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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런 버핏·조니 뎁, 그리스 섬 주인 됐다

    워런 버핏·조니 뎁, 그리스 섬 주인 됐다

    재정 위기를 겪는 그리스의 섬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진정한’ 세계 큰손들이 이를 사들이고 있다. 대대로 상속되는 가문의 섬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매매가는 재정 위기 이전보다 30% 정도 싸졌다. 세계적인 부호 워런 버핏(왼쪽)과 영화배우 조니 뎁(오른쪽)이 그리스 섬의 주인이 됐다고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와 중국 신화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버핏은 지난 16일 이탈리아 백만장자 알레산드로 프로토와 함께 1500만 유로(약 187억원)에 그리스의 섬 ‘아기오스 토마스’를 사들였다. 아테네에서 모터보트로 45분 떨어진 이 섬은 1.5㎢(약 40만평)의 무인도다. 두 사람은 이 섬에서 부동산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676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버핏은 이전부터 그리스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 프로토테마는 그리스가 이행할 개혁안 가운데 하나로 국유자산을 팔아 500억 유로 펀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3000여개의 무인도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돼 앞으로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민간 소유의 섬은 40여개로 추정된다. 프로토테마 측은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의 지원이 확정된 지금이 그리스에 투자해야 할 적기”라고 말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유명한 뎁은 에게해의 작은 섬 스트론질로를 420만 유로에 사들였다. 뎁 외에 할리우스 스타 가운데 그리스 섬에 관심이 있는 인사로는 브래드 피트와 앤절리나 졸리 부부가 있다. 이들은 올여름 이오니아해에 있는 가이아 섬을 살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 재벌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의 딸이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 오나시스의 외손녀 아티나 루셀 오나시스에게서 스코르피오스를 1억 58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 섬은 재클린 케네디와 오나시스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스코르피오스 주위의 작은 섬들을 카타르 왕가에서도 사들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베일에 싸인 재벌 3~4세… 그들끼리의 이너서클 있었다

