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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1명이 2907건 폭탄 민원… 공무원은 게시판이 무섭다

    [커버스토리] 1명이 2907건 폭탄 민원… 공무원은 게시판이 무섭다

    # 빠른 처리·정책 반영… 靑청원게시판이 연 소통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해도 안 돼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3일 만에 해결됐습니다.”올해 초 충남의 부모님 집을 찾았던 직장인 김모(35)씨는 바로 옆에서 방음벽도 없이 건축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모님이 해당 관청을 찾아 사정을 설명했고 담당 공무원도 현장에 나왔지만, 조치는 없었다는 말도 전해들었다. 그는 “공사를 하려면 적어도 바로 옆에 붙은 주택 사이에 방음벽은 세워야 하지 않나 싶어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며 “며칠 후에 해당 관청에서 건설업자와 조율을 하라며 중재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담당 공무원을 찾아 전화하고 부탁했던 부모님도 온라인 민원 처리가 오히려 더 신속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정부도 국민과 소통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온라인 소통이 ‘문재인 정부 국민소통 시스템’의 차별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 플랫폼은 8개월간 1억뷰가 넘었고 국민 청원·제안 사이트는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지지를 받으려는 국민들로 연일 뜨겁다. 현장 공무원들도 국민의 목소리를 보다 투명하고 많이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뜨거운 소통’이 항상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억지·반복 민원이나 민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소위 ‘폭력 민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다산신도시 택배·전안법 수정도 ‘온라인 소통 힘’ 국토교통부는 최근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으로 ‘온라인 소통의 힘’을 경험했다. 지난달 이곳에서는 후진하는 택배 차량에 아이가 치일 뻔한 사고가 일어났고, 입주민들은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을 막았다. 반발한 택배회사는 단지 입구에 배송물을 쌓아 두고 돌아갔고 입주민들이 집단 항의했다. 국토부는 ‘실버 택배’ 투입으로 양측을 중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단지 택배 문제 해결에 왜 세금을 투입하느냐”는 시민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고, 28만여명이 참여했다. 결국 국토부는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의 통합 법안)도 소상공인의 집단 의견 개진으로 내용이 수정됐다. 본래는 전기용품뿐 아니라 가방·의류·잡화 등 신체에 직접 닿는 공산품 및 생활용품까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 취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이 법이 시행되면 외부 전문 기관에 돈을 내고 검사를 맡겨야 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의류·잡화 등은 KC 인증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 인터넷 기사 도배·장난성 민원글 게시에 골머리 다만 온라인상의 반복 민원 및 불만성 민원은 담당 공무원에게 큰 스트레스다. 교육부의 한 공무원은 “한 민원인이 매일 요지가 없는 민원을 국민신문고로 신청하는데, 지난해에만 2907건을 냈다”며 “꼭 접수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획재정부의 한 사무관은 “상속세가 잘못 부과됐다며 하루에 10여차례씩 온라인 게시판에 민원을 올리는 시민이 있었는데, 법원에서 판결이 나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며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라 내부 종결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복사해 붙여넣거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첨부해 도배하는 경우 등 장난성 민원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 부처의 민원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민원을 올리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릴 수 있지만, 그런 부분조차도 공무원들은 접수 및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해서 소모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민원이 2만 9000여건이나 접수됐다. 2016년 하반기보다 50.6%나 증가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그동안 은폐됐던 불공정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관련 민원도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음에도 일부에서 ‘공정위가 대기업을 봐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처리돼야 경제민주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시간 넘게 전화를 끊지 않고, 인격 모독적인 발언과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는 악성 루머가 골치다. 여가부 명칭을 양성가족부 등으로 바꾸라는 민원은 단골손님이다. 최근 내놓은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성평등’이란 단어 표기를 ‘양성평등’으로 바꾸지 않은 것이 동성애, 동성혼, 제3의 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민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천건씩 들어오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법률상 용어인 성평등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현장의 폭력 민원이나 편견도 큰 고충이다. 한 고용노동청에서는 한 사업주가 서류를 조사하던 공무원과 실랑이 끝에 차량으로 공무원을 들이받고 도주해 해당 공무원이 진단 2주의 상처를 입었다. 다른 고용센터에서는 한 민원인이 구직급여 신청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1m 폭의 민원대를 뛰어넘어 담당 공무원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일이 있었다. 또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이 불거진 후 세관 현장 직원들은 “조현민·조현아는 봐주면서, 왜 돈 없고 백 없는 서민만 검사하냐”는 비아냥을 받기 일쑤다. #정책 장애 될 수도… 무조건 소통보다 질적 향상을 공무원들이 말한 대처법은 주로 ‘인내’다. 한 경찰관(경위)은 “말도 안 되는 민원과 같은 말이 계속 되풀이되는 민원에 짜증이 나지만 단칼에 거절했다가 조직 전체가 욕을 먹을까 싶어 끝까지 청취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사 민원은 다르다”며 “수사 진행 중에 윗선에서 이런저런 메시지가 전달되면 오히려 더 수사를 철저하게 하게 된다”고 전했다. 소통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질적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국민소통이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정책이 잘 실현돼야 하지만, 일부 정책은 이해 관계자 사이의 첨예한 의견 조율 때문에 오히려 지연되거나 추진이 힘들어질 때도 있다”며 “소통 확대가 오히려 예측 가능한 정책 추진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이경주 기자 dlrudwn@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전기요금 1400% 올랐지만 …아르헨 여성의 복수혈전

    전기요금 1400% 올랐지만 …아르헨 여성의 복수혈전

    그야말로 전기료 폭탄을 맞았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전기가 끊기면 얼마나 짜증이 날까? 참다못해 회사를 찾아가 항의를 했지만 성의없는 답변만 듣게 된 여성이 결국은 사고를 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주에 사는 한 여성이 자동차를 타고 전력회사 건물로 돌진했다. 1층에 있는 민원센터를 들이받으면서 복수의 종업원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여자는 곧바로 체포됐지만 아직도 분을 삭히지 못한 채 "(경찰서에서 나가면) 또 회사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30세 여성이 전력회사 쿱세르의 본사를 찾아간 건 15일 오전 8시반쯤(현지시간). 여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전기가 끊기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기술적인 문제"라며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실랑이를 벌이던 여자는 결국 폭발, "곧 돌아오겠다"면서 사무실을 나갔다. 잠시 후 여자는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나타나 민원센터를 들이받았다. 경찰조사에서 여자는 "얼마나 정전이 잦은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요금은 잔뜩 올려놓고 전기가 들어오는 날보다 끊기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면서 분노했다. 사실 여자의 주장은 과대포장된 게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주의 전기요금은 무려 1400% 올랐다. 2015년 12월 출범한 정부가 '요금현실화'를 이유로 계속 요금을 올리면서다.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아르헨티나 연방하원은 공공요금을 동결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상원으로 이첩했다. 상원은 15일부터 법안 심의를 개시했다. 요금은 아찔하게 올랐지만 서비스의 품질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주에서 하루 이상 정전을 겪은 사용자는 4만2000가구에 달한다. 최장 열흘 이상 전기가 끊긴 가구도 상당수다. 현지 언론은 "요금폭탄에 잦은 정전이 사용자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클라린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9년째 갈등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TK 지방선거 핫이슈로

