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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외교는 애들 장난 아니다”… 트럼프 트위터 정치에 직격탄

    ‘대중 강경’ USTR대표 지명 비난 “무역마찰 더 폭력적으로 변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중국 비판이 강해지면서 중국 측도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4일 트럼프 당선자의 ‘트위터 외교’를 겨냥해 “외교는 애들 장난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화통신은 ‘트위터 외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트럼프 ‘선생’의 과도한 트위터 이용은 일종의 습관”이라면서 “미국 정계와 학계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4일자 사설에서 “트럼프는 중국을 마치 한국·일본과 같다고 여겨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중국은 압록강 맞은편에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권이 출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트럼프가 정말로 원한다면 취임 이후 동아시아에서 우리는 한번 붙어 볼 용의가 있다”면서 “미국은 역사라는 하늘 속에서 한순간 빛나고 사라지는 유성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어리석고 생떼를 쓰는 것”이라거나 “중국이 번영을 구가할 때 미국의 조상들은 가죽옷을 두르고 다니는 미개인이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트위터 정치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척 슈머 신임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연설에서 “트럼프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진지한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트워터에 만족하고 있는 데 대해 많은 미국인이 우려한다”면서 “미국은 ‘트위터 대통령’을 감당할 수 없고 트위터에 의존하면 대통령직 수행이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자가 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시저를 지명한 것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상무부 직속 연구기관인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이광후이(李光輝) 부원장은 “앞으로 무역 마찰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가장 나쁜 무역 마찰이 중·미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는 이미 무역에만 의존하지 않는 내수 중심 체제로 성숙했고, 보호 무역에 대한 대비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이시저 지명자는 도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서 20여개 양자 무역협정에 참여했고, 로펌에서 근무할 때는 중국을 상대로 철강 분야 반덤핑 제소를 담당했다. USTR 수장을 임명함에 따라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피터 나바로)-상무부(윌버 로스)-USTR 등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통상 정책을 실행할 삼두마차는 모두 반중 강경파가 이끌게 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中·이란도 美 대선개입 연루 가능성”

    트럼프·측근 ‘러 개입’은 엇박자 트럼프 “개입한 증거 전혀 없다” 대변인 내정자 “선거 영향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 조치에 반대하지만 일부 측근은 이를 반박하며 트럼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트럼프에게는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러시아의 해킹을 인정하면 정권의 정통성이 훼손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쉽게 면죄부를 주면 여론의 역풍을 맞는 등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주류 언론의 보도 방식은 러시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러시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제로(0)”라며 “해킹은 잘못된 것이나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의 보고서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향후 자신들의 IT 보안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한 매뉴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가 거짓말만 늘어 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년간 동유럽과 중동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했다”면서 “우리 정보 기관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도 간섭하려 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푸틴이 이런 행동들을 멈춘다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를 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태도 변화가 미·러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와 함께 중국이나 이란도 연루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때 트럼프 당선인의 안보고문 역할을 한 울시 전 국장은 이날 CNN 방송의 ‘뉴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해킹에는 하나 이상의 국가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별장에서 취재진에게 “러시아와 전혀 상관없는 제3의 범인이 대선 해킹의 배후에 있다”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몇 가지 사실을 알고 있으며 3일이나 4일쯤 (여러분이) 그 내용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러시아 감싸기’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대러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이 아닌 공화당 소속 인사들 가운데는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을 비롯해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 등이 러시아의 해킹 시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제재 조치에 찬성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는 5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러시아의 대선 해킹 의혹 관련 청문회를 개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럼에서 “트럼프의 사업체인 트럼프 그룹이 오랫동안 러시아와 사업으로 얽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민주 “반쪽내각 출범시킬 것”… 공화 “오바마케어 예산중단” 맞불

