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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도다리 쑥국, 함 무볼래?

    봄의 생동감은 이내 식탁으로 옮겨집니다. 도다리 쑥국도 그런 맛거리의 하나지만 왁자하게 소문난 음식은 아닙니다. 어느 날 문득, 무교동의 그 집을 찾았다가 “쑥국 나왔다. 함 무볼래?”하는 주인장의 권유가 반가워 1년여 만에 쑥향기를 맡았습니다. 팔팔 끓인 도다릿국에 싱싱한 애쑥을 얹어내는 국 맛이 참 정갈하고 싱싱했습니다. 두텁한 겨울을 뚫고 엄동의 만물이 실은 죽은 게 아니라 잠시 숨 죽인 채 또 다른 1년을 위해 운기조식하고 있었음을 알리려는 듯 산야에서 지천으로 새싹을 밀어올리는 쑥의 향취가 봄도다리에서 우러난 담박한 맛과 어우러져 가히 봄철 식도락의 한 격조를 만들어냅니다. 이 무렵 통영 어름에서는 “쥑이네”라든가 “이 맛 아이가”라고 반색하는 먹거립니다. 음식의 풍미야 혀끝으로 먼저 느끼지만 또한 몸이 반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양을 두고 말하자면 도다리는 참 담백한 생선입니다. 흔히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외듯 제 철 도다리는 기름이 쪽 빠져 담백한 고단백 생선이지요. 그러니 동의보감에도 도다리는 쇠한 기운을 돋운다고 했겠지요. 그 도다리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쑥은 또 어떻습니까. 한방에서 쑥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초여서 몸이 냉한 여자들에게는 돈 안 들이고 섭생할 수 있는 보약으로 꼽힙니다. 그 도다리와 쑥을 우려 맛을 낸 국이니, 맛이 어떠니 저떠니 하는 게 군더더기이겠지요.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겨우내 군동내 나는 음식만 먹느라 텁텁해진 입안에 담백하고 쑥의 쌉쌀한 향기가 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넘기면 한 순간, ‘아, 봄이 또 이렇게도 다가왔구나’라고 느끼실 테니까요. 어디 도다리쑥국 뿐이겠습니까. 너무 엄혹해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시한’이 물러난 자리에 쑥이며 냉이, 씀바귀 같은 생명들이 꼼지락거리며 민낯을 내밀 때입니다. 맨날 정제 비타민만 찾지 말고, 음식점에서 돈 주고 사먹는 편리에만 눈길 주지 말고, 오는 주말에는 한적한 야외로 산책 한번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웅크렸던 심신이 다시 생동하면서 누구보다 진하게 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도심 추억찾기/정기홍 논설위원

    엊그제 오후, 번잡한 도심을 뒤로하고 종로통 뒷골목을 찾았다. 뒷길들은 회색빛 빌딩 숲을 포근히 안고서 저마다의 민낯을 내밀고 있었다. 종로 골목을 찾은 것은 제법 오래전 이곳에서 살았던 데다, 정작 ‘다듬이 소리’ 같은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북어국 2000원, 이발료 3500원···. 탑골공원 뒷골목은 아직 1970년대의 골목길 정취를 그대로 지닌 듯했다. 생선구이, 찌개 등을 파는 간이포장마차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언제부턴가 이곳을 많이 찾는 어르신의 주머니 사정과 고령을 고려한 맞춤식 가게가 하나둘 자리한 것이다. 최근에는 추억의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철 지난 노래를 듣는 ‘5080 라이브 카페’도 들어섰다고 한다. 발길을 옮긴 지 두어 시간, 한 음식점에 걸린 시구가 눈길을 잡는다. ‘져주고 속아주며 오늘이 행복하면 그게 행복인 줄 알고 산다네, 네 주머니 넉넉하면 나 술 한잔 받아주고….’ 김두한이 주름잡던 ‘우미관’은 흔적이 없지만 종로통은 세월을 한 보자기 안은 채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봄비 오는 날, 친구와 이곳에서 막걸리 한 사발 주고받아야 할 것 같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대둔산·화암사의 아름다운 설경

    대둔산·화암사의 아름다운 설경

    대체 얼마를 겨눴는지 모릅니다. 겨울철 빼어난 설경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 대둔산 말입니다. 도회지의 월급쟁이가 자연의 시계를 따라잡기가 어디 쉬운가요. 대둔산에 눈이 내리면 일상이 몸을 붙잡고, 모처럼 시간이 나면 눈이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지요. 그렇게 마주한 대둔산의 설경은 감동적이었습니다. 폭설이 내리고 이틀 뒤 찾았으니 필경 절정의 자태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마저 눈물겹게 고마웠습니다. 대둔산 눈꽃 너머엔 ‘꽃바위’ 같은 절집, 화암사(花巖寺)가 있었습니다. 안내 책자의 소개글 하나 보고 찾아간 절집은 몇 구절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빼어난 풍모를 하고 있었지요. 배티재에 선다. 전북 완주와 충남 금산을 가르는 고개다. 사내의 알통을 닮은 암릉들이 전방의 시야를 꽉 채운다. 선인들은 저 모습에서 새싹을 보았던 게다. 대둔산의 둔(芚) 자는 싹이 나온다는 뜻. 짐작컨대 산의 이름을 대둔산이라 정한 것도, 최고봉인 마천대(878m) 등의 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은 모양새가 봄의 새싹을 닮았다는 걸 비유하려는 뜻이지 싶다. 대둔산은 충남 금산과 논산, 전북 완주 등에 걸쳐 있다. 오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 가장 일반적인 건 완주의 대둔산도립공원을 출발해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마천대에 오르는 코스다. 하산은 낙조대와 용문굴 등을 돌아 다시 동심바위로 내려선다. 산행거리는 5㎞, 4~5시간쯤 걸린다. 케이블카를 이용해도 좋겠다. 대둔산 중턱인 금강구름다리 아래까지 단박에 오를 수 있다. 그 덕에 마천대까지 오가는 시간도 2시간 이내로 확 줄어든다. 케이블카 상부역사 위 정자가 산행 기점이다. 거인이 힘 주어 뽑아 올린 듯한 암벽 사이로 철계단이 나 있다. 암벽을 비집고 나서면 금강구름다리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빨간 철계단이다. 80m 높이에 50m 길이로 쭉 뻗은 구름다리에 서면 누구든 비명을 지르기 마련이다. 아래를 보자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 들어 위를 보니 거대한 암봉들이 위압적인 자태로 서 있다. 오금 바짝 당겨 버텨봐도 입술 사이로 찬탄 섞인 비명이 새 나가는 건 막을 도리가 없다. 삼선계단은 더하다. 삼선봉으로 향하는 36m짜리 ‘수직’ 계단이다. 경사가 51도에 달하는 것에 견줘, 폭은 0.5m밖에 되지 않는다. 127계단을 오르는 내내 계단 틈에 코를 박고 납작 엎드려야 할 만큼 공포스럽다. 장난은 금물이려니와 혹시라도 계단 중턱에서 쉬게 될 경우 절대 뒤돌아보지 말길 권한다. 허공에 매달린 듯한 공포감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삼선계단에서 마천대로 향하는 길도 가파르긴 마찬가지다. 숨이 턱에 닿을 때쯤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마천대다. 정상에는 대둔산 개척 기념탑이 솟아 있다. 1972년 세웠다니 꼬박 31년 동안 마천대를 짓누르고 있었던 셈이다. 마천대에 오르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집산연봉과 마주한다. 그 자태가 꼭 파도를 닮았다. 전북과 그 아랫녘의 산자락들이 일망무제로 내달리고, 눈꽃 핀 숲은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하다. 손에 잡힐 듯한 덕유산은 물론, 멀리 마이산과 지리산까지 죄다 두 눈에 담긴다. 마천대에서 마주 보이는 왕관바위까지는 다녀오는 게 좋겠다. 마천대의 암릉들이 얼마나 기골이 장대한지, 어깨를 맞댄 주변의 산들은 또 얼마나 늠름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완주 여정에서 화암사를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노느니 독 깬다는 생각으로 돌아본 절집에서 뜻밖에 고즈넉한 풍경을 ‘캐냈’으니 말이다. 화암사는 꽃바위에 걸터앉은 절집이란 뜻이다. 오래전, 병마와 싸우던 공주가 용이 기르는 복수초를 먹은 뒤 씻은 듯 나았는데, 그 꽃이 핀 자리가 바로 화암사가 터를 잡은 바위벼랑이었다는 설화에서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불명산(佛明山)으로 방향을 잡는다. 화암사가 깃든 산이다. 들머리는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내걸린 짚신 두어 켤레가 예사롭지 않다. 마을 안내판에 따르면 예전 남도의 선비들이 한양 갈 때면 이 마을에서 헤진 짚신을 갈아신었단다. ‘싱그랭이 마을’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화암사로 드는 산길은 싱그랭이 마을을 지나야 나온다. 판근과 불퉁한 바위들이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우수를 앞둔 계곡에선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싱그럽다. 길은 계곡과 공간을 나눠 쓴다. 닦여진 길은 없고, 계곡물을 피해 발걸음 놓은 자리가 곧 길이 된다. 절집엔 그 흔한 일주문이 없다. 오래전 선인들이 걸었을 이 길, 절집으로 향하는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게 만든 산길이 바로 일주문이었던 게다. 살풍경한, 그러나 바위벼랑을 오르기에 더없이 유용한 철제 계단을 오르면 누런 빛의 목재 건물이 객을 맞는다. ‘우화루’(雨花樓·보물 제662호)다. 애초 단청이란 없었겠다 싶을 만큼, 곱게 늙은 나뭇결을 온전히 드러낸 건물이다. 꽃바위에 걸터앉은 절집에 꽃비가 내리는 건 수미상응일 터. 행여 누각의 이름에서 신선에 이르는 ‘우화’(羽化)를 연상하지는 마시라. 절집은 소박하다. 민낯이다. 그리고 묵직하다. 건물을 이고 선, 빛바랜 나무들이 주는 세월의 무게감 때문이겠다. 절집으로 드는 문은 달랑 하나다. 우화루와 문간채 사이로 난 쪽문이다. 허리 굽혀 쪽문으로 들어도 본전인 극락전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칫 극락전에 고정될 뻔했던 시선 속에 주변의 소소한 것들까지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가람 배치 덕일 게다. 극락전은 우화루와 숨결이 맞닿을 거리에 서 있다. 지난 2011년 국보(제316호)로 승격된 절집의 본전이다. 극락전은 하앙식(下昻式) 구조로 유명하다. 처마를 좀 더 밖으로 빼기 위해 기둥과 처마 사이에 부재를 끼운 건축양식이다. 이 같은 공법의 건물은 국내에서 화암사가 유일하다. 절집은 극락전과 우화루, 그리고 요사채인 적묵당과 불명당이 마주 보는 구조다. 네 건물이 모여 네모난 작은 마당을 만들었다. 그러니 거기서 보는 하늘이라고 다르랴. 하늘도 땅도 죄다 네모다. 글 사진 완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3)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 추부 나들목으로 나와 추부면 소재지를 지나 배티재를 넘어가면 대둔산이다. 천안~논산고속도로 논산 나들목을 나와 679번 지방도로→양촌·운주 방향 17번 국도→배티재→대둔산 순으로 가도 된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2월까지 오전 9시~오후 5시,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왕복 기준 어른 8500원, 어린이 5500원. →맛집 화산면엔 붕어찜으로 유명한 집들이, 대아저수지 인근엔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많다. 대아댐에서 10여분 거리의 고산면 소재지엔 한우 전문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잘 곳 봉동읍 소재지와 대아저수지, 대둔산 인근에 깔끔한 모텔들이 몰려 있다. 완주군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wanju.go.kr) 참조.
  • 상처로 얼룩진 ‘공동체의 민낯’…이야기해라, 견딜 수 있으니까

