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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200년 전 英산골 도시계획 실험… 노동자 운명 바꿨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200년 전 英산골 도시계획 실험… 노동자 운명 바꿨다

    이모가 남긴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반세기 전 한 가족의 출발을 보게 되었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 뒤로 드문드문 들어선 새하얀 양옥 주택, 젊은 부부와 두 어린 아이가 함빡 웃는다. 1970년대 초 울산의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 사택이다. 막내의 가슴에는 유공유치원 이름표가 달랑거린다.울산에 정유공장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단지와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사택 단지나 사원 아파트가 함께 조성되었다. 서구에서 온 엔지니어들은 공장과 함께 사택과 클럽을 조성하고, 유치원과 볼링장, 실내 수영장도 운영했다. 도심의 사원 아파트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시간마다 운행되었다. 사택이라고 하면 탄광촌이나 철도 관사 등이 쉽게 떠오르지만, 노동자들의 살림집으로 회사에서 공급하는 주택(社宅)도 있다. 앞서 소개한 옥타비아 힐의 아버지가 추종했던 200년 전 영국 사람 로버트 오언(초상화·1771~1858)은 대개 공상적 사회주의자이자 협동조합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전에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들의 주거를 기업의 주된 과제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풀어내는 최초의 실험을 한 인물이다.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계곡 골짜기의 뉴 래나크에서 말이다. “오언은 그전에 맨체스터에 있었어요. 같은 산업혁명 상황이라고 해도, 맨체스터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후에 엥겔스(1820~1895)가 나쁜 주거 환경을 묘사해서 보고서를 낸 곳이죠. 소셜리스트라는 말로 워낙 알려졌지만, 오언은 도시를 만드는 것, 타운 플래닝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이에요. 도시 계획 자체가 오언에게는 자신의 사회적 이념을 적용한 것입니다. 오언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면 그 사람이 처한 환경 문제로 들어가서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오언은 웨일스 대장장이의 아들로, 9살 때 런던으로 상경해 포목점 종업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면 방적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맨체스터로 옮겼고, 20대 초에는 작은 공장을 인수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맨체스터에서 철학과 문학 클럽을 드나들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도 키워 나갔다. 20대 말인 1800년엔 북쪽으로 한참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산골로 들어가 뉴 래나크 면 방적 공장을 인수했다. 당시 발명된 리처드 아크라이트(1732~1792)의 수방적기를 도입해 데이비드 데일(1739~1806)이라는 기업가가 차린 공장이었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여러 공장이나 탄광이 그렇듯, 수력을 기계 동력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낙차가 큰 물 근처에 공장을 두어야 했고, 클라이드 강의 수려한 계곡이 바로 그랬다. “맨체스터에서 왜 래나크로 갔을까. 맨체스터에서 스스로 일하면서 노동자들 현실을 봤겠죠. 산업 혁명에 따른 문제를 풀지 못할 문제라고 보느냐, 아니면 풀 수 있느냐, 거기에서 두 길이 나뉘는 거예요.” 오언이 래나크로 간 것은 사랑에 빠져서였다. 데이비드 데일의 딸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출신의 격차가 컸다. 장인의 환심을 사려고 기업의 주주가 된 것이다. 공장을 인수하고 보니, 운영이 문제였다. 인근 주민들은 전통적인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공장에 출퇴근을 할 생각이 없었고, 기술자들은 먼 도시에 살았다. 공장에는 교회 구빈원에서 노동력이랍시고 보낸 수백 명의 어린 아이들과 일에 별 의욕이 없는 떠돌이 임시 노동자들뿐이었다. 돈만 생기면 술 마시고 뻗어 버리는 노동자들을 구타하거나, 적게 먹는 아이들을 초과 노동시키면서 영국은 위대한 산업화를 이루어 내는 중이었다. 몸집이 작고 손가락이 가는 아이들은 거대한 방적기 아래를 드나들며 실오라기를 줍고 실을 잇는 데 동원되었다.오언은 맨체스터 생활을 접고 뉴 래나크로 이사를 갔다. 그는 뉴 래나크에서 일하려고 먼 곳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반듯한 집과 더 많은 월급을 먼저 주기로 했다. 공장 곁에 사택을 조성해 한 가족이 한집에서 살게 했다.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지지 않아도 되었고, 노동자들은 출퇴근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일이 줄어도 월급을 주고, 하루에 8시간만 노동하게 했다. 마을 안에 매점을 조성해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도록 했는데, 월급은 적게 주면서 공산품은 턱없이 비싸게 팔아 두 배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식민지에서나 모국에서나 제국의 기업가들이 꾀한 기본 모델이었다. 1817년에 오언은 뉴 래나크에 노동자 자녀와 고아들을 위해서 영국 최초로 초등학교를 두었다. 오언의 경영 방식은 해마다 더 높은 수익률로 되돌아왔지만, 다른 주주들은 노동자를 위하느라 기업주의 이익을 줄인다며 투자에 훼방을 놓았다. 오언은 1813년에 반대자들의 주식을 몽땅 사 버렸다. 이후 10여 년간 이 산골 공장 마을은 유럽 곳곳의 정치가, 왕족의 방문 행차를 맞았다. 방문객들은 청결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에 만족한 활기찬 노동자들이 사업성을 높이고 수익 목표를 달성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한번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목도하고 대단히 놀랐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고 소개한 글이 1817년에 발표한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의견’이다. “오언의 상상도는 뉴 래나크를 그린 그림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글로 썼는데, 나중에 그림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거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엄청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도시가 그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그걸 직접 해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닌가. 가난한 노동자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달라진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찾은 거지요. 물론 이상 도시 계획은 그전에 르네상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언이 다른 점은 당시에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산업, 기계 시대에 먹고사는 문제하고 연결한 거죠. 그리고 권력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해 냈어요.” 오언은 실업의 원인을 기업주들의 잘못된 수익 목표에 두었다. 나폴레옹 전쟁(1804~1813)을 거치면서 영국의 공장은 기계화되어 엄청난 공산품을 생산했지만 전쟁이 끝나고서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결국 불황이 닥쳤다. 그러자 기업주들은 노동자부터 대량 해고해 버렸다. 경기에 따라 해고되고 취업되는 노동자들은 결코 기술을 쌓거나 기계를 이기지 못한다. 오언의 대안은 인구 1000명 안팎의 작은 일자리 공동체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은 언론에 실리면서 환영과 함께 맹렬한 비난도 받았는데, 먹고살 만한 노동자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서 결과적으로는 실업 빈민 수가 더 급증할 것이라는 위협이었다.아무리 수익성으로 증명해 보여도 기업주들의 욕심이 멈추지 않는 데 질린 오언은 1925년에 큰 이익을 본 뉴 래나크를 매각했다. 그 돈으로 한 건축가와 함께 만든 도면과 모형을 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향했다. 워싱턴 하원에서 모형을 전시하고, 마침내 인디애나주의 개신교 정착촌 뉴 하모니에서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했다.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어중이떠중이 몰려든 사기꾼과 알코올 중독자들은 월급만 받고 일하려 들지 않았다. 뉴 래나크에서 25년 동안 모은 재산을 2년 만에 날리고 고국으로 돌아온 오언에게 공상가라느니, 협동주의 운동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 하원에서 발표한 오언의 개념도는 이렇다. 네 방향의 반듯한 도로와 텃밭에 둘러싸인 블록이 있다. 블록 한가운데에는 공공시설과 어린이집, 각급 학교, 공동 부엌, 강당, 클럽, 도서관과 종교 시설이 들어간다. 야외는 녹지로 조성되어 운동과 여가 장소로 이용된다. 블록의 세 변에는 노동자를 포함한 4인 가족마다 방 4개짜리 주택들이 계획된다. 나머지 한 변은 독신자와 고아 숙소, 먼 곳에서 놀러 온 친지나 가족들을 위한 손님방, 교사나 의사의 관사, 공동 창고가 들어선다. 한쪽 도로 건너편에는 이들이 노동할 공장이나 회사가, 반대쪽 건너편에는 입주민들에게 식량으로 공급될 논밭과 과수원이 배치된다. 공장과 주거, 곧 사택 단지 사이에는 키 큰 나무를 심어 적절히 분리한다. “그 그림이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공상적이었는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현실적인 거죠. 오언은 미봉책으로 조금조금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새로 만들어서 해결해 보자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이런 내용을 예전에는 구체적으로 잘 몰랐어요. 우리가 사회주의라는 말을 언제부터 쓸 수가 있었느냐고요.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서로 얘기를 못했잖아요.” 오언의 계획은 이후 여러 추종자들을 거쳐 20세기 미국과 일본, 수많은 근대 국가에서 실현되었다. 그를 ‘공상적 사회주의자’라고 가르쳤던 우리의 학교도 바로 그렇게 조성된 사택 단지나 아파트 안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오언은 공상을 먼저 한 것이 아니라 뉴 래나크라는 공장에서, 동시대 현실에서 직접 마주친 문제를 해결해 보았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갔을 뿐이다. “우리가 1960년대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왔기 때문에 도시 주택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도 어떻게 보면 피상적이에요. 서구 사례에서 대응하기 쉬운 짝을 찾아서 사지선다형처럼 고르려고 한 거지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아요. 결과물로 나온 도시의 모양은 비슷한데, 근본적인 해결이 나오지는 않아요.”사택 살던 아이들이 그렇듯 이모네 가족도 이모부의 전근에 따라 몇 년 후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들의 주소는 사택이 아니라 강남의 아파트가 되었다. 오언의 개념도가 착실하게 실현된 200년 후 대한민국의 귀결은 협동조합이나 화폐 없는 공동체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서 월급보다 더 큰 재미를 보았다.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오언을 따른다며 사택을 짓고 특정 종교나 생활 방식을 강요하려 든 기업주도 역사상 많았다. 강점기 일제 관료의 사택은 문화재가 될지언정, 우리 노동자의 공단 사택과 클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주택 청약권이 아니라 노동자가 이사하지 않고 일터 가까이에 거주할 권리, 회사에서 아이를 키울 권리를 따질 수는 없었을까. 새벽 5시부터 30도를 오가는 날, 아득하게 펼쳐진 아파트 숲 사이를 매일 1시간 넘게 땀 흘리며 출근해야 하는 신도시 노동자들은 벌써 피곤하다.
  • 2020년 美대선 가상 대결… 바이든, 트럼프 눌렀다

