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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분석] 세종시 출구전략은 박근혜 퇴로 터주기?

    [뉴스&분석] 세종시 출구전략은 박근혜 퇴로 터주기?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 세력 간 대립이 누가 더 안전하고 유리하게 ‘출구’를 통과하느냐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MB 출구전략’과 ‘박근혜 출구전략’이 서로 충돌하거나 조응하는 어지러운 그림이다. ●친이 “박 전대표가 출구 찾아야” 정부가 세종시 수정 관련 출구전략을 가동한 것 같다는 관측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지난주 초 완강한 수정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발언이 잇따라 나왔을 때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에게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오히려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몇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우선 정부가 다음달 수정안 최종본을 발표했을 때 충청 여론이 의외로 호전되는 경우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로 보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유로 원안을 고수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가장 난감한 시나리오다. 목청을 높이던 친박 의원들도 이 대목에 이르면 말을 얼버무린다. 반면 충청 민심이 끝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는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회에 수정안을 제출하게 된다. 물론 야당과 친박이 공조해 수정안을 부결시킬 것이다. 이 경우 얼핏보면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는 것 같지만 의외로 박 전 대표에게 더 큰 내상이 갈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이 사력을 다한 수정안을 충청표를 의식해 야당과 손잡고 저버렸다.”는 여당 지지층의 비판과 함께 대선의 가장 큰 ‘표 덩어리’인 수도권 민심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박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밀린 게 직접적 패인이었다. 일각에서는 당론 채택과 국회 표결 과정에서 친이와 친박이 정면충돌하면서 당이 쪼개지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과격한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이혼’할 명분을 찾지 못했던 양측이 갈라서기에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들은 유·불리를 확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최선’이 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의 협조 아래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가장 마음 편한 그림이다. 이 때문에 친이 쪽에서 나온 출구전략성 발언이 실은 박 전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친박 홍사덕 “중용의 묘” 거론 최근 원안(9부2처2청 이전)과 유력 수정안(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의 절충형인 2~5개 부처 이전 안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흘러나온 것을 놓고도 친박계에 물러설 명분을 주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침 완강한 원안 고수론자였던 친박 홍사덕 의원은 9일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중용의 묘” 운운하며 “국민과 정부 사이에 있는 당 특위에서 모든 지혜가 담긴 타협안을 내놓을 때까지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가 열어준 퇴로에 친박이 호응한 것인지 주목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축소+알파(α)’가 진정한 정치 해법

    [김형준 정치비평] ‘축소+알파(α)’가 진정한 정치 해법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는 솔직한 표현을 써가며 사과했지만 충청도민의 수정안 반대 민심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누군가가 “한국에 과연 정치가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단연코 노(NO)일 것이다. ‘선동과 극단’만 존재할 뿐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다.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증폭시키는 게 우리의 정치다. 세종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면 다음 세 가지 명제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세종시 문제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안됐다. 둘째, “‘원안+알파(α)’는 재원 때문에 안 되고, 원안에 자족기능이 있더라도 미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최근 방한한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독일은 행정기능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을 경험했다.”며 “나는 행정부처 분산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내재돼 있는 이런 상황들을 고려한다면 ‘국토 균형발전과 행정 효율성’이라는 두 가치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떻게 해서라도 국토 균형발전도 이루고 행정 효율성도 담보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 이전 백지화 대신 일부 부처를 이전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축소+α’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전 부처 수를 축소하면 사실상 9개 부처가 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론이 양분돼 있고, 추구하는 가치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최상의 해법은 극단이 아닌 중용을 택하면서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다. ‘축소+α’안의 핵심은 독일처럼 일정 기간 운영을 해보고 그때 가서 다시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만약 행정 비효율성이 예상과 달리 심각하지 않으면 나머지 부처도 그때 가서 이전하면 된다. 반대로 엄청난 행정 비효율성이 입증되면 내려간 부처를 주저없이 중앙으로 다시 이전하고 그곳에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 더구나 이 방안은 법 개정 없이 정부 고시 변경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초 미국 국민 95% 이상에게 건강보험혜택을 제공하려는 미국의 의료개혁 법안이 과반수인 218표를 겨우 두 표 넘기면서 가까스로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주도하는 이 개혁 법안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세종시와 4대강 이슈보다 훨씬 폭발성이 강한 쟁점이었다. 100년을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야당인 공화당 의원 177명 중에서 오직 1명만이 찬성표를 던질 정도로 당의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야 간, 심지어 여당 내에서 치열한 논쟁은 있었지만 강제적 당론은 없었고, 야당은 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단상을 점령하거나 투표 행위를 방해하지 않았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 258명 가운데 39명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반대표를 던졌다. 바로 이것이 성숙한 정치의 표본이다. 세종시와 관련해 정부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해서 대안을 마련하면 야당은 이를 원천봉쇄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국회 표결에 임해야 한다. 더불어 여야 모두 강제적 당론으로 의원들을 구속하지 말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 그때만이 승리를 하더라도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고 패자도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수 있다. 패자는 없고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 한국 정치도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이 살아 숨쉬는 ‘절충과 조화의 정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축소+α’안의 핵심은 독일처럼 일정 기간 운영을 해보고 그때 가서 다시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MB, 세종시 갈등 겨냥 “여당 일치 확신”

