의적인 관점을 지닌 중국 네티즌들이 퍼 나르는 글 때문에 혐한 현상이 심각해 보이지만 중국인 대부분은 혐한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왕단 교수는 “동북공정과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등록 같은 문화적 충돌로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이 생긴 건 맞지만, 이는 서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 몰라 발생한 일”이라며 “혐한을 조장하는 이들이 특히 한국 역사와 문화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알고 나면 혐한 감정은 생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지한파(知韓派)가 될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 ●한류 통해 활발히 교류하면 모두 발전할 것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류가 중국에 더욱 공고히 뿌리를 내리려면 한국인들도 중국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류의 발전 과제로 양국 간의 교류 확대를 꼽은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서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잘 알 때 상대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잘 알지 못하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이는 중국인들을 돌아서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 침략이란 없습니다.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지요. 한류를 통해 중국 예술인들이 자극을 받고 교류를 활발히 한다면 양국 모두가 발전할 겁니다. 문화는 국적이 없는 만큼 양국이 협력해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세계로 두 나라의 문화를 널리 알리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에너지 특집] 똑소리나는 에너지 절감…환경 보듬는 ‘愛너지’ 경영

    [에너지 특집] 똑소리나는 에너지 절감…환경 보듬는 ‘愛너지’ 경영

    약 150년 전 인류는 한 유기물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구약성서 때부터 쓰였지만 그리 귀한 것이라 여기지 못했던 석유다. 과거 어떤 에너지원보다 쓰기 쉽고 구하기도 편한 석유는 세상을 바꿔놨다. 공장 속 기계가 쉼 없이 돌면서 부는 재편됐고 석유를 가진 자는 패권을 장악했다. 풍요와 번영이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 인간은 화석에너지를 소비하고 또 소비했다. 자원이 유한하다는 평범한 진리도, 휘발유 1ℓ는 유기물 23t이 100만년을 기다려 변형된 산물이란 과학도 사람들은 잊었다. 파티는 오래가지 않았다. 1970년대 닥친 두 차례 오일쇼크는 높은 화석에너지 의존이 인류에게 재앙일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였다. 실제 1973년 배럴당 2달러 59센트였던 중동산 원유가 1년 만에 11달러 65센트로 무려 4배 가까이 오르자 각 나라와 기업은 공황에 빠졌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쳤고 거대기업은 줄줄이 도산했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고 비산유국의 국제수지는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중동의 자원민족주의를 강화시키는 결과도 초래했다. 하지만 값진 변화도 있었다. 각 나라는 소비하기에만 바빴던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이고 미래에너지를 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앞다퉈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강조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에너지 부문에 투자 중이다. 어느덧 에너지 절약은 이제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마른 행주 짜내듯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 노력 중인 각 기업의 에너지경영 현장을 찾아봤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日 ‘이중플레이’에 한·일 외교 냉각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1993년 발표한 고노 담화는 계승하되 그 내용은 한국과의 정치적 교섭의 결과물이었다는 취지의 검증 보고서를 제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채 검증 형식으로 봉합했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가 전면적 갈등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외교적으로는 상당 기간 냉각기를 갖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양국 외교의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정부는 ‘아베 일본’이 사전 각본에 따라 고노 담화를 무력화시키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 및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의식해 고노 담화의 계승을 표명했지만 자국민에게는 그 담화가 양국의 정치적 필터링을 거친 산물이라고 포장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의 한·미·일 3자 회담을 빼고는 정권 출범 이후 줄곧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양자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아베 총리에 대해 ‘상호 신뢰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이번 검증 보고서는 양국 간 불신만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권 2기를 맞은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오는 8·15 광복절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상회담이나 양국 협력의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내 보수 정치인들마저 아베 내각에서 박 대통령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치인은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며 “한·일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 역시 정치적 지지 기반 강화를 위해 일본 국민들의 무력감을 강력한 ‘우익 내셔널리즘’(민족주의)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매달 열고 있는 양국 국장급 협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진정한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라면서 “한국이 국제적인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20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아시아여성기금 지원에 분명한 반대를 다시 표명하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도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정부는 조만간 아베 정부의 검증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발표하고 국제사회에 외교력을 총가동해 대일 비판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도 오는 23일 미국을 방문해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를 협의하고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모디의 제1과제 “화장실을 지어라”

    모디의 제1과제 “화장실을 지어라”

