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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이기웅(李起雄·69) 파주출판도시 이사장은 4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완전 절제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출판도시병’ 이다. 병은 별것 아니지만 힘이 달려 맘껏 일을 못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전문출판사 열화당의 대표이지만 회사일을 제쳐두고 파주출판도시를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데 매달린 결과다. 출판도시를 완성하는 데 걸린 20년 세월이 암세포가 되어 위를 갉아먹었다. 지난 13일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도시의 심장부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활판공방, 열화당출판사를 이리저리 오가며 6시간 동안 이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갖가지 업무와 모임이 그를 놓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쉴새 없이 전화를 받고, 지시를 내리고, 협조를 구했다. 사안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입주 출판인클럽 회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곰탕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고, 엘리베이터 타기를한사코 거절한채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1단계를 마무리짓고 2단계로 접어든 파주출판도시에는 아직도 그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산 집을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출판도시내 열화당 출판사에 침대를 들여놓고 산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집을 처분하고 출판사 신관 4층에 꾸민 생활공간으로 아예 이사를 오기로 했단다. 여러 출판인들의 이사 행렬도 이어질 예정이다. 불꺼진 출판도시의 밤을 가장 싫어하는 이 이사장이‘불이 꺼지지 않는’ 출판도시에 상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책이란 무엇입니까. 또 출판인들에게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이 서야 나라가 섭니다. 책은 말을 세우는 도구입니다. 출판인은 문자를 통해 말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책은 ‘영혼의 지도’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출판인이라면 유네스코 헌장 중에 ‘우리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는 문구를 명심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1980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출판협회(IPA)총회에서 ‘도서관 사서의 나태함’을 출판의 자유를 저해하는 요소의 하나로 지적한 보고서를 읽고 감회에 젖은 적이 있습니다. 책의 남발도 경계의 대상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경우 무려 100여종이 쏟아졌습니다. 세계 10위권 출판대국의 허명이자 숨기고 싶은 치부죠. 파주출판도시는 흐트러진 책의 질서를 바로잡고, 출판인들의 허물을 성찰한 뒤 회복시키는 ‘책의 유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가 2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사장께서는 ‘비와 바람의 도시일지(都市日誌)’라는 책에서 1988년부터 2007년까지 장장 20년 간의 출판도시 건설과정의 풍상을 정리하셨는데 출판도시의 미래상은 어떤 겁니까.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출판도시는 21세기 한국출판의 미래입니다. 책의 내일이기도 하지요. 21년 전 이기웅, 김경희(지식산업사), 김언호(한길사), 박맹호(민음사), 윤형두(범우사), 전병석(문예출판사), 허창성(평화출판사) 등 뜻이 맞는 출판인 7명이 북한산과 도봉산을 오르내리며 ‘산상(山上)결의’를 맺은 결과물입니다. 여기에 입주업체와 건축가들이 맺은 ‘위대한 계약서’덕분에 출판과 건축의 만남, 출판과 도시의 희귀한 만남이 이뤄졌어요. 전체 부지 48만여평 중에서 26만여 평에 해당하는 1단계 지구에 250여출판 관련업체가 입주했습니다. 앞으로 22만 평에 이르는 2단계 지구에서는 영화와 활자가 만나게 될 겁니다. 또 두 개의 도서관 즉 ‘아시아지식문화 아카이브’와 ‘영혼의 도서관’이 새로운 코어가 될 겁니다. →자서전을 집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네. 틈틈이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살아 생전 자서전을 출간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료를 정리해 놓을 뿐이고 출간여부는 내가 죽고 나서 행해질 일입니다. 영혼의 도서관에서 그런 일이 이뤄질 겁니다. →‘영혼의 도서관’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책 중의 책은 자서전입니다. 고인의 유족 또는 친지와 협력해서 고인이 써 왔던 자서전의 원고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킨 뒤 소장하는 사후 도서관입니다. 죽어서 아름다운 책더미에 묻히게 되는 셈이지요. 저의 마지막 책, 자서전도 영혼의 도서관 서가에 꽂히게 될 것입니다. →출판도시는 도시 전체가 건축물의 경연장이네요. 단순한 출판도시가 아니라 인간성 회복을 꾀하는 인간도시, 문화도시, 박물관도시를 지향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목표를 이루셨나요. -출판산업의 세 요소는 기획, 생산, 유통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해 바로 옆 인쇄소에 보내 인쇄·제본·제책을 완료한 뒤 출판물종합유통센터를 통해 공급하는 원스톱 체제를 갖춘 것이죠. 책의 수요를 예측해 남발을 막고, 서로 노출돼 있기에 부끄러운 책을 만들지 못합니다. 편집자끼리 책을 교환하게 되면서 기획과 편집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책의 질이 30% 이상 좋아졌고 물류비용도 30% 이상 줄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진 게 최고의 성과이죠. →열화당의 도서목록에서는 생소한 안중근 의사 관련 책을 내신 적이 있는데…. -대문호 톨스토이는 삶 자체가 ‘참회록’을 쓰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해 온 인생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참회록을 쓰듯 인생을 살려고 애썼습니다. 1993년 일산에 출판도시를 들이기로 한 계획이 틀어지고 난 뒤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습니다. 빛을 찾은 것이 1995년 노산 이은상 선생이 정리한 안중근 의사의 공판기록 번역본이었지요. 그때까지 안 의사를 너무 몰랐습니다. 안다는 것은 깨달음인데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깨달음이 아닙니다. 공판기록 속에서 안 의사의 엄청난 외침을 듣고 비로소 깨달은 거죠. 나의 고통은 고통도 아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자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2000년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안중근투쟁기록을 옮겨 엮은 까닭입니다. 출판도시 본부에 안의사의 흉상을 세웠죠. 안 의사는 출판도시의 정신적 감리인입니다. 개인적으론 안 의사로부터 출판도시를 완성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현재 수행 중입니다. ■ 李이사장 문화유전자는 강릉 선교장서 자라 ‘제2의 율곡’ 꿈꾸다 이기웅은 한때 1만명의 소작인을 두고 ‘관동제일가’를 자처하던 강릉 선교장(船橋莊)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전주 이씨 종손의 당숙이다. 선교장의 사랑채이자 문집과 서책을 간행하던 열화당(悅話堂)이 놀이터였다. 군불을 때고, 책 심부름하던 소년이었다.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는 열화당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유래했다. 예전엔 ‘열화당 강릉 1815, 서울 1971’이라고 새긴 명함을 들고 다녔다. 서울서 출판사를 세운 것은 비록 1971년이지만 열화당의 전통은 선교장이 지어진 1815년부터라는 자부심의 발로였다. 1996년 바르셀로나 국제출판협회(IPA) 총회 때 100년 넘은 유서 깊은 출판사에 기념패를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국에 1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확인소동이 벌어졌다. 얼마 전 열화당 출판사 신관 도서관건물에 개인생활공간을 지으면서 선교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인 활래정(活來亭)의 개념을 부활시켰다. 그가 강릉에 가면 묵는 정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감실(龕室)도 만들었다. 신위(神位)나 불상, 초상, 성체(聖體)를 모시는 종교적 장소다. 모친의 사진과 오늘의 이기웅과 열화당을 있게 한 스승들을 모실 생각이다. 그는 선교장의 ‘문화적 유전자’를 가장 진하게 물려받은 후손이다. 하지만 친탁과 외탁의 비율을 처음엔 ‘7대3’이라고 했다가 곧바로 ‘6대4’로 정정했다. 모계 혈통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됐다. 그는 “율곡 이이 선생을 닮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본(율곡은 덕수 이씨)도 다르고 500년 가까운 세월 차에도 불구하고 강릉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활동했으며, 말년에 파주에 정착해 생을 정리하는 것이 율곡의 삶의 궤적과 동일하다. 결코 우연은 아닌 듯싶다. ●약력 ▲강릉 출생(1940년) ▲강릉상고, 성균관대 철학과 졸업 ▲일지사 입사 ▲열화당 설립(1971년) ▲서울 올림픽조직위 전문위원 ▲서울예술대학 강사 ▲출판저널 창간편집인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수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출판학회상 ▲백상출판문화상 ▲중앙언론문화상 ▲가톨릭 매스컴 대상 ▲인촌상 ●주요 출판·저술 미술문고, 미술선서, 한국의 굿, 한국의 고궁, 한국의 탈놀이, 교양한국문화사,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열화당미술문고, 영상원 총서, 경주 남산, 서원, 우리 책의 장정과 장정가들, 몽골의 암각화,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 의리를 지킨 소
  • 대중가요에 스민 시대정신 엿본다

