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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꼼수’ 출판계 쥐락펴락

    ‘나꼼수’ 출판계 쥐락펴락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대한민국 출판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나꼼수’의 고정 출연진인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의 김어준(43) 총수와 김용민(37) 시사평론가의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쓸고 있다. ●‘닥치고 정치’ 한달 만에 21만부 팔려 지난 4일 집계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푸른숲 펴냄)는 2위,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통나무 펴냄)이 9위, 김용민이 쓴 ‘나는 꼼수다 뒷담화’, ‘조국 현상을 말하다’(이상 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가 12위와 19위에 올랐다. ‘닥치고 정치’는 지난달 28일 집계에서는 1위였으나 스티브 잡스의 전기(민음사 펴냄)에 자리를 내줬다. 정봉주 전 의원이 쓴 ‘달려라 정봉주’(왕의서재 펴냄)도 오는 28일 발간 예정으로 예약 판매 중이다. 김용옥(63) 원광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29일 ‘나꼼수’ 26회 ‘서울수복과 도올선생’ 편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 직후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집계 결과 ‘중용, 인간의 맛’의 판매가 6배나 늘었다. 알라딘 측은 “현 정권에 대한 김 교수의 신랄한 비판에 통쾌함을 느낀 독자들이 책을 사고 있다.”며 “책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소개돼 판매량이 급증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방송, 영화, 신문 등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무릎팍도사’와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 출연자의 저서가 반짝 인기를 끄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나꼼수’와 같은 인터넷 방송이 서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처음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임수정 팀장은 “TV드라마나 영화 등에 노출됐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꼼수’ 방송 직후 즉각적인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며 “방송의 주 청취층인 30대 남성의 관련 도서 구매가 많다.”고 말했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는 발간 한 달 만에 21만부가 팔렸다. 출판사 푸른숲의 김교석 편집자는 8일 “최소한 10만부는 나가리라고 생각했는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나꼼수’의 영향력이 커졌고 책으로도 반응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처음에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란 개인 브랜드의 입소문에 힘입어 15만부 정도를 판매분기점으로 잡았으나 ‘닥치고’가 내년 총선과 대선 관련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뤄 6개월 안에 30만부는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구매층은 30대 남성이 압도적 ‘닥치고’의 구매층은 30대 남성이 압도적이다. 40대나 20대 남성들도 책을 많이 샀으며 최근에는 여성 구매자도 늘었다. 김어준의 또 다른 책 ‘건투를 빈다: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푸른숲 펴냄)도 동반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5만부 정도 판매됐는데 ‘닥치고’가 나오면서 1만부가 더 팔렸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문민정부 초창기에도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비리를 폭로한 시사잡지가 20만~30만부씩 팔리며 인기가 높았다.”며 “‘나꼼수’는 일본에서 70만부까지 팔리다 2004년 폐간한 잡지 ‘소문의 진상’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이 잡지 때문에 일본 총리가 잘린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문과 사실, 허구를 섞어서 분노한 대중들이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또 “세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바닥의 정서에 공감한 책이 눈높이에 맞춰 젊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출판계 일각에서는 ‘나꼼수’ 출연진의 책 가운데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돌풍 ‘잡스 전기’ 이번엔 번역 논란

    돌풍 ‘잡스 전기’ 이번엔 번역 논란

    ●일부 독자 “미국판과 다르다” 제기 “이 책은 ‘성경’과 같은 수준의 번역 품질이 필요한 책이다. 그렇지 않다면 스티브 잡스 전기로서의 가치가 없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가 폭발적인 판매 속도만큼이나 유명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판 원서를 읽은 독자들이 한국판의 번역 오류와 오탈자를 잇달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예컨대 실제 책상을 뜻하는 데스크톱(The metaphor they came up with was that of a desktop, 162쪽)을 컴퓨터로 번역했는가 하면, ‘잡스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인정한 딸 리사’(but Lisa was a daughter Jobs had abandoned and had not yet fully admitted was his, 160쪽)를 ‘리사는 잡스가 버리고도 자신의 자식임을 인정하지 않은 딸의 이름이었다.’라고 거꾸로 번역했다는 것이다. ●민음사 인터넷에 신고 게시판 448쪽의 ‘2001년 8월 잡스의 병세가 위중해’도 옥의 티로 지적됐다. 이는 ‘2011년 8월’의 오자다. 그러자 일부 독자들은 ‘번역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출판사에 리콜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판보다는 (오류가 잡힌) 10쇄를 사야 한다.”는 냉소도 나온다. 지적이 잇따르자 ‘스티브 잡스’ 한국어판을 낸 민음사는 인터넷 카페에 신고 게시판을 개설해 번역 오류에 관한 내용을 접수받고 있다. 민음사 측은 “미국 출판사에서 보내 준 원고와 영문판이 일치하지 않아 벌어진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잡스를 독점 인터뷰한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다른 해외 출판사에 원고를 전달한 뒤 미국 출판사와 편집 작업을 계속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래 전달한 원고와 미세하게 차이가 생긴 부분에 대해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번역자 “맥락에 중점… 큰 문제없다” “책 표지 사진을 잡스가 직접 골랐다.”는 내용이 미국판 서문에는 있는데 한국판에 없는 까닭도 “한국 출판사가 어떤 표지 사진을 고를지 모른다는 이유로 미국 쪽에서 수정된 서문을 전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번역자 안진환씨는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는 저자의 표현을 준용하면서 맥락에 중점을 두고 옮기는 게 나은 번역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데스크톱은 컴퓨터로 번역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민음사 측은 단순 오탈자 등은 추가 인쇄 때 수정하겠지만 리콜 처리는 어렵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잡스, 해리포터 눌렀다

    잡스, 해리포터 눌렀다

    애플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민음사 펴냄)가 주요 인터넷 서점 하루 최고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25일 예스24에 따르면 전날 오후 판매에 들어간 ‘스티브 잡스’는 출간 당일 모두 4700부가 팔려 이 서점 종전 최고 기록인 해리포터 시리즈 4권 ‘죽음의 성물’ 기록을 뛰어넘었다. 2007년 12월 발간된 ‘죽음의’는 하루 동안 3500부가 팔렸다. 또 다른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도 ‘스티브 잡스’는 전날 하루 4000부가 팔려 일일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나 법정 스님 저서 판매량 등을 뛰어넘는 수치다. 알라딘 관계자는 “유명인이 세상을 떠나면 관련 저서들의 판매량이 급증하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더 유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초판 10만부 이례적… 인쇄소 3곳서 ‘비밀작업’