    MB, 세종시 갈등 겨냥 “여당 일치 확신”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세종시 여론전의 주요 창구 가운데 하나인 한나라당내 16명의 시·도당 위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졌다. 정몽준 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정양석 대표비서실장, 조해진 대변인도 함께했다. 이날 만찬은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추진을 위해 친박(친박근혜)계를 설득하기 위한 자리라는 시각이 많았다. 유기준(부산)·서상기(대구)·이경재(인천)·김태환(경북)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 문제로 친박 의원들과 직접 접촉할 기회를 찾기 쉽지 않았다. 시·도당 위원장 가운데 8명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세종시 수정론에 대해 반대 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는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친박의 태도는 아직 완강하다.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표는 본회의 참석에 앞서 ‘민관합동위원회의 부처 이전 백지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 내내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찬성과 반대 모두 좋은 틀에서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당이 언론에 싸우는 식으로 비쳐지지만 나는 여당이 일치돼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론에 대한 당의 뒷받침을 주문하거나 하는 강한 당부는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다만 세종시를 둘러싼 쟁점과 관련, “여러 가지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된 것은 내게 주어진 하나의 소명으로 본다. 미래 발전에 초석을 쌓는다는 신념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원론을 강조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나 중립 성향의 의원들도 당초 의도와는 달리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지역의 민심을 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원외위원장들 가운데 일부가 세종시 수정론 추진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으며, 친박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론에 대한 발언 기회를 찾기 쉽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경재 의원이 건배사에서 “세종시는 경제 효율성도 중요하고 사회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하다. 솔로몬의 지혜로 국민도 인정하고 충청도민도 ‘그만하면 잘됐다.’고 하는 안을 내놓으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정도다. 친박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른바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설득을 위해 할 도리는 다했다.’는 식의 행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았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내년7월 첫 자율 통합시 출범 청신호

    7일 경남 진해시의회와 마산시의회의 행정구역 통합안 의결은 청주·청원 등 나머지 3개 권역의 통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행정구역 통합의 첫 시험대인 마산·진해시 의회에서 예상 외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면서 “11일로 예정된 창원시 역시 통합을 위한 의결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창·마·진’ 통합 설치법 1월 제출행안부는 지방의회 모두가 찬성하는 곳은 주민투표 없이 통합대상 지역으로 확정하고,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인 7월 통합시가 출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이를 위해 행안부는 창원시의회 표결이 통과되는 대로 국회에 우선 창·마·진 통합관련 설치법을 개별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1994·95년 도농 통합 때에는 전국을 1개 법안으로 묶어 일괄처리했으나 이번은 지역별로 상황이 달라 시차를 두고 법안을 제출하게 된다.그동안 지역여론을 무시한 채 통합안을 밀어붙인다는 지적을 받았던 행안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고무적인 결과”라며 반기고 있다. 사실 행안부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찬성이 많았던 마산에서도 반대표가 적지 않아 끝까지 마음을 졸여왔다.물론 ‘창·마·진’ 가운데 마지막으로 창원에서 통합안이 통과되더라도 바로 통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남도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그러나 주민 생활 편익 등을 고려할 때 도의회가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다른 3곳은 진통 겪을 듯일단 행정구역 통합의 첫단추는 잘 끼운 모양새이지만 나머지 지역 3곳의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수원·화성·오산의 경우 화성·오산의 반대가 너무 거세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행안부는 보고 있다. 청주·청원 지역은 청원군의 반대 속에 여론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분위기다. 다음주 중 열릴 예정된 지방의회에서 통과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성남·하남·광주도 성남 분당 지역 주민들이 통합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반대가 만만찮다. 이들 도시는 연내 지방의회에 통합안이 상정된다.이들 지역 지방의회가 통합안을 부결시키면 공은 주민투표로 넘어간다. 행안부는 현재 부결 이후 처리 문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법 4조에 따르면 단체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해야 하지만 단체장이 이를 거부할 수도 있는데다 유권자 3분의1 이상 투표에 참여해야 개표함을 열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행안부 인센티브로 통합 유도따라서 행안부는 해당지역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 등 지역민심 잡기에 마지막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각 지역 통합 시 재정 교부세 인센티브 지급과 숙원사업 해소 역시 유인책으로 내걸고 있다. 통합으로 인구 110만명이 되는 ‘창·마·진’의 경우 향후 10년에 걸쳐 2369억원을 받을 수 있다. 지역개발 채권 발행과 21층 이상 건축물에 대한 건축 허가권도 갖는다. 부시장도 한 명 더 둘 수 있다. 행안부 자치제도과 관계자는 “지역 숙원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검토단계에 있다.”고 전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양천 비리공직자 신고핫라인 ☎ 010-3036-3650

    양천구가 ‘공직 비리 신고 핫라인’과 ‘비리 전담반’ 등을 신설해 화제다. ‘청렴한 벼슬아치를 귀히 여기는 것은 그가 지나가는 곳은 산림과 천석도 모두 밝은 빛을 받기 때문이다.’라는 목민심서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사실 구청이나 관공서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함이나 그 과정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 등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신고를 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이 때문에 양천구가 7일부터 ‘공직자 부패신고 핫라인’을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핫라인을 통해서는 내부비리, 외부 신고는 물론 주민불편사항 등 각종 신고가 가능하다.공직자 부패신고 핫라인이란 말 그대로 구청 감사관과 신고자를 직통으로 연결해 주는 장치다. 방법은 전화와 메일 두 가지로 감사관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폰(Hot-Phone)은 010-3036-3650, 인터넷을 통해 신고할 수 있는 핫메일(Hot-mail)은 구 홈페이지에 핫메일 배너를 이용하면 된다. 핫라인은 신고자인 주민(외부신고)과 직원(내부신고)의 철저한 신분보장을 고려했다. 핫폰은 감사관과 직접 연결돼 내부비리, 부조리, 주민불편사항 등을 신고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핫메일은 감사관만이 직접 열람할 수 있다. 또 구는 ‘비리신고 조사 전담반’을 구성, 신고 접수된 내부비리와 공직자 부조리, 주민불편사항 등을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기로 했다.추재엽 양천구청장은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 소양이자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의무”라면서 “구는 핫라인 운영을 시작으로 더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고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北 화폐개혁 이후] 화폐 교환조건 오락가락 北당국 민심역풍에 ‘당황’

