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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 ‘어처구니’를 아십니까?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이 있다.이 말을 듣거나 되뇌다 보면 ‘멍텅구리’나 ‘뚱딴지’라는 단어가 덩달아 딸려오곤 한다.본디 바닷물고기 이름이었으나,못생긴 데다가 굼뜨기까지 해 판단력이 약하고 동작이 느린 사람을 지칭하는 멍텅구리.원래 돼지감자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생김새나 성품이 엉뚱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뚱딴지.멍텅구리들이 모여 뚱딴지 경연대회를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우습다. 한데 요즘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곤 한다.이 사안에 입을 벌리고 어처구니없어 하다 보면 입 다물 틈도 없이 저 사건이 터지고,저 사건에 어이없어하며 휘둥그레지다 보면 또 다른 사고와 이슈와 대책과 조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곤 한다.어처구니없음의 연속이다. 학교만 없어지면 되겠네,라는 시니컬한 농담이 농담 같지 않은 이 사교육 공화국에서 아이들은 말도 배우기 전부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학원기계’가 되어간다.한치의 일탈도 허락지 않고 살아남아 간신히대학을 졸업한다 한들 막상 취업할 데가 없다.자고 나면 집값은 천만원씩이 오르고 급기야 1년 동안 2억원이 오르기도 했다.가까스로 취업이 되었다 한들 평균 연봉 3000만원으로 1년에 2억원이 오르는 이 부동산 공화국에서 정직한 아파트 한 채를 꿈꾼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매달 지출해야 하는,한 자녀당 최소한의 사교육비 50만원을 감당하기란 진땀나는 일이다. 그뿐인가.이혼율은 날마다 세계 최고를 경신하고 있고,우리의 가정은 바람과 스와핑과 원조교제에 시달리고 있다.명품과 조기유학으로 치장한 L(Luxury)-제너레이션 족이 있는가 하면 중고등학교 등록금도 못 내는 아이들이 있다.취업에 시달리는 2030대,사오정과 오륙도의 명퇴와 실직에 시달리는 4050대.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은 이미 외국 자본에 발목 잡혀 있고,유례없는 실직에 취업난임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전국 어디를 가나 먹자,자자,놀자판의 유흥업소들만이 휘황하다.국제 및 정치계의 현안은 새삼스럽지도 않으니 얘기도꺼내지 말자. 정신적,물질적 기반이 무서운 속도로 와해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우리 사회에 희망도,비전도 없어 보인다.멀쩡한 소시민들과 지식인들이,카드 빚과 연체이자에 시달리는 이유,이민박람회에 몰리는 이유,로또에 목숨 거는 이유,부동산 투기에 몰리는 이유,그리 쉽게 제 목숨과 가족의 목숨을 끊는 이유….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원인은 정작 우리에게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어처구니가 없다’라는 말의 어처구니는 실제로 50㎝도 채 안 되는 맷돌의 윗돌에 달린 손잡이를 지칭한다.맷돌을 갈아야 되는데 맷돌의 상단 손잡이가 없을 때의 난처한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또한 사악하고 삿된 기운을 쫓기 위해 궁궐의 전각(殿閣)이나 문루의 기와지붕 위에 얹는 동물 모양의 토우(土偶)를 어처구니라고도 한다.그러니 대공사를 끝냈는데 마무리 작업으로 지붕에 토우를 올리지 않은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그 무엇이 빠졌을 때 우리는 어처구니없다고 한다.어처구니없는 작금이야말로정작 우리 사회를 맷돌처럼 돌릴 수 있는 손잡이로서의 어처구니,우리 사회의 위엄과 안전을 지켜줄 지킴이로서의 어처구니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분명 우리가 함부로 던져놓았거나 깜빡 잊고 있는 것들 중에 있을 것이다.그것이 양심이든,교양과 상식이든,정직이든,비전이든,리더십이든 말이다. 정 끝 별 시인 문학평론가
  • 도락산 /도도한 고사목 낙락장송 우거진 바위산을 찾아가다

    ●충북 단양으로 떠나는 가을산행 ‘바위와 소나무,그리고 고사목’.만약 도락산의 멋을 3가지만 꼽으라면 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 같다.기교에 빠지지 않은 석수장이가 깎아놓은 듯한 암릉,바위틈에 흘러든 씨앗이 싹을 틔워 수백년간 자라며 바위를 뚫고 올라온 소나무들,수명을 다했으나 그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은 고사목들.조선의 유학자 우암 송시열은 ‘깨달음을 얻는 데는 길이 있어야 하고,거기엔 필수적으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道樂山’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도락산 산행길은 우암의 깊은 뜻이 담긴 이같은 이름이 결코 허명(虛名)이 아님을 깨닫는 짧은 여정이라고 할 만하다. 웬만한 큰 산은 단풍 구경객들로 북적거리는 이때,한적하면서도 그 빼어난 멋이 가을 산행지로 부족함이 없는 충북 단양의 도락산을 찾았다. 도락산은 해발 964m로 제법 높지만 산행 기점인 상선암 휴게소가 해발 280m에 있어 실제 산행길은 그리 길지 않다.하지만 거친 암릉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코스.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착용은 필수다. 몇가지 코스가 있지만 상선암 휴게소에서 출발해 상선암(암자)∼제봉∼형봉∼신선봉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형봉까지 내려와 길을 바꿔 채운봉,검봉,시민골을 지나 상선암 휴게소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거꾸로 시민골을 지나 올라가 형봉,제봉을 거쳐 내려와도 된다.또 정상을 기준으로 상선암 반대편의 광덕암,또는 정상 북쪽의 궁터골로 이어지는 코스도 있다. 산자락 아래에 자리잡은 상선암 옆으로 난 등산로에 들어섰다.가파르게 이어지는 거친 길을 오르다보니 10여분도 안돼 숨이 헐떡거린다.30여분 정도 가파른 흙길이 이어지다가 이후부터는 암릉길이다. ●발 아래 절경에 힘든 줄도 모르고 암릉길은 거칠다.하지만 잠깐잠깐 바위에 걸터앉아 이마의 땀방울을 씻어내고,발 아래 펼쳐진 연봉들을 감상하다보면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철계단이나 손잡이 등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부모들과 함께 오를 만하다. 기암을 자랑하는 대부분의 산들이 뾰족하고 다양한 모양을 내세운다면,도락산의 바위들은 대체로 둥글고 넉넉한 품새를 지니고 있다.수십척 키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아 갈 길이 끊겼다 싶으면 어김없이 바위 다른 한쪽 편은 편편한 경사를 이루며 산행객들에게 길을 내준다. 도락산의 바위들은 소나무 또는 고사목과 어우러짐으로써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바위 틈을 뚫고 나와 자란 수많은 소나무들.마치 바위굴에서 기어나오다가 굳어버린 구렁이처럼 소나무들은 구부러진 채 머리를 세우고 있다. 커다란 소나무가 수백년동안 바위틈을 비집고 자라는 동안,단단한 바위들은 갈라지며 자리를 내준다.어떤 바위는 뿌리의 힘에 못이겨 살점을 떼낸 것처럼 바위 주변에 낙석이 수북하다.흙 한줌 찾기 어려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끝내 바위를 쪼개면서까지 자리를 잡고 자라는 은근과 끈기의 힘 앞에서 부박한 인간은 그저 초라해질 따름이다. 도락산 암릉길 주변엔 마치 큼직큼직한 분재를 전시해놓은 듯한 고사목(枯死木)들이 산행객들의 넋을 뺀다.고사목들은 이파리만 없을 뿐 대부분 바위에 뿌리를 박고,그 형태를 온전히 갖추고있다. ●바위틈 소나무앞 한없이 초라한 나 다가가서 손으로 만져보니 거친 껍질은 이미 떨어져 나가 없고,속살은 수십,수백년간 비바람을 견디며 굳어져 반들반들 윤기가 난다.수백년간 바위 속에서 고통을 감내한 뒤 죽어서까지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가히 신선의 기운이 느껴진다. 1시간 이상 올라가면서부터 815봉,제봉과 형봉이 차례로 이어진다.작은 봉우리에 이르렀다 싶으면 앞에 또다른 바위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기를 서너번 반복한 끝에 다다른 곳이 신선봉.도락산에서 가장 전망이 뛰어난 곳이다. 100여명은 족히 앉아 쉴 만한 너럭바위 아래로 수많은 능선과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다.남쪽으로 월악,금수산이,동쪽은 황정산·수리봉이,북쪽으로는 덕절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선봉 너럭바위의 한 편에 직경 1m 정도의 웅덩이가 파여 있다.한동안 비 온 기억이 없는데도 웅덩이엔 물이 반쯤 차 있다.이 웅덩이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하는데,숫처녀가 물을 퍼낼 경우 금방 소나기가 쏟아져 물을 채운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신선봉에서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하지만 정상 자체는 그럴듯한 바위도,운치 있는 소나무도 별로 없이 그저 평범하다.밋밋하게 자란 소나무들에 가려 전망도 시원치 않은데,누군가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의 소나무들을 모두 허리 높이로 잘라낸게 오히려 분위기만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사인암 청정한 운치… 신선도 안 부러워 길을 되짚어 내려오다가 형봉에서 채운봉쪽으로 길을 꺾었다.채운봉,검봉을 넘어서 하산하는 길은 높낮이가 더 심하다.이곳에선 능선 오른쪽으로 보이는 형봉 쪽의 바위 산자락이 볼 만하다.마침 서산에 걸린 해에 반사돼 수많은 바위들이 반짝이는 통에 눈이 부시다.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면 넉넉하다.도락산에 왔다가 지나칠 수 없는게 있으니,바로 단양8경중 도락산이 품고 있는 4경,즉 상·중·하선암 및 사인암이다.상·중·하선암은 도락산을 끼고 흐르는 선암계곡을 따라 차례로 자리잡고 있다.청정계곡을 가득 채운 너럭바위들이 볼 만하다.계곡을 따라 차를 몰고가다가 표지판을 보고 차를 세우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사인암은 도락산 남동쪽 끝자락 아래 맑은 계곡 위로 우뚝 솟은 기암절벽이다.사인암 옆에 자리잡은 암자 뒷문을 통해 내려가 절벽 밑의 반석 위에 앉으면 시원하고 청정한 운치가 신선 부러울게 없다. 단양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식후경 상금교를 건너 도락산 등산로 입구로 올라가다 보면 토종닭 백숙이나 손두부 음식을 내는 집들이 죽 늘어서 있다.그중 중간쯤에 있는 손두부 전문집 ‘약수터가든’(043-421-5300)의 음식 맛이 좋은 편이다. 인근 마을에서 나는 콩을 도락산 계곡의 약수에 불려 갈아 만든 두부맛이 담백하다.두부를 먹기 좋게 썰어 양념간장 또는 볶은 김치를 얹어 먹는데(사진),두부전골로 식사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두 명이 한 두 접시는 금방 해치울 만큼 생두부 맛이 뛰어나다. 몇 가지 야채와 양념을 넣어 끓이는 두부전골은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이 특징.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넘어가는 두부 맛이 일품이다.생두부 1접시 4000원,두부전골 1인분 5000원. 토종닭 백숙은 등산로 초입의‘선암가든민박’(043-422-1447)이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한 마리 2만 5000∼2만 8000원.3∼4명이 먹을 만하다. 가이드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단양IC에서 빠지자 마자 우회전해 5번 국도를 타고 1㎞쯤 가면 네거리가 나온다.이곳에서 사인암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사인암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사인암을 지나 왼쪽으로 선암계곡을 끼고 올라가면 중선암이 나오고,상선암 못미쳐 왼쪽으로 난 상금교를 건너면 도락산 입구다.단양IC에서 15분쯤 걸린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거나,청량리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단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0여회 운행되는 벌천리행 시내버스를 타면 상선암 휴게소 앞에서 내릴 수 있다.단양읍에서 택시를 타면 미터요금으로 1만 5000원 정도 나오므로,일행이 여럿이면 이용해볼 만하다.단양시외버스터미널(043-422-2239),시내버스터미널(043-422-2866),단양역(043-422-7788). ●숙박 도락산 인근 가산리에 ‘구름다리 휴게소’(043-422-1451),사인암 앞에 ‘느티나무휴게소’(043-422-0337) 등 민박집이 많이 있다. 좀더 운치있는 곳을 원한다면 도락산 입구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대강면 올산리의 ‘소백산 관광목장’(043-422-9270)에서 묵어보자.소백산과 월악산 중간 해발 850m에 자리잡은 이곳엔 소떼들과 함께 하는 산책로가 있다.콘도식 통나무 방갈로(5인1실,8만원)와 여관(2인1실 3만원)에서 묵을 수 있다. ●제2 단양팔경 널리 알려진 단양팔경 못지 않은 절경을 갖추고 있는 제2 단양팔경 구경길에도 나서 보자. 팔경중 영춘면 북쪽 남한강가에 깎아지른 듯 병풍을 두르고 있는 ‘북벽’,30척 높이의 대석 위에 70척 높이의 바위 일곱개가 세워져 있는 대흥사 절터 위 원통골의 ‘칠성암’,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하여 퇴계 이황 선생이 이름을 지었다는 ‘금수산’,소백산에서 발원한 벽계수가 죽령 계곡을 돌아 떨어지는 ‘죽령폭포’의 경치가 특히 뛰어나다.단양관광안내소(043-422-1146).
  • 전남 여수 금오산·사도/서글픈 푸른빛에 처마끝 풍경도 소리를 잊고