    베일에 싸인 재벌 3~4세… 그들끼리의 이너서클 있었다

    재계에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서울신문의 대기획 ‘재계 인맥 대해부’가 2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서울신문 산업부는 지난해 9월 30일부터 10개월간 매주 두 번꼴로 기사를 게재해 모두 73회에 걸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62개 그룹과 500여개 기업의 인맥을 집중 조명했다. 지면 사정상 미처 담지 못했던 재벌가의 뒷이야기와 취재 기자들의 지난했던 취재기를 공개한다. -이종락 산업부장(이하 이) 2005년과 2006년에도 서울신문이 재계 혼맥과 가맥에 대해 분석했지만 10년이 지나서는 대한민국 기업들도 많은 변화상을 겪은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났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들의 대약진이 눈에 띄었다. 시가총액에서 대기업을 압도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공기업이었던 포스코, KT, KT&G 등도 민영화 이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존 대기업들도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야 할 만큼 몸집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재계 인맥을 취재한 기자들의 소회가 남다를 텐데 미처 지면에 담지 못했던 얘기들을 이 자리를 빌려 기록으로 남겼으면 한다. -강주리 기자(이하 강) 최근 10년 사이 급성장해 처음으로 재계 인맥에 포함된 기업을 취재하는 부분은 정말 쉽지 않았다. A회사의 경우 회장의 젊은 시절과 가족사, 인맥들을 확인하기 위해 2박 3일간 지역에 머물며 학교 동문회와 문중까지 훑는 등 다방면으로 접촉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회장과 만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번번이 행사를 이유로 기피하는 등 오너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업체에 대한 기대를 접고 회장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을 법한 업체들을 만나 하나씩 하나씩 퍼즐을 맞췄다. 대학교와 고등학교 총동문회를 찾아가 동창들을 찾아내 협조를 구했으며 기자와 같은 종씨인 문중을 찾아가 내 가족사까지 소상하게 얘기해주며 오너 일가의 정보를 수집했다. -명희진 기자(이하 명) 구글 등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온라인을 샅샅이 뒤졌다. 연관인들에게 ‘전화 마와리’(전화 돌리기)는 물론, 직접 찾아가 정보를 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하림 등 기업 오너와 직접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취재를 하다 보면 가족사를 숨길 수밖에 없는 사연이 줄줄 터져 나왔다. 실제 기사를 쓰지 않은 정보가 더 많다. -유영규 기자(이하 유) 힘든 기억이 대부분이다. 특히 재벌 3~4세의 일상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싫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도 있지만, 일반 서민들과 삶의 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출입 기자도 마찬가지다. 2~3년을 출입해도 정작 오너 일가와 제대로 말 한번 나눠볼 자리를 갖기 어렵다. 그들끼리는 하나의 이너서클을 유지하며 소통한다. 공통점도 많다. 소위 한국의 부촌이라고 불리는 동네에 몰려 살다 보니 학군이 겹쳐 학교 선후배 사이가 적지않다. 경복초, 경기초, 영훈초, 개성초교 등이 대표적이다. 중·고교도 청운중에 휘문고, 경기고 출신들이 부지 기수다. 물론 여기를 졸업하면 미국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해외 유학길에 오른다. -김진아 기자(이하 김) 재계 인맥은 기업의 사보를 만드는 기획이 아니다. 기업의 성장 배경과 성장사에 대해 알아야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올해 해방둥이 기업으로 꼽히는 크라운·해태제과그룹과 SPC그룹 재계 인맥 편에서는 기업의 성장 배경이 곧 우리나라의 먹을거리 변천사를 돌아보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 측에서는 단순 홍보용 기업 사회공헌활동 자료를 준다던가 며칠 전에 냈던 보도자료를 참고하라며 던져 준 적도 많았다. 덕분에 기자 본인의 취재능력을 시험하는 기회가 됐다. 취재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동원해 2개 면을 채웠고 기사가 나가고 난 다음 그제야 기사를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기도 했다. 사실 관계가 틀려 고쳐달라는 요청보다는 아예 내용을 빼달라는 내용이 많았었다. -주현진 차장(이하 주) 서울신문의 재계 인맥 시리즈는 200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취재 요청을 받은 기업의 경우 협조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예전과 똑같다. 더욱이 과거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엄격해져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았고 민감한 사생활은 사실이라 할지라도 공개하기가 더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대신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개는 되어 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모아 분석해 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젊은 오너들은 과거와 달리 스스럼없이 언론 취재에 응하거나 홍보팀을 통해 충실히 자료를 제공해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자신감이 읽혔다. -박재홍 기자(이하 박) 뒤늦게 취재에 합류해 상대적으로 편하게 취재했다. 기존에 진행해 왔던 시리즈를 봐 온 기업들에서 시리즈의 중요성을 알고 상대적으로 자료를 잘 준비해 줬기 때문이다. 특히 D그룹의 경우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정리된 상황에서 보도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그룹의 문제도 있지만 현재 어려움에 빠져 있는 기업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더 쓸 경우 해당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역시 사기가 저하될 수 있어 이 점을 감안했다. -이 오너가도 1~2세에서 3~4세로 경영권 승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땅콩회항’ 등 후세들의 눈살 찌푸리는 일탈행위가 벌어져 세간의 지탄을 받았다. -유 대한항공 3남매처럼 튀는 일부를 제외하고 3세들의 사내의 평은 한결같이 좋다. 겸손하고 인사성 바르며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소탈하다는 것이다. 업무 장악력이나 기획력도 뛰어나다는 평도 나온다. 어릴 때부터 엄한 재벌가에서 경영 수업을 받다 보니 인성도 자질도 뛰어난 인재가 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이 같은 평판은 회사 홍보팀 등 사내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과장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통제사회인 북한의 영도자들처럼 자본주의에서도 우상화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명 한국사회에서 재벌가 후손들은 저마다 로열패밀리를 구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재벌가 가족=공인’이라는 등식은 없다. 단 가족들이 회사 지분을 나눠 가지고 등기에 오르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고 본다. 소리 소문 없이 돌잡이 아이에게 회사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일부 기업의 현실인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이 이러한 지분 구조에 대해 낱낱이 들여다보고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벌가 역시 소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김 처음에는 기자 본인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회장의 부모가 누구고 또 그 회장은 누구와 결혼하고 자녀를 뒀는지 시시콜콜 밝혀야 할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회장의 사생활이 결코 회사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 이는 혼맥 등으로 이뤄진 기존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신생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회장의 친·인척이 해당 기업에서 일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들도 많았다. 사생활이라 밝힐 수 없다던 회장의 부인과 자녀가 알고 보니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 후계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들도 있었다. 이는 기업이 특정 1인의 소유이고 이를 대물림하는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일이었다. -강 맞다. 왜 오너 일가들을 취재하느냐고 묻는다. 취재한 기업 중에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 속에 직간접적으로 비호를 받거나 혜택을 받아 성장한 기업들이 권세와 재물을 대물림하는 가업 구조가 많다. 기사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내 자식과 그 자식에게 재물을 넘겨주기 위해 부정 비리를 저지르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오너 일가의 횡령 배임 등은 회사의 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평범하게 법질서를 준수하고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끼친다. 오너 일가의 가족사를 아는 것은 특수한 우리나라의 재계 구조상 해당 기업의 장래성과 투명하게 경영하는 평가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고 나아가 건전한 재계를 형성하는 데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유 미국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경영권 세습을 빗대 “2020년 올림픽 대표팀을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식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북한의 권력세습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자식들이 거대 기업을 승계하는 일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비판적이다. 미국은 재벌 3세의 경영권 세습이 실패한 모델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굳어졌고, 일본은 재벌이라는 단어가 많이 희석화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은 재벌 3세의 기업 승계가 현재진행형이다. 실제 한국의 30대 재벌 총수 중 희수 이상 고령인 사람은 11명에 달한다. -이 신흥 기업과 기존의 대기업의 취재 과정은 어떻게 달랐나. -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서울반도체, 휠라코리아, 골프존, 미래에셋 등 신생 기업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업이 생겨난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그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주요 그룹 리스트는 10년 전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다. 이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새로 진입한 곳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강 신흥기업은 기존 대기업보다 오너 일가에 대한 접근이 훨씬 어려웠다. 오너를 중심으로 한 결속은 더욱 강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과민한 느낌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의 일종으로 보이기도 하고 자신감 부족이거나 뒤가 구린 뭔가를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 태세로 보인다. 신흥 기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더이상 비밀·폐쇄경영으로는 안 된다. 일가 경영에 대한 비판이 있다면 수용할 건 과감히 수용하고 더 큰 그릇의 기업이 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거나 철저한 인재등용 시스템을 통해 기업의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김 공통점도 적지 않았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되기까지 오너가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었고 어려운 상황에서 굴하지 않고 도전해 기업을 지금의 모습으로 키워왔다는 점이 바로 그렇다.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도 자신의 투자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연봉의 임원 자리에 만족했더라면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은 없었을 것이다. 카리스마적인 1인의 도전정신에 따라 만들어진 기업이고 나름의 창업정신이 남아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존 대기업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볼 수 있는 가족기업의 형태로 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앞으로 한 단계 더 뛰어 굴지의 대기업이 될지, 또 다른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갈림길에 선 신생 기업들이 많다. 창업주 1인이 회사 지분을 완벽하게 독점하거나 어린 자녀까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과연 지금의 흐름이 맞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 인상 깊었던 취재 경험들을 털어놓자면. -주 취재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진다. 그 회사의 투명성과 자신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2006년 애경의 장영신 회장과 채동석 그룹 부회장을 만난 뒤에는 애경 제품만 쓰고 싶었다. 서울우유 송용헌 대표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경영 소신과 회사의 비전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우유가 몸에 나쁘다는 말이 있다’는 껄끄러운 질문에도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으면 해롭다”며 차분하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마저 느낄 수 있었다. -유 10년후 재계 인맥 시리즈를 다시 정리할 때는 한국 재벌을 이해하기 위해 오너 직계들의 가계도를 빼곡히 그리는 일이 사라졌으면 한다. 시대가 변했다. 이제 한국의 재벌기업은 주주 회사로 덩치가 워낙 커져 3세가 경영을 승계하더라도 1·2 세대와 같은 제왕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승계 과정에 보다 분명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선진국 같은 전문 경영인 체계가 보다 넓고 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기업과 나라가 모두 상생하는 길이다. -김 재계 인맥 시리즈가 시작되기 두 달여 전인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 동안 단 하루도 초조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맡은 기업의 수가 많아 2~3개의 기업 취재를 동시에 했던 탓도 있었고 나오지 않은 내용을 취재하고 정확하게 다뤄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부담감에 비례해 좋은 기사가 나와 많은 독자가 공감해줘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하고 기업 관계자들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국내 지주사는 연합체에 불과 관련법 바꿔야”

    “한국식 지주회사는 문제가 많아요. 지주회사법을 바꿔야 합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금융 당국과 국내 지주사를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 17일 출입기자단과 북한산 산행을 한 뒤 만찬 자리에서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법은 2001년 4월 최초의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탄생하면서 만들어졌다. 금융지주회사법의 당초 도입 취지는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이종 금융업 간 시너지 확대를 꾀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KB사태’에서 보듯 회장과 행장 간 충돌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며 ‘무용론’에 직면하고 있다. ‘옥상옥’(屋上屋)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 회장은 “미국식 지주회사와 비교하면 국내 지주사는 지주사가 아니라 연합체에 불과하다”면서 “미국 씨티그룹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최고경영자(CEO·지주 회장)가 전체를 컨트롤한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와 계열사가 별도로 전산을 운용하고 인사도 따로 하는 한국식 시스템 아래에서는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 회장은 “지주사법은 우리금융지주를 설립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법의 토대였던)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11월 민영화 과정에서) 없어졌다”면서 “(시대 흐름 변화에 맞게) 지주회사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으로 제한한 행장 임기에 대해서도 하 회장은 “해외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보통 5년인데 국내 은행들은 연임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예금 이자 더 주고 대출 이자 깎아서 임기 안에 자산만 늘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국내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 수준으로 형편없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CEO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쟁해야 수익률과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데 국내 금융사 CEO들은 짧은 임기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일어나라 한국경제] 우리은행, 우량자산 늘려 강한 은행 발돋움