    2020년 美대선 가상 대결… 바이든, 트럼프 눌렀다

    온건파로 ‘중도 표심’ 확장성 장점 오바마, 81명 지지 후보 명단 공개 하원 도전 한인 2세 앤디 김도 포함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020년 미 대통령 선거 가상 대결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을 7% 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을 저지할 대항마로 부상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해부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 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모닝컨설트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 가상대결 여론 조사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44% 대 37%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고 보도했다. 설문은 지난달 26~30일 1993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택한 응답자 가운데 민주당 비중은 80%였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응답자의 78%는 공화당 소속이었다. 30여년간 상원의원을 지내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으로 재임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온건한 이미지로 중도 성향 유권자를 품을 수 있는 확장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2016년 미 대선 때도 유력 주자로 분류됐으나 장남인 보 바이든 전 델라웨어 법무장관이 뇌종양으로 사망한 2015년 그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자금 모금을 위한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창설한 데 이어 11월에는 ‘약속해요 아빠: 희망, 고난, 그리고 목표의 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내 북투어를 진행했다. 올 3월에는 한 정치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고교생이었다면 그를 체육관 뒤로 끌고 가 흠씬 두들겨 팼을 것”이라고 말해 설전을 벌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싸움이 벌어지면) 그는 금방 나가떨어져 엉엉 울 것이다. 사람들을 협박하지 말라”고 트윗으로 반격했다. 한편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14개 주 81명의 민주당 후보자 명단을 공개해 이들을 지지하며 본격 선거캠페인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 “다양하고 애국심이 있으며 관대한 이들 민주당 후보가 미국을 대표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한인 2세 앤디 김(뉴저지)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 당시 2011~2015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라크 및 이슬람국가(IS) 담당 보좌관과 나토 사령관 전략 참모를 지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적극 지지 의사를 밝힌 후보 중에는 첫 흑인 여성 주지사에 도전하는 스테이시 에이브럼스(조지아)와 J B 프리츠커(일리노이) 등이 포함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미국 의회 ‘한국 연구모임’, 하원에서 상원으로 확대