    초판 10만부 이례적… 인쇄소 3곳서 ‘비밀작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 발매일이 잡스의 죽음으로 한 달 정도 앞당겨지자 국내 출판사들은 하반기 유망작 발매 날짜를 수정하기에 바빴다. 예약 판매만으로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1위에 오른 ‘강적’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초판 물량은 이례적으로 10만부다.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신정아씨의 자전 수필 ‘4001’의 초판 물량도 5만부였다. 10만부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인쇄소 3곳에서 나눠 찍었다고 한다. 이번 주 중 8만부 추가인쇄에 들어간다. 한국판 번역을 맡은 안진환(48)씨는 “잡스의 모든 것, 예컨대 괴팍한 정도로만 알려졌던 성격에 대해 잡스식 설명 내지 변명을 들을 수 있는 게 (기존 잡스 관련 책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전기를 보면) 잡스는 늘 자신이 단명하리라고 생각했고 짧은 시간에 목적을 이루려면 평균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나친 듯싶은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씨는 ‘못 말리는 CEO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넛지’ ‘괴짜 경제학’ 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다. “잡스 책들을 번역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는 그는 “사망 소식을 들은 날은 착잡해서 일(번역)을 잠깐 쉬었다.”고 털어놓았다. 번역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안씨는 “통상 전자파일로 원고를 받는데 이번 책은 A4 용지에 인쇄돼 서너 차례에 나눠 항공우편으로 받았다.”면서 “(유출 등을 우려해) 중요한 장은 나중에 왔고, 세 번째 원고는 상당 부분 고쳐져 있었다.”고 밝혔다. 인쇄소도 비밀에 부쳐졌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발매되기 전에 영국 런던 인쇄소에서 도난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출판사 대표와 안씨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 내용을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100만 달러(10억여원) 설이 나도는 계약료와 관련, 민음사 측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책이 백과사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두껍다 보니 서점에서는 홍보용으로 아이패드와 책이 한데 들어가는 ‘잡스 백(bag)’도 제작했다. 전자책은 11월 말쯤 애플의 전자책 상점인 ‘아이북스’에 등록될 예정이다. 예약 판매로만 벌써 1만 5000부가 나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애플의 공동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24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동시에 발매됐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잡스가 전기 집필자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기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친구, 가족, 동료, 경쟁자 등 100여명의 주변 인물들을 만났다는 사실 등 때문에 화제를 낳았다. 민음사에서 발간된 한국판(2만 5000원)은 92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아이작슨은 시사주간지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언론인. 그는 철저히 사실과 취재에 바탕을 둔 서술로 신비주의로 자신을 무장하고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를 조명했다. 잡스의 전기 집필을 두 번 거절했던 아이작슨은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을 통해 암 투병 사실을 알고 책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잡스는 집필 과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며 사전에 보여 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는 조건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생모에게 “낙태시키지 않아 감사” 잡스의 인생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입양됐다는 것이다. “너네 진짜 부모님은 널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야?”란 동네 아이의 말에 울부짖는 잡스에게 양부모는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거란다.”고 일러주었다. 잡스는 양부모를 향해 “1000% 내 부모”, 친부모를 향해서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후에 잡스는 생모 조앤 심슨에게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책은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전했다. 전기는 “버림받음, 선택받음, 그리고 특별함은 잡스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잡스는 버려졌다는 사실이 집착을 낳았다는 등의 성격 분석에 대해 “버려졌기 때문에 죽어라 열심히 일한다는 식의 얘기는 어처구니없다. 입양됐다는 사실을 안 것은 독립성을 키워 주었을지 모르지만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빠진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선불교와 채식주의로 영혼 형성 잡스가 미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대학이자 히피 생활 방식으로 유명했던 리드 대를 중퇴한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학비에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부모의 돈을 많이 쓰는 것에 죄의식을 느꼈다고 훗날 자퇴 이유를 밝혔다. 홈스테드 고등학교 때 마리화나, LSD(환각제)에 손댄 잡스는 부모의 분노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훗날 딸 리사를 낳은 크리스앤 브레넌과 부모의 반대에도 야산의 오두막에서 동거하기도 했다. 잡스는 첫 직장인 비디오게임 제조사 아타리에서 시급 5달러를 받고 고용되지만 곧 ‘냄새 나고 건방진 히피 녀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처리만은 똑 부러지게 해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프로젝트를 해결하고 회사 돈으로 인도 순례를 떠난다. 7개월간 인도에서의 시간에 대해 “인도인의 직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관에는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 깨달음은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다. 평생 야채와 과일만 먹는 강박적 식생활을 고3 때 시작한 잡스는 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냄새를 풍겼다. ●디자인 열정 어린시절 주택서 유래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로 알려진 이 문구는 애플Ⅱ 팸플릿에 들어가면서 잡스의 디자인 철학이 된다. 깔끔한 디자인을 대중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열정은 잡스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아이클러 주택에서 유래했다. 1950~74년 캘리포니아 곳곳에 1만 1000채의 집을 세웠던 부동산 개발업자 조셀 아이클러는 깨끗한 디자인과 심플한 취향을 서민에게 선사했다. 잡스는 심지어 투병 중에도 “마스크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디자인에 집착했다. 병세가 악화돼 말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의사에게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책에는 애플이 아이패드에 삼성의 칩을 사용하게 된 사연도 등장한다. 잡스는 인텔 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들은 정말 느리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해 삼성이 상대적으로 속도 경쟁력을 갖췄음을 시사했다. ●영속하는 기업이 핵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MS의 DNA에는 인간애와 인문학이 존재하지 않았다. 맥을 보고도 제대로 모방하지도 못했다.…월트 디즈니, 휼렛과 패커드, 인텔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영속하는 기업을 구축했다. 애플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나는 내가 사람을 함부로 다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형편없으면 그저 면전에 대고 얘기하는 것뿐이다.” 책 말미에 실린 잡스가 직접 쓴 글 일부다. 그리고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에게 한 유명한 말인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실은 히피족 몽상가 스튜어트 브랜드가 카탈로그에 쓴 문구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잡스 전기 번역자 안진환씨가 전하는 출간 뒷얘기

    잡스 전기 번역자 안진환씨가 전하는 출간 뒷얘기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 발매일이 잡스의 죽음으로 한달 정도 앞당겨지자 국내 출판사들은 하반기 유망작 발매 날짜를 수정하기에 바빴다. 예약 판매만으로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1위에 오른 ‘강적’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초판 물량은 이례적으로 10만부다.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신정아씨의 자전 수필 ‘4001’의 초판 물량도 5만부였다. 10만부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인쇄소 3곳에서 나눠 찍었다고 한다.  한국판 번역을 맡은 안진환(?사진?·48)씨는 “잡스의 모든 것, 예컨대 괴팍한 정도로만 알려졌던 성격에 대해 잡스식 설명 내지 변명을 들을 수 있는 게 (기존 잡스 관련 책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전기를 보면) 잡스는 늘 자신이 단명하리라고 생각했고 짧은 시간에 목적을 이루려면 평균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나친 듯싶은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씨는 ‘못 말리는 CEO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넛지’ ‘괴짜 경제학’ 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다.  “잡스 책들을 번역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는 그는 “사망 소식을 들은 날은 착잡해서 일(번역)을 잠깐 쉬었다.”고 털어놓았다. 번역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안씨는 “통상 전자파일로 원고를 받는데 이번 책은 A4 용지에 인쇄돼 서너 차례에 나눠 항공우편으로 받았다.”면서 “(유출 등을 우려해) 중요한 챕터는 나중에 왔고, 세 번째 원고는 상당 부분 고쳐져 있었다.”고 밝혔다.  인쇄소도 비밀에 부쳐졌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발매되기 전에 영국 런던 인쇄소에서 도난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출판사 대표와 안씨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 내용을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100만 달러(10억여원) 설이 나도는 계약료와 관련, 민음사 측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책이 백과사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두껍다 보니 서점에서는 홍보용으로 아이패드와 책이 한데 들어가는 ‘잡스 백(bag)’도 제작했다. 전자책은 11월 말 경 애플의 전자책 상점인 ‘아이북스’에 등록될 예정이다. 예약 판매로만 벌써 1만 5000부가 나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사기 완역 김원중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사기 완역 김원중 교수