    지난 30일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과 관련, 북한 당국이 화폐교환 조건을 연일 바꾸고 있다. 전격적인 화폐개혁안 발표로 충격을 받은 주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당황한 당국이 지침을 거듭 완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화폐교환 비율을 100대1로 했고, 가구당 10만원까지만 새 돈으로 교환해 준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다음날인 1일 당국은 가구당 교환 한도를 15만원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2일 당국은 다시 10만원까지는 100대1로 바꿔주고 그 이상은 1000대1로 교환해 준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10만원 이상의 구 화폐를 버리지 말고, 보관금 명목으로 당국에 예치하면 앞으로 대책을 마련해 주겠다는 방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00대1은 너무 차이가 큰 교환비율이어서 주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의문이다. 남는 돈을 일단 예치하라는 당국의 주문도 믿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옛 화폐의 교환가치 폭락으로 현재 북한의 물가는 화폐개혁 이전보다 15~20배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폐개혁의 역풍이 매우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2년 1대1의 화폐개혁 때도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당시 신의주·청진·함흥 등 대도시에서 소규모의 폭동이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은 그보다 충격적이라는 점에서 북한 주민의 동요가 더 심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화폐개혁의 최대 피해자들은 그동안 2002년의 ‘7·1경제관리개선조치’에 따라 열심히 일한 체제순응형 부류여서 북한 당국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북한 전문가는 2일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큰 상인들은 이전부터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화로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반면 다량의 북한돈을 보유하고 있는 중간층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북한 민심이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이번 화폐개혁은 7·1조치 이후 당국이 부(富)에 대한 관리가 힘들어지자 부를 다시 국가로 가져와 관리하겠다는, 일종의 체제단속용 조치로 보인다.”면서 “7·1조치 이전으로의 회귀이기 때문에 개혁·개방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에 맛을 들인 주민들과 이들을 다잡아 길들이려는 당국 사이에 완고한 ‘전선’이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총리실 세종시 맞춤형 인사?

    국무총리실이 세종시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맞춤형’ 인사를 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염두에 두고 충청권 인사를 ‘대변인’인 1급 공보실장으로 영입하는 안이다. 1일 총리실에 따르면 김왕기 공보실장 후임으로 대전 출신의 김창영 전 자민련 부대변인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는 이달 중순쯤 세종시 수정안 발표와 맞물려 이뤄질 예정이다. 충청권 출신 인사를 기용해 멀어져 가는 충청 민심을 돌리려는 의도도 있는 듯 보인다.총리실 관계자는 김 전 부대변인 영입과 관련,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전 부대변인은 대전고 출신이다. 최근까지 도서출판 ‘따뜻한 손’ 대표를 맡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권에 몸담아 마당발로도 통한다. 충청권을 텃밭으로 했던 옛 자민련의 부대변인을 지냈다. 이에 따라 세종시 문제로 고심 중인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총리실은 기대하고 있다.특히 총리실은 올해 말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홍보 총괄조정 기능을 가져와 ‘정책홍보국’을 신설하는 등 홍보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총리실 안팎에서는 조직개편 이후 정책홍보가 매끄럽지 못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었다. 때문에 공보실장 인사와 함께 정책홍보 라인이 새롭게 구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총리실 안팎의 분위기다. 정운찬 총리는 홍보와 관련해 ‘빅 2’로 꼽히는 정무실장(1급)에는 서울대 출신인 A씨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 다른 후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실장은 정부의 세종시안이 최종 처리될 국회·정당에 세종시 수정안을 세일즈해야 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한편 정 총리는 이번 총리실 인사에서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기획재정부에서 파견된 관료들은 가능하면 부처로 복귀시키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을 일신해 정 총리 자신의 장악력을 높이면서도 나름대로의 업무성과를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총리는 지난 9월 말 취임했다. 보통 취임 직후 인사를 하는 게 관례로 돼 왔으나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 등이 불거져 그동안 인사다운 인사를 하지 않았다. 정 총리의 인사색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홍성규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세종시 시즌2:여론을 내편으로’… 여야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

