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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한국 기업 리스타트 필요하다] 전문가 진단과 해법

    [위기의 한국 기업 리스타트 필요하다] 전문가 진단과 해법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잘나가던 간판 기업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실적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환율 등의 외부 요인뿐 아니라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서울신문은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회의실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대표 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재도약을 위한 해법을 짚어 봤다. →우리 산업계 전반을 평가한다면.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 정보기술(IT)과 각종 산업이 빠르게 융합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우리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신성장 동력 개발에 힘을 못 내고 있다. 또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조직 시스템에 갇혀 새 시장을 열지 못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이하 위 교수) 일본이 모방자에서 창조자로,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하지 못해 장기 불황에 빠졌듯 2000년대 들어 우리 역시 변신할 기회를 놓친 뒤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엔화 약세) 정책을 펴고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대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이하 이 실장) 기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 노력을 게을리했고, 정부는 다른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위기 원인은. -이 교수 삼성전자에 수익을 안겨 온 스마트폰이 범용 제품으로 바뀌었다. 경쟁사의 모방 제품과 차이가 없어진 데다 디자인과 기능에서 더이상의 혁신이 어렵기에 업그레이드된 새 제품이 나와도 소비자가 느끼는 감동이 별로 없다. TV도 프리미엄 버전이 지난 2월 출시됐지만 경쟁사 제품에 비해 나은 게 없다. 중국 업체가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이 분야마저 따라잡힐 수 있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위 교수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괄목한 만한 점유율을 달성했지만 일본 차를 넘어설 수 있는 품질 향상은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엔저 영향을 받자 현대차가 가진 주요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약회되면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 실장 삼성전자는 자체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휴대전화를 만드는 반면 애플은 하청을 준다. 업종 특성을 감안하면 큰 제조장을 가진 게 장점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삼성이 애플식으로 간다면 여론이 가만두지도 않을 것이다. 현대차는 이노베이션이 약해 일본 차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기술력 향상이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위기 대응을 잘하고 있나. -이 교수 삼성전자는 기술과 제품을 내놓고 업계 내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 시장을 빨리 형성하려는 대신 모든 것을 혼자 다 하려다 보니 시장을 만드는 속도가 느리다. 또 의사 결정 및 실행 속도, 군대식 문화, 근면성 등 추격자 전략을 구사할 때 쓰던 조직 문화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애플 등은 여러 개의 인수·합병(M&A) 중 1건만 성공해도 좋다며 ‘통 큰 투자’를 하지만 삼성에는 이런 유연성이 없다. -위 교수 한국과 일본 기업을 비교할 때 우리는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르고, 품질 시장점유율 등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문화도 있다. 단 리더가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다행이지만 지금처럼 외부 환경이 나쁘고 방향이 틀리면 대책이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방향을 잘못 잡고 “이 산이 아닌가 보다”라고 말하면 모두 실패하는 것이다. 지배자 1인에 의지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 실장 단기적으로 평가하자면 버티기 차원에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으나 5~10년 후 등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스럽다.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논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나왔지만 삼성과 현대뿐 아니라 업계 전반이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선진 기업들에 비해 M&A가 너무 적은데 1건의 대박을 위해 10건의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탄력성이 필요하다. →정부 역할은. -이 교수 신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발목 잡는 규제가 많다.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영화된 옛 공기업들을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포스코, KT 등에 정부가 입김을 행사해선 안 된다. -위 교수 일본의 엔저 정책이 너무 공격적이다. 정부가 개입해 줘야 한다. 영업이익이 20~30%씩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을 계속해 나가려면 조세 정책도 조정해야 한다. -이 실장 제품 주기는 짧아졌는데 정부로부터 각종 인허가를 받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경제살리기법 표류가 국회 선진화인가

