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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한국환상문학단편선2(강지영 외 지음, 시작 펴냄) 1년 전 나온 단편선의 두 번째 편. 배명훈, 은림, 김이환, 김주영 등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환상문학 작가 13인의 단편을 모았다. 자신의 미래를 들은 가짜고시생 이야기(‘브라보, 청춘!’), 시간을 파는 가게에서 자신의 시간을 모두 탕진한 남자 이야기(‘시간을 팝니다’) 등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실렸다. ●고대브리튼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드워드 파이도크·헨리 호지스 지음, 노용필 옮김, 일조각 펴냄) 기록이 존재하지 않던 선사시대 브리튼섬의 일상 생활을 재현하며 문자가 없었던 문명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해 상상하고 삽화로 뒷받침했다. 카네기상을 받은 아티스트 마조리 하워드가 그림을 그렸다. 1만 2000원. ●소설을 쓰자(김언 지음, 민음사 펴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더 많은 말이 필요하면 다른 영화를 찍을 것. 더 많은 상이 필요하면 영화를 찍지 말 것. 돌아와서 시를 쓸 것. 전혀 시적이지 않은 소설을 쓸 것’(‘소설을 쓰자’ 중)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문장 구성과 자유로운 시어 사용이 돋보인다. 8000원.
  • 각박함 속에도 잔잔한 웃음이…

    ‘지하철 안의 풍경이 아득히 멀어지면서, 미스터 리의 어눌하게 웅얼웅얼하는 목소리가 귓속을 우렁우렁 울리더니, 눈앞에 까마득한 어둠이 펼쳐졌다. 너무 돌연해서 당황조차 못하고 있는데…(중략)…미스터 리를 감싸고 있는 금빛 광륜이 엄청난 럭스를 뽐내며 번쩍이는 바람에 나는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젠장.’ 재능이 모자란 탓인지 공채로 방송국 개그맨이 되고도 곁다리 출연 몇 번 만에 싹뚝 잘리고만 주인공 철이. 궁여지책으로 지하철 잡상인계의 전설이라는 미스터 리의 제자가 되어 하찮다고 여겼던 세상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간다. ‘꽃미남 개그맨’이라는 허상은 ‘지하철 잡상인’이라는 현실 앞에서 가차없이 뭉개지고, 그 허술한 틈에서 낙천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새 살처럼 돋아난다. 2009년 오늘의 작가상(33회) 수상작인 우승미 장편소설 ‘날아라, 잡상인’(민음사 펴냄)은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한 힘이 재력이나 학벌, 사회적 지위 따위가 아니라 ‘낮은 곳의 각박함 속에서 구하는 웃음’에 있음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하철 잡상인 철이와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미혼모 수지, 그리고 수지의 결함에 눈까지 먼 수지 동생 효철이가 작품의 앵글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이 질곡 속에 있다 해서, 또 사는 방식이 비루하다 해서 그것만으로 그들의 삶의 무게가 가볍다고 말하는 건 섣부르다. 문학평론가 정영훈(서울시립대 교수)은 “‘불행한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불행한 삶의 조건과 더불어’ 행복하기를 꿈꾸고, 반어를 통해 불행을 행복의 조건으로 바꾸어 놓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며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자기 고통에 지나치게 민감한 최근 소설과 비교할 때 이 소설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고 평한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가진 진정한 매력은 평론가들의 진단처럼 무겁고 둔중한 데 있지 않다. 작가는 사회성 짙은 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재밌고 가볍게 다루는 재능을 한껏 선보인다. “웃음은 인간의 삶 자체가 비극일 때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포즈이자 제스처임을 진솔하게 보여 준다.”는 김미현(문학평론가) 교수의 평은 그런 점에서 적절한 관점이다. 짜증나는 무더위의 초입에 선 작가 우승미는 여전히 남루한 사람들에게 경쾌하게 인사를 건넨다.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랜턴 전문 잡상인 미스터 리와 이제 아기 엄마가 됐을 수지 양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가족간 증오와 폭력 그 끝은…

    위태롭고 불완전하지만, 끝내는 여성들만의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이루게 되니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잠시 일단락되고 잠복한 증오와 폭력의 고리가 언제 수면 위로 다시 터져나올지 공포스럽게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읽기에 참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그저 덮어버리기에는 극악한 고통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인물과 상황의 흡인력이 너무 강하다. 소설 속 작중 화자인 ‘나’(화숙)는 물론 정신지체 장애인으로서 집단 성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어머니도, 고물상을 하며 주먹질을 일삼는 외삼촌도, 알코올중독에 찌든 외할머니도, 도박중독증 남편으로부터 벗어난 뒤 만난 옛사랑의 폭력에 또다시 시달리는 외사촌 수연이도, 피붙이로부터 버림받은 수연이의 딸도, 극심한 월경증후군으로 딸과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친구 진순이도 모두 피학 또는 가학의 주체로서 돌고 도는 증오와 폭력, 짓밟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화숙은 중학교 2학년 겨울, 외삼촌이 어머니를 ‘사실상 죽이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한다. 하지만 못본 척한다. 그리고 외삼촌의 딸 수연이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가한다. 또한 수연이의 어머니, 즉 외숙모와 고물상 직원 ‘이씨’가 바람이 났다며 거짓 고자질을 해 두 가족을 풍비박산 내는 것으로 복수한다. 보복의 고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수연이가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다시 찾은 옛사랑 ‘재현이’는 ‘이씨’의 아들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 깔린 원한을 일상적인 폭력으로 수연에게 되갚는 것이다. 화숙으로부터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수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김이설의 첫 장편소설 ‘나쁜 피’(민음사 펴냄)의 얼개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이설은 등단작 ‘열세 살’에서 보여줬던,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의 추악함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솜씨가 더 정교해지고 세련돼졌다. 이번 작품에서도 증오와 분노, 폭력이 어떻게 순환되며 계속 생명을 유지해 가는지 끔찍이도 정확히 보여준다. 배경의 시간과 공간은 명확하지 않지만 급격한 도시화의 물결 속에 떠밀려 가는 주변부 하층민들의 삶을 그려 냈다. 전형적인 계급간 갈등이 아니라 계급 내부, 가족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양상을 적나라한 절규와 비명으로 풀어낸다. 문학평론가 백지은은 “김이설이 음울한 고통의 세계로부터 기운차게 창조되는 인간의 위대한 환함에 대해 고개 끄덕일 아름다운 긍정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아무데나 펼쳐봐도 괜찮은 괴테의 시 다시 읽어볼까

