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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연금의 사회학/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연금의 사회학/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사막이 견딜 만한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고 회색의 12월을 두근거림으로 바꿔 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직의 매력은 ‘안정성’과 ‘연금’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도마에 올랐다. 아시아 사회의 전통적 연금 구실을 했던 자녀도 노후의 의지가 되기는커녕 부양의 부담이 되고 있다. 모두가 불안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 주는 공무원연금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기 쉽다. 월세 수입으로 노후의 안정을 마련한다든지, 주식 투기로 노후 설계를 하는 것은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연금은 ‘불로소득’, ‘세금 먹는 하마’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다. 최근 연금의 경제적인 차원이 강조되면서 연금 고갈론, 연금 국가재정 부담론, 부담의 차세대 이양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로 경제학적이고 산술적인 계산에 입각한 분석에 ‘세대의 정치학’을 끌어온다. 지역주의 정치학의 폐해만큼 세대의 정치학도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취업 전선의 아들을 부양하는 부모의 연금은 사실 가족이라는 틀로 한데 묶여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개인 단위로 그리고 비용과 효용으로 평가하는 단순 경제학의 한계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이미 확인됐는데도 우리 사회에서 정책 제안은 산술적 경제 담론에 의존한다. 실제 경제 담론의 핵심 개념인 비용, 효용, 생산성 등의 지표에는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이 포함돼 있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금에는 부패방지적 측면, 공공성에 대한 장기적인 기획, 공무에 대한 자부심, 위엄 등의 경제 외적 요소가 숨어 있다. 무엇보다 연금은 사회임금이다. 사회임금은 공동체를 지키는 버팀목이고 협동경제의 근간이 된다.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나라들은 협동경제의 비중이 크고 사회임금의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사회임금의 비중을 높이는 연금의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 내가 얻는 전체 소득은 개인소득과 사회임금으로 구성된다. 물론 개인소득도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비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자산소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소득에서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가 경쟁력도 높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회원국 중 사회임금 수준이 칠레 다음으로 가장 낮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소득에서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2.9%에 불과하다. OECD 평균 40.7%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비율은 스웨덴 51.9%, 프랑스 49.8%, 독일 47.5%, 영국 37.8%, 미국 25%, 칠레 11.3%이다. 인간은 경제적 삶만 살고 있지 않다. 정치적 삶과 사회적 삶을 함께 산다. 사회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은 한순간도 단절돼 있지 않고 항상 연결돼 있다. 우리 모두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복수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연대의 원칙 위에서 사회임금이 지불된다. 사회임금으로서 공무원연금을 보는 연금의 사회학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금리도 낮고 주가도 불안정하다. 불안이 ‘묻지마 자영업 창업’을 부추긴다. 상대적으로 월세 수입이 있는 층만 노후가 안정되는 사회라면 문제가 아닐까. 사회임금으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비율이 높아야 유효 수효도 높고 공공성도 지켜질 수 있다. 1990년대는 최고경영자(CEO) 대통령론이 무성했고 공무원 교육을 기업에 위탁하는 것도 당연시됐다. 효율성이 공공성을 압도했다. 효율성의 이름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단행한 나라들은 사회공동체라는 딛고 있는 발판을 스스로 허무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 중간선거와 함께 제시된 직접민주제적 의안 가운데 최저임금 상향 안이 통과된 반면 교사의 실적 평가 안은 부결된 것을 보아도 시절이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연금 개혁 문제에서 공무원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연금의 사회성 의미도 반감된다. 공무원이 국민의 공복이 될 때 연금의 사회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연금 개혁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연금 관리의 민주성·투명성 그리고 사회적 통제다.
  • “혈세 수천억 날리면서 책임지는 이 없다”

    “혈세 수천억 날리면서 책임지는 이 없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네 번째 무산되면서 책임 공방이 커지고 있다. “혈세를 수천억원이나 날리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비판이 금융권 안팎에 크다. 금융 당국, 정치권, 우리은행 등은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 돌리기에 급급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세 차례나 반복된 우리금융 경영권 매각 실패에도 관료들이 ‘모험’을 하지 않은 까닭에 또다시 불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집하며 진입 문턱(비금융 주력자 제한, 해외 자본 외면)을 낮추지 않은 탓에 예견된 실패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네 번의 무산에도 문책을 당한 관료는 없다. 2010년 1차 매각 시도 때 실무를 담당한 최상목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사무국장은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을 거쳐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 중이다. 앞서 2009년 말까지 이 업무를 추진했던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렇다 할 ‘추궁’ 없이 금융 당국 수장까지 올랐다. 2011년과 2012년 2·3차 매각 실무 책임자였던 김용범 사무국장은 현재 금융위의 핵심 요직인 금융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올해 4차 때는 성대규 사무국장이 실무를 추진하다가 지난 8월 공자위 사무국이 폐지되면서 이명호 구조개선정책관에게 바통을 넘겼다. 한 금융권 인사는 “민간이었으면 열 번도 넘게 잘렸을 것”이라면서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경영권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가 계속 같은 방식을 고수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게 아니라면 공직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실패에 대비한 2, 3차 로드맵이 없다는 것 자체가 매각 의지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한 금융사 고위 임원은 “금융인이었다면 퇴사 등 중징계당했을 사안을 당국은 수차례 반복하고 있다”면서 “해마다 수천억원의 혈세가 공적자금 상환채 이자로 들어가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분개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경영을 잘못한 우리은행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나마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투자증권과 광주·경남은행 등 자회사들을 팔아 몸집이라도 줄여 놨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5조 2801억원이다. 지금까지 12조 7663억원을 쏟아부은 정부는 네 차례의 블록세일(대량 매매)과 배당,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 등으로 7조 4862억원을 거둬들였다. 이에 대한 이자로 예금보험공사는 해마다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제때 매각하지 못해 지속적인 주가 하락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예보채 이자, 실패 누적으로 인한 시장 불신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은 더 크다”고 주장했다. 기업 가치도 추락세다. 대신증권은 “경영권 지분 매각이 무산되면서 비효율성 개선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목표 주가를 종전의 1만 6000원에서 1만 45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정치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상조(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공적자금 회수 3대 원칙(극대화, 조기 회수,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집착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매각을) 강행한 측면이 있다”며 “제약 조건을 풀어 주지 않은 채 호통만 치는 정치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회사 매각으로) 우리은행이 더이상 지주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는 매각 이익 극대화만 생각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차기 우리은행장 이광구 내정… 이순우 연임 포기