    국회가 극심한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 각종 경제살리기 법안들이 다시 6월 국회로 이월될 참이다. 오늘 4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잡혔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관광진흥법 등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치고 있는 꼴이다. 이는 청년 구직난과 기업의 영업수익 악화 등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안건을 표결 대신 합의 처리하도록 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는 ‘갑(甲)질’이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 국회가 ‘합의의 덫’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표를 의식해 다수 국민보다는 이해집단의 눈치를 살피는 행태가 상례화되면서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연금 ‘개악’과 같은 기형적 결과를 도출하기는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리적인 절충은커녕 통과도 부결도 안 시키고 법안들을 무기한 표류시키기 일쑤다. 2012년 7월 상정된 서비스산업발전법이 1000일이 넘도록 낮잠을 자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학교 앞 정화구역에 유해 시설이 없는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과 의사의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도 먼지만 쌓이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부지하세월로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계속 처지고 있다. 우리가 의존하는 양대 시장 중 미국은 생산기지 유턴이 이어지며 제조업 일자리가 늘고 있고, 중국도 가격경쟁력과 기술 혁신으로 한국의 주력 산업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탈출구는 핵심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미래 먹거리를 찾거나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도 야권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의료법, 관광진흥법 등의 합의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서울에서 빈방을 구하지 못한 유커(중국 관광객)들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우리보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싱가포르가 고급 의료관광객을 싹쓸이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살리기법이 겉도는 원인으로 국회선진화법을 꼽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수결 원리를 부정한 이 법을 앞장서 만든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니다. 뒤늦은 위헌 제청으로 이런 자승자박이 풀릴지도 의문이다. 오늘 임기를 마치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제 상대를 케이오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 부분은 받아들여 타협하는 게 의회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런 맥락에서 새누리당은 여야 지도부의 합의대로 보건·의료 부문은 일단 빼고 서비스산업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했어야 했다. ‘의료 민영화’를 부른다는 야당의 반대 논거의 타당성은 추후 재개정 시 다시 따지더라도 말이다. 현행 헌법과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 국회가 작심하고 나서면 대통령이 임기 중 법안을 밀어붙일 여지는 거의 없다. 야권이 선거 때마나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심지어 독재 정권을 입에 올리지만 유권자들이 냉소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날치기 처리나 폭력을 막기 위해 선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 여든 야든 ‘의회 권력’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길을 찾는 게 급선무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 우리銀 1분기 순익 2908억… 적자 탈출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2908억원이라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중단사업 손익(민영화로 매각된 자회사·지방은행 관련 손익)을 제외할 경우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5%(680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의 순손실(1630억원) 충격에서도 벗어났다. 우리은행 측은 “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충당금 적립 부담 등이 발생했음에도 경상이익과 영업외 이익이 증가해 실적이 호전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화 대출금(172조 4390억원)이 전기 대비 5조 2000억원(3.0%)이나 증가한 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 수장들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올 1분기 경쟁이 치열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세(勢) 확장이 시선을 끈다. 다만,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1.45%로 전분기보다 0.06% 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 측은 “님이 떨어진 것은 기준금리 하락 등의 요인”이라면서 “앞으로 외형 확장과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 성공적인 민영화 작업의 기반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철화백자 ‘바보 용’ 항아리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철화백자 ‘바보 용’ 항아리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조선시대 철화백자 항아리와 청화백자 항아리 가운데는 중앙에서 파견된 화원(畵員)이 관요(官窯)에서 18세기에 그렸음 직한 당당한 모습의 용이나 봉황이 정교하게 그려진 작품이 있다.(⑤) 밑부분에 대좌에 해당하는 높은 굽이 있어서 더욱 우뚝한 모습의 청화백자는 궁궐에서 의례용으로 쓰기도 했던 항아리였을 것이다. 그런 항아리들에는 거의 반드시 용 두 분이나 봉황 두 분이 서로 앞서가서 표면을 회전한다. 그것은 큰 접시에 두 용이나 두 봉황을 회전시키는 그림과 맥락이 같다. 그저 권위적인 의미가 아니라 무릇 모든 도자기는 대우주의 생명력이 응축된 만병(滿甁)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용과 봉황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동시에 우주의 대생명력의 순환을 상징함도 알았다. 도자기 연구에서 최근 처음으로 시도하는 ‘만병론’(滿甁論)을 ‘월간 민화’에 연재하고 있다. 그런 권위적인 항아리를 보다가 19세기와 20세기 지방요(地方窯)에서 만든 둥근 항아리를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지방요에서 만든 항아리는 둥근 것이 많은데, 특히 용은 아마추어가 그린 듯한 ‘지지리도 못 그린 예’가 많다.(③, ④) 사람들은 그런 산만한 용 그림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는다. 그리고 익살스럽다고 흔히 말하며, 그리다 만 미완성이라고 심지어 비웃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완전한 용이 탄생하기 직전, 역동적인 혼돈의 세계다. 못 그려서가 아니고 의도적이다. 어떤 용은 얼굴이 길쭉하고 눈은 있는 듯 없는 듯, 바보 같은 민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인데 특히 철화백자 항아리에 많다. 웃을 일이 아니어서 그런 마음을 멈추고 엄숙한 기분이 된다. 호림박물관 소장 철화백자 ‘용 영기화생문 항아리’에는 앞뒤가 같아서 양측에 몸은 있는데 앞뒤에는 얼굴이 없고 얼굴 대신에 구름 모양만이 있는 것도 있다.(⑥) 측면을 보면 몸이 있는데 용이 네 분인지 두 분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이 항아리는 형태도 좌우대칭으로 양감이 있고 흰색도 깨끗하고 그림 솜씨도 조심스럽지만 자유분방한 맛이 없어 관요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철화백자 항아리에서 용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우스꽝스러운 지방요 작품을 봤다.(①, ②) 어린이가 사람 모습을 그린 듯한 솜씨의 용의 모습, 얼굴과 다리와 꼬리도 없이 그저 길게 용의 몸만 있는 모습, 얼굴에 두 눈알만 있고 몸은 작달막한 모습 등 차마 웃지도 못할 조형에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 익살스러운 표현을 넘어선다. 그런데 문득 ‘아! 용이 영기화생하는 광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웃음이 사라지고 역시 엄숙해진다. 용이나 봉황 주변에 사람들이 구름이라고 부르는 것이 산재해 있는데, 구름이 아니고 모두 제1영기싹으로 이뤄진 영기문이어서 용의 영기화생이라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이 없고 그 자리에 영기문만 있는 것은 지금 ‘펑’ 하고 응축된 영기가 폭발하며 금방이라도 용의 얼굴이 나타날 듯하다. 그리고 미완성의 그림 같은 것은 장차 완성된 형태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 있으니 얼마나 고차원의 경이로운 조형인가. 그리고 어이없는 파격적인 작품의 그림들은 ‘용은 아주 작아질 수도 있고 아주 커질 수도 있으며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다’는 중국의 가장 오랜 자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주석을 그대로 따른 조형들이다. 특히 철화백자에서 보이는 바보 같은 용은 용의 영기화생 광경을 보여 주는 높은 차원의 그림이다. 화원의 용 그림보다 훨씬 더 용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되 자유분방하게 그리지 않았는가. 용은 누구도 본 적이 없다. 본질을 그리면 이렇게 되는가. 그러면 왜 하필이면 지방요에서 만들어진 백자에만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역동적인 용의 영기화생의 광경이 그려졌을까.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민족혼은 민중의 마음속에 왜곡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일까. 19세기와 20세기에 민중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던 수천년간 축적된 조형 의지가 폭발하는 중대한 현상을 모든 장르에서 볼 수 있다. 조선 초기에는 전국에 자기소와 도기소가 있어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자기를 토산공물로 진상(進上)했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관요의 건물은 그 비용과 작업감독은 지방관아에서 담당했으며, 중앙의 사옹원(司甕院)에서 파견되는 봉사(奉事)에 의해 관리됐다. ‘육전조례’에 따르면 정규적인 진상 사기가 주로 왕실에서 쓰는 일반 용기와 봉상시(奉常寺)의 제기 및 내의원(內醫院)의 제약용, 외국 사신의 접대에 필요한 사기로도 공급됐다. 15세기 후반에는 관어용(官御用) 사기를 위해 경기도 광주 일대에 관영 사기제조장으로 사옹원의 분원을 설치해 주로 백자 등을 제작했는데, 광주 분원은 1884년 민영화될 때까지 관요로서 제작 활동을 계속했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과격한 시리자 뒤엔 3인방 숨어 있었다