    “화장실 먼저, 힌두 사원은 나중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선거 기간 집권하면 가장 먼저 시골 가정에 화장실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힌두민족주의자인 모디 총리가 사원보다 화장실이 중요하다고 본 이유는 위생 때문이 아니다. 유엔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국제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성폭행 때문이다. 인도 여성 약 3억명이 화장실이 없어 밖에서 용변을 보고, 이 와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여성 70% 용변보다 성희롱당해 19일 BBC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방안으로 화장실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사촌 자매가 집단 성폭행 뒤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나온 대책이다. 이들은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인도인 48%가 화장실이 없어 숲, 들판, 도랑 등지에서 용변을 본다. 시골은 비율이 65%에 달한다. 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와 수도인 델리에서도 기차역 근처 나무 뒤에서 용변을 보는 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중화장실이 밤 9시면 문을 닫아 새벽이나 밤에 용변을 보러 밖에 나갔다 성폭행당하는 여성이 많다. 동부 비하르주의 한 경찰관은 BBC에 “지난해 성폭행당한 여성 중 400명은 화장실만 있었어도 (성폭행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옥내 화장실 설치땐 현금 보조금 화장실 문제는 빈부 격차, 카스트 제도와 관련 있다. 알자지라는 “낮은 카스트 계급의 인도인 대부분이 빈곤층이다. 돈이 없어 화장실도 없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사촌 자매도 불가촉천민 ‘달리트’에 속해 있다. 인도 정부는 옥내 화장실을 건설하면 현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부 하리아나주는 2005년부터 ‘화장실 없는 남편에게 시집가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화장실 설치를 도울 예정이다. 그러나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수 코티스는 “화장실이 생겨도 밖에서 용변 보는 오래된 버릇은 변하지 않는다”며 습관을 고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씨줄날줄] 식민사관 논란/문소영 논설위원

    사관(史觀)은 역사적인 현상을 파악해서 이를 해석하는 태도와 입장을 말한다. 1910년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45년 해방을 맞은 뒤로 한국의 역사해석은 예민하고 까다롭다. 조선인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어로 공부했고, 일본인 교사에게도 배웠다. 이때 조선인은 어떤 내용을 배웠을까. 일본은 조선과 하나라는 내선일체를 내세웠으나 현실은 식민지배자로서의 일등 국민 일본인과, 피지배자로서의 이등 국민인 조선인을 나누고 차별을 당연시했다. 일본이 조선을 쉽게 지배하고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선인은 열등한 민족이란 인식을 의식·무의식에 심은 것이다. 이른바 ‘식민사관’이다. ‘조선인은 게으르다’거나 ‘조선인은 단결할 줄 모른다’, ‘일본의 조선 지배는 신의 뜻’, ‘조선은 당파 싸움으로 허송세월하다 망했다’는 식의 왜곡과 망언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식민사관의 대척점에 민족주의 사관이 놓여 있다. 대한제국이 망해 중국으로 망명을 떠난 신채호, 박은식이나 정인보와 같은 학자·언론인들은 일본의 조선총독부 역사왜곡에 대항해 조선 민족의 우수성과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특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던 박은식은 ‘동명성왕실기’, ‘한국통사’를 쓰며 민족혼을 고취하려고 했다. 베네딕트 앤더슨이나 에릭 홉스봄과 같은 서양 학자들은 민족이란 근대국가들이 탄생하면서 만든 허구이자 가상의 공동체로서 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민족적 전통도 불과 100~200여년 전의 역사를 가진 ‘만들어진 전통’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제국주의 국가에 식민지 지배를 당하고 독립한 나라들에서 민족이란 ‘가상·허구의 공동체’가 아니라 핍박과 고통을 함께 견디고 마침내 정의가 승리함을 스스로 입증한 집단으로 공고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제국주의 침략을 반성하지 않는 이웃나라가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각국 보수의 철학적 기반은 민족주의 사관이다. 자국민이 너무나 우수하고 뛰어나다고 미화하기 바쁘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자국민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 발언의 기초도 일제의 식민사관과 그대로 일치하기 일쑤다. 책임총리로 최근 박근혜 정부가 지명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처럼 말이다. 요즘 사회문화 코드로 ‘의리’가 유행이다. 의병·독립운동가에게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과연 대한민국 총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의 총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총리가 되려면 마땅히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은 헌법 전문의 정신에 합당할 만한 역사의식과 정치철학, 한민족적 기상을 지녀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월드컵과 애국심/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세종로의 아침] 월드컵과 애국심/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제20회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내일 새벽 성대한 막을 올린다. 자국의 명예를 드높이겠다는 일념으로 각국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다. 32개국 대표팀이 우승을 다투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월드컵 대회는 국가대항전이 아니라 협회대항전이다. 각국 대표팀의 유니폼에 국기 대신 축구협회 마크가 새겨진 것을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월드컵은 국가들의 각축장으로 여겨져 왔다. 심지어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은 무솔리니가 파시즘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확인하는 기회로 악용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각국의 위정자들도 알게 모르게 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 TV 속의 축구공을 눈으로 좇으며 우리는 ‘대~한민국’을 외칠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애국심에 불타오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선연한, 누군가에게는 뜨악할 수 있는 감정을 선수들에게 강요할지 모른다. 홍명보 감독은 11일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결산하며 “축구에서 정신력을 강조하는데 대체 정신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투혼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가 언급한 ‘정신력’은 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진 ‘투혼’, 나아가 ‘애국심’으로 옮겨도 무방하지 않을까. 또 기성용이 튀니지와의 평가전 때 ‘왼손 경례’를 했다가 ‘국가대표로서 최소한의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고 질타당했는데, 과연 온당한 성토였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 출전한 잉글랜드 대표 11명 중 6명은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돌보소서’를 따라 부르지 않고 입만 달싹였다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로이 호지슨 감독이 사흘 전 “(국가를 대표해서)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대표팀 선수 중에는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를 크게 부르지 않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소집 때부터 (국가를) 부르자”고 당부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비난이었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영예에다 훈련·출전·승리수당 등 금전적 이득까지 챙기는데 그 정도도 못하느냐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애국심을 드러내라고 선수들에게 어느 선까지 강요할 수 있는지는 따로 생각해 볼 일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해리 왈롭은 ‘(국민들도) 국기를 흔들며 응원할 수 있지만 줄지어 서서 여왕에 대한 충성심을 노래로 표현하라고 하면 대다수는 불편해질 것’이라고 적었다. 하물며 국가주의 사고의 뿌리가 깊은 일본 법원도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기미가요를 제창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하고 있다. 왈롭은 “태국에선 매일 오전 8시, 오후 6시 모든 국민이 멈춰 서 국가를 부른다. 그런데 이 나라는 월드컵보다 더 규칙적으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2002 한·일월드컵 때 거리를 뒤덮은 붉은 물결에 섬뜩한 느낌을 가졌다면 그건 우리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감춰진 위험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월드컵에 지나치게 국가나 집단의 논리를 투영시키는 건 온당치 않은 일이다. bsnim@seoul.co.kr
  • ‘사대’와 ‘자주’사이… 조선 지식인 지배한 중화관

