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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착수

    전북 전주시가 한국전쟁 때 전주교도소 등에서 희생된 민간인 유해발굴에 착수했다. 시와 전주대학교 박물관은 29일 희생자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황방산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발굴의 시작을 알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개토제를 거행했다. 이날 개토제는 발굴 과정에 대한 경과보고에 이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도사와 헌화 및 분양, 진혼무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황방산 일대는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전주지역 유해 매장지로 추정한 곳이다. 시는 11월까지 황방산 일대와 산정동 소리재개 일대를 대상으로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시굴 및 발굴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후 희생자 유해의 신원을 밝혀내는 감식을 거쳐 희생자가 영면할 수 있도록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할 예정이다. 시에 따르면 군과 경찰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 전주교도소 재소자 1600여명(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추정)을 좌익 관련자라는 이유로 학살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전주를 점령한 인민군은 재소자 등 500여명을 반동분자로 분류해 살해했다. 당시 학살된 수감자 가운데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급 인사인 손주탁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류준상·오기열·최윤호 국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개토제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쟁의 상흔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치나 이념 등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일 것”이라며 “유해발굴을 통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정책리뷰]4차산업혁명 대응 맞춤형 인재 찾아라...대한민국 괴짜 DB에

    [정책리뷰]4차산업혁명 대응 맞춤형 인재 찾아라...대한민국 괴짜 DB에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무허가 민박업(에어비앤비)이나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우버)이 불과 몇 년 만에 세계를 이끄는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드론을 이용해 오지 섬에 택배물품을 배달하고 스마트폰으로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물건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됐다. 언제 어느 날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전대미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그간 관심을 두지 않던 각 분야의 괴짜 전문가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인재풀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영화 ‘아마겟돈’(1998)을 보면 미국 텍사스주 크기만한 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지구로 돌진한다. 미국 정부는 인류 파멸을 막고자 행성에 약 250m 깊이의 구멍을 뚫고 그 안에서 핵탄두를 폭발시켜 쪼개는 방법을 고안한다. 이어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를 찾아가 작전을 부탁한다. 언뜻 봐서는 형편없어 보이는 해리와 그의 동료는 미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이처럼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 정부는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해당 분야의 달인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이는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목록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정부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hrdb.go.kr)에 기반한 정부헤드헌팅 제도다. 2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가인재DB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중앙인사위원회(현 인사혁신처)가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 고위직 인사는 대통령 등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학연·지연 등에 따른 관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주먹구구식 인사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객관화된 데이터에 근거한 인재정보 시스템’이 절실해졌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공무원과 우수 인재들의 정보를 모아 놓은 아카이브(기록 보관소)인 국가인재DB가 기획됐다. 당시로서는 선도적인 발상이었다. 20년이 지난 올해 6월 현재 중앙부처 5급 이상·지방자치단체 4급 이상 공무원 5만 8506명과, 국민 추천과 자기 추천을 통해 등록된 민간인 24만 6119명 등 모두 30만 4625명이 등록돼 있다. 해마다 2만명 정도가 새로 등재된다. 사망자는 자동으로 말소된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가인재DB를 책임진 김정일 전 인사처 인재정보기획관도 행정고시(32회) 출신이자 민간 인사컨설팅 전문가로 국가인재DB에 등재된 덕분에 책임자가 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인재DB 관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우수 인재를 골라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업무는 더욱 고되다. 정부부처에서 자신들이 구하기 힘든 인재가 필요하면 인사처에 스카우트를 요청한다. 그러면 인사처는 국가인재DB에서 적합한 인물을 3배수 정도 발굴해 해당 부처에 추천한다. DB에 적임자가 없다면 재야의 고수를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인사처가 인재들을 직접 만나 능력을 확인해 추천하면 각 부처는 이를 토대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를 ‘정부헤드헌팅’이라고 한다. 정부헤드헌팅은 공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사처가 민간 우수인재를 직접 조사해 추천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2015년 7월 제도를 도입한 뒤로 지금까지 모두 39명의 민간전문가가 임용됐다. 국가인재DB와 정부헤드헌팅 등을 통한 민간 인재 영입이 공직사회에 어떤 효과를 줄까. 잘 고른 민간 전문가는 공직사회 전체의 질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한다는 게 공직사회의 설명이다. 이동규(74)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이 대표적이다. ‘정부헤드헌팅 1호 공무원’인 그는 32년간 서울대 기상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기상예측 모델을 구축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한국인 최초로 지구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엑스포드 메달’도 받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장으로 근무한 이철(70) 전 울산대 총장도 민간 영입의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그는 국내 대형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수련교육과 실습을 체계화시킨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인사처 관계자는 “이들은 더이상 돈이나 명예가 필요 없을만큼 세계적인 성과를 낸 분들”이라면서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바꿔 보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임해 고맙고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애초 국가인재DB는 고위 공직자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재난대응 분야 전문가를 찾지 못해 대한민국 전체가 혼돈에 휩싸였던 뼈아픈 경험이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의 전문가 부재 현실을 절감한 정부는 영화 ‘아마겟돈’에서처럼 평소 민간 전문가 정보를 잘 관리해 뒀다가 예측 불가능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 축척에 나섰다. 최관섭 인사처 인재정보기획관은 “국가인재DB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면서 “어느 분야에서든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정보를 올려 달라. 이미 DB에 등재된 분들도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헤드헌팅은 여성 인재의 사회 진출도 돕는다. 올해 8월 현재 정부헤드헌팅으로 개방형직위에 임용된 고위공무원단 여성 비율은 36.3%로 전체 고위공무원단 여성 임용 비율 7.1%를 크게 앞선다. 특히 올해 정부 주요 부처 인사에서 국장급 직위에 정부헤드헌팅으로 발굴된 여성 민간전문가 출신이 잇따라 임용돼 화제가 됐다. 조은정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장과 서정아 금융위원회 대변인, 김희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공무원교육원장 등 여성 민간전문가가 속속 선임됐다. 2017년에는 김명희 전 SK텔레콤 본부장이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에 발탁됐다. 인사처 관계자는 “그간 여성 진입이 어려웠던 분야의 유리천장을 깨고 정부혁신과 변화를 이끌 여성 민간인재를 정부 주요 직위에 배치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렇다고 해서 민간 스카우트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중도에 사퇴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민간 분야 전문가 시절에는 업계 최고 권위자로 존경받으며 자신의 본업에만 충실하면 됐지만, 고위 공직자가 되면 기획재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예산을 따 오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겨난다고 한다.또 정부헤드헌팅 대상은 현업에서 최고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다. 지금의 위치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 정부부처로 이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급여가 현재 수준의 절반도 되지 않다 보니 대의에 공감해도 스카우트에 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부처에서 고위직 인재 1명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면 최소 30~40명은 만나야 어렵사리 최종 후보 3~4명을 추릴 수 있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애국심에 호소해 후보자를 설득해도 열악한 처우를 이유로 가족들이 반대할 때도 많다고 한다. 정부기능 업그레이드에 정말로 필요한 민간 인재들이 공직사회에 큰 부담없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물대포·빈백건 vs 벽돌·화염병… 10일 만에 끝난 홍콩 평화시위

