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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靑, 이명박 후보 고소 접어야

    청와대가 이명박 후보를 비롯한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키로 한 것은 옳지 않은 결정이다. 이 후보 등이 제기한 청와대 정치공작설에 맞대응한 조치라고 하지만 상식적이지 못하다. 역대 어느 정권도 대선을 100여일 남긴 상황에서 유력 야당 후보를 직접 고소한 전례가 없다. 때문에 정치 노림수 의혹이 나온다. 정치권 주변에서 청와대의 이번 결정을 이해하려는 인사들은 ‘방어용’을 강조한다.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더 밀리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입조심을 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손을 빌려 야당 공세를 막는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한나라당이 국정조사, 특검을 거론하면서 정면충돌 양상이 우려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함으로써 국정난맥이 심화되고 임기말 권력누수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국세청 등 정부 부처가 정치개입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먼저지, 청와대가 정쟁에 나서는 일이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노 대통령이 검찰력을 동원해 대선판을 크게 흔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역풍은 더욱 거세진다. 검찰이 그대로 따라올지 의문이 들고, 범여권에서도 노 대통령의 무리수를 경계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이 후보와 대립각을 강화하면 범여권 후보의 지지도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걱정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국정을 어지럽히고 범여권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앞장서 해서야 되겠는가. 청와대는 이 후보 고소방침을 접고, 산적한 외교·민생 현안에 전념하길 바란다. 북핵 6자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 민족의 운명을 가를 일정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예산안 등 초당적 지원이 필요한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야당 공세에 기분이 상하더라도 의연하게 맡은 일을 할 때 노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본다.
  • 행자부·中 공무원 교류 활성화 양해각서 체결