    전남 여수 돌산도 남단에 자리잡은 금오산(金鰲山).동쪽 바다를 향해 엎드린 금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어 이같은 이름이 붙은 이 산은 마치 거북 등껍질처럼 주름진 바위로 뒤덮여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금오산이란 이름엔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다가도 산 서쪽 중턱에 자리잡은 향일암을 말하면 ‘아 그 산’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마련이다.대부분 향일암까지만 올라갔다가,발길을 돌려 내려와 산 자체의 진면목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향일암은 우리나라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금오산 산행길의 진수는 향일암을 지나서부터다.해발 323m로,향일암에서 정상까지 불과 30여분의 짧은 산행길이지만,완급의 조화를 이룬 바위길과 시원한 남해 풍광,정상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일몰과 월출이 산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월출이 아름다운 ‘향일암' 여수반도 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 사도 또한 오동도나 향일암,거문도 등 여수의 큼직한 관광 명소들에 가려 지나치기 쉬운 곳.그러나 한나절쯤 시간을 쪼개면,다양한 기암괴석과 수백개의 공룡 발자국,신비의 물 갈라짐 현상 등 색다른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도다.남도의 미항 여수 여행에서 빼놓기 쉬운 금오산 정상 산행과 사도 답사에 나섰다. 금오산 오르는 길은 두가지.산행 기점인 임포마을에서 새로 난 향일암 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암자 못미쳐 정상으로 가는 길로 빠지거나,향일암 가는 옛길로 처음부터 올라가면 된다. 새 길을 선택했다.향일암까지는 네댓 사람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도 될 만큼 길이 널찍하게 닦여 있다.길이 넓다보니 돌산의 아기자기함을 체험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움.새해를 맞을 때마다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이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바위산을 가르는 포장된 큰 길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향일암을 지나고,가파른 철계단과 아슬아슬한 바위길이 이어지면서부터 이같은 불만은 탄성으로 바뀐다.바위길을 한 굽이 돌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너럭바위.이마에 흐르는 땀을 잠시 식히면서 시원한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너럭바위 하나하나는 곧 바다 전망대다.동남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을 따라 펼쳐진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자태가 그림같다. 등산로변엔 군데군데 계절을 잊은 듯 바위 틈새로 자란 벚나무가 꽃을 피워 이색적인 분위기를 띄운다. 커다란 바위들로 이루어진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사통팔달이다.서쪽은 이미 붉은 물이 들기 시작했다.마치 광활한 호수를 연상케 하는 가막만 뒤로 펼쳐진 수많은 섬 너머로 만추의 홍시 같은 해가 진다.자그마한 한 섬 위에 걸리는 듯하던 해는 불과 2∼3분 만에 뚝 떨어지고 만다. ●일몰과 월출을 한자리서 누군가 고개를 돌려보라고 재촉한다.동쪽 바다 수평선 위로,정말 쟁반 같은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고 있다.한 자리에 앉아 일몰 감상 직후의 월출 구경이라니! 저마다 탄성을 토해낸다. 내려갈 때는 향일암에 들렀다.일출이 유명한 곳의 달구경은 어떨까 궁금했기 때문.어둠이 깔린 암자는 적막하기만 하다.사방이 어두워서인가,아니면 청정지역이어서인가.암자에서 보는 달은 푸른빛이 선연하기 그지없다.종루 처마에 달린 풍경(風磬) 너머 걸린 달은 서늘하다 못해 시리게가슴 속을 파고든다.임포마을에서 정상,정상에서 향일암을 거쳐 마을까지 내려오는 데는 3시간이면 넉넉하다. 여수 서쪽 27㎞ 지점에 위치한 사도는 증도·추도·사도·장사도·나끝·연목·중도 등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여수항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20분 정도 가야 한다. ●공룡 발자국 보며 고생대 체험도 7개의 섬에 사는 주민이라야 수십가구에 불과해서인지,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하지만 선착장은 깔끔하고 큼직하다.세계 최장의 보행렬(84m)을 포함해 400여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이후 고생태 체험학습을 위한 학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최근 조성했다. 마침 만조 때라서 수중에 감춰진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없단다.미리 시간을 확인해보고 오지 않은 것이 영 후회스럽다.하지만 선착장에서 조금만 가면 공룡 발자국과 서식 흔적을 재현하고 설명해놓은 공원이 있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사도는 물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음력 정월 대보름,2월 보름 등 연간 5차례 정도 이같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약 2∼3일간 물이 갈라지는 이때는 7개의 섬이 ‘ㄷ’자로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이때 시간을 맞춰가면 마을사람들과 함께 바닷길에 들어가 지천으로 널린 고둥과 개불,해삼 등을 주울 수 있다. 사도엔 다양한 전설이 어린 기암이 많다.이순신 장군이 나랏일을 근심하며 앉아 있었다는 장군바위,거북 모양의 거북바위,예부터 사도의 여인들이 출산 후 젖이 부족할 때 치성을 드리면 맑은 물이 솟아났다는 젖샘바위,제주 용두암의 꼬리라는 용미바위 등이 볼 만하다. 여수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서울,수도권에서 여수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천안·논산∼호남∼남해고속도로 순천IC 코스가 가장 빠르다.순천IC에서 17번 국도를 타면 여수 돌산도까지 곧바로 갈 수 있다.항공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매일 5차례 김포와 여수를 왕복 운항한다.여수행 버스는 서울에서 하루 16회,광주에서 40회 있다. 금오산은 17번 국도를 타고 돌산대교를 건너 시덕리에 이른 뒤,1번 지방도를 타면 산 입구에 닿는다.여수항에서 사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 두 차례 있다.1시간20분 소요.배삯은 어른 7500원,어린이 3800원.문의 여수시외버스터미널(061-652-6877),여수역(1544-1788),㈜한려수도(061-644-6255). ●숙박 호텔은 여수시내의 여수비치관광호텔(061-662-3131),오동도 인근의 노블레스관광호텔(061-691-1966)이 묵을 만하다.금오산 인근엔 종점모텔(061-644-4737),한솔모텔(061-644-5089) 등 10여개의 여관이 있다.사도에선 사도식당횟집,장석례씨집(061-665-9203) 등 몇몇 식당과 민가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해넘이 해안 드라이브 돌산도 서쪽 금천에서 항대,모장,평사에 이르는 해안길은 해넘이 드라이브 코스.오른쪽엔 산과 들녘이,왼쪽엔 수많은 섬들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이 구간엔 굴 양식장이 늘어서 있는데,굴이 주렁주렁 달린 모양이 이색적이다.아직은 좀 이르지만 11월에 들어서면 해가 넘어갈 무렵,차를 세우고 굴구이집에 들어가 고소한 굴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여수시 문화관광과(061-690-2225). 식후경 여수는 남도 먹거리 1번지로 통할 만큼 음식이다채롭다.그래서 식도락가들이 여수에 가면 특유의 한정식을 한번쯤은 맛본다. 오동도 입구의 ‘동백회관’은 맛과 다양함을 함께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 해물 한정식집.음식값은 2인상 4만원,3인 이상은 1인당 1만 5000원이다.음식은 3차례로 나뉘어 나온다.먼저 도미·우럭·전어 등 회와 함께 떡가재 찜,낙지 무침,회초밥,생 피조개 등 30여가지의 찬음식으로 상을 차려낸다.이 음식을 거반 먹을 즈음해서 복어 중심의 뜨거운 요리가 나온다.복 조림,복 튀김,복죽,송이 조림 등이 주된 요리.이 음식을 대충 비우면 그제서야 밥이 나온다.대나무통에 쌀을 넣고 찐 대통밥과 함께 몇가지 나물,젓갈,매운탕이 상에 오른다.이렇게 총 60여가지의 음식이 나온다. 여수 인근 바다에서 나는 재료를 쓰다보니 음식 맛도 일품 요릿집 못지않다.(061)664-1487. 사도에선 선착장 앞의 사도식당횟집에 들러보자.도미,농어 등 자연산 회가 너무 싸다.마리 단위로 회를 쳐주는데,1.5㎏짜리 감성돔 한 마리를 3만원에 먹을 수 있다.쫄깃하면서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감성돔 회맛이 일품이다.(051)666-9199.
  • 휴대폰에 TV+MP3+PC+무전기…/ 여럿이 하나로 “통하였느냐?”

    ●업계 크로스오버 상품개발 “불황 뚫어” 미래산업은 크로스 오버(cross over) 상품이 시장을 지배한다. 제품간 경계를 허문 크로스 오버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휴대전화와 카메라가 결합한 카메라폰이 등장,휴대전화 시장을 평정하더니 디지털카메라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주택시장에도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결합한 ‘아파텔’이 나왔으며,자동차 업계에도 크로스 오버라는 이름을 달고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각 업체들은 이들 상품의 개발에 혈안이 되고 있다. 크로스 오버란 서로 성격이 다른 장르간 융합에 의한 새로운 문화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결합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제품간 경계허문 다기능 제품 만족도 두배 시계 산업의 종주국인 스위스가 일본의 저가 시계의 공략으로 흔들리던 1970년대 말 이를 구해낸 것은 ‘스워치’라는 신상품이었다.일본과 같은 저가 상품이었지만 본질은 달랐다.스위스(Swiss)와 워치(Watch)의 결합어인 이 상품은 시계에 패션개념을 도입,마치 시계인 듯 액세서리인 듯 헷갈리게 한 초기 크로스 오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이 제품은 1984년 매달 10만여개가 팔리면서 다른 스위스 시계업체들을 인수했다.결국 이들 업체는 파산위기에서 벗어나 회사는 물론 스위스의 시계산업을 살릴 수 있었다. 요즘 들어서도 제품간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상품들은 대부분 출시되는 대로 히트를 친다.주택업계에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아파텔’과 호텔과 원룸,아파트를 합친 듯한 ‘코업레지던스’,민박과 콘도의 결합형태인 펜션도 인기다. 카메라폰은 크로스 오버 상품의 대명사다.초기에는 휴대전화를 팔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했는데 지금은 휴대전화 시장의 주류로 올라섰다. ●기아車 ‘스펙트라' 소니 ‘PS2' 후속 모델도 도입붐 전자산업에는 몇년 전부터 ‘디지털 컨버전스(융합)’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디지털화가 촉진되면서 제품간 경계가 허물어지고,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구현한 다기능 제품이 출현한다는 것이다.이미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DVD와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콤보’,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를 합친 ‘듀오캠’,공기청정기를 내장한 에어컨,토스터와 전자레인지를 합친 ‘토스터 플러스 전자레인지’,프린터,팩스,스캐너 기능을 합친 ‘복합기’ 등이 대표적이다.삼성전자는 최근 휴대전화와 TV,MP3플레이어,PC,무전기 등의 기능을 하나로 구현한 지능형복합단말기(MITs) M400을 발표했고,LG전자도 PC와 MP3플레이어 등의 기능이 담긴 ‘스마트폰’ 개발을 마쳤다. 일본 소니는 지난 5월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PS2)의 후속모델로 신개념 게임기인 PSX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게임기에 DVD드라이브와 하드디스크,TV튜너 등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크로스 오버 개념의 대표격인 다목적차량(MPV)이 양산되고 있다.MPV는 승용,승합,화물차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닌 다용도로 이용가능한 차다.2003 부산모터쇼에서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MPV A100(프로젝트명)을 기초로 제작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차 ‘씨이오’,연예인을 위한 밴 ‘엔터테인’ 등을 선보였다. 김성곤 박홍환기자 sunggone@
  • 전어 굽는 냄새 가을밤이 짧다/서해포구로 떠나는 맛기행

