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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獨이슬람 혐오증…깊어가는 메르켈의 고민

    “그들 마음속엔 편견과 냉담, 증오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이 주도하는 집회에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신년사는 매주 월요일 드레스덴에서 벌어지는 반(反)이슬람 시위에 참가하지 말라는 일종의 대국민 호소문이었다. 집권 10년 동안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존경받는 메르켈 총리가 일개 집회에 이토록 신경 쓰는 이유는 뭘까? 뉴욕타임스(NYT)가 1일 답을 제시했다. NYT는 “패전 후 독일의 역사는 극우, 나치 극복의 역사였는데, 최근의 반이슬람 시위에 편승한 극우가 이 역사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독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드레스덴에서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증오가 표출되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서방의 이슬람화에 맞서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단체가 주도하는 드레스덴 ‘월요시위’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후 참가자들이 계속 늘어나 12월 말에는 2만여명으로 불었다. 유럽연합(EU) 탈퇴와 이민자 추방을 외치는 신생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도 시위에 가담하고 있다. 시위대는 동독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된 ‘우리가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너희(무슬림)는 우리가 아니다’라는 구호로 바꿔 외치고 있다. NYT는 “새해 첫 월요시위에서 시위대 규모가 더 커지면 메르켈은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취업률이 하락하고,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가 증가함에 따라 반이민·반이슬람 정서가 ‘이민자들의 국가’ 독일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간지 슈테른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13%는 반이슬람 시위가 인근에서 열리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독일을 위한 대안’ 지지자 계층에서는 동참 의사가 45%에 달했다. 치솟는 극우정당의 지지율에 위기감을 느낀 집권 기민당(보수당) 내부에서도 메르켈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업부 장관을 지낸 한스 피터 프리드리히 의원은 “이민자 이중국적 허용과 같은 좌파적 정책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극우당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이민자 우호정책은 총리의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이슬람 시위를 지켜본 드레스덴 과기대의 베르너 파젤트 교수는 “극우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민당보다 ‘독일을 위한 대안’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면서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차원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영상)안젤리나 졸리 연출작 ‘언브로큰’ 2차 예고편

    (영상)안젤리나 졸리 연출작 ‘언브로큰’ 2차 예고편

    한 남자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과 그의 용기를 그린 영화 ‘언브로큰’ 2차 예고편이 깊은 감동을 예고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언브로큰’은 1960년대 미국의 영웅이었던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다룬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루이 잠페리니는 이민자라는 이유로 괴롭힘과 멸시를 받았던 가족사로 인해 말썽과 반항으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중 형의 권유로 육상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타고난 집념과 노력으로 19살에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 인생 역전을 이루어 낸다. 이어 1963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5000m 육상 종목에 출전,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한다. 어느날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루이 잠페리니는 공군에 입대하게 된다. 이후 그는 수많은 전투에 참전하면서도 올림픽 우승을 위해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는 등 꿈을 포기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전 수행 중 전투기 고장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추락, 47일간 고무 보트에 의지한 채 표류하게 된다. 삶에 대한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그는 적국인 일본 함선에 의해 구조되고, 850일이라는 기간 동한 전쟁 포로생활을 겪게 된다. 공개된 2차 예고편에는 최연소 올림픽 대표와 제2차 세계 대전 참전, 태평양 표류와 전쟁 포로까지. 쉬이 한 사람의 인생에 일어나기 힘들 것 같은 많은 일들을 겪어 내는 루이 잠페리니의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실존 일물 루이 잠페리니의 “난 삶의 경주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는 말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 2011년 ‘피와 꿀의 땅에서’로 장편 극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이후 4년여 만에 두 번째 연출작 ‘언브로큰’을 내놓게 됐다. 오는 1월 8일 개봉. 사진 영상=UPI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뉴스에 대한 갈증/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뉴스에 대한 갈증/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리는 한국이라는 지리적 공간에 대부분 머무르고 있지만 인식의 범위와 영역, 삶의 방식 등은 점차 글로벌화돼 가고 있다. 그 사례들은 적지 않다. 다자 간 무역 및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일상화되고 있는 국제 통상 흐름은 우리의 일상 경제 소비에 영향을 끼친다. 국가 간 인력 교류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결혼을 비롯해 이민자, 노동자, 관광객, 유학생들과 같이 다른 국가에서 경험하는 삶의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 간 인터넷이나 방송 등을 통한 정보와 콘텐츠 교류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국가 간 이루어지는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들이 우리 일상생활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이 자본, 인력, 지식, 커뮤니케이션, 문화 등 특정 국가에 특유한 가치와 자산이 교통 및 통신을 통해 다른 국가의 것들과 섞이고 새롭게 가치와 자산을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그 특징 중 하나는 세계 모든 국가들이 서로 의존관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한 국가의 경제적 변화가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커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우리가 경험했던 IMF 사태나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 위기 역시 경제적 글로벌화에 따른 산물이다. 전 세계 국가들이 하나의 글로벌 체계로 편입되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체계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교육이나 경제, 정치, 문화적 체계들을 글로벌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신문들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여전히 자국 뉴스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신문에서는 글로벌 뉴스 비중이 높지 않다. 기사 통합검색 시스템인 카인즈를 통해 최근 1년간 국내 일부 종합 일간지들의 국가별 제목 작성 건수를 대략 살펴보면 뉴스 보도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3국에 집중돼 있다. 서울신문도 이들 3국을 중심으로 국제 기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12월 한 달 동안 게재된 3국 대상 뉴스들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기사 건수에 비해 이들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만한 뉴스 보도들은 접하기 어려웠다. 중국의 경우 차이나 머니와 중국 내 정치 역학 정도를 다룬 뉴스가 주목할 만했다. 미국 관련 뉴스에서는 북한과의 사이버전쟁 가능성, 한·일 관계 개선이 미국 정책에 미치는 영향 정도가 볼만한 뉴스였다. 일본 관련 뉴스에서는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의 총선 승리 보도 등이 많았다. 우리에게 중요한 3국 뉴스 대부분 전문적이거나 심층적 분석에 기반을 둔 보도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심층 뉴스 보도는 크게 부족해 보였다. 최근 신문사 대부분이 경영 부담으로 해외 특파원 파견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마저도 한 특파원이 이질적인 여러 국가들을 다루도록 함으로써 해외 특파원의 전문성이나 심층성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 해외 거주 교포나 유학생들을 활용한 통신원 제도를 활성화하거나 다른 뉴스 기관들과의 공동 뉴스 제작, 또는 글로벌 뉴스통신사와 언론사들의 뉴스를 국내에 잘 소개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현재의 자국 뉴스 편중 및 우리 시각에서 살펴본 뉴스 보도만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 체계가 야기하는 거대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글로벌 심층 뉴스 비중을 늘려야 할 이유다.
  • 파도 막은 상선 10척… 伊여객선 사망자 5명 빼고 전원 구조