    상처로 얼룩진 ‘공동체의 민낯’…이야기해라, 견딜 수 있으니까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그게 무당의, 예술의 탄생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얘기들을 쏟아내도록 해 줌으로써 때론 나의 것일 수도, 때론 너의 것일 수도 있는 억울함이 풀리리라 믿은 것이니까. 오는 3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선보이는 제시 존스 개인전은 소설가 김연수가 한나 아렌트를, 아렌트가 한 덴마크 작가를 인용한, 이야기와 견뎌냄을 다루는 전시다. 전시장에는 두 개의 영상작품 ‘공동체의 이기적 행위’(The Selfish Act of Community)와 ‘또 다른 북’(The Other North)이 있다. 따뜻한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은 현대 도시 문명의 익명성과 폭력성에 전율을 느낀, 기댈 데 없는 외로운 이들에겐 기대감을 부풀리는 일종의 기대심리에서 나온다. 예로부터 ‘대동사회’란 말이 존재하고 또 멋 좀 부릴 줄 안다는 사람들이 ‘코뮌’(Commune)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대안이 못 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지독한 폭력성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생각해 보면 옆집에 숟가락 몇 개인지 다 아는 고향이 답답하다며, 보다 넓은 세상을 보겠노라 그렇게나 열심히들 도시로 뛰쳐나오지 않았던가. 이우환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다 ‘대화’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영문 표기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대신 다이얼로그(Dialogue)라 한 이유도 거기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공동체, 폐쇄적이고 자급자족적인 공동체로서의 코뮌 아래에 딸린 단어라 싫다는 것이다. 다이얼로그라고 해야 이야기가 조금 더 개방적이고 자유롭다는 느낌이 든다는 이유다. 자유란 정체성의 구획에 얽히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작가가 건드리는 것도 바로 이 공동체, 그리고 이야기다. 공동체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 1970년대 전후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진행한 집단심리치료 기록을 발견했다. 작가는 “그가 여성, 흑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나 비주류 인물들이 겪었던 일들을 많이 다뤘다”면서 “집단 간 정체성에 따른 폭력이나 갈등관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을 골라내 작업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대화 내용을 현재 상황에 맞게 적당하게 수정한 뒤 배우들을 뽑아 연극무대처럼 연기하도록 하고 이를 고스란히 촬영했다. 가운데 설치된 카메라는 대화 내용이나 발언 순서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360도 빙빙 돌아갈 뿐이다. 작가는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노렸다고 했다. 작게는 가족, 크게는 종교·민족·인종 등 자신의 정체성이 가져다 준 상처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그 안의 대사들이 만만치 않다. ‘공동체의 이기적 행위’에서 “풍만한 여성이 가슴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도 반박하지 못하는 로잘린, 남편과 아이들과 유대관계가 끊어진 채 오직 고양이하고만 노는 쓸쓸한 베스, 실컷 남들과 잘 놀다가도 “항상 먼저 흑인이라는 점을 생각해야만 하는 이 빌어먹을 사회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칼린 등이 등장한다. ‘또 다른 북’은 조금 더 심각하다. 북아일랜드 문제를 다뤘는데, 여기다 한국의 남북문제를 겹쳐 뒀다. 대화 내용이나 등장인물은 모두 북아일랜드인데, 그 배역을 맡은 배우는 한국사람이고 대사도 한국말이라서다. 원래 대화는 1970년대 초 북아일랜드 분쟁이 가장 격렬할 때 주민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이뤄졌다. 종교, 직업, 계급에 따른 공동체의 정체성 아래 진행되는 대화에서 언뜻 한국이 드러난다. 아일랜드 출신인 작가는 “아일랜드 남쪽에서 안전하게 자랐기 때문에 북아일랜드 상황에 대한 어떤 죄의식 같은 것이 있었고, 이걸 얘기하다 보니 남한 사람들도 그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제작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작품 하나당 상영시간이 1시간쯤 된다. 5000원. (02)733-8945.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1930년대, 그러니까 대공황의 잿더미 속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신화가 이륙하던 그 시간, 그 시간은 하나의 기념비다. 비슷한 내용인데 강조점에 따라 조금씩 달리 부르는 말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누군가는 자유민주주의의 갱신, 누군가는 수정자본주의 혹은 혼합경제체제, 누군가는 대압착의 시대, 누군가는 실질적인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누군가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유행을 타고 자본주의 2.0이라 부르는 시대. 국가의 원체험기이기도 하다. 대공황이란 공포에서 길어올려진. 공포에 대처하는 방식은 두 가지. 하나는 파란 약 먹고 꿈꾸는 것이다. 야리야리한 여자아이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라 신나게 흔들며 노래 부르는 뮤지컬이다. 고전으로 꼽히며 지금도 한국 무대에 종종 선뵈는 ‘애니’, ‘42번가’, ‘시카고’ 같은 것들이다. 다른 하나는 빨간 약 먹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것이다. “농업안전국(FSA)의 국장이던 경제학자 렉스퍼드 터그웰은 1935년 그의 오랜 조수인 로이 스트라이커에게 역사 관련 분과를 일임했다.” 중요한 것은 1935년이란 시점. 숨 죽이고 있던 기득권층이 마침내 뉴딜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을 때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터그웰의 제자이자 사회학자인 스트라이커가 선택한 것은 사진이었다. 왜? “삶의 현실을 포착하는 사진이야말로 경제학적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 꼴이 어떤지 두 눈 뜨고 똑똑히 보라는 얘기다. ‘지속의 순간들’(제프 다이어 지음, 한유주 옮김, 사흘 펴냄)은 바로 이 시기를 전후해 확립된 다큐사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다이앤 아버스, 유진 아제, 리처드 애버던, 워커 에번스, 도로시아 랭, 유진 스미스 등 현대다큐 사진을 말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사진을 두고 ‘지속’과 ‘순간’을 얘기하는 것은 지겨운 감이 있다. 지속되면 순간이 아니요, 순간은 지속되지 않는다. 이 둘의 충돌지점이 사진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작가의 의도, 시대 배경 등을 모두 뛰어넘어 개별 작품들을 징검다리 삼아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작가나 시대에 따른 연대기적 ‘순간’을 해체한 뒤 저자의 관점에 따라 재배치해서 이를 ‘지속’으로 재해석한다. “이 책을 써내려 가면서 나는 점차 실제로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할 정도다. 연대기가 차이, 구분, 범주화라면 저자는 이를 한데 섞어 콜라주를 만든다. 콜라주를 빛내는 것은 저자의 독창적 글쓰기다. 가령 이런 식이다. 책은 폴 스트랜드의 1916년작 ‘맹인’(Blind woman)에서 시작한다. 뉴욕 시내의 맹인이란, 구걸하는 누추한 이들이다.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포장하거나 위장할 수 없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존재다. 맹인들은 주로 아코디언을 들고 있다. 그래서 루스벨트의 죽음에 흑인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담은 에드 클라크의 1945년작 ‘귀향’(Going home)을 들고 나온다. 얼굴을 위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신적 맹인, 그러니까 정신병자 등 특이한 사람들을 열심히 찍은 다이앤 아버스 얘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1932년 어둠에 잠긴 파리 뒷골목을 렌즈에 담은 사진집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브라사이 얘기로 넘어간다. “밝은 한낮의 빛 아래서 당신이 주목하는 것들-색, 머리카락, 옷-은 모두 손쉽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밤이 되어 집중해서 보아야만 하는 것들-어깨의 경사각, 옷이 닳은 방식, 걸음걸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당신의 손금만큼이나 개인적이고 불변적이다.” 그래서 손,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집중적으로 찍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불러낸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의 등, 누추하게 낡아버렸거나 절망적인 손에 쥐어져 구겨진 모자, 복잡하게 구겨진 시트가 씌워진 빈 침대, 텅 비거나 부서진 벤치, 창으로 내다보는 도시 이미지, 길과 이발소의 모습, 땅바닥 속으로 꺼져들어가는 이미지로서의 계단, 불안감에 서성이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권력의 상징으로서 보안관의 흔들의자 등 끊임없이 소재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결론? 막바지에는 9·11테러로 충격에 빠진 뉴욕 사람을 찍어둔 사진을 배치해 뒀다. 도입부 맹인 사진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전망을 잃어버린, 그래서 민낯을 드러내버린 미국인이다. 별다른 장, 절 구분이나 소제목조차 없이 27쪽 맹인 사진에서 468쪽 뉴요커 사진까지 한번에 통으로 쭉 이어지는 본문은,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속의 순간들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9·11테러에서 멈췄다지만, 그러고 보니 집권 2기 오바마 정부가 다시 불러낸 인물은 루스벨트다. ‘중산층의 아버지’로서 말이다. 흑백 다큐 사진에나 남아 있는 옛 추억이라 밀쳐 뒀던 과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온전히 미국적 맥락의 작업들임에도 이 사진들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우리 역시 70% 중산층 복원을 내세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번역자는 짐작하는 그 소설가가 맞다. 출판사에서 먼저 접촉했는데 저자의 매력에 빠져 다른 책들 번역까지 맡았다. 재즈를 다룬 ‘그러나 아름다운’(But Beautiful: A Book About Jazz)을 오는 4월쯤에, 그 뒤 소설 등도 번역해낼 예정이다. 이 책은 보도사진의 아성으로 꼽히는 뉴욕국제사진센터에서 상을 받은 책이다. 2만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열애설 등 사생활 노출은 ‘팬 서비스’… 스타니까 감수하라”