    물대포·빈백건 vs 벽돌·화염병… 10일 만에 끝난 홍콩 평화시위

    시위대, 감시 의혹 ‘스마트 가로등’ 훼손 경찰과 무력 충돌… 체포 29명·부상 10명 람 장관, 사태 해결 위한 공개 토론 거절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0여일 만에 또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 지난 12~13일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로 시위대와 경찰이 유혈 충돌한 이후 18일에는 시민 170만명이 평화 행진을 벌였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또 유혈 사태로 번졌다. 25일 경찰은 홍콩 시위 12주 만에 처음으로 물대포 차량을 동원하며 무력 진압의 수위를 높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이날 콰이청 지역에서 취안완 지역까지 이어진 반송환법 지지 평화 행진에 수천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행진은 평화롭게 끝났으나 이후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일부 시위대가 영욱로드에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자 경찰이 앞서 경고한 대로 두 대의 물대포 차량을 배치한 것이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향해 물대포를 쐈으며 시위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흩어져 시위를 지속했다. 경찰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위대를 향해 직접 쏘지 않았다”며 허가받지 않은 시위를 해산할 목적이었음을 밝혔다. 이날 물대포 외에도 경찰이 최소 두 정의 총을 든 모습이 목격되며 시위의 격렬함을 짐작하게 했다. 평화 시위 기조는 이미 전날부터 무너졌다. 24일 쿤통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평화로웠던 시작과는 달리 늦은 오후 무렵부터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시위대가 시위 현장에 설치된 ‘스마트 가로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훼손하면서부터다. 시위대는 가로등에 중국 정부가 대중을 감시할 때 사용하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설치됐을 수 있다며 가로등을 전기톱으로 절단하거나 밧줄을 매달아 넘어뜨렸다. 홍콩 당국은 앞서 가로등에 대해 교통과 날씨, 공기질 관련 데이터만을 수집하는 용도라며 홍콩 도심에 400여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행진 끝에 도착한 응아우타우콕 경찰서 바깥에서 경찰과 본격적으로 충돌했다. 집회를 지속하려는 시위대가 공사용 대나무 장대와 도로에 세워진 방호벽 등을 엮어 바리케이드를 만들자 무장경찰들이 해산을 요구하며 최루탄을 발사한 것이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항의하며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졌고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와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을 시위대에 던지고 곤봉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29명이 체포되고 10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시위가 격렬해진 배경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미온적 태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오전 홍콩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정부청사에서 람 장관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가 람 장관에게 사태 해결을 위해 공개토론에 나설 것을 요구했으나 람 장관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거절한 사실이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는 “람 장관은 회의에서 ‘자신의 입으로 송환법 완전 철폐를 내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며 “해당 사항이 람 장관의 소관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야권연대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31일 도심인 채터가든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문 대통령 “경찰, 권력기관 중 가장 빨리 개혁” 치하한 이유

    문 대통령 “경찰, 권력기관 중 가장 빨리 개혁” 치하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민의 기대와 지지 속에서 경찰은 스스로 변화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권력기관 중 가장 먼저 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민 바람을 담은 권고안을 수용하며 가장 빠른 속도로 개혁을 실천했다”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북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 경찰 제296기 졸업식에서 축사를 통해 “국민의 뜻과 다르게 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탄압하기도 했던 어두운 시기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은 국민의 경찰,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경찰 스스로 거듭나도록 꾸준히 기다려 주셨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경찰학교 졸업식 참석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문 대통령이 경찰 간부를 배출하는 경찰대가 아닌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경찰대 개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경찰 개혁 실천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권력기관 개혁 핵심인 검찰의 개혁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경찰서마다 현장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해 인권 보호를 실천하고 있고 인권침해 사건 진상위원회를 설치해 총 10건의 사건을 조사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드렸다”며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위로와 희망의 첫걸음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의 기대에 혁신으로 부응하고 있는 오늘의 경찰을 진심으로 치하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제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한국형 자치경찰제 도입이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며 “수사권이 조정되고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시민과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지고 치안 서비스의 질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는 하염없는 따뜻함으로, 법을 무시하고 선량한 이웃에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추상같은 엄정함으로 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고, 대한민국 경찰도 100주년을 맞았다”며 “100년 전 1919년 4월 25일 임시정부 경무국이 설치되고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처했던 백범 김구 선생이 초대 경무국장으로 취임했다. 백범 선생의 애국안민 정신은 우리 경찰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 후에는 많은 독립운동가가 경찰에 투신해 민주 경찰의 역사를 이었다”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이자 독립운동단체 결백단에서 활동한 안맥결 제3대 서울여자경찰서장, 함흥 3.1운동의 주역 전창신 인천여자경찰서장, 광복단 군자금을 모았던 최철룡 경남경찰국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쉰한 분의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이 확인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국민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 선구자들의 정신은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제주 4·3 시기 문형순 제주 성산포 서장, 신군부의 시민 발포 명령을 거부한 80년 5월 광주 안병하 치안감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에 뿌리를 둔 자랑스러운 역사도, 과거의 아픈 역사도 모두 경찰의 역사로, 앞으로의 경찰 역사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며 “법 앞에 누구나 공정한, 정의로운 사회를 이끄는 경찰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써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찰의 처우와 복지가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경찰관 8572명을 증원했고,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2만명까지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강도 높은 업무 특성에 맞춰 건강검진과 트라우마 치유를 포함한 건강관리 인프라도 강화하고 있다”며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질병이나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할 경우 보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 복지가 국민 복지의 첫걸음이라는 자세로 더욱 촘촘히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민 부름에 묵묵히 책임을 다해 온 현장 경찰관 여러분께 늘 고맙고 애틋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분쟁지 카슈미르서 총격전… 인도·파키스탄 ‘네 탓 공방’