    행자부·中 공무원 교류 활성화 양해각서 체결

    |글 베이징 조덕현특파원|행정자치부는 중국 정부와 관리자급 공무원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양측 공동으로 워크숍과 세미나도 개최하고 공동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박명재(사진 가운데) 행정자치부장관은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4일 중국 민정부 리쉐쥐(李學擧) 장관을 방문,‘한국 행자부와 중국 민정부간 행정자치분야 교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두 나라의 우호협력을 강화해 지방행정과 전자정부, 화장실 문화 개선 등에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리 장관도 “공무원들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지방행정과 국민생활을 증진시키자.”고 제안했다. 양측은 이날 MOU에서 교류를 위해 파견하는 공무원의 여비와 숙박비 등은 해당 기관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보화마을 조성 등과 같은 우수정책을 교환하고,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등 기후 여건이 유사한 양국의 재난관리 노하우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방안도 논의했다. 또 한·중·일 지방행정 관련 장관회의의 정례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hyoun@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민주노동당 경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노회찬·심상정 후보의 ‘대선후보 교체론’도 만만치 않다. 진보정당의 세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비전을 점검해 본다. 1. 3인3색 정책 공약 ‘크고 강력한 정부, 사회 소수자에 대한 관심.’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큰 틀에서 전통적 좌파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강화하고,‘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해 ‘시장실패’를 극복하겠다고 밝힌다. 부동산 투기 근절,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교육 3불(不)정책 유지 등의 공약에서 이런 기조가 드러난다. 인권·환경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서 보수 진영과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한목소리를 낸다. ●권영길 후보는 권 후보 공약의 초점은 ‘통일’이다.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된 상황에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권 후보의 통일공약인 ‘코리아 연방공화국’ 정책은 3단계로 구성된다.2009년까지 ‘통일국가 준비기’를 거쳐 2010년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출범하고 2012년까지 이행기를 거쳐 2013년 통일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10대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통일을 국시로 명문화하는 ‘통일헌법’ 제정,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군축과 동북아 협력안보체제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권 후보는 남북정상 핫라인 구축,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3단계 남북관계 공동조치’를 제안했다. ●노회찬 후보는 노 후보는 ‘복지 카드’에 방점을 찍는다. 일자리, 교육, 의료, 주택문제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4대 기본권 국가완전책임제’가 핵심이다. 노 후보 측은 “복지는 오롯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4대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사적 소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가계부 혁명’ 공약이 눈길을 끈다. 출산, 보육, 노인수발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공공복지서비스’ 공약이나, 파트타이머와 장기실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실업부조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복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세·사회복지세 등의 세금을 부유층으로부터 걷는 방안도 제시한다. ●심상정 후보는 심 후보는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에 집중한다는 ‘세 박자 경제론’이 기본 틀이다. 그중에서 ‘세 박자 주택정책’,‘서민금융 세 박자 방안’ 등 생활에 밀접한 주택·서민금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다. 임대소득 비과세 특혜를 폐지하고 무주택세대주에게 아파트 분양 청약자격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쪽방·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빈곤층을 지원하는 ‘지하방 탈출 사다리 정책’도 눈에 띈다.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서민은행 설립, 서민금융기금 모금, 서민의무대출법(금융기관이 총자산의 일정액을 저소득 서민 지원에 사용하는 제도) 제정을 주장한다. ●“공감대 확보 미흡” 전문가들은 후보 3인의 공약에 대해 “추상적 구호에 그치는 공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전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증세를 할 때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가 제시되지 않으면 조세저항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조건 정규직화를 주장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결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상황에서 부자들을 향해 무조건 증세를 외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춰 사회보험체계나 인적자본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 눈길끄는 생활밀착 공약 바야흐로 ‘쩨쩨한 공약’의 시대다.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거대담론보다 아이디어 톡톡 튀는 생활밀착형 공약이 더 환영받는 탓이다.‘생활 속의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들의 공약, 어떤 게 있을까. ●친환경 ‘산소 적립카드’ 권영길 후보는 바이오디젤 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산소카드 발급제’를 약속했다. 산소카드란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위한 것으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에 따라 캐시백이 쌓인다. 이렇게 적립된 캐시백은 고속도로 통행카드를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다. 바이오디젤을 독립적인 수송에너지로 법제화하고, 경유와 바이오디젤의 혼합 비율을 현행 0.5%에서 1%로 높이는 등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성간 결혼도 가능? 노회찬 후보는 ‘성 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에서 동성간 결혼도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노 후보 측은 “성 소수자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 권리가 있고 다른 가족처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방송인 홍석천씨 등 성 소수자와 자주 만나며 자연스레 체득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성전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날씬한 여성만 미인이냐” 심상정 후보는 여성의류 생산업체가 모든 신체사이즈의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을 의무화하는 ‘빅사이즈 옷 제작 의무화’공약을 내세웠다.‘날씬해야 미인’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공약이다. 이를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1억원 이상의 벌금이나 공장 폐쇄 등 강력한 처벌조항도 뒤따르게 된다. 심 후보 측은 “진보가 딱딱하고 무겁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3. 민노당의 과제는 ‘좋은 공약은 민노당에 다 있다.’는 평가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동시에 ‘그 공약, 실현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민노당이 공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대중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더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공감대 형성해야 집권도 가능”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권영길 후보 0.8%, 노회찬 후보 0.4%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노당 법제실장을 지낸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의 비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설득의 문제”라며 “민노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증세도 우리나라 세금부담률이 높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거창한 구호 벗어나야” 민노당의 과제는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납득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자주파(NL)·평등파(PD) 등 정파 논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념에 따른 정파간 이해관계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당내 최대 정파인 NL이 권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자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일제히 반발한 것은 전형적인 사례다. 민노당 당원인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진보정당이 아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나 통일 문제 등에서 구태의연한 정파적 입장을 반복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이 삶과 직결된 문제보다는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집중해온 측면이 있다.”면서 “민노당이 학교급식운동,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지지기반을 넓혀온 것처럼 민생활동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용대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당이 언제나 거창한 구호만 내세운 건 아니다.”라며 “서민과 노동자가 당으로부터 혜택받을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시론] 다인종·다문화 공생사회로 가는 길/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시론] 다인종·다문화 공생사회로 가는 길/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우리 사회가 외국인 체류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지닌 소수 민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거리와 일터에서 타 인종을 만나는 게 일상화됐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그들은 외국인이요, 이방인일 뿐이다. 반면 “미국 국적자로 살아가는 동포들과 2세들이 과연 한국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정반대의 태도가 나타난다. 비록 국적이 달라도 피가 섞이고 생김새가 같은 동포들은 당연히 이웃이요, 한국인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관념과 집단의식의 배후에는 단일민족이라는 배타적 혈통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급기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사회는 다민족 사회가 된 현실을 직시하고 ‘단일민족’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 전통 속에 담겨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인종차별적 사회통념을 부추김으로써 다인종으로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미래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선 소수인종 일부가 사회구성원으로 섞여 살아간다고 해서, 이를 빌미로 수천년의 전통과 문화유산인 혈통민족주의를 문제 삼는 건 지나친 지적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순수 혈통민족주의를 지키려는 집단적 의지 자체가 아니라, 배타적 혈통민족주의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다. 우리 혈통의 순수성을 자랑과 긍지로 여긴다면 마땅히 타 인종에 대한 순수성의 긍지 또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배타적 혈통민족주의를 넘어선 ‘다인종·다문화 공존’이라는 문명사적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지독히 혹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체류 외국인들의 절반은 10여개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고, 이들은 3년이상 체류를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힌 22만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이다. 이는 정주화 금지라는 우리 사회의 불문법의 성역을 허물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독일은 50여년 지켜온 혈통주의 국적법을 2000년 수정하며 이를 사회통합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의 교훈으로 삼았다. 최근 한 재미동포 교수로부터 이민생활 체험담을 들었다.10대에 이민 가서 중·고·대학을 거쳐 주립대 부교수에 오른 그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도 미국에서 동일한 경험을 겪었다고 한다. 이민자들이 겪는 음식, 언어, 종교 등 문화적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동화되고 극복되지만 인종에 대한 정체성 갈등은 여전히 남는다고 한다. 미 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각종 장학금 혜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외국 출신 이민자에게도 시민으로서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부여하는 경험을 누리며 미국 사회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소외받고 살아온 경험들도 있지만, 자신이 미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주인된 입장으로 지켜 나가야겠다는 정체성을 지니게 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출신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발적 주체의식을 형성하고 있을까? 지금의 정치·사회·문화 영역의 정책은 우리사회의 소수인종 출신자들과 2세들에게 20∼30년 후 스스로 대한민국 구성원이라는 자발적 정체성을 지니도록 열린 민족주의 정책을 배려하고 있는지 반문해 보길 바란다. 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 [사설] 남북경제공동체, 의욕에 앞서 할 일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대화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남북경협을 양측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이끌자는 데 이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임기말에 의욕만 앞세우다가 퍼주기 논란이 가열되면서 북핵 등 시급한 현안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마찬가지로 남북 경제공동체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다. 청와대의 부연설명처럼 남북경협을 일방적·단기적·소비적 대북 지원으로 계속 가져가선 안 된다. 개성공단의 예에서 보듯 장기투자로서 북측 주민의 민생고를 해결하고, 남측도 경제적 이익을 얻는 쪽으로 경협을 발전시켜야 한다. 나아가 정치통일에 앞선 경제공동체 수준까지 이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경협이 이런 단계에 도달하려면 대내외 여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내 공감대 형성,6자회담 관련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이해, 그리고 제도개선을 포함해 변화하려는 북측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내외 여건이 제대로 다져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대북투자를 대폭 늘릴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철도현대화, 항만시설과 도로 보수, 발전소와 송전소 개·보수, 비료·식료품 공장 건설이 거론된다. 반면 한나라당과 미국·일본은 북핵 폐기를 우선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지원은 아예 정상회담 의제에서 빼라고 촉구하면서 청와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북경협 확대를 논의조차 말라는 주장은 무리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도외시한 채 대규모 대북 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두 사안은 동시에 가야 하는 과제라고 본다. 노 대통령 스스로 언급했듯이 한쪽으로만 욕심 부리지 말기를 바란다.6자회담에 도움을 줌으로써 북핵 해결을 지원하고, 궁극적인 경제공동체를 향한 디딤돌을 쌓는다는 심정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박근혜의 복지 공약