    과격한 시리자 뒤엔 3인방 숨어 있었다

    깔끔한 외모에 화려한 언변을 갖춘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가죽 점퍼 차림으로 투사 이미지가 강한 ‘섹시 가이’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그렉시트 논란 속에서 집권 시리자의 간판 스타다. 그러나 시리자의 본색을 알고 싶다면 이들 뒤에 숨겨진 3인방을 봐야 한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소개했다. 첫 인물은 파나요티스 라파차니스(위) 에너지환경장관이다.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30여년간 스탈린주의 공산당에서 활동했다. 미국과 유럽이 질색하는 ‘그렉시트에 이은 러시아와 합작’ 시나리오에 가장 적극적이다. 집권 직후 발전소, 항만시설 등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원칙론자로서 당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다음은 니코스 부치스(가운데) 내무장관이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풍채지만 거리의 투사 출신이다. 그가 추진하는 극좌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온정적 정책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극좌 테러리스트들을 수용하는 교도소를 폐쇄하고, 이들에게 좀 더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안 총책임자인 그는 “폭력은 싫지만 거리시위대가 있다는 점은 자랑스럽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인물이다. 마지막은 아리스티데스 발타스(아래) 교육문화장관이다. 스스로는 탁월한 수학자임에도 집권 직후 고등교육에서 수월성 원칙을 폐기했다. 아예 대입시험도 없애고 학부생들의 졸업 기한도 없애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를 아는 예전 교수 동료들은 “최종 목표는 아마 대학을 학생자치기구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학 부실로 그리스가 세계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한숨 섞인 우려가 커진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교보생명] 보험 빅3 중 오너경영 유일… ‘포스트 愼·미래 먹거리’ 찾기 과제

    [재계 인맥 대해부 (4)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교보생명] 보험 빅3 중 오너경영 유일… ‘포스트 愼·미래 먹거리’ 찾기 과제

    “우리에게 무슨 비전이 있나. 미래 먹을거리가 우리에겐 없다.” 지난해 신창재(62) 교보생명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우리은행 인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교보생명 이사회는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평소 조용한 리더십을 보이는 신 회장이지만 이처럼 우리은행 인수에 강한 관심을 보인 것은 그만큼 교보생명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불투명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교보생명의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일, 포스트 신창재를 찾아야 하는 일, 이 두 가지가 신 회장이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오너경영으로 움직이는 곳이 바로 교보생명이다. 업계 부동의 1위 삼성생명의 뒤에는 삼성그룹이, 2위 한화생명 뒤에는 한화그룹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오직 교보생명밖에 없기 때문에 든든한 울타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인식이다. 그룹의 가장 큰 부문인 생명보험 외에 교보증권, 교보문고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있지만 교보생명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다. 교보생명이 만들어졌을 당시와 달리 현재 수많은 보험사가 등장하고 저금리에 경기 불황마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보험업의 전망도 어두워진 상황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28일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지분 30%)을 위한 일반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교보생명 측은 “은행업에 무조건 진출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입찰 참가 결정은 이사회에 최종결정권이 있는데 이사회는 처음부터 가격이 적정해야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오너 경영 회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넘겨도 괜찮을지에 대한 우려가 금융당국에 있었고, 민영화가 흐지부지되면서 눈치를 본 교보생명이 인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현재 재무상태 자체로는 탄탄하고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문제는 앞으로 5~6년 후다. 위험도 없지만 성장의 기회도 좀처럼 찾기 어려운 데다 보험업 자체 전망은 밝지 않기 때문에 우리은행 인수로 그나마 비슷한 금융업종에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하려 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생보업계 가운데 유일한 오너 경영 체제인 교보생명에 시장이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는 후계구도다. 교보생명이 공식적으로 말하는 후계구도는 ‘미정’이다. 교보생명의 지분구조를 보면 신 회장 일가 가운데 신 회장이 33.78%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다음으로 사촌인 신인재 필링크 사장이 2.53%, 신 회장의 누나들인 신경애씨가 1.71%, 신영애씨가 1.4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의 아들인 장남 중하(34)씨와 차남 중현(32)씨의 지분은 하나도 없다. 다른 기업들의 오너 자녀들이 대학 졸업 후 일찌감치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쌓지만 신 회장의 아들들은 교보생명에 근무하지도 않는다. 평소 일과 사생활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신 회장이기에 아들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드러난 바는 없다. 다만 금융권에 따르면 중하씨와 중현씨 모두 미국 노트르담대를 졸업했고 중현씨는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회장도 보험사 경영과 관련 없는 의사로 재직하다 늦은 나이에 경영자로 변신한 만큼 현재 자녀들이 교보생명에 다니지 않고 있다고 해서 꼭 후계구도에서 멀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신 회장은 경영 능력을 검증받아야 진정한 경영자라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업계 가운데 보기 드물게 주인과 간판이 바뀐 일 없이 보험업 하나만을 파고든 교보생명이 저력이 있는 만큼 지금의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이 2000년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교수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때는 교보생명이 외환위기 이후 큰 시련을 맞은 때였다. 거래하던 대기업이 연쇄 도산하면서 2조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여파로 2000년 교보생명은 254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 2위를 유지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한화생명에 밀려났다. 외형을 넓히는 데만 신경 쓰고 내부는 제대로 돌보지 않은 후유증이었다. 신 회장은 취임 후 대대적인 경영 혁신에 착수했다. 외형경쟁을 중단시키고 영업조직을 정예화해 중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했고 보험사 본연의 모습을 찾아갔다. 그 결과 취임 14년이 지난 현재 350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은 6조 6000억원으로 18배가량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계열사 13개를 보유한 교보생명은 공기업 포함 자산규모 재계 47위다. 또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글로벌 우량보험사의 기준(200%)을 훌쩍 넘는 지난해 말 기준 271.3%를 기록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그리스 또 벼랑 끝… ‘채권단 트로이카’와 협상 시작부터 난항