    차기 우리은행장 이광구 내정… 이순우 연임 포기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1일 연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차기 우리은행장에는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인 이광구 부행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최근 금융권 주요 자리를 서금회 출신이 잇따라 차지하면서 서금회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행장은 1일 오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이켜 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져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 생각된다”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이 사퇴함에 따라 2일 열리는 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이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양새를 위해 두 명을 추천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차피 ‘들러리’로 보인다. 당초 금융권에선 이 행장이 ‘무난하게’ 연임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우리은행의 네 번째 민영화 시도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가고 자신이 아꼈던 이 부행장이 행장 후보로 급부상<서울신문 11월 15일자 10면>하면서 연임 의지를 꺾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행장은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과 더불어 서금회 멤버로 분류된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경제·금융인들이 2007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대선 후보 탈락을 안타깝게 여겨 만든 모임으로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씨가 최근 대우증권 사장에 내정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이 될 경우 ‘서금회 전횡’ 내지 ‘보은 인사’ 논란은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출신이자 대선캠프 출신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행추위는 오는 5일 심층 면접을 거쳐 9일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 후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금융위, 우리은행 매각 재추진… ‘쪼개 팔기’ 가능성

    정부가 실패로 돌아간 우리은행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 차례의 매각 시도가 번번이 실패해 ‘양치기 소년’이라는 냉소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존재하는 한 우리은행 매각에 최선을 다한다는 정부 방침은 그대로”라며 “매각이 반드시 성사되는 방안을 찾아 다시 한번 민영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시기와 방법인데 기존에 추진했던 경영권 지분(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30%) 통째 매각 방안이 성공하지 못한 만큼 ‘분산형 매각’에 더 무게가 실리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쪼개 팔기’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소·최대 매입 가능한 수량을 정해 놓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매수 희망자에게 지분을 파는 방식(‘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이번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에 사용된 방법이다. 국민은행처럼 ‘주인 없는 민영화’ 모델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약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아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분을 쪼개 팔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인데 이는 그 자체로 큰일이니만큼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자위는 오는 4일 회의를 열어 후속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이 실패한 원인에 대한 진단과 매각 조건의 문제점, 현재 시장상황 점검 등을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국외 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기 힘든 만큼 ‘매각이익 극대화’라는 국가자산 매각 원칙을 우리은행 매각에서 예외로 적용하고, 경영권 매각보다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은행업이 과거처럼 돈 버는 사업이 아니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8일 마감된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에서는 중국의 안방보험만이 참여해 유효경쟁 미달로 매각이 무산됐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뗏목’도 믿고 못 맡길 호주 조선소의 전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뗏목’도 믿고 못 맡길 호주 조선소의 전설

    최근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중국 견제를 위한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호주에서 군함 도입과 관련한 국방장관의 실언(失言)으로 여론은 물론 정치권까지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약 200억 달러를 투입해 10여 척의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시작됐다. 당초 호주는 차세대 잠수함을 국내 개발해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건조 대신 일본의 소류(そうりゅう)급 잠수함을 직도입 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가 자국 기업을 배제하고 잠수함이라는 전략무기를 해외에서, 그것도 태평양 전쟁 당시 호주인 포로 학살 문제로 인해 악감정이 남아 있는 일본에서 구입을 추진하려는 것은 자국의 일자리 창출이나 비용, 반일감정 문제를 넘어선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함이 아닌 카누를 만들어도 못 믿겠다 지난 25일, 호주 연방상원 대정부 질의에 출석한 데이비드 존스턴(David Johnston) 국방장관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잠수함 도입 사업과 관련한 발언에서 국영 방산업체인 호주잠수함공사(ASC : Australian Submarine Corporation)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존스턴 장관은 “여러분은 내가 왜 ASC에 대해 이렇게나 우려하는 것인지, 또 ASC라는 사람들이 납세자들에게 인도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라면서 “ASC는 80억 호주달러가 들어간 방공구축함(AWD : Air Warfare Destroyer) 사업을 진행하면서 6억 호주달러나 예산을 초과 집행하면서도 납기일조차 맞추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나는 ASC가 잠수함은 고사하고 카누를 만든다고 해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같은 발언이 보도된 뒤 호주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야당은 물론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스티븐 콘로이(Steven Conroy, 노동당) 상원의원은 “존스턴 장관의 수치스러운 비난은 그가 ASC의 노동자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맹비난했고, ASC 조선소가 소재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정부 마틴 해민튼(Martin Haminton-Smith) 방위산업장관 역시 “존스턴 장관의 발언은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12척의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토니 애벗(Anthony John Tony Abbott) 총리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자인 ASC 노동조합도 들고 있어났다. ASC 노동자들은 “존스턴 장관의 발언은 남호주와 서호주에서 근무하는 3,000여 명에 달하는 ASC 근로자들을 쓸모없는 사람 취급한 것으로 구역질난다”며 의회 항의 방문에 나서기도 했다. 야당과 노동조합의 반발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존스턴 장관은 “나는 ASC의 잠수함 건조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어제의 발언은 실수였고, ASC의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악화된 여론은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난’에 가까운 군함 건조 능력 사실 존스턴 국방장관의 ‘카누 발언’은 그동안 ASC가 보여주었던 행적들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발언이기도 하다. 공기업인 ASC는 ‘신의 직장’이면서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호주해군은 지난 2010년, ASC에 차세대 방공구축함(AWD) 3척을 발주했다. 호바트(Hobart)급으로 명명된 이 구축함은 이지스함이지만, 예산 절감을 위해 미국의 알레이버트(Arleigh Burke)와 같은 7,000톤급 이상의 선체 대신 5,000톤급 선체인 스페인의 F100 호위함을 선정해 이를 기반으로 구축함 건조를 시작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번함인 HMAS 호바트는 이미 진수되어 12월 말에 호주해군에 취역해야 했지만, 건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구축함은 호주 국내의 여러 조선소에 일감을 주기 위해 각 부분을 블록으로 제작해 ASC 조선소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조되고 있었는데, 막상 조립을 시작해보니 각각의 블록의 ‘구멍’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각 블록의 접합 부위가 중구난방이었고, 군함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용골이 불쑥 튀어나오는 등 도저히 조립이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결국 제작된 블록을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 조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덕분에 ‘예산 절감’을 위해 ‘미니 이지스함’을 선택한 보람도 없이 호바트급은 알레이버크급을 기반으로 건조된 우리나라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보다 4,000톤 가까이 작은 덩치임에도 가격은 2배 가까이 비싼 물건으로 군함이 되고 말았다. ASC가 군함 건조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방공구축함 사업에서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호주 정부가 차기 잠수함으로 국내 기업을 배제하고 외국 잠수함 도입으로 마음을 굳힌 것은 ASC가 납품한 잠수함 때문이었다. ASC는 지난 1987년 스웨덴의 코쿰스(Kockums)와 손잡고 무려 3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수주했다. 척당 건조비는 8억 호주달러로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가 독일로부터 구입한 209급 잠수함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었지만, ASC가 내놓은 잠수함 콜린스(Collins)급은 문자 그대로 ‘재난’이었다. 잠수함의 생명인 정숙성 따위는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컸고, 스크류 자체가 불량품이라 진수 후 다시 제작해 붙여야 했다. 추진기관은 수시로 작동이 멈췄고, 항해를 위해 스크류를 돌리면 그 사이로 물이 새어 들어왔다. 진수 당시 전투체계와 무장은 없었고, 잠수 상태에서 잠망경을 올리면 심한 난류가 발생해 바로 부상해야 했다. 잠수함은 100번 잠수하면 100번 떠올라야 하지만 ASC는 한 번 잠수하면 두 번 다시 떠오르지 못할 수도 있는 잠수함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당연히 전투는 고사하고 항해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이었지만 ASC는 이 잠수함의 건조비로 척당 8억 호주달러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취역이 연기됐고, 척당 약 1억 4000만 호주달러가 투입돼 개조가 진행되는 등 6척 획득에 총 60억 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척당 9300 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갔다. 지난 2011년 호주의 안보 싱크탱크인 전략정책연구원(ASPI : 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은 “콜린스급 잠수함은 10년 동안 100억 호주달러가 투입되었지만, 납세자들이 그에 상응한 대가를 돌려받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이 사업이 완전히 실패한 사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콜린스급 사업 실패의 원인은 호주 국가예산감사국(Australian National Audit Office)이 지적한 대로 ASC에 있었다. 잘 알려진대로 호주는 ‘강성노조의 천국’이다. 최저임금은 OECD 1위를 자랑하지만, 노동생산성은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의 나라다. 이러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포드(Ford)와 GM홀덴, 도요타가 호주 생산공장을 2018년까지 폐쇄하고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공기업인 ASC는 공장 폐쇄나 사업 철수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ASC는 공기업으로써 근로자들에게 높은 임금과 느슨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방만한 경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에 바가지를 씌우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ASC가 지금까지 호주해군에 납품해왔던 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 등 대부분의 전투함들의 가격은 외국의 동급 선박에 비해 최소 2배 가까이 높았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호주 국방부는 “12척의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ASC에 발주하면 180~240억 호주달러 수준의 가격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스튜어트 와일리(Stuart Wiley) ASC 사장의 제안에 대해 “당신들이 맡게 되면 800억 호주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일축하고 외국 잠수함 직도입을 추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잠수함 해외 직도입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야당과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최근 호주 연방정부 예산감사위원회(Commision of Audit)가 ASC의 민영화를 토니 애벗 총리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주 해군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정부와 야당, 노조 간의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총장)
  • “손님 다 막아 놓고”… 우리은행 4번째 주인 찾기도 불발