    박근혜 후보의 핵심 공약인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세우기)’의 근간은 ‘줄(감세)’에 있다.‘작은 정부, 큰 시장’의 출발점도 감세 정책의 실현이다. 일자리 창출도 감세로 가능하다고 본다. 박 후보는 물가연동소득세 도입, 월세금, 전세금, 주택대출금, 학자금대출금 등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유류세 10% 인하,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생필품 부가가치세 면제, 법인세율 인하 및 최저한 세율 인하 등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영유아 보육을 들었으며, 이에 대한 10대 추진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노인들의 일자리 및 유급 사회봉사활동 확대, 의료비 지원 및 의료시설 확대 등도 제시했다.5인 미만 사업장의 사회보험료 50% 국가 지원이 핵심인 생계형 자영업자 대책도 내놓았다. 기름값, 통신비, 통행료, 사교육비, 보육비, 약값 인하를 통해 국민 6대 생활비를 30% 이상 낮추겠다는 것도 주요 복지 공약이다. 또 영어교육 국가 부담, 고교평준화 여부 지역주민 투표로 선택, 전교조 개혁이 눈에 띈다. ●비판-세금 줄여 일자리 늘어난 사례 없어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예산감시국장을 맡았던 정창수씨는 “세금을 줄여 경기가 활성화되고, 기업 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증가한 사례는 연구되지 않았다.”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양극화 심화 등으로 오히려 정부지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헌욱 정책사업단장(변호사)은 “6대 국민 생활비 30% 이상 절감은 공감이 가는 의제”라면서도 “국민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공교육비·의료비 절감 방안이 빠져 있고, 구체적인 정책목표도 결여됐다.”고 밝혔다. ●재반박-민간 자율 확대하는 거시정책 펼 것 박 후보 측은 “무작정 세금을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최대한 확대해주는 거시정책을 통해 감세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보육 외에 여성, 고령자, 장애인 등에 대한 정책도 구체적으로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 국세 ‘카드 납부’ 내년 하반기부터

    국세 ‘카드 납부’ 내년 하반기부터

    내년 하반기부터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국세는 신용카드로 낼 수 있게 된다.(서울신문 5월29일 1면 보도)이 경우 납세자들은 1∼1.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드로 낼 수 있는 세액의 한도는 일단 500만원 이하가 유력하다. 한국조세연구원은 10일 은행회관에서 재정경제부와 함께 ‘신용카드 국세 납부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재경부는 올해 정기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쯤 카드 납부제도가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납세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카드 국세 납부제도를 도입하되 수수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가가 수수료를 낼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봉급생활자와 현금 납세자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따라서 일시적으로 돈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들이 가산금을 내는 일이 없도록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관세 가운데 이사화물과 여행자 휴대품 등 민생 관련 세목에만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는 돈이 부족한 경우가 적고 법인세는 자금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아 카드 납세제도가 정착된 이후에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세액 한도는 300만∼500만원이 검토되고 있다.500만원일 경우 종합소득세 납부자의 90%, 부가세 납부자의 87%가 카드로 세금을 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카드 가맹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국세납부대행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기관은 카드납부 대행서비스를 인터넷이나 전화로만 제공한다. 따라서 납세자는 세무서나 은행 등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 등으로 국세납부대행기관에 접속, 신용카드로 세금을 내고 결제일에 대금을 정산하면 된다. 신용카드사는 수납대행기관으로부터 납세 통보를 받으면 한국은행에 즉각 세금을 대납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시론] 주민소환,양날의 칼/이기우 인하대 교수

    [시론] 주민소환,양날의 칼/이기우 인하대 교수

    하남시장과 시의원 3명에 대한 주민소환이 청구되었다. 하남시 외에도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방정치인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민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적적으로 보는 입장과 단체장의 소신행정을 어렵게 하고 소수의 선동에 의해 지방정치의 불안과 공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인 화장장의 유치가 하남시의 주민소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입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방정치인은 임기를 보장받음으로써 소신있게 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민과 동떨어진 의사결정을 하거나 무능한 경우 주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정치적인 갈등을 주민 스스로 해결해 주민의 이익을 지키도록 자구수단으로 인정된 제도가 주민투표제도이고 주민소환제도이다. 주민투표가 화장장 설치와 같은 개별사안에 대한 주민의 자결권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지방정치인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적 평가로 그 직위를 박탈하는 것이다. 개별적인 정치사안도 주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주민소환으로 비화될 수 있다. 지방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중대한 정책에 대해 미리 주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함으로써 주민소환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민투표가 많은 비용을 요한다는 점에서 주민여론조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주민소환제도는 주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지만, 지방정국의 불안과 행정공백, 선동에 의해 조직화된 소수의 횡포 등의 우려도 없지 않다. 주민소환제도의 시행과정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예컨대, 주민소환이 다수의 주민에 의해 결정되기도 전에 주민 10∼20%에 해당하는 소수의 청구에 의한 발의만으로 소환대상자의 권한정지를 규정한 것은 소수에 의한 횡포가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이므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주민소환으로 인하여 막대한 투표비용을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고 정치적인 소모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을 주도하고 서명한 사람은 주민소환이 실패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러한 무책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소환을 주도하고 서명한 사람에게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켜 책임있는 행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주민소환 투표와 보궐선거를 별도로 실시하여 비용을 가중시키는 것도 문제이다. 미국처럼 소환과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고 새로 당선된 사람에게 잔여임기가 아니라 전체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0년대 이후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을 도입하는 참여혁명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세계적인 흐름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주민소환제도를 가짐으로써 지방정치의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 수단을 갖게 됐지만 이의 남용은 엄청난 손해를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지방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비록 옳고 타당한 정책이라도 주민과 함께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적 리더십을 발판으로 꽃피울 수 있다. 하남시의 주민소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무엇을 유지하고, 개선할지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
  • [기고] 물산업육성의 바람직한 방향/손진식 국민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