    최근 인도가 특별 자치권을 폐지하고 병력을 투입해 통제한 카슈미르 지역에서 총격전이 일어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도 측과 파키스탄 측의 주장이 너무 달라 정확한 경위와 사망자 수는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인도 경찰은 이날 카슈미르 북부 바라물라 지역에서 일어난 총격전으로 무장대원 1명과 인도 경찰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총격전은 인도 정부가 이달 초 이 지역을 통제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린 뒤 처음으로 보고된 무력 충돌이다. 현지 매체인 프레스 트러스트 오브 인디아(PTI)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군인들이 폰치 지역에 있는 사실상 국경선인 통제선 인근 마을과 초소를 공격해 인도 군인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PTI는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 인도 군이 대응사격을 가해 파키스탄 측에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측 설명은 달랐다. AFP통신에 따르면 군 대변인인 아시프 가푸르 소장은 “인도 군이 국경 너머에서 총격을 가해 7세 소년을 포함한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면서 “파키스탄 군의 대응사격으로 인도군 6명이 사망하고, 벙커 2곳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카슈미르는 인도·파키스탄·중국이 영유권 다툼을 벌여 온 지역이다. 파키스탄은 이날 카슈미르 분쟁을 국제사법제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파키스탄, 인도와 분쟁 빚는 카슈미르 문제 ICJ로 가져간다

    파키스탄, 인도와 분쟁 빚는 카슈미르 문제 ICJ로 가져간다

    파키스탄이 60년 동안 인도와 영유권 분쟁을 겪었고 두 차례 전쟁까지 치른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ICJ로 가져가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인도가 먼저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에 부여했던 자치권을 인정하는 헌법 조항 370조를 삭제하자 파키스탄은 무역과 교통망 연결을 끊고 인도 대사를 축출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했는데 유엔 대처도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다시 이런 초강수 대응을 선언했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아리(ARI) 뉴스 TV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카슈미르 문제를 ICJ에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모든 법률적 측면을 검토한 뒤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슬림 인구가 주류를 차지하는 카슈미르를 통치하는 인도 힌두교도들이 인권을 어떻게 유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파키스탄만 ICJ에 제소하면 그 결정은 권고안에 그치게 되며 두 나라가 ICJ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합의했을 때만 그 결정은 구속력을 갖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인도가 마찬가지로 ICJ 판단을 구해보겠다고 나서서 3~4년 정도 시간을 끌어 구속력 있는 해법이 나오게 될지 주목된다. 사실 미국의 외교 전문잡지 포린폴리시는 이달 초 카슈미르 문제가 이토록 해결되지 않고 악화하는 것은 영국이 너무도 무책임하게 식민 통치를 끝내버렸기 때문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한 일이 있다. 그런데도 보리스 존슨 새 영국 총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카슈미르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많은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주 파리에서 모디 총리를 만나 카슈미르 사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프랑스 정부 관리가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날 모디 인도 총리,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각각 전화 통화를 통해 긴장 완화를 주문한 데 이어 이날도 백악관에서 카슈미르 사태에 관해 발언했다. 그는 “알다시피 양국 간에 엄청난 문제가 있어 나는 중재든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카슈미르는 매우 복잡한 곳이다.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그렇게 잘 지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매우 폭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는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지난주 카슈미르 사태에 관해 회의를 열었으나 회원국 간에 입장차가 커 성명도 내놓지 못했다.이날도 두 나라 국경이 맞닿은 정전 통제선(LoC)을 따라 타타파니 지역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다. 아시프 가푸르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인도군의 총격으로 7세 소년을 포함해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면서 “파키스탄군이 대응 사격을 통해 인도군 6명을 사살하고 벙커 2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군은 “파키스탄군이 (국경 너머) 초소를 공격해 병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며 “대응 공격을 통해 파키스탄 군 쪽에도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맞섰다. 지난 5일 자치권 박탈 이후 민간인 희생자는 없다는 것이 인도군 주장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44년 전 덕적도 방위병 총기 난사 재조사해야”

    1975년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서 발생한 ‘방위병의 총기 난사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이 사건은 덕적도 근무 방위병이 민간인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다. 권익위는 당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군 당국의 총기 관리 부실 등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재조사 또는 재수사를 할 것을 국방부에 의견 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해군이 권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덕적도에서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A씨는 B씨를 짝사랑했지만, B씨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자 1975년 5월 무기고에서 M1 소총 1정과 실탄 8발을 훔쳐 B씨의 집에 침입해 가족에게 총기를 난사해 B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B씨의 동생 C씨에게 복부 관통상을 입혔다. B씨에게도 발사했으나 빗나갔고 이후 A씨는 자살했다. 당시 해군 헌병대는 A씨가 자살하자 불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려운 생계를 이어 나가야 했다. 피해자 가족 일부가 월미도에 있는 부대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사건을 알리지 말라며 협박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1975년은 유신체제 및 군사정권 시기였고 이후 10여년간 군사정부가 이어지면서 이 사건은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조덕현 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장은 “부실한 총기 및 실탄 관리·감독이 사건의 발생 원인인데도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재조사하고 피해 구제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불안한 미래·못 믿을 정부… 홍콩·러시아 20대, 개혁을 외치다