    미식가는 가을의 향기를 포구에서 맡는다.‘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고 할 만큼 맛이 뛰어난 전어가 한창인 충남 서천 홍원항엔 요즘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태안 안면도에선 본격적인 대하철이 시작됐다.포구 일대 식당마다 화덕 위에선 대하가 발그스름하게 익어가고,구수한 대하구이를 안주로 소줏잔을 기울이는 나들이객의 얼굴에서는 가을의 풍성함이 읽힌다.예부터 그물에서 털어내기가 귀찮을 정도로 전어가 많이 났다는 홍원항,대하의 집산지인 안면도 백사장항을 찾았다. ●서천 홍원항 전어 서천군 서면 홍원리 홍원항.포구엔 전어 구이 냄새가 가득하다.포구에 닿기 훨씬 전부터 차창을 통해 스며드는 향기가 구수한 것이,길을 몰라도 냄새만 따라 오면 홍원항을 쉽게 찾을 것만 같다. 전어는 9월 말부터 11월까지 제 맛을 낸다.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엔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라는 문헌이 있다고 하니 가을 전어의 고소한 맛은 예부터 유명했던 것 같다. 그토록 뛰어난 맛에도 불구하고 전어는 워낙 많이 나는 탓에 오랫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서천 장항읍 인근의 한 어촌에서 자랐다는 서천시청 직원 조대현씨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흔한 먹거리가 전어였다.”며 “하지만 값이 너무 싸 그물에서 떼어내지도 않고 그대로 썩힐 때도 많았다.”고 되새긴다. 길이가 15∼30㎝에 이르는 전어는 주로 회와 회무침·구이로 먹는다.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을 즐기려면 구이가 제격.전어 몸통 양쪽에 각각 3∼4 군데씩 칼집을 낸 뒤 소금을 살짝 뿌려 석쇠에 얹어 굽는다. 조씨가 시키는 대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전어의 꼬리와 대가리를 잡았다.큰 뼈만 남기고 살을 잔뼈채 뜯어먹는데,예상 외로 뼈가 부드럽다.고소하면서도 담백해 웬만해선 질릴 것 같지 않다. 예전엔 모두 연탄이나 숯불 화덕에서 구웠지만 지금은 큰 식당의 경우 대부분 대형 오븐에서 굽는다.식당에서는 타지 않고 골고루 익어 더 맛있다고 하지만 직접 구워먹는 재미야 어디 화덕만 하겠는가.하지만 매년 가을 열리는 전어축제에선 야외에서 직접 구워먹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회는 내장과 큰 뼈를 발라내고 가늘게 썰어 접시에 담아 낸다.여기에 온갖 야채를 얹어 초고추장을 뿌려 섞으면 회무침이 된다.회와 회무침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아예 뼈채 두툼하게 썰어낸 전어에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상추에 싸먹는 ‘뼈꼬시’를 찾은 이들도 많다. 홍원항엔 수십개의 횟집 등에서 전어를 낸다.값은 구이나 회·회무침 모두 1㎏에 각각 2만원 정도.1㎏이면 전어 13∼14마리가 올라온다. 수산물을 도소매하는 곳도 몇 군데 있다.이곳에 가면 전어 1㎏을 1만∼1만 5000원이면 살 수 있다.구워먹을 수 있도록 손질도 해준다. ●안면도 백사장항 대하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의 백사장 포구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매일 수백척의 고깃배가 드나드는 어항.다양한 물고기가 잡히지만 그중 대하는 어획고가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표 어종이다. 대하는 포구에서 1시간 정도 나가 그물로 잡는다.폭 2m,길이 30∼40m의 그물을 수심 20∼30m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쳐 놓았다가1∼2시간 뒤 거둬들인다.새우는 모래속에 숨어 있다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다가,또는 그물코가 바닥을 건드리면 놀라 튀어오르다가 그물에 걸려 잡힌다고 한다. 새벽에 나갔던 배는 점심 무렵부터 오후 내내 들어온다.정박한 어선에선 그물에 걸린 대하를 뜯어내는 선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대하가 갈수록 안잡히네유.갯벌이 줄어들어 오염물질이 정화되지 않아 그런가봐유.뉴스에 보면 수온이 오른다는데,그것때문인 것도 같구유.” 30여년간 새우와 꽃게 등을 잡아왔다는 표기화(56)씨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몇 년 전만 해도 새우철엔 하루 조업만 나가도 작은 배 한 척당 수백만원 수입은 거뜬했다고 한다.한 어선은 5000만원 어치를 잡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고. 지금은 대하가 한창 크는 시기.15∼18㎝이던 대하는 10월 말쯤이면 다 자라 22∼27㎝에 이른다.백사장 포구엔 대하를 팔거나 음식으로 내는 횟집이나 포장마차가 70여군데 있다.요즘 자연산 대하 시세는 수협 위판가격이 1㎏ 4만원 선.크기가 작으면서 고른 것이 특징인 양식 대하는 2만 5000원 정도.양식 대하는 배 부위에 진흙이 묻어 있던 검은 자국이 있으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횟집에선 자연산이든 양식 대하든 5000원 정도 더 받고 구이를 해준다.불판에 은박지를 깔고 소금을 두툼하게 깐 뒤 그 위에 대하를 얹어 구워 먹는다.요령이 단순해 어느 집에 들어가도 맛은 대동소이하다. ‘탁탁탁’ 소금이 튀는 소리를 들으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새우를 까먹다 보면 훌쩍 길어진 가을밤이 짧게만 느껴진다. 서천·태안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푸짐한 전어·대하 축제 한창 서천 홍원항에서는 지난 달 27일부터 서천군 주최로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10일까지.이번 축제에선 음식 행사로 요리장터 및 구이장터가 마련돼 전어회 및 무침,전어구이 등을 야외에서 맛볼 수 있다. 수산물 직거래장터에선 인근 어민들이 잡은 각종 수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며,전어잡이 배에서 전어를 하역하는 작업도 구경할 수 있다.이밖에 맨 손으로 전어 잡기,비단 조개잡이,바다낚시 등 체험행사 코너도 상시 운영된다.행사기간중 토·일요일엔 사물놀이와 국악·민요 공연,전어회 썰기 대회,보컬그룹 공연,관광객 장기자랑 등 이벤트 행사도 열린다.서천군청 문화공보실(041-950-4018). 안면도 백사장항에서는 2일부터 16일까지 대하축제를 연다.다양한 대하요리를 맛보고,싱싱한 대하를 구입할 수 있다. 70여개의 횟집과 포장마차들은 물론,따로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서 대하 구이와 회를 맛볼 수 있다.대하 퍼포먼스 참여마당에선 대하 먹기 및 까기 대회,대하 경매가 상시 진행된다. 매일 저녁 7시30분 부터는 현숙,주현미,김세환,김국환,박일준,박상철,김태곤 등이 차례로 출연해 공연을 펼치고 전통 품바 및 배비장전,국악 한마당 등 민속공연도 이어진다.안면도 대하축제추진위원회(041-673-8966,011-431-0077). 가이드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에서 빠져 우회전한 뒤 3.5㎞ 쯤 가면 비인 사거리가 나온다.이곳에서 우회전해 춘장대,동백나무숲,홍원항 방면으로 12㎞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홍원항 진입로가 나온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빠져 4번 국도와 617번 지방도,21번 국도, 607번 지방도를 따라 갈 수도 있다. 백사장항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또는 해미IC에서 빠져 서산과 태안을 거쳐 안면도로 들어오면 된다.태안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도로 들어오다 보면 안면대교가 나오고,다리를 지나 3분쯤 더 가면 오른쪽으로 백사장항 진입로가 나온다. ●숙박 홍원항 인근엔 숙박업소가 별로 없고,인근 도둔리 춘장대해수욕장 및 마량리 동백정 주변에 비취모텔(041-952-0077),에덴민박(041-952-1957) 등 여관과 민박이 많다. 안면도엔 최근 1년 남짓한 기간에 깔끔하면서도 전망 좋은 곳에 펜션이 많이 들어섰다. 안면도 북동쪽 황도마을의 ‘파아란펜션’(041-621-1181),안면도 송림지대 입구의 ‘마로니에펜션’(041-673-4433)이 묵을 만하다. ●가볼만한 곳 서천에선 요즘 한산면 신성리 금강 하구의 갈대밭이 가볼 만하다.6만여평의 강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갈대가 해질녘이면 일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영화 ‘JSA(공동경비구역)’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안면도는 항포구 어디를 가나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을 쉽게볼 수 있다.우럭,노래미,바닷장어 등이 잘 잡힌다. 항포구 인근 낚시점에 가면 그곳에서 잘 잡히는 어종 및 미끼,도구,낚싯배 등을 안내해준다. 서천군청 문화공보실(041-950-4224),태안군청 문화관광과(041-670-2544).
  • 말못한 사랑 못내 그리워 저리 붉은가

    ●불갑사·용천사등 사찰 주변에 많아 가을 산야의 진객은 단연 꽃무릇이 아닐까.무성했던 수풀이 점차 힘을 다하며 제 빛깔을 잃어갈 때 맑은 가을 하늘을 향해 이파리 하나 없이 빳빳하게 고개를 세운 꽃무릇은 튀고도 남음이 있다. 새파란 하늘빛에 대비되어서인지 유난히 새빨간 꽃무릇은 애틋하면서도 서러운 사랑의 아픔을 담고 있는 듯하다. 꽃무릇을 만나러 남녘으로 달렸다.전남 영광 불갑사,함평 용천사,전북 고창 선운사로. 왜 꽃무릇은 대개 절 주변에 사는 걸까? 아마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무릇의 특이한 생태 때문일 것이다.금욕을 실천하며 수행하는 스님에게 잘 어울리는 꽃이라고 여겨 사찰에서 심은 것이 주변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수국이나 산수국,불두화,백당나무 등 사찰에 심은 꽃들이 대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식물들인 것을 보면 이같은 설명은 분명 일리가 있다.탱화를 그릴 때 꽃무릇 뿌리를 짜낸 즙을 바르면 좀이 슬지 않아 사찰 주변에 많이 심었다는 설도 있다. 불갑산 자락에 자리잡은 불갑사 가는 길.듬성듬성 난 억새며,떼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며,이미 가을색이 완연하다.사찰을 10여리 남겨놓고부터는 길가의 꽃무릇이 손님을 반긴다.코스모스 길에 익숙한 나들이객들에게 빨간 꽃무릇 길은 제법 이색적이다. ●상사병 스님의 애틋한 전설 간직 사찰 아래에 이르자 길 오른쪽 벌판이 온통 꽃무릇이다.안내판에 꽃무릇의 생태와 유래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은 일본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들여왔다가 퍼진 가을꽃.가을에 핀 꽃이 모두 지면 그제야 초록 잎이 나서 이듬해 봄에 진다.잎과 꽃이 서로 볼 기회가 없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은 ‘상사화’(相思花)로 부르기도 하지만 진짜 상사화는 아니다. 연보랏빛 꽃이 피는 진짜 상사화는 대규모 자생지를 찾아보기 어렵다.상사화는 꽃무릇과 달리 여름에 잎이 모두 진후 가을에 꽃이 핀다.순서야 어떻든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꽃무릇도 상사화의 자격은 갖춘 셈이다.옛날 한 스님이 속세의 미인을 연모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어 묻힌 자리에서 피어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불갑사 뒤 자그마한 저수지 왼편 산자락엔 꽃무릇이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다.꽃무릇에 파묻혀 저수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데이트족들의 표정에서 ‘소박한 행복’이 읽힌다. 불갑사 뒤쪽은 불갑산(525m)이다.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꽃무릇과 연꽃을 닮았다는 기암괴석 봉우리 ‘연실봉’이 아름답다.이곳에 서면 동쪽으로 무등산이,서쪽으로 서해 칠산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불갑산과 인접한 모악산(348m) 아래로는 함평 용천사가 자리잡고 있다.불갑사 주차장에서 차로 20분쯤 걸린다.용천사 아래의 꽃무릇은 양적으로는 불갑사의 꽃무릇보다 한 수 위.함평군이 조성한 공원 옆 산자락 40만여평이 온통 꽃무릇이다.멀리서 보면 산자락이 마치 불타는 듯하다.산자락엔 꽃무릇 사이로 산책로가 꾸며져 있다.산책로 중간중간 초가와 구름다리 등을 조성해놓아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특히 산책로에서 붉은 물결 너머로 보이는 용천사의 자태가 그림같다. ●붉은 물결 너머 그림 같은 용천사 용천사는 신라 때 행은존자에 의해 창건된 사찰.사찰앞으로 흐르는 작은 천에서 용이 승천했다고 해 용천이라고 부르는데,용천사란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사찰 건물은 모두 현대에 지은 것이라서 특별히 눈길을 끌 만한 것은 없다.다만 조선 숙종 때 만들었다는 대웅전 옆 석등이 고찰의 흔적을 말해준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 꽃무릇은 한 줌씩,한 아름씩 듬성듬성 꽃을 피운 것이 오히려 운치가 있다.선운사 입구에서부터 절 앞으로 흐르는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까지 난 3㎞ 숲길엔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앉은 꽃무릇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그래서 도솔암 가는 길은 마냥 정겹다.꼿꼿한 꽃대,둥글게 굽은 꽃잎,꽃입보다 두 배나 긴 황금빛 꽃술….길가에 솟아난 하나하나의 꽃무릇은 참 독특하고도 귀하게 생겼다. 도솔암 부근엔 수령 600년의 장사송이 있다.마치 암자의 미륵불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우산처럼 가지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게 보인다.나무 옆으로 진흥굴이 있는데,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왕비와 공주를 데리고 출가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영광 함평 글·사진 임창용기자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빠져 22번 국도를 타고 영광읍쪽으로 가야 한다.읍내를 지나 23번 국도로 갈아타고 10분쯤 가면 불갑사로 빠지는 군도가 나온다.군도를 따라 5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불갑사 진입로가 보인다.용천사는 불갑사 들어간 길을 되짚어 나와 다시 23번 국도를 타고 함평 방향으로 가야 한다.5분쯤 가다가 나오는 838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조금만 가면 해보면 광암리에 이르러 용천사 진입로가 나온다. 선운사는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에서 빠져 22번 국도를 타면 바로 닿는다. ●숙박 불갑사나 용천사 인근에서 묵으려면 함평군 해보면 금덕리 관광농원(061-323-3663)이 추천할 만하다.구계동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어 쾌적하면서도 넓다.방갈로와 낚시터도 갖추고 있으며,밤 줍기도 할 수 있다.요금은 방 크기에 따라 2만원부터 5만원까지. 선운사 인근엔 동방호텔(061-563-7070) 등 호텔과 전원산장민박(061-561-3120) 등 민박집이 많다. ●함평 해수찜 함평군 손불면 신흥마을은 해수찜으로 유명한 곳.함평해수찜은 1800년대부터 민간요법으로 널리 이용돼온 치료법이라고 한다.도자기 가마를 이용한 한증법을 발전시킨 것으로,해수(海水)탕에 유황 성분이 많은 돌과 삼못초 같은 약초를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 데워진 물로 찜질을 한다. 온천과 약찜의 효능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어 피부염,산후통,신경통 등 만성질환에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자랑이다.주포함평해수찜(061-322-9489),함평신흥해수찜(061-322-9487),신흥해수찜(061-322-9900) 등이 있다.입욕료 6000원.문의 함평군 문화관광과(061-320-3224),영광군 문화관광과(061-350-5224),고창군 문화관광과(063-560-2230). 식후경 영광의 첫째 먹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법성포에서 말린 굴비.법성포는 습도와 일조량,해풍이 조기를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어 최상의 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2년 이상 간수가 빠져 쓴맛이 없어진 소금으로 싱싱한 생조기를 정성껏 간을 해 15∼40시간 정도 재워두었다가 깨끗한 염수에 4∼5회 세척한 후 10∼20마리씩 짚으로 엮어 해변가에서 7∼14일 동안 말린다.법성포와 영광읍내엔 굴비를 중심으로한 한정식집이 많다.법성포 포구 바로 앞 ‘1번지식당’의 음식 맛이 유명하다.값은 1인 1만 5000원부터 3만원까지.1만 5000원짜리의 경우 굴비 구이와 조기 찌개를 중심으로 병어,갈치,전어 등 요즘 나는 생선 10여가지와 나물 무침 등을 포함해 30여가지의 반찬이 나온다.3만원짜리엔 굴비찜과 삼합,생선회,홍어회,자린고비,육회,갈비 등이 추가된다.(061)356-2268.영광읍내에선 동락식당(061-351-3363),한아름식당(353-7757)에 손님들이 몰리는 편이다.
  • 조선왕조 ‘마지막 왕손’ 전주에 정착/전주시 ‘테마 한옥촌’ 운영자로 뽑힌 이석

