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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금융위기 때로 후진한 한국 경제

    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금융위기 때로 후진한 한국 경제

    설비투자 10.8% 줄어… 21년만에 최저치 수출·수입 동시 감소 ‘불황형 경제’ 드러나 내수 받치던 정부지출마저 떨어져 타격 한은 “추경·반도체 회복 등 2분기엔 반등” 전문가들 年2.5% 성장률 달성엔 엇갈려 “하반기 세계경제 불안” “위기 수준 아냐” 우리 경제가 받아든 지난 1분기 성적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다. 수출, 투자, 소비의 ‘트리플 부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내수를 떠받쳤던 정부지출마저 줄어 결국 1분기 성장률(-0.3%)은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대한 지출을 살펴보면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무려 10.8% 감소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0.4% 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0.9% 포인트로 떨어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 규제로 수입차 물량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주거용 건물과 토목 모두 줄면서 0.1% 감소했다. 특히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2.6%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7년 4분기(-5.6%) 이후 5분기 만에 최저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3.3%)이 더 커서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지난해 4분기 -1.2% 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0.2% 포인트로 올라간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것은 전형적인 ‘불황형 경제’의 모습이라는 점이다.또 지난해 4분기 1.0% 성장했던 민간소비 성장률이 0.1%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정부지출의 성장기여도가 하락한 점도 역성장 성적표를 받아드는 데 영향을 줬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2% 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0.7% 포인트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를 지탱해줬던 정부지출 효과가 1분기에는 사라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올해 470조원대 ‘슈퍼 예산’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것이자 향후 우리 경제의 강한 위기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에 기대 성장을 해왔던 우리 경제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한은은 6조 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고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성장률이 차츰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국장은 “1분기에 집행되지 않은 정부 예산이 2분기에 집행될 것이고 추경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우리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성장률 쇼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0.3% 성장률은 심각한 상황으로 향후 경기 경착륙, 기업 부실, 주가 급락,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가 나쁘다는 신호가 경기를 짓누를 가능성이 커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4분기 서비스업 중 보건·의료·복지 부분이 견실했는데 올해 들어 정책 효과가 지속되지 못해 다시 둔화됐다”면서 “정부가 위기 대응 체제를 가동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이해찬 “황교안, ‘김정은 대변인’ 얘기 또 하면 용납 안해”

    이해찬 “황교안, ‘김정은 대변인’ 얘기 또 하면 용납 안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주말에 열린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다시 한번 그런 발언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대표가 문 대통령을 가리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변인 역할만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정치를 처음 시작한 분이 그렇게 입문해서 막판에 무엇으로 끝내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 발언이 도를 넘었다”면서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황 대표의 발언을 “언어폭력”이라고 규정하고 “‘도로 친박당’ ‘결국 색깔론이구나’하는 한국당의 민낯을 보게 됐다”면서 “평화를 포기하고 전쟁공포 시대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인지 황 대표는 명확히 입장을 밝혀라”고 촉구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노동 착취당하는 10대 노동인권 강화 시급하다

    “일하는 아동·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지만 야간근무나 최저임금 미준수 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적극적인 근로감독 의지가 부족하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 노동시장 환경에 대해 내린 평가다. 지난해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역대 일곱 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며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올라섰다고 자화자찬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위원회의 지적은 8년 전 이뤄졌지만 더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해 청소년들을 엄혹한 노동 환경으로 내모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서울신문의 ‘10대 노동 리포트’를 통해 드러났다. 우리 사회에서 ‘10대 알바’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전체 중고생 100명 중 16명은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 보니 최근 3년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청소년들만 3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셋 중 둘은 비정규직으로 음식점에서 서빙하거나 배달하다 부상을 입고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청소년 알바생 중 다수가 비정규직 신분인 데다 산재에 가입돼 있는 경우가 드문 탓에 실제로 일하다가 다치는 10대는 더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쓰더라도 근무 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에 나섰다가 각종 사고를 당하는 10대 배달기사 ‘사장님’들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배달기사는 목숨을 건 채 도로를 질주하지 않으면 제 몫을 챙기기 어려운 구조다. 배달 주문을 받지 못하면 한 푼도 벌지 못하는 데다 빠른 배달을 원하는 업체와 고객의 요구를 맞춰야 해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 신분인 이들은 사고가 나면 본인이 수리비와 치료비 등을 감당해야 한다. 어른들이 배달시켜 먹는 치킨이나 피자 등에는 이런 청소년들의 피와 눈물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의 노동인권 보호에 나서야 한다. 청소년 노동 착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사업주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기본권 교육과 관련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이고, 채용 공고에 임금 조건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부모들이 경기침체로 자녀 뒷바라지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생계를 위해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10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복지 울타리 마련에도 우리 사회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
  • [우주를 보다] 목성을 헤엄치는 돌고래?…생생한 구름 포착

    [우주를 보다] 목성을 헤엄치는 돌고래?…생생한 구름 포착

    '태양계 큰형님' 목성의 놀라운 대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진이 공개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목성의 돌고래 구름'(The Dolphin Cloud on Jupiter)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사진을 ‘오늘의 천체사진‘(APOD)에 공개했다. 이 사진은 지난해 목성 탐사선 주노가 2016년 7월 목성 궤도에 진입한 이후 16번째 근목점(목성 둘레 궤도상에서 목성과 가장 가까운 점)에서 촬영한 것이다. 원본 사진에 재가공을 거쳐 완성된 이 사진은 목성의 민낯이 생생히 드러나는데 이중 특이한 모양의 구름이 눈에 띈다. 사진 속 목성 중앙을 보면 아래로 헤엄치는 듯한 돌고래의 모습이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는 목성의 남반구 대기를 가로질러 변하는 구름의 모습이지만 마치 목성의 구름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처럼 보인다.NASA 측은 "사실 돌고래 모양이 놀랍게 보이기는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지구와 마찬가지로 목성의 구름도 계속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1년 8월에 장도에 올라 2016년 7월 목성 궤도에 진입한 주노는 거대한 가스 행성인 목성에 관해 수많은 데이터를 보내고 있다. 주노 미션의 목표는 거대 가스 행성의 구조와 조성, 자기장과 중력장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이는 목성의 생성과 그 진화, 더 나아가 태양계의 생성 비밀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이게 된다. 주노는 현재 목성을 긴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다. 목성에 최근접하는 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약 53.5일로, 이 근접비행 때 주요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왜 화장 안 하냐”는 말에 아이들 슈화가 한 말

