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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 톨레랑스 어디에 / “”보수와 진보는 敵이 아닌 친구다””

    ■‘이념의 어지럼증' 돌파구는 참여정부 출범 3개월,우리 사회는 ‘이념의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진보와 보수,그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 아직도 유령처럼 주위를 떠돌고 있다.우리는 어디서 양극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정치이념 논쟁의 핵심을 파악하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체계화한 ‘제3의 길’은 나름의 방식으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다.이것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국정이념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실제 정치에서 하나의 이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좌파와 우파 양쪽 모두의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8년 보수당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블레어는 어쨌든 성공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형 이념지평 모색할 때 우리에게 ‘제3의 길’은 없는가.‘그들의’ 제3의 길이 구식 사회주의의 실패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길이라면,‘우리의’ 제3의 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지금이야말로 한국적인 혹은 한국형의 새로운 이념지형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그 핵심어는 수렴 또는 융합이 될 수밖에 없다.이를테면 ‘젊은’ 진보와 ‘늙은’ 보수의 융합,‘친미’와 ‘반미’의 융합,‘국가’와 ‘개인’의 융합 같은 것이다.제3의 길은 모순과 대립을 적당히 절충해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모두를 아우르고 종합하는 개념이 돼야 한다.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식과 관행의 지체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그것은 진보나 보수세력 모두 마찬가지다.이른바 ‘국론분열’의 체감지수는 현대그룹의 대북비밀지원금 논란을 둘러싸고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진보와 보수를 자임하는 당사자들은 서로를 수구 냉전집단,민족배반자로 도식화해 딱지를 붙이고 진리를 독점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그러나 이같은 선악 이분법은 사회를 새로운 몽매주의로 퇴화시킬 뿐이다.한신대 윤평중(철학과) 교수는 “보수와 진보는 짝개념”이라고 전제,“그동안 보수가 부정한 기득권을 옹호 내지 정당화해온 측면이 있는만큼 이에 대응하는 진보적인 목소리 또한 전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한다.그는 “보수나 진보라는 말은 더이상 총론 수준에서 ‘명사’로 남용돼서는 안 되며,각론 수준에서 살아 움직이는 ‘형용사’로 써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오늘의 다원적인 복합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단일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원사회 맞는 수렴,융합을 미군의 장갑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촉발된 민족주의적 자각은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표출됐고 극단적인 반미의식으로 이어졌다.이라크전 파병 문제 또한 첨예한 친미-반미 논쟁을 낳았다.서로의 비판에 대한 반박이 아닌,비판과의 ‘화해’를 이룰 길은 없는가.경성대 권용립(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미나 반미라는 개념은 우리 정치와 역사에 대한 피상적 관찰과 담론이 만들어낸 대결적 언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한·미 ‘대등외교’를 외치는 것 자체가 이미 대등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권 교수는 “단순한 친미-반미의 이분법을 넘어 한·미관계를 외교적 계산에 바탕을 둔 진정한 국제관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과 정신적으로 대등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양극단의 대립구도는 이제 지양,극복돼야 한다.이분법적인 인식의 구도에 갇혀 우리가 사고하지 못하는 것들,그 속에서 배제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건강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종면 기자 jmkim@ ■대통령 이념·지지도 비교 역대 대통령의 이념·성향은 보수에서 개혁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통치자의 이념·성향보다는 국정운영 스타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취하느냐가 이념·성향보다 국정운영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그만큼 국민들의 반향도 즉시 나오기 때문이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념적 측면보다는 리더십 부분을 보완하면 지지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초 지지도보다 다소 떨어진다.지난달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국민은 59.6%였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DJ·YS에 비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의 탈권위적 리더십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자유분방한,거침 없는 언행이 국민들에게는 불안한 국정운영으로 비쳐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나 DJ·YS의 인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대북,한총련·전교조 문제 등과 관련한 노 대통령의 최근 보수적 행보가 기존 민주당·노무현 지지층의 지지도 이반으로 번질 수도 있으나 일부 보수계층이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면서 지지도 자체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 대통령이 대체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반사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물’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임형’ 성격이 강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도 집권 초기에는 국민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독재·권위주의 정치에 억압돼 있던 국민들에겐 ‘열린 정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하나회 정리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통치스타일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정권 초기 가장 높은 지지도를 가져왔다.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유의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성격을 바탕으로 IMF(국제통화기금) 국가 대란을 해결,좋은 점수를 받았다.다른 관계자는 “경제극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도 지지도 상승에 일조했다.”고 해석했다. 홍원상 기자 wshong@ ■과거 혼란기와의 비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찬반 투표 강행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과천시청 정문 앞에는 ‘단체협약 쟁취’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시청을 찾은 민원인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공무원들도 노조원인가?” “공무원이 파업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나?” ‘참여정부’ 출범 이래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다.이념적 혼란과 노사분규로 상처투성이다.과천시청 앞의 깃발은 참여정부의 혼란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건국 이래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국민의 정부’에서도 이 정도의 혼란은 없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각 집단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이다.밀어붙이면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기대감 때문이다.공무원도 노동3권을 요구하며 파업찬반 투표를 벌였고,‘서민의 발’인 지하철과 버스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경제의 대동맥이 멈추기도 했다.‘NEIS’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교조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하고 있다.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놓고 ‘굴욕적 외교’,‘실리외교’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북한 지원에 대해 ‘퍼주기 식’이라는 비난도 있다.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도 뜨겁다. 역대정권에서도 집단이기주의와 힘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간단없이 이어졌지만,집권초기 지금처럼혼란스러웠던 때는 없었다.더욱이 사안마다 보혁 갈등이 잠재된 듯한 양상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의 혼란상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난도 있다.정부가 ‘친(親)노조’,진보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 사태,철도노조 파업경고,화물연대 파업 등 경제문제에서 한총련 합법화 논란 등에 이르기까지 보혁 갈등이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다.