    9년째 갈등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TK 지방선거 핫이슈로

    한동안 잠잠하던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문제가 물위로 떠올랐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TK)지역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달 1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밝힌 ‘광역단체장 후보 대구취수원 이전 각서’ 발언이다. 홍 대표는 당시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경북 안전 및 생활점검회의’에서 “한국당 시·도지사 후보에게 대구취수원 이전을 실행하겠다는 각서를 받겠다. 시·도지사 후보들이 약속하지 않으면 지지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미YMCA와 구미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홍준표 한국당 대표 발언은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정치적 이익만을 노린 무책임한 발언이며 지역사회에 대한 협박”이라며 반발했다. 아직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후보들은 홍 대표의 발언 이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폭탄이라는 게 지역 정치가의 판단이다.19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논의는 2006년 9월 구미공단에서 1, 4-다이옥산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시가 국토부에 건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2009년 2월에야 이뤄졌다. 2009년 1월 구미공단에서 1, 4-다이옥산 수질 오염 사고가 다시 발생하자 한 달 뒤 대구시가 국토부와 새누리당(현 한국당)에 취수원 이전을 두 번째로 건의한 것이다. 이에 2010년 10월 구미시가 대구취수원 이전 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구시의 계획에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2011년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취수원 이전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다. KDI는 조사에서 신규 댐 4개가 준공되면 취수원 이전에 따른 용수 확보는 가능하나 구미시와의 갈등을 이유로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 1월에는 국토부가 취수원 이전 대안 지역으로 구미시 해평광역취수장을 제시했다. 2013년 12월에는 용역비가 10억원 책정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2014년 핵심과제로 대구취수원 이전을 선정했다. 같은 해 3월 국토부는 취수원 이전 검토 용역을 추진해 두 가지 안을 내놨다. 하나는 구미·칠곡(일부)·김천(일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해평취수장으로 대구취수장을 이전하는 안이다. 두 번째는 구미지역 강변여과수 개발 안이었다. 구미 강변에 취수정을 설치해 하천 바닥의 모래층을 뚫고 여과한 물을 상수원으로 쓰자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안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는 대구시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 가뭄이 들면 수량이 크게 줄고 수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반 침하나 주변 지하수 고갈에 따른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을 내세운 구미시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의견이 팽팽히 대립되는 가운데 대구시와 구미시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2015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이 문제에 대해 9차례에 걸쳐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여기에서 양 도시의 관심사항을 국무총리실에 공동 건의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구미시 우려 사항 중 수질문제 조사’ 등 3개 항, 구미시는 ‘낙동강 수량 및 중상류 수질관련 사고’ 등 5개 항을 건의한 상태다. 지난해에도 취수원 이전과 관련한 움직임은 계속됐다. 지난해 2월 22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국토부와 환경부 등이 참석하는 관련기관 실무회의를 열어 대구시와 구미시의 입장을 들었다. 또 6월 21일에는 이낙연 국무청리가 강정고령보와 매곡정수장 현장을 방문, ‘대구시와 구미시가 조금 더 협의해 줄 것’을 주문하면서 정부의 조정이 필요하면 나서겠다고 했다. 8월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TK 특별위원회특위가 대구시청 별관에서 대구 취수원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여당 국회의원 8명을 비롯해 대구시와 구미시 관계자, 정부부처 실무자 등 모두 18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취수원 문제를 대구와 구미 등 해당 도시에만 협의하도록 맡기면 갈등 해결에 진척을 이루기 힘들다”며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시민,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만들어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9월 13일에는 대구지역 국회의원인 홍의락, 추경호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측은 “구미시와 대구시 지도자들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11월 30일에는 대구·구미 민관협의회가 “취수원 이전 문제가 지역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하며 추가적인 검증 용역은 양 지역의 수용을 전제로 정부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정부 측에 보냈다. 올해에는 지난달 22일 이 총리가 취수원 이전에 대해 “환경부가 단계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고,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대안을 가지고 구미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대화를 해 문제를 풀어 가겠다”고 했지만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승수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대구시민들은 3만 3000만㎡의 구미공단에서 입주업체들이 화학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배출해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을 늘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 부시장은 “2014년 국토부 용역 결과 대구 식수원을 이전하더라도 전혀 물 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나왔다. 여기에다 낙동강 유량감소로 인한 구미지역 수질에도 영향이 없다고 국토부는 밝혔다”고 지적했다. 김 부시장은 “대구와 경북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상생 협력해 발전해 온 형제다”면서 “인내를 갖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묵 구미시 부시장(시장 권한대행)은 “대구취수원 이전은 구미시민의 재산권과 생존권, 기업활동 제한 등 구미시 장래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으로, 새로 선출되는 단체장이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또 정치적 논리가 아닌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결정해야 할 사안인 만큼 생태보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커버스토리] 새 학기 선생님은 ‘공문처리반’

    [커버스토리] 새 학기 선생님은 ‘공문처리반’

    “가끔 내가 아이들 가르치려고 교사가 됐는지, 공문 만들려고 됐는지 헷갈릴 정도예요.” 서울 강남 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김경혜(여·가명)씨는 1년 내내 공문과 씨름한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국정감사를 앞둔 9월은 폭탄 수준의 공문이 학교에 투하된다. 김씨가 지난 한 해 국회의원실로부터 받은 공문은 70여개였다. 그는 “체육관 천장에 어떤 조명 장치가 달렸는지 알려 달라거나 체육관 개방 현황을 보고하라는 등 교육과 관련없는 자료 요청도 많다”면서 “‘살충제 계란’ 등 사회 이슈가 터지면 비슷한 자료를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각 의원실 공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교육부 등으로부터 이미 자료를 받고도 새로운 내용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을 파악하고, 수업 준비하는 데 몰두해야 할 교사들이 김씨처럼 잡무에 깔려 신음하고 있다. “공문에 답하느라 정신없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는 말은 교직 사회에서 흔한 푸념이 됐다. 평균 10대1의 경쟁률(2018학년도 서울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기준)을 뚫고 교단에 선 교육 공무원들은 잡무 탓에 토론 수업 등 새로운 시도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잡무 폭탄’은 공교육의 비극이 시작되는 발원지이기도 하다.# “수업보다 서류작성 능력으로 승진” 불만도 이 같은 현실은 서울신문이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교원 9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97.9%가 ‘학기초나 학기 중 행정업무 탓에 수업 준비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 교사 10명 중 8명 이상(82.7%)은 ‘담당 업무 중 교육(수업·학생 관리)이 아닌 행정업무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답했다. 특히 학기 초인 3월에 행정업무 집중도는 다른 달에 비해 절반 이상 증가한다는 대답이 50%에 달했다. ‘학기 초(3월) 행정업무는 학기 중 다른 달에 비해 얼마나 늘어나느냐’는 질문에 47.9%가 ‘50% 이상 늘어난다’고 답한 것이다. 가장 큰 잡무 원인은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 등에서 쏟아지는 공문이다. 이번 설문에서 ‘교사들이 업무 과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을 묻자 가장 많은 421명(45.5%)이 ‘불필요한 공문 등 행정업무 절차 간소화’를 꼽았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교 1307곳이 접수한 공문은 729만 2972개다. 학교 1곳당 평균 600여개 의 공문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교육부나 다른 정부부처에서 요구한 공문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 방과후 활동·각종 위원회 구성에 교과서 배포까지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잡무에는 공문 처리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내 각종 위원회 구성, 방과 후 학교 운영 지원, 교과서 선정·파본 확인·배포 등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특히 행정 일을 총괄하는 교무부 소속 교사들은 종일 잡무에 시달린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 교무부장인 A씨는 “교무부가 매년 초 구성해야 하는 교내 위원회가 학교운영위원회 등 10개가 넘는다”면서 “최근에는 교육부에서 ‘외부 인사를 위원회에 많이 참여시키라’고 지시해 섭외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흔히 교사 하면 정시 출퇴근하는 ‘꿈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직을 맡은 교사들은 학기 초 매주 주말 근무해야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 A씨는 “교무부장은 교감이나 교장 승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로 여겨져 그나마 하려는 선생님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승진 보장이 안 되는 다른 보직은 하려는 사람이 없어 매년 폭탄 돌리듯 맡긴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아닌 서류를 만드는 능력으로 승진 여부가 갈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장의 한 고교 교사는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교육 당국에서 떨어지는 불필요한 잡무는 막아 줘야 하는데 승진에 영향을 받을까봐 그러지 못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 행정인력 부족한 지방선 교사가 컴퓨터까지 수리 학기 초에는 잡무가 배로 늘어난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새로운 사업을 많이 벌이는 데다 신입생 등의 정보를 전산화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정작 중요한 수업 준비나 학생과의 친밀감 형성, 생활 지도 등은 뒷전으로 밀린다. 수도권 고교에서 근무하는 9년차 교사 B씨는 “학기 초는 1년 수업 운영 계획을 짜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담임을 맡았다면 학생 중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은 없는지, 급식 때 피해야 하는 음식은 없는지 등 세세하게 파악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도 학기 초 교사들의 잡무를 줄여 주겠다며 3월 한 달을 공문이 없는 ‘학생 집중의 달’로 지정하고 불필요한 공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편법만 난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교사들이 공문은 남기지 않으면서 하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폭력(학폭) 처리도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까지는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처리하도록 했었다. 이 때문에 학폭위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행정 업무가 몰리고 학부모 민원까지 들어야 해 부담감을 호소해 왔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사소한 학폭 사안은 굳이 학폭위를 열지 않아도 되도록 했지만 업무량이 크게 감소할지는 미지수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중학교 교감은 “학폭 외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에 대한 학부모 민원도 많다”고 말했다. 교원 인력이 적은 지방 학교는 더 열악하다. 경남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정보화 담당 교사가 교내 모든 컴퓨터 기자재를 관리하고, 학교 내 폐쇄회로(CC)TV 관리 업무도 한다. 이 학교의 31년차 교사 C씨는 “학교 내 행정실에서 쓰는 컴퓨터가 고장나면 관리자가 따로 없어 교사가 직접 수리한다”면서 “CCTV도 설치만 업체에서 할 뿐 관리나 제반 사항은 모두 교사 담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사는 일도 교사가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행정이 주업무고 수업은 부차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지역·학교별 다른 교육환경도 고려해야 김인순 전남 목포여중 혁신부장은 “10년 전부터 주입식 수업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수업 방식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으로 한 시간 수업을 위해 3~4시간씩 준비한 적도 있다”면서 “하지만 행정 업무 탓에 수업 준비를 학교에서 할 수 없어 퇴근 뒤나 주말에 따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고교에서는 잡무 탓에 학생 진학 자료로 쓰이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꼼꼼히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함승환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역·학교별로 교육 환경이나 여건의 차가 큰데도 모든 학교가 교사 1명당 가르쳐야 할 학생수를 똑같이 정하는 등 기준이 획일적”이라면서 “교육 여건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학교에서는 학생당 교사수를 늘리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교육정책은 그동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면서 “앞으로는 기존에 진행 중인 불필요한 사업들을 어떻게 줄여 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스코프> ‘고령화 폭탄’으로 연금 바닥 드러낸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스코프> ‘고령화 폭탄’으로 연금 바닥 드러낸 중국