    누구나 한번쯤 자신한테 물어봤음 직한 얘기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라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자문자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 누구는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했는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여 잠시 먼 엣날의 편지 한통을 감상해 보자. ‘대체로 문왕(文王)은 갇힌 몸이 되어 주역을 풀이했으며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고난을 당하여 ‘춘추’를 지었습니다. 또 손자는 발이 잘리고 나서 ‘손자병법’을 지었습니다.(중략) 저는 진실로 이 책을 저술하여 그것을 명산에 감추어 영원히 전하게 하고 다른 한편은 수도에 두어 후세에 성인군자의 살핌을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전날의 욕됨을 씻고자 하며 이제는 1만번 도륙을 당해도 어찌 후회할 수 있겠습니까.’ 사마천은 궁형(宮刑·거세)을 당한 치욕을 견디며 ‘사기’(史記)라는 불후의 명작을 저술했다. 그가 대작을 탈고할 무렵 친구 임안(任安)에게 보낸 서신 ‘보임서경서’(報任少卿書)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사마천은 임안에게 “하루에도 창자가 아홉번씩 끊어지는 듯하고 집 안에 있으면 갑자기 망연자실하고 집 밖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합니다. 매번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구구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궁형이라는 치욕을 받고 살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자신이 ‘사기’를 지은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이 편지는 최근 출간된 ‘사기 서’(민음사 펴냄)에 자세하게 실려 있다. 김원중(48·건양대 중문학) 교수는 지난주 ‘사기 서’에 이어 ‘사기 표’를 펴냄으로써 16년 만에 국내 처음으로 ‘사기’ 130편을 완역해 낸 주인공이다. 그는 1995년 ‘사기’ 번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9년 ‘사기 열전’을 시작으로 2005년 ‘사기 본기’, 2010년 ‘사기 세가’ 등에 이어 이번에 ‘사기 서’와 ‘사기 표’를 동시에 출간했다. 말이 ‘표’지 400쪽에 이른다. 모두 합치면 4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서’는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천문학 등에 관한 이론과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표’는 인물과 사건 등을 연대별로 자세하게 정리했다. 특히 ‘서’에는 ‘사람이란 진실로 한번 죽지만 어떤 경우는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경우에는 기러기 터럭보다 가벼우니 그것을 다루는 방향이 다른 까닭입니다. ’ 등 주옥같은 글들과 함께 치욕의 종류 11단계를 열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설의 인물인 황제(黃帝)에서부터 당대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사기’는 2년 전 일본에서 처음 완역됐다. 하지만 이때는 공동집필이어서 개인이 완역해 낸 것은 세계에서 김 교수가 유일한 셈이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표’가 현대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표’의 서문만 번역됐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와 지방(건양대)과 서울을 오가느라 바쁘지 않으냐고 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사기’의 완역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동안 ‘표’는 단 한줄도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완역이라는 말이 있을 수가 없었죠. 단순논리로 보면 ‘표’의 번역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의 중국 고전번역에 있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의미있는 책이지요. 중국 이십사사(二十四史)의 정수인 ‘삼국지’와 ‘사기’를 20여년에 걸쳐 세계 최초로 모두 완역하는 기나긴 노정 가운데 ‘표’ 번역은 가장 힘겹고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인류의 위대한 고전을 완성한 사마천의 고단한 삶, 치열한 창작열을 떠올리며 박차를 가했습니다.” 또한 그는 ‘표’를 번역하면서 ‘사기’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 중요하고 중국 상고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에 번역 작업에 채찍을 가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촌철살인의 필치가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역사를 꿰뚫는 사마천의 안목이 응축된 명작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단다. 그만큼 사기 번역에 간단치 않은 열정을 두었음을 의미했다. “사마천이 그토록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표’는 사마천보다 90년 뒤에 활동한 역사가인 후한(後漢)의 반고(班固)가 한서(漢書)에서 계승 발전시켰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 대부분의 역사서에서 ‘표’ 부분을 다룬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표라는 방식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그만큼 연표를 작성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대한 분량의 ‘사기’를 어떤 식으로 번역했을까. “16년 동안 매일 밤 10시에 잠들고 새벽 2~3시에 일어나 번역을 했습니다. 주말과 방학은 물론 명절 때도 오후에는 연구실로 출근했습니다. 웬만한 약속은 잡지도 않았고요. 그저 ‘사기’에 푹 빠져 지낸 세월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사마천이라는 인물이 아주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가장 치욕적인 형벌인 궁형을 당하고 모진 삶을 견뎌내면서 살아 숨쉬는 인간과 권력에 대한 경전인 ‘사기’를 완성했으니 말입니다. ‘사기’ 안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습니다. 모두가 잠재력을 지닌 역사의 주인공들이지요.” 김 교수는 번역 과정에서 중국 백화문(구어체로 쉽게 쓴 글)으로 쓰여진 책은 참고하지 않았다. 고전 원문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중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창시절 유명한 문학평론가들의 글을 수백편씩 읽어가면서 되도록 쉽고 뜻이 잘 전달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한다. “중국 역사의 원형이지만 동아시아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기’를 한글세대인 중학교 2학년도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완역을 하면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해서 나름대로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고생은 했지만 사마천의 치욕과 감정, 문학적 표현과 행간의 의미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관뚜껑을 닫을 때까지 인간을 논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사기’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없습니다.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사기’만 한 인간학적 교과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있다고 하지만 소품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사기’에 보면 ‘태산은 한줌의 흙을 사양하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세세한 물결을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인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내용들이 담긴 스토리텔링의 보물 창고가 바로 ‘사기’이지요.” 김 교수는 스스로 사마천을 자신의 멘토라고 칭했다. 궁형을 당하면서도 후세에 남기고자 했던 그 마음, 그 정열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까닭이다. 하여 재평가 작업 차원에서 번역 일을 했단다. 사기를 읽는 사람에게 어떤 대목을 권하고 싶은지 물었다. “토끼를 잡고 난 후에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의 고사로 유명한 한신에 대한 묘사에서 사마천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한 고조 유방의 첫 부인으로 다른 부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눈알을 뽑고 귀를 태우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여 돼지우리에 살도록 만든 여태후의 본기를 번역할 때 가장 섬뜩했습니다. 여태후는 동양 최초의 여제가 아닙니까. 아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마천은 어떤 인물일까. “역사를 안다는 것은 인생을 두배로 사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 속의 인물은 거듭해서 등장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고통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본 사마천은 냉정한 역사의 잣대로 인물을 재단하거나 서릿발 같은 말로 단죄하는가 하면 때로는 감성적인 언어로 인물을 감싸며 인간 그 자체를 탐색해 나갑니다. 사마천이라는 사성(史聖)을 만나 그의 대작을 한글로 복원하는 일은 저한테는 무한한 행복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중국 고전에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사기’에 이어 노자, 장자 등 주요 고전의 원문을 찾아 번역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자가 할 일이 그런 것 아니냐며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김원중 건양대 교수는… 충북 보은에서 출생했다. 충남대 중문과와 동대학원을 거쳐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 고전문학 이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이완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의 방문 학자와 타이완 사범대학 국문연구소의 방문 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 충남 논산 건양대에서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 한국중어중문학회 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천년의 강의-사마천의 생각경영법’(공저) ‘중국문화사’ ‘중국문학이론의 세계’ ‘통찰력 사전’ ‘중국 문화의 이해’ 등이 있다. 편저서로는 ‘고사성어 백과사전’ ‘허사대사전’ ‘허사소사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사기 본기’ ‘사기 열전’ ‘사기 서’ ‘사기 세가’ ‘정사 삼국지’ ‘당시’ ‘송시’ ‘손자병법’ ‘정관정요’ 등이 있다. ‘위진현학가의 자연관의 사유체계와 문론가에 끼친 영향’ 등 30여편의 학술 논문도 발표했다. 2010년 제1회 건양대 학술우수연구자상을 수상했다.
  • 화합·공생의 리더십 구현 태평성대 연 唐 태종의 삶