    힙합에 심취하던 젊은이도 사랑에 실패하고 나면 여지없이 대중 유행가에 상처입은 가슴을 흘려보낸다. 일제 강점기부터 산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의 아픔을 대변하거나, 때론 위로한 대중가요에 대한 본격 연구서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이 책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은이가 김장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기 때문. 김 차관은 2007년 7월 민음사와 ‘한국 대중가요에 스며있는 정치·사회적 배경’(가제)의 출판 계약을 맺고 원고도 이미 완성해 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차관에 오른 뒤 “공무와 다소 거리가 있는 출판으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여 출판을 일단 뒤로 미뤄뒀다.김 차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대중가요는 모두 13곡. 1920년 이애리수가 부른 ‘황성옛터’, 1930년대 진방남의 ‘꽃마차’, 1940년대 이인권의 ‘귀국선’, 1950년대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 1960년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1970년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등이다.김 차관은 “거시적으로 하나의 대중가요가 서민들 가슴에 울림을 만들어내기까지 정치·사회적인 배경을 살펴보고, 미시적으로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가수와 작곡가, 작사가, 음반제작자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테면 1969년에 발표된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는 중동건설과 월남전으로 가족을 남겨두고 해외로 돈벌이를 떠나는 가장들의 아픔을 담은 노래였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조기유학이 유행하게 되자 홀로 남은 아버지를 기러기 아빠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김 차관이 대중가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하와이대학 정치학 박사 과정 시절. 동료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1920년에서 1970년까지 대중가요 몇 곡을 선정하고, 노래에 깔려 있는 정치·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한 시간짜리 세미나에서 그는 직접 몇 곡을 불렀고, 몇 곡은 음반으로 들려줬다고 한다. 세미나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1992년 돌아온 김 차관은 이후 주말이면 도서관을 뒤지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대중가요에 얽힌 사연을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자료들이 그를 찾아오기도 했다. 15년 동안에 걸친 연구 덕분에 그는 술자리에서는 노래 한자락을 꺼낼 때면 그 노래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설명한다. 너무나 학술적으로 대중가요를 분석하는 바람에 좌중은 입을 딱 벌릴 지경이다. 지난 1월말 대통령과 장·차관 연석회의에서도 자신의 장기로 앙코르를 받았다고 한다. 민음사측은 “대중가요만큼 시대정신과 서민의 정서를 표현한 교과서가 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과학자들의 연구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관료가 아니라 학자로서 정면승부해도 충분한 연구자료다.”라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너무 가벼운 소설시장

    요즘 소설은 짧다. 단편소설은 원고지 80~100장 남짓이다. 중편소설은 250장 안팎이고, 장편소설이래야 원고지 800장을 넘을 뿐 1000장을 넘기는 경우도 흔치 않다. 여기에 ‘경(輕)장편소설’이라는 500장 정도의 ‘짧은 장편’까지 가세했다. 경장편은 문단에서 합의,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분량 개념으로 나눌 때 쓰이곤 한다. 물론 소설의 분류는 단순한 분량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변화는 묵직한 주제보다는 가벼운 주제와 이야기를 선호하는 소설 시장의 추세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 이에 대해 ‘출판 상업주의의 소산’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함께 ‘독자와 소설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민음사가 만드는 계간문예지 ‘세계의문학’ 봄호는 이번 호부터 원고지 500장짜리 경장편소설을 통째로 실었다. 2006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아직 새 작품집을 내지 않은 김이설의 신작 ‘나쁜 피’가 시작이다. 김이설 뒤로도 이홍, 황정은, 하재영, 박주영까지 신인급 작가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민음사는 이를 단행본 시리즈로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물론 김이설의 작품은 여느 젊은 여성작가의 소설처럼 일상과 소비의 주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학과 피학을 한몸에 순환시켜야 하는 인물의 등장으로 둔중하기까지 할 정도다. 예술성과 미학성이 강조되는 단편소설은, 보통 ‘돈’이 되지 않는다. 출판사도, 작가도, 그리고 독자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중층 서사구조에 미학성이 가미된 중편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적으로 출간할 수 없는 분량이라 ‘돈’이 안 된다. 또 유장한 흐름 속에 인간과 세계의 총체성을 보여주는 장편소설은 안타깝게도 너무 무거워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성과 시장을 모두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민음사의 ‘경장편소설 시리즈 출간 기획’으로 표출되고 있다. 강미영 문학팀장은 “문학잡지의 소설이 연재 형태가 아니라 전재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면서 “기성작가들이 아닌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과 문학의 본질도 고수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결단”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국문과 김종회(문학평론가) 교수는 “가벼운 서사 구조를 원하는 독자의 독서 취향을 따라가야 한다는 절박함을 풀어나가기 위한 문학계의 적극적 조치로 바라볼 수 있다.”면서도 “자칫 가벼운 독자와 시장의 경향만을 추종하는 출판 상업주의로 빠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추수주의와 출판사의 상업적 오만에 대한 경계를 주문한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원작소설 달콤한 공존