    그리스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이른바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가 18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을 위한 실무 협상에 들어갔다. 이 실무 협상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그리스의 협상이 오는 24일로 잡혀 있는 만큼 이번 주가 그리스 사태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 실무진으로 구성된 ‘브뤼셀그룹’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70억 유로(약 8조 1874억원) 규모인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문제를 놓고 회의를 시작했다. 브뤼셀그룹은 그리스가 제출한 경제 구조개혁안을 평가해 24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분할금 지원을 본격 논의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개혁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 채권단은 2010년 5월부터 경제 구조 개혁을 대가로 그리스에 모두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며 72억 유로는 마지막 분할금에 해당한다. 그리스는 이달 말 연금 및 공무원 임금으로 17억 유로, 다음달 6일 IMF 채무 상환에 1억 8600만 유로를 쓰고 나면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5월 13일 IMF에 7억 4700만 유로를, 6월에는 16억 유로를 각각 갚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은 연금과 민영화, 노동 관계법,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4대 쟁점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아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 채권단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연금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그리스는 노동시장 보호, 기초연금 확대로 맞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합의한 협상 시한인 4월 말까지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지난 17일 협상과 관련해 “핵심 날짜는 없다”며 “24일에 합의안은 없을 것이지만 진전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초 제출한 개혁안에 유로그룹 회의의 평가가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리스가 분할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8일 IMF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그리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우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 확실하다”며 “지금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민변 “한·중 FTA 전면 재검토해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촉구했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 등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강자 이익을 보호하는 불균형 협상”이라며 “전면 재검토 과제 10개를 선정해 정부에 국민 의견으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산 식품 수입이 증가할 것임에도 협정문에는 중국산 식품에 대한 안전성 강화 방안이 없고 중국 현지 식품공장에 대한 검역권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은 대기오염방치법(防治法) 시행 후 14년간 한 차례도 집행한 사례가 없다”며 “상대국이 환경법을 제대로 집행하도록 보장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민변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삭제 ▲철도 민영화 조항 삭제 ▲개성공단 조항 실질화 ▲보석류 등 중소기업 제품 불균형 관세 철폐 ▲중국의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 반영 ▲담배 및 전자담배 FTA 대상 제외도 과제로 제시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사설] 여야 말로만 경제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최근의 내수 시장은 ‘불타는 땅’과 ‘얼어붙은 지갑’ 두 가지로 정리된다. 부동산 시장은 초(超)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살아나는 모습이다. 주택 거래가 2006년 이후 근 10년 만에 가장 활발한 모습이고, 덩달아 집값도 완만하게나마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는 여전히 겨울잠을 깨지 못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의 매출 감소가 바닥을 모른 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 덕분에 백화점들이 문을 닫지 않는다는 말이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상황이다. 지난해 각 가정에 쟁여 있는 돈이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인 91조 7000억원에 이른다니 지금 소비자들이 얼마나 지갑을 닫아 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관건은 부동산 시장의 온기가 실물경제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과거엔 집값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뚜렷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없는 데다 베이비부머의 노후 불안과 청년세대의 취업난 같은 구조적 침체 요인이 여전히 소비심리를 붙들어 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지금이 기회이자 위기인 것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 활성화 정책자금 15조원 중 10조원을 상반기에 풀기로 하는 등 파상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일자리 확대를 위한 산업구조 재편 등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또다시 주저앉고 말 공산이 크다. 자칫 지금의 부동산 시장 회복이 외려 가계부채 증가와 하우스푸어 확대, 이에 따른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구조적 경기회복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정책 차원을 넘어 입법 차원의 처방이 필요하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만 해도 서비스산업 현대화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35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법안이다. 그런데도 의료 민영화 논란에 발이 묶여 3년 넘도록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 보건의료 관련 내용을 빼고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건만 4·29 재보선에 정신이 팔린 여야는 그 어떤 논의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새줌마’니 ‘국민지갑 지킴이’니 하는 입에 발린 구호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 2월 국회도 모자라 4월 국회마저 허송해도 될 만큼 경제가 한가하지 않다. 여야는 즉각 경제법안 처리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 [뉴스 플러스] 우리카드 男배구단 다시 운영키로

    남자프로배구단에서 손을 떼기로 했던 우리카드가 사흘 만에 다시 구단을 운영하기로 해 7구단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3일 “우리카드가 임의 탈퇴를 철회하기로 전격 결정했다”고 전했다. 우리카드는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추진 과정에 배구단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배구팬들의 사랑과 지난 두 시즌 보여준 선수들의 헌신에 부응하고자 임의 탈퇴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경제] 개혁안 퇴짜 맞은 그리스… 디폴트 벼랑끝 ‘현금 만들기’ 안간힘