    [일어나라 한국경제] 우리은행, 우량자산 늘려 강한 은행 발돋움

    우리은행은 지난 연말 이광구 행장 취임 이후 ‘강한 은행 우리은행’을 모토로 경쟁력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 가치를 높여 올해를 민영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취지에서 ‘24·365’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민영화 ▲금융산업 혁신 선도 ▲글로벌시장 확대라는 3대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노력하자는 의미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우량자산 위주의 내실 성장을 꾀하고 있다. 우량 기업체 임직원이나 공무원 대출을 확대하고 기업고객 부문 대출은 담보 설정 등으로 위험도를 낮추고 계열사별 맞춤형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우량자산을 15조원씩 늘려 내년부터는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확대해 해외 수익 비중을 전체 6%에서 10%까지 높일 방침이다. 실적도 순항 중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에 2908억원의 연결 당기순익을 벌어들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금융 환경 변화에도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은 올해를 ‘스마트디지털 뱅크 원년의 해’로 삼았다. 지난 5월 시중은행 중 최초로 중금리 모바일 대출인 ‘위비뱅크’를 출시해 현재까지 3200건, 140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정기 조직개편에서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한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사업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우리銀 매각’ 임종룡 고심초사

    ‘우리銀 매각’ 임종룡 고심초사

    경영권도 보장할 수 없다. 투자 수익도 장담할 수 없다. ‘반찬’(매각 조건)이 부실하니 ‘손님’(매수자)도 뜸하다. 우리은행 민영화 4전5기의 현주소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마저 매각방식 등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이달 중 매각 안을 내놓겠다”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14일 금융위와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공자위 전체회의는 소득 없이 끝났다. 한 공자위 관계자는 “과점주주(寡占株主) 방식에 주안점을 두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의견만 교환한 간단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방식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네 차례나 실패한 터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과점주주 방식은 특정 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몇몇 주주에게 지분을 나눠 파는 것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위도 과거와 달리 경영권 프리미엄에 더이상 집착하지 않는 기류다. 프리미엄 포기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역대 금융위원장은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문제는 당국이 이런 의지를 드러냈는데도 사겠다고 나서는 ‘임자’가 없다는 데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수요 조사를 해 봤는데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다”면서 “과점주주가 됐든 뭐가 됐든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넘기는데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수요 조사에서는 ‘엘리엇 사태’의 후폭풍으로 투기자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모펀드(PEF) 외에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자위원은 “온갖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획기적인 묘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지분을 남기고 20~30% 지분을 다수 투자자에게 쪼개 파는 방안 등을 거론한다. 소수 지분 매각은 부담이 적은 데다 민영화 이후 경영 개선 효과가 나타나 주가가 올라가면 그때 나머지 지분을 좀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논리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당국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긴 하지만 기다린다고 해서 주가가 오를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지분을 분할 매각해 1차로 주당 1만원 선에서 팔고, 그 뒤에 수익성 등을 개선한 후 2차 매각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파는 방식으로 (1차 매각 때 손해 본 것을) 만회하는 게 공적자금을 그나마 빨리 회수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9450원을 기록했다.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1만 3500원은 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공자위 일각에서도 “지분을 분산하면 부재지주로 인해 지배구조가 취약해진다”는 반대 기류가 있다. 하지만 올 초 “우리은행 몸값을 높이겠다”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장담과 달리 기업 가치는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 3월 말 6.6%로 1년 전(7.3%)보다 후퇴했다. “(우리은행에)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겠다”던 임 위원장의 취임 일성도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임 위원장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헐값에 팔았다”는 비판에 신경 쓰다 보니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다는 것이다. 매각 시기를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은행 고위 임원은 “매각 방식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수요자부터 찾는 건 우스운 일”이라면서 “어떤 전주가 가격은커녕 조건도 알지 못한 채 덜컥 사겠다고 하겠느냐”고 냉소했다. 또 다른 공자위원은 “금융위가 주도적으로 국회나 관련 기관과 협의해 원칙을 정하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공자위, 우리은행 매각 방식 결론 못 내… 이달 내 도출 어렵나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가 13일 우리은행 매각방식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달 안에 다섯 번째 민영화 복안을 내놓겠다던 금융위 구상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이날 공자위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달 중에 우리은행 매각 방식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이후 소집돼 초미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매각 방식을 결정하지 않은 가운데 시장 수요를 조사하다 보니 수요자의 입장도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당초 4~5개 주주에게 지분을 나눠 파는 과점주주 방식의 매각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관심을 보이는 전주(錢主)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그렉시트 위기 넘겼다

    그렉시트 위기 넘겼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없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3일 오전 9시(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개시에 합의하자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알렸다. 그렉시트 우려 해소와 더불어 은행 영업 중단과 자본 통제 시행이 2주째 접어들며 아슬아슬했던 그리스 경제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정상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며 “유로안정화기구(EMS)의 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개혁법안 입법 등 강도 높은 개혁안 이행을 약속했다. 채권단은 부채 탕감은 불가하지만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으로 그리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유로존 정상회의는 17시간이 넘는 밤샘 끝장 토론을 벌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참여 문제와 500억 유로 상당의 국유자산을 룩셈부르크 펀드에 이관하는 방안 등이 타결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은행 파산을 막고자 채권단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500억 유로 펀드에 대해 그리스가 동의하는 한편 채권단이 펀드를 국외가 아닌 그리스 내에서 운용토록 하면서 절충점을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구제금융안은 도출됐으나, 최종 지원을 받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그리스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의 합의안대로 연금과 부가가치세, 민영화 등 4개 개혁법안에 대해 15일까지 입법 절차를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과 120억 유로의 단기자금(브릿지론)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앞에 놓인 길이 멀고 험하다”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담배수출 역전] 민영화 후 품질향상 매진… 해외 판매량 15년 만에 16배 증가