    “어머님의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함을 느낍니다.삶의 터를 마련해주신 전주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손 이석(본명 李瑛吉·62·황실보존국민연합회 총재)씨가 이씨 조선의 발상지인 전주에 삶의 뿌리를 내리게 됐다. 전주시는 최근 교동 한옥마을에 조성된 ‘테마 한옥촌’의 민박시설 두채의 운영자를 심사한 결과 이 가운데 한 채의 운영자로 이씨를 후원하기 위해 구성된 황손후원회가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추진됐던 조선조 마지막 왕손의 전주 정착이 결실을 보게 됐다.운영자는 앞으로 2년간 임대형식으로 이 민박시설을 운영하게 된다.이 가옥은 대지 70평에 건평이 34평으로,본채와 사랑채로 구성되어 있다.본채는 이씨의 숙소와 조선 왕조들이 사용한 유물들을 전시하는 ‘황실 유물전시관’으로 이용되고,사랑채는 한옥체험 민박시설로 활용하게 될 예정이다. 시는 이를 위해 이 한옥을 개·보수한 후 내년 3월 이씨를 입주시킬 계획이다.이씨는 이곳에서 전주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조선역사 알기’,‘황실 다례 및 예법 익히기’,‘전주,황실음식 체험’,‘전주 술맛 익히기’ 등 전주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설명하는 문화유산 해설사 역할을 하게 된다.전주시 관계자는 “이씨 왕가의 발상지인 전주 한옥마을에 조선왕조의 혈통을 잇는 황손이 정착하면 전주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부각되고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7년 ‘비둘기 집’을 불러 왕족가수로 널리 알려진 이씨는 고종의 둘째 아들 의친왕(義親王)의 열한번째 아들로, 그동안 서울 등지에 살면서 조선말기 왕가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해 왔다. 중3때인 55년 의친왕이 타계하면서 생활이 곤궁해져 61년 미8군 밤무대에 서면서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기복이 많은 가요계 생활동안 8차례나 자살을 시도했고,7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가 89년 귀국했다. 이씨는 “전주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불면증도 없어지고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며 “태종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에 들어서면 지금도 조선왕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이제야 긴 방황에 종지부를찍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쪽빛 하늘아래 아득한 옛 향기 나는 안동으로 간다

    농암 종택 긍구당의 새벽 태풍이 한바탕 난리를 피운 탓인가.청명한 하늘을 이고 성큼 다가선 가을이 오히려 야속하다.가을은 옛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가을 하늘의 쪽빛만큼이나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곳,경북 안동을 찾았다. 초가을 새벽.문풍지 틈새로 새어드는 바람의 한기에 잠을 깬다.콧 속에 스며드는 새벽 바람이 상쾌하다.문을 열어젖히자 마자 쏟아져 들어오는 나무와 풀 내음.누마루 건너 마주보이는 절벽 밑으로 낙동강 상류 물줄기가 세차게 흐른다. 경북 안동시 농암 종택 긍구당의 새벽은 이렇게 시작된다.도산면 가송리 남청량산 자락의 일명 올미재에 자리잡은 이곳은 국문으로 쓰여진 강호 문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농암(籠岩) 이현보(李賢輔)의 종택.농암 종택은 본래 인근 분천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마을과 함께 수몰됐다가 최근 안동시에 의해 가송리에 복원됐다. 사당,안채,사랑채,문간채의 ‘튼ㅁ자’ 구조의 본채와 긍구당,명노당 등 별당으로 구성돼 있었다.다행스럽게도 수몰 당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긍구당(肯構堂)과 사당은다른 곳에 급하게 옮겨졌다가 종택이 복원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긍구당은 농암이 태어난 건물로 농암 종택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안채엔 농암 선생의 종손인 이성원(51)씨 부부가 산다.문학 박사인 이씨는 강호문학연구소란 이름를 내걸고 조선시대의 강호 문학을 연구하는 한편,부인을 도와 전통 민박도 한다. 안채 마루에 차려진 아침밥상이 정갈하다.밥상 앞에서 이씨는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암의 농암가와 어부가,도산의 도산십이곡의 무대가 바로 이 일대였지요.낙동강 상류 물줄기가 산자락을 한번 돌 때마다 하회마을과 같은 전통마을이 하나씩 있었어요.모두 아홉개 곡(曲)이 있었는데 댐 건설로 여섯개 곡이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퇴계 체취 그윽한 도산서원 종택에서 안동과 봉화로 이어지는 35번 국도까지는 험한 비포장길.길 오른쪽으로 절벽과 어우러진 강변 풍광이 절경이다.특히 청량산 남쪽 암벽 아래 자리잡은 고산정(孤山亭) 일대의 경치가 뛰어나다.고산정은 퇴계 이황의 제자인 금난수가 지은 정자로,퇴계를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정자 건너편 구릉지엔 마침 메밀꽃까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운치를 더한다. 35번 국도를 타고 안동 시내쪽으로 10분만 가면 도산서원이 있다.이곳은 ‘해동 주자’로 일컬어지는 퇴계가 서당을 짓고 유생들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곳.퇴계 사후 제자들과 유림에서 그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사액서원(賜額書院·왕이 편액을 내린 서원)인 도산서원을 세웠다. 퇴계가 유생들을 가르치던 도산서당,유생들이 숙식을 하던 농운정사,선생 사후 서원을 세우면서 지은 전교당(典敎堂),책을 찍어내던 장판각 등 20여채의 건물이 있다.이중 도산서당과 농운정사는 선생 생전에 지은 가장 오래된 건물.고색창연한 기둥과 툇마루,댓돌 등엔 퇴계의 체취가 그대로 배어있는 듯 하다. 서원 설립 당시 전교당에 걸린 ‘陶山書院’(도산서원) 편액에 담긴 이야기가 재미 있다.이 편액은 당대의 명필 한석봉이 선조의 명을 받아 썼다.한데 도산서원 편액이라는 것을 알면 한석봉이 놀라 붓이 떨릴까봐,선조는 미리 얘기하지 않고 ‘院’‘書’‘山’‘陶’를 거꾸로 불러 한자씩 쓰게 했다.마지막 ‘陶’자를 쓰면서 도산서원 편액임을 깨달은 석봉은 정말 붓이 떨려 도자만 삐뚤게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자가 임한 곳? 퇴계태실 서원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퇴계 종택이다.1920년대 선생의 13대손인 이하정이 옛 종택의 규모대로 지었다.정면 6칸,측면 5칸 ‘ㅁ’자 형태인데 총 34칸으로 이루어져 있다.종택엔 종손 이동은옹,차종손 이근필씨가 산다. 이근필(70)씨는 방문객들이 오면 대청마루에 마주 앉아 평소 퇴계 선생이 강조하시던 말씀을 들려준다.그중 특히 요즘 사람들이 새길 만한 말씀은 평소 붓글씨로 써 놓았다가 봉투에 넣어 일일이 선물한다.봉투를 건네는 그의 표정엔 날로 부박해져만 가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 있다. 종택을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5분 정도 가니 퇴계선생이 태어난 퇴계태실이 나온다.단종 2년(1454) 조부 이계양이 세운 집이다.‘ㅁ’자형 본채의 중앙 돌출된 방에서 선생이 태어났다고 한다.퇴계 선생의 어머니 박씨 부인은 ‘공자가 대문 안으로 들어오시는 태몽'을 꾼 뒤 퇴계를 낳았다고 한다.그래서 대문 이름도 ‘성림문’(聖臨門)이라고 지었다고 한다.태실 앞의 좁지만 말끔하게 비질된 마당에 서니 어릴적 선생이 아장아장 걸으며 놀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듯하다. 안동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빠져 34번국도를 타고 안동 시내로 진입해야 한다.시내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35번 국도로 갈아타고 30분쯤 북쪽으로 달리면 오른쪽으로 도산서원,퇴계 종택,왼쪽으로 퇴계 태실이 나온다.퇴계 태실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5분 정도 더 가면 오른쪽으로 농암종택 진입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버스는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안동터미널(054-8298)까지 30분 간격으로,기차는 청량리역에서 안동역(054-856-7788)까지 하루 8회 출발한다. ●숙박 안동에선 잠자리도 전통 체험의 한 코스.지은 지 수백년된 고택에서 하룻밤 묵으며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최근복원한 도산면 가송리의 농암 종택(054-843-1202),임동면 수곡리의 수애당(054-822-6661),임동면 박곡리의 지례예술촌(054-822-2590)이 전통 민박을 운영하는 대표적 고택들이다.농암종택은 낙동강 상류를,지례예술촌과 수애당은 임하호를 끼고 있어 모두 주변 풍광이 뛰어나다. 숙박료는 방 크기에 따라 3만∼8만원.아침식사 5000원. ●2003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오는 26일부터 10월 5일 사이에 안동을 방문하면 탈춤의 진수를 맛보고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즐길 수 있다. 낙동강변 축제장 및 하회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선 하회별신굿탈놀이와 봉산탈춤,강령탈춤 등 한국의 대표적 탈춤과 함께 이탈리아,독일,몽골,태국,일본 등 10개 외국 단체가 참여해 신명나는 탈춤판을 벌일 예정. 축제 관람을 위해 10월 3∼5일 서울(청량리역)에서 매일 오전 8시 10분 안동행 축제 관광열차가 출발한다.요금은 3만7300원.강변 축제장과 시내,하회마을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문의 안동시 문화체육관광과(054-851-6393),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추진위원회(054-851-6398). 식후경 헛제삿밥과 간고등어는 안동의 대표적 전통 음식.헛제삿밥은 제사후 제사음식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풍습에서 나왔다.평상시 제사는 올리지 않지만 제사 음식과 같은 재료를 마련하여 비빔밥을 만들어먹는다고 해 헛제삿밥이라고 한다. 숙주나물,무나물 등 대여섯가지 나물을 대접에 깔고 밥을 넣어 비벼먹는다.어물이나 육류,산적에 탕국이 곁들여진다.안동댐 인근 월영교 맞은 편의 ‘까치구멍집’(054-821-1056),‘민속음식의 집’(054-821-2944)이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메뉴는 헛제삿밥(5000원)과 양반상(1만원) 두가지.양반상엔 헛제삿밥에 탕평채,쇠고기 산적,조기구이,안동식혜 등이 추가된다.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유명해진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동해에서 잡힌 고등어를 염장해 지고 오는 24시간 동안 적당히 숙성됐기 때문이라는 설,생고등어를 지고오다가 안동 인근에 이르면 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염장해 먹으면 최고의 맛이 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민속음식의 집과 나란히 붙어 있는 ‘양반밥상집’(054-855-9900)이 간고등어 전문집으로 유명하다.구이정식과 조림정식은 각각 6000원,구이와 조림이 함께 나오는 구이조림정식은 1만원이다.
  • [열린세상] 安分知足의 정치를 펴라

    ‘민족 대이동’이었다고 한다.언론에서 즐겨 쓰는 말이다.길 나선 국민이 3000만명은 되지 않겠느냐는 어림셈이 의심없이 통한다.도대체 어디로들 몰려간 것일까. 한가위는 본래 ‘계절의 한가운데’를 뜻하는 말이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한 것은 이 계절이 ‘풍요의 한가운데’임을 말해준다.가득차고,넉넉하고,넘치는 때라는 뜻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고 겸손되이 말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세계관의 표출이다.이런 생활 철학은 놀랍고 또 자랑스럽다. 그러나 ‘더도 덜도’의 철학과는 무관하게,‘오늘 여기’의 현실은 아주 난감하다.안분이고 지족이고 겨를이 없다.당장 가서 목격한 고향의 농사는 지나친 비와 모자란 햇볕으로 드물게 보는 흉작이다.흉작보다 근본적인 것은 나라 경제가 어둡고 괴롭다는 사실이다.정치는 갈수록 저능(低能)이고 퇴영인데,사회는 리더십을 잃고 바야흐로 ‘만인과 만인의 투쟁’ 양상이다.서민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벼랑 끝에 내몰려,그 벼랑에서 끝내 떨어져가는 사람들로 우리 사회는 지금 ‘자살의 계절’을 맞이했다.비극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지난 2002년에 1만 3055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7090명을 크게 앞질렀다.문제는 자살자의 급증이 ‘빈곤 자살’에 기인한다는 점이다.통계는 올들어 7월까지 자살자 6005명 가운데 6.7%인 408명이 빈곤 자살이었다고 기록했다.빚에 몰려서,생활고로 목숨을 버리는 생계형 자살자가 한 달에 58명,하루 2명꼴이라는 얘기다. 카드빚에 쫓기고,부도내고,마침내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혀서,시장경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생존권마저 박탈될 위기에 놓인 인구가 350만명을 헤아린다.이들을 벼랑 끝에서 받아줄 ‘생명의 그물’은 없다.‘이 세상의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하는 정의(定義)는 적어도 이들에게는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통합을 불가능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두말할 것 없이 빈부격차이고,그 심화다.우리 시중은행에 월 1000만원 이상을 정기 저축하는 계좌가 6만 3575개나 된다는 금감원 자료가 다시 놀라게 한다.그 중 8000개 가까이는 10대와 20대가 주인이다.다달이 1억원씩 쌓을 수 있는 ‘나이 어린 부자’를 상상해야 하는 처지는 괴롭다.고문이고 폭력이다. 우리는 경제규모 세계 13위,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원이지만 그 복지수준은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돈 없으면 치료를 받을 길이 없는” 의료 사각(死角)에 방치된 인구가 300만명을 넘고,전구 몇 개 밝히는 가정용 최저 전력요금이 3개월 이상 밀려서 단전(斷電) 조치된 집이 전국에 3만 1000가구라는 통계도 있다. 빈곤을 넘어서는 문제도 쌓였다.심각한 청년실업은 그 중 하나다.이민박람회에 몰리는,어디서도 받아 주는 곳이 없어 길을 헤매는 젊은이들이 겪는 지독한 절망을 위무할 방안이 우리에게 없다.그들이 누구인가.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어야 할,지금 우리사회를 힘차게 움직여 가야 할 주력(主力) 세대가 그들이지만,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치는 지금 무슨 일에 몰두하고 있는가. 우리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기 싸움’에 죽기살기다.그들이 민생과는 무관한 일로 드잡이하는 사이 청년들의 절망은 깊어가고,정치는 더욱더 혐오의 대상이 되고,카드빚에 몰린 젊은 엄마들은 아파트 베란다를 찾는다.대인의 풍모라고는 구경할 길이 없는,천박한 아귀다툼의 명수만이 정치를 하는 듯한,너죽고 나죽기 식의 우리 정치 판에서,‘더도 말고 덜도 말고’의 정치,아름다운 관용의 정치를 소망하려는 이런 칼럼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정 달 영 칼럼니스트 ssisi61@hanmail.net
  • 20·30代 이민 열병/코엑스 이민박람회 이틀새 1만5000명 몰려

