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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제 정치권이 촛불민심에 답할 차례다

    6·10 민주항쟁 21돌을 맞은 그제 수도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가 촛불로 뜨겁게 달궈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의가 가감없이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민의를 수렴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 되어야 한다.‘촛불’이 대의 정치를 전면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번 시위로 쇠고기 졸속 협상을 비롯한 새 정부의 실책이 충분히 부각됐다고 본다. 관점에 따라서 인터넷과 대중 참여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직접 민주주의가 발현됐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대신 정치권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큰 문제다.‘정권 퇴진’ 주장이 난무하면서 청와대와 시위대가 직접 충돌하는데도 정치권은 아무런 완충역할을 못하지 않았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등 정치색을 띤 단체를 제외한 다수 시민들은 쇠고기의 안전성과 검역주권 등 두 측면에서 협상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촛불을 들었을 게다. 그런 순수한 시민들의 시위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지 모르나, 장관고시 연기와 내각 총사퇴 등 상당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제 재협상이 됐든, 추가협의가 됐든 정부의 후속 조치가 결실을 맺도록 독려하고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 되어야 한다. 여야는 당장 사회적 갈등을 타협과 절충을 통해 수렴하는 본연의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자유선진당은 그제 국회 등원을 결정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통합민주당 등 여타 야권도 조건 없이 등원해야 한다. 대의 민주주의가 실종되면 특정 당의 유·불리를 떠나 정치권이 공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쇠고기 파동으로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급락했지만, 촛불시위장의 곁불을 쬔 민주당의 지지도도 여전히 바닥권인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와 의회 민주주의가 조화를 못 이룬 채 동남아나 중남미처럼 시위가 만성화하는 불행을 자초해선 안 된다.
  • ‘위안화 절상’ 두고 中·美 내주 또 격돌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가 다시 격돌한다. 다음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리는 미·중 ‘4차 경제전략 대화’의 ‘기싸움’이 벌써부터 뜨겁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압력 등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 분위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국의 태도가 더 공세적으로 되고 있는 탓이다. 최대 쟁점은 위안화 절상 문제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이하 현지시간)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폴슨은 이날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센터에서 “중국과의 통상관계에 깊이 개입하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며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도록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에 걸맞은 균형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요하게 요구해왔던 금융시장 개방 확대 문제도 다시 거론할 예정이다. 에너지 ‘블랙홀’ 중국이 연료보조금 지급으로 전세계 석유 대란을 부추긴 점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AP통신은 “폴슨의 이런 전략이 제대로 먹히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은 해외 투기자본을 흡수해 바닥난 중국 증시 체력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은 탓도 있다. 금융시장 개방 확대 문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엄청난 손실을 낸 월가의 ‘부실 금융 노하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미국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다. 연료보조금 철폐도 당장은 쉽지 않다. 중국은 강진으로 인한 민심 동요를 우려해 연료 보조금을 확대했다.AP통신은 “미국의 의도와는 반대로 가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11일 기명 칼럼에서 “미국이 달러 약세를 용인해 그간 (중국의) 성장을 부추겨왔지만 더 이상 중국 등 아시아 교역국에게 이런 방침은 안 먹힐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한나라, 민생현안 초점

    한나라, 민생현안 초점

    한나라당은 6·10항쟁 21주년 촛불집회가 ‘무난하게’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민생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11일 재협상 수준의 확실한 대책과 국정 쇄신을 다짐하며 ‘쇠고기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잦아들기를 ‘기원’했다.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측에는 여당과 야당,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제안했다. 원외에서 투쟁하는 야권을 원내로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여론의 물꼬를 민생현안 해결 쪽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촛불집회를 국민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선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당과 정부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제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의를 통해 쇠고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획기적인 후속 조치를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촛불 민심’을 향해서는 “국민 모두 가능하면 평상심을 되찾아 새출발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나라당은 촛불집회의 열기가 10일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서길 바라면서도 13일과 14일로 예정된 촛불집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이, 미선이 6주기 추모식과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며 분신한 고(故) 이병렬씨 영결식이 이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쇠고기 사태부터 시작해서 정국 수습까지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쇠고기 정국에 묻혀 있던 고유가 대책을 비롯한 민생 현안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준비 중인 법안을 기본으로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야당에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8일 발표한 민생종합대책의 후속 작업을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이에 대해 “야3당은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수용하고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보인 뒤에 논의할 수 있다.”며 일단 거부의사를 밝혔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촛불’ 독려 공무원 노조 징계 논란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조에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해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1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과 관련, 정부의 홍보지침 전파를 거부하고 공무원의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한 공무원노조 간부 6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징계하기로 했다. 이에 공무원 3대 노조는 시민단체 등과 연대, 난국을 돌파하겠다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은 엄연히 단체행동을 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행정거부선언, 시국선언 등 불법을 감행했다.”면서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과 행정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해당 공무원들을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발 대상자는 김찬균 공무원노조총연맹위원장,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등 3대 위원장과 채길성 공노총 수석부위원장, 홍성호 민공노 수석부위원장·이충재 사무처장 등 6명이다. 행안부는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홍보지침 등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행정지침 수행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헌재 민공노 위원장 등은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공무원 직무에서 벗어난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충재 민공노 사무처장은 “공무원노조법에 명시된 평화적 집회참여는 물론 공무시간 외에 한 정당한 노조활동”이라면서 “촛불 민심에 밀린 상황에서 반격을 가장 약한고리인 공무원노조에 돌려 타격을 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월드이슈-中 쓰촨 대지진 한 달] 음모론부터 대재앙설까지 괴담 확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지진 이후 중국은 각종 풍설이 넘쳐나고 있다. 괴담에 가까운 음모론에서부터 대재앙설까지 생산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진 발생 가능성이 예고됐지만 정부 당국이 이를 무시했다.”는 얘기는 새로운 버전으로 확대·재생산되며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한 달여 전부터 지역지진센터를 찾아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수차례 전달했으나 묵살당했다.”는 주장에서부터 지질학자들의 경고설까지 나와 있다.“어떤 지방에서 연못 물이 갑자기 증발해버렸다.”거나 “진앙지 원촨(汶川)에서 두꺼비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등의 소문도 나돌았다.“지진 발생 이전 원촨에서 100만마리가 넘는 나비들의 대이동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 정부는 풍설이 확산되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유포자 색출을 직접 지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지만 한번 흔들린 민심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공무원들이 국내외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나 구호물품을 빼돌렸다는 소식에 정부 불신은 극대화됐다. 구호물품 배분을 맡고 있는 적십자회가 이재민용 텐트를 시가보다 비싼 값에 구매한 일이나 구호 전용 천막이 외부지역에 나돌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 이재민들이 경찰 등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며, 현장에는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jj@seoul.co.kr
  • “경제 살릴 국정기조 재조정 필요”

