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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코드인사’ 오해 벗으려면/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코드인사’ 오해 벗으려면/육철수 논설위원

    인맥을 알아보는 데는 상호연결성을 연구한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이론’이 자주 등장한다. 이 이론을 보면 한 사람(1단계)이 친구 100명(2단계)을 사귄다고 가정할 때 단순 계산으로 3단계에서 1만명이 연결되고,4단계 100만명,5단계 1억명,6단계에서는 100억명으로 이어진다. 이 방식대로라면 세계인구 65억명도 본인 빼고 다섯 단계만 지나면 모두 연결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3.6명만 건너면 전 국민이 연결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세 다리 반만 거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면 온 나라가 가까운 인맥으로 형성된 셈이다. 그래서 혈연·지연·학연을 따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다. 참여정부 들어 걸핏하면 ‘코드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연줄닿고 마음맞는 사람만 요직에 앉힌다는, 일종의 비아냥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출신 고교와 지역에 따른 인사가 심각했지만 그저 ‘특정지역(고교) 편중’ 정도였지 코드인사란 말은 들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인재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코드인사를 꼭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통령이 되면 정치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300개 정도라고 한다. 대통령이 명단을 확인하고 인사결재를 하는 3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은 2000여명, 임명장에 대통령 직인이 찍히는 5급 이상 공무원은 6000∼7000명이라니 직·간접 인사 영향권은 1만명 안팎이다. 전체 공무원의 1%다.3급 이상 공무원이라고 해도 대통령이 몇몇 관심있는 사람을 빼고 능력이나 성향을 일일이 알 수 없을 뿐더러, 부처 장관들이 인사안을 올리면 죽 훑어보는 정도일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300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다. 이 직책은 대통령이 직접 아는 인물, 즉 한두 다리 인맥이 아니면 발탁도 쉽지 않다. 당연히 대통령이 가까이서 지켜보아 직접 검증이 가능하거나, 사회적 명망이나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을 무시하고 인사 때마다 코드부터 거론되는 세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인사 평가에서 직무수행 능력이 코드의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문제다. 대통령의 사시동기든, 민변 출신이든, 부산상고 출신이든, 그게 능력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가시권에 들기까지 능력껏 올라온 사람을 코드로 깎아내리는 건 당치 않다.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라는 주문은 원칙적인 문제일 뿐이다. 생각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른 사람을 두루 기용하면 인사균형에는 맞을지 몰라도 ‘콩가루 정부’가 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중구난방식 국정운영으로는 핵심 또는 주요 정책을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가기 어려운 탓이다. 능력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 코드만으로 등용됐다면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역사와 국민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대통령이 능력 없는 사람을 그저 월급만 주려고 앉혀놓으면 금방 들통나게 마련이다. 인사를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하지만, 코드인사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인사 대상자가 더 중요하다. 자리를 차지했으면 우선 능력을 발휘해야 하며, 국민이 혈세로 주는 월급값 이상을 해내야 한다. 눈치 빠른 국민은 벌써 다 아는데, 권력 주변의 일부는 앞다퉈 대통령의 역성을 들고 코드인사를 굳이 재입증하려고 아등바등해 보기에 민망하다. 쓸데없는 말로 국민감정 건드리고 비난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코드도 코드 나름이다. 위쪽만 쳐다보지 말고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코드인사란 말도 저절로 쑥 들어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불복 집단소송 조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 주민투표를 둘러싼 부정·불법 시비가 소송과 고발 사태로 비화할 조짐이다. 투표절차의 중단을 요구해온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27일부터 관련 공무원들을 형사고발하는 한편 투표 무효소송을 내기로 했다. 투표결과에도 승복하지 않고 법적 대응을 한다는 계획이어서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불법행위 감시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강력한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영덕군핵폐기장 설치반대대책위원회 김민기 사무국장은 “27일 법원에 주민투표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영덕군수 등 투표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공무원과 관계자들을 주민투표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26일 밝혔다. 군산핵폐기장 반대대책위 김홍중 상임대표도 “이미 부재자 신고서 접수 무효확인 소송을 냈으며 27일 현장 검증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을 위한 소송도 곧 제기할 계획이다. 경주핵폐기장 반대 공동운동본부 이문희 사무국장은 “부재자 신고 및 투표와 관련해 우리쪽에 접수된 사례가 너무 많아 개별적으로 소송을 할지, 집단소송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현재 정상적으로 이뤄진 부재자 투표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덕·군산·포항·경주 등 4곳에서는 다음달 2일 주민투표에 앞서 지난 25일부터 부재자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투표 절차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민변은 “군산·경주·영덕 3곳을 조사한 결과 부재자 신고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투표의 공정성이 의심되며, 공무원이 부재자 신고를 직접 받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투표가 끝난 뒤 불법적으로 이뤄진 투표결과에 대해 무효 소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전체 틀을 깰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므로 투표절차 중단 등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주민투표가 처음이다 보니 미비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문제가 약간 있다고 해서 장시간 지연돼 온 국책사업을 다시 표류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영규 나길회기자 whoami@seoul.co.kr