    민주 “반쪽내각 출범시킬 것”… 공화 “오바마케어 예산중단” 맞불

    3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하는 제115대 미국 의회가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반 의석을 빼앗긴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각료들의 송곳 인사청문회로 기선을 제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일찍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정책 폐기에 나서겠다고 맞서면서 미 정가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20여명 각료 중 8명을 ‘부적격’ 인사로 꼽고, 최대한 인준을 지연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자는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임기를 ‘반쪽 내각’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의 차기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은 지난 1일 “공화당이 의회와 대중이 지명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도 전에 취임식에 맞춰 급하게 인준을 마치려 한다면 민주당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슈머 의원은 1주에 2명씩, 1명에 대해 최소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료급 인사 등 20명이 넘는 내각 인준에 두 달이 넘는 10여주 동안 끌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대통령 취임식을 2주여 앞둔 시점에서 공화당이 반발, 청문회 일정 조율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인사로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국무), 과거 인종차별 논란을 빚은 보수 강경파 제프 세션스(법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재무), 억만장자 벳시 디보스(교육) 지명자를 ‘집중 검증 대상’에 지목했다. 또 ‘오바마케어’ 반대론자인 톰 프라이스(보건복지), 햄버거 체인 CEO를 지낸 앤드루 퍼즈더(노동) 등 모두 8명의 ‘부적격자’를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미 의회의 상원은 공화당 52명, 민주당 48명이고 하원은 공화당 241명, 민주당 194명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과반 의석을 공화당이 차지, 표결에서 무난히 인준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각료 지명자에 대해서는 공화당 의원들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지명 각료 모두가 인준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공화당은 새 의회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각을 세웠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3일 열리는 새 의회 첫 안건으로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NPR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규정한 법률을 폐지하려 하는 대신 오바마케어 예산 배정을 중단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당선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케어와 이민, 에너지 규제,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며 이들 문제와 관련한 행정명령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고 보도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김정은 ICBM’에 발끈한 트럼프, 대북 강경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일(현지시간) 미국 본토를 타깃으로 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최종 단계에 와 있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격하게 반응하면서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대북 강경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김정은이 미국에 오겠다면 햄버거나 먹으며 만날 수 있다”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으나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자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처음으로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아, 트럼프가 오는 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북핵 문제를 얼마나 높은 정책 우선순위에 놓을 것인지, 이에 따라 얼마나 구체적인 대북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국방부 등 외교안보라인 상당수가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수준 등에 대한 정보에 따라 트럼프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지난 1일 트럼프가 정보기관에 처음으로 요청한 기밀 브리핑이 북한 핵·미사일 관련이었다고 전해, 트럼프 측이 북한의 ICBM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파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정보당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처음이자, 당시로서는 유일하게 요청했던 특별 기밀 브리핑 요청은 북한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며 “북한과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관심사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이 기밀 브리핑 등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수준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 정부의 북핵 대응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고 강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 측에서 거론돼 온 대북 선제타격론 등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트럼프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책임을 계속 지적하면서 대중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중국이 일방적 무역을 통해 미국의 엄청난 부를 빼내가면서도 북한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비난했다. 미 의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 때 하지 않았던,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트럼프 정부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이날 CNN에 기고한 ‘왜 트럼프는 북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제3국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가속화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미 본토에도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북한에 눈감으면 트럼프 정부는 가장 크고 복잡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또 미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고, 유엔회원국 자격을 박탈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의 민간단체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황에 대해 “현재 12∼20개 정도로 추정한다”며 “여기에 매년 2∼5개 핵무기를 추가하면 5∼10년 뒤에는 인도의 핵 보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특파원 칼럼] 굿바이, 오바마/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굿바이, 오바마/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신문기자 생활 19년째, 권력에 대한 비판정신이 강해서 일까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리 존경하는 대통령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리타국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한 지 3년 가까이 지나면서 드디어 ‘존경하는 대통령’이 생겼습니다. 바로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56)입니다. 지난 34개월간 오바마에 대한 기사를 수없이 많이 썼습니다. 그의 힘 있는 연설을 듣고 깊은 메시지가 담긴 성명을 읽을 때마다, 전 세계 리더들과의 정상회담을 볼 때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몇 달 전부터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등을 보면서 국가가 리더를 잘못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반면 오바마는 8년이나 대통령을 했는데도 그가 떠나지 않았으면 하고,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는 미국민의 반응이 인터넷에 넘치는 것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그런 오바마를 20일 뒤면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가 밤을 지새우던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는 내년 1월 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부동산 재벌 출신 도널드 트럼프(71)가 차지하게 됩니다. 오바마와 트럼프, 특파원 임기 동안 너무나 다른 두 대통령을 오가며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달 8일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승리한 뒤 오바마와 트럼프의 정권 인수인계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오바마는 대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미국민은 트럼프가 성공하고 단합해 국가를 잘 이끌길 성원한다”며 쿨한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레거시(업적)를 뒤집는 각종 정책과 내각 인선을 발표하면서 서로에게 각을 세우는 모습입니다. 오바마는 결국 지난 26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면 다수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패한 뒤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나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트럼프와 맞붙었다면 이겼을 수도 있다고 푸념했으까요. 그러나 대선 패배에 대한 자책이나 아쉬움은 이제 묻어 버리는 것이 낫겠지요. 대신 오바마가 미국, 그리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레거시를 반추해 보려고 합니다. 53년 만에 이뤄진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75년 만의 히로시마 방문, 이란 핵협상과 기후변화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 이민개혁 행정명령, 2000만명이 가입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성소수자(LGBT) 인권 강화, 남녀 동일임금·최저임금 인상 추진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이들 정책의 상당수가 트럼프 시대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젊은 대통령 오바마의 퇴임 후 활동이 궁금해집니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의 재건을 위해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민주당뿐 아니라 심각하게 분열된 미 정치권을 이끌어 나갈 리더를 키워 주시면 좋겠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는 또 워싱턴DC에 개인 사무실을 열고 시카고에 본부를 둔 ‘오바마재단’ 지부 활동도 펼친다고 합니다. 그를 내년 워싱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청한 뒤 “정말 수고했고, 계속 수고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chaplin7@seoul.co.kr
  • 미국 우선주의·유럽 민족주의… 2017년은 ‘불확실한 변혁기’

    미국 우선주의·유럽 민족주의… 2017년은 ‘불확실한 변혁기’