    여권이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대형 공약을 뒤로 미룬 것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화두인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급등과 교역조건 악화 등 외부 충격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지 못하면 쇠고기 파동으로 악화된 민심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1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물가가 최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엄청나게 오르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조짐이 좋지 않다.”면서 “지표를 보니 물가, 국제수지, 외채, 금융기관 부실 등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의장의 설명대로라면 “경제 하나는 확실히 살리겠다.”며 등장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까지 감수하며 현재의 경제 상황을 외환위기 수준에 비교한 것은 그만큼 당정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임 정책위의장은 또 “유가는 유가대로 높고 기업투자는 거의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물가급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임금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이에 따라 다시 물가가 상승하여 내년 경제 운영이 또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경제 위기론’ 수준의 발언이다.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도 “재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에 대한 당정의 ‘비상경계령 발동’이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쇠고기 파동을 풀어나갈 해법을 찾지 못하자 경제 위기론을 조장해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임 의장은 경제 올인을 위해 쇠고기 정국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검역주권,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30개월 미만 소의 수입 등의 문제에 대해 지금 우리는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재협상의 의미가 기존 합의 내용중 일부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 우리는 재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최태환칼럼] 한나라당은 어디 있나

    [최태환칼럼] 한나라당은 어디 있나

    대선만 이기면 뭐든 되는 걸로 알았다고 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고백이다. 지난달 말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가진 당 환송모임에서였다. 그는 “(정권의)잘못과 책임을 청와대에 떠넘기지 말라.”고 했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대통령이라 생각하라고 했다. 강한 여당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메아리 없는 반성문이었을까. 그는 워싱턴에서 폭발하는 촛불집회의 열기를 전해들었다. 보따리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6·10’집회의 열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지금 그의 심경은 어떨가.MB정권의 전도사였던 그다. 실세 중 실세였다. 장수는 전장에 있어야 한다고 했던 그다. 하지만 기약없는 유랑의 길을 떠났다.‘이재오가 있으면 한나라당에 안간다.’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여전히 지리멸렬이다. 당 주변엔 권력투쟁의 유령이 넘실댄다. 그는 이제 이국에서 지켜볼 도리밖에 없는 신세다. 자업자득이라 받아들일까. 지난 총선에서의 낙선이, 친이의 갈등이 새삼 더 아프게 와닿을지 모르겠다. MB정권이 100일을 막 지났다. 출구 없는 터널을 헤매고 있다. 집권 초반 이처럼 곤궁했던 정권이 있었던가. 벌써부터 레임덕의 시작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한 달여 정권 퇴진의 목소리가 길거리를 뒤덮었다. 촛불집회의 파고가 청와대를 삼킬 태세였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과 정부의 소통창구 역할은 아예 포기한 것일까. 오로지 자고 나면 친박 복당 논란이었다. 중진들은 감투 다툼에 날을 샜다. 국회의장단 후보,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만 눈에 들어왔다. 소고기 수입 파동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였다. 아직까지 국회의 재협상 결의안 채택마저 저어하고 있다. 국민들은 집권여당의 중심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국정 현안에 대한 목소리는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뒤늦게 목청을 높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대대적 쇄신을 주창했다. 이제야 국민의 감성지수를 헤아렸다는 것일까. 뒤늦은 호들갑이 민망하다. 촛불 뒤에 숨으려는 포퓰리즘에 다름아니다. 정부와 청와대 인사쇄신 때 당 인사들의 중용설이 나돈다. 국정혼란의 와중에 과실만 따먹겠다는 비판을 알고 있을까. 대통령의 탈정치, 탈여의도의 편벽된 인식만 탓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과 국민 감성에 심각한 골이 생기고 있다면 당이 나서 메우려 고민했어야 했다.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어야 했다. 얼마전 유인태 전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 이유를 반성했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소통 단절을 꼽았다. 노 정권 초기 실세였던 그다. 노 대통령의 의회 정치에 대한 인식부족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당이 정치의 중심, 민의수렴의 중심축으로 나서야 미래가 있다. 민생과 민심을 수렴하고, 정부측과 통로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하면, 무기력한 공룡에 다름아니다. 대통령이 정치 프렌들리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CEO 대통령에서 정치 대통령으로 거듭나게 하는 역할은 한나라당의 몫이다. 새 대표를 뽑는 7월 전당대회가 관심인 이유다. 당이 제 역할을 해야 국민이 덜 피곤해진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미덕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당·정은 화합은 하되,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건강성이 보장된다. 대통령과 당이 함께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다. 최태환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 [월드이슈-中 쓰촨 대지진 한 달] ‘고통’의 대륙… 溫은 ‘소통’ 胡는 ‘불통’