    불안한 미래·못 믿을 정부… 홍콩·러시아 20대, 개혁을 외치다

    홍콩과 러시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6월 9일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주말 시위가 처음 열린 뒤 지난 18일까지 11주째 이어졌다. 170여만명의 홍콩 시민들은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과 큰 충돌 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한 달여 만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5주째 계속됐다. 이들은 세계의 대표 ‘스트롱맨’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대가 주도하고 있는 홍콩과 러시아 시위를 짚어 본다. 홍콩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4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송환법의 핵심은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곳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게 하는 것.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이 반중 인사나 인권 운동가를 중국으로 압송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2014년 우산혁명 때 노랑이 상징 색이었다면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의 상징 색은 검정이다. 시위대 최일선에서는 검정 보호장구를 착용한 청년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해 왔다. 6월 11일 입법원 앞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방패를 등지고 앉아 명상에 잠겼던 ‘방패 소녀’처럼 시위대는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홍콩 현지 대학교수 3명이 조사해 지난 1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의 60%가량이 20대였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6월 9일부터 8월 4일까지 12차례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가한 6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시위 참가자는 ‘젊은 고학력의 중산층’이다. 시위 참가자의 57.7%가 10·20대였다. 20~24세가 26%로 가장 많았다. 45세 이상 장년층은 18%에 그쳤다. 시위 참가자의 상당수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와 그 이전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라는 뜻이다. 이번에 처음 시위에 참가했다는 응답자는 16%였고, 2014년 시위에 참가했었다는 응답자는 60.5%나 됐다. 시위 참가자의 73.8%가 일정 수준의 대학 교육을 받았고, 50.6%가 스스로 중산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20대의 참여가 높은 것은 정치적 자유 외에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안정 등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홍콩 반환 22년… 76% “난 여전히 홍콩인” 홍콩 시민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국 국민보다는 ‘홍콩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홍콩대가 지난 6월 실시한 정체성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자신을 홍콩 사람이라고 답했다. 중국인이라는 응답자는 23%에 그쳤다. 홍콩의 반환으로 중국인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은 27%로 1년 전 조사 때보다 11% 포인트 떨어졌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세대별로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18~29세 응답자의 9%만 ‘중국 국민이 돼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38%가 중국 국민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응답했다.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주말까지 100만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를 3차례나 주도했다. 하지만 2014년 때와 달리 두드러지는 지도자가 없다. 홍콩의 전문가들과 언론은 2019년 시위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첫째, 시위를 주도하는 지도자가 딱히 없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던 2014년 우산혁명은 17세의 조슈아 웡 등이 주도했다. 중심가를 점거하고 79일간 시위를 지속하면서 지도부 상당수가 체포됐고 일부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시위에서 얻은 교훈이다. 둘째, 치밀한 전략이 없다. 로이터통신은 시위대가 ‘유수전략’을 차용했다고 분석했다. 흐르는 물처럼 상황에 따라 시위 장소와 방법이 수시로 바뀐다. 유연성과 창의성이 강점이다. 조직력과 통제력은 떨어지지만 경찰의 진압도 어렵게 한다. 셋째,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이다. 온라인상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계획을 투표로 결정한다. 리더가 없다 보니 메시지가 통일되지 않아 혼란을 줄 때도 있다. 용감한 20대는 홍콩의 행정장관이 아니라 베이징의 중국 지도부를 상대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넘겨받으면서 일국양제를 50년 동안 보장한다는 약속을 했다. 2047년 이후 홍콩의 미래에 대해 중국 정부와 홍콩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베이징의 중국 정부는 시위대가 요구하는 행정장관 직접선거를 받아 줄 생각도, 일국양제를 유지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비폭력 시위로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홍콩이 일상으로 돌아갈지는 불투명하다. 시위대가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중국 정부도 10월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사태 해결을 원하기 때문이다.●러시아 시위, 6만명 참여… 8년 만에 최대 규모 5주째 러시아 수도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홍콩처럼 격렬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5주간 연행된 사람이 2500여명에 이른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지난 16일까지 748명이 체포됐고, 이 중 115명이 기소됐다. 모스크바에서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당국이 대규모 집회를 허가하지 않아 시내 곳곳에서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다음달 8일 실시되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요건 미비’를 이유로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지난달 20일부터 주말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10일에는 약 6만명(경찰 추산 2만명)이 참여했다. 2011년 부정선거 비판 전국 시위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다.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과 푸틴 체제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러시아 시위대도 2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영국의 가디언과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전한다. 상당수가 2000년대에 태어나 정치 지도자는 푸틴 대통령 말고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세대다. 독일의 젊은 세대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밖에 모르고 자란 것과 같다. 그런 러시아의 20대에게 이번 시위는 모스크바 지방선거를 넘어 국가의 미래와 관련돼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러시아 시위대의 상징적 인물로 21세의 정치학도인 예고르 주코프와 17세의 ‘헌법 소녀’ 올가 미시크가 꼽힌다. 12만여명의 팔로어가 있는 유튜버인 주코프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푸틴 체제에 대해 공개 비판을 서슴지 않는 그는 최대 8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헌법 소녀 미시크는 지난달 27일 방탄조끼를 입고 중무장한 경찰들 앞에 앉아 러시아 헌법의 결사의 자유와 투표할 자유를 명시한 법 조항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유명해졌다. 미시크는 올가을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졸업생. 이날 시위가 끝난 뒤 지하철을 타러 가다 연행돼 12시간 만에 풀려났다. 연행과 석방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미시크는 시위에 계속 참가한다. 러시아 시위대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집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 시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정선거 요구가 치솟는 물가와 연금 개혁, 사회적 안전, 환경 보호 등 경제·사회적 현안들과 맞물리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자신들의 미래를 기성세대의 결정에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선 20대가 다른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시위 동력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DMZ에 평범한 평화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 들어요”

    “DMZ에 평범한 평화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 들어요”