    “손님 다 막아 놓고”… 우리은행 4번째 주인 찾기도 불발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우리금융 민영화에 직을 걸겠다”고 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관료 선배’인 박병원(행시 17회)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지금처럼 진입 문턱(비금융 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 4% 제한)이 높으면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국민 세금으로 살려 놓은 은행을 세계적인 펀드에 못 팔 이유가 없다. 글로벌 펀드나 연기금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여러 업종에 돈을 나눠 놓기 때문에 대부분 비금융 주력자들이다. 차 떼고 포 뗄 만큼 우리가 팔겠다는 상품이 엄청 매력적이라면 몰라도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손님들 다 쫓아내고 어떻게 흥행을 바라겠다는 것인가. 진입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우리금융) 민영화는 요원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8일 우리은행 경영권을 매각하려던 정부의 네 번째 시도가 또 좌절됐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예비입찰을 마감한 결과 제안서를 제출한 곳이 중국의 안방보험 한 곳뿐이었다”며 “유효경쟁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막판까지 눈치를 보던 교보생명은 결국 불참했다. 교보생명 측은 “해외 투자자 및 컨설팅사와 검토한 결과 문제점이 제기돼 참여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쟁입찰을 통해 우리은행을 팔려던 정부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 당국의 위상도 안팎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경영권을 한꺼번에 팔겠다는 데만 몰두해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모하게 입찰을 강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달 초 회의에서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남은 가능성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아예 못 팔거나 헐값 매각, 쪼개 파는 방법이다. ●민영화 포기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입찰이 물 건너가면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소수지분(26.97%) 매각만 남게 된다. 엄영호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수지분 매각에라도 집중해서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고 공적자금을 부분적으로나마 회수해야 (다음번 다시 이뤄질지도 모를) 경영권 매각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지분 매각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도 민영화 구상이 시작부터 꼬여 현 정권에서 재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헐값 매각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중국계 자본의 참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이번 입찰의 유효경쟁 자체를 무효화했다는 분석과 입찰가격을 낮추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물론 정부가 재입찰에 나서야 유효한 시나리오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재입찰을 하려면) 매각 희망가를 확 낮추든 진입장벽을 낮추든 조건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외환은행 헐값 매각 시비처럼 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공직사회의 ‘변양호 신드롬’(복지부동)도 변수다. ●쪼개 팔기 성사 가능성이 낮은 경영권 인수에 계속 매달리느니 아예 지분을 전부 쪼개 파는 분산형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지분을 전부 소수지분 입찰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다만 이 경우 지배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단독] “국토부 출신 이사장들이 철피아 부패의 싹”

    [단독] “국토부 출신 이사장들이 철피아 부패의 싹”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분을 달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 전체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쳐졌지만 정작 비리의 근본 원인을 도려내지는 못했습니다.” 윤정일(41) 한국철도시설공단 노조위원장은 25일 “철피아 수사 이후 공단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며 씁쓸한 웃음과 함께 공단 내부 기류를 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의 상징이자 도려내야 할 적폐로 지목된 철피아 수사는 지난달 조현룡(68) 새누리당 의원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같은 당 송광호(72) 의원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광재 전 이사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전·현직 간부 6명의 납품비리 정황이 드러났다. 노조 역시 철피아 수사가 부패 경영진과 정치권 스캔들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를 끊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검찰 수사가 ‘환부’를 오롯이 도려내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공단 내부의 인사 비리 등 추가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수사의 초점이 정치권 인사의 수뢰 혐의, 납품 비리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만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철도비리가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만큼 언제든 부패의 싹이 다시 자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중 국토교통부 출신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 대부분 이사장 직을 ‘다음 자리’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기고 치적 쌓기에만 골몰했다.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김 전 이사장 역시 국토부 차관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윤 위원장은 부패의 또 다른 고리로 철도업계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국가 기간사업인 철도 관련 기술의 전문성과 특수성 탓에 일반 건설사들이 진입 장벽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철도청’ 출신들이 힘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4년 이후 철도 민영화 작업이 이뤄지면서 철도청 퇴직 인력들이 민간업체로 대거 흡수됐다. 윤 위원장은 “철도청 인사들이 납품 청탁의 표적이 됐고, 또 이들이 로비에 나서면서 민관 유착관계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경영진 인사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정부와 국회로 이어지는 ‘비리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패의 또 다른 축인 철도시설공단과 납품업체 간 유착을 막으려면 투명한 공사 입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철도시장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에 걸맞은 입찰제도는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철피아 수사로 공단 직원들의 어깨가 움츠러든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실제 온갖 비리는 경영진이 저질렀지만, 사회적 지탄은 직원들에게까지 쏟아졌다. “철피아 수사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고 봅니다. 그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낙하산 인사를 주도한 건 결국 그들이니까요.”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아베노믹스 해산… 아베독선의 해산