뒤늦게 정부가 편향된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고,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 갈등 부분과 관련,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외환관리체제 이후 빈부격차가 커졌고 비정규직 등 살기 힘든 계층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 사회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권기홍 노동 장관은 “지금의 혼란상은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편향되지 않은 시각을 갖고 각종갈등과 대립을 융화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공초 자유정신 내 문학과 상통”/ 대한매일 제정 제11회 공초문학상 수상 김지하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작 ‘절,그 언저리’가 표제시로 수록된 수묵시화집은 시인으로 되돌아온 김지하(62)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작품이다. 지난해 시인이 사상의 숲에 젖어있다가 8년 만에 시집 ‘화개’를 들고 나오자 문단은 대산·만해문학상 등으로 반겼다.홀로 복잡한 사유의 강을 훌쩍 건너가 ‘시인’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세인의 우려를 말끔히 가시게 했다.‘공초 문학상’에는 그에게 시인으로서 세상을 위해 더 노래해 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겼다. “공초 선생은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훨훨 날아다니며 정신의 자유를 추구한 비범한 분이었습니다.그의 시는 허무에서 역설적인 힘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노래한 것이어서 제 생각이랑 맥이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김 시인은 고교시절 고궁에서 열렸던 어느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신 빡빡머리의 공초 선생을 본 기억담을 전해주며 “평생 자기를 바치듯 살다 간 공초의 삶은 제가 최근 소망하는 ‘모시는 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그런 분의 시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됐으니 고맙고 좀더 ‘모심’의 마음으로 시를 쓰라는 격려의 뜻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는 2001년부터 2년동안 절을 순례하면서 쓴 34편의 시에 수묵화를 덧붙인 것.개인적으로도 사상의 무게에 눌렸던 그에게 다시 ‘시의 소리’를 냈다는 확신을 준 작품집이다. “‘중심의 괴로움’이후 8년 동안 시를 못 쓰다 지난해 ‘화개’로 입을 열었지요.사실은 그동안 시를 안 쓴 게 아니라 매일 썼습니다.그런데 매일 2∼3줄만 쓰면 여백이 허옇게 텅 비었습니다.그렇게 빛만 남아서는 시가 안 됩니다.어두움도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절을 다니며 순간순간의 느낌을 휙휙 갈긴 것이 이번에 낸 ‘절,그 언저리’입니다.마음에 차지 않는 작품도 있지만 ‘삶의 소리’가 돌아와 개인적으로 무척 기쁜 시집입니다.” 수식어를 붙이는 게 번잡할 정도로 김지하 시인은 늘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70년 ‘사상계’에 시 ‘오적’을 발표하여 반독재 투쟁의 선봉이 된 뒤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다.유신시대를 “죽음”이라 노래하고(시 ‘1974년 1월’),“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면서(‘타는 목마름으로’) 70년대와 80년대를 투쟁과 감옥생활로 보냈다.세계 각국 지성인들의 구명운동으로 출옥한 뒤에는 사상가로서 개벽·동학·율려·생명운동 등을 천착하고 유불선의 통합을 모색하는 시기를 거쳐,민족주의와 세계 보편적 사상의 통합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박수를 받건,손가락질을 받건,늘 ‘중심’에 있었다. 늘 앞서간 길이어서 평탄하지 않았다.남보다 세상을 먼저 보고 맞이하려 했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그 모습은 길고 긴 겨울을 참은 뒤 막바지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2월에 첫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는 ‘꽃의 예언자’ 매화를 닮았다.정서적으로 친화력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최근 매화를 배우는 데 푹 빠져있다.(인터뷰를 한 18일 아침에도 매화 그림이 잘 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상작 ‘절,그 언저리’에는 시인의 사상 탐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절,/그 언저리 무언가/내 삶이/있다”고 운을 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쓸쓸한 익살/달마 안에”(불교)서 찾거나,“외로운 예언을 하는 한매(寒梅)”나 “서너 촉 풍란(風蘭)”(유교)에서 그리기도 한다.이윽고 시인은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과 “살풋 숨어있는 풍류”(선도)를 발견한다.그러나 그의 자화상은 ‘절 언저리’에 있다.창대한 숲을 떠올리는 사유의 체계를 산책했지만 늘 그의 마음은 세상을 걱정하고 있기에 절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는지 모른다. “절에 가면 내가 숨쉬고 살 곳이 있습니다.그곳엔 불교(대웅전)라는 세계적 종교가 가진 보편성과 환인신화(환웅전·칠성각)라는 민족적 요소가 습합되어 있습니다.이 기가 막힌 결합에서 ‘뭔가’가 나오지요.” 그는 기독교·유교·주역의 숲을 보여준 뒤 들뢰즈와 가타리 등 현대 철학자의 이론으로 돌아오는 등 동서고금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면서 불교와 선도의 통합에 대해 역설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을 연상케 하는 복잡한 사유체계를 듣다가,동서고금의 철학 미학 종교 문학을 아우르려는 그 창대한 숲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모심’(侍)이라고 할 수 있어요.사람과 사람,사람과 뭇 생명,사람과 자기 안에 있는 신령한 마음,심지어 컴퓨터 같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도 모시는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한때 합리적 사유 이른바 운동권의 논리를 중요시한 적이 있는데 이는 세상에 좋은 영향만이 아니라 나쁜 흔적도 남겼지요.윤리적 태도의 모자람이나 폭력성 같은 것인데 그동안 싸우느라 잊었던 내면적인 평화,모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모심’의 사상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꿈도 그것을 주제로 한 시적인 산문 ‘모심’(그가 미리 정해놓은 제목)을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얌전하고 알기 쉬운 글로만 채운 뒤 마지막 가는 길에 세상에 드리고 싶다.”며 “그 뒤 시골로 훌훌 내려가겠다”고 말했다.누가 뭐래도 문사철에 능한 전통적 의미의 ‘시인’일 수밖에 없는 그는 세상에 대해 갈수록 자신을 낮추고 있다.‘절,그 언저리’에서. 이종수 기자 vielee@ ■심사평 ‘황톳길’(1969)로 등단한 이후 김지하의 시력(詩歷) 34년은그 어느 영혼의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고 사상사의 나침반에 시혼을 내맡긴 채 표류하는 미학적 항해사였다. 출항 때의 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투지로 다져진 저항시들이 받았던 지지와 갈채와 성원은 세계문학사상 희귀한 혁명시의 성공사례였다.그는 언어의 마술사로 군부독재에 단독자로 맞서,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견인해냈다.유신통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에서 ‘사상시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으며,이후 오늘까지도 그의 지적 편력의 허기증은 지속되고 있다.그는 변혁의 사상사적 원동력을 토착적인 민중신앙에서 탐구하면서 밥,생명사상,율려(律呂)사상 등등을 창출,전개해 왔다.그는 저항시를 뒤로 자리바꿈시키고도 끊임없이 변혁(개벽)에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응시하면서 간헐적인 발언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유도해 냈다.그의 행동과 작품은 당대의 민중이 원하든 않든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일으키게 되어있다.설사 반역사적인 발언일지라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야기되어 역사적인 진보에 도움을 주는 역기능까지 가진 이 미묘한 시인의 역할은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김지하 시인의 몫이다. ‘절,그 언저리’는 시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슬픔의 정치학”인 ‘화개’에 이은 “새로운 문화정치학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인 방향전환의 시도이다.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이 시인의 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 자세가 바로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어쩌면 김지하의 긴 항해 앞에 곧 새 미학적 항구가 보일 듯한 예감이 든다.아마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시경(詩經)’의 세계로의 귀환일지 모른다. ●심사위원 임헌영(문학평론가) ‘절,그 언저리’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김지하(본명 金英一)연보 ▲41년 전남 목포 출생 ▲59년 서울대 미학과 입학 ▲63년 필명 지하(芝河)로 시 ‘저녁이야기’ 발표 ▲64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4개월간 투옥 ▲69년 ‘시인’지에 ‘황톳길’‘녹두꽃’등으로 등단 ▲70년 ‘사상계’에 담시 ‘오적’ 발표,첫 시집 ‘황토’ 간행 ▲73년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 김영주와 결혼 ▲74년 ‘민청학련사건’ 배후조종 혐의로 사형선고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 ▲75년 3월 출옥 한달뒤 재구속,옥중에서 ‘로터스 특별상’수상 ▲80년 12월 석방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82년),이야기모음집 ‘밥’(84년),‘남녘땅 뱃노래’(85년),시집 ‘애린’(86년),‘검은 산 하얀 방’(86년),‘화개’(2002년) ‘김지하전집’(2002년)‘김지하의 화두’(2002년)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2003년) 등 출간
