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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난총장, 일단 기사회생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프로그램 조사위원회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검수기관 선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발표, 위기에 몰렸던 아난 총장이 기사회생하게 됐다. 하지만 아난 총장의 부적절한 처신 등 문제점도 함께 지적, 앞으로 아난 총장의 유엔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2차 조사보고서에서 “유엔이 지난 1998년 스위스 회사인 코테크나를 검수기관으로 결정하는 과정에 아난 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아난 총장이 코테크나의 입찰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올 여름 발표될 예정이다. 석유ㆍ식량프로그램은 후세인 정권 당시 유엔이 이라크에 석유 금수조치를 취하면서 석유를 식량 등 인도적 물품과 제한적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난 총장의 아들 코조가 일하던 코테크나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이라크에 납품되는 물품을 검사하는 6000만달러 어치의 계약을 따냈었다. 아난 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보고서가 나의 결백을 확인해준 것으로 본다.”고 환영하면서 사임설을 일축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은 아난 총장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보고서는 지난 1999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처음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유엔이 형식적인 조사만 했으며, 아난 총장이 친구를 통해 코조가 코테크나에서 일하도록 주선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 아난 총장의 측근이 1997∼1999년 작성된 이 사건 관련 문서를 모두 폐기해 버려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비난했다. 미 공화당 놈 콜맨 상원의원은 “아난 총장이 리더십 부족, 이해관계 충돌, 책임감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퇴 뿐”이라고 공격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시론] 북한 주권국가론의 함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한 주권국가론의 함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3국 순방에 이어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협력과 6자회담 등 현안문제를 협의했다. 아직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된 소식은 없지만 조건과 명분 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북한이 지난 2월10일 ‘핵보유선언과 6자회담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1기 때와 다름없이 강경 일변도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 핵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면 또다시 4년동안 승산 없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월18일 미 국회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고 지칭하면서 부시 2기 행정부에서도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3월3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서 “미국에 의하여 국가주권자체를 부정당한 우리가 무슨 명분으로 미국과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회담개최의 조건과 명분은, 미국이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북한체제 전복을 노리는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아갈 의지를 명백히 밝히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일본과 한국에서 밝힌 ‘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요구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과 명분의 일부를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북한을 주권국가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의 함의는 북한을 공존과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체면과 명분을 세워주기 위한 미국의 고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부시 1기 행정부의 ‘반테러와 비확산’이란 대외정책 목표가 ‘자유의 확산’으로 바뀌고,‘북한 불량국가론’이 ‘북한 주권국가론’으로 대북인식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북정책 목표가 바뀌었다기보다는 포장이 바뀐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부시 2기 행정부는 힘을 통한 패권안정정책과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외형상 인류보편가치인 자유, 민주, 인권을 표방하면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system) 구축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도전할 ‘잠재적 적’은 중국과 러시아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북한위협론’으로 활용되면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과 일본 군사대국화의 빌미로 활용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하면서 북한위협론이 미래 중국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할 것이다. 박봉주 북한 총리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북한경제를 중국경제권으로의 편입을 촉진시켜 경제난을 덜어주려고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6자회담 장소 제공국이자 중재자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회담재개를 강하게 촉구할 것이다. 조만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방문이 이뤄지면 북핵해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남북관계의 정체가 지속되면 북한의 체제위기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해야 할 것은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올 경우 6자회담 참여국가들의 대북 무시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사설] 박근혜 대표의 ‘북한판 마셜플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미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박 대표의 방미는 국제무대에 얼굴알리기라는 정치적 의미도 있었지만, 북한핵 문제에 대한 한국민의 생각을 미국 조야에 알리는 기대 이상의 성과도 얻었다고 보여진다. 실제 박 대표는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리사 머코스키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 등 한반도 관련 핵심인사들과 만났고, 주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핵해법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박 대표의 북핵해법이 한국정부의 생각과 다를 바 없고, 초당외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박 대표와 야당의 바람직스러운 변화다. 박 대표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서 미국이 ‘북한판 마셜플랜’을 내놓을 것을 제안했다. 이를테면 6자회담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보겠다는 식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대규모 경제지원, 북·미수교, 체제보장 등의 포괄적인 카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에 6자회담 복귀 명분을 주어야 한다는 데는 한국정부도 같은 생각이다. 다만 한·미동맹과 북한의 위협, 주변국들의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대안을 먼저 내놓지 못할 뿐이다. 실제 정부는 북핵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박 대표가 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외교에 정부나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과거 한·소 수교 과정의 초당외교가 대내외적으로 힘을 발휘한 경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핵 문제와 관련한 박 대표의 대미활동은 야당의 변화와 균형감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언제든지 야당을 돕고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와 여야가 북한핵 해결에 한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
  • “죽을 권리” “생명 존중” 안락사 논쟁 확산