  • 검찰, 오늘 입장 표명

    검찰, 오늘 입장 표명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와 관련, 헌정 사상 초유로 발동한 검찰 지휘권의 수용 여부를 이르면 14일 결정할 방침이다. 김 검찰총장은 13일 밤 10시쯤 대검 홍보관리관인 강찬우 부장검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부장 검사는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별로 의견을 수렴해 빠르면 14일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강 교수 사건을 경찰로부터 즉시 송치받아 전면 재조사한 뒤,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되고 있다. 앞서 대검은 이날 오전 정상명 차장검사 주재로 간부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천 장관은 이날 오전 KBS와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검찰 수뇌부 및 법무부 참모 등과 직·간접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쳤지만 의견조정이 안돼 검찰청법에 따라 수사지휘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천 장관의 검찰 지휘권 행사로 정치권에서의 강 교수 사법처리 논란은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10·26 재선거를 열흘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한동안 잠복해 온 ‘보·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선거판도를 뒤흔들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 총회를 열어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성명을 내고 천 장관의 자진 사퇴 및 노무현 대통령의 천 장관 해임 등을 요구했으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천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의총에서 최종 결정키로 했다. 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구속요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에 입각해서 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도 “우리당 대부분의 의원들이 강 교수 발언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관계기관에서 적절히 처리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논평에서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검찰의 독립성을 일거에 무너 뜨리는 것은 물론 정치적 외압을 가하는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검찰의 방침에 법무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천 장관을 옹호했다. 구혜영 홍희경 박경호기자 koohy@seoul.co.kr
  • 강교수파문 행정·검찰권 충돌 ‘초유사태’ 오나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서면상 수사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검찰 안팎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지휘권 발동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천 장관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한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에는 법무부 국감에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천 장관은 지난 8월 “단호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지휘·감독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듯이 언젠가 사건에 개입하고 지휘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강 교수에 대해 구속 의견을 올리자 ‘수용 불가’를 선언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는 ‘강 교수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라며 구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청와대와 여권의 견해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지휘 요청을 받고 5일 동안 고심한 검찰의 선택은 결국 ‘구속’이었다. 국보법의 폐지 논의가 있었고 국보법 적용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엄연한 실정법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고심과 장고 끝에 중대한 국보법 위반 사례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휘권 발동은 천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인권 수사’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이번 사건의 향방에 따라 공안 사건 등의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다른 미묘한 사건에서도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야당이 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있어 자칫하면 여당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는 한편 집단반발로 번질 수도 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은 법으로 보장돼있지만 발동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지난 49년 당시 임영신 상공장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구두로 발동된 적은 있다. 하지만 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금기시됐다. 물론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빚은 사례는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 시절에는 송두율 교수 구속여부를 두고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갈등이 생기며 지휘권 발동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와 법무부-검찰 조직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지난 54년 이른바 ‘조선(造船)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격인 법무상이 검사총장(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가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규제개혁위원 박주현씨

    정부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새 위원에 박주현(42) 전 청와대 참여혁신수석을 위촉했다고 국무조정실이 11일 밝혔다. 전북 군산 출신인 박 수석은 전주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민변 사회복지위원장, 대한변협 인권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국민참여수석, 참여혁신수석을 거쳤다.