    “왜 화장 안 하냐”는 말에 아이들 슈화가 한 말

    그룹 아이들 멤버 슈화가 민낯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지난 16일 슈화는 아이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셀카를 공개했다. 수수한 민낯의 슈화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슈화는 “많은 분들이 항상 제게 왜 너는 화장도 안 하고 네일도 안 하고 염색도 안 하냐고 묻는데, 저는 많이 꾸미진 않지만 외출하기 전 거울을 보고 머리도 빗고 깔끔하게 단장하고 나간다. 왜냐면 이게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슈화는 “모든 사람은 추구하는 게 다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존중한다”며 “저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이런 제 모습이 좋다. 남들이 보기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슈화는 이어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판단할지 몰라도 저는 항상 당당한 이 모습 그대로 저를 계속 사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아이들 슈화 인스타그램 글 전문. 오랜만에 일상글을 올립니다. 먼저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친구들, 쌤들 그리고 우리 네버랜드! 하쿠 마타까지 모두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저는 물질주의자는 아니지만 삶을 즐기려고 해요 많은 분들이 항상 저한테 왜 너는 화장도 안하고 네일도 안하고 염색도 안해? 라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많이 꾸미지는 않지만 외출하기 전에 거울을 보고 머리도 빗고 깔끔하게 단장하고 나가요~ 왜냐하면 이게 편하니까요. 모든 사람은 추구하는 게 다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저는 존중합니다. 저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이런 제 모습이 좋아요.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저는 제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에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판단할지 몰라도 저는 항상 당당한 이 모습 그대로 저를 계속 사랑할거에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명언 두 마디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당신을 일부러 화나게 만드는 사람에게 절대 화내지 마세요.’ ‘당신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입니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유리 “성형 아냐, 마음고생 다이어트야”

    서유리 “성형 아냐, 마음고생 다이어트야”

    성우 겸 방송인 서유리의 근황이 눈길을 끈다. 서유리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눈화장을 하도 안 하니 이젠 안 해도 안 어색한 느낌이에요. 생존신고합니다. 마음고생 다이어트했더니 비적 곯았..”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서유리의 셀카가 담겼다. 민낯의 서유리는 모자에 티셔츠 차림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음고생 다이어트를 했다는 서유리의 갸름한 턱선이 눈길을 끈다.앞서 서유리는 지난 2월 공개한 사진으로 인해 성형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서유리는 “제가 오래 앓아왔던 갑상선 항진증의 합병증인 안병증을 불과 얼마 전에 최종적으로 완치했다. 예전의 눈을 찾은 기쁨에 잘 나온 사진을 여럿 올렸는데 사진이 과도하게 잘 나오는 바람에 많은 분들께 성형의혹이 일었다”면서 “결론은 성형 안 했고, 예전의 눈을 되찾았다. 다이어트는 계속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서유리는 지난 2008년 대원방송 성우 1기로 데뷔했다. 성우 활동 외에 ‘SNL 코리아’, ‘마이리틀텔레비전’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넘치는 끼를 발산하며 얼굴을 알렸다. 2016년 갑상선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그레이브스병 투병 사실을 밝혔으며 지난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열린세상] 강화된 회계감사, 약인가 독인가/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열린세상] 강화된 회계감사, 약인가 독인가/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좋은 소식은 알리고, 나쁜 소식은 숨기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성공한 경영진은 과도한 자기 확신으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기업 내부에 부정적 뉴스가 계속 은폐·축적되면 결국 임계점에서야 시장에 알려진다. 주가는 폭락한다. 반대로 회계는 좋은 뉴스는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나쁜 뉴스는 신속히 인정할 것을 재촉한다. 비대칭적 검증 요구이고, 본성을 제어하는 인간 지혜의 산물이다. 지난 3월 22일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에 ‘한정’ 감사 의견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비로소 경영진이 감추어 온 재무 상태의 민낯을 보았다. 신뢰를 잃은 회사는 결국 시장의 매물로 전락했다. 회계감사가 제값을 한 경우다. ‘농자천하지대본’ 폐쇄경제의 전통 아래 우리는 자유로운 계약과 기업활동, 의무불이행에 대한 민사적 해결의 힘을 축적하지 못하고 새 나라를 시작했다. 자본시장 대신 국가가 선별적으로 지원해 세계화의 수혜를 받은 거대 기업이 성장했다. 사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지배주주에게 회계 투명성은 일반주주의 마이크 역할을 하는 귀찮은 진실이었다. 지배주주는 경영진과 이사회를 효과적으로 지배 통제해 왔다. 감사위원은 최저 감사보수 제시 감사인을 선정했다고 자랑하는 들러리 지배구조의 일부가 됐다. 지배주주는 감사인 자유수임제도의 근간인 감사인 차별화와 선별 효과에 무심했다. 회사와 감사가 갑을관계로 전락했다. 권수영·김효은의 2월 논문에 따르면 2004~2013년 한국의 감사의견 적정 비율은 9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적정 비율은 미국 66%, 일본 72%, 중국도 96%였다. 한국 감사인의 독립성이 의심되는 통계다. 반면 한국의 감사보수는 미국, 일본, 중국 감사보수모형 추정치의 각각 11%, 31%, 61% 수준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6억 5000만원, 1억 8400만원, 5400만원 낮은 감사 보수다. 우리의 감사 노력과 품질이 의심되는 통계다.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정책 당국이 회계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신외감법)이 그것이다. 감사인의 부실감사 책임이 강화된다.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 시간도 도입된다. 외국 학자들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이 감리제도 등이 한국을 회계의 갈라파고스, 흥미로운 회계 시험장으로 만든다고 평한다. 최저임금 1만원 논리가 부실하듯이 왜 6년 자유수임 후 3년 감사인을 지정해야 하는지, 왜 기업을 크기에 따라 11개로 나누고 감사 시간을 30% 혹은 50%까지 올리도록 했는지 외국 학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나 어쩌랴, 자업자득이다. 강화된 회계감사는 약인가, 독인가? 언론은 기업, 회계법인, 감독기관과 관련한 손익계산만 보도한다. 기업은 감사 시간, 감사 보수, 비적정 의견, 감사 관련 갈등 증가에 비명을 지른다. 독이란다. 감사인은 대형, 소형 법인에 따라 이해타산이 다르다. 그래도 약이란다. 학계는 회계 인력 공급 증대, 기업의 회계역량 강화, 회계법인의 품질 관리 및 거버넌스 개선, 감리제도 개선, 상장 관련 규제 개선을 말한다. 그런데 강화된 회계감사가 약인지 독인지는 오직 하나의 주어에서만 유의미하다. 투자자, 오직 투자자다. 경제발전의 핵심은 자본시장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자금을 공여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골라 내는 능력이다. 자본시장 건전성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 능력이다. 투자자 보호의 근간은 투명한 회계 정보의 제공이다. 신외감법의 지정제와 표준시간은 투자자들에게 회계 투명성 제공을 위한 단기 극단 처방이다. 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드레날린을 계속 맞는 운동선수는 결국 실패한다. 기초체력 보강이 근본 해답이다. 강화된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독인 이유다. 감사는 경험재다. 투자자가 투명한 회계제 품을 경험한다면 흑백 텔레비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정제와 표준시간 없이도 투자자들이 적정한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정상 과정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당국의 성과 평과와 제도 개선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정책 당국이 이익단체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을 핵심 고객으로 여기고 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 [박록삼의 시시콜콜] WTO 1심 패소, ‘짜고 친 고스톱’(?)