    영화·원작소설 달콤한 공존

    영화계와 출판계가 사이 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두 분야간 협업이 활발했던 때도 드물다. 최근 들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개봉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번 달만 봐도 ‘레볼루셔너리 로드’, ‘말리와 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원작이 있는 영화가 줄을 이었다. 여기에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쇼퍼홀릭’,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새달 찾아오고, ‘박쥐’(원작 ‘테레즈 라퀸’),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쌍둥이별’, ‘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올해 줄줄이 개봉한다. 2006년 개봉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출판사와 영화사의 공동 홍보마케팅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원작영화를 수입하거나 제작한 영화사가 출판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벌이는 일은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윈·윈’ 전략은 흥행에서도 대체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편이다. 로맨스 판타지물 ‘트와일라잇’이 좋은 사례. 지난해 12월 처음 국내 개봉했고, 지난 26일부터 재상영에 들어간 이 영화는 140만명의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그러자 원작 소설의 인기도 더불어 올라갔다. 인터파크 도서 집계에 따르면 영화 개봉 전후 한 달간을 비교했을 때 1일 평균 판매량이 6배가량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은 흥행 못해도 원작소설 판매량 늘어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해도 베스트셀러나 유명 작가의 작품일 경우, 원작 소설 자체의 동력으로 판매량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11월20일 개봉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관객동원은 총 64만여명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냄출판사가 펴낸 원작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영화 개봉 다음 주부터 5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한국출판인회의 집계)를 지켜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인 덕분이다. 이진숙 해냄출판사 편집장은 “‘눈먼 자들의 도시’가 지난해 5월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11월엔 국내 개봉까지 이뤄지면서, 영화의 영향으로 판매고가 부쩍 올랐다.”며 “지난 1998년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25만부가 팔렸는데, 그 중 15만부가 지난해 이후 판매됐다.”고 밝혔다. 개봉 영화의 관심과 인기로 잊혀진 원작소설이 재출간되고 상승세를 타는 경우도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이에 속한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제작 규모, 브래드 피트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아카데미상 13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으로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영화 누적 관객 수는 96만명에 불과하지만, 서점가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올 들어 민음사, 노블마인, 문학동네 등 무려 출판사 7곳에서 개봉 시점에 맞춰 원작 책을 출간했다. 물론 이렇게 여러 출판사가 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은 작가 피츠제럴드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퍼블릭 도메인’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제 영화제 수상도 영향 줘…좋은 원작 확보 물밑 경쟁 치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원작의 판매는 큰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원작의 장르와 관련이 있는데, 비소설일 경우 영화와의 연계성이 높지 않아 흥행세를 등에 업기 어려워진다. 지난 12일 개봉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도 2주만에 관객 64만여명을 끌어모았지만, 원작인 동명 연애지침서의 판매 상승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진숙 편집장은 “원작 내용이 궁금해져야 영화 관객이 독자로 옮겨오는 만큼, 각색을 많이 거치는 비소설은 소설만큼 영화의 영향력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화 개봉 시점과 원작 판매율 변화는 어떤 상관관계를 보일까. 김미영 인터파크 도서 마케팅팀 과장은 “영화 개봉 한 달 전 즈음 프로모션이 열리는 시점부터 판매가 오르기 시작하며, 시사회 리뷰가 나오고 극장개봉이 되면 확연히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새달 5일 개봉하는 ‘왓치맨’도 비슷하다. 그래픽노블 ‘왓치맨’의 출간사인 시공사 마케팅팀에 따르면 ‘왓치맨’의 하루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후로 2~3배로 늘었고, 출고량도 4~5배에 달할 정도다. 국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은 원작의 판매를 부채질한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올해 아카데미상 8관왕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새달 19일 개봉)는 하루 출고량이 지난 23일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평균 50부에서 500부로 껑충 뛰었다. 장으뜸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은 “영화 홍보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개봉 시점에 이르면 3000~5000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트 윈즐릿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원작 출판사 ‘이레’도 마찬가지다. 봉정화 ‘이레’ 편집팀 과장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런 연유로 영화로 제작되는 원작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조용호 시공사 마케팅팀 대리는 “요즘은 영화 제작 소식이 들리면 출판사들이 수소문을 통해 앞다퉈 계약하려고 한다.”면서 “2~3년 전에 판권을 확보해 출간하고, 개봉시기에 이르면 한두 달 전에 표지나 제목을 바꾸는 등 재발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영화·소설 공동마케팅 어떻게 제목·표지는 영화에 맞춰 시사회·경품행사 등 이벤트 풍성 영화와 출판의 공동 마케팅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시너지 효과가 입증되면서 갈수록 다양화하고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디까지나 윈·윈 차원인 만큼 비용 혹은 수익 분담이나 공식 제휴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우선, 국내 개봉 영화 제목에 책 제목을 맞추는 일이 늘고 있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와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제목을 바꾼 경우. 두 작품의 기존 제목은 각각 ‘책 읽어주는 남자’(이레·2004년), ‘Q&A’(문학동네·2007년)였다. 이현자 문학동네 해외문학1팀장은 “지난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각종 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말쯤 재발간 기획에 들어갔으며, 오는 3월 국내 개봉되는 영화 제목에 맞춰 책 제목을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책의 표지나 띠지, 래핑 이미지를 영화 스틸컷과 포스터로 바꾸는 일도 증가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원작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해냄)의 제목을 영화대로 바꾸면서 표지를 싸는 래핑 이미지를 영화 속 이미지로 바꿨다. ‘말리와 나’(세종서적)도 2006년 출간 당시 책 주인공 말리의 실제 사진을 표지로 썼으나, 이번에 재출간하면서 영화 ‘말리와 나’ 포스터를 사용했다. 홍보 효과 진작을 위해 시사회 티켓, 영화할인권, 예매권, 책 나눠주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특히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출판사 문학동네는 작품의 문학성이 높은 만큼 3월 영화 시사회 때 문인 20여명을 초대하기로 했다. 장으뜸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은 “‘어톤먼트’ VIP 시사회 때 같은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영화계와 문학계 양쪽에서 평이 나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어 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왓치맨’을 펴낸 시공사는 영화 속 스마일 이미지를 배지로 만들어 온·오프라인 책 구매자 6000여명에게 경품으로 끼워 준다. 무엇보다 핵심은 서로 최대한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 예고편에서 ‘전 세계 36개국 원작 출간’이란 문구를 넣어 소설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또 언론사 보도자료와 지면광고, 포스터는 물론 커피숍 테이블매트나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에도 영화·소설 홍보를 함께 넣기로 했다. ‘왓치맨’은 반디앤루디스 코엑스점 등 서점 진열대에 영화 예고편 동영상을 모니터로 틀어주고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힌두 인도 vs 이슬람권 파키스탄 분쟁의 역사 파헤치다