    [담배수출 역전] 민영화 후 품질향상 매진… 해외 판매량 15년 만에 16배 증가

    국내 담배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올해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올라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내년부터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도 들어간다. 국내 유일의 담배 회사인 KT&G에는 4000여 담뱃잎 농가가 딸려 있다. 담배 수출이 내수 물량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소식이 담배 농가에 더 반가운 것은 그래서다. KT&G는 줄어드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홍삼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새로운 먹거리도 개발하고 있다. 가장 성공한 민영화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KT&G는 2002년 민영화됐다. KT나 포스코 등 민영화된 다른 공기업 출신들과 달리 낙하산 인사 잡음도 덜하다. 1~3차산업이 섞인 담배업의 특성상 ‘전문가’가 아니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백복인(50) KT&G 생산연구개발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을 만나 담배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 봤다.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판매량이 줄었다가 다시 늘고 있는 추세인데. -지난 연말까지 사재기가 기승을 부려 올 1분기 판매량이 71억 개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8% 급감했다. 하지만 3월부터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20% 이상 줄었다. →그래도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와 KT&G만 득을 봤다는 불만이 많다. -담뱃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3.7%다. 담뱃값은 결국 세금이다. →억울하다는 말로 들린다(웃음). 담배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다는 것은 가격 인상에 따른 금연 유인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얘기 아닌가. -정부 정책에 대해 효과를 논할 처지가 못 된다. 정부에서 값을 올리면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부(보건복지부)가 담뱃값을 올리면 판매량이 34% 줄고 세금은 2조 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금 추이로 보면 판매량 감소분이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추산으로는 감소율이 20%대다. 이렇게 되면 담배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훨씬 많은) 4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다. →내년부터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도 들어간다. -너무 혐오스러운 그림이 들어가면 국민 정신 건강에 되레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TV에 교통사고 등 혐오스러운 장면이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같다. 흡연자는 물론이고 집, 식당, 편의점 등에서 담뱃갑을 보는 비흡연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흡연자는 경고 그림을 가리거나 전용 케이스를 쓰는 식으로 어떻게든 빠져나갈 것이다. 그 때문에 기대한 만큼 금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경고 그림을 도입한 외국의 경우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담배에 대한 사회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현실 아닌가. -담배는 엄연히 합법적인 상품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별개 문제다. 법으로 담배도 하나의 상품으로 인정해 놓고 너무 죄악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담배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선택하는 기호품이다. 누구도 담배를 피우라고 강요하거나 비윤리적으로 담배를 팔지 않는다. 누군가 해야 하는 산업이라면 토종 기업이 제대로 해야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담배 말고도 선택할 대체재가 많지만 서민들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기호품 아닌가. →정부의 담배 규제 강화가 원망스럽겠다. -노코멘트 하겠다(웃음). 국내 시장은 분명 어려워지겠지만 길게 보면 수출로 극복할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중국 담배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시장이 열리면 어마어마해진다. →담배 수출은 얼마나 하나. -1999년 수출량은 26억 개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34억 개비로 16배가 됐다. 세계 5위 담배 기업이다. 에쎄(ESSE)는 전 세계 초슬림 담배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이다. 누적 판매량이 1603억 개비다. 길이로 따지면 지구를 약 400바퀴 도는 거리다. 러시아, 이란, 터키에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고 인도네시아 담배회사도 인수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필립 모리스 등 세계 3대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담배 시장의 70%를 석권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등 (다국적 기업에) 담배 시장을 열어준 나라들 대부분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30%로 떨어졌다. 하지만 KT&G는 1986년 시장 개방 이후 29년이 지났는데도 내수 점유율이 60% 이상이다.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비결이 뭔가.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전매청에서 공사로 전환된 1987년만 해도 직원이 1만 3000명이었는데 지금은 4000명가량이다. 공장도 18개에서 3개로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였다. 2002년 민영화된 이후에는 잎담배 만드는 기술을 선진국으로부터 배워서 품질을 높였다. 민간 기업은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망할 수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공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인정한다. 1952년 전매청에서 시작해 1987년 한국전매공사로 공기업이 됐고 2002년 KT&G로 이름을 바꾸면서 민영화됐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명함을 주면 “전매청 다니세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공무원의 때를 벗으려고 과감한 경영 혁신을 했다. 민영화된 포스코와 KT처럼 국가 기간산업을 한다면 정부가 보호해 주겠지만 담배는 아니다. 우리는 민영화와 함께 시장 경쟁이라는 허허벌판에 노출됐다. 다들 담배를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사 시절부터 민간 기업보다 더 심하게 직원들의 경쟁을 강화했다. 민영화 이후 매출액이 2002년 2조 306억원에서 지난해 4조 1129억원으로 2배가 됐다. →KB국민은행이나 KT와 달리 지배구조 잡음이 별로 들리지 않는다. -KT&G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다. 이사회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다. 전체 이사 8명 중 7명이 사외이사다. 이른바 ‘낙하산’이 경영진으로 온 적이 한 번도 없다. 담배산업에 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이 없으면 외국계 담배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사장 선임 시기에 각종 음해성 투서가 나돈 적은 있지만 결국 검찰에서 임직원 모두 무혐의로 사건이 끝났다.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나도는데. -(매출 타격이 계속돼) 누군가 배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업을 찾아 성과를 높여서 직원을 더 늘리는 선순환 구조로 갈 것이다. 물론 통상적인 희망퇴직은 해마다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홍삼이 불티나게 팔렸다던데. -담배 매출 감소분을 홍삼으로 메운 측면이 있다(웃음). 홍삼의 면역력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의 올해 매출 목표가 9000억원인데 1조원 돌파도 바라보고 있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더 강화할 생각은. -사회공헌 사업에 해마다 500억원을 쓰고 있다. 매출액의 2~3%다. 영업이익의 2~3%를 쓰고 있는 일반 회사와 비교하면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직원들이 ‘상상펀드’에 기부하면 그만큼 회사에서 똑같은 금액을 얹어 준다. 4000여 농가가 수확한 잎담배도 국제 시세보다 2~3배 비싼 값에 전량 사들이고 있다. 정리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단독] 국세청의 우리銀 고강도 세무조사 배경 뭘까

    국세청이 최근 재벌그룹 비자금 사건에 자주 연루되는 우리은행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정기 세무조사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재벌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에 직원들을 투입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업계는 우리은행의 세무조사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황교안 국무총리 취임 이후 다시 ‘부정부패와의 전쟁’에 고삐를 죈 정부가 재벌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의 불법행위를 캐내기 위해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정기 세무조사라고 하지만 (국세청이) 나와서 보고 싶은 것은 다 보고 갈 것”이라면서 “최근 이슈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우리은행으로 그칠지 금융권으로 확산될지도 핵심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우리은행은 매각 방안 발표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다섯 번째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 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려면 은행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불법행위가 포착되면 매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앞서 CJ그룹이 2009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300건의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차명계좌 등을 금융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직원 징계와 20억원가량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2009년에도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에 연루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년에 한 번씩 나오는 정기조사로 은행 내부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국세청이 재벌그룹의 비자금을 수색하려면 우리은행이 아니라 그룹사를 먼저 뒤졌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경제 블로그] 우리銀 ‘검은 유혹’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 블로그] 우리銀 ‘검은 유혹’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은행 영업점 가서 번호표 뽑고 직접 통장 개설했다는 얘기 들어 본 적 있나요?” CJ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우리은행을 놓고 금융권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동정론’과 ‘비판론’이 교차하고 있죠.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우리은행은 CJ그룹 총수 일가에게 차명계좌를 개설해 주고 2009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수천억원대의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금융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 건과 관련해 지난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 주의와 임직원 징계를 받았죠. 이 연장선상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우리은행에 약 2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우리은행은 과거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에도 연루돼 2009년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우리은행 측은 “전임 행장 시절에 벌어진 일이고, 그때는 관행적으로 모든 은행들이 그렇게 했다”며 선 긋기를 하고 있습니다. 동정론은 여기서 싹틉니다. 재벌 그룹과의 거래에서 은행은 ‘을’일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알면서도 재벌 총수의 금융 업무는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내부 시스템상 의심 거래 ‘경보’가 뜨면 담당 행원의 판단에 따라 금융 당국에 보고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 거래가 ‘영업자금용’인지 ‘비자금용’인지를 추적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게 동정론자들의 강변입니다. 반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우리은행 내부 조직 문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한일은행 시절부터 대기업 거래가 많았던 탓에 ‘관행’을 이유로 기업과 유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죠. 우리은행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관행이라도 불법은 용납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민영화를 준비 중인 우리은행이라면 더욱 집안 단속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추진 중인 ‘과점주주’(여러 기업체에 지분을 쪼개 매각하는 방식) 형태의 민영화가 채택되면 추후 ‘주주’ 배지를 단 기업체로부터 특혜 지원 압박을 적잖이 받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서죠.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커버스토리] 3275조원 주무르는 손…헤지펀드, 먹튀를 해지하라