    ‘세종시 시즌2:여론을 내편으로’… 여야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의 청와대 조찬 간담회에서는 ‘화합’과 ‘합심’이 주요 화두였다. 세종시와 4대강 예산 등 난제를 뚫고 나가기 위한 여권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25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위기 이후 한국이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국가의 기초를 다져야 하는데 여당이 이런 점에서 협력해 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난 27일 ‘대통령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됐다고 자평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정몽준 대표는 “반대하는 사람은 한마디로 비판하기 쉽다는 말은 공감이 가더라. 대통령이 국민 생각의 단초를 열어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무척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청 조찬회동 이 대통령은 “언론매체에서 이야기하기가 어렵던데 답변 자료를 안 읽고 평소 생각했던 대로 솔직히 답하려고 노력했다.”며 ‘진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 완곡한 대화가 오갔다. 허태열 최고위원이 “국민과 충청도민 모두 반대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결되면 좋겠다.”고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국민과 충청도민이 찬성하는 ‘윈윈’하는 해결책을 찾겠다.”고 답했다. 간담회 직후 이계진 홍보기획본부장은 “대통령과 여당의 회동이니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 위원장을 맡은 허 최고위원이 행정구역 개편 문제에 관련된 상황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잘 수렴하고 여야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쟁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야당의 공세에 선을 긋고, “집권 여당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어려운 예산국회를 이끌어 가 달라.”고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에 뒤처지지 않도록 다시 나아가야 한다. 집권여당이 애써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탁이 많아 미안하다.”고도 했다. 안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일을 많이 하니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죽을 맛”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당정은 이날 기존에 계획했던 혁신·기업도시는 그대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세종시 수정 추진에 따라 혁신도시 대상 지역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親朴설득 부심 세종시 수정론과 관련, 한나라당 주류가 당내 친박 의원들을 설득할 뾰족한 수를 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당내 주류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여론이 기울기 시작하면 박근혜 전 대표도 찬성 쪽으로 돌아설 여지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표도 “충청도민과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먼저”라고 했었다. 때문에 여권 주류의 초점은 ‘국민 설득’에 모아져 있다. 진수희 의원은 30일 “우리가 진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충청도민이 잘 평가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뜻이 가부(可否)간에 분명하게 드러나면 문제는 없다. 여권 주류도 국민이 원치 않는다면 수정론을 접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찬반 양론이 큰 차이 없이 맞설 때다. 당내 친이·친박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내 한 주류 의원은 이날 “청와대의 의지가 남다르다.”는 말로 사안을 둘러싼 주류 쪽의 분위기를 전했다. 당내 한 관계자도 “대통령이 ‘역사’를 거론한 만큼 적어도 표결까지는 시도해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는 계속 관망하고 있다. 정부의 수정안이 나오고 국민의 뜻이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나설 뜻이 없어 보인다. 박 전 대표도 29일 인생과 테니스의 닮은 점 7가지를 들며 “공을 끝까지 보고 쳐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에서 열린 ‘고(故) 육영수 여사 탄신 84주년 숭모제’ 이후 친박 의원 10여명과 식사를 하면서다. “삶도 결국 테니스와 같은 것 아니겠는가.”라는 그의 말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정치에도 접목시킬 수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 원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지운 주현진기자 jj@seoul.co.kr ■범야권 총력전 세종시를 원안대로 사수하려는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연일 총력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계기로 일사불란하게 전개하는 여론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자세다. 야당의 전술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대통령의 신뢰 상실을 부각시켜 원칙과 명분에서 이기겠다는 것이다. 충청권의 반대여론을 동력 삼아 장외투쟁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것도 주요 수단이다. 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해 세종시 원안 고수에 찬성하는 세력과 연대하면 향후 여당이 추진할 행복도시 특별법 개정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0일 “정부·여당은 대통령의 사과로 신뢰 문제는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다고 보고, 앞으로는 비충청권 여론을 바탕으로 세종시 수정을 밀어 붙일 것”이라면서 “결국 우리는 ‘대통령의 거짓말’을 부각시키는 1단계 싸움에서부터 밀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결의를 다졌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을 무시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부정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세력과의 연대에도 무게를 뒀다. 정 대표는 의총에서 “민주당의 책임이 크지만 우린 숫자가 부족해 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곳에서 연대의 신호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번주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회담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박 전 대표와의 연대는 당 지도부가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오전에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를 만나 뜻이 같음을 확인했고, 함께 하자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도 ‘원칙’을 먼저 내세운다. 이 총재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내가 반대한 것은 수도 이전이지 행정부처 이전이 아니다.”면서 “행정부처 이전은 법까지 만들어졌고 대통령 자신이 공약한 이상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소속 국회의원에 이어 대전지역 지방의원 16명 전원도 이날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 이 대통령이 영·호남 민심탐방에 나서는 것에 맞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충청 지역 집회를 통해 민심에 호소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1일 청주를 시작으로 3일 천안, 8일 대전에서, 자유선진당은 2일 태안·서산, 3일 보령, 8일 아산에서 각각 대규모 장외 규탄대회를 연다. 이창구 유지혜기자 window2@seoul.co.kr
  • 與 지역구의원 부글부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는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치적 대형 이슈와 지역 민심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버거움을 호소하는 모양새다.남경필 의원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여러 국책사업과 관련한 괴담이 돌고 있다.”면서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여권의 논리와) 국민이 실제 받아들이는 것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남 의원은 “(국민이)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같은 국책사업 때문에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원망의 목소리를 낸다.”면서 “국민의 의구심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국책사업에 강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정지역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월 수원 장안 재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4대강 사업 예산을 삭감해 다른 것을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는 민심과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이윤성 국회 부의장도 나섰다. 그는 “4대강과 세종시 문제가 쟁점으로 불거지면서 현장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며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 노동현안을 언급했다. 이 부의장은 “당장 이번 주말부터 각 지역 노동자들이 의원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요청하는데, 당에서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당내 세종시특위 위원장인 정의화 최고위원은 전날 충남지역 간담회 내용을 소개하며 “충청도민이 감정적으로 격해 있고, 국민에 대한 신뢰문제를 제기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그러자 안상수 원내대표가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세종시에 대해 “정부의 대안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풍설에 가까운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자중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노동법 문제는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유연성 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4대강 사업을 바라보는 지역 민심에 대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면서 “24일 발족한 4대강 살리기 태스크포스(TF)에서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최동호 오솔길 산책] 명품 막걸리의 탄생