  • “종교자유 캠페인 재가동합니다”

    “종교자유 캠페인 재가동합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8시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검색 순위 2위에 ‘종교자유’가 올랐다. 뜬금없는 인기 검색어의 등장 뒤에는 지난해 단식까지 하며 학내종교자유를 외쳤던 강의석(19)씨가 있었다. “종교자유 캠페인을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 최근 관심이 사그라든 이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 동시에 열심히 검색했죠.” 지난 3월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뒤 한달반 만에 휴학계를 냈던 강씨는 지난 1일 복학했다. 학교생활과 종교자유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버거웠다는 그는 휴학 중에 한 출판사와 계약한 ‘강의석 에세이(가칭)’ 원고를 써내려가고 고교시절 취미삼아 배웠던 권투도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추석 전후로는 민변의 도움을 받아 강제로 진행된 종교수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그는 “원고단을 모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면서 “아쉬우나마 혼자라도 소송할 계획”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친일 3090명 명단공개] “명단 정치적이용 않기를”

    [친일 3090명 명단공개] “명단 정치적이용 않기를”

    “무엇보다 이번 명단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왜곡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 윤경로(58·한성대 총장) 위원장은 29일 “인명사전편찬은 역사적·학술적으로 친일에 대해 확실히 짚고 정리하자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그는 “해방 직후 만들어진 반민특위 정신과 역사성을 잇고 있지만 당시 활동이 정치적 성격을 띠었고 처벌을 목적으로 했던 것과 이번 작업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당사자 처벌은 물론 그들의 후손에 대한 연좌제적 비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3년 10월 2대 편찬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선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친일 사실 자체는 사료를 바탕으로 규명하면 되지만 사전에 누구를 포함시키고 배제할 것인가를 정하는 데는 많은 토론이 필요했다.”면서 “논란은 있겠지만 일단 정한 기준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친일행위 자체에 대한 객관성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하더라’는 식의 전언이 아닌 사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족 등이 항의하는 경우에는 각 사안마다 자료를 만들어 내겠다.”면서 “아직까지는 소송 움직임은 없지만 만약의 경우에는 민변 변호사 등의 자문을 얻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단 선정과정에서 일부 후손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반면 선조의 친일행위를 인정하고 편찬 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편찬위는 사전을 출판할 때 명단과 함께 친일행위를 반성한 경우 그 사실을 함께 기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정확한 비율은 말할 수 없지만 (반성한 경우는)매우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 “또 탄핵대리인 챙기기” 한나라 반발

    대법원장 후보로 대법관 출신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지명되자 한나라당을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시민단체 등이 강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사법개혁을 이끌 인물”이라면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적합한 인물’이라면서 오랜만에 여권과 한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은 이 지명자가 지난해 대통령 탄핵재판 대리인 출신인 점을 들어 “3권 분립을 훼손한 인사”라며 강력 비난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탄핵대리인은 대통령의 변호인인데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지명한 것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국민통합을 생각한다면 매우 신중하게 인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명자에 대해서도 결단을 촉구했다. 전 대변인은 “명예로운 법률가로서 자신의 위치를 마무리하려면 고사를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나라당은 ‘정실인사’ ‘사법부의 정권 예속화’ 등으로 거세게 비난해 왔다. 당내에서는 지난달 임명된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이어 대법원장까지 탄핵 대리인 출신으로 채우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대통령 탄핵 심판 변호인단 중 하경철 변호사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장에, 한승헌 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외에도 양삼승 대통령 자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초대 위원장과 김덕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등도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이다. 대법관 출신이 아닌 참신한 인물 발탁을 주장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한나라당이 문제삼고 있는 탄핵 대리인 출신인 점에 대해서는 차후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청렴, 강직 그리고 온화하고 소탈한 품성의 소유자로서 소외받는 자, 억울한 자를 위한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법부의 역할을 해주시리라 믿는다.”면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오랜 법조 경륜과 신뢰는 사법부의 위상을 강화하고 더 나은 사법부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박준석 박경호기자 pjs@seoul.co.kr