    [커버스토리] 3275조원 주무르는 손…헤지펀드, 먹튀를 해지하라

    헤지펀드가 최근 들어 언론의 조명을 다시 받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좀더 높은 수익을 주는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투자한 기업과의 분쟁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주주가치를 실현하겠다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다. 헤지펀드 연구기관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포함한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는 올 3월 말 현재 2조 9500억 달러(약 3275조원)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375조원)의 9배 규모이고 지난해 국내총생산(1조 4210억 달러)의 두 배이다.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생산된 돈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이 헤지펀드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자본시장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외국에 비해 헤지펀드를 ‘투기꾼’ ‘범죄자’ 등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조직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 9일(현지시간)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대한 객관적 증거는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헤지펀드를 둘러싼 논란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헤지’(hedge), 돈 잃을 위험을 회피하다 헤지펀드의 ‘헤지’(hedge)는 돈을 잃을 위험을 회피하다는 뜻이다. 헤지펀드의 창시자로 알려진 앨프리드 존스가 1949년 자신의 사모펀드에 대해 주식 투자에 따른 ‘위험을 회피했다’(risk hedged)고 쓰면서 시작됐다. 그의 투자전략은 돈을 빌려서까지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한편으로는 떨어질 가능성이 큰 주식은 공매도로 파는 방식이었다. 공매도란 자신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팔아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그가 20여년 동안 거둔 수익률은 자산의 50배다. 즉 1만 달러를 맡긴 고객에게 20년 뒤 50만 달러를 돌려준 셈이다. 주식에 투자하면서 헤지와 레버리지(자금 차입)를 동시에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도 헤지펀드 투자의 기본 전략으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헤지를 하지 않는 헤지펀드도 있다. 해서 헤지펀드를 시장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면서 투자 상품과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 펀드로 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주요 투자전략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저평가된 증권을 사고(Long) 고평가된 주식은 파는(Short) 롱쇼트 전략,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투자전략을 유동적으로 채택하는 멀티 전략, 이자율·환율·상품시장 등의 방향성에 투자하는 매크로 전략 등이다. 이 중 기업 인수합병(M&A), 분사, 구조조정 등의 사건 발생 시 자산을 사고팔아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행동주의 펀드로 구분된다. ●수익률 높은 ‘행동주의 펀드’ 자산 2배 급증 행동주의 펀드는 국경을 넘나들면서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을 공격, 배당금 확대나 자회사 매각 등을 요구한다. 삼성물산을 공격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대표 폴 싱어)가 대표적이다. 다른 헤지펀드와 달리 이들은 언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수익률이 높아 언론의 관심도 높다. 미국 밴더빌트대 로스쿨에서 지난 4월 내놓은 ‘상위 헤지펀드와 주주 행동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목표물이 된 기업의 주가가 투자 발표 전후 21일 동안 시장 전체 수익률보다 9%가량 더 올랐다. 과거 6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6%가량 추가 상승이다. 빠르게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HFR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39억 달러가 들어와 올 3월 말 기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는 1275억 달러다. 2012년 말 655억 달러의 두 배 규모다. 하지만 전체 헤지펀드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 지수는 올 1분기 3.2% 상승해 전체 헤지펀드 지수 상승률 2.3%를 훌쩍 넘는다.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돈이 유입될 전망이다. ●취약한 지배구조·주주 등한시 기업이 타깃 헤지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사람들이 헤지펀드의 힘이다. 헤지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보다 수수료가 높다. 기본 수수료가 운용자산의 연 2%이고 수익이 날 경우 수익의 20%를 가져가는 ‘2+20’이 기본이다. 수수료가 높지만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때문에 연기금을 포함해 거액의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헤지펀드가 전면에 나서서 행동하지만 그 뒤엔 거대한 돈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가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헤지펀드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1992년 당시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 가입한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했다. 파운드화가 영국 경제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밝히고 그해 9월 파운드화를 대거 팔았다. 환율 방어를 했던 영란은행은 한 달도 안 돼 기술적으로 파산, ERM에서 탈퇴했다. 당시 소로스가 거둔 이익은 10억 달러로 알려졌다. 소로스는 아시아 외환위기와도 닿아 있다. 소로스펀드는 1997년 달러화에 연동돼 있던 태국 밧화를 공격했고 태국 정부는 결국 달러화 연동을 포기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혹독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국내에서는 소버린 파동, 칼 아이컨 등이 더해져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졌다. 소버린은 2003∼2005년 SK에 2년 4개월간 투자해 9000억원대 이익을 거뒀다. 당시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공격을 당한 SK는 이후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SK 주가도 올랐다. 이후 주주들은 이사회의 관객 또는 거수기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냈다. 장하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먹튀는 맞지만 국부 유출은 아니다”라고 썼다. 소버린뿐만 아니라 다른 SK 주주들도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컨은 2006년 민영화된 KT&G를 공격했다. 이사회에서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시도하다 1년 반 뒤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고 한국을 떠났다. KT&G는 이후 다양한 봉사활동 등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여 왔다. 최근 아이컨의 공격 대상은 애플이다. 애플 지분을 0.92% 갖고 있는 아이컨은 애플에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애플의 다른 주주들도 그 덕을 봤다. 헤지펀드는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단기 투자자라며 주주를 등한시하거나 했던 기업들이 주요 공격 대상이다. 김예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아 기업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면서 주주 행동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자본구조, 지배구조, 사업전략 등의 측면에서 취약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사 입장에서는 주주 행동주의 강화에 대비해 기업 자문 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74억 유로 빚 독촉… 파산이냐 회생이냐 그리스 ‘운명의 6월’

    74억 유로 빚 독촉… 파산이냐 회생이냐 그리스 ‘운명의 6월’