    서울의 한 중소기업체에 다니는 오모(27)씨는 7일 오후 해외 이주·이민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캐나다 이민상담 부스에서 등록카드를 작성하던 오씨는 2년 전 취업준비생 시절의 악몽을 떠올리곤 쓴웃음을 지었다.명문 K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10여곳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쓴잔만 마셨다.”고 말했다.동료들은 하나둘씩 대학원과 고시촌으로 떠났다.고민 끝에 친구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선박 관련 중소업체에 원서를 냈다.오씨는 “하루빨리 돈을 벌어 이 나라를 뜨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신청자 60%가 20·30대 20,30대 젊은층의 ‘엑소더스’ 물결이 거세다.6,7일 이틀간 한국전람 주최로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에는 1만 5000여명의 이민 희망자들이 몰렸다.지난 3월 행사 때보다 4000여명이 늘었다.박람회장에 마련된 100여개의 부스는 이민자격과 수속방법,주택구입과 취업요령 등을 문의하는 예비 이민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주최측 관계자는 “30대가 대부분이지만 20대 희망자도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한 홈쇼핑회사가 90분간 실시한 캐나다 이민상품 판매에는 2935명의 신청자가 몰렸다.회사측은 신청자의 49.6%가 30대,10.8%가 20대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올들어 8월 말까지 이민을 떠난 사람은 6934명.지난 6월에는 1173명으로 2001년 4월 이후 한달 최고치를 기록했다.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이민대행업체들의 문의가 부쩍 늘어 높아진 이민열기를 체감한다.”면서 “1년쯤 걸리는 이민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쯤 지금의 열풍이 통계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취업,30대 자녀교육 이날 박람회를 찾은 20대와 30대의 이민 목적은 확연히 달랐다.30대는 자녀교육을,20대는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민사유로 꼽았다. 컴퓨터엔지니어 윤정배(37)씨는 “어릴 때부터 막연히 이민을 꿈꿨지만 90년대 초반 기술이민 제도가 없어져 꿈을 접었다.”면서 “결혼한 뒤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다시 이민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20대인 김선영(23·여·K대 불문과)·현호(21·D대 중국어과)씨 남매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무슨 일을 하든 한국보다 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박람회 참가업체인 MBC아카데미의 홍금희씨는 “투자이민이 대세일 때는 50,60대 재산가의 이민이 많았지만 독립이민이 생긴 90년대 말부터 경제난과 맞물려 20,30대 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한국전람이 지난달 31일부터 1주일간 이민 희망자 47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2795명이 캐나다 이민을 희망했다.다음은 미국 2378명,호주 1721명,뉴질랜드 1192명,피지 364명 등의 순이었다. ●두뇌 유출 국가근간 흔들 수도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이민 바람을 세대의 특징과도 연관짓는다.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세대는 어학연수와 배낭여행 등 90년대 중반 세계화 물결의 혜택을 입고 자라난 세대”라면서 “모국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바뀌는 이민을 어렵지 않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젊은층의 ‘탈한국’ 열기를 크게 우려한다.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IT나 금융 등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고급두뇌의 유출은 국가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도 “20평대 아파트가 수억원을 호가하고 직장생활도 40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염증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미래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김기용 홍희경기자 sylee@
  • 백도 / 닿을 수 없어 더 애틋한 안개속에 꼭꼭 숨은 비밀같은 섬

    백도(白島)가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냈다.올 때마다 거센 파도로 방어막을 치고 희뿌연 해무 속의 모습만 보여줘 애를 태우던 섬이 백옥 같은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거문도로 오는 여객선에서 제주 한라산이 어슴푸레하게 보이면서 이날의 행운은 이미 예견됐었다.배에서 선장은 거문도에서 100㎞ 넘게 떨어진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날은 두 달에 한번 정도라고 했다. ●옥황상제 노여움 사 돌이 된 왕자 여수항 여객터미널에서 쾌속 여객선을 타고 거문항까지 1시간40분,다시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거문도 동쪽을 향해 30분을 달린 끝에 다다른 백도.항상 섬 주위를 덮고 있던 해무가 말끔히 걷혀 있었다.상·하백도 등 39개의 군도로 이루어진 백도는 그야말로 보송보송한 속살의 솜털까지 보여주려는 듯 원시적 자태를 드러냈다. 거문도관광여행사 박춘길 사장이 들려주는 백도 탄생에 관한 전설.태초에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 땅으로 귀양을 왔다.그는 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바다에서 풍류를 즐겼는데,몇 년 후 옥황상제가 아들을 데리러신하 100명을 보냈더니 신하들마저 돌아오지 않았다. 불같이 화가 난 옥황상제는 아들과 신하들을 벌주어 돌로 변하게 했는데,그 섬들이 바로 백도라고 했다.원래 백(百)개의 섬에서 하나가 모자라 ‘一’(일)을 뺀 ‘흰 백(白)’를 쓰는 백도가 되었다는 설,흰 바위의 빛깔 때문에 백도로 부른다는 설도 있다.어찌됐든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모인 섬의 아름다움 때문에 이런 전설도 생겼으리라.이같은 전설 때문인지 백도가 영험하다는 믿음이 전해내려와 거문도 인근 어민들은 매년 백도에서 풍어제를 지내고,스님들이 찾아와 재를 모시기도 한다고. 백도는 상륙이 안된다.풍란,석곡,눈향나무 등 아열대 희귀식물과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 등 30여종의 조류들이 남획되자 수년 전 정부에서 일반인들의 상륙을 금지시켰다. 그래서 백도의 아름다움은 유람선을 타고 감상할 수밖에 없다.유람선은 본섬,거북섬,모자섬,병품섬 등이 모여 있는 상백도와 성섬, 문섬, 낙타섬,어사도 등으로 이루어진 하백도를 8자 모양으로 돈다.소요시간은 1시간∼1시간30분 정도.거문항까지 오고가는 시간까지 하면 3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해금강 등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백도의 바위들도 제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다. ●유람선 선장 걸죽한 입담에 즐거움 2배 상백도엔 병풍처럼 폭을 늘인 병풍바위,하늘에서 내려온 신하 형제가 꾸지람을 듣고 숨어 있는 형상이라는 형제바위,먹을 양식을 싣고 있는 모양의 조적섬,옥황상제의 아들이 풍류를 즐기며 새를 낚아채려다가 돌로 변해버렸다는 매바위 등이 유명하다. 하백도엔 옥황상제의 아들과 용왕의 딸이 변했다는 서방바위와 각시바위,그 옆에 자리한 보석바위,옥황상제 아들이 궁성을 쌓고 지냈다는 궁성바위,석불이 우뚝 솟아있는 듯한 석불바위,돛대 두 개를 세워놓은 모양의 쌍돛대바위 등이 있다. 각각의 바위 앞에 이를 때마다 유람선 선장은 구수한 목소리와 코믹한 입담으로 바위에 얽힌 전설을 풀어놓아 관광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묘한 것은 상백도는 멀리서 볼 때 곡선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반면 하백도는 바위산을 칼로 자른 것처럼 대부분의 길고좁은 암봉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는 점. 만일 상백도와 하백도에 또 다른 이름을 붙이라고 한다면 풍만하면서 자상함이 느껴지는 상백도는 ‘어머니섬’,장대하고 용맹함이 묻어있는 하백도는 ‘아버지섬’이 적당하지 않을까. ●밤바다 점점이 갈치잡이 불빛 장관 백도 인근 바다는 은갈치 황금어장이다.섬 하나를 돌 때마다 숨어 있다가 나타나듯 갈치잡이 배가 불쑥 앞을 가로막아 관광객들을 놀라게 한다.갈치잡이 배들은 보통 오후 4시쯤 거문항을 떠나 백도 인근까지 와서 닻을 내린 채 일몰 무렵부터 은갈치를 낚는다. 기다란 대낚싯대에 15개 정도의 낚싯줄을 달아 늘어뜨리고 갈치를 낚는데,섬 이곳저곳에서 환하게 불을 켠 채 작업을 하는 밤풍경이 볼 만하다.일출 무렵이 되면 배들은 닻을 거두어 거문항으로 속속 들어오고,조용하던 부두는 왁자지껄 활기를 되찾는다.배가 선착장에 닿자마자 은빛 갈치를 가득 담은 박스들이 바쁘게 바로 앞 어판장으로 옮겨진다. 경매인의 손가락짓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눈빛이 아침 햇살에 반사돼 빛나는갈치의 은빛만큼이나 반짝인다.이날 20∼30마리들이 한 박스 경매가는 13만원 정도.물때가 좋지 않아 약간 비싼 편이라고. 관광객도 싱싱한 은갈치를 수협 중매인(061-666-8042)을 통해 바로 살 수 있다.갈치값 이외에 중개 수수료 및 박스 작업비,얼음값 등으로 2만원 정도 별도로 주면 된다.택배도 가능하다.택배비 별도. 백도(여수)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는 길 여수항 여객터미널에서 거문항까지 하루 4회 쾌속 여객선이 출발한다.1시간 50분 소요.계절마다 출발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미리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요금은 편도 2만 6200원.백도엔 유람선만 타고 갈 수 있다.예전엔 소형 유람선으로 1시간 이상 걸렸으나 최근 대형 쾌속선이 투입되면서 30분 이내로 시간이 단축됐다.단 관광객 수가 적으면 소형 유람선을 띄우기도 한다.요금은 2만원. 기상 영향을 많이 받아 거문도에 갔어도 백도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따라서 기상청에 날씨를 미리 체크해 백도 관람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온바다(061-663-2191)에 문의하면 유람선 운항 관련 상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여수까지는 김포공항서 항공기가 매일 10회 출발하며,서울 강남터미널 및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자주 있다.열차는 서울역에서 여수까지 14회 출발한다.문의 여수시외버스터미널(061-652-6877),여수역(1544-7788). ●숙박 호텔은 없고 거문항 주변에 모여 있는 여관이나 민박에서 묵어야 한다.시설이 대부분 낡고 서비스도 만족스럽지 못하므로 미리 수건 등 세면도구를 꼭 챙겨가는 게 좋다.삼산면사무소(061-690-2607)에 문의하면 민박을 안내해 준다. ●거문도 트레킹 불탄봉과 보로봉,수월봉의 능선을 따라 산행을 즐겨보자.오른쪽은 수직 절벽 너머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왼쪽으로 거문도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트레킹 코스가 환상적이다. 거문항∼삼호교∼거문도 등대∼목넘어∼보로봉∼불탄봉∼덕촌리로 이어지는 10㎞ 코스로,4시간 정도 소요.중간에 일제 때 일본군이 구축해 놓은 벙커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가을엔 푸른 파도와 어우러진 억새군락이,겨울엔 동백숲이 장관이다.거문도 및 백도 일원은 씨알 굵은 돔과 우럭 등이 많아 조사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섬 주변 모든 갯바위가 낚시터다.오영일(061-665-0021)씨 등이 운영하는 낚싯배를 이용해도 된다. 거문도·백도 전문 여행사인 거문도관광여행사(www.geomundo.co.kr,080-665-4477)가 거문도 및 백도 관광,바다낚시,트레킹 등이 포함된 다양한 코스의 상품을 판매한다.거문도·백도 답사뒤 유람선을 타고 한려수도와 섬진강을 거쳐 하동포구로 올라가는 코스도 운영한다. 거문항 주변에 은갈치 요리를 내는 식당이 10여 군데 있다.그날 새벽 잡은 싱싱한 은갈치를 쓰기 때문에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거문리 선착장 앞의 삼도식당(061-665-5946)이 그중 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주요 메뉴는 은갈치 회와 구이,조림. 갈치는 잡은 지 한나절만 지나도 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갈치회는 산지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 음식.도톰하면서 길쭉하게 썬 회 한두 점을 상추와 깻잎에 싸 먹는다. 약간 질긴 듯하면서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진다.1접시(3만원)면 2∼3인이 먹을 만하다.구이와 조림은 2인분 기준 2만원.값이 비싸다는 지적에 주인은 은갈치 값이 워낙 고가여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아침식사로는 소라죽이 먹을 만하다.쫀득하게 씹히는 소라 맛이 전복 못지않다.1만원.
  • 토실토실한 알밤 빨갛게 여문 고구마 / 얘들아, 가을 따러 가자!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알밤은 가을의 상징.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덕명,이치 등 조생종 밤은 벌써 입을 쩍 벌린 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 걷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밤을 보면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수확의 기쁨에 빠져든다.어른들도 오랜만에 동심을 되살리며 기뻐하기는 마찬가지.땅 속에서 빨갛게 여물어가는 고구마를 캐는 재미도 밤줍기 못지않다. 아이들과 함께 밤 줍기나 고구마 캐기를 할 수 있는 마을과 농장들을 알아본다.가시에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떠나기전 긴팔 옷과 모자,장갑은 꼭 준비하자. ●주록마을(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밤농장이나 고구마밭을 갖고 있는 7개의 농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밤줍기는 1만원에 3㎏,고구마는 평당 6000원을 내면 된다.1평에서 5㎏ 정도의 고구마를 캘 수 있다. 인근의 ‘오부자옹기’ 및 금사저수지에도 들러보자.조선시대 때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호구지책으로 옹기를 굽던 것이 지금까지 내려온다고 한다.금사저수지에선 메기 및 피라미 낚시가 잘된다.민박(2만원)도 가능하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빠져 365번 도로를 타면 주록마을에 이른다.문의 대표농가 이준목씨(031-884-6554,011-245-1927). ●양수1리(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밤 줍기 및 배 따기,고구마 캐기를 할 수 있다.고구마와 밤은 각각 1㎏에 3000원,배는 15㎏에 5만원. 마을에서 20여분 거리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촬영한 세트를 보존하고 있는 서울종합촬영소가 있다.야생화식물원,수종사,천문대카페 등도 찾아볼 만 하다.민박(3만원) 가능.문의 대표농가 정경섭씨(031-774-4929,016-484-4929). ●거전마을(충남 부여군 은산면) 9월 중순 이후 밤을 딸 수 있다.1㎏에 2500∼3000원.점심식사(5000원)도 제공한다.인근에 있는 칠갑산 및 장곡사,정혜사 등을 함께 묶어 나들이 하기에 알맞다.초등학교 야영장(단체·1인당 5000원)이나 민박(2∼5만원) 이용 가능. 경부고속도로 천안IC∼유구∼정산∼대치∼거전리,또는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청양∼대치∼거전 코스로 접근하면 된다.문의 대표농가 김은환씨(041-856-0978,016-434-7363). ●정안(충남 공주시 정안면) 정안면은 전국 밤 생산량의 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의 밤 산지.차령산맥 자락을 중심으로 밤나무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매년 밤축제와 함께 밤줍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핸 오는 7일 금정관광농원 일원에서 ‘알밤큰잔치’를 연다.5000원 또는 1만원짜리 자루를 사서 밤을 가득 담아오면 된다.알밤왕 선발대회,밤요리 솜씨자랑,직거래장터 등 이벤트 행사도 마련된다. 축제 후에도 10월 말까지 농원을 방문하면 밤 줍기 체험을 할 수 있다.문의 정안면사무소(041-850-4608),금정관광농원(041-858-6763).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에서 빠져 23번 국도를 타고 공주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면 금정관광농원이 나온다. ●밤따기 체험 여행상품 승용차를 이용하기 어렵다면 답사단체나 여행사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편리하다.우주레저(02-422-5227)는 6,7일 이틀간 경기 가평군 우주레저 체험농원에서 밤따기 행사를 진행한다.참가비는 1인 4만 5000원.왕복 교통편 및 중식,밤 2㎏,고추 2㎏ 등이 포함돼 있다. 넥스투어(www.nextour.co.kr,02-2222-6666)는 공주 정안면의 밤농가에서 밤따기 체험 및 공주 마곡사와 외암리 민속마을 답사 등을 묶은 상품 ‘밤 따기 체험과 가을추억 만들기’를 매 주말 실시한다.참가비는 어른 3만 8000원,어린이 3만 5000원.반야산 기슭의 관촉사를 둘러보고 논산의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는 코스 ‘관촉사와 빨간 사과 따기 여행’(어른 3만 8000원,어린이 3만 5000원)도 진행한다. 웹투어(www.webtour.com,1588-8526)는 경기도 덕소에 있는 연세대 농장에서 밤 줍기 행사를 4일부터 갖는다.참가비 3만 2000원.20일 이후엔 매주 토·일요일 가평 밤농장에서의 밤 줍기와 강촌의 코스모스길 하이킹을 묶은 프로그램(3만 5000원)을 진행한다. 임창용기자 sdargon@
  • 백담사마을 기지국 괴담/주민 30명 손발마비·시력장애 이통사 “전자파 피해조사 의뢰”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2리 백담사 입구 문화마을 주민 20여가구 30여명이 집단적으로 손발저림,마비,시력장애 등에 시달리자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곳은 설악산 미시령으로 오르기 전의 산간지역으로 주변에 공장 등 공해를 일으킬 만한 시설이 없다.이 때문에 주민들은 5년 전 마을에 설치된 이동통신 기지국 시설 때문에 집단 질병을 앓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주민 김모(65)씨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민박집 2층 옥상에 이동통신 기지국 설치된 곳으로부터 반경 50m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고통을 호소하고 안테나가 세워진 뒤,주민 30여명이 손발 저림과 마비 등의 증세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기지국이 있다. 기지국 민박 건물 주변에서 식당을 하는 오모(62·여)씨도 “이곳에서 30년을 사는 동안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기지국이 들어서면서 식당 일을 도와주러 왔던 여동생 등 3명이 차례로 손발이 마비되고 뒤틀리는 증세로 고생했다.”며 “그러나 서울의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해봐도 병명이 나오지 않았고,한달 정도 지나면 몸이 괜찮아졌다가 이곳에 오면 똑같은 증상이 재발하곤 했다.”고 밝혔다. 주민들 사이에 원인불명의 집단질병이 퍼지자 인제군 의회는 곧 ‘전자파 피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원인규명 작업을 벌이고 기지국 이전과 피해보상에 대한 대책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이에 대해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조만간 전파연구소 등 공신력있는 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
  • 우포늪 / 가을 문턱서 만나는 초록 숨결