    파도 막은 상선 10척… 伊여객선 사망자 5명 빼고 전원 구조

    478명을 싣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다 화마에 휩싸인 이탈리아 선적 카페리 ‘노르만 아틀란틱’호에 대한 구조작업이 사건 발생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이탈리아 해군은 승객 중 414명이 구조됐으며 사망자는 5명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29일 전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사망자를 제외한 승객 전원이 구조됐으며 일부 승무원들만이 배에 남아 구조작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9명의 승무원이 배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사망자는 남성 1명뿐이었으나 이날 4명의 사망자를 추가로 발견했다. 렌치 총리는 “불법 이민자들로 애초 탑승객 명단에 있던 사람들보다 숫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구조작업은 쉽지 않았다. 사고 초반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민은 더딘 구조 속에 “신발이 타들어 간다”, “덜덜 떨려 더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극과 극의 절규를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답답한 구조였지만 최소의 희생자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구조대원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렌치 총리도 “구조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이탈리아 국민을 대신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은 이유는 시속 100㎞의 강풍과 진눈깨비가 구조대의 접근을 막았다. 더욱이 차량 탑재 칸에서 발생한 화재는 검은 연기를 내뿜어 구조대의 시야를 가렸다. 연기는 헬기 조종석까지 밀려 들어왔다. 그럼에도 승객들이 갑판 위로 피신할 수 있었던 것은 배가 침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차량이 불에 탔지만 배는 수평을 유지했다. 침몰을 막은 수훈갑은 인근을 지나던 상선들이었다. 상선 10여척이 노르만 아틀란틱호를 에워싸 거센 파도를 막았다. 그리스 해양부 장관 밀티아디스 바르비치오티스는 “악몽 같은 밤을 상선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구명정 대부분이 화재 발생 지점에 배치돼 있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헬기가 한 번에 두 명씩 실어 나를 수밖에 없었다. 상선들은 구명정 역할도 톡톡히 했다. 구조대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예인선이 도착해 사고 선박을 고정했고 육군 수송기도 투입됐다. 그리스, 이탈리아, 알바니아 등 인접 3개국의 협조도 원활했다.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은 큰 오점이었다. 구조된 승객들은 현지 언론에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고 승무원들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장은 불이 나자 곧바로 승객들에게 긴급대피명령을 내리고 재빨리 구조 요청을 했다. 한편 이탈리아 검찰은 아틀란틱호의 화재 원인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에 해운회사 측의 업무태만 등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다문화가족정책 개선방안 점검 결과 “잘 이행”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다문화가족정책 개선방안에 대한 각 부처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유관부처 실무협의체를 통해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 조정 및 정책 사각지대 해소 등 개선사항을 발굴할 계획이다. 지역 차원에서도 ‘다문화가족지원협의회’의 운영이 활성화되도록 관련지침을 개정하고, 향후 지자체 평가항목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점검 결과 한국어교육 전달체계를 지자체로 일원화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여가부는 올해부터 230개 지자체가 각 상황에 맞게 교육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했고, 법무부는 내년부터 지자체로 예산을 배정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또 결혼이민자등이 어느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지와 무관하게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중간평가에 합격할 경우 국적 취득 시 동일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는 결혼이민자 등이 부처 주관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아도 한국어 검정 시험(TOPIK) 결과가 있으면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이중언어 교육과 방문교육도 부처 간 역할 분담을 완료, 중복 문제를 해소했다. 여가부는 다문화가족 자녀가 가정에서 한국어와 함께 부모의 출신국 언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교육부는 학교에서 다문화학생과 일반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이중 언어 및 다문화 이해교육(어울림 교육)으로 운영했다. 여가부는 가정으로 찾아가는 방문교육 서비스 비용을 다문화가족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도록 제도 개선을 했고, 교육부 대학생 멘토링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공공장소를 이용해 지원했다. 다누리콜센터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를 통합해 결혼이민자 등이 폭력피해 및 부부·가족 갈등 상담과 긴급 지원, 한국생활에 필요한 각종 생활정보를 하나의 번호(1577-1366)에서 얻을 수 있게 했다. 지난 4월 통합 이후 근무시간을 9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고 지원언어를 10개에서 13개로 확대하며, 통화기능을 개선하는 등 고객 편의를 높인 덕택에 전년 동기 대비 통합 콜센터의 상담 실적이 27.1% 증가했다.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는 올해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 관계 부처가 상시 협업할 수 있도록 활성화했다. 이를 통해 유관 기관 간 서비스 연계 방안을 논의한 결과, 결혼이민자등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15곳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이민자 조기적응프로그램과 상담·교육 등 센터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게 개선했다. 개인 동의가 있는 경우 결혼이민자 상세 정보를 부처 간에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다문화가족의 정착 기간이 길어지고 청소년기 자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결혼이민자의 취업 지원, 다문화자녀 인재 육성 등 다문화가족의 적극적 사회 참여를 위해 내년에도 부처 간 협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의 다문화가족지원사업 현황을 조사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박사는 정부의 이행 실적 점검 결과에 대해 “다문화가족정책이 급증함에 따라 일부 유사사업 중복문제가 발생한 것은 각 부처의 이번 조치로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향후 지역 차원에서도 지자체와 교육청, 민간단체의 사업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다문화가족정책 개선방안 이행 점검 결과를 지난 24일 제10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에 보고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이슈&이슈]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세종시·충북도 사활건 고속도로 유치 전쟁