    [박록삼의 시시콜콜] WTO 1심 패소, ‘짜고 친 고스톱’(?)

    12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에서 타전된 ‘역전 승소’ 소식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WTO 위생·식물위생(SPS) 협정 분쟁에서 1심 판정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던 대다수 시민들은 사실상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체념하고 있던 차였다. 그간 크고작은 외교적 실수를 노출시켰던 문재인 정부에서 모처럼 전한 ‘외교 쾌거’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외교적 쾌거 뒤 다시 부각된 과거 정부 민낯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전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는 여러 ‘괴담’으로 떠돌았다. 세 마리가 붙어서 한 몸에 있는 개구리, 눈세포가 부풀어 오른 아기 고양이, 귀 없는 토끼, 얼굴 형체를 알 수 없는 소, 기괴한 모양으로 붙어서 자라는 토마토와 해바라기 등 후쿠시마 주변의 기형적 동식물 사진이 시중에 떠돌면서 괴담은 현실 속 공포가 됐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국내의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농수산물은 물론, 화장품, 분유, 기저귀, 장난감, 과자 등까지 일본산이라면 아예 기피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처는 달랐다. ‘방사능 괴담’을 잠재우기 바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하는가하면, 전문가를 앞세워 방송 등 언론을 통해 “편서풍 덕분에 우리는 피해 없다”고 장담하기만 했다. 또 방사능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견된 방사능 측정치도 기준치 이하의 미량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 덕인지 방사능 오염의 찜찜함이야 가실 수 없겠지만 일본산에 대한 집단적 기피 현상은 사그러들었다. 예컨대 생태의 97%가 일본산임에도 전날 숙취에 시달린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 생태탕이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데서도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사고 발생 후 2년이 지난 2013년 9월 9일에서야 후쿠시마현 및 8개현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고, 여전히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는 뒤늦은 고백으로 집단 공포가 다시 일면서다. 수입 금지하자마자 “곧 해제, 법적 근거 부족” 운운한 외교부 하지만 일본은 집요했고 한국 정부는 무력했다. 또 의아하기 짝이 없는 입장만 연신 반복했다. 특별조치를 시행한 지 보름 남짓만인 2013년 9월 26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기시다 외무상에게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염려가 한국에 확산되어 수산물 매출이 감소한 점과 관련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예방적이고 잠정적인 조치며 국민의 불안이 해소되면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5년 1월에는 외교부 당국자가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므로 부담되는 사항을 빨리 털자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라면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는 법적 근거가 약한 조치이기 때문에 해제하는 방향으로 한일간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에서 발끈했지만, 행동이 아닌 그냥 말에 불과했으므로 비판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조성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향후 ‘뭔가‘를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분위기 확인용 발언이었다. 소극적 불성실 대응으로 패소 자처한 한국 정부 그해 5월 일본 정부는 한국의 후쿠시마 등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가 부당하므로 “조기 철폐를 요구한다”며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다. 한국 정부 대응은 소극적이거나 불성실했다. 일본이 제소하기 한 해 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방사능 누출 위험과 관련해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위원회’를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하려 했지만, 두 차례의 현지조사에서 수산물 샘플 7건 가량을 채취하는 데 그쳤다. 당초 조사 예정이었던 후쿠시마 해저토와 심층수에 대한 조사는 일본의 요청대로 제외시켰다. 또 2015년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위원회 활동을 아예 중단시켰다. WTO 1심 패소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2월 WTO는 1심 판결에서 “한국 정부가 왜 후쿠시마 수산물 위험보고서 작성 최종 절차를 중단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해 ‘안전 위험성 지속적 재평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판결 근거로 사용됐다. 1심 판결의 핵심 패소 원인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 안전에 대해서는 지극히 소극적이었지만, 일본과는 꽤 호흡이 잘 맞았다. 과거 정부의 소극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는 ‘수입금지를 해제해주기 위해 일본과 짜고 친 고스톱 아니냐’는 음모론적 비판이 나오는 주된 배경이다. 의문스러웠던 소극적 대응을 해명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역사의 기록에 또 하나의 적폐가 더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수입 농수산물 방사능 검출 여부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어쨌든 다행스럽게 후쿠시마산 생태, 고등어가 우리 밥상 위에 오를 것이라는 걱정은 당분간 접어둘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방사능 기준치 이하면 일본산 농수산물이 제한 없이 유통, 판매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명 표기 없는 일본산 수산물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원산지 허위 표기에 대한 우려 또한 여전히 남아 있다.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검출된다면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적극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국가에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더 앞서는 가치는 없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는 공직자들의 민낯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는 공직자들의 민낯