    최근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되는 물 산업 육성정책과 관련해 ‘물의 사유화 및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 산업육성을 위해 그동안 공공부문이 담당하던 물 관련 서비스의 일부분을 민간부문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이나 일상생활과 밀접한 수돗물을 민간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 관련 서비스 중 하수도 분야는 현재 상당부분 민간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과거 자신들이 맡아 왔던 하수처리를 민간 기업에 위탁한 것이다. 그렇지만 상수도는 일부를 제외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다.‘물의 사유화 논란’은 상수도 분야에 민영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민영화는 일반적으로 완전민영화와 부분민영화의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완전민영화는 정부 또는 지자체가 담당하던 수돗물 공급의 책임, 즉 수도사업권 자체를 민간에 넘기는 것을 말한다. 수도시설에 대한 소유권뿐만 아니라 시민에 대한 수돗물 공급 책임이 민간 기업에 주어진다. 반면 부분 민영화는 수돗물 공급 책임은 지자체가 그대로 갖고 시설운영 및 수도사업 경영만 민간에게 위탁하는 방법이다. 즉 서비스제공에 민간경영방법을 도입하는 형태이다. 민영화에 찬성하는 이유는 효율성 증진과 비용 절감, 서비스의 질 개선으로 요약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민영화로 공공성 및 책임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공공성 훼손이다. 민간에서 수돗물 공급을 담당하면 수도요금이 인상되고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민간부문은 목표한 이익의 실현이 불가능해지면 사업을 중도에 그만둘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수돗물은 모든 국민이 고르게 누려야 할 보편적 서비스인데 민간 기업이 수도사업을 운영하면 경제적 약자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 사업 민영화가 모두 이와 같은 문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완전민영화는 요금의 결정 등 수돗물 공급 전반에 대한 책임이 민간에 이전되어 공공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부분민영화의 경우에는 공공성이 훼손될 소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수도시설의 운영이나 경영은 전문기업이 담당하되 수질감시나 수도요금 결정 등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주요한 결정은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지자체가 전문기업에 대한 적절한 감독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만약, 지자체의 준비가 부족하고 부분민영화 형태로 민간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국민정서상 공감하기 어렵다면 정부나 지자체의 감시와 통제 아래에 있는 공기업 형태의 전문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수도서비스의 민영화는 단순하게 다루어질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순기능인 효율성의 증대와 역기능인 공공성 훼손의 문제를 비교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시각을 기초로 합리적·과학적인 검토와 분석을 통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민영화 결정이 타당성을 인정받고 수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의 과정도 꼭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의 복지와 건강, 질 높은 수돗물 서비스 향유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손진식 국민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
  • [Seoul In] 아동 독서도우미 프로그램 시행

    양천구(구청장 추재엽) 취학전 아동의 독서도우미 프로그램인 ‘아동인지능력 향상 서비스’를 12월까지 시행한다.‘아동인지능력 향상 서비스’란 취학전 아동을 둔 가구에 월 4회 독서도우미를 파견, 아동의 연령 및 특성에 맞는 도서를 대여하고 1대1 독서지도를 하는 서비스.8월에는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정 등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일반가구는 9월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상 가구는 월 3만원을 지원받게 되며, 일부 본인부담액(월 9000∼1만 3000원)만 부담하면 제공기관(아이북랜드, 웅진씽크빅)을 선택할 수 있다. 신청자격은 월평균소득이 4인기준 353만원 이하인 가정으로 가구당 1명의 아동만 해택을 받을 수 있다. 접수기간은 16일까지. 주민생활지원과 2650-3222.
  • [Seoul In] 청소년 영어캠프 참가자 모집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9월부터 실시되는 ‘저소득 청소년 영어캠프에 참여할 학생을 오는 20일까지 모집한다. 신청대상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강습은 주중에 5박6일 동안 실시되는 A형과 주말에 1박2일 간 실시되는 B형이 있다.12월23일까지 8회 실시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본인 부담은 A형이 2만원,B형이 1만원이다. 주민생활지원과 901-6805.
  • [Seoul In] 저소득 미취학아동 대상 독서 지도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 저소득층 취학 전 아동을 위한 1대1 방문 독서지도, 한글 교육서비스, 부모를 위한 체계적인 독서지도 방법 등을 제공하는 ‘북 스타트’를 8월부터 시작한다. 지원대상은 전국가구 월평균소득(4인가구 353만 2000원) 이하의 취학 전 아동을 둔 가구로, 월 9000∼1만 3000원의 본인부담금을 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맞벌이 자녀를 우선 지원하며 신청은 주소지 관할 동사무소에서 하면 된다. 주민생활지원과 330-8634.
  • 공직자 잣대 엄격…선거법 위반 철퇴

    공직자 잣대 엄격…선거법 위반 철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 4기 출범 1년 남짓 만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줄줄이 낙마 또는 낙마 위기에 처해 있다. 공직선거법 강화로 사소한 선거 관련 위반 행위에도 잣대를 엄격히 대는 것이 큰 이유다. 일부 지자체에는 각종 민생 현안이 ‘올 스톱’되는 등 부작용도 도출되고 있다. 보궐선거는 연말 대통령 선거 전후에 이뤄질 전망이어서 6개월 정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공천 대가·당비 대납 등 선거법 위반 최다 광주·전남지역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한 단체장은 김인규 장흥군수와 전형준 화순군수, 고길호 신안군수 등 3명이다. 대법원은 지난 26일 선거를 앞두고 1억원을 특정 교회에 헌금한 김 군수의 부인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 군수도 취임 두달 만에 당비를 대납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뒤 1심 선고를 앞두고 중도 사직했다. 고 군수는 지난해 6월말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5·31 당선자 가운데 전국 최초로 당선이 무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낙마가 잇따랐다. 김희문 봉화군수는 지난 1월 이 지역 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단체장직을 상실했다. 공천 대가로 측근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5000만원을 줘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았다. ●업무추진비 제공·뇌물 수수 등 다양 이원동 청도군수도 지난 12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업무추진비 3000여만원 경찰 등에게 제공)로 1,2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 단체장직을 상실했다. 또 손이목 영천시장은 선거에서 재산을 허위로 신고해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돼 단체장직을 상실했다. 영천은 정재균·박진규 시장에 이어 민선시장 3명 전원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종규 전 경남 창녕군수도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뒤 지난해 지자체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 군수직을 상실했다. ●당선 무효 선고… 상고도 적잖아 1심에서 당선 무효(본인 벌금 100만원 이상, 배우자 등 관계자 300만원)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아 언제 그만둬야 할지 기로에 선 단체장도 적잖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선거에 공무원을 동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고 8월말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유두석 전남 장성군수도 당적 논란을 둘러싸고 상대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윤 군수는 1심에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500만원 등의 선고를 받았다. 윤 군수는 지방공무원법상 규정(금고 이상의 형)에 따라 군수 권한이 정지됐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선고받아 상고한 상태다. 이인준 부산 중구청장, 이병학 전북 부안군수, 진석규 경남 함안군수, 박희현 전남 해남군수 등도 학력 위조 등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공천 과정에서 돈을 건넨 혐의 등으로 단체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1심 선고를 받았다. 이들은 항소하거나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전남도선관위 지도과 김정현씨는 “200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예전에 관행처럼 인정됐던 사소한 사안도 일절 금지하도록 내용이 강화됐다.”며 “확정 판결이 진행될수록 직책을 잃는 단체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승진·공사 등 비리 혐의도 많아 박희현 전남 해남군수는 선거법위반과 별개로 승진 인사 등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강종만 전남 영광군수는 하수종말처리장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업자로부터 3차례에 걸쳐 1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5개월째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김진억 전북 임실군수 역시 지난해 하수처리장 공사 특허공법을 선정해 주는 대가로 권모씨로부터 2억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각서를 받았다가 지난달 법정 구속됐다. 엄창섭 울산시 울주군수는 뇌물 수수 혐의로 울산지검에 소환될 예정이어서 낙마 위기에 처했다. 엄 군수는 지역 설계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비서실장이 1억 6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연루돼 있다. 엄 군수측은 이 돈은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생 행정 공백 불가피 민선 이후 3번 모두 단체장이 중도 낙마한 영천시의 경우 씨족간 싸움 등 서로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다. 또 낙마에 따른 민생 현안 추진도 사실상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행정 공백과 재보궐선거 비용 부담으로 인한 혈세 낭비도 우려된다. 해당 지역 한 부자치단체장은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직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행사하기가 어렵다.”며 “매우 시급한 사항이 아니면 결재를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국종합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시론] 공무원 증원 앞서 중첩된 행정기능 정비해야/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교수