    [이슈&이슈]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세종시·충북도 사활건 고속도로 유치 전쟁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서울~세종 간 제2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이 이 같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두 사업 설계비가 한꺼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각각의 사업을 지지하는 세종시와 충북도 관계가 대립각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도 뚜렷한 가닥을 잡지 못해 지역 간 갈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2일 제2 경부고속도 설계비 40억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2008년 말 예비타당성이 통과돼 이듬해 설계비 반영이 가능했으나 이처럼 6년째 수포로 돌아갔다. 비슷한 시점에 충북에서 제출한 중부고속도 확장 설계비 20억원도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설방식을 국가재정으로 할 것인지, 민자유치로 할 것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두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 없는 부분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 중 하나만 이뤄져도 당분간 상대방 고속도로가 안고 있는 교통 문제들이 상당수 해결돼 추진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2 경부고속도로는 경기 구리시에서 용인~안성~천안을 거쳐 세종시로 이어지는 길이 129.1㎞의 왕복 6차선 고속도로다. 6조 8000억원을 들여 2017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설계비조차 반영되지 않으면서 시기를 맞추기는 이미 물 건너갔다. 중부고속도 확장은 영동고속도와 만나는 호법JCT(분기점)~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남이JCT 구간 78.5㎞를 왕복 6차선으로 넓히는 사업이다. 4차선 2개 노선이 깔린 동서울~호법 구간과 달리 4차선 하나밖에 없어 교통체증이 갈수록 극심해진다며 충북도가 간절히 확장을 원하는 구간이다. 이 중 1단계 호법~진천IC 44.7㎞는 오래전 도로구역 변경이 확정됐고, 진천IC~남이 33.8㎞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났다. 음치헌 충북도 주무관은 “1단계 중부고속도 확장 사업이 착수될 시점에 제2 경부고속도로가 갑자기 끼어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중부고속도 확장 사업이 호법~진천 6200억원과 진천~남이 3546억원 등 1조원 정도로 제2 경부고속도에 비해 훨씬 적게 든다고 옹호한다. 10~12년이 걸리는 제2 경부고속도로보다 공사기간도 짧다고 덧붙인다. 또 중부고속도 주변 청주, 음성, 진천 등 7개 시·군에 57개 산업단지가 집중돼 있고, 이 일대 발전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확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 사업은 이시종 충북지사가 6·4 지방선거 때 공약으로 내놓아 도의 관철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 음 주무관은 “제2 경부고속도가 건설되면 기존 경부와 중부고속도로 교통량을 16% 소화, 중부고속도 확장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제2 경부고속도에 대해 반대 아닌 반대를 하게 되는 입장이 됐다”고 난처해했다. 도는 제2 경부고속도가 이명박 정부 때 ‘광역경제권 30대 선도프로젝트’에 포함돼 추진됐다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은근히 신경을 건드렸다. 세종시 입장은 다르다. 이두희 시 도로교통과장은 “제2 경부고속도가 건설되면 중부고속도로 체증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된다”면서 “이 고속도로 설계비가 무산된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꺼리는 정부의 속내도 있지만 충북에서 중부고속도로 확장 설계비를 같이 낸 것도 한몫했다”고 서운해했다. 세종시는 제2 경부고속도가 건설되면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새로운 관문이 만들어져 수도권 진입이 좀 더 손 쉬워진다고 주장한다.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정부세종청사에서 8㎞쯤 떨어진 경부고속도로 청원IC를 통해 진입하지만 제2 경부고속도는 세종청사 주변을 지난다는 것이다. 제2 경부고속도로 8개 IC 주변지역의 경제활성화 효과도 있다고 홍보한다. 서울~천안 간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점도 강조했다. 이 과장은 “제2 경부고속도는 국내 유일의 행정도시 세종시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두 고속도로에 대해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두 방안을 놓고 어떤 것이 나은지,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검토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지역의 유치전은 일찌감치 불이 붙었다. 설계비 반영이 무산되기 전인 지난 10월 이춘희 세종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제2 경부고속도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입증됐다. 당의 세종시 건설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로 삼을 수 있는 만큼 당 지도부가 적극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제2 경부고속도가 지나는 충남도도 세종시를 지원하는 눈치다. 지난해에는 제2 경부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천안, 안성, 용인이 세종시와 함께 조기 착공을 공동으로 건의했다. 반면 이시종 충북지사는 평소 “제2 경부고속도가 건설되면 충청권 관문인 오송역 기능이 축소되고 충북 산업단지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는 논리로 새정치연합에 호소해왔다. 게다가 충북지사를 지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를 찾아 “제2 경부고속도가 충북을 경유하지 않아 지역 발전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설득하는 등 당을 떠나 지역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힘겨루기를 벌였다. 이 때문에 세종시 쪽에서는 두 설계비가 모두 무산된 것과 관련해 ‘제2 경부고속도를 무산시키기 위해 충북에서 중부고속도 확장 설계비를 일부러 끼워넣은 것이 아니냐”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세종시와 충북도는 대전시, 충남도와 함께 ‘충청권 행정협의회’를 만들어 지역 공통 현안에 대해 공동 대처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치단체들이다. 그러나 두 고속도로를 놓고서는 미묘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음 주무관은 “중부고속도로를 먼저 확장한 뒤 교통량을 보면서 제2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판단하는 게 옳다”면서도 “같은 충청권인 만큼 다음달 세종시와 만나 서로 상생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뉴스 플러스] 고속도로 통행료 카드로 결제

    30일부터는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신용카드 통행료 결제 서비스를 30일부터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먼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에 도입하고 내년에 민자고속도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온라인화제] 고속도로 통행료, 카드 가능..남궁민 홍진영 키스 “진짜 사귀는 사이?”

    [온라인화제] 고속도로 통행료, 카드 가능..남궁민 홍진영 키스 “진짜 사귀는 사이?”