    어찌 보면 중동의 가자지구나 인도의 카슈미르나 전 세계 분쟁지역들이 50년 넘게 유혈사태를 빚고 막대한 사상자를 내는 원인은 20세기 초 제국주의 통치 잔재나 흔적 탓이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식민지에서는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생국가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민족주의란 배경은 또 다른 분쟁의 원인이 됐다. 신생 국가 내의 소수민족과 다수민족 사이에 권력을 둘러싸고 민족문제가 불거지거나 인근 국가들과 종교, 인종적인 갈등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원활한 식민통치를 위해 ‘분리해서 통치하라.’는 원칙을 준용해 가면 한 나라를 분열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주요 분쟁지역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도 같은 양상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조길태 지음, 민음사 펴냄)은 카슈미르를 중심으로 한 양국 간의 분쟁을 인도에서의 파키스탄 분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주대 사학전공 교수인 저자는 두 나라의 대립과 분쟁이 단지 종파적 민족주의의 산물인지 또는 영국 제국주의 정책의 일환인지 자문하고 있다. ●인도에서 파키스탄 분리 중심으로 분쟁사 분석 힌두 국가였던 인도에 이질적인 무슬림이 섞인 것은 12세기 말 무슬림 왕조가 수립되면서다. 인적 구성상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200여년 동안 힌두의 관직진출은 무슬림보다 많았다. 이에 19세기 후반 무슬림의 지도자인 사예드 아메드 칸은 무슬림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영국 정부로부터 무슬림에게 유리한 분리 선거제의 특혜를 얻어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인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두 개의 민족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다른 한편에서 무슬림의 분열 운동을 촉진시켰다. 영국으로서는 ‘분리통치’를 통해 식민지 인도 내부에서 정치적 급진주의를 억제하고, 종파적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통치의 안정을 확보하려고 한 것이다. 이런 분리통치의 결과 2차 대전이 종식되고 1947년 8월 영국이 인도에서 철수하자 인도는 힌두의 인도와 무슬림의 파키스탄으로 분리된다. 분리된 인도의 힘은 불가피하게 국제사회에서 약해진다. 여기에 두 개의 국가로 분리된 이후에도 전쟁의 형태로 갈등이 지속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 후 3차례의 전쟁을 치렀는데 이중 2번이 인도령인 카슈미르가 발단이다. 카슈미르는 이슬람교가 전체인구의 77%, 힌두교·불교·시크교가 23%다. 종교적인 측면이나 전체 국민의 뜻을 따지자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파키스탄으로 편입됐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카슈미르 지방을 통치하던 힌두계 토후 왕족들은 인도 편입을 선언했다. 만약 영국이 식민통치 과정에서 두 개의 종교적 세력(민족)을 용인하지 않거나, 철수하는 영국이 카슈미르의 주민 80%인 무슬림의 뜻을 고려하는 장치를 마련했더라면 현재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해 10월 카슈미르 이슬람 세력이 파키스탄의 지원 아래 수도를 점령하려고 하자 인도가 군대를 파견해 1차 인·파 전쟁이 시작됐다. 그 다음해 8월 유엔 개입으로 정전합의가 이뤄졌고,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에 각각 63%, 37%씩 영토가 쪼개졌다. 2차 인·파 전쟁은 1964년 파키스탄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을 공격하면서 발발했다. 1980년대 들어서서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내 이슬람 세력이 분리독립 운동을 시작하면서 양측 간 충돌은 더욱 빈번해졌다. 이때 결성된 ‘잠무 카슈미르 해방전선(JKLF)’은 파키스탄의 지원 아래 테러전을 시작했다. 인도군도 이들과 이슬람 주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보복을 자행했다. 2007년 12월 인도 국회의사당 폭탄테러도 JKLF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파키스탄 문명의 충돌 세계에 재난 될 것” 핵무기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두 국가만의 비극이 아니라 전 인류에게 가공할 만한 재난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중동처럼, 힌두권과 이슬람권의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제주의와 세계 시민 사상을 강조하는 국제적 개방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에 의해 분열되고 억악받던 국가가 통일운동이나 해방운동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2만 8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맛살라 인디아(김승호 지음,모시는 사람들 펴냄) 현직 외교관이 주인도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2년 동안 체류하면서 적은 생생한 인도 보고서다.‘맛살라’는 인도 향신료 이름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한 것.그 향신료처럼 인도의 경제 문화 의학 교육 종교 정치를 아우르는 종합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세계 최대 빈자와 최대 부자가 공존하는 인도의 빛과 그림자,인도의 6대 인종 이야기,인도의 파워 등이 담겨있다.1만 5000원. ●마케팅의 중력을 발견하다(지미 비 등 3인 지음,조현오 옮김,티즈맵 펴냄) 단돈 200달러가 성공한 회사들과 연수입 수백만달러로 변신했으며,그것을 통해 자유를 얻은 과정이다.저자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뒤 마케팅 전문가로 비즈니스를 시작해 성공한 이야기를 담았다.중력의 힘처럼 고객과 돈,성공을 끌어당기는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기존 마케팅을 거부하고 회사의 위치,외부 광고물,최근의 마케팅과 광호활동,구전활동 등을 통한 마케팅 노하우를 밝혔다.1만 4000원. ●이집트의 예술(게이 로빈스 지음,강승일 옮김,민음사 펴냄) 거대한 피라미드의 웅장함부터 작은 부적물이 새겨진 얼굴의 섬세함까지 고대 이집트 미술의 마력을 300여점의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서술로 소개했다.3000년 이집트 미술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저자는 미국 에모리 대학교 고대 이집트 예술분과 교수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집트 예술품을 엄선해 생생한 사진과 명료한 문장으로 설명해 놓았다.3만 5000원. ●발칙한 조선인물사론(이성주 지음,추수밭 펴냄) 까칠한 한석봉과 자식 복 없는 황의,부패한 공무원 박연,애정결핍 연산군 등,국사 교과서에 한 줄 정도 이름을 걸치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들을 수십장을 할애해 생생하고 이해 가능한 현대적 인물로 부활시켰다.그들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었다는 것.박연이 조선의 궁정음악 체계를 개혁하는 등으로 인정받아 고위 관료가 된 것이 아니라,음악을 취미로 하던 고위 관료가 ‘한국의 3대 악성’이라는 점이 사실이 새롭다.1만 3000원.
  • [책꽂이]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윤대녕 지음,문학동네 펴냄) ‘은어낚시통신’의 작가 윤대녕이 1994년 쓴 첫 장편소설을 재출간했다.두 소년과 한 소녀가 열일곱 살에서 정지되어 버린,그러나 몸은 암울하게 새겨 놓고 있는,그 기억을 15년이 지나 다시 복원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존재와 영원’ 등 윤대녕 작품 특유의 문제의식이 관통된 작품이다.휴대전화가 일상화되지 않은 과거의 아날로그적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고픈 이들에게도 유효할 것이다.1만원. ●앨리스네 집(황성희 지음,민음사 펴냄) ‘21세기 전망’ 동인인 황성희의 첫 시집이다.작품마다 여자로서 개인과 질곡의 역사가 씨줄과 날줄로 끊임없이 교차되어진다.어느 시에서는 아주 또렷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또 어느 시에서는 의식의 흐름처럼 내용과 형식을 파괴하며 나타난다.다음 시집이 더욱 기대된다.7000원. ●신(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열린책들 펴냄) 인류의 운명을 놓고 ‘신(神) 후보생’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다.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낸 베르베르는 3부작으로 이뤄진 ‘신’을 먼저 냈고,내년중 2부 ‘신들의 숨결’,3부 ‘신들의 미스터리’를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베르베르가 직접 그린 펄쩍 뛰어오른 금붕어 그림과 인삿말이 책 첫 장에 있다.한국의 ‘베르베르 시장’이 크긴 큰 것 같다.1,2권 각 9800원.   ●쌍둥이별(My Sister´s Keeper)(조디 피콜트 지음,곽영미 옮김,이레 펴냄)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에게 제대혈,백혈구,줄기세포 등 모든 것을 주기 위해 ‘맞춤형 아기’로 태어난 셋째 안나가 열 세 살이 되면서 더이상 자신의 몸에 손대지말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부모에게 낸다.출간 당시 미국 내에서 윤리적 논란으로 핫 이슈가 됐고 각종 토론프로그램의 단골 주제로 등장했었다.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져 내년에 개봉된다.1만 3800원.
  • [책꽂이]

