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주세율 인하” 국회청원 잇따라/형평과세세수확보 대립
◎정부·자치단체 “세금줄면 세출 차질” 강력 반대/맥주사·애주가 “위스키 보다 높은 세율 불합리”/국회 세법 개정안때 최종 판가름 날듯
대중주가 된 맥주.변호사와 전직 장관 등 사회저명인사들이 최근 이 대중주의 세율이 너무 높으니 내려달라고 국회에 청원을 했다.
맥주의 주세율은 제조원가의 1백50%.지난 해 1억7천6백만상자(1백76만㎘)가 출고돼 맥주에서만 1조1천4백99억원의 주세가 걷혔다.맥주회사를 통해 직접 걷기 때문에 한푼의 손실도 없었다.더없이 훌륭한 세목인지라 세정당국으로선 자진해서 내려 줄 세금이 아니다.
맥주의 가격구조를 살펴보면 5백㎖ 한병(OB라거 기준)의 원가가 2백50원58전이다.여기에 주세(3백75원87전)·교육세(1백12원76전)·부가가치세(73원92전)가 붙어 출고가는 8백13원13전.중간마진이 붙어 슈퍼에서는 평균 1천1백원,업소에서 3천원에 팔린다.
지난 달 28일 김춘봉 변호사와 홍성철 전 내무장관,장성환 전 교통장관,이원경 전 외무장관,김기춘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민병철 서울중앙병원장,조영제 서울대 교수,박정자 연극배우,하일성 야구해설가 등 저명인사 2만7백1명이 연대 서명,맥주의 주세율 인하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맥주는 고급사치품이 아닌 서민들의 술이다.고소득층의 애용품인 위스키는 구미제국의 통상압력으로 세율을 1백20%에서 1백%로 내리면서 서민 애용품인 맥주세율을 1백50%로 묶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였다.
지난 9일엔 동양 조선 진로쿠어스 등 맥주 3사도 국회에 청원했다.이들은 『보석이나 대형 승용차,골프채 등 고소득층의 애용품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20%인 반면 전체 주류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서민의 술로 자리잡은 맥주에 1백50%의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맥주의 주세율을 1백50%에서 80%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스키는 주로 유흥업소에서 소비되는 데다 원액을 전량 수입해 국내에서 단순 배합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판매하는 반면 맥주는 65%가 가정용 소비이고 국내 농민이 재배한 맥주보리를 전량 수매해 생산한다는 점에서 세율이 당연히 위스키보다 낮아야 한다는 게 제조업체들의 논리이다.맥주3사의 청원서에는 민자당의 정창현·황명수·박세직·이민섭·이순재 의원,국민회의의 정대철·조세형·김덕규 의원,민주당의 제정구·박석무 의원 등 여·야의원 32명이 서명했다.
정부도 맥주 주세율이 높고 위스키 세율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그러나 세수감소 때문에 세율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재정경제원은 올 정기국회에 올린 세법개정안에 위스키의 주세율을 내년부터 1백20%에서 1백%로 내리기로 했지만 맥주 주세율은 그대로 두었다.위스키의 세율인하는 물론 유럽연합(EU)과의 통상협상에 따른 것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확정된 상태여서 재경원으로서는 손댈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국회가 세법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맥주의 주세율을 내리고 세출예산을 깎는 경우를 상상할 수는 있다』고 했다.공이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맥주3사의 로비가 강도 높게 펼쳐지자 정작 다급해진 곳은 내무부와 지방자치단체다.주세의 80%는 지방양여금으로 지자체에넘어가게 돼있기 때문이다.지난 해 맥주 주세 중 9천2백억원이 지방양여금으로 지원됐다.
따라서 내무부로서는 맥주업계의 로비를 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그렇지 않아도 한·미자동차협상에서 자동차세를 내려 내년부터 지방세인 자동차세수의 결함이 예상되는 마당에 주세마저 내릴 경우 세수결함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도 세수결함을 감내해야 하지만 지방 만큼 부담이 크지는 않다.재경원은 국회가 주세율을 내리면 세출예산도 그만큼 깎아야 해 섣부른 결론은 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돌아가는 분위기는 맥주업계에 승산의 기미가 있다.
맥주 주세율이 1백20%로 내리면 슈퍼 판매가격(OB라거 기준)은 1천1백원에서 8백50원으로,80%로 인하되면 7백50원으로 떨어진다.업소가격도 3천원에서 2천5백원과 2천원으로 각각 내리게 된다.애주가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맥주 3사와 재정경제원·내무부 등 관련 부처,소비자의 이해가 맞물린 맥주 주세율이 국회에서 어떻게 요리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