    지난 18일 영양공급 튜브가 제거된 ‘15년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41)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부모들과 미 정치권의 노력이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플로리다주 탐파 연방지법 제임스 위트모어 판사는 22일 오전 의료진이 시아보의 영양공급 튜브를 다시 연결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상원의 긴급명령을 거부했다. ●부시와 상하원의 노력도 무위로 위트모어 판사는 시아보 부모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판시했다. 영양공급 튜브를 제거토록 한 플로리다주 법원의 결정이 시아보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미 상하원은 부활절 휴회 기간에도 불구하고 긴급소집돼 시아보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이 사건을 연방법원이 재심리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가결시켰고 조지 부시 대통령도 1시간 후 법안에 서명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법원의 거부에 따라 좌절됐다. 정치권의 가세로 치열한 법적 논쟁이 벌어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7년 동안 시아보의 남편 마이클에 맞서 그녀의 생명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한 부모들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제11 연방항소 순회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시아보가 영양공급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열흘 안에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아보의 안락사를 두고 미 법정은 7년동안 29차례 모두 시아보의 ‘죽을 권리’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려왔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치권이 결말이 뻔한 쇼를 벌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누가 생사를 결정할 수 있나” 정치권이 안락사 논쟁의 한가운데 뛰어들면서 교황청이 가세하는 등 논란이 미국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황청은 21일 시아보의 급식 튜브를 제거한 조치를 비난하며 누구도 인간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교황청이 발행하는 신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이날 “신과 인류 앞에서 누구에게 삶의 특권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누가 세우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식물’이 아닌 한 인간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을 온세계가 무력하게 TV와 신문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황청에서 생명윤리 문제를 담당하는 엘리오 스그레치아 주교와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도 시아보의 생명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명존중이냐 정치적 쇼냐? 이 사건을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보수주의자들은 안락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다. 부모들은 시아보가 눈을 깜박이고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등 분명히 살아있는 상태라고 주장하지만 의사들은 시아보가 미소를 짓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종의 반사작용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법원이 지명한 의사들은 시아보가 뇌사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증언했다. 상당수 미국인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보수진영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특별법을 만들면서까지 연방정부와 의회가 사적 영역에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이들은 반문한다. 미국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3% 대 28%로 시아보의 급식 튜브 제거에 찬성 의견이 많았다. 70%는 연방의회 개입이 온당치 않다고 밝혔으며,67%는 정치권의 ‘테리 살리기’가 정치적 이득을 노린 행동이라는 쪽에 섰다. 임병선 장택동기자 bsnim@seoul.co.kr
  • WP ‘北, 리비아 핵수출’은 미국의 거짓정보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이 리비아에 핵 물질을 수출했다.’는 거짓 정보를 지난달 아시아 우방들에 제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정보는 북한이 새로운 핵무기 국가의 출현을 돕고 있다는 중요하고 새로운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정통한 2명의 관계자들은 이 정보가 실제 미국 정보기관이 행정부에 보고한 것과는 내용이 다른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원래 정보는 북한이 파키스탄에 핵무기로 변환이 가능한 6불화우라늄(UF6)을 공급했으며, 정작 리비아에 문제의 핵물질을 판 나라는 파키스탄이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들은 “구매자이자 판매자인 파키스탄의 역할은 알 카에다 지도부를 추적하는 미국의 파트너로서의 역할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WP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지만 우방국들은 미국이 중요한 부분을 생략한 채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눈치채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며 6자회담 재개에 외교력을 모으는 이유도 이러한 불완전한 정보 제공에 따른 우방국과의 균열을 봉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또 이런 이유로 지난달 포터 고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북핵문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증언하면서도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제공했다는 정보를 CIA가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미 행정부가 지난달 초 언론에 북한-리비아 핵 물질 관련 정보를 급히 흘린 이유에 대해 WP는 중국과 한국이 6자회담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측은 이에 대해 “북한의 핵 확산 활동에 관해 정확한 평가를 우방들에 제공해왔다.”는 공식입장만을 재확인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美 안락사논쟁 ‘빅뱅’

    15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온 한 여성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할 것이냐를 놓고 미국 전역이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과 정치권, 시민단체, 백악관까지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휴가 일정을 단축,20일 워싱턴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미 의회가 테리 시아보(41) 사건을 연방법원에 회부하는 특별법안을 제정하면 바로 서명하기 위해서다. 상원은 이르면 20일 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앞서 18일 의료진은 시아보에게 영양을 공급해주는 튜브를 제거했다. 시아보는 튜브를 다시 연결하지 않는다면 1∼2주 뒤 숨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아보는 지난 1990년 심장발작을 겪은 뒤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남편 마이클은 지난 98년 처가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안락사를 허가해줄 것을 플로리다 주법원에 신청했다.2001년 법원은 마이클의 손을 들어줘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했다가 2일 만에 번복했다.2003년 주 법원이 다시 튜브를 제거하자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특별법을 제정,6일 만에 보조장치가 다시 끼워졌다. 지난 1월 주 대법원은 이 특별법이 무효라고 판결했고, 지난 16일 주 항소법원은 18일 튜브를 제거할 것을 확정했다. 이에 미 하원은 다시 특별법안을 마련한 데 이어 튜브 제거 금지 명령서 발부를 주 대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함으로써 3번째 튜브 제거가 이뤄진 것이다.AP통신은 지금까지 이 사건에 적어도 6개 법원에서 19명의 판사가 관여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보수주의자들은 수만통의 전화와 이메일을 정부와 의회에 보내 튜브를 재연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상당수 시민들은 가족과 개인의 문제에 국가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부시 사회보장 개혁 ‘삐끗’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가 이라크 전후처리 못지 않게 역점을 쏟아온 사회보장 개혁 작업에 첫 제동이 걸렸다. 미 상원은 오는 10월1일 시작되는 2006년도 연방정부 회계예산안 중 빈곤층과 무능력자의 보험을 정부가 들어주는 ‘메디케이드(Medicaid)’ 자금 등 1400억달러를 삭감하는 수정안을 17일(현지시간) 찬성 48, 반대 52로 부결시켰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일격 지난해 재선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사회보장 축소를 통한 과감한 예산 절감을 공약했다. 미국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재정적자가 지난해 4120억달러까지 치솟은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동원됐다. 지난달부터 부시 대통령은 미 전역을 돌며 국민을 상대로 직접 사회보장 축소가 필요함을 호소해왔다. 그는 지난 1997년 도입된 이후 한번도 삭감된 적이 없는 메디케이드 예산을 향후 5년간 100억달러 삭감하자고 제안했으나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오히려 200억달러로 삭감 규모를 늘렸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빈곤층을 의료보험에서 내모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격렬히 반대하자 공화당의 고든 스미스(오리건) 상원의원이 절충에 나섰다. 메디케이드를 내년에 한해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대신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농업보조금과 학자금 대부·기타 사회보장 예산 등 1400억달러를 삭감하는 내용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당초 구상보다 갑절에 이르는 삭감 규모였다. 그러나 하원을 통과한 이 수정안이 상원에서 부결됨으로써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중도파 의원 4명이 민주당에 동조, 반대 표를 던진 것이 충격적이다. 민주당 해리 레이드(네바다) 상원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국가와 가정, 노년층과 어린이들의 빛나는 승리”라고 반기면서 “당파를 초월한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상·하원 예산절충 진통 따를 듯 수정안 부결 직후 상원은 2조 5700억달러(2570조원) 예산안을 표결,51대49로 통과시켰다. 