  • [8·15 특별사면] 檢“수사 무력감” 法“법질서 훼손”

    “어차피 다 사면할 거면서 안기부 불법도청은 왜 공개하고, 수사하자고 하는지 모르겠다.”이번 8·15특별사면에 대한 법조계 한 인사의 말이다. 이번 특별사면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불법대선자금 관련자 사면 실망 법조계에서는 특히 이번 사면에서 불법대선자금 관련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관행적인 정경유착의 악습을 청산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관련자들을 사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의욕적으로 불법대선자금 관련자들을 수사했던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눈치다. 한 검사는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남발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최선을 다해서 수사해서 처벌받게 했고 결국 정치의 시녀라는 비난에서 벗어났다.”면서 “이런 정략적인 사면은 검찰을 무력감에 빠지게 하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법원은 계속되는 사면으로 자칫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국민들이 혹시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을 가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보법·한총련·노동사범 사면 평가할만 변호사들도 이번 사면에 부정적이다. 한 변호사는 이번 사면을 ‘정치적 타협’이라고 지적하며 “사면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한다더니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의 한 변호사도 “뇌물을 받은 정치인을 ‘관행’이라고 처벌하지 않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나마 국가보안법, 한총련 사범들과 노동운동 관련자들이 포함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홍지민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정수장학회 반환戰 예고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의 발표에 따라 향후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과 경향신문의 손실 보전이 이뤄질 것인지, 또 이를 위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진행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귀옥 성공회대 교수는 “부일장학회사건은 군사정권 출범과 함께 시작된 것”이라면서 “당장 사회적 환원이라는 조치보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군사정권 당시의 사회적 재편과정에 대해 학술적·역사적 차원의 재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적 책임… 반환 가능 민변의 박연철 변호사는 부일장학회의 사회 환원에 대해 “문제는 유족 등 기부인의 반환 청구권 소송이 공소시효에 저촉되느냐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 개인 차원의 권력이 강요했다기보다 대통령의 권력이 작용된 사건이므로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차원으로 보면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반환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각각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국회를 통과한 ‘과거사법’에 의거하지 않은 이번 발표가 객관적이지 않으므로 그 내용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박정희 前대통령 흠집내기” 맹형규 정책위 의장은 “과거 사건에 대해 정확하지도 않은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정략적 의도이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정원 산하의 위원회가 과거사법에 의거하지 않은 채 구성한 위원들을 중심으로 객관적이지도 않고 무차별적인 발표를 하는 것은 탈법 행위이기에 우려된다.”라며 “김형욱 사건 발표 때와 비슷하게 ‘추정한다. 판단한다.’ 정도의 부정확하고 편향적인 발표는 박정희 대통령을 흠집내려는 정치적 보복 성격으로서 이 역시 과거사법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수장학회의 환원 문제와 관련, 박근혜 대표의 측근 인사는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기에 박 대표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朴대표가 합당한 조치 내려야 한편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부일 장학회 탈취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짓밟고 개인의 재산권을 말살한 행위”라며 전제한 뒤 “강압에 의해 헌납된 부일장확회의 후신인 정수장확회 이사장직을 (올해 초까지)박 대표가 맡아왔기 때문에 사회 환원 등 합당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향신문에 대해서도 명예회복과 적절한 사회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인사위 비상임위원 송두환씨

    정부는 12일 중앙인사위원회의 비상임 위원에 송두환(56) 법무법인 한결 대표변호사를 임명했다.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은 위원장 및 상임위원 각 1명과 비상임위원(5명 이내)으로 구성돼 있다. 송 위원은 충북 영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제22회로 서울지법판사와 민변 회장, 정부혁신위원, 대북송금의혹사건 특별검사 등을 지냈다.