    ‘사대’와 ‘자주’사이… 조선 지식인 지배한 중화관

    조선과 중화/배우성 지음/돌베개/616쪽/4만원 조선 왕조를 지탱한 사상 체계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리학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성리학 못지않게 조선 지식인들을 지배했던 세계관인 중화(中華)에 천착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을 세계문명의 중심으로 이해하는 중화는 엄연히 조선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그럼에도 그저 문화의 범주에서만 이해됐던 중화는 과연 조선 지식인들에게 어떤 것이었을까. ‘조선과 중화’는 조선의 지식인들이 추구한 핵심의 세계관이자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지성사로 중화를 파헤친 책으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지난 20세기 한국사 연구에서 고착돼 왔던 중화의 이분법적 구분을 허문 게 큰 특징이다. ‘사대‘와 ‘자주’의 범주에 머문 논란에서 벗어나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세계관 자체를 그대로 바라보자는 시도가 신선하다. 저자는 한국 역사학의 ‘중화 오류’는 역사란 민족과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20세기 초 민족주의 사학의 지평을 열었다는 신채호의 조선 후기 인물 이종휘에 대한 평가로 도드라진다. 신채호는 이종휘를 단군과 고대사를 자주적으로 이해하려 했다고 높이 평가했지만 실제는 영 딴판이었음이 드러난다. 이종휘의 이른바 요동회복론은 오랑캐의 침략 위기로부터 중화문화의 계승자인 조선을 지키고 중화를 보존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자면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한족이 대륙에 세운 국가만을 중화로 인정하는 시각은 미미했다고 한다. 오랑캐가 세운 원나라를 중화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병자호란으로 조선 왕이 능욕당하고 삼전도비가 세워진 이후 조선 지식인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당시 김수홍이 그린 지도 ‘천하고금대총편람도’와 ‘조선팔도고금총람도’는 그 조선 지식인들의 바뀐 중화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명과 관련된 역사상 인물을 지도에 기입하면서 한족의 중화문명에 관련된 이들만 명기했던 것이다. 결국 조선의 지식인들은 우리 역사학이 또렷하게 구분짓는 ‘식민사관’이나 ‘민족사관’에 한정되지 않은 채 다양한 궤적을 그려나간 셈이다. 그 역사적 변수와 맥락을 따라 중화의 변화를 건져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그런 자신의 주장이 자칫 중화세계관의 본질을 옹호하는 인상을 부를까 경계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역사적 정당성이나 부당성을 입증하려는 게 아니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중화세계관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그것이 그려낸 궤적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포로셴코 압승… 우크라 정국 혼란 바로잡을까

    25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과 재벌 출신 무소속 후보 페트로 포로셴코(49)가 과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국제사회를 뒤흔든 우크라이나 사태를 수습하고 정국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까지 넘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유럽 노선’을 표방한 포로셴코 정권을 맞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40% 개표 상황에서 포로셴코 후보가 54.09%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바티키프쉬나’(조국당) 후보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13.13%로 2위를 차지했다. 민족주의와 유럽화를 내세운 ‘급진당’ 후보 올렉 랴슈코가 8.49%로 선전했다. 전체 투표율은 60.7%로 잠정 집계됐다.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는 34개 선거구 중 11개에서만 투표소 문을 열었고 그마저도 투표율이 10%대에 머물렀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하루 전 진행된 3개 연구기관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포로셴코는 55.9%의 득표율을 기록해 12.9%를 얻은 티모셴코 전 총리를 압도했다.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이 나온 데 대해 캐나다 일간 ‘내셔널 포스트’는 “유권자들이 분리주의 세력의 위협을 받으며 두 번째 투표까지 치르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특히 우크라를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정체 또는 하락했다는 신호가 감지된 것도 원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우크라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포로셴코는 출구조사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가 유럽과의 통합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으로서의 첫 번째 과업은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개혁을 반대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공정한 사법시스템이 있다”며 부패 불관용, 독립적 사법제도 구축 등의 뜻을 전했다. 그는 또 승리 연설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의지도 밝혔다. 포로셴코는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이며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부 지역의 움직임이다. 포로셴코가 취임 직후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며 동부지역 포용 의지를 재차 언급했지만 무장 세력은 투표에 불참한 채 대선 자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향후 선거의 합법성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의 대응도 변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새 정부 대표들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제네바 합의’ 등 지난 협상에서 양국이 번번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던 만큼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각한 경제위기 역시 포로셴코 정권이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유럽의회 선거 ‘反EU 극우정당’ 돌풍