    [주말 인사이드] “열애설 등 사생활 노출은 ‘팬 서비스’… 스타니까 감수하라”

    #한적한 토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빌라주차장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남자는 열 댓명의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여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차로 들어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창문을 거세게 두드리며 “진실을 말해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불륜 현장을 급습한 듯한 이 시끌벅적한 상황은 연예인의 열애설 포착 현장이었다. 가수 A와 방송인 B가 핑크빛 관계라는 첩보를 입수한 연예기자들이 A씨 집 주차장에서 ‘뻗치기’(특정장소에서 계속 어떤 상황을 기다리는 걸 뜻하는 기자들의 은어)를 하다 만남 장면을 잡은 것. 하염없이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민낯에 모자를 푹 눌러쓴 B씨가 나타났고, 기자들은 ‘맹수’처럼 달려들어 “열애 중이다”는 고백을 받아냈다. 이들은 2008년 새해 첫 커플로 따뜻한 축하를 받았다. # 첩보는 또 있었다. 최근 인기 스타 남녀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 즐겨찾는 구체적인 데이트 장소를 확인한 취재진은 둘 다 스케줄이 없는 날을 확인해 만남 현장을 잡았다. 숨죽인 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데이트 현장을 사진기에 차곡차곡 담았다. 다정하게 팔짱 낀 모습부터 품에 폭 안긴 모습까지, 누가 봐도 열애라고 인정할 만한 사진들이었다. 특종을 잡은 인터넷매체는 열애설 보도 전 소속사에 연락을 취했다. 발칵 뒤집힌 소속사는 “해외 진출과 더불어 큰 광고 촬영도 앞두고 있는데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이 약해진 매체는 사진 수위를 조절해 열애설을 터뜨렸다. 소속사는 딱 3시간 뒤 “친한 오빠동생 사이”라며 부인했다. 새해 첫날을 밝힌 건 톱스타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이었다.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몰래 데이트했지만, 바짝 줌을 당긴 카메라를 피하지는 못했다. 사진과 만남 일지까지 낱낱이 공개되자 이들은 쿨하게 연애를 인정했다. ‘사진포착→열애인정’은 이젠 전형적인 공식이 됐다. 이병헌·이민정, 김혜수·유해진, 구하라(카라)·용준형(비스트), 소희(원더걸스)·임슬옹(2AM), 신세경·종현(샤이니), 신민아·탑(빅뱅) 등 연예계를 달궜던 ‘핑크빛 소문’들은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열애설이 불거지면 어김없이 파파라치식 보도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뒤따른다는 점도 비슷하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접근해 몰래 사진을 찍어 보도하는 행태에 대한 비난이다. ‘24시간 연예인을 따라붙어 괴롭힌다’거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찍어 소속사에 돈을 뜯어낸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양산됐다. 파파라치 사진은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만큼 사실에 가까운 보도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나 봤던 파파라치식 취재가 한국에선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김태희·비 열애설을 단독보도한 디스패치 기자들에게 노하우를 들어봤다. 11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들은 “그 커플은 취재과정이 너무 쉬워서 좀 민망한데. 비가 군인이라 주말에만 나와서 편했어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를 통해 김태희·H 열애설을 접했는데, 믿을 만한 정보원을 통해 “ 그 사람이 아니라 비랑 사귄다던데? 김태희 집 주변에서 데이트한대”라는 고급 소스를 들었단다. 비가 바깥 활동에 제약이 있는 군인 신분이라 쉽게 데이트 현장을 포착했다. 임근호 취재팀장은 “24시간 연예인을 따라붙기에는 인력도, 돈도 부족하다”면서 “믿을 만한 측근을 통해 주요 데이트 장소와 시간, 루트를 들어 현장을 잡는다”고 소개했다. 정보와 심증이 있다면, 두 연예인의 스케줄을 입수해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추리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전후나 생일날, 휴가 등 연인들이 만날 게 유력한 시기에 ‘짧고 굵게’ 잠복한다. 디스패치의 경우,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2인 1조로 차를 타고 데이트 현장을 따라다닌다. 플래시 소리조차 안 들리는 먼 거리에서 줌을 당겨 ‘결정적 장면’을 찍는다고. 끼니는 간단히 해결할 때가 많고, 집이나 숙박업소에 들어간 커플을 기다리느라 밤샘할 때도 있다. 눈치 빠른 스타는 2~3군데의 장소를 거치며 차를 바꿔타고 취재진을 교묘히 따돌리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007작전’을 뚫고 데이트 장면을 포착했다고 해도 바로 보도하는 건 아니다. 임 팀장은 “무조건 한 달은 꾸준히 지켜본다”면서 “친해서 자주 만나는 경우인지, 사귀는 사이인지 한 달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닷컴 연예부 출신 기자들이 합심해 2011년 3월 창간한 디스패치는 굵직한 열애설을 보도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이들은 “사진을 통해 팩트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지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취재 대상도 엄격하게 선을 긋는다. 가정을 깨뜨릴 수 있는 불륜,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돌 스타, 작품 하나로 막 인기를 끈 반짝스타는 취재하지 않는다고. 누구나 볼 수 있고, 다닐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만 셔터를 누르는 것도 규칙이다. 나지연 기자는 “디스패치 기자라고 하면 괜히 ‘쪼는’ 연예인들도 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우리는 열애설에도 끄떡없을 톱스타만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을 넘나드는 위태로운 보도를 한다고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디스패치는 “스타니까 감수하라”며 일축했다. 대중의 사랑을 바탕으로 수십억대 부를 얻은 톱스타인 만큼 팬 서비스 개념으로 사생활 노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보도에 앞서 매체들이 소속사에 미리 귀띔하는 것도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스타의 연애가 기업·스폰서와의 계약 측면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스킨십·노출 등의 수위도 조절할 수 있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에서 ‘공생법’을 모색한다. 멍하니 뒤통수를 맞는 것보다 미리 듣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소속사 입장에서도 더 낫단다. 한 톱스타의 측근은 “한 매체에서 포옹 장면을 찍었다며 사귀는 게 맞는지를 확인하더라”면서 “열애를 인정하니까 잘 나온 사진을 고를 권한을 줬다”고 설명했다.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찍힌 어떤 스타커플은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길거리의 풋풋한 데이트 장면을 연출해 다시 찍기도 했다. 디스패치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스포츠서울닷컴의 관계자는 “파파라치식 보도는 우리가 하는 여러 콘텐츠 중의 하나”라면서 “외국 파파라치의 개념처럼 돈을 벌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연예 전문지의 탐사 보도에 더 가깝다”고 했다. 하지만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런 취재 관행이 부담스럽다. 15년차 베테랑 연예부 A 기자는 “정석의 취재 루트를 뒤엎은 디스패치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에서는 박수쳐 줄 만하다”면서도 “톱스타라고 해도 인간인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이 찍히고 연애까지 까발려진다는 건 좀 숨막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여배우의 경우 헤어지면 타격이 커 열애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작정하고 잠복하면서 고성능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는데 그걸 어떻게 막느냐”면서 “스타들이 스스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게 최선이다”고 하소연했다. 스포츠지 연예부 B 기자는 “우리는 매일 할당된 지면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 파파라치처럼 따라붙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두 달씩 시간이 있으면 나도 열애설 특종을 매번 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파라치 취재관행이 알려지면서 모든 연예부 기자가 박봉을 받으면서 밤새도록 뻗치기를 하는 걸로 비춰지는 게 자존심 상한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파파라치식 탐사보도를 어떻게 볼까. 연예인이라면 어느 정도 사생활 침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많았다. 김영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교육센터장은 “연예인은 ‘노출’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데다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라 사생활이 다소 침해된다고 해도 항변하기 곤란하다”면서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스타의 연애, 사업, 사건·사고 등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명예훼손, 업무방해, 신용훼손 등의 형법 조항을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열애설 보도는 법에 저촉되는 게 별로 없다”면서 “사생활 침해의 경우에도 주거·건조물 침입 등과 연관된 만큼 도로에서 찍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새끼 밴 똥칠이가 사라졌어요” 재개발 산동네 아이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교실 앞 칠판에 붙어 있는 서울 지도. 교수는 한 사람씩 학생을 불러내 자신이 사는 동네를 표시하고 학교에서 동네까지 오가는 길을 지도 위에 그리게 한다. 또 동네를 돌아보며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속살을 들여다보기를 주문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애정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바로 건축학개론”이라는 설명과 함께. 지난해 화제를 모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현실 속 서울은 골목의 주인을 몰아내고 고층 아파트와 대형 쇼핑몰을 불러들였다. 골목마다 이야기가 넘쳐나던 가난한 이웃들은 도시의 외곽으로 쫓겨났다. 동화 ‘똥칠이 실종사건’(샘터 펴냄)은 이 같은 서울의 욕심쟁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박현숙 작가와 이제 화백은 재개발 구역 산동네인 ‘도깨비 마을’에 얽힌 가슴 따듯한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아냈다. 이 화백은 어린 시절 살던 서울 성동구 금호동 산동네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렸다. 팔을 쭉 뻗으면 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도깨비 마을은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터를 잡고, 아빠 엄마가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난 곳이다. 어느새 단단한 마을 계단과 벽에 흠집과 구멍이 생겼고 낡은 동네가 됐다. 초등학교 3학년인 봉기와 송이, 명칠이는 이곳에서 함께 자랐지만 뿔뿔이 흩어질 운명에 놓였다. 앞서 이사를 떠나는 명칠이는 봉기와 송이에게 새끼를 밴 암캐 똥칠이를 부탁한다. 아이들이 정성껏 가꾸던 꽃밭은 모두 망가졌고, 정들여 키우던 애완견도 데리고 갈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사라져 버린 똥칠이와 뱃속의 생명들…. 단서는 ‘검은 그림자 목소리’로 불리는 큰 머리와 낮고 굵은 목소리를 지닌 얼굴을 알 수 없는 범인이라는 것뿐이다. 봉기와 송이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똥칠이를 납치한 검은 그림자 목소리를 찾아 텅 빈 도깨비 마을을 구석구석 누빈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모두 떠난 마을을 돌며 잊었던 추억을 하나둘 기억해 내고, 마을을 다시 볼 수 없음을 서글퍼한다. “모든 도시는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어느 건축가의 말을 되뇌이는 것처럼. 작가는 “(아이들이) 버려야 할 것과 버려서는 안 될 것에 대해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수백 년이 흘러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멋진 도시, 주인 잃은 동물이 더 이상 거리를 배회하지 않는 그런 마을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시론] 2012대선 매니페스토제도 보완 과제/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