    아무데나 펼쳐봐도 괜찮은 괴테의 시 다시 읽어볼까

    문학작품이 고전(古典)으로 남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시대와 상황의 특수성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본질과 세계의 보편성을 담아야 한다. 또한 문학이라는 장르의 벽에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변종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품들만이 고전으로 명명되며, 동서고금을 떠나 가슴 묵직한 감동을 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전 읽기는 어렵다. 또는 졸리다.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이가 아닌 다음에야 고전을 만화책 보듯 편안하게 접하기에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적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고전의 산실’이다. 그러나 지루한 고전 작가가 아니라 독자들이 편안하게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눈높이별로 다양한 수준의 작품을 제공하고 있는 ‘친절한 고전 작가, 괴테씨’다. 스물 세 살에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유럽 전역에 권총 자살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을 비롯해서 82살에 완성한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까지 작품 하나하나 뜨거운 호응을 받았고 시대와 문화, 독자 수준의 편차를 초월해 끊임없이 읽혔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비롯해 ‘예술론’, ‘친화력’ 등도 그의 명성을 쌓아올리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독자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와 샤로테의 감정선을 쭉 따라가는 재미에 푹 빠진 뒤 내친 김에 ‘파우스트’에까지 도전했다가 포기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괴테에 질리지 말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쳐봐도 괜찮은 괴테의 시 작품 770여편이 있다. 실제로 ‘마왕’, ‘들장미’, ‘송어’ 등을 노래로 옮겼던 슈베르트는 말할 것 없다.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볼프, 슈만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이 괴테의 시를 부지런히 가곡으로 옮겼다. 괴테의 시가 일반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읽히고 애송됐음을 보여준다. 민음사가 1997년 시작해 무려 12년 동안 우직하게 계속하고 있는 괴테 전집 14권(함부르크 판) 완역의 대역사(大役事)가 서서히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괴테 전집 1권인 ‘시(Gedichte)’가 최근 완역되면서 이제 ‘문학론’ 단 한 권만이 남게 됐다. 특히 ‘시 전집’의 경우 너무도 방대한 작품 분량 탓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섣불리 시도되지 못했던 작업이었다. 전영애 서울대 독문과 교수의 번역으로 이뤄진 ‘시 전집’ 완역은 괴테 연구의 세계적 권위 기관인 ‘괴테학회’에서도 대단히 높이 살 만큼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평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수영 미발표시 ‘겨울의 사랑’ 발표

    ‘니가 준 요보(요의 커버)의 꽃잎사귀 위에서 잠을 자고 / 니가 준 수건으로는 아침에 얼굴을 씻고 (중략) / 이만 하면 나는 너의 애정으로 목욕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겨울의 사랑’ 중) ‘풀’의 시인 김수영(1921~1968)의 미발표작이 발굴됐다. 기존 민중적·이념적 작풍과는 전혀 다른 애절한 사랑시 한 편이다.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벨라지오에서 열린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민음사 펴냄)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책을 엮은 이영준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82) 여사가 보관 중이던 미발표시 ‘겨울의 사랑’을 발굴해 이 책에 실었다고 밝혔다. 김수영 시인은 현대문명과 도시생활을 비판하고 4·19혁명을 기점으로 한 참여시를 발표해 한국 문단의 거대한 뿌리로 추대돼 왔으나 1968년 6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고인이 남긴 시집은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단 한 권의 시집뿐. 이번 육필 전집은 이 연구원이 40년 넘게 원고를 보관해온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시상 메모와 초고를 일일이 사진으로 촬영해 편집한 것이다. 전집에는 김수영 전집에 수록된 시 177편의 영인본 이외에 지난해 발굴된 시인의 원고와 메모, 김 여사가 정서한 원고 등 모두 354편의 육필 시 원고가 수록돼 있다. 이중 가로 25㎝, 세로 14㎝ 크기인 거친 종이에 검은색 잉크로 쓴 ‘겨울의 사랑’은 지난해 창비를 통해 미발표작이 나올 때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연구원은 “자료 수집을 위해 집안 곳곳을 뒤지던 중 책갈피 사이에 끼워져 있던 이 작품을 편집자가 발견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 작품은 김수영이 거제도 수용소에 있던 당시 알게 된 간호장교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당시 각별히 지내던 이 간호장교는 이후 미도파 백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부인 김현경과 헤어져 있던 김수영을 돌봤다. 이 연구원은 “원고 끝에 완성을 뜻하는 돼지꼬리표가 있는 것으로 봐서 완성작임을 알 수 있다.”면서 “전쟁 중 생사를 몰라 헤어진 김현경 여사와 다시 만나면서 이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국문학사에서 김수영에 대한 평가는 이념적·정치적 측면에 많이 치우쳐 작품 자체로 읽어내는 노력은 많이 부족하다.”면서 “주어진 텍스트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창작 과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전집을 준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금융위기 부른 美 위주의 글로벌 게임규칙

    현재의 경제위기가 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못잡았기 때문이고, 전세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으므로 우리가 그 여파를 받는 것은 당연할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 개혁, 정리해고, 금융시장 개방 등 IMF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그토록 충실하게 수행했는데도 왜 우리는 다시 위기를 맞아야 했나.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 연구위원과 이동우 북세미나닷컴 대표는 “지난 10년간 우리가 진리라고 믿었던 것은 실은 믿도록 강요당한 것”이라면서 “IMF 모범생이던 한국이 다시 경제 위기를 겪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지난번처럼 미국과 서방의 권위자로부터 주어질 것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위기의 원인과 해결점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펴낸 ‘세계는 울퉁불퉁하다’(민음사 펴냄)는 그 실마리를 찾아나설 길을 제공한다. 시작점은 세계는 결코 평평하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국가간 장벽이 없어진 글로벌 시대에는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제대로 노력하면 결과도 평등하게 분배된다.”(2005년, ‘세계는 평평하다’)고 했지만 이것은 “글로벌의 두 얼굴 중 선한 면일 뿐”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평평한 세계’ 이론을 대치하는 것이 ‘울퉁불퉁한 세계’이다. 울퉁불퉁한 세계는 올림픽에 비유된다. 운동경기처럼 글로벌 게임에도 규칙이 있다. 키가 큰 서양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농구에서 3점슛이라는 규칙은 키 작은 동양인에게도 승리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은 미국에 유리하다. 농구, 야구 등은 단 하나의 메달이 걸려 있지만 미국이 강한 육상에는 47개, 수영에는 46개의 메달이 걸려 있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글로벌 게임 규칙은 늘 강대국, 특히 미국 위주이다. UN본부는 중립국인 스위스가 아닌 미국 뉴욕에, IMF와 세계은행은 워싱턴에 있다는 것만 봐도 글로벌 게임의 중심이 드러난다. G7 같은 선진국 클럽 회의조차 미국의 승인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글로벌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결국 미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글로벌 게임의 규칙이 공정한가라는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잘할 것인가에만 몰두해 왔기 때문에 금융 위기 같은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흥 파워 엘리트, 미국 유학파 경제학자들이 심어놓은 미국적 시각의 세계화 담론과 ‘달러 헤게모니’라는 강대국 중심의 구조적 틀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만든 지식으로, 국익을 지키는 세계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어를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식의 영어몰입교육, 해외 석학 초대 정도의 지식 편식에서 벗어나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택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폭넓은 지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아시아 공조를 만들어 세계를 미국·유럽·아시아 3극 체제로 재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세계 경제 대국이며, 아시아 모델을 고수하면서 소니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일본에서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간 소통의 문제를 화두로