    [최동호 오솔길 산책] 명품 막걸리의 탄생

    한국인의 술 막걸리가 우리들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던 막걸리는 한동안 종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맥주에 밀리고 탈산업화 시대에는 와인에 밀리던 막걸리가 디지털시대와 더불어 한국인의 맛으로 새롭게 부상한 것이다. 농경시대의 한국인들은 막걸리를 통해 풍요를 느꼈고 막걸리를 통해 민심을 알았다. 한국인들의 희로애락이 모두 막걸리에 담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한류 열풍이 동남아로, 세계로 뻗어나갔고 이로 인해 막걸리의 우수성은 오히려 밖에서 안으로 되돌아와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게 만든 것이다. 김치나 된장, 고추장이 혐오식품으로 분류되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의 커다란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최근 문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몇몇 사람들이 막걸리의 재탄생을 위해서는 막걸리에 대한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고 현재 가장 유명하다는 막걸리 세 종류를 놓고 그 맛을 감별하고 이에 대한 감상을 말해 본 적이 있다. 그 중에는 이미 맥주에서 막걸리로, 와인에서 막걸리로 주종을 전환했다는 문인들도 있었다. 한동안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던 막걸리가 새로운 입맛으로 변신하여 그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와인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은 그 맛에 대한 예민한 감별과 제품의 표준화가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약간 신맛, 조금 단맛, 가볍고 상큼한 맛 등 맛에 대한 품평은 그날의 유쾌한 쟁론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막걸리가 한국인 고유의 입맛으로 자리잡을 때 막걸리는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막걸리 제조업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제품의 표준화를 통해 세계적인 명품 막걸리를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막걸리의 장점은 발효식품이라는 것인데 막걸리의 약점은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보존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그 맛을 오래 보존할 것인가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기호에 호응하는 다양한 맛을 어떻게 심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들일 것이다. 막걸리의 재탄생과 더불어 한국음식문화의 세계화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불고기나 김치 이상의 인기 식품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인의 식탁에 올려놓아야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막걸리이다. 발효식품에 있어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고려할 때 우리는 충분히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고추장, 된장, 젓갈 등 여러 종류의 발효 식품들이 그러한 것처럼 한국음식이 가진 고유한 장점을 살린다면 뛰어난 대외경쟁력을 가진 웰빙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한다면 막걸리를 서민 대중들이 즐기는 저가 발효술에 그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고 명품 막걸리를 어떤 그릇에 담아 즐기느냐 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때 대안으로 일본에 건너가 국보가 되었다는 막사발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막사발과 막걸리는 이름도 유사하지만 서로 통하는 풋풋한 인간적 정서가 있다. 최고의 막걸리에 명품 막사발을 결합시킨다면 막걸리의 재탄생은 세계가 축복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최근 햅쌀로 담은 막걸리 누보가 탄생하여 세계적인 상표 보졸레 누보의 인기를 앞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의 저가 경쟁에 불과하다. 잉여의 쌀로 농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 탄생한 막걸리의 명품을 만들어 새로운 식품산업의 탈출구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눈앞에 닥친 국가적 과제이다. 당리당략의 정치적 쟁론을 넘어서서 국민적 힘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명품 막걸리를 탄생시켜야 한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 영산강 딜레마에 빠진 민주

    정부·여당과 ‘4대강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이 영산강 딜레마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영산강은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와 전남을 가로지른다. 수질이 최악으로 나빠진 영산강의 환경·수질 개선은 그동안 민주당 소속 지역 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의 핵심 공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여권의 4대강 사업에 패키지로 묶이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영산강만 놓고 보면 빨리 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자칫 4대강 사업 원천 반대라는 원칙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2일 대통령 주도로 치러진 영산강 기공식에 참석해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고까지 말해 더 답답해졌다. 당내에서는 “단체장이 당론을 어긴 만큼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론과 “지역 민심이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겠냐.”는 동정론이 뒤섞여 있다. 표면적으론 일사불란해 보인다. 23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지도부들은 “4대강 사업의 규모나 예산으로 볼 때 영산강은 전혀 주요 사업 대상이 아닌데도 굳이 대통령이 영산강에서 기공식을 치른 것은 호남민심을 분열시키려는 정치쇼”라고 반발했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국론 분열행태에 대해 대통령과 1대1로 만나 공개토론을 하고 싶다.”며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영산강 주변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영산강은 살려야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지도부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장성) 의원은 “수질개선은 필요하지만 보를 설치하거나 대대적인 준설을 하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민심은 차이가 난다. 4대강이든 뭐든 지역발전에 도움 되는 사업은 추진해야 한다는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박 시장은 이날 “시도지사가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행사에 참여해 덕담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너무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시의 한 간부는 “4대강을 대운하처럼 개발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정부가 추진했던 기존 하천정비사업을 확대해 영산강에 돛단배가 뜨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다른 강의 개발사업과 묶일 수밖에 없다면, 묶여서라도 사업이 추진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창구 유지혜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세종시 백년대계의 비전 보다 분명해야

    세종시위원회가 어제 세종시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와 ‘첨단녹색지식산업도시’의 하나를 기본방향으로 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녹색산업단지 조성과 연구기관 이전, 각급 학교 설립 등의 자족기능 확충 방안들을 내놓았다.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및 재정 지원 방안도 조만간 제시할 계획이라 한다.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중심의 기존 지역발전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세종시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면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도 감안해야 하는 정부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어제 내놓은 세종시 밑그림은 어디까지나 얼개에 불과하다고 본다. 앞으로 여론 수렴을 통해 뼈와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 방침을 천명한 뒤로 숱한 논란 속에 처음 내놓은 기본계획임을 감안할 때 몇가지 아쉬움이 따른다. 우선 국가 발전의 백년대계를 견인할 성장동력으로서의 비전이 분명치 않다. 녹색기업단지 조성 등은 광역경제권 개발 같은 기존 지역발전계획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자족기능 확충 방안 중 상당수는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계획에 들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칫 좋은 것만 죄다 끌어다 모은 섞어찌개라는 비판을 자초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정부의 장담대로 역차별 없이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과 기업·교육시설을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난개발 없는 원형지 개발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지도 염려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균형발전을 강화하는 방안도 더 보완돼야 한다.새로운 세종시 건설은 그저 이전 부처 수를 줄일 방편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50년 뒤, 100년 뒤 통일시대, 동북아시대를 내다보는 안목과 치밀한 구상을 갖춰야 한다. 정부가 그런 비전을 내놓을 때 비로소 민심이 화답할 것이다.
  • [세종시 자족도시 청사진] 첨단기술 + 녹색환경 + 명품교육 ‘3色 밑그림’

    [세종시 자족도시 청사진] 첨단기술 + 녹색환경 + 명품교육 ‘3色 밑그림’