    아베노믹스 해산… 아베독선의 해산

    ‘아베노믹스 해산’이냐, ‘독선 해산’이냐.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단행한 중의원 해산을 놓고 여야의 ‘네이밍 전쟁’이 뜨겁다. 일본에서는 해산 때마다 당시의 정국을 압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작명을 해 왔다. 해산의 이름에 따라 선거 쟁점이나 이미지가 바뀔 수 있어 여야는 각자가 주장하는 이름을 띄워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여당은 경제 강조, 야당은 실정 부각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밀고 있는 이름은 ‘아베노믹스 해산’.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중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총리 주변에선 ‘일본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밖에 없다’는 뜻에서 ‘이 길밖에 없는 해산’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야당이 이번 해산에 대해 ‘아베노믹스의 실패 은폐’라고 비판함으로써 노선을 바꿨다고 신문은 전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이 내세우는 것은 ‘독선 해산’이다.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22일 “총리가 하고 싶은 정책은 300석이 넘는 의석을 갖고 앞으로 2년간은 진행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 해산’은 의미 불명”이라며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유신당의 에다 겐지 공동대표도 “야당들이 흐트러진 틈을 타 결정한 당리당략 해산”이라고 비판했다. ●고이즈미 2005년 ‘우정 해산’ 히트 신문은 아베 총리가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작명 센스’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우정 해산’이라고 밝혔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참의원에서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곧바로 중의원 해산을 단행했고, 자신이 직접 ‘우정 해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민당의 대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정권의 노림수대로 이름이 붙여지는 ‘정권 주도형’ 네이밍은 많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죽은 척 해산’(국회를 해산하지 않을 것처럼 위장한 뒤 회기가 끝난 직후 해산을 선포)처럼 당시 상황을 나타내는 ‘상황 설명형’이나 그때의 쟁점을 드러낸 1960년 이케다 하야토 총리의 ‘안보 해산’ 등이 보통이다. 아니면 ‘바카야로(바보) 해산’(1953년 요시다 시게루 총리), ‘신의 나라 해산’(2000년 모리 요시로 총리가 “일본은 일왕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는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킴) 등 총리의 발언으로부터 따온 경우도 많다. 이처럼 중의원 해산 이후 첫 주말부터 정치권의 선거전은 후끈 달아올랐다. 공식 선거운동은 새달 2일 선거 공시 후 시작할 수 있지만 워낙 단기간에 치러지는 선거라 벌써 여론전이 뜨겁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은 22일 교토에서 개최한 자민당 지부연합회 회동에서 “2년간 고용을 100만명 늘렸다. 임금도 2% 올랐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도 후쿠오카시의 호텔에서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 해산’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베 리스크(위험) 감추기 해산’이라고 말하겠다”며 비판했다. ●총선 지지율 자민 41% 민주 14% 야당의 공세와 중의원 해산에 대한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요미우리신문이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 때 비례대표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 물은 결과 자민당이 41%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14%), 공명당(6%), 유신당(5%)의 순이었다. 중의원 해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65%로, 긍정적인 평가(27%)의 두 배-를 넘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은행가에 떠도는 ‘구조조정설’

    은행가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연말연시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초저금리 기조로 수익은 팍팍해진 데다 내부 인력은 점차 고령화돼 생산성도 떨어졌다. 여기에 스마트폰·인터넷뱅킹 등 비(非)대면 채널이 은행 영업의 주력 채널로 자리 잡으며 적자 점포가 늘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21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희망퇴직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KB금융 측은 인력 구조조정이 논의된 바 없다고 펄쩍 뛰고 있다. 하지만 KB의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노사 합의가 선결 조건”이라면서도 “‘항아리 형태’의 인적 구조를 고려할 때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직원은 지난 9월 말 현재 2만 1399명으로 우리은행(1만 5366명), 신한은행(1만 4570명) 등 규모가 비슷한 다른 은행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다. 더욱이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 시절인 2009년 2200명, 민병덕 행장 시절인 2011년 3200명 등 신임 행장 취임에 맞춰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은 전례도 있다. 우리은행은 예년 수준인 400명가량을 희망퇴직·임금피크제 대상으로 분류, 내년 초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와 관련해 조직 슬림화 필요성도 있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외환은행은 이달 말 59명을 특별퇴직으로 내보낸다. 올해 상반기와 합치면 113명으로 2011년(80명), 2012년(97명)보다 많다. 신한은행은 2011년 230명, 2012년 150명, 지난해 16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고 올해 말 노사 합의를 거쳐 추가로 희망퇴직을 받을 방침이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와 인력 고령화 탓에 퇴출 프로그램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SC·씨티 등 7개 시중 은행은 올해 1~3분기 총인건비로 4조 5774억원을 썼지만, 당기순이익은 3조 7730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깃털’만 털고 ‘몸통’ 처리는 신통찮아

    ‘깃털’만 털고 ‘몸통’ 처리는 신통찮아

    박근혜 정부 최대 과제 중 하나이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職)을 걸겠다”던 우리금융 민영화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민영화 1단계(지방은행계열)와 2단계(우리투자증권 패키지)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지만 핵심인 3단계(우리은행 매각)가 시원하게 뚫리지 않아서다. ‘깃털’(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아비바생명, 우리투자증권 등)은 팔았지만 ‘몸통’(우리은행) 매각이 영 신통치 않다. 교보생명은 18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인수 예비입찰 참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결정했다. 현재 우리은행 매각은 정부(예금보험공사) 지분 30%를 한꺼번에 넘기는 ‘경영권 매각’과 18%를 희망자에게 나눠 파는 ‘소수 지분 매각’ 등 두 갈래(투 트랙)로 진행되고 있다. 소수 지분은 연기금과 국내외 펀드 등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경영권 매각은 입질도 거의 없다. 교보생명 측은 “입찰 참여 여부를 포함해 (참여 결정 시) 구체적인 가격과 수량 등은 조만간 열리는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당초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가 돌연 ‘추후 결정’으로 말을 바꿔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들어 봤자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금지)에 걸려 승산이 없다고 보고 발을 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교보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우리은행 인수 의지를 적극 밝혀 왔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분 34%를 가진 최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공적인 성격이 강한 은행을 개인, 그것도 ‘오너 세습’ 일가에 넘긴다는 것이 금융 당국으로서도 부담이다. 돈도 부족하다. 교보생명의 자금 동원력은 1조~1조 3000억원 수준. 우리은행을 인수하려면 2조원가량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한다. 은행산업 경험도 없다. 교보생명이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장(場)이 서기도 전에 파장하는 분위기로 흘러 ‘참여 유보’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입찰 자체가 무산되면 금융 당국으로서는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된다. 하지만 교보가 입찰전에 뛰어들더라도 유효경쟁 성립은 어려워 보인다. 신한, KB, 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힌 데다 각종 사건·사고와 인사 등으로 제 몸 추스르기에도 바쁜 실정이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손녀사위가 경영을 맡은 중국의 안방보험이 눈독을 들인 것이 사실이지만 ‘해외 자본에 국내 은행을 넘길 수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라 입찰 가능성은 작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뜩지 않은’ 대상자들만 있어 네 번째 민영화 시도도 결국 무산될 공산이 높아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인수해 제대로 경영할 만한 유력 후보군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매각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리은행 매각 입찰일은 오는 28일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민영화 원칙 중 ‘공적자금 조기 회수’는 이미 물 건너갔고 ‘금융산업 발전’은 우리은행 사기 저하 및 평판 하락 등으로 실패한 상황”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우리은행 인수) 문턱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단독] 차기 우리은행장에 이광구 급부상