  • “盧, 美에 설득당해”DR ‘대통령 변신’ 사과 촉구

    국회 통일외교통상 위원인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관 변화와 관련,“북한 정권의 붕괴와 이라크식의 군사적 방법 말고는 없다는 미국의 인식이 노 대통령을 설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가의 정통한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면서 “노 대통령이 무력사용 배제를 요청하지 않고 군사적 가능성을 포함한 ‘추가적인 조치’에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돼 미국에 간 게 아닌가 착각 들 정도였다.”면서 “대통령의 변신은 무죄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또 어떤 변신을 할지 걱정스럽다.”고 비꼬았다. 이어 “노 대통령의 감상적 민족주의와 어설픈 자주외교가 국가신인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느냐.”면서 “변신이 불가피한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하고 자신의 경솔한 언행이 일으킨 혼란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특히 “실패한 햇볕정책의 계승 여부를 이번 기회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책 / 오만과 편견

    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서구의 근대 시민사회는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자기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他者)화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자유·평등·박애라는 서구 시민사회의 보편적인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시민혁명 자체는 이미 ‘차별’과 ‘배제’의 논리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제국주의를 통해 비유럽세계로 전파됐고,결과적으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주변부 민족주의의 논리는 제국의 오만을 모방한 편견으로 이어졌다.서구적 근대의 특징인 ‘경계짓기’의 논리가 전 지구적 근대의 논리로 보편화된 것이다. ‘오만과 편견’(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휴머니스트 펴냄)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근대적인 정체성이 어떻게 선을 긋고 경계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해 왔는가를 추적한다.책은 그 논의의 실마리를 한·일 두 지식인의 대담이라는 색다른 형식을 통해 풀어간다. 주인공은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와 사카이 나오키 미국 코넬대아시아연구과 교수.한국의 민족주의에 내재된 폐쇄성과 억압성을 비판하는 글을 꾸준히 발표해온 임 교수는 ‘당대비평’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일상적 파시즘’ ‘탈민족주의’ 같은 생소한 담론들을 공론화시켜왔다. 사카이 교수는 문화이론가 가라타니 고진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는 사상가.서구중심적인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 내셔널리즘의 일본적 특수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년 동안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서울과 도쿄,뉴욕에서 모두 10차례의 대담을 나눴다.이 책은 그 고단한 과정의 산물이다.이들은 ‘인종’ 내지 ‘민족’이라는 근대의 견고한 장벽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하나씩 허문다. ●21세기 美 헤게모니 방식 한·일 삶에도 침투 임 교수는 먼저 사람이 사람을 타자화하는 과정은 근대 국민국가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특별히 부각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그는 서기 169년 비잔틴을 정복한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셉티무스 세베루스가 흑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로마제국의 ‘관용적인’ 시민권 정책 탓도 있지만,흑인이 로마황제가 됐다는 것은 인종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경계가 그만큼 단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고대 그리스의 경우 ‘바르바로이(Barbaroe)’는 원래 야만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쓰는 사람을 뜻했다.이 말이 ‘야만인’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은 페르시아전쟁을 겪으면서부터다.이처럼 고대의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즉 그리스인의 정체성은 페르시아라는 타자를 매개로만 가능했다. 사카이 교수 또한 국민국가의 형성이란 관점에서 인종과 민족의 정체성 문제에 접근한다. 19세기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유대인이나 이탈리아인,그리고 아일랜드인은 백인으로 간주되지 않았다.스스로의 사회적 저항 과정을 통해 흑인을 타자화하고 흑인이라는 범주를 변형시킴으로써 자신들을 백인화하고 백인지상주의를 내면화해갔다는 게 그의 견해다. 책을 위한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두 차례의 세계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2001년 9·11테러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의 미국 헤게모니 작동방식은 19세기 유럽의 사회제국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졌다.저자들은 미국의 헤게모니는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만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범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일상적 삶 속에도 미시정치의 방식으로 침투해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보편적 존재로서의 남성,타자화되는 여성’이라는 제목 아래 젠더(gender)의 문제도 다룬다.“‘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자연적인 차이에 기초하기보다는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근대 자본주의가 성립하면서 이러한 가부장제는 더욱 강화됐다.가부장제를 전근대의 산물로 보는 시각에서 자본주의 임노동체계의 성립과 관련된 근대의 산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이해방식이 필요하다.”(임 교수) ●상품 고급화에도 백인‘기호’가 필요한 시대 사카이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차별과 편견을 잉태한 제국의 오만을 지적한다.“인종의 위계질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식민지 관계를 통해 학습돼왔다.그러나 오늘날은 욕망의 상품화를 통해 학습되는 방식으로 변했다.상품이 고급스럽다는 것을 호소하려면 반드시 인종의 위계질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급 레스토랑은 백인 여성을 모델로 써야 하고,고급 승용차의 경우는 철두철미하게 ‘백인’이라는 기호를 사용해야 한다.” 이 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전제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국내 책 기획에 해외의 필자를 끌어들여 출판기획의 시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포럼] 총수가 미국에 간 참뜻은

    대통령의 방미길에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이번에는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색달라 주목된다.노무현식 직선(直線) 코드의 두 얼굴이 읽혀져 경제협력의 성과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민족주의와 실용주의의 접점을 찾는 작업이라고나 할까. 먼저 형식적으로 경제사절단의 파격이 두드러진다.대표단을 보면 정권초 첫 방미길이라 대기업 총수·경제5단체장·CEO·벤처인·국제금융통 등 경제계 간판이 총출동한 점은 예와 다르지 않다.노 대통령이 현지에서 “제가 절반만 하면 여러분이 절반을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는 말처럼 실사구시 측면이 엿보인다.방미 목적의 한 날개를 재계가 맡아 민간 경제외교,‘바이 코리아’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대통령으로서 미흡한 활동공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촉매제로서 재계의 활약을 기대케 한다.정작 정권이 바뀌면 으레 등장하는 손보기식 대상까지 포함돼 ‘방미 무게’까지 읽혀진다.이 때문에 “재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새 정부의 비전을 향해 단합하는 모습을 알리도록 하자.”는 손길승 전경련 회장의 화답은 의미심장하다. 국내 최고 재벌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동행도 이채롭다.그는 1988년 취임한 이래 대통령 방미 수행이 처음이라서 ‘놀라운 참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익히 텍사스 오스틴의 반도체공장에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노련함이나 주5일제 근무를 전격 시행하는 순발력까지 보인 삼성이니 말이다. 형식적 파괴의 백미는 사상 첫 외국인을 동행시킨 점이다.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오벌린 주한 미(美)상의 회장과 오버비 부회장을 ‘이미제미’(以美制美)의 일환으로 포함시킨 발상이 신선하다.경제적 실익을 다 얻지 못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감성정치에 신뢰의 가교는 놓을 수 있을 듯싶다. 그러나 실질적 경협내용을 들여다 보면 착잡하다.낙관적 성과를 기대하기엔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하이퍼 파워,두꺼운 교역장벽이 읽혀지기 때문이다.