    그리스에 운명의 6월이 찾아왔다. 국채와 구제금융의 빼곡한 상환 일정 속에서 벼랑 끝 협상을 벌여 온 그리스의 명운은 이르면 이번 주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그리스 정부와 달리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 채권자들의 분위기는 심상찮다. 여차하면 그리스의 ‘디폴트’(국가부도) 선언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 지난달도 부도 위기 간신히 넘겨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그리스 정부와 EU 및 IMF 등 국제 채권단 간의 협상이 주말까지 계속됐다고 전했다.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종료를 4주가량 남겨 둔 상황에서 추가 구제금융에 관한 실무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남은 구제금융 72억 유로(약 8조 7500억원)를 받을 수 없다. 이는 결국 그리스의 파국을 뜻한다. 협상과 관련,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협상이 이전보다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최종 합의가 나올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좌파정권이 추가 긴축에 관해 이렇다 할 카드를 내밀지 못하는 가운데 이위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체류가 이번 협상의 최종 목표”라면서도 “그리스의 정치적 판단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쟁점은 연금 개혁, 노동관계법 및 부가가치세율 손질, 민영화 등이다. 그리스 정부가 현재 보유한 현금은 사실상 고갈 상태다. 앞서 그리스는 지난 11일 IMF의 보증금 격인 특별인출권(SDR) 6억 6000만 유로를 사용해 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그리스에 할당된 7억 유로의 SDR를 거의 소진한 셈이다. 이번 협상에서 그리스가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면 ‘운명의 날’은 5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는 당장 이날까지 IMF에 3억 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12일에는 IMF에 3억 4000만 유로를 갚아야 한다. 이날은 또 20억 유로 규모의 단기국채 만기일이다. 리볼빙으로 버틴다고 해도 16일 5억 7000만 유로(IMF), 19일 3억 4000만 유로(IMF)와 19억 유로(단기국채 만기) 등의 부채 상환과 맞닥뜨려야 한다. 6월에만 돌려줘야 할 외채가 74억 유로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은 높지만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는 이이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안 베그 런던정경대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자국 은행 등 금융시스템 붕괴가 예상되기에 디폴트 선언을 한 뒤 계속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美 재무장관 “디폴트 선언 땐 세계경제 위험”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은 곧바로 세계경제에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에 맞먹는 파괴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의 안정성에 타격을 가하면서 유로를 한 축으로 삼은 세계 금융시스템의 신뢰에 위기감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를 놓고 “그리스 협상 불발 시 세계경제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여야, 총리 인사청문회 초반 격돌

    여야, 총리 인사청문회 초반 격돌

    이번 주부터 6월 임시국회가 한 달 일정으로 시작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 논의와 민생·경제활성화법안 처리 등도 ‘뜨거운 감자’다. 6월 국회는 당초 1일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연찬회가 잡혀 있어 이르면 오는 4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황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초반 주요 이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떠나는 14일 이전에 총리 임명동의안 절차를 마칠 것을 주장한다. 8~9일에 청문회를 열어 10일 본회의에서 인준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회법이 허용하는 최대 기간인 사흘간 청문회를 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황 후보자의 전관예우와 병역면제, 기부 약속과 자녀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쟁점화할 태세다. 현재 결정적 한 방이 없는 야당이 황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수임료 관련 자료 제출과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당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간사는 1일 의견 조율을 시도한다. 시행령의 국회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도 청와대와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었던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의 부담이 클 것 같다”고 전했다.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민생·경제활성화법안도 양당의 시각차가 크다.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크라우드펀딩법), 관광진흥법 등 50여건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꼽았다. 하지만 야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 민영화의 전 단계이고, 관광진흥법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통신비 인하를 포함한 생활비 절감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문제 해결 등 ‘4대 민생고 해소 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적연금 강화 특별위원회와 사회적기구 논의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보다 훨씬 범위가 넓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전반을 다루는 만큼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20여명의 위원 선정에 앞서 여야는 물밑으로 후보군을 물색하며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비스 산업 발전법 ‘의료 민영화’ 우려 새정치연 강력 반대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서 ‘해코지 법’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누구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법인데 누구를 위해 법을 막고 있느냐”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28일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을 해코지하는 법이라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광 진흥법, 학교 인근 유해 숙박시설 소지 이 ‘해코지 법’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경제활성화법 9개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3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강 의장이 이날 “보건의료를 무너뜨려 국민을 해코지하는 법”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학교 주변에서의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을 두고도 박 대통령은 “중국에서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2017년이 되면 방이 모자란다”며 처리를 촉구했지만 강 의장은 “아이들을 해코지하는 법”이라며 반대했다. 학교 인근에 유해 숙박시설이 들어설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과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활동을 허용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대해서도 야당은 “국민을 해코지하는 법”이라고 규정했다. 외국인 카지노 사업을 허가제에서 공모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 특별법과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기구 설치를 위한 금융위원회 설치법 역시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창업 지원 관련법 등 野 반대로 처리 무산 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크라우드펀딩법), 하도급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거래공정화법,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3개도 상임위는 통과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5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공적자금 회수 위해 우리銀 적극 매각 나선다”

    “공적자금 회수 위해 우리銀 적극 매각 나선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우리은행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곽범국(55)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27일 서울 다동 예보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51.04%를 가진 최대주주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사총괄과장 시절부터 ‘블록 세일’(지분 묶음 판매)을 경험해 왔던 만큼 최근의 우리은행 민영화 기류와 접목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곽 사장은 “대형 금융사의 부실이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이유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일이 없도록 기금 손실을 사전에 차단하고 지원자금 회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사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맺고 있는 출자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경영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해 윈윈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 출신으로 한양대를 나왔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국고국장,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공공분야 민간 진입 허용… 중복 기능 ‘군살빼기’

    공공분야 민간 진입 허용… 중복 기능 ‘군살빼기’

    정부가 27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 조정안의 핵심은 중복 기능은 합치고 민간이 더 잘하는 분야는 내준다는 것이다. 다만 민간 문호 개방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쟁 체제를 잘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비슷한 기능은 가장 잘하는 기관에 몰아주고, 시간이 흐르면서 중요도가 떨어진 기능은 잘라냈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계열사인 코레일유통은 온라인쇼핑몰 사업에서 철수하고 코레일네트웍스도 현재 운영 중인 외부 주차장 및 레스토랑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점차 발을 뺀다.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조사·통계·공시, 타당성 조사 등 공적 기능에 주력한다. 보상·담보평가, 이의재결·소송평가 등 기존에 수행하던 감정평가 업무는 모두 민간에 넘긴다. 한국도로공사는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민자 도로의 유지·관리 업무에 대한 참여가 제한된다. 휴게소 운영에는 민간 참여가 확대된다. 한국관광공사는 면세점 운영·관리 업무에서 발을 완전히 뺀다. 공공기관이 독점해 온 분야도 담장을 허물고 민간 진입을 허용한다. 시설안전공단이 도맡아 온 안전진단 부문의 경우 일부 중소 규모 시설물은 민간에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 개방키로 했다. 대한지적공사의 업무 가운데 하나인 확정측량도 민간에 문호가 열린다. 중복 기능은 합쳐진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업무를 보는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은 같은 일을 하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 통합된다. 녹색사업단은 산림경제 업무를 임업진흥원으로, 산림복지 업무는 산림복지진흥원으로 넘기고 문을 닫는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안에 있는 스포츠개발원에 흡수된다. 명동극장은 국립극단으로 합쳐졌고 국민생활체육회는 대한체육회와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코레일은 물류, 차량 정비·임대, 유지·보수 등 3개 부문에 책임사업부제를 도입해 독자적인 경영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2017년 자회사 전환에 앞서 중장기 인력 관리와 경영 실적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연간 249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화물 물류 부문은 확 뜯어고친다. 전국에 127개인 화물역을 대폭 줄이고 장거리, 대량 수송 구조로 업무를 바꾼다. 운행과 무관하게 결정되는 ‘단위 선로 사용료’는 운행 횟수와 수익, 거리를 고려해 책정한다. 철도노조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철도노조 측은 “코레일을 사업 부문별로 잘게 쪼개 민영화 전 단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면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이 없다고 하지만 퇴직 인원을 충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 감축분을 이용한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중대형 분양주택(60㎡ 초과) 공급 사업에서 손을 뗀다. 서민·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60㎡ 이하 분양주택은 계속 짓기로 했다. 분양주택 사업을 줄이는 대신 해마다 4만~4만 5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계속 짓는 등 현재 37%인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사업의 비중을 10년 안에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는 통폐합하지 않고 해양수산부 산하에 ‘항만공사운영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가 당초 구상했던 것보다 통폐합 대상 등이 작아 ‘소리만 요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이번 군살 빼기가 ‘요요 현상’을 보이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공공기관의 중복 기능이 자꾸 생겨나는 것은 조직 이기주의 때문”이라며 “공공기관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다른 기관과 중복되는지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에 개방하는 분야에서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경쟁 체제를 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남북한 통일 직후 신속한 구조개혁 필요”