    12일로 쓰촨(四川) 대지진이 발생한지 한 달째를 맞는다. 공식 사망자 6만 9142명, 실종자 1만 7551명에 피해를 입은 사람만도 37만여명이나 되는 대참사의 상처를 딛고 중국은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지진이 사회·정치적으로 중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경제적인 영향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쓰촨(四川) 대지진은 숱한 영웅을 만들어냈지만, 가장 빛나는 영웅의 하나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꼽을 수 있다. 지진 발생 당일 현장 도착은 국가 지도자로서는 사실 무모하기까지 했던 일. 그러나 당일 임시 천막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구호활동을 지시하며 이재민을 위로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환호했다.‘제1선’에 선 지도자 상에 국민적 지지가 몰리는 순간, 원 총리에게는 정치적인 ‘기사회생’의 기회가 터졌다. 중국 정치에서 서구식 대중 정치의 맹아,‘대중 정치인의 출현’ 가능성이 확인되는 때이기도 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과 함께 원자바오 총리의 입지는 좁아져 갔다. 걷잡을 수 없는 물가 상승에 경제 정책은 긴축에 긴축이 이어지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2007년 가을 17차 당대회를 전후해서는 홍콩 언론을 통해 “원로들이 원 총리를 못마땅해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에게 직접적으로 질타를 받았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올 초 남방에 닥친 100년만의 폭설은 그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갔다. 곳곳을 다니며 민심 수습에 나선 그를 보며 적지않은 이들이 위로를 받기보다는 “또, 또…”라며 혀를 찼다.2006년 초 ‘낡은 운동화’와 ‘낡은 점퍼’로 쌓아올린 서민 총리의 이미지도 거의 퇴색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진 와중에 그는 역전했다. 그는 늘 해오던 대로였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나는 원자바오 할아버지다.”,“곧 구해줄테니 조금만 더 참아라.”,“반드시 구출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중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주저앉은 지붕 밑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에게는 직접 물을 먹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다른 지도자들은 그와 뚜렷이 구별되며 비교되기 시작했다. 당 서열 1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제1선’에 섰지만 감동의 깊이와 정도가 달랐다. 자식을 잃고 넋을 잃은 부모에게 “지금 10만명의 인민해방군이 구조활동에 투입됐다.”는 말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 채 정치 선전으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에는 대중이 원하는 표정이 부족했다.‘방송 언어’와 ‘감성적 표현’을 구사하고,‘TV형 표정’을 보여주는 원자바오 총리와는 시시각각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어떤 중국 정치인도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다. 후 주석과 달리 원자바오 총리는 이를 통해 새롭게 ‘힘’을 가졌다.“지진 초기 원 총리의 명령에 불복종한 군 수뇌부에 대해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렇다할 계파도, 내부 지지세력도 없던 그의 처지를 고려해보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설이다. 국민적 지지가 당내 권력 투쟁에 주요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일이다. 쓰촨 대지진은 중국 정치 지형에 보이지 않는 변형을 가져왔다. 중국 국민들의 눈에는 이미 감동을 줄 줄 아는 ‘대중 정치인’의 형상이 투영되고 말았다. 선전·선동형 지도자보다는 교감할 수 있는 정치인상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번 지진은 당장 4년 뒤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간의 차세대 1인자 경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치사에 싹을 틔운 서구식 대중 정치의 맹아는 어떻게 자라날 것인가. jj@seoul.co.kr
  • 각계 전문가 ‘인적 쇄신’ 조언