미국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낭만적인 대상이 아니다.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다.군사력은 물론 경제력도 마찬가지다.미국의 경제규모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기준 10조달러로세계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한다.한국에는 교역규모가 558억달러에 이르는 최대 상대국이자,전체 외국인투자의 절반인 45억달러를 수혈해주고 있다.금융 및 외환시장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직접 영향권에 넘어간 지 오래다. 미국으로선 한국이 7번째 교역상대국이자 6번째 수출상대국이다.한손으론 악수를 건네고 다른 손으론 어퍼컷을 날리는 것을 참아야 하는 게 경제현실이다.외형적 성과보다는 양국간 신뢰복원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통상현안에 밀릴 이유는 없다.뜨거운 감자인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미상무부가 57.3%의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한 조치를 철회시키거나 관세부과유예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신뢰진전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밖에 자동차·철강·조선·섬유 등도 결국 양자간,다자간 힘의 논리에 의해 균형이 찾아질 전망이다.더욱 투자보장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블록화 필요성은 동반관계의 안전판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재계는 경협 성과보다는 감춰진 미국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즉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미국에는 경제문제도 힘의 논리의 연장일 뿐이며,자국기업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어르고 뺨치는 미국의 냉혹함마저 배워야 한다.시장경제를 왜 정착시켜야 하는지,신성장 엔진이 얼마나 필요한지,무엇 때문에 미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지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그 한복판에 대기업이 서 있다.방미를 담보로 개혁을 늦춰달라고 정부에 투정할 명분도 시간도 별로 없다. SK글로벌 사태가 남긴 상처,지배구조와 회계의 불투명성을 씻지 못하는 한 글로벌시대의 재벌 생존은 불가능하다.총수가 동행한 참뜻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박 선 화 논설위원 pshnoq@
  • 무례한 ‘르 피가로’ 盧대통령 ‘겁쟁이’로 묘사

    |파리 연합|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노무현 대통령을 미국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인물이라고 묘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르 피가로는 7일 17면 ‘토론과 견해’란에 역사학자인 알렉상드르 아들러의 ‘북한이라는 바둑 게임’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아들러는 북한을 바둑판 중원의 큰 함정에 비유한 이 칼럼에서 노 대통령,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등 동북아 국가 지도자들에게 무례한 표현을 사용했다.아들러는 노 대통령에 대해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신임 대통령으로 미국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라며 “은혜를 베푼 사람을 배신할 준비가 돼 있는 인물에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후 주석에 대해 “라이벌 쩡칭훙(曾慶紅)과 발길질하며 다툰다.”고 말했으며 고이즈미 총리는 “장발에 신경질적인 웃음으로 디플레이션 정책을 수행,극단적 민족주의자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와 그의 관계를 잊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잘 숨겼던 반면 김정일은 있지도 않은 핵폭탄 보유를 주장하며 인접국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떠나고 중국이 북한을 다룸으로써 북한 관련 갈등은 긍정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외교관 통신] 국위선양과 역사의 지혜

    세계에는 실물보다 커 보이는 나라와 작게 보이는 나라가 있다.영국은 늘 크게 보이는 나라다.처칠에서 대처 그리고 블레어에 이르는 영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에 추종한다.”고 야유받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국제무대에서 행세해왔다. ●결정적 순간 지도자 위험부담 감수 역학관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대세를 따라가기보다 흐름을 선점하며 선두에서 행동하였기 때문이다.나아가 국가의 위신과 이익이 걸린 결정적 순간에는 지도자가 바른 선택을 위한 위험부담을 꺼리지 않았다. 처칠은 나치 독일의 야욕과 철의 장막 및 냉전시대의 도래를,대처는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냉전종식의 시작을,그리고 블레어는 미국이 그린 이라크 문제의 해법을 남보다 앞서 간파하고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하며 영국을 위한 최선의 행동을 취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달리 미국을 향해 대의명분의 대항축을 세워 존재감을 보이는 경우인데,그 역사가 길지는 않다.1950년대 말 드골의 제5공화국 출?이후부터다.드골은 냉전의 절정기에 공산 중국을 승인하고,미국의베트남 개입을 토착 민족주의와의 승산 없는 전쟁으로 단정했다.아랍인의 존엄성에 상처를 내 팔레스타인 문제를 끝없는 나락에 빠뜨린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원조의 손길을 끊었다.엄연한 힘의 우열을 부정하며 맞서는 드골식 ‘빈자(貧者)의 철학’이 그 바탕이다.그러나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의 통찰력과 도를 넘지 않는 절제,그리고 국가 위상에 애착을 갖는 국민들의 뒷받침이 있어 그 선택을 가능케 했다. ●日 패전이래 스스로 낮추는 자세 계속 반면 일본은 실물보다 다소 작게 보이는 편이다.겸손과 조화의 문화가,남의 앞에 서거나 남과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게 하는 것이지만 역사의 멍에 때문에 허리를 펴려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1945년 패전 이래 일본이 지켜온 이러한 자세는 스스로를 크게 보이려 해 화를 부른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본래 일본인들은 두드러지는 것을 꺼린다.힘이 세도 어깨를 펴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그들끼리는 예전에도 그랬고,지금도 그렇다.그러나 바깥 세계와의 관계에선 다른 잣대를 썼기 때문에패전에 이르렀다. 세계를 향해 시선을 낮추고 몸을 사려온 일본에서 최근 몇년 사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는 소리가 나타나고 있다.정계·학계의 일각에서 나타나는 ‘보통국가론’이다.바깥 세계의 누구에게나 할 말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자는 것이다.영국형(型)보다는 프랑스형에 기우는 주장으로 비친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좁은 국토에 인구가 밀집하고 해외의 자원과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일본의 ‘전략적 취약성’을 거론하면서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설득 논리도 있고,다시는 절대 우위의 힘을 가진 나라와 맞서 화를 자초해서는 안된다는 다짐도 있다.그리고 행간에는 ‘자아’를 찾은 후의 스스로 모습에 대한 일말의 불신도 배어 있다.영국형을 이상적으로 보지만 선두에 서기는 꺼린다. ●우리나라 지정학적으로 실체이상 역할·비중 요구 6년 남짓 외국을 전전하며 먼 발치에서 지켜본 한국은 차례로 역사의 새 장을 펼쳐가는 모습이다.한·일 관계에서 부(負)의 유산을 청산한 데 이어 포용정책으로 남북관계에 해빙의시대를 열었다.그러나 한편으로 남북관계가 연출한 감동에 젖은 많은 사람들이 한·미 관계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어느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남북,한·미관계의 정합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한반도 전문가인 게이오대의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가 어느 자리에서 한 말처럼 민족과 동맹을 함께 지켜야 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수명 긴 국위(國威)를 위한 전략적 사고를 갖고 있는지도 궁금했다.목표에 동요는 없으며 목표는 수단에 비례하는지,상황의 변화에 적응할 유연성은 있는지,현재적·잠재적 제약 요인을 정확히 예측해 대비하는지,안팎의 조류를 먼저 읽고 상황을 선제하는 것인지…. 영국형,프랑스형,일본형 가운데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그 나라 역사·지리·문화의 산물이며 국가의 선택문제이기 때문이다.다만,국위를 떨치려는 나라에는 일정한 소양이 요구된다.지도자에게는 전략적 사고가 있어야 한다.국가의 위상을 높이려는 국민적 의지도 뒷받침돼야 한다.지도자와 대중에게 역사의식에서 배어나는 지혜가 있어야 하며,새로운 역사를 여는 데 따른 위험부담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우리의 지정학적 여건은 나라의 실체 이상의 역할과 비중을 요구한다.이를 위해서는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위험 부담이 필요할지 모른다.역사는 중요한 순간에 위험 부담을 안으며 스스로 길을 열어가는 자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주흠 駐日대사관 공사참사관 ●이주흠(李柱欽·53) 외시 13회, 동북아 1과장,이탈리아 참사관,오사카 부총영사
  • ‘5월의 독립운동가’ 문일평선생

    국가보훈처는 30일 5월의 독립운동가로 항일 언론활동을 펼치고 민족주의 역사학을 확립한 호암 문일평(1888∼1939) 선생을 선정했다. 평북 의주 출신인 호암은 일본 메이지학원 중학부에서 공부한 뒤 유학생 단체인 태극학회에 가입,한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정부는 선생의 공적을 기려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며 5월 한달간 독립기념관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관련 전시회가 열린다.