앞서 하원은 스미스 수정안을 218대214로 가결시켰다. 총 예산은 같되 메디케이드 삭감과 계수조정 내역을 달리하는 2개 법안이 상·하원에서 따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상·하원은 다음 주부터 계수내역 절충에 들어가지만 민주당의 격렬한 반대에다 공화당 의원들의 ‘반란표’가 겹칠 경우 진통이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상원의 부결 소식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원안 가결에 대해서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하원안이) 내 제안에 근접한 것”이라면서 “돈이 현명하게 쓰여지고 연방 정부의 낭비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수백억달러의 세금을 감축할 수 있는 단초를 연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CIA국장 “核은 北 생존수단”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외신|로웰 자코비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17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생존에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최근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같은 청문회에서 포터 고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북한이 실제로 미국의 군사 공격 가능성을 두려워해 그에 대한 억지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가졌다고 믿게 하려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코비·고스 국장의 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가 일종의 ‘자위적 수단’이라고 평가하는 동시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함께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거두면 6자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박의춘 주 러시아 북한대사가 17일 밝혔다. 박 대사는 이날 북·러 경제·문화협력조약 체결 56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에서 “우리는 조건이 성숙되면 6자회담에 언제든지 참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미국이 (회담) 당사국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공격적인 수사를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중국사회과학원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미국이 대북 강경입장을 바꾸지 않더라도 조금만 양보하면 북핵 6자회담은 진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dawn@seoul.co.kr
  • ‘부시의 네오콘’ 국제기구 점령하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한국시간)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한 것을 둘러싸고 외교가와 국제금융계 양쪽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울포위츠 지명에 대한 국제사회의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가 하면 미국 내에서는 승진이냐, 아니면 사실상 밀어내기냐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네오콘의 퇴조 여부 주목 울포위츠 지명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미 언론의 보도는 울포위츠가 국방부에서 물러난 것과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된 것 양쪽으로 초점이 분산됐다. 울포위츠 부장관이 이라크전의 주요 설계자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상징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은행이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승진’ 쪽에 무게를 두는 해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울포위츠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하지만, 그를 장관직에 지명할 경우 상원 인준 과정에서 지난 대선 때 벌어졌던 갖가지 정치 공방이 재연돼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기구로 돌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퇴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대북 강경론자였던 울포위츠 부장관의 후임이 누가 되느냐가 관심사다. ●적절한 인사인가? 세계은행의 형제격인 국제통화기금(IMF)의 로드리고 라토 총재는 울포위츠가 국제문제, 특히 아시아와 중동문제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울포위츠가 국제문제에 경험이 많고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몇주 전 언론에 울포위츠 부장관 하마평이 보도되면서 세계은행에 근무하는 일부 유럽측 관계자들은 인선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은 그가 “과거 로버트 맥나마라 전 세계은행 총재처럼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를 미국의 정책에 따라 좌우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외무장관은 울포위츠 추천은 단지 “제안”에 불과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의 캐릭터를 검토할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 패한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존 볼턴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유엔대사 기용과 함께 이번 조치는 ‘사람을 어리둥절케 만드는’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울포위츠 총재 추천 수용 여부는 향후 세계은행 이사회가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이라크전에 반대했던 유럽 국가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민주화 조건 개도국 지원 가능성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세계은행을 개혁하기 위해 울포위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볼턴 차관이 유엔대사에 지명된 것과 일맥상통하는 인선이다. 세계은행에 근무했던 정부 고위관계자는 “울포위츠가 현재 에이즈나 환경 등 특정 프로그램 위주로 돼 있는 자원배분 방식 등을 개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세계은행은 총재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울포위츠가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민주화’를 지원의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포위츠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민주와 자유의 고취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세계은행의 자원 배분은 정치적 고려와 경제적 고려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美, 알래스카 유전개발 허용

    알래스카 유전 탐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다.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민주당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논리를 내세운 공화당이 표 대결에서 승리함에 따라 알래스카 유전 개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알래스카 북극국립생태계보존구역(ANWR)의 유전 탐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 표결이 이뤄져 51대49로 통과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하원의 승인 절차 등이 남아 있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과가 확실시된다. 1991년부터 법안 통과를 시도해온 공화당은 2년 전엔 표결에서 48대52로 패했다.1995년에는 법안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통과했으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번 성공은 지난해 선거를 통해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법안 통과는 그간 끈질긴 로비를 해온 (다국적 석유기업) 엑슨 모빌의 승리”라고 보도했다.1900만 에이커에 이르는 ANWR 가운데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은 150만 에이커 정도로, 원유 매장량은 60억∼160억배럴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크기인 ANWR는 북극곰을 비롯해 45종류의 포유류와 180종의 조류 등이 사는 지역이다.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유명한 탄자니아 세렌게티에 비유해 ‘미국판 세렌게티’로 불린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등은 이번 법안과 관련, 하원을 상대로 한 압박과 나아가 소송 제기까지 검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알래스카 유전 개발을 시작으로 유전 개발이 금지된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연안, 로키산맥 등도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美USTR 대표에 포트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7일 공석중인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롭 포트먼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을 지명, 발표했다. 포트먼은 1992년 하원의원에 선출되기 전 아버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백악관 법률 고문을 맡았으며 지난 대선에서 부시 진영의 통신분야 참모로 일했다. 부시 대통령과 친구로도 알려진 그는 현재 하원 예산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세금과 무역분야의 전문가다. 상원 청문회에서 인준되면 국무부 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로버트 죌릭 전 대표의 뒤를 잇게 된다.