    각계 전문가 ‘인적 쇄신’ 조언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인적쇄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쇄신의 바구니에는 어떤 내용물이 담겨야 할까. 김영삼 정부의 김용태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노무현 정부의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 시민운동가인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이 11일 조언에 참여했다. ●“책임·상징성 결합하는 인적쇄신을”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할 인적쇄신의 폭과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김용태 전 실장 대폭 쇄신이 돼야 한다. 일부 교체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실력이 검증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위화감을 줄 정도의 재산가는 배제해야 한다. 윤여준 전 장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대통령실장)을 포함해 내각과 청와대를 전면 개편해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다.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쇄신이 돼야 한다. 박남춘 전 수석 왜 민심이 돌아섰는지는 인사권자가 제일 잘 안다. 원인부터 살피고 책임질 사람을 따져야 한다. 도덕성이나 전문성은 차후의 문제다. 손혁재 교수 국면전환용으로 수석, 장관 몇 사람 바꾸는 쇄신이라면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거울 삼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김형준 교수 청와대에서 국정을 총괄했던 사람과 쇠고기 협상 관련 부처 장관을 포함해 대폭 쇄신이 돼야 한다.‘강부자’,‘고소영’ 내각 이미지를 씻기 위해 감동을 줄 수 있는 입지전적 인물이 포함돼야 한다. 김영삼 정부 때 이회창씨, 노무현 정부 때 강금실씨 처럼 상징적 인물을 찾아야 한다. ●“국정공백 운운할 단계 넘었다” ▶쇄신 폭이 너무 크면 국정공백이나 인재 구인난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김 전 실장 지금 일신하지 않으면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할 것이다. 제2의 촛불집회가 생길 수도 있다. 윤 전 장관 국정공백은 걱정할 게 없다. 지금까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나. 자기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사람을 쓰니 인재풀이 좁아지는 것이다. 박 전 수석 능력이 안 되고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을 계속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손 교수 인사 폭이 중요한 게 아니다. 민주적 합의절차를 무시한 대통령의 독단으로 쇠고기 문제가 일어난 만큼 국정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를 먼저 정하는 게 중요하다. 김 교수 국정공백 운운할 단계를 넘었다. 중폭이나 소폭 쇄신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큰 폭으로 해서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효율성이 아니라 상징성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으로부터 정치인들의 대거 입각 요구가 나오는데. 김 전 실장 능력 있는 의원이라면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낙천·낙선자들을 내각에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도 못됐는데, 국민을 다스리는 내각에 임명하는 것은 좀 모순이다. 윤 전 장관 정치인이 들어간다고 반드시 정치력이 발휘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들이 정치력이 있었다면 정당에서 역할을 발휘했어야 했다. 박 전 수석 정치인의 장점은 민심 파악과 국정 조정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특히 정권 초기 복잡한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는 정치인이 유리하다. 손 교수 정치인도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정치인과 비정치인 간 권력다툼이 나타나면 좋지 않다. 김 교수 특수 상황에서 소관부처를 완벽히 통제, 조정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정치인이 들어갈 필요성은 있다. 행정안전부나 보건복지부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실장은 학습하는 자리 아니다 ▶대통령실장을 교체해야 할까. 바꾼다면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김 전 실장 대통령실장은 정무를 아우르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윤 전 장관 대통령실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민 지지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실장은 훈련된 사람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누구나 처음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배워가면서 하지만, 대통령실장은 배우면서 하는 자리가 아니다. 손 교수 대통령이 집사 같은 실장을 원한다면, 교체한다 하더라도 계속 류우익 실장 같은 스타일밖에 안 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하려는 ‘토털 리더십’을 버리고 방향만 제시해 주고 나머지는 위임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지향해야 한다. 김 교수 류 실장은 전반적 국정조정에서 빈약했다. 책임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실장은 ‘컨트롤타워’ 기능이 가능한 정치적 역량과 행정경험을 겸비해야 한다. ●총리는 정치·행정 아우를 수 있어야 ▶국무총리도 인적쇄신 대상에 포함해야 할까. 김 전 실장 인사라는 게 사람이 괜찮다고 해서 교체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심수습책으로 대두되면 경질할 수 있는 것이다. 윤 전 장관 주요 언론 논조대로 교체해야 한다고 본다. 손 교수 전부 다 쇄신 대상이 돼야 한다. 김 교수 포함되는 게 좋다. ▶여권 일각에서 ‘박근혜 총리론’이 나오는데. 김 전 실장 박 전 대표의 행정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정치형 총리를 두기보다는 대통령이 정치를 해야 하고, 총리는 정치와 행정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윤 전 장관 당이 안정되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이 경우 대통령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 손 교수 박 전 대표의 능력 때문이라면 모를까 당내 화합용 카드라면 좋지 않다. 지금 사태는 친이·친박 갈등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니다. 김 교수 지나치게 정치적인 생각이다. 두 사람이 여러 면에서 갈등관계를 갖지 않았나. 공유하고 있는 철학이 뭐냐. 대통령은 미래가 없는 사람이고 박 전 대표는 미래가 있는 사람이다. 당연히 갈등이 있을 것이다. 효율성 있겠나.DJP가 성공했나. 내각도 친이, 친박으로 나뉠 것이다. 둘다 죽는다. 행정에 몰입해야지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려 해선 안된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팀 쇄신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김 전 실장 갈아야 한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소영 내각으로 지목됐다. 아무리 세계 경제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민생을 놓쳤다. 경제팀을 안 건드리면 민심이 인적쇄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윤 전 장관 강만수 장관의 환율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 국민총생산(GNP) 성장에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물가상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손 교수 환율 등 현 경제팀이 한 게 하나도 없다. 기본적 경제 밑그림도 없다. 문제가 많다. 김 교수 국정기획수석과 장관, 경제수석 등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강만수 장관 이름만 들린다. 전체의 흐름이 안 보인다. ●“대통령 친형은 직언하는 역할해야” ▶쇄신 대상이 쇄신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누구와 인적쇄신을 논의해야 하나. 윤 전 장관 종교지도자, 사회지도자 등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면 된다. 손 교수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국회가 국민 대표기관이니 그 의견을 듣고 국민 의견도 당당하게 들어야 한다. 김 교수 특정인이 인사를 주무를 게 아니라 미국처럼 국세청, 국정원 등에서 경쟁적으로 검증해 대통령에게 직보하게 해야 한다. ▶인적쇄신과 별개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월권 논란도 있는데, 그의 역할과 처신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김 전 실장 내가 그의 입장이면 국회의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신중을 기해도 말이 난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나라를 위해 가만히 있었으면 한다. 윤 전 장관 그 자리가 딱 오해받기 좋은 자리다. 한번 그렇다고 인식되면 아무리 본인이 오해라고 해도 소용없다. 김현철씨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김영삼 대통령이 내게 납득할 수 없다고 하길래 “그게 진실이 아닐지라도, 국민이 믿고 있는 게 진실이라고 전제하고 수습책을 내야 한다.”고 진언했다. 박 전 수석 노무현 대통령은 아들, 딸을 미국으로 보냈었다. 왜 그랬을까. 손 교수 정치 원로, 대통령 친형으로서 대통령의 잘못에 쓴소리 하는 역할을 해야지 자기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안 좋다. 김 교수 이 전 부의장의 역할은 철저히 친이와 친박의 교량으로 가야 한다. 이종락 김상연 김미경 홍희경 김지훈기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촛불 집회를 보는 눈/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촛불 집회를 보는 눈/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발한 시민들의 촛불 시위가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촛불 집회는 연휴기간 동안 서울의 중심부를 환히 밝히며 3일간 릴레이로 이어진 데 이어 6월10일 전국적인 규모로 수십만명이 집결함으로써 그 정점을 맞이하였다. 그간의 시위 과정에서 다소의 불미스러운 물리적 충돌 사태가 연출되면서 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촛불 집회는 성숙한 시민정신과 창의력이 넘치는 평화적인 문화 축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 집회는 애당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관련 안전성 문제가 그 기폭제로 작용하였지만, 시위가 확산되면서 점차 이명박 정부의 국정 난맥상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으로 성격이 변화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성난 민심의 핵심에는 부실하고도 졸속으로 이루어진 대미 쇠고기 협상의 근본적인 재고 요구가 있다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공은 이명박 정부 쪽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부는 촛불 시위로 표출된 민의를 충실하게 수렴하여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적확하고도 분명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애당초 이명박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에 있어서 메울 수 없는 현격한 갭이 존재했다. 쇠고기 문제를 정부는 전략적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지불의 차원에서 바라보았다면, 국민은 먹거리 안전성과 검역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인식 차는 잇따른 촛불 시위와 미봉적 수준의 소모적 대응이 거듭되면서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전면적인 정치 투쟁의 양상으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사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누적되어온 국민들의 불만과 스트레스가 쇠고기 문제를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이해된다. 즉, 절차를 뛰어넘은 인수위의 독단적인 행태, 국민정서를 무시한 청와대 고위직 및 각료의 편파적인 인선, 대화와 타협보다는 일방통행식의 정책결정은 국민들의 분노를 축적시켜 왔다. 이렇게 쌓인 국민들의 노여움이 마침내 쇠고기 문제를 계기로 정부에 대한 전면 불신과 비판으로 표출된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 사태는 ‘소통 부재의 이명박 정치’가 불러온 국정의 총체적 난국 상황으로 진단된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했고 청와대와 부처 간의 조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 정부와 여당, 청와대와 야당 간에도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도권 정치의 공백 상태가 초래된 것이다. 민주주의 헌법과 제도에 의해 보장된 고유의 정치 영역이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 길거리 정치가 과잉표출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은 일차적으로는 정부가 쇠고기 문제에 대한 안이하고도 무책임한 그간의 대응을 솔직하게 인정, 사과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책을 내놓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동안 정부 내에서 소통의 동맥경화 상태를 만든 인적·제도적 요인이 있다면 이를 제거하고 과감한 국정 쇄신과 인적 청산을 통해 ‘소통의 정치’를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오늘의 대의정치, 정당정치의 실종현상은 자칫 잘못하면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태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태를 정부와 정치권은 대 각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특별기고-‘6·10촛불집회’에 부쳐] 대통령은 성의껏 들어라/한상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한국 정치는 왜 이리도 험난한 대결의 연속인가. 6·10 항쟁 21주년을 맞이하여 많은 시민들은 이제 막 출범한 정권이 빠져드는 거대한 소용돌이와 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놀라움과 불안 속에 지켜보고 있다. 과거에 그랬듯이, 공권력과 시민의 대치 과정에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감정이 더욱 격화되어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난국을 수습하고 국론을 통합하는 탁월한 능력의 정치적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현 집권세력에는 큰 재앙이 아닐 수 없고 국민에게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전망이 흐린 이유는 문제를 최종 해결해야 할 대통령 자신이 이번 쇠고기 파동과 그 이후 상황전개의 정점에 있다는 점이다. 국민적 불신과 저항의 칼날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집권초기에 이런 위기를 자초한 정부는 그동안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여러 원인이 있지만 나는 제도정치와 시민사회의 증가하는 균열에 주목하고 싶다. 민주화 20년,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많은 금기와 성역들이 무너졌고 세계 최첨단의 인터넷 문화가 꽃을 피우면서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회문화의 급격한 변동은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와 거리응원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오늘의 촛불시위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정치의 행태는 아직도 고루하고 낡은 습속에 빠져 있다. 이른바 ‘실용’을 내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이번 쇠고기 파동을 낡은 이념의 잣대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 문제는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문제다. 위험사회에 직면하여 시민들이 이끄는 새로운 생명정치의 현장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소중한 잠재력을 보지 못한 채 낡은 이념의 틀로 덧칠을 하려다 과거에는 상대를 좌파로 몰아 이득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낭패를 당했다. 시민들이 유머와 풍자로 정부를 비웃고 있기 때문이다. 배후 세력을 거론하는 것도 과거 공안정치의 유물에 가까운 것이다. 진정한 실용정부라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실용을 내걸면서도 지난 10년을 ‘좌파’ 정부로 낙인찍어 모든 것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고자 했다. 여기에 모순과 단견이 있으며 치밀한 준비 없이 이념적으로 너무 빨리 질주하다가 많은 분야에서 빨간등이 켜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되돌아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소통의 어려움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좋은 정책을 가지고도 소통에 실패하여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언론과의 갈등이 작용했다. 그러나 자신의 개혁의지가 옳고 선하며 정의롭다는 집권층의 신념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선과 악을 나누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면 소통은 장애에 부딪친다. 이명박 정부는 어떠한가. 과거의 정부는 언론권력의 대명사로 거론되던 신문들과 대결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다면, 오늘의 정부는 아예 이들 신문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보다가 민심을 수습하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재빨리 간취해야 할 신문의 안테나가 이토록 무뎌진 것은 이명박 정부에 불행한 일이다. 이들이 정부를 난관에서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치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통을 위해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대화하는 것이다. 대화의 핵심은 상대의 말을 성의껏 듣는 것이다. 그래서 공통분모가 발견되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 난관이 해소되고 신뢰와 소통의 새로운 정치가 시작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대통령이 이 길을 열어야 한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 [6·10 촛불집회] 내각·靑 교체 대폭? 중폭?