    美 고립주의 회귀… 세계 격랑 예고 中 시진핑 1인 지배 체제 강화 전망 佛·獨 등 유럽 극우 정당 세력 확대 영국 유럽연합 탈퇴 절차 본격 협상 2017년 지구촌은 2016년을 휩쓴 포퓰리즘과 반(反)세계화의 여파가 그대로 이어지는 ‘불확실한 변혁기’를 맞는다.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본격 시작되는 것은 물론 프랑스와 독일 등 각국 선거에서 극우 민족주의 열풍이 재현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美·中 대립각… 국제 북핵 공조 위기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출신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하지만 힘의 논리가 앞서는 국제사회에서 세계 평화의 길은 요원하다. 야스차 뭉크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적 포퓰리즘 흐름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며 “2017년까지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기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월 20일 취임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예측 불가한 본인의 성향을 대외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안보를 위한 장기적 계산보다 당장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망돼 세계는 격랑의 시대로 빠져들게 된다. 트럼프는 보호무역, 이민자 규제 등을 밀어붙이고 ‘대만 카드’를 지속적으로 활용해 중국과 대립할 것을 예고했다. 한국으로서는 안보리 제재 이행 등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구도 속에서 국제사회의 북핵 공조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러시아, 대만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대신 중국과의 대립을 가속화하면 중국도 패권 경쟁에 적극 나설 수 있다. 트럼프의 고립주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7일부터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다보스포럼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 미국을 대신해 중국이 글로벌 자유무역협정의 수호자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에 오른 시 주석은 올해 가을 19차 당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집권 2기를 맞는다.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가 출범하면 당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수를 축소해 시 주석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마오쩌둥 이후 폐지된 당 주석직을 부활시키는 등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마스트리흐트 25주년·유로화 15주년 2017년은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가 유럽의 정치적·경제적 통합을 가속화시킨 마스트리흐트조약을 체결한 지 25주년(2월 7일)이자 유로화를 도입한지 15주년(1월 1일)을 맞는 해다. 하지만 EU는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열풍의 한복판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오는 3월 31일까지 EU 탈퇴 절차를 시작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에 나설 유럽연합(EU)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전 집행위원은 지난 6일 3월 말 협상을 공식 시작하는 것을 전제로 2018년 10월까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영국과 EU 간 줄다리기 협상이 본격 시작되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영국의 EU 탈퇴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서구 사회 ‘최후의 희망’ 메르켈 4연임 도전 오는 4월 23일에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5월 7일에는 결선 투표가 예정돼 있다. 사회당 정부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 이번 대선은 중도우파 성향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의 대결로 압축된다. 국민전선은 상원 348석 가운데 2석, 하원 577석 중에 2석을 차지하는 군소정당이지만 유럽의회에서는 프랑스 의석 74석 가운데 23석을 확보한 1당이 됐다.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가 지난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5%는 피용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르펜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프랑스 국민도 미국처럼 테이블을 뒤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뭉크 교수도 “마린 르펜이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셈”이라고 경고했다고 AFP가 전했다. 난민에 대해 포용적인 정부 수반이자 오바마 퇴임 후 서구 사회의 ‘최후의 희망’으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9~10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한다. 하지만 지난 10월 여론조사 기관 인사의 조사 결과 집권 기민당의 지지율은 29.5%로 점차 하락 중이다. 사회민주당은 22%로 뒤를 이었지만 무엇보다 반(反)이민과 반이슬람, 반유로를 내세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013년 2월 창당 이래 3년여 만에 15%에 이르는 지지율로 우뚝 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앞서 5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6%만이 메르켈의 총리직 4연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연말 독일을 뒤흔든 테러 여파 속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란 대선, 트럼프 ‘나비 효과’ 주목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5월 19일로 예정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합의에 부정적이라 오바마 정부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등 이란 정책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온건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핵협상 이후 국민들에게 제재 해제로 인한 경제적 성과를 얼마나 보여 주느냐에 달린 만큼 보수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져 로하니가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월 6일 독일 본에서 피지 공화국이 주체가 돼 열리는 제23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3)도 주목할 만한 행사다. 국제사회는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당사국들은 2017년 5월까지 분야별 제안서를 사무국에 제출해 1년간 논의 사항을 점검하고 2018년 당사국회의에서는 세부 이행 규칙을 최종 채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화석연료 사용 구제 완화를 공언하고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환경 규제에 반대한 스콧 프루이트를 낙점하는 등 파리협정 체제 자체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 세계 온실 가스의 약 16%를 배출하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라 후폭풍이 만만찮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전 지구 차원의 시스템보다 개별 국가의 대처를 강조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 세계적 협력망이 위협받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바마 ‘대선 개입’ 러에 보복 조치 나선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에 광범위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이를 다음달 20일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몽니’로 치부하며 폐기하려 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치적 부담이 커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와 규탄 결의안 마련, 사이버 보복 작전, 러시아 해커에 대한 형사적 기소 등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것”이라며 “현재 세부적 사항을 최종 결정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발동한 행정명령을 근거로 제재안을 준비 중이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전기시설, 교통망과 같은 주요 사회기반시설과 관련된 컴퓨터에 해를 끼치거나 상업적 비밀을 절취한 주체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미국 입국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선거 시스템을 중요한 사회기반시설로 보기 어렵고 상업적 비밀 절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해킹한 민주당 산하 조직과 주 선거관리위원회를 핵심 사회기반시설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앞서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를 당선시키려 했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해킹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는 취임을 앞둔 트럼프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숙제다. 정권의 정통성을 훼손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라 트럼프는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에 쉽게 면죄부를 줬다가는 의회가 등을 돌리고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러시아 대선 개입설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의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공개 청문회와 초당파적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상원의원 중 99%는 러시아가 개입을 했다고 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경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의 탐사 전문 기자 제이슨 레오폴드와 정부 기록물 공개를 전공으로 하는 하버드대 클라인 센터 연구원 라이언 사피로가 중앙정보국(CIA) 등을 상대로 러시아 선거 개입과 관련한 기록물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는 등 국민적 관심도 높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 내각 ‘빅4’ 인준 캄캄…공화도 “친러·인종차별 반감”

    트럼프 내각 ‘빅4’ 인준 캄캄…공화도 “친러·인종차별 반감”

    “‘푸틴의 친구’라는 것은 내가 국무장관으로부터 바라는 자질이 아니다.”(마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초대 내각의 ‘빅 4’인 국무·법무·재무·국방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이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원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루비오 의원 등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이들의 자질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어, 상원 100명 중 과반을 얻어야 통과하는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 몇 명만 반대하면 인준이 이뤄지지 않을 위기에 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내각 지명자 4명이 트럼프의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골드만삭스(Goldman), 군 장성(Generals), 억만장자 초갑부(Gazillionaires) 인사가 다수 포진한 이른바 ‘3G 내각’의 핵심 요직에 지명된 렉스 틸러슨(국무), 제프 세션스(법무), 스티븐 므누신(재무), 제임스 매티스(국방) 등 4명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가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8석으로 공화당이 합심하면 문제가 없지만 3명만 반대해도 인준이 무산될 수 있다. 틸러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어 온 친(親)러시아 인사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러시아가 미 대선 기간 중 해킹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화당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WP는 “친푸틴 노선에 반감이 큰 루비오와 제프 플레이크, 랜드 폴 상원의원이 반대표를 던질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세션스는 과거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연방판사 인준이 거부된 적이 있어 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부각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증을 벼르고 있지만 공화당은 오랜 동료의원인 그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세션스 측은 지난달 일찌감치 장문의 청문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30년 전 인준 거부 사태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므누신은 공직 경험이 전무한 대표적 월스트리트 인사로, 민주당은 “월가에 유리하게 경제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초갑부 월가 인사인 그를 낙마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매티스는 지명 당시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방장관의 경우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장관에 오를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의 예외를 상·하원에서 적용받아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일부가 예외 적용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가 취임 후 새로 임명해야 할 연방법원 법관이 100여명에 달해 대대적 사법부 재편이 예상된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취임일인 다음달 20일 넘겨줄 연방법원 법관 공석이 103석으로 추정된다”며, 사법부의 보수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선거인단 ‘반란 투표’ 조짐에…트럼프 “배신은 안 돼” 표단속