    [시론] 2012대선 매니페스토제도 보완 과제/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18대 대선을 매니페스토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거의 저주에 가까운 욕설들과 편가르기, 늦어도 너무 늦은 대선 후보 결정, 종합 공약집의 늑장 제시 등으로 ‘깜깜이 선거’를 치렀다. 대선 후보 간 상호 TV 토론은 거의 실종됐고 ‘저질 네거티브’가 난무했다. 정치공학적인 접근 탓에 막말이 쏟아졌고, 후보의 뒷조사를 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이벤트·이미지와 관련된 구태 정치가 기승을 부렸고, 부끄럽고 짜증나는 선거를 치렀기에 어쩌면 이마저도 후한 점수라 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 선거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선거를 차분하게 치른다. 그들에게 선거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미래의 나라 방향을 유권자 스스로가 정하는 소중한 과정이다. 출마자의 정책공약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선택할 뿐, 가공된 이미지에 열광하거나 상대방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경우는 없다. 선거 과정에서 대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국민이 서로를 매도하고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함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정말 부러운 선거다. 우리도 이와 같은 매니페스토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19대 대선에서는 반드시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할 것이다. 첫째, 늦어도 대선 6개월 전에는 후보가 결정되고, 3개월 전에는 ‘종합 공약집’과 공약 이행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제시하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예비 후보 등록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핵심공약과 우선순위가 여론을 떠본 뒤 수시로 바뀌는 탓에 유권자에게 커다란 혼란을 주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미국의 경우처럼 효과적인 후보자 상호 TV 토론이 실현되고 후보자의 ‘민낯’을 볼 수 있는 토론방송의 활성화를 위해 독립적인 대선 후보 토론방송위원회 설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 간 상호 TV 토론 참여 의무 횟수를 제도로 규정하고 ‘팩트 체킹’(Fact checking·사실 확인) 시스템을 도입해 유권자의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정책공약 검증이 자유로워야 하고 공약 이행 검증이 상시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에 따라 정책 공약을 평가하고 결과를 발표할 수 있어야 하고, 선거 후에는 주기적으로 공약 이행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에 따라 수치화된 공약평가와 결과 발표가 이뤄지고 있으며, 당선자는 매년 초 공약 이행 정보를 문서로 공개하고 중간 평가를 받기 때문에 매니페스토 선거가 정착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 대선보조금 사용 내역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중간 사퇴로 ‘먹튀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제 하에서 결선투표가 없을 경우 중도 사퇴나 후보 단일화는 상시적으로 벌어지는 문제이며 순기능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따라서 중도 사퇴를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는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대선 선거보조금의 과대 계상을 통해 선거 비용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더 시급해 보인다. 제도 정치권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선거에서 승자는 한 사람이다. 나머지는 모두 패자다. 그러나 유권자의 관점에서 선거는 출마자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사를 표출하는 것뿐이지 승자 독식을 용인하거나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 승자는 국민이고, 주인공은 유권자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부터라도 후보자의 승패에 대한 관심보다 선거에서 ‘갑(甲)이 을(乙)이 되고 을(乙)이 갑(甲)이 될 수밖에 없는’ 현행 제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 미인대회 여성 “아버지에게 성폭행” 유튜브 충격 고백