  • 오피니언 중계석/ 월드컵때 反韓감정 되새겨봐야

    中인류학자 퍄오성취안의 충고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1주년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린다고 한다.월드컵의 영광을 기억하고,그 정신을 되살리자는 것이다.그러나 월드컵에 빛만 있고 그늘은 없었을까.월드컵은 한때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국민감정을 악화시켰다.그동안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으려 노력했던 이들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피상적인데 머물렀다.그런데 퍄오성취안(朴勝權)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교수가 최근 새로운 진단을 내놓았다.서울대 인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한국통(通)’이기에 한국인에 대한 ‘충고’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그의 ‘중국의 스포츠 민족주의와 2002 한·일 월드컵’은 반년간 ‘중국의 창’(예담 펴냄) 창간호에 실렸다. 한·일 월드컵 대회 당시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 축구팀의 선전에 많은 박수갈채를 보냈다.반면 일부 언론은 납득하기 힘든 편파적이고 악의적인 태도를 보였다.이런 언론 대부분은 국가 공권력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장기간 언론의 세뇌를 받아온 중국인들에게 국가를 대표하는 특정 방송사의 언설은 ‘중앙의 최고 지시’나 마찬가지다.평소에 가졌던 편견과 더불어 한순간 ‘집단적 감흥’에 빠져들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부 중국 언론의 보도는 중국언론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결과적으로 피상적인 부분이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고,작은 것이 부풀려지는 거품 현상이 나타났다.한국언론이 대서특필한 ‘한류(韓流)’현상도 유사한 경우다.중국 전역에 마치 ‘한국 붐’이 일어난 것처럼 얘기되지만 사실과 거리가 먼 관찰인 것과 같다. 월드컵 때 중국인들이 보여준 반한 감정을 한국이라는 ‘흑마(다크호스)’의 출현에 따른 복권 구매자들의 손해나 이웃에 대한 시기심,유럽 프로 축구에 대한 맹목적인 신봉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표면적인 현상에 집착한 분석일 뿐이다. 한국인에 대한 중국인의 거부 심리가 어떤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반한 감정의 형성에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체들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곽의 한 위성도시는 코리안 타운을방불케 한다.하지만 현지 중국인들과는 거의 격리된 채 생활한다.중국인과의 접촉은 중국어 가정교사나 살림을 돌봐주는 보모 정도에 국한된다.한국인과 중국인은 고용자-피고용자의 관계로 굳어진다. 한국인 회사도 비슷한 상황이다.한국 기업체들이 부분적으로 현지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고,현지인 중심의 관리 체계를 도입한 회사도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기업체에서 최고 경영진은 거의 한국인이다.중국 사람들은 대부분 하위직 관리자를 넘어서기 힘들다.상위직 간부라 하더라도 중국인라는 이유 때문에 간부 회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대부분의 한국 회사는 ‘현채인(중국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을 구분한다.중국인의 입장에서 기분 좋게 들릴 리 만무하다.위에는 한국인,밑에는 중국 현지인이라는 차별적인 경영 구조를 체험하면서 중국인 직원들은 회사의 주인이 아님을 실감한다. 이런 경영 구조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문제삼을 일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는 달리 받아들여진다. 수십년 동안 계급투쟁 교육을 받으면서 만민 평등이라는 이념을 몸으로 익혀온 중국인들이다.외국인 고용주와 현지인 피고용인의 관계는 착취-피착취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런 의식이 점차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기는 하지만,승진이 구조적으로 제약받는 현실에서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이전의 계급투쟁 이론과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략을 상기한다.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이들이 보통 스스로를 ‘고급 노무자(高級打工仔)’라고 자조적으로 부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특히 다른 외국 회사들과는 달리 서열 구분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한국 회사의 분위기는 중국인들에게 유달리 큰 불만을 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월드컵 때 보인 일부 중국인들의 지나친 언동은 어쩌면 평소 그들의 의식 저변에 누적되어 있던 한국인에 대한 불만과 편견이 얽히면서 발산된 것은 아닐까. 정리 서동철기자 dcsuh@
  • [열린세상] ‘힘의 논리’… 바그다드 효과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종결되면서 국제질서의 장래를 논의하는 과정에 바그다드 효과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바그다드 효과란 힘의 논리에 의한 현실주의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주요 패러다임으로 재확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주의는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직 힘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현실주의는 실리를 강조하면서 국력으로 뒷받침된 힘의 정치(Power politics)만이 평화를 유지하고 국가이익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현실주의와 대비되는 이상주의는 명분을 강조하면서 국제기구,국제법,국제여론,국제도덕 등을 통하여 무정부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바그다드가 맥없이 함락되자 이상주의의 한계와 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대하여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이라크 해방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표적 국제기구인 유엔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일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였다.세계 제1차대전의 참상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등장한 국제기구나 국제법을 통해서 세계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가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반전이라는 국제여론이 지구촌 전체를 뜨겁게 달궜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바그다드 효과라고 볼 수 있는 현실주의의 위력은 세계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면서 전쟁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호소하던 러시아,독일,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의 태도를 변화시켰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자세를 하루아침에 뒤집고 미국에 러브콜을 하고 있다.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이라크전 비난에 대하여 미국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현실주의의 여파는 한반도에도 불어왔다.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전에는 “반미면 좀 어떠냐,미국과 견해가 다른 것은 달라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미국과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여 노 대통령의 민족주의적 노선과 배짱 그리고 대미 자주적 태도에 진보세력은 특히 열렬하게 반겼다. 하지만 반전을 외치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국내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도 불구하고 파병을 결정하였다.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늘 강조해 왔지만 한국이 배제된 3자회담에 대하여 실용적 결과론으로 정당화하였다. 노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한·미 동맹관계를 부쩍 강조하는 등 대미 자세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이를 참여정부의 대미 외교가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도 핵문제 해결에 대하여 조·미 쌍방회담만을 고집하다가 바그다드 붕괴 이후 중국을 포함한 3자회담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북한은 3자회담을 앞두고 폐연료봉 8000여개의 재처리 준비가 끝났다고 발표하여 회담 성사를 불투명하게 만들었으나 결국 베이징 3자회담은 시작되었다. 3자회담의 성공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바그다드 함락 이전과 같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승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영원한 진리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힘만이 정의를 낳는다는 마키아벨리안적 접근법은 싫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인 것 같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그토록 내세우던 명분론을 슬그머니 접고 힘의 논리에 따라 현실주의적 태도로 바뀌는 모습이 민망스럽다.외교는 실리 못지않게 명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외교문제에 관한 한 신중한 언행이 요구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도 바그다드 효과가 아닐까? 홍 득 표 인하대 교수 정치학