    선거인단 ‘반란 투표’ 조짐에…트럼프 “배신은 안 돼” 표단속

    과반 확보 뒤집힐 가능성 낮지만 이탈표 많을수록 취임 후 부담 미국의 45대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선출하는 선거인단 투표가 19일(현지시간) 실시되나 도널드 트럼프(얼굴)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공화당 선거인단이 예정과 달리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는 ‘반란 투표’를 할 조짐을 보이자 다급해진 트럼프는 표 단속에 나섰다. 트럼프는 18일 트위터를 통해 “내 지지자들이 선거에서 패한 자들이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사람들을 위협했다면 그들은 경멸받고 형편없는 인간들로 불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란 투표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선거인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선거인단 투표는 538명의 선거인이 출신 주의 주도와 워싱턴DC에서 지난달 8일 유권자들이 일반 투표로 지지한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형식적 절차다. 각 주 선거인단은 이날 비밀 투표를 하며, 그 결과를 담은 증명서 등을 연방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발송한다. 개표 결과는 다음달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발표된다. 트럼프는 306명의 선거인을 확보해 232명을 확보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앞서고 당선에 필요한 과반(270명)을 무난히 넘겨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탈 표가 많을수록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선거인단 확보 비율(56.9%)은 58차례 치러진 역대 대통령 선거중 46번째에 해당하는 하위권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유권자의 일반 투표에서는 46.2%를 얻는 데 그쳐 클린턴의 득표율 48.3%에 비해 2.1% 포인트 뒤처지고, 표차는 역대 최다인 283만 표에 달한다. 대선 승자로서 패자와의 득표율 격차(-2.1% 포인트)는 1824년 이래 49차례 실시된 대선 가운데 47번째로 최하위권인 셈이다. 대선의 공정성 논란과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화당 선거인들에게는 반란표를 던지라고 촉구하는 이메일, 전화, 편지 등이 쇄도하고 일부는 살해 위협도 받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측 “푸틴 개입? CIA·FBI 증거 대면 믿겠다”

    민주 “단순 해킹 아닌 외세의 공격” 의회에 진상 규명할 특별위 요구 미국인 57% “러 개입, 결과와 무관” 러시아의 해킹 등 미국 대선 개입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이 미 정보당국에 증거를 요구하고 이들의 보고를 직접 듣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진상을 규명할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미국민 57%는 해킹이 이번 대선 결과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선임고문 켈리엔 콘웨이는 18일(현지시간) CBS방송에 출연해 “중앙정보국(CIA) 존 브레넌 국장이 증거 제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증거가 있다면 언론에 흘릴 것이 아니라 어디 한 번 같이 보자”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레넌이 직원들에게 최근 보낸 메시지에서 “금주 초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각각 만났고, 러시아의 대선 개입 범위·본질·의도에 대해 강력한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라인스 프리버스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정보 당국자들이 의견을 모아 보고서를 발표해 그들의 생각이 같다는 것을 미국민에게 보여주면 트럼프도 결론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아직 코미로부터 (어떤 내용도) 듣지 못했다. 이들이 국민에게 숨김 없이 말해야 하는데 아직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프리버스는 “정보기관이 합의한 보고서가 나오면 트럼프의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트럼프의 반응을 미리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해킹 때문에 대선 결과가 바뀌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보당국의 러시아 해킹 의혹이 제기된 이후 민주당은 총력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도나 브라질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공격의 주요 희생자 중 한 당사자로서 의회가 이 사건에 대해 청문회를 포함해 철두철미하고 독립적이며 초당파적 조사를 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의회에 보냈다. 그는 “러시아의 침범은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미국이 외세의 공격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의회가 이 중요한 작업을 빨리 수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찰스 슈머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러시아 선거 개입 문제를 다룰 ‘사이버안보특별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그는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서신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힐러리 클린턴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자 러시아의 이메일 해킹 피해자였던 존 포데스타는 이날 “트럼프와 러시아가 결탁해 대선을 왜곡했다”며 “러시아가 트럼프를 백악관에 있는 ‘애완견’으로 삼길 원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킹에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55%는 러시아 해킹이 대선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아주 많이’ 또는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킹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설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7%로, 해킹이 트럼프의 승리에 기여했다고 답한 응답자(37%)보다 많았다. WSJ는 “CIA 정보가 그동안 빗나간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불신하는 이들이 많은 데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해킹 때문에 그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자선·자유·킹메이커, 혹은 정치무대 복귀… 오바마 어느 길 갈까