    [시론] 공무원 증원 앞서 중첩된 행정기능 정비해야/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교수

    불교의 가르침에 ‘일월삼주(一月三舟)’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하나의 달을 북으로 가는 배에서 보면 북으로 가는 듯이 보이고, 남으로 가는 배에서 보면 남으로 가는 듯이 보이고, 가만히 서있는 배에서 보면 그 자리에 있는 듯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새로운 행정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공무원의 숫자를 늘린다고 한다. 치안, 세금 징수, 사회복지 업무 등에 소요되는 인력으로 정부는 민생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꼭 정부가 직접 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미 시민사회와 기업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같은 민생 관련분야에서 공급자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통계청의 발표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에 있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조세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세출, 특히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세출 확충이 아닌 쓰고 없어져 버리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세출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민생·치안 분야라는 것은 이미 기업이나 시민단체들이 이미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부문이다. 세금징수 확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YWCA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영수증 주고받기 운동’ ‘신용카드를 설치하지 않는 가게 이용 안하기’ 등 지속적인 캠페인활동을 펴고, 정부와 국회가 이에 호응해 연말정산에 소득공제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문제만 해도 매일 아침 학교 주변 횡단보도에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등과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없다면 우리의 귀중한 어린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위험에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에는 공무원 급여 같은 것이 지급되지 않는다. 우리는 조용조(租庸調·옛 조세제도의 하나)가 문란해지고 부담이 커진다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史實)에서 배우고 있다. 공무원의 급여는 세금에서 지출된다. 국가와 국민 모두 사회적 책임을 조세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초고령화 사회에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과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개인의 조세부담을 줄이는 데에 정부는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기업과의 역할 중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구 내에서의 중첩적인 행정서비스 전달체계와 중복적인 정책이 무척 많다는 점이다. 부처간에 중복적인 정책이 하도 많아 이를 조정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 총리실의 국무조정실,3명의 부총리제를 두고 있지만 이 또한 중복이어서 비판이 많다. 부처 내에서도 중복된 정책이 상당수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 영역을 보면 중복·유사한 정책과 서비스전달체계의 중첩이 심각할 정도이다. 중첩된 행정서비스 전달체계, 중복된 정책을 양산하기 위해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부, 특히 중앙정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일월삼주(一月三舟)’라는 말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방안과 견해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같은 사물에 대해 다른 방식과 견해로 접근하는 것을 인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영역 모두를 활용할 줄 아는,3척의 배를 젓는 현명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교수
  • [현장 행정] 금천구 외국인 멘토링 사업

    [현장 행정] 금천구 외국인 멘토링 사업

    5일 오후 금천구 시흥동 현대시장을 찾은 주부 김묘문(45)씨는 남보다 이른 초복(15일) 준비에 바빴다. 준비할 음식은 백숙. 벌써 닭 안에 넣을 찹쌀부터 밤, 대추, 인삼, 마늘, 황기, 녹각까지 재료 준비는 마쳤다.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한 김에 저녁 밥상에 백숙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종의 예행연습이다. 초복까지는 열흘이나 남았는데 웬 수선인가 싶겠지만 이같은 준비는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서다. 다음날인 6일 김씨는 일본인 고바야시 요우코(36) 등 외국인 4명을 집으로 불러 백숙 만드는 법을 일러 주기로 했다. 김씨는 “결혼 후 20여년 동안 만들어온 음식이지만 그냥 아는 것하고 설명하는 건 다르잖아요. 미리 만들면서 순서도 적어보고 제 맛이 나는지도 보려고요. 은근히 부담되네요.”라고 말했다. ●늘어난 외국인의 한국생활 도와주기 금천구가 거주외국인의 한국생활 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은 1만 949명(5월 현재). 점차 늘어가는 거주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사회 적응도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구는 지난달 28일 구 공무원을 포함한 주민 31명과 중국, 일본, 베트남, 미얀마 등 8개국 외국인 31명을 멘토(조언자)와 멘티(조언받을 대상)로 엮어주는 결연행사를 열었다. 멘토(내국인)는 멘티(외국인)의 친구 노릇을 하며 한국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풀어주는 조언자 역할을 맡게 된다. 구 관계자는 “멘토로 나선 주민 역시 멘티를 통해 외국어와 외국문화를 접하고 싶어 한다.”면서 “차츰 친구처럼 끈끈한 관계가 된다면 사실 멘티와 멘토의 역할 구분이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멘티 31명 중 25명이 여성이다. 최근 국제결혼을 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여성들이 늘어난 데다 멘토링 등의 정서적 교감 등을 원하는 것도 여성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적은 중국(14명), 일본(8명), 베트남(3명), 미얀마(2명), 우즈베키스탄(1명), 나이지리아(1명), 인도네시아(1명), 태국(1명)순이다. ●말배우기가 주관심사 멘티들의 주된 관심사는 단연 한국말 학습이다. 돈을 벌기 위해 지난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중국동포 백수임(32·여)씨는 멘토인 박명운(31·여·금천구 주민생활지원과)씨에게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려고 한다. 백씨는 “많은 사람이 한국말이 익숙한 것으로 아는 중국동포들도 사실 말하고 쓰는 것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박씨와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말도 잘 통할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침 저녁으로 식당일 등을 해야 하는 백씨가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국과 동남아 외국인들이 비슷한 처지다. 멘토 박씨는 “최대한 백씨가 편한 시간에 맞춘다는 계획”이라면서 “주말에 영화도 보고 수다를 떨며 자매같이 지내다 보면 원하는 한국말도 금방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는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매월 1회 이상 ‘멘토링데이’를 정하기로 했다. 단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만나는 장소 등은 각자가 자유롭게 정하기로 했다. 하반기엔 결연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대다수 외국인을 위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3개 국어로 된 생활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임기말 또 ‘몸집 불리기’ 논란

