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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를 보다] 우주를 노려보는 ‘검은 눈’…목성의 소용돌이

    [우주를 보다] 우주를 노려보는 ‘검은 눈’…목성의 소용돌이

    마치 신이 물감으로 휘갈겨 그린 듯한 한 폭의 유화같은 목성의 환상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탐사선 주노(Juno)가 목성에 근접해 촬영한 '지옥같은' 표면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지난달 29일 주노가 20번째 근접비행(Fly by·플라이바이) 중 촬영한 것으로 그 거리(목성 상층부 구름과 탐사선과의 거리)는 1만 4800㎞다. 붓으로 휘갈려 그린듯 둥그렇게 보이는 곳은 목성의 제트 기류 지역으로, 이 속은 거대한 폭풍이 부는 그야말로 현실의 지옥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번 사진에는 커다란 검은 점의 모습도 담겨있다. 마치 우주를 노려보는듯 검은 눈동자처럼 보이는 이곳의 정체는 목성 특유의 소용돌이다. 거대한 가스행성의 민낯이 생생히 담겨있는 이 사진은 주노가 보내온 1차 데이터를 시민과학자들이 색보정해 만들었다.    지난 2011년 8월 발사된 주노는 28억㎞를 날아가 2016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목성 궤도에 진입했다. 주노의 주 임무는 목성 대기 약 5000㎞ 상공에서 지옥같은 목성의 대기를 뚫고 내부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면서 자기장, 중력장 등을 관측하는 것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하늬, 화장기 없는 민낯 이럴수가 ‘미스코리아는 달라’

    이하늬, 화장기 없는 민낯 이럴수가 ‘미스코리아는 달라’

    배우 이하늬가 휴식 중 근황을 공개했다. 5일 이하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짧지만 달콤한 #휴식”이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 이하늬는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자연스럽게 머리를 묶고 셀카를 찍었다. 민낯에도 불구하고 잡티 하나 없는 꿀 피부를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하늬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 출연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열린세상] ‘첨단바이오’라는 위태로운 희망/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열린세상] ‘첨단바이오’라는 위태로운 희망/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결국 허가 취소됐다. 제조판매한 코오롱생명과학은 형사 고발됐다. 허가받은 지 2년 만에 한국 바이오산업의 환한 불씨 같던 인보사는 이렇게 꺼져버렸다. 관절염을 치료하는 유전자변형 세포치료제가 화려한 약속과 달리 실험실에서 중간재료로 쓰던 엉뚱한 세포였다는 사실은 솔직히 무슨 소설같이 들렸는데, 제조사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는 영화에서 볼 법한 사기극을 보는 심정이다. 종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세포를 치료제로 믿고 값비싼 돈을 주고 투약받은 천여 명의 환자들이 얼마나 놀라고 어이없어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인보사의 추락은 한국 바이오의약의 부끄러운 민낯이고 한국 보건행정의 민망한 현주소이다. 2004년 치료제 세포를 확립한 지 15년이 지나도록 제조사가 치료제 성분이 바뀐 줄도 몰랐다는 해명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 또 의약품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다니 민망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번 사건은 인보사 퇴출로 서둘러 마무리되기보다는 앞으로 철저히 규명돼야 하겠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부도덕함과 식약처의 무능함으로만 정리돼서도 안 될 듯하다. 이번 인보사의 추락은 ‘첨단바이오’라는 이름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인보사와 같은 유전자치료제는 줄기세포치료제나 면역세포치료제 등과 함께 국내에서 흔히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불린다. ‘첨단’과 ‘바이오’가 연이어 붙은 이 용어는 이 기술에 대한 문화적 상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자극한다. 화학적으로 제조된 기존 의약품과 달리 뭔가 새롭고 더 우수할 것이라는 기대. 환자들에게는 효능 좋고 부작용 없는 치료법을, 제약회사에는 새로운 수익원을, 투자자들에게는 바이오산업 투자의 기회를, 국가 경제에는 새로운 산업의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그런 희망. ‘첨단바이오’라는 용어는 이런 기대, 희망과 미래에 대한 어떤 약속을 담고 있다. 정부에서 인보사 허가를 심의하던 2017년 당시 연골재생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가 없었는데도 최종적으로 시판 허가를 받았을 때부터 이런 약속과 희망이 엄밀한 평가를 대신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퍼져 있었다. 정부가 기업, 투자자, 일부 환자들에게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육성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어 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여겨졌다. 그 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유전자치료제 규제 조항은 바이오산업과 숱한 경제신문 기사들의 공격 대상이 됐고 개정 논의로 이어졌다. 인보사가 ‘첨단바이오’의 약속이 실현된 예로 언급되면서 안전을 위한 규제 조항의 완화를 넘어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인보사의 개발에는 거액의 정부연구비까지 지원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10년 동안 인보사 개발에 82억1000만원을 지원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동참했다. 국민은 세금으로 이 연구를 지원하고 그 결과로 개발된 치료제에 다시 1회 주사당 700여만원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했다. 현대 생명과학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생명과학기술이 점차 ‘투기적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첨단바이오’가 불러오는 문화적 상상에 기대어서 기술실현이 미래에 이뤄질 것처럼 약속하고 그 약속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기술의 미래 실현을 약속하면서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실현되지 않을 때는 또 다른 약속을 하면서 주가를 유지한다. 바이오기업들 중 영업이익은 형편없는 반면 주가는 고공 행진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정부는 이런 생명과학기술 기업들이 내놓는 미래의 약속을 구매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최근 정부는 소비자직접 유전자검사(DTC)의 규제를 완화하고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을 발표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첨단바이오’의 미래를 충분한 검토 없이 또 믿으려는 모양이다. 정부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효능이 없거나 유해한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검사하는 데 큰돈을 내는 국민은 무슨 잘못일까. 세금으로 겨우 일으켜 세운 ‘첨단바이오의 위태로운 희망’에 국민이 자신의 몸과 재산까지 걸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 나경원, 당 산불대책회의서 ‘문 정권의 민낯’ 격앙…회의 중엔 눈물도