    “하일지의 ‘경마장’은 우리 문학사에서 1960년대 ‘무진’, 1970년대 ‘삼포’, ‘난장이’의 뒤를 잇는 1990년대의 문학사적 사건이다.”(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경마장 가는 길’ 등 경마작 5부작으로 90년대를 풍미했던 하일지가 오랜 만에 소설을 냈다. 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연구를 한다, 철학에세이를 낸다 하던 것이 벌써 2002년에 소설 ‘마노카비나의 추억’을 내고 7년이 흘렀다. 하일지가 경마장 시리즈에서 끊임없이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극한에 몰린 인간 심리를 그렸다면, 이번 소설 ‘우주피스 공화국’(민음사 펴냄)은 인간 소통의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기억의 소통이 철저히 차단당한 주인공의 극한에 몰린 심리를 그렸다는 점에서는 또 어쨌든 경마장과 통하지만, 이번에는 메마른 문체에다 환상적인 색채를 묻혀 가지고 돌아왔다. 이야기는 아버지의 유골을 묻기 위해 조국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아가는 주인공 ‘할’의 고난기다. 할은 우주피스를 찾아가는 내내 자신의 기억을 부정 당한다. 분명 멀쩡히 존재하고 있었고 할의 머릿속에는 생생한 우주피스 공화국이지만,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누구는 이야기꾼들이 만든 허구라고 웃어 넘기고, 우연히 여정 끝에 만난 우주피스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또 하나씩 사라진다. 철저히 기억의 소통이 막힌 상황에서 할의 선택은 결국 자살이다. 글은 철저히 메마른 문체로 썼다. 작가의 임의적 판단과 느낌을 개입시켜 독자와 감성을 공유하는 식의 소통마저도 끊겠다는 생각이다. 형용사, 은유적 표현도 배제하고 객관적 묘사와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유려한 문체를 자제하다 보니 이야기 흐름도 빠르게 넘어간다. 그 언어에 대해 해설을 붙인 이영준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하일지의 작품은 고전적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단순성의 언어에 도달했다.”면서 “한국어로 쓰였지만 세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21세기 지구인의 공통서사”라고 평가했다. 작품은 이미 영어로 번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곧 미국에 소개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갑자기 찾아온 통일… 타락하는 한반도