    미인대회 여성 “아버지에게 성폭행” 유튜브 충격 고백

    유튜브에 개설된 자신의 채널을 통해 정기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한 여성이 공개적으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과거 미인대회 입상자이자 현재 뷰티 전문가로 일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출신인 브리 라이브랜드. 현재 수천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뷰티 컨설팅을 하는 그녀는 지난달 말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방송을 내보냈다. 약 12분 짜리 비디오에서 그녀는 과거 방송과는 달리 ‘민낯’으로 등장해 “최근 아버지가 내 방송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제 과거 범죄에 대해 말 할 때가 됐다.” 면서 말문을 열었다. 라이브랜드는 “나는 4살부터 13살 때 까지 아버지로 부터 성폭행을 포함한 성적 학대를 받았다.” 면서 “아버지는 나의 순결을 빼앗아 갔다.”고 고백했다. 이어 “총으로 나는 물론 엄마까지 위협하고 폭행해 어린 나이의 나로서는 법정에 나가 증언할 수 없었다.” 면서 “지금도 그가 돌아와 나를 죽이는 악몽을 꾼다.”고 덧붙였다. 라이브랜드는 영상에서 오랜 기간 학대를 받다가 13살 무렵 집에서 도망쳤다고 밝혔으며 그 이후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이같은 영상이 공개되자 조회수가 10만건을 넘어서며 인터넷 상에 큰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라이브랜드가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이같이 주장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던지기도 했다. 인터넷뉴스팀        
  • [사설] 빅3 후보 TV토론 못할 이유라도 있나

    18대 대선이 49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말을 일곱 번 보내고 나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한데 국민들 가운데 주요 대선후보의 이름 석자와 정파 정도를 빼놓고 이들이 대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어떤 국정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또렷하게 파악하고 구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듯싶다. 여태 이를 제대로 내보인 후보가 없는 까닭이다. 어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강력 성토했듯이 지금 주요 후보들은 누구도 재원조달 계획 등 구체적 실천방안을 담은 공약 하나 내놓은 것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요 공약이라는 것도 구호 수준에 불과하다. 재원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검토 중이라거나 하나마나한 답변으로 넘어가고 있다. 예산대책까지 꼼꼼히 구비해 당당하게 시장에 내다 팔 정책 하나 변변히 준비된 게 없으니 그저 상대후보 헐뜯기나 제 이미지 관리에만 골몰하고 있는 게 작금의 대선 현실인 것이다. 적어도 빅3, 즉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만큼은 이제 민낯을 내보일 때가 됐다.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다니며 국민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나 하고 신문에 어떤 사진이 실릴까 궁리나 하기엔 그들 어깨에 걸린 과업이 너무나 중하다. 즉각 세 후보는 토론의 무대에 서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5년 전 17대 대선을 돌이켜봐도 이미 10월 중순부터 TV와 인터넷을 통한 주요 후보 토론회가 활발히 펼쳐졌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다음 달 13일부터 15일까지 KBS가 세 후보별로 개별토론회를 갖는 게 정해진 전부다. 관훈클럽과 방송기자클럽, 한국기자협회 등 여러 언론단체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세 후보 모두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꼬리를 빼고 있다. 박 후보는 야권 후보가 정해져야 나설 수 있다 하고, 문·안 두 후보는 박 후보가 나와야 할 수 있다지만 잔계산만 앞세운 눈치보기로 비칠 뿐이다. 후보 토론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국민소통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걸림돌이라면 박근혜-문재인, 문재인-안철수, 안철수-박근혜 식의 양자 토론이나 패널과의 개별 토론도 가능할 것이다. 준비가 됐으면 된 대로, 안 됐으면 안 된대로 검증 무대에 서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의무다.
  • 4인조 걸그룹 미쓰에이 “여자 배신한 남자는…”

    4인조 걸그룹 미쓰에이 “여자 배신한 남자는…”

    아시아의 넘버원 걸그룹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2010년 데뷔한 미쓰에이. 그녀들이 15일 새 앨범 ‘인디펜던트 우먼 파트 3’를 들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데뷔곡 ‘배드걸 굿걸’부터 ‘굿바이 베이비’, ‘터치’에 이르기까지 상처받은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이들은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남자 없이 잘 살아’로 자신의 인생과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미쓰에이는 그동안 무대에 비친 강한 모습과 달리 장난기 많고 발랄했다. 멤버들은 이번 곡에 대해 “기존의 미쓰에이의 당당함을 유지하면서도 어둡고 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나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사실 ‘브리드’라는 곡을 빼면 그동안 무대에서 노려보거나 ‘썩소’를 날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장난도 많이 치며 웃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안무도 손의 위치까지 맞춘 군무가 아니라 박자를 쉽게 타면서 각자의 느낌을 살리는 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민) 자연히 화제는 타이틀곡 ‘남자 없이 잘 살아’로 이어졌다. 박진영 PD가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내 돈으로 방세 다 내/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옷도 사 입고/ 충분하진 않지만 만족할 줄 알아/ 그래서 난 나를 사랑해’라는 독특한 가사가 눈길을 끈다. “가사를 집중해서 들어보면 남자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부모님이나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지아) “여자를 쉽게 보거나 노리개처럼 여기고, 돈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도 담겨 있어요. 사실 요즘 살기도 어렵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잖아요. 이런 험한 세상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면서 당당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심정을 노래했죠.”(민) 그동안 여자를 배신하고 떠난 남자들에게 경고하는 노래로 유독 여성 팬들이 많다는 미쓰에이. 미쓰에이의 민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저희 노래를 듣고 발을 차는 동작이 나오면 그렇게 속이 시원하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혹시나 이번 곡으로 남성팬들이 떠날 걱정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안 그래도 약간 걱정을 했는데, 요즘 남자들도 독립적인 여성을 좋아한다면서 가사에 공감하는 남성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가사처럼 남자 없이 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게 벌든 많이 벌든, 좋은 직업이든 아니든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여성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도 어렸을 때 분식집을 하셨는데 늘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셨거든요. 저도 엄마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아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피팅 모델을 하면서 얼마 안 되지만 스스로 용돈을 벌어서 쓴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고요.”(수지) 팀의 막내이자 내년에 성년을 앞둔 수지는 이처럼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대답을 내놨다. 인터뷰 당일 고등학교 3학년인 수지가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지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꿈꾼 적도 있지만, 지금 대학에 가봤자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 할 것 같고, 나중에 정말 열심히 해볼 생각이 생길 때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생 기간을 포함해 함께 생활한 지난 2년 6개월 동안 멤버들이 의견 충돌을 빚은 적은 있지만 싸운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팀과 달리 리더가 없다는 미쓰에이는 “네 명의 멤버 모두 기가 센 편”이라면서 웃었다. 특히 중국인 멤버인 지아와 페이는 이제 한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5년 반 동안 매일 두 시간씩 꾸준히 한국어로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한 덕분이다. 고향인 중국에서 K팝 스타인 이들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중국에 갔는데 40~50대인 어머니 친구들이 ‘강심장’ 같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에 관한 정보를 다 알고 계셔서 놀랐어요. 부탁받은 사인을 하느라 시간이 무척 걸렸죠.”(페이) “중국의 집으로 휴가를 갔는데 어떤 중국인 팬이 저희 집 앞에서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다 못한 어머니가 세수도 안 한 저를 깨워 집 안에서 즉석 팬미팅을 했는데 좀 쑥스럽더라고요.”(지아) 미쓰에이는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하는 ‘연기돌’을 꿈꾼다. 최근 중국 드라마 출연이 무산됐지만 지아와 페이는 언어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어 한다. 영화 ‘카운트다운’에 전도연의 딸로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민도 “기회가 된다면 스토리라인이 살아 있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을 얻은 수지를 빼놓을 수 없다. “첫 영화인데 이렇게까지 잘 돼서 너무 얼떨떨해요. 심지어 저는 처음에 대본이 재미도 없고 어디서 웃어야 할지도 몰랐거든요. 조금 촌스러운 이미지로 결정돼서 예쁘게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무대에서 늘 붙이던 속눈썹도 붙이지 않고 거의 민낯이라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영화 자체가 남자들이 좋아할 내용이고, 제가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인기를 얻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지는 “제 성격이 털털하고 여성스럽지 않아서 앞으로 액션 연기나 뱀파이어 역할, 또는 치명적인 팜파탈 등 강한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3년차를 맡는 미쓰에이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희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무섭지만 섹시하고 강하고 당당하고 센 언니들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미쓰에이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들…남자 없이 잘 살아”

    미쓰에이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들…남자 없이 잘 살아”