    미국 의회 ‘한국 연구모임’, 하원에서 상원으로 확대

    한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 의회의 현역 의원 모임(한국연구모임)이 하원의원에 이어 상원의원까지 참여하면서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이는 북·미 대화와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의회 의원들도 한반도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미 전직연방의원협회(FMC)는 보도자료에서 “댄 설리번(공화·알래스카), 브리이언 샤츠(민주·하와이) 상원의원이 한국연구모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한국연구모임의 상원 공동의장으로 선정됐다. 설리번 의원은 성명에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안전판’ 역할을 한다”면서 “이처럼 중요한 파트너십을 초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츠 의원도 “지금은 한·미 동맹에 중대한 시기”라면서 “한국연구모임이 한·미 동맹을 강하게 지속시키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MC는 독일과 일본, 유럽연합(EU)에 이어 네 번째 연구대상 국가로 한국을 선정, 지난 2월 한국연구모임을 발족했다. 단순한 친선 모임이 아니라 한국 관련 연구활동과 세미나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한·미 의회 간 교류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원에서는 아미 베라(민주ㆍ캘리포니아), 마이크 켈리(공화ㆍ펜실베니아)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37명 의원이 참여 중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미국에 더 많은 평화의 소녀상 세워지도록 도울 것”

    “미국에 더 많은 평화의 소녀상 세워지도록 도울 것”

    “日 위안부 만행 전세계에 알린 계기” 로이스 하원 위원장 “역사 바로 세워”미국 로스앤젤레스(LA) 북동부의 소도시 글렌데일의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지 어느덧 5주년을 맞았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3년 7월 30일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의 집요한 방해공작을 이기고 글렌데일 시립공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글렌데일의 ‘평화의 소녀상’은 미시간과 조지아 등 미국의 다른 지역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의 단초가 되면서 일본의 위안부 만행을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31일(현지시간) 소녀상 건립을 주도해온 가주한미포럼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앞 시립공원에서 묘경 스님과 양태현 신부, 최재영 목사, 글렌데일 시의원·단체장, 지역 주민 등이 모여 지난 5년간 전 세계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아픈 역사의 성지로 자리 잡은 소녀상 건립의 뜻을 되새겼다. 자흐레 시나리안 글렌데일 시장은 “우리가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 뒤 위안부의 아픔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메시지를 통해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소녀상 건립에 힘쓴 글렌데일 시의원들께 감사한다. 이들은 흔들리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로이스 위원장은 “소녀상과 관련한 소송은 미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노력으로 정의가 이겼다.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대법원에 의견서까지 제출한 건 너무 실망스러웠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총공세’를 폈지만 실패했다.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대표는 “미국 내에 더 많은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내에는 글렌데일 소녀상에 이어 미시간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공원,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등 4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돼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러 해커, 작년 美 전력시설 대규모 해킹… 통제실까지 뚫었다”

    美하원의장 “푸틴 상·하원 연설 안돼” 러시아 해커들이 지난해 미국의 전력 관련 시설에 대해 대규모 해킹을 했으며, 정전 등 전력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 해커들의 해킹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2016년 발생한 전력망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에너지, 핵, 수도, 항공, 제조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 분야 침투를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비밀리에 러시아정부 지원을 받는 ‘드래곤플라이’, ‘에너제틱 베어’ 등으로 알려진 러시아 해킹그룹과 해커들이 지난해 미국의 전력 네트워크의 핵심부인 ‘컨트롤 룸’(통제실)까지 침입했으며, 해킹을 당한 곳만 수백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해커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장비 점검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회사를 통해 전력회사의 네트워크에 침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직원이 접근하는 것처럼 네트워크에 침입해 해킹 여부를 탐지하기 어렵게 했고, 이 때문에 해킹을 당하고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회사들도 여럿 있었다. 미 국토안보부는 러시아 해커들이 ‘대규모 공격’을 위해 해킹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의 산업통제시스템 분석 책임자로 일하는 조너선 호머는 “해커들이 (전력 네트워크의) 스위치를 끄고 전력 흐름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편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은 올가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과 관련, “푸틴 대통령이 워싱턴DC를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상·하원 합동연설에 초청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北, 약속지켰다” 환영한 美… “발사장 해체 검증해야” 견제도

    “北, 약속지켰다” 환영한 美… “발사장 해체 검증해야” 견제도

    김정은, 6·12 회담 때 동창리 해체 약속 한·미, 향후 비핵화 긍정 시그널 평가 美국무부 “적법한 그룹이 검증해야” 종전선언과 함께 협상 테이블 오를 듯북한의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움직임에 미국 정부가 ‘환영’, ‘약속 부합’ 등 긍정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던 북·미 후속협상이 속도를 낼 것인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해외참전용사회(VFW) 전국대회에서 “북한이 핵심 미사일시험장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면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매우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미·호주 외교·국방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엔진실험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봤다”면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에 완전하게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엔진실험장을 해체할 때, 그 현장에 감독관을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며 검증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폐쇄는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한 것이다. 따라서 북·미 간 후속 비핵화 협상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이행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평가되기도 했다. 또 북한이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북·미 간 화해 무드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측의 동창리 발사장 폐쇄 ‘검증 카드’에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분명히 검증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적법한 그룹들이 참여하는, 그리고 적법한 국가들에 의해 이뤄지는 검증이 미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라며 검증을 강조했다.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전문가 없이 외신기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뤄지면서 일각에서 ‘쇼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동창리 발사장 폐쇄는 전문가그룹의 ‘현장 감독’으로 논란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어지는 북·미 후속협상에서 미국은 비핵화 검증을, 북한은 체제 보장을 위한 종전선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미가 후속협상에서 검증과 종전선언을 같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동창리 실험장 폐쇄 등에 대한 검증을 받아들인다면 오는 9월 종전선언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 의회는 트럼프 정부에 ‘북한 핵역량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합의안에는 미 정부가 의회에 북한의 핵역량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북한 핵합의 시 핵폐기와 개발 중단에 관한 검증 평가를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는 핵무기 이외에도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탄도미사일 실험장 등의 운영 현황, 위치, 보유량, 역량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평화의 시대 첫발… 대통합은 시대적 사명”