    천민자본주의 좇는 행태에 국민 분노 “허탈감과 괴리감” “미선 로저스” 비판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부도덕성이 질타를 받은 데 이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35억원대 주식 투자’ 파문이 일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 고위공직자의 민낯이 또 한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이 뒤로는 천민자본주의를 좇는 부도덕한 행태에 국민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근무시간에 수백 차례 주식 거래로 재산을 불린 데 대해 “재산관리는 전적으로 남편이 했다”는 대답으로 내부정보 이용·이해충돌 등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들이 거듭 질타하자 이 후보자는 결국 “20여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부끄러움 없이 살겠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들은 11일 인터넷 공간 등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아이디 oupa****는 “주식을 남편이 했다고 해도 이 후보자의 도덕성에는 이미 흠집이 나고 말았다”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월급쟁이 직장인에게 이 후보자는 허탈감과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아이디 tigr****는 “이 후보자는 판사가 아니라 ‘미선 로저스’, ‘미선 버핏’으로 불려야 할 주식투자가”라고 꼬집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천한 고위공직자 후보 중엔 천민자본주의의 본보기가 될 인사들이 많았다. 부동산 정책을 주관할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 분당과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하고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권을 소지한 사실상 3주택자였던 전력 때문에 끝내 자진사퇴했다.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유학 중인 아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사주고 월세 240만원짜리 집을 제공하는 등 ‘호화 유학’ 논란을 일으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지명 철회되는 수모를 겪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을 샀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후보자 같은 인물을 자격이 된다며 국회 인사청문회에 내보낸 것 자체가 청와대 인사검증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며 “개인의 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깨끗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코드 인사에 따라 편중된 인사풀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사설] 임정 100주년, 청와대와 국회는 주권재민 되새겨야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상하이에서 현 국회의 모태인 임시의정원을 조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오늘로 꼭 100년이 됐다. 당시 선포한 임시헌장 제1장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해방과 독립을 넘어 주권재민과 평등 같은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나라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라를 빼앗긴 황망하고 엄혹한 시절에 당면한 과제 해결에 머물지 않고, 민주주의 국가의 토대를 놓은 선구적인 뜻을 기리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지금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위정자들이 본분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면 마음이 무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임정 100주년과 관련해 “특권층끼리 결탁·담합·공생해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며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새로운 100년의 굳건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개입 논란, 인사보고서 채택 없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강행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대통령과 청와대 또한 특권과 반칙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착잡하다. 임시정부 수립 전날인 어제는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국회가 임시의정원이 표방했던 민주적 공화주의와 의회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쟁을 앞세워 민생을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태를 되풀이하고, 사소한 특권 하나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게 지금 국회의 참담한 민낯이다. 여야 5당 원내 대표부가 어제 상하이에서 열린 임시의정원 기념행사에 대거 참석했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제라도 민생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송혜교 근황, 믿을 수 없는 민낯 미모

    송혜교 근황, 믿을 수 없는 민낯 미모

    배우 송혜교가 근황을 공개했다. 송혜교는 10일 오전 SNS에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송혜교가 바닥에 앉아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송혜교는 화장기 없는 모습에도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편 2017년 배우 송중기와 결혼한 송혜교는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 이후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사설] 국가재난사태 산불에도 청와대 위기대응 책임자 발 묶은 자유한국당

    강원도 고성에서 그제 오후 7시에 발생한 산불이 초속 15m 이상 태풍급 바람을 타고 밤새 축구장 크기 539배에 달하는 385㏊ 지역을 초토화했고, 125동의 주택을 소실시켰다. 1명이 숨졌고 3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한밤중 대피 등으로 4000여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최종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다. 정부는 어제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어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일대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2005년 강원도 양양산불, 2007년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에 이어 세 번째 국가재난사태 선포다. 하지만 국가 위기대응의 총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화재 경보 최고 수준인 3단계 발령이 날 때까지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으로 꼼짝할 수 없었다.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오후 9시30분쯤 이들을 청와대로 돌려보낼 것을 제안했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 산불 심각하다”면서도 이석은 반대했다. 결국 홍 위원장이 직권으로 이석을 허용해 정 실장은 오후 10시 38분, 노 실장은 오후 11시 30분에서야 위기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 나 원내대표는 “홍 위원장이 말해주지 않아 산불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변명했으나, 어불성설로 산불 등 재난에 대한 자신들의 무관심과 무지를 드러냈을 뿐이다. 뉴스전문방송들은 그제 오후 9시쯤부터는 산불 피해 규모가 커지며 강풍이 어렵다는 내용의 뉴스를 내보내는 등 심각성을 보도됐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어제 오후 7시무렵부터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기도 했었다. 산불이 민가, 고등학교 기숙사, 콘도 등으로 번져가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상황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매달리는 참담한 민낯을 드러냈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검토하는 만큼 이재민 구호 및 피해 복구 지원, 보상 등에 만반의 대응을 해야 한다. 현재 고성 등에서 주불이 잡혔다고는 하지만, 바람을 고려해 잔불까지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재민 등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통신 장애 등도 빠르게 복구해 지역민들의 불안도 최소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매년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산불 피해에 대한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한반도는 4월에 봄가뭄으로 대기가 건조해지는 등으로 산불에 취약하다. 강원도 산림 70%를 차지하는 침엽수는 송진 등으로 화재에 취약한 만큼 온난화 등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화재에 강한 활엽수로 교체하는 등 수종 다양화를 통해 장기적이면서도 근본적 산불 예방 대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 [월드 Zoom in] 女인권운동가 전기고문·구타… ‘親여성’ 사우디의 민낯