    형과 동생을 죽이고 29세에 황제 자리를 꿰찬 이세민은 어떻게 ‘정관의 치’(貞觀之治·627~649년)를 이뤄낼 수 있었나. 중국 역사상 가장 안정되고 부강한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당나라 두 번째 황제 이세민. ‘당 태종 평전’(자오커야오·쉬다오쉰 지음, 민음사 펴냄)은 그의 치세와 활동을 통해 이 같은 질문에 답했다. 저자 자오커야오와 쉬다오쉰은 당사(唐史) 전문가로 중국 푸단대 역사과 교수 시절 각종 전적과 사료를 복원해 가면서 이 책을 쓰고 펴냈다. 후한(後漢) 멸망 후 360년 동안 이어진 위진 남북조의 혼란, 이를 통일한 수나라의 요절. 당 태종은 대혼란과 피폐를 중농 정책의 제도화와 안정우선 정책으로 수습하고, 정관의 치를 열었다고 이 책은 설명했다. “당 태종은 명재상 위징과 같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반대파까지 끌어안는 포용력으로 간언을 받아들여 언로를 개방하고, 과거제를 정비해 재야 인재들을 등용했다.” 치세의 성공 비결을 폭넓은 인재 등용과 과거제 확대, 간언과 언로의 확대로 꼽았다. 이를 통해 화합·통합·공생 리더십을 구현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치세에서 중요한 기틀 중 하나는 법치 확립. 당 태종은 “법이란 짐 한 사람의 법이 아니라 천하의 법”이라고 강조하면서 멋대로 법률을 재단하지 않으며 법치의 기틀을 다졌고, 요역과 세금을 줄여 백성들이 농사에 힘쓰게 하는 농본 정책을 펼쳤다. 저자들은 “당 태종은 걸출한 제왕이고, 그의 치세는 성세였지만 이상화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도 잊지 않았다. 정관의 치 후기 10여년이 전기 10년 기간보다 못했으며 당 태종 개인도 사치와 방종으로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 출판됐지만 당대사 연구의 주요 저작으로 남아 있다. 3만 5000원.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굿바이, 잡스]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 한달 앞당겨 25일 출간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예정보다 이른 오는 25일 세계 각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잡스를 소재로 한 책 판매량이 늘고 ‘스티브 잡스 특별코너’가 서점가에 등장하는 등 국내 추모 열기도 뜨겁다. 한국어판 전기 출간을 맡은 민음사는 6일 “잡스의 사망에 따라 ‘스티브 잡스’(예약 판매중)의 출간일을 당초 11월 21일에서 이달 25일로 앞당긴다는 연락을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시사잡지 타임의 전직 편집장인 월터 아이잭슨이 집필 중인 ‘스티브 잡스’(사이먼앤드슈스터 펴냄)는 아이잭슨이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가족과 친구, 경쟁자, 동료 등 100여명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애플 창업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아우른다고 민음사 측은 전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따르면 원서의 분량은 656쪽이다. 한국어판은 번역가 안진환씨가 미국 측에서 완성된 원고를 순차적으로 넘겨받아 번역을 진행 중이다. 국가별 판권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한 출판사가 100만 달러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문도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주요 서점들은 매장에 특별 코너를 마련했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의 진영균씨는 “잡스 도서에 대한 문의가 잇따라 관련 책을 따로 모았다.”고 전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당신이 먹은 것은 고기인가 탐욕인가

    동물 보호주의자와 채식주의자는 흔히 감상주의에 빠진 사람들로 치부되곤 한다. 개인적인 이념·신념이나 건강에 치우친 외곬의 부류로 분류되기 일쑤다. 그러나 이 동물 보호주의와 채식 예찬은 이제 더이상 감상주의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매일 식탁에 올리기 위한 무자비한 동물 사육과 그 과정에서 저질러지는 학대, 그리고 인간에게 되돌려지는 폐해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먹지 말아야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자는 현실의 전향적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민음사 펴냄)는 육식, 그것도 공장식으로 고기를 대량 사육하는 축산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논픽션이다. 저자는 9·11사건을 배경으로 아홉 살짜리 소년 오스카의 이야기를 다룬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05년)으로 미국 문단에 새 소설의 시대를 둘러싼 논쟁을 일으킨 소설가. 막연한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결혼해 첫 아들을 가진 후 “자신과 우리 가족을 위해 고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시작한 육식의 실상 추적이 이 거대한 논픽션을 만들었다. 각종 통계를 통해 밝혀진 육식의 실상은 가공할 수준. 미국에서는 매년 100억 여마리를 식용으로 도살하고 1인당 평생 소비하는 동물의 양은 1만 1000마리나 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쇠고기 소비량은 43만 4000t. 1인당 소비량이 8.9㎏으로 4년 전과 비교해 30%가량이 늘어난 수준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고기를 먹는다’는 지금의 실태는 바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고기 생산을 노린 공장식 축산업 탓이라고 저자는 강변한다. 우리가 먹는 동물의 99% 이상을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의 잔인함과 폐해는 책 곳곳에 드러난다. 계란 생산용 닭은 A4 용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고, 한 해 알을 낳지 못하는 산란계 수평아리 2억 5000여만 마리가 산 채로 폐기된다. 해마다 인간에게 쓰는 항생제는 1300t에 불과하지만 가축에게 투여하는 항생제는 1만 1000t. 농장 동물들은 자동차 등 운송 수단보다 40%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아에 시달리는 14억 인구를 먹일 수 있는 곡물을 가축들 먹이로 쏟아붓는다’는 지금의 공장식 축산을 저자는 육식을 위한 전쟁으로 정의한다. 결국 저자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탐욕과 지배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우리는 공감력을 잃고 그 자체를 망각하고 있다.”며 그 공감력을 회복하고 우리가 벌이는 일들에서 ‘수치’를 느낄 수 있어야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1만5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어느 모녀의 담담한 치유기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어느 모녀의 담담한 치유기

    소설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치유의 기능이다. 1987년 데뷔작 ‘키친’이 세계적으로 20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자신만의 섬세한 매력을 알린 요시모토 바나나(47). 신간 ‘안녕 시모키타자와’(김난주 옮김, 민음사 펴냄)는 치유와 공감, 구원이란 바나나 고유의 글쓰기가 한층 깊고 성숙해졌다. ●치유·공감·구원… 한층 성숙해진 글쓰기 ‘안녕’의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상에 엄마와 둘만 동그마니 남은 딸 요시에다. 이제 막 단기 대학을 졸업하고 요리 공부를 시작한 요시에는 아버지가 사라지자 엄마로부터도 독립해서 세상에 홀로 발을 디디려 애쓴다. 요시에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기괴하고 충격적이었다. 이바라키의 숲 속에서 모종의 관계에 있던 여성과 동반 자살한 것. 분위기상 동반 자살이지만 요시에는 아빠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요시에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젊은이의 거리 시모키타자와는 작가 바나나가 실제 거주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안녕’은 아이폰용 전자책(2.99달러)으로도 동시에 발매됐는데, 전자책에서는 종이책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감각적인 삽화와 책 속의 장소로 이동 가능한 시모키타자와의 지도가 제공된다. 바나나의 신간은 아버지와 비슷한 인상을 풍기거나, 아버지와 관계 있는 아저씨들과의 섹스로 정신적으로 커가는 요시에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비슷한 성장의 느낌을 전한다. 더불어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갈 때도 꼭 에르메스 백을 들고 다녔던, 유복한 40대 전업주부의 교과서 같았던 요시에의 엄마도 긍정적으로 성숙한다. ●다수 삽화 넣고 전자책 발간… 곳곳에 한류 흔적 모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한류의 흔적을 발견하는 맛도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갈비, 찌개, 김치와 같은 한식을 자주, 맛있게 즐긴다. 바나나는 요시에의 연애를 “우리의 나날도 그와 똑같이 자라나고 있었다.…아직 같이 잔 적 없는 초등학생처럼,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착실한 둘.”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요시에처럼 불가항력이면서도 가혹한 일을 만난다. 그것은 교통사고일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질환이기도 하고, 요시에처럼 가족의 죽음일 수도 있다. ‘안녕’은 매력적인 동네 시모키타자와가 상심한 모녀를 치료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독자들도 요시에처럼 시모키타자와에서 차 마시고, 밥 먹고, 산책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에 대답 같은 것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오바바 마을 이야기 (베르나르도 아차가 지음, 송병선 옮김, 현대문학 펴냄) 스페인 북부 상상의 마을 ‘오바바’를 무대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 26편을 담은 연작 소설집. 처음에는 피레네 산맥 주변에서만 사용되는 바스크어로 쓰였으나, 이후 스페인어로 옮겨져 스페인 국립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5개 국어로 번역됐다. 1만 3500원.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조현 지음, 민음사 펴냄)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작가의 풍부한 인문 지식과 독특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7편의 단편이 담겼다. 1만 1500원. ●문학,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엮음, 동녘 펴냄) 문학평론가 도정일, 염무웅, 시인 김형수, 김해자,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등 10명의 저자는 문학의 우상화, 문학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문학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을 제안한다. 1만 3000원. ●여자에게 몸이란 무엇인가(레베카 부스 지음, 김은영 옮김, 웅진윙스 펴냄) 여성의 호르몬이 시기별로 신체적·정서적·사회적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책.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는 배란이 일어나기 직전 여자의 역량이 최고치가 되는 일주일을 ‘비너스 위크’로 명명한다. 1만 3000원. ●노자의 변명(치가 가즈키 지음, 김치영 옮김, 말글빛냄 펴냄) 노자 도덕경에 담긴 성(性)적 코드를 분석한 책. 저자는 “노자가 말하는 도(道)는 사실 성을 의미하는 암호”라며 “노자는 성의 가치와 순수성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차자(借字) 방식을 이용해 비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1만 2000원. ●최재천의 책갈피 (최재천 지음, 폴리테이아 펴냄)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재천 변호사의 독서 칼럼. 어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는 걸 즐겨했다는 저자가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책 153권에 대해 쓴 서평을 묶었다. 1만 5000원.
  • [책꽂이]