    [글로벌 경제] 개혁안 퇴짜 맞은 그리스… 디폴트 벼랑끝 ‘현금 만들기’ 안간힘

    그리스의 돈줄이 말라 가고 있다.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에 대해 2400억 유로(약 28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4개월 동안 연장해 주는 데 합의했지만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의 내용이 미흡하다며 분할 지원금(70억 유로)의 지급을 미루는 바람에 현금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준 그리스 정부가 우선 필요한 급전 규모는 21억 5000만 유로다. 3월 말 지급해야 할 공무원 급여와 연금 17억 유로를 포함해 오는 9일 상환해야 할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이자 4억 5000만 유로 등이다. 4월 중순에는 24억 유로의 단기부채에 대한 만기도 돌아올 예정이어서 그리스가 ‘디폴트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27일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채권단에 세제개편 등을 통해 재정 수입을 30억 유로 늘리는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노동법 개혁안과 연금법이 미흡하다며 퇴짜를 맞았다. 다급해진 그리스 정부는 30일 새로운 내용으로 보강한 경제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그리스 정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추가 자금이 수혈되지 않으면 오는 20일 전후로 그리스 정부의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며 “그리스가 공공기관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자금을 충당하고 있지만 몇 주만 지속 가능하다”고 밝혔다. RP 거래는 국가 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현금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스테파노스 마노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채무상환일이) 임박했지만 우리는 상환할 능력이 없다”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그리스 정부가 여론의 흐름과 채권단의 요구를 동시에 맞추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이 재발하고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가계가 올해 1~2월에만 204억 유로를 찾아가는 바람에 그리스 은행 예금잔고는 10년래 최저치인 1405억 유로로 감소했다. 긴축 반대파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우려로 뱅크런이 발생한 2012년 5~6월 은행권을 빠져나간 159억 유로를 크게 웃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은행들에 그리스 단기국채를 사들이지 못하도록 막아 버린 탓에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투자 위험도가 매우 높은 ‘CCC’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그리스의 시장 접근성 부족과 국내 금융산업의 유동성 부족 등이 그리스의 자금 조달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2월 그리스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로 낮춘 데 이어 ‘부정적 관찰대상’ 지위를 부여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리스는 ‘현금 만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료재정과 공기업 현금까지 탈탈 털어 내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현금 확보를 위해 아테네 지하철공사, 수자원공사, 그리스 전력공사와 보건서비스청 등 공기업으로부터 6억 유로 이상을 모은 데 이어 지난달 초 보류한 1억 5000만 유로의 보건당국 예산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에 직원 급여 미지급금 5000만 유로도 넘겨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월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권 출범 이후 백지화했던 피레우스항의 민영화를 재추진하고 14개 지역 공항 운영 관리권도 매각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피레우스항의 운영뿐 아니라 선박 수리 시설, 철도 연결 시설, 크루즈 및 페리 부두 등을 패키지로 매각해 5억 유로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30일 의회에 나와 “채무 구조조정과 재정적자 한도 상향 조정이 없으면 빚을 갚을 수 없다”고 밝혀 그리스의 현금 고갈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비리와 부정부패의 어머니는 규제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비리와 부정부패의 어머니는 규제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2015년에 들어와 아직 채 석 달도 지나지 않았건만 왠지 비리 또는 부정부패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사는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대한민국의 관심을 모았던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와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논쟁들 또한 사실 공공기관에 만연된 비리와 부정부패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하였으니 역시 비리, 부정부패의 만연과 관련이 있다. 물론 당장은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장본인들을 찾아내어 처벌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김영란법 또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계속 있었던 이런 처벌이 앞으로 비리와 부정부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비리와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는가를 파악해서 발생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비리와 부정부패는 타인의 이익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면 발생하지 않을 현상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인이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대부분 이 사람이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 다른 이름으로는 규제에 그 원인이 있다.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어 논란이 일고 있는 학교 교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자신이 어렵게 얻은 지식을 제자에게 전수해 주는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우리의 부모들은 책을 떼면 떡을 해서 스승에게 바치는 등 오래된 미풍양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미풍양속이 비리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적어도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상급학교 진학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교사에게 준 것에 있다. 자식을 지도해 주는 교사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우리의 부모들인데 교사가 자식의 미래를 좌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지금의 입시 제도에서는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부에 의해 대학 진학의 성패가 크게 좌우된다. 성의 있게 써 주는가 아닌가에 따라 학생 본인의 실력에 관계없이 입시에 제출하는 서류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니 부모로서는 교사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학교로 옮기기도 어려우니 교사의 권한은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교사는 제자들을 위해 공정한 자세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교사가 많다 보면 그렇지 못한 교사들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교사들이 그러지 않더라도 마음이 다급해진 부모들이 옳지 못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결국 학교와 관련된 비리의 근본에는 적어도 일부는 상급 학교들의 선발권을 규제하고 학생부를 중시하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이 있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받기는 포스코 사태나 자원 개발 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군의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에 의한, 정부를 위한 사업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포스코의 경영진을 선출하는 과정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자원 개발 또한 짧은 임기를 가진 정치인들이나 자신의 돈을 투자하지 않는 공직자들이 맡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민간에게 맡겼다면 지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벌어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군사 장비는 민영화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국산 장비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거나 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식의 규제가 있다면 이런 것들도 모두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규제에 그 근원을 두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발생하면 오히려 그 규제가 더 강화되고 관련된 공직자들의 권한은 전보다 더 강화되는 현상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세월호 사건의 수습 과정에서 관련된 공직자들의 처벌보다는 오히려 관련된 공직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리와 부정부패의 유혹을 받게 되는 권력을 규제를 통해 강화시켜 놓고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작년 청와대는 규제 철폐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최근 들어서는 규제 철폐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도 없다. 비리와 부정부패를 거론하며 오히려 이를 유발하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다시 한 번 규제 철폐를 강력히 추진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 [3자회동 이후] 서비스산업 ‘보건 의료’ 포함 여부 최대 쟁점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에 대해서는 서비스산업의 분류에서 보건 의료를 제외하면 논의해서 처리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지난 17일 회동에서 이렇게 합의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새누리당에는 경제활성화법 가운데 처리 1순위 법안이지만 야당에는 저지 1순위 법안으로 꼽혀 왔다. 때문에 이번 합의로 꽉 막혀 있던 여야 입법 논의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합의 문구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도록 모호하게 작성되고, 여야도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법안 논의에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합의문을 보면) 보건 의료를 빼고 ‘합의 처리’한다로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의해서 처리할 수 있다’는 문구를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전날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보건 의료를 빼고라도 4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해서 그런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또 다른 경제활성화법인 의료법 개정안 2개를 ‘의료 민영화법’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와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그런 다음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에 ‘보건 의료’를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면 법안 처리에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올라! 쿠바 개방시대로] 美와 관계 정상화 이후 제2 혁명