    [글로벌 인사이트] 자선·자유·킹메이커, 혹은 정치무대 복귀… 오바마 어느 길 갈까

    미국 대통령은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자리다. 그들은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성격과 신념에 부합하는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구직에 제약이 많다. 퇴임 이후 어렵게 할 일을 찾는다 하더라도 인구 3억명의 대국을 운영하고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나날이 떠오를 때마다 엄청난 공허감과 무력감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한 달 뒤에 55세로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처럼 중년에 백악관을 떠나야 하는 대통령일수록 은퇴 계획을 세우고 퇴임 이후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오바마는 백악관 이후의 삶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대통령기념관이 들어설 시카고 남부 잭슨공원 내 시립 골프장 2개를 최고급으로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부탁했다고 시카고트리뷴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골프장은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대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재설계되며, 내년 봄 착공해 2020년 개장할 예정이다. 재설계 비용은 최소 3000만 달러(약 360억원)로 추정된다. 오바마 측은 이 골프장에 PGA 대회를 유치해 대통령기념관 홍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오바마는 앞서 워싱턴DC의 사립학교 시드웰 프렌즈 스쿨에 재학 중인 막내딸 사샤를 위해 퇴임 이후에도 당분간 워싱턴DC에 머무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는 퇴임 이후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 연 20만 5700만 달러(약 2억 40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사무실 운영비, 비서진 급여, 의료비, 여행 경비, 통신비 등을 지원받는다. 또 오바마와 부인 미셸은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으로부터 평생 경호를 받는다. 오바마는 퇴임 이후 자신이 머무를 집과 사무실, 자신의 업적을 기릴 기념관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직업에 대해서는 거듭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디어 분야 진출,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주, 벤처 기업 투자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오바마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퇴임한 빌 클린턴(70·퇴임 당시 54세)과 조지 W 부시(70·퇴임 당시 62세) 전 대통령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며 은퇴 이후 삶을 살아가고 있다. 클린턴은 2001년 1월 임기 마지막 날 억만장자 마크 리치를 사면해 논란을 빚어 퇴임 직후 한동안 공개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클린턴은 사기, 조세포탈, 적성국과의 불법 석유 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외국으로 도피한 리치 등 176명을 사면했는데, 리치의 전 부인 데니스 리치가 민주당과 클린턴기념관, 힐러리 클린턴의 2000년 상원의원 선거 캠프에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캔들로 비화됐다. 클린턴은 몇 달 후 사면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클린턴재단을 설립해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클린턴은 재단을 통해 2004년 인도양 쓰나미와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대형 피해가 발생했을 때 약 1억 6000만 달러(약 1896억원)의 구호금을 모금했으며, 미국 공립학교에서 설탕 음료를 퇴출하는 등 공익 사업도 진행했다. 또 1994년 재임 당시 르완다에서 인종청소를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퇴임 이후 르완다 등 아프리카에 병원을 건립하는 데 많은 돈을 지원했다. ●클린턴·부시, 나란히 ‘실패한 킹메이커’로 클린턴은 재단 활동을 위해 총 20억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는데, 기부자 중에는 자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나 이라크에서 민간인에게 총기 난사를 한 미국 사설경호업체 블랙워터 등 논란 많은 단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클린턴 자신도 퇴임 이후 강연과 집필로 1억 5000만 달러(약 1780억원)를 벌어들여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전 세계적 돈벌이로 이용했다는 비아냥도 샀다. 클린턴이 퇴임 이후에도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에서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 부시는 텍사스 집에서 머물며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하고 골프를 치며 산악자전거를 타는 등 정계 입문 전에 즐겼던 개인적 활동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단이 자궁암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병원을 보수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이따금 방문하는 것이 주요 대외 활동의 전부다. 부시는 지난 2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 66명의 초상을 직접 그려 책으로 출간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부시는 퇴임 이후 그림에 취미를 붙여 자신과 세계 지도자의 얼굴이나 개를 그려 오다가 부상 장병의 초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부시가 자신이 결정한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부상 장병의 초상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부시의 연설작성가인 폴 웨너는 “초상화는 참전 용사에 대한 경의의 표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클린턴과 부시는 올해 가족의 대선 운동을 지원하며 함께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클린턴은 부인 힐러리의 민주당 경선 및 대선 유세에 직접 나서면서 선거 캠페인에 깊이 개입했으며, 공개 활동을 꺼렸던 부시도 동생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에 나서자 유세에 참가해 동생을 지원했다. 하지만 젭은 경선의 문턱도 넘지 못했고, 힐러리는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하면서 클린턴과 부시는 ‘실패한 킹메이커’가 됐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많고 모범으로 꼽히는 인물은 지미 카터(92·퇴임 당시 57세) 전 대통령이다. 카터는 1980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불명예 은퇴했지만, 1982년 설립한 카터 센터를 통해 각종 공익 활동에 나서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카터 센터는 100여개국의 선거를 감시하며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증진시켰으며,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메디나충의 근절에도 노력을 기울여 1986년 350만명에 달하던 감염자 수를 지난해 22명으로 획기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카터는 이러한 성취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 전직 대통령 지위 자선활동 자리로 재정의” 카터는 평화에 대한 자신의 어젠다를 추구하기 위해 퇴임 이후에도 외교적 문제에 관여했다. 카터는 1993년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이듬해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면담하면서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또 조지 H W 부시 정부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동맹을 형성하고자 하자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에 로비해 미국의 시도를 저지시키기도 했다. 주간 애틀랜틱은 “카터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인도주의적이고 자선적인 활동을 하는 자리로 재정의했다”고 평가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미국 역사상 처음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리처드 닉슨(퇴임 당시 61세) 전 대통령은 사임 이후 명예 회복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닉슨의 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는 1974년 닉슨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뒤 닉슨이 대통령 재임 기간 저지른 모든 범죄를 사면했지만, 닉슨의 추락한 명예는 회복시키지 못했다. 닉슨은 백악관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고향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뒤 억울함과 분노로 인해 병까지 얻기도 했다. 닉슨은 이후 자서전을 출간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외 활동에 나섰고, 자신의 정치적 유산인 중국과의 데탕트를 과시하기 위해 중국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닉슨은 카터 정부가 1978년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할 때 조언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닉슨은 생전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받지 못했다. 닉슨의 동료들은 기금을 모아 1990년 닉슨도서관을 건립했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대통령기념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닉슨이 1994년 숨을 거둔 뒤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닉슨의 외교적 성취를 평가하는 추도 연설을 했으며,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07년에 닉슨도서관은 연방 대통령기념관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포함되게 됐다. 애틀랜틱은 오바마가 퇴임 이후 부시와 비슷하게 정적인 삶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 모두 애초에 대통령직에 대한 열망이 적었고 대중의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오바마의 선임고문인 발레리 자렛은 “오바마가 서핑만 하며 소일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오바마는 자신의 사회적 의무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사회 참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미국 대선, 19일 선거인단 투표…‘배신표’ 독려 움직임도