    [월드 Zoom in] 女인권운동가 전기고문·구타… ‘親여성’ 사우디의 민낯

    교도소 수감자 60여명 건강 점검 보고서 온몸 화상 방치·영양실조·장애 등 심각 빈살만, 정치범 200여명 추가 체포 시도도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인권 운동가 수십명을 반(反)체제 세력으로 몰아 구금한 뒤 전기로 고문하고, 구타하고, 굶긴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겉으로 여성 친화적 정책을 펼쳤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사우디 교도소 수감자들의 신체에 각종 가혹행위를 당한 흔적이 있다는 정부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가디언은 “사우디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범들이 고문 등 극심한 물리적 학대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최초의 문서”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수감자가 피가 섞인 구토를 하거나 심각한 체중 감소를 겪은 사례, 온몸에 각종 상처와 타박상을 입거나 다리를 심하게 다쳐 걷지 못하는 상황, 영양실조로 거동하지 못하거나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는 데도 오랫동안 방치돼 의학적으로 완치 불가능한 지경이 된 상황 등 다양한 수감자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기록했다. 보고서에는 또 이번에 검진한 수감자 전원을 즉시 사면하거나 최소한 심각한 건강상 위험에 처한 수감자를 조기 석방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이 들어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지시로 지난 1월 작성됐다. 살만 국왕은 사우디가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해 국제사회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이자, 현재 수감 중인 정치범 60여명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 인권 운동가다. 살만 국왕은 또 200여명의 반체제 인사를 추가로 체포하려 한 빈살만 왕세자의 결정에 제동을 걸고 체포를 재검토할 것을 명했다. 가디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빈살만 왕세자의 측근들이 살만 국왕이 지시한 수감자 건강 검진, 정치범 추가 체포 재검토를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왕명은 그대로 집행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을 봤을 때 카슈끄지 사태로 지구촌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왕이 나서 왕세자의 ‘폭주’를 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기덕 감독, 미투 여배우·MBC에 10억 손해배상 청구