    [올라! 쿠바 개방시대로] 美와 관계 정상화 이후 제2 혁명

    “택시 타시겠어요?” “우리 택시 타세요. 다양한 종류의 택시 중 고를 수 있어요.” 지난 12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국제공항에 내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현지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기자를 서로 택시에 태우려고 경쟁을 벌였다. 15년째 회사 택시 기사를 하고 있다는 한 쿠바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발표 이후 관광객이 꽤 늘어난 것 같긴 한데 아직 미국인들은 본격적으로 오지 않고 있다”며 “관광객이 늘면서 나처럼 회사 택시가 아니라 자영업 택시가 늘어나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50년 넘은 캐딜락 택시… 시내 곳곳서 관광객 잡기 아바나는 이른바 ‘택시의 천국’이었다. 특히 1950년대 생산된 캐딜락·크라이슬러 컨버터블 등 골동품 자동차가 다양한 색깔을 뽐내며 관광객을 태우고 거리를 질주했다. 미국의 금수 조치 후 자동차 수입이 제한되면서 오래된 자동차들이 부품을 겨우 구해 수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 부품은 한국 현대, 일본 미쓰비시 제품을 쓰고 있다. 기자가 머문 코파카바나 호텔 등 숙박시설과 식당, 바 등이 즐비한 거리는 저녁이 되니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호텔은 모두 국영이지만 민박집과 식당, 바 등은 상당수가 민영화돼 자영업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인근 환전소는 달러·유로 등을 외국인용 쿠바 화폐(CUC)로 바꾸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영 환전소는 모두 환율이 같았지만 몇몇 쿠바인들이 기자에게 다가와 ‘환전 골목’을 알려주며 우대 환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환전소 관계자는 “외국인용 CUC와 일반인용 화폐(CUP)를 통합하는 화폐 개혁 작업이 진행 중인데, CUC 대 CUP가 1 대 24로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최근 CUP 단위를 올린 큰 지폐가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성조기 옷 입은 종업원… 가게 벽엔 자유의 여신상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한 고급 식당은 피아노 연주와 함께 찰리 채플린 주연 무성 영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해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식당을 차렸다는 주인은 “자영업 허용으로 식당과 민박, 택시 등 관광객용 돈벌이가 이뤄지고 있지만 밀려드는 관광객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식당 옆 젊은이들로 가득 찬 바에는 어두운 조명 속에 미국 성조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종업원들과 자유의 여신상 벽화가 눈에 띄었다. 이튿날 찾은 아바나 혁명광장과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기념탑 인근에도 형형색색 택시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유럽에서 온 부부는 “쿠바 여행은 두 번째다. 미국과 수교하기 전 모습을 보고 싶어 다시 왔다”고 말했다. 센트로 아바나 지역에 위치한 옛 국회의사당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미 의회의사당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1929년 지어져 1959년 혁명 직전까지 의회로 쓰이다가 국립자연사박물관으로 바뀐 이 건물은 연내 의회 재입주를 목표로 개·보수가 한창이었다. 한·쿠바교류협회 정호현 쿠바지사 실장은 “옛 국회의사당 건물은 미 의회의사당 건물보다 조금 더 크게 지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건물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맞춰 되살아난 셈이다. 글 사진 아바나(쿠바)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정부·野 연금안 제시해 5월 초 처리”

    “정부·野 연금안 제시해 5월 초 처리”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7일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부와 야당이 각각 개혁안을 제시해 5월 초까지 합의, 처리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김·문 대표는 또 소득구간별 연말정산 세 부담 완화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 의료 부문을 제외해 추진하는 데 공감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주요 국정 현안의 각론에서는 상호 이견을 드러내 세부 해법 마련에 난항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과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1시간 50분 동안 열린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문 대표 3자 회동을 브리핑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향후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추가 회동에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원칙에 동의하고 정부안과 야당안을 각각 추가로 제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의 기존 시한(5월 2일) 내 처리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합의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대타협기구에서의 합의와 공무원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연말정산 보완책 마련에 뜻을 모았다. 문 대표는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 증가가 없고, 5500만원부터 7000만원까지는 2만~3만원밖에 늘지 않는다고 한 약속을 지켜 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원래 취지대로 5500만원 이하 소득 근로자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준비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의료 민영화와 관련해 공방이 지속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의 분류에서 보건 의료를 제외하고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표는 남북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임기 중에 성과를 내려면 올해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며 “야당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는 청와대에서 이병기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여야에선 박 대변인과 김 수석대변인이 각각 배석했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이 비서실장과 2시간 동안 발표 내용을 조율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文 모두발언서 “소득 주도 성장 이뤄야” 朴 “일자리 창출로 소득 늘어야” 선 긋기

    3자 회동에서 청와대·여당과 야당은 경제활성화 및 최저임금, 가계부채, 전·월세 대책 등 해법을 놓고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많이 입법했다”면서 “경제살리기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선 “정치권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동향 선후배 두 분이 잘해 주리라고 믿는다”며 양당 대표를 격려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정부도 안을 내놓고 공무원단체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안을 제시해서 대타협기구의 틀 안에서 함께 논의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세부적인 경제활성화 접근법에선 각자 이견이 표출됐다. 문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박 대통령은 “기본적인 정책엔 동의를 하지만 과도한 재정지출과 기업 위축이 우려되므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고 선을 그으며 “소득이 늘면 소비, 일자리가 느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 민영화를 불러올 수 있는 보건 의료 부문은 절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서라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당부한 만큼 여야가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야당과 청와대·여당이 원칙론만 같이했을 뿐 간극이 컸다. 문 대표는 두 자릿수 인상을 주장한 반면, 박 대통령은 “생활임금의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최저임금과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공공·민간 사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최저임금 지속 인상 입장을 고수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유보했다. 문 대표가 요구한 전·월세 대책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전세 공급이 줄고 월세 가격이 올라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국회 차원의 서민주거복지 논의를 주문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과거에도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때 해당 시기에 전세가가 12%대로 폭등했다”며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결국 공급을 늘리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문 대표는 “올해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야당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했는데 북한이 소극적으로 나와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공개하며 “이산가족 문제 등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하고도 기회가 되면 만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범수기자 bulse@seoul.co.kr
  • “초원의 들소처럼 금융 개혁 하겠다”