  • [사설] 향군·평군 색깔논쟁 그만두라

    제2의 군 예비역 조직인 ‘평화재향군인회(平軍)’의 창설을 앞두고 기존 재향군인회(鄕軍)와의 신경전이 급기야 색깔논쟁으로 번졌다. 며칠전 평군이 새로운 제대·전역군인조직을 만들겠다는 분위기가 포착됐을 때부터 심히 걱정했는데, 역시나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평군은 향군에 대해 안보담론을 독점하고 특정세력이 조직을 주도한다고 비판했다. 향군은 평군대표의 부친이 남로당 전력을 갖고 있다고 공격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감정이 더 깊어진 것이다. 국토방위를 위해 한때 힘을 합쳤던 전우들이라고 해서 나라사랑의 방법이 다 똑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어떤 조직이라도 군대가 아닌 이상 특정세력이나 인사가 조직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 조직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유기적 모임을 별도로 결성하는 것을 막기도 어렵다. 듣자하니 향군이나 평군은 역할 또는 방법론의 차이는 다소 있을지언정, 평화·보국·충정 등 지향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질적 방법론이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결국 갈라서게 된 점은 기존 조직에도 귀책사유가 있으며, 안타까운 일이다. 이 마당에 평군의 창설을 탓하거나 박수를 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법정단체인 향군과 재야단체격인 평군이 시시콜콜 대립할 게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보완·혁신·발전되었으면 한다. 부질없는 색깔·코드공세와 불법단체 운운이라든지, 권위적이며 수구단체라는 쌍방 비난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향군과 평군은 이제라도 감정을 거두고 재조·재야로 나뉜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변호사회(민변)처럼 공존의 지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 천정배 법무 “檢개혁 계속”

    천정배(51) 신임 법무장관은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으로 대통령도 껄끄러워할 정도의 원칙주의자이며 개혁파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지난 93년 민변 소속 변호사로 활동할 때 법률사무소 ‘해마루’에서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현역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노 대통령 편에 섰다. 전남 목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인문계열에 수석합격,‘목포가 낳은 3대 수재’로 통한다. 그러나 협상력과 유연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각을 계기로 천 의원을 차기 대권과 관련해 ‘잠룡(潛龍)’으로 부르기도 한다. 부인 서의숙(50)씨와 2녀. 천 신임 장관은 28일 검찰 개혁과 관련해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검찰은 여러 정치 세력 사이에서 중립을 지킨 점에서 매우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그동안 제기된 과제는 정책 토론을 해가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다. 우선 힘 있는 실세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현안에서 검찰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검사들이 있다. 한 부장검사는 “현안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이해하면 오히려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천 장관을 설득할 논리도 갖춰 놓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강금실 전 장관과 비교했다. 그는 “강 장관도 나중에 검찰의 논리를 대변하는 쪽으로 선회해 외풍을 막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려’하는 검사들은 천 장관이 사개추위 쪽 인사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한 일선검사는 “조직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애착도 없는 사람이 법무부장관으로 온다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면서 “일사천리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다 통과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전남 신안▲서울대 법대▲민변 창립회원▲열린우리당 원내대표▲국회 운영위원장▲15·16·17대 국회의원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국방부 과거사위 민간위원 확정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할 민간 위원 6명이 최종 확정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재야 민주화 원로인 이해동(71·덕성여대 이사장) 목사가 지난달 말 위원장에 내정된 데 이어 최근 민간 위원 6명이 추가로 확정됐다. 당초 위원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권운동가 박모씨는 제외됐다. 확정된 민간 위원은 이기욱(민변 부회장)·이찬진(민변 공익위원장) 변호사, 강경선(방송대 법대)·공제욱(상지대 사회학과) 교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박창일 신부, 지영선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등이다. 국방부는 당초 5·18 25주년 기념일 이전에 규명위를 발족할 계획이었으나, 국방부쪽 위원으로 활동할 국방 차관 인선이 지연됨에 따라 차관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약 12명(국방부 관계자 5명) 규모로 규명위를 결성, 발족시키기로 했다. 조승진 구혜영기자 redtrain@seoul.co.kr