    나경원, 당 산불대책회의서 ‘문 정권의 민낯’ 격앙…회의 중엔 눈물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한국당 주최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대책회의에 유관기관 공무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산불피해 당사자들을 거론하면서는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국회에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한국전력 등 관련 부처 차관 및 유관 기관 관계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에 앞서 각 부처 및 기관은 한국당 측에 ‘불참’을 통보했고, 결국 한국당 홀로 회의를 개최했다. 나 원내대표는 “강원 산불피해와 관련해 장관들은 바쁠 것 같아서 차관들의 참석을 요청했고, 일부 차관들은 오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모두 불출석하라’고 한 것”이라면서 “정권의 이익을 계산해 공무원들을 출석시키지 않는 것이 이 정권의 민낯이다. 이렇게 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하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이어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면서 유감 표명은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국회 정상화를 운운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결국 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닌 궤멸집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정쟁을 사실상 총지휘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도 했다. 약 40분간의 한국당 홀로 회의 이후에도 나 원내대표는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려고 야당에 공무원들을 안 보내는 것인가”라면서 “산불 피해 지역에 두 번 갔다 온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산불대책 일환인 후속작업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의 일정을 지난 주에 잡았는데 을지훈련 등을 감안해 장차관이 못 올 경우 실무를 맡고 있는 실국장들이 오는데 한 명도 참석을 안했다”면서 “심지어 한전은 이날 회의 직전까지 못 온다는 연락조차 안 했다”고 전했다. 통상 부처 및 유관기관이 제1야당과의 주요 정책회의 일정 조율에서 연락 없이 참석을 하지 않는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정쟁에 앞장서는 것인가. 그게 청와대, 여당이 할 일인가”라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 여배우의 죽음과 권력 뒤에 숨은 가해자…‘노리개: 그녀의 눈물’ 예고편

    한 여배우의 죽음과 권력 뒤에 숨은 가해자…‘노리개: 그녀의 눈물’ 예고편

    영화 ‘노리개: 그녀의 눈물’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노리개: 그녀의 눈물’은 세상을 분노케 한 여배우의 죽음과 권력 뒤에 숨어 있는 가해자, 그들의 추악한 민낯을 밝히려는 과정을 담은 현재진행형 법정 드라마다. 공개된 예고편은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 인물들과 함께 그들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모습을 담았다. 2009년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든 여배우의 자살 사건이 알려진 시점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도된 뉴스 장면들은 이 사건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임을 선언한다. 특히 사건을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의 설전 중, “이 재판의 결론은 이미 나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라는 대사는 이후 벌어질 전개를 궁금케 한다. 여기에 사건 열쇠를 쥔 핵심 증언자 중 한 명인 매니저 ‘박지훈’(변요한)이 “그 악마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데 말입니다”라는 분노 섞인 대사는 부조리한 권력 세계를 생각게 한다. 법정 드라마 ‘노리개: 그녀의 눈물’은 오는 6월 5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사설] 공식확인한 반도체 유해성, 산재공화국 벗어날 계기 되길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22살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떴다. 이후 황씨와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반도체 공장 작업 환경의 유해성 논란이 벌어졌다.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정부측 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산업안전공단은 반도체 제조업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들보다 2배 안팎 높다는 내용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 문제가 있던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에는 최근 10년간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전현직 노동자 20만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발생 위험은 일반 국민의 1.19배, 전체 노동자의 1.55배로 나타났다. 백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전체 노동자의 2.30배에 달했다. 특히 유해물질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됐던 2010년 이전에 입사해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20대 초반 여성 노동자들의 혈액암 발생과 사망 비율이 높았다. 위암, 유방암 등에도 더 쉽게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작업 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다. 그러나 ‘삼성 백혈병 사태’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공존한다. 황씨 등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들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피해보상 요구에 나섰지만 회사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또다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산재 노동자 안전을 위해 500억원을 기탁하기로 결정했지만 황씨가 사망한 지 11년 만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산재로 세상을 뜬 노동자만 2142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부동의 1위가 선진국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기업들은 이윤만 좇는 대신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산재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이젠 벗을 때가 됐다.
  • EU 권력 교체 앞두고 ‘부패 스캔들’…유럽 극우 발목 잡히나