    미국 대선, 19일 선거인단 투표…‘배신표’ 독려 움직임도

    오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제45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투표가 실시된다. 선거인단 투표란 선거인 538명이 유권자가 일반투표로 지지한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형식적인 절차로, 이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에 필요한 270명보다 36명 많은 선거인 306명을 확보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날 각 주 선거인단은 주 선거 결과를 토대로 비밀투표를 하게 된다. 비밀투표 결과를 담은 증명서는 봉합해 연방 상원의장에게 발송되며,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은 내년 1월 6일 개표 결과를 발표한다. 선거인단 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배신표’ 독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인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2.1% 앞선 데다가, 표 차도 283만 표에 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 당선 이후 미국 곳곳에서는 ‘반 트럼프’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선거인단에게는 ‘트럼프에게 ‘반란표’를 던지라’는 이메일, 전화, 편지 등이 쇄도했다.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받은 선거인도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내 지지자들이 선거에 패한 자들이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협박했다면 경멸받고 형편없는 사람으로 불렸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번엔 “F35 비싸” 트럼프 군수사업 손보나

    이번엔 “F35 비싸” 트럼프 군수사업 손보나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비용을 문제 삼으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군수 사업 전반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지지층에게 ‘세금을 최대한 아끼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절감된 국방예산 일부를 ‘트럼프노믹스’(감세·국채 발행 등을 골자로 한 트럼프 경제 공약)에 돌려 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F35 구매 프로그램과 비용이 통제 불능 상태”라면서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부터 군사 분야 등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F35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도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기존 전투기가 F35보다 낫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F35는 미 정부가 처음 도입한 2001년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스텔스기로서 완벽한 성능이 구현되지 않았음에도 대당 가격이 1억 달러(1150억원)를 넘을 만큼 비쌌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F35 구매에 2330억 달러(약 271조원)를 상한선으로 정했지만 지금까지 F35 도입에 쓴 돈만 해도 상한선의 5배인 1조 4000억 달러(약 1642조원)에 달한다. 트럼프는 지난 6일에도 보잉이 제작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구입비용이 40억 달러(약 4조 6500억원)나 된다고 격노하며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단순히 F35 사업만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라 천문학적 예산이 수반되는 항공모함, 구축함 건조 등 군수 사업 전반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후보 시절 미군 국방력이 ‘고갈’ 상태라며 전력 증강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비판이 F35 구매를 줄이겠다기보다는 F35 제조사인 록히드마틴과의 협상을 통해 구매가를 낮추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F35 구입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트럼프가 록히드마틴의 손실분을 보전해주려 F35 해외 수출 장벽을 낮추고 동맹국에 추가 구매 요청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은 차기 전투기 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F35A 40대(대당 1200억원)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결국 그의 발언은 한국에 요구한 ‘주한 미군 주둔비용 증액’ 등과 함께 미국 국방 예산 중 자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몫을 최소화해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고 ‘트럼프노믹스’ 재원으로도 쓰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한편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해 상원 군사위원회의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위원장은 “의회에서 예산을 배정한 사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취소될 수는 없다”면서 “(예산이 아직 배정되지 않은) 내년이나 그 이후에 구매량을 줄여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F35 제작사인 록히드마틴도 성명을 내고 “그간 꾸준한 비용 절감 노력 등을 통해 대당 가격을 60% 이상 낮췄다”면서 “현재 9600만 달러(1035억원) 수준인 F35 가격이 2019~2020년에는 8500만 달러(978억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외교 경험없는 美 ‘재벌 외교수장’… 인준 순탄치 않을 듯

    외교 경험없는 美 ‘재벌 외교수장’… 인준 순탄치 않을 듯

    글로벌 경영 경험 접목 기대… 라이스 등 前국무장관들 추천 푸틴과 교류… 친러 정책 우려 對北 정책 유화 분위기 전망… 의회 ‘러 대선 개입’ 조사 촉구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석유거물 렉스 틸러슨(64)이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내각의 초대 국무장관에 낙점됐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국무장관 후보가 10명 가까이 난립하던 상황에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등의 내분으로 이들이 나가떨어지자 트럼프는 결국 자신과 같은 기업인 출신의 해결사(deal maker)를 외교 수장으로 선택했다. 틸러슨의 ‘외교경험’이라면 러시아와 합작사업을 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고위 인사와 맺은 개인적 네트워크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틸러슨을 통해 친(親)러시아적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중국과는 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엑손모빌의 50개국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활동 경험을 공직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트럼프가 틸러슨을 택한 배경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거론됐던 인사들에 대한 트럼프 지지층의 평가가 엇갈린데다, 개인적 흠결도 많아 결국 이들을 모두 버렸다는 것이다. 뒤늦게 후보군에 합류한 틸러슨은 이들과는 차별화되는 인사로, 전 세계에서 사업을 벌여온 트럼프와 비슷한 점이 많다. 틸러슨은 특히 공화당 주류인 제임스 베이커·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에게 추천한 것으로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그의 재산이 수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가 최근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 이후 중국과는 갈등을 빚고, 러시아와는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틸러슨의 의회 상원 인준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최근 러시아의 해킹 등 미 대선 개입설과 관련해 공화당에서도 “러시아는 미국의 친구가 아니다”라며 이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공화당 지도부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이 그에 대한 인준 반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망했다. 상원 100석 가운데 공화당이 52석을 차지하고 있다. 인준에는 최소 과반(51석)이 필요하다. 공화당 일부가 반대하면 민주당 의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대선 기간 러시아의 해킹을 당했던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성명을 내고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틸러슨을 선택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대선에 개입한 푸틴에게 또 다른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틸러슨이 친러 정책을 펼칠 경우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된다. 러시아는 북한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6자회담에서도 북한 편을 들어왔기 때문에 틸러슨의 대북 정책이 유화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무부 부장관으로 거론되는 존 볼튼 전 유엔 대사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 외교안보 라인 대다수가 대북 강경파이기 때문에 틸러슨도 이들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트럼프, 美 국무장관에 친러 석유거물 틸러슨 지명