  • 戰後 이라크정치 ‘시아파 변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이라크에서 그동안 핍박받던 이슬람 시아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들은 주요 도시의 치안유지를 맡고 반미시위를 주도하며 빠르게 정치주도권을 장악해가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아우르는 모자이크식 정부를 표방하고 있으나 시아파의 조직력과 영향력에 놀라는 기색이다. 시아파 대부분은 신정부의 대통령은 종교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신정국가를 주장하는 일부 과격 시아파들이 득세,미국의 이라크 재건 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아파는 10억의 이슬람 교도중 15%에 달하는 소수파다.그러나 이라크에서는 인구의 65%를 차지한다.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파키스탄 등 시아파가 소수인 나라에서는 핍박을 받아왔다.미국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다소 과격한 시아파의 등장을 견제해 왔다.이란과의 연대 가능성도 미국으로서는 큰 골칫거리다. 중동 전문가들은 열쇠는 과도정부가 쥐고 있다고 분석한다.시아파는 이라크 침공에 앞서 지난해 7월 ‘이라크 시아파 선언’을 발표,민주적인 통일 이라크를 원한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아랍인인 이라크인들이 페르시아인인 이란과 연계할 가능성도 낮다.이라크인의 강한 민족주의 성향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도정부가 다양한 이라크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꼭두각시 정권이 된다면 시아파의 자제가 한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충고하고 있다.즉 시아파내 강경파가 득세,시아파만의 독립국이나 자신들이 집권하는 이라크를 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하기자 lark3@
  • WSJ “反戰세력은 좌파”/ NYT·CNN·민주당 인사등 이름까지 거론하며 비난

    보수 우익 성향의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이라크전쟁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비관론에 쓴소리를 퍼부었다.그동안 WSJ는 진보진영의 주장을 종종 반박해왔으나 이번에는 ‘좌파’ 용어까지 쓰고 회사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WSJ는 이날 ‘비관적 자유주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뉴욕타임스 편집자들,CNN에 있는 그 조수들,주요 네트워크 방송과 학계 전문가들”이 이라크전에 대해 잘못된 비관론을 퍼뜨린 주범들이라고 비판했다.베트남에서처럼 미군에 대한 민족주의 봉기,아랍권의 반미감정 고조,수많은 민간인 피해와 난민 등 인도주의적 위기,치열한 시가전,이라크의 유정 방화,유가 상승과 경제침체,북한의 도발,터키의 이라크 북부 개입,세계적 폭력사태 등 이들이 내세운 비관적 전망은 모두 빗나갔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사설은 자유주의자들이 ‘자유의 확장’을 그렇게 기피하는 이유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단순한 당파주의,베트남전의 영향,좌파 엘리트의 독선주의 등을 들었다. 그러나 사설은 모든 자유주의자들이 비관론에 굴복한 것은 아니라면서 “워싱턴포스트의 사설란,유대인 대학살의 생존자 엘리 위젤,조지프 리버먼과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의원,크리스토퍼 히친스와 빌 켈러 같은 언론인,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이라크전 승리에 대해서도 사설은 “미국 좌파,특히 선도적 언론들은 당황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도전을 예측하기에 앞서 독재자의 몰락을 축하할 수는 없는가.”라고 비난했다. 전경하기자 lark3@
  • [이라크전이 남긴 것](4) 중동 민주화 도미노 오나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이 중동지역 다른 아랍국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전후 국제질서의 향방을 점칠 첨예한 관심사중 하나다. 딕 체니 부통령 등 미국내 신보수파들은 새로운 민주 이라크 정부가 수립되면 아랍권에 ‘민주화 도미노’현상이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화 도미노론은 아랍 독재국들 가운데 어느 한 나라가 일단 민주정부로 바뀌면 주변정권들도 잇달아 민주정부로 교체될 것이라는 중동 질서 재편 이론이다.나아가 중동 국가들의 친미성향이 제고된 뒤에 아랍과 아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미 보수파의 최고 전략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최근 미국 TV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2차 대전 후 일본에서 시작된 민주화가 한국·필리핀·타이완 등으로 확산된 것처럼 이라크가 중동 민주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민주화 대상으로 시리아·요르단·이란·리비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꼽는다.왕정과 함께 비민주적 권력 승계나,대량살상무기를 개발·보유하는 것으로지목된 나라들이다.시리아의 경우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30년간 통치한데 이어 2000년 차남 바샤르가 권력을 이어받았다.현재는 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데다 이라크 지도부에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 북한 등과 함께 오랫동안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찍힌 나라다.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가 이란으로 피신했는데도 이란 정부가 이들을 도우며 미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왕정으로 민주화의 바람을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다. 그러나 아랍권 국가들의 반발과 아랍인들의 반미감정 때문에 미국의 중동재편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아랍국가들은 미국이 친미정권을 통해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려 ‘민주화’를 추진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민주화과정에서 ‘왕정타파 운동’이 촉발되는 것을 우려하는 데다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 이후 반미감정이 거세져 전폭적으로 미국을 지지하기 어려운 것이다.전문가들도 민주화 도미노론은 이라크를 서구중심적으로 조망한 시각이며,단순한 희망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종택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문맹률이 남자 40%,여자 70%에 달하며 중산층도 형성돼 있지 않아 민주화가 정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홍순남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종전 후 미국이 중동의 에너지 패권을 주도하게 되면 아랍인의 분노와 좌절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민주화가 확산되기보다는 오히려 반미 기치 아래 아랍민족주의가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NGO /“파병지지 의원 낙선운동” 국회 압박용이었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지지의원을 대상으로 내년 총선에서 제2의 낙선운동을 펼치겠다며 기세가 등등하던 시민단체들이 ‘입장 유보’로 꼬리를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입장변화에 대해 의도했던 소기의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애시당초 ‘국회압박용 카드’로 강행할 의지가 없었다는 의견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낙선운동은 국회압박용? 참여연대 관계자는 “낙선운동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낙선운동을) 한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총선을 앞둔 올 12월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상당수 시민단체도 낙선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내부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입장변화는 압도적인 반전여론에도 불구,파병문제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반전집회 참가자가 예상보다 적었던 점도 감안된 것 같다.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 관계자는 “국회압박용 성격이 짙었던 낙선운동이 강한 반발에 부딪치자 신중해진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낙선운동 강행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또 네티즌들의 낙선운동 참여여부도 변수다.최근 인터넷에는 파병찬성의원 낙선운동본부(cafe.daum.net/antiwarkorea)도 만들어져,낙선운동을 포함한 미국제품 불매운동,전비분담금에 대한 조세납부 거부 등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제안하는 등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성과도 있었다 파병동의안 국회처리를 앞두고 시민단체들은 낙선운동을 시사했으며,국회의원들은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이같은 압력은 두차례나 국회 표결을 연기시켰고,국회 전원위원회까지 열게 해 파병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여중생 사망사건 당시 일어난 촛불시위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운동이었다면 이번 반전운동은 보편적 인간주의가 의제였다.”고 평가했다.상지대 정대화 교수도 “예전에 ‘국익’은 절대선이었지만 파병반대운동을 통해 국익에 대한 저항 담론이 형성되면서 우리 사회가 성찰적 사회로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 [CEO 칼럼] 이라크 終戰이후가 더 중요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는 “전쟁은 남자에게 여자의 모성과 같은 것”이라며 마치 전쟁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본능인 것처럼 국민을 현혹했다.또 독일의 군사학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이란 저서에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해 수행되는 정치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말로 모든 전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 했다.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식 저변에는 외견상 드러난 각종 명분 외에 클라우제비츠류(類)의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세계사는 전사(戰史)로 점철돼 있으며,잘 알려진 영웅과 위인의 상당수가 전쟁속에서 탄생했다.