    갑자기 찾아온 통일… 타락하는 한반도

    1960년 11월 스물 네 살의 최인훈은 중편소설 ‘광장’을 내놓았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에서 갈등하던 이명준이 주인공이다. 이데올로기가 개인에게 안겨주는 전형적인, 그러나 치열했던 강박 사이에서 방황은 중립국행 배에 올라 검은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데올로기가 내리누르던 압박은 최소한 이명준에게는 끝이 난 것이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갈등은 형태와 입장을 달리할 뿐 여전히 끝을 맺지 못하고 있다. 2009년 4월, 스무 살에 시로 등단한 뒤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의 이력을 차곡차곡 쌓은 서른 아홉 살의 이응준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민음사 펴냄)로 통일 한국의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냈다. 3년 만의 문단 복귀이자 13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이응준이 그려낸 통일 한국은 2011년 ‘갑작스럽게’ 이뤄진다. 그리고 5년 뒤 남쪽 출신이냐, 북쪽 출신이냐를 가릴 것 없이 타락한다. 북한 인민군 출신 조직폭력배들이 벌이는 범죄와 폭력, 살인, 마약, 총격, 성매매가 일상이 되는 식이다. 이응준은 “누아르 소설과 블랙코미디, 추리, 멜로 , 판타지 등 여러 장르의 장점을 뽑아서 혼합하는 작법을 사용했다.”면서도 “장르문학이 아닌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진 본격문학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소설 초반부에선 ‘광장’ 속 이명준이, 소설가 이응준으로 이름을 살짝 바꿔 되살아나 못 다한 얘기를 다시 들려주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다만 시대와 불화만 동일할 뿐, 치열한 지식인으로서 이명준의 소명은 없어지고 편견만 남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이응준은 300권이 넘는 책과 논문을 참조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그만큼 간간이 언급되는 북의 현실-소설 속에서는 과거이고, 우리에게는 현재다-은 리강, 오남철, 조명도 등 북한 출신 인물군의 허무와 고독, 희망없음, 분노를 설명해 주는 핵심 키워드로 장치되어 있다. 허나 그가 주로 인용하고 반영한 책들은 황장엽, 시대정신 등 등 반북인사, 반북 출판사들의 것이 주종이다. 작가는 “아마도 통일이 된 뒤 인민군 출신 북한 사람이 옆 집에서 살고 있다는 가정이 가장 무서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본다면 소설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질지도 모르는 통일(사실은 북한의 붕괴)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이 소설을 통일 문학, 반통일 문학의 잣대로 가르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손에 땀을 닦아가며 읽기에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단 누아르 문학으로 진지하지 않게 읽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렸다면 말이다. 실제로 가상의 미래를 얘기하는 이응준 소설의 작법은 더욱 촘촘하다. 이야기는 과거와 대과거, 현재를 숨가쁘게 오가며 독자를 잡아 끈다. 또한 마치 영화의 장면 하나 하나를 그려내듯 손에 잡힐 듯 선명하고, 곳곳에 숨겨놓은 장치는 복선이 되어서 소설 속 인물들을 구속하고 있다. 마치 잘 만들어진-이데올로기의 문화적 전사(戰士)였던-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이응준은 “장삿속이 아니라 진짜 독자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이기웅(李起雄·69) 파주출판도시 이사장은 4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완전 절제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출판도시병’ 이다. 병은 별것 아니지만 힘이 달려 맘껏 일을 못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전문출판사 열화당의 대표이지만 회사일을 제쳐두고 파주출판도시를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데 매달린 결과다. 출판도시를 완성하는 데 걸린 20년 세월이 암세포가 되어 위를 갉아먹었다. 지난 13일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도시의 심장부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활판공방, 열화당출판사를 이리저리 오가며 6시간 동안 이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갖가지 업무와 모임이 그를 놓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쉴새 없이 전화를 받고, 지시를 내리고, 협조를 구했다. 사안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입주 출판인클럽 회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곰탕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고, 엘리베이터 타기를한사코 거절한채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1단계를 마무리짓고 2단계로 접어든 파주출판도시에는 아직도 그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산 집을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출판도시내 열화당 출판사에 침대를 들여놓고 산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집을 처분하고 출판사 신관 4층에 꾸민 생활공간으로 아예 이사를 오기로 했단다. 여러 출판인들의 이사 행렬도 이어질 예정이다. 불꺼진 출판도시의 밤을 가장 싫어하는 이 이사장이‘불이 꺼지지 않는’ 출판도시에 상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책이란 무엇입니까. 또 출판인들에게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이 서야 나라가 섭니다. 책은 말을 세우는 도구입니다. 출판인은 문자를 통해 말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책은 ‘영혼의 지도’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출판인이라면 유네스코 헌장 중에 ‘우리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는 문구를 명심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1980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출판협회(IPA)총회에서 ‘도서관 사서의 나태함’을 출판의 자유를 저해하는 요소의 하나로 지적한 보고서를 읽고 감회에 젖은 적이 있습니다. 책의 남발도 경계의 대상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경우 무려 100여종이 쏟아졌습니다. 세계 10위권 출판대국의 허명이자 숨기고 싶은 치부죠. 파주출판도시는 흐트러진 책의 질서를 바로잡고, 출판인들의 허물을 성찰한 뒤 회복시키는 ‘책의 유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가 2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사장께서는 ‘비와 바람의 도시일지(都市日誌)’라는 책에서 1988년부터 2007년까지 장장 20년 간의 출판도시 건설과정의 풍상을 정리하셨는데 출판도시의 미래상은 어떤 겁니까.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출판도시는 21세기 한국출판의 미래입니다. 책의 내일이기도 하지요. 21년 전 이기웅, 김경희(지식산업사), 김언호(한길사), 박맹호(민음사), 윤형두(범우사), 전병석(문예출판사), 허창성(평화출판사) 등 뜻이 맞는 출판인 7명이 북한산과 도봉산을 오르내리며 ‘산상(山上)결의’를 맺은 결과물입니다. 여기에 입주업체와 건축가들이 맺은 ‘위대한 계약서’덕분에 출판과 건축의 만남, 출판과 도시의 희귀한 만남이 이뤄졌어요. 전체 부지 48만여평 중에서 26만여 평에 해당하는 1단계 지구에 250여출판 관련업체가 입주했습니다. 앞으로 22만 평에 이르는 2단계 지구에서는 영화와 활자가 만나게 될 겁니다. 또 두 개의 도서관 즉 ‘아시아지식문화 아카이브’와 ‘영혼의 도서관’이 새로운 코어가 될 겁니다. →자서전을 집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네. 틈틈이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살아 생전 자서전을 출간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료를 정리해 놓을 뿐이고 출간여부는 내가 죽고 나서 행해질 일입니다. 영혼의 도서관에서 그런 일이 이뤄질 겁니다. →‘영혼의 도서관’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책 중의 책은 자서전입니다. 고인의 유족 또는 친지와 협력해서 고인이 써 왔던 자서전의 원고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킨 뒤 소장하는 사후 도서관입니다. 죽어서 아름다운 책더미에 묻히게 되는 셈이지요. 저의 마지막 책, 자서전도 영혼의 도서관 서가에 꽂히게 될 것입니다. →출판도시는 도시 전체가 건축물의 경연장이네요. 단순한 출판도시가 아니라 인간성 회복을 꾀하는 인간도시, 문화도시, 박물관도시를 지향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목표를 이루셨나요. -출판산업의 세 요소는 기획, 생산, 유통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해 바로 옆 인쇄소에 보내 인쇄·제본·제책을 완료한 뒤 출판물종합유통센터를 통해 공급하는 원스톱 체제를 갖춘 것이죠. 책의 수요를 예측해 남발을 막고, 서로 노출돼 있기에 부끄러운 책을 만들지 못합니다. 편집자끼리 책을 교환하게 되면서 기획과 편집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책의 질이 30% 이상 좋아졌고 물류비용도 30% 이상 줄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진 게 최고의 성과이죠. →열화당의 도서목록에서는 생소한 안중근 의사 관련 책을 내신 적이 있는데…. -대문호 톨스토이는 삶 자체가 ‘참회록’을 쓰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해 온 인생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참회록을 쓰듯 인생을 살려고 애썼습니다. 1993년 일산에 출판도시를 들이기로 한 계획이 틀어지고 난 뒤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습니다. 빛을 찾은 것이 1995년 노산 이은상 선생이 정리한 안중근 의사의 공판기록 번역본이었지요. 그때까지 안 의사를 너무 몰랐습니다. 안다는 것은 깨달음인데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깨달음이 아닙니다. 공판기록 속에서 안 의사의 엄청난 외침을 듣고 비로소 깨달은 거죠. 나의 고통은 고통도 아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자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2000년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안중근투쟁기록을 옮겨 엮은 까닭입니다. 출판도시 본부에 안의사의 흉상을 세웠죠. 안 의사는 출판도시의 정신적 감리인입니다. 개인적으론 안 의사로부터 출판도시를 완성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현재 수행 중입니다. ■ 李이사장 문화유전자는 강릉 선교장서 자라 ‘제2의 율곡’ 꿈꾸다 이기웅은 한때 1만명의 소작인을 두고 ‘관동제일가’를 자처하던 강릉 선교장(船橋莊)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전주 이씨 종손의 당숙이다. 선교장의 사랑채이자 문집과 서책을 간행하던 열화당(悅話堂)이 놀이터였다. 군불을 때고, 책 심부름하던 소년이었다.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는 열화당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유래했다. 예전엔 ‘열화당 강릉 1815, 서울 1971’이라고 새긴 명함을 들고 다녔다. 서울서 출판사를 세운 것은 비록 1971년이지만 열화당의 전통은 선교장이 지어진 1815년부터라는 자부심의 발로였다. 1996년 바르셀로나 국제출판협회(IPA) 총회 때 100년 넘은 유서 깊은 출판사에 기념패를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국에 1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확인소동이 벌어졌다. 얼마 전 열화당 출판사 신관 도서관건물에 개인생활공간을 지으면서 선교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인 활래정(活來亭)의 개념을 부활시켰다. 그가 강릉에 가면 묵는 정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감실(龕室)도 만들었다. 신위(神位)나 불상, 초상, 성체(聖體)를 모시는 종교적 장소다. 모친의 사진과 오늘의 이기웅과 열화당을 있게 한 스승들을 모실 생각이다. 그는 선교장의 ‘문화적 유전자’를 가장 진하게 물려받은 후손이다. 하지만 친탁과 외탁의 비율을 처음엔 ‘7대3’이라고 했다가 곧바로 ‘6대4’로 정정했다. 모계 혈통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됐다. 그는 “율곡 이이 선생을 닮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본(율곡은 덕수 이씨)도 다르고 500년 가까운 세월 차에도 불구하고 강릉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활동했으며, 말년에 파주에 정착해 생을 정리하는 것이 율곡의 삶의 궤적과 동일하다. 결코 우연은 아닌 듯싶다. ●약력 ▲강릉 출생(1940년) ▲강릉상고, 성균관대 철학과 졸업 ▲일지사 입사 ▲열화당 설립(1971년) ▲서울 올림픽조직위 전문위원 ▲서울예술대학 강사 ▲출판저널 창간편집인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수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출판학회상 ▲백상출판문화상 ▲중앙언론문화상 ▲가톨릭 매스컴 대상 ▲인촌상 ●주요 출판·저술 미술문고, 미술선서, 한국의 굿, 한국의 고궁, 한국의 탈놀이, 교양한국문화사,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열화당미술문고, 영상원 총서, 경주 남산, 서원, 우리 책의 장정과 장정가들, 몽골의 암각화,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 의리를 지킨 소
  • 대중가요에 스민 시대정신 엿본다