    유럽의회 선거 ‘反EU 극우정당’ 돌풍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연합(EU) 해체와 인종차별 정책을 외쳐 온 극우정당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중심으로 형성된 유럽의 ‘양당 체제’ 정치지형이 ‘좌-우-극우’의 ‘3당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경제 통합과 자유로운 이민 등 EU가 추진해 온 핵심 정책도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마친 EU 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을 비롯해 포퓰리즘정당, 극좌정당 등 반(反)EU 그룹은 전체 751석 중 14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유럽의회에서 제3세력으로 부상했다. 유럽국민당그룹 214석과 유럽사회당그룹 189석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국민당그룹은 1위를 수성했지만 60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EU, 반이민, 반유로를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 급부상한 것은 프랑스와 영국에서 벌어진 극우 정당 돌풍 때문이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개표 완료 결과 25%를 기록해 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21%)과 좌파인 집권 사회당(PS·14%)을 제쳤다. 국민전선은 외국인 이민 제한, 주권 강화 등을 주장하는 민족주의 극우 정당이다. 국민전선은 74석 중 24석을 확보하며 1972년 창당된 이후 처음으로 대중운동연합과 사회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EU 통합에 앞장서 온 프랑스는 충격에 빠졌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정치적 지진이 일어났다. 유럽이 패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파시스트’였던 아버지로부터 당을 물려받아 대중정당으로 이미지를 변환시킨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프랑스 국민이 더 이상 외부(EU)의 지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은 절반 넘게 진행된 개표 결과 28%의 득표율로 집권 보수당과 노동당을 누르고 1위를 달렸다. 독립당은 영국에 배정된 73석 중 23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1위에 오른 것은 1906년 총선 이후 108년 만이다. 나이절 패라지 독립당 대표는 “영국 정치 역사상 가장 놀라운 사건”이라면서 “유럽통합은 오늘밤으로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덴마크에서는 전체 13석 중 극우 덴마크국민당(DPP)이 4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헝가리,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정당이 부상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는 극좌 정당이 약진했다. EU 최대 경제국으로 EU 통합을 주도한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민주당(CDU·기민당)과 기독교사회당(CSU·기사당) 연합이 36.3%의 득표율로 간신히 1위를 지켰다. 대신 유로화 통용을 반대하며 1년 전에 창당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7%의 지지율로 7석을 차지해 유럽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반EU 정당이 인기를 끈 데는 EU의 이민 자유화 정책과 그로 인한 일자리 경쟁 심화, 회복될 기미가 없는 경제 상황에 반감을 갖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잘살아 보자’며 시작했던 통합 때문에 오히려 더 못살게 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유럽 부국 국민들은 동유럽의 ‘가난뱅이’ 이민자들이 몰려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루마니아, 불가리아 국민의 EU 내 이민·취업 제한이 풀리면서 동유럽국가에서 서유럽국가로 더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이민제한법을 통과시켰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EU가 각국에 과도한 긴축을 요구하면서 해당국의 복지 혜택이 줄어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EU에 묶여 못사는 것보다는 ‘EU를 벗어나 우리만이라도 잘살자’로 돌아선 것이다. 결국 EU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면서 이민, 가입국 확대 등 EU통합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BBC는 반EU 정당이 어떻게 원내교섭단체를 형성할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보도했다. 반EU 정당은 연대를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지만, 거대 단일 정파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EU라는 목표는 같지만 정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영국독립당은 프랑스 국민전선의 연대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베들레헴의 화해