    [6·10 촛불집회] 내각·靑 교체 대폭? 중폭?

    24명이 사표를 썼다. 정부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15명 전원이, 청와대에서는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6명, 그리고 대변인이 사의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 자체다. 취임 107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전임도 디뎌 보지 못한 바닥에 섰다. 서울광장과 세종로 사거리, 광화문 앞을 성난 시위대가 뒤덮은 10일 이 대통령은 각료와 참모의 이름을 다시 써넣어야 할 백지를 펼쳐 들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주례보고를 통해 내각 일괄사의를 밝힌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당부는 딱 한 가지다.“(촛불시위에서) 만의 하나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였다. 사의를 밝힌 한 총리에게 다른 위로나 당부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은 이 한 가지만 공개했다. 거리의 시민들이 상징하는 민심 앞에서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심경이 읽힌다. 쇠고기 파동은 정점에 서 있다. 쇠고기로 끝나느냐, 아니면 반정부 투쟁과 반미 시위로 번져 가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이 대통령에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13일 효순·미선양 6주기,6·15공동선언 8주년을 고비로 반정부 투쟁으로 번져가기 전에 촛불을 꺼야 한다. 쓸 수 있는 ‘소화기’는 다 동원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카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인적 쇄신으로 표현되는 정부 새틀짜기와 여야·정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국정 시스템 개편, 그리고 이른바 소통 부재로 비판받는 ‘이명박 리더십’의 개선이다. 이 틀 속에 대운하 공약의 궤도 수정이 담길 수도 있다. 인적 쇄신을 놓고 이 대통령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 자리를 비워둔 것만 40일째인 이 대통령이다. 한 사람 바꾸는 게 쉬울 리 없다. 청와대 밖에서는 한 총리와 류 실장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은 대대적인 교체를 주장한다. 반면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은 국정 공백을 내세워 신중한 교체를 주장한다.9일 이 대통령을 면담한 친형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이 한 총리와 류 실장 모두를 교체할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측근인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몇 시간 뒤에 교체될 줄 미처 몰랐던 걸 보면 이들의 운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한 총리와 류 실장을 모두 교체하되 각료 교체는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징성은 극대화하면서 정부 동요는 최소화하는 포석이다. 총리를 먼저 경질한 뒤 신임 총리를 임명할 때까지 장관 경질을 다소 늦추면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개편을 먼저 단행할 수도 있다. 정두언-박영준 파문에서 드러났듯 청와대 내부의 알력이 우선 정리돼야 정부의 틀을 새로 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의가 윤곽을 드러낼 12,13일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보완대책과 함께 당·정·청을 새롭게 운영할 국정 시스템 개선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쇠고기 파동을 교훈 삼아 보다 민의를 적극 수렴하는 쪽으로 개선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물론 지금까지 자신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일방통행식 리더십을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6·10 촛불집회] 내각 총사퇴로 본 여권 권력다툼 2R