    ●아버지의 바다에 은빛 고기떼(박기동 지음, 책세상 펴냄) 1979년 펴낸 박기동(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소설가의 첫 작품집을 29년이 지나 복원했다. 사실주의 풍조가 강했던 당시에는 꽤 낯설었지만,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는 오히려 지금 훨씬 편하게 읽힌다.9편이 마치 연작 소설인양 바다와 아버지, 이제는 50세 가까이 됐을 열일곱 소년들이 작품마다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1만원. ●달을 쫓는 스파이(방현희 지음, 민음사 펴냄) 광개토대왕릉 도굴 사건을 둘러싸고 박물관 학예사들이 벌이는 사랑과 지적 열망을 다루고 있다. 방현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만주와 일본, 현재와 삼국시대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벌이는 스파이의 긴박한 심리전을 엿볼 수 있는가 하면 역사와 박물관 학예사 등에 대한 지적 욕구도 충족시킬 만하다.1만1000원. ●레몬트리(최치언 글, 변기현 그림, 문학세계애니북 펴냄) 한국현대시 100주년을 기념해 사랑시 24편을 모아 만화로 극화한 ‘포엠툰’이다. 마치 완성도 높은 영화 콘티를 보여주는 듯한 만화적 재미에 김수영, 천상병, 안도현, 김용택, 도종환 등 24명 시인들의 가슴 저릿한 여운이 가미됐다.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과거의 그 열병을 떠올려 보고픈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1만1000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이우일 그림, 이수은 옮김, 이레 펴냄) 원작에서 환상의 공간에 대해 세밀한 묘사를 더했던 존 테니얼 삽화 이후 전세계에서 번역될 때마다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독창적 화법으로 도전했던 책.‘도날드닭’으로 알려진 이우일 일러스트레이터가 만화적 감수성과 화려한 색감을 구사하며 새롭게 해석했다. 올컬러라서 책값이 좀 비싸다.2만원.
  • [내 책을 말한다] 100년전부터 ‘몸짱’ 권하는 사회

    요즘 내가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는 케이블 TV의 ‘막돼먹은 영애씨’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영애’는 성숙한 인격이나 직장에서의 유능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지 않은 외모, 날씬하지 않은 몸, 왕성한 식욕을 가졌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무시당하고 차별받는다. 볼 때마다 몇 번씩 ‘맞아 맞아!’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서 몸이 갖는 위상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우리는 ‘못된 건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비단 ‘루키즘(lookism)’의 문제만은 아니다. 젊고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져야만 이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누구나 몸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육체는 그저 우리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배웠거늘, 우리는 왜 이렇게도 몸의 도구처럼 살고 있을까. 한 번이라도 이러한 회의가 든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근대 이전까지는 조선 땅에서도 몸은 충, 효, 열과 같은 전통윤리를 실천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효심을 증명하기 위해 머리카락 한 올도 함부로 자르지 못했다. 열녀가 되기 위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지아비를 위해서도 평생 수절을 해야 했다. 몸의 건강은 마음을 다스리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며 양반들은 바깥출입조차 삼갔다. 그러던 조선인의 몸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들이닥친 근대화의 회오리 속에서 순식간에 변신했다. 단발이 패션이 되고, 청상과부에게도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행복을 누릴 권리가 부여되었다. 감히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을 째거나 가르기도 하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직접 몸을 움직여 운동해야 한다. ‘체력은 국력’이라며 ‘전 국민 건강 프로젝트’가 위생제도, 학교교육을 통해 시행되었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출산을 장려하였다. 뿐만 아니라 ‘몸짱’,‘얼짱’을 밝히는 풍조도 이미 그 시절부터 만연하기 시작했다.‘8등신’ 미인의 기준이 이때부터 제시되었고, 여성들의 얼굴이나 몸매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노골적인 품평회가 버젓이 신문,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백 년 전의 과거 속에서 마치 요즘 이야기인 듯한 이러한 장면들을 발견하는 일은 ‘육체의 탄생’(민음사 펴냄)을 읽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근대, 자본, 권력의 논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에도 귀기울여 주시길. 그것이 ‘몸속에 갇힌’ 우리를 ‘해방’시킬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영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 부사어로 버무린 모호한 詩맛

    그랬다.3년 동안 여물었던 언어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명료한 시어보다는 읽는 이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모호한 시어를 골랐다. 부사어의 전면 배치다. 정끝별(44·명지대 국문과 교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와락(창비 펴냄)’은 문학의 언어로 제 대접을 받지 못하던 부사어를 ‘와락’ 껴안고 놓지 않은 채 끊임없이 사랑을 되뇌었다.‘삼천갑자 복사빛(민음사 펴냄)’ 이후 3년 남짓의 시간 동안 담아뒀던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고 눅진한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은 구체적인 사회와 연인에서 점점 가족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표제시 ‘와락’에서는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막막한 나락’이라며 헌신적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나락’,‘벼락’,‘자락’ 등으로 유쾌한 형식은 감추지 않는다. 나아가 따스한 아랫목 이부자리 안에 나란히 팔베고 누워 있으려면 팔을 내준 이만큼이나 베고 있는 이도 팔이 저리고, 이를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사랑(‘저린 사랑’)이라고 얘기한다. 이뿐 아니라 ‘여여´,‘아슬아슬´,‘시시각각´ 등 부사어 제목이 달린 시들이 연신 시집을 휘감아돈다. 부사어가 제목에서 겨우 벗어났다 싶으면 ‘꾸꾸루꾸꾸’,‘웅크레주름구릉’ 등 시어가 시문 중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 시인은 “그냥 연인을 생각해도 좋고, 가족을 생각해도 좋고, 정치적 격동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부사어가 주는 상태성에 천착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느낌들을 부사어로 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해피 파이(π) 데이’에서 노래했듯 끝없는 원주율처럼 무궁한 세계 속에서 얻은 ‘세 개의 호박’에 뿌듯함을 애써 감추지 않는 시인의 감성이 ‘와락’ 껴안기에 딱 부담없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질러(임정연 지음, 민음사 펴냄) ‘스끼다시 내 인생’의 작가가 사춘기의 방황과 혼란을 밝고 경쾌하게 그려낸 장편소설. 자퇴·성폭행·친부 살인 청부 등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다.1만 1000원. ●오로라의 집(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지음, 조남선 옮김, 뿔 펴냄)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단편소설집.1982년에 발표했던 ‘오로라의 집’과 ‘세상 밖으로 또는 오를라몽드’를 묶었다. 현대 물질문명을 성찰하면서 자연과 순수함으로 충만했던 산업화 이전 사회와 문화를 향한 향수를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 7000원. ●상실의 상속(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이레 펴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히말라야 산중의 작은 도시 칼림퐁과 번화한 뉴욕의 할렘가를 배경으로 ‘세계 속의 인도사회’가 안은 상실감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1만 5000원.●오주팔이 간다(백시종 지음, 문이당 펴냄) 1966년 등단한 작가가 ‘물’에 이어 내놓은 장편 환경 생태소설. 앵강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자연의 섭리가 무엇인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이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9800원.●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김현승 지음, 삶과 꿈 펴냄) ‘가을의 기도’로 절대고독을 노래했던 시인(1913~1975)의 유일한 산문집.‘겨울의 예지’ ‘커피를 끓이면서’ ‘가장 단단하고 낮은 음성으로’ 등 40여편이 실렸다. 청교도 정신으로 세상을 보는 맑고 정결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8500원. ●머니(전2권, 마틴 에이미스 지음, 김현우 옮김, 민음사 펴냄) 첫 장편 ‘레이첼 페이퍼스’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영국 작가의 장편 소설.‘2006년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됐다. 런던의 잘 나가는 CF 감독이자 속물적인 쾌락주의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돈에 중독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1권 1만1000원, 2권 1만 2000원.
  • [책꽂이]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지음, 민음사 펴냄)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 표제시를 비롯해 ‘세상 속으로’‘면벽’‘우물 속에 갇힌 사랑’ 등 63편의 시가 실린 이 시집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든다.7000원. ●영혼의 식사(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허삼관 매혈기’‘형제’로 널리 알려진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주자인 작가의 산문집. 그가 아들을 키우며 돌이켜 본 어린 시절의 삶과 추억, 글쓰기에 대한 단상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1만원. ●젖과 알(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권남희 옮김, 문학수첩 펴냄) 일본 최고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단편 소설. 서점 직원과 치과의사 조수, 호스티스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가 됐던 작가는 ‘젖과 알’로 대변되는 모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기복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약속 시간을 앞두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주인공 여자가 광고용 휴지를 돌리는 한 남자에 대한 상상을 독특한 심리 묘사로 풀어낸 ‘당신들의 연애는 빈사(瀕死)’가 함께 실렸다.8500원. ●피아노 튜너(대니얼 메이슨 지음, 김후자 옮김, 민음사 펴냄) 미 하버드대 생물학과 출신의 작가가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말라리아를 연구하며 쓴 장편소설. 영국의 피아노 조율사와 미얀마 여인간의 운명적 사랑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다.1만 3000원. ●바다로 간 고래바위(이순원 지음, 홍원표 그림, 굿북 펴냄) 팍팍한 삶으로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읽을 만한 동화.‘은비령’‘그대 정동진에 가면’의 작가가 산꼭대기의 고래바위가 억겁의 세월 속에 부서져 명개가 돼 바다의 품에 안기게 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와 가르침을 전해 준다.1만700원.
  • [책꽂이]