    김기덕 감독, 미투 여배우·MBC에 10억 손해배상 청구

    영화감독 김기덕(59)씨가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9일 법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이달 8일 여배우 A씨와 MBC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김씨는 A씨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영화 촬영 중 김씨가 성관계를 강요하고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며 2017년 8월 폭행 및 강요, 강제추행치상 혐의 등으로 그를 고소했다.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김씨의 성폭력 관련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뺨을 때린 혐의(폭행)에 대해서 벌금 500만원에 그를 약식기소했다. 이후 김씨는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고, A씨의 진술을 근거로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보도를 한 M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씨와 MBC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 2월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도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씨 측은 한국여성민우회가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김 감독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막작 선정취소를 요청한 것 등이 불법 행위이며, 이로 인해 해당 영화 해외판매와 개봉이 어려워져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 [서울광장] 민족주의는 어떻게 여러 목소리를 얻는가/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민족주의는 어떻게 여러 목소리를 얻는가/이두걸 논설위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한국국제정치학회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소논문 ‘한국 민족주의의 다성적(多聲的) 성격에 관하여’가 파장을 낳고 있다. 역사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민족주의에 대한 과도한 편향성을 경계하고 남북한 평화공존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등을 담은 후반부도 논쟁거리지만 논문의 첫 머리에서 “현 정부의 친일 잔재 청산 움직임은 관제 민족주의(official nationalism)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밝힌 게 보수 진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오죽했으면 진보 정치학계의 큰 어른인 최 교수가 비판했겠냐”며 최 교수의 지적에 반색할 정도다. 최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친일 잔재 청산’은 친일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할 일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대목이다. 최 교수의 논지는 △잘못된 과거와 개혁된 미래를 구분하는 기준은 자의적이며 △적폐 청산을 주도할 정부가 역사 해석의 주역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관제 캠페인은 보수층을 몰역사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문화투쟁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라는 ‘좌우합작’을 통해 집권한 현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의 좌우 이념 갈등이 더 격렬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한때의 승자가 정치 지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려 한다면 조정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한다. 최 교수의 지적은 경청할 지점이 적지 않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언급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모호하다. ‘친일과 잔재의 정의는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청산의 대상인가’라는 지극히 논쟁적인 의문들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박근혜 정권 당시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와 유사한 ‘관변 역사’의 행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내가 아닌 타자를 배제한다’는 배타성이 똬리를 틀고 있는 민족주의를 통한 역사 청산은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역사 해석을 잣대로 대대적인 청산 작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역사 청산의 부정은 자칫 누구나 동의하는 그릇된 과거의 유산을 끊는 작업에 장애물이 될 여지가 농후하다. 시민사회 주도의 역사 해석과 이를 통한 최소화된 청산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준이 모호하다고 해서 적극적 부역 행위에까지 면벌부를 지급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민족해방 투쟁을 지상 과제로 여기는 ‘원리주의적 민족주의’ 못지않게 일제의 폭력을 탈역사화하려는 시도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최 교수는 친일 잔재 청산이 보수에 대한 낙인과 배제의 결과를 낳고, 이는 그의 평소 지론인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고 본다. 양손잡이 민주주의는 새가 양 날개로 날 듯 오른손(보수)과 왼손(진보)이 국회 안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과 타협을 이룰 때 대의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의 이론에서의 보수와 우리 정치 지형에서의 보수는 마치 서구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간극보다 더 크다는 게 우리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다”고 주장했다가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라고 말장난을 하고, 이에 대해 지적하자 “국어 실력들이 왜 이렇게 없는지 모르겠다”고 되묻는 이를 원내대표로 앉힌 한국당을 전통과 명분을 중시하는 보수주의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한 의원 징계는 미루면서 ‘역사 해석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오가는 정당마저 대의민주주의의 주역으로 대접해야 할지 의문이다. 최 교수가 ‘과잉 민족주의’로 비판한 ‘태극기 부대’가 오히려 최 교수의 주장을 유튜브 등에서 높게 평가하는 게 우리의 민낯이다. 그의 이론은 선명하나 공허하다고 느껴지는 까닭이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인류 역사는 특권계층에 맞서 제 목소리를 찾기 위한 시민계급과 노동자, 여성 등의 투쟁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목소리를 갖는다는 건 빼앗겼던 자신의 권리를 회복한다는 뜻이다. 독백과 침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몸부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성성은 독립된 주체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최 교수가 말한 한국 민족주의의 다성성은, 보수 기득권 위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보수에 대한 쓸데없는 참견/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열린세상] 보수에 대한 쓸데없는 참견/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일찍이 보수주의 사상의 원조인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주의 정치의 신조로 역사와 전통의 교훈과 교양을 갖춘 엘리트에 의한 정부를 꼽았었다. 지켜야 하는 것은 역사와 전통이며 이를 위해 성숙한 판단과 양심에 따른 지혜를 갖춘 엘리트들이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은 해방 직후 반민특위의 활동을 부정하거나 5·18민주화운동을 괴물 집단에 의한 폭동으로 정의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막말성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지킬 것이 일본 제국주의 지배의 유산이고, 시민들을 짓밟은 군홧발이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역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1948년 단독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정하자는 과거 주장까지 더하면 우리 보수가 지닌 역사 의식의 민낯에 부끄럽기까지 하다. 이에 멈추지 않는다. 대통령을 “저딴 게”, “민족반역자”로 지칭하거나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인용하기까지 한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언술이라고 치부하기엔 품위 제로를 꼬집을 수밖에 없다. 역사와 전통에 걸맞은 교양을 최우선의 자질로 삼아 왔던 서구 보수주의의 신조를 들먹이기조차 아깝다. 위헌이란 말도 남용하고 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위헌이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불문의 헌법정신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 정부 정책이나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도가 어떻게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적 무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총 16회에 달하는 국회 보이콧, 유치원법과 공수처 설치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개혁 법안들에 대한 반대, 심지어 선거제도에 관한 5당 합의문의 서명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시전한 뒤집기 한판. 이 모든 것들은 한국당의 정치 공식이 모든 변화에 대한 묻지마식 거부에 있음을 눈치채게 한다. 양극화된 국회에서 113석의 제1야당으로 보수적 변화를 모색할 수는 없지만 128석뿐인 여당도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 게다가 최소 180석의 동의가 필요한 국회선진화법이 있으니 여야 4당의 합의와 패스트트랙 등 의회 내 다수를 형성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야합이라 공격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무위(無爲) 전략은 한편으로 과거 정부에서 생산된 보수적 현상이 유지돼 좋고 다른 한편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을 무능 프레임에 가둬 둘 수 있어 더 좋다. 꿩 먹고 알 먹기다. 반사이익으로 지지율까지 오른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불임으로 치달아 간다. 2018 지방선거 참패 후 정치도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한국당이 자평했을 때, 많은 시민들은 성숙하고 교양과 지혜를 갖춘 견제 세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자성과 재기 다짐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이 말하는 균형은 역사 의식의 부재와 정치적 무책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친김에 쓸데없는 참견 하나 하고자 한다. 서구의 보수주의가 근대 국민국가 시대에 계몽주의와 자유주의 혁명에 대한 반대에서 출발해 자유주의 수용으로, 또 자유방임적 사고에서 벗어나 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는 등 시대정신에 맞게 진화해 왔듯이 한국의 보수도 변화를 모색했으면 한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단정 수립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자유민주주의를 반공과 동일시하며 출발해 이후 ‘반공=자유주의=민주주의’로 퇴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세력은 권력, 돈, 강제력에 취해 도덕적으로 추락했고, 민주주의 사상과 이론의 발전은 진보 세력의 몫이 됐다. 그런데 한국 보수의 오늘은 오히려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극우행동주의에 더욱 기대는 모양새다. 경제 부문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박정희 시대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론에서 김영삼 시대 신자유주의 수용으로 진화했지만, 국제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경제 양극화와 복지 사각지대 증대에 대해 실효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데도 여전히 시장의 자유와 낙수효과만 되뇌고 있다. 역사 의식과 품위를 갖춘 보수, 정치적 책임감을 지닌 보수, 민족적 관점에서 과감하게 38선을 넘었던 민족주의자 김구와 김규식의 뒤를 잇는 보수, 사회안전망 구축과 복지 정책을 먼저 과감하게 시도하는 보수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일까.
  • 일상을 파고드는, 파괴하는 마약…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일상을 파고드는, 파괴하는 마약…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버닝썬이라는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흘러나온 작은 파열음이, 온 나라를 벌집 쑤신 듯 헤집은 요 며칠이었다. 몇몇 연예인들의 추악한 민낯도 드러났다. 세간의 인식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한 갈래는 더 윗선에 무언가 더 큰 것이 있는데도 대중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로 덮으려 한다는 사람들이고, 다른 갈래는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온통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버닝썬 사태로 마약에 대한 관심은 늘어났는데, 한편에서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그간의 공표가 허언임이 증명됐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돈 조금 벌자고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을 사고파는 시대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마약의 역사를 더듬어, 그것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마약은 한국 사회의 여러 금기 가운데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책은 마약이 무엇이며, 왜 금지되고 어떻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지를 밝히면서도, 마약을 ‘좋다’ 혹은 ‘나쁘다’의 개념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마약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고, 일정 부분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속식물학자 테런스 매케나는 고대 인류가 버섯에서 채취한 ‘실로시빈’이라는 환각물질을 ‘빨고서’ 급속도로 진화했다는, 일명 ‘마약 원숭이’(stuned ape)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는 실제로 마약성 식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인류 조상들이 마약과 불가분의 관계였다는 것은 명확한 셈이다. 이를 ‘마약’이라는 이름으로 금기한 것은 서구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이며,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된 것은 남용과 중독에 따른 사고가 넘쳐나기 시작한 19세기 들어서다. 저자는 마약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정책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권한다. 마약 사용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일은 그들을 음지로 숨게 만들며, 결국에는 범죄 조직의 배만 불린다. 세간의 인식을 뛰어넘는 정책을 편 나라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마약중독에 의한 사망보다 주사기를 돌려쓰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인지하고 주사기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고, 마약의 불량 여부를 출장 감별해 주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마약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미국과 영국보다 마약으로 인한 손실이 줄어들었다. 유럽 몇 나라들이 네덜란드의 정책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효율을 위해 도덕성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네덜란드의 마약 정책은 효율이 아니라 인권을 중시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일이라고 정리한다.저자는 마약이 ‘법적 개념’임을 강조한다. 같은 물질이라도 어느 나라에서는 마약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마약이 아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합성마약, 즉 히로뽕(필로폰), LSD, 엑스터시 등이 일반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명됐다는 점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약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오해는 하지 말자. 저자뿐 아니라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약은 안전하다’ 혹은 ‘마약은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 주장의 핵심이다. 버닝썬 사태에서 보듯, 마약은 이제 급속도로 삶의 현장과 가까워졌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책 제목과는 달리 마약을 알아야만 현명한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바람처럼 자유롭게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바람처럼 자유롭게