    베들레헴의 화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중동 순방에 나섰다. 바티칸과 교황은 “기도하는 자의 성지 순례”라며 종교 행사로 선을 그었지만 종교적, 정치적 전쟁으로 얼룩진 중동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지를 피하기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영토 분쟁 지역과 가톨릭·동방정교회·유대교·이슬람교 갈등 지역을 방문해 화해와 평화를 설파하고 있다. 첫날 요르단 암만의 시리아 난민촌을 방문한 그는 사실상 종파 분쟁인 시리아 내전에 대해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교황은 “수많은 난민의 유입에 따라 인도주의적 비상 상황을 맞게 된 요르단을 국제사회가 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협력을 호소했다. 둘째 날인 25일에는 팔레스타인이 통치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팔레스타인을 직접 방문한 교황은 그가 처음이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교황이 베들레헴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을 바티칸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히자 양측은 즉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아바스 수반의 대변인은 “(바티칸에서의) 정상회담이 6월에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페레스 대통령 측은 “교황의 초청을 환영한다. 대통령은 평화를 가져오는 모든 방안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교황은 아바스 수반을 만난 뒤 난민촌으로 향했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이동해 역대 교황 중 최초로 ‘헤르츨의 무덤’에 헌화한다. 유대계 언론인 테오도어 헤르츨은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 운동)의 창시자로 유대 국가 건설을 주장한 인물이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가진 ‘마가의 다락방’(시나클)을 방문해 미사를 집전한다. 가톨릭,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 성지로 여기는 만찬방에서 교황이 미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교황은 이번 순방에서 오랜 친구인 아르헨티나의 유대교 랍비, 이슬람교 지도자와 동행했다. 바티칸은 교황이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공식 일정에 동행하는 것은 최초라고 밝혔다. 종교적 분쟁을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또한 예루살렘에서 동방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총대주교와 만나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간의 우호 선언에 서명할 계획이다. 1054년 전 종교적 원칙 문제로 갈라진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의 광폭 행보가 긴장 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특히 헤르츨 무덤 방문, 마가의 다락방 미사 등에 대해 각각 이해가 다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불만이 크다.이스라엘 경찰은 극단주의자 15명에 대해 교황 방문지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교황 방문지에서 시위 중인 극단주의자 26명을 체포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생존의 한계(케빈 퐁 지음, 이충호 옮김, 어크로스 펴냄) 극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화염, 기계적 지원이 없이는 생존 불가능한 우주 등 적대적 조건에서 인체가 어떤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반응하고 버텨내는지, 그리고 그 한계를 인류가 어떻게 확장했는지 추적하는 교양과학서다. 마취와 집중치료 전문의사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의학연구원으로 장기 우주여행이 인체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케빈 퐁 런던대 생리학 교수가 썼다. 수련의 시절 처음 목격한 가슴절개 시술 장면, 얼음물에 빠져 2시간 동안 심장이 멈췄던 환자를 살린 의료진의 경험이 저체온 기술 심장수술의 토대가 된 이야기 등을 박진감 넘치게 전한다. 후반부는 항공우주의학에 할애된다.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는 정밀한 공학의 위력과 취약성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생소하지만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생생하고 긴박감 넘치게 소개한다. 344쪽. 1만 6000원. 한국독립운동사(박찬승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역사비평사 펴냄) 일본의 한국병합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동학농민군, 의병 등으로 결집해 치열한 저항운동을 펼쳤다. 병합 이후에는 만세운동, 무장투쟁, 외교운동, 의열투쟁, 노동쟁의와 소작쟁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한양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일제 강점기를 시기별로 구분해 독립운동 양상과 그 배경이 된 일제의 지배 정책을 정리했다. 1910년대 국내외 독립운동의 출발, 3·1 운동과 임시정부 출범, 1920년대 국내 독립운동의 좌우 분화와 상호 연대, 1930년대 독립운동 진영 재편, 중일전쟁·태평양전쟁 시기 독립운동 세력의 결집 등 5개 시기로 구분했다. 1980년대 이후 학계 안팎에서 대두한 민족주의 세력 중심론, 민족협동전선(민족통일전선) 세력 중심론, 사회주의 세력 중심론처럼 특정 세력을 독립운동의 주류로 설정하는 태도를 피하고 여러 진영의 독립운동사를 균형 있게 서술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역사비평사가 2007년부터 출간해 온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9번째 책이다. 408쪽. 1만 6000원. 사회를 바꾸려면(오구마 에이지 지음, 전형배 옮김, 동아시아 펴냄) 세월호 참사로 촛불집회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이즈음, 제목부터 절로 시선을 잡아끄는 책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말을 인용한 책의 부제는 ‘세상은 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행동하라!’ 일본 게이오대 역사사회학 교수인 저자는 사회를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찰하고, 사회를 바꾸는 작업을 역사·사회구조적으로 성찰한다.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데모, 사회운동, 공개, 대화 등 직접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근대 정치·경제는 주체가 객체를 지배하고 민중을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면 반드시 직접적인 사회운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일본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일본 정부의 불투명한 정보 제공과 대응 방식, 사고 이후의 사회운동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440쪽. 1만 9000원. 뮤지컬 사회학(최민우 지음, 이콘 펴냄) 현대 문화산업을 이야기할 때 뮤지컬은 빼놓을 수 없는 예술장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장은 외국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티켓 값이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고, 주인공이 여러 명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세계적으로 대박을 친 작품이 유독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무대에 오르는 신작 뮤지컬은 150여편. 한국 뮤지컬 시장의 독특한 생리를 현장 기자의 시각으로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 유통과 소비가 이뤄지는 행태, 국내 시장의 특수성 등을 두루 짚는다. 소소한 의문들도 풀어준다. 객석을 메우는 주 관객이 여성들인 이유, 유럽 뮤지컬이 한국시장에 강한 이유 등이 흥미롭다. 319쪽. 1만 4000원.
  • 美·中·日 구애받는 모디… 그의 선택은 어디?

    美·中·日 구애받는 모디… 그의 선택은 어디?