    ●국가이미지(유재웅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미국의 미래학자 짐 데이터는 정보사회 다음에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온다고 했다. 꿈의 사회, 그것은 바로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다. 사회 나아가 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일은 오늘날 무엇보다 절실한 국가적 과제다. 정부의 해외홍보·국가이미지 업무를 총괄하는 해외홍보원장을 지낸 저자(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의 국가이미지 발전전략을 외국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며 소상히 다룬다.1만 9000원. ●왜 고전을 읽는가(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민음사 펴냄)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저자가 30여명의 고전작가들에 대해 쓴 개인적 독서기. 호메로스 등 고대 작가에서 레몽 크노 등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고전작가들에 대한 독창적 해석이 눈에 띈다. 저자는 고전을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고전읽기의 당위성을 강조한다.2만원.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쓰쓰미 미카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수첩 펴냄) 신자유주의의 메카인 미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주택가압류 딱지가 붙은 집 앞에 선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미국의 빈곤층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1만 2000원. ●다시 쓰는 그리스 신화(김길수 지음, 소피아 펴냄) 서구정신의 뿌리를 이루는 그리스 신화의 콘텐츠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 책은 그리스 신화가 고대신화 가운데 온전히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이유를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묘사한 그리스 도자기에서 찾아 눈길을 끈다. 그리스 도자기를 통해 바로 자신들의 신화를 후대에 전승했다는 것이다.1만 3000원. ●조선무속고(이능화 지음, 서영대 옮김, 창비 펴냄) 한국무속에 관한 첫 본격 연구서. 방대한 문헌과 현지조사를 통해 한국무속의 역사와 제도, 의식을 살피는 한편 중국과 일본 무(巫)에 대한 비교연구까지 곁들였다. 한국 민속연구에 선구적 업적을 남긴 저자는 제단을 설치해 하늘에 제사지내는 설단제천(設壇祭天)에서 단군이란 말이 비롯됐다고 해석한다.4만원. ●위대한 열정(도미니크 보나 지음, 박명숙 옮김, 아트북스 펴냄) 19세기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과 그녀의 남동생인 폴 클로델의 이야기를 평전 형식으로 재구성. 천재 조각가였지만 30년간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삶을 마감해야 했던 카미유의 비극적 삶과 시인이자 외교관으로 일하며 누나와 평생 영혼의 교감을 나눴던 동생 폴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1만 5000원.
  • 양극화 중간에 끼인 인간 자유로운 삶의 길 찾기

    양극화 중간에 끼인 인간 자유로운 삶의 길 찾기

    “현대인들은 ‘진보냐, 보수냐’‘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등 이분법적 사고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런 극단의 구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길은 없을까 하는 모색이 담겨 있습니다.” 중견 작가 박상우(50)씨가 4년만에 소설집 ‘인형의 마을’(민음사 펴냄)을 내놨다.1980년대 이후 제도적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히는 개인의 삶과 인간의 소외를 다룬 ‘샤갈의 마을’(원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사탄의 마을’(원제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사람의 마을’(원제 사랑보다 낯선)에 이은 ‘마을’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집이다. 표제작 ‘인형의 마을’을 비롯해 ‘독서형무소’ ‘노적가리 판타지’ 등 21세기 급변하는 세상을 살피는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인터넷 등 디지털문명 시대에 꿈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삶을 철저하게 파고든다.“‘이쪽이냐, 저쪽이냐’라는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중간지대에 끼인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고통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행한 삶을 사는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털어놨다. ‘인형의 마을’에는 조선 세조 때 풍운아 남이 장군과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매국노 이완용을 칼로 응징한 이재명이 등장한다. 소설가인 주인공은 자신에게 남이 장군과 앙투아네트, 이재명이라는 세 역사인물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남이 장군은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대장부가 스무살에 나라를 평안케 못하면)이라는 자신의 시구를 유자광이 ‘남아이십미득국’(男兒二十未得國·대장부가 스무살에 나라를 얻지 못하면)으로 일부러 고쳐 쏘개질하는 바람에 능지처참을 당한다. 앙투아네트는 왕비와 창녀라는 극단의 모순된 이미지를 갖고 살다가 단두대에서 처형됐으며, 이재명은 백범 김구가 총을 빼앗자 칼로 이완용을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에 주인공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이들의 ‘불완전한’ 인생을 사이버 공간에서 ‘완전하게’ 변모시키려 한다.“당신의 인생이 완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방해하는 망설임이 당신의 인생을 불완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완전한 인생을 경험하는 그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지금까지의 당신이 아닙니다. 완전한 인생을 찾아 지금 길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수록작 ‘독서형무소’에서 7000일 이상 ‘독서형무소´에 갇혀 있던 ‘나’는 수천권의 책을 독파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고통받는다.“세상에는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영역과 육체적인 영역이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독서형무소는 독서라는 정신세계와 형무소라는 자유롭지 못한 육체적 영역의 양자구도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은 독서라는 정신세계를 버리고 육체적으로 자유로운 출옥을 하게 되지만, 육체의 자유도 결국은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또다시 고통을 받게 된다. 요컨대 ‘독서’와 ‘감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야만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는 게 작품의 메시지인 셈이다. 앞으로는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해체하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는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을’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제까지 외부세계를 탐색해온 것과는 달리 나 자신의 내면 세계를 끌어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만 1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출판계 거목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 별세