    청와대와 내각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여권 권력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구심점으로 한 ‘주류 중의 주류’ 친이(친이명박) 온건파가 당내 이명박 직계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정두언 의원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대는 양상이다.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등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인적 쇄신의 표적으로 부상, 사표를 제출한 것은 이 전 부의장의 당내 입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친이 강경파는 지난 3월 공천과정에서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을 앞세워 이 전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다가 치명상을 입었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청와대와 내각 일괄 사의 표명을 이끌어내는 등 외관상 주도권을 쥔 양상이다. 내심 이번 기회에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이고 당내 인적 쇄신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경파의 한 의원은 10일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이고 당도 대대적인 쇄신을 보여 주지 않으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이 온건파는 여론 동향을 주시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이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정 의원이나 이 전 부의장이 입을 굳게 다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온건파의 한 의원은 “문제는 누구나 제기할 수 있고, 비판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라며 “집권 여당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이 여론에 편승해 비판만 하는 사람들에게 국정과 당정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격했다. 친이 강경파와 온건파의 다툼은 이 대통령의 다음 인선과 오는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판가름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부의장과 함께 온건파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차기 당권을 잡을 경우, 사실상 이 대통령의 정치 특보 역할까지 담당하는 당 대표 이상의 역할이 예상된다. 박 전 부의장은 이상득 전 부의장이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원로그룹으로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조언을 해왔다. 실제 이 전 부의장과 최 위원장은 9일 아침 청와대 안가에서 이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 하며 시국 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이 전 부의장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당내 세력구도를 감안할 때 이 전 부의장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립과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업(원혜영 통합민주당 원내대표)(YTN 낮 12시35분) 통합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섰다. 장외투쟁의 의미, 언제까지 등원을 거부할 것인지 등에 대해 통합민주당 원혜영 대표에게 들어본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로 급락한 현실. 무엇이 문제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민심수습책에는 어떤 것들이 우선돼야 하는지도 들어본다.   ●스포트라이트(MBC 오후 9시55분) 우진은 재호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우진을 기다리던 태석은 순철에게 우진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재호는 우진에게 핸드백을 선물하고, 누군가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태석은 영환건설 간부를 찾아가 우진의 부상에 대해 사과받아야겠다며 언론보도를 막을 수는 없을 거라고 경고한다.   ●일지매(SBS 오후 9시55분) 단두대에서 연이의 몸이 하늘로 치솟고 이내 연이는 생을 마감한다. 이를 지켜보던 용이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부들부들 떤다. 그러다 용이는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은 장만동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는가 하면, 집으로 돌아와서도 안쓰러워 하는 쇠돌과 단이에게 슬픔을 감춘 채 장난스럽게 대하는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여름만 되면 배앓이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설사나 변비에 시달리는가 하면, 헛배가 부르기도 한다. 여름철 배앓이의 원인은 대부분 음식에서 비롯되지만, 장염이나 식중독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는 심각한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원인도 다양하고, 증세도 복잡한 배앓이에 대해 알아본다.   ●60분-부모2.0(EBS 오전 10시) 누워서 거울을 보며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11개월 지안이. 또래 아기들이라면 한참 기어다니며 돌아다닐 때지만, 지안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보내야 한다. 엄마가 억지로 앉혀놓으면 힘이 들어 그냥 울어버리고 만다. 아기발달 전문가 김수연씨와 함께 발달지연 아기의 양육방법을 알아본다.   ●태양의 여자(KBS2 오후 9시55분) 윤사월이 어릴 때 자신이 서울역에 버린 최정희의 친딸인 동생 지영일지도 모른다고 느낀 도영은, 부모 찾기 프로그램을 취소할 것을 종용한다. 도영은 백화점에서 정희와 사월이 만나는 게 두려워 백화점으로 달려간다. 사월은 백화점 M&A팀으로 와있는 첫사랑 준세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6·10 촛불집회] 각 부처 전전긍긍

    한승수 총리가 10일 내각 일괄사의를 표명하자 “올 것이 왔다.”며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의 경질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이 부처들은 침통해하면서도 후속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교체와 유임이 엇갈리는 부처는 장관의 불투명한 거취에 일손마저 놓고 있다. 반면 ‘쇠고기 파동’과 직접 관계가 없는 행정안전부 등은 장관 재신임을 확신하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복지부 “올 것이 왔다” 담담 농식품부는 내각 총사퇴와 관계없이 정 장관의 경질이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각이 사실 문책성 경질이라는 점에서 쇠고기 협상을 주도했던 장관 이하 실무진도 불똥이 튈까 긴장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쇠고기협상이 이런 지경까지 이르니 착잡할 뿐”이라면서 “추가협의 등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김 장관이 경질 대상으로 공공연히 거론돼온 만큼 담담해하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 파문의 직접 책임자도 아닌 김 장관이 산적한 현안을 놓고 물러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벌써부터 김 장관의 후임으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내정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나오자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과부는 쇠고기 파동과 직접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예산 모교지원 논란이 터져나온 터라 김 장관의 경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예산 모교지원이 국민의 오해와 질타를 받을 일이지만 장관이 물러날 정도로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 것은 아니다.”면서 “김 장관이 쇠고기 정국에서 희생양이 된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교체 불확실한 재정·외교부 긴장 개각 폭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강만수 기획재경부 장관도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는 경제정책의 수장인 강 장관의 경우 어려워진 국내 경제 상황에 일정부분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사의가 수리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쇠고기 협상의 주역인 외교부의 유 장관도 교체대상으로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외교부는 긴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북핵 현안, 일본·중국과의 현안처리 등 시급한 상황에서 교체될 가능성은 적은 것 아니냐.”며 유임설에 무게를 실었다. 반대가 심한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 정종환 장관의 교체를 통한 민심 달래기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국토해양부도 동요하고 있다. 부처종합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6·10 촛불집회] 386 정치인 6·10 항쟁 소회