    아시아의 넘버원 걸그룹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2010년 데뷔한 미쓰에이. 그녀들이 15일 새 앨범 ‘인디펜던트 우먼 파트 3’를 들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데뷔곡 ‘배드걸 굿걸’부터 ‘굿바이 베이비’, ‘터치’에 이르기까지 상처받은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이들은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남자 없이 잘 살아’로 자신의 인생과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미쓰에이는 그동안 무대에 비친 강한 모습과 달리 장난기 많고 발랄했다. 멤버들은 이번 곡에 대해 “기존의 미쓰에이의 당당함을 유지하면서도 어둡고 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나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사실 ‘브리드’라는 곡을 빼면 그동안 무대에서 노려보거나 ‘썩소’를 날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장난도 많이 치며 웃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안무도 손의 위치까지 맞춘 군무가 아니라 박자를 쉽게 타면서 각자의 느낌을 살리는 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민) 자연히 화제는 타이틀곡 ‘남자 없이 잘 살아’로 이어졌다. 박진영 PD가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내 돈으로 방세 다 내/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옷도 사 입고/ 충분하진 않지만 만족할 줄 알아/ 그래서 난 나를 사랑해’라는 독특한 가사가 눈길을 끈다. “가사를 집중해서 들어보면 남자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부모님이나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지아) “여자를 쉽게 보거나 노리개처럼 여기고, 돈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도 담겨 있어요. 사실 요즘 살기도 어렵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잖아요. 이런 험한 세상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면서 당당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심정을 노래했죠.”(민) 그동안 여자를 배신하고 떠난 남자들에게 경고하는 노래로 유독 여성 팬들이 많다는 미쓰에이. 미쓰에이의 민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저희 노래를 듣고 발을 차는 동작이 나오면 그렇게 속이 시원하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혹시나 이번 곡으로 남성팬들이 떠날 걱정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안 그래도 약간 걱정을 했는데, 요즘 남자들도 독립적인 여성을 좋아한다면서 가사에 공감하는 남성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가사처럼 남자 없이 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게 벌든 많이 벌든, 좋은 직업이든 아니든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여성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도 어렸을 때 분식집을 하셨는데 늘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셨거든요. 저도 엄마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아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피팅 모델을 하면서 얼마 안 되지만 스스로 용돈을 벌어서 쓴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고요.”(수지) 팀의 막내이자 내년에 성년을 앞둔 수지는 이처럼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대답을 내놨다. 인터뷰 당일 고등학교 3학년인 수지가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지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꿈꾼 적도 있지만, 지금 대학에 가봤자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 할 것 같고, 나중에 정말 열심히 해볼 생각이 생길 때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생 기간을 포함해 함께 생활한 지난 2년 6개월 동안 멤버들이 의견 충돌을 빚은 적은 있지만 싸운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팀과 달리 리더가 없다는 미쓰에이는 “네 명의 멤버 모두 기가 센 편”이라면서 웃었다. 특히 중국인 멤버인 지아와 페이는 이제 한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5년 반 동안 매일 두 시간씩 꾸준히 한국어로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한 덕분이다. 고향인 중국에서 K팝 스타인 이들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중국에 갔는데 40~50대인 어머니 친구들이 ‘강심장’ 같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에 관한 정보를 다 알고 계셔서 놀랐어요. 부탁받은 사인을 하느라 시간이 무척 걸렸죠.”(페이) “중국의 집으로 휴가를 갔는데 어떤 중국인 팬이 저희 집 앞에서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다 못한 어머니가 세수도 안 한 저를 깨워 집 안에서 즉석 팬미팅을 했는데 좀 쑥스럽더라고요.”(지아) 미쓰에이는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하는 ‘연기돌’을 꿈꾼다. 최근 중국 드라마 출연이 무산됐지만 지아와 페이는 언어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어 한다. 영화 ‘카운트다운’에 전도연의 딸로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민도 “기회가 된다면 스토리라인이 살아 있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을 얻은 수지를 빼놓을 수 없다. “첫 영화인데 이렇게까지 잘 돼서 너무 얼떨떨해요. 심지어 저는 처음에 대본이 재미도 없고 어디서 웃어야 할지도 몰랐거든요. 조금 촌스러운 이미지로 결정돼서 예쁘게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무대에서 늘 붙이던 속눈썹도 붙이지 않고 거의 민낯이라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영화 자체가 남자들이 좋아할 내용이고, 제가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인기를 얻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지는 “제 성격이 털털하고 여성스럽지 않아서 앞으로 액션 연기나 뱀파이어 역할, 또는 치명적인 팜파탈 등 강한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3년차를 맡는 미쓰에이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희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무섭지만 섹시하고 강하고 당당하고 센 언니들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16일 개봉 ‘대학살의 신’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16일 개봉 ‘대학살의 신’

    야스미나 레자는 근래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서구에서만 그러한 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녀의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다. 폭넓은 관객을 불러 모은 연극 ‘아트’의 인기는 대단해서 남자 배역을 여자로 바꾸어 공연될 정도였고, 거기에 힘입어 ‘대학살의 신’ 또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공연 초기에 ‘아트’와 ‘대학살의 신’을 보면서 처음 드는 생각은 ‘재미있다’는 것. 지적이면서 난해하지 않은 내용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소수 인물이 제한된 공간에서 벌이는 말의 전쟁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지만, 은유하는 게 조금 빤해 곱씹기엔 부족해 보였다. 왜 레자의 연극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을까. 공연문화가 활기를 띠는 현상이 한몫했음은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산층 중심의 ‘교양 학습’에 대한 관심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돈을 잘 벌고 자식을 잘 키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수억짜리 아파트를 한두 채씩 꿰찬 지금 그들에게 절실한 건 교양이다. 당연히 뼛속 깊이 교양을 새길 필요는 없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되고, 그러자니 이따금 공연을 보면서 적당히 눈을 높이는 게 쉬운 해결책으로 자리 잡았다. 레자의 극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런 유의 사람들이다. 자기처럼 얄팍한 인물을 보고 즐기면서 동시에 교양도 살찌우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대학살의 신’은 아이들의 다툼 탓에 대면해야 했던 두 부부의 이야기다. 해결책을 두고 할 말만 나누고 헤어지면 별 문제는 없을 터였다. 그러나 만남의 시간이 연장되면서 볼썽사나운 말과 행동이 툭툭 튀어나온다. 처음에야 상대방에게 예의를 차리겠지만, 짜증이 슬슬 밀려올 즈음엔 속에 들어찬 더러운 본성으로 맞대응하기 마련이다. 중산층 부부는 억지 교양의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상류층 부부는 상대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인간임이 들통나 곤욕을 치른다. 뉴욕의 한 아파트는 몹쓸 됨됨이들이 뒹구는 진창으로 변한다. ‘대학살의 신’은 인간이 원래 폭력적인 존재가 아닌지 묻는다. 도시에 살며 우아하게 행동하는 치들은 ‘무슨 소리?’라며 펄쩍 뛸 일이다. 기실 문화생활을 누리고 지식을 쌓으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을 쓴다고 해서 저절로 교양인이 되는 건 아니다. 내면이 성숙하지 않으면 야만적인 존재와 하등 다르지 않다. ‘대학살의 신’의 네 사람은 대화하는 척하다 결국 싸우면서 야만인의 본성을 드러내고 만다. ‘대학살의 신’은 ‘올바른 척하는 인간, 교양 있는 척하는 인간, 착한 척하는 인간, 잘난 척하는 인간’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들이 차려 쓴 가면마저 모조리 벗겨 버린다. 영화화된 ‘대학살의 신’은 연극과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앞뒤로 삽입된 두 개의 실외 장면은 감독이 덧붙인 귀여운 농담이다). 실내극의 대가 로만 폴란스키는 자신과 딱 어울리는 소재와 만나 유려하게 붓을 휘두른다. 흡사 편집 없이 80분 만에 다 찍은 듯 영화는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며, 카메라의 다양한 각도와 인물의 과감한 배치는 ‘불편함의 미’를 빚는다. 쉴 새 없이 맞받아쳐야 하는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한 배우 네 명의 연기 앙상블도 뛰어나다. 연극무대에서 못 본 아쉬움을 달래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16일 개봉. 영화평론가
  • [커버스토리] 스파링 상대도 전담코치도 없다 박수? 바라지 않아…그런데 자꾸 주먹이 운다

    [커버스토리] 스파링 상대도 전담코치도 없다 박수? 바라지 않아…그런데 자꾸 주먹이 운다

    스물하나 청춘이 샌드백을 두드린다. 깔끔한 ‘민낯’에 어울리지 않게 손에는 파란색 글러브를 끼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런던으로 떠난 20일 태릉선수촌 복싱 훈련장은 적막하기만 했다. 소녀가 샌드백을 두드리는 타격음만 텅 빈 공간을 채웠다. 개막을 일주일 앞둔 런던올림픽은 근대 올림픽 116년 역사상 처음으로 26개 모든 종목의 남녀 차별이 없어진다. 1900년 2회 파리대회에 처음 입성이 ‘허락된’ 이후 금녀(禁女)의 마지막 빗장이 복싱에서 풀리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대표 김예지(한체대 2년·51㎏급)는 런던의 링에 오르지 못한다. 다른 두명의 대표도 마찬가지. 김예지는 지난 5월 중국 세계선수권에서 8강에 들지 못해 올림픽 출전권을 쥐지 못했다. 글러브를 처음 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간직해온 꿈을 이룰 첫 기회를 놓쳤다.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비난하는 이도 없다. 셋은 전국체전에 대비해 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그나마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신종훈(49㎏급)과 한순철(60㎏급)이 떠났으니 선수촌에서 나가야 한다. 김예지는 오는 28일 오후 11시 30분 시작하는 여자복싱 A그룹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게 됐다. 무관심에서 비롯된 열악한 인프라를 탓할 여유도 없다고 했다. 여자복싱이 유망할 것이란 코치의 말에 복싱을 시작했는데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다이어트 삼아 체육관을 찾는 여성은 늘었지만 대회에 나가기 위해 운동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마땅한 스파링 파트너도 구하기 어렵다. 지난 석달 동안 체격이 엇비슷한 남자 중학생들과 글러브를 맞대 왔다. 이훈(45) 코치는 뼈대가 다른 남자들과 겨루다 행여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아직은 복싱이 너무 좋다.”는 김예지와 달리, 스승은 많지 않은 제자를 받아줄 실업팀이 거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3체급(51·60·75㎏) 선수를 모두 뽑는 곳은 경북체육회와 보령시청뿐. 다른 실업팀은 여자가 없거나 형식적으로 한명만 받고 있다. 남자들의 훈련 메커니즘을 좇을 수밖에 없다. 3분 동안 3회를 뛰는 남자 경기와 달리, 여자는 2분 4회로 정해져 있어 훈련 방법이 달라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김예지는 “여자선수에게 여자 코치가 한명쯤은 있어야 하는데…. 여자 선생님들이 있는 유도나 레슬링은 그나마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예지는 “오빠(남자 대표)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시 복싱의 인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코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와야 하는 남자들에게 훈련이 맞춰지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글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사진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골프 중화시대 시작은 펑산산