    ●정연주의 기록(정연주 지음, 유리창 펴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자전 수필. 2002년 출간된 ‘서울-워싱턴-평양’에 KBS 사장이 된 이후 이야기를 덧붙인 개정 증보판이다. KBS 사장 임명 이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나눈 대화도 소개한다. 1만 5000원.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58(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나무생각 펴냄) 타임지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성공적으로 나이 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로움보다는 싸움이 낫다’ ‘자신을 상징하는 옷차림을 만들라’ 등을 담았다. 1만 5000원. ●중독(성커이 지음, 허유영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중국작가협회 1급 작가가 2003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급변하는 중국 현대사회에서 방황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중국의 여러 문학상을 휩쓸어 중국 평단의 큰 관심을 받았다. 1만 3000원.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사진(크리스 디키 지음, 김규태 옮김, 미술문화 펴냄) 사진이 처음 기술로 시작돼 예술 형태로 발전하고 우리 생활 전반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인식되기까지의 사회적·기술적 변화들을 짚어 본다. 1만 3000원. ●연쇄살인범 지도 매핑(브렌다 랠프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악명높은 연쇄살인범 25인의 범죄 경로와 추적 과정을 ‘매핑’으로 소개한 책. ‘매핑’이란 살인 현장을 지리적 연관 관계로 분석하는 지도 프로파일링 방식이다. 1만 4500원. ●12시간의 통일 이야기(이태진·하영선 외 지음, 민음사 펴냄) 역사학자와 사회학자 여섯 명이 지난해 7월 12시간에 걸쳐 진행한 통일 좌담을 묶었다. 역사학자인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노태돈 서울대 교수, 도진순 창원대 교수, 사회학자인 하영선 서울대 교수, 고유환 동국대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가 새로운 통일안을 제시한다. 1만 5000원.
  • 고전에서 건진 농축된 해학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 동안에 걸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데카르트)/‘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는 일로 시간을 보내라. 다른 사람이 고생을 하면서 깨우치는 것을 보고 쉽게 자신을 개선시킬 수 있다.’(소크라테스)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옛 사람의 글은 때로 생활의 신선한 자극제로 다가온다. 특히 그것이 시간과 공간에 머물지 않는 보편적인 것이라면 교훈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훌륭한 고전 읽기는 생활의 지침이요, 길잡이의 방편으로 권장되곤 한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엮어 낸 ‘천년 벗과의 대화’(민음사 펴냄)는 옛 글에서 건져낸 재미와 교훈을 현대인의 입장에서 풀어낸 신간이다. 크게 인간관계와 직업, 일상생활, 취미, 꺾이지 않는 양심의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눠 추린 글 53편을 모은 고전 해설집이랄까. 해설을 붙여 쓴 짤막짤막한 글 모음집에는 지금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결코 생뚱맞지 않을 듯한 옛 사람들의 흥미로운 사연이 가득하다. ‘기묘한 인연으로 만난 벗이라 할지라도 주고받는 대화가 무료하고 함께하는 행동이 구차하다면 차라리 홀로 책 속에서 벗을 찾는 것이 낫다.’ 연암 박지원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글은 지금의 교우론을 되돌아보게 한다. 명문가의 후예라는 신분에 매이지 않은 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살아간 심대윤, 동네 좀도둑의 행각을 세밀하게 글로 남긴 선비 남종현,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부끄러운 잘못을 조목조목 기록해 놓았다는 심노승의 일화에는 체면을 벗어던진 인간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복잡한 지금 세상과는 달리 한가로웠을 것만 같은 옛 사람들의 고민 들추기도 흥미롭다. ‘인생의 만족을 꾀한들 어느 때나 충족되랴. 늙기 전에 한가로움을 얻어야 그게 진정 한가로움이지.’ 투의 한숨 돌리고픈 소망이 있는가 하면 무더위에 부채질도 못하고 공부해야 하는 성균관의 엄격한 규율 속 처지를 ‘썩은 선비 신세’라 쓴 한탄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아들을 부잣집 딸에게 장가보내 덕을 보겠다는 선비의 익살스러운 시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의 근본 성정이 다르지 않다. 남녀 간 사랑을 읊은 시를 적잖이 썼다는 백사 이항복처럼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유명인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는 덤이다. “고전은 수많은 사람이 연출하는 사연과 메시지로 풍성한 창고이다.” 오랜 세월 고전 문학에 천착해 온 저자의 말마따나 무더운 여름 가볍게 읽어 건져낼 수 있는 묵직한 메시지들이 신선하다. 1만 4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욕망에 솔직·자유로운 30대 여성의 편력기

    소설의 첫 대목부터 파격적이다. ‘맛있는 섹스는 있어도 맛있는 사랑은 없다. 사랑이 허기라면, 섹스는 일종의 음식이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권지예(51)의 네번째 장편소설 ‘유혹’(1~3권)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작가는 소설에서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확고한 사회적 지위와 기반 아래,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예속돼 있지 않은 주인공 ‘오유미’는 과감하고 매우 도발적인 30대 후반의 여성이다. 독립적인 사고를 가지면서 욕망에 솔직하고 자유롭고 거침없이 성적 쾌감을 즐긴다. 소설은 오유미의 사랑과 야망, 복수 등을 추리기법으로 긴장감 있게 그리면서 남성 편력기를 흥미롭게 다뤄 눈길을 끈다. 읽노라면 얼핏 그렇고 그런 통속 소설인 것 같지만 박진감과 흡인력 넘치는 서사, 속도감 있는 전개, 풍부한 상징과 은유, 매혹과 정염의 이미지 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유혹하지 않으면 유혹당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성과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욕망 지형도를 탐구하는 소설이다. 여성의 성적 판타지와 남성의 로망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권지예는 작가의 말에서 “짐승은 발정을 하지만 인간은 유혹한다. 솔직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유미의 행보는 나도 궁금하다. 다만 오유미가 욕망의 종결자, 유혹의 종결자가 되었으면 싶다는 바람뿐”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썼던 어떤 소설보다도 파격적이다. 어떤 비난이나 찬사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동안 내가 천착해온 주제인 인간의 욕망을 이 소설에서 끝까지 밀어붙였다.”라고 출간 소감을 피력한다. 한 일간지에 2년째 연재 중인 이 소설은 내년 2월 완간(4~5권)할 예정이다. 작가는 경주 출신으로 이화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파리7대학 동양학부에서 ‘한국 근대문학에 나타난 여주인공들의 섹슈얼리티를 통한 여성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2005년 ‘꽃게무덤’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장편소설 ‘4월의 물고기’ ‘붉은 비단보’ ‘아름다운 지옥’ 등을 펴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이순신은 지독한 조선의 장수”

    “이순신은 지독한 조선의 장수”

