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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렴함 지킨다” 주민과 약속한 공무원

    “청렴함 지킨다” 주민과 약속한 공무원

    “자치단체 공무원 입장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선뜻 동참키로 결정했어요.”26일 ‘종로구 공무원답게 살겠습니다’ 선포식을 갖는 김영종(64) 서울 종로구청장은 “이 운동이 종교적인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사회 전체로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밝혔다.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천주교 평신도단체인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한국평협·회장 권길중)가 발의해 종교계로 번지고 있는 사회운동. 구석구석에서 본분과 위치에 맞는 바른 생활을 앞장서 실천하자는 뜻을 담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서울 중구가 동참해 ‘답게 살겠습니다’ 선포식을 가졌고 종로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달 초 한국평협 권길중 회장으로부터 이 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받았어요. 종로구는 ‘청렴한 공무원’ 상을 으뜸 가치로 삼아 이미 ‘답게 살기’ 운동을 펴왔지요.”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무원뿐 아니라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까지 조사해 발표한 청렴도 평가에서 종로구가 전국 1위의 영예를 안았다고 자랑하는 김 구청장은 “지금까지 벌여온 종로구의 답게 살기 운동을 살려 이 운동이 공직사회뿐 아니라 주민 전체로 확산되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종로구청 강당에서 있을 선포식에는 김 구청장을 비롯해 직원 500명이 ‘종로구 공무원답게 살자’는 선언을 하게 된다. 모든 직원에게 수렴한 ‘나의 다짐’을 추린 실천강령들을 선포한다. 청렴·공정하게 행동할 것부터 배움으로 전문성을 갖춰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주민과 소통하는 친절한 봉사자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요약된다. 종로구의 자긍심을 청렴한 공직자와 온전히 연결할 때 답게 살기 운동이 완결될 것이라는 김 구청장은 요즘 대선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어수선하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모자가 크면 눈을 가린다고 했어요. 제 그릇에 안 맞는 벼슬을 얻는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개점휴업 치안센터, 연봉 6000만원짜리 ‘신의 직장’

    개점휴업 치안센터, 연봉 6000만원짜리 ‘신의 직장’

    문 잠그고 불 끈 채 근무하기도… “강력사건서 스스로 보호 위한 것” “혈세 낭비” 내부 비판도 거세 “치안센터요? 경찰 로고가 그려진 걸 보면 경찰과 관계된 건물 같기는 한데 문은 잠겨 있고, 인기척도 없어서 정확히 뭐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어요.”-시민 유모(38·여)씨주민 민원을 상담하고 고충을 처리해 주겠다며 경찰이 2003년 도입한 치안센터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서울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1일과 22일 이틀간 각각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악구와 동작구 등 서울의 치안센터 10곳을 취재진이 무작위로 점검한 결과 문이 열려 있는 곳은 1곳뿐이었다. 나머지 9곳은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주민은커녕 기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안에 근무자가 있는데 문을 걸어둔 곳도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치안센터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동네 순찰을 하는 경찰을 본 적도 드물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치안센터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치안센터는 파출소를 지구대로 통폐합하면서 빈 파출소 건물을 활용해 만든 조직이다. 치안센터장은 주로 은퇴를 앞둔 경위가 맡는다. 혼자 주간 시간대에 근무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1065개가 있다. 3교대로 24시간 운영하는 치안센터는 38개다. 치안센터 근처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김모(50·여)씨는 “궁금해서 한 번 가봤는데 불은 꺼져 있고 문은 잠겨 있었다. 돌아가려니까 안에서 경찰이 나왔다”면서 “치안 유지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안센터 앞에서 만난 김모(20)씨는 “치안센터 앞을 자주 지나다니지만 경찰이 안에 있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1주일에 한 번도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11시쯤 찾은 A 치안센터의 문도 열리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안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이 나왔다. 기자가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데 문을 잠그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A 치안센터장은 “강력사건이 많아서 예방 차원에서 문을 잠갔다. 경찰도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매일 새벽에 출근해 하루 20~30명의 민원인을 만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 이모(80)씨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는데 치안센터에 경찰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운영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고 말했다. 조명만 켜놓고 문을 닫아건 곳도 있었다. 김모(59·여)씨는 “치안센터에서 한 번도 경찰을 못 봤다”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은 “불이 켜져 있어 들어가려 했는데 문이 안 열리고 안에 사람이 없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문을 열어둔 B 치안센터의 센터장 김모(58) 경위는 “주로 법률적인 고소·고발에 대해 설명한다. 초등학교·중학교 하교 시간에는 학교 주변에서 근무한다. 지구대보다는 가까워서 주민들이 부담 없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파출소·지구대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 사이에서는 필수 순찰 인력도 부족한데 고액 연봉자인 치안센터장들이 사실상 무위도식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순경은 “은퇴 경찰에게 월급 80만원 주고 시키면 충분한 일을 연봉 6000만원이 넘는 치안센터장이 하고 있다. 혈세 낭비”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경찰은 “치안센터장은 직제상 파출소에 소속된 것으로 돼 있지만, 발령은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낸다. 후배 파출소장이 선배 치안센터장에게 근무태도를 갖고 왈가왈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센터장은 관내 지역 주민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등 복잡한 임무를 수행해야 해서 순경이나 경장이 담당하기에는 버거운 업무라 주로 나이가 지긋한 경위를 발령내는 것”이라면서 “치안센터장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아 문이 늘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대전청사 24시] 저층 승강기 운영·공영 자전거 유치… 달라진 대전청사관리소