    “초원의 들소처럼 금융 개혁 하겠다”

    “아프리카들소인 누는 건기가 되면 새로운 초원을 찾아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수백 킬로미터 이상의 대이동을 감행합니다. 길목에서 사자와 악어들로 인해 많은 희생을 치르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에 떠나야만 합니다.”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취임식을 하고 아프리카들소 누의 비유를 들어 금융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우선 금융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금리와 고령화,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 등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데도 금융이 시대의 요구에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획일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 개혁 차원에서 자율책임문화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위해 금융 당국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검사·제재 관행을 쇄신하고 개인 제재를 기관·금전 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며 비공식적 구두 지시를 공식화·명문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문견이정’(聞見而定·현장에 가서 직접 듣고 본 이후 싸울 방책을 정한다)을 인용하며 “매주 현장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가계부채를 신임 금융위원장의 첫 과제로 꼽는 이가 적잖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느는 속도가 심상치 않고 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라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금융위가 미시적인 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은행 매각 역시 임 위원장이 풀어야 할 당면 현안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용두사미로 그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감독 체계 개편 등을 확실히 마무리해 동력을 잃은 금융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핀테크 관련 과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핀테크 산업의 방향을 금융 당국이 제시해 시장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민영화의 득과 실] 朴정부 청사진 제시 못해 ‘시계’ 멈춰… “경쟁체제 도입 재도약을”

    [재계 인맥 대해부 (3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민영화의 득과 실] 朴정부 청사진 제시 못해 ‘시계’ 멈춰… “경쟁체제 도입 재도약을”

    공기업 민영화 시계가 멈췄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정권 출범 때부터 국정과제를 비롯해 어느 어젠다에도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공공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방향에 공기업 민영화는 빠졌다. 시계는 오히려 6년 전으로 되돌려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7개 기관에 대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당시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하고 산업은행을 민영화시켰던 정부는 현 정권 들어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묶어 통합산업은행으로 재합병해 올해부터 공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오락가락한 대표적인 사례다. 15일 전문가들은 “민영화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굉장히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지금, 민영화 논의는 진행이 어려울 것이며 현 상황에서는 공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기능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편의를 도모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2008년 당시 정부는 세계 각국이 민영화를 포함한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국가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할 공간을 확대해 활력 있는 시장경제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2002년 KT 민영화를 언급하며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과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절감으로 국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경영 효율성을 높여 정부의 재정 지원을 10% 줄이면 연간 2조원의 국민 세금이 절약된다는 논리였다. 2009년까지 총 6차례 발표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서 정부는 민영화, 통폐합, 기능 조정, 경영 효율화를 외쳤다. 그 결과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안산도시개발 등 일부가 민영화됐고 지역난방공사도 상장을 통해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2013년 정권이 바뀌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포함한 민영화 논의는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민영화보다 부실 공기업을 개선해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관장하는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간에 민영화 논의 자체가 없다”면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 민영화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상장에 대해서도 “올해는 어려울 것이며 지금은 정해진 방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때 인천국제공항공사 논의가 국회의 반대 등으로 두 차례 무산되면서 현 정권 초기에 민영화에 대한 찬반 논의가 격렬하게 일었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 인수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에서도 공기업 민영화는 사라졌다. 그저 위탁판매업과 같은 비핵심 기능을 민간이 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전언이다. 학계 등의 민간위원 11명이 함께 참여하는 공운위 내 민영화 논의도 잦아들었다. 기재부 측은 “민영화는 해당 공기업의 주무 부처 의견이 중요한데 현 정부에서는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공을 넘겼다. 상당수 자원 및 에너지공기업 등 40개 공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기업을 시장에 맡길 때 효과 여부를 따져보는데 현재로서는 공공의 필요성이 더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공기업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공기업 경영 등을 해결할 최후의 방법이 민영화는 아니며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진행 중이던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를 중단한 상태다. 부실 경영으로 6차례나 매각이 유찰된 한국건설관리공사의 민영화는 지난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은 “민영화는 정치적 영역과 연결된다”면서 “정권 공약 사항에 민영화를 제시해서는 표를 얻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영화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민영화 추진의 최적기가 정권 초기인데 현 정부가 당시 청사진을 명확히 내놓지 않아 지지부진하다”면서 “이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어 향후 총선, 대선이 있다 보니 표심을 따지느라 민영화를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영화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 정부가 분명한 정책 기조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력산업 민영화 등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정권을 이어서 추진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인데 임기 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정책 어젠다로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영화를 하게 되면 정부가 통제해 온 요금이 가격 현실화를 위해 급상승하거나 그 이익이 특정 대기업의 독점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민영화 방식을 통한 정부의 독점 이익이 지금 구조에서는 대기업의 독점 이익으로 전환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거대 공기업을 받아줄 곳이 재벌 등 특정 대기업에 국한되다 보니 에너지공기업 등은 특혜 시비에 말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민영화는 상당한 국민적 신뢰를 받는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데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진 지금은 공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민영화보다 경쟁 도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포스코(옛 포항제철), 2002년 KT(옛 한국전기통신공사)와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 등 민영화된 대표적인 3대 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기업정책팀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시장에 경쟁 기업이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민영화 이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 포스코, 민간 통신사 간 대결 속에 SKT와 양자구도로 점유율을 높여 가는 KT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꼽았다. 단순히 오너 소유권이 공적에서 사적으로 옮겨 가는 것 외에 시장에서 경쟁 구도에 놓여야만 성공적인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곽 교수는 3대 민영화 기업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해 효율적인 경영 운용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적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회장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외압에 흔들리고 경영권 승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등 책임 있는 기업 경영이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요금 정책이나 서비스가 시장화되면서 기존 KT가 맡고 있던 통신망에 대한 저렴한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서비스 면에서 후퇴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포스코와 KT가 5년간 계열사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부당 지원을 한 정황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상장된 8개사를 포함해 304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공기업 수가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업별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는 온도차가 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민영화 이슈가 터져 나왔던 우정사업본부는 대부분이 민간에서도 하고 있는 적자투성이인 우편·물류 시스템에 대해 민영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시각이 대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에너지공기업에 대해서는 론스타와 같은 외국 투기 자본을 비롯해 민간 독점 기업의 폐해, 요금 상승, 자원 구매 교섭력(규모의 경제 미실현) 약화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 내부 경쟁 탈피 등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당장 민영화가 어렵다면 공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코레일이 자회사로부터 경쟁을 이끌어 내려는 것처럼 공기업이 혼자 하는 일을 민간 기업과 경쟁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만 독점권을 줄 게 아니라 최저보조금입찰제를 도입해 민간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경우 기존과 같은 자원 직접 수주보다 공기업의 높은 신인도를 활용해 민간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중간 매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KT&G] 격변기 민영화 정착 공신… 글로벌 시장 개척의 주역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KT&G] 격변기 민영화 정착 공신… 글로벌 시장 개척의 주역