    전설의 유배지 탈출기, 영화 ‘빠삐용’(Papillon)이 다시 만들어져 개봉됐다.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먼이 열연하던 영화 장면들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나는 새로 만들어진 영화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1973년에 제작된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 유명한 탈출 장면과 ‘바람처럼 자유롭게’(Free as the wind)라는 주제곡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빠삐용´은 앙리 샤르에르라는 실제 인물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샤르에르는 1930년 살인 사건에 연루돼 누명을 쓰고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의 섬’(Devil’s Island)에 유배된다. 13년간 그는 아홉 번에 걸친 치열한 시도 끝에 마침내 그 섬을 탈출한다. ‘악명 높은 세계 10대 유배지’ 가운데 하나인 ‘악마의 섬’은 1854년 나폴레옹 3세가 유배지로 지정한 이래 1940년대까지 8만여명의 죄수가 수감됐고, 사망률이 워낙 높아 사형수들의 목을 자르는 ‘건조한 기요틴’이라 불릴 정도였다. 유배지 탈출의 예는 비단 ‘빠삐용’만이 아니다. 패배한 나폴레옹은 1814년 지중해의 작은 섬 엘바로 유배된다. 그러나 ‘제비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던 약속처럼 10개월 후 그는 탈출해 파리로 돌아온다. 유배지에서도 황제의 복장을 벗지 않고 노심초사하던 그는 승전국들이 영토 배분 문제로 탁상공론을 벌이는 틈을 타서 탈출했던 것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최고 권력자였던 스탈린은 여덟 번 체포돼 일곱 번 시베리아로 유배됐지만 여섯 번이나 탈출을 했던 기이한 경력자다. 미하일 바쿠닌은 시베리아 유배지를 탈출해 육로로 북태평양 연안까지 가서 이곳에서 일본으로 간 뒤 일본에서 미국으로 갔다가 미국에서 서유럽으로 건너가 제네바에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배지 탈출 시도는 무궁무진하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물러나게 된다. 인목대비를 폐위시키고 영창대군을 살해한 폐모살제(廢母殺弟)의 부도덕과 명나라를 배반하고 후금과 우호관계를 맺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이로써 광해군과 폐비 유씨, 폐세자 이지와 폐빈 박씨는 강화도로 유배된다. 이때 폐세자 이지는 땅굴을 파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런데 땅굴을 파서 밖으로 나가기는 했지만 곧 발각돼 인조의 명에 따라 자진을 하게 된다. 한편 동정을 살피던 폐빈 박씨도 남편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역시 자진을 한다. 아들 부부를 잃은 충격으로 폐비 유씨 또한 세상을 하직하자 광해군은 제주도로 옮겨지고 4년 후 죽는다. 왜 그들은 탈출하려 했을까? 그러나 탈출은 쉽지 않다. 체포가 항시 뒤따르기 때문이다. 소련의 비밀경찰들은 ‘체포학’이라는 이론을 정립할 만큼 치밀했다. 소련의 민낯을 파헤친 솔제니친의 소설 ‘수용소 군도(群島)’의 제1장은 바로 체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체포! 이것은 당신 전 생애의 파멸을 뜻한다”고 했다. 그렇다. 파멸하고 싶지 않기에 우리는 탈출을 감행한다. 우리는 현재 신자유주의라는 투기적 욕망과 이기적 경쟁 체제 안에 갇혀 살고 있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 과연 탈출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애초 탈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유배된 채 이것이 삶이라며 자위하고 때로 강변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삶이 과연 정상인가? 정상처럼 보이는 이상한 정상은 아닌가? 그 끝은 혹시 파멸이 아닌가? 그렇다면 탈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악마의 섬을 탈출했던 빠삐용처럼 투기적 욕망과 이기적 경쟁이라는 악마의 체제를 탈출할 수는 없는가? 나는 유배인인가 탈주자인가? 대체 나는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첨단 기술이 선사한 소확행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첨단 기술이 선사한 소확행