  • “北 회담 계속 거부땐 美, 다른 해결책 검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는 15일(현지시간) “6자회담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계속 회담을 거부하는 등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이기도 한 힐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혀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에 ‘실패’할 경우 이후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힐 지명자는 “북한 같은 나라가 핵무기를 생산하도록 할 수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그것을 다뤄야 한다.”면서 “6자회담이 최선의 형식이라고 믿지만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지난해 말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전후해 6자회담은 실패한 대북 접근법인 만큼 이를 중단하고, 보다 과감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등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일부 관리들이 ▲6자회담을 접고 경제·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전술을 사용해야 하며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3일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 수교하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우방국들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평양과의 관계를 동결해달라.”고 요청하는 새로운 외교적 압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핵 보유 선언에 항의하는 뜻으로 생일 축하 리셉션 참석을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강화하고 싶어하지만 최대 지원국인 중국과 한국의 반대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주 일본과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서울과 베이징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대사급 승진을 위한 인준을 받기 위해 함께 청문회에 참석한 조지프 디트러니 6자회담 담당 특사 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미국 대표는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북한이 포괄적인 비핵화 약속을 준수하도록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라이스 장관이 중국측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압력 강화를 요청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이 북핵 해결의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더라도 무력 사용을 대안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미군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전과 장기화된 이라크전으로 병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새로운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미국민도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지만 군사적 해결책에는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또 미 정부는 6자회담이 북핵 해결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 틀만은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북한을 포함한 6자 또는 북한을 뺀 5자가 향후 동북아 안보를 협의하는 기구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힐 지명자는 “유럽에는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의 기구들이 국가간의 갈등을 다루고 다른 나라의 선거 감시 활동을 하는 등 훌륭한 활동을 해왔다.”면서 “아시아에서도 이런 기구를 만들어 매우 긴급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실전외교’ 박근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5일부터 미국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 등지를 잇달아 방문, 대미 외교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박 대표가 개인 자격이 아닌 정치인 자격으로 대미 외교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는 지난 1974년 8월 모친인 육영수 여사가 숨진 뒤 79년 ‘10·26사태’ 때까지 5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하면서 청와대를 방문한 외국 지도자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단 한 차례도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79년 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그나마 ‘10·26사태’로 무산됐다. 박 대표는 이날 방미 길에 오르면서 “지금 우리 안보문제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핵문제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한·미 동맹문제, 양국간 통상마찰 문제 등에 대해 미측 인사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눌 것”이라면서 “당과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하고 필요하면 미측의 이해와 협조도 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방미 기간 중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비롯해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사 머코스키 상원 동아태소위원장, 짐 리치 하원 동아태소위원장 등을 만나기로 돼 있다. 또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조찬간담회,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주최 오찬연설회, 월스트리트 금융인 간담회, 컬럼비아대학 연설, 워싱턴포스트·뉴스위크 등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 등도 예정돼 있다. 박 대표는 이밖에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 뉴욕의 9·11테러현장 등을 둘러보고 현지 교민 및 기업인들이 주최하는 간담회 및 환영행사에도 참석, 격려할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치권 불법로비 해법 없나] 정치권 “필요악… 내외국인 로비 합법화하자”

    [정치권 불법로비 해법 없나] 정치권 “필요악… 내외국인 로비 합법화하자”

    입법활동에 있어 로비는 필요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음성적 불법로비에 몸살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16대 국회때부터 양성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17대에 들어 더욱 탄력을 받았다. 다수 전문가들은 로비활동이 양성화되면 정치인들의 불법로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우리사회엔 ‘로비=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로비의 3기’라고 해서 돈·여자·술이 자연스레 통용된 적도 있었다. 또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강한 우리사회의 특수성도 로비 양성화의 변수다. 따라서 투명성확보라는 본래 취지에도 불구, 로비법 제정은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한보사건과 고속철도 등 대형 로비사건의 후폭풍이 몰아쳤던 지난 2001년 정몽준 의원이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과정에 정해진 룰 하에서 외국 당사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로비활동을 인정하는 내용이었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8월 정몽준 의원이 다시 같은 법안을 제출했고 12월 국회에선 법사위에 상정되면서 활발한 토론까지 진행됐다. 정 의원은 “우리의 국익차원에서 법안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측은 입법화에 기대감을 보였다. 정 의원측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어 외국과의 이해관계가 없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외국대리인에 대한 로비활동을 공개하는 게 투명성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은 부패척결 차원에서 내외국인에게 모두 적용하는 확대판 로비양성화 방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로비스트 등록제도를 신설, 활동을 공개하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로비활동을 하면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것을 기본 취지로 법안마련에 착수했다. 로비공개법을 준비중인 이은영 의원은 올 상반기중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하반기에 법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 의원측은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지난 대선서 대선자금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나라당도 반대할 처지는 아니다. 학계에서도 로비법 제정에 긍정적 목소리가 많다.