    [단독] 차기 우리은행장에 이광구 급부상

    이순우(왼쪽)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음달 이 행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행장 선출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광구(오른쪽) 부행장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14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이 이순우 행장, 이동건 수석부행장, 이 부행장, 김정한 전 우리금융 전무,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 5명으로 압축돼 인사 라인에서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인선 작업 초기에만 해도 이 부행장이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급격히 (이 부행장에게)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부행장은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서금회’ 인맥으로 분류된다. 2007년 서강대 출신 경제·금융인들이 모여 만든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권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서강대 출신이지만 본인은 서금회 멤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부행장은 정통 은행원 출신으로 개인적인 ‘스펙’은 행장 후보로서 별문제 될 게 없지만 서금회라는 이유로 막판에 되레 역차별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잇단 ‘보은 인사’ 논란으로 정권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의중이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에 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은행의 1대 주주는 정부(예금보험공사)다. 지분 57%를 갖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장 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무난하게’ 연임할 것으로 봤다. 민영화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차기 행장의 임기 보장 여부가 확실치 않은 데다 이 행장이 대과 없이 행장직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갑자기 난기류가 생긴 것이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지난 12일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다음달 초쯤 최종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이 행장이 옛 상업은행 출신이어서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행장이 바뀐다면 한일은행 순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은행권 CEO 지각변동 시작됐다

    은행권 CEO 지각변동 시작됐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시중은행 6곳의 행장이 교체될 예정이다. KB사태로 이건호 전 행장이 자진 사퇴한 국민은행을 비롯해 불명예 조기 퇴진하는 행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해야 하는 행장까지 이유도 제각각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7일 행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행장으로 박진회 수석 부행장을 선임했다. 하영구 전 행장이 KB금융 회장 선출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행장직을 던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5연임에 성공했던 하 전 행장의 당초 임기는 2016년 3월까지였다. ‘5연임 행장’이란 타이틀이 따라다닐 만큼 장기집권했던 하 전 행장이 물러나고 박 신임 행장이 선임되면서 한국씨티에도 오랜만에 변화가 예상된다. 박 신임 행장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한국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한 뒤 자금담당본부장, 한미은행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건호 전 행장의 자진사퇴로 두 달 가까이 대행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국민은행장 자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겸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앞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조속히 추스르기 위해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겸직 시기는 최소 1년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각각 올해 12월과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다음달 28일 예비입찰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이 행장이 당분간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리은행의 매각 성공 여부와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이 행장의 향후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 행장은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 행장 임기 내에 리딩뱅크(업계 1위) 자리를 꿰찰 정도로 안정적인 조직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연내 하나·외환은행 통합 시점에 행장직에서 물러난다. 통합은행장으로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거론된다. “통합은행이라는 대의를 위해 행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 김종준 행장의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불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이고, 올해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도 행장직을 유지하며 무리를 일으킨 바 있어 김 행장의 ‘진의’가 빛을 바랬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4월 취임한 아제이 칸왈 SC은행장은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다. 수십억원대 대저택에 거주하고 VVIP 골프회원권 구매 논란이 최근 불거지면서 취임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후임으로는 박종복 부행장이 거론된다. 박 부행장이 행장에 선임되면 그는 SC은행 최초의 한국인 은행장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역사의 유물’인 단결금지법리의 한계 드러난 판결… 노사관계법이 다루는 사항을 별도 형사처벌한 것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역사의 유물’인 단결금지법리의 한계 드러난 판결… 노사관계법이 다루는 사항을 별도 형사처벌한 것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력’에 의해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한다. 법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면 처벌되고 업무가 아닌 것(예를 들어 무료 봉사활동이나 이타적인 구조활동)을 방해하면 처벌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업무방해죄의 연혁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기업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의 파업이 국익에 반한다는 이념 아래 파업 자체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일본이 1880년대 이를 받아들이면서 1864년 프랑스 형법 제414조가 금지하고자 했던 행위인 ‘노동의 조직적 정지’를 ‘방해’로 바꾸고, 그 수단인 ‘폭행·협박’을 ‘위력·위계’로 확대했다. 또 당시 군국주의였던 일본은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이 침략전쟁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1940년 최대한 보호범위를 넓히기 위해 ‘업무’로 확장해 현재 형법 제234조를 두었고 이는 우리 형법에 그대로 계수(다른 국가나 민족의 법률제도를 수입해 자기 나라의 제도로 채택하는 것)됐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성숙하고 노동자 단체행동권이 헌법적 위상을 갖추면서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이 조항들은 모두 폐지됐고 일본에서도 더 이상 노조의 단순파업에는 적용되지 않고 폭력 등을 동반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한국은 19세기의 입법 취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위력을 ‘타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교란할 정도의 힘’으로 정의한다. 또 노동자들의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도 파업이라는 동시집단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경우 위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형사처벌의 위협 아래 근로에 임하게 하는 것”이라며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97헌바23). 노동자가 노예와 다른 점은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동한다는 것인데 형사처벌을 위협해 노무제공 거부를 금지한다면 노예와 다를 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노사관계법(한국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합법적인 파업은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돼 처벌되지 않는다. 노사관계법은 파업도 일종의 경제 주체들의 담합으로 보고 노사 간 시장경쟁의 규칙을 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도로교통법을 만들고 그와는 별도로 ‘도로교통법을 어긴 자는 형사처벌을 한다’는 법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헌법재판소는 2010년 홈플러스 사건 결정문(2009헌바168)에서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로서 파업·태업 등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법 제33조 제1항 단체행동권에 있어서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며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가 당연히 업무방해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불법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3월 철도파업 관련 판결(2007도482)에서 “단순 파업을 위력업무 방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1)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2)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파업을 원칙적인 불법행위로 규정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이미 앞서 설명한 대로 역사의 유물이 되고 만 단결금지법리의 잔재와 충분히 결별하지 못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사용자의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사용자 업무에 초래되는 지장이 중대하다는 것이거나 예측불가능성이 단체행동권의 제약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물론 노사관계법상의 제재는 별론으로 한다. 이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한계는 2014년 철도파업 판결(2012도14654)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철도노조가 KTX 민영화 반대를 오래전부터 예고하며 치렀던 파업에 대해 하급심은 2011년 철도파업 판례에 따라 “예측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래 철도민영화는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사측이 그런 이유로 파업을 하리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봐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그러나 파업의 목적이 노사협상의 대상인지 여부는 노사관계법에서 다뤄지는 것인데 노사관계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별도의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노동자를 원칙적으로는 노무제공 거부를 할 수 없는 부자유한 존재로 만드는 위헌적인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박경신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미 UCLA로스쿨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 ▲제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 가난한 흑인 수도만 잠근 디트로이트