    “남북한 통일 직후 신속한 구조개혁 필요”

    게르하르트 슈뢰더(72) 전 독일 총리가 22일 경기도의회를 방문해 ‘독일 통일 및 연정 경험과 한국에의 조언’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외국 총리가 광역단체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슈뢰더 전 총리가 처음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남경필 지사와 여야 도의원, 경기도 공무원들을 상대로 40여분간 강연하면서 “독일과 마찬가지로 남북한도 통일이 되면 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할 것”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통일 이후 동독에 시장경제 도입, 국영기업 민영화, 낙후된 인프라 재건 등 3가지 결정으로 통일에 따른 쇼크를 줄였다”며 “그러나 구조개혁이 너무 늦게 실시됐다”고 회고했다. 구조개혁을 소홀히 해 성장둔화, 국제경쟁력 감소를 초래했고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국가 부채가 5000억 유로에서 1조 1000억 유로로 2배 이상 늘었다고 슈뢰더 전 총리는 설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자신이 추진한 개혁 프로그램 ‘어젠다 2010’을 설명하고 “고통스러웠지만 필요한 구조개혁이었다. 통일 직후에 실천에 옮겨졌어야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한 통일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비용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남북한) 사람이 만나야 하고 흩어진 가족이 만나야 한다”며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정책의 최상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또 북한의 인권침해, 핵무기개발 등을 비판하면서도 “한국이 대화를 위해 북에 손을 내밀고 있다. 북한이 안 잡고 후퇴하더라도 내민 손을 거두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독일의 분단국가 경험의 공통점을 설명하면서도 통일을 위해서는 양 국가 간의 차이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분단에 앞서 독일은 나치의 폭정으로 2차 세계대전을 야기했지만 한국은 전쟁에서 아무 잘못을 안 했다”며 “동·서독은 상반되는 체제를 가졌지만 한번도 한반도처럼 전쟁을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시도되고 있는 여당과 야당의 연정(聯政)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경기도가 정당을 초월한 연정을 한다고 들었다”며 “상호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민주주의 수호와 국가안정을 위해 (정당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학습이 있었다”며 “독일의 평화로운 국정은 이런 연정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이날 경기도 방문은 지난해 10월 남 지사가 독일에서 그를 만나 연정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초청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韓·호주 FTA 5개월… 시드니 수산물시장을 벤치마킹하라

    韓·호주 FTA 5개월… 시드니 수산물시장을 벤치마킹하라

    지난해 12월 12일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호주는 우리에게 더 가까운 나라가 됐다. 비행기로 10시간 남짓 걸리지만 한국은 호주의 네 번째 수출시장이고 무역 규모로는 세 번째다. 일반인의 생각 이상으로 한·호주의 경제협력관계가 돈독한 셈이다. 경제를 떠나 호주에서 실행되는, 우리도 고민해 볼 만한 프로그램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한 한·호주 언론교류의 도움을 받아 소개한다. 새롭게 건설 중인 노량진수산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고,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교육부의 노력에 맞춰 기초적인 안전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 봤다. 지난달 30일 새벽 6시 40분 지구 남반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호주 시드니의 수산물 시장. 전산경매시스템을 통해서 하루에 50t의 수산물이 낙찰되는 곳이다. 150여명의 바이어가 자리에 앉아 네덜란드식 경매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 화훼 시장에서 쓰이는 이 방식은 비싼 가격에서 시작해 점차 가격을 떨어뜨리는 경매 방식이다. 최고 호가로부터 점차 가격을 낮추다가 첫 구매 희망자가 나오면 그 사람에게 낙찰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더 기다리다가 다른 사람에게 낙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낙찰자가 확정되면 간간이 탄식이나 환호성이 쏟아져 나온다. ●비싼 가격서 출발해 가격 떨어뜨리는 경매방식 도매업자들은 대형 시계처럼 보이는 화면을 보면서 새벽 5시 30분부터 한 시간째 경매 중이다. 이때 경매될 수산물로 가득 차 있는 경매시장 1층에서 관광객은 투어를 시작한다. 수산물시장에 소속된 가이드가 경매에 나온 다양한 수산물의 식습관, 행동방식, 요리방법, 가격 등을 설명한다. ●투어 가이드가 수산물 행동방식·가격 등 설명 “황다랑어입니다. 이걸 잡을 때는 입 부분 근육에 낚싯바늘을 걸쳐서 잡아요. 이 부분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황다랑어 모르게 몸속으로 들어가기가 쉽거든요. 잡으면 바로 머리 한가운데를 때려 기절시킨 뒤 심장에 칼을 찔러 급사시킵니다. 통증을 줄여줘야 하니까요. 다음으로 피를 빼내고 내장을 제거한 뒤 냉동팩을 넣지요. 한 마리를 잡아서 냉동팩 넣는 데까지 5분을 넘지 않아요. 피를 잘 빼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살 부분에 흑적색이 나타나는데 이걸 다 떼어내야 해요. 값이 당연히 떨어지죠.” 투어가이드 앨릭스 스톨즈나우는 다양한 몸짓과 표정, 뛰어난 입담으로 수산물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렇게 입이 큰 생선이 더 기름져요. 입이 적은 생선보다 다양한 종류를 먹을 수 있으니까요.” “랍스터는 꼬리 부분이 탄탄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요리할 때 수분이 40%까지 빠져나갈 수 있어 맛이 떨어져요.” 경매를 위해 수북하게 놓인 수산물 상자 사이를 돌아다니며 스톨즈나우는 쉴 새 없이 설명을 쏟아냈다. 시드니 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 숫자가 100여종이 넘다 보니 이 중에서 관심을 끌 만한 것들만 소개해도 가이드의 설명이 한 시간을 훌쩍 넘는다. 시드니 수산물 시장은 거래 종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경매가 끝나는 오전 8시 전후로 투어도 끝난다. 수산물시장 투어는 일주일에 4일만 진행되는데 2014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 동안 돈을 내고 가이드 투어를 한 사람이 1800명이다. 매주 30~40명이 한 명당 35호주달러(성인 기준 약 3만원)를 내고 수산물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요리교실 작년에만 1만 3000여명 참여 시드니 수산물 시장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또 하나의 시도는 요리교실이다. 요리법을 몰라 버려지는 수산물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민영화(1994년) 되기 5년 전인 1989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에 요리교실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시설을 대폭 개선하고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가 요리교실을 진행하면서 시드니의 주요 관광 프로그램이 됐다. 2014회계연도에만 1만 3000여명이 요리교실에 참여했다. 행사 차원에서 기업이 요리교실에 단체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요리교실 운영을 통한 매출액이 2014회계연도에 133만 호주달러(약 11억원)다. 다른 수산물시장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위한 소매시장, 레스토랑 등이 도매시장 인근에 성업 중이다. 수산물시장 인근에 고객들이 산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노량진수산시장도 44년 만에 완전 변신 준비중 우리나라의 노량진수산시장은 2013년부터 현대화가 진행 중이다. 44년 만의 ‘완전 변신’이다. 올 하반기쯤 지하 2층, 지상 8층의 새 모습이 노량진수산시장 옆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공간 현대화에 버금가게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오늘의 눈] 거기, 사람 있다/홍희경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거기, 사람 있다/홍희경 국제부 기자