  • [‘강기훈 유서대필’ 진상 밝혀질까] 진상규명 쟁점은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쟁점은 강씨가 전민련 동료였던 고 김기설 당시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필했느냐의 여부다. 당시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모두 12차례의 문서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가 감정대상으로 정한 문서들은 당시 언론에 공개된 유서와 김씨가 누나에게 선물로 준 책표지에 기재된 글자, 김씨의 주민등록증 분실신고서, 전민련이 제출한 업무일지, 취업이력서 등과 강기훈씨의 집에서 압수한 화학노트, 강씨가 필사한 운동권 문건들이다. ●강씨 옥중편지 수사과정 제외 왜? 문서감정 과정에서 김씨의 정자체와 속필 감정, 강씨와 김씨의 문서동일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박연철 민변 부위원장은 “유서와 전민련 수첩 필체가 동일인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유서와 강씨의 진술서는 다른 글씨라는 것이 육안으로 쉽게 판별된다.”며 수사 과정에서 강씨의 옥중편지가 사본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던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전민련 사회국 업무일지도 사건의 진상을 쥐고 있는 핵심적인 자료다. 당시 업무일지는 세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이 그 가운데 한 사람인 임무영씨를 유서대필범으로 수사한 것을 두고 대책위측은 강씨가 유서대필범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측은 검찰이 강씨의 유죄를 인정한 뒤 전민련 등 관계기관이 수집한 30여점의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 그중 김씨가 남긴 14점의 필적에 대해 증인들이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오로지 국과수 감정인의 감정에만 매달렸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서대필 경위도 꼭 밝혀야할 사안 유서대필 경위도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91년 4월27일쯤부터 5월8일 사이 서울 모처에서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작성해주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사를 총지휘했던 강신욱(대법관)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은 “유서대필 사건은 절차상 아무런 하자도 없었다.”면서 “강씨의 변호인이 20여명이나 되고 변호인이 수시로 강씨를 면회했는데 사건 은폐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국민은 안중에 없는 형소법 논쟁

    형사소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법 주체들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검찰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구체화하자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면서 크게 반발하더니, 급기야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100여명이 회의를 갖고 성명서를 내놓았다. 평검사들은 조만간 전국 규모의 ‘평검사 회의’를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히 밝히겠다고 한다. 반면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사개추위는, 형사소송 절차를 바꾸는 일은 사법개혁의 주요 부분으로서 검찰의 뒤늦은 반발은 집단이기주의일 뿐이라고 탓한다. 법원은 법원대로 형사소송 체제가 공판중심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큰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협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입장에 차이를 보인다. 변협은 어제 낸 성명에서 검찰권의 급격한 제한이 초래할 부작용을 우려한 데 비해 민변은 검찰 반응을 ‘시대에 뒤떨어진, 형사재판에 대한 미련’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논쟁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불안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사개추위가 추구하는 공판중심주의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다. 특히 검찰 수사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그 강압적인 분위기와 ‘무소불위’의 권한을 상기하며 검찰권 축소를 환영한다. 그런가 하면 검찰의 수사권을 제약하면 정치·경제적인 힘을 과시하는 이들의 비리·부패를 단죄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우려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형사소송 절차의 개편은 국민 모두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제도변경이다. 그런데도 작금의 논란은 아직 ‘그들만의 싸움’으로 보인다. 국민 앞에 그 내용을 소상히 알리고 직접 동의를 얻기 바란다.