    지난해 4월5일 중국 베이징시 시청(西城)구 웨탄난제(月壇南街)에 있는 중앙민원 총괄부처 ‘국가신방국’(信訪局) 청사 앞. 비정규직 전·현직 교사 2000여명이 몰려들어 연체된 양로보험금(연금) 지급, 정규직 교사와 동등한 대우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공안(경찰)은 수백명의 병력을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들 교사 300여명을 현장에서 체포해 베이징 외곽에 있는 사설 감옥인 주징좡(久敬庄)으로 압송했다. 인권 인터넷 매체 6·4톈왕(天網) 창설자인 황치(黃琦)는 “정부가 거액의 재정 지출이 두려워 이들 교사들에 대한 연금 지급을 연체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가 전했다.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중국에 벌써부터 ‘연금재정 파탄’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연금 재정이 바닥나 보유한 적립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연금이 1년 지급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직할시와 성(省), 자치구는 모두 13개 지역에 이른다고 중국 신경보(新京報)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중국의 성급(省級) 지방정부가 31곳인 만큼 40%가 넘는 지방정부가 연금 재정 파탄 사태에 직면한 셈이다. 연금 재정 파탄 사태에 직면한 13곳은 톈진(天津)시를 비롯해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장시(江西)성, 하이난(海南)성, 허베이(河北)성, 산시(陝西)성, 칭하이(靑海)성, 후베이(湖北)성,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등 9개 성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 3개 자치구이다. 특히 헤이룽장성은 연금 재정이 이미 바닥을 드러내 재정수입을 돌려막기 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헤이룽장성의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을 받는 노인은 급증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이 동부 연안 도시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바람에 연금 납입금을 낼 생산가능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헤이룽장성의 연금 수혜자는 2010년 268만명에서 지난해 성 전체인구(3800만명)의 12%에 해당하는 457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생산 활동에 가장 왕성하게 참여하는 30∼39세 인구의 3분의 1에 이르는 32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헤이룽장성을 떠났다. 따라서 연금액을 같은 기간 1인당 월평균 1076 위안에서 2120 위안으로 무려 100%나 인상했으나 연금재정 부족 사태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헤이룽장성의 산업구조도 연금 재정 부족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세수입의 33%가 석유산업에서 나오는 헤이룽장성은 국제 원유가의 폭락으로 최대 유전지대인 제2의 경제도시 다칭(大慶)이 휘청거리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헤이룽장성은 지난해 232억 위안(약 3조 8000억원)의 연금 지급분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이에 비해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중국 경제성장의 엔진’ 광둥(廣東)성은 55.7개월분의 연금 지급분(7258억 위안)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재정이 튼실하다. 베이징시도 연금 지급분 3524억 위안을 쟁여놔 자립도 2위를 차지했다. 연금 가입률도 낮은 것도 고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보험업협회 등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의 연금 가입률은 59.7%에 그쳤다. 국유기업 근로자들의 가입률은 63.8%로 비교적 높은 반면 민간기업의 가입률은 56.1%로 평균치보다 낮다. 연금 가입 대상자 가운데 기업연금 프로그램에 편입된 근로자 비율은 33.5%에 불과하다. 연금 가입률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노후 대책으로 은행저축 등을 더 선호하는데 따른 것이다. 보험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노후대책으로 은행저축(79.8%)을 가장 선호했고 주택 등 부동산(37.1%), 양로보험(31.9%), 주식(15.8%) 순으로 답했다. 이에 따라 연금 부족 사태는 중국 전역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1990년대와 2011년에는 각각 5명과 3.1명의 연금 납입자가 1명의 수령자를 부양했지만, 이 비율은 지난해 2.8대 1로 떨어졌다. 2050년이 되면 이 비율은 1.3대 1로 곤두박질칠 전망이다. 이미 이 비율이 2대 1에도 못 미치는 지방정부는 1.3대 1에 불과한 헤이룽장성을 비롯해 후베이성과 지린성, 랴오닝성, 쓰촨(四川)성, 간쑤(甘肅)성 등과 네이멍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충칭(重慶)시 등이다. 중국의 연금 납입액은 지난해 5710억 위안으로 19.5% 증가했는 데도 불구하고 지급액은 오히려 6040억 위안으로 23.4% 늘어나는 바람에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훨씬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의 연금 납입금 증가액이 지급금 증가액에 못 미친 것은 벌써 5년째이다. 공식 퇴직연령이 남성 60세와 여성 50세(간부 55세)인 중국의 연금제도는 지난 1990년대 시행됐다.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7%인 2억 30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 고령화 수준이 정점에 이를 2052년엔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금의 2배 이상인 4억 8700만명으로 급증한다. 자오시쥔(趙錫軍) 중국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연금 납입자 대 수령자 비율이 3.1대 1에서 2.8대 1로 떨어진 것만 해도 매우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인민은행 금융연구소는 중국이 2035년부터 80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5%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 정부는 우선 국유기업이나 국유기업이 최대 주주로 있는 중대형 기업과 금융기관은 전체 지분의 10%를 일률적으로 사회보장기금(연기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10%라는 비율은 기업 직원의 기초 연금 부족분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책정한 것이다. 이 방안은 올해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국유기업 3~5곳과 금융기관 2곳이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내년엔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유기업이 내놓은 지분 10%는 전국사회보장기금회나 각 성급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설립한 기업에서 직접 관리해 운영한다. 이들은 국유기업의 장기적 재무투자자로서 지분 배당금을 주수입원으로 하며, 기업의 일상 경영활동에 간섭해서는 안된다. 국무원에 따르면 중국내 중앙지방 국유기업 및 국유기업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금융업 제외)의 자산 총액은 117조 위안이 넘는다. 중국 은행업 자산은 9월 기준 247조 위안이다. 이중 국유은행 5곳의 비중이 37.3%에 이른다. 국유기업의 지분 10%를 연금 재정으로 동원할 경우 막대한 금액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웨이강(金維剛) 중국 노동사회보장과학연구원장은 “연기금에 국유자본이라는 든든한 방패막이 생겼다”며 “이 덕분에 연기금의 지속가능한 안정적 운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중국 정부의 또다른 해결책으로 정년 연장 카드를 꺼냈다. 정년 연장이 연금 고갈 해소의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비판도 있지만 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첫 5개년 경제성장 계획인 13·5계획(2016부터 2020년까지 국가종합발전전략 계획)에서 정년연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중국 사회과학원은 정년연장 계획의 구체안을 발표했다. 사회과학원은 오는 2018년부터 정년을 연장하기 시작해 2045년까지 남성과 여성 모두 65세로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사회과학원은 은퇴자들의 노동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퇴직연령을 여성은 3년에 1년씩, 남성은 6년에 1년씩 늦추는 구체안도 제시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또 다른 얼굴… 튀어야 산다