    “평화의 시대 첫발… 대통합은 시대적 사명”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유일한 길은 비핵화입니다. 기독교계가 국론 대통합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앰버서더 호텔 1층 커피숍.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법인 창립총회를 마친 직후 상기된 얼굴로 기자와 만난 이영훈(64)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 목사는 “지금 시점에서 대통합은 가장 필요한 시대적 사명”이라며 특히 기독교계야말로 그 엄중한 사명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한교총 법인이 사실상 출범한 날 개신교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에 힘을 모으자며 한목소리로 다짐하고 나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영훈 목사는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을 비롯해 맡고 있는 직책이 10여개가 넘는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하성 총회장, 굿피플 이사장, 한국교회봉사단 공동대표, 사단법인 겨레사랑 이사장…. 그 다양한 직책 그대로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한국 개신교계의 연합과 일치, 대통합 움직임을 주도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요즘 가장 치중해 분주하게 매달리는 부분은 바로 한반도 평화이다. 그래서 이 목사는 보수 개신교계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듣는다며 웃었다. 왜 이 목사는 그렇게 한반도 화해와 비핵화에 치중할까. “올해는 우리 정부가 수립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00년 동안 흩어졌던 이스라엘이 독립 선언으로 건국한 지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고요.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신 기간이란 공통점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70은 ‘회복의 대희년’이란 종교적 의미를 갖는다고 귀띔한 이 목사는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평화의 시대로 들어가는 첫발을 뗀 만큼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얼마 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우리와는 영 딴판인 의회의 활동상을 보고 인상 깊었습니다. 11개 정당의 의원 140명이 극보수에서 극진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지만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나라를 위한 결정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지요.” 나와 다르면 적으로 여기기 일쑤인 분열이야말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란다. 그래서 여전히 60년 전의 프레임에 갇혀 좌우의 극렬한 대립이 일상화된 한국의 초상이 안타깝단다. “이제 막 첫 단추를 꿴 것일 뿐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통일 논의에는 꾸준한 대화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북한에서 비핵화의 조치가 지체되는 이유를 놓고도 “(북한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지만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며 “기대치에 미치면 완전한 비핵화로 반드시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과정에서 견고한 한·미 동맹관계의 지속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동맹관계의 지속을 위해 기독교계의 역할과 노력이 절대적입니다.” 한반도 평화에 새삼스레 기독교계의 역할을 입에 올린 이유가 뭘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정부 수뇌부와 상·하원의 보수성향 의원들이 모두 개신교 신자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이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는 게 당연하지요. 기독교계의 신중한 노력과 역할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 목사의 주장은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의 기독교계가 북·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여러 차례 만나 긴밀하게 협력해 온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워싱턴에서 기도회를 가졌고 애틀랜타, 뉴욕, 하와이에서도 한·미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었다. 따져 보면 4대에 걸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목사는 북한 기독교와 뗄 수 없는 관계의 개인사를 갖고 있다. 평양의 무역회사 이사장이었던 이 목사의 증조부와 같은 회사 회계 담당이었던 강양욱은 북한 지역에 들어온 초기 선교사로부터 함께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 목사의 증조부는 이후 평양 서문밖교회의 장로로 활동했고 칠골가계(김일성 주석의 친모 강반석 혈통) 일원인 강양욱은 북한 부주석까지 지낸 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을 창시한 인물이다. 현재의 조그련 위원장인 강명철 목사는 강양육의 손자이다. 그런 인연 때문일까. 이 목사가 위임목사로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인도적 대북 지원 차원에서 늘상 선도적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평양 심장병원 건립은 대표적인 예이다. 북한의 요청에 따라 북한지역 200개 군 모두에 보건소를 짓는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20개가량을 세웠지만 역시 중단된 상태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측에서 심장병원을 빨리 완성해 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병원은 3~4개월이며 완성할 수 있고 보건소 짓는 일도 곧바로 재추진할 수 있어요.” 기독교 차원에서 북한지역 교회 복원은 미룰 수 없는 일일 터. 하지만 이 목사는 그런 것보다 인도적 차원에서의 의료, 교육, 복지에 대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갈라진 한국 개신교계가 더욱 똘똘 뭉쳐 통합을 이뤄내자고 힘주어 말한다. “한국 기독교는 자체적인 개혁과 정화의 노력이 부족해요. 사회 대통합에 앞서 기독교계가 먼저 통합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진 자들이 자신의 역량과 노력으로 갖게 됐습니까. 국민들의 노력으로 된 것이지요. 교회들이 쌓고 누리려만 들지 나눔에는 소홀합니다.” 초기 교회가 칭찬받고 높이 평가되는 것은 바로 가진 것을 나눴기 때문이라는 이 목사. “기독교의 진정하고 영원한 정신은 나눔과 섬김”이라며 “이 명쾌한 진리는 한두 교회가 아닌 모든 교회가 함께 발맞춰 실천해야 한다”며 기독교 대통합의 큰 의미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VOA “미의회, 주한미군 2만2000명 이하 감축 제동”

    VOA “미의회, 주한미군 2만2000명 이하 감축 제동”

    미국 의회가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상하원 군사위는 23일(현지시간) 약 7160억 달러 규모의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최종 합의했다. 국방수권법안(NDAA)은 미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 국방 예산과 지출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법이다. 매년 미국이 당면한 안보문제와 국방정책을 명시하고, 이에 따라 예산 규모를 책정하는 1년짜리 한시법이다. 최종 수정안에는 주한미군 철수 시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약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해당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이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의회에 입증해야 해당 조항을 유예 받을 수 있다. 이 조항은 하원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됐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 최종 수정안에 포함됐다. 상원 국방수권법안에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됐었지만 하원처럼 감축 하한선을 설정하진 않았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의 타미 덕워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해당 조항을 추가했으며, 하원에서는 루벤 갈레고 민주당 하원의원이 주도했다. 앞서 갈레고 의원실 관계자는 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카드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조항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정상회담과 통역…‘비밀 유지의 의무 vs 국익’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정상회담과 통역…‘비밀 유지의 의무 vs 국익’