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일단 시도해 본 뒤 문제점을 고쳐 나가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남영 교수(숙명여대 외교학)는 “로비를 양성화하면 밀실거래는 없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는 것도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성균관대 경영학부)도 “로비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정해진 룰에 따라 하도록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용범위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방 의회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면 나라 전체가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면서 “일단 국회와 행정부 등에서 실시한 뒤 점차 지방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로비법 제정에 반대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은 “여론수렴이나 전문가 의견 청취가 가능한 청문회나 토론회가 요식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청회나 토론회를 충분히 이용한다면 굳이 로비법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비변호사에게 변호사 활동을 허용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정몽준 의원이 낸 법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대한변협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강해 대한변협 내부 기류도 조금씩 변하는 듯하다. 한 관계자는 “내부회의에서도 찬반의견이 강하게 엇갈렸다.”고 전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로비 양성화 미국에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워싱턴 시내 한 가운데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K 스트리트. 이곳에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각종 이익단체와 협회, 기업들의 사무소가 밀집돼 있다. 지난해 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K 스트리트에는 공화당원 강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민주당의 아성이랄 수 있는 전미영화협회에서도 로비스트를 민주당원에서 공화당원으로 바꾸는 문제가 거론될 정도다. 미국 정치에서 로비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체가 미국총기협회(NRA)이다. 날마다 수천 건의 총기 사고와 폭력 사건이 발생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총기 소지를 권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1971년 창립된 NRA는 수석 로비스트 제임스 베이커를 정점으로 전직 국방장관을 포함한 7명의 로비스트를 두고 있다. 이들은 연간 1억달러(약 1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며 총기 판매나 사용을 규제하려는 의회의 입법 움직임을 철저히 봉쇄해 왔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법률로 보장돼 있다. 그 토대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고 평화적으로 집회하며 정부에 청원을 제출하는 행위를 기본권으로 인정한다. 청원제출권은 1946년에 로비 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로비 활동법’을 탄생시켰다.1995년 ‘로비 공개법’이 제정된 뒤에는 로비스트로 등록할 때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일하는가.” 등 구체적인 활동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현재 미국 상·하원의 기록담당과에 등록된 전문 로비스트는 상원이 2만 5000명, 하원이 1만명 정도다. 그러나 미 의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법을 무시하고 로비 산업에 종사하는 미등록 로비스트를 포함, 워싱턴의 로비스트는 최소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의회소식 전문지인 ‘더 힐’은 워싱턴 정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연평균 15억달러(약 1조 500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집단은 기업을 비롯, 농민단체, 노동조합, 인권·환경 등 공익단체, 이념단체, 종교단체 등이다. 심지어는 백악관과 행정부가 고용한 로비스트들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권 실세인 백악관 및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주선해주고 대가를 받는 로비스트들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dawn@seoul.co.kr ■ ‘악어와 악어새’ 로비 실태 지난해 정치자금법 개정 등으로 맑은 정치판이 되리라 예상했던 17대 국회 들어서도 전현직 의원 5명이 이런저런 수뢰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사실관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무혐의 처리될 개연성은 있으나, 일부는 끝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30여개 기업이 전직 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로비용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잠재적 권력’을 로비로 활용하겠다는 셈법이 보여주듯 정치권력과 로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실감케 한다. 마치 권력 냄새에 ‘검은 돈’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형국이다. ●실태:올해만 5명 줄줄이… 10일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과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수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2차 소환됐다. 김희선 의원은 지난 2002년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공천헌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충환 의원의 혐의는 강동구청장 시절인 2003년 철거업체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이다. 14일엔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이 대구지검에 소환될 예정이다.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물 로비사건과 관련,1억원을 받은 혐의다. 같은 사건에서 2억 1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강신성일 전 의원은 이미 구속됐다. 앞서 1월6일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도 다른 사건으로 같은 운명에 처했다. 공통점은 바닥에 청탁 혹은 로비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당사자들이 대부분 혐의 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이다.“도의적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위법 행위 사실은 전혀 없다.”(김희선)거나 “어떤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혹은 “채권·채무와 관련”(박혁규)됐다거나 “5000만원 받은 뒤 영수증 처리”(강신성일) 등 받은 돈의 정당함을 내세운다. ●원인:정치적 영향력과 검은 돈의 친화력 권력과 로비의 친화력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국가 정책권 등 이들이 지닌 정치적 영향력은 특혜나 불법로비 등에 유혹받을 개연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한다. 이어 “정치자금의 수요는 줄지 않는데 정치자금법 등 ‘도덕적 동아줄’만 강화된 정치 환경도 한 원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수뢰혐의 사건의 단골로 등장하는 계약·입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점을 지적했던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공사 발주 기준을 객관화해야 한다.”면서 “동일한 기준을 제시한 뒤 최저가 수주인에게 낙찰하면 문제가 없는데 기술성·자금력·신용 등 적격 심사를 이유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넓어서 로비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학연·지연 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 의원은 “선거시 도와준 사람이 부탁할 때나 고교나 고향후배라며 찾아온 사람이 부탁할 때 매정하게 잘라 말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주한미군 역할과 전략적 유연성] “亞太미군 신속기동태세 추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윌리엄 팰런 신임 미 태평양사령관은 8일(현지시간)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한 미군의 구조를 전반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팰런 신임 태평양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테러와의 전쟁 수행과 승리 ▲합동·연합 전쟁 역량 성숙화 ▲작전계획 신뢰성 확보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 향상 ▲아·태지역 미 군사력의 신속대응 기동 태세 구비를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또 이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동맹 및 우방과의 관계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가능한 한 자주 직접 접촉을 가짐으로써 상호 이해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청문회에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한·미간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언성’과 관련,“대북 억지 및 필요시 격퇴라는 한·미동맹의 근본 목적은 굳건하게 변함이 없으며, 동시에 지역 안정이라는 상호공약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포트 사령관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과 관련, 미 정보기관의 평가를 인용해 “1,2개이지만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했다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포트 사령관은 또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질문에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나 그보다 큰 미사일은 고정발사대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에 대해 러포트 사령관은 “공군 조종사들은 매년 12∼15시간 항공기가 작동하도록 유지하는 수준에서 비행훈련을 하기 때문에 군사준비 태세로는 부족하며, 지상군은 여단규모 기동훈련이 매우 드물 정도로 대규모 기동훈련은 줄었고 사단급 이상은 주로 지휘소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기골이 장대하다.180㎝의 키, 몸무게가 80㎏이 넘는다. 