    ‘첨단’과 ‘환경’, 그리고 ‘교육’…. 세종시는 이 세 가지 색깔로 칠해질 것 같다. 23일 정부가 전격 공개한 세종시 수정 방향의 뼈대다. 수정안 확정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큰 골격은 거의 이 초안대로 간다고 보면 될 듯싶다. 풀어서 말하면, 첨단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디자인 관련 대학과 연구소가 있고, 이와 연관된 첨단 글로벌 기업이 있으며, 그 직원의 자녀들을 위한 수준높은 교육기관을 두루 갖춘 도시다. 신재생 에너지와 저탄소 에너지를 사용하고 각종 친환경 기술이 갖춰진 쾌적한 주택에서 자고 오염 없는 청정한 공기를 숨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 단계에서 한국이란 나라가 도시를 짓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이 집약된 인상이다. 이런 그림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개념이다. 미국의 첨단 IT 도시인 실리콘밸리와 교육도시인 보스턴, 과학도시인 독일의 드레스덴, 패션산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밀라노 등이 가진 장점들만 죄다 뽑아 섞어놓은 느낌이다. 이 구상이 실현만 된다면 세종시는 불세출의 ‘명품 신도시’로 평가받을 것 같다. 수정안 추진으로 이반된 충청권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정부가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할 만하다. 특히 눈에 띄는 색깔은 ‘교육’이다. 자율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 등 ‘명품 고등학교’를 조기에 설립하고 외국학교를 세운다는 구상은 정부가 ‘세종시=자족도시’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련한 회심의 카드로 보인다. 주중엔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가족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가버려 유령도시가 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는, 세종시 원안이 가진 최대 약점이었다. 정부는 이 명품 고교 카드로 원안 고수론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려는 듯하다. 초안은 또 세종시 원안이 확보한 용지면적 87만㎡가 자족도시를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세종시에 그만큼 성의를 다하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의 초안은 오히려 너무 화려한 명품 옷을 걸치고 있어 특혜 시비나 역(逆)차별 논란을 부를 법도 하다. 자립형 사립고 등 교육문제는 학부모 사이에 민감한 이슈인 데다, 기업 인센티브는 벌써부터 다른 지역을 긴장시키고 있다. 초안은 이를 의식한 듯 세종시의 기업 유치는 수도권에서 끌어오거나 아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다른 지역이 위축되는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플러스섬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안 자체를 반대하는 야당과 수정안을 통해 불리함에 처하는 지역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부는 국정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여론을 설득하는 정면돌파를 구상하고 있다. 수정안의 생사는 결국 향후 여론전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캠퍼스로 흘러든 4대강 홍보전

    캠퍼스로 흘러든 4대강 홍보전

    “대학 캠퍼스를 공략하라.” 여야가 경쟁적으로 대학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예산을 둘러싼 찬반 홍보전 차원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 정치 공방에서 기세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대학생까지 정쟁(政爭)에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20일부터 ‘4대강 살리기 전국투어 대학생 정책아이디어 공모전’ 본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4대강 유역 출신 및 거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아이디어 공모를 시작한 뒤 예심을 거쳐 지역별로 11개팀을 선정했다. ‘한강 살리기’가 20일 국회에서, ‘금강 살리기’가 22일 대전 예술문화회관에서 각각 본심과 시상식을 가졌다. 정몽준 대표,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박성효 대전시장 등이 축사를 맡았고, 각 지역 지방국토관리청 국장이 심사했다. 한강과 금강 예심에는 대학생 72개팀 133명이 참여했다. 오는 28일, 29일에는 ‘영산강 살리기’와 ‘낙동강 살리기’ 본심을 각각 광주와 부산에서 진행한다. 여의도연구소는 22일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지역밀착화와 정책적 성공을 모색하고, ‘내 고장 발전을 위한 4대강 사업’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4대강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라는 주제로 대학가를 돌고 있다. ‘민생버스 투어’를 통한 생활정치 행보 차원이다. 지난 20일에는 부산대학교에서 특강을 한 뒤 부산지역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대강 예산의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 주변 지역인 광주, 대구 지역 등에서도 대학생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제7차 대학생 정책자문단을 23일까지 모집한다. 해마다 방학을 맞아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을 모집해 벌써 7번째 정책자문단 활동을 이어왔다. “젊은 마인드로 생활정책의 아이디어를 생산한다.”는 것이 대학생 정책자문단 운영의 목표다. 이번 자문단은 다음달 28일부터 3개월 동안 활동한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비롯해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이범 교육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특강도 마련돼 있다. 정책자문단 모집과 운영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젊은 층의 목소리가 결집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캠퍼스 민심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의 경우 정책문제 같지만 실제로는 차기 대권을 둘러싼 당내·외 권력투쟁과 연결된다.”면서 “여론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구도에 대학생을 개입시키는 것은 자칫하면 왜곡된 정치구조를 대학생에게 그대로 답습시키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1.2% 4대강 예산 저지 민심 잡을 수 있겠나

    열흘 전 우리는 292조원의 내년 예산안 심의가 4대강 사업비 논란에 발목 잡혀 표류하는 현실을 우려하며 여야에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고, 이제 법정 처리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 상황은 한 점 달라진 것이 없다. 개탄스럽다. 지금껏 16개 상임위 가운데 예산 심의를 마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국토해양위 등 5곳은 아예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이런 파행이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인지 예측조차 어렵다.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일이 우리 국회의 관행이 된 지 오래지만, 이처럼 심의 자체가 개시되지 못한 경우는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4대강 예산자료가 부실하다며 공구별 내역을 내놓기 전까지는 심의할 수 없다고 빗장을 쳐놓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구별 내역을 포함해 이미 예년보다 더 자세한 내역을 제출했다고 반박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시한내 강행처리를 공언하며 야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4대강 예산은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하다. 백 번 양보해 민주당의 주장대로 4대강 예산에 거품이 끼었다면 이를 찾아내고 걷어 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4대강을 빌미로 나머지 98.8%의 예산안에 대해서조차 심의를 거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제2의 청계천 효과를 저지하려는 발목 잡기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행태다. “열심히 심의해도 크리스마스를 넘기는 게 관행”이라는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헌법을 준수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마저 의심케 한다. 공전을 거듭하다 새해를 몇 시간 앞두고 예산안을 뚝딱 해치우는 구태를 국민들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여당의 강행처리를 조장할 의도가 아니라면 민주당은 즉각 4대강을 포함해 전면적인 예산 심의에 응하기 바란다. 소외계층에 더 많은 복지예산을 안겨주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 [여의도 돋보기] 고질적 계파갈등에 시달리는 現최장수 정당