    임기말 또 ‘몸집 불리기’ 논란

    정부가 또다시 대규모로 인력을 증원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외국에서도 공무원 수를 감축하는 추세여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한꺼번에 1998명을 증원하는 등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151명을 늘리기로 해 임기말 부처들의 몸집 불리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장관급 7개, 차관급 23개 증가 행정자치부는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조직개편과 공무원 증원이 계속되고 있어 정확한 공무원 숫자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체 공무원수는 95만 7208명으로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2월24일 90만 4504명보다 5만 2704명이 늘었다. 여기에 올해 들어 모두 1만 2317명이 이미 늘었거나 늘 예정이어서 참여정부 들어 증가한 공무원 수는 6만 5021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2005년 공사로 전환한 철도공사 인원 2만 9997명이 제외됐다. 이들을 포함하면 9만 5018명이 증가한 셈이다. 장·차관 등 정무직의 몸집도 커졌다. 복수차관제가 도입되고 각종 위원회가 증가한 탓이다.2002년엔 장·차관이 106개였다. 그러나 지금은 136개로 늘었다. 장관급이 7개, 차관급이 23개 증가했다. ●복지부 113명·교육부 36명·재경부 5명 국무회의는 이날 국세청 공무원 1998명을 포함해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4개 부처의 공무원 2151명을 늘리는 직제, 증원 개편안을 의결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부처별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113명, 재정경제부 5명, 국세청 1998명, 교육인적자원부 35명 등이다. 국세청은 내년에 시행되는 근로장려세제(EITC) 업무를 전담할 근로소득지원국을 신설하고,EITC 집행에 필요한 인력으로 1992명을 보강한다. 당초 1000명 수준에서 늘릴 방침이었으나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 국세통계인력 6명을 늘리기로 해 국세청 순증가 인원은 1998명이나 된다. 현재 국세청의 전체 공무원 수는 1만 8000여명이다 EITC는 근로소득에 대한 세액공제액이 소득세액보다 많으면 그 차액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일하는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내년에는 1단계로 무주택자로 자녀가 2인 이상인 연간 근로소득 1700만원 미만(부부합산)인 31만가구에 최고 80만원이 현금으로 지급된다.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영업자 등 150만 가구에 확대 적용된다. 국세청은 추가로 충원되는 인력을 일차적으로 근로장려금 지급 업무 이외에 EITC의 대상이 되는 과세미달 근로자와 일용근로자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는 일에 집중 투입한다. 국세청은 이들이 현지 확인 등을 통해 근로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저소득 근로자가 근로장려금을 쉽게 신청하고 지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 내용, 신청방법 안내 등의 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조치 등 국제협력업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제협력관을 신설하고 의료서비스 강화 및 검역감시체계 강화 등을 위해 113명을 늘리기로 했다. 또 재경부는 서민들의 금융접근성을 확대하고 사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소서민금융제도과’를 신설하고 5명을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인적자원정책국을 인적자원정책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1본부 1관 4팀이 늘어나 공무원 35명을 추가로 배치한다.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인력 확충이라는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하는 데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업무강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전직 등의 연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종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권 말기에 관심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 공무원수를 늘리는 것은 흔히 있었던 일이기는 하나 정도가 심하다.”면서 “공무원 증원은 인건비는 물론 규제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기정부서도 증원, 작은 정부? 행자부가 마련한 중기인력운용계획엔 앞으로도 증원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중기인력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1년까지 5년간 5만 1223명이 더 필요하다. 정부의 추정대로 되면 차기정부에선 공무원수가 100만명을 넘게 돼 공무원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이에 따라 학계를 중심으로 차기정부에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한국정책과학학회는 차기정부의 바람직한 모습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차기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명지대 임승빈(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나 소방 등 민생치안과 관련된 분야의 증원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세금 징수 인력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럴 바에는 세금을 적게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차기 정부는 ‘작은 정부’보다는 ‘역량있는 정부’를 추구해 정부 규모는 작더라도 집행력이 커지는 강력한 정부가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김균미 조덕현 윤설영기자 hyoun@seoul.co.kr
  • 바가지 학원비에 허리 휜다

    서울 시내 일부 입시·보습·어학원들이 기준 금액의 최고 13배에 이르는 수강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서울 지역 입시·보습학원의 3년간 수강료 초과 금액을 분석해 발표한 ‘사교육비 가계부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구의 한 학원이 올해 이 지역 기준 수강료인 월 10만 7200원(단과)의 13배인 137만 8505원(초과금액 127만 1305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의 11개 지역교육청으로부터 최근 5년간 수강료 초과 징수 실태와 단속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넘겨받아 서울 시민들의 사교육비 가계 실태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참여연대가 벌이는 ‘3대 가계부담(주거비·교육비·의료비) 줄이기 운동’의 일환으로 발간한 첫 실태조사 보고서다. 또 강남구의 한 어학학원은 지난해 기준 금액 45만 620원보다 380만원이나 많은 427만 5275원을 받는 등 국제실무·어학 분야 학원도 ‘바가지 수강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과외학원 밀집지역인 강남 지역뿐만 아니라 관악구, 동작구 양천구, 노원구의 사설 학원들도 기준 금액을 8∼10배 초과한 5만∼127만원까지 학원비를 더 챙겼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청의 행정 감독은 불충분했다. 서울 시내 5911개 입시학원 가운데 올해 지역교육청의 점검을 받은 곳은 25.8%인 1525곳에 그쳤다. 참여연대는 “올해 강남교육청과 강동교육청은 각각 전체 학원의 15%와 13.2%를 들여다봤는데, 점검 대상의 37.6%와 77%는 수강료 초과로 적발했다.”면서 “교육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지도·단속에 나서지 않는 한 바가지 수강료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공기업] 공기업 증시 상장 연내 결정 가능성