    “인간은 지금까지 손꼽은 다양한 식단에 진미의 으뜸으로 꼽히는 메뉴를 추가한다. 바로 동료인 ‘인간’이다. 브라질의 한 현인(賢人) 추장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적을 죽였으면 그냥 버리는 것보다 먹는 것이 백 번 낫다. 죽는 게 끔찍하지, 먹히는 게 끔찍한 건 아니다. 나는 인육보다 맛있는 사냥감은 알지 못한다. 당신네 백인들은 정말 음식을 너무도 가린다.” 미국이 낳은 세계적 문명사학자 윌 듀런트(1885~1981)의 ‘문명 이야기’(6권, 안인희·왕수민 등 옮김, 민음사 펴냄)는 전체 시리즈가 11권이나 되는 데다 각 권의 부피가 500쪽이나 된다. 하지만 방대한 양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동양 문명부터 시작해 나폴레옹 시대까지 듀런트는 마치 할아버지가 신기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위와 같은 생생한 실례로 독자들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듀런트는 컬럼비아대와 뉴욕의 한 장로교회에서 역사와 철학 등을 강의한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문명 이야기’ 집필에 바쳤다. 뉴욕의 교육 실험학교인 페레르에서 교사와 제자로 처음 만난 아내와 함께 매일 8~14시간 50여년에 걸쳐 대작을 완결했다. 1935년 듀런트는 ‘문명 이야기’ 1권을 발표하면서 “요즘 같은 청각적인 시대에는 세계 시민이나 관심을 둘 법한 골치 아픈 내용에 값까지 비싼 책이 인기를 누릴 리 만무하다.”며 머리말을 통해 책의 성공을 걱정했다. 기우와 달리 이집트, 인도, 중국, 일본, 만주, 시베리아, 러시아, 폴란드 등지를 직접 돌며 완성한 시리즈는 미국 퓰리처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보통 사람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의 찬란하고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듀런트는 힘차고 간결하면서도 재치가 넘치는 문장으로 인류 지식 축적의 결과물인 문명을 설명한다. 특히 동양 문명 편에는 조선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오는데 이순신 장군을 ‘지독한 한 조선 장수’라고 한 표현이 재미있다. 거북선에 대해서는 “미국 남북전쟁 때의 남부군 철갑선인 모니터호와 메리맥호를 미리 표절하기라도 한 듯한 철갑선”이라고 설명한다. 일본 문화에 관해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대한 원숭이 얼굴’이라고 부르는 등 자세히 설명한다. 반면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어 아쉽다. 시리즈 가운데 동양 문명과 그리스 문명, 르네상스 편만 각 2권으로 번역됐으며 나머지도 준비되는 대로 출간된다. 각 권 2만 5000~3만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순신은 지독, 거북선은 표절 소지”

    “이순신은 지독, 거북선은 표절 소지”

     “인간은 지금까지 손꼽은 다양한 식단에 진미의 으뜸으로 꼽히는 메뉴를 추가한다. 바로 동료인 ‘인간’이다. 브라질의 한 현인(賢人) 추장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적을 죽였으면 그냥 버리는 것보다 먹는 것이 백 번 낫다. 죽는 게 끔찍하지, 먹히는 게 끔찍한 건 아니다. 나는 인육보다 맛있는 사냥감은 알지 못한다. 당신네 백인들은 정말 음식을 너무도 가린다.”  미국이 낳은 세계적 문명사학자 윌 듀런트(1885~1981)의 ‘문명 이야기’(6권, 안인희·왕수민 등 옮김, 민음사 펴냄)는 전체 시리즈가 11권이나 되는 데다 각 권의 부피가 500쪽이나 된다. 하지만 방대한 양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동양 문명부터 시작해 나폴레옹 시대까지 듀런트는 마치 할아버지가 신기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위와 같은 생생한 실례로 독자들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듀런트는 컬럼비아대와 뉴욕의 한 장로교회에서 역사와 철학 등을 강의한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문명 이야기’ 집필에 바쳤다. 뉴욕의 교육 실험학교인 페레르에서 교사와 제자로 처음 만난 아내와 함께 매일 8~14시간 50여년에 걸쳐 대작을 완결했다.  1935년 듀런트는 ‘문명 이야기’ 1권을 발표하면서 “요즘 같은 청각적인 시대에는 세계 시민이나 관심을 둘 법한 골치 아픈 내용에 값까지 비싼 책이 인기를 누릴 리 만무하다.”며 머리말을 통해 책의 성공을 걱정했다.  기우와 달리 이집트, 인도, 중국, 일본, 만주, 시베리아, 러시아, 폴란드 등지를 직접 돌며 완성한 시리즈는 미국 퓰리처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보통 사람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의 찬란하고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듀런트는 힘차고 간결하면서도 재치가 넘치는 문장으로 인류 지식 축적의 결과물인 문명을 설명한다. 특히 동양 문명 편에는 조선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오는데 이순신 장군을 ‘지독한 한 조선 장수’라고 한 표현이 재미있다. 거북선에 대해서는 “미국 남북전쟁 때의 남북군 철갑선인 모니터호와 메리맥호를 미리 표절하기라도 한 듯한 철갑선”이라고 설명한다.  일본 문화에 관해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대한 원숭이 얼굴’이라고 부르는 등 자세히 설명한다. 반면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어 아쉽다. 시리즈 가운데 동양 문명과 그리스 문명, 르네상스 편만 각 2권으로 번역됐으며 나머지도 준비되는 대로 출간된다. 각 권 2만 5000~3만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옻으로 암치료 한다던데… 넥시아가 뭔가요?”

    [Weekly Health Issue] “옻으로 암치료 한다던데… 넥시아가 뭔가요?”

    ‘넥시아’는 지지부진한 한의학 과학화의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임상적 효과가 어떻든 한의학적 접근법에 의해 탄생한, 전례가 없는 암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넥시아가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기대보다 의구심이 많았다. 특히 한방을 의구심의 눈길로 보는 의료계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넥시아는 이런 의구심을 차례차례 뒤집고 있다. 잇따른 연구 결과는 한의학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기대를 부풀렸다. 그 중심에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최원철 교수가 있다. 그를 만나 화제의 중심, 문제의 중심에 있는 넥시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최근 넥시아를 탄생시킨 고뇌의 여정을 담은 저서 ‘고치는 암’(민음사)을 출간해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먼저, 넥시아는 어떤 약제이며,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넥시아는 ‘옻’이라는 원료한약재를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법제해 한의사가 처방하는 암 치료제다. 흔히 넥시아라고 하지만, 이는 법제 칠피를 이용한 한약의 통칭이다. 법제 칠피는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 등 한의서에 기록된 전통적인 적취(암) 치료제로, 수백년 전부터 사용한 것에 최근 개발한 알레르기 독성제거법을 적용해 새로 개발했다. ●넥시아의 임상시험 과정과 성과를 설명해 달라. 법제 칠피 추출물을 이용한 넥시아는 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환자에게 처방돼 임상 성과가 인정된 것이어서 따로 임상시험을 거칠 필요가 없고, 한의사의 재량 내에서 처방할 수 있는 약제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아징스(AZINX75)’는 넥시아와는 별개 약제로,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천연물 신약개발 과정을 밟고 있다. 아징스는 비소세포 폐암 4기 환자 등 특정 환자군에 대한 유지요법으로 임상시험이 승인돼 지난해 10월부터 경희의료원 혈액종양내과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및 임상에서 확인된 넥시아의 효능은 무엇인가. 예전 광혜원에서도 사용한 넥시아는 단독 치료만으로 다수의 말기암 장기 생존환자가 있으며, 이들의 생존율을 평가하기 위해 공인 임상시험 대행업체에서 후향적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생존기간 5년을 기준으로 넥시아 투약일로부터 전체 환자의 44%가 생존’했다는 결과가 보고됐고,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 25%, 백혈병 환자의 5년 생존율 73%라는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넥시아 리뷰’를 통해 현대의학이 제시한 평균 생존기간을 2배 이상 달성한 환자 사례 36건을 발표했으며, 관련 SCI급 논문 9편 등 5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넥시아의 어떤 성분이 어느 정도 항암효과를 보이는가. 옻의 항암효과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졌으며, 관련 논문도 수십편에 이른다. 이 연구를 종합하면 옻의 성분 중 피세틴(fisetin), 설퓨레틴(sulfuretin), 뷰테인(butein) 등이 항암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넥시아는 단일 성분이 아닌 복합제제로, 연구 결과 세포자연사 촉진 및 암의 신생혈관 생성 억제와 암의 주변조직 침입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미국국립암센터(NCI)의 실험에서 넥시아는 무독성 용량에서 신생혈관 억제 효능이 81%에 이른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어혈을 억제하면 종양의 생성을 막을 수 있다는 원리를 근거로 하고 있다. ●넥시아의 항암 능력을 기존 약제와 비교할 수 있나. 기존 항암제를 직접 들어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넥시아는 천연물로, ‘무독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세포독성을 유발해 암을 줄이는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정상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효과를 얻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한의학적 이론에 따르자면 ‘여인해로’(與人偕老)와 ‘양정적자제’(養精的自制), 즉 암과 더불어 살면서 면역 및 체력을 높여 스스로 암을 없앤다는 의미다. 어혈 치료에 있어 공격보다는 인체의 정기상태에 따른 치료를 중시한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와의 공동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08년부터 시작된 공동연구를 통해 혈관 내피세포의 생성을 차단하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현재는 이 기전에 따른 무독성 여부를 최종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넥시아의 문제는 무엇인가. 드물게 발진이나 소화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나 약물 투여를 중단할 만큼의 부작용은 없었다. 현재 장기생존자들의 경우, 10년 동안 약을 복용하는 환자도 많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식약청 조사에서 보듯 아직도 제도권에서는 넥시아 공인을 주저하는 듯 한데…. 식약청 조사는 임상시험 약제를 몰래 팔았다는 것인데, 임상시험 중인 아징스는 나도 본 적이 없으며 조사 당시에는 경희대병원에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넥시아의 공인이나 효과에 대한 논쟁은 식약청 조사사항이 아니다. 넥시아는 틀림없이 정부기관에서 사용을 허가한 한약재를 이용해 만들었으며, 국가 면허권자인 한의사 처방에 의해 투약되고 있다. ●본격적인 넥시아의 치료약제화와 관련, 제도적인 문제는 없나. 넥시아는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법제, 표준화했으며, 한의학은 수천년의 임상 경험을 갖고 있는데, 이런 역사성과 학문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번 식약청 조사에서도 그랬듯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약에 대해 무허가 혐의를 씌워 발목을 잡는다면 신약과 관련된 한의사들의 임상적 경험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내에 항암제 신약이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이 넥시아에 대한 각종 오해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천연물 신약은 한의학이라는 자산을 가진 우리 의료현실에 있어 ‘블루오션’이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시키기까지는 아직도 각종 직능간의 벽이 높다. 게다가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이런 특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천연물신약개발본부를 만들어 천연물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장동력 전략산업으로 천연물 신약개발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권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이런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 않겠나.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전쟁과 분단의 상처, 소설 속에 절절히 녹아…