얼핏 운동선수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었다. 또 철학자가 되려고 데카르트와 칸트에 푹 빠지기도 했다. 대학 2학년 때, 미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했다.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문정인(55)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대표적 ‘미국통’이자 ‘북한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 강점 그래서인지 현 정부들어 개각 때마다 그는 요직 발탁의 하마평에 올랐다. 국정원장,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그리고 최근에는 주미대사와 대통령 안보보좌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인사권자가 직접 그에게 몇차례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마다 문 위원장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하마평에 오른 이유에 대해 주위에서는 탁월한 친화력과 빠른 분석, 그리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학자답지 않은 추진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동안 평양에 수차례 다녀오면서 그곳 수뇌부들과 ‘스킨십’이 많았다. 또 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현재 백악관 안팎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3·1절 낮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문 위원장 자택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곧 대문을 열고 나왔다. 등산용 모자에 검은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었다. 평소의 휴일 같으면 연세대학 연구실에서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는 동북아위원장으로 일하면서도 연세대학(국가정보론)과 대학원(동아시아국제관계론)에서 일주일에 두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안 그래도 인터뷰를 끝내면 연구실에 갈 예정”이라며 웃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설게 짖어댔다. 이 소리에 놀랐는지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문 위원장은 “우리 장모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년째 장모를 모시고 있다고 했다. 또 부인이 미국에 가 있어서 장모가 대신 집안일을 봐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잠시 2층의 서재를 둘러봤다. 책상 주변만 하더라도 국제관계 연구서적 등 책 수천권이 쌓여 있어 평소의 연구활동을 짐작케 했다. 마침 점심 때여서 동네 식당(복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하는 아주머니,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 그를 알아보고 “교수님, 오랜만에 오셨네요.”하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식사를 마친 뒤 인근 찻집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문 위원장이 현직에 몸담고 있는지라 현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지체없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의 배경에는 (미국과의)대화 용의에 대한 강력한 러브콜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서방언론은 핵보유 선언만 집중보도해 6자회담의 판이 깨진 것처럼 되고 말았다.”면서 “북한은 언제든 6자회담에 복귀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한 평소 미국의 성실한 대화자세를 요구해온 만큼 그 자세 여부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들맨은 고이즈미 총리가 적임자 이어 리비아의 핵폐기 선언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블레어 영국 총리를 중재자(그는 ‘미들맨’이라고 표현했다.)로 내세워 9개월 동안 비밀리에 협상한 끝에 결국 리비아의 ‘비핵선언’을 이끌어냈다.”면서 “이는 협상과정에서 리비아의 체제 등에 대한 영국과 미국측의 보장 약속, 이에 따른 신뢰감을 리비아측에 심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선언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도 이같은 방법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미들맨 카드는 살아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 평양에 몇차례 다녀와 적임자이기도 하다.(블레어 총리처럼)우리도 못할 일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핵해법의 한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현재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세가지로 압축된다고 했다. 첫째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어야 하며, 둘째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주고, 셋째 내정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이 세가지 사항을 미국이 못 들어줄 이유도 없다.”며 미국측의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부시정권에는 ‘인권’과 ‘핵’을 앞세운 기능적 북한 전문가들이 확산돼 있다보니 북한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완전히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은 북한을 잘 아는 기술적 전문가가 (북한측에)접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이미 약속된 것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면서 “우리측은 6자회담이 잘 되든 깨지든 상관없이 북한당국이 원하면 언제든 정상끼리 만난다는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장소로 제주도가 우선 거론되고 있다고 하자 “제주도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표방,‘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채널 가동에 대해 그는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관계당국에서 나름대로 채널을 두고 있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이밖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6자간 국방장관 및 외무장관 회담의 성사와 관련,“얼마전 외부강의에서 잠시 언급했다가 해당부처에서 자제요청을 받았다. 자신이 얘기할 사항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동북아 평화공동체 한국 주도로 “동북아시대를 맞아 개성공단은 제조, 인천은 물류, 서울은 금융허브가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동북아시대에 큰 역할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뒤따르겠지요.” 그는 동북아시대위의 추진방향과 관련,“▲하나되는 동북아 ▲네트워크 동북아 ▲열린 동북아 ▲함께 하는 동북아 등 4가지 큰 틀”이라면서 평화번영의 공동체를 한국이 주도해나가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중·일 공동TV채널과 정기적인 프로축구 시합 등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것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제주 출신 고교때 투포환 수준급 문 위원장은 1951년 제주시에서 9대째 가문을 잇는 집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격조건과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학창시절 운동과 문학활동에 많은 소질을 발휘한다. 씨름과 유도선수로 시합에 자주 나섰고, 특히 투포환 던지기 실력은 도내 최고를 자랑할 정도의 수준급. 또한 도내 백일장에서 시와 수필 등으로 여러차례 장원을 차지한다. 1970년 연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칸트와 유교철학을 원전으로 공부하며 철학세계에 푹 빠진다. 이때 ‘역사와 철학’이 접목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연세대학보 ‘연세춘추’ 기자 및 편집국장으로 활약하면서 몇차례의 시화전을 통해 끼를 발산한다. 그러던 72년 학보 편집국장의 자격으로 미 국무부에서 초청하는 아시아·태평양 10개국 학생지도자대회에 참석해 3개월 동안 미국의 주요한 몇 곳을 견학했다. 귀국 후 3학년 1학기 때 군입대를 했다. 훈련을 마친 뒤 정보사령부에 배치됐다. 이때 이수혁 외교통상부차관보와 사수-조수로 함께 근무했다.75년 군 제대 직후 친한 선배의 권유로 이슬람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이슬람중앙연합회 국제담당 사무차장으로 일하면서 영어로 된 이슬람 관련서적 10여권을 번역했다.3년 뒤에는 미국으로 메릴랜드대로 건너가 5년만에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94년부터 연세대에 몸담아왔다. 문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현 참여정부에서는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을 전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관급 자문기구여서 한 달에 고작 102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조찬 강연 및 각종 간담회 등에도 부지런히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3월 제주 출생 ▲69년 제주 오현고등학교 졸업 ▲77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78∼81년 미 메릴랜드대 조교 및 강사 ▲81년 메릴랜드대 정치학 석사 ▲84년 동 대학 정치학 박사 ▲85년 윌리엄스대 정치학과 조교수 ▲87년 켄터키대 정치학과 조교수, 게리하트 상원의원 자문위원 ▲87∼88년 인하대 정외과 조교수 및 학과장 ▲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태평양국제대학원 초빙교수 ▲94년 한국정치학회 국제위원장 ▲94년 연세대 정외과 교수 ▲98년 국방부 자문위원 ▲99년 청와대국가안정보장회의 자문위원 ▲2002년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2004년 6월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추진위원장(장관급) km@seoul.co.kr
  • 두 거장감독 ‘스릴러 대결’