    운전은 사람들의 민낯을 드러낸다. 양보를 하느니 목을 내놓겠다는 이와 양보를 받지 못하면 사고도 불사하겠다는 이들이 늘 아슬아슬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이는 모든 이에게 운전을 스트레스 가득한 경험으로 만든다. 왜 사람들은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자신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이 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곧 권력이 사람을 바꾼다는 뜻이다. 실제로 권력은 공감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직접 상대와 대면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마치 온라인에서 익명성 뒤에 숨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두꺼운 틴팅은 운전자로 하여금 당장 조금의 손해도 볼 수 없다며 액셀을 밟게 만든다. 그러나 운전이 주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이런 찰나의 무법에 대해 응징이 불가능하다는, 곧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치기는 물론 위협 운전이나 신호 위반을 일삼는 무법자를 어디선가 지켜보던 경찰차가 등장해 사이렌을 울리며 쫓아가는 장면은 모든 운전자의 꿈이지만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행운일 뿐이다. 이 모든 경험은 운전을 현대인이 가지는 좌절의 일부로 만든다. 좌절은 현실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펼쳐질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다. 50여년 전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연구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좌절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순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죽음의 선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이를 부정하고, 다음은 분노하며, 결과를 미루기 위해 타협을 시도하다가 우울에 빠지고, 결국 이를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과 같이 큰 사건만이 아니라 시험에 떨어지거나 연인에게 차였을 때도 우리는 비슷한 단계를 밟는다.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 단계인 분노에서 분노의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다음 과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암과 같은 죽음의 선고가 특히 좌절스러운 이유는 바로 분노를 드러낼 대상, 곧 복수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카프카 또한 일찌기 현대인이 가진 좌절의 한 가지 원인으로 관료제를 말했다. 관료제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분노를 복수로 승화할 목표를 찾을 수 없고 이는 개인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때문에 조직을 상대하는 개인은 그렇게 그 조직의 수장을 비난하는 데 매달리게 된다. 반면 분노의 대상이 존재할 때 우리는 복수라는 긍정적 활용이 가능한 힘을 얻게 된다. 실패를 삶의 동력으로 바꾼 것이 성공의 비밀이라는 것은 흔히 하는 말이다.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라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수많은 예술 작품에서 복수는 인간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동력으로 그려지며, 당장 좌절을 겪는 이는 복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 건강의 치유까지 누릴 수 있다. 어쨌거나, 나는 최근 운전이 주는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 하나를 찾았다. 최근 구입한 블랙박스는 영상을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준다. 스마트 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영상을 업로드하고 위반 내용을 신고하는 데 몇 분이면 족하다. 하루나 이틀 뒤에는 담당 경찰서가 올린 처리 완료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속으로만 삭혀야 했던 위협 운전이나 불법 신호 위반을 이제 오히려 흐뭇하게 바라본다. 첨단 기술이 시민에게 쥐어준 공권력이자 소확행이 아닐 수 없다.
  •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지난 15일 오후 평화롭던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피로 얼룩졌다. 호주 국적의 백인 우월주의자를 자처한 브렌턴 태런트(28)가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무방비 상태의 무슬림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17일 현재 50명이 숨지고 34명이 크게 다쳤다. 총격범 태런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자신의 계획이 담긴 74쪽의 ‘선언문’을 올렸다. 범행 9분 전에는 뉴질랜드 총리와 정치인, 언론기관에 선언문을 보냈다. 태런트는 특히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범행장면을 실시간으로 17분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이민자들로부터 백인의 땅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은 2011년 77명의 생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테러범 베링 브레이비크의 범행 수법을 모방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극단주의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민자와 다른 종교시설에 대한 테러가 늘고 있다. 극우가 급부상한 배경과 특징, 커지는 소셜미디어 책임론, 그리고 대책은 없는지 알아본다.①이민자 혐오가 부른 극우 극단주의 확산 유럽 한 해 이슬람사원 공격만 21건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이민자들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이유로 꼽는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에게 그렇잖아도 부족한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한다. 종교와 문화, 언어가 다른 이민자들 때문에 백인이 주류를 이루던 사회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선언문에서 백인들의 낮은 출산율과 밀려드는 이민 행렬,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유럽에서 백인이 소수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민을 막고 비백인을 국외로 추방하며 백인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내쫓아 유럽(미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백인 중 이 주장에 솔깃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우파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퍼트리고, 전 세계 극단주의 단체 간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도 극단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극우단체에 의한 공격은 최근 10년 새 크게 늘었다. 미 메릴랜드대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내 극우 세력에 의한 공격은 1년에 평균 5건 이하였다. 하지만, 2012년 14건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숨졌다. 극우가 기승을 부리는 유럽에서는 이슬람사원에 대한 공격이 2015년 한 해에만 21건이나 됐다.②테러 청정국 뉴질랜드 경악시킨 총기 난사 범인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주장 테러범 태런트는 공격 대상으로 조국인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를 골랐다. 그는 선언문에서 세계(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조차 대규모 이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선택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난민과 이민에 우호적인 나라다. 지난해 30년간 유지해온 연간 난민 쿼터를 750명에서 1000명으로 늘렸고, 2020년부터는 15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시리아 난민 등이 정착해 인구 약 38만 8000명 중 무슬림 인구가 4만명에 이른다. 뉴질랜드에서는 총기 소유가 합법이다. 만 18세 이상이 총기를 소지하려면 범죄 및 정신병력 이력을 조회해 이상이 없으면 안전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된다. 전체 인구가 460만명인데 등록된 총기류가 120만정이나 된다. 태런트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총기 5정을 사 이번 범행에 사용했다. ③ 극우 극단주의도 IS처럼 SNS 적극 활용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공격 서로 독려 언론인이자 작가인 칼레드 디아브는 지난 16일자 워싱턴포스트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서로 정반대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닮은 데가 많다”면서 “편집증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고, 온건주의자들에 대한 경멸 등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고 공격을 조율해왔다. 이에 반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은 그동안 분열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변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의 조너선 스티븐슨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이 지하드가 인터넷을 활용했던 것처럼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격을 독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경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빠르게 조직화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도 극우성향의 단체들과 개인들이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주장이나 성명을 발표하고 대원을 충원하며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④페북·유튜브 잠식하는 증오 콘텐츠 IS 걸러내듯 SNS 극단 콘텐츠 삭제를 백인 우월주의를 비롯해 극우단체들은 더는 자신의 나라에 머물며 ´외로운 늑대´로 남아 있지 않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극우주의 정보와 범행수법을 공유하고 모방한다. 태런트처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보 교류를 통해 전략을 수정하고, 정보당국의 추적을 따돌리는 기법을 공유한다. 글로벌화하는 극우세력에 대응하려면 각국 안보 당국의 전략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자신의 범행을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트위터와 이미지 보드 사이트에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했다. 테러 직후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은 총격사건을 찍은 동영상을 일제히 삭제했지만, 복사본이 수없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은 사건 직후 24시간 동안 150만 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복사본까지 모두 삭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페이스북은 총격테러를 지지하는 게시글도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증오 콘텐츠를 걸러내려고 인공지능(AI)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 총격 영상을 사전 차단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니얼 바이만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의 게시물을 찾아내 차단하는 것처럼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증오·혐오 조장 콘텐츠에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증오 관련 콘텐츠에 대해 삭제를 명령하고 어기면 회사에 과징금을 물리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테러 지지 관련 콘텐츠를 자체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⑤극우 극단주의 국내 문제로 한정 말아야 극단주의자 동향 파악 국제공조 필요 크라이스트처치의 테러범 태런트는 외국인 신분으로 총기를 다수 구입하고 극단적인 내용의 글을 수차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는 데도 호주와 뉴질랜드 보안 당국의 감시명단에 올라 있지 않았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등 국제적인 테러조직과는 달리 극우 또는 국수주의단체들의 활동은 국내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정보 공유도, 국제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극우단체들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보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도 안보 관계자들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포함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 공유는 법적 문제가 있어 어렵더라도 곳곳에서 활동하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특징과 동향 관련 국제 공조는 필요해 보인다. 대기자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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