    힙합에 심취하던 젊은이도 사랑에 실패하고 나면 여지없이 대중 유행가에 상처입은 가슴을 흘려보낸다. 일제 강점기부터 산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의 아픔을 대변하거나, 때론 위로한 대중가요에 대한 본격 연구서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이 책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은이가 김장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기 때문. 김 차관은 2007년 7월 민음사와 ‘한국 대중가요에 스며있는 정치·사회적 배경’(가제)의 출판 계약을 맺고 원고도 이미 완성해 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차관에 오른 뒤 “공무와 다소 거리가 있는 출판으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여 출판을 일단 뒤로 미뤄뒀다.김 차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대중가요는 모두 13곡. 1920년 이애리수가 부른 ‘황성옛터’, 1930년대 진방남의 ‘꽃마차’, 1940년대 이인권의 ‘귀국선’, 1950년대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 1960년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1970년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등이다.김 차관은 “거시적으로 하나의 대중가요가 서민들 가슴에 울림을 만들어내기까지 정치·사회적인 배경을 살펴보고, 미시적으로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가수와 작곡가, 작사가, 음반제작자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테면 1969년에 발표된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는 중동건설과 월남전으로 가족을 남겨두고 해외로 돈벌이를 떠나는 가장들의 아픔을 담은 노래였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조기유학이 유행하게 되자 홀로 남은 아버지를 기러기 아빠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김 차관이 대중가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하와이대학 정치학 박사 과정 시절. 동료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1920년에서 1970년까지 대중가요 몇 곡을 선정하고, 노래에 깔려 있는 정치·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한 시간짜리 세미나에서 그는 직접 몇 곡을 불렀고, 몇 곡은 음반으로 들려줬다고 한다. 세미나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1992년 돌아온 김 차관은 이후 주말이면 도서관을 뒤지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대중가요에 얽힌 사연을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자료들이 그를 찾아오기도 했다. 15년 동안에 걸친 연구 덕분에 그는 술자리에서는 노래 한자락을 꺼낼 때면 그 노래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설명한다. 너무나 학술적으로 대중가요를 분석하는 바람에 좌중은 입을 딱 벌릴 지경이다. 지난 1월말 대통령과 장·차관 연석회의에서도 자신의 장기로 앙코르를 받았다고 한다. 민음사측은 “대중가요만큼 시대정신과 서민의 정서를 표현한 교과서가 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과학자들의 연구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관료가 아니라 학자로서 정면승부해도 충분한 연구자료다.”라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너무 가벼운 소설시장

    요즘 소설은 짧다. 단편소설은 원고지 80~100장 남짓이다. 중편소설은 250장 안팎이고, 장편소설이래야 원고지 800장을 넘을 뿐 1000장을 넘기는 경우도 흔치 않다. 여기에 ‘경(輕)장편소설’이라는 500장 정도의 ‘짧은 장편’까지 가세했다. 경장편은 문단에서 합의,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분량 개념으로 나눌 때 쓰이곤 한다. 물론 소설의 분류는 단순한 분량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변화는 묵직한 주제보다는 가벼운 주제와 이야기를 선호하는 소설 시장의 추세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 이에 대해 ‘출판 상업주의의 소산’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함께 ‘독자와 소설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민음사가 만드는 계간문예지 ‘세계의문학’ 봄호는 이번 호부터 원고지 500장짜리 경장편소설을 통째로 실었다. 2006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아직 새 작품집을 내지 않은 김이설의 신작 ‘나쁜 피’가 시작이다. 김이설 뒤로도 이홍, 황정은, 하재영, 박주영까지 신인급 작가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민음사는 이를 단행본 시리즈로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물론 김이설의 작품은 여느 젊은 여성작가의 소설처럼 일상과 소비의 주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학과 피학을 한몸에 순환시켜야 하는 인물의 등장으로 둔중하기까지 할 정도다. 예술성과 미학성이 강조되는 단편소설은, 보통 ‘돈’이 되지 않는다. 출판사도, 작가도, 그리고 독자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중층 서사구조에 미학성이 가미된 중편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적으로 출간할 수 없는 분량이라 ‘돈’이 안 된다. 또 유장한 흐름 속에 인간과 세계의 총체성을 보여주는 장편소설은 안타깝게도 너무 무거워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성과 시장을 모두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민음사의 ‘경장편소설 시리즈 출간 기획’으로 표출되고 있다. 강미영 문학팀장은 “문학잡지의 소설이 연재 형태가 아니라 전재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면서 “기성작가들이 아닌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과 문학의 본질도 고수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결단”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국문과 김종회(문학평론가) 교수는 “가벼운 서사 구조를 원하는 독자의 독서 취향을 따라가야 한다는 절박함을 풀어나가기 위한 문학계의 적극적 조치로 바라볼 수 있다.”면서도 “자칫 가벼운 독자와 시장의 경향만을 추종하는 출판 상업주의로 빠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추수주의와 출판사의 상업적 오만에 대한 경계를 주문한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원작소설 달콤한 공존