    “10년 이상 ‘공허한 메아리’였는데 한번에 개선되는 걸 보니 관심의 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인식시스템 오류 대비 인원 배치 호평 최근 정부대전청사 공무원들의 대전청사관리소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달라졌다. 청사관리소는 이전 초기부터 벽에 못을 박는 것까지 허가를 받도록 했고, 기관의 TV 숫자까지 제한하는 등 입주 공무원들의 이용 편의를 위한 서비스보다는 시어머니 역할로 각인됐다. 더욱이 공공기관 에너지절약지침에 따라 4층 엘리베이터 및 중앙홀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하고 냉난방 불만까지 겹치면서 불만이 고조됐다. 지난 10여년간 대전청사 공무원들은 5~10층만 운행하는 저층 엘리베이터를 4층부터 운행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다 현 허만영 소장 부임 이후 입주기관 운영지원과장 회의 등을 신설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9월 중앙홀 전망용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시작하더니 올해 1월 2일부터는 저층 엘리베이터가 4층에도 멈춰섰다. 난방 민원도 크게 줄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청사관리소의 입장이나 지침이 있겠지만 그동안 보여 준 행태는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청사 보안 강화 대책으로 지난 3월부터 운영되는 얼굴인식시스템 안착 과정에서도 변화된 서비스를 보여 줬다. 출근시간 등 게이트 대기줄이 길어지고 인식 오류 등에 따른 불편이 예상되자 청사관리소 및 방호실 직원들을 출근 시간 전에 배치해 한 달여 안내에 나서면서 공무원의 불만을 상당부분 흡수했다. 다만 반복 민원 중 하나인 4층 옥외정원 개방은 ‘소음’으로 인한 주변 사무실 근무자들의 불편 등을 감안해 재논의키로 했다. #관리소 측 “입주 공무원 편의 향상에 최선” 청사관리소는 청사 내 주차난 해소와 입주 공무원 건강 증진 등을 위해 자전거 출퇴근 운동을 시작했다. 원거리 출퇴근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670대 주차가 가능한 거치대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올해 자전거 출퇴근자를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에 따라 4개 청사 현관 앞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를 재배치하고 무단 방치 자전거 수거에 나섰다. 특히 대전시 공영자전거인 ‘타슈’를 청사 내에 유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사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이 자전거 환승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청사 내 자전거 도로 정비와 탈의실·샤워실 등 자전거 친화적인 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대전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타슈가 청사에 설치되면서 자전거를 구입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게 됐다”면서 “입주 공무원 편의책 마련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국립외교원, 국민과 공감하는 현장형 영사인력 육성/여운기 외교부 국립외교원 교수부장

    [월요 정책마당] 국립외교원, 국민과 공감하는 현장형 영사인력 육성/여운기 외교부 국립외교원 교수부장

    기상천외한 해외 인질 구출작전을 그린 영화 ‘아르고’(Argo)를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미국의 자국민 보호 정책은 그만큼 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2조 2항은 국가의 의무 중 가장 먼저 재외국민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며, 우리의 재외공관은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의 최전선에 있다. 우리나라 연간 해외 여행객은 해외 여행 자유화가 도입된 1988년 이래 27배가 늘어난 2000만명에 달하며, 지난 5년간 해외 사건 사고는 86%가 증가했다. 또한 극단적 폭력주의와 테러, 지카 바이러스·메르스 등 전염병, 지진 등 자연재해의 위험에 우리 여행객과 260만 재외국민이 노출돼 있다. 재외공관 영사들은 우리 국민의 사건 사고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휴대전화를 놓지 않으며, 우리 국적 수감자의 인권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해 불원천리 외국 내 오지 교도소를 찾아가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우리 국민의 시신을 수습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부 재외공관의 미숙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질책도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간 정부는 영사인력 증원, 국가별 맞춤형 로밍문자 서비스, 24시간 영사콜센터 운영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원시스템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우리 영사 인력과 예산 등 제도적 지원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으로 현지에서 영사들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에 의존해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립외교원은 급증하는 영사업무 수요와 부족한 인프라 간의 격차 해소를 위해 영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각종 직무교육 과정의 영사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다. 첫째 신규 외무영사직 교육을 금년부터 15주(기존 8주)로 대폭 확대하고 3주간의 영사집중과정을 새로 도입했다. 해외 사건사고 사례 연구, 민원 응대 요령, 형사법 연구 등 심화된 영사교육을 실시해 향후 외교부 영사업무의 중심이 될 초임 영사직원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아울러 곧 해외에 파견돼 현장에서 영사서비스를 제공할 재외공관 발령자 및 주재관 과정의 영사교육도 강화했다. 둘째 현장감 있는 교육을 위해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영사 시뮬레이션 교육을 새로이 도입했다. 지난 2월 1일 외교부 장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사실습장 개소식을 가졌다. 재외공관발령자와 외무영사직 교육생들은 수형자 시설, 민원창구, 영사상담실로 구성된 실습장에서 수형자 면담, 워킹홀리데이 임금체불 등 실제 상황에 따른 시뮬레이션 실습에 참여해 머리로 익힌 지식을 체화하고 있다. 셋째 체계적인 영사실무교육을 위한 인프라 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현장 경험을 전수하고 영사실습교육을 지도하도록 전직 영사업무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전문성을 높이고 이들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론과 사례를 포괄하는 영사교재 등 커리큘럼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넷째 해외 근무 중인 영사 및 행정직원들이 상시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사지식을 업데이트 하고 서비스마인드를 제고하기 위해 사이버 영사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사증 및 영사서비스 실무 사이버 강의를 개설한 데 이어 민원 담당 직원 대상 친절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영사교육은 선진국의 교육 인프라와 비교 시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미국 외교연수원은 25명의 영사 전문 전임강사가 6주간의 실습중심 영사훈련을 제공하고, 독일 외교아카데미는 매년 50명의 영사 전문요원을 별도로 선발해 8개월간 해외 현장실습을 포함해 3년간의 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조직과 제도의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영사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병행해 국립외교원은 일선 영사들의 현장 대응능력과 민원인에 대한 공감 능력 향상을 위해 실무교육을 대폭 강화해 왔다. 앞으로도 국립외교원은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영사들이 우리 국민을 내 가족 같이 돌보는 영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분야에서 혁신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아갈 것이다.
  • [그 책속 이미지] 미국인이 사랑한 콧수염 작가 트웨인의 ‘촌철살인 유머’

    [그 책속 이미지] 미국인이 사랑한 콧수염 작가 트웨인의 ‘촌철살인 유머’

    마크 트웨인의 관찰과 위트/카를로 드비토 엮음/홍한별 옮김/맥스미디어/432쪽/1만 8000원“정치가들은 기저귀와 같다. 자주 갈아 줘야 한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 등 미국인이 사랑하는 콧수염 작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유머다.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 이 책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트웨인의 메모와 편지들, 강연 발언, 사진과 신문기사 등을 통해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재구성했다. 당시로서는 첨단 문명인 전화기를 하트퍼드 자택에 설치하고 매일 전화기 상태를 기록하며 통화 품질을 제기하는 골칫거리 민원인이었다. 심지어 최초의 전화기 특허(당시에는 발명가로 알려짐)를 받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장인에게 편지를 보내 “벨에게 하트퍼드로 와서 (제) 전화를 수리하라고 전해 주세요”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포소리를 들을 수 있음, ++천둥소리를 들을 수 있음, +++포격과 천둥이 동시에 일어날 때 들을 수 있음,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음’이라고 쓴 유머러스한 메모(오른쪽).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저는 욕받이가 아닙니다, 고객님