    2009년 US여자오픈 챔피언 지은희(26·팬코리아)의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3승째가 무산된 웨그먼스 챔피언십에서 관심이 집중된 선수는 중국의 펑산산(23·엘로드)이었다. 챔피언에 올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 하면 평소에 느끼지 못한 뭔가가 있다. 바로 ‘중화 골프’의 약진이 확인된 것. 11일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골프장(파72·6534야드)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 라운드. 펑산산은 전날 단독선두 지은희에 3타 뒤진 공동 7위로 출발한 뒤 5타를 줄인 6언더파 282타로 역전승, 투어 데뷔 5년 만에 첫 우승컵을 안았다. 지은희가 9번, 10번, 12번홀에서 흔들리는 사이 펑산산은 보기 한 개 없이 또박또박 타수를 줄인 끝에 꿈에도 그리던 LPGA 투어 첫 승을 메이저 트로피로 장식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이며 지난 2009년까지 맥도널드 챔피언십으로 불렸던 대회라 첫 우승치곤 의미가 묵직하다. 맥도널드 시절부터 우리에게 친숙했던 대회다. 투어 통산 25승의 박세리(35)가 첫 우승컵을 품은 데 이어 4년 새 15승을 달성한 세계 1위 청야니(타이완)가 우승 사냥을 시작한 것도 2008년 이 대회였다. 따라서 펑산산에게 붙여졌던 ‘중국의 청야니 혹은 박세리’란 별칭도 이제 딱 맞춤이게 됐다. 더욱이 깊숙이 감춰졌던 ‘중화 골프’의 민낯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펑산산은 지난해 2승에 이어 올해도 지난 5월 요넥스 레이디스에서 우승하는 등 일본여자프로골프(JPGA) 투어에서만 3승을 올려 화제가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조금 섭섭할 것 같네요.(웃음)” 영화 ‘하녀’에 이어 ‘돈의 맛’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번째로 진출한 임상수(50) 감독. 그의 화법은 자신의 영화처럼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내놨던 그는 영화에서 재벌가를 배경으로 돈을 향한 무모한 질주를 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 감독을 만났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돈 있는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 싸움박질을 하고, 없는 사람은 처절하게 생존하려는 공포 속에서 ‘돈, 돈’ 하는 세상이지 않나. 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주고 모욕을 받는 사회의 단면을 들춰보고 싶었다. →‘하녀’에 이어 상류층 재벌가의 위선과 탐욕을 꼬집고 있다. 특정 재벌을 겨냥한 것인가. -사실 부자만 위선적인 것도 아니고, 부자들을 비판하고 욕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입장 차이만 있을 뿐,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않겠는가. 특정 재벌을 그렸다면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스캔들에 묻힐 텐데 어리석은 행동 아닌가. 여기저기서 소스를 모아서 썼다. 내가 갖고 있는 의문은 없는 사람은 없어서 불행하고, 있는 사람은 있어서 불행하다는 것이었다. →‘하녀’의 일부 장면이 등장하거나 윤나미(김효진)의 대사에 ‘하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하녀’를 만들면서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녀’의 리메이크작을 만들지 않았다면, ‘돈의 맛’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하녀’는 틀어질 자격이 있고, 당연히 원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생각났다. ‘하녀’가 어떤 기획된 틀에서 약간 연극적이고 우화적인 냄새가 풍겼다면, ‘돈의 맛’은 명랑하고 웃기는 원래 내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다. →영화 속 캐릭터의 선이 분명하다. 특히 재벌가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렇다. 돈 때문에 백금옥(윤여정)과 결혼한 윤 회장(백윤식)은 마지막 사랑인 필리핀 하녀를 만나 돈의 모욕에서 해방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런 남편에게 상처받아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금옥은 충동적으로 젊은 육체를 탐하게 된다. 사랑하지만 경쟁하고 질투하면서 역전을 거듭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가 영화의 주요 뼈대다. →점점 돈의 맛에 빠져드는 주인공 주영작(김강우)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하녀’는 상징성이 강한 영화였기 때문에 주인공인 하녀 은이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초반부터 영작을 통해 편안하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쫓아갈 수 있게 설계했다. 영작을 통해 동일시도 이뤄지고 슬픔과 분노는 물론 안타까움까지 느끼도록 했다. 영작을 다소 찌질하게 그린 것은 비현실인 카타르시스 보다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를 느끼게 하도록 한 장치였다.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정사신 등 ‘센’ 장면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평소 돈의 맛을 잘 못 보시는 분들에게 임상수가 그리는 ‘돈의 맛’을 좀 보여드리고 싶었다.(웃음) 무조건 자극적으로만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금옥과 영작의 관계는 늙은 여자에게도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년의 부자 남자와 예쁘고 늘씬한 젊은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익숙하지 않은가.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돈의 맛’이란 결국 씁쓸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열심히 일해서 노동의 대가로서의 돈은 어떤 면에서 자유롭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려면 아무리 철면피라도 모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과연 남이 보지 않는다면 그런 모욕을 버리고 위엄있는 삶을 택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 우리는 돈만 좀 더 있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불행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행복의 의미와 가치 판단의 기준을 묻고자 한 것이다. →장자연 사건과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 등 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한 장면도 눈에 띈다. -사실은 (고)장자연이라는 여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딸 같은 20대들 아닌가. 그런데 40~50대들이 20대들이 취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매춘을 시키는 것은 사회의 추악한 면이라고 봤다.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도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모른 척하는 것은 리더로서 자질이나 사회적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맥락에서 넣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번이나 진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 ‘하녀’와 비슷하다면 또다시 칸에 초대되지 못했을 것이다. 칸 영화제는 돈을 많이 버는 할리우드 영화와 상관없이 지적이고 세련된 현대 영화의 답을 내리는 영화제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들어오면서 상징이 많고 모호한 유럽식 아트하우스 영화보다 재미있고 풍성한 이야기에 순수한 영화적 쾌감을 주는 영화 쪽으로 추세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나. -‘하녀’때는 칸에 간 것만으로 좋았고 상을 못 타고 돌아올 때 섭섭한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빈손으로 온다면 좀 섭섭할 것 같다. 아직 현지 상영을 안 했기 때문에 예상은 할 수 없지만, 작은 상이라도 하나 받을 것 같은 근거없는 모호한 예감이 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폭력 진보 ‘수구좌파’의 민낯