    인도의 새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모디는 2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에게 오는 26일 열리는 자신의 총리 취임식에 참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양국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4차례나 큰 전쟁을 치렀다. 가디언은 “힌두 민족주의자 모디가 이슬람 보수주의자 샤리프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 것만으로도 ‘담대한 제안’이자 ‘대단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모디가 예상과 달리 유연한 자세를 보이자 강대국들이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하고 방문을 요청했다. 두 나라 관계는 지난해 뉴욕에서 발생한 인도 여성 외교관 알몸 수색 사건으로 크게 악화됐다. 특히 미국은 ‘구자라트’ 사태로 2005년 모디의 입국비자를 거부한 적이 있다. 이 사태는 모디가 구자라트 주총리에 오른 직후인 2002년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에 발생한 유혈 충돌로 무슬림 1000여명이 죽은 것을 말한다. 미국은 비자 발급 재개에 소극적이었던 주인도 대사 낸시 파월을 일찌감치 경질했다. 미국은 인도를 활용해 중국의 팽창을 막고 싶어 한다. 히말라야에서 인도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모디에게 협력 관계를 맺자고 요청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서방 언론이 모디가 국수주의를 내세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슷하다며 ‘인도판 아베’라고 부르지만 오히려 ‘인도판 닉슨’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모디를 1972년 중국에 처음 방문해 미·중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치켜세운 것이다. 모디 당선에 반색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모디의 첫 해외 방문지가 일본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은 인도와 원자력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과 해상 자위대 구난 비행정 ‘US2’ 및 신칸센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디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일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아베 1기 내각 때도 일본을 찾았다. 모디가 환영받는 이유가 단지 13억 인도의 새 지도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디 세력은 이번 총선에서 543석 중 337석을 차지했다. 인도의 외교 전문가 라자 모한은 “강력한 정치력을 확보한 모디는 편협한 힌두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유연한 외교를 펼칠 공간을 확보했다”며 “각국이 이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은 또 ‘모디노믹스’로 불리는 친기업 정책이 펼칠 거대한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인 인도는 25세 미만 인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역동적이며, 소프트웨어 산업도 첨단을 달리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문화마당] 히딩크를 기다리며/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히딩크를 기다리며/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온 나라가 뒤숭숭하고 마치 무슨 폭풍전야 같은 정중동의 분위기가 슬프게 내리누르는 이 분노의 5월이 지나면, 2014년 월드컵 축구대회가 브라질에서 열린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겠으나, 월드컵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2002년에 한국 월드컵 국가대표팀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그는 당시까지 월드컵 본선 16강에 한 번도 오른 적 없는 ‘약체’ 한국을 무려 4강까지 끌어올려 일약 한국인의 영웅이 되었다.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은, 그래서 기적에 가까운 성공이었다. 우리 스스로 그것을 “4강 신화”라고 부를 정도로 믿기지 않는 쾌거였다.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가 남다른 한국인임에도 우리는 히딩크 감독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월드컵이 막을 내리자 곧바로 ‘히딩크 리더십’이라는 말이 이 땅을 휩쓸었다. 히딩크 리더십을 제목에 단 단행본이 책방에 넘쳤고, 기업경영 워크숍 주제로도 단골손님이었다. 대학에서는 선생들이 히딩크 리더십을 분석하는 문제를 출제했고, 학생들은 그것을 풀기에 바빴다. 히딩크 열풍이 얼마나 강했는지, 현재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대중문화사전’에도 ‘히딩크 리더십’이 당당히 올라 있다. 히딩크 리더십의 골자 가운데 요즘 한 가지가 머리를 맴도는데 바로 공정성이다. 히딩크가 보여준 공정성은 한 마디로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연고주의를 타파하고 능력과 실력 위주로 선수를 뽑고 기용한 것이다. 한국 축구계에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학맥·인맥·파벌을 깨뜨리고 실력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팀을 꾸린 것이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한 어떤 코치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이 연고주의를 깨고 실력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니 선수들은 누구나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고 한다. 골품제도가 혁파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이 열리니, 누구나 현실적인 희망을 갖고 구슬땀을 흘렸다는 얘기다. 진흙 속의 진주를 알아보고 뽑아준 히딩크 감독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도 최근에 은퇴를 선언한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히딩크는 마침내 해냈다. 애초 목표인 16강을 넘어 아무도 예기치 못한 4강에 올라 그야말로 ‘신화’를 현실에서 보여주었다. 축구계의 고질병을 치료하고 엄청난 개혁을 성공시켰다. 우리 한국사회에 개혁이란 무엇인가를 아주 생생하게 드러냈다. 태생적으로 연고주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인 감독이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개혁을 한국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국인이었기에 해낸 것이다. 한국사회의 불치병인 연고주의라는 암 덩어리, ‘관피아’와 ‘해피아’ 같은 너무나 많은 다양한 ‘○피아’들, 그리고 무슨 일을 좀 원칙대로 할라치면 “너는 털면 먼지 안 나올 줄 아냐?”는 협박이나 “우리가 남이가?”라는 회유가 1년 365일 밤낮으로 난무하는 이 땅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출세한 사람들이 과연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울한 봄을 보내며 우리에게는 히딩크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검찰총장과 국정원장, 국영방송 사장에 히딩크를 초빙하자. 인왕산 자락, 여의도, 서초동에도 히딩크를 한 50명쯤 데려오자. 부끄러울 일이 아니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불법과 연고주의가 준법과 공정성을 짓밟는 이 땅의 현실이지, 잘못을 고치기 위해 전문가를 찾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 [세계의 창] 中 해양굴기 최전선 남중국해