    영화사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큰 발자국을 남긴 거장 감독의 스릴러물이 오는 11일 나란히 개봉한다.‘양들의 침묵’조너선 드미 감독은 ‘맨츄리안 켄디데이트’에서 정치 스릴러의 진수를 선사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스파이더’에서 정신분열자의 1인칭 시점을 좇는 심리 스릴러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문법의 이 스릴러들은 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정치음모 좇는 스릴러 걸프전증후군, 기억조작, 정치음모 등 영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가 아우르는 소재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한 개인의 추적이라는 스릴러 형식을 기둥줄기 삼아, 다양한 소재로 가지를 쳐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만만찮은 소재를 산만하지 않게 요리해 내는 영화는 애국주의로 포장된 정치적 야욕에 대한 비판이자, 과학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애국심에 대해 연설하는 걸프전 참전용사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 겉모습과 달리 그는 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반전영화처럼 운을 떼는 영화는, 이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으로 무대를 옮긴다. 벤은 걸프전 당시 공을 세운 부하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를 추천해 훈장을 받게 했고, 레이먼드는 이를 발판삼아 정치계에 입문한다. 레이먼드의 어머니이자 상원의원인 엘리노어(메릴 스트리프)는 “국민은 전쟁영웅을 원한다.”는 논리로 아들을 부통령 후보에 올린다.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은 ‘왝 더 독’‘프라이머리 컬러스’류의 정치풍자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기억조작이라는 소재를 불러들이며 과학과 주체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음모를 파헤치려는 자와 음모의 제공자가 모두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이 사건을 파헤칠 수 있을까. 이성의 힘을 지닌 주인공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보통의 스릴러와 달리, 지금까지 영화를 지탱해온 주체를 지우는 영화는 대신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전쟁, 정치, 과학이라는 다양한 문제를 돌아 인간으로 회귀하는 영화의 시선에는 비판의 칼날과 동시에 결코 세뇌될 수 없는 인간의 그 무엇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원작은 리처드 콘돈의 베스트셀러 소설.15세 관람가. ●머릿속 미로찾는 스릴러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린다. 무언가를 찾으며 중얼중얼 걸어가는 품새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딜까. 영화 ‘스파이더’(Spider)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기에, 초반부에는 무수한 의문부호만 남긴다. 남자의 정신세계는 안개처럼 뿌옇게 가리워져 있고, 관객은 그 안개를 하나 둘 걷으며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에 동참하는 순간, 여러 갈래의 미로는 나름의 찬란한 빛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주인공 남자인 스파이더(랄프 파인즈)가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다가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로 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에 들어온 것이라는 윤곽을 알게 될 즈음, 결코 한가지로 해석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거리를 거닐다가 30년전 자신이 살던 집 앞에서 과거와 맞닥뜨리는 스파이더. 스파이더의 머릿속 여행이기에 과거의 일들은 현실이 되어 그와 공존한다. 배관공인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조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어린 스파이더는, 아버지가 자주 가는 술집에서 매춘부 윌킨슨과 마주친다. 가정적인 어머니에게 싫증을 느끼던 아버지는 매춘부와 바람이 나고 어머니를 죽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이더의 눈에는 복지시설의 윌킨슨 부인조차 매춘부의 얼굴로 보인다. 어쩌면 매춘부와 어머니도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단서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치면서 다양한 해석의 갈래를 뻗게 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심리 보고서이자, 부모의 섹슈얼리티 앞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매력적인 배우 랄프 파인즈의 변신과, 정숙한 부인과 천박한 매춘부의 1인 2역을 연기한 미란다 리처드슨의 연기가 눈에 띈다.18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주요 선진국들이 교육 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70∼80년대의 정서를 반영한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교육은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요즘 세상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교육의 ‘현대화’를 내걸고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의 질적 수준 하락도 감안돼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미국의 고등학교는 폐물이 됐다.”면서 오늘날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고교 교육의 전반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는 법. 프랑스에선 고교 졸업 전에 한 번만 치러 온 대학입학 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연중 상시평가 체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교육개혁안에 학생들이 반발하며 거리 시위까지 나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 佛 대입자격시험 상시평가 진통 |파리 함혜리특파원| 지난달 수차례에 걸쳐 전국적인 시위를 벌인 프랑스 고교생들은 하원 표결을 전후한 1일과 3일에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교육개혁안의 철회와 프랑수아 피용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하원은 2일 찬성 346, 반대 178로 피용 장관이 제출한 교육개혁 법안을 승인했다. 물론 대부분의 찬성표는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이른바 ‘피용 법안’의 골자는 ▲지식과 경쟁력을 위한 공통 필수과목 이수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 구사능력 확보 ▲컴퓨터 등 정보분야 기술의 습득 ▲초등학교에서의 프랑스 국가(라 마르세이예즈) 습득 의무화 ▲고교 졸업시험 성적에 상시시험 성적 추가 등이다. 이 중 고교생들의 집중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상시시험 성적의 추가 부분. 피용 장관은 당초 2007년부터 바칼로레아의 시험과목을 12개에서 6개로 줄이고, 횟수도 1회에서 연중 수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가 이같은 반발에 부딪혀, 결국 바칼로레아 항목은 삭제했지만 고교 상시평가 시스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피용 장관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국영 프랑스2 TV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육개혁 법안을 철회하는 것은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별도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은 교육제도 때문에 교육이 마비된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행 체제는 학생들의 규칙적인 학습과는 거리가 멀어 영·미권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 방식이 개편되면 과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지방 학생들이 불리해지며 결과적으로 계급 격차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독립적인 민주화 고교생 연합(FIDL)’의 샤를로트 르 프로보스트는 “피용 장관은 조항을 약간 수정하고, 약간 양보하면서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개혁안을 완전 철회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시킬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상원 심의에 앞서 오는 8일 다시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lotus@seoul.co.kr ■ 美 낙제학생방지법 4년째 공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미국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포괄한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4년째 논란이 되고 있다. ‘NCLB’는 미국 학생의 학력 저하에 위기감을 느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1월 공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시행에 들어간 교육 개혁법이다. 이 법안은 저학년, 저학력 학생의 영어, 수학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은 모두가 영어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9100개에 이르는 공립학교들은 3∼8(한국의 초·중등)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읽기와 수학 2과목에 대해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 평균 성적이 2년 이상 각 주가 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폐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엄격한 간섭이 오히려 저학년의 학력을 떨어뜨리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는 반발이 생기고 있다. 미 50개주의 주의회 의원 7313명으로 구성된 전미주의회 협의회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교사들은 각 주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정한 ‘연도별 적정수준’을 충족시키느라 힘겨워하고 있다.”