    저는 욕받이가 아닙니다, 고객님

    “마우스 던진 미친× 퇴사시켜!”… 고객님, 억울합니다 #1억지 주장형 2016년 9월 1일. 서울 중구의 한 신용카드사에서 40대 중반 A씨가 30대 여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바쁘다고 고객한테 소리치고 마우스 집어 던진 미친 X이 있네. 명찰도 안 찼어. 당장 퇴사시켜!” 같은 달 27일. A씨는 “카드에 자주 오류가 발생한다”며 다른 지점을 찾았다. 이번엔 직원이 반말을 했다고 고함을 쳤다. A씨는 카드사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돌려 본 결과 사실은 반대였다. A씨는 직원에게 대기시간을 못 참고 “넌 인간쓰레기야, 질이 떨어져. 너 중졸이지? 여기 물이 구리네” 등 폭언을 쏟아냈다. 여직원은 두 달간 지속된 민원과 금감원 조사에 충격을 받아 한 달 뒤인 10월 중순 어렵게 얻은 아이를 유산했다. “기계가 통장 먹었으니 물어내!”… 대체 몇 번째인가요 #2 금품 요구형 B씨는 서울 성동구 일대에서 유명한 문제행동 소비자(블랙컨슈머)였다. 지난해 6월엔 입출금(CD)기에 통장을 넣었는데 나오지 않는다며 장애신고를 했다. 은행 직원이 곧 도착한다고 했지만 B씨는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떠났다. 은행 측이 “등기발송을 하거나 직원이 직접 전달하겠다”고 제안했지만 B씨는 수십 차례 전화로 욕설을 하며 “지점장과 영업본부장이 찾아와 사과하라”고 했다. 결국 사과까지 받았지만 통장 사용을 못해 무형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직원 징계와 함께 금전 보상을 요구했다. “내거 먼저 안 해주면 민원”… 대기표는 장식인가요 #3 유아 독존형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 D씨는 ‘민원대마왕’으로 통한다. 간단한 입출금도 자동입출금기(ATM)기를 이용하지 않는다. 영업점에 올 때면 VIP실로 향하고 상담 중이면 대출 창구로 가 업무처리를 요구한다. 대기표를 뽑아 업무를 처리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면 “입출금 거래는 그냥 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른 창구 업무까지 방해하기 일쑤였다. 마지못해 업무를 처리해줘도 집에 돌아가 금감원에 “순서대로 업무처리를 하지 않는다”며 민원을 제기했다.사례로 살펴본 금융권 ‘감정노동’의 생생한 민낯이다.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사회학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다. 그는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감정노동이 우울증, 고혈압, 심혈관 질환, 약물 중독의 원인이 된다고 증명했다. 단순히 노동권과 인권 보호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감정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건전한 소비의식을 고취시키고 건강한 소비문화와도 연결된다. ●“녹취·암행 관찰 등 업무 감시가 감정노동 원인” 콜센터나 창구에서 고객을 맞는 금융권 역시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통상 민원발생 건수 중 7~10%가 블랙컨슈머로 추정될 정도로 발생빈도도 높다. 블랙컨슈머의 폐해는 감정노동자에게는 물론 금융기업과 다른 금융소비자들에게 재정적, 심리적,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킨다. 공정한 시장경제 및 활력 회복을 위해 금융권 감정노동 문제를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블랙컨슈머가 끊이지 않는 것은 고객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6년 12월 689명(은행, 카드, 보험 등 종사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금융산업 감정노동 실태분석’에 따르면 ‘민원인의 과도하고 부당한 언행이나 요구’를 감정노동 원인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51.7%로 가장 많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민원발생 평가도 걸림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민원통계 공시는 기업이미지 마케팅에 큰 타격을 입힌다”면서 “이 때문에 은행들은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구와 언행을 수용하거나 사은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무마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무원칙도 문제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통일된 대응 기준과 정책이 없고, 무조건적인 저자세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소비자들의 보상 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상시적 모니터링과 고객상담 내용 녹취, 암행 감찰, 고객만족도 조사 등의 업무 감시가 감정노동 원인이라고 지적한 이들도 689명 중 10.8%나 됐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 발달로 인한 빠른 정보공유를 원인으로 드는 이들도 있다. 블로그 운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는 긍정적 사회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블랙컨슈머의 나쁜 행동과 양식을 학습시킨다는 것이다. ●72% “폭언·위협에도 자리 비울 수 없다” 하지만 피해 회복은 더디다. “고객에게 폭언과 위협 등 피해를 입었을 때 자리를 피할 수 있다”고 대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 중 27.6%인 190명에 그쳤다. 72.4%(499명)는 “움직일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직무로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답한 이들은 672명 가운데 97.5%였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악성 고객 전담부서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훈 서울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보호팀장은 “업무 중간 쉴 수 있는 시간과 폭력 시 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 업무 시간 조정 등 감정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영업점별로 경험 많은 베테랑 상담원에게 대처 방법을 교육받고 피해 발생 시 즉각적으로 전담맨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각 조직 특성에 맞는 감정노동 매뉴얼을 마련하고 감정노동 책임자를 지정해 예방 업무 권한 등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커버스토리] 하이힐 ‘얼굴킥’ 구둣발 ‘낭심킥’…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 112

    [커버스토리] 하이힐 ‘얼굴킥’ 구둣발 ‘낭심킥’…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 112