    가난한 흑인 수도만 잠근 디트로이트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위 부자 나라 미국에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2만 7000가구가 물이 없어 고통받고 있다. 수도요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이유인데, 보다 못한 유엔이 현장 조사까지 나섰다.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21일(현지시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조사로 디트로이트 당국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부터 3일간 현지 주민을 만나 조사를 벌인 카타리나 드 앨버키키 조사관은 기자회견에서 “요금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물을 끊는 것은 인권에 반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디트로이트 마이크 듀간 시장 측은 “일방적인 조사”라면서 비난했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시가 파산하면서 단수 사태는 촉발됐다. 디트로이트시 부채는 총 180억 달러(약 18조 9000억원)로 미국 지자체 재정 파탄 중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중 상하수도 부문 부채가 약 52억 달러에 달한다. 비상재정관리관으로 선임된 케빈 오르는 디트로이트 상하수도부(DWSD)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단수를 추진했고, 150달러 이상 혹은 2달 이상 수도요금을 연체한 경우 물 공급을 차단했다. 수도가 끊긴 주민 대부분은 빈민가에 사는 흑인이다. 디트로이트 주민 40%가 빈민층에 속한다. 인구 감소와 재정난으로 지난 10년간 디트로이트 수도 요금은 120% 올랐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전했다. 미국흑인지위향상협회(NACCP)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수도요금은 미국 평균(월 40달러)보다 87%가량 높은 월 75달러다. 앨버키키 조사관은 “개발도상국 등 많은 나라를 가봤지만 여기처럼 상황이 심각한 곳은 처음”이라면서 “인간이 만든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디트로이트 당국은 총 체납액 1억 1500만 달러 중 단수 조치로 620만 달러를 회수했다. 문제는 3000만 달러에 달하는 상업시설 체납액은 징수하지 않고 단수도 하지 않아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디트로이트 레드윙스가 사용하는 하키장, 디트로이트 라이언스가 사용하는 미식축구장도 각각 8만 달러와 5만 5000달러를 체납했다. 단수된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대 시위도 벌어졌다. 캐나다, 볼리비아 인권활동가들이 디트로이트를 찾았고 물값 대납 운동도 벌어졌다. 그러나 지난 9월 미국 연방법원 스티븐 로즈 판사는 단수조치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단수를 중단시킬 권한도 없으며, 디트로이트시가 재정 손실을 추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알자지라는 디트로이트시가 상하수도 민영화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국감 스타] 박수현 새정치연 의원 (국토위)… 코레일 자회사 졸속 비판

    [국감 스타] 박수현 새정치연 의원 (국토위)… 코레일 자회사 졸속 비판

    코레일의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인 SR는 지난해 말 설립됐다. 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였지만 코레일 이사회는 설립을 강행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나 21일 대전의 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와 이사회가 무리하게 추진한 까닭에 SR 운영 계획에 잇따른 차질이 예상된다”고 추궁했다. 박 의원의 문제 제기는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전 단계인지 묻는 ‘정치적 질의’를 넘어 이사회에서 승인한 자금 유치 계획과 자회사의 운영상 문제 등 가시화된 ‘현상적 질의’로 이어졌다. 그는 “최소 연 5.5~7.0% 수익률을 기대하는 산업은행 등이 투자를 꺼리며 수서발 KTX의 공공자금 유치에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코레일보다 10% 낮추겠다고 공언한 SR의 인건비도 지난 6월 코레일 수준으로 슬그머니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치는 없이 정치인만… 무너지는 국가