    ‘부패 동영상’ 오스트리아 부총리 사퇴 극우 도덕성 문제 비화 땐 선거에 ‘악재’ 극우 정당들 “유럽 개혁” 외치며 결집 메르켈 “극우·포퓰리즘에 맞서야” 호소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극우·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 대표들이 오는 23일 시작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반(反)난민, 반(反)EU의 기치로 유럽을 재편하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극우 정당이 연립정부의 한 축을 이루던 오스트리아에서 역설적으로 극우 정당의 ‘민낯’이 까발려져 연정이 붕괴하게 되자 각국은 이번 사태가 극우 정당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극우 정당 등은 유럽의 핵심 가치를 파괴한다”며 단합해 맞서자고 호소했다. 이탈리아의 ‘동맹’,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AfD) 등 유럽의 11개 극우·포퓰리즘 정당 관계자들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 모여 세를 과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 선거 유세를 하고 유럽의회 선거 이후 EU 회원국들에 자치권을 돌려주고 이민자와 무슬림의 확산을 막는 새로운 유럽을 건설하자고 다짐했다. 집회를 주도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극우정당 동맹 대표는 “이번 선거는 중도좌파, 중도우파라는 주류 세력이 수십년 동안 브뤼셀에서 향유해 온 권력을 줄이고 유럽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 대표는 “5년 전 우리는 고립된 처지였지만, 이제 동지들과 함께 마침내 유럽을 변화시킬 위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를 구성하는 의원 751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2015년부터 본격화한 유럽 난민 위기,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첫 유럽의회 선거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난민 사태와 브렉시트를 향한 유럽 유권자들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살비니 부총리의 가장 강력한 동지로 꼽힌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 겸 자유당 당수가 불참하면서 빛이 바랬다.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대표를 맡고 있는 슈트라헤 부총리는 이날 사퇴했다. 그가 부총리가 되기 몇 달 전 찍힌 동영상 때문이었다.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누군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 속에서 슈트라헤 부총리는 정확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 여성에게 정치적·재정적인 후원을 받는 대가로 오스트리아 정부 사업권을 부풀려진 가격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제1당인 우파 국민당의 제브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이날 밤 자유당과의 1년 반에 걸친 연정을 파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물론 유럽 극우 세력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퍼지면, 오는 23일 선거에서 약진을 노린 유럽 극우·포퓰리즘 정당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세등등해진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극우·포퓰리즘 정당은 부패 척결과 소수자 보호와 같은 유럽의 핵심 가치를 파괴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극우·포퓰리즘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뉴욕 사교계 사로잡은 ‘가짜 상속녀’의 최후…징역 최대 12년

    뉴욕 사교계 사로잡은 ‘가짜 상속녀’의 최후…징역 최대 12년

    일명 '가짜 상속녀' 사건으로 미국 뉴욕의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여성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맨해튼 법원이 사기·절도 혐의로 기소된 애나 소로킨(28)에게 최소 징역 4년과 19만 8000달러(약 2억3300만원)의 배상금, 2만 4000달러(약 28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3년 ‘애나 델비’라는 가명으로 뉴욕 사교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소로킨은 패션과 예술계 인사들을 사로잡으며 대표적인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 있는 개인)가 됐다.독특한 동유럽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며 독일계의 백만장자 상속녀라고 주장한 그녀는 자신의 주장처럼 돈을 펑펑 써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것은 물론 맨해튼의 특급호텔을 머물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렇게 뉴욕계의 대표적인 샛별이 된 그녀의 민낯은 지난 2017년 10월 사기 행각이 발각되면서 만천 하에 드러났다. 백만장자 상속녀가 아닌 것은 물론 패션스쿨 중퇴자 출신에 패션잡지에서 인턴을 한 것이 경력의 전부였던 것.보도에 따르면 소로킨은 러시아 출생으로 2007년 독일로 이주해 살았다. 백만장자라는 그녀의 아버지는 사실 트럭 운전사 출신으로 현재 냉난방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4년 여의 뉴욕생활 중 그녀가 흥청망청 쓴 돈은 사기를 통해 얻어진 것이다. 서류를 위조해 금융권에서 20만 달러 이상을 대출받고 지인들에게 이체가 바로 안된다고 핑계를 대며 돈을 빌리고 다닌 것이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소로킨은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법의 심판을 벗어날 수 없었다. 다이앤 키젤 판사는 "피고는 뉴욕의 화려함에 눈이 멀었다"면서 징역 4년~12년을 선고했으며 이를 듣던 소로킨은 손을 얼굴에 대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흐느꼈다. 보도에 따르면 소로킨의 형량은 수감 기간 중 그녀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며 독일로 추방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내일부터 나는·흩어진 밤·파테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영예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대상은 이반 마르코비·우린펑 감독의 ‘내일부터 나는’(국제경쟁), 김솔·이지형 감독의 ‘흩어진 밤’(한국경쟁), 이상환 감독의 ‘파테르’(한국단편경쟁)에 돌아갔다. ‘내일부터 나는’은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는 남자가 그의 룸메이트와 이별하는 과정을 세밀한 프레이밍과 인상적인 카메라 구도로 처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부모의 이혼을 목전에 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흩어진 밤’은 열 살 아이의 시점에서 한 가정이 붕괴하는 모습과 어른이 책임을 방기하는 현실을 그린다. 1026편의 출품작 가운데 26편으로 추려진 본선에서 경합을 벌인 ‘파테르’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전국체전에 나가지 못하는 고교 레슬링 선수의 이야기를 다뤘다. 4대강 사업의 민낯을 담은 김병기 감독의 ‘삽질’은 비경쟁부문인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와 한국경쟁 출품작 중 다큐멘터리 장르에 수여하는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 폐막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간미연, 민낯에도 완벽한 미모 ‘편도염은?’