    28일 온라인상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제2롯데월드 또 사고 소식이 화제다. 이외에도 세븐 전역, 송재림 김소은 내 여자다 발언, 남궁민 홍진영 키스, KBS 연예대상 유재석, 환희 나도 사람 발언 등이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고속도로 통행료 카드 가능 앞으로 현금이 없어도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 또는 체크카드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수 있다. 국토교토부는 신용카드 통행료 결제 서비스를 30일부터 한국도로공사 구간에 우선 도입하고 내년에 민자고속도로까지 확대한다고 28일 밝혔다. 지금까지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지불할 때는 하이패스를 이용하거나 현금·선불교통카드(One Card All Pass 포함)만을 이용할 수 있다. ▼ 남궁민 홍진영 키스 2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 에서는 남궁민 홍진영 커플이 마카오로 여행을 떠났다. 이날 남궁민과 홍진영은 마카오 럭셔리 투어의 마지막 코스로 곤돌라를 탔다. 두 사람은 뱃놀이 중 다리 밑을 지날 때 키스를 하면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곤돌라 전설을 듣고, 본의 아니게 키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남궁민은 홍진영의 볼에 입을 맞췄지만 이를 본 뱃사공은 입맞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부끄러워하던 것도 잠시, 이내 첫 키스를 감행해 화제를 모았다. ▼ KBS 연예대상 유재석 개그맨 유재석이 9년 만에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유재석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2014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유재석은 “정말 몰랐다. 제가 무슨 얘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이번 대상 수상에 다소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해피투게더3’와 ‘나는 남자다’ 제작진과 MC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더불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박명수에게는 “어디선가 디제잉 하고 있을 명수 형 나 대상 받았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송재림 김소은 내 여자다 송재림이 김소은을 두고 ‘내 여자다’라고 발언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리결혼했어요’) 방송에서는 송재림 김소은 커플이 터키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김소은은 방송에서 케밥을 먹던 중 송재림에게 “(케밥에)가시 있는 거 같다. 가시 먹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재림은 그룹 버즈의 곡 ‘가시’를 부르며 “이분이 좋아하시더라?”라고 버즈의 보컬 민경훈을 언급했다. 앞서 민경훈은 김소은을 이상형이라고 꼽은 바 있다. 이에 송재림은 “왜 남의 와이프를 이상형으로 꼽냐. 내 여자다”라며 질투 했고, 김소은은 “(민경훈씨)다음에 기회 되면 꼭 봬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환희 나도 사람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지난 26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4 KBS 가요대축제’에서 가수 임창정과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나 환희는 임창정의 ‘그때 또 다시’를 부르던 중 고음 부분에서 음정과 가사를 놓치는 실수를 보였다. 또 무대 중간 환희는 본인의 목 상태와 컨디션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 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환희는 2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랜만에 가요대축제인데 콘서트와 행사로 인해 결국”이라며 “노래하는 기계이고 싶지만 나도 사람이라 안 되네요. 조만간 다시 충전시켜서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28일 현재 고속도로 통행료 카드 가능, 제2롯데월드 또 사고, 송재림 김소은 내 여자다 발언, KBS 연예대상 유재석, 환희 나도 사람 발언 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스팀 chkim@seoul.co.kr
  • [사설] 대한항공 공무원 좌석 업그레이드는 뇌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이 관경(官經) 유착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국토부 공무원들이 해외출장길에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승급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분노를 더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밝힌 제보 내용에 따르면 국토부 과장 1명과 직원 2명, 공기업 직원 2명 등 5명이 대한항공을 이용해 유럽 출장을 가면서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좌석 승급을 무료로 제공받았다고 한다. 이 같은 ‘부당 예우’가 사실이라면 뇌물과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공무원들의 대한항공 좌석에 대한 특혜가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토부가 어제 뒤늦게나마 좌석 승급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체 감사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국토부의 조사를 국민이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과 감사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좌석 특혜 여부를 포함해 이른바 ‘칼피아’의 실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특혜성 좌석 업그레이드가 과연 국토부 공무원에게만 이뤄졌겠느냐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참에 국토부뿐 아니라 모든 국가 부처로 조사를 확대해 공무원의 ‘좌석 갑질’이라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이번 항공기 회항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져 가는 것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천민자본주의적 황제경영 패악에 덧붙여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의 영혼 없는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사들이 그동안 온갖 로비를 발판으로 ‘갑’의 입장에 올라서서 ‘을’인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말이 시중에까지 나돌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런 국토부에 항공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중차대한 일을 맡겨도 되는 것인가. 무사안일과 타성으로 얼룩진 국토부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몇몇의 일탈행위를 처벌하는 선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조직과 인력 운용 방식을 재검토해 민관 유착의 썩은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대한항공 사무장의 폭로가 있기 전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언했다. 그야말로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서 장관부터 응분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 안젤리나 졸리 연출작 ‘언브로큰’ 2차 예고편

    안젤리나 졸리 연출작 ‘언브로큰’ 2차 예고편

    한 남자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과 그의 용기를 그린 영화 ‘언브로큰’ 2차 예고편이 깊은 감동을 예고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언브로큰’은 1960년대 미국의 영웅이었던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다룬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루이 잠페리니는 이민자라는 이유로 괴롭힘과 멸시를 받았던 가족사로 인해 말썽과 반항으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중 형의 권유로 육상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타고난 집념과 노력으로 19살에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 인생 역전을 이루어 낸다. 이어 1963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5000m 육상 종목에 출전,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한다. 어느날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루이 잠페리니는 공군에 입대하게 된다. 이후 그는 수많은 전투에 참전하면서도 올림픽 우승을 위해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는 등 꿈을 포기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전 수행 중 전투기 고장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추락, 47일간 고무 보트에 의지한 채 표류하게 된다. 삶에 대한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그는 적국인 일본 함선에 의해 구조되고, 850일이라는 기간 동한 전쟁 포로생활을 겪게 된다. 공개된 2차 예고편에는 최연소 올림픽 대표와 제2차 세계 대전 참전, 태평양 표류와 전쟁 포로까지. 쉬이 한 사람의 인생에 일어나기 힘들 것 같은 많은 일들을 겪어 내는 루이 잠페리니의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실존 일물 루이 잠페리니의 “난 삶의 경주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는 말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 2011년 ‘피와 꿀의 땅에서’로 장편 극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이후 4년여 만에 두 번째 연출작 ‘언브로큰’을 내놓게 됐다. 오는 1월 8일 개봉. 사진 영상=UPI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손성진 칼럼] 낮은 데로 임해야 한다