    정치는 없이 정치인만… 무너지는 국가

    위기의 국가/지그문트 바우만·카를로 보르도니 지음/안규남 옮김/동녘/298쪽/1만 6000원 2016 미국 몰락/톰 하트만 지음/민윤경 옮김/21세기북스/368쪽/1만 6000원 #1.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그는 일찍이 “국가나 사회 같은 ‘위로부터’ 구원의 손길이 내려올 것이란 희망을 버려야 한다”고 선언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200년쯤 지난 오늘날 ‘공산당 선언’을 다시 쓴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지상을 배회하고 있다. ‘분노’라는 망령이….” ‘권력과 결별한 정치’, ‘국가 없는 국가주의’가 빚어낸 오늘날의 공허한 풍경인 셈이다. #2. 2010년 2월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조 스택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이어 텍사스 오스틴의 공항으로 차를 몰아 자가용 비행기에 몸을 싣고 조지타운 공항을 이륙한 뒤 몇 분 만에 미사일처럼 미국 국세청(IRS) 사무실로 돌진했다. 미국인 최초의 자살 폭파범으로 기록된 스택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불황 탓에 점점 수입이 줄어든 뒤 세금 체납으로 매일같이 정부의 조세 관리자에게 시달린 것만 제외하면 그랬다. 이듬해 6월에는 17년간 코카콜라의 배달기사로 일해 온 제임스 리처드 베론이 은행에서 단돈 1달러를 훔친 뒤 교도소행을 택했다. 지독한 관절염을 앓았으나 회사에서 해고된 뒤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탓이다. 베론은 교도소에서 비로소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도록 닮았다면 허언일까. “정치인은 존재하지만 정치의 역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두 석학의 일갈에 온몸이 전율에 사로잡힌다. 가장 주목받는 탈근대 사상가인 폴란드의 지그문트 바우만과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카를로 보르도니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을 수 없는 곤혹한 현실을 이렇게 단언한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를 목도했던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말이다. 무능한 대처로 국가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위기의 국가를 일컫는다. 저자들은 ‘국가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란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며 대담을 통해 오늘날의 위기를 진단한다. 국가 위기의 근본 원인은 권력과 정치의 분리에서 기인한다. ‘권력’은 일이 되게 하는 능력이고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인데, 현대사회가 이 둘을 이혼 상태로 갈라놓았다고 말한다. 재결합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가의 부재가 이데올로기마저 ‘민영화’시켰고, 포스트모더니즘이 무감각적 소비주의를 불러와 침몰 직전 비정상적 환희를 뜻하는 ‘타이타닉증후군’을 앓게 만들었다. 무능한 정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인, 정치제도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설명하기 위해 바우만은 전매특허인 ‘액체 근대’, ‘액체 사회’ 이론을 끄집어낸다. 오늘날의 사회적 불안을 끊임없이 변하는 성질을 가진 액체 개념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책은 “위기의 국가는 공공복지를 제공하고 보장하는 기구가 아니라 시민에 빌붙어 오로지 스스로의 생존만 신경 쓰는 기생충”이라며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정부 형태가 언제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손쉽게 ‘후진성’에서 찾으려 했던 우리에게는 시사점이 크다. 모델로 삼고 달려온 서구의 ‘근대성’조차 우리가 해결하려던 비슷한 문제를 품고 있기에 이런 위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경제·사회적 시스템과 결부된 장기적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만든다. 위기의 국가를 정조준한 책도 있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인 톰 하트만은 ‘2016년 미국 몰락’에서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해 온 미국이 ‘제4의 대폭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출이 늘고 세입이 바닥난 오늘날의 미국 정부가 고용보험, 의료혜택 같은 최소한의 사회복지조차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자조와 닮았다. 책은 미국의 역사를 되짚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80년 주기로 발생해 온 위기는 보스턴 차 사건으로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했던 1660년대부터 1770년대까지의 경제 악화(제1의 대폭락), 남북전쟁에 앞서 1857년에 일어난 경제불황(제2의 대폭락),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한 ‘검은 화요일’로 시작된 대공황(제3의 대폭락)으로 요약된다. 제4의 대폭락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국 중산층은 1984년 이후 가장 가난하며 가구당 무려 130%에 이르는 빚을 떠안고 산다. 해법은 간단하다. 더 늦기 전에 과거의 폭락을 되짚어 보며 끔찍한 유혈사태를 불러왔던 재앙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올해 창사 첫 700억대 영업흑자 기대…난관 있지만 노조는 상생 파트너, 한류열차 등 새 모델로 행복철도 만들 것”

    “올해 창사 첫 700억대 영업흑자 기대…난관 있지만 노조는 상생 파트너, 한류열차 등 새 모델로 행복철도 만들 것”

    주요 공기업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고 있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취임 1년 만에 최장기 철도파업 등 난관을 극복하고 철도 사상 처음 영업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가녀린 모습이지만 경영 의지만큼은 주변을 놀라게 한다. 그를 16일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만났다. →취임 당시 “난파선에 올라탄 선장 같다”고 말씀했는데 지금 소감은. -안전 문제, 경영 적자,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 용산역세권개발 사업 수습, 철도노조 파업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휴일에 업무보고를 받았고, 밤에 서류를 넘기며 현안을 챙겼다. 하루가 몇 년처럼 느껴지더라. 그런 와중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과 북한 방문 등에 자부심을 느낀다. 모두 임직원들 덕분이다. →2015년을 영업흑자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가능한가. -단 1만원이라도 흑자를 내보자는 각오로 덤볐는데, 1년 앞당겨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 올해 말 창사 이래 최초로 700억원대 영업흑자가 예상된다. 철도 운임이 동결된 지 4년 6개월이나 지났고, 원가보상률이 78%에 불과한 악조건에서 이룬 성과라 더 값지다. →축하드린다. 흑자 전환의 비결은. -코레일처럼 방대한 조직에는 목표 관리가 중요하다. 수익증대와 비용절감을 총괄하는 ‘경영정상화추진단’을 구성하고, 소속별로 비용 목표를 부여했다. 손익관리 개념에 근간을 둔 책임경영을 실시한 것이다. 수익관리시스템(YMS)을 이용해 예약·운임·좌석할당 등을 분석하고 시간대·좌석·노선·상품별로 운임체계를 다양화해 탑승률을 끌어올렸다. 이는 수익 증대와 더불어 고객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용산 개발사업 관련 판결에서 코레일이 100% 승소했다. 결과가 경영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텐데. -채무부존재 소송 판결에서 사업의 중단이 민간 출자사들의 귀책이며, 코레일의 협약 및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권 이전 소송도 신속히 결론이 난다면 3조 7000억원의 자산차익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용산 부지와 관련된 2008년 법인세인 1조원에 대해서도 국세심판원에 환급을 요청해 둔 상태다. →첨예했던 노사 갈등은 잘 마무리되고 있는지. -총 70차례에 거친 임금교섭 및 보충교섭을 통해 집행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그 결과 퇴직금 산정방식을 제외하고 경영정상화 대책 15개 과제, 25개 항목에 노사가 합의했다. 그러나 퇴직금 산정방식 1개 조항이 결국 정부가 제시한 경영정상화 이행 시한을 넘기면서 ‘방만 공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생겼다. 열심히 따라준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그럼에도 노조는 상생의 파트너다. →우리나라 철도산업, 코레일의 비전은. -철도는 제2의 국가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코레일은 민간기업, 다른 공기업,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한류열차, 바다열차 등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관광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행복철도’를 위해 노력하겠다. →국정과제이기도 한 유라시아 철도 계획은. -사실상 유라시아 철도는 이미 완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 다행히 지난 4월 평양 방문 때 북한 측이 철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철도 연결 사업은 계획에서 착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부터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 →재임 중에 가장 힘들었을 때와 기뻤을 때를 꼽으라면. -부임 2개월 만에 파업과 맞닥뜨린 것이다. 노조와 미리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철도인은 아무런 사고 없이 하루를 무사히 넘기면, 그게 가장 기쁜 일이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최연혜 사장은 1956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대전여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수재형이다. 그는 남편의 독일 유학길에 동행, 운명처럼 경영학(공기업의 지배구조 연구)과 만난다. 현지인도 평균 14학기가 걸린다는 학·석사 과정을 8학기 만에 마치는 ‘독기’를 발휘했다. 귀국 후 한국철도대학 교수를 거쳐 철도청 첫 여성 차장, 코레일 초대 부사장, 철도대학 총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10월 철도 115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首長)에 올랐다.
  • 올 노벨경제학상 佛 장 티롤…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 어떻게 규제할지 연구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미시경제학자 장 티롤(61) 툴루즈1대학 교수가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 티롤 교수가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어떻게 이해하고 규제해야 할 것인지를 연구한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티롤 교수는 독과점 규제 정책이 특정 상황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단점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통신업과 은행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업에서 이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티롤 교수는 이날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공공영역의 민영화가 논란이 되지만 이를 통해) 사회기반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공공영역에서) 경쟁이 필요하지만 (옳고 그름을) 정의하기가 어려우므로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학술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2년 프랑스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전은 30년 뒤떨어진 것”이라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규제 실패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했다. 프랑스 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은 두 번째로 1988년 모리스 알레 이후 26년 만이다.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난 티롤 교수는 1978년 파리-도피네대에서 수학 박사학위, 198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4년부터 1991년까지 MIT에서 교편을 잡았다. 현재 툴루즈1대학 산업경제연구소 과학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40세 미만의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크메달’을 받기도 했다. 정형권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장은 “티롤 교수는 다수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가 소수 기업이 군림하는 구도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을 밝혀낸 학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문연구 저술과 후진 양성, 조국인 프랑스로 돌아와 연구에 매진하는 등 자질과 인품 면에서 ‘삼박자’를 갖춘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MIT에서 그에게 수업을 들었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게임이론과 정부 조달 시장에 대한 연구 등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면서 “불과 한 시간의 강의를 통해 게임이론 전체를 망라했던 게 아직도 인상 깊다”고 회고했다. 그와 함께 툴루즈1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한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는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는 연구 활동에 몰입하는 ‘일벌레’ 스타일의 전형적인 천재”라고 떠올렸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티롤 교수는 순수 게임이론을 기업의 담합이나 최고경영자(CEO)의 보수 설계 등에 적용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티롤 교수는 상금으로 800만 스웨덴크로네(약 11억 8700만원)를 받는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금융 CEO 줄줄이 공석… 인사 전쟁 예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치열한 인사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장과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사장을 비롯해 주택금융공사, 생명보험협회, 서울보증 등이 후임자 인선을 앞두고 있다. 이달 중 선임절차를 마무리하는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의 향방도 금융권 인사 태풍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0일 사장 공모절차를 시작했다. 주금공 사장자리는 지난 1월 서종대 전 사장이 물러난 뒤 공석인데, 지금까지 한국은행 출신의 김재천 부사장이 사장직무대행으로 일해 왔다. 새 사장에는 김 부사장과 최순웅 하나캐피탈 사장, 이윤희 전 IBK캐피탈 대표 등이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0일 차기 사장 후보 접수를 마쳤다.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에서 최근 사퇴한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의 ‘낙점설’이 돌고 있다. 여기에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과 내부 출신으로는 채광석 수석 전무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으론 KB금융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의 각축이 점쳐진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들도 오는 12월 임기가 모두 끝난다. 민영화가 진행 중이라 이 회장이 다음달 1일 지주와 은행의 통합 작업을 마무리한 뒤에도 우리은행장으로서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직 우리은행 고위 임원들이 차기 행장직을 노리고 있어 교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생명보험협회도 김규복 회장의 임기가 12월에 끝난다. 은행연합회처럼 생보협회도 기존의 관료 출신을 배제하고 회원사 전·현직 대표나 고위 임원이 회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KB금융 회장직 지원을 공식화한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KB금융 회장직 도전에 실패할 경우 한국씨티은행장 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한국 기업 비상구 찾아라] 은행