    한나라당이 21일 창당 12주년을 맞았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당시 집권당이던 신한국당이 조순 전 총리가 이끌던 ‘꼬마 민주당’과 합당하며 탄생했다. 조 전 총리가 지은 이름이다. 현존하는 정당 가운데 최장수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전신인 신한국당, 민주자유당, 민주정의당 등과는 달리 12년 중에 10년을 야당으로 지냈다. 여당으로 2년을 보낸 한나라당이 집권 연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친이-친박 대립 속 공공연히 분당설 한나라당은 1997년, 2002년 두 차례 대선에서 거푸 고배를 마시면서도 당명을 지켜내고 명맥을 이어온 점에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역풍,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붙은 ‘차떼기당’의 오명, ‘천막 당사’의 굴욕을 특유의 응집력으로 극복해온 자부심이 강하게 배어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계파 갈등과 당·정간 괴리는 169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세종시 문제로 다시 불거진 친이(親李·친이명박)-친박(親朴·친박근혜)간 갈등은 ‘한지붕 두가족’의 한계를 극명히 보여준다. 친박계는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 이성헌 사무부총장이 사퇴한 데 이어 당내 세종시 테스크포스(TF)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친박계와 여권의 대립각은 야당과 정부만큼이나 첨예하다. 친이계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는 모양새다. “딴 살림을 차릴 때가 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여권 일각에서는 개헌을 통한 분당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여당 답지 않은 여당’의 현실에 대한 자조도 흘러나온다. 국정과 정치 두 분야에서 공조와 협력이 이뤄져야 할 당·정 관계가 과거 집권 시절보다 크게 퇴보했다는 푸념이다. ‘대통령이 정치를 모른다.’는 투정도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권력지향 풍토에 공채 직원들 동요 이런 문제는 150여명이나 되는 사무처 직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진다. 한나라당 고유의 사무처 직원 공채 제도는 당의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민주공화당 시절 김종필 전 총리의 제안으로 한국 정당사 최초로 도입한 사무처 공채 제도는 그동안 현 여권의 인재 풀 역할을 해왔다. 1991년 민자당 때 채용된 ‘민자 1기’로부터 최근 선발된 13기까지 통합 기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박보환·정양석·김금래·이정현 의원,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1비서관, 이병용 국무총리실 정무실장 등도 모두 공채 출신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공채 직원들의 동요가 눈에 띈다. 1996년 공채5기로 채용된 한 직원은 “야당 10년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면서 “‘권력은 누구와도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씁쓸해했다. 당·정간 괴리, 여권내 권력지향적 풍토에 대한 실망이다. 한 고참 당료는 “과거 3김(金) 시대의 강력한 1인 중심 체제 때와는 다른 게 현실”이라면서 “당 안팎의 세력간 권력 투쟁이 장기화되면 또다시 민심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2주년을 자축하면서도 고질적인 계파갈등과 정치미래에 대한 갈증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재 집권 여당의 현주소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씨줄날줄] 누비아 원숭이/김성호 논설위원

    삼국유사 무왕조의 향가 서동요. 이 노래엔 서동, 그러니까 백제무왕 즉위 전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와의 인연설화가 담겼다. 예쁜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신라도성 곳곳서 마(薯)를 뿌리며 아이들이 서동요를 부르게 했는데. 선화공주가 밤마다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요즘 말로 ‘작업’성 노래였다. 결국 서동은 진평왕에게 쫓겨난 공주를 얻어 무왕이 됐다 한다. 멸망한 백제 승려들이 미륵사를 구하려 지었다는 연기설화라지만 서동요는 선화공주와의 인연설화로 더 유명한 게 사실이다. 사기 항우 본기에 남아 고립무원의 외톨이 상태를 비유할 때 쓰이는 사면초가. 초나라 항우가 한나라 유방에게 포위됐을 때 사방의 한 군영에서 초나라 노래가 퍼져 나오자 이미 한에 초가 무너졌음을 알고 탄식했다는데. 한 고조가 적을 교란하기 위해 꾸며낸 작전의 노래로 더 유명하다. 서동요와 사면초가 이야기는 고대의 흥미로운 단편쯤으로 회자될 터. 하지만 대중의 노래는 민심을 움직이는 큰 수단임을 보여준 도드라진 예일 것이다. 대중들이 즐겨 부르는 가요며 유행 노래엔 서민의 보편적인 정서며 민심이 담기게 마련. 이런 노래들엔 당대의 문화코드가 실리고, 돌출성 표현과 언어들도 사용된다. 그런가 하면 고도의 의도된 상징들이 심어지기도 한다. 최근 아랍 최고의 인기 스타라는 레바논 여가수 하이파 와흐비가 신곡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단다. 이집트의 흑인 누비아족을 비하한 노랫말 ‘누비아 원숭이’가 말썽이다. 누비아족들이 가수와 작사가를 고소하고 새 앨범 판매,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심상치 않다. 누비아족의 분개는 사람을 동물에 비유한 노랫말에 대한 불쾌감 탓이 클 것이다. 대중 속으로 급속히 확산될 인기가수의 노래를 서둘러 차단하려는 집단행동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따져 보면 노래를 부른 가수와 노래를 만든 작사가의 의도가 어떤 것이든 논란의 중심엔 특정 문화에 대한 모욕이 깔려 있다. 단일국 정체성을 우선 강요해온 이집트의 소수집단 따돌림에 대한 설움과 반발일 것이다. 다문화 사회로 가파르게 치닫는 이 땅의 대중음악인들도 가벼이 볼 수만은 없는 사건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정부 세종시 성공전략 3원칙은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한 ‘성공전략’은 대략 3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극비접촉으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세종시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비(非)충청권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를 충청권 민심 무마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민감한 이해당사자를 두루 다독이면서 휘발성이 강한 여론을 달래는 아슬아슬한 작업이다. (1) 비밀주의 - 달은 끝까지 비공개로 기업 관계자들에게 세종시 참여 여부를 취재하면 “정부안이 나와야 참여하든 말든 할 게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반면 정부 입장에선 기업이 먼저 참여의사를 밝혀야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딜레마다. 이를 극복하려면 기업유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이론까지 들먹였다. 2명의 공범이 모두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둘다 6개월씩만 복역하고, 둘 중 하나가 죄를 자백하면 그는 풀어주고 다른 한 명이 10년을 복역해야 하며, 둘 다 죄를 자백하면 각자 5년씩을 복역하는 조건이 주어질 때, 공범을 믿지 못하고 둘 다 자백하고 만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이 서로를 못 믿고 자신이 유리한 조건을 외부에 공개(자백)하면 기업 유치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조 사무차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LG와 현대의 반도체 빅딜이 ‘죄수의 딜레마’의 가장 나쁜 사례라고 소개하면서 “사업상 딜(거래)은 끝날 때까지 비공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 형평성 - 인센티브 적당한 선에서 정부가 세종시에 세제 혜택을 포함한 전폭적 지원을 추진하자 다른 지역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은 다른 데서 이미 추진 중인 혁신도시나 경제자유구역 등의 ‘파이’를 세종시가 빼앗아가는 제로섬 게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 입장에선 충청권 민심을 살피다가 되레 다른 지역 민심까지 잃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이에 조 사무차장은 “투자된 돈 가운데 8조 5000억원은 회수될 수 없는 돈인데, 거기에 또다시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면서 “인센티브는 적당한 수준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안+알파’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 민심 수렴 - 민관합동위 적극 활용 이날 총리실 관계자는 “어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충청도 출신 위원 한 분이 ‘원안+알파를 하게 되면 다른 지역의 역차별이 생기지 않느냐.’고 지적했는데, 맞는 얘기”라면서 “이런 게 바로 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정부가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가려운 사안을 위원회가 대신 긁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위원들이 개인적으로 위원 타이틀을 내걸고 민심을 듣는 것도 여론수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해, 나중에 나올 정부안에 미리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눈치였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판사는 재판공정 의심받을 일 말아야