    또 다른 얼굴… 튀어야 산다

    ‘일단 튀어야 산다!’ 국회의원의 톡톡 튀는 개성 있는 명함은 자기를 알리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래서인지 이름과 전화번호 정도만 적어 넣었던 명함도 세월이 지나면서 크게 변했다. 예전에는 당에서 제작한 평범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자기 얼굴을 넣은 ‘사진형’부터 톡톡 튀는 ‘개성형’까지 가지각색이다.총선 등 선거철이 되면 지역구 공약을 넣은 선거용 명함이 별도로 대량 제작된다. 지역구 유권자부터 상임위원회 관계자, 기자, 민원인까지 다양하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명함 한 장씩만 건네도 하루에 수십 장을 금방 쓴다고 한다. 그만큼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명함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다.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개성 있게 국민의당 채이배·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의 명함은 반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이식’이다. 채 의원의 명함을 펼치면 캐리커처와 함께 “국민과 함께, 내일을 향해가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하단에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겠다’, ‘공정한 경제의 기틀을 만들겠다’, ‘세금지킴이가 되겠다’, ‘제대로 밥값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내용의 네 가지 다짐이 적혀 있다. 채 의원은 “만나는 분들에게 짧게나마 국회의원이 된 다음 스스로 한 약속을 전하고 싶어서 넣게 됐다”면서 “명함을 볼 때마다 스스로 이 약속들을 지키려고 강제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함에 지역구의 모습을 담은 ‘지역구 사랑형’도 있다. 박인숙 의원의 명함을 펼치면 서울 송파갑 지역의 관내 지도가 나타난다. 명함을 받는 이들마다 ‘특이하다’, ‘창의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박 의원 측은 “지역구 안에 있는 몽촌토성과 같은 다양한 문화재 유산과 체육 시설 등을 홍보하기 위해 지도를 넣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갑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의 명함에는 문화재 촉석루의 실물 사진이 담겨 있다. 명함 하단에 적힌 ‘충절·역사·교육·문화·예술의 도시 진주’라는 문구를 통해 ‘지역구 사랑’을 한껏 드러냈다. 박 의원은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때부터 이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자긍심 차원에서 진주의 상징인 촉석루 사진을 넣었다”면서 “타지에서 명함을 받는 사람들은 명함을 보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와 지역구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콩기름으로 인쇄한 재생 용지의 친환경 명함을 사용해 디자인보다 재질에 신경을 썼다. ●“곳간 채우자”… 후원계좌 기재 필수 국회의원 대부분은 자신의 명함에 후원 계좌를 꼭 써넣는다. 국회의원은 연간 1억 5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데, 명함에 후원 계좌를 적어 넣는 것만큼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없다. 한 의원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후원금 모금 한도를 채우기에 바쁜데 명함에 계좌번호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안내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어떤 의원은 자신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실에 근무하는 보좌관, 비서관, 심지어 인턴 직원의 명함에까지 후원회 계좌번호를 적도록 했다. ‘다다익선’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명함 뒷면에는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주소가 나란히 적혀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심지어 상임위 명칭도 길어 명함에 당명을 적을 공간이 모자랄 지경”이라며 웃었다. 한국당 신상진 의원의 명함 뒷면에는 학력, 수상 내역, 주요 경력, 국회 상임위에서 활동한 이력 등 무려 17가지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여기에 국회 의원회관 및 지역 사무실의 주소와 전화번호, 팩스번호까지 더해져 여백이 없다. 경북 영주·문경·예천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최교일 의원은 세 곳에 나뉘어 있는 지역 사무실 정보만 써넣어도 명함 뒷면이 꽉 찬다. 지역구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의원 중 일부는 국회 업무가 바빠 지역을 자주 찾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당직을 써넣기도 한다. ●여백의 미학… 최대한 심플하게 소속 상임위, 직책, 이력 등을 줄줄이 나열하기보다 정보를 최소화한 심플형 명함도 인기다. 최근 들어 소속 정당의 당명이나 로고를 일부러 빼는 의원도 부쩍 많아졌다. ‘문자 폭탄’을 우려해 휴대전화 번호가 들어간 명함을 돌리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의 명함은 소속 정당에 대한 별도 표기 없이 ‘국회의원(대구 동구을) 유승민’이라고만 쓰여 있다. 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당 로고나 직함이 없다는 게 특이하다. 유 대표의 명함에는 대신 국회의사당을 상장하는 마크와 홈페이지 주소가 새겨져 있다. 유 대표는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19대 국회 때부터 같은 디자인의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유 대표 측 관계자는 “당명이나 대표 직함을 넣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성수·전현희, 국민의당 정동영·박선숙 의원의 명함도 ‘심플형’에 가깝다. 명함에 당명을 뺀 한국당 권석창 의원은 “한국당에 소속된 국회의원 116명 중 한 명이기보다는 지역구와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유의동 의원의 명함 앞면에는 ‘안녕하세요. 경기 평택시을 국회의원 유의동입니다’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이름 부분에 바른정당 상징색인 하늘색의 꺾쇠 괄호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당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된 후에는 ‘안녕하세요. 바른정당 대변인 유의동입니다’라고 문구를 바꿨다. 유 의원은 “이름만 있으면 밋밋하니까 인사말을 넣게 됐다”면서 “인사할 때 빠르게 명함을 주고 받으니 ‘안녕하세요’라고 써 있으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재치 만점 사진 국회의원 명함 대부분은 ‘주인’의 얼굴 사진이 들어가 있다. 명함을 받은 사람들이 이름과 얼굴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명함에 들어가는 사진을 고르는 것 또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웃는 표정의 사진을 많이 쓴다. 한국당 권석창 의원의 명함 앞면에는 검정색 정장 차림을 한 권 의원의 반신 사진이 들어가 있다. 여기에 회색 배경색을 입혀 세련된 느낌을 준다. 권 의원은 “청바지를 입은 사진을 쓸까 고민하다 너무 시대를 앞서가는 것 같아 정장을 입은 사진을 택했다”며 웃었다. 같은 당 김현아 의원의 명함 앞면에는 웃고 있는 김 의원의 사진과 함께 ‘용기를 줄 수 있는 작은 길’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캐리커처가 들어간 재치 넘치는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금 의원 측은 “의원들이 주로 명함에 사진을 넣다 보니 보다 개성 있게 만들기 위해 캐리커처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형 명함을 쓰고 있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외교 활동을 위해 외국어판 명함까지 별도로 만들었다. 한글판 명함 2개, 영어·중국어·일본어판까지 명함 종류만 5개다. 이 의원 측은 “유럽판 명함까지 만들려고 했지만 영어 명함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천주교 신자인 이 의원은 종교활동을 할 때에는 세례명인 ‘그레고리오’가 새겨진 명함을 사용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커버스토리] 1급 꿈꾸는 1호봉의 몸부림…나는 말단 공무원입니다

    [커버스토리] 1급 꿈꾸는 1호봉의 몸부림…나는 말단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은 구직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호봉에 따라 급여를 받기 때문에 한꺼번에 큰돈을 손에 쥘 수는 없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 혜택이 주어지는 등 근로 안정성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에 임용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공직에 첫발을 뗀 말단 공무원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다. 상급자를 대하는 것을 비롯해 업무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직사회에 입문해 ‘햇병아리’ 시절을 보내고 있는 말단 공무원들의 꿈과 애환을 들어 봤다.나는 ‘9급’입니다 떼 쓰는 민원인에게까지 ‘을’고위직보다 6급만 돼도 만족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새내기 9급 공무원 안모(27)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민원 업무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안 되는 일로 떼를 쓰는 민원인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안씨는 “아내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온 민원인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완강하게 거부하며 화를 내 웃으며 진정시키려고 했더니 ‘왜 비웃느냐’며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를 해 버렸다. 그래서 그 상황을 설명하는 답변서까지 써야 했다”고 토로했다.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도 9급 공무원들이 겪는 고충이었다. 서울의 한 구청에 근무 중인 9급 공무원 이모(28)씨는 “선임들이 해야 할 업무를 9급에게 덜컥 맡겨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향후 승진 목표에 대해 “큰 꿈을 꾸진 않는다. 6급까지 올라가도 만족할 것 같다”면서 “고위직으로 갈수록 승진에 더 아등바등해야 하고 생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인허가 업무나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아무리 말단이라 해도 건축물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민원인들이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는 교통과 소속 9급 공무원들도 일반 시민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나는 ‘초임교사’입니다 막내라고 떠넘기듯 담임 맡겨“선생님” 존대해 주는 건 좋아 초임 교사들은 업무 적응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경기 지역의 한 중학교 음악교사로 임용된 김모(26)씨는 “부임 첫해에 담임을 맡게 됐고 큰 업무들이 잇따라 떨어졌는데 아무도 인수인계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전남의 한 고교 교사인 서모(28)씨도 “대학원을 다녀야 해 휴직을 생각하고 있어 담임을 맡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더니 ‘어디 막내 교사가 담임을 거부하느냐’며 반강제로 담임을 맡겼다”고 말했다. 번거롭거나 꺼려하는 일들을 후배에게 떠넘기는 관행도 발견됐다. 경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정모(27)씨는 “업무에 빨리 적응하라는 취지인지는 모르겠는데 임용 초반 ‘일폭탄’이 떨어져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학교 내에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고충이었다. 한 경기 지역 고교 교사 이모(28)씨는 “또래 동료 교사 수가 적어 많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20살 이상 차이 나는 선배 교사들과 편하게 지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업무에 만족하는 교사도 적지 않았다. 학군 장교 출신인 이모(26)씨는 “전형적인 계급사회인 군대에 있다가 곧바로 학교로 와서 그런지 조직 문화가 수평적이어서 놀랐다”면서 “어머니뻘쯤 되는 선배 교사도 반말하지 않고 ‘박 선생님’이라며 존대해 주니 존경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소방사’입니다 반려견 구조 등 대민 서비스 많아취업문 뚫은 것만으로도 큰 위안 경기 지역의 한 119구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27) 소방사는 지난 4월 소방사 시험에 합격한 뒤 소방학교 교육을 마치고 지난달 17일 배치됐다. 김 소방사는 “군 생활은 전쟁을 대비하는 시간이지만 소방관 생활은 매일매일이 실전의 연속이기 때문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늘 신경이 곤두 서 있고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내다 보니 주로 대민 서비스 업무를 많이 맡는다. 교통사고 구조를 비롯해 차 문 따는 일, 반려견 구조하는 일 등 다양하다”면서 “그래도 극심한 취업난에 공무원이 됐다는 점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순경’입니다 윗분 의견에 ‘토’ 못 달지만음주단속 땐 VIP도 안 통해 지난 6월 경찰관 생활의 첫발을 뗀 주모(24) 순경은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초임 순경은 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배치되며, 경찰관 1인당 10여개의 학교를 전담한다. 주 순경은 “학교폭력은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수 있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경찰 영역과 교사 영역의 경계선이 모호해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판단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소속 이모(25) 순경은 “과거처럼 커피를 타 오라 시키거나 음식을 내 오라 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다”면서도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고참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저를 불러서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이 고충이라면 고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계급사회다 보니 고참들 앞에서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행사나 일정이 윗분들의 의견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뭐라 지적하고 싶어도 말도 못 하고 그냥 따라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초임이다 보니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 “음주단속에서 순경한테 걸리면 얄짤없다”는 말이 적잖이 회자된다. 음주 사실이 감지된 운전자가 혈중알코올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음주측정기를 부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키려 꼼수를 써도 순경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음주단속에서 순경한테 걸리면 대통령도 꼼짝도 못할 것”이라며 웃었다. 나는 ‘경위’입니다 유독 치열한 승진경쟁 한숨연륜 있는 하급자도 어려워 경찰대를 졸업하고 초임 간부인 경위로 임용된 김모(26) 경위는 “막내의 위치에서 상급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일이 참 고달프다”고 털어놓았다. 김 경위는 “다른 부서에 계급이 높은 분에게 부탁할 일이 생기면 여러 번 해도 잘 수락되지 않는데, 다른 고참이 얘기하면 전화 한 통화로 끝난다”고 푸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상급자가 식사를 하자고 하면 개인적인 약속을 취소하고 따라 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나이 많은 하급자를 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고충도 많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20대에 경위 계급을 달지만, 순경부터 승진해 온 경찰들 중에는 나이가 40~50대인 경사가 적지 않다. 최모(27) 경위는 “나이 많은 부하 직원과 일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면서 “경장·경사들이 계급은 낮아도 수사 경험은 훨씬 많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폭탄 세일 혹했다가 ‘짝퉁 폭탄’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폭탄 세일 혹했다가 ‘짝퉁 폭탄’