    마리나 그로스와 이연향. 미국과 러시아의 헬싱키 정상회담과 북한과 미국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활약한 미 국무부 소속 여성 통역관들이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 진행되는 공동기자회견을 보다가 통역하는 사람들한테 관심이 갈 때가 있다. 통역을 아주 잘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자회견의 통역 수준이 아니라 단독 정상회담의 유일한 배석자였다는 이유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정상 간 대화 내용 중에 혹시라도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것들이 포함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렸다. 확대정상회담은 배석자들이 있어 오간 내용을 정리해 기록으로 보관한다. 단독정상회담도 최고위급 관리가 배석해 대화내용을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통역들만 배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5분간 배석자 없이 단독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16일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90분 동안 양측의 통역 2명만 배석한 채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도 한때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 미 의회와 언론의 이목은 온통 푸틴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미 민주당 의원들 “통역, 청문회 나와라”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에서 정상 간 오간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면 통역을 의회 청문회에 불러내 무슨 얘기를 나눴고, 약속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의 조사결과보다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더 신뢰하는 듯한 발언으로 미 국내에서 거센 역풍이 일자 바로 발언 내용을 정정했다. 또 회견에서 미국인 사업가와 외교관 등에 대한 러시아 사법 당국의 조사를 허용해달라는 푸틴의 요청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가 비난 여론이 예사롭지 않자 21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 요청을 거절했다고 해명하면서 90분간 단독회담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확인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통역의 의회 청문회 출석 요청은 민주당 소속 일부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의 주장이고,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통역관들의 직업윤리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다. 공화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저지할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는 통역관의 의회 청문회 출석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때아닌 의회 청문회 출석 요구로 그림자 역할을 해온 미 국무부 소속 러시아어 통역인 마리나 그로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로스는 2008년 러시아 소치를 방문했던 로라 부시 전 대통령 부인과 지난해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의 통역을 맡았던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스는 이번 트럼프와 푸틴 단독회담 직전 언론에 공개된 장면에서 트럼프 옆에 앉아 발언 내용을 노트에 적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의원들은 그로스의 노트에 특히 관심이 높은 데 실제로 노트에 적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에는 그로스와 이연향씨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통역관과 16명의 번역 전문가가 소속돼 있다. 아랍어, 불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전문가들이다. 배석자 없는 단독정상회담, 양날의 칼인가 4명의 미국 대통령과 7명의 국무장관의 아랍어 통역관이자 선임고문을 지낸 게말 헤랄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통역까지 불러 단독회담 내용을 확인하려 든다면 단독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통령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통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겠나 싶다. 중요한 외교적 카드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개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 국가 간의 약속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퇴임 후 회고록을 통해서라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1986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레이캬비크 정상회담 당시 통역만 배석하고 대화를 한 다음에는 하루에 두 번 기억을 되살려 핵심 참모들에게 회담 내용을 알려줬다고 한다. 회담 후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 협상이 결렬되거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해 기록은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회담 전 대통령이 통역에게 대화내용을 정리해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때도 있고, 통역이 회담이 끝난 뒤 최고위급 관계자들에게 브리핑하기도 한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비서실장과 핵심 참모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배석자가 있는 경우에도 통역의 노트와 내용을 비교해 회담 내용의 정확도를 높이려 노력한다고 한다. 미·러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란이 통역의 의회 청문회 출석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를 계기로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일게 될지 주목된다. 김균미 대기자 kmkim@seoul.co.kr
  • 파월 “무역전쟁 결과 매우 불확실… 보호주의 국가들 성장 더 악화”

    파월 “무역전쟁 결과 매우 불확실… 보호주의 국가들 성장 더 악화”

    車업계, 수입차 관세 철회 서한 보내 “소비자에게 고액 세금 부과하는 꼴”미국 내에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무역전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미 자동차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방안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불거진 무역전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나와 “보호무역주의는 경제성장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관세 등 무역 장벽을 세우지 않은 개방 국가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소득과 생산성이 높다”며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간 국가들은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무역전쟁의 결과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좋은 곳으로 향하는 일이 아니라면 좋은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단 어떤 국가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고 다른 국가가 이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어렵게 된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벗어나기 어려운 이 길을 걷는 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자동차 업계는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미 자동차 생산 업체와 부품공급 업체, 딜러망 업체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동차 관세 부과 방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자동차 업계는 서한에서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수리하는 소비자들에게 고액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수입 알루미늄과 철강,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이미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를 추가하면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크리녹 도요타자동차 북미 생산공장 수석부사장은 “자동차 관세 인상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백악관 군기반장’ 켈리 비서실장 공화당에 트럼프 공개 비판 요청

    ‘백악관 군기반장’ 켈리 비서실장 공화당에 트럼프 공개 비판 요청

    도 넘은 동맹 비난… 푸틴 옹호에 분노 올 초부터 불화설… 경질 초읽기 분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불화설이 제기돼 온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경질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 비서실장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도 넘은 ‘동맹’ 비난에 고개를 돌렸을 뿐 아니라, 미·러 정상회담의 ‘저자세 외교’에 불만을 넘어 ‘분노’해 공화당 주요 인사들에게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정가의 한 소식통은 “이유야 어떻든 켈리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 발언을 공화당 주요 인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했다는 것은 이미 두 사람의 사이가 메울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두 번째 비서실장이며 한때 백악관 군기반장으로 불렸던 켈리 실장의 경질이 머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월간 배니티 페어는 미·러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옹호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켈리 실장이 ‘성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배니티 페어는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 켈리 비서실장이 공화당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혼돈에 빠진 백악관에 입성한 켈리 비서실장은 ‘문고리 권력’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을 경질했고, ‘퍼스트 도터’인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를 견제하는 등 백악관의 ‘군기반장’ 역할을 수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이 이어지면서 올 초부터 ‘불화설’이 워싱턴 정가에 돌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4월 켈리 비서실장이 자신을 재앙으로부터 미국을 구하는 ‘구원자’로 묘사하면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언론 보도 이후 관계 이상설이 증폭됐다. 지난달 말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과 켈리 비서실장의 후임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한반도 정세 논의

    한반도 정세 논의

    홍영표(오른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왼쪽 두 번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의회 외교를 펼치고 있는 5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가드너 소위원장을 비롯해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테드 요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등을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 [월드 Zoom in] 美여성 정치신인 약진…백마디 말보다 솔직 영상 하나가 낫네