    [세계의 창] 中 해양굴기 최전선 남중국해

    남중국해가 중국 해양굴기의 최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분쟁도서 석유시추에 베트남이 반발하고 미국이 중국에 ‘도발 중단’을 경고하고 있으나 중국은 남중국해가 자국의 ‘핵심이익’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베트남 내 반중(反中)시위 보도를 자제하던 중국 관영 언론들은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베트남 내 반중 정서를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중 시위가 수그러들고 있음에도 중국인 철수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석유시추 주변 배치 선박도 130척으로 늘리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전쟁 준비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관련 국가 간에 국지전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350만㎢의 광대한 바다와 수많은 섬 및 산호초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는 중국과 베트남 간 영유권 분쟁지다. 중국은 1974년 무력으로 이곳을 점령해 실효지배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지금도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양국 간 분쟁은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으나 중국이 이달 초 이 군도 인근에 10억 달러 규모의 석유시추 시설을 설치하면서 폭발했다. 시추시설은 베트남 연안으로부터 130해리(240㎞) 거리에 있는데 베트남은 이를 근거로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공사는 불법이라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시사군도 해역 안에서 진행되는 공사라며 맞서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사에 항의하는 베트남 감시선에 물대포 세례를 퍼붓고 인근 상공에 초계함을 띄우는 식으로 베트남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3일 베트남 내 반중 시위로 중국인 2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쳤지만 중국은 18일 시추 시설 주변에 함선 17척을 추가하면서 베트남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베트남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은 베트남이 군사적으로 약세이고 경제적으로는 자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타이완 타블로이드지 왕보(旺報)는 19일 “베트남 내 반중 시위에 침묵하던 중국 관영 언론들이 18일부터 태도를 바꿔 베트남 비난 공세에 나선 것은 중국 내 민족주의를 고양시켜 수시라도 국지전에 나서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존슨 남 암초(중국명 츠과자오)에서 군사기지 건립을 강행해 필리핀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필리핀은 존슨 남 암초가 자국의 EEZ 안에 있다는 이유로 중국의 기지 건립에 반발하고 있으나, 중국은 필리핀 측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중국이 츠과자오에 군사기지를 건립하는 것은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난사군도에 제2의 남중국해 전략기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친중국계인 홍콩 대공보는 최근 “시사군도 융싱다오(永興島)에 군사기지가 들어선 뒤 하이난(海南)섬 기지 대신 융싱다오 기지에서 전투기를 출격시키면서 남중국해 방위 부담이 크게 줄었다”면서 “이처럼 난사군도 츠과자오에 제2의 기지가 들어서면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12년 남중국해 주권 강화를 위해 시사군도 융싱다오에 난사·시사·중사 등 3개 군도를 통합한 싼사(三沙)시를 설립하면서 첫 번째 남중국해 군사기지를 건립한 바 있다. 필리핀은 중국이 2012년 자국과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카버러(중국명 황옌다오)를 무단 장악했다며 반발, 유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영토라며 중재를 거부하는 등 일방통행식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집착하는 것은 우선 남중국해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석유,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천연자원의 보고인 데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해 원유를 수송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중국의 국가전략 최우선 순위는 경제발전이며,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풍부한 자원과 물류 및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송로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남중국해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국내 정치적 요인을 감안할 때도 남중국해는 일본과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만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은 세진 힘을 바탕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 고유의 권리를 되찾는 의미가 있으며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내세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남중국해가 중국 고유의 영토라고 교육받았으며, 이에 따라 당국이 남중국해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공산당은 국내 정치적 압력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베트남과의 갈등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강화하는 미국을 향해 남중국해가 자국의 ‘핵심이익’이란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을 방문한 팡펑후이(房峰輝)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지난 15일 미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석유시추 시설은 반드시 완공될 것이며, 미국이 객관적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중국과 미국 간 관계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돌베개 펴냄) 유대인으로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1919~1987)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심연을 들춰본 에세이로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20세기 증언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한 지 38년 만에 쓴 작품. 나치의 폭력성과 최소한의 인간성까지 말살하는 수용소 현상을 분석했다. 레비는 아우슈비츠 안에서 자신이 보고 겪은 일들을 통해 죽은 자(가라앉은 자)와 살아남은 자(구조된 자)를 가로지르는 기억과 고통, 권력의 문제를 파헤쳤다. 수용소 포로들이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무자비하게 권력을 휘두르게 되는 2장 ‘회색지대’는 발간 당시 가장 논쟁이 됐던 부분이다. ‘권력자’들은 가스실을 피하기 위해, 배고픔을 이기려고 범죄자 집단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최후의 생존자 가운데 다수가 이들 ‘권력자’였던 반면, 용기 있고 정의로운 이들은 수용소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280쪽. 1만 3000원.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가이 해리슨 지음, 정명진 옮김, 엑스오북스 펴냄) 전 세계 25억명 이상이 믿는 지상 최대의 종교인 기독교의 다양한 모습과 관점을 비판적으로 파헤친 책. 비기독교인은 물론 기독교인들도 궁금증을 품을 만한 기본적인 질문 50가지를 골라내 논쟁이 되는 문제들을 분석한다. 역사와 과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다분히 논쟁적이다. 문자 그대로 믿기를 좋아하는 기독교인들은 노아의 방주 길이가 400∼500피트였다고 주장하지만 그 정도 크기로는 육상의 모든 동물을 종류별로 2마리씩 싣는 건 불가능하며 호주 대륙만큼은 컸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진화론 문제로 힘들어하는 기독교인에게는 다른 모든 것들과 똑같이 종교도 새로운 지식에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라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한다.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불교도, 무신론자가 모두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려고 책을 썼다고 한다. 495쪽. 1만 8000원. 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한한 지음, 최재용 옮김, 문학동네 펴냄) 올해 스물여덟살, 아이돌 가수 같은 외모에 파괴력 있는 문장력을 구사하는 한한은 2010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뽑힌 중국문화의 아이콘이다. 그가 지난 8년간 자신의 블로그에 발표한 글 600편 중 가장 대표적인 70여편을 추렸다.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오늘날의 중국, 중국인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담은 사회비평서다. 1부에서는 젊은 세대로서 중국사회를 살아가면서 목격한 여러 가지 부조리를 재치 있는 조롱과 풍자 형식으로 고발한다. 권위주의에 빠져 인민위에 군림하는 중국정부, 호화로운 시설에서 은밀한 향락을 즐기는 사회지도층을 눈감아 주는 경찰당국 등이 도마에 올랐다. 2부에서는 작가인 한한이 바라본 중국 문화계의 문제점을, 3부에선 베이징올림픽 등 세계적 행사를 치르며 보인 비뚤어진 민족주의를 비판했다. 4부는 중국 시사주간지 난두저우칸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504쪽. 1만 4800원. 우주의 끝을 찾아서(이강환 지음, 현암사 펴냄) 관측 천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국립과천과학관에 재직 중인 천문학자가 최신 천문학의 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 썼다.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중 우리가 정체를 아는 것은 5%도 되지 않는다. 27%는 중력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암흑물질이고, 68%는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암흑에너지다. 암흑에너지의 정체는 알 길이 요원하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수천억개 은하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렇게 거대한 우주도 138억년 전에는 무한히 작은 하나의 점에 모여 있었다. 우주가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유일한 단서인 빛을 관측하고 그 결과를 해석해서 찾아낸 비밀이다. 책은 또 다른 우주의 놀라운 비밀을 찾아가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빅뱅 뒤 우주가 어떻게 팽창해 왔는지, 빈 공간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정체와 영향은 무엇인지, 우주배경복사와 초신성 탐사, 중력파, 암흑물질 등의 개념을 다룬다. 352쪽. 1만 8000원.
  • “인도가 이겼다”… 거지 총리, 부패병 척결 ‘모디노믹스’ 시동