    #1. 직장인 A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명품 가방을 샀습니다. 100만원이 넘는 가방을 42만원에 파는 ‘폭탄 세일’이라는 광고에 혹해 신용카드를 긁었죠. 며칠 뒤 집에 택배가 도착해 상자를 열어 본 A씨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딱 봐도 ‘짝퉁’ 티가 너무 많이 났죠. A씨는 쇼핑몰에 전화해 “할인 판매라더니 짝퉁을 파냐”고 따지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쇼핑몰 직원은 “한 번 사면 환불은 절대 안 된다”고 우기네요. 다음날 쇼핑몰은 아예 전화도 받지 않고 잠수를 탔습니다. #2. 대학생 B씨는 최근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에서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싸게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운동화를 받아 보니 가짜였죠. 환불을 받으려고 다시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판매업체는 더이상 영업을 하지 않았고 연락 두절입니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에 연락해 “운동화가 가짜인데 환불해 달라”고 말했지만 중개 사이트에서는 “우리는 중개만 할 뿐 환불은 판매업체에 직접 요구해야 한다”고만 하네요. ●온라인·SNS 짝퉁 불법 판매 기승 A씨와 B씨는 짝퉁 가방과 운동화에 대해 환불 등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과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에서 가짜 제품을 구입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할인 판매 광고를 하고 짝퉁을 파는 불법 업체도 기승을 부리고 있죠. ●경찰에 신고해도 사실상 보상 못 받아 문제는 가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환불 등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재범 소비자원 섬유식품팀 부장은 “짝퉁을 파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고, 업체들도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경찰이나 관세청의 단속을 피하려고 판매 직후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다”면서 “민사 분쟁이기 때문에 판매업체가 보상해 줘야 하는데 소비자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상받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경찰 신고는 민사가 아닌 형사 사건으로 판매업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G마켓, 11번가, 옥션 등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에서도 짝퉁 피해가 많은데요. B씨의 사례처럼 중개 사이트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입니다만, 중개 사이트는 말 그대로 중개만 할 뿐 가짜 제품으로 인한 피해나 하자·보수 등에 대한 보상 책임이 법적으로 없다고 하네요. ●소비자원 “너무 싼 가격은 의심해 봐야” 특히 최근 짝풍 판매업체들이 단속을 피해 홍콩이나 중국 등 해외에 사이트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해외 직접구입(직구)으로 물건을 샀다가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죠. 양지선 소비자원 국제거래지원팀 대리는 “짝퉁 피해를 예방하려면 너무 싼 가격에 물건을 파는 쇼핑몰은 한 번쯤 의심해 보고 신중하게 구매해야 한다”면서 “해외직구의 경우 사기 의심 사이트인지 미리 확인해야 안전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소비자원에서는 2015년 10월부터 ‘국제거래 소비자포털’(http://crossborder.kca.go.kr)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국내외 사기 의심 쇼핑몰 리스트를 볼 수 있죠. 또 결제하기 전에 해당 쇼핑몰로부터 피해를 입은 다른 소비자가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사이트 안에 사업자의 주소·전화번호·이메일 주소 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 이용 이의제기 서비스’ 신청도 해외 직구로 산 물건이 짝퉁이고 판매업체가 연락이 안 되면 신용카드사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해외이용 이의제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국내 카드사에 환불을 요구하면 카드사가 비자나 마스터 등 국제 카드사에 민원을 넣어 소비자 대신 환불을 받아 주는 서비스죠.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구매 내역과 영수증을 잘 챙겨놔야 합니다. 판매업체가 환불을 약속한 이메일이 있다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쇼핑몰이 사이트를 폐쇄했다면 폐쇄 전 인터넷 주소라도 있어야 환불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esjang@seoul.co.kr
  • 이석주 서울시의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정-폐지 청원’ 국토부 전달

    이석주 서울시의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정-폐지 청원’ 국토부 전달

    서울시의회 이석주 의원은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한 개정 및 폐기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대주민 청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직접 전달했다. 아울러 강남병 지역 국회의원 소개로 국회의장에게도 이 내용이 접수되어 현재 주민청원서 처리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다. 이 청원서는 지난 8월 이은재 국회의원 주관으로 성황리에 개최하여 전문가 및 주민의 열띤 토론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참여 대상은 서울 15개 자치구 내 70여 재건축단지 5만여 주민이 직접 동참했고, 청원서에 서명한 시민도 1만 3천여명이다. 이 의원은 “이 법률은 재건축 아파트값 폭등을 우려해 2006년 최초 재정되었으나 경기하락 및 위헌요소 등 문제투성으로 장기보류된 상태이며 특히 미실현소득 및 재건축사업에만 국한했고, 중복과세와 국민재산권 침해 등이 내포된 조세폭탄으로 명분이나 형평성도 없고 위헌소지 및 과잉금지원칙도 크게 반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구실도 재건축에 초점을 맞추고 또다시 문제의 법령을 재시도 한다니 이는 자유시장흐름을 차단한 무리한 행정 개입으로 그 부작용이 불 보듯 하다”고 언급하고 “초토세나 종부세가 위헌판결로 국민원성과 함께 소멸 조정되었고, 보유세 폭등 과세에서 보았듯이 오른 세금만큼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던 정책실패를 우리는 아프게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측 주민청원서 답변으로 청원 주민대표인 쌍용조합 안형태씨에게 보낸 공문(2017. 10. 19)에 따르면 ‘의견은 충분히 이해되나 국회에 동법률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어 결과에 따라 협조하겠다’는 내용이며, 현재 이은재의원 등 4명의 의원들이 각각 발의하여 논의 중이지만 찬반의견 대립 등으로 난항이 예견되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다수 지역주민들의 진실된 염원이 담긴 청원서 내용. 즉, 10년이상 장기보유자 면죄, 납부시점도 매도·상속 등 이득실현 시, 납부요율도 보유년수별 차등적용 등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조속히 개정 및 폐기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도심 쉼터 ‘공개 공지’ 불법이용 땐 벌금 폭탄

    도심 쉼터 ‘공개 공지’ 불법이용 땐 벌금 폭탄

    국민신문고 민원 해마다 증가 매대 등 무단영업 77건 ‘최다’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심 속 휴식공간인 ‘공개 공지(空地)’에서 상습적으로 노점 영업을 하거나 아예 울타리를 쳐 외부인 출입을 막는 이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개 공지가 당초 목적대로 이용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국토교통부와 ‘공개 공지 활용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공개 공지란 대형 건물을 지을 때 건축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조성하는 개방형 공간이다. 대형 건축물이 도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도심 속 작은 쉼터를 다수 조성해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다. 공개 공지를 마련하는 건축주는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 완화 등 혜택을 받는다. 올해 3월 현재 전국 공개 공지는 4528곳이며, 면적은 약 358만㎡로 여의도공원의 15배가 넘는다. 면적 기준으로 전체 공개 공지의 55.5%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공개 공지 관련 민원은 2014년 46건, 2015년 66건, 2016년 118건 등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민원 유형을 보면 건물 입점 업체가 매대 등을 설치해 무단영업한 사례가 7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관리 부실(42건), 불법노점 및 광고·적치물(40건), 불법주차(3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상인이나 건물 관리자가 공개 공지를 불법으로 이용해도 현행법상 제재 수단이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공개 공지 관리를 조례에 반영한 지자체도 서울과 광주 두 곳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국토부와 함께 건축법 개정에 나서 공개 공지를 상습적으로 불법 이용한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지자체 조례 등에 공개 공지 관리 책임을 반드시 반영하게 할 계획이다. 또 공개 공지 관리 시스템인 ‘모두의 공간’(www.eais.go.kr/psms.portal)을 보완해 시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속 끓는 공직사회… 해법은