    과거의 아픈 기억은 그저 가슴에 묻어야 할까, 아니면 꺼내어 달래고 치유해야 할까.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은 대개 땅속에 묻어 잊어야 할 생채기로 기억된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후유증이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는다 해서 잊히지 않을 아픔이라면 차라리 눈 부릅뜨고 바라보면서 청산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전상국은 흔히 전쟁과 분단에 시선을 깊숙이 두는 작가로 각인된다. 이는 유년 시절 겪었던 전쟁의 아픔에 대한 천착이다. 그것은 잊어선 안 될 상처를 덧나게 하는 고집이 아니라 번번이 치유와 소통의 애정으로 귀결된다. ‘온 생애의 한순간’ 이후 6년 만에 낸 ‘남이섬’(민음사 펴냄)은 그 치유와 소통의 절절함이 한결 더해진 소설집이다. 중편 두 편과 단편 세 편의 모음집이다. 표제작 ‘남이섬’과 ‘지뢰밭’이 전쟁의 편린과 기억을 되살려낸 작품이라면 ‘꾀꼬리 편지’ ‘춘심이 발동하야’ ‘드라마 게임’은 노년, 중년의 연애 감정과 마음의 깊이를 감칠맛 나게 풀어낸 소설이다. 그중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시 들여다본 작품 세 편을 놓고 전상국은 이렇게 말한다. “뒤늦게나마 내 본래의 관심사 언저리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것만으로도 큰 얻음이 아닌가 싶다.” ‘남이섬’은 남이섬을 배경으로 한국전쟁 중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두 인물을 통해 죽임과 죽음의 상처를 대비한 작품이며, ‘지뢰밭’은 전쟁에서 상처받은 채 살아남은 사람들의 회한과 윤리 문제를 짚은 것이다. ‘드라마 게임’은 미군기의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충격으로 평생 땅굴을 파고 사는 두더지 인생과 양갈보란 천대를 감내하며 사는 인물을 다룬다. 저자는 상처받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실과의 소통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특유의 서사적 필치로 풀어낸다. ‘슬픔 중 가장 큰 슬픔이 마음이 죽는 일이라 했던가.’ ‘벌써 오래전에 내 마음속에서 제거했어야 할 지뢰였다. 지뢰는 숨 쉬고 있다. 그것이 살아 있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고통스러운 역사로 돌아가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상처를 진단하고 치유하기 위한 몸부림과 소통의 싸움을 겨눈 대목들이 도드라진다. “이 나이쯤 된 사람의 눈에 비친 인간사의 시시풍덩한 이야기”로 소개한 단편 ‘꾀꼬리 편지’ ‘춘심이 발동하야’ ‘드라마 게임’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 곁들인 소품격 작품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를 맺는 인연의 끈과 허물 없는 소통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WHO & 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 & 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그대의 돈을 책 사는 데 써라. 황금과 지성을 얻을 것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책처럼 나쁜 평가를 찾아보기 힘든 존재도 없다. TV와 게임이라면 기겁하던 부모들도 책을 읽는 자식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책을 읽는다고(물론 수업시간에 교과서 이외의 책을 보는 것은 예외다) 혼나는 경우도 드물다. 책은 하나의 활자로 똑같이 찍혀 나오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수도 없이 달라지는 독특한 존재다. 책을 통해 성공의 실마리를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뒤적이는 사람이 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책을 사 모으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책에는 ‘베스트셀러’라는 왕관이 씌워진다.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와 유행이 반영된다. 1980년대 초반 시(詩)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에는 경영학 책이 각광받았고 최근에는 인문학책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상인터뷰 ‘Who & What’(후 앤드 왓) 이번 회에서는 어느 직장 여성의 서재에 꽂혀 있는 베스트셀러들이 새로운 친구를 맞게 되면서 벌이는 소동을 희곡 형식으로 풀어 봤다. 출간 당시에 주목 받은 책들이 실제로는 어떤 애환을 겪는지, 또 시간이 흘러가며 잊혀지는 책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들어 봤다.   ========================================================================  ●등장인물  -장혜진. 책을 좋아하는 32세 직장 여성. 빌려서 보기보다는 직접 사서 소장하는 스타일    ●등장도서  -정의란 무엇인가(정의)/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아프니까 청춘이다(청춘)/ 김난도/ 쌤앤파커스/ 2010  -셰익스피어 4대 비극(비극)/ 찰스 램/ 성우/ 1984  -곰돌이 푸(푸)/ 앨런 밀른/ 아름드리/ 1995  -시간의 역사(시간)/ 스티븐 호킹/ 청림출판/ 2000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김영사/ 1994  -신의 물방울(물방울)/ 기바야시 신/ 학산문화사/ 2007  -오만과 편견(오만)/ 제인 오스틴/ 민음사/ 2003  -호밀밭의 파수꾼(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문예출판사/ 1998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세계)/ 김우중/ 김영사/ 1989  -수학의 정석(정석)/ 홍성대/ 성지사/ 1992  -성경/ 모세 외/ 성서원/ 2008  -해리포터 시리즈(포터)/ J.K.롤링/ 문학수첩/ 1999  -홀로서기/ 서정윤/ 청하/ 1987  -그 외 책들    ●시간=2011년 5월 15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 1시 무렵    ●장소=책장 여럿과 책상 하나로 가득 찬 좁은 방. 책장은 빼곡히 차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1  저녁 7시. 외출을 다녀온 혜진이 방으로 들어서며 불을 켠다. 손에 든 종이가방에서 책(정의, 청춘)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어 책장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혜진/ 책을 더 이상 꽂을 공간이 없잖아. 정리해서 될 일이 아니네. 다음 주에 회사에서 바자회를 한다는데 좀 내놔야겠네.    손에 종이가방을 든 채로 불을 끄고 방을 나간다.    #2.  밤 11시. 천천히 불이 켜진다. 책장에서 책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새로 온 책들 쪽으로 다가간다.  ▲포터/ (촐싹대며) 또 왔어. 어떻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새 책을 사 갖고 오냐. 내일이면 누군가 쫓겨나겠는데.  ▲정의/ (천천히 일어서 주변을 둘러본 후 딱딱한 목소리로) 서점에 나가는 순간 입양될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하루 만에 팔려오다니. 안 그래, 청춘?  ▲청춘/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생각보다는 책이 많네. 주인이 책을 좋아하나 봐. (포터를 쳐다보며) 거기 안경 낀 학생. 이 집 분위기는 어때?  ▲포터/ (순간 멈칫하며) 학생이라니. 이래 봬도 당신보다 열살 이상 위라구. 뭐 아무튼 살을 부대끼며 계속 살게 될 테니 그 정도로 하고. 이 집 주인은 회사원인데,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우. 보아하니 당신들이 정의와 청춘인 모양인데 요새 계속 산다산다 하더니 결국 왔구먼.  ▲정의/ 그런데 서 있을 곳도 없어 보이네.  ▲포터/ (심각한 표정으로) 그래서 당신들을 마음껏 반길 수 없는거유. 새로운 책이 오면 여기 중 누군가는 방을 빼야 한다는 거지.  ▲청춘/ (화들짝 놀라며) 그래요? 미안해서 이걸 어쩌나.    이때 구석에서 초라하고 늙은 모습의 ‘비극’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온화한 모습이다.    ▲비극/ 아무도 자네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네. 마음의 양식이라는 둥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둥 우리를 떠받드는 것 같지만, 책 팔자는 주인 맘이라오. 많이 팔린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오래됐다고 책장에서 밀려나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 이 집에 왔던 재테크 서적은 베스트셀러라고 뻐기더니 이틀 만에 재미 없다고 어디론가 사라져 갔지.  ▲정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 난 좀 다를 거유. 한국에서만 100만권이 넘게 팔렸거든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얘기는 들어보셨나 모르겠네. 소설이나 재테크 책처럼 날 취급하면 안되죠.    여기저기서 키득키득대는 소리가 들린다.    ▲포터/ (한쪽으로 뛰어가더니 ‘시간’을 두드려 깨운다) 형님 등장하실 시간이에요. 강적입니다.    ‘시간’이 천천히 일어난다. ‘정의’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드러누워 잠든다.    ▲정의/ (얼어붙은 목소리로) 저 분이 누구신데요?  ▲비극/ 스티븐 호킹 교수가 쓴 ‘시간의 역사’라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린 친구지. 저 친구의 유일한 문제는 어렵다는 거야. ‘역사상 가장 안 읽힌 베스트셀러’라는 칭호까지 얻었지. 주인도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고는 저 상태로 계속 잠만 자고 있어. 똑같은 과학책이라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화려한 사진 때문인지 열심히들 읽었는데. 쯧쯧.  ▲정의/ 그럼 처음부터 사질 말았어야죠.  ▲비극/ 어허.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 도구가 아니라네. 사는 사람의 허영이나 욕망도 반영하고 있는 존재지. 남들이 읽었다면 읽어보고 싶고, 남들이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원하기도 하지. 내 보기엔 자네의 정의론도 호킹의 물리학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네만.    ‘정의’, 갑자기 시무룩해져 주저앉는다. 이때 ‘청춘’이 나선다.    ▲청춘/ 그럼 여기 계속 있는 책은 공통점이라도 있는 건가요?  ▲비극/ 그거야 주인 따라 다르긴 한데. (‘포터’를 가리키며) 저 친구는 형제 23명이 이 집 책장에 있어. 워낙 유명해진 덕분에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개봉 때마다 주인이 줄거리가 기억이 안 난다며 다시 꺼내지.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오만’을 쳐다보며) 저 숙녀분 역시 형제들이 다 이 집에 있지.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제인 오스틴이거든. (‘청춘’에게 귓속말로) 오스틴이 사실은 글을 정말 못 썼고, 편집자가 엄청나게 고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주인이 상심하기도 했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여기 이 친구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인데. ‘청춘’ 자네의 조상쯤 되지. 물론 이 집 주인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실제로 성공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네. 여기 이 날씬한 친구는 ‘홀로서기’라고 아주 감성이 예민해. 한때 한국에도 시집이 베스트셀러 1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산증인이야.  ▲청춘/ (가장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분은요? 같은 분들이 여럿인데요?  ▲비극/ (‘청춘’을 손끝을 따라가다가 황급히 눈을 내리깐다) 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기본적으로 몇 개씩 갖게 된다는 ‘성경’이라는 분이야.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책이신데, 최소한 60억권 이상은 팔리셨다더군. 겉표지부터 가죽이신데다 지퍼로 몸을 감싸고 계셔서 대화는 주인하고만 하시지.    ‘비극’이 힘들어하며, ‘포터’를 향해 손끝을 까닥인다.    ▲포터/ 저 옆에 하얀 표지에 두꺼운 분은 ‘정석’인데, 한국 고등학생들의 필수 참고서 같은 거지. 근데 전 세계 100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는 거 아니야. 4000만권쯤 팔렸고, 아직도 매년 100만권 가까이 팔리지. 머리쪽에 때가 많이 탄 것은 사람들이 매번 새로운 마음 어쩌고 하면서 처음 부분만 집중적으로 봐서 그렇대. (‘세계’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아니 저 분도 아직 계셨네. 한국 자서전의 시조쯤 되는 분인데, 대기업 회장님이 쓰신 책이지. 근데 그 기업이 망하고 그러면서 절판됐다던데. 그 옆에 우울한 표정의 친구는 ‘파수꾼’. 그냥 성장소설일 뿐인데, 테러범이나 사이코패스들의 범행현장에 자꾸 발견되는 통에 괜한 오해를 사고 있는 불운한 책이지.  ▲청춘/ 저기 곰돌이 그려진 책은요?  ▲포터/ ‘곰돌이 푸’.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친구들은 다른 집에서는 애들이 크면 다 버리던데, 이 집 주인은 시집올 때 가져왔거든.  ▲청춘/ 저런 동화책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그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뻔한 얘기만 해도 다들 예뻐라 하잖아요.  ▲포터/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고. 쟤 결말이 크리스토퍼 로빈이 크면서 더 이상 푸와 숲속 친구들을 찾지 않게 되는 거더라고. 사실 백설공주도 원래는 왕비를 데려다가 뜨거운 불판에서 맨발로 춤을 추게 했다나 뭐라나.    이 때 ‘정의’가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정의/ 다 좋은데 쟤는 도대체 뭡니까. (정의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물방울’이 있다.) 만화책 나부랭이는 왜 있는거죠?  ▲포터/ (‘물방울’ 쪽으로 뛰어가 앞을 가리고 ‘정의’를 향해 혀를 내민다.) 너도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책의 가치는 주인이 정하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와인에 대한 어떤 책도 얘만큼 많은 정보를 주진 못했다구. 니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팔리는 순간 니 운명은 주인 맘이야. 주인이 외면하면 넌 그냥 종이쪼가리라니까.    이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책들 황급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순식간에 암전된다.    #3.    잠옷 차림의 혜진 들어와 불을 켠다. 책장을 살핀다.    ▲혜진/ 잠이 안 오는데 책이나 읽어야지. (구석에서 ‘시간’을 발견한다.) 이 책이 아직도 있었네. (웃음) 오랜만에 한번 다시 도전해 볼까. 뭐 읽다 보면 잠이라도 오겠지.    혜진 불을 끄고 시간을 들고 퇴장한다. (끝)   ※도움말 주신 분 :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북마스터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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