    KT&G가 민영화 시기부터 전통적으로 내부 출신이 승진해 사장직에 오르는 만큼 주요 임원들의 면모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 모두가 공기업 시절 입사해 민영화가 된 다음 임원 자리에 올라 KT&G의 격변기를 겪어 왔고 현재 KT&G의 중심이 돼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기두(58) 수석부사장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77년 전매청에 입사해 영업국장, 마케팅국장, 마케팅본부장, 영주공장장 등을 두루 역임한 마케팅 전문가다. 백복인(50) 부사장(생산R&D 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영남대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한국담배인삼공사 시절 입사했다. 글로벌본부 터키법인장, 마케팅본부 마케팅실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맡아 왔다. 방경만(44) 글로벌본부장은 KT&G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울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영업본부 마케팅국 브랜드매니저, 글로벌본부 해외사업실, 비서실장, 마케팅본부 브랜드실장 등을 거쳤다. KGC인삼공사 대표이사 사장인 김준기(58) 사장은 경기 출신으로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82년 전매청에 입사해 마케팅본부 마케팅국장, 제주본부장, 경기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영업전문가다. 2014년부터 KGC인삼공사 사장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KT&G] 가장 성공한 민영화 기업 평가 … 공격 경영으로 해외시장 장악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KT&G] 가장 성공한 민영화 기업 평가 … 공격 경영으로 해외시장 장악

    KT&G를 말할 때 ‘가장 성공한 민영화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02년 말 공기업인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한 기업인 KT&G는 민영화 이후 적극적인 기업 인수로 기존의 담배, 인삼을 넘어 제약과 화장품, 부동산업까지 다양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력 사업인 담배와 홍삼은 해외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공기업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민영화 이후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했기에 이뤄 낸 성과인 셈이다. KT&G의 모태는 1899년 대한제국 궁내성 내장원 삼정과다. 이후 1948년 재무부 전매국, 1952년 전매청으로 개편됐고 1987년 한국전매공사가 창립됐다. 이때까지 국내 담배시장에서 제조·판매 독점권을 행사했다. 담배시장이 개방된 이듬해인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바뀌었다. 공사는 1997년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의해 상법상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KT&G의 민영화 작업은 1993년 10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공기업 경영쇄신 방안 수립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1998년 7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KT&G의 민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어 1999년 KGC인삼공사가 자회사로 만들어졌다. 같은 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한국거래소에 상장했고 2001년 7월 담배사업법이 개정, 시행됐다. 잎담배 전량수매제도와 담배제조독점권은 폐지되고 제조 허가제가 도입됐다. 이어 해외증권 발행과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02년 12월 임시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사명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꾸면서 법률상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전환했다. 기업명인 KT&G는 한국담배인삼공사(Korea Tabacco&Ginseng)의 약자라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내일과 세계’(Korea Tomorrow&Global)라는 의미다.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는 ‘공사’라는 이름 때문에 공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민영화 이전 한국담배인삼공사가 1999년 인삼사업부를 분리해 세운 100% 자회사다. 여전히 공사라는 이름이 붙는 것에 대해 인삼공사는 “홍삼의 해외 수출 부분이 큰데 회사 이름이 바뀌게 되면 정통 고려삼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어 이름만 공사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화 이후 KT&G의 성과는 꽤 눈부시다. KT&G의 매출액은 2002년 2조 306억원에서 2014년 4조 1129억원으로 102.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863억원에서 1조 1719억원으로 99.9% 뛰었다. KT&G의 시가총액은 민영화 이전 3조원에서 현재 약 11조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KT&G의 성장에는 공격적인 기업 인수가 한몫했다. 2004년 영진약품공업을 사들인 데 이어 2011년 소망화장품을 인수해 제약 및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 기업인 트리삭티사(社)도 인수했다. 성과를 내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2010년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지자 노동조합은 임직원의 10%가량을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임직원 수는 공사 창립 당시인 1987년 1만 3082명에서 민영화 당시인 2002년 4768명, 2014년 현재 4077명으로 크게 줄었다. 민간기업식 경영전략은 담배 제품 제조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대기업에서 적용하던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했다. 필립모리스 하면 말버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하면 던힐 같은 유명 담배가 떠오르는 반면 과거 KT&G만의 뚜렷한 브랜드가 없어 나온 대책이었다. 브랜드 매니저를 도입해 각 담배의 브랜드 고유 특성을 살리고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 에쎄와 보헴 같은 KT&G만의 브랜드가 구축될 수 있었다. 또 2000년에 출시된 담배 ‘타임’을 시작으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했다. 덕분에 국내 시장점유율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77.3%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은 2008년 66.1%, 2009년 62.3%로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브랜드 구축 작업과 R&D 과정을 거치면서 2011년 59.6%, 2012년 62%, 2013년 61.7%, 2014년 62.3%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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