    정부의 공기업 상장 방침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26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기업 주식의 10∼15%를 상장하는 방안에 대한 1차 스터디가 끝났다.”며 “타당한 공기업들에 대해 상장을 권유하기로 정부 방침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공기업 상장을 추진해줄 것을 경제부총리에게 당부했다고도 했다. 이는 증시가 활황일 때 공기업 상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온 정부 방침이 실행 단계에 왔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재무구조상 문제가 없어 상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공기업은 10여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규모가 큰 곳으로는 지역난방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도로공사 등은 법 개정 없이도 상장이 가능하다. 반면 주택공사 토지공사 석유공사 등은 설립근거법에 정부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토록 하고 있어 상장을 위해선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감정원, 대한주택보증,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등도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총리가 부총리에게 상장 추진을 당부한 만큼 무언가 정부 차원의 계획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조만간 대상 기업들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여 연내 상장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공기업들이 상장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데다, 참여정부가 임기말인 점을 감안할 때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유력한 상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공기업 간부는 “공기업이 상장되면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져 공공요금 인상 등 서민생활이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미지수”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밀리면 레임덕”… 거침없는 ‘盧氣’

    “밀리면 레임덕”… 거침없는 ‘盧氣’

    청와대는 호흡이 가쁘다.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일부 위반’ 결정과 ‘선거중립 의무 준수’ 요청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거침없는 ‘말세례’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임기 말 국정 운영과 정치 행보의 동력을 쉽사리 놓을 수 없다는 기류가 읽힌다. 청와대가 7일 오후 5시30분쯤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로 정무관계 회의를 가진뒤 선관위 조치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선관위 발표 이후 1시간40분 만에 브리핑을 통해 “법적인 대응을 좀더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할 생각”이라면서 “‘준수요청’이 선관위법에 명백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고, 경고도 아니고, 행정처분인지의 성격도 모호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선관위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법적 대응을 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소원과 권한쟁의 등이 여러 방법 중 하나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일각에서는 ‘권한쟁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선관위의 결정에는 “너무나 당연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의 이번 결정 이후에도 노 대통령이 이슈의 중심에 서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해 내고, 왁자지껄한 논쟁의 핵심에 서서 정국 흐름의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도 노 대통령은 할 말을 다한 셈이며, 앞으로도 “할 말은 하겠다.”는 기류다. 이번 논란 자체가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혔다는 점에서 레임덕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노 대통령의 반격이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라는 추론도 제기된다. 선관위의 판단이 “최종·최고”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를 생각하겠다.”는 청와대의 기본 원칙도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가 이날 오후 주요 국정과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6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국정연설 요청서를 국회의장실에 전달한 것도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계속 대립각을 세워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이 사전선거 운동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결론났다는 점은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과 공정한 대선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노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노 대통령과 그 주변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정치적 갈등과 공방을 가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세력’이 아니라 ‘정책세력’을 자칭해 온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시한부 면죄부’를 받고 향후 행보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결정은 “현 시점에선 위반이 아니다.”라는 전제가 달렸다고 한 선관위원이 밝혔듯이 향후 ‘선거용’ 활동에 나설 경우 또다른 논란의 소지를 안게 됐다. 범여권의 지각 변동 과정에서 형식과 내용이 어떻든 친노 세력의 ‘우군’으로서 모종의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이나 범여권의 비노·반노 세력과 알력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대선 개입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20) 심하전역과 인조반정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20) 심하전역과 인조반정 Ⅱ