    국회 점거 혐의로 약식기소된 민노당 관계자 12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를 기각한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의 처신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후원행사에 나가 10만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나선 것이다. 논란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그의 공소기각 판결은 공정한가, 정치행사에 참석해 후원금을 낸 행위가 법관으로서 온당한가이다. 검찰이 즉각 항소하며 밝힌 것처럼 그의 공소기각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에 대해 이미 서울남부지법 다른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공동피의자 가운데 일부만 검찰이 기소했다고 해서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마 판사의 처신이다. 민노당 관계자 재판을 맡은 처지에 같은 정파라 할 진보신당 대표의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까지 낸 것은 헌법이 명시한 법관의 양심과 독립, 그리고 법관윤리강령의 정치 중립 의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법관의 정치후원금 제공을 금한 규정이 없다고는 하나 경조사비를 제한하고 직무관련자와의 금품수수를 금한 법관행동강령의 취지에 견줘보면 부적절한 처신을 넘어 재판의 공정성까지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국회 폭력에 대한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로 민심이 들끓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마 판사에 대한 엄중한 조사로 국민의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김형준 정치비평] 세종시 해법에 대한 단상

    [김형준 정치비평] 세종시 해법에 대한 단상

    세종시 수정론을 둘러싼 여권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퇴로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먼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은 “양심상 어렵다”며 “적절한 시점에 국민에게 입장을 직접 밝히겠다.”고 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한나라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원안에다 필요하다면 플러스 알파(+α)가 돼야 한다.”고 맞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수정론보다 원안 고수론에 대한 지지가 더 많은 데서 보듯이 현재까지의 민심은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한 듯하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세종시 추진 논란으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은 것 같다. 한 유력 주간 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이미지가 ‘이전에 비해 더 좋아졌다.’(10.2%)는 응답보다 ‘더 나빠졌다.’(39.8%)고 대답한 쪽이 훨씬 많았다. 마치 생선회를 뜨는 데 청룡도를 사용한 것과 같이 정부가 세종시를 다루는 방식이 거칠고 투박하며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여진다. 물론 정부가 구체적인 수정안을 제시하고 이 대통령이 여론몰이를 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론과 관련해 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논란이 되는 정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성이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이 세종시 발전에 더 기여하느냐는 본질의 문제를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오직 한나라당 내전의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으로 되지 않으려면 첫째, 친이-친박계 모두 독단적인 ‘가치 우월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임과 효율, 신뢰와 지방균형발전 모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들이다. 하지만 무를 싹둑 자르듯 어느 한쪽의 가치만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우월감에 도취되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만이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고 규정하는 극단적 배격주의로는 결코 세종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둘째, 같은 정당의 구성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방에게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는 감정 싸움은 지양해야 한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적 사익 추구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비난했다. 한편, 친박계의 한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친이계를 향해 “거의 조직적으로 정적 죽이기에 나선 것 같은데, 청와대의 지침인가, 아니면 총리가 원하는 바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당 내에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고 상대방을 조롱하고 배제하는 것은 패거리 싸움이지 정치가 아니다. 셋째, 각 계파의 원로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물밑 대화를 진행시키면서 정부 수정안이 나올 때까지 모두 논쟁을 유보해야 한다. 다만 한나라당 내에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 기구가 발족된 만큼 친박계도 적극 참여해서 왜 원안이 고수되어야 하는지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원안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중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추구해야 할 가치의 방향과 방법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의 퇴로없는 충돌로 증오와 배제의 비생산적 정치가 고착화되고 있다. 방향만 옳으면 방법이 서투르고 과격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찾지 못하면서 오로지 방법만 옳으면 그만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세력도 있다. 둘 다 모두 잘못된 것이다. 친이-친박계가 방향도 옳고 방법도 옳은 길을 함께 찾을 때만이 내전은 종식되고 비로소 세종시 문제는 벼랑끝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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