    “선생님,개구리는 개구리밥만 먹구 살아요? 벌레도 잡아먹는다고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반딧불이는 어떻게 빛을 내나요?” 우포늪을 찾은 아이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도시의 아이들에게 늪의 풀과 꽃,벌레 등은 온통 신기함의 대상.예전부터 ‘늪’하면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위험한 곳’으로 알고 있던 어른들에게 이같은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쓸모 없는 땅’‘위험한 곳’ 등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었던 늪은 산업화에 따른 개발의 여파로 생태계가 위협받으면서 수많은 동·식물의 보고(寶庫)로 주목받고 있다.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는 초가을의 문턱에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남 창녕의 우포늪을 찾았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습지.창녕군 열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흘러들기전 거치는 중간 기착지로 보면 된다.70만여평에 달하는 이곳은 약 1억만년 전엔 거대한 호수였으나 이후 화산 활동과 육지의 침식 등을 거치면서 퇴적물이 쌓이고 호수 주변부에 수초가 무성하게 나면서 점차 늪으로 변모하였을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추정한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분의 1 서식 여름 끝에 찾은 우포늪은 음습하지만 깨끗했다.광활한 수면 위로 물풀이 깔린 모양이 마치 초록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개구리밥,마름,생이가래,자라풀,네가래,노랑어리연이 물 위를 빈틈없이 덮고 있다.이들 물풀은 곤충과 물고기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물을 정화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맘때면 희귀식물인 가시연이 꽃을 피워 볼 만한데 올핸 없어요.비가 많이 와 수위가 너무 높아진 탓인 것 같아요.” 사단법인 푸른우포사람들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선자(44)씨의 설명이다.그러나 가시연은 우포늪에 사는 수백종의 식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우포늪에선 지금까지 430여종의 식물이 발견되었는 데,이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고 김씨가 덧붙인다. 우포늪엔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펼친다.장재마을 앞과 토평 쪽의 자운영 군락,대대둑과 목포제방의 억새·갈대 군락,사지포의 내버들 및 물옥잠 군락,장재마을 앞의 왕버들 군락 등이 유명한데,지금은 왕버들 및 내버들 군락,물옥잠 군락이 볼 만하다. 수초와 개구리밥을 헤치고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이름도 모르는 곤충들이 쉴새없이 헤엄쳐 달아난다.장구애비,애소금쟁이,물무당,송장헤엄치개,물자라,물방개,물땡땡이….김씨가 일일이 이름을 가르쳐준다.어렸을적 냇가에서 물방개를 잡아서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곤충과 물풀은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다.그러니 물고기가 많을 수밖에.우포늪에선 42종의 물고기가 발견됐다고 한다.그중 쉽게 볼 수 있는 게 참붕어와 붕어,각시붕어,송사리 등이다.늪 보존을 위해 일반인은 낚시를 할 수 없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이들은 늪 주변에서 살아온 몇몇 주민들 뿐이다.이들은 늪 주변 개발 억제에 따른 피해보상 차원에서 정부로부터 어로 작업권을 얻었다.기다란 장대로 나뭇배를 저어가면서 미리 쳐놓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거두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물 위는 잠자리와나비,새들의 세상이다.이맘때면 늪 주변 어디에나 물풀 주위를 덮고 있는 잠자리떼를 볼 수 있다.사지포둑에 서면 내버들 군락지에서 백로와 왜가리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여름철새로 유명한 왜가리는 아예 이곳에 눌러앉아 겨울철에도 심심찮게 발견된다고 한다.이들 말고도 우포늪에선 지금까지 고니와 해오라기,도요새,쇠물닭,노랑때까치,덤불해오라기,쇠백로,원앙,수리부엉이 등 텃새와 여름철새,겨울철새 등 145종의 조류가 발견됐다. 늪 주변의 숲에선 너구리와 다람쥐,뱀,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예전엔 수달도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90년대 이후 밀렵이 극성을 부리면서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한다. ●생태프로그램 신청하면 상세한 가이드도 우포늪은 우포와 사지포,목포,쪽지벌 등 4개의 늪으로 이루어져 있다.따라서 접근로도 여러 군데 있다.유어면 세진리 또는 이방면 소목마을,닭개마을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체계적인 생태학습을 원하면 우포늪 보존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는게 좋다.이방면 안리의 ‘푸른우포사람들’(055-532-8989,www.woopoman.co.kr),유어면 회룡마을 창녕환경연합(055-532-7856,www.woopoi.com) 등이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두 곳을 방문하면 생태탐방을 위한 상세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두 단체 모두 사무실 앞에 우포늪을 축소한 인공 습지를 조성해 자연학습장을 운영하고 있으므로,미리 인터넷사이트로 신청하면 생태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참가비는 푸른우포사람들 2000원,창녕환경연합 1000원. 우포늪(창녕)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나들목에서 빠진 후 크게 세 갈래로 우포늪에 접근할 수 있다.먼저 나들목에서 빠져 24번도로를 타고 창녕읍쪽으로 가다가 첫번째 신호등에서 죄회전하면 우포늪 이정표가 보인다.여기서 1080번 도로를 타고 15분쯤 달리다가 소목마을 버스정류소 앞에서 좌회전해 좁은 길로 5분쯤 들어가면 이방면 안리 우포 북쪽 물가에 닿는다.사지포로 접근하려면 소목정류장에 이르기 전에 나오는 ‘우포늪쉼터’ 앞에서 좌회전해야 한다.농로를 타고 마을을 지나 사지포 둑에 오르면 왕버들과 물풀이 깔려있는 사지포가 한 눈에 들어온다.우포 남쪽의 세진리로 접근하려면 창녕나들목에서 빠져 창녕읍 반대 편으로 우회전하면 된다.24번 도로를 타고 유어면 쪽으로 5㎞쯤 가면 회룡마을에 이르러 옛 회룡초등학교 자리에 창녕환경연합이 있다.여기서 우회전해 1㎞쯤 가면 우포늪 입구에 널찍한 세진리주차장이 있다. ●우포8경 푸른우포사람들이 선정한 ‘우포8경’을 참조하면 생태 나들이에 더해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요즘 볼 수 있는 왕버들 수림과 물풀의 융단,반딧불이,장대나뭇배,가시연꽃과 함께 가을·겨울에 볼 수 있는 기러기떼와 백조,사계절 관찰이 가능한 별자리 등이 우포8경으로 꼽힌다.우포8경 이외에도 광활한 늪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10월 이후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클 때 나타나는 물안개는 우포늪 나들이를 풍요롭게 해주는 덤이다. ●숙박 우포늪 인근에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창녕읍내 여관이나 부곡온천 인근 호텔을 이용하는 게 좋다.온천 주변에 부곡하와이 관광호텔(055-536-6331),레이크힐스호텔 부곡(055-536-5181),부곡파크호텔(055-536-6511) 등 10여개 호텔이 있다.창녕읍엔 세림장(055-533-8176),창동여관(055-532-7017) 등 여관이 많다.문의 창녕군 문화공보과(055-530-2236∼9). [식후경] 무공해 붕어찜에 반딧불이 쇼는 덤 이방면 안리 푸른우포사람들 사무소 옆엔 식당을 겸한 민박집 ‘우포민박’이 있다.우포늪 바로 앞에서 숙박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식당 주인 노기열씨가 우포늪에서 그물로 잡은 물고기로 음식을 만든다.직접 물고기를 잡기 때문에 음식 값이 싸다.가물치회는 1㎏에 1만 5000원,붕어찜 1인분 1만원,가물치·붕어곰탕 5000원,,빠가사리 매운탕 1만원이다. 늪에서 나는 무공해 재료로 만든 음식을 우포늪을 지척에 둔 곳에서 먹는 것 만으로도 입맛이 절로 나지만,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음식 맛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특히 가물치와 붕어를 푹 고아 만든 가물치·붕어곰탕은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메뉴.진하게 우러난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숙박료는 3만원.이맘때 늪 곳곳에서 불꽃놀이를 펼치는 반딧불이를 보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을 듯 싶다.(055) 532-6202.
  • [길섶에서] 모기찬사

    늦더위를 피해 용문산 계곡을 찾았다.오락가락하는 빗속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저녁 무렵 목적지에 이르니 가끔씩 묵던 민박집은 이미 다른 이들의 차지였다.‘설마…’하며 전화도 않고 출발한 탓이다. 잠시 궁리 후에 가까운 주읍산 계곡으로 길을 잡으니 이내 날은 저물고 시장기가 돈다.한 식당 마당의 평상에 올라 하룻밤 묵자니 좋단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나.허겁지겁 허기를 면하니 비로소 오감이 살아난다.먼저 마당에 연한 계곡 물소리가 예사롭지 않다.그야말로 폭포수는 콸콸,이 골물은 주룩주룩,저 골물은 솰솰,한데 모여 으르렁 콸콸이다.이어 딱히 꼬집어 낼 수 없는,여러 갈래의 소리들이 들린다.가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다. 하지만 모기 나방이 달려들자 아이들은 물론 아내까지 집안으로 내뺀다.그들에겐 어느 생태학자의 ‘모기찬사’는 너무 먼 이야기란다.“어디로 들어오는지 비집고 들어와 내 달콤한 잠을 앗아가는 모기들이 있는 이 곳이 나는 좋다.모기들이 앵앵거리는 소리 뒤에는 소쩍새와 귀뚜라미가 있기 때문이다.이 땅의 아름다운 소리들이 영원히 우리곁에 있길 빌어본다.” 김인철 논설위원
  • 무안으로 떠나는 초가을 마중/은빛 물결 너머 소리없이 가을이…