    지난 4일 오후 8시 15분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술에 취한 시민이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안에서 소변을 본다는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관이 소변을 보던 A(76)씨를 역사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그는 “안 나가. 개XX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강제로 데리고 나가려는 경찰관의 낭심을 발로 가격했다. 낭심을 가격당한 경찰관은 움직이지도 못할 고통을 애써 참고 거듭 연행을 시도했다. 이에 A씨는 경찰관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해댔다. 결국 30여분의 실랑이 끝에 그는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됐다.매일 각양각색의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는 이른바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에 있다. 홍대입구, 이태원 등과 함께 서울 시내의 손꼽히는 유흥가인 건대입구역 일대를 담당하는 화양지구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지난해 112 신고 건수는 마포구 홍익지구대(3만 3293건), 강남구 도곡지구대(2만 7525건), 화양지구대(2만 5633건), 관악구 당곡지구대(2만 3741건), 영등포구 중앙지구대(2만 3562건) 순이었다. #폭력으로 인한 공무 방해 입건 일주일 2~3건 밤 10시가 지나자 민원인들이 하나둘씩 화양지구대를 찾아왔다. 10시 20분쯤 지구대 안으로 들어선 B씨는 문을 열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들이 다들 한패 아니냐! 경찰이 차 안에서 자는 거 말고 하는 게 뭐가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팔을 휘젓는 모습이 바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었다. 경찰관 서넛이 붙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10분 이상 진정시켰다. 그는 이날 오후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길이라고 했다. 11시가 가까워 오자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만취한 대학생이 자기 집이라 우기며 들어오려고 한다는 신고였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만취한 상태여서 출동한 경찰의 통제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일반 가정에 행패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경찰들은 극도로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경찰에게도 계속 자신의 집이라고 주장하던 학생은 수십분의 설득 후 물러났고, 진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출동 경찰은 “취객만 상대하면 어느 정도 물리적 통제도 할 수 있지만 민간인이 주변에 함께 있는 경우 돌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없이 마음을 다스리며 인내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현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정(31) 순경은 “욕설이나 고성 등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라며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입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도 일주일에 2~3건은 발생한다”고 말했다.#이유 없이 경찰차 파손… 차에 매단 채 도주도 지역 특성상 취객을 많이 상대하는 화양지구대 경찰관들은 늘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흉기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방검복, 방검장갑 등을 착용하는 건 필수다. 욕설이나 항의는 다반사다. 만취한 상태에서 단지 기분이 나쁘다고 경찰차를 걷어차거나 교통단속을 하는 경찰에게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 음주운전 등을 단속하던 교통경찰을 차에 매단 채 질주하거나, 경찰을 차로 치고 달아나는 경우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달 19일 전북 고창군에서 경찰 3명이 기물 파손 후 차를 몰고 도망가려는 범인을 잡다가 급정거와 후진을 반복하던 차에 부딪혀 다쳤다. 또 지난달 중순 익산에서는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타고 있던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 1월에는 행인을 때려 연행되던 범인이 순찰차 안에서 경찰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기도 했다. 유원재(38) 경사는 “취객은 말로 통제하기가 불가능해 힘든 때가 많다”면서 “특히 깨진 술병 등은 얼마든지 흉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순찰할 때 잠시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 취객이 뒷좌석에서 발로 차 얼굴이 찢어진 경찰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성 취객이 급격히 늘면서 이날도 여성 경찰관은 현장 이곳저곳에 불려다니기 바빴다. #공무집행방해 입건 10년 만에 20.5% 증가 화양지구대 5팀장인 장정기(50) 경감은 “경찰뿐 아니라 일반 관공서에서도 경범죄처벌법(3조 3항)에 따라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주정을 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에 대해서는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경찰도 힘든데 일반 공무원들이 민원인의 폭력 등을 현장에서 바로 제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입건 수는 2011년 1만 3052건에서 2015년 1만 4556건으로 4년 만에 11.6%가 늘었다. 2006년(1만 284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0.5%가 증가한 셈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커버스토리] 폭력에 노출된 공무원… 더는 안 된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매 맞는 공무원’ 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공무원에게 물리적·언어적 위해를 가하는 이들에게 불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폭행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은 국가 권력 자체” 강력 처벌해야 9일 행정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공무원에 대한 폭행을 ‘헌법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강력히 처벌한다. 공무원 개개인을 ‘국가 이념 실현을 위한 대행자’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시민을 엄격하게 제압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대처 방식이 지나치다는 비난도 있지만, 대다수 미국인은 경찰의 이런 단호함 덕분에 자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갤럽이 지난해 말 실시한 경찰 신뢰도 조사에서 76%의 미국인이 경찰에 ‘상당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보다 12% 포인트 오른 수치이자 1967년 이후 50년 만의 최고치다. 윌리엄 존슨 미국경찰연합 이사는 “미국인들은 ‘경찰이 일을 처리하다 보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서 “미국인들은 동시에 (잇따른 시민 총격 사건에도) 미국 경찰이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매 맞는 공무원’을 가슴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업보’라고 본다. 조선시대까지도 관(官)이 민(民)을 수탈한 사례가 많았고, 20세기에도 군사정권이 공무원을 국민 압제 수단으로 이용해 지금도 이들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美 경찰 단호한 대응… 법치주의 유지 근간”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법치국가로 발돋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이유 없이 공무원을 폭행한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는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민원인과의 폭행사건에 휘말려 경찰조사를 받으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공무원은 억울하게 싸움에 휘말려도 징계를 피하고자 저항하지 않고 그저 맞기만 한다. 상당한 피해를 입어도 경찰 신고를 꺼린다. 이런 잘못된 공직 시스템부터 하나씩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무원 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의 근본 원인을 찾아 고치려 하기보다 되레 피해 공무원에게 ‘사건을 왜 이 지경까지 키웠냐”고 힐난하다 보니 공무원 폭력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 관리자의 책임의식 강화도 요구된다. 공무원 내규에 따르면 현장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악성 민원인’이 찾아오면 일선 직원이 아닌 최고 책임자가 직접 나서 그를 응대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영혼 없는’ 관리직 공무원은 자리를 피하거나 보고도 모른 척한다. 혹시라도 폭행에 연루돼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후배 공무원의 고초를 지켜만 보는 것이다. #악성 민원인 응대에 후배 내몰고 자리 피하기도 김정채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고용노동부 노조위원장은 “한때 민원 창구 등에 용역 경찰을 배치해 폭력 사건을 예방하기도 했지만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사라졌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커버스토리] 아빠, 오늘 멱살 잡혔어?

    [커버스토리] 아빠, 오늘 멱살 잡혔어?