  • ‘조직위기’ 수뇌부와 공감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의 생각은 결국 검찰 수뇌부와 같았다. 공판중심주의가 시대적 대세이기 때문에 형사사법시스템은 개선해야 하지만 검증 절차와 보완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3일에는 부산지검에서 평검사 회의가 열리고, 전국 평검사 회의도 열릴 것으로 보여 사개추위와 검찰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성명서 국민표현 4곳… 호소문 성격 검찰 수뇌부에서 시작된 사개추위 형소법 개정 초안에 대한 반발이 평검사들까지 확대된 것은 이 문제가 검찰의 ‘명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사개추위 초안대로 형소법이 개정되면 검찰의 수사 기능은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검찰은 표면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 반대 이유를 대고 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 신문을 폐지하는 등의 방안이 시행되면 뇌물이나 조직범죄, 성범죄 등과 같이 은밀하게 이루어진 범죄는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피해자가 법정에 출두해 증언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검찰은 사개추위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식은 사법방해죄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위증죄 등 보완책이 있으나 사개추위는 배심·참심제 등 재판제도만 수용, 사실상 ‘절름발이’라고 비판한다. 사개추위가 지난달 15일 공청회를 연 뒤 일주일만에 일방적으로 개정 초안을 결정하는 등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는 검찰 조직의 위기감이 평검사와 수뇌부의 생각을 한데 묶고 있다고 해석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들의 의사에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개추위의 인적 구성상 검찰의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이 이날 발표한 한장짜리 성명서에도 ‘국민’이라는 표현이 4곳이나 나온다. 성명이 국민의 뜻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호소문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변 “검찰 자백의존 관행 못버려” 회의는 검찰의 ‘위기감’을 반영하듯 굳은 표정속에 시작됐다.8시쯤 시작된 회의에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거의 전원이 참석했다.127명중 유학, 파견,‘유전의혹’ 수사팀인 특수3부 소속 검사들과 일부 야근 검사들을 빼고는 다 나왔다. 회의실 뒤쪽에는 생수 4박스가 준비돼 있어 ‘마라톤 회의’를 예고했다. 박수 소리로 시작된 회의였지만 ‘수사력 약화’라는 위기감을 반영하듯 곧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사개추위가 추진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평검사들은 오후 11시30분 회의 중간 결과를 알린 뒤 또다시 회의장에서 새벽까지 논의를 계속했다. 그러나 민변 등에서는 평검사들의 이같은 회의 결과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사개추위가 이번 일을 성급하게 추진한 점에는 문제가 있겠지만 평검사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지는 더 논의를 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김효섭 홍희경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여야 무원칙한 ‘빅딜’…과거사법 車·包 떼나

    과거사법이 여야간의 무원칙한 ‘빅딜’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일부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여야 무원칙한 빅딜… 유명무실 위기 여야는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기본법(과거사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물론 열린우리당 일각에서조차 “역사를 후퇴시키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빅딜 논란은 한나라당이 과거사진상규명위 상임·비상임위원을 가리지 않고 국회와 대통령, 사법부 추천을 ‘7대5대3’이던 것을 ‘8대4대3’으로 하자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조사 지휘권을 갖고 있는 상임위원 배분에 있다. 청와대와 국회 추천몫이 각각 3명,4명이었으나, 한나라당은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을 모두 국회 추천몫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과거사법 6개 조사대상 중 한나라당의 요구로 포함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적인 세력 등에 의한 테러·인권 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의 조사지휘권을 한나라당 추천 인사가 맡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나라 조사지휘권 주도 포석” 이밖에도 과거사위 위원 자격을 ‘변호사 10년, 교수 10년’으로 엄격히 제한한 부분과 과거사법 2조2항 역시 논란거리다. 제2조2항은 조사 대상에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제외하도록 했다. 다만 민사·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심사유에 해당해’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의결하는 경우에는 조사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열린우리당측은 이 부분을 ‘재심사유가 있다고 의심되어’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위원 자격에 ‘진실규명과 관련된 지식, 경험이 풍부한 사회저명인사’를 추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과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지난 21일 등 지금까지 네차례 의견을 조율했다. ●“누더기 될 바에야 통과시키지 마라”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은 “50년을 기다렸는데 몇 달을 더 못기다리겠느냐.”면서 “상임위원 추천 몫을 늘리려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청산범국민위(위원장 강만길)는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갖지 않고 여야간 밀실에서 논의를 진행했다.”