    영화·원작소설 달콤한 공존

    영화계와 출판계가 사이 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두 분야간 협업이 활발했던 때도 드물다. 최근 들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개봉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번 달만 봐도 ‘레볼루셔너리 로드’, ‘말리와 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원작이 있는 영화가 줄을 이었다. 여기에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쇼퍼홀릭’,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새달 찾아오고, ‘박쥐’(원작 ‘테레즈 라퀸’),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쌍둥이별’, ‘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올해 줄줄이 개봉한다. 2006년 개봉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출판사와 영화사의 공동 홍보마케팅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원작영화를 수입하거나 제작한 영화사가 출판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벌이는 일은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윈·윈’ 전략은 흥행에서도 대체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편이다. 로맨스 판타지물 ‘트와일라잇’이 좋은 사례. 지난해 12월 처음 국내 개봉했고, 지난 26일부터 재상영에 들어간 이 영화는 140만명의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그러자 원작 소설의 인기도 더불어 올라갔다. 인터파크 도서 집계에 따르면 영화 개봉 전후 한 달간을 비교했을 때 1일 평균 판매량이 6배가량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은 흥행 못해도 원작소설 판매량 늘어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해도 베스트셀러나 유명 작가의 작품일 경우, 원작 소설 자체의 동력으로 판매량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11월20일 개봉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관객동원은 총 64만여명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냄출판사가 펴낸 원작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영화 개봉 다음 주부터 5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한국출판인회의 집계)를 지켜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인 덕분이다. 이진숙 해냄출판사 편집장은 “‘눈먼 자들의 도시’가 지난해 5월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11월엔 국내 개봉까지 이뤄지면서, 영화의 영향으로 판매고가 부쩍 올랐다.”며 “지난 1998년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25만부가 팔렸는데, 그 중 15만부가 지난해 이후 판매됐다.”고 밝혔다. 개봉 영화의 관심과 인기로 잊혀진 원작소설이 재출간되고 상승세를 타는 경우도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이에 속한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제작 규모, 브래드 피트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아카데미상 13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으로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영화 누적 관객 수는 96만명에 불과하지만, 서점가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올 들어 민음사, 노블마인, 문학동네 등 무려 출판사 7곳에서 개봉 시점에 맞춰 원작 책을 출간했다. 물론 이렇게 여러 출판사가 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은 작가 피츠제럴드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퍼블릭 도메인’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제 영화제 수상도 영향 줘…좋은 원작 확보 물밑 경쟁 치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원작의 판매는 큰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원작의 장르와 관련이 있는데, 비소설일 경우 영화와의 연계성이 높지 않아 흥행세를 등에 업기 어려워진다. 지난 12일 개봉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도 2주만에 관객 64만여명을 끌어모았지만, 원작인 동명 연애지침서의 판매 상승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진숙 편집장은 “원작 내용이 궁금해져야 영화 관객이 독자로 옮겨오는 만큼, 각색을 많이 거치는 비소설은 소설만큼 영화의 영향력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화 개봉 시점과 원작 판매율 변화는 어떤 상관관계를 보일까. 김미영 인터파크 도서 마케팅팀 과장은 “영화 개봉 한 달 전 즈음 프로모션이 열리는 시점부터 판매가 오르기 시작하며, 시사회 리뷰가 나오고 극장개봉이 되면 확연히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새달 5일 개봉하는 ‘왓치맨’도 비슷하다. 그래픽노블 ‘왓치맨’의 출간사인 시공사 마케팅팀에 따르면 ‘왓치맨’의 하루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후로 2~3배로 늘었고, 출고량도 4~5배에 달할 정도다. 국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은 원작의 판매를 부채질한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올해 아카데미상 8관왕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새달 19일 개봉)는 하루 출고량이 지난 23일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평균 50부에서 500부로 껑충 뛰었다. 장으뜸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은 “영화 홍보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개봉 시점에 이르면 3000~5000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트 윈즐릿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원작 출판사 ‘이레’도 마찬가지다. 봉정화 ‘이레’ 편집팀 과장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런 연유로 영화로 제작되는 원작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조용호 시공사 마케팅팀 대리는 “요즘은 영화 제작 소식이 들리면 출판사들이 수소문을 통해 앞다퉈 계약하려고 한다.”면서 “2~3년 전에 판권을 확보해 출간하고, 개봉시기에 이르면 한두 달 전에 표지나 제목을 바꾸는 등 재발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영화·소설 공동마케팅 어떻게 제목·표지는 영화에 맞춰 시사회·경품행사 등 이벤트 풍성 영화와 출판의 공동 마케팅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시너지 효과가 입증되면서 갈수록 다양화하고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디까지나 윈·윈 차원인 만큼 비용 혹은 수익 분담이나 공식 제휴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우선, 국내 개봉 영화 제목에 책 제목을 맞추는 일이 늘고 있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와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제목을 바꾼 경우. 두 작품의 기존 제목은 각각 ‘책 읽어주는 남자’(이레·2004년), ‘Q&A’(문학동네·2007년)였다. 이현자 문학동네 해외문학1팀장은 “지난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각종 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말쯤 재발간 기획에 들어갔으며, 오는 3월 국내 개봉되는 영화 제목에 맞춰 책 제목을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책의 표지나 띠지, 래핑 이미지를 영화 스틸컷과 포스터로 바꾸는 일도 증가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원작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해냄)의 제목을 영화대로 바꾸면서 표지를 싸는 래핑 이미지를 영화 속 이미지로 바꿨다. ‘말리와 나’(세종서적)도 2006년 출간 당시 책 주인공 말리의 실제 사진을 표지로 썼으나, 이번에 재출간하면서 영화 ‘말리와 나’ 포스터를 사용했다. 홍보 효과 진작을 위해 시사회 티켓, 영화할인권, 예매권, 책 나눠주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특히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출판사 문학동네는 작품의 문학성이 높은 만큼 3월 영화 시사회 때 문인 20여명을 초대하기로 했다. 장으뜸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은 “‘어톤먼트’ VIP 시사회 때 같은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영화계와 문학계 양쪽에서 평이 나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어 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왓치맨’을 펴낸 시공사는 영화 속 스마일 이미지를 배지로 만들어 온·오프라인 책 구매자 6000여명에게 경품으로 끼워 준다. 무엇보다 핵심은 서로 최대한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 예고편에서 ‘전 세계 36개국 원작 출간’이란 문구를 넣어 소설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또 언론사 보도자료와 지면광고, 포스터는 물론 커피숍 테이블매트나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에도 영화·소설 홍보를 함께 넣기로 했다. ‘왓치맨’은 반디앤루디스 코엑스점 등 서점 진열대에 영화 예고편 동영상을 모니터로 틀어주고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힌두 인도 vs 이슬람권 파키스탄 분쟁의 역사 파헤치다