    출판계 거목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 별세

    60여년간 출판 외길을 걸어온 한국 출판 역사의 산증인 은석(隱石) 정진숙 을유문화사 대표이사 회장이 22일 오후 3시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96세. 고인은 1945년 해방을 맞으면서 그해 12월 평소 친분이 있던 조풍연, 윤석중, 민병도 등 4인과 함께 동인체제로 을유문화사를 창립했다. 을유문화사란 이름은 1945년 을유년에 세웠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해방과 함께 국학 진흥의 기치를 내걸고 ‘출판보국’의 길을 걸어온 고인은 6·25전쟁의 와중에 창립동인들이 흩어지는 위기를 극복하고 ‘1인 대표체제’로 전환해 오늘의 을유문화사를 일궜다. ●한국사·우리말 큰사전 등 펴내 1912년생인 고인은 최근까지도 어김없이 회사로 출근하는 등 출판 현장을 지켜온 국내 최고령 현역 출판인으로 출판계 안팎의 존경을 받아왔다.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나와 보성전문학교에서 수학한 고인은 무엇보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는데 앞장섰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것이 한국 사학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한국사’와 우리말 보존을 위한 ‘우리말 큰사전’(전6권)이다. 각각 10여년 각고 끝에 완간한 이 역사적 간행물은 단절된 우리 역사와 언어를 복원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고인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전병석(70) 문예출판사 대표는 “오랜 일본강점 과정에서 짓눌린 우리 얼을 되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출판사를 차린 뒤 처음 펴낸 책이 바로 ‘한글 글씨본’이었다.”면서 “그만큼 우리말글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을유문고’의 출간을 통해 교양학술서의 문고본 시대를 열며 지식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세계문학전집’‘구미신서’ 등을 펴내면서 일본판을 중역하던 기존 출판 관행에서 탈피, 철저한 원어 중심의 완역주의 원칙을 세우는 등 국내 출판 역사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1955년에는 외국영업부를 신설, 한국학 관련 도서를 세계 주요 대학 등에 공급하는 등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기여했다. ●상업주의 철저히 배제한 애국지사 ‘한국 단행본 출판의 대부’로 불린 고인은 출판상업주의를 철저히 경계한 ‘지사형’ 출판인의 면모를 보였다. 책을 낸 뒤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부수적으로 돈이 들어오면 좋지만 돈벌이를 위해 책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지론. 날로 가벼워지기만 하는 요즘 출판계가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고인은 1960년대와 70년대 세 차례에 걸쳐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사단법인 한국출판금고 이사장, 출판저널 발행인 등을 역임했다. 출판 분야외에 중앙박물관협회 회장,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등도 지냈다. 이같은 다양한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금관문화훈장, 국민훈장 동백장, 서울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02-2072-2091).26일 오전 8시 발인하며, 장지는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월문리 선영. 유족으로는 아들 낙영·필영(을유문화사 이사)·무영·해영씨와 딸 지영(을유문화사 대표이사)씨가 있다. 한편 고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백석기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과 이기웅 파주출판문화산업단지 이사장, 박맹호 민음사 회장 등 출판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화환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아이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아이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방학 중인 어린이를 겨냥한 기획상품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통업계의 도서 기획상품과 먹거리 신제품 출시가 특히 눈에 띈다. ●독서로 알차게 홈쇼핑 업계는 이달 논술 실력 향상을 주제로 어린이 관련 책 판매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CJ홈쇼핑은 ‘민음사 이문열 동양고전 풀세트’를 적극 판매 중이다. 삼국지 10권, 초한지 10권, 수호지 10권 등 총 30권 세트로 구성돼 있다.16만 3000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8일 “여름방학을 맞이해 종전 주 2회인 초등학생용 도서 방송을 주 4∼5회로 늘렸다.”면서 “이문열 동양고전은 최근 방송에서 1시간에 700세트가 팔렸다.”고 말했다. CJ홈쇼핑에서는 만화로된 역사책인 ‘통째로 세계사’도 판매하고 있다. 세계사 12권, 한국사 5권 등으로 이뤄졌다.9만 9000원이다. 인터넷몰을 통해 판매 중인 월간 학습지인 ‘월간 우등생학습 2008 여름방학구성’(6개월 분량 8만 4000원)은 이달 셋째 주에 방송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학년별로 선택할 수 있다. GS홈쇼핑은 초등과학 교과서로 직결되는 과학 만화인 ‘WHY 시리즈 세트’를 판매 중이다. 만 7세에서 13세까지의 어린이가 대상이다. 본구성 총 40권, 도감 3권 등이 들어 있다. 가격은 26만 2500원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 학생들을 위한 ‘시공 초등문고 베스트’는 카네기, 퓰리처, 안데르센 등 수상작과 추천작을 포함해 총 50권으로 이뤄져 있다. 정상가보다 40% 할인된 19만 2000원에 판다. ●각종 어린이 행사도 체험 현대백화점은 목동점(9∼12일)과 무역점(15∼19일)에서 ‘어린이 안전 스쿨’ 행사를 각각 연다. 한국어린이 안전재단의 자문을 받아 신변, 가정, 교통, 생활, 놀이, 승강기 안전 등 6개 주제별로 이뤄지는 체험 교육이다. 예컨대 신변안전 교육에서는 ‘내 몸과 마음은 소중해요.’란 제목의 동영상 시청을 통해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어린이가 직접 참여하는 역할극을 통해 대형 놀이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운다.1회 교육은 90분씩으로 하루 4회 진행된다. 한 반에 6∼10세 어린이와 부모가 참가한다.3명 기준 한 가족 참가비는 2000원이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오는 24일까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본사에 있는 갤러리인 쿠오리아에서 ‘과자나라 앨리스전’을 진행한다. 과자와 껌으로 만든 성(城), 숲, 동물, 의자, 터널 등이 전시된다. 관람은 무료다. 오전 10시부터 매 한 시간 단위로 진행되는 점토 만들기 행사는 1인당 5000원의 체험료를 내야 한다. 월요일은 전시가 없다. ●어린이 간식 먹거리도 봇물 방학을 맞은 어린이의 간식 신제품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 농심은 어린이를 위한 라면인 ‘아낌없이 담은 라면’을 출시했다. 면은 발아현미, 콩, 귀리, 보리, 밀 등 다섯 가지 곡물이 들어갔으며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참기름 등으로 구성된 조미유도 들어 있다. 순한 해물맛(93g)과 매운 소고기 맛(94g) 2종으로 가격은 1100원이다. 파스퇴르유업은 아이 전용 두유인 ‘프리미엄 아이두유’를 출시했다. 소화가 쉬운 유기농 현미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700원(180㎖)이다. 사조산업은 어린이 참치인 ‘사조 로하이 바베큐맛 참치’를 내놓았다. 바비큐 소스가 들어 있다. 아이들이 햄버거 등에 있는 바비큐 소스 맛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1700원(150g)이다. 미스터도넛은 영양을 강조한 두부도넛을 출시했다. 글레이즈두부(1300원), 빈슈가두부(1400원), 세사미두부(1400원), 호박씨두부(1400) 등이다. 강원도 청정지역의 국산 콩으로 만들었으며, 두부 성분이 20% 이상 들어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세상앞에 드리운 커튼 찢어버리는 것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79)의 소설에 대한 소회를 엿볼 수 있는 에세이집 ‘커튼’(박성창 옮김, 민음사 펴냄)이 나왔다. 소설은 무엇인가, 소설의 기능과 소설속 희극적 요소, 미학과 삶 등 다양한 사유의 세계를 펼친 이 에세이집은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 텍스트로 삼았다. 쿤데라는 소설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그는 “세상 앞에 드리운 커튼을 찢어 버리는 것이 바로 소설”이라고 정의한다. 세상은 가면을 쓴 상태인 만큼 이를 찢어내 삶의 진실한 모습을 보게 만드는 역할을 소설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이 역사적 설명이나 사회의 묘사, 이데올로기 옹호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소설은 무엇보다 인간의 실존을 파헤치는 데 복무해야 한다는 게 쿤데라의 생각. 그는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 ‘인간의 양’을 끌어들여 이를 설명한다. 일본인 버스 승객들이 술 취한 외국 병사에게 희롱당한 사건을 다룬 이 작품에서 끝까지 외국 병사가 미국 출신이라는 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인간의 양’은 단순한 정치적 텍스트로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사회운동, 전쟁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소설가는 역사의 하인이 아닌 만큼 인간 실존의 주위를 돌며 빛을 비추는 탐조등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소설가’에 대한 단상도 담겨 있다. 쿤데라에 따르면 소설가는 자신의 영광이 영원하다는 야심을 품은 사람들이다. 소설가란 요컨대 사후에도 살아 있도록 영원한 가치를 지닌 소설을 쓰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이러한 야망 없이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파렴치한 일”이라고 단정한다. 판에 박힌 진부한 소설을 쓰는 작가는 경멸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그의 주장이 사뭇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1만 3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英 기번 원전 국내 첫 완역