    [손성진 칼럼] 낮은 데로 임해야 한다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거친 막말은 생뚱맞다. 하버드대 박사이고 전직 장관의 딸쯤 되면 점잖고 세련된 언행이 떠오르는 게 상식이다. 돌이켜 보면 항상 세상 무리들의 위에서 살아온 화려한 이력이 독불장군, 안하무인의 태도를 몸에 배게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법관이다.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와서 소년 급제하여 남들은 인생의 바닥에서 쓴맛을 보고 있을 때부터 옛날 식이라면 ‘영감’ 소리를 들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일을 하는 법관들에게도 심하게 말하면 눈에 뵈는 게 없을 때가 있다. 그러니 초등학교만 나온 피고인에게 “부인은 대학 나왔다면서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거 아니에요”라는 비수로 찌르는 것보다 더 심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벌가 자녀들의 일탈 또한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왕자나 공주처럼 태어나 온통 떠받드는 사람들 속에서만 살아온 그들의 시선엔 회사 직원이야 한낱 시종쯤으로 여겨질 터이다. 그런 이들이 과오를 인정할 줄 모르는 것은 잘못을 해도 덮어 버리는 자기중심적 사고로 무장된 탓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겉으론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박 대표가 피해자 다수를 상대로 한 조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똑 닮았다. 특권 의식에 함몰된 사람들에게 시중에 터져 나오는 스캔들은 버스전용차로를 위반하는 것쯤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작금의 갑질 논란과 특권 남용은 유교문화와 군사문화, 천민자본주의의 합작품이다. 사실 권력 있고 돈 있는 이들의 특권 의식은 우리의 과거를 살펴보면 새삼스럽지도 않다. 서구 사회가 18세기 또는 그 이전부터 민중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있었지만 한국은 20세기 초까지도 계급이 엄존한 사회였다. 만연한 특권 의식과 권위주의는 조선시대와 다를 게 없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대리기사에게 고함치는 국회의원이나 막말하는 판사의 몸 속엔 수백년 전 방자한 고관대작의 피가 흐르고 있다. 권위와 계급을 이용한 군인과 교수의 성추행 따위에서도 비루한 양반 기생문화의 악취가 풍긴다. 신분사회의 붕괴는 외세의 힘에 의한 것이었지 자발적 의지가 아니었다. 일제라는 강자 앞에서 모두 약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들은 우리의 세상을 맞이하면서 다른 형태로 신분을 부활시킨다. 근 50년에 걸친 독재와 군부 정치는 권력의 단맛을 체득할 수 있게 했다. 총칼로 무장한 권력자들에게 국민은 때론 섬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짓밟으며 부릴 수 있는 하수인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유대인 다음으로 악착같다는 한국인의 근성은 단기간에 부를 축적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신화처럼 칭송받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한 속병도 커졌다. 많은 사람이 ‘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르는 병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부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밑바닥 인생 철학을 전수하지 못했다. 부자들이 돈을 모을 때처럼 집착한 것은 한 푼이라도 더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뿐이었다. 권력, 돈과는 거리가 먼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라고 예외일까. ‘손님이 왕’이라고 종업원을 하인 취급해도 되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아파트 경비원을 막 대하고 멸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피해 의식에 젖어 또 다른 약자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한다. 비천한 특권 의식을 단지 도덕이나 민도(民度)의 차원에서 논할 수 없는 것은 발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가 신속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의(衆意)를 모아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특권 지향적 의식이 비리와 연결되는 사례는 허다하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를 갈취하는 본사의 행위는 그런 예다. 그래서는 역사의 진보가 있을 수 없다. 권위를 버리고 우리 모두 낮은 데로 임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우리 동네 달력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중구 을지로동 주민들은 새해 달력을 받아 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달력 배경이 정물화나 풍경화, 연예인 등으로 꾸며지는 것이 아니라 옆집 박씨가, 골목 어귀 이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와 이웃의 모습을 확인하는 게 즐겁기도 하고 보람되기도 하다. 주민자치위원인 김모씨는 “주민들의 추억을 담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을지로동주민자치위원회는 2015년 마을 달력 1000부를 만들어 주민과 지역 직능단체에 무료로 나눠 줄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서울시내 자치구 중 2013년 처음으로 배포했는데 첫해에 이어 지난해에도 금세 1000부가 동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마을 달력은 지난 1년간 주민들의 활동 모습을 담았다. 예컨대 을지로동주민센터 민원실과 직원들 모습은 2월에, 중구어울림한마당 행사는 10월에 소개했다. 을지산악회(1월), 새마을지도자협의회(3월),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4월), 방위협의회(5월), 자율방범위원회(6월), 통장협의회(7월), 을지로동주민자치위원회(8월), 청소년지도협의회(9월), 자연보호협의회(11월), 광산회(12월) 등 10개 직능·자생단체의 모습을 배경으로 했다. 특히 이번에는 을지로동 골목 상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게재했다. 월별로 각 직능·자생단체 회의 일정을 표시해 주민 참여를 독려했다. 달력 아래에는 제작에 도움을 준 지역 내 후원 업체 광고도 실었다. 강대성 주민자치위원장은 “직능단체 등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활동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며 “주민들이 단합해 만든 달력인 만큼 을지로동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단독] [美경제 나홀로 훈풍] 미국인에게 “내년 살림살이 좀 나아지겠습니까” 물었더니 51% “NO”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미국인 절반 이상이 내년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유명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새해 전망 조사에서 ‘내년에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9%만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71%는 현재 전반적인 살림살이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새해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절반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새해를 비관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요인이 14%로 가장 많았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12%로 뒤를 이었고 실업률과 정부에 대한 불만족이 각각 10%를 점했다. 높은 성장률에 실업률이 감소하는 등 지표는 좋아졌지만 구직 포기자와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등 체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은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격화되고 있는 정치 대립 심화, 인종차별 논란 확산 등 각종 사회문제도 비관론을 부채질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과거보다 정치 대립이 격화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무려 81%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77%는 향후 5년간 정치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내다봤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정우 한효주 출연作 ‘쎄시봉’ 티저 예고편

    정우 한효주 출연作 ‘쎄시봉’ 티저 예고편

    1960년대를 포크 문화의 아이콘 ‘쎄시봉 멤버들’ 이야기를 그린 영화 ‘쎄시봉’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쎄시봉’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음악 감상실 ‘쎄시봉’ 이야기로, 전설의 듀엣 ‘트윈폴리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의 뮤즈를 둘러싼 애틋한 러브스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화는 당시 대중 음악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가 사실 3명의 ‘트리오’였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트윈폴리오의 실존 인물인 가수 윤형주와 송창식에 이어 가상 인물 ‘오근태’가 더해졌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에는 이런 영화 속 설정을 잘 드러난다. ‘쎄시봉’에서 트리오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윤형주(강하늘 분)와 송창식(조복래 분), 그리고 오근태(정우 분)의 첫 만남. 이후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 분)에게 첫눈에 반해 신경전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 소녀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오빠부대’를 이끈 조영남의 ‘딜라일라’를 비롯해 대한민국 대표 싱어송라이터 이장희의 ‘그건 너’, 그리고 포크음악계의 거성 송창식의 ‘담배 가게 아가씨’ 등 영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추억의 명곡들은 보는 재미는 물론 듣는 즐거움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쎄시봉’에는 김윤석과 정우가 ‘오근태’의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여기에 김희애와 한효주가 여자 주인공 ‘민자영’의 현재와 과거 모습을 각각 맡았다. 이 작품은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김윤석, 정우, 김희애, 한효주의 조합으로 구성했다. 영화 ‘쎄시봉’은 2015년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영상=CJ 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 그라츠’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 그라츠’