    간미연, 민낯에도 완벽한 미모 ‘편도염은?’

    간미연이 근황을 공개했다. 8일 가수 간미연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 많이 좋아졌어요!!! 열도 안 나고^^ 죄송해요 원래 아픈 티 잘 안내는데 그 날은 너무 속상하고 죄송해서...!!! 집에 갇혀 있는 게 좀 답답하지만 그래도!!! 살만하니까 기분 좋네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 여러분들 덕분이에요^^히히♥”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간미연은 차안에 앉아 민낯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민낯에도 리즈시절 미모 그대로 청순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앞서 7일 간미연은 알약 사진을 게재하며 편도염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한편 최근 간미연은 뮤지컬 ‘킹아더’에 출연 중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사설] 가정의달에 참담해지는 가정 해체의 그늘

    가정의달이라는 5월의 이름이 무색해지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어린이날인 어제 경기도 시흥에서는 30대 부부와 네 살, 두 살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이 닫힌 차량 안에서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가족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의붓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결국 그 손에 짧은 생을 마감한 열두 살 소녀가 세상을 비통하게 했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이었던 소녀는 계부의 성적 학대와 친부의 폭행에 시달리며 마음 둘 데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 마지막 순간까지 믿었을 친모마저 계부의 손에 무참히 보복살인을 당하도록 방관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었다 한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이렇게 황폐한 모습으로 전락해서 되는 것인지 위기감이 든다. 소녀의 죽음은 그저 끔찍한 사고로 덮고 지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초라한 민낯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어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 조치했는지,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매뉴얼을 소극적으로 따른 결과였든 매뉴얼 자체가 문제였든 사후약방문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 참담함을 털기 어렵다. 경제위기와 이혼, 가정폭력 등 여러 요인으로 가정 해체는 가속화하고 있다. 가족윤리가 바닥에 떨어져 패륜 범죄들이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떠오른다. 해마다 돌아오는 가정의달에 우리는 해마다 똑같은 걱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도, 열두 살 소녀가 친부에게 폭행당하고 계부와 친모 손에서 버려져 아동보호기관에 팽개쳐졌을 때마저 사회는 보호의 손길을 주지 못했다. 건강한 가정 없이 건강한 사회는 있을 수 없다. 사회안전망의 어느 부분에 구멍이 뚫렸기에 제때 작동하지 못하고 참극이 방치되는지 근본적 점검이 절실한 때다.
  • [서울광장] 국민청원과 참여민주주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국민청원과 참여민주주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최근 한국 정치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행태는 우리 정치의 낯뜨거운 자화상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 중심의 우리의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란 공존의 정치문화를 상실한 지 오래다. 오랜 군사독재와 그 뒤를 이은 3김 정치는 지역 할거와 보스 중심의 권위적 정치 문화를 유산으로 남겼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쳐 문재인 정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도 ‘적대적 공생정치’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4류 정치’로 지탄받는 우리의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은 고장이 난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정치권에 일대 충격을 준 것이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패스트트랙 대치가 격화된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10만명을 넘더니 불과 며칠 새 160만명을 돌파해 200만명에 육박해 가고 있다. 국민청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국회법까지 위반하며 ‘동물국회’로 변질시킨 제1야당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한 것이다. 이번 국민청원이 우리 한국 정치에 던지는 여파는 자못 엄중하다. 우선 4류 정치에 대한 분노를 더이상 술자리 안줏거리로 삭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과거처럼 ‘선거 때 보자’는 식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정치권력을 감시하려는 시민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것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중립지대의 국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두순 신상 공개’나 ‘강서 PC방 살인사건 강력처벌’ 등 사회 이슈 중심의 국민청원방이 정치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SNS나 인터넷 기사 댓글 등으로 표출되던 민심이 이제 새로운 플랫폼으로 결집되는 양상인 것이다. 더욱이 이번 청원이 ‘북한 지령을 받는 세력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원장)는 발언은 민심을 더욱 격앙시켰다. 선량한 시민들마저 친북·종북주의자로 몰아가는 저급한 색깔론 정치가 이제 국민에게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담한 심정이다. 물론 이번 청와대 청원이 대중 영합적인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도 제기된다. 개연성 있는 지적이지만 참여와 견제라는 민주주의 핵심 대의에 비춰 기우에 가깝다. 오히려 시민들의 현실 정치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해서 국회의원 소환제 등 다양한 법과 제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무관심과 냉소주의다. ‘참여와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것이 오늘날 민주주의에 요구되는 정치덕목’이라는 사회학자 파커 J 마머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 참여는 민주주의 핵심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2017년의 촛불·광장민주주의가 진화된, ‘디지털 촛불’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력이 일방적 공급해 온 정치적 어젠다를 국민 스스로 능동적으로 극복한 사례다. 국민청원의 도화선이 됐던 선거제·정치개혁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중 253명은 지역구, 47명은 비례대표로 뽑는다. 1등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 특성상 지역구 2~3등 후보 표는 휴지 조각이 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체 표의 50.3%가 반영되지 않았다. 표의 등가성을 살리고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비례연동제가 이번 개혁의 핵심이다. 법안 통과에 따른 정파 간의 유불리는 있을 수 있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군소정당에 유리하고 민주당·한국당 등 거대 정당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당의 경우 최대 20석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제1야당의 극한 투쟁을 합리화하지 못한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기소 독점권을 거머쥔 검찰 권력의 전횡을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검찰과 일부 검찰 출신 의원들의 반발도 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조직 이기주의이자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경제를 기업의 이윤 동기에만 맡겨 두면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하고 정치를 국민들의 대리인인 정당·정치인의 권력의지에 위임하면 4류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생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국민들이 부릅뜬 눈으로 현실 정치를 감시하고 참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ilman@seoul.co.kr
  • [아하! 우주] 사상 처음으로 블랙홀 ‘민낯’ 보여준 은하 M87의 비밀