    후금을 치는데 동참하라는 명의 요구가 날아들었을 무렵, 광해군은 정치적으로 고비를 맞고 있었다. 외교적 감각이 탁월했던 광해군이지만, 내정(內政)에서는 적지 않은 난맥상을 드러냈다.‘어머니를 폐하고 동생을 죽인(廢母殺弟) 패륜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 대표적이다. ‘폐모’는 ‘살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양자 모두 ‘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광해군의 노심초사와 강박관념에서 비롯되었다. 1613년(광해군 5) 계축옥사(癸丑獄事)가 일어나 논란 끝에 이복 동생인 영창대군(永昌大君)이 살해되었다. 영창대군의 생모 인목대비(仁穆大妃)는 광해군에게 극단적인 원한을 품게 되었고, 이이첨(李爾瞻) 등 광해군의 측근들은 인목대비마저 폐위시켜 후환을 없애자고 부추겼다. 하지만 모후(母后)를 폐위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었다.‘폐모 논의’를 둘러싼 내우(內憂)가 한창일 때, 후금 정벌에 동참하라는 명의 요구는 외환(外患) 그 자체였다. ●대동법 시행·창덕궁 수리 등 국가재건 앞서 광해군이 이룩한 치적(治績) 가운데는 볼 만한 것이 적지 않다. 그는 자기 시대의 역사적 과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안으로 임진왜란이 남긴 상처를 극복하고, 밖으로 명청교체(明淸交替)가 몰고 올 파장에 대비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광해군은, 그 같은 과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정치판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위 직후 광해군은 당파(黨派) 사이의 대립을 조정하는데 힘썼다. 비록 이이첨, 정인홍(鄭仁弘), 유희분(柳希奮) 등 북인(北人)들이 자신의 즉위 과정에서 일등공신이었지만 광해군은 그들만을 편애하지 않았다. 이원익(李元翼), 이항복, 이덕형 등 선조 이래의 중신들을 우대하여 그들의 경륜을 활용하려 했다. 이원익은 1608년 경기도에서 대동법(大同法)을 실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왕실이나 관청에서 필요한 공물(貢物)을 백성들에게서 현물 대신 쌀로 받아들이는 조처였다. 자기 고장에서 나지 않는 공물을 현물로 납입하라고 강요할 경우, 필연적으로 청부업자들이 중간에서 설치게 된다. 백성들은 결국 방납인(防納人)으로 불리는 청부업자에게 비싼 값을 치르고 물품을 구입하여 관청에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의 경제적 부담은 치솟고, 방납인들만 떼돈을 벌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자연히 방납인 중에는 상인뿐 아니라 사대부와 왕실의 인척 등 온갖 모리배들이 섞여 있었다. 쌀은 백성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청부업자들이 농간을 부리기가 쉽지 않았다. 대동법의 실시는 경기도 백성들에게는 ‘복음’이었지만 방납인들에게는 기득권을 흔드는 ‘비보(悲報)’였다. 방납인들의 반발과 아우성을 일축하고 대동법을 밀어붙인 것만으로도 광해군은 ‘현군’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광해군은 왜란 중에 불타버린 창덕궁을 수리하고, 종묘(宗廟)를 중건하고, 사고(史庫)를 비롯한 여러 관청 건물들을 다시 세웠다. 이 같은 외형적인 재건 작업뿐 아니라 전란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심신을 다독이고, 무너진 사회질서를 다시 세우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반포하고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와 같은 윤리 서적을 간행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폐모살제 멍에로 내정에 난맥상 광해군은 분명 임진왜란 이후 국가 재건과 외교에서 상당한 치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늘 정치적으로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첩자(妾子)이자 차자(次子)라는 이유로 왕세자 책봉이 지연되고, 부왕 선조로부터 견제받았던 ‘전력’은 즉위 이후 자신의 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집착으로 표출되었다. 더욱이 역모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당파 사이의 갈등과 대결은 재연되었다. 특히 선조의 적자(嫡子)인 영창대군의 존재는 광해군은 물론, 광해군 즉위에 앞장섰던 이이첨 등 대북파(大北派)에는 잠재적으로 왕위를 위협하는 요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1613년 4월, 문경새재에서 은상(銀商)을 살해한 혐의로 국문(鞫問)을 받던 서얼 박응서(朴應犀)는 ‘엄청난 내용’을 실토했다.“은상에게서 빼앗은 자금으로 역도들을 모아 대궐을 습격하여 인목대비에게 옥새를 바친 뒤 영창대군을 국왕으로 추대하려 했고, 역모의 우두머리는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金悌男)”이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북파의 정적이었던 남인(南人)과 서인(西人)들은 대부분 유배되거나 조정에서 쫓겨났다. 이것이 바로 계축옥사였다. 김제남은 사약을 마시고 죽었고, 여덟 살에 불과한 영창대군도 유배된 직후 살해되었다.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죽이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를 지켜 주지 못했다. 인목대비가 광해군에게 처절한 원한을 품은 것은 당연했다. ‘광해군일기’에는 박응서를 매수하고, 영창대군을 살해하는데 이이첨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계축옥사는, 우유부단하고 심약했던 광해군이 ‘왕권 강화’에 골몰하다가 빚어진 비극이기도 했다. 이이첨 등은 이윽고 인목대비마저 ‘역모 관련자’로 몰아 처벌하려 했다. 대북파는 ‘인목대비와 광해군의 모자(母子) 관계는 끊어졌기 때문에 따로 거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논란 끝에 인목대비는 결국 서궁(西宮-오늘날 덕수궁)에 유폐되었다. 하지만 광해군에 대한 충(忠)을 강조한 대북파의 ‘폐모’ 시도는 재야 사림들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그것은 효(孝)를 무시한 ‘금수(禽獸)의 행위’라고 매도되었다.1618년 1월, 이이첨 등은 들끓는 비판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정청(庭請)이란 것을 벌였다. 조정의 모든 신료들을 동원하여 ‘국왕에게 불충한’ 인목대비를 폐위시키라고 광해군에게 요청하는 절차였다. 광해군은 ‘폐모 논의’가 인륜에 관련된 사안이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이첨 일파를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다. 인목대비가 유폐된 상태에서 ‘폐모 논의’는 결말을 보지 못했고, 그 와중에 명의 파병 요구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무리한 토목공사에 민심은 등 돌려 왕권 강화에 대한 광해군의 집착은 토목공사에 몰두하는 형태로도 표출되었다. 그는 1611년 창덕궁을 중건했지만 연달아 다른 궁궐들을 짓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신문로에 경덕궁(慶德宮, 뒤에 경희궁으로 개명)을 지었고, 정원군(定遠君, 광해군의 이복동생이자 仁祖의 아버지)의 사저가 있던 인왕산 부근에 ‘왕기가 서렸다.’는 말을 듣고 인경궁(仁慶宮)을 지었다. 단종과 연산군이 쫓겨났던 장소인 창덕궁을 꺼림칙하게 여겼던 광해군은 궁궐이 완성된 뒤 이 궁궐, 저 궁궐을 옮겨다니는 행태를 보였다. 그럴듯한 궁궐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원구단(圓丘壇)을 짓고 하늘에 교제(郊祭)까지 지내려 했다. 그것은 중국의 천자(天子)만이 할 수 있다는 제천의식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궁궐들을 짓고, 교제까지 지내려 했지만 토목공사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인경궁과 경덕궁은 경복궁이나 창덕궁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장대한 궁궐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민간에 전가되었다. 증세(增稅)에도 불구하고 재원이 부족하자 은이나 목재, 석재 등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관직까지 팔았다. 부족한 재원을 긁어모으기 위해 조도사(調度使)란 직책을 지닌 관원들을 전국에 파견했다. ●삐딱한 여론… 외교발목 잡아 백성들로부터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세금 부담뿐 아니라 목재 등을 운반하는데 사역되는 백성들의 반발도 컸다. 계축옥사를 통해 쫓겨났던 남인이나 서인 출신의 신료들은 ‘말세의 조짐’이라고 비아냥거렸다.‘폐모살제’ 때문에 얻게 된 ‘패륜’의 멍에 위에 ‘민생을 망쳤다.’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광해군이 명의 파병 요구를 거부하려 했던 데에는 궁궐 건설을 비롯한 토목공사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미 토목공사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로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형편에 파병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외교와 내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빛나고 탁월한 외교라도 내정에 발목이 잡히면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폐모 논의’와 토목공사 때문에 삐딱해진 여론의 시선이 광해군의 외교를 좋게 봐줄 리 없었다. 내정의 난맥상은 결국 광해군 외교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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