    민원인 속마음 이해하려는 노력 우선 “행동엔 책임 따른다” 인식도 심어 줘야 “진상 민원인 사례를 접하며 깨닫게 된 점은 지금의 상황을 단박에 바꿀 수 있는 ‘매직 불릿‘(특효약)은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 전반의 의식 수준이 바뀔 때까지 공무원들이 민원인에게 좀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애쓰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합니다.” # 직접 찾아가 의견 들으니 민원 줄기도 전국 공무원들의 악성·고질 민원 처리를 담당하는 박범선 행정안전부 특이민원 담당 사무관은 “진상 민원인을 다룰 수 있는 해결책이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공무원은 민원인의 속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민원인도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데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속내가 담겨 있었다. 박 사무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2013년 사고로 요추부 변형 장해를 입은 A씨가 2년 가까이 반복적인 민원을 제출하며 폭언과 협박을 일삼아 어려움을 겪었다. 민원 창구 직원들은 그가 나타날까 봐 늘 불안해했고 다른 민원인들도 A씨의 언행에 불만이 많았다. 결국 공단 측은 특별민원 전담팀 직원이 A씨 집에 직접 찾아가 자초지종을 모두 들어줬다. 이후 “언제든지 우리에게 전화하면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며 마음의 상처를 입은 A씨를 감싸려 노력했다. 그러자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A씨의 악성 민원도 금세 사라졌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10월 “인플루엔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 달라”며 민원인 B씨가 한 달 새 100건 넘게 전화하며 폭언과 협박을 일삼자 “직접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시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그러자 B씨의 ‘민원폭탄’도 종지부를 찍었다. 임호진 서울시교육청 민원봉사실 주무관은 “악성 민원인 대부분은 고성방가와 행패를 일삼다가도 공무원이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로 응대하면 수그러들곤 한다”며 이들의 행동 뒤의 마음의 문제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구청장 직접 대면 기회 주기도 경기 성남시는 2012년 기초생활수급자 C씨가 사회복지사와 사회복무요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뒤로 민원 창구 등에 경비용역 직원을 배치하고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사회복지 부서 창구는 은행 창구처럼 민원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광폭 구조로 바꾸고 직원 출입구 등에 잠금 장치도 달아 민원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게 했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악성 민원인들에게 되레 구청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효과를 봤다. ‘구청장 대화의 날’을 통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모두 털어놓으라는 취지다. 진상 민원인들이 구청장에게 행패를 부릴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상당수는 면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풀고 원만히 문제를 해결한단다. 행안부는 조만간 전국 공무원들의 특이민원 우수 대응 사례를 모아 동영상 등으로 제작해 널리 홍보할 계획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커버스토리] 장·차관들이 가질 않는데… 자유로운 휴가 문화 해법은

    [커버스토리] 장·차관들이 가질 않는데… 자유로운 휴가 문화 해법은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왔지만 다른 나라 이야기인 양 입맛만 다시며 아쉬워하는 공무원도 상당수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 연가는 최대 21일이지만 대부분 공무원은 10~12일 정도만 쓴다. 연가를 모두 소진하는 공무원은 극히 드물다.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1주일 이상 길게 휴가를 내기도 어려워 두세 차례에 걸쳐 1~2일 정도 집에서 쉬며 생색만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어떻게 해야 자유로운 휴가 문화를 갖게 될까. 이들에게 해법을 직접 들어 봤다.# “윗분들부터 길게 쉬셔야 공직사회 변해” 많은 공무원들이 “윗분들이 변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상급자가 휴가를 가지 않으면 하급자는 인사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휴가’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는다. 이 같은 공직사회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부처 장·차관이 시쳇말로 ‘미친 척하고’ 2주일 이상 여름휴가를 다녀와야 한다”면서 “그런 뒤에 이들이 부하 직원에게 ‘여러분도 나처럼 쉬고 오라’고 독려하면 공무원 휴가 문화는 금세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앙부처 과장은 공무원 휴가를 중국집 회식 메뉴에 비유하며 상관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그는 “‘맛난 것 먹자’고 부하 직원들을 중국집에 끌고 가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짜장면’을 외치면 그날 회식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냐”면서 “공직사회 전체가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려면 고위 공무원들이 먼저 1주일 이상 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고위공무원단은 물론 국·과장들조차 휴가를 가지 않는데 사무관 이하 직원들이 무슨 배짱으로 휴가원을 내겠냐”면서 “그나마 새 대통령이 ‘자신부터 연차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공무원 휴식권을 보장하려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전했다. # ‘휴가는 특혜 아닌 권리’ 명확히 인식해야 여름 휴가가 윗분들이 제공하는 ‘시혜’가 아니라 공무원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되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내 연가 한도 내에서 휴가를 쓰는데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휴가를 떠나는 이유를 밝힐 필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한 공무원은 “상당수 고위직은 자녀가 모두 독립해 휴가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면서 “그런 분들에게 지배받는 공무원 휴가 문화를 바꾸려면 휴가를 쓰지 않는 이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극약 처방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한 고용노동부 사무관은 지금의 ‘공무원 대기문화’(자신이 속한 집단에 문제가 생기면 할 일이 없더라도 구성원 전원이 출근하거나 퇴근하지 않고 기다리는 풍토)를 없애야 공직사회 말단까지 제대로 된 휴가 문화가 뿌리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어떤 상사는 부하직원이 9월이나 10월쯤 연가를 쓰려고 하면 ‘여름휴가 갔다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쉬냐’고 타박하거나 ‘이번만은 너그러이 용서해 주겠다’며 선심 쓰듯 말한다”면서 “공무원의 당연한 권리인 휴가 사용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듯 간섭하려고 드는 상사의 계급주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나 없어도 일 돌아가게’ 시스템 지원 뒷받침돼야 공무원 누구나 마음 놓고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공직사회 전체의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맡고 있는 업무가 정·부(正·副) 분담이 안 돼 있어 나 말고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서 “내가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민원인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소방 공무원의 경우 휴가나 출장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비번 중인 다른 사람이 대신 일하고 수당을 받는 ‘플러스 근무제’가 정착돼 다른 공무원들보다는 여름휴가를 원활히 다녀올 수 있다”면서 “공직사회 전반에도 이런 식의 제도 보완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휴가 때만이라도 학교나 학부모의 ‘카톡 연락’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이 나오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요새는 담임교사가 학부모와 카톡방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반화돼 있다”면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학부모들에게서 카톡이 오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 쳐도 휴가 때에도 시도 때도 없이 카톡 알림음이 울려 대면 옆에 있는 가족에게 너무도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인사 시기를 휴가철과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북도의 한 공무원은 “상반기 정년 퇴직(6월 말) 뒤 7월 말~8월 초에 대규모 정기 인사가 이뤄지곤 하는데 자신의 거취가 달린 인사를 앞둔 공무원들이 마음 편히 휴가를 낼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 휴양시설 업그레이드·휴가시즌 업무배분 등 주문도 이 밖에도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 과장은 공무원 휴양시설을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는 “경찰 수련원 등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기는 하지만 노후된 곳이 많고 지역마다 시설 편차도 크다”면서 “호화찬란한 리조트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아빠 직업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이면 된다”고 말했다. 한 교육부 주무관은 “2년 전쯤 담당 과장이 부하 직원들의 휴가 기간을 숙지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하다 일 배분이 안 돼 과 전체가 여름 내내 ‘업무 폭탄’을 맞아 어려움이 컸다”면서 “최소한 자신의 달력에 부하 직원 휴가 날짜 정도는 표시해 두는 노력은 보여 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부처종합
  • 정부가 내년 7월부터 퇴직 후 3년까지 ‘건보료 폭탄’ 막아준다