    전남 무안은 요즘 연꽃이 한창이다.무더위 끝의 에메랄드빛 하늘 아래 소담스럽게 피어난 연꽃은 무안 초가을 풍광의 백미.도리포 가는 길 옆의 한적한 해안에선 구릿빛 얼굴의 어부가 석양빛을 받으며 투망을 던진다. 산 밑 구릉지는 온통 황톳빛 세상이다.이밭 저밭 황토 속에서 실하게 영근 양파를 수확하느라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23일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는 처서.무안으로 초가을 마중을 나간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의 회산 백련지(回山 白蓮池).연잎이 10만평 저수지를 가득 덮은 가운데,드문드문 흰 연꽃이 초록빛 수면을 장식하고 있다.나들이객이 제법 많다. 누군가 ‘꽃이 별로 없다.’고 불평한다.하지만 서너달동안 꾸준히 꽃이 피고 지면서 군자다운 풍모를 지키는 게 바로 백련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그는 모르는 듯하다.연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렴계(周濂溪)의 ‘애련설’(愛蓮說)을 한번쯤 음미해보아야 할 듯싶다. ●초록빛 수면 흰 연꽃 ‘백련지' ‘나는 연꽃을 유독 좋아한다/진흙 속에 피어나면서 더럽혀지지 않으며,잔 물결에 흔들리면서도 요염하지 않다/…/멀리서 바라볼 수 있지만,가까이 두고 감상할 수 없다/여러꽃 가운데 연꽃은 군자이다.’ 이곳 백련지는 일제 때 한 주민이 백련 12주를 심은 것이 번식을 거듭하여 동양에서도 손꼽을 만한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고 한다.저수지 가장자리엔 백련 말고도 화려한 자태의 홍련과 희귀식물인 가시연,꽃이 물 위에 뜨듯이 피는 아기수련 등 수련과 식물이 자라고 있다.연꽃은 해뜬 직후인 아침 8시쯤 가장 싱싱하고 소담스럽다. 백련지를 나서 무안 북단의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로 방향을 잡았다.811번 도로를 타고 가다보니 몽탄역 못미쳐 분청사기 도요지인 ‘무안요’(務安窯) 간판이 보인다.조선 분청사기의 맥을 이어 14대째 도자기를 굽고 있는 김옥수씨의 작업현장이다.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서인지 전시실의 불을 꺼놓았다가 사람이 들어가자 켠다.이곳에선 화병과 항아리,다완,주전자,대접 등 다양한 분청사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구입도 가능하다.미리 연락하고 가면 도자기체험코스에도 참여할 수 있다.(061)452-3513. ●진홍색 배롱나무꽃 저편 쪽빛바다 장관 무안읍을 거쳐 60번 도로를 타고 도리포까지 가는 길은 해변 풍광이 아름답다.압권은 해제면 유월리 서쪽 바닷가.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진홍색 배롱나무꽃 너머로 쪽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그 위로 소형 낚싯배가 점점이 흩어져 있다. 배롱나무는 꽃이 오랫동안 핀다고 해 ‘나무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데,7∼9월 석달동안 꽃을 볼 수 있다.마침 해질녘 석양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물결을 배경으로 어부 한 사람이 해변에서 투망질을 하고 있다.저녁 땟거리라도 마련하려는 모양이다. 도리포는 바다낚시로 유명한 곳.포구 앞 방파제와 갯바위에서 도미,농어 등이 잘 잡힌다.포구 앞바다는 영광군과 함평군을 경계로 하는 칠산바다와 인접해 있다. 포구에 자리잡은 10여군데의 횟집에 가면 칠산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도리포 동쪽으로는 산 기슭을 따라 해안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아직 포장이 끝나지 않은 도로를 따라 만풍리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보니 왼쪽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백로·왜가리 집단서식지 ‘상동마을' 다음 목적지는 무안읍 용월리 상동마을.천연기념물 제 211호인 백로와 왜가리 집단 서식지다.도리포에서 다시 무안읍쪽으로 나와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 방향으로 가다보니 왼쪽으로 백로·왜가리 사진이 붙은 입간판이 서 있다.여기서 길을 꺾어 5분쯤 들어가자 상동마을이 나온다. 백로와 왜가리의 보금자리는 마을 뒤 청용산이다.매년 3∼4월이면 동남아지역에서 월동한 새 4000여마리가 이곳을 찾아와 집단을 이루어 번식한 뒤 10월이 되면 다시 동남아로 날아간다. 청용산 앞엔 연 잎으로 뒤덮인 용연저수지가 있다.이곳은 백련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홍련이 볼 만하다.아이 주먹만한 꽃봉오리가 불그스름하게 물이 오른 채 수면 위로 비죽비죽 나와 있는 것이 백년지와는 또다른 맛을 낸다. 저수지 한가운데 조성된 인공섬과 산을 오가며 노는 백로들의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연못 앞의 전망대엔 백로의 우아한 자태를 담아보려는 사진작가들이 진을치고 있다.하지만 가까이 다가왔다 싶으면 이내 멀리 날아가버리는 새들을 보며 이들은 온종일 안타까움만 삭이고 있다. 무안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식후경 무안은 세발낙지가 많이 나는 곳.목포 세발낙지가 유명하지만,갯벌의 생태변화로 요즘엔 목포보다는 무안에서 세발낙지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읍내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낙지골목이 있다.20여군데 업소가 모여 있는데,어느 집이나 값은 동일하다. 한 업소에 들어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1만원에 4마리라고 한다.얼마전까지만 해도 6마리였는데 요즘 낙지가 귀해 값이 올랐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즉석에서 먹기를 원하자 물이 든 큰 대접에 세발낙지를 담아서 내준다.잡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발낙지를 하나 집어 나무젓가락에 둘둘 감아 입에 넣고 꼭꼭 씹어먹는다.약간 비릿하면서도 향긋한 세발낙지 맛은 언제 먹어도 변함없다.생마늘을 집어 쌈장에 찍어 먹으니 비린 맛이 싹 가신다. 돼지짚불구이도 무안이 자랑하는 먹거리.암퇘지 목살이나 목등심을 숯불이 아닌 짚불에서 구워낸다.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이 제거돼 담백한 맛이 난다.몽탄면 사창리의 ‘녹향가든’(061-452-6990)이 잘한다고 소문 나 있다.1인분 6000원. 가이드 ●가는 길 회산백련지는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에서 빠져야 가깝다.백련지 이정표를 따라 811번 및 820번 도로를 잇따라 타고 10여분쯤 달리면 저수지에 닿는다.도리포는 무안IC에서 가깝다.IC에서 빠져 1번 국도를 타고 무안읍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백로·왜가리 서식지 입간판을 지나 60번도로와 만난다.여기서 우회전해 해제면 방향으로 계속 달리면 홀통유원지 및 유월리 해안이 나오고,송석리 도리포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게 된다. 서울역에서 일로역까지 하루 11회 열차가 출발하며,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25분 및 오후 4시20분 하루 2회 무안행 버스가 출발한다.광주에서 무안까지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문의 무안터미널(061-453-2518),일로역(061-281-7788). ●숙박 망운면 톱머리해수욕장에 위치한 무안비치호텔(061-454-4900),무안읍내 시외버스터미널 옆의 우광파크모텔(061-452-7980)의 시설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백련지 주변엔 민박집이 많다. ●가볼 만한 곳 승달산 자락에 있는 법천사 및 목우암에도 가보자.신라 성덕왕 24년(725년) 서역에서 온 정명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 사찰엔 법당 및 요사채,축성각 등이 있다.법당 안의 부처님은 종이로 만든 아미타 삼존불로,조각 솜씨가 뛰어난 조선시대의 불상이다.
  • “무공해 포도·복숭아 직접 따 안씻고 먹는 그 맛 아세요?”/ ‘그린투어’ 안내 논산시청 농정과 공성운 계장

    지난 2일 오전 충남 논산의 관촉사 주차장.나들이 차림의 가족들이 하나둘 모이는 가운데 바쁘게 이들을 안내하는 사람이 있었다.논산시청 농정과 공성운(47) 계장이었다. 그는 토·일요일,공휴일마다 이곳에 나와 논산시청이 운영하는 ‘그린투어’ 참여 가족들을 안내한다.지난 2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그린투어는 공 계장이 지난 연말 아이디어를 내 시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 보통 서울 등 대도시 가족들이 논산시 그린투어 홈페이지(www.greentour.net)를 보고 참여하는데,인기가 대단하다.인터넷이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이 벌써 1만여명.다른 지자체나 여행사 등에서도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데 논산의 ‘그린투어’에 유독 사람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알찬 내용에 공 계장의 뜨거운 열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을 안내하는 공 계장의 모습은 영락없는 여행사의 능숙한,열성적인 가이드다.누군가 시간을 안 지켜도,아이가 계속 짜증을 부려도 싫은 기색 한번 없이 끝까지 안내하고 달랜다.누가 그를 25년 경력의공무원이라고 볼까.그의 그린투어에 대한 애정은 깊고도 강하다. “그린투어는 도시인들의 단순한 농촌 체험 이상의,아니 몇배의 가치가 있습니다.점점 과밀화하는 도시와,반대로 공동화하는 농촌의 접점이 바로 그린투어지요.저희로선 주민들이 생산하는 포도나 딸기,복숭아 등 특산물을 돈 안들이고 홍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농약을 안치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도 하고요.” 농가 섭외,참여 가족 예약접수,홈페이지 관리,투어 안내 등 그린투어 관련 업무는 거의 모두 그의 몫이다.아직 전담 부서가 없기 때문.그래서 그에겐 그린투어가 시작된 지 7개월째 휴일이 없다.평일엔 기존에 맡고 있던 특작물 유통 업무를 하면서 토·일,공휴일엔 그린투어 안내를 맡고 있다. 포도밭,복숭아밭,딸기밭, 다슬기잡기 등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저녁때 민박 농가에 손님들을 모셔드리고 집에 오면 10시가 넘기 일쑤.행사 전날 밤 늦게 도착한 손님들을 위해 잠자다 말고 일어나 마중을 나가기도 한다. 그린투어에 참여한 가족들은 거의 100% 만족한다.우선 아이들이 살아 있는 체험을 하고,친환경 농작물을 싸게 먹고 살 수 있기 때문.밭에서 딴 무공해 포도,복숭아를 씻지도 않고 그대로 먹는 맛이란,도심에서 물에 몇번씩 씻고도 불안해 하는 심정과는 천양지차다.거기다가 참가 경비라는 게 도심에서라면 해당 농산물 가격도 안되기 때문에,사실 공짜 체험하고 무공해 농작물을 싸게 사오는 셈이다. 공 계장은 기술집약적 ‘친환경 농업’만이 현재 농촌의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특히 논산의 경우 토질이 좋고,국토의 중간쯤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상 친환경 농업을 대표적 브랜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그에게 그린투어는 친환경 농업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중요한 아이템인 셈이다. “그린투어 참가 가족들은 대부분 홈페이지에 다시 들러 후기를 남깁니다.모두 재미 있었고 유익했다,다시 오고 싶다,고맙다는 내용입니다.그분들은 집과 직장 또는 학교에서 논산에 대해,논산의 깨끗한 환경과 농산물에 대해,또 공무원의 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겁니다.결국 논산의 홍보대사인 셈이지요.이같은 경험을 하면서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알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됩니다.” 논산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 시원하고 색다르게 휴가 이곳 어때요/ 관광공사 선정 피서지 3곳