    어찌 보면 중동의 가자지구나 인도의 카슈미르나 전 세계 분쟁지역들이 50년 넘게 유혈사태를 빚고 막대한 사상자를 내는 원인은 20세기 초 제국주의 통치 잔재나 흔적 탓이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식민지에서는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생국가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민족주의란 배경은 또 다른 분쟁의 원인이 됐다. 신생 국가 내의 소수민족과 다수민족 사이에 권력을 둘러싸고 민족문제가 불거지거나 인근 국가들과 종교, 인종적인 갈등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원활한 식민통치를 위해 ‘분리해서 통치하라.’는 원칙을 준용해 가면 한 나라를 분열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주요 분쟁지역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도 같은 양상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조길태 지음, 민음사 펴냄)은 카슈미르를 중심으로 한 양국 간의 분쟁을 인도에서의 파키스탄 분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주대 사학전공 교수인 저자는 두 나라의 대립과 분쟁이 단지 종파적 민족주의의 산물인지 또는 영국 제국주의 정책의 일환인지 자문하고 있다. ●인도에서 파키스탄 분리 중심으로 분쟁사 분석 힌두 국가였던 인도에 이질적인 무슬림이 섞인 것은 12세기 말 무슬림 왕조가 수립되면서다. 인적 구성상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200여년 동안 힌두의 관직진출은 무슬림보다 많았다. 이에 19세기 후반 무슬림의 지도자인 사예드 아메드 칸은 무슬림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영국 정부로부터 무슬림에게 유리한 분리 선거제의 특혜를 얻어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인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두 개의 민족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다른 한편에서 무슬림의 분열 운동을 촉진시켰다. 영국으로서는 ‘분리통치’를 통해 식민지 인도 내부에서 정치적 급진주의를 억제하고, 종파적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통치의 안정을 확보하려고 한 것이다. 이런 분리통치의 결과 2차 대전이 종식되고 1947년 8월 영국이 인도에서 철수하자 인도는 힌두의 인도와 무슬림의 파키스탄으로 분리된다. 분리된 인도의 힘은 불가피하게 국제사회에서 약해진다. 여기에 두 개의 국가로 분리된 이후에도 전쟁의 형태로 갈등이 지속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 후 3차례의 전쟁을 치렀는데 이중 2번이 인도령인 카슈미르가 발단이다. 카슈미르는 이슬람교가 전체인구의 77%, 힌두교·불교·시크교가 23%다. 종교적인 측면이나 전체 국민의 뜻을 따지자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파키스탄으로 편입됐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카슈미르 지방을 통치하던 힌두계 토후 왕족들은 인도 편입을 선언했다. 만약 영국이 식민통치 과정에서 두 개의 종교적 세력(민족)을 용인하지 않거나, 철수하는 영국이 카슈미르의 주민 80%인 무슬림의 뜻을 고려하는 장치를 마련했더라면 현재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해 10월 카슈미르 이슬람 세력이 파키스탄의 지원 아래 수도를 점령하려고 하자 인도가 군대를 파견해 1차 인·파 전쟁이 시작됐다. 그 다음해 8월 유엔 개입으로 정전합의가 이뤄졌고,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에 각각 63%, 37%씩 영토가 쪼개졌다. 2차 인·파 전쟁은 1964년 파키스탄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을 공격하면서 발발했다. 1980년대 들어서서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내 이슬람 세력이 분리독립 운동을 시작하면서 양측 간 충돌은 더욱 빈번해졌다. 이때 결성된 ‘잠무 카슈미르 해방전선(JKLF)’은 파키스탄의 지원 아래 테러전을 시작했다. 인도군도 이들과 이슬람 주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보복을 자행했다. 2007년 12월 인도 국회의사당 폭탄테러도 JKLF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파키스탄 문명의 충돌 세계에 재난 될 것” 핵무기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두 국가만의 비극이 아니라 전 인류에게 가공할 만한 재난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중동처럼, 힌두권과 이슬람권의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제주의와 세계 시민 사상을 강조하는 국제적 개방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에 의해 분열되고 억악받던 국가가 통일운동이나 해방운동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2만 8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맛살라 인디아(김승호 지음,모시는 사람들 펴냄) 현직 외교관이 주인도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2년 동안 체류하면서 적은 생생한 인도 보고서다.‘맛살라’는 인도 향신료 이름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한 것.그 향신료처럼 인도의 경제 문화 의학 교육 종교 정치를 아우르는 종합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세계 최대 빈자와 최대 부자가 공존하는 인도의 빛과 그림자,인도의 6대 인종 이야기,인도의 파워 등이 담겨있다.1만 5000원. ●마케팅의 중력을 발견하다(지미 비 등 3인 지음,조현오 옮김,티즈맵 펴냄) 단돈 200달러가 성공한 회사들과 연수입 수백만달러로 변신했으며,그것을 통해 자유를 얻은 과정이다.저자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뒤 마케팅 전문가로 비즈니스를 시작해 성공한 이야기를 담았다.중력의 힘처럼 고객과 돈,성공을 끌어당기는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기존 마케팅을 거부하고 회사의 위치,외부 광고물,최근의 마케팅과 광호활동,구전활동 등을 통한 마케팅 노하우를 밝혔다.1만 4000원. ●이집트의 예술(게이 로빈스 지음,강승일 옮김,민음사 펴냄) 거대한 피라미드의 웅장함부터 작은 부적물이 새겨진 얼굴의 섬세함까지 고대 이집트 미술의 마력을 300여점의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서술로 소개했다.3000년 이집트 미술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저자는 미국 에모리 대학교 고대 이집트 예술분과 교수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집트 예술품을 엄선해 생생한 사진과 명료한 문장으로 설명해 놓았다.3만 5000원. ●발칙한 조선인물사론(이성주 지음,추수밭 펴냄) 까칠한 한석봉과 자식 복 없는 황의,부패한 공무원 박연,애정결핍 연산군 등,국사 교과서에 한 줄 정도 이름을 걸치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들을 수십장을 할애해 생생하고 이해 가능한 현대적 인물로 부활시켰다.그들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었다는 것.박연이 조선의 궁정음악 체계를 개혁하는 등으로 인정받아 고위 관료가 된 것이 아니라,음악을 취미로 하던 고위 관료가 ‘한국의 3대 악성’이라는 점이 사실이 새롭다.1만 3000원.
  • [책꽂이]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윤대녕 지음,문학동네 펴냄) ‘은어낚시통신’의 작가 윤대녕이 1994년 쓴 첫 장편소설을 재출간했다.두 소년과 한 소녀가 열일곱 살에서 정지되어 버린,그러나 몸은 암울하게 새겨 놓고 있는,그 기억을 15년이 지나 다시 복원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존재와 영원’ 등 윤대녕 작품 특유의 문제의식이 관통된 작품이다.휴대전화가 일상화되지 않은 과거의 아날로그적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고픈 이들에게도 유효할 것이다.1만원. ●앨리스네 집(황성희 지음,민음사 펴냄) ‘21세기 전망’ 동인인 황성희의 첫 시집이다.작품마다 여자로서 개인과 질곡의 역사가 씨줄과 날줄로 끊임없이 교차되어진다.어느 시에서는 아주 또렷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또 어느 시에서는 의식의 흐름처럼 내용과 형식을 파괴하며 나타난다.다음 시집이 더욱 기대된다.7000원. ●신(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열린책들 펴냄) 인류의 운명을 놓고 ‘신(神) 후보생’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다.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낸 베르베르는 3부작으로 이뤄진 ‘신’을 먼저 냈고,내년중 2부 ‘신들의 숨결’,3부 ‘신들의 미스터리’를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베르베르가 직접 그린 펄쩍 뛰어오른 금붕어 그림과 인삿말이 책 첫 장에 있다.한국의 ‘베르베르 시장’이 크긴 큰 것 같다.1,2권 각 9800원.   ●쌍둥이별(My Sister´s Keeper)(조디 피콜트 지음,곽영미 옮김,이레 펴냄)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에게 제대혈,백혈구,줄기세포 등 모든 것을 주기 위해 ‘맞춤형 아기’로 태어난 셋째 안나가 열 세 살이 되면서 더이상 자신의 몸에 손대지말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부모에게 낸다.출간 당시 미국 내에서 윤리적 논란으로 핫 이슈가 됐고 각종 토론프로그램의 단골 주제로 등장했었다.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져 내년에 개봉된다.1만 3800원.
  • [책꽂이]

    ●아버지의 바다에 은빛 고기떼(박기동 지음, 책세상 펴냄) 1979년 펴낸 박기동(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소설가의 첫 작품집을 29년이 지나 복원했다. 사실주의 풍조가 강했던 당시에는 꽤 낯설었지만,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는 오히려 지금 훨씬 편하게 읽힌다.9편이 마치 연작 소설인양 바다와 아버지, 이제는 50세 가까이 됐을 열일곱 소년들이 작품마다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1만원. ●달을 쫓는 스파이(방현희 지음, 민음사 펴냄) 광개토대왕릉 도굴 사건을 둘러싸고 박물관 학예사들이 벌이는 사랑과 지적 열망을 다루고 있다. 방현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만주와 일본, 현재와 삼국시대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벌이는 스파이의 긴박한 심리전을 엿볼 수 있는가 하면 역사와 박물관 학예사 등에 대한 지적 욕구도 충족시킬 만하다.1만1000원. ●레몬트리(최치언 글, 변기현 그림, 문학세계애니북 펴냄) 한국현대시 100주년을 기념해 사랑시 24편을 모아 만화로 극화한 ‘포엠툰’이다. 마치 완성도 높은 영화 콘티를 보여주는 듯한 만화적 재미에 김수영, 천상병, 안도현, 김용택, 도종환 등 24명 시인들의 가슴 저릿한 여운이 가미됐다.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과거의 그 열병을 떠올려 보고픈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1만1000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이우일 그림, 이수은 옮김, 이레 펴냄) 원작에서 환상의 공간에 대해 세밀한 묘사를 더했던 존 테니얼 삽화 이후 전세계에서 번역될 때마다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독창적 화법으로 도전했던 책.‘도날드닭’으로 알려진 이우일 일러스트레이터가 만화적 감수성과 화려한 색감을 구사하며 새롭게 해석했다. 올컬러라서 책값이 좀 비싸다.2만원.
  • [내 책을 말한다] 100년전부터 ‘몸짱’ 권하는 사회