    트럼프, 美 국무장관에 친러 석유거물 틸러슨 지명

    에너지장관엔 페리 前주지사 내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 차기 정부에서 대외정책을 총괄할 초대 국무장관으로 ‘친(親)러시아’ 성향의 석유업계 거물인 렉스 틸러슨(64)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틸러슨은 공직 경험이 없는데다 미국과 적대적인 러시아와 합작사업을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국무장관 직에 오를 경우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외교 수장으로서의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러시아의 미 대선 기간 해킹 등 개입을 확인한 가운데 틸러슨의 지명은 의회 상원 인준 과정이 녹록잖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틸러슨은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오른 기업인으로 엑손모빌을 경영하면서 외국 정상 등 고위 인사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측은 그가 CEO로서 경영 능력을 외교 활동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등과 각종 합작사업을 해왔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7년 이상 인연을 맺어오는 등 친러시아 인사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국무장관으로서의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릭 페리(66) 전 텍사스 주지사가 다음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에너지장관으로 사실상 내정됐다고 CBS뉴스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CIA “러시아, 美대선 개입”… 흔들리는 트럼프 정통성

    CIA “러시아, 美대선 개입”… 흔들리는 트럼프 정통성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얼굴)를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즉각 CIA의 정보력을 무시하며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해 이례적으로 대통령 당선자와 정보기관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 사실이라면 트럼프의 당선과 미국 대통령의 정통성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다. CIA는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 해킹에 러시아가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IA는 지난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일부 상원의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비밀리에 브리핑했다. 해킹된 포데스타의 이메일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10월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됐다. 이메일에는 클린턴이 월스트리트에서 고액의 강연료를 받고 친(親)기업적 강연을 했던 사실 등 클린턴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 당시 경합주의 부동층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CIA는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과 연계된 러시아 해커 그룹이 포데스타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관계자들의 이메일을 해킹해 위키리크스에 넘긴 것을 확인했다. CIA는 이메일 해킹에 사용된 멀웨어(악성코드)가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해커들이 이전에 사용했던 것과 일치함을 확인했으며, 해킹을 감독한 GRU 관계자의 신원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러시아가 처음에는 미국 선거제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자 대선에 개입했지만 나중에는 클린턴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고 NYT가 CIA 브리핑에 참석한 의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브리핑은 미국 17개 정보기관의 공식 보고서는 아니며 세부 내용에서는 연방수사국(FBI)등 정보기관 사이에서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정보당국에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심도 있게 조사해 내년 1월 자신의 퇴임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이 밝혔다. 슐츠는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려는 측면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릭 슈머 민주당 상원 차기 원내대표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 문제를 바닥까지 파고들기 위한 의회 조사와 청문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정권인수위는 10일 낸 성명에서 “CIA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며 CIA의 정보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조지 W 부시 정권은 2003년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CIA 등 정보당국의 판단을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WMD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수위는 이어 “선거는 이미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으며, 이제는 앞으로 다시 나아가 미국을 또 한 번 위대하게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장은 “CIA가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내놓은 분석과 파악한 사실에 강한 의심을 표출하곤 했다. 트럼프는 주간지 타임의 최근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한 정보당국의 의혹 제기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면서 “러시아가 개입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CNN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자가 받는 정보기관의 브리핑을 주 1회만 받고 있다면서 과거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까지 더욱 집중적으로 정보 브리핑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이어 CIA를 모욕한 트럼프 측의 이번 성명은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정부의 정보기관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정보 당국자들 사이에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로이스 “潘, 10년간 北인권 개선 위해 싸워”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오는 31일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평화와 안보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하는 의회 연설을 했다. 또 로이스 위원장 주도로 만든, 미국에 사는 한인 이산가족과 북한 가족의 상봉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10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따르면 로이스 위원장은 8일 열린 하원 본회의에서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의 재임 기간을 함께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반 총장이 10년 가까운 임기 동안 경제, 안보, 인권에 대한 헌신을 통해 세계 평화의 명분을 쌓았으며 국제적인 위기와 인도주의 재난으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유엔의 확고한 장기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세계의 인권 증진을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며 “여권 신장과 성 평등을 장려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싸웠다”고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산가족이 북한 내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의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미 연방의회 결의안(H.Con.Res.40)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10일 통과됐다. 결의안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한반도 평화 정착과 신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하라고 촉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북방영토’ 동상이몽… 아베·푸틴 경협 줄다리기