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카르타고의 한니발,로마의 카이사르,이슬람의 살라딘(십자군 전쟁),프랑스의 잔다르크와 나폴레옹,영국의 넬슨,그리고 한국의 이순신 등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영웅들이 전쟁속에서 태어났으며 그들의 용기와 철학,어록은 후세 사람들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영웅이 탄생하기까지는 숱한 비극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칼과창,포연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희생된 부하 군인은 물론 무차별적인 포격으로 죽어간 무수한 민간인의 원혼이 항상 승리 뒤의 암영(暗影)으로 남아 있다.따라서 영웅의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진 처참한 실상을 실제로 목도한다면 과연 그 영웅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위대한 영웅일수록 그 희생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도 어차피 발발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하루속히 끝났으면 한다.더 길어지면 파괴와 인명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 나중에 승패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예상되는 전후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나름대로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조만간에 예정된 전후 처리와 함께 새로운 경제전쟁이 벌어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전쟁 시작전부터 항간에서 전쟁의 목적이 원유 확보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 점을 보면 전후에 유전개발과 복구사업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국제질서의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전쟁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글로벌화가 가속화됐지만 전쟁 찬반을 놓고 국가와 민족간에 갈등을 빚으면서 불편한 대결 구도가 형성돼 앞으로의 국제관계는 민족주의와 이익지상주의가 혼재된 채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틈이 벌어진 미·영과 독·불의 역학관계가 국제사회에 어떤 파급효과를 몰고 올지도 관심거리다. 미국은 벌써부터 연합군 주도로 전후 복구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전쟁 기여도에 따라 국가간 이익 배분을 차등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우리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현재의 악화된 국내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특히 건설과 함께 중동지역 수출 특수가 예상되는 만큼 각종 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수출감소,주가하락,유가상승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돌파구를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전쟁 피해자의 아픔을 같이하는 데 동참하는 동시에 국가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국익을 생각하는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 승 남 롯데건설 사장
  • 책 / 미라

    히더 프링글 지음 김우영 옮김 / 김영사 펴냄 아마포에 친친 감긴 미라는 상상부터 부추기게 마련이다.언제,누가,왜 ‘영원한 육신’을 염원했을까.캐나다의 여성 저널리스트 히더 프링글이 쓴 ‘미라’(김우영 옮김,김영사 펴냄)도 출발점은 그런 일반적 호기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류의 역사’란 부제의 책은 무려 7000년 전의 미라까지 등장시켜 세계 미라의 역사를 더듬는다.그러나 얼마 안가 독자는,전방위로 관심 영역을 넓혀가는 범상찮은 스케일과 방대한 정보량에 놀라고 만다. 책은 학술서라기보다는 미라의 의미를 다각도에서 두루 천착한 교양서다.도입부에서부터 ‘미라의 나라’ 고대 이집트로 무대를 옮겨 당대 기술자들의 미라 제작과정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한다.영향력 있는 ‘미라 고객’들을 상대했던 이집트의 초기 장의사들은 대접받는 계층이었으며,그들의 방부 비법은 엄격히 부자지간에만 전수됐다는 사실 등은 책읽기의 잔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내 책은 정치·사회·문화 분야를 넘나드는 왕성한 지적탐사를 펼친다.예컨대 미라 한 구가 민족분쟁으로 비화할 뻔한 사례를 1970년대 중국 신장지역에서 찾아냈다.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은 당시 백인 미라를 자신들의 조상이라며 소유권을 강력히 주장했는데,이유인즉 그것이 자신들의 조상이 기왕에 알려진 시기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독립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있었다는 물증이기 때문.자치독립을 외쳐온 위구르족의 그같은 ‘미라 민족주의’에 긴장한 중국 정부는 일개 미라를 국가안보문제로까지 분류해야 했다. 내세를 희구하는 종교적 의식과는 전혀 무관하게 미라가 단순히 상업적으로 이용된 흔적도 많다.실험적인 그림재료를 찾던 중세의 유럽화가들,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일찍이 12세기부터 미라를 갈아 물감재료로 썼다는 고문서도 제시된다.그렇게 시작된 미라 열풍은 알게 모르게 19세기 화단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미라는 부유층의 거실을 장식하는 인기 수집품으로도 각광받았다.이집트 정복에 나선 나폴레옹이 카이로 입성에 실패하고 퇴각할 때 미라 머리를 챙겨 아내 조세핀에게 선물한 일화 등은 소설만큼이나 흥미롭다. 그렇다고 가벼운 잡학의 재미에만 기댄 책으로 단정지어선 곤란하다.미라를 소재로 세계사의 구석구석을 문화인류학적으로 훑은 대목들에는 묵직한 논쟁의 화두도 던져져 있다.미라 해부론자와 보존론자들이 윤리문제를 놓고 벌이는 논쟁을 비롯해 미라를 통한 질병치료 연구과정 등 실용정보도 풍부하다.1만 4900원. 황수정기자 sjh@
  • 부시의 전쟁 / 美·英 ‘戰後 3단계처리’ 가닥

    연합군이 바그다드 ‘접수’작전을 시작한 가운데 이라크 전후 처리 청사진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7일과 8일 북아일랜드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3단계 이라크문제 처리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영 연합군이 치안을 장악하고 미국의 이라크 재건 및 인도적 구호사무소(ORHA)가 인프라 재건 및 의료서비스 제공 등을 전담하는 것이 그 첫단계다.2단계는 행정권을 갖고 ORHA와 섭외해 점차 다양한 정부기능을 인수받는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마지막 3단계는 총선으로 민주적 이라크정부를 구성해 이른바 ‘이라크 해방’에 용의 눈을 그려넣는 일이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6일 이 과정이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바트당원 등 후세인 잔당들의 저항과 아랍민족주의 발흥 가능성 등 갖가지 변수들을 감안하면 더 길어질 개연성도 있다. 두 정상은 이라크전 개전을 전후한 3주 동안 이번까지 세차례나 만나 호흡을 맞춰왔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두 사람의 만남을 2차대전 종전 무렵 윈스턴 처칠 총리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간 회담에 비유했다. 그러나 BBC는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에도 미묘한 틈이 있다고 보도했다.전후 처리과정에서 유엔의 역할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영국내에서 인기가 곤두박질친 블레어 총리로선 분열된 유럽연합(EU)의 재통합을 추진,정치적 위상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그 연장선상에 전후 이라크 처리 과정에서 유엔을 개입시켜 팽배했던 유럽의 반전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한마디로 임시정부 구성 등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반전대열에 섰던 프랑스와 독일 등 EU국가와 러시아 등을 참여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행정부 수뇌부는 이라크 복구 과정에서 숟가락을 얹으려는 프랑스 등의 움직임에 아직 호락호락한 자세가 아니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이라크 해방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피를 흘린 쪽에서 전후 처리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반전 명분을 거머쥔 채 경제적 실리까지 챙기려는 반전국가들에 대한 못마땅한 심사를 가감없이 표출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번 부시·블레어 회동을 계기로 미·영 연합군측은 전후 이라크 통치방안에 대한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국제여론을 감안해 유엔의 역할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특히 아랍권내 반미감정 등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 하지만 주 역할은 미국이 맡고 유엔에 대해서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기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구본영기자 kby7@