    “아빠, 오늘도 맞고 온 거야?” 119구급대원은 취객이 많은 주말이나 연말연시면 퇴근하기가 부담스럽다. 연일 매 맞는 구급대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때문이다. 119 구급대원뿐 아니라 경찰,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직, 세무서,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등 민원의 최일선에 서 있는 공무원들이 주로 취객이나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분풀이 대상이 된다. 폭행 피해자들은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큰 피해가 아니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상을 받기란 엄두도 내기 쉽지 않고, 폭행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지만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9일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15년 중앙행정기관의 폭행·폭언 피해는 1만 259건에 달하고, 지난해 1만 5314명이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됐다. 119 구급대원 폭행 피해는 2014~2016년 3년간 528명에 이른다.#1만 259건 폭행·폭언 당한 중앙행정기관 고용센터 실업급여팀에서는 공무원들이 뺨을 맞거나 머리채를 잡히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6월 지방의 한 고용센터 실업급여팀을 방문한 A(40)씨는 실업급여 담당자가 구직활동 증빙자료를 요구하자 갑자기 갖고 있던 서류를 집어 던진 뒤 욕설을 퍼부었다. 옆에 있던 동료 공무원이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지적하자 더 흥분해 1m 높이의 책상을 뛰어넘어 담당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동료 공무원들의 다급한 신고전화를 받은 경찰은 A씨를 제지한 뒤 긴급체포했다. A씨는 “전날 지인의 모친상 때문에 아침까지 술을 마셔 깨지 않았는데 오전 11시에 채용면접이 있어 굉장히 다급했다”며 “실업급여 신청을 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민원대기용 번호발행기에서 번호표조차 나오지 않아서 화가 났고 면접시간을 맞추려고 조급해져서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고 변명했다. #뺨 맞고 머리채 잡히고… 흉기에 찔리고… 공무원을 차로 치고 도주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의 기업 대표 B(62·여)씨는 지원금 부정 수급 여부를 조사하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전날 제출한 사업장 서류가 잘못 들어갔다”며 확인을 요청한 뒤 갑자기 서류를 낚아채 달아났다. 급히 뒤를 쫓은 감독관은 “서류를 그냥 가져가면 안 되고 확인서 작성 뒤에 가져가야 한다. 무슨 서류이기에 갖고 가려 하나”라고 외쳤지만 B씨는 막무가내로 차량에 올라탔다. 감독관이 차량을 막아서자 B씨는 여러 차례 위협을 가한 끝에 결국 차량으로 감독관을 치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B씨의 서류 탈취를 만류하는 과정에 동료인 여성 공무원도 손가락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고용부는 B씨를 특수공무방해치상죄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공무원들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원 처리 절차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업무 마감 10분 전에 민원실을 방문해 특별한 문의 없이 같은 질문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상담기록을 모두 메모지에 받아 적으며 담당자의 말꼬투리를 잡고 모든 대화에 대한 확인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괴롭힌다. 매일 주민센터나 고용센터 등을 방문해 전화기와 컴퓨터 등을 독차지하며 개인 물품처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정년퇴직자가 취업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데도 취업시켜 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다 거부당하자 “내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니 특별대우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버티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고용부는 반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에게 대응하는 ‘특별민원 응대 매뉴얼’까지 마련했지만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터지는 상황을 모두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맞고도 하소연할 수 없는, 그들은 甲 아닌 乙 칼과 시너 등을 동원해 목숨까지 위협하는 때도 있다. 묘지 설치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 C(48)씨는 지난해 4월 전남 나주시청 1층 회의실에서 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외투 안주머니에서 1ℓ짜리 시너 통을 꺼내 바닥에 뿌리며 라이터를 들고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12년 1월 광주시청 공무원 D(50)씨는 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다치기도 했다. 당시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 E(54)씨가 광주시청 도시재생과 사무실에 들어가 “감옥 갈 생각하고 왔다”며 소란을 피우다가 말리는 직원을 뿌리치고 담당 공무원 D씨의 허벅지를 흉기로 찔렀다. 상급자에게 맞거나 ‘공무원의 갑’으로 통하는 의원에게 폭행당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경북 의성군청의 사무관 F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부하 직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F씨는 군수실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6급 계장이 자신을 말리려고 하자 주먹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 F씨는 자신이 낸 명예퇴직 신청원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군수실 앞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지난 1월 군의원 G씨가 군청 과장 H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G씨는 “예산 삭감과 관련된 군의회의 표결 상황을 의회 사무관이 유출했다”는 자신의 말에 대해 H씨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몰아세우지 마라”는 취지로 항의하자 플라스틱 물병을 집어던졌다. 이어 G씨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10여 분간 H씨에게 퍼부었다. 폭행을 당한 H씨는 정신과 치료 기록 등을 첨부해 군의원을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청주지검은 지난 4일 G씨에게 상해 및 모욕혐의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처분했다. #악성 민원 담당자 월 20만원 수당 ‘웃픈 현실’ 인사혁신처는 올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을 위해 월 20만원씩 2년간 지급하는 ‘우수 대민공무원 수당’을 새로 만들었다. 규제개혁, 일자리 지원, 각종 인가와 허가, 안전 및 복지지원 업무를 맡는 공무원이 수당 지급대상이다. 구급대원은 폭력이 발생하면 경찰 지원을 요청하고, 근무복 가슴주머니에 카메라 등을 달아 법적 대응에 대비하라는 교육을 받는다. 술 취한 사람에게도 ‘선생님’, ‘사장님’, ‘어르신’, ‘형님’ 등의 공손한 말씨를 사용하고 “그렇군요,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라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란 것이 폭행방지 매뉴얼의 내용 가운데 하나다. 공무집행 방해의 해결사로 마지막에 나서야 하는 경찰을 위해서는 트라우마 센터가 전국 4곳에 있지만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신쌍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 위원장은 “민원인을 상대하는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은 73.4%가 40~50대로 인력 부족에 노령화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찰 인력 절반 이상이 치안 현장이 아닌 내근직에 배치된 구조를 바꿔야만 악성 민원인 대응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전북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례에 민원 빗발

    전북도가 ‘성소수자 차별 금지’ 내용을 담은 인권 관련 조례안을 입법예고하자 항의성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달 17일 ‘전북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 시행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5일까지다. 전북도는 이 조례안 제2조 2항에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준용해 차별 행위에 대한 정의를 규정한다. 그러나 전북도의 조례안은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민원이 잇따른다. 민원은 특정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도지사 직소 온라인 민원실에는 도청을 비난하는 글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도청 인권센터에도 매일 항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매일 100통 이상의 전화가 걸려 온다. 민원인들은 문제의 조례를 당장 폐기하라고 요구한다. 가정을 무너뜨리는 동성애 합법화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한다. 종교 차별 금지조항까지 확대해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종교 차별을 없애는 건 무슬림 옹호론과 다를 게 없다며 조례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조례안은 시행규칙으로 동성애나 종교 차별에 관한 내용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준용한 것이어서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항의 전화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문서 민원은 정리조차 못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북도는 입법예고한 조례안에 대해 민원이 제기된 만큼 검토를 거쳐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할 방침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檢, 내일 박 前대통령 구속 후 첫 ‘출장조사’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자신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서 ‘출장조사’를 받는다. 구속된 지 4일 만의 첫 검찰 조사다. 보강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검찰은 상황에 따라 대질조사나 압수수색에까지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2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는 당초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의 소환조사를 요청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이를 거절해 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장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아직 심리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경호 및 변론 준비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수용한 것은 경호 문제 때문이다. 소환조사가 이뤄질 경우 경호실과 경찰 등 유관기관을 대거 동원해야 돼 여러 차례 조사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민원인의 청사 내 출입 제한이 불가피해 다른 사건 수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달 중순쯤 기소를 한 뒤에 진행될 첫 형사재판기일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무부와 협의해 구치소 내에 별도로 사무실을 꾸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수본 1기 때부터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의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특수1부장과 한웅재(47·28기) 형사8부장이 이번에도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다른 관련자들 진술 사이에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비롯한 몇몇 관련자는 박 전 대통령이 SK·롯데 등 대기업 수뇌부와의 독대를 통해 부당한 청탁을 받은 정황을 털어놓은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지난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경위를 캐물으며 출장조사에 대한 사전 준비를 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핵심 피의자를 한자리에 불러 대질조사를 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둔 분위기다. 다만 대질조사는 박 전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사실상 강제할 수 없다. ‘수첩공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꼼꼼한 박 전 대통령의 메모 습관을 고려해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검찰은 압수수색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기소가 코앞이기 때문에 극약처방을 내릴 수 있다. 최진녕(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결국 보강조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물적증거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거나 기존 관련자와의 증언이 안 맞는 부분을 캐묻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구로, 고충민원 처리 ‘최우수’… 1년 새 4단계 껑충