    기나긴 장마 탓인지 뒤늦게 피서객들의 발이 분주하다.우리 땅 어디를 보아도 가는 곳마다 산이요,물이라서 발길 닿는 곳에 발 담그고 몸 적시면 피서지다.그래도 남보다 좀더 시원하게,색다르게 휴가를 즐기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8월에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다. ●역사의 숨결 가득 거제도 해금강,외도 등의 절경과 충무공 유적지,포로수용소 유적관 등 빼어난 자연환경과 함께 역사의 흔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거제시청 인근의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관은 한국전쟁 발발후 인민군 및 중공군 전쟁포로 17만여명을 수용했던 시설을 재현한 것.곳곳에 흩어져 있던 잔존 건물과 막사,당시 포로들의 생활상을 실감나게 꾸며놓았다.58번 지방도로 옆엔 옥포대첩 기념공원이 있다.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첫 승전을 올린 옥포항이 바로 이곳이다.기념탑,기념관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옥포항 방파제다.여유가 있다면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겨도 좋다. 외도해상농원과 해금강,학동 몽돌해수욕장,거제 자연휴양림은 더위를 피하고 비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무인도로 이루어진 해금강엔 유람선을 타고 돌아볼 수 있을 뿐 상륙은 안된다.남부면 다대리 도장포 선착장(055-632-8787)에서 배를 타면 된다. 해금강에서 10분쯤 북동쪽으로 달리면 외도해상농원이다.얼마전 작고한 이창호씨가 가꾼 필생의 역작으로,동백나무와 선인장,야자수,유카리,종려나무 등 1000여종의 열대,아열대 식물이 심어져 있다.몽돌해변엔 갖가지 색깔의 동그란 자갈이 쌓여 있어서 해변을 걸을 때 색다른 맛이 난다. 대전·통영간 또는 남해고속도로 진주IC·사천IC를 이용해 통영 방향 77번·14번 국도를 타면 거제대교에 닿는다.문의 거제시청 문화관광과(055-639-3196),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 ●오대천과 백석폭포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빠져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 방면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보면 고산준봉 아래로 시원하게 흐르는 오대천을 만날 수 있다.구불구불 이어진 오대천 물줄기는 59번 국도와 나란히 달리다가 북평면 나전리에서 조양강과 만나게 된다. 하류로 내려가면서 가리왕산과 그 일대 장전계곡,단임골,숙암계곡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특히 간간이 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데,북평면 숙암리의 백석폭포가 압권이다.백석봉(1170m)의 한 줄기 끝에서 오대천을 향해 떨어지는 이 폭포의 높이는 자그마치 116m.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실타래가 봉우리에 걸려있는 듯하다. 숙암계곡을 지나다보면 계곡 너머 그림처럼 지은 민박집들과 농원,잔디밭 등이 눈길을 끈다.북평면 나전2리에 있는 이곳은 작다는 뜻의 ‘졸’과 평지라는 뜻의 ‘드루’가 합해져 ‘졸드루’휴양지로 불린다.아이들이 물장구치고 견지낚시하거나 그물로 물고기를 잡느라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뒤섞여 한 여름 진풍경을 자아낸다.정선군 문화관광과(033-560-2361),정선시외버스터미널(033-563-9265). ●반딧불이 춤추는 경북 봉화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던 시인 윤동주의 표현은 지금도 경북 봉화에 가면 유효하다.소백산,문수산,청옥산이 걸쳐 있고,낙동강 길게 흐르는 봉화.그래도 봉화를 대표하는 산은 청량산이다. 요즘 날씨 좋은 날 밤 봉화의 들,특히 청량산 가까이 가면 너울너울 춤을 추는 반딧불이가 어릴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청량산은 해발 850m로 그리 높지 않지만,층층이 깎인 연화봉,향로봉 등 12봉,크고 작은 암자터를 27개나 품고 있는 명산이다. 매표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세차게 떨어지는 청량폭포와,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 청량사를 만나게 된다.청량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청량산을 둘러보고 난 뒤엔 사미정계곡으로 발길을 옮겨보자.35번 도로에서 운곡천을 따라 500m 쯤 올라가면 나온다.소나무숲이 우거지고 민물고기가 풍부한 이곳은 밤이면 수달이 자주 출몰해 수달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중앙고속도로 풍기IC∼순흥 방면 931번 도로∼오록∼봉화 또는 영주IC∼36번도로∼봉화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봉화군 관광개발과(054-679-6394),봉화역(054-672-7788),봉화버스터미널(054-673-4400).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 영월 / 단종의 恨·동강의 활기 절묘한 어우러짐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을 지나 영월로 접어들다 보면 왠지 숙연함을 느끼게 된다.공교롭게도 산비탈에서 도로쪽을 향해 자란 낙락장송들이 550여년 전 열다섯의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나 영월로 유배왔던 비운의 단종을 향해 허리를 굽힌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영월은 깎아지른 동강,선돌 등의 비경을 품고 있어 문화유적지 답사와 피서를 겸해 나들이하기에 알맞은 여행지.동강 굽이굽이 래프팅을 즐기는 피서객의 발랄함이 넘쳐나는 영월을 찾았다. ●패전장수의 전설 간직한 ‘자라바위' 영월읍에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비경중 하나가 길 오른쪽 서강 한 쪽에 두 갈래로 우뚝 솟아 있는 선돌(立石)이다.소나기재 정상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0여m쯤 서강쪽으로 걸어가 전망대에 서면 푸른 물줄기와 층암절벽이 어우러진 한폭의 한국화를 보는 듯하다.선돌과 절벽 사이로 보이는 강물이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선돌 아래엔 현재의 38국도가 개통되기 전 사람과 우마차가 다녔던 옛길이 남아 있고,그 앞의 소(沼)엔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자라바위’가 솟아 있다.전설에 따르면 선돌 아래의 남애(南涯)마을 출신의 한 장수가 적과의 싸움에서 패하자 이곳에서 몸을 던져 자라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장릉옆 소나무도 ‘비운의 왕' 애도하는 듯 선돌을 뒤로하고 영월읍을 향해 10여분쯤 달리니 오른쪽으로 청령포 가는 길이 나온다.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돼 유배중 거처했던 청령포는 입장권(1000원)을 끊어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삼면이 강줄기로 둘러싸여 있고 뒤로는 험한 산자락과 절벽으로 막혀 있기 때문.‘어린 왕의 고독과 두려움이 얼마나 지독했을까?’하는 생각에 새삼 가슴속이 시려온다.선착장 앞 주차장 왼쪽 편엔 단종에게 전할 사약을 가지고 왔던 왕방연이 지었다는 시를 새긴 시비가 서 있어 애잔함을 더한다. 영월읍 영흥리엔 단종의 능인 장릉이 있다.유배 끝에 결국 사약을 받고 승하하자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두어 모신 곳이다.이곳 주위의 소나무는 모두 능에 절을 하듯 묘하게 틀어져 있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영월읍 일원엔이밖에도 단종이 홍수 때문에 거처를 옮겨 사약을 받을 때까지 살았던 관풍헌,단종 승하후 시종과 시녀가 뛰어내려 죽었다는 낙화암,단종의 영정을 모신 영모전,사육신과 생육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창절서원,엄흥도 기념관 등이 있다. 비운의 흔적을 찾아 이곳저곳 발길을 옮기다 보니 한여름 땡볕에 등줄기가 축축하다.이럴 때는 스릴 있고 시원한 래프팅이 최고.굽이쳐 흐르는 동강의 물줄기에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동강 래프팅은 출발 지점에 따라 3가지 코스가 있다.가장 참가자가 많은 구간은 문산나루∼어라연주차장(9㎞) 코스로 3시간 소요.요금은 성인 2만 5000원,초등생 이하 2만원.이밖에 진탄리(12㎞·3만 5000원) 및 정선읍 운치리에서 시작하는 코스(30㎞·7만원)도 있다. ●동강 비경에 한여름 땡볕도 잊고 코스가 완만한 동강 래프팅은 스릴감보다는 강 양편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기암절벽 등 비경을 감상하는 기쁨이 크다.문산나루에서 ‘섭새’라고 불리는 어라연 주차장까지 옥선암,두꺼비바위,상·중·하선암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늘어서 있다.또 ‘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어라연(魚羅淵),한때 댐 예정지로 거론됐던 만지(滿池)가 이어진다.만지는 과거 아리랑의 발상지인 정선 아우라지로부터 목재를 운반하던 사공이 뗏목을 대놓고 쉬던 자리.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만지’란 이름이 붙었다. 래프팅을 즐기는 동안 물에 빠트리기,배 뒤집기,물싸움 등 각종 게임을 즐기면서 옷이 흠뻑 젖기 때문에 반바지와 티셔츠,속옷 등을 여벌로 준비하는 게 좋다.동강 인근에 대자연레저본부(www.iloveleisure.co.kr),태백산맥(02-3477-3114) 등 60여개의 래프팅 대행업체가 있다.대자연레저본부는 서울에서 출발하는 왕복 교통편 및 식사를 포함하는 패키지 상품(4만 2000원,아이 3만 8000원)도 운영한다. 영월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아이들 손잡고 곤충박물관에도 ●가는 길 서울 방면에선 경부·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신갈·호법 분기점)∼중앙고속도로(서제천IC) 코스가 가장 빠르다.서제천IC에서 빠져 38번 국도를 타고 40분쯤달리면 영월로 접어들게 된다.부산방면에선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광주 방면에선 88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월읍내 버스터미널(033-374-2451)까지 직행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요금은 9500원. ●숙박 영월읍 일원에 여관과 민박집이 많다.방절리의 청령포모텔(033-374-4114),문산리 동강사랑(033-375-2865),황새여울민박(033-375-0069) 등이 비교적 깔끔하다.요금은 평수에 따라 3만∼10만원. ●이색박물관 영월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책박물관,곤충박물관,조선민화박물관 등 이색박물관도 아이들 손을 잡고 가볼 만하다.서면 광전리 평창강변에 자리한 책박물관(033-372-1713)엔 1922년 김영보의 ‘황야에서’ 등 대표적 단행본 100여권과 격몽요결을 비롯한 1960년대까지의 어린이 교과서·동화·만화 등 100여점,개화기 조선의 풍물 사진,잡지 등 총 6000여점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하동면 와석리의 조선민화박물관(033-375-6100)은 1300여점의 소장 민화중 까치와 호랑이등 130여점의 민화 및 고가구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관람객이 직접 민화 그리기에 참여하는 ‘민화 사랑 체험코너’도 운영하며,박물관내 50평 규모의 통나무집에서 단체 또는 가족 숙박도 가능하다.북면 문곡리의 곤충박물관(033-374-5888)에선 나비,나방류,갑충류,매미류,잠자리류,동강 유역 곤충류 등을 구경할 수 있다.입장료는 세 박물관 모두 어린이 1000원,어른 2000원. 식후경/ 구수하고 은은한 보리된장 별미 영월읍내 장릉 인근의 보리밥 전문식당인 ‘장릉 보리밥집’(033-374-3986)은 음식이 싸면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30년 된 이곳의 식사메뉴는 보리밥 정식(5000원) 한 가지.따끈한 보리밥에 산나물과 묵나물 15가지,된장찌개가 상차림의 전부다.나물과 된장을 넣고 비벼먹든지,아니면 밥 따로 찬 따로 먹든지 먹는 방법은 손님 맘이다.이집 음식 맛의 포인트는 보리된장에 있다.1년전 쑨 메주로 담근 된장은 구수하면서도 은은한 된장 맛을 자랑한다.맛에 반해 나갈 때 된장을 사가는 사람도 제법 많다고 한다. 술 생각이 나면 역시 직접 담근동동주를 시켜 먹으면 된다.안주로는 도토리묵 무침,생두부,메밀·감자 부침개가 있다.묵과 두부 모두 직접 만든 것.생두부는 양념간장을 얹어서 먹는다.1접시에 3000원인데,먹고 나올 땐 탁월한 맛과 풍성한 양에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다.
  • ‘핵폐기장’ 위도 르포 / “보상금 받겄지” “아녀” 뒤숭숭

    피서철인데도 외지 사람 하나 찾아보기 어려웠다.섬 해안을 감싸고 있는 관광순환도로에도 인적은 뜸했다.도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과 해변가에서 조개를 줍는 아이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전북 부안군 위도가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로 확정된 다음날인 25일.위도 주민들은 ‘핵폐기장이 들어서도 보상비를 못 받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보상비도 못받고 고향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유치신청서를 낸 지난 5월 초만 하더라도 90%가 넘는 주민이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했다.하지만 이날 위도 주민들 사이에는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정부에서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민심이 가라앉아 있었다. 섬에서 평생을 보낸 위도면사무소 신형균(57) 계장은 “지난 5월 초부터 총리실 산하 위원회 소속 직원을 사칭한 박모씨가 ‘핵폐기장만 들어오면 집집마다 3억원 넘게 받을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녀 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이 유치신청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위도면 진리에서 민박을 하는 김영님(46)씨는 “친정인 영광읍도 애초 정부의 약속대로 시로 승격되고 발전되기는커녕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뒤 읍 주민 절반 이상이 고향을 등진 상태”라면서 “위도에도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보상비를 받지 못하고 여기서 살기조차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일손 놓고 삼삼오오 모여 사태 전망 주변 새만금간척사업 등으로 어장이 황폐해진 탓에 섬 주민들이 많게는 수억원까지 빚을 진 상태여서 보상금에 대한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다.최근 수년 동안 멸치값이 절반으로 떨어진 데다 어획량마저 대폭 줄어 지역개발에 대한 소외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멸치잡이 배를 타는 김영욱(42)씨는 “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핵폐기물 시설 유치에 찬성했다.”면서 “정부에서 안전하지도 않은 시설을 함부로 설치하겠느냐.”며 핵폐기물 시설이 위험하다는 환경 단체들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핵폐기물 시설이 들어설 치도리 야산 앞 깊은금 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전 대부분 일손을 놓은채 마을 구석구석에 모여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주민 서모(62)씨는 “사정을 잘 모르고 찬성했지만 어딘가에는 핵폐기물 시설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만일 보상비를 못 받게 되면 건설 현장과 전북도청 앞에 드러누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한 공청회라도 한 번 열어야하는데…” 위도에는 현재 861가구 1780명이 주민으로 등록돼 있다.위도가 핵폐기장 부지 대상으로 떠오르던 지난 4월 말에 비해 187가구 322명이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실제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3억원 이상의 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소만 이전한 사람이 많다.요즘에도 매일 10여명이 전입하고 있다.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나 보상금 때문에 찬성한 주민들 모두 부안군과 정부 당국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사전에 주민을 대상으로 아무런 설득 작업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김종규 부안 군수가 계속 핵폐기장 유치 반대 의사를 밝히다가 지난 11일 강현욱 도지사와의 면담 뒤 ‘유치 찬성’으로 태도를 바꾼배경에도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위도파출소 이영주(56) 소장은 “군 외곽의 산골 마을에서도 100여명이나 시위에 참석하고,부안군 공무원들조차 여기에 왜 핵폐기물 시설이 들어서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 당국은 공청회라도 한 번 열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화를 통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위도 주민들은 17년 동안 끌어온 국책사업이 결정된 만큼 적절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는 등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어떤 식으로든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위도 핵폐기장 유치추진위 정영복(53) 위원장은 “이번 유치 결정이 전북과 부안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서 “핵폐기장 건설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과도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도리 박영훈(39) 이장도 “이 문제 때문에 부안군민뿐 아니라 온 나라가 둘로 쪼개져서싸우고 있다.”면서 “어차피 핵폐기장 시설이 위도에 들어서는 것으로 결정이 난 만큼 위도와 부안군민 전체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식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안 위도 이두걸 이유종기자 douz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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