며 “누더기가 된 과거사법이라면 아예 통과시키지 말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기고] ‘태백산맥’에 대한 검찰의 딜레마/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지난 10여년간 학문·사상의 자유를 옥죄던 대표적 국가보안법 사건들에 대해 연이어 무죄 판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3월11일 대법원은 경상대 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무죄판결을 하였고,3월31일에는 검찰이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최장집의 저서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대해 잇달아 이적성이 없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반갑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이적성 판단을 정확히 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남용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번 결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라는 도마위에 발가벗겨진 채 올려져 이적성의 칼질을 당한 작가의 11년간의 고통이 씻겨질 수 있을까. 진정 학문사상의 자유에 대한 ‘이적성 논란’은 종결되었고, 국가보안법의 남용여지는 없어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NO”이다.‘한국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은 11년간이나,‘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은 7년 동안 재판과 수사를 받아야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자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래씨와 출판사는 1990년 ‘태백산맥’을 출간한 이후 수많은 협박전화와 위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11년 동안 수사 그 자체보다는 처벌 대상이 된 이후 마음대로 집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아리랑’을 집필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한강’을 쓰고 있었는데,‘이적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더란다.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에 재갈을 물린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니, 무죄와 무혐의 판단만으로는 그 긴 세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의 남용문제’ 또는 ‘이적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결정에 대해 종래 40년 이상 적용해오던 ‘이적성의 판단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 검찰의 결정은 종래 ‘이적성’의 기준에 따르면 백번 처벌해야 하나 처벌의 후과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 ‘태백산맥’의 경우, 수사기관에 의해 ‘이적성’여부를 놓고 조사를 하던 같은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경찰대를 포함한 전국의 각 대학은 이 책을 권장도서로 지정했고 평론가들은 우리시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600만부가 팔려 나갔다. 검찰이 11년 동안 위법성 판단을 보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태백산맥’에 ‘이적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순간, 최소한 600만명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해야 하고, 권장도서로 추천한 대학의 관계자들, 평론가들 역시 처벌해야 하는 사법사상 최고의 코미디를 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의 전향적 결정’ 운운하며 확대 해석할 일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11년 동안이나 최종 결정을 미뤄온 것과 종래의 ‘이적성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에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하였으나 제2의 태백산맥에 대해서도 다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검찰의 ‘이적성 판단기준’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원과 검찰이 지금까지 ‘이적성’이라는 모호하고 낡은 잣대로 인권을 함부로 짓밟았던 모든 사건에 대해 그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또한 종국적으로 이런 과오를 반복되게 한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검찰은 태백산맥과 똑같은 딜레마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고, 수사과정에서 제2의 조정래에게 도마위에 서서 발가벗기를 다시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 [사설] 인권위원장 투기의혹 서글프다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이 위장전입을 통해 농지를 매입했다는 투기의혹과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해를 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젊은 시절 사려깊지 못한 과오”라고 자책하면서 국가인권위원장을 마지막 봉사의 자리로 삼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불과 2주일 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투기의혹을 명쾌하게 떨쳐버리지 못한 채 중도 낙마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참여연대 공동대표, 민변 회장,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시민운동의 ‘도덕성’처럼 떠받들어지던 인물에게서 탈법과 투기의 전형(典型)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의 해명처럼 20,30년 전에는 부유층 사이에 위장전입을 통한 농지 매입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해졌다. 최 위원장의 경우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해외 밀반출되려는 토기를 사들여 국가에 기증하고 무료 변론에도 앞장서는 등 나름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앉은 이상 이러한 공(功)도 탈법 투기라는 허물을 덮지는 못한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은 감싸면서 어떻게 남의 잘못을 꾸짖고 소외층의 인권을 보듬을 수 있겠는가. 공직자의 기본자세는 남에게는 도량을 베풀더라도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한다. 우리는 최 위원장이 여론의 향배를 살필 게 아니라 그러한 흠결을 안은 채 공명정대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한다고 본다. 상대방의 눈에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공직자들은 투기문제로 국민을 더이상 슬프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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