    미술관 건축은 어느 건축 분야보다 건축가 자신의 미학과 철학을 살릴 여지가 많은 편이다. 건축가의 상상력과 선진적인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은 독창적인 미술관들이 현대 건축 순례지에 포함되는 이유다. 오스트리아의 제2도시 그라츠에 있는 쿤스트하우스 그라츠는 형태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독특한 외형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미술관이 세계 건축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꼭 가 봐야 할 건축물로 꼽히는 이유는 외형 때문만은 아니다. 미술관이, 문화와 예술이 그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역사 1000년이 넘는 중세도시에 들어선 외계 생명체 같은 이 파격적인 미술관은 도시의 해묵은 과제인 동·서 간 문화적 이질감과 사회적 불협화음을 말끔히 해소시키면서 도시의 문화적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 빈에서 남서쪽으로 약 150㎞ 떨어진 그라츠는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수도 빈의 그늘에 가렸고,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처럼 매력적인 관광 요소가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9세기 도나우강의 지류인 무어강을 끼고 헝가리와 슬로베니아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에 건설된 그라츠는 수 세기 동안 슬로베니아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그들의 수도인 류블랴나보다 더 중요한 곳이었다. 조용하고 목가적이며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라츠의 구시가지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도심 중 하나로, 199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역사지구로 보존되는 구도심은 마치 박물관 같다. 16세기 르네상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란트하우스와 시청인 라트하우스, 그라츠의 상징인 슐로스베르크 시계탑(우어투름)과 아름다운 조각으로 장식된 대성당, 바로크 양식의 에겐베르크궁전 등 많은 고전 건축물들이 구시가지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교육도시로 유명한 그라츠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9명이나 배출한 유서 깊은 명문 대학들이 많다.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크고 두 번째로 오래된 유서 깊은 그라츠대학을 비롯해 건축으로 유명한 그라츠기술대학 등 6개 대학에 4만 4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전체 인구가 25만명인 도시에서 6명 중 1명이 대학생인 셈이니 고풍스러운 도시에 지적인 분위기와 젊음의 활기가 넘친다. 2003년 그라츠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등장했다. 바로 현대미술과 동시대 미술을 전시하는 쿤스트하우스 그라츠다. 쿤스트하우스는 도시를 남북으로 흐르는 무어강의 서쪽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영국 건축가 피터 쿡과 콜린 푸르니에가 디자인한 현대미술관 쿤스트하우스 그라츠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외형 때문에 한동안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외계 생명체 같기도 하고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진 거대한 연체동물 같기도 한 이상한 모습을 한 낯선 침입자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공공 기능을 가진 건물에 어디까지 작가의 상상력을 허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설계안을 놓고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80%가 반대했을 정도로 기괴한 모양이었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고풍스러운 중세 도시에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외형의 미술관이 들어선다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그라츠 시민들이 이 괴상한 건물을 ‘친근한 외계인’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형은 좀 독특하지만 도시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반영해 설계한 미술관은 도시의 해묵은 과제를 시원하게 풀어주며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해묵은 과제란 바로 동서 간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불화였다. 그라츠는 무어강을 사이에 두고 동과 서로 나뉜다. 동쪽은 요새에서 출발해 발달한 도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해발 473m의 슐로스베르크 언덕을 중심으로 구릉을 따라 상점가와 고급 주택가, 대학이 들어서 있고 모든 행정·문화·종교·교육·상업시설도 구도심에 밀집해 있다. 반면 서쪽에는 기차역, 공장, 양조장, 제련소 등의 산업시설에 정신병원과 감옥, 홍등가 등이 자리했다. 동쪽은 중세 이후 귀족, 부르주아 계급의 거주지였고 서쪽은 노동자와 이민자들이 많이 산다. 건물 임대료도 동쪽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강 양안의 공간 구조는 완전히 이질적이고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극심했다. 그라츠시는 그 해결책으로 서쪽 지역에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방치돼 있던 무어강 서쪽에 1848년 지어진 철제 건물과 그 옆 공터에 미래적 디자인의 현대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1998년 현상설계를 실시했다. 사실 현대미술관 건립은 그라츠시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미 1980년대에 현대미술관 건립 계획을 수립해 두 차례 현상설계를 하고 당선작까지 뽑아 놓은 상태에서 정권 교체와 시민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던 터였다. 무산된 두 번의 계획은 무어강 동쪽에 현대미술관을 짓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동서 간 격차가 심한데 현대미술관마저 동쪽에 짓는다는 계획은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웠다. 세 번째 시도를 하던 중 마침 그라츠가 2003년 유럽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그라츠시의 미술관 건립 계획은 탄력을 받았다. 그동안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무어강 서쪽에 쿤스트하우스를 유치해 ‘예술을 통한 사회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도 정치·사회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런던의 건축가인 피터 쿡과 콜린 푸르니에는 무어강을 사이에 두고 이질적으로 발전해 온 도시의 역사적 설정과 그들의 혁신적인 디자인언어를 인상적으로 합성해 쿤스트하우스를 완성했다. 건물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그럼에도 위압적이거나 위화감을 주지 않고 주변의 오래된 건축물들과 잘 어울리는 것은 역시 설계한 두 건축가의 공이 크다. 4층 규모의 유선형 건축물은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이 건물들 사이에 연착륙한 외계 생명체 같다. ‘피부’에 해당하는 외벽은 두게 15㎜의 투명한 청색 아크릴판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붕에는 16개의 관이 연체동물의 빨판처럼 튀어나와 있다. 채광창 역할을 하는 건물의 촉수는 이 도시의 상징인 강 건너편 슐로스베르크 언덕 위의 시계탑을 향해 휘어 있다. 마치 이 도시의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교신하는 것 같다. 미술관은 ‘친근한 외계인’이 소리를 내는 것처럼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건물 외부에서 매시 50분마다 5분 동안 초저음의 진동이 나도록 설계했다. 건물 외벽에는 아크릴판 아래로 930개의 원형 형광 전구가 설치돼 있다. 구도심을 향한 동쪽 입면은 개별적인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미디어 아티스트들을 위한 거대한 캔버스 역할을 하며 밤마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드러운 곡면 스크린에 표현되는 미디어 이미지, 애니메이션은 마치 외계 생명체가 자기만의 언어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건물 상층부에도 ‘바늘’이라고 부르는 기다란 전망대가 설치돼 강 건너 맞은편의 도시와 소통하도록 했다. 2003년 쿤스트하우스의 완공과 함께 그 주변으로 고급 레스토랑과 상점, 영화관, 식당과 카페, 재즈바 등이 속속 들어서 도시의 새로운 문화 축으로 금세 자리 잡았다. 무어강에는 2003년 유럽문화도시 선정에 따라 길이 50m, 넓이 20m의 인공 구조물 ‘무어섬’도 완공돼 쿤스트하우스와 함께 도시 서쪽의 전위적인 풍경을 이룬다. 양쪽 강변에서 팔을 뻗어 거센 물살 위에서 힘차게 악수를 하고 있는 모양으로, 사회적 통합을 상징하는 인공섬이자 인도교에는 카페와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인터페이스 같은 쿤스트하우스가 들어서면서 동서 간 문화적 이질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무어 강변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한 시민은 “쿤스트하우스는 그라츠의 미래를 위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공공예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2015 경제정책 방향] 사학·군인연금 내년 하반기 ‘대수술’