    폭력 진보 ‘수구좌파’의 민낯

    통합진보당의 내분이 끝내 폭력사태로 치달았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으로 시작된 통진당 사태는 이후 당권파와 비당권파 진영의 주도권 싸움으로 비화했고, 결국 진보라는 기치를 부끄럽게 하는 집단폭력으로 얼룩졌다. 진정한 진보세력이 아닌 ‘진보’를 가장한 수구 좌파 세력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통진당 창당 후 첫 중앙위원회는 당권파인 민주노동당 계열 자주파(NL·민족해방)가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 등 비당권파에게 집단 린치를 가해 아수라장이 됐다. 1987년 통일민주당 폭력 테러 사태인 ‘용팔이 사건’, 1994년 신민당 각목 전당대회 파동, 1995년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폭력 사태 이후 17년 만에 진보의 이름으로 ‘정치적 린치’ 사태를 부활시켰다. 통진당은 지난해 12월 창당한 지 5개월 만에 분당(分黨)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통진당 내에서는 이번 린치 사태에 대해 당권파의 사전 기획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12일 중앙위 개회 직전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당권파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와 장원섭 사무총장 등 지도부 대부분이 퇴장한 후 당권파 측 참관인의 고성과 욕설, 시위를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중앙위 의장을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의 성원 보고가 끝나자 당권파 측 중앙위원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민참여당 출신 중앙위원 50여명이 무더기로 교체된 불법 성원”이라며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고, 급기야 경기동부연합 소속 대학생 등 200여명이 “불법 중앙위 해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공동대표들에 대한 집단 린치는 개회 7시간 35분 만인 오후 9시 35분 당권파 참관인들이 일제히 단상을 급습하며 순식간에 일어났다. 비당권파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문제 제기에 대해 “세작(간첩)질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던 당권파는 결국 한솥밥을 먹던 진보 진영의 동지들에게 주먹을 날렸다. 폭행 표적이 된 조준호 공동대표는 입원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13일 트위터에 “저는 죄인이다. 어제 제가 무릎 꿇지 못한 것이 오늘 모두를 패배시켰다.”며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권파가 주도한 폭력 사태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위 전자투표가 실효성 및 정당성이 없다고 공격한 당권파 장원섭 사무총장을 언급하며 처음으로 이정희 공동대표의 ‘정치적 퇴진’을 직접 언급했다. 당권파 대변자가 된 이 공동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정치적 결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가장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밤을 보냈다.”며 “부끄럽다고 해서 치부를 감추지도, 버겁다고 샛길을 찾지 않고 낡고 어두운 관습과 유산을 과감히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비당권파는 당권파의 중앙운영위 저지에 맞서 이날 저녁 8시 인터넷을 이용, 온라인을 통해 중앙운영위 회의를 속개했다. 비례대표 경선 당선자 총사퇴 등을 담은 당 혁신쇄신안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으로, 14일 오전 10시까지 대의원들의 전자투표를 거쳐 혁신안 및 비대위 구성안 등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위 성원 912명 중 과반인 457명이 찬성하면 당 혁신 결의안 및 강기갑 의원의 비대위원장 인준안이 통과된다. 그러나 당권파 측은 “비당권파 진영의 일방적인 전자투표는 또 다른 부정선거일 뿐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 전자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당 내분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씨줄날줄] 힐러리의 민낯/최광숙 논설위원

    몇년 전 아침 생방송을 위해 이른 새벽 방송국에 도착한 한 여성 국회의원을 보고 방송 스태프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머리 손질은 물론 화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면 다른 출연자들의 경우 부스스한 머리에 세수만 하고 나와 방송국에서 화장하고 머리를 드라이한다고 한다. 평소 강단 있고 깐깐한 성격으로 알려진 한 중진 여성의원은 의원회관 집무실에 헤어 세트기를 두고 직접 머리를 매만진다고 한다. 여성 정치인에게 외모는 경쟁력이다. 전문성·정치력 외에 호감 가는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나아가 패션 등을 통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만 하더라도 총리로 당선되었을 당시에는 ‘동독 출신의 시골뜨기’로 불렸지만 이젠 깔끔한 화장과 헤어스타일, 패션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여성이라는 숙명 때문에 여성 정치인들은 ‘패션의 정치학’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 영부인들의 패션이 늘 화제가 되는 것도 패션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읽고자 하는 대중들이 있어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지난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방미 때 입은 붉은 색 이브닝 드레스가 영국 출신 알렉산더 매퀸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영부인이 과연 미국의 고용 문제를 생각이나 하나.”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후 미셸은 미국 디자이너의 옷을 선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영부인 시절 단발·커트 등 다양한 헤어 스타일을 선보였다. 변호사 출신답지 않게 “백악관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헤어스타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할 정도로 이미지에 신경을 썼다. 그런 그가 최근 인도 공식 행사에서 화장을 하지 않고 입술만 살짝 바른 채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지보다 업무에 집중하는 국무장관의 모습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패션을 버리고 일을 택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힐러리의 이런 이미지 변신을 2016년 대선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 총선 때 작가 공지영씨가 투표장에 서 있는 자신의 생얼을 공개하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투표를 독려한다고 올린 공씨의 생얼을 보고 토할 뻔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연예인의 민낯은 순수 미인인지 여부를 보여주지만 정치적 행동을 하는 이들의 민낯은 정치적 해석을 낳을 뿐인 이 현실을 어찌 봐야 하나.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섹시한 하이힐… 냄새나는 ‘출생의 비밀’

    ‘하이힐의 유래’라고 운을 떼면 벌써 몇몇 사람들은 쿡쿡 웃기 시작할 것이다. 유럽의 하루 일과는 창 열고 길바닥에다 요강 비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하수도 시설이 시원찮아서다. 파라솔은 여자들이 머리 위를 덮치는 오물을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이힐은 오물 범벅인 땅 위를 걷기 위한 일종의 나막신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남자들은 나막신에서 묘한 힘을 발견해냈다. 뒷부분을 극단적으로 높이면 사람의 자세를 변형시켜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는 데 도움 된다는, 그래서 여자가 더욱 섹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에 나오는 얘기다. 더 은밀하게는 중국의 옛 풍습인 전족과 같은 원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요즘은 아예 하이힐 밑바닥에 빨간 밑창을 붙여 두는 데서 이는 더 명확히 드러난다. 섹스 어필이다. ‘사물의 민낯’(김지룡·갈릴레오SNC 지음, 애플북스 펴냄)은 이런 류의, 그러니까 현대 세계의 풍속사라 할 만한 내용들을 가득 담았다. 은밀한 것·익숙한 것·맛있는 것·신기한 것·재미있는 것 등 5가지 카테고리 아래 모두 49가지 사물들의 유래를 밝혀놨다. 비아그라, 시멘트, 우표, 치즈, 게임기, 엘리베이터, 콘플레이크, 뽀로로, 헬로키티 등을 다루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버무려 놓았기에 읽는 내내 큭큭 웃을 수 있다. 가령 옛 로마 사람들의 치약은 오줌이었다. 심지어 포르투갈 남자의 오줌을 특별히 선호하기도 했다. 현대 의학자들도 일정 부분 인정한다. 암모니아 성분이 긍정적 역할을 하고 현대 치약에도 이 성분이 약간 들어 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산 오줌은? 아마 로마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발효돼서 효과가 배가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마요네즈 얘기도 재밌다. 18세기 중반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프랑스군이 전승파티를 열게 됐다. 그런데 너무 치열하게 싸운 뒤라 파티를 열겠답시고 마혼섬에 모이긴 했는데 뭘 만들어 먹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낙담한 요리사가 될대로 되라며 아무거나 막 섞어 소스를 만들었는데 이게 의외로 인기를 끌었다. 바로 마혼섬의 소스, 마혼네즈(Mahonnaise)가 원조라는 것이다. 마냥 웃긴 얘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8년 주기로 열리던 올림픽이 왜 4년마다 열리게 됐는지, 달력을 두고 지금이 21세기인지 아니면 18세기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은 과학적 지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1만 6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엄친딸’ 타이완 총통 딸 “좋아요” ‘된장남’ 보시라이 아들 “싫어요”

    ‘엄친딸’ 타이완 총통 딸 “좋아요” ‘된장남’ 보시라이 아들 “싫어요”

    “그녀는 전액 장학생도 아니고, 빨간 페라리도 없다. 하버드대 석사 소지자로 버스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중국 빈곤마을 부촌장 딸보다 행색이 남루하고 그 흔한 명품도 하나 걸치지 않는다. 아버지인 타이완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관시(關係)를 이용해 직장을 구하기보다 차이궈창(蔡 强·저명 예술가)의 조수 일부터 시작하는 등 바닥부터 다지고 있다.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이며, 친구들과 여성 잡지도 운영한다.” 마 총통의 장녀인 마웨이중(馬唯中)의 검소하고 독립적인 태도를 칭찬하는 글이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연일 리트위트(재전송)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액 장학생이 아니고 빨간 페라리도 없다’는 대목은 이번 양회 직후 해임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서기의 아들인 보과과(薄瓜瓜)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빗댄 것이다. 중국 반관영인 남방도시보 계열의 주간지인 남방인물주간은 23일자 최신호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 엄친딸 마웨이중’이란 제목으로 마웨이중의 검소하고 낮은 자세를 정계 자제의 모범으로 치켜세웠다. 올해 32세인 그녀는 어머니 저우메이칭(周美靑) 여사처럼 민낯에 흰색 셔츠와 청바지를 즐기는 서민형으로, 영어는 물론 불어에도 능통하다. 바이올린과 첼로, 그림 솜씨까지 뛰어난 그야말로 ‘엄친딸’의 전형이었다. 타이완국립대인 동물학과에 합격한 뒤 하버드대 생명과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아 기회가 될 때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반면 보과과는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12살때부터 영국에서 가장 비싼 사립학교 가운데 하나인 해로스쿨을 다녔다. 학비 출처가 문제가 되자 ‘전액 장학금’이라고 주장했다. 술집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외국 여성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과 붉은색 페라리를 몰고 베이징 시내를 출몰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며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도를 넘어서는 권력층 자녀들의 생활은 일반인들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권력층 자녀들은 마오쩌둥(毛澤東)이 공산화에 성공한 이후 수십년 동안 격리된 엘리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최근에는 미국 영국 등의 유명 사립학교로 조기유학을 떠난 뒤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귀국한 뒤에도 부모 덕에 국영기업이나 정부기관,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서 일자리를 얻어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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