    [월드 Zoom in] 美여성 정치신인 약진…백마디 말보다 솔직 영상 하나가 낫네

    자전적 인생 비디오로 당내 경선 돌풍 가정폭력·군대 보직 차별 헤쳐 온 헤거 영상 공개 뒤 8억원 가까이 후원금 모여 바텐더 일상담은 코테즈, 10선 의원 꺾어 F18 첫 女조종사도 영상 180만명 클릭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당내 경선(프라이머리)에서 무명에 가까운 여성 후보들이 쟁쟁한 남성 경쟁자를 꺾고 본선 티켓을 따냈다. 자금력과 인지도 측면에서 현저하게 불리했던 여성 후보들이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킨 요인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된 홍보 영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은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인생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영상이 여성 후보들을 일약 신인 정치인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이른바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거나 불리한 약자)의 약진”이라고 표현했다. 연방 하원의원 텍사스주 제31번 선거구의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메리 제닝스(MJ) 헤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공군 소령으로 복무한 헬기 조종사 출신 헤거는 ‘도어스’라는 제목의 홍보 영상으로 큰 히트를 쳤다. 영상은 폭력적인 헤거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밀쳐 유리 문이 깨졌던 어린시절 일화를 보여주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정폭력을 이겨내고 조종사라는 꿈을 이뤘지만, 여군에 대한 전투임무 배치 금지라는 규정에 부딪혀 버락 오바마 전 정부를 상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담겨 있다. 헤거의 저항은 2015년 미 국방부가 군 내 모든 보직을 여성에게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헤거의 홍보 영상은 그가 살면서 어떻게 자신 앞에 놓인 난관(문)을 헤쳐왔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는 본선에서 겨루게 될 공화당 소속 존 카터 의원을 언급하며 “그는 지금껏 힘든 싸움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그에게 겨루기 힘든 상대가 되어주겠다”고 도전장을 내민다. 영상이 처음 공개된 지난달 헤거의 선거 캠페인에는 10일 만에 70만 달러(약 7억 9000만원)가 모였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유저 500만명이 영상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USA투데이는 “‘도어스’가 많은 (지지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주 제14번 선거구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10선인 백인 남성 의원을 꺾고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는 ‘변화를 위한 용기’라는 홍보 영상으로 ‘푸에르토리코계 노동자 계급’임을 강조하며 유권자에게 다가섰다. 코테즈는 영상에서 “나 같은 여성은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면 안 되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면서 바텐더로 일하는 자신의 일상을 담았다. 미 뉴저지주 러트거스대 여성정치센터 켈리 디트마르 박사는 “과거엔 하나같이 똑같은 머리와 바지 정장을 입고 나왔던 여성 후보들이 이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 최초 해병대 여성 F18 전투기 조종사인 에이미 맥그래스도 켄터키주 제6번 선거구 경선에서 당내 지원 없이 상대 후보를 꺾었다. 그의 홍보 영상 역시 유튜브를 통해 180만명이 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푸틴 편든 건 실언” 말 바꾼 트럼프…오바마 “독재 정치가 망쳐” 일침

    “푸틴 편든 건 실언” 말 바꾼 트럼프…오바마 “독재 정치가 망쳐” 일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뒤집었다. 평소 즐겨 쓰는 이중 부정 어법을 사용하려다 말실수를 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면전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문제 삼지 않고, 푸틴 대통령을 옹호했다가 미 정치권과 언론 등 여론의 유례없이 격렬한 반발에 놀라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의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러시아 대선 개입 발언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원고까지 준비해 읽어 내려갔다. 그는 “러시아가 2016년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미국의 정보기관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해명에도 여론의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성과를 도외시한다며 언론 보도에 화살을 돌렸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이날 “공포와 분노의 정치를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 강연’에서 이같이 경고하면서 만델라가 강조했던 민주주의와 다양성, 관용 정신을 강조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독재자들의 정치가 부상하고 있다”며 “권력자들이 민주주의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제도와 규범을 망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오바마 전 대통령 강연이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정책들과 상반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 동안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로부터 선물 받은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공식 석상에 참석,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여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 첫날인 지난 12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선물한 브로치를 착용했다. 13일 런던 윈저성에서 트럼프 부부와 티타임을 가졌을 때에는 아버지 장례식 때 어머니가 착용했던 브로치를 달고 나왔고, 14일에는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선물 받은 브로치를 달았다. 데일리메일은 여왕이 트럼프 전 대통령 방문 기간 동안 ‘논쟁적 브로치들’을 달았다고 지적했다. 국장으로 치러진 아버지 장례식 때 어머니가 달았던 브로치를 굳이 달고 나온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대상인 캐나다의 국민들이 선물한 브로치를 고른 데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시간도 속도도 제한없다”…비핵화 시간표 접은 트럼프

    “시간도 속도도 제한없다”…비핵화 시간표 접은 트럼프

    11월 美중간선거 이슈 활용 분석도“북·미협상 장기적 해법에 초점 둘 것”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미·러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논의한 주요 의제는 북한이었다”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 그저 프로세스(과정)를 진행해 갈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고 (북한 억류) 인질들은 되돌아왔다”면서 “지난 9개월 동안 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과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CBS 인터뷰에 이어 연이틀 북한 비핵화의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는 북한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중국의 개입 등으로 복잡해진 한반도 비핵화 방정식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올 초 남·북·미 협상으로 북한 비핵화가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였으나, 중국이 다시 북한을 끌어안으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은 미국과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려고 소극적으로 돌변했다. 중국의 간접적·은밀한 지원으로 경제 제재의 숨통이 트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눈치 챈 미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 원인으로 ‘중국 배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미 조야에서 제기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 등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두 번 회담이나 방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트럼프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핵 협상 장기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로드맵, 즉 오는 11월 중간선거나 2020년 재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1년 또는 2년 등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정해서 대북 협상의 ‘판’을 깨는 것보다 북핵 이슈를 끌고 가면서 억류자 석방이나 유해 송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구체적 성과를 부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협상 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북·미 워킹그룹 협상은 한번에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 ‘빅딜’보다는 단계적·장기적 해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 상원은 다음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AP통신 등은 미 공화당 보좌관의 말을 인용,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25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최근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 등과 관련한 증언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푸틴 편든 트럼프에… “미국민 모독” 거센 후폭풍