    확성기 꺼지고 관광객 늘어 변화의 물결 파주 DMZ 평화의길서 본 北, 느낌 달라 “생태계 보존·역사성 가진 콘텐츠 늘릴 것”“민간인출입통제선 안의 통일촌 이장님이 ‘대피소로 피신하는 게 예사였던 마을에 관광객이 오니 너무 좋다’고 했는데 그 말이 그렇게 뭉클했어요.”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서 19일 만난 조혜실 통일부 신경제지도 TF단 대외협력팀장은 이렇게 말하며 “작지만 구체적인 평화, 평범한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조 팀장은 ‘DMZ 평화의길’ 개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민간인에게 제한된 땅이던 비무장지대(DMZ)를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문을 연 ‘DMZ 평화의길, 경기 파주 구간’의 개장 작업에 가장 깊이 관여했다. 이 구간은 지난 4월 강원 고성 구간, 6월 철원 구간 개방에 이어 1단계 개방 계획을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9·19 군사합의 이전에 확성기 방송 때문에 귀마개를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는 두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는 대성동 마을 이장의 말에 DMZ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화의길은 남방한계선 주변과 DMZ 철거 경계초소(GP) 등을 방문하는 탐방코스다. 지난해 9·19 군사합의서 이후 진행된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으로 조성 여건이 마련됐다. 고성 구간은 해안철책을 따라 금강산 전망대를 방문할 수 있고, 철원 구간은 공동유해 발굴 현장인 화살머리고지가 보이는 비상주 GP를 견학할 수 있다. 파주 구간에서는 9·19 군사합의 이후 철거된 GP에서 북한 땅을 조망할 수 있다. 조 팀장은 “파주 구간의 철거 GP 터에서 바라본 북한은 도라산 전망대나 오두산 전망대의 전경과는 느낌이 달랐다”며 “(탐방객들이) 아픔을 다시는 반복하면 안 되겠다는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속에 간직하게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의길에는 여러 부처 공무원들의 땀이 녹아 있다고 전했다. 통일부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환경부, 지자체, 한국관광공사 등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조 팀장은 “특히 더운 날 현장에서 탐방객들을 위해 발로 뛰는 군인들, 지자체 직원들, 해설사들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탐방객들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DMZ 내에서 방문객들은 군의 경호를 받으면서 차량으로 단체 이동한다. 민수용 방탄복과 헬멧이 비치돼 있고,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긴급 출동·후송 체계도 마련했다. 조 팀장은 “앞으로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DMZ가 가진 역사적 상징성을 살릴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는 상황에 따라 남북 간 DMZ 평화의길을 연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나타냈다. 평화의길은 홈페이지(https://www.durunubi.kr/dmz-main.do)를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中, 선전 금융시장 집중 육성… 경제 압박으로 ‘홍콩 길들이기’

    中, 선전 금융시장 집중 육성… 경제 압박으로 ‘홍콩 길들이기’

    “광둥성 통합경제권 플랜서 홍콩 소외 전략” 트럼프 “또 다른 톈안먼 땐 무역합의 난항” 커들로 “美, 홍콩 사태 인도적 결말 원해” 홍콩 ‘우산 혁명 촉발’ 31일에 대규모 시위중국이 홍콩의 지척에 있는 광둥성 선전의 금융기능 등을 대폭 강화하는 발전 계획을 내놨다. 홍콩에서 반중국 시위가 11주째 이어지는 와중에 나온 이번 계획은 선전을 글로벌 도시로 육성해 ‘금융허브’ 홍콩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 18일 금융·법·사회·환경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선전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5년까지 선전을 세계 선두권 도시로 만들고 2035년엔 세계를 리드하는 도시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선전에서 홍콩까지 19분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이 올해 개통돼 두 지역의 물리적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고 지난해 선전의 경제 규모가 홍콩을 밀어내고 아시아 5대 도시로 발돋움했다. 국무원은 이를 위해 선전과 홍콩, 마카오의 금융시장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각종 법령을 국제기준에 맞춰 정비하고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계획은 홍콩 시위 속에 중국 정부가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 계획에서 홍콩을 소외시키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월 홍콩과 마카오, 선전, 광저우를 4개의 축으로 광둥성 11개 도시를 통합 경제권으로 묶는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비공식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첫 일성으로 홍군(인민해방군 전신)의 ‘대장정(大長征) 정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관영 매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기자가 다시 걷는 장정의 길’ 기획 취재와 관련해 대장정의 길을 제대로 걸을 것을 주문했다. 대장정은 국민당에 쫓긴 홍군이 1만 2500㎞를 이동해 옌안에 새 혁명 근거지를 마련했던 역사적 사건인 만큼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 등을 단결로 이겨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풀이된다.이런 가운데 전날 170만 홍콩인이 참여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집회를 평화적으로 개최한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31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9일 전했다. 31일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주권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2014년 8월 31일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이에 반발해 홍콩인들은 그해 9월 28일부터 79일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인 ‘우산혁명’이 일어났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중국이 홍콩의 시위를 톈안먼 방식으로 탄압할 경우 양국 간 무역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에서 휴가를 보낸 뒤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다시 말해 그것이 또 다른 톈안먼 광장이 된다면 대처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폭력이 있다면 (무역 합의를) 하기에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제기되는 미 경기 침체 우려를 반박하면서 홍콩 사태에 대해 “우리는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인도적인 결말을 원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미중 간) 무역합의를 고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긍정적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63명 사망한 아프간 ‘피의 결혼식’…생존자 신랑이 전한 그 후

    63명 사망한 아프간 ‘피의 결혼식’…생존자 신랑이 전한 그 후

    아프가니스탄의 한 결혼식에서 발생한 테러로 63명이 사망하는 등 240여 명이 사상을 입은 가운데, 테러에서 살아남은 결혼식 주인공이 입을 열었다. 현지시간으로 17일 밤, 카불의 한 결혼식장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은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결혼식이라는 특성상 사상자 가운데는 여성과 어린 아이가 여럿 포함됐다.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끔찍한 결혼식의 주인공이었던 신랑 미르와이스 엘미는 현지 언론인 TOLO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나와 신부는 살아남았지만 내 남동생과 친척들은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입었다”고 입을 뗐다. 그는 “완전히 희망을 잃었다. 가족과 신부는 충격에 휩싸였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신부는 여전히 충격으로 실신 상태에 있다”면서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이런 일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번 테러로 숨진 형제와 가족들의 장례식장도 가지 못한다. 이 테러가 아프간에서 벌어질 마지막 테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부의 아버지 역시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내 가족 14명이 이번 테러로 숨졌다”며 절망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행복한 결혼식을 끔찍한 테러 사건 현장으로 만든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사건 직후 ‘전사 중 한 명이 스스로 폭탄을 터뜨렸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현지에서는 IS가 민간인이 다수 참석하는데다 보안 검색이 느슨한 결혼식을 일부러 노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IS가 결혼식과 학교, 사원, 시장과 같은 공공장소를 겨냥한 것은 무고한 시민마저 죽이겠다는 테러 집단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BBC는 ”테러가 발생한 지역은 탈레반과 IS가 소수민족 하자라족을 겨냥해 지속적인 테러 공격을 이어온 곳“이라면서 ”시리아 등에서부터 영역을 넓은 IS와 탈레반이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최루탄 없었던 홍콩의 주말… 중국군 개입 맞선 평화 시위