    1987년 6월 항쟁과 2008년 6월 촛불집회.21년의 간극을 두고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독재타도·호헌철폐를 외쳤던 광장에,42년의 독재를 끝내겠다며 성공회대 꼭대기 종탑에서 42번 울렸던 타종 소리를 기억하며, 다시 광장에 선 사람들이 있다.386 정치인들이다. 거대 담론에 빠진 무능한 세력, 민주화의 성과를 독식한 기득권 세력,386 정치인들의 현주소나 다름없다. 군부독재의 권력 이양식이 치러졌던 21년전 10일,‘귀환’한 이들의 소회는 그래서 남달랐다. ●“대중과의 간극 메우는 중” 통합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집회에 나왔다. 여기저기 모여앉은 386세대 가족들을 보며 민주주의는 결코 물러날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송 의원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 사회의 모든 문제를 고민하는 세대로서 무거운 짐을 진 것 같다.”며 화두를 던졌다. 어느샌가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이름,386 정치인. 송 의원은 “주도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과 공감하며 간극을 메우는 과정”으로 2008년 촛불의 의미를 받아들인다.6월 항쟁이 이룬 민주주의 성과들이 역진할 때, 끝까지 지켜내고 진전시키는 것이 스스로의 임무라고 다짐한다.1987년 당시엔 인천지역 노동자로 집회에 참여하면서, 이한열 열사 장례 추진위원을 지냈다. 당시 동국대 ‘호헌철폐와 민주헌법 쟁취를 위한 애국학생투쟁위원회’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최재성 의원. 수배 중이었던 터라 서울 노량진 뒷골목 자취방에서 6월의 벅찬 열기를 숨죽여 느껴야 했다. 최 의원은 촛불행진 중에 “국민들은 진보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치권도 진화하는 국민들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386 정치인에 대한 가혹한 ‘평가’엔 단호하다. 최 의원은 “386 정치인들은 태생적으로 탈권위적이다. 국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세력”이라면서 “우리 사회에 386을 대신해 진보적인 국민들과 잘 조응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만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려면 “스스로 변질되지 않으면서, 정체성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정당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장 보며 대한민국 에너지 느껴”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1985년 11월 서울 미 문화원 점거 투쟁으로 구속돼 3년간의 옥고를 치렀다. 때문에 6월의 현장에 동참하지 못했다. 정 의원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대한민국의 에너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권퇴진을 요구했던 87년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것 해야”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우 전 의원은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나서 다시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과 국민이 직접 부딪히는 현장은 386 정치인으로서 각별한 각오를 다지게 한다. 우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위기의 원인을 모르는 것 같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총선 패배 뒤에도 386을 향한 비판은 여전히 따갑다. 우 전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국민과 함께 싸우는 게 야당의 역할”이라면서 “386 정치인들은 더 명확하게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한열 열사 국민장이 재연되자 일각에선 ‘386이 민주화운동 연장선상에서 촛불민심에 편승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들려왔다. 우 전 의원은 “무슨 소리냐. 그럴려고 했으면 진작에 우리가 집회를 주도했을 것”이라면서 “6월 광장에서 운동권과 비운동권을 가르는 발상 자체가 정파적이고 불순한 시각”이라고 되받아쳤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서울대 법대 새내기 때 겪은 6월 항쟁을 ‘신천지’로 기억했다.‘내 삶의 밑바닥 힘’이었다고 한다.386정치인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인정하면서도 “시대의 주역들이 늘 존중받는 것은 아니다.”면서 “타협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국민들에게 결실이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 세대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구혜영 한상우기자 koohy@seoul.co.kr
  • [6·10 촛불집회] 숨죽인 한나라당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한나라당은 숨을 죽이고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를 지켜봤다. 당직자들은 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어떻게 될지, 촛불집회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가 이날 집회 분위기에 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격시위 모습이 나타나거나 집회가 정권퇴진 집회로 완전히 변하는 게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은 우리 당에서 비상근무하는 날”이라면서 “오늘 밤늦도록 당직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시위상황을 개별 점검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화물연대 파업이 개시되면 물류대란이 온다.7월 초부터 비정규직법이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대란도 떠오를 수 있다.”며 정국 변수에 촉각을 기울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이 시위 정국을 이용해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면서 “야당은 6월 국회를 정상화해 고물가·고유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조속히 혜택이 갈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스스로는 “열린 마음으로 야당을 대하고, 야당과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6·10항쟁 21주년 논평에서 “6·10 그날의 민주화 함성과 열망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단순히 당시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국민적 저항을 넘어 민주주의를 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하지만 민생고로 피폐해져 가는 서민의 삶마저 무시하고 있는 야당의 길거리 정치는 6·10 정신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수호와 발전을 위했던 6·10항쟁 정신은 절대로 야당의 명분 없는 장외투쟁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한편으로 한나라당은 대규모 집회 등에 관심이 집중된 이 시기 동안 국정쇄신 방향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화물연대 등과의 조율을 계속 시도하고,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의 복당 심사를 서두르는 것도 이런 각오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국민 성공,정부 실패’의 역설

    [김형준 정치비평] ‘국민 성공,정부 실패’의 역설

    쇠고기 재협상과 국정 쇄신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6·10´ 촛불 집회가 막을 내렸지만 촛불은 여전히 국민의 마음속에 켜져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전체가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 공신이자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정두언 의원의 ‘청와대 권력 사유화’ 발언이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이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국정 철학의 초심으로 돌아가 쇠고기 재협상에 대해 용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국정 철학의 핵심은 ‘창조적 실용주의’이다. 그 기저에는 ‘긍정적 사고’와 ‘현장 중심주의’가 깔려 있다. 대통령은 4월30일 청와대에서 근로자의 날 수상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비관적, 비판적 생각을 갖고는 뜻을 이룰 수 없으며 ‘된다’는 적극적,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3월24일 국토해양부 업무 보고에서는 “‘된다’는 것보다 ‘안 된다’는 것을 더 많이 정책에 남용했다는 점을 한번 깊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이어 “‘이것은 안 되겠습니다’라고 하지만 상대에게는 절망적으로 들릴 수 있다.”면서 “하다가 안 되더라도 같은 이야기면 ‘검토해 봅시다’라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은 이명박 대통령 리더십의 요체를 ‘경쟁과 효율, 실적, 그리고 탁상공론보다는 현장을 중시하는 실용주의’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은 “현장 가봤어?”라는 말로 유독 현장을 중시한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현장, 이천 냉동창고 화재현장, 숭례문 화재현장, 일산 경찰서 등을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방문했다.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긍정적 사고와 현장주의 정신이다.“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며 불가 입장을 견지하기보다는 재협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 인식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배후 세력 운운하기 전에 촛불 집회 현장에 가서 민심의 소리를 생생히 듣는다는 심정으로 아고라(광장)에서 무엇이 메아리치고 있는지 역사와 대화하는 자세로 깊이 경청해야 한다. 대통령은 민심 수습의 일환으로 내각과 청와대의 대규모 인적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선 인적쇄신 후 쇠고기 파문 해소’라는 단계적 접근으로는 성난 민심을 결코 달랠 수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재협상이 인적쇄신보다 우선하고 이들을 서로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재협상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지 않은 상태에서 단행되는 인적쇄신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내세운 핵심 슬로건은 ‘국민성공 시대’였다.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민이 원하는 것을 성실히 수행하면 그것이 바로 국민이 성공한 것과 같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성공 시대’의 이면에는 정부의 성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 상황에서는 정부는 실패하고 국민은 성공하는 역설이 형성되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협상에 실패하면서 국민이 촛불 집회를 통해 성공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대통령이 오판해서 또다시 실기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촛불이 세상을 밝힐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와 함께 쇠고기 재협상과 인적쇄신의 카드를 동시에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서울광장] 광우병 정국서 본 북한의 미래/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우병 정국서 본 북한의 미래/구본영 논설위원