    “인도가 이겼다”… 거지 총리, 부패병 척결 ‘모디노믹스’ 시동

    비천한 카스트 출신으로 어린 시절 열차에서 차를 팔아 생계를 잇던 소년이 인도 총리에 오르게 됐다. 나렌드라 모디(63) 구자라트 주 총리가 주도한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이 16일 오후 9시 현재(현지시간) 개표 결과 31.6%의 득표율을 보이며 215석을 확보하고 68곳의 지역구에서 앞서고 있다. 모두 합하면 282석으로 전체 543석의 과반(272석)을 넘겨 10년 만의 정권 교체와 함께 30년 만의 단독 정부 구성도 가능하게 됐다. 반면 ‘왕자’ 라훌 간디가 이끄는 국민회의당(INC)은 같은 시간 34석을 확보, 인도 정치 명가의 대참패로 기록되게 됐다. 모디는 트위터에 “인도가 이겼다. 좋은 날이 오고 있다”고 자축했다. 모디 정부는 ‘모디노믹스’(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인프라 확충을 통한 성장률 회생)를 통한 경기 활성화, 테러와 영토 분쟁에서의 강경 노선이 예상된다고 로이터와 AFP 등이 분석했다. 이순철 부산외대 인도학부 교수는 “선거 결과는 경제 악화와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반항”이라고 말했다. 시장 친화적인 모디가 주 총리로 있던 2005~2012년 구자라트주는 대규모 기업을 유치해 연평균 10.13%의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인도 전체의 성장률 7.8%보다 높다. 그는 선거 기간에 ‘구자라트 경제 발전’ 모델을 전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2년간 5%대로 주저앉은 성장률 회복을 위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100개 스마트도시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발이 묶인 인도의 50개 주요 투자사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사업의 80%가 주정부 관료주의의 병폐로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인도는 온갖 트집을 잡으며 느려 터진 승인 절차 등의 해묵은 관료주의와 공무원 부패로 악명이 높다. 급진 힌두 민족주의자인 모디는 테러와 관련, 파키스탄의 기지에 있는 주요 인물을 암살하는 은밀한 ‘외과적 제거’를 시도할 것이라고 국제문제 전문가 스리람 촐리아가 예상했다. 모디 정부가 카슈미르 문제에 대해 파키스탄과 최종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모디가 경제 회생을 위해 선진국에 부드러운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2002년 발생한 반무슬림 폭동 진압과 관련해 미국은 그에게 2005년 입국 비자를 거부하기도 했다. 1000여명이 사망한 이 사건과 관련, 사과를 거부한 그에 대해 유럽도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반면 투자 유치 차원에서 그는 중국을 4번이나 방문했다.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모디 정부가 중국에 가까워지면 한국은 인도 내수시장에서 중국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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