    서울 촌놈이던 기자가 농사짓는 시골로 시집을 가 새로 알게 된 재미가 ‘고속버스 택배’다. 처음에는 복잡한 터미널에서 어떻게 짐을 찾나 싶었는데, 기우였다. 버스 도착 뒤 3분이 안 돼 당일 배송된 물건은 주인을 찾았다. 물건을 직접 받기 어려울 때엔 터미널에서 집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퀵서비스가 있다. 낡은 수하증 양식이 말해 주듯 버스 택배는 아주 오래된 서비스다. 민간 택배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도 버스 택배는 있었다. 신선한 채소를 받는 사람이나 중요한 물건을 고향 집에 두고 온 사람의 수요를 채워 줬다. 말하자면 버스 택배는 우체국의 미진한 부분을 채워 줬다. 공공서비스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버스 택배처럼 공공서비스의 허점을 메워 주는 방식의 아이디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이들은 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을 ‘만악의 근원’으로 낙인찍고 ‘전면적 개혁, 조직 개편을 통한 효율화, 경쟁 체제 도입’을 촉구한다. 즉 민영화를 주장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역대 정권마다 전기·철도·우편·통신 등이 번갈아 가며 민영화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공공서비스의 전면적 민영화는 쉽지도 않을뿐더러 효율성도 담보할 수 없다. 전기·철도·우편·통신 등이 수익을 따져 탄력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편 서비스만 하더라도 효율성을 이유로 품이 많이 드는 서신이나 택배를 접수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현대 국가에서 편지가 닿지 않는 곳이 생긴다면, 국가의 존재가 의심받을 만한 비상 상황이 된다. 결국 민영화를 통해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지점은 인건비뿐이다. 공공기관 인건비가 재정에 기대는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 절감은 서비스 효율화와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공공기관 퇴직자의 실업수당, 실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남은 사람들의 업무 가중 역시 재정과 사회의 부담이다. 그나마 이것은 민영화가 차질 없이 진행됐을 때 생길 기회비용이다. 섣부른 민영화 논쟁으로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거나 추진되던 민영화를 중도 포기할 경우 공공서비스의 질, 조직의 안정성은 무참하게 훼손된다. 2008년 민영화 논의에 휩싸였고 최근 인력 감축 대상이 된 우정사업본부의 복잡다단한 조직 구조는 이런 상태를 보여 준다. 중앙의 우정기관장은 본부직인데 지역 조직의 장은 청장인 기형적 직제, 4~5개로 중복되는 관할 부처, 정규직과 계약직이 혼재된 구성원들의 신분이 그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체국의 금융부문 업무를 맡는 일반직 공무원 인건비가 우편사업특별회계에서 지출 처리되는 등 회계 처리 방식도 비상식적이다. 외부 탁상머리에서 조직을 흔들고 그로 인해 구조적 문제가 쌓이면 작은 이익 때문에 조직원들은 갈라지고 각자의 삶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다. 구조 개혁의 길은 멀어지고 이로 인한 공공서비스 악화 문제는 사회와 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거기까지 고민한 뒤 나온 민영화 시도와 인력 감축이었을까, 의심이 든다. saloo@seoul.co.kr
  • “지분 4%씩 쪼개 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과점주주’ 승부수

    “지분 4%씩 쪼개 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과점주주’ 승부수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과점주주(寡占株主) 방식의 민영화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과점주주 방식은 특정 세력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몇몇 주주에게 지분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 행장은 현행법 최대 허용 한도인 4%(3000억원)씩 쪼개 팔겠다는 구상 아래 전주(錢主)들을 연쇄 접촉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 등 몇몇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은 ‘주주 적합성’만 충족한다면 과점주주 방식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다. 다만, 과거에도 과점주주 방식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듯 이 행장의 ‘승부수’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올해 초부터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FI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으로부터는 사실상 참여 답변을 얻어 냈다. 키움증권과 키움자산운용이 2%씩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포함해 업무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키움자산운용과 맺었다. 교보생명·새마을금고와도 접촉했다. 새마을금고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과점주주 투자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조건을 전달받지 못해 아직 검토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과점주주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 대신 금산분리법(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과 주주 적격성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행 금산분리법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4%(의결권 있는 주식)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앞서 네 차례나 시도됐던 우리은행 매각의 ‘흥행 실패’를 가져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 시도됐던 우리은행 민영화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이유로 통매각(일괄 매각)을 고수했다. 산업자본의 참여가 어려웠던 만큼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금융자본의 숫자도 제한적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해 내놓은 것이 ‘30%(경영권)+26.97%(소수지분, 콜옵션 포함)’ 분리 매각이었다. 교보생명이 경영권 있는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다 입찰을 포기하면서 유찰됐다. 당시 “개인(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컸다. 지금도 금융 당국은 특정인에게 우리은행을 넘기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51.03%, 콜옵션 포함)을 12~13개 투자자에게 4%씩 쪼개 팔면 산업자본도 부담 없이 뛰어들 수 있다. 4% 지분을 지닌 주주 4~5곳이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경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키를 쥐고 있는 금융 당국 기류도 과거와 달리 부정적이지 않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다”면서 “아직 우리은행으로부터 (과점주주 방식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 주주로서 적합한지와 ‘돈’을 많이 낼 것인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도 과점주주 방식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융 당국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집해 구체화하지 못했다. 투자자 처지에서 볼 때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고 투자 수익도 확실치 않은데 누가 선뜻 지분을 사려 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어도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일부 갖게 된다면 신용도 향상 및 대외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며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꽤 된다”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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