    [2015 경제정책 방향] 사학·군인연금 내년 하반기 ‘대수술’

    공공 부문 개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수술’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으나 사실상 ‘선거 없는 해’인 내년을 넘기면 연금 개혁의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정부의 절박함이 엿보인다. 사학연금은 내년 6월, 군인연금은 내년 10월에 개혁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사학·군인연금도 공무원연금과 같이 더 내고 덜 받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연금을 적게 받는 하후상박(下厚上薄)식으로 뜯어고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야당의 반대에 막혀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년 1월 중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힘을 쏟을 작정이다.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성 확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본부 등 운용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조직을 재편하고 운영 방식도 전반적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경쟁 요소는 강화한다. 위탁운용사의 운용성과에 대한 비교·평가 기준을 개선해 운용사 선정과 관리에 반영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부채 감축, 방만경영 개선 등 1단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유사·중복 기능을 통폐합하는 2단계로 접어든다. 정부는 공공기관으로 미지정된 자회사까지 포함해 모든 기관의 기능과 조직을 재설계하기로 했다. 민간투자 사업은 기존의 수익형 민자사업(BTO)을 보완한 손익공유형(BOA) 방식을 도입한다. 비용보다 수입이 많으면 초과 이익을 정부와 민간투자자가 공유하되 손해가 날 경우 민간투자자도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는 제도다. 줄줄 새는 정부 예산도 막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 유사·중복되는 재정 사업을 가려내 2016년 예산을 편성할 때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부처별 보조금 총량제 도입도 검토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다문화가족지원 포털 ‘다누리’ 전면개편

    다문화가족지원 포털 ‘다누리’ 전면개편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들이 전국 21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보’ 메뉴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사용자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포털 ‘다누리(liveinkorea.kr)’를 개편했다고 22일 밝혔다.  2010년 4월 오픈한 다문화가족지원 포털 ‘다누리’는 한국생활에 필요한 생활정보 제공, 결혼이민자 주요 출신국 문화소개, 온라인상담 등을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타갈로그(필리핀)어, 크메르(캄보디아)어, 몽골어, 러시아어, 일본어, 태국어 등 10개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여가부는 이번 개편에서 다문화가족들이 ‘다누리’포털의 정보를 종이책처럼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정보를 집적하는 등 사용자 기능을 강화했다.  다누리포털에 있는 다문화가족 정보매거진 레인보우플러스(Rainbow+)의 인기 콘텐츠인 ‘맛대맛, 레인보우 카툰’의 경우 따로 페이지를 구성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되도록 했다.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레인보우 소통’도 개설했다.  ‘학습정보’에서는 다문화 이해를 돕기 위한 ‘우리는 서울에 산다’, ‘어느 독학생들’, ‘모자이크 프로젝트’와 같은 콘텐츠가 새롭게 구성돼 일반국민들도 쉽게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누리 포털의 자료실에 있는 일반자료도 모두 전자책(E-book)으로 제공, 이용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여가부는 국제결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결혼상대국 주한 대사협의체와 지난 19일 가진 간담회에서 ‘다누리 포털’과 ‘다누리 App(앱)’ 등을 시연하며, 한국 정부가 다문화 가족 및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생활에 쉽게 적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점을 알렸다. 지난해 여성·청소년·가족행복 모바일앱 개발대회에서 만들어지고 현재 재능기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누리 App’은 주 콘텐츠인 ‘한국생활안내’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손애리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이번에 개편된 다누리 포털 및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다문화 관련 다양한 자료를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및 서비스 소식도 한 눈에 볼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보다 유용한 정보제공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폭력 의한 민주주의 추구… 헌법 기본질서와 근본적 충돌”

    “폭력 의한 민주주의 추구… 헌법 기본질서와 근본적 충돌”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근거는 당의 목적과 활동 모두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충실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1년여 동안 펼쳐진 공방에서 법무부 측이 주장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진보적 민주주의’에 발목 헌재는 통합진보당의 지도적 이념이자 핵심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그 용어 자체로는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의 인적 구성과 실제 활동으로 미뤄 당의 최종 목적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민족해방(NL) 계열 인사들이 진보적 민주주의 이념을 통합진보당에 도입했는데 상당수가 과거 민혁당이나 실천연대·일심회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 주체 사상을 좇고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등 이른바 ‘종북세력’이라고 여긴 것이다. NL 계열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대체했는데 헌재는 이들의 역사 인식 뿌리를 북한의 대남혁명론에서 찾고 있다. 남한사회가 천민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특권적 지배계급이 민중을 수탈하는 불평등 사회이며 민족해방·민중민주 혁명을 통해 현 체제가 대체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그동안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1945년 강연에서 비롯된 북한 건국 이념이고 통합진보당이 이를 계승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음모 사건에도 발목 통합진보당 활동 역시 폭력적·비민주적이어서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특히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음모 회합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지하혁명조직(RO)과 비호·묵인 세력으로 구성됐다는 법무부 논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헌재는 특히 내란음모 회합을 놓고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며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란음모 회합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헌재는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 등 토론과 표결에 의하지 않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일부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 한 것이 선거제도를 무너뜨리는 등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원직 상실로 정당 해산 실효성 도모 헌재가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것은 정당 해산 결정의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의원직을 유지하면 실질적으로 통합진보당이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헌재는 정당 해산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을 부득이하게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당 해산 결정 시 의원직 상실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논란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입후보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정당 존립 여부가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아 의원직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의원직 상실의 경우라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상실, 비례대표만 상실 등으로 입장이 나뉘었는데 이번에 ‘교통정리’가 된 셈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보전산지 내 병원 부대시설 설치 가능해진다