    [아하! 우주] 사상 처음으로 블랙홀 ‘민낯’ 보여준 은하 M87의 비밀

    최근 미국, 유럽은 물론 한국 등 과학자 200여 명으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은 사상 최초로 블랙홀과 그 주변의 실제 모습을 관측했다. 비록 단순한 도넛 모양의 사진이지만, 과학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상을 남긴 과학적 성과였다. 하지만 이번에 EHT가 관측한 블랙홀의 고향인 M87 은하(혹은 처녀자리 A 은하) 역시 블랙홀만큼이나 흥미로운 은하다. M87 은하는 지구에서 55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지만, 워낙 밝고 거대한 타원 은하라 지구에서도 쉽게 관측된다. 물론 거리 때문에 맨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이미 1781년에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에 의해 관측되어 M87(Messier 87)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후 1918년, 미국의 천문학자인 허버 커티스는 M87이 중심부에서 나온 가시 같은 직선 모양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그 정체를 몰랐지만, 이 독특한 구조물의 정체는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자의 흐름인 제트(jet) 였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너무 많으면 상당수 물질은 흡수되는 대신 자기장을 따라 블랙홀의 양 축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많은 물질을 빨아들이는 은하 중심 블랙홀은 역설적으로 엄청난 물질을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방출한다. 이를 블랙홀의 제트라고 한다. M87 은하는 우리 은하의 수백 배에 달하는 질량을 지닌 거대 은하로 그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제트는 5000광년 이상 길이를 지녀 블랙홀의 제트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최근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 및 스피처우주망원경, 그리고 미 국립 전파 망원경 관측소의 VLA(Very Large Array) 이미지를 EHT의 블랙홀 이미지와 합성해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의 본체와 그 주변 제트를 비교했다.(사진) 거대한 솜털 같은 M87 은하의 중심부를 확대하면 양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제트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지구 반대 방향으로 나오는 제트는 블랙홀에 가려 직접 관측이 어렵다. 과학자들은 전파 망원경을 통해 제트에 의한 충격파를 관측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양쪽 방향으로 퍼지는 제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제트의 중심점에는 EHT로 관측한 M87 은하 중심 블랙홀이 존재한다. 24만 광년에 달하는 M87 은하에 비해 제트는 작은 크기이며 중심 블랙홀은 제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크기다. 따라서 작은 사각형에서 블랙홀의 크기는 매우 작은 점으로 표시했다. 이를 보면 이번에 EHT가 얼마나 작은 점을 관측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M87 은하는 지구에서 비슷한 거리에 있는 은하 가운데 가장 거대한 것으로 대형 타원 은하와 초대형 블랙홀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오랜 세월 흥미로운 관측 대상이었다. 앞으로도 이 미스터리한 거대 은하와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유세미의 인생수업] 단골가게