    정부가 내년 7월부터 퇴직 후 3년까지 ‘건보료 폭탄’ 막아준다

    내년 7월부터 실직하거나 퇴직한 이후에도 최장 3년까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19일부터 8월 28일까지 입법예고하고 2018년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퇴직한 신중년에게 직장가입자 때보다 높은 건보료가 부과되는, 이른바 ‘건보료 폭탄’을 방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1년 이상 근무한 직장에서 실직하거나 은퇴한 경우 제공하는 건강보험 임의계속가입기간이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된다. 임의계속가입 제도는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은퇴로 소득이 사라졌는데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뀌면서 건보료가 급증한 실직·은퇴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으로 2013년 5월 시행됐다. 직장을 나온 후에 건보료 폭탄으로 생활고를 호소하는 실업자의 민원이 분출하자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특례 완충장치다. 현재는 퇴직 후 2년간 직장 다닐 때 근로자 몫으로 본인이 부담하던 절반의 보험료를 그대로 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올해 5월 현재 14만 2893명의 퇴직자가 이 제도에 가입했고 직장에 다닐 때처럼 건보료를 내고 있다. 또한 26만 2037명은 이들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총 40만 4930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줄이면 과징금·늘리면 졸음운전…광역버스 운행 횟수 준수 딜레마

    민원 때문에 운행 감축 어려워…경찰 ‘졸음사고 버스’ 압수수색 서울 양재나들목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망사고 이후 버스 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버스의 ‘운행시간 단축’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시민의 편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12일 경기 지역 한 광역버스 회사에서 만난 박모(58)씨는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방침대로 운행 횟수와 시간을 줄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살인적 운행 스케줄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로 ‘일반 시민들의 민원’을 꼽았다. 박씨는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버스 업체가 운행 횟수를 줄이면 각 지방자치단체에 차량 운행을 늘려 달라는 항의성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시청이나 구청에서도 업체에 운행 횟수를 줄이라고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버스 회사는 규정 운행 횟수를 지키지 못하면 건당 100만원의 과징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연속해서 위반하면 과징금이 50% 할증된다.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을 방지하려고 운행 횟수를 줄였다가 지자체는 ‘민원 폭탄’을, 버스 업체는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서울시 등에서 시행 중인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서 “연말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업체의 ‘인력난’도 정부의 ‘8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과 같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구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경기지역 광역버스 1대당 기사 수는 1.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1대당 배정 기사가 2명에 미달해 2교대 근무가 안 된다는 것은 기사 한 명이 사실상 버스 1대를 계속 책임지고 운행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버스 기사가 쉴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지키지 않는 버스 업체에 1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서도 정책과 현실 간 괴리가 생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졸음운전 사고를 낸 ‘M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를 두 번째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하루에 16~18시간 근무하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피로가 누적됐었다”면서 “사고 당일 5~6시간 잤고 평소에도 이런 패턴으로 일해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이날 경기 광주의 차량 정비 업체로 옮겨진 사고 버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운행 기록과 제한속도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한다. 조만간 해당 버스업체 대표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대학원생 60% “인권 보장 못받았다”…비자율적 노동 지시 심각

    대학원생 60% “인권 보장 못받았다”…비자율적 노동 지시 심각

    연세대 사제 폭탄, 제자 논문 표절 등 대학 내 사제 갈등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대학원 재학 경험자의 60%가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걸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최근 대학원 재학 경험자 245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원생 인권 보장 실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응답자의 24%는 ‘수학했던 대학원의 인권 상황’에 대해 “좋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열악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배에 가까운 46%였다. 대학원생의 인권이 얼마나 위태로운가를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된다. 응답자들에게 ‘교수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 요소’를 물어본 결과, 가장 심각한 요소로 지적된 건 ‘비자율적 노동 지시(29%)’였다. 이어 ‘교육/연구상의 권한 남용(28%)’, ‘넓은 의미에서의 차별(20%)’, ‘넓은 의미에서의 차별(9%)’, ‘성희롱/성폭력(3%)’ 순으로 꼽았다. 특히 ‘비자율적 노동을 지시 받았다’는 의견에 대해 응답자들은 ‘일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수를 받지 못했다(36%)’, ‘업무량이 과도하거나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다(33%)’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 및 연구 상의 권한을 이용하여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응답자의 20%는 ‘졸업 논문 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을 가장 큰 불만거리로 삼았다. 이어 ‘지나치게 준비가 안 된 수업을 들었다(15%)’, ‘조교/프로젝트/실험실 업무로 인해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13%)’거나 ‘교수의 논문작성, 연구 수행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신했다(13%)’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당수 대학원생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 또한 경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별 이유로는 ‘학부 또는 고등학교 등의 출신학교(25%)’부터 ‘성별(20%)’, ‘소속 또는 출신학과(15%)’ 등 다양했다. 그 밖에도 ‘나이(10%)’나 ‘외모(9%)’, 심지어는 ‘사상/정치적 입장이나 종교적 신념(8%)’ 등을 문제 삼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에도 대학원생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4%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학내외 민원 제기나 고발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대응한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졸지에… 방 빼?

    [커버스토리] 졸지에… 방 빼?

    주요 공약 14개… 현직 공무원들의 기대와 우려 사이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인사시스템 투명화’ 등 공직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을 보는 공무원들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주요 공약 14개에 대한 현직 공무원들의 의견을 모아 보았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통일부 A사무관은 “공직사회 내에서도 계속고용이 필요한 많은 직무에 기간제, 임기제 등의 이름으로 비정규직이 널리 쓰이고 있다”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함께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선도해야 할 공공부문이 자기 책임을 외면하는 처사로, 직업공무원제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서 “업무의 연속성 단절, 전문성 하락, 직장 내 차별 등 부작용도 많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청 6급 B씨는 “지자체의 대부분 부서가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 공무원 증가에 적극 찬성한다”면서 “현실적인 재원을 들어 공약 축소를 주장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최우선 실천 분야로 선정한다면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히 공무원 17만명 확충은 연차적으로 추진하면 문재인 정부가 종료되기 전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원도청 C사무관은 “경제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다만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 공공부문 재정 투입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소기업 등 기초 산업의 실질적 육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D사무관은 “공무원연금 문제가 항상 시한폭탄인데 공무원 증원은 국민 입장에서 반갑지 않다”면서 “공무원 숫자를 아무리 늘려도 조직에서는 부족하다고 얘기한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정부청사 이전 충북도청 E사무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것보다 청와대 안의 비서동(여민관)으로 옮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대통령과 비서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부처를 세종시에 추가로 이전하는 것도 반대다. 현재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 상황만으로도 지방 불균형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본다. 업무 효율성을 배제한 기계적인 세종시 이전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F서기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청사로 이전하는 것은 빠른 의사결정 등 행정의 효율성 등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고 생각된다”면서 “그러나 행정 시스템 역시 빠르게 일원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G사무관은 “대통령 집무실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면서 “광화문 정부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경호 문제로 정부청사의 민원인 출입이 어려워지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수 있다. 예산도 꽤 들어갈 것 같다”고 반대했다. # 인사 투명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강원도청 6급 H씨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잘된 인사는 정실인사’라는 말이 있다. 인사를 아무리 투명화하고 실명제를 도입해도 현 정부와 맥을 같이하지 않는 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그럴 바에야 책임을 지고 코드에 맞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책임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I주무관은 “추천된 인사가 비위 등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추천한 사람도 연대 책임을 지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도청 7급 J씨는 “공직자 비리수사도 필요하겠지만, 대다수의 공직자 비리는 검찰과 경찰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K경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고위공직자와 그 눈치를 보는 검찰·경찰을 고려하면 공수처는 꼭 필요한 기구”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7급 L씨는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감사원 독립성 강화 광주시청 7급 M씨는 “감사원을 행정부 내가 아니라 국회의 산하기구로 두어 실질적인 행정부 감시 기능을 갖추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시청 N사무관은 “현행 시스템으로는 감사업무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국회 이관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야 정쟁의 틈바구니에 끼여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감사원의 기능을 조정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야당 추천 몫을 두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 직원 O씨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한다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되레 국회로부터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 서울시청 7급 L씨는 “기존 여가부 정체성과 명칭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아우르는 ‘양성평등’에 초점을 맞춘 기구는 보다 국민적 지지를 얻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서울시청 I주무관은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비전과 목표 재설정이 필요하다. 특히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등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Q씨는 “힘 있고 실효성 있는 양성평등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 칼퇴근법과 복지포인트 온누리 상품권으로 제주시청 직원 R씨는 “칼퇴근법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회복지직 등 일부는 허구한 날 야근을 해도 일이 밀리기 일쑤다. 칼퇴근만 하면 일이 줄어들까. 칼퇴근보다 격무에 시달리는 분야의 지방 공무원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청 8급 S씨는 복지포인트 상품권 지급에 대해 “계속되는 대형마트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개인 소비의 일정 부분을 특정해 놓는 것은 오히려 소비성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자치단체별로 자체 상품권을 제작해 유통하고 있어 실효성은 크게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소방청과 해양경찰청 독립 인천시청 6급 B씨는 “세월호 참사에 해경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경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도모하지 않은 채 해체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실책 중 하나”라면서 “해경 해체 이후 서해5도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만큼 해경을 시급히 부활하고 본청을 인천으로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제주 해경 T씨는 “해경은 다시 독립시켜야 한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해경이 세월호 사고로 정치판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면서 “해경도 자체 개혁을 계속해야 하고 예산과 인력 등도 보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해경 전문 인력도 키워야 한다. 바다를 전혀 모르는 육지 경찰(육경) 출신이 해경 수장으로 오는 인사 관행도 지양해야 한다. 바다를 좀 가르쳐 놓으면 수장이 바뀌어 버리고 육경이 또 낙하산으로 온다”고 밝혔다. # 자치경찰제 추진과 국가정보원 개편 제주시청 R씨는 “2006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 도입한 자치경찰제는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자치경찰은 주차단속이 주 업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면서 “기존 자치단체의 환경, 위생, 산림 등 사법경찰 권한을 자치경찰로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 국가 경찰과의 명확한 업무 분장 등 제도부터 먼저 개선해야 한다. 국가 경찰은 자신의 권한을 절대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U경위는 “자치경찰이 국민 치안만족도 향상을 위해 필요할 수 있으나 최근 범죄유형이 광역화되고, 대규모 경비상황 발생 시 대처 문제 등 지역별 유기적 업무협조가 우려된다”면서 “지자체별 상황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 기존 경찰관들의 신분이동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개편에 대해서는 “국내 정보는 경찰로 충분하다. 경찰력이 할 수 없는 해외 등에서 국가정보원의 정보 수집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10분마다 ‘쾅쾅’… 발파 공사에 속 터지는 시민들