    최루탄 없었던 홍콩의 주말… 중국군 개입 맞선 평화 시위

    시위대 “우리는 폭력적인 정부와 다르다” 홍콩 정부 “폭력 시위자 법에 따라 응징” 전날 교사 2만여명도 집회 “학생들 지지” 친중 인사들 맞불 시위… 물리적 충돌 없어 中전인대 美겨냥 “내정 문제… 간섭 말라”큰비가 내린 가운데 진행된 18일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는 중국이 무력 개입할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중국 전·현직 수뇌부가 모여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개최된 이번 시위는 중국이 향후 홍콩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콩 시민들은 이날 시위 내내 ‘비폭력’, ‘평화 시위’를 강조하며 왜 자신들이 3개월 동안 정부에 맞서 거리로 나오고 있는지 당위성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주최로 빅토리아 공원 일대에 모인 시위대는 오후 늦게 정부청사로 향하며 자신들을 폭도로 규정한 정부와 과잉진압 논란을 일으킨 경찰을 비판했다. 홍콩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진 책임은 시민들이 아닌 정부에 있다는 의미였다.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오늘 시위의 가장 우선순위는 평화다. 우리는 (폭력적인)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날인 17일 시위도 이날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2만 2000여명의 교사들까지 나서서 학생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고 친중 인사들이 ‘맞불 시위’를 놓기도 했지만 시위대·경찰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루탄 없는 토요일 밤이 지나가 홍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보도했다.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일단은 인민해방군 투입과 같은 초강경 대응보다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주말 시위에 앞서 미국 행정부가 잇따라 경고 메시지가 내놓은 것도 중국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홍콩 사태와 관련해 ‘인도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 가능성을 언급했고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톈안먼 사태를 기억하고 있다”고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는 등 미 정계는 최근 홍콩 사태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 왔다. 다른 세계 주요 국가들도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중국을 재차 압박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고위대표는 17일 성명에서 “자제력을 발휘하고 폭력을 거부하며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향후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폭력 시위자들을 법에 따라 응징할 것”이라며 “특구 정부는 시민의 평화 집회와 자유 표현의 권리를 존중하지만, 대중 집회에 참여하는 인사들이 평화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견해를 표현하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길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주말 내내 홍콩 문제의 인도적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적 여론과 각을 세웠다. 인민일보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미 의회를 겨냥해 “홍콩은 내정 문제이며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 바꿀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전인대 외사위원회 대변인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을 향해 “이들이 홍콩 경찰의 법 집행을 폭력적인 진압으로 왜곡하는데 이는 법치 정신에 반하는 노골적인 이중 잣대로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성토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홍콩시민 “평화의 날” 100만명 비폭력 시위

    홍콩시민 “평화의 날” 100만명 비폭력 시위

    中무장경찰 전진배치…무력개입 우려중국의 무력 투입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18일 오후 홍콩 도심 일대에서 벌어졌다. 지난 6월 초 시작해 11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반정부 시위는 중국의 인민해방군 병력 투입 가능성과 이를 우려하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목소리가 맞물리며 더욱 관심이 쏠렸다. 지난주 시위대의 점거로 홍콩국제공항이 운항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일제히 홍콩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은 시위 시작과 함께 “오늘은 평화의 날”이라며 “시위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모두 경찰 측에 있다”고 밝혔다. 큰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시위를 진행한 시민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임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송환법 완전 철폐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등을 요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정부청사 일대까지 전진한 이번 시위에 100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홍콩 경계에서 10분 거리까지 전진 배치되는 등 시위 현장 안팎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됐다. 앞서 무장경찰들이 홍콩 인근 선전에서 대규모 시위 진압 훈련을 하는 장면이 공개되며 중국이 무력 개입 수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포토] ‘폭우도 막을 수 없는’ 홍콩 대규모 집회

    [포토] ‘폭우도 막을 수 없는’ 홍콩 대규모 집회

    18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집회는 홍콩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 주도로 열렸다. 연합뉴스
  • 나경원 “조국 지명 자체가 국정농단…조국 전담 청문TF 운영”

    나경원 “조국 지명 자체가 국정농단…조국 전담 청문TF 운영”

    “착한 척, 정의로운 척, 깨끗한 척”“관련 의혹 본인이 앞장서서 다해”“지명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해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대 법대 동기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위한 당내 전담 인사청문팀을 꾸린다고 밝혔다. 나 원대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조 후보자의 지명과 관련해 “(조 후보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 자체가 국정농단”이라면서 “한국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전담할 TF(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를 중심으로 정무위와 교육위 등 관련 상임위는 물론 당의 법률지원단, 미디어특위 위원들도 TF팀에 함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각종 의혹 만으로 조 후보자 사퇴의 불가피론이 퍼지고 있다”면서 “애초 그를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한 것부터 대한민국 국정의 불행이었다. 의혹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차분히 정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는 3대 불가 사유가 있다”면서 “그는 위법한 후보이자 위선적인 후보, 그리고 위험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후보자의 ‘74억원 사모펀드 투자 약정설’, 위장전입 논란 등을 구체적으로 비판했다.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는 청문회 나오기 전에 수사부터 받아야 한다”면서 “재산 53억원보다 더 많은 74억원을 사모펀드에 투자 약정했는데 실제로는 10억원만 투자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혹은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도 없는 펀드에 전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약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면서 “민정수석 자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쓴 것이라는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은 착한 척, 정의로운 척, 깨끗한 척을 다 했지만, 관련 의혹들 모두가 본인이 다 앞장서서 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위장전입 문제나 폴리페서 문제는 특권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선적인 후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블랙리스트·민간인 사찰 의혹에 연루된 것은 물론이고 지금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논란까지 제기돼 정말 위험한 후보”라면서 “이런 법무부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법질서를 맡길 수 없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빨리 지명 철회하고 조 후보자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촉구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중국 인민해방군 10분 거리’ 무장시위 속 홍콩 주말 집회