    [유세미의 인생수업] 단골가게

    쌀쌀한 밤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언제나 창 건너 주방에서 펄펄 끓는 가마솥이 보였다. 돼지 뼈와 부속물이 밤새 뽀얀 김을 올리며 국물을 우리는 중이다. 노곤한 얼굴로 국을 휘젓는 사람은 H순대국 주인. 3대째라는 이 집은 꽤 후미진 위치에 테이블 몇 개 놓고 장사한다. 직접 고아 낸 국물에 야들야들 구수하게 삶아 낸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순대국을 보노라면 ‘고생했다, 괜찮다, 그 정도면 잘한 거다’ 뭐 그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음식 한 그릇이 약보다 사람을 더 치유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던 H순대국에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주인이 주방에서 국자를 든 채로 쓰러졌다는 비보와 함께 간판은 그대로인데 어느 낯선 부부가 주방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줄 서던 손님들은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고 발길을 끊었다. 뿌옇고 탁한 국물로 호소하던 부부는 내장탕을 비장의 무기로 꺼내 들었으나 참패했다. 이에 더욱 당황했는지 맥락 없이 김치돼지찌개를 신메뉴로 선보이다 결국 H순대국집은 장렬히 전사해 버렸다. 순대국집 옆에는 J정육점이 있다. 늦둥이까지 3남매를 둔 40대 남자 홀로 하는 가게다. 이상하리만큼 최근 몇 년 동안 이 동네는 정육점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한 집 건너 정육점, 그 맞은편에 다시 돼지고기 폭탄 세일 간판이 걸렸다. 그 정글 속에 J 주인이 살아남은 이유는 여기밖에 고기집이 없냐고 욕먹어도 세일 한번 없이 고기 품질에만 집착한 까닭이다. 얼마나 좋은 고기인지 그에게 붙잡히는 순간 난감하게 듣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단 뛰어 들어가며 급한 척 고기를 낚아채 서둘러야 J 주인의 고기 자랑을 피할 수 있다. 그 건너 건너에는 비슷한 성향의 과일 가게 주인도 있다. 그 집의 금기어 “이 딸기 달아요?”, “비싸네요”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이 과일이 얼마나 특등품인지 다 듣고 나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기 전까지는 딸기를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고수들은 그냥 달라고 한다. 아무 말 없이. 그 가게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단한 단골가게 주인들의 공통점은 자기 일이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 여기는 태도다. 그 일이 재미있어서는 물론 아니다. 그 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고귀한 이유는 없다. 자식들의 밥이 되고 학비가 되는 일은 혼신을 다해야 한다는 지혜로운 장사 철학 때문에 그들은 오랫동안 단골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기야 사람 사는 세상의 민낯이 전부 드라마다. 통돼지 삼겹살집 H. 바로 건너편에 돼지갈비 무한 리필집이 개업하자 동시에 무한 리필로 맞불을 놓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치명상을 입었다. 감성 넘치는 이자카야로 집 근처 한잔의 품격을 높여 주던 S가 매출이 저조하자 생뚱맞은 파전, 두부김치를 스페셜로 내놓는 바람에 단골들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 젊은 엄마들끼리 맥주잔을 부딪치며 한치를 씹다가도 쩔쩔매는 맥줏집Y 여주인을 위해 주방에 뛰어들어 골뱅이를 무치는 모습은 어쩜 그리 정겨운가. 그뿐이 아니다. 우울증 치료 때문에 시작했다는 T 덕분에 아파트 입구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카페도 있다. 커피 값이 비싸 그런지 손님이 없어 폐점할까 조마조마하지만 날로 얼굴이 환해지는 T를 보면 카페 존재 이유가 충분한 듯해 마음이 놓인다. 모든 이에게 공평한 삶의 조건은 무엇일까. 돈이 있든 없든, 배웠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자신만의 지혜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것은 삶의 자세를 가볍게 낮추고 마음을 다해 치열하게 내 인생의 순간을 채워 가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인생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글이 지독히도 써지지 않는 날, 동네를 하릴없이 걷다 세월 속에 낯익은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오늘도 봄볕 같은 위로를 받는다.
  • 5개월 조사하고 원인불명… ‘KT 통신대란’ 아무도 책임 안진다

    지난해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일대를 통신 마비 상태로 만들었던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못했다. 경찰 등 관계당국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5개월간 조사해 내린 결론 치고는 허무하다. “현장 훼손이 심각해 불이 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설명인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소상공인 등의 피해 보상 문제를 놓고 잡음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0일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건을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을천 서대문서 형사과장은 “당시 밀폐된 공간에서 9시간이나 화재가 이어지면서 전선이 모두 불타 녹았다”면서 “정확한 발화지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누구도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발화 지점을 맨홀 주변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과수는 “통신구 지하 맨홀 주변과 물이 모이는 집수정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화재 직후 13명을 투입해 수사전담반을 꾸려 조사해 왔다. 또 국과수, 소방, 한전, 전기안전공사 소속의 화재 감식이나 통신·전기 전문가도 투입됐다. 경찰은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최 과장은 “폐쇄회로(CC)TV를 봤을 때 통신구 안으로 사람이 드나든 사실이 없다”면서 “간이유증검사와 연소잔류물에 대한 인화성물질 확인 시험 결과로 볼 때 방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과수 역시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화재 당일 통신구 내 작업이나 작업자가 없었던 점, 화재 현장에서 담배꽁초 등 발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봐서 실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구 관리상 법률 위반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KT 측이 관리를 일부 소홀히 한 정황은 확인됐다. 경찰은 “통신구 케이블 작업 때 케이블 관리팀이 매번 동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정황이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재난에 대비해 통신구 내 CCTV와 스프링클러 등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다만 형사처벌하기는 어려워 이번 주 중으로 KT 측에 관리 소홀 통보만 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의 민낯을 드러낸 KT 통신구 화재사건은 이번 수사 결과 발표로 일단락됐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국회에서 화재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려 황창규 KT 회장이 출석했지만, 결국 책임자 규명 없이 ‘빈손’으로 끝나기도 했다. 이 화재는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11시쯤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1층 통신구 내부에서 발생해 16만 8000회선의 유선 회로와 220조 뭉치의 광케이블을 태우고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KT 측이 추산한 피해 규모는 469억원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5개월 조사하고 원인불명… ‘KT 통신대란’ 아무도 책임 안진다