    영국의 세계적인 역사가이자 문장가인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고전 ‘로마제국 쇠망사’(송은주 등 옮김, 민음사 펴냄)가 국내 최초로 완역돼 나왔다. 1776년부터 1788년까지 12년에 걸쳐 쓴 기번의 이 역작은 로마사를 다룬 수많은 저술 가운데서도 단연 압권으로 꼽힌다. 첫선을 보인 지 20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로마사에 관한 한 요지부동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근간으로 삼은 책이기도 하다. 인도의 네루는 “흐르는 듯한 선율의 문장을 어떤 소설보다도 더 몰두해서 읽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역사서이되 역사서술을 뛰어넘는 문학작품으로서의 독창적 세계관이 일찍이 ‘소설보다 재미있는 역사서’란 평가를 낳았던 것. 책은 서기 2세기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에서 출발해 서로마제국의 멸망, 동로마제국의 창건, 신성로마제국 건국을 거쳐 동로마의 멸망까지 1400여년의 역사를 아우른다. 기독교의 확립, 게르만 민족의 이동, 이슬람의 침략, 몽골족의 서정(西征), 십자군 원정 등 서양문명의 원형으로 로마사에 등장하는 대사건들을 완벽하게 복원한다. 숱한 영웅호걸들이 시간의 질곡에서 명멸하는 과정도 치밀하게 묘사한다. 그동안 기번의 원전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몇 차례 있었다.1994년 11권으로 마무리된 대광서림판, 데로 손더스의 요약판을 번역한 까치글방판(1991년) 등. 하지만 방대한 주석 가운데서 상당 부분을 뺐거나 일본어 중역이었던 만큼 원전의 묘미를 그대로 살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책은 원전의 4700여개 주석 가운데 본문을 이해하는 데 별 무리가 없는 350개만 생략했다. 따라서 원전을 완벽하게 번역한 완역본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출판사는 원전과 똑같이 책을 6권으로 내놓는다.1차분으로 2권이 먼저 나왔다. 앞으로 두세 달 간격으로 3·4권,5·6권을 출판할 계획이다.1권 3만원,2권 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문열 회갑기념 소설집 발간

    이문열 회갑기념 소설집 발간

    ‘사람의 아들’ 등 문제작들을 쏟아낸 소설가 이문열씨가 올해 회갑을 맞았다. 내년에는 등단 30주년을 맞는다. 이런 그를 위해 후배와 제자들이 각자 가장 아끼는 작품들을 모아 회갑 기념소설집으로 봉헌했다.28일 출간된 ‘영원히 목마르고 영원히 젊은’(민음사 펴냄). 참여 작가는 이순원, 구효서, 최용운, 박상우, 박병로, 심상대, 엄창석, 강홍구, 박석근, 해이수, 도태우, 황광수, 권성기 등 이씨가 설립한 부악문원에서 주로 작업한 후배와 제자 13명. 중견작가부터 2000년을 전후해 등단한 신진작가까지 두루 포함됐다. 작가들마다 자기 색깔이 가장 강한 단편을 내세웠다. 작품들은 고대 중국에서 미래의 사이버 세계까지 폭넓게 다룬다. ‘경마장 가는 길’의 작가 하일지씨는 작품 대신 발문을 썼다.‘작가, 스승, 그리고 인간 이문열’이라는 글에서 하씨는 등단 무렵인 1990년 이씨의 제의로 처음 만나 20년 가까이 지켜봤던 이씨의 인간적인 모습과 문학적 업적을 소개했다. 하씨는 “이문열 선생은 지난 30년 동안 이 나라에서 명실공히 일세를 풍미하는 작가가 되었다.”면서 “문학적 업적에 있어서나 품성에 있어서나 그는 큰 나무와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1200여년전 혜초의 문화열망 느껴보세요”

    “1200여년전 혜초의 문화열망 느껴보세요”

    “우리 젊은이들이 ‘혜초 루트’를 따라가면서 1200여년 전의 한 젊은이가 가졌던 새로운 문화에 대한 열망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인도 및 서역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시대 승려 혜초(704∼787)의 발자취를 장편소설 ‘혜초’(전2권, 민음사 펴냄)로 풀어낸 작가 김탁환(40·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씨는 22일 출간에 맞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혜초는 당시 진정한 세계인이었다.”면서 “혜초가 갖고 있는 이런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혜초는 스케일 큰 진정한 세계인 ‘불멸의 이순신’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열하광인’ 등 주로 역사소설에 매달려온 작가는 “8년 전 왕오천축국전을 처음 읽고 혜초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지식도 짧고, 주머니도 가벼워 쓰지 못하다가 이제야 완성하게 됐다.”면서 “이 작품을 계기로 혜초와 왕오천축국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작가에 따르면 혜초는 세계적 여행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여행가였다.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은 7세기 당나라 승려 현장의 대당서역기,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를 뛰어넘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 작가는 “왕오천축국전은 동양인 최초로 아랍제국을 여행하고, 기록한 대작”이라면서 “당시의 모든 종교와 인종이 등장하고 다양한 문명을 전했다는 점에서 우리 선조들의 문화 권역이 얼마나 광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설은 혜초와 함께 동시대 당나라 장수로 활동했던 고구려 유민 출신 고선지를 ‘투톱’으로 내세워 이들의 교류를 담고 있다. “동시대의 다른 표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고선지와 혜초로 대표되는 전쟁과 평화, 즉 문명교류의 현장을 20살 청년들의 만남으로 상상해냈지요.” ●1년여에 걸쳐 혜초 여정 되밟아 작가는 소설을 쓰기에 앞서 1년여에 걸쳐 인도,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이란 등 20살 혜초가 밟았던 길을 혜초와 실크로드 권위자인 정수일 전 단국대교수 등과 함께 답사했다. 이번 소설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원형사업으로 선정된 왕오천축국전 디지털 콘텐츠개발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소설로 시작했지만 혜초 관련 사진과 동영상, 디지털콘텐츠, 시나리오 등 다양한 콘텐츠로 혜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접근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현장 기념관’과 같은 큰 규모의 혜초 기념관 건립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작가는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프랑스학자 폴 펠리오가 중국 둔황 석굴에서 발견한 이후 직지심경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옮겨졌다.”면서 “소설 출간을 계기로 문화재 반환운동이 보다 폭넓게 전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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