    ‘중국 인민해방군 10분 거리’ 무장시위 속 홍콩 주말 집회

    교사 2만명 “학생 지키자” 평화행진‘반폭력’ 구호 세운 친중국 집회 열려18일 대규모 송환법 반대 집회 고비 중국이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을 홍콩 경계에서 10분 거리까지 전진 배치한 가운데 홍콩에서 17일(현지시간) 주말을 맞아 다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폐 요구 시위가 이어졌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월 이후 11주 연속 대규모 주말 시위다. 17일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도심 센트럴에 있는 공원 차터가든에서는 주최 측 추산 2만 2000여명의 교사들이 모여 송환법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학생들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교사협회 주최로 열린 이번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 날씨 속에서 ‘다음 세대를 지키자’, ‘우리의 양심이 말하게 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차터가든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 관저까지 행진했다. 오전에 시작된 교사들의 집회는 오후까지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후 3시쯤부터는 카오룽반도 훔훔 지역에서 수백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송환법 반대 집회 및 행진이 이어졌다.이곳 집회와 행진은 경찰의 허가를 받았지만, 신고된 행사가 끝난 뒤에도 약 수백명의 시위대는 신고하지 않은 경로로 이동해 인근 몽콕 경찰서를 둘러싸고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는 항의의 표시로 레이저 포인터로 경찰서를 비췄고,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계란과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경고 방송을 한 뒤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력을 투입해 거리를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맞서 친중파 인사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홍콩수호대연맹은 오후 5시부터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에 있는 타마공원에서 ‘폭력 반대, 홍콩 구하기’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47만 6000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이들은 지난 6월부터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인해 홍콩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면서 폭력을 멈추고 중국과 홍콩을 분열시키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본 행사격인 대규모 집회가 18일에 예정돼 있어 홍콩은 긴장감이 돌고 있다.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은 18일 오전 10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18일 집회는 빅토리아 공원 내 집회만 허용하고, 주최 측이 신청한 행진은 불허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위대가 경찰이 불허한 행진을 강행할 경우 거리에서 시위대와 경찰, 친중 시위대 간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중국 정부는 최근 일부 시위대의 해동을 ‘테러리즘에 가까운 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육군은 홍콩 인근인 선전만의 춘젠 체육관에 군용 차량을 대거 대기시키고, 군중 진압 훈련을 벌이는 등 무력 시위를 벌였다. 몽콕 등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의 소규모 대치 상황이 빚어졌지만 16일 밤부터 이날까지 홍콩에서 진행된 일련의 송환법 반대 진영 시위는 중국군의 개입 경고를 의식한 듯 대체로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밤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대학생 등 주최 측 추산 6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가 열렸지만, 최근 여느 대형 집회 때와는 달리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중국 홍콩 시위 대응 强이냐, 穩이냐…베이다이허회의 종료

    중국 홍콩 시위 대응 强이냐, 穩이냐…베이다이허회의 종료

    홍콩 반정부 시위가 이번 주말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중국의 전·현직 지도자들이 여름철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중대 현안의 방향과 노선을 결정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나고 복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지도부가 이번 주말 홍콩 시위에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와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등은 16일 중국 지도부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상무위를 주재했다고 보도해 사실상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났음을 알렸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 홍콩 반정부 시위가 시위대와 경찰 간 폭력적 대립이 아닌 평화적 집회와 행진으로 마무리될 경우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폭력 사태가 재연될 경우 홍콩 접경인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비상 대기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최정예 무장경찰 부대의 투입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만큼 중국 전현직 지도자가 내우외환 속에 열렸던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홍콩 시위 사태 해결과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관심을 끈다. 대만 빈과일보(蘋菓日報)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홍콩 사태에 무력 개입 대신 준엄한 법 집행으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혀 중국 본토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중국 정부의 목소리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 부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날 즈음에 홍콩의 반정부 시위 사태와 미중 무역전쟁에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의 홍콩 국제공항 점거 농성에 대해 ‘테러’로 규정짓고 홍콩에서 10분이면 투입이 가능한 선전에 완전히 무장한 수천 명의 무경을 대기 시킨 상태다. 더군다나 중국 및 홍콩 기본법 심지어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어록까지 동원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투입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셰펑(謝鋒) 홍콩주재 특파원은 15일 한 포럼에 참석해 “홍콩 사태의 본질은 일부 세력이 홍콩 특구의 합법적인 정부를 전복하려는 데 있다”면서 “중앙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고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라는 뿌리를 흔들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홍콩 반환 22년 이래 현재가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현재 급선무는 폭동을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중화민족의 부흥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수치스러운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다.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다.그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그들은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에 주목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말한 대로 행하기를 바란다”고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을 내놨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15일 3000억 달러(약 366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9월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계획과 관련해 강력히 항의하면서 엄중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소식통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대미 전략에 비판이 제기됐고 강경파들이 힘을 얻은 거 같다”먀 “향후 시진핑 주석은 대미 유화책을 쓰기 힘들어져 미중 무역 갈등은 장기전이 불가피해졌고 홍콩 또한 중국 공산당의 권위를 앞세워 강경하게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18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16일 시위에서 200만 명이 참여했던 기록을 넘어 18일 행진에 300만 명이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에는 가족 등이 참여하는 평화 시위를 계획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 시위가 오후부터는 대부분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는 점이 우려된다. 다만 홍콩 사태에 대해 방관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무력 진압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점은 홍콩 사태가 ‘제2의 톈안먼 사태’가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의한) 폭력적인 진압을 보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단독] 비고시 특채 출신 여성 공무원 국장으로 승진…특허청 20년 만에 ‘유리천장’ 깨졌다