  • 한국 신용등급“北核에 달렸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행위를 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무디스 고위 관계자가 재차 밝혔다.토머스 번 무디스 국가신용팀 부사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주미 한국상공회의소 초청으로 가진 ‘2003년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무디스의 전망’ 강연을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 것은 장차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그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북한 문제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대중영합주의 선거공약이나 재벌개혁,SK그룹의 회계부정 등은 큰 고려 요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나 미국 가운데 어느 쪽에서 ‘강압적 행동’을 취하는 상황을 추가 조정의 기회로 꼽았다.특히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위협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즉각 신용등급 하향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통일비용 감당할수 있다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북한의 양보나 자발적인 개혁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였다.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데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번 부사장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나 북한의 개혁 움직임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햇볕정책이 어느 정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주변적이며 전술적인 것이었을 뿐 전략적 변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특히 햇볕정책은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가 없었고 대북 비밀송금 파문으로 의미가 훼손됐다.”고 그는 평가했다. 북한 붕괴에 따른 한국의 ‘통일 비용’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이 감당못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면서 “통일비용이 너무나 엄청날 것으로 우려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북한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는 통념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군 재배치 신용등급에 영향 한·미 관계에 대해 그는 “인식의 차이가 많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그러나 주한미군 철수 또는 재배치는 한반도 안보환경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감정과 경제실적에도 직접 연관될 수 있고 따라서 국가신용의 근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반미감정이나 민족주의가 경제의 개방과 자유화를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
  • 이사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 티모시 새비지

    티모시 새비지(Timothy Savage·37)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의 인생에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의 영향이 컸다.커밍스 교수는 1981년 당시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피력한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반도 전문가이다.대학 시절 주위에 한국 친구들이 많은데도 역사전공인 자신이 한국 역사를 모른다는 생각에 커밍스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그런데 흥미를 느껴 더 공부를 했고 전공이 한반도로 바뀌었다. 92년 하와이 대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그는 1994년부터 2년 동안 정신문화연구원에 근무했었다.당시 한국어 실력이 달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옆 사무실 직원이 사무실에 들어와 나한테 뭐라 고함을 지르고 사라졌는데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죠.” 새비지는 이후 틈틈이 한국을 왕래하며 서울대와 연세대 등에서 한국어를 배웠다.그리고 지난해 9월 한국에 다시 왔고 올 연말까지 이 곳에 머물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전기를 완성할 계획이다. 역사를 전공한 그는 20세기의 한국 역사가 한국인들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강대국들에 의해 남북이 나뉘고 한국전쟁까지 겪어 한국인들은 한국의 역사를 결정지어왔던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몇몇 국가에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또 “외부세력에 대해 약간의 반감,민족주의에 대한 방어적인 자세”도 역사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이런 경향이 반갑게도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비지는 최근 불고 있는 반미감정을 이해는 하지만 그것이 미국인 개인을 향해 표출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미국인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데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배척되거나 공격을 받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대표적인 예로 ‘미국인 출입 금지’ 간판을 건 음식점을 예로 들었다.새비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다. 그는 환경·안보연구기관인 노틸러스 연구소에 근무하던 2000년 풍력발전소 지원 문제로 북한을 2주 정도 다녀왔다.농촌 지역을 주로 다녔는데 모든 일들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고 어디든 걸어가는 사람들,거의 보이지 않는 차량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서울에 돌아와 사진을 현상하러 롯데백화점에 바로 갔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모습에 한 순간 공황 상태를 겪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남북한의 대비는 너무 극명했다. 근 10년 동안 한국을 오가면서 느낀 가장 큰 발전상은 인터넷의 발달이다.일의 대부분을 이메일로 진행·처리하는 새비지는 인터넷 사용에 있어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세계 곳곳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알 수 있는 것도 큰 도움이다. 이제 한국어 음식과 대중교통에도 익숙해졌다.그래도 여전히 보신탕과 산 낙지만은 ‘노’다.보신탕은 10년 전쯤 동료들이 소고기라고 속여 한번 먹어 봤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산 낙지 또한 먹는 순간까지 음식이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전경하기자 lark3@
  • ‘호치민 평전’ - 미국을 이긴 유일한 제3세계 지도자, 호치민의 삶

    공산주의자일까 민족주의자일까 호치민 평전 수배자서 위대한 혁명가 되기까지 美베트남전문가 30년 조사끝 펴내 유고의 티토,리비아의 카다피,쿠바의 카스트로,칠레의 아옌데….모두 제3세계의 위대한 지도자들이지만 이 가운데 아무도 미국이란 초강대국에 대항해 승리한 사람은 없었다.오직 호치민만이 승리를 거뒀다.그는 전쟁을 통해 제국주의의 침략을 물리치고 조국 해방을 이룩한 유일한 제3세계 지도자다.미국의 세계적인 베트남 문제 전문가인 윌리엄 J.듀이커의 ‘호치민 평전’(정영목 옮김,푸른숲 펴냄)은 베트남 공산주의 운동의 지도자 호치민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기다.30년동안 베트남과 중국,러시아,미국에 있는 문서보관소를 뒤지고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한 끝에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했다. 저자는 신비에 싸인 호치민이란 인물의 객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해석을 유보한다.대신 호치민의 삶의 내력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전한다.유교적 소양을 쌓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호치민은 스물한 살 때 프랑스 식민지배에 대한저항활동으로 수배된다.그는 할 수 없이 조국 인도차이나를 떠나 여객선의 요리사 보조 노릇을 하며 유럽,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을 떠돈다.호치민의 혁명적 삶의 초석은 바로 이 시기에 마련된 것이다.책은 호치민이 베트남 공산주의 운동의 지도자로 비상하는 과정,쉰 번이나 이름을 바꿔가며 혁명을 배우고 선전하던 시절,수감과 탈출,조국의 초대 주석으로 분열을 일삼던 동료들을 화해시키고 영감을 불어넣던 모습 등을 세밀하게 그린다. 저자가 특히 관심을 갖고 다루는 것은 호치민이란 인물에 대한 성격 규명이다.호치민은 민족주의자인가 공산주의자인가.성자 같은 소박한 이미지는 진짜인가 책략인가.호치민은 지지자들에겐 혁명적 인도주의의 상징이었다.사심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는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해 적국인 미국에서까지 베트남혁명과 독립투쟁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냈다.반면 반대파들은 호치민이 오랜 세월에 걸쳐 스탈린의 요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애국적 동기에 의문을 제기한다.호치민의 민족주의 이미지는 혁명적 대의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책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볼셰비키 혁명이나 중국 내전의 경우 개인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다.마찬가지로 호치민 없는 베트남 혁명은 상상하기 어렵다.호치민은 빈틈없는 전략가이자 재능있는 조직가로서 ‘절반은 레닌,절반은 간디’라고 할 만큼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인물이었다.미국의 철학자 시드니 훅의 표현을 빌리면 ‘사건을 만드는 인물’이었으며 ‘위기의 자식’이었다. 평자들은 종종 호치민이 자신의 비범한 지도자적 재능을 결함 많은 이데올로기에 바친 것을 ‘호치민의 비극’이라고 지적한다.저자에 따르면 호치민의 철학적 신념은 마르크스나 레닌의 이상보다는 서구의 이상과 더 잘 어울리는 부분들이 많다.호치민은 동료들에게 자신을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로 내세우려 했지만 교의적인 문제엔 거의 관심이 없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호치민은 죽은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베트남에선 국가적 숭배의 대상이다.그러나 최근엔 ‘혁명적 미덕의 귀감’이란 호치민에 대한 공식적 관점이 ‘과오를 범할 수 있는 인간’이란 좀더 현실적인 이미지로 대체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그렇다면 저자는 과연 역사학자다운 엄정한 자세로 이 책을 썼을까.‘호치민 평전’은 한 위대한 혁명지도자에게 바친 ‘계시적인 초상화’란 느낌이 들지만,저자 자신의 시각 혹은 특정한 집단의 관점을 강요하는 삼류전기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3만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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