    2015년 11월 서울 구로구에 고척돔이 문을 열었다. 구는 주민들을 위해 돔구장 견학 시간을 마련했다. 장애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입구가 좁아 휠체어를 타기 힘들다’, ‘구장 내에 있는 테이블의 높이가 낮아 휠체어를 탄 채 이용이 어렵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구는 바로 현장을 방문해 민원을 해결했다. 구로구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고충민원 처리실태 평가’에서 불과 1년 만에 등급을 4단계나 끌어올렸다. 2015년 ‘부진’에서 지난해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평가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 광역 17개, 기초 22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평가는 고충민원 예방·해소·관리기반 등 3개 분야 15개 지표에 대한 전문가의 서면심사와 현지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가 결과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최우수(90점 이상), 우수(80~89점), 보통(70~79점), 미흡(60~69), 부진(60점 미만)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구로구는 고충민원의 예방과 공정한 처리를 위해 지난해 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략회의를 수시로 개최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고충민원 교육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특히 구로구는 각종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예견되는 갈등의 예방과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와 갈등조정협의회도 구성해 이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민원인의 입장에서 소통하며 공정하고 친절하게 고충민원을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성동구의 민원 후견인 사회적 약자의 해결사

    “복잡한 민원, 민원후견인이 도와드립니다.” 서울 성동구의 ‘민원후견인제’가 지역민의 구정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성동구는 민원 처리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담당 공무원이 민원 처리 전 과정을 도와주는 민원후견인제가 활성화되면서 민원 처리 만족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행정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민원후견인제는 2004년 시작됐다. 여러 부서의 검토가 필요한 복합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민원 처리를 돕기 위해서다. 관련 민원의 법령·제도를 숙지하고 업무처리 경험이 풍부한 팀장급 직원이 민원후견인으로 지정된다. 민원창구에 민원후견인제 민원이 접수되면 내부 행정전산망을 통해 해당 업무 담당 팀장을 후견인으로 지정한다. 해당 팀장은 민원처리 진행 과정 수시 통보, 민원서류 보완, 처리 결과 안내 등을 한다. 처리가 어렵거나 반려 대상인 민원도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외부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면 민원인을 대신해 적극 협의한다. 지난해 도입한 ‘폐업신고 원스톱서비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엔 폐업하려면 폐업신고 인허가 관청인 구청과 사업자등록관청인 세무서를 각각 찾아야 했다. 성동구는 이런 불편을 해결하고자 구청 또는 세무서 중 한 곳만 방문해 인허가 영업 폐업신고서와 사업자등록 폐업신고 서류를 제출하면 폐업 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다양한 민원서비스를 통해 주민들의 불편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눈 시뻘겋게 달려온 민원인… 진심 어린 눈맞춤에 7할은 마음 풀어요

    ‘폭언·폭행, 성희롱, 기물 파손, 위험물 소지, 자해 위협….’ 행정자치부가 배포하는 ‘공직자 민원 응대 매뉴얼’에는 ‘민원 응대의 특이상황’이 나와 있다. 이른바 ‘악성민원’이다. 일선 관청 민원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찾아온 시민들의 ‘하소연장(場)’이지만, ‘혈투장’으로 변할 때가 부지기수다. 복지급여를 주지 않는다고 무작정 가스통을 둘러메고 찾아오거나 돌로 유리창을 깨고, 식칼로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관청 앞에서 날마다 소복 차림 시위를 하거나 심지어는 인변을 갖다 뿌리는 이도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청장 직소민원’을 담당하는 감사담당관실 이건봉(51) 팀장은 현장 상담만 10년을 넘긴 민원계의 베테랑이다. 이 팀장은 악성 민원 대응의 3대 원칙으로 ‘정중함 잃지 말기’, ‘녹취·녹화 확보’, ‘원칙 공유하기’를 꼽았다. 이 팀장은 “악성 민원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면서 “자신의 얘기를 경청해 주지 않은 데서 서운함을 품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딱히 해결책이나 대안이 없어도 일단 ‘끝까지 눈을 맞추고 들어주면’ 7할은 수긍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민원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공감(共感)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나오는 이들이 태반이다. 이 팀장은 “2015년 정부민원포털 ‘민원24’에 접수된 민원 총 6519만건 중 반복·폭력 민원 등 고충 민원이 90%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담당부서에 따라 행태도 달라진다. 사회복지 부서에는 ‘쌀이 떨어졌으니 먹을 걸 달라’고 하고, 주차단속 부서에는 동네 주민들 주차신고를 대량으로 하는 식이다. 가끔은 인정이 발동되기도 한다. 지난해 징역살이가 끝난 뒤 매일같이 구청 앞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살길을 마련해 달라’고 떼를 쓰던 민원인에게는 궁여지책으로 방 한 칸을 마련해 자활을 재촉했다. 할리우드 액션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수해야 한다. 경로당 리모델링을 막무가내로 조르던 70대 노인은 옆에 간부가 지나가자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세상 다 산 늙은이가 사정하는데도 안 해줄 거야?” 순간 이 팀장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고 한다. 한 자치구 구청장은 현행 법령으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재건축을 요구하는 민원인의 넋두리를 1시간 넘게 들어준 뒤 “내일 다시 찾아오시면 또 얘기 나누자”고 했다. 그 민원인은 그날 방문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물량공세형은 공무원들을 아찔하게 하지만 도리가 없다.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했던 서울 중구 최성렬(36) 민원여권과 주무관은 “A4 용지 한 장에 20개 가까운 항목씩 30페이지 분량의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온 적이 있다. 문서대장 현황, 공익근무 현황, 물품 구입 명단 등등 관련부서만 30개 부서에 달해 자료를 만드느라 구청 전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알고 보니 전국 관청에 정보공개 청구만 해 놓고 찾아가지 않는 악명 높은 장본인이더라”고 했다. 최근 지자체들은 악성 민원에 형사고발 등 적극 대응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법령으로 해결이 안 되지만,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민원 때문에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서울시는 2014년 2월 120다산콜센터 악성민원을 고소하는 강경 대응 방침을 정하고, 실제로 52명의 악성민원인을 법적조치한 뒤 지난해 악성민원전화가 92%가량 줄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박근혜 검찰 소환] 검찰 조사실 창문 모두 블라인드…망원 카메라 피하기