    대규모 인력 투입에도 발화지점 못 찾아방화·실화 가능성도 낮아 미궁 속으로 KT 관리 부실 정황… 형사처벌은 어려워 지난해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일대를 통신 마비 상태로 만들었던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못했다. 경찰 등 관계당국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5개월간 조사해 내린 결론 치고는 허무하다. “현장 훼손이 심각해 불이 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설명인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소상공인 등의 피해 보상 문제를 놓고 잡음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0일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건을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을천 서대문서 형사과장은 “당시 밀폐된 공간에서 9시간이나 화재가 이어지면서 전선이 모두 불타 녹았다”면서 “정확한 발화지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누구도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발화 지점을 맨홀 주변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과수는 “통신구 지하 맨홀 주변과 물이 모이는 집수정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화재 직후 13명을 투입해 수사전담반을 꾸려 조사해 왔다. 또 국과수, 소방, 한전, 전기안전공사 소속의 화재 감식이나 통신·전기 전문가도 투입됐다. 경찰은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최 과장은 “폐쇄회로(CC)TV를 봤을 때 통신구 안으로 사람이 드나든 사실이 없다”면서 “간이유증검사와 연소잔류물에 대한 인화성물질 확인 시험 결과로 볼 때 방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과수 역시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화재 당일 통신구 내 작업이나 작업자가 없었던 점, 화재 현장에서 담배꽁초 등 발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봐서 실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구 관리상 법률 위반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KT 측이 관리를 일부 소홀히 한 정황은 확인됐다. 경찰은 “통신구 케이블 작업 때 케이블 관리팀이 매번 동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정황이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재난에 대비해 통신구 내 CCTV와 스프링클러 등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다만 형사처벌하기는 어려워 이번 주 중으로 KT 측에 관리 소홀 통보만 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의 민낯을 드러낸 KT 통신구 화재사건은 이번 수사 결과 발표로 일단락됐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국회에서 화재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려 황창규 KT 회장이 출석했지만, 결국 책임자 규명 없이 ‘빈손’으로 끝나기도 했다. 이 화재는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11시쯤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1층 통신구 내부에서 발생해 16만 8000회선의 유선 회로와 220조 뭉치의 광케이블을 태우고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KT 측이 추산한 피해 규모는 469억원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EN스타] 구혜선, 민낯 초근접에도 굴욕 無 ‘여전한 미모’

    [EN스타] 구혜선, 민낯 초근접에도 굴욕 無 ‘여전한 미모’

    배우 구혜선의 근황이 공개돼 화제다. 1일 구혜선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셀카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구혜선은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낸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구혜선은 민낯에도 굴욕 없는 미모를 자랑했다. 특히 하얀 피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구혜선은 지난 2016년 모델 겸 배우 안재현과 결혼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치비티비(CHIBi TV)’를 통해 근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전주국제영화제 2일 개막-52개국 262편 상영

    ‘독립·예술영화의 축제’로 불리우는 전주국제영화제가 2일 개막한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열흘 동안 전주 영화의 거리와 팔복예술공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세계 52개국 영화 262편(장편 202편·단편 60편)이 상영된다. 역대 최다 작품 수를 자랑한다. 조직위원회는 관객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 10편을 추천했다. 첫 번째 추천작은 개막작 ‘나폴리:작은 갱들의 도시’다. 이탈리아 출생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나폴리의 10대 소년들이 갱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감독은 이들 성장기의 이면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누아르 스타일로 담아냈다. 성장 영화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비극적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우 차인표가 영화감독으로서 출사표를 던진 ‘옹알스’가 두 번째 추천작이다. 영화 옹알스는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한국의 개그를 알린 넌버벌 코미디팀 ‘옹알스’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전기를 담았다. 멤버의 암 투병과 숱한 멤버 이탈 등 난관을 넘으면서 빛나는 팀워크를 일궈낸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관람 포인트다. SF 영화 마니아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스타워즈 에피소드’는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부터 ‘라스트 제다이’까지 스타워즈의 역사를 한눈에 보고 과학적, 신화적 상상력이 주는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중년 남성들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대회에 도전하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과 어린 조카와 삼촌의 성장기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하는 ‘쁘띠 아만다’도 기대작이다. 김병기 감독의 영화 ‘삽질’은 4대강 사업의 민낯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송원근 감독의 ‘김복동’은 인자한 어른이자 투사였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조명한다. 갱년기와 갑상선 암으로 이중고를 겪으며 살아가는 퇴폐업소 여성 경숙을 삶을 담아낸 영화 ‘좋은 여자’와 범죄, 삶, 악몽 사이 관계를 탐구하는 실험영화 ‘악몽의 성’도 관람 목록에 올릴 만하다. 아르헨티나 감독 마리아 알체의 영화이자 배우 메르세데스 모란의 연기가 돋보이는 ‘가라앉는 가족’도 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추천을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일반 관객도 즐길 수 있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영화를 선별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한국 의회정치의 치명적 한계