    10분마다 ‘쾅쾅’… 발파 공사에 속 터지는 시민들

    “소음·진동 탓 손님들 그냥 나가” “서울 한복판 화약, 너무 위험해” 시공사 “규정 지켜 공사” 반박 전문가 “피해 방지 적극 나서야”“매일 10분 간격으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심장마비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 사거리 인근에서 순대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66·여)씨는 26일 “지금도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9월 이씨의 가게가 들어 있는 주상복합건물 바로 옆에서 시작된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거의 매일 발파 작업이 이어지면서 폭탄이 터지는 소음과 진동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씨의 고통은 지난달까지 무려 5개월간 이어졌다. 이씨는 “한번 발파 작업을 하면 얼마나 땅이 흔들리는지 주방 찬장에 있는 그릇들까지 떨어지기 일쑤였다”며 “발파 소음과 진동 때문에 손님도 뚝 끊겼다. 손해는 대체 누가 물어주느냐”고 호소했다. 서울 곳곳에서 폭음 소리가 요란하다. 재건축·재개발 물량 확대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공급 물량이 16년 만에 최대치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재건축 공사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공사장 소음·진동에 따른 분쟁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처리한 분쟁 사건의 73%(1415건 중 1039건)에 이를 만큼 환경분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원사안으로, 최근 재건축 활성화 이후 그 피해가 더욱 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씨가 입주한 건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성옥(60·여)씨는 “공사 관계자에게 항의하면 잠시 발파를 멈출 뿐 다시 작업을 진행했고, 공사 감독을 맡은 구청에 신고하면 양측이 알아서 협의하라는 입장이었다”며 행정기관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의 암층이 단단하게 형성돼 발파 공정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진동과 소음은 규정치 이하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전모(45)씨는 “진동과 소음이 규정치 이하였더라도 도심 한복판에서 화약을 터뜨려 공사를 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고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실제 주민이 겪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모텔 바로 옆에서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건설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D건설사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상 13층, 지하 5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신축하기 위해 발파 작업을 하면서 모텔 영업에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김씨는 “발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계속돼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15~20% 감소했다”며 “발파 작업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소음과 진동이 심한 모텔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소음·진동 피해를 수치에 따라 결정하기보다는 제반 환경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수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공사 허가를 받기 위해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는 대부분 소규모 기업이 맡기 때문에 대규모 시공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한다면 발파 공정에 따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강규수 대표는 “소음·진동 기준치만 정할 게 아니라 공사와 세부 공정을 미리 고지하게 하고 공사 시간을 엄격히 정해 이를 어길 시 강력히 처벌해야 소음·진동 피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관가 블로그] ‘지자체 조직 인심’ 후해진 행자부

    [관가 블로그] ‘지자체 조직 인심’ 후해진 행자부

    조직규모 수요따라 다양화 단체장 보좌 전문인 허용도지난달 24일 서울시 A구청장은 행정자치부로부터 공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매년 지방자치단체 조직 관리 지침을 내려보내던 행자부의 공문 내용이 그동안 지자체장이 노래하던 ‘소원수리’를 들어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조직 효율화’에 방점이 찍혔던 행자부의 지자체 조직 관리 지침이 올해는 ‘탄력 있는 조직설계’로 바뀌었다. 게다가 기준인건비 내에서 정무특보, 투자유치 보좌관 등 지자체장의 보좌인력을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조직관리의 탄력성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장들이 행자부에 수년간 하소연하던 민원이었다. 지자체 안에 국·실장 자리를 하나 더 늘리려 해도 행자부의 허가가 있어야 했기에 재작년 서울시는 3명의 부시장 숫자를 7명으로 늘리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가 불발되기도 했다. 올해 조직 관리 지침은 지자체의 소원대로 다양한 행정수요와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기구 숫자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인구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하던 지자체 조직 규모 기준도 다양해졌다. 면적, 주간인구, 65세 이상 인구, 사업체 수, 자동차 수, 장애인 수, 법정민원 수, 외국인 인구, 농경지 면적 등 10개의 지표를 발굴해 행정수요에 따라 지자체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시·도는 3급 이상, 시·군·구는 4급 이상의 단체장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한 새 지침은 지자체장에게는 ‘단비’와도 같다. 5년 임기의 환경에너지 정책관, 문화관광 기획관, 도시계획관, 체육예술 진흥관 등의 보좌관을 둘 수 있어 핵심 공약을 실천하는 데 동력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선거 때 지자체장을 도왔던 보좌진을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새 길이 열린 셈이다. 또 단체장 보좌관의 직급은 가~나급(4~5급 상당)으로 해당 급수 연봉하한액의 최대 130%를 줄 수 있어 연봉도 센 편이다. A 구청장은 “지자체로부터 행자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행자부 인심이 후해진 것 같다”고 촌평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 촬영 중 쫓겨난 사연?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 촬영 중 쫓겨난 사연?

    박광현 감독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조작된 도시’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제작 과정 중 발생한 에피소드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조작된 도시’는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 영화다. 이 작품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액션과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을 보여 줄 예정이다. 특히 박 감독은 대규모 카체이싱 장면을 비롯해 거친 격투씬, 드론 폭탄과 해킹 등 신선한 볼거리를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재 국내에는 (카체이싱을 찍을 만한) 공간이 없고,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송도에서 촬영허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민원 폭주로 촬영을 접어야 했다”고 밝혔다. 결국 제작진 모두 “도심에서 외각으로 빠져나가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뒤, 조각난 촬영분량을 편집해 추격전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또 박 감독은 “(그 와중에) 촬영을 방해하기 위해 나타난 외제 차 한 대가 촬영지를 휘젓고 다닌 일이 있었다. 제작부 막내가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 사고가 발생해 경찰까지 출동했다”며 아찔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여건이 좀 나아진다면, 좀 더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촬영 환경 개선을 위한 작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박광현 감독의 신작 ‘조작된 도시’는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이 출연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전주시교육청 황당 행정…학원 들어갈 수 없는 건물에 허가 수천만원씩 손해

    전북 전주시교육청의 행정 착오로 학원들이 수천만원씩의 재산피해를 보게 됐다. 교육청이 법령 해석을 잘못해 학원이 들어갈 수 없는 건물에 허가를 내줘 생긴 일이다.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서 피아노교습소를 운영하는 A 원장은 최근 전주시교육청을 찾아갔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교습소를 폐원한 뒤 제삼자에게 넘기기로 하고 인수자와 함께 재허가 절차를 밟으러 갔는데 ‘안된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학원이 들어설 수 없는 지구단위계획 지역 내 건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2월 허가를 받아 아무런 문제 없이 학원으로 영업했는데 2년이 채 안 돼 ‘불법’이 된 것이다. 졸지에 3000만원의 시설비를 모두 날리게 됐고 수천만원의 권리금은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문제는 당시 허가를 내준 전주시교육청의 엉터리 행정 때문에 일어났다. 피아노교습소가 있던 건물은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1종 근린생활시설로 애초 학원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이들 건물은 사무실이나 편의점 등의 용도로만 쓸 수 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이 용도 변경을 하면 학원 설립이 가능한 것으로 착각해 허가를 내줬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7개 학원이 이런 ‘폭탄’을 맞았다. 전주 송천동과 효자동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인근에 있는 학원들이다. 전주시교육청은 현재 운영 중인 학원은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폐원하고 제삼자에 넘기면 신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수는 인정하지만 별도의 배상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주시교육청 관계자는 “법령 적용을 잘못한 실수로, 민원인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민원인이 1년 반 남짓한 기간에 학원 운영을 통해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배상해주기 어렵다는 게 고문 변호사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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