    생전의 북한 김일성 주석은 “이밥(쌀밥)에 쇠고기국을 먹이겠다.”고 북한주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그 비원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의 사후에도 식량자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작가 황석영은 지난 1993년 펴낸 그의 방북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에서 “식의주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북한 측의 주장을 소개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님은 불문가지다. 지난 1995∼98년 ‘고난의 행군’ 기간 적게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300만명 이상이 아사했다는 추정이 나오지 않았던가. 사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 들어와 더 악화됐다. 지난 수년간 해마다 남측으로부터 수십만t의 식량지원을 받은 게 그 증거다. 올 들어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 측 인도적 지원단체들은 수많은 아사자가 나올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우려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말 뜬금없는 김정일 위원장 유고설을 접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믿지 않았다. 구체적 팩트가 없는 첩보이어서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남북관계를 취재해온 경험에 따른 직감이었다. 특히 인류 역사를 통틀어 굶주려서 망한 국가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며칠 후 생각을 좀 달리하게 되는 계기를 맞았다. 북한당국이 남쪽의 ‘광우병 정국’에 뛰어들면서다.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역도의 범죄적 책동에 격노한 민심은 온 남녘땅을 촛불바다로 뒤엎고…”라며 대남 공세를 폈다.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로 불붙은 촛불시위에 편승한 셈이다. 북한은 지난 2001년 유럽에 광우병이 창궐할 무렵, 독일과 스위스에 폐기할 소를 무상 원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국은 “(북한주민이)굶주리는 것보다는 폐기 처분할 쇠고기를 먹는 게 낫다.”며 제안에 응했다. 당시 스위스와 독일에선 각각 수백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위험성으로 말하면 북한주민들이 먹은 쇠고기는 오래 전에, 그것도 3마리만 광우병 소로 판명된 미국 쇠고기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행히 북한에서 단 한명의 인간광우병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광우병 공포증’이 촉발시킨 촛불집회로 이명박 정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광우병 정국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광우병 우려가 컸던 유럽산 쇠고기를 대량 소비했던 북한이 목소리를 낼수록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꼴인 까닭이다. 이런 모순되는 논리 전개가 가능한 것은 북한이 확고한 김정일 1인체제임을 웅변한다. 인터넷도, 촛불시위도 없는 사회이기에 정보 소통이나 주민 여론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 게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북한사회의 급변 가능성과 그 이후의 남북관계를 걱정해야 할 진짜 이유다. 김 위원장이 언제까지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미룰 수는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개량이나 점진적 개혁을 거부하는 경직적 정권은 언젠가 혁명을 당해야 하는 게 역사의 법칙이 아닌가. 일사불란한 것처럼 보이는 북한이 실은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시위대와 맞닥뜨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 큰 위기요인을 잉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엊그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한·미는 물론 중·일까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다가오듯이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대비도 이를수록 좋을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촛불시위의 민주적 해법/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촛불시위의 민주적 해법/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서울시청 광장 등에서 한달 넘게 전개되고 있는 촛불시위는 우리 사회가 디디고 서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촛불시위는 어디까지나 정치권력에 의해 민의를 무시당한 시민들의 정당하고 민주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촛불시위는 작을수록, 짧을수록, 없을수록 더욱 민주적이라는 역설을 가지고 있다. 시위가 많이, 자주 발생하는 사회를 어찌 안정된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촛불시위의 해결책은 어쩌면 매우 간단하다. 우선은 촛불시위의 민주성을 인정하고, 둘째는 시위를 촉발시킨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비민주성을 제거함으로써 촛불을 다스리는 것이다. 문제는 집권세력과 시장지배적인 언론이 반대로 갔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비민주성은 고치지 않고 촛불시위를 좌파세력, 배후세력의 비민주적인 행태로 몰아대며 오히려 촛불을 번지게 했다. 장기간 대규모로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는 궁극적으로 정치권력과 시민들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수준 낮은 민주주의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특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권력과 시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언론의 비민주성은 심각하다 못해 고질적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요즘의 촛불시위는 이슈의 성격은 다르지만, 시민의 문제가 정치권력에 의해 무시되고, 국회에서 반영되지 않고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폄하될 때 시민들이 주도하는 ‘거리의 정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촛불시위는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광우병에 걸릴 확률, 무역협상 등 정책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권력이 시민을 무시하면서 발생한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부자내각’ 구성과정에서 보여준 시민 소외현상을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서도 연장해서 보여줬다. 일부 보수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시민을 무시한 정치권력을 두둔하고 오히려 시민들을 공격했다. 정치권력과 정파적 언론에 의한 시민 무시 행위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쇠고기 문제는 시민들의 생활세계와 직결되는 폭발력이 강한 이슈였기 때문이다. 생활세계 이슈의 함정에 빠진 정부와 보수언론은 촛불시위의 진화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나 정부의 대책들은 민심을 읽어내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편파 왜곡 보도를 했던 언론들은 슬그머니 촛불시위를 편드는 보도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둘 다 이미 신뢰와 지지 하락의 고초를 겪고 있다. 문제는 촛불 시위가 정부와 언론의 구조상의 비민주적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재협상도 국내 민주주의의 대가로 치를 가능성이 높다. 서울신문은 6월5일 9면,‘e카페 시민운동 새장 열었다’,6월6일자 11면 ‘촛불지킨 UCC의 힘’ 등을 통해 촛불집회의 디지털 민주주의 성격에 대한 기사를 쓰고,6월3일 사설 ‘성난 민심 가라앉힐 쇄신책 나와야’,6월4일 10면,‘정부대책도 성난 촛불 못 막았다‘,6월7일 이목희 부국장의 칼럼 ‘인적쇄신, 콘텐츠가 중요하다’ 등을 통해 재협상과 정치적 리더십의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무역협상과 광우병과 같은 전문분야를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한다든지, 또는 실책을 잇달아 내놓는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분석하는 등의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보도이다. 아무쪼록 촛불 시위자들이 거리 정치에서 제기한 민주주주의 문제가 이제는 정부와 언론의 토론장에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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