    [김형준의 정치비평] 한국 의회정치의 치명적 한계

    퇴행적 ‘폭력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회의장을 원천 봉쇄하고, 막말과 고성, 몸싸움이 이어졌다. 본청 사무실에 진입하기 위해 노루발못뽑이와 쇠망치마저 등장했다. “이게 국회냐”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현 상황은 책임 소재를 떠나 한국 의회 정치의 치명적 한계를 드러냈다. 국회선진화법은 갈등과 폭력이 일상화됐던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12년에 제정됐다. 그런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자유한국당에 의해 무력화됐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합의 실종’ 때문이다. 선거법 개혁 논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 다수의 힘으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공수처법과 같은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법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하는 건 군사 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한국당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을 다른 법안과 ‘끼워 넣기’식으로 거래한 것은 협상이 아니라 ‘의회 쿠데타’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법과 절차의 부조화가 대두됐다. 한국 국회에서는 법은 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규칙이나 절차가 제도화돼 있지 않다. 관행이 이를 대체할 뿐이다. 가령 국회법 48조 6항은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달 7일까지로 법 규정대로라면 바른미래당 소속 2명의 사개특위 의원의 사보임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관행상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의 상임위원회 사보임을 요청한 경우” 불허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선거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더 큰 관행은 왜 지켜지지 않는가?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법을 거론하고 불리할 땐 관행을 주장하는 이른바 ‘편의주의적 관행’에 매몰되면 국회는 필연적으로 파국으로 간다. 당론과 의원 소신 간의 충돌도 문제다. 헌법 제46조 ②항에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회법 제114조의 2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정은 정치 현실에서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해야 정상인데 당론이 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민감한 법안을 둘러싸고 당론과 당론이 부딪치면 국회는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국 상황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주체는 두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2005년 12월 4대 개혁 입법 중 하나인 사학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극한 대립이 있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키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재개정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을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4월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청와대 조찬으로 불렀다. 거기서 여당이 야당에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며 싸울 때 야당의 손을 들어 주는 여유가 있었다. 이것이 ‘노무현 정신’일지 모른다. 당적이 없는 문희상 국회의장도 ‘갈등 조정의 통 큰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문 의장은 지난해 7월 당선 인사에서 ‘협치와 민생을 꽃피우는 국회의 계절을 열어 갑시다’라고 했다. ‘협치’라는 단어를 여덟 번 언급하면서 “협치는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했다. 더 나아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야당의 입장, 소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바라보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문 의장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요구한 사개특위 위원의 사보임을 병상에서 재가하고 33년 만에 경호권을 발동한 것은 이런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문 의장이 이제라도 정파주의에서 벗어나 의회주의자로 돌아와야 한다. 한국 정치엔 철칙이 있다. 이겨도 지는 경우가 있고, 져도 이길 때가 있다. 국민들은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를 깨알같이 마음속 수첩에 적어서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
  • 공천 눈도장 찍기 동물국회의 ‘민낯’

    공천 눈도장 찍기 동물국회의 ‘민낯’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도입,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볼썽사나운 ‘동물국회’를 연출해 국민적 지탄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당내에서는 오히려 ‘영웅’ 대접을 받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5~26일 폭력적인 입법 절차 방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자유한국당 의원 18명을 무더기 고발했다. 이에 27일 한국당은 민주당 의원 15명과 정의당 의원 1명을 맞고발했다. 그런데 피고발인들은 반성은커녕 당당한 모습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서 민주당에 고발당한 18명의 국회의원을 일으켜 세운 뒤 박수를 유도했다. 황 대표는 “이미 법률지원단 변호사 30명을 확보했고 추가로 300명을 구해서 고발당한 18명을 구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발인 명단 맨 위에 이름을 올린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가 수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고발당한 18명은 이미 내년 총선 공천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아무리 여론의 지탄을 받아도 지도부에 눈도장을 찍는 게 더 중요해 여야 할 것 없이 몸싸움을 불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물리적 충돌이 극심했던 25일 국회 본청에서는 민주당 A 의원이 몸싸움으로 땀범벅이 된 한 보좌관을 향해 “비례대표 공천을 줘야겠다”고 칭찬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공천을 받기 위한 주류 전쟁에서는 당에 대한 헌신과 대중적 인지도 제고가 핵심”이라며 “내년 공천은 이번 패스트트랙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영논리가 확실한 대치 상황이라 적을 향해 돌진한 사람에게 훈장이 주어지는 것”이라며 “정치가 실종된 상태에서는 투사가 될 수밖에 없고, 피고발이 훈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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