    [한국 기업 비상구 찾아라] 은행

    “지금처럼 위기감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저금리 장기화에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자 수익과 수수료 수익은 줄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습니다. 금융업권 전반에서 빅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그저 두 손을 놓은 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A시중은행 고위 임원) 최근까지 금융권에서는 은행업에 대해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인식이 통용됐다. 규제 산업인 은행업은 다른 업권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아 한정된 플레이어들이 독주하며 이른바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쉬운 영업과 성장전략을 펼쳐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제조와 수출 기업들이 휘청이는 가운데도 발 빠른 대출 회수와 담보 확보로 시중은행들은 흑자 기조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건재할 것만 같았던 시중은행의 수익성에도 최근 몇 년 사이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013년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 9000억원이다. 이는 2012년 8조 7000억원 대비 55.2% 하락한 수준이다. 2005년 이후 9년간 연평균 13%씩 순익이 줄어든 것과 같은 효과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2.8%에서 지난해 1.9%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은행지주회사 연결당기순이익은 4조 9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2조 6000억원(110.7%) 늘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유가증권 평가·처분 등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크다. 반면 이자이익은 NIM 하락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5000억원 줄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오버 뱅킹’(over-banking)에서 찾을 수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시중은행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은행별 지점 및 자동화기기(ATM)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은행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최근 몇 년 동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가 늘고 있다. 인터넷뱅킹에서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4.7%에서 지난 6월 말 45.5%(건수 기준)로 증가했다. 여기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업체로 출발한 카카오가 연내에 소액 결제 및 송금이 가능한 뱅크월렛카카오(가제) 서비스 개시를 예고하며 온라인 금융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시장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과거 영업점 확대 위주의 영업전략을 고수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스스로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들이 영업점을 찾지 않는데 시중은행은 전국적으로 적게는 700~800개, 많게는 1200개 점포를 운용하며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 적자점포 수는 2010년 530개에서 2013년에 737개로 늘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자가 발생하는 점포라도 통폐합하면 인력구조조정 부담이 따르고 다른 은행과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전략적으로 점포를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저금리 기조도 은행 수익성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금리가 2.5%에서 2.25%로 0.25% 포인트 내리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연간 2200억~330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3조 9000억원)의 5.6~8.4%에 해당한다. 2012년 1월 기준금리 3.25%와 대비해서는 1년 7개월 만에 시중은행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1% 포인트가 사라졌다. 저금리 기조는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담보대출 위주의 안전자산만 선호하는 시중은행의 영업행태는 대출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곧 NIM 감소로 이어진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실장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은행이 예대업무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시점이 됐고 금융중개기능이라는 은행의 고유 영역까지 침범당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금융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인식하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업방식의 변화 없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은행업의 지각변동은 경쟁 심화만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각각 BS(부산은행)금융지주와 JB(전북은행)금융지주에 인수됐다. BS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통합 작업이 끝나면 부산은행은 총자산 75조원으로 거듭난다. 이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60조원)과 한국씨티은행(55조원)을 넘는 규모다. 조만간 매각작업이 진행될 우리은행은 잠재적 인수후보자로 교보생명이 거론된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품에 안게 되면 국내 최초의 ‘어슈어뱅크’(assure-bank)가 탄생하게 된다. 또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조기통합을 연내에 완료하면 하나금융지주의 자산 규모가 400조원으로 껑충 뛰며 국내 총자산 1위 금융그룹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덩치를 키워 수도권에 진출하고 대형 시중은행들은 지방이나 2금융권의 우량고객들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이른바 금융생태계 파괴가 진행 중”이라며 “M&A를 통해 초대형 은행으로 성장한 은행들조차 차별화된 전략 없이 규모의 경제만 앞세워 과열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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