    [박근혜 검찰 소환] 검찰 조사실 창문 모두 블라인드…망원 카메라 피하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진행되는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검사와 마주앉아 조사를 받는 1001호 조사실과 바로 옆 1002호 휴게실 등의 창문은 모두 흰색 블라인드를 내렸다. 언론의 망원 카메라 등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지난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팔짱을 끼고 조사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사 보안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현재 중앙지검 청사 내부는 박 전 대통령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검찰 직원이 아닌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차단됐다.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제외한 다른 사건의 피의자·참고인 조사도 이날은 대부분 중단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해당 층뿐 아니라 다른 층에서도 소환을 자제할 예정”이라며 “민원인과 조사받는 사람 모두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사 외부의 중앙지검 서문은 전날부터 폐쇄됐으며, 서울중앙지법 쪽의 정문도 사전에 허가받은 취재진만이 금속 탐지기 몸수색을 거쳐 출입이 가능하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벌어지는 첫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라 검찰과 청와대 경호실이 보안유지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구로구 ‘색다른’ 민원실

    서울 구로구가 주민들을 위해 민원실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고 20일 밝혔다. 우선 안내 사인을 정비했다. 민원실에 들어서면 ‘민원여권과’ 등의 업무명이 연두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돼 있어 눈에 띄지 않았다. 바탕색은 같게 하되 흰색을 진한 남색으로 바꿨다. 14개로 나뉘어 있던 창구는 6개로 줄였다. 세분화돼 있던 업무를 통합한 것이다. 임산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핑크하트 배려창구’도 새롭게 만들었다. 보다 많은 민원인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북카페도 넓혔고 좌식 서류 작성 필기대도 설치했다. 외국인이 쉽게 일을 볼 수 있도록 신경을 쓴 점도 눈에 띈다. 번호표 발권기에 적혀 있던 ‘순번대기표’ 표시를 ‘번호표’라고 바꿨다. 구 관계자는 “조선족들이 동네에 많은데 발권기를 눈앞에 두고도 순번대기표라는 뜻을 이해 못하더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외국인에 대한 민원안내 및 상담을 위해 중국어, 영어 가능자 4명이 자원봉사자의 역할을 한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주민 눈높이에 맞춘 민원행정 서비스로 민원실이 주민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곳으로 인식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외국인 주민들도 혼란을 겪지 않고 보다 쉽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임금체불 21만건 ‘역대 최대’… 저녁 없는 삶 사는 근로감독관

    임금체불 21만건 ‘역대 최대’… 저녁 없는 삶 사는 근로감독관

    예방적 감독 부실… 체불 반복 “400명 증원·처벌 강화 필요” “가끔씩 동료와 우스갯소리로 ‘늘 근로자를 위해 일하는데 정작 우리는 저녁이 없는 삶을 산다’고 합니다. 민원인이 퍼붓는 욕설보다 숨돌릴 틈이 없다는 게 더 고통스럽습니다.”(수도권 근로감독관 A씨)임금 체불 신고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면서 일선 근로감독관들의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 그 여파로 ‘예방적 근로감독’이 부실해져 청년 등 취약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이 반복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체불 신고액은 1조 4286억원, 신고 건수는 21만 753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1년과 비교하면 금액은 3400억원, 신고 건수는 2만 4000건이 늘어났다. 사법처리 액수도 4195억원에서 6623억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임금 체불 신고 증가는 근로감독관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졌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 근로감독관 1명이 1개월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적정 사건 수는 30건이었지만 실제로는 평균 45건을 맡고 있었다. 심지어 19.8%는 50건 이상을 맡았다. 근로감독관들은 매일 평균 2시간 30분을 초과근무하고도 사건 지연처리율이 20%에 이를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경력이 늘수록 오히려 ‘저녁이 있는 삶’은 더 멀어졌다. 1개월 동안 담당한 사건 수는 30대 41.0건, 40대 46.6건, 50대 52.6건이었다.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만족도는 불만족이 68.1%, 보통이 24.0%, 만족은 7.9%에 불과했다.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적 근로감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정기감독 건수는 1897건으로 전체 업체의 0.1%에 그쳤다. 수시감독을 합해도 1만 6889건으로 일본(16만 6449건)의 10%에 불과하다. 이랜드파크 임금 체불, 넷마블 장시간 근로 등 대형 이슈들은 모두 근로자가 참다못해 정치권에 제보하면서 이슈화됐고 고용부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근로감독을 진행했다. 노동연구원은 임금 체불 등 신고사건 업무를 분산하고 예방적 근로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1500명 수준인 근로감독관 정원을 4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연구원은 2015년 필요인력을 산출한 바 있다. 그러나 고용부는 2006년 감독관 350명을 증원한 뒤 10년째 정원을 동결해 왔다. 장홍근 선임연구위원은 “산재예방 인력을 제외하면 40~45%가 현실적으로 충원해야 할 인원”이라며 “정원 기준으로 502명, 실무인력은 419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처벌을 강화해 임금 체불 사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의 휴대전화 판매업자 전모(49)씨는 최근 청소년 39명의 임금 6000만원을 떼먹고도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고 버티다 도주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전씨를 붙잡아 지난달 21일 구속했다. 조사 결과 그는 지난 10년간 경기, 울산, 부산 등지에서 어린 대학생이나 청소년을 고용한 뒤 임금을 주지 않고 야반도주해 5번이나 처벌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습적인 체불 사건을 해결하려면 현재 시행 중인 신용제재와 명단공개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수 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임금 체불에 대한 형사처벌과 더불어 징벌적 손해배상제, 지연 과태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임금 채무를 다른 채무보다 우선적으로 갚도록 각인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박근혜 전 대통령 포토라인 지난다...대국민 메시지 여부 주목