    푸틴 편든 트럼프에… “미국민 모독” 거센 후폭풍

    친정 공화당 “수치스럽다” 맹비난 ‘親트럼프’ 폭스뉴스도 “반역적” 비판 트럼프 “더 밝은 미래 위한 것” 진화“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바보스러움 탓에 미·러 관계는 최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및 트위터를 통해 한 발언에 미 정계와 언론 등 미 조야가 들끓고 있다.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조사를 불신하고, 대선 개입 의혹을 부정하는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감싸는 모습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해 온 보수 언론 등도 그의 발언에 대해 “수치스럽고 굴욕적”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댄 코츠 국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는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의 말을 신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리 선거에 개입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국은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것을 유지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사악한 공격에 종지부를 찍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며 나는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 정보기관의 평가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대통령 중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발언)은 문제 해결보다는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더 강하게 반발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미 역사상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 것처럼 미국의 적을 옹호한 대통령은 없었다”면서 “이는 미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과 엘리지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미 대통령이 자국 정보기관 관료 대신 푸틴 대통령 편을 들었다. 이는 완전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망신시키고, 우리 기관을 폄훼하는가 하면 독재자(푸틴)를 끌어안았다” 등 맹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어온 폭스뉴스 앵커 셰퍼드 스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일부는 창피하고 수치스러우며 반역적”이라고 비판했다. CBS 마거릿 브레넌 기자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몇몇 미 관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들은 ‘(더 볼 수 없어) TV를 껐다’고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적국의 범죄 지도자와 공개적으로 공모한 것”이라고 몰아세웠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트럼프·푸틴 대 미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버렸다”고 비난했다. ‘항복 회담’이라는 난타전으로 후폭풍이 거세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윗을 올려 “더 밝은 미래를 만들려면 과거에만 집중할 순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볼펜심도 못 만드나” 3년전 질책… 패권 노린 中 야심 불씨 됐다

    [글로벌 인사이트] “볼펜심도 못 만드나” 3년전 질책… 패권 노린 中 야심 불씨 됐다

    거세지는 중·미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된 게 2015년 발표된 중국의 첨단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다. 지난 6일부터 퍼붓기 시작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이 정조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중국제조 2025’ 산업들이다. 이 모든 시작의 발단은 볼펜심이었다. 2015년 리커창 총리가 “중국 기업들이 볼펜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느냐”고 질책한 사건의 파장은 컸다. 중국은 매년 400억개의 볼펜을 생산하며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기술인 볼펜심은 제조하지 못해 일본, 독일에서 90%를 수입한다. 비행기와 자동차도 만드는 국가이지만 고강도 스테인리스강 볼펜심을 만들지 못해 수입하는 신세인 셈이다. ‘중국제조 2025’가 탄생하게 된 계기다. 미국 통상 공세의 빌미가 된 것도 ‘중국제조 2025’다.‘중국제조 2025’는 로봇부터 바의오의약까지 10개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육성 전략이다. ‘중국제조 2025’가 무역전쟁의 계기가 된 것도 그 속에 담긴 중국의 야심 때문이다. 독일의 성장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한 ‘중국제조 2025’의 속내는 3단계 발전 전략이 완성되는 2045년에 중국이 세계 패권을 쥐겠다는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분석한다.‘중국제조 2025’를 완성하는 목표로 삼은 2045년에서 불과 4년 뒤인 2049년은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공산당 정부 수립 전까지 외세에 시달렸던 중국은 아편전쟁 발발 20년 전인 1820년 청나라 때만 해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했다. 천하를 호령했던 대국이 홍콩, 마카오 등의 영토를 외세에 하나씩 떼어 주며 ‘잠자는 거인’이라 조롱받는 신세로 전락했던 시절을 공산당은 뼛속 깊이 각인하고 100년 뒤에는 세계 패권을 다시 쥐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운다. 중국인의 입으로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는 이 장기 목표가 ‘중국제조 2025’로 가시화된 것이다.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中정서도 영향 지린대학 경제금융대학원 리샤오(李曉·55) 원장은 지난달 열린 졸업식 축사에서 “지난 100여년 동안 우리는 서방의 침략을 받았고, 그 압박이 너무 오래돼서 마음속에 스스로 대국이 되고자 하는 정서가 절박하게 자리를 잡았다”며 “개혁·개방 40여년 동안 이뤄진 중국의 경제발전은 비범한 성취를 이룬 것이었고 어떤 영역에서는 세계의 선두 그룹에서 달리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거국적인 자부심을 갖게 됐으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정서도 자리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리 원장은 중·미 무역전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더 연구해야 한다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중국인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정서는 ‘신(新)4대 발명’과 중·미 무역협상 중에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100년 전과 후의 비교 사진으로 압축된다. ‘신4대 발명’이란 종이, 화약, 인쇄술, 나침반의 고대 4대 발명에 견주어 고속철도, 모바일 결제, 공유자전거, 전자상거래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신4대 발명의 원천 기술은 모두 중국의 것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베이징 외국어대에서 20개국의 젊은이들에게 중국에서 자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기술을 설문조사했고 그 결과 고속철, 모바일 결제, 공유자전거, 전자상거래가 응답 상위권에 올랐다. 이후 중국 매체에서는 이를 ‘신4대 발명’이라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고속철은 1964년 일본 신칸센이며 모바일 결제도 1997년 핀란드에서 완성됐다. 최초의 공유자전거는 1960년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현했고 전자상거래도 1997년 영국인 마이클 올드리치가 발명했다고 BBC는 ‘팩트 폭력’을 날렸다. 물론 현재 신4대 발명이 가장 거대한 규모로 활용되는 곳은 중국이 맞다. 2차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류허(劉鶴·66) 중국 부총리가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중국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끈 사진 한 장이 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중국 협상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을 100여년 전 신축조약 협상단의 사진과 비교한 것이다.●100년 전 신축조약 사진 퍼뜨린 中공산당 신축조약은 1901년 청나라가 영국·미국·러시아·독일·일본 등 11개국과 외세 배격을 주장했던 무장단체인 의화단 사건 처리를 위해 맺은 것이다. 청나라는 독일과 일본에 사죄사를 파견하고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을 지불하며 외국 군대 상주를 허용해야만 했던 불평등조약이었다. 서구 열강의 중국에 대한 통치를 강화한 계기가 바로 신축조약인데 당시 사진 속 청나라 관리들은 흰 수염이 성성한 노인들이고 서구 열강의 대표는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청장년들이다. 하지만 100여년이 흐른 뒤 미국 대표단은 허리가 굽은 노인인 데 비해 중국 대표단은 젊다는 사실이 중국의 힘을 보여 준다고 공청단은 주장했다. 이 사진도 팩트가 틀린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무역 협상대표단과 마주 앉은 미국 측은 실질적인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공화당 하원 세입위원회 의원들이었다. 거듭된 협상에도 별다른 미국 측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자 중국 내부에서도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재고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중국제조 2025’가 무역전쟁을 촉발시킨 중요 계기가 됐다”며 “초심은 좋지만 효과는 충분히 따져 볼만하다”고 보도했다. ‘중국제조 2025’가 정부에 의한 ‘경제 지도’의 성격이 짙어지면서 국제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열정을 북돋우는 효과도 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적의와 위기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시장 주도 정책’이라고 했지만 중국의 현실적인 국정 수행은 지방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펑파이는 정부가 기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면 예산 낭비는 물론 기업의 혁신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정부가 특정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못박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선 “중국제조 2025는 낡은 모델” 실제로 후저우시에서 지난해 ‘중국제조 2025’ 보조금의 가장 큰 수혜자는 첨단기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밀크티 제조업체 샹퍄오퍄오(香)였다. 샹퍄오퍄오는 후저우시 ‘중국제조 2025’ 전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1억 6560만 위안(약 279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새로운 ‘스마트’ 밀크티 공장을 세웠다. 미국에서는 ‘중국제조 2025’가 잘 짜인 전략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많은 약점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경제연구원의 루쥔웨이는 “잘 의도된 정책도 실행 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는데 ‘중국제조 2025’는 낡은 모델”이라고 밝혔다. ‘중국제조 2025’는 지방정부에게는 지역산업 청사진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베이징 사범대의 중웨이 교수는 “중앙정부는 인력, 예산, 자원의 분배에 있어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해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샹진웨이 교수는 ‘중국제조 2025’ 내용 가운데 외국 기업이 중국에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조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국적에 따른 차별이 없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부합하므로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고 역설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영국 의원들, 트럼프 인터뷰에 ‘부글부글’