    요즘 내가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는 케이블 TV의 ‘막돼먹은 영애씨’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영애’는 성숙한 인격이나 직장에서의 유능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지 않은 외모, 날씬하지 않은 몸, 왕성한 식욕을 가졌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무시당하고 차별받는다. 볼 때마다 몇 번씩 ‘맞아 맞아!’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서 몸이 갖는 위상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우리는 ‘못된 건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비단 ‘루키즘(lookism)’의 문제만은 아니다. 젊고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져야만 이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누구나 몸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육체는 그저 우리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배웠거늘, 우리는 왜 이렇게도 몸의 도구처럼 살고 있을까. 한 번이라도 이러한 회의가 든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근대 이전까지는 조선 땅에서도 몸은 충, 효, 열과 같은 전통윤리를 실천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효심을 증명하기 위해 머리카락 한 올도 함부로 자르지 못했다. 열녀가 되기 위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지아비를 위해서도 평생 수절을 해야 했다. 몸의 건강은 마음을 다스리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며 양반들은 바깥출입조차 삼갔다. 그러던 조선인의 몸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들이닥친 근대화의 회오리 속에서 순식간에 변신했다. 단발이 패션이 되고, 청상과부에게도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행복을 누릴 권리가 부여되었다. 감히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을 째거나 가르기도 하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직접 몸을 움직여 운동해야 한다. ‘체력은 국력’이라며 ‘전 국민 건강 프로젝트’가 위생제도, 학교교육을 통해 시행되었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출산을 장려하였다. 뿐만 아니라 ‘몸짱’,‘얼짱’을 밝히는 풍조도 이미 그 시절부터 만연하기 시작했다.‘8등신’ 미인의 기준이 이때부터 제시되었고, 여성들의 얼굴이나 몸매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노골적인 품평회가 버젓이 신문,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백 년 전의 과거 속에서 마치 요즘 이야기인 듯한 이러한 장면들을 발견하는 일은 ‘육체의 탄생’(민음사 펴냄)을 읽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근대, 자본, 권력의 논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에도 귀기울여 주시길. 그것이 ‘몸속에 갇힌’ 우리를 ‘해방’시킬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영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 부사어로 버무린 모호한 詩맛

    그랬다.3년 동안 여물었던 언어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명료한 시어보다는 읽는 이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모호한 시어를 골랐다. 부사어의 전면 배치다. 정끝별(44·명지대 국문과 교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와락(창비 펴냄)’은 문학의 언어로 제 대접을 받지 못하던 부사어를 ‘와락’ 껴안고 놓지 않은 채 끊임없이 사랑을 되뇌었다.‘삼천갑자 복사빛(민음사 펴냄)’ 이후 3년 남짓의 시간 동안 담아뒀던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고 눅진한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은 구체적인 사회와 연인에서 점점 가족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표제시 ‘와락’에서는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막막한 나락’이라며 헌신적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나락’,‘벼락’,‘자락’ 등으로 유쾌한 형식은 감추지 않는다. 나아가 따스한 아랫목 이부자리 안에 나란히 팔베고 누워 있으려면 팔을 내준 이만큼이나 베고 있는 이도 팔이 저리고, 이를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사랑(‘저린 사랑’)이라고 얘기한다. 이뿐 아니라 ‘여여´,‘아슬아슬´,‘시시각각´ 등 부사어 제목이 달린 시들이 연신 시집을 휘감아돈다. 부사어가 제목에서 겨우 벗어났다 싶으면 ‘꾸꾸루꾸꾸’,‘웅크레주름구릉’ 등 시어가 시문 중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 시인은 “그냥 연인을 생각해도 좋고, 가족을 생각해도 좋고, 정치적 격동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부사어가 주는 상태성에 천착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느낌들을 부사어로 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해피 파이(π) 데이’에서 노래했듯 끝없는 원주율처럼 무궁한 세계 속에서 얻은 ‘세 개의 호박’에 뿌듯함을 애써 감추지 않는 시인의 감성이 ‘와락’ 껴안기에 딱 부담없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질러(임정연 지음, 민음사 펴냄) ‘스끼다시 내 인생’의 작가가 사춘기의 방황과 혼란을 밝고 경쾌하게 그려낸 장편소설. 자퇴·성폭행·친부 살인 청부 등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다.1만 1000원. ●오로라의 집(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지음, 조남선 옮김, 뿔 펴냄)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단편소설집.1982년에 발표했던 ‘오로라의 집’과 ‘세상 밖으로 또는 오를라몽드’를 묶었다. 현대 물질문명을 성찰하면서 자연과 순수함으로 충만했던 산업화 이전 사회와 문화를 향한 향수를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 7000원. ●상실의 상속(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이레 펴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히말라야 산중의 작은 도시 칼림퐁과 번화한 뉴욕의 할렘가를 배경으로 ‘세계 속의 인도사회’가 안은 상실감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1만 5000원.●오주팔이 간다(백시종 지음, 문이당 펴냄) 1966년 등단한 작가가 ‘물’에 이어 내놓은 장편 환경 생태소설. 앵강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자연의 섭리가 무엇인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이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9800원.●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김현승 지음, 삶과 꿈 펴냄) ‘가을의 기도’로 절대고독을 노래했던 시인(1913~1975)의 유일한 산문집.‘겨울의 예지’ ‘커피를 끓이면서’ ‘가장 단단하고 낮은 음성으로’ 등 40여편이 실렸다. 청교도 정신으로 세상을 보는 맑고 정결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8500원. ●머니(전2권, 마틴 에이미스 지음, 김현우 옮김, 민음사 펴냄) 첫 장편 ‘레이첼 페이퍼스’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영국 작가의 장편 소설.‘2006년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됐다. 런던의 잘 나가는 CF 감독이자 속물적인 쾌락주의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돈에 중독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1권 1만1000원, 2권 1만 2000원.
  • [책꽂이]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지음, 민음사 펴냄)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 표제시를 비롯해 ‘세상 속으로’‘면벽’‘우물 속에 갇힌 사랑’ 등 63편의 시가 실린 이 시집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든다.7000원. ●영혼의 식사(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허삼관 매혈기’‘형제’로 널리 알려진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주자인 작가의 산문집. 그가 아들을 키우며 돌이켜 본 어린 시절의 삶과 추억, 글쓰기에 대한 단상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1만원. ●젖과 알(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권남희 옮김, 문학수첩 펴냄) 일본 최고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단편 소설. 서점 직원과 치과의사 조수, 호스티스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가 됐던 작가는 ‘젖과 알’로 대변되는 모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기복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약속 시간을 앞두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주인공 여자가 광고용 휴지를 돌리는 한 남자에 대한 상상을 독특한 심리 묘사로 풀어낸 ‘당신들의 연애는 빈사(瀕死)’가 함께 실렸다.8500원. ●피아노 튜너(대니얼 메이슨 지음, 김후자 옮김, 민음사 펴냄) 미 하버드대 생물학과 출신의 작가가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말라리아를 연구하며 쓴 장편소설. 영국의 피아노 조율사와 미얀마 여인간의 운명적 사랑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다.1만 3000원. ●바다로 간 고래바위(이순원 지음, 홍원표 그림, 굿북 펴냄) 팍팍한 삶으로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읽을 만한 동화.‘은비령’‘그대 정동진에 가면’의 작가가 산꼭대기의 고래바위가 억겁의 세월 속에 부서져 명개가 돼 바다의 품에 안기게 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와 가르침을 전해 준다.1만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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