    [단독] 비고시 특채 출신 여성 공무원 국장으로 승진…특허청 20년 만에 ‘유리천장’ 깨졌다

    약무·화학분야 심사·심판 전문성 인정 “여성 공무원 롤 모델 돼 책임감 느껴” 특허청, 복수직화 등 직제 개정 추진 전체 중 여성 25%… 5급 이상 225명 인력풀 풍부… 女 고공단 양산 ‘신호탄’특허청에서 20년 만에 새 여성 국장이 탄생했다. 단순 여성 고위공무원 배출을 넘어 특허청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허청은 개방형 직위인 특허심판원 심판 7부 심판장에 이미정(56) 심판관을 16일자로 승진 임용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심판장은 1997년 박사(약학) 특채 3기로 특허청에 들어와 22년 만에 고위공무원에 오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특채자 가운데 1994년 공직을 시작한 강춘원(1기) 6부 심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같은 해 공직을 시작한 고시파 출신 중에도 고위공무원단(1~3급 공무원)은 목성호(행시 40회)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이 유일하다. 특허청 여성 국장은 1999년 김혜원 국장 이후 20년 만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심판장은 “김혜원 국장이 심판장에 재직할 때 심판보좌관(현 심판연구관)으로 그를 보좌했다. (나 같은 사람은) 감히 오르지 못할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서게 됐다”면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특허청 여성 공무원의 ‘롤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 내에서 일찌감치 ‘준비된 여성 간부’로 손꼽혀 왔다. 일부에서 ‘여성 발탁 인사’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업무능력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약무·화학 분야의 심사·심판을 두루 거쳐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이 심판장은 2008년 특채자로는 이례적으로 인사계장에 임명됐다. 이후 복합기술심사팀장과 바이오심사과장, 심판관 등을 역임했다. 민간인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이 응시한 이번 공모에서 단수 추천됐을 만큼 탁월함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승진은 단순히 여성 국장 한 명을 배출한 것을 넘어 ‘여성 고위공무원 양산’의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 7월 기준 특허청 공무원 1600명 가운데 여성 공무원은 25.1%인 402명에 달한다. 부이사관을 포함한 여성 과장은 9명이다. 5급 이상도 225명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성 간부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인력풀이 풍부해져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여성들의 약진으로) 국장 승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현행 특허는 기술직이, 상표·디자인은 행정직이 맡는 심사 업무를 복수직화해 직렬 구분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직제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문직 특채자와 여성 심사관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심판장은 “심사·심판 업무는 꼼꼼하게 살피고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면서 “기술 전문성을 살려 심판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더욱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천인갱’과 국가의 책무/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천인갱’과 국가의 책무/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20대 청춘에 징용에 끌려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아버지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로부터 150여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필리핀으로 끌려가 굶주리면서 중노동에 시달렸다는 지인의 할아버지는 약주만 드시면 우셨다고 했다. 하지만 강제 노역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 그래도 아버지와 지인의 할아버지처럼 ‘사지’(死地)를 가까스로 벗어나 고국에서 결혼도 하시고 자식 낳고 평범한 삶을 살다가 돌아가신 것은 어찌 보면 천운이다. 두 분처럼 일제강점기 국외 전쟁터와 노역장으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은 12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20만~60만명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머나먼 이역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사망자 숫자가 무려 40만명 차이가 날 정도로 우리 정부는 얼마나 많은 강제 동원자들이 나라 밖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우리가 일본에 요청해 받아낸 관련 자료는 1971년 ‘구일본군 제적 조선출신 사망자 연명부’(2만 2919명 등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중국 하이난섬에 있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집단 매장지 ‘천인갱’(千人坑)을 취재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이난섬에 끌려가 노역에 강제 동원됐다가 숨진 조선인 징용자 1200여구의 유골이 묻혀 있는 ‘천인갱’은 일본의 야만성과 반인륜적 만행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증거다. 그런데도 아직도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일삼고 있는 게 일본이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이곳에서 수습된 100여위의 유해를 모셔 오지 못하는 현실은 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 피해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갈등은 최악인 상황이다. 강제 징용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일본 정부와 기업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벌일 수 있지만 천인갱에 묻힌 이들의 한 맺힌 삶은 누가 대변해 줄 것인가.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국외에서 전사한 일본군과 군무원, 민간인 240만명 중 절반 정도인 127만위를 찾아내 본국으로 송환했다. 2016년 관련법까지 제정해 체계적으로 유해 발굴 및 송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유해로 돌아온 강제 징용자는 1만 1069위에 그쳤다. 지난해 유해 봉환을 위한 한일 실무자협의에 참석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일본 측 실무자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었다. “과장님이 또 바뀌셨네요.” 일본은 유해 발굴 전문가들이 10여년 이상 붙박이로 일하는 반면 우리는 순환 배치 인사 관행에 따라 매년 실무자가 바뀌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은 말할 것도 없다. 유해 발굴에 대한 ‘국가 의지’가 이렇듯 차이가 난다. 현 조직도 행안부의 태스크포스(TF)다. 정권이 바뀌면 이 조직 또한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른다. 과거 유해 송환 문제를 다룬 조직인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2015년 아무도 모르게 문을 닫았다. 전쟁 피해자 유해 송환 숫자 ‘1만 대 127만’은 양국 정부의 책임성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또 다른 척도다. bori@seoul.co.kr
  • 美, 獨에도 방위비 청구… 철군까지 거론

    美, 獨에도 방위비 청구… 철군까지 거론

    미국이 주독미군 철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독일에 국방비 추가 지출을 압박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 대사는 “독일에 5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체류시키기 위해 미국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불쾌한 추정”이라면서 “반면 독일은 잉여금을 국내 프로그램에만 지출한다”고 말했다. 그리넬 대사의 문제 제기는 2014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그리넬 대사는 독일 등 주요 우방국에 이런 합의를 지킬 것을 압박해 왔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독일은 2024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1.5%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23년 국방비는 GDP의 1.2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단 시절 서독이 소련의 팽창에 맞서는 최전선이었던 만큼 미군은 그때부터 독일에 주둔해 왔다.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부대엔 병력 3만 5000여명과 민간인 1만 7000명이 머무르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전 세계에서도 일본 다음으로 많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때 주독 미군의 폴란드 배치를 언급하며 “폴란드는 미군을 위해 자금과 다른 많은 것을 제공하겠다고 했다”면서 “미국을 이용하려는 다른 나라들과의 멍청한 계약과 달리 제대로 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그리넬 대사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맞다. 많은 대통령들은 독일이 자신의 국방비를 지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이는 수년간 몇 번의 행정부가 계속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최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연합체 참여 요청에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직접 연결하는 해저 가스관 공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DPA에 따르면 미국은 이 공사 역시 중단되길 바란다. 미국은 독일이 나토 개혁을 주장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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