    박근혜 전 대통령 포토라인 지난다...대국민 메시지 여부 주목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 청사 입구 인근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지나 청사 안으로 진입해 조사실로 향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을 향해 어떤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원인과 사건 관계인이 붐비는 일과 시간인 점 등을 참작해 간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으로 바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이나 부본부장인 노승권 1차장(검사장급)과 간단한 ‘티타임’을 가진 뒤 조사실에 들어가는 방안이 거론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애초 자주 거론된 7층 형사8부 조사실이 아닌 특수부 조사실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부 조사실 중에서도 이번 사건에 투입된 특수1부가 있는 10층의 영상녹화조사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상의 이유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형사부의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유리로 된 스크린도어를 지나 조사실로 이동할 수 있으나 특수부 조사실은 여기에 보안을 위해 설치된 별도의 철문을 더 지나야 들어갈 수 있다.  10층 영상녹화조사실은 특수1부와 함께 이 층을 사용하는 첨단범죄수사2부와도 연결돼 있지 않을 정도로 접근 가능한 인원이 제한적이라 일반 피의자나 민원인 등과 마주칠 가능성이 형사부에 비해 낮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10층 특수1부 쪽엔 다른 피의자 등 방문은 최소화하고 사실상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해 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조사실에 편광 유리가 있어 다른 간부들이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모니터링하며 조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검찰은 이런 방식은 쓰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강압수사’ 논란 예방 등을 위해 조사 과정을 녹음·녹화할 가능성은 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조사 조율 과정에선 녹음·녹화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현직 대통령이 아닌 일반 피의자인 만큼 별도의 동의는 필요 없다.  주변 건물에서 창문 너머로 조사실 안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어 검찰은 당일 박 전 대통령 동선상 모든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소환조사 때 우 전 수석이 조사 중간에 쉬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조사 태도와 적절성 등을 놓고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한웅재(47·연수원 28기) 형사8부장이 투입되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불거졌을 때부터 미르·K재단 강제모금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왔던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 혐의의 가장 큰 덩어리인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기업 출연금 강요 ▲삼성 출연금에 적용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맡을 예정이다.  반면 이 부장검사는 삼성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 16억여원 지원 부분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 한 부장검사와 이 부장검사는 검찰 내 특수 라인으로 분류된다.  한웅재 부장검사는 평검사 시절 인천지검과 부산지검 특수부에서 수사하다 2011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부 부부장을 지냈다. 특수수사 외에도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형사1과장을 지내는 등 수사 부서의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서 일 처리가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감찰관실이 고발한 박 전 대통령 동생 박근령씨 사기 혐의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이원석 부장검사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등 굵직한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대표적 ‘특수통’이다. 이 부장검사는 ‘외유내강’ 스타일로 한번 수사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단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부부장을 거쳐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원과장, 수사지휘과장을 차례로 지냈다. 그는 2005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 2007년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 2012년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다. 지난해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를 맡아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 일선 지검에서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하는 첫 사례가 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4번째 전직 대통령이자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는 첫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188통의 민원인 편지에 담긴 의미/김인수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기고] 188통의 민원인 편지에 담긴 의미/김인수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최근 우리 위원회의 내부 게시판을 뒤적이다가 지난 9년 동안 한 통 한 통 쌓여 온 편지 더미를 발견했다. 고충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민원인들이 문제가 해결된 후에 보내온 칭찬과 격려의 편지 188통이었는데, 소중한 국민의 소리로서 마치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흔한 상업용 편지(DM)와 달리 개인이 직접 쓴 마음의 편지는 쓰는 사람의 진심을 담고 있어서 받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그런 점에서 민원인의 편지를 통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자 한다. 고충 민원은 민원인의 절박하고 애타는 호소다. 그것은 일반 민원과 달리 이미 권리 침해가 발생했으니 이를 시정, 구제해 달라는 요청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고충 민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권익위에 고충 민원으로 접수된 민원은 지난 9년간 총 27만 960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고충 민원으로 볼 수 없는 내용을 제외한 18만 3700여건의 고충 민원 중 3만 5200여건(19.2%)이 시정권고, 합의해결, 조정 등의 형식으로 해결됐다. 이 같은 통계는 제기된 고충 민원의 약 20%는 담당자의 위법 부당한 업무 처리로 인해, 약 80%는 행정처분 등에 대한 불수용, 소통과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말해 준다. 고충 민원의 성격상 낮은 해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국민의 당연한 권리 회복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편지를 쓴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2008년 7월부터 보관된 감사 편지는 아래와 같은 점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첫째, 업무 담당 공무원이 직접 민원 현장을 찾아와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업무 담당 기관의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찾지 않는 것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업무 담당 공무원이 친절한 태도로 민원인의 사연을 충분히 들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나니 답답한 마음, 분한 마음, 의구심 등이 풀린 것이다. 셋째, 민원 현장 조사관이 민원을 자신의 일처럼 꼼꼼하게 처리하는 모습에 신뢰를 했다. 때로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문제 해결에 열중하며 물어보기 전에 먼저 알아서 챙겨 주는 열정과 전문성에 닫혔던 마음이 차차 열렸다. 마지막으로 민원인들은 형식적인 한 번의 전화나 방문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번의 방문과 전화에서 문제 해결의 의지와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한마디로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기본에 충실했을 뿐인데 민원인은 그에 감동한 것이다. 실제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가 기본을 잘 지키지 않을 때 일어난다. 이는 단지 공공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크고 작은 우리의 모든 생활 영역이 마찬가지다. 민원인의 편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모든 공직자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분을 가슴에 새기고 친절과 공정, 성실과 청렴의 의무 등 기본에 충실할 때 공무수행의 공정성이 확보되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든든하게 쌓여 갈 것이다.
  • “민원인과 당당하게 식사하세요” 도봉, 구내식당 ‘청렴식권’ 도입

    서울 도봉구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대에 공무원들이 당당할 수 있도록 ‘청렴식권제’를 운영한다. 도봉구는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의 부패 발생요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16일 밝혔다. 청렴식권제는 구청을 방문한 민원인과 업무처리가 길어져 어쩔 수 없이 점심으로 이어지는 경우 구내식당에서 구 예산으로 민원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공무원은 외부인의 식사 접대 거절 명분을 확보하고 민원인은 공무원에게 식사를 접대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청렴식권제를 도입해 공무원과 사업추진 관계자 간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처리 환경이 조성되면 행정의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더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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