며 “일단 이 기준을 통과하는 데 지친 교사들은 그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의지를 잃게 된다.”며 즉각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올해 초에는 부시 행정부가 이 법이 성공적이었다고 홍보하기 위해 일부 언론인을 ‘매수’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이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의회의 2007년도 예산 승인을 앞두고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주정부는 이 법이 효과가 없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 교육예산을 삭감해 이 법의 개혁취지조차 퇴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50개 주를 대표하는 전미주지사 협회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대학이나 기업이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를 성토했다. dawn@seoul.co.kr ■ 日 초·중생 수업시간 확대 논란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도 초·중등 교육개혁이 진통을 겪고 있다.‘여유(유도리)교육’을 실시한 뒤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지난해 말 나오자 교육 최고책임자가 전면수정 방침까지 밝혔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번복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77년 이후 학생들을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해방시키겠다면서 ‘표준 수업시간’을 줄곧 줄여오다,2002년에는 주 5일제 수업 실시 등 ‘종합학습’이란 이름으로 전면적인 여유교육을 실시했다. 여유교육은 학생들에게 체험·탐구 학습 등을 시켜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나갈 능력을 갖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학생들을 지나치게 교실에 잡아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교육당국은 지난해 말 국제학력평가조사 결과 일본 고교 1년생의 독해력과 수학의 학력저하가 드러난 데 이어 초·중학생들의 학력저하도 확인되자 즉각 여유교육의 전면손질 방침을 들고 나왔다. 교육정책의 최고책임자인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조사결과가 나온 뒤 잇달아 초·중 학교의 수업시간을 조정, 국어·수학 등 기본 교과목의 수업시간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또 올 가을까지 주 5일제 수업 부활 등 여유교육의 전면 수정을 시사, 일부에선 폐지론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일선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종합 학습능력 평가를 자치단체 단위로 부활시키려고 하는 등 교육현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모든 학교가 공통시험을 봐 학력을 비교하는 전국 학력시험의 부활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자 일선 교육현장에서 반발도 심해졌다. 학력저하는 학습의욕과 성취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사회풍조의 문제일 뿐 여유교육 실시와는 관계가 없다는 논리다. 여유교육의 본격시행 3년 만에 한 차례 순위가 떨어졌다며 소동을 벌이는 것도 근시안적이라고 반발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지난달 “학생들이 여유교육을 통해 하고 싶은 이것저것을 하도록 해야 학교가 싫어지는 어린이가 없어진다.”며 여유교육에 힘을 실으면서 폐지론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나카야마 문부과학상도 지난달 20일 여유교육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급선회했다. 다만 학력향상을 위한 수업시간 증가나 수업 내용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절충점을 제시, 추후 결론이 주목된다. taein@seoul.co.kr ■ 英 대입시험·직업교육 부실 쟁점 영국에선 대학입학 평가시험의 공신력 추락과 직업교육 부실화가 교육개혁의 핵심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관련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14∼19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직업교육 강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의 폐지 요구가 거센 ‘GCSE’와 ‘A-Level’이란 평가 체계는 그대로 둔 ‘땜질 처방’이란 비판 여론이 드세다. GCSE는 중등교육과정을 마치면 치르는 중학교 졸업 자격시험이다. 실업학교가 아닌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또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한다. 한편 A-Level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료해야 할 2년 과정의 명칭이자 졸업전에 치르는 고교 졸업 자격시험 겸 대입시험이다. 두 가지 과정과 관련, 그동안 학점 인플레이션과 직업교육 부실이 지적되어 왔다.GCSE에선 본래 ‘A’가 최고 점수였으나 A를 획득한 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1994년 궁여지책으로 A 위에 A*를 두었다. GCSE를 마치자마자 취업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GCSE 과정이 부실해 근로자의 수학과 영어 등 기본지식이 형편없다.”는 업계의 불만이 증가해왔다.A-Level 역시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높아졌고 시험 신뢰도는 추락해왔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대학들은 아예 자체 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A-Level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집권 노동당의 의뢰를 받은 마이크 톰린슨 전 교육감과 교육 평가단은 GCSE와 A-Level을 폐지하고 새로운 평가체계를 만들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번 개혁안을 통해 GCSE의 수학교육 강화, 대학강의 방식의 A-Level 수준 향상 등을 제시했지만 기존체제 유지를 위한 미봉책이란 반발을 사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레바논 비상계엄 검토

    레바논이 오는 5월 총선 때까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2일 보도했다. 신문은 아랍 소식통을 인용, 오마르 카라미 총리의 퇴진이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돼 수니 무슬림 중에서 새 총리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군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총선 전까지 한시적으로 통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레바논 헌법에는 총리는 수니 무슬림이, 대통령은 기독교도가, 의회 의장은 시아 무슬림이 맡게 돼 있다. 한때 살림 알 후스 전 총리가 새 총리 후보로 거론됐으나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연일 레바논 철군압력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전날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회견에서 “수개월 안에” 철군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리처드 루거(공화·인디애나)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세계는 그 일정을 조금 더 앞당기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이날 런던의 팔레스타인 개혁 국제회의에서 “시리아는 중동이 나아갈 궤도에서 ‘벗어나’ 있다.”며 시리아군의 즉각적인 철군과 레바논에 대한 정치적 지배를 끝낼 것을 다시한번 촉구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 역시 시리아에 근거지를 둔 팔레스타인계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가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자살폭탄공격을 저지른 확증을 갖고 있다고 밝히며 시리아 책임론에 가세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러시아, 이란에 핵연료 공급 체결

    핵무기 확산 위험이 있다는 미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이란이 내년부터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러시아와 이란은 27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부셰르에 이란이 건설 중인 원전에 러시아가 핵연료를 공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는 핵연료의 공급 시기도 명기됐지만, 공급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타르타스통신은 그러나 핵연료 공급 시점은 부셰르 원전 가동 6개월 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더 루미얀체프 러시아 원자력에너지부장관은 이와 관련, 부셰르 원전은 2006년 말부터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측은 이보다 6개월 정도 빠른 2006년 중반부터 부셰르 원전이 가동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측이 말하는 가동은 본격 가동이 아닌 시험가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루미얀체프 장관은 계약에 따르면 이란은 사용 후 핵연료봉을 빠짐없이 러시아로 반환하도록 돼 있어 미국이 우려하는 핵무기 생산으로의 전용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역시 이란의 원전 건설은 전력 생산이라는 평화적 목적을 위해서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합의했음에도 불구, 러시아가 이란에 핵연료를 공급하기로 하자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이 오는 7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릴 예정인 G8(선진 7개국+러시아) 회담에서 러시아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내놓는 등 핵연료 공급을 둘러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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