    ‘북방영토’ 동상이몽… 아베·푸틴 경협 줄다리기

    ‘공동의 적’ 中 견제 위한 전략적 파트너 에너지·극동개발 등 경협 8개항 추진 日, 북방영토서 자유어업·왕래 등 논의 러, 日기술·자본 통한 제조업 발전 노려 일본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의 역사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 다가설 수 있을까. 오는 15일 일본 규슈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에서 열리는 일·러 정상회담이 10일로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북방영토(쿠릴열도 최남단 4개섬) 반환 및 경제협력이란 두 가지 현안과 전략적 협력 관계의 구축을 둘러싼 일·러의 막판 준비와 줄다리기가 뜨겁다. 일본의 높아졌던 북방영토의 ‘당장 반환’ 기대는 러시아의 지연책에 퇴색했지만, 에너지 및 극동개발 등 경협 구체화와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괄타결에서 단계적 접근으로 바뀐 양측 접근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낼까.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일·러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의 역학 관계를 흔드는 파괴력 있는 내용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아베 신조 총리는 북방영토 반환에서 성과를 얻으려고 버락 오바마 정부와 갈등까지 빚으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을 들여왔다. 북방영토 반환을 국내 정치의 동력으로 활용해 나가겠다는 복안이었다. 대러 정상화에 이바지한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유지를 받아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넘친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러시아의 경제적 곤경을 타개하고, 전략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아베에게 추파를 던져 왔다. 러시아는 고유가로 2000년 10%를 웃돌던 실질경제성장률이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2008년부터 곤두박질쳤다. 크림반도 병합 등으로 미국,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겹쳐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은 -3.7%로 추락했다. 러시아는 수출 주력인 유가가 2014년 기준으로 60%가량 떨어지면서 2015년에는 전년에 비해 투자 감소(-18.7%), 소비 감소(-9.6%), 실질임금 하락(-9.5%)이라는 힘겨운 상황에 빠져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와 기술 등 일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일본과의 밀월로 미국 등 서방의 견고한 제재 대열을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도 있다. 양자 관계를 넘어서도 일·러 모두 중국이란 ‘공동의 적’에 대한 세력균형 차원의 협력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중국의 공세적 해양진출과 군사·경제적 부상이 두드러지자 양측은 ‘공동대처’를 위한 전략적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접근을 모색해 왔다. 양측은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냉전체제에서 벗어나고, 전략적 협력의 폭과 깊이를 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연해주·시베리아에까지 중국 상권과 영향력이 커지자 러시아는 일본을 끌어들여 극동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중국 견제를 하려고 시도해 왔다. 아베 총리도 이에 호응해 2013년 이후 지난달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담을 계기로 열린 양자 정상회담까지 12차례의 정상회담을 열며 친분을 다져 왔다. 그러나 두 나라의 역사만큼 양국 입장엔 다른 점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빼앗긴 북방의 4개 섬을 되찾아 오려는 일본과 ‘피로 얻은 전리품’을 순순히 내줄 수 없다는 러시아의 간극은 크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의 대러 강경자세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친러 자세를 보여 러시아로서는 ‘일본의 활용 가치’가 한층 떨어졌다. 협력의 필요성은 커지고, ‘공동 적’의 무게는 커졌지만 입장은 사뭇 달라 동상이몽(同床異夢) 격이다. 그렇지만 숙적 관계를 어떻게 해소하고 어느 정도까지 전략적 파트너로서 손을 잡고 나갈 수 있을지는 동북아 국제관계의 지형마저 바꿀 수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본인들의 기대감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닛케이 여론조사에서 “북방영토 문제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응답 비율이 58.6%나 됐다. 지난 5월 푸틴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아베가 제안한 ‘새 발상에 근거한 접근’이 어느 정도까지 먹혀들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8개 항목의 경협안을 러시아에 제안했다. 양측은 16일 도쿄에서 민간기업 총수 등을 참석시킨 확대회의를 열고, 경협안을 구체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수조엔 규모 이상의 경협 구체화를 기대하고 있다. 8개 항에는 에너지 및 극동 개발, 의료·건강, 산업 구조 다양화, 생산성 향상, 첨단기술 협력 등이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도 “두 나라 경제 과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정치 등 여타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도 (관련 협의의 실천은) 매우 의미 있다”고 무게를 뒀다. 러시아 측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일본의 기술·자본을 통해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산업구조 개혁을 원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일본을 다녀간 마토 비엔코 상원 의장이 “자동차와 의약 의료, 첨단 인프라의 공동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NHK는 지난 7일 시코탄과 하보마이군도 등에서 진행될 ‘공동 경제활동’ 논의에는 일·러 두 기업의 합작, 자유로운 인적 왕래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일본 어선들이 두 섬 주변에서 자유 어업을 하고, 두 나라 국민이 비자 없이 자유왕래를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당초 ‘공동 통치안’에서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진전이 엿보인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즈호은행 등 일본 주요 은행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에 8억 유로(약 1조 88억원)를 융자해 줄 방침이다. 북극권 야말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파이낸싱 등도 조율 중이다. 굳건한 미·일 동맹 때문에 일본 열도가 미국의 최전방 기지란 점에서 러시아가 안심하지는 못하겠지만, 협력 공간의 확대는 일·러 양국의 신뢰를 두텁게 넓히고, 북방영토의 반환 과정에 긍정적인 환경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77세에 우주선 탄 최고령 美 우주인…한국전쟁 참전용사 존 글렌 별세

    77세에 우주선 탄 최고령 美 우주인…한국전쟁 참전용사 존 글렌 별세

    한국전쟁 참전용사이자 미국인 최초로 지구 궤도를 비행한 우주인 출신인 존 글렌 전 연방 상원의원이 별세했다. 95세. 글렌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제임스 암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8일(현지시간) 타계했다고 오하이오주립대 존 글렌 공공정책대학이 밝혔다. 그는 2014년 심장판막수술을 받았으며 뇌졸중을 겪는 등 최근 몇 년 새 건강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1921년 콜럼버스에서 태어난 글렌은 머스킹엄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면서 비행 수업을 받았으며, 1943년 해병대에 들어가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 그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투 임무를 총 149회 수행했으며, 한국전쟁 마지막 9일간 압록강에서 전투기 3개를 격추했다. 1957년에는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부터 뉴욕까지 3시간 23분 8.4초간 초음속 비행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글렌은 1959년 미 정부가 야심 차게 시작한 우주 진출 프로그램 ‘머큐리 7’의 우주비행사 7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되면서 우주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후 1974년 정치에 입문해 1997년까지 24년간 고향인 오하이오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4선을 헸다. 정계를 은퇴한 뒤 77세의 나이에 다시 우주로 돌아가 1998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올라 최고령 우주인으로 등극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영예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았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로비스트 변신한 밥 돌 前의원…美·대만 통화, 6개월간 로비

    로비스트 변신한 밥 돌 前의원…美·대만 통화, 6개월간 로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전화통화가 이뤄지기까지 로비스트로 변신한 밥 돌(93) 전 상원의원의 6개월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와 폴리티코 등이 미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문서 등에 따르면 로펌 ‘올스턴&버드’ 소속 로비스트로 등록한 그는 트럼프와의 통화 등 각종 로비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난 5~10월 대만으로부터 14만 달러(약 1억 6000만원)를 받았다. 1996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유일한 공화당 대선 후보였다. 그는 트럼프 외교안보 보좌관과 대만 관료의 만남을 주선하고자 인수위원회 관계자와 만났다. 돌 전 의원은 두 사람의 통화뿐 아니라 올 초 트럼프 내각 법무장관에 내정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 대만이 미국에 보낸 특사 스탠리 카오의 회동을 주선했다. 또 지난 7월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대만 대표단이 참석하도록 하고 공화당 정강에 대만에 우호적인 표현이 포함되도록 도움을 줬다. 심지어 대만 집권당 관계자의 백악관 투어도 주선했다. 신문은 이 때문에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통화가 외교 실수가 아닌 치밀하게 짜인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이뤄진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전화통화는 1979년 이후 줄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온 미국의 금기를 깨 미·중 관계가 새롭게 설정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미국과 국교가 단교된 대만은 수십 년간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해 로비활동을 벌였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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