    영국 의원들, 트럼프 인터뷰에 ‘부글부글’

    자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향해 연일 ‘충격’ 발언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방문에서도 ‘모두까기 인형’의 진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가 영국 정치권의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고 전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전날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영국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발표한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에 대해 “명백히 미국과의 무역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반발해 사퇴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훌륭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하는가 하면, 난민정책과 관련해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을 비판하는 발언을 내놨다. 영국 보수당의 세라 울러스턴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 총리를 “모욕하기 위해 단단히 결심했다”면서 “분열을 초래하는 언론 인터뷰는 역겹다. 트럼프의 세계관에 동참하는 것이 협상의 대가라면 이는 지불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벤 브래드쇼 하원의원은 “메이 총리는 너무 약해서 여전히 자기를 모욕한 자를 위해 레드 카펫을 펼치고 있다. 굴욕적이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의 애나 털리 하원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나도록 허용해야 하는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방문 이틀째인 이날 오후 런던 인근 윈저 성에서 여왕을 만나 ‘티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털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우리나라에 무례함을 보였다”면서 “왜 여왕을 만나도록 하는가? 보수당은 트럼프가 선출된 대통령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같은 논리대로라면 트럼프 역시 우리 총리와 런던 시장을 존중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국 방문 기간 자신에 대한 항의시위가 예정된 데 대해 “영국 사람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나를 매우 좋아하며, 이민 문제에 나와 의견이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브렌던 보일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가 아니라 거의 100년 동안 독립국가였다”라면서 “제발 국제무대에서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는 행위를 그만해 달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김정은 친서에도 美 의원들 “싱가포르 약속 의지 안보여” 불만

    北 김정은 친서에도 美 의원들 “싱가포르 약속 의지 안보여” 불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가운데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 관련 회담에 불참한 것 등과 관련, 북한이 약 한 달 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을 이행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북한을 압박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 시키는 등 대북 제재의 끈을 더욱 옥죄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가드너 의원은 “미군 유해 송환 회담이 북한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 것인지 진정한 의도를 계속 의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론 존슨 공화당 의원도 “불행히도 북한의 어떤 행동도 놀랍지 않다”며 “북한의 이번 회담 불참은 미-북 비핵화 후속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도 “미국은 친구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정권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회담 불참과 같은 북한의 변덕스러운 행동을 앞으로도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VOA는 전했다. 앞서 북미는 12일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북한 측이 불참한 탓에 불발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오는 15일 북한과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이처럼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12일(현지시간) 전격 공개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신뢰와 함께 북미 관계의 ‘새로운 미래’와 ‘획기적 진전’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소개함으로써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행을 놓고 제기돼온 ‘빈손 방북’ 논란을 상쇄 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김 위원장의 친서에서는 “조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하원은 이날 미 정부의의 정보기관 수장이 북한의 금융, 무역 거래망, 무기판매, 노동자 수출, 경제제재 무력화를 위한 공급망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했다. 미 하원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 관련 법안을 찬성 363명, 반대 54명으로 가결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美하원, 北인권 가해 혐의 中관리 제재 촉구

    美하원, 北인권 가해 혐의 中관리 제재 촉구

    미국 하원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상정한 북한 인권 개선 관련 결의안의 주요 내용이 4일 미국의소리(VOA)에 공개됐다. 미 의회는 이 결의안에 대북 인권 개선을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담으며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화당 의원이 발의한 새로운 결의안(H.Res.976) 초안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인권 개선이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역내 전략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도 경제 지원과 현재 북한 고위층의 개인 제재 해제는 북한의 인권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또 북한 정권의 반인류적 범죄 조사를 위한 특별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북한 강제 노동수용소의 영구적 철폐와 8만~12만명으로 알려진 정치·종교범 수용소 내 수감자 석방도 결의안에 담았다. 특히 인권 가해 혐의 선상에 있는 북한 관료뿐 아니라 중국 관리들에 대해서도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안을 담아 파장이 예상된다. 미 의회는 북·미 화해무드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북한 인권 개선 관련 결의안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의회가 발의한 북한 관련 결의안과 법안은 모두 9건으로 이 중 6건이 북한 인권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난달 27일에는 기존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5년 연장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H.R.2061)이 하원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 의회가 대북 인권 개선을 압박하고 나선 건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적 측면도 있지만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의 여파가 여전히 큰 것”이라며 “이번 결의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미국 조야의 북한 인권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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