    #보전산지에 있는 K병원은 이용객 증가에 따라 주차장 및 장례식장 신설 등을 추진했지만 병원 부대시설은 보전산지에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산지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병원 옆에 따로 주차장 등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A군(郡)은 토지가격이 저렴한 산지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30㏊ 이상 산지 이용 시 편입되는 보전산지 면적이 A군의 보전산지 비율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규제에 걸려 무산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관광·산업단지 조성 시 평균 입목축적이 지역평균 이하 지역은 보전산지 편입비율 제한을 받지 않도록 산지관리법이 개정돼 개발이 가능해졌다. 산림청의 산지 관리가 ‘합리적 규제’로 전환됐다. 18일 산림청에 따르면 각 법률로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군사·공공시설 등을 제외하고는 개발 및 이용에 제한을 받는 보전산지가 전체 산림(641만㏊)의 77%(494㏊)에 이른다. 하지만 기존 제도가 녹화와 산림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산림청은 보전산지와 관련한 불합리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보전산지가 많은 강원지역 등은 그동안 편입제한 규제로 각종 지역개발 사업의 발이 묶인 실정이었다. 중복규제를 폐지해 산지를 이용한 투자 활성화의 길도 텄다. 그동안 국토계획법상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는 관광·휴양시설 설치가 가능했지만 산지관리법상 공익용 산지에서는 불허됐다. 양양국제공항 주변 민자 유치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들어 해당 법률의 행위제한만 받도록 산지관리법이 개정됐다. 49년간 유지되던 벌기령(伐期齡·임목을 벌채에 이용할 수 있는 연령)을 완화한 것도 같은 취지다. 참나무는 벌기령이 50년인데 시장에서는 표고 자목으로 25년생 수요가 많고 가격대도 높다. 30년 이상 된 나무가 산림의 67%를 차지하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한 채 소나무재선충병·참나무시들음병 등 병해충 피해가 집중되면서 벌기령이 국산 목재 활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존 관리 틀은 유지하되 보전가치가 낮아진 산지에 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하자는 취지”라며 “일정 규모 이상 개발은 국가 육성산업 및 지정 구역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난개발이나 산림 훼손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의원직 상실…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충격’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의원직 상실…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충격’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김이수 헌법 재판관 이정희 이석기 김재연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의원직 상실…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충격’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근거는 목적과 활동 모두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충실한 조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우선 통진당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핵심강령으로 도입한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 인사들이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데 주목했다. 용어 자체가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도세력의 인적구성과 실제 활동을 통해 파악해보니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 통진당의 최종 목적이라는 게 헌재의 결론이다. 주도세력 상당수가 과거 민혁당이나 실천연대·일심회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실제로 옛 민주노동당 시절의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대체한 세력은 민족해방 계열이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김일성의 1945년 강연에서 비롯된 북한 건국이념이고 통진당이 이를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민족해방 계열의 역사인식이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뿌리를 둔다고 판단했다. 남한사회를 천민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특권적 지배계급이 민중을 수탈하는 불평등사회로 보고 민족해방·민중민주 혁명을 통해 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체제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이런 목적을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 역시 폭력적·비민주적이어서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봤다. 이는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RO’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이 곧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통진당이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RO’와 그 비호·묵인세력으로 구성됐다는 법무부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헌재는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 등 그동안 통진당의 활동이 법치주의와 선거제도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폭력과 위계까지 동원돼 민주주의 이념에 반한다고 봤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을 언급하면서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헌재가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판결을 내린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서도 활동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엄격한 요건 아래 정당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됐다”며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을 부득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 실질적으로는 통진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으면 정당 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다수의견에서 의원직 상실 선고에 관해 자세히 밝힌 것과 달리,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해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만큼 거기까지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의원 5명은 김미애, 오병윤, 이상규, 김재연, 이석기 의원이다. 법무부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만 청구했기 때문에 같은 당 소속 지방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다.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 등 지방의원 총 37명이 통진당에 속해 있다. 김이수(61·사법연수원 9기) 헌법재판관은 이날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한 유일한 헌법재판관이다. 법관 출신인 김 재판관은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고법 재직시 전동스쿠터를 타고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장애인에게 도시철도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많이 내놨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실을 왜곡 발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했다. 2012년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재판관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교원 노조의 정치활동을 전부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여회 완주한 베테랑 마라토너이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통합진보당 지역구 의원 3명의 선거구에서는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진당 의원 지역구 3곳에서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선거일은 4월29일이다. 현역의원은 김미희(경기 성남중원구), 이상규(서울 관악구을), 오병윤(광주 서구을) 의원 3명이다. 현재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 등 비례대표 2명의 의원직 상실과 관련해서는 2명의 의석 승계 없이 내후년 20대 총선 때까지 의원정수가 298명으로 유지된다. 정당이 해산돼 의석 승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진당에는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 등 지방의원 총 37명도 속해 있다. 이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는 헌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정당 해산은 정당의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등 정당을 형성하는 전부를 해체한다는 의미다. 우선 통진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가보조금 등 각종 정치자금이 포함된다. 다만 해산 이전에 지급된 국가보조금까지 추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재산을 빼앗는 것은 물적 기반을 상실시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해산에 대비해 당 재산을 사유 재산으로 전환한 경우 이를 몰수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학설이 엇갈린다. 통진당은 또 기존 강령과 같은 것으로 대체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한번 해산되면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도 다시 쓸 수 없다.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대체 조직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향후 선관위가 통진당의 대체 정당 등